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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귀의 시선] 상처를 잊지 않는 나무

    [정은귀의 시선] 상처를 잊지 않는 나무

    내 자리인 이곳, 그 흙으로 내가 빚어졌고 또 짊어져야 하는 이곳에 늙은 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다 자신을 경이롭게 치유하는 거대한 시카모어 한 그루. 울타리가 그 나무 에 묶이고, 못이 박히고 도끼질과 칼자국으로 깎여나가고 벼락까지 맞았다. 무성히 자란 어느 한 해도 나무를 해치지 않은 해는 없다. 그 몸에는 속이 빈 곳이 있다. 그건 나무의 죽음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부분은 그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희게 넘쳐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 모든 상처 위로 이음새 없는 흰 나무껍질이 돋아났다. ―웬델 베리, ‘시카모어’ 중에서 늙은 나무 앞에 서 본 적이 있는지? 나무의 푸른 이파리보다 그 몸에 난 상처를 응시한 적이 있는지? 지난달 31일 별세하신 웬델 베리의 시 ‘시카모어’, 흔히 플라타너스라 부르는 나무다. 1934년 켄터키에서 태어난 베리는 젊은 날엔 도시로 가 대학에서 강의도 했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없이 살았다. 환경 위기, 산업화된 농업, 대량소비 문화를 비판한 베리는 인간이 땅과의 관계를 잃어버릴 때 자기 자신을 잃는다고 했다. 여기 나무가 있다. 아름답고 온전한 나무가 아니라 상처 입어 상한 나무다. 그런데 시인은 시의 시작을 조금 달리한다. 땅에 대한 질문으로. 대개 땅은, 누구의 땅인지 소유의 언어로 말해지지만 시인의 질문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곧 짊어지는 것임을 향한다. 그 땅을 딛고 선 늙은 나무는 도끼와 칼은 물론, 벼락도 맞았다. “무성히 자란 어느 한 해도 / 나무를 해치지 않은 해는 없다”니, 잘 자랐다는 것과 다쳤다는 것이 한 문장에 함께 있다. 삶은 곧 상처라서. 오래 살아온 존재일수록 그 몸에는 시간이 남긴 상처가 많다. 돌아보면 상처 없이 지나온 시간이 있던가? 무성하게 뻗어가는 시간에 어쩌면 가장 큰 상처가 있었으리라. 그래서 나무속에는 빈 구멍이 있다. 나무의 “죽음”이다. 죽음이 살아 있는 몸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살아 있는 부분이 희게 차올라 바깥으로 뻗는다. 상처를 덮으며 새 껍질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베리가 말하는 치유는 상처가 없던 때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나무는 못 자국도, 벼락 자국도, 잘려나간 자리도 지우지 않는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시인은 “제 역사의 옹이들”을 몸에 그대로 지닌 채 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오랜 세월 구부러지고 뒤틀리면서 나무는 오히려 “기묘한 완전함”에 이른다. 이 표현 앞에 나는 오래 머문다. 완전함은 흠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베리의 나무는 정반대다. 그 모든 상처와 우연을 제 삶의 형태 속으로 받아들이면서 나무는 전에 없던 형상이 된다. 이 시는 고통을 쉽게 정당화하지 않는다. 고통에는 이유가 있다거나 상처가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든다는 말은, 가끔, 좀 잔인하게 들린다. 나무에 박힌 못은 여전히 못이고 칼자국은 여전히 폭력의 흔적이다. 상처받은 존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상처 준 행위를 정당화하진 않는다. 이런 시선의 차이는 기후 위기의 시대에 더 중요하다. 우리는 자연의 ‘회복력’에 자주 기대지만, 나무가 스스로 상처를 아물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무에 계속 못을 박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 전 히말라야 일대에서 일어난 참사 앞에서도 그 생각을 한다. 그걸 다만 ‘자연재해’라 부를 수 있을까. 기후변화에 큰 책임이 없는 이들이 기후 위기의 결과를 먼저 감당하는 현실, 그 무수한 죽음 앞에서 물어본다. 땅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묻지 않고 개발과 착취를 계속하는 문명, 땅을 살아 있는 관계의 장소가 아니라 끝없이 꺼내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보는 문명이 계속될 수 있는지? 시 마지막에 나무는 “제자리에 서서 그곳을 먹고, 또 먹히며” 살아간다. 이 구절이 참 좋다. 이 세계에 살아 있다는 건 먹고 먹히는 두 동사를 함께 받아들이는 일. 받으면서 내어주는 일. 상처 난 자리에 다시 껍질을 만들고 새 잎을 내는 나무를 보며 되물어 본다. 훼절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지금 이 땅을 어떤 곳으로 만들고 있는지.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 캐나다, 美 표심 겨냥 ‘핀셋 보복관세’ 부과…트럼프 “지명 변경”

    캐나다, 美 표심 겨냥 ‘핀셋 보복관세’ 부과…트럼프 “지명 변경”

    캐나다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을 벌이는 지역에 치명적인 보복 관세를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지역의 호수 이름을 ‘온타리오’에서 ‘아메리카’로 바꾸겠다며 도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캐나다는 수십년간 미국을 ‘벗겨 먹고’ 있으며 우리 농부들에게 400%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많은 나라와 거래하지만 캐나다는 가장 까다롭고 비합리적인 나라”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에 있는 온타리오 호수의 지명을 아메리카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꾼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이란을 꺾은 뒤 미국 영토로 선언하고, 아메리카 해협으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지명 변경은 미국 우선주의 극대화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수단으로 분석된다. 맞대응에 나선 캐나다는 미국이 부과한 것과 똑같은 액수인 20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700개 미국 제품에 15~50% 보복 관세를 오는 8일부터 매긴다.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미 메인주의 랍스터, 오하이오주의 플라스틱 제품, 위스콘신주의 치즈 등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과 경합을 벌이는 주에 ‘핀셋 타격’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합주의 핵심 산업에 25~50%의 고율 관세를 매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격을 노린 것이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우리 산업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관세를 매겼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 앨라배마의 노동자들은 최대 소비시장인 캐나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주는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거나 경합주로 분류되는 곳으로, 보복 관세를 통해 미국 중간선거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보복 관세가 시작되는 9월 8일은 노동절 연휴 직후로, 중간선거 유세가 본격적으로 불붙는 시점이다. 유세 개시와 동시에 미국 노동자들에게 보복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만들어 공화당 지지세를 약화하려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양국 무역전쟁에서 ‘레드라인’으로 부상한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불어 사용을 방해하려는 멍청한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면서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인을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졸리 장관은 “사랑이 아니라 존중의 문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LG엔솔, 미국 미시간 랜싱공장 본격 가동…5대 ESS 생산거점 완성

    LG엔솔, 미국 미시간 랜싱공장 본격 가동…5대 ESS 생산거점 완성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5대 생산거점을 완성했다. 이를 계기로 급성장하는 현지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8일(현지시간) ‘미시간 랜싱 공장’ 오픈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념식에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 톰 배럿 공화당 하원의원 등 미국 측 주요 인사를 비롯해 홍상우 시카고 총영사,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 최대식 미시간 법인장 등이 참석했다. 랜싱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내 7번째 생산공장으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기차용 삼원계(NCM)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 제조 거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은 연간 총 35GWh 이상이 될 예정이다. 랜싱 공장 본격 가동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급성장 중인 북미 ESS 시장 공략을 위한 5대 생산 거점 체계를 완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랜싱 공장, 미시간 홀랜드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온타리오 공장 등 3개 단독 생산거점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혼다 합작공장 L-H 배터리 컴퍼니 오하이오 공장, GM 합작공장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 등 2개의 합작공장으로 북미 전역의 ESS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랜싱 공장의 가동은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중요한 이정표”라며 “미국 모빌리티 산업과 에너지 인프라 미래를 뒷받침할 최첨단 배터리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 배터리 생태계를 강화하고 현지 생산 역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랜싱 공장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 제품은 LG에너지솔루션의 ESS SI(시스템 통합) 법인 버텍을 통해 핵심 전력 인프라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 주요 고객들에 공급될 예정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에 공급돼,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도요타 공장에서 생산되는 2027년형 하이랜더 등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년 반 동안 전략적 리밸런싱 활동을 추진해 북미 ESS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랜싱 공장은 여러 변화와 어려움 속에서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 효율화를 위한 노력 끝에 거둔 실질적 성과”라며 “5대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생산 역량과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 북미 ESS 시장 기회를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美농촌 모녀 “375억원 줘도 데이터센터 부지로는 안 팔아”

    팔려다 사용 목적 듣고 계약 철회주민 간 의견 첨예… 법적 다툼도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사회적 논쟁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던 한 회사가 농지 매입 대가로 제안한 거액의 보상금을 거절한 모녀의 사연이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 켄터키주 메이즈빌에 사는 두 모녀가 데이터센터 대지 매입 보상금 2648만 달러(약 375억원)를 거절한 사연을 조명했다. WSJ에 따르면 델시아 베어(54)와 그녀의 어머니 아이다 허들스턴(83)은 인구가 8700명에 불과한 메이즈빌 마을에서 한평생을 살아왔다. 1848년 허들스턴 가문이 농지를 매입한 이후 200년 가까이 소를 키우거나 건초·담배·기타 작물을 재배하며 삶을 꾸려왔다. 1년여 전 정체불명의 회사가 베어의 땅 가운데 463에이커(약 187㏊)를 에이커당 4만 8000달러에, 허들스턴 소유의 부지 71에이커(약 29㏊)를 에이커당 6만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시세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모녀는 인생을 바꿀 만큼 큰 액수에 처음엔 동의했으나, 해당 부지가 2.2GW(기가와트)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계약을 철회했다. WSJ에 따르면 해당 제안을 한 배후에 메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둘러싼 해당 마을 주민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세수 증대,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반대 측은 주민 강제 이주, 불투명한 진행 절차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의견이 첨예한 만큼 이웃끼리 서로 소송을 하는 등 법적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 KFC 주문 늦게 나온다고 총 겨눈 30대女…美 드라이브스루 매장서 벌어진 일 [월드픽]

    KFC 주문 늦게 나온다고 총 겨눈 30대女…美 드라이브스루 매장서 벌어진 일 [월드픽]

    미국의 한 KFC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화가 나 직원에게 소총을 겨눈 미국 여성이 결국 붙잡혔다.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 있는 한 KFC 매장에서 지난 5월 벌어진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WKYT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33세 여성 나이다 로만은 주문 처리가 늦어지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체포 영장에 담긴 내용을 보면 그는 직원과 말다툼을 벌인 뒤 차를 몰고 매장을 돌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로만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트렁크를 열어 AR-15 계열 소총을 꺼냈다. 그러고는 위협하듯 직원을 향해 총을 겨눈 뒤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다. 경찰은 KFC 매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영상을 통해 로만의 차량을 특정했다. 이후 해당 차량과 관련된 교통 단속 당시의 경찰 바디캠 영상을 확인해 그의 신원을 파악했고, 피해 직원이 사진 대조 절차에서 로만을 정확히 지목하면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로만은 1급 무모한 위험 유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 “첫날밤에 무슨 짓을”…하객 성폭행 신랑? DNA로 들통난 美 38세 [핫이슈]

    “첫날밤에 무슨 짓을”…하객 성폭행 신랑? DNA로 들통난 美 38세 [핫이슈]

    미국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여성 하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신랑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DNA가 신랑의 표본과 일치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 등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경찰은 강간과 성폭행 등의 혐의로 켄터키주 출신 재커리 프라우티(38)를 체포해 기소했다. 프라우티는 지난 16일 법정에 출석한 뒤 보석금 5만 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16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열린 프라우티의 결혼식 당일 밤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신부 측 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했으며, 행사 뒤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인근 주택에서 머물렀다. 여성은 술을 마신 뒤 프라우티와 거실에 단둘이 남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프라우티가 동의 없이 입을 맞췄고, 자신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다른 방까지 따라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성은 의식을 잃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낯선 침실에서 옷이 벗겨진 채 깨어났으며, 바닥에서 자신의 옷을 발견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다음 날 낯선 방서 깨어난 여성여성은 사건 다음 날 게티즈버그 병원을 찾아 성폭력 피해 검사를 받았다. 병원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여성의 진술을 확보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관들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프라우티의 DNA 표본을 채취했다. 감정 결과 프라우티의 DNA는 여성의 검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와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현지 매체는 해당 DNA가 제3자의 것일 가능성보다 프라우티에게서 나왔을 가능성이 약 950억 배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감정 결과와 피해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프라우티를 강간과 성폭행 등 여러 혐의로 기소했다. 프라우티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을 당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DNA 일치 뒤 체포…8월 다시 법정에프라우티는 지난 16일 법원에 출석했으며, 보석금 5만 달러를 내고 석방됐다. 다음 심리는 오는 8월 열릴 예정이다. 현재까지 프라우티가 법정에서 유죄 또는 무죄를 공식적으로 주장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변호인을 선임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수사당국은 DNA 감정 결과를 핵심 증거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프라우티의 유무죄는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 [길섶에서] 과일시루 케이크

    [길섶에서] 과일시루 케이크

    과일을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케이크를 시그니처로 내세운 가게들이 부쩍 늘었다. 딸기, 망고에 이어 요즘은 제철 복숭아가 켜켜이 쌓여 있다. 화려한 외관에 이끌려 사 와서 촛불을 붙이고, 단단히 둘러진 플라스틱 고정틀을 풀면 칼이 들어갈 틈이 없다. 과일 사이를 비집다 포기하고 포크로 층층 과일을 퍼먹는 것이 이 케이크의 진짜 재미다. 과일 원가가 만만찮다 보니 크기는 작다. 그래도 촛불 끄고 서너 조각 의무처럼 먹다 냉장고 깊숙이 밀쳐 두던 예전 케이크와 달리 여럿이 디저트 삼아 그 자리에서 맛있게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매력이다. 언젠가 인도 발리우드 영화를 보다 거기서도 해피버스데이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만났다. 1893년 미국 켄터키의 유치원에서 태어난 생일축하 멜로디가 성경보다 넓은 반경으로 지구를 감싼 것이다. 생명이 시작된 날, 초를 켠다는 단순한 의례가 언어와 민족의 장벽을 쉽게 넘어선 듯하다. 이토록 굳건한 형식 안에서도 케이크가 바뀌고 양초의 디자인이 바뀌니 매년 오는 생일파티가 늘 즐거울 수밖에 없다. 홍희경 논설위원
  • “절대 먹지 마!” 7000명 기생충 감염…공포에 휩싸인 美 ‘원인’ 찾았다

    “절대 먹지 마!” 7000명 기생충 감염…공포에 휩싸인 美 ‘원인’ 찾았다

    미국에서 기생충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멕시코산 아이스버그 양상추가 원인 식품으로 지목되면서 대규모 리콜이 진행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대형 농산물 공급업체 테일러팜스가 미국 내 27개 주에서 기생충 오염 가능성이 있는 양상추를 리콜한다. 리콜 대상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멕시코 중부에서 공급해 앨라배마, 아칸소, 코네티컷, 플로리다, 조지아, 아이오와, 일리노이, 인디애나, 캔자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매사추세츠, 메릴랜드, 미시간, 미주리,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뉴저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펜실베이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텍사스, 버지니아, 위스콘신 등에 유통된 채 썬 아이스버그 양상추다. 기생충에 오염된 양상추를 먹게 되면 사이클로스포리아증에 걸려 설사와 식욕 부진,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이 기생충은 대변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미 미국 내에서는 34개 주에서 약 7000건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 테일러팜스는 1995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대형 농산물 유통업체로, 식료품 마트뿐만 아니라 타코벨, 잭 인 더 박스 등 여러 음식점에도 양상추를 공급해왔다. 이 가운데 미시간과 오하이오, 인디애나,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내 타코벨 매장에서 사용한 양상추와 사이클로스포리아증 발병이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코벨은 지난 17일 모든 매장에서 양상추를 없앴고, 잭 인 더 박스도 리콜 대상인 양상추가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에서 유통됐다고 이를 다른 공급처의 식재료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월마트 역시 예방 차원에서 매장 내 양상추 샐러드 제품 4종을 리콜한다고 밝혔다. 월마트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해당 제품을 구매하신 고객께서는 제품을 섭취하지 마시고 폐기하거나 가까운 월마트 매장으로 방문해 전액 환불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테일러팜스의 농산물로 인해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맥도날드에 유통한 양파로 인해 대장균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났고, 2015년에는 코스트코 치킨 샐러드에 사용한 샐러리·양파가 오염 가능성 때문에 리콜됐다.
  • 결혼 첫날밤 女하객 성폭행, 38세 신랑 체포… “DNA 일치” 美경찰 확인

    결혼 첫날밤 女하객 성폭행, 38세 신랑 체포… “DNA 일치” 美경찰 확인

    “아침에 눈떠보니 알몸” 피해 여성 주장 미국에서 30대 신랑이 결혼식 첫날밤 한 가정집에서 여성 하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지역 매체 WHTM 등 보도에 따르면 켄터키주에 거주하는 38세 남성 재커리 프라우티는 이날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A씨는 고소장에서 지난해 10월 16일 사건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날 프라우티의 결혼식에 참석한 A씨는 다른 하객들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의 한 주택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든 후 A씨는 프라우티와 단둘이 소파에 앉아 있게 됐는데, 그가 동의 없이 키스를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가 침실로 들어가자 프라우티가 따라 들어갔고 어느새 A씨는 정신을 잃었다. 또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A씨는 알몸 상태였고 옷은 침실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이 일을 경찰에 신고하고 인근 병원으로 가 성폭행 검사를 받았다. 현지 경찰은 프라우티의 구강에서 DNA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A씨에게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체포됐던 프라우티는 현재 5만 달러(약 745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예비 심리는 다음달 12일에 열릴 예정이다.
  • ‘개방적 연애’ 합의 후 노숙인男과 동거 시작한 여친…끔찍한 최후 맞았다

    ‘개방적 연애’ 합의 후 노숙인男과 동거 시작한 여친…끔찍한 최후 맞았다

    ‘오픈 릴레이션십’(open relationship)에 동의했던 20대 미국 남성이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여자친구와 그의 새로운 연인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카운티 검찰은 미 해군 부사관인 여자친구와 그의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라이언 웨슬리 프로핏(27)을 구속 기소했다. 프로핏은 캘리포니아주의 한 군인 주택 단지 내 자택에서 여자친구인 코트니 챈들러(28)와 니콜라스 맥클루어(27)를 총격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프로핏은 앞서 챈들러와 오픈 릴레이션십에 합의했으나, 챈들러가 노숙인 출신의 맥클루어를 집으로 들여와 함께 생활하자 심한 질투심을 느껴온 것으로 드러났다. ‘폴리아모리’(polyamory·다자간 연애)의 상위 개념에 해당하는 오픈 릴레이션십은 애인이나 배우자가 있으나, 상호 합의에 따라 다른 사람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형태의 관계를 뜻한다. 사건 당일 프로핏은 미리 총기에 총알을 장전해 숨긴 채 두 사람을 찾아가 대치했다. 위협을 느낀 챈들러가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 직후 몸싸움이 벌어졌다. 맥클루어가 프로핏에게 돌진하자 프로핏은 그에게 3발의 총격을 가한 뒤, 이어 챈들러에게도 총구를 돌려 살해했다. 범행 직후 프로핏은 직접 경찰에 전화해 “연인 간의 다툼이 있었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계단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던 그를 체포했다. 숨진 챈들러는 미 해군 소속으로 파견 근무 중이었으며, 오는 24일 29번째 생일을 앞두고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켄터키주 출신의 맥클루어는 자동차 정비 수업을 들으며 자립을 준비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재판에서 프로핏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보석 없는 구금을 명령했다. 샌디에이고 카운티 보안관실은 자세한 범행 경위를 계속 수사 중이다.
  • “곤충학자들이 40년간 틀렸다”…곤충, 3배 많은 2000만 마리 [달콤한 사이언스]

    “곤충학자들이 40년간 틀렸다”…곤충, 3배 많은 2000만 마리 [달콤한 사이언스]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동물로 꼽힌다. 과학자들이 정식으로 이름을 붙이고 다른 사람이 식별할 수 있도록 한 곤충은 120만 종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 곤충 종 수를 600만 종으로 추정했으며 이 수치는 지난 40년 동안 표준으로 통용됐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무리의 실제 규모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두세 배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놀라움을 안긴다. 미국, 캐나다, 대만, 코스타리카, 영국, 태국, 프랑스 7개국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곤충 종(種)에 대해 새로 추정치를 계산한 결과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800만에서 1400만 종이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코네티컷대, 콜로라도대 자연사박물관, 코넬대,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 렉싱턴 벌목 연구소, 켄터키대, 캐나다 겔프대, 국립 곤충 보관소, 대만 국립칭화대 통계연구소,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 연구소, 코스타리카공과대, 영국 플리머스대, 태국 쭐랄롱꼰대, 프랑스 소르본대 생물학자, 통계학자, 곤충학자 등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PNAS’ 6월 30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코스타리카 북서부 ‘과나카스테 보전지역’(ACG)에서 수행된 집중 곤충 채집 데이터를 활용했다. ACG는 16만 9000㏊에 이르는 보호구역으로 해발 300m의 태평양 쪽 저지대 건조림부터 해발 1300m의 중간 고도 운무림을 거쳐 해발 575m의 카리브해 쪽 저지대 열대우림까지 약 100㎞에 걸쳐 다양한 기후대의 환경을 품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ACG에 5년 동안 설치한 15개의 말레이즈 트랩에서 잡은 163만 3855마리의 곤충 표본을 전부 DNA 바코딩했다. DNA 바코딩은 DNA의 짧은 염기서열을 분석해 고유한 종을 판별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핵심 말레이즈 트랩에서 5만 4000종에 가까운 곤충이 확보됐다. 최종 종합한 결과 1414종의 고치벌아과 벌이 확인됐다. 이어 통계 기법을 사용해 ACG에서 탐지된 고치벌아과 벌의 수와 잠재적으로 탐지되지 않은 벌 수 사이의 비율을 도출했다. 이 비율을 전체 곤충인 5만 4000종에 적용한 결과 ACG 내 서식하는 모든 곤충의 실제 추정 종수는 약 33만 3000종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전 세계 곤충 종 수를 추정하기 위해 전 세계 수목 종의 추정치인 약 7만 3000종과 ACG 내 수목 종의 추정치인 1200~1500종 사이의 비율을 구했다. 또 포유류, 양서류, 산누에나방과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율을 계산했다. 이 수목 비율을 ACG의 추정 곤충 수인 33만 3000종에 적용한 결과 전 세계 곤충 종 수의 범위를 최종적으로 1400만~2000만 종으로 추산했다. 최근 여러 보고서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전 세계 곤충이 급격히 폐사하는 ‘곤충 대멸종’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전 세계 곤충 수 추정치는 살아남은 곤충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연구를 이끈 멜리사 구즈만 미국 코넬대 곤충학 교수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종은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곤충 종의 추정치가 알려진 것보다 두세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지구 생물다양성의 규모와 풍부함, 보존을 위한 노력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 트럼프 “미친 사람” 욕하더니 돌변…의회에 135조 요청, 공화당 반응은? [핫이슈]

    트럼프 “미친 사람” 욕하더니 돌변…의회에 135조 요청, 공화당 반응은?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876억 달러(한화 약 135조 원) 규모의 긴급 추가 예산안을 제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이 추가 지출 승인을 요청한 876억 달러 중 상당부분인 671억 달러(약 103조 원)는 국방부 예산이다. 여기에는 이란 전쟁으로 대거 소진된 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 재고 보충 비용 210억 달러(약 32조 원), 군사작전 비용 173억 달러(약 26조 원) 등이 포함됐다. 앞서 국방부 측은 지난달 의회에서 이번 이란 전쟁 비용이 약 290억 달러(약 44조 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는데, 실질적인 비용은 2배에 달하는 셈이다. 해당 예산안은 의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상원에서는 사실상 예산안 도착과 동시에 폐기된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며 상원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으나 상원에서는 필리버스터를 넘기 위해 초당적 지지, 즉 60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란 전쟁에 반대하며 전쟁 자금 지원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미친 사람이네”…공화당에도 화살 돌려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추가 예산안은 민주당뿐 아니라 최근 갈등을 겪는 공화당에서도 지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3일 미 상원은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통과시켰다. 여당인 공화당에서 수전 콜린스(메인)와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랜드 폴(켄터키) 의원 등 4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의원들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캐시디 상원의원을 두고 “미친 사람”(lunatic)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몇몇 사람도 있지만 우리 당은 단결돼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캐시디 의원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전쟁 비용과 목표, 불안정한 평화 협상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쟁 권한 결의안이 비록 상징적 의미일 뿐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표결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공화당 내 지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국방비 증액에도 부정적인 공화당공화당 내에서 제기되는 전쟁 회의론은 미 국방부 예산 증액에도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상원을 통과한 1조 1500억 달러의 예산과 더불어 3500억 달러(약 530조 원)를 추가해 미국 군수산업 기반을 대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특별 투자를 원하고 있다. 해당 금액은 패트리엇 등 방공미사일, SM 계열의 함대공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등 미사일 생산라인 증설과 공장 확대에 활용될 수 있으며, 한국 조선업이 수주를 노리는 조선 및 함정 건조 능력 확충에도 쓰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미국은 국방 예산이 1조 5000억 달러, 한화로 2000조 원이 넘어서며 ‘이천조국’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군사 작전으로 발생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장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의원은 세 번째 예산 조정안 자체가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콜린스 의원 역시 국방 재원을 추가 조정안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미 기존에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가결된 1조 15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수권법(NDAA)도 아직 위원회 단계만 통과했을 뿐 상원 본회의 표결과 상·하원 최종 의결 등이 남아 있다. 더불어 매우 높은 수준의 연방정부 부채까지 고려했을 때 추가 3500억 달러의 편성이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트럼프, 이럴 줄 알았다…‘군사행동 제한’에 공화당 가세, 결국 손절 당한 대통령 [핫이슈]

    트럼프, 이럴 줄 알았다…‘군사행동 제한’에 공화당 가세, 결국 손절 당한 대통령 [핫이슈]

    미국 연방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은 공화당 의원 4명이 가세하면서 10번째 시도 끝에 가까스로 가결됐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은 23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통과시켰다. 여당인 공화당에서 수전 콜린스(메인)와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랜드 폴(켄터키) 의원 등 4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의원들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에서는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표결은 최근 병원에 입원해 표결에 불참한 미치 매코널(켄터키) 의원 등 공화당 의원 2명의 공석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결의안은 1973년 전쟁권한법에 근거한 것으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계속하거나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민주당 주도의 해당 결의안은 9차례나 부결됐지만, 10번째 시도 끝에 간신히 상원 문턱을 넘었다. 결의안의 법적 효력은?이번 표결은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틀어질 경우 재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다만 해당 표결의 실질적 효력을 두고는 논란이 이어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헌법상 선전포고 권한이 의회에 있는 건 맞지만, 본인이 행정부 수반이나 군 통수권자로서 의회 사전 허가 없이도 이란 타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3년 전쟁권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회가 이를 재의결하면서 법이 제정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전쟁권한법의 취지는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법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더불어 전쟁권한법은 법률로서는 유효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헌법 해석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회는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긴급한 군사행동은 헌법이 보장한 고유 권한이라고 맞서는 것이다. 게다가 현지 법을 이용해서 전쟁권한법을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 ‘무력사용승인’ 법안은 9·11 테러 당시 의회가 특정 대상·목적에 대해 군사행동을 허용하기 위해서 만든 법으로, 공식적인 ‘전쟁 선포’ 없이도 전쟁 수행이 가능해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확장시키는 장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1기 때인 2020년 이란 군부 핵심 인물이었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할 때 이 무력사용승인 법을 이용한 적이 있는 만큼, 의회의 이번 표결을 우회할 카드를 이미 손에 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효력 약해도 의미는 있는 이유그럼에도 이번 가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을 둘러싼 우려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 국민보다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섰다”며 “트럼프의 역사적 실책에 대한 대가를 미국인들이 치렀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표결로 상원 내 부정적 여론이 확인되면서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800억 달러 규모의 전쟁 관련 예산 확보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의회의 입장을 반영해 대이란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공화당 의원 일부가 결의안에 찬성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이들의 행동이 이란과의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화당 소속 패배자 4명이 민주당과 함께 투표했다”면서 “그들이 내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무엇이든 항상 해내니까!”라고 적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의식해 휴전 국면을 유지하며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최종 합의를 위한 후속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 ‘트럼프 픽’ 후보, 중간선거 경선 승리…공화당 ‘승리’로 이어질까 [워싱턴NOW]

    ‘트럼프 픽’ 후보, 중간선거 경선 승리…공화당 ‘승리’로 이어질까 [워싱턴NOW]

    트럼프, 텍사스에서 현역 4선 떨어뜨리며 영향력 당선 후보 경쟁력 의문으로 텍사스 ‘경합주’ 분류 미국에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5개월가량 앞두고 각지에서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한창 열리고 있습니다. 공화당 경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잇따라 선출돼 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미국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작은 승리’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그가 지지해 선출된 후보가 정작 본선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텍사스주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경선은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역 4선인 존 코닌 의원 대신 켄 팩스턴 주 법무장관을 지지했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강경 보수 성향인 팩스턴 장관을 밀자 그대로 따랐습니다. 팩스턴 장관은 이날 경선에서 63.8%의 득표율로 코닌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본선 티켓’을 따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팩스턴 장관을 지지한 건 무리수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팩스턴 장관이 직권 남용, 뇌물 수수, 혼외정사 등 여러 스캔들을 몰고 다닌 논란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코닌 의원은 무려 24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며 텍사스에서 확고한 정치적 위상을 가진 인사입니다. 공화당 지도부도 코닌 의원을 지지했었습니다. 이에 미국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전통 텃밭인 텍사스를 경합주로 분류했습니다. 팩스턴 장관의 경쟁력이 약해 민주당 후보에 패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특히 민주당 후보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른일곱살의 젊은 정치인 제임스 탈라리코 주 하원의원인데, 진보 성향이면서도 기독교 신앙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텍사스 보수층 유권자 사이에서 호감을 얻고 있습니다. 만약 팩스턴 장관이 탈라리코 의원에게 패한다면 공화당은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텍사스는 민주당 후보가 연방 상원 선거에서 승리한 게 1988년이 마지막이었을 정도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기 떼문입니다. 공화당은 현재 100석의 연방 상원 의석 중 53석을 차지해 다수당 지위를 갖고 있는데, 텍사스를 내줄 경우 자칫 판세가 깨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킴벌리 스트라셀은 “팩스턴 장관이 패할 경우 텍사스는 민주당에 상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주는 도미노가 될 수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재선 현역인 빌 캐시디 상원의원 대신 다른 후보를 지지해 그를 경선에서 떨어뜨렸습니다. 켄터키주 연방 하원의원 경선에서도 자신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현역 토머스 매시 의원을 낙선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외형상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당내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낙인찍기’로 쫓겨나게 된 이들 의원이 남은 임기 동안 그의 정책에 반대하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공화당의 승리로 연결될 수 있을지, ‘승자의 저주’가 될지는 오는 11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제뉴스의 중심에는 늘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일까요. 특히 한국에게 중요한 미국 뉴스는 무엇이 있을까요. 워싱턴 현지에서 느낀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좀더 알기 쉽게 미국을 풀어드립니다.
  • 한국전쟁 포화 뚫은 영웅, 한미 우호의 영원한 상징… ‘레클리스’ 전설 계속된다

    한국전쟁 포화 뚫은 영웅, 한미 우호의 영원한 상징… ‘레클리스’ 전설 계속된다

    작고 탄탄한 체구 美 해병대와 인연격전지서 하루에 5t 넘는 탄약 운반부상당한 해병들 후방 이송하기도 뛰어난 공적 인정받아 하사로 진급휴전 뒤 美 건너가 제엽염 앓다 숨져‘100대 영웅’ 선정… 美 곳곳에 동상 “작은 체구였지만 모든 기대를 뛰어넘었다. 레클리스는 진정한 해병이었다.” 지난 12일 밸러리 A 잭슨 주한미해병대 사령관이 렛츠런파크 제주를 찾아 군마 레클리스(Reckless·1948~1968) 동상에 헌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문은 6·25 전쟁 당시 미 해병대 제5연대 소속으로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대원의 생명을 구한 제주마의 후손 레클리스의 헌신을 기리고 한미 동맹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한라마 출신으로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해 기여한 레클리스는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렛츠런파크 제주는 레클리스를 중심으로 말 문화를 통한 국제적 우호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7년 미국 시사주간지 ‘라이프’는 특별판 ‘우리의 영웅들을 기리며’를 통해 미국을 빛낸 100인의 영웅을 선정했다. 명단에는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테레사 수녀, 배우 존 웨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낯선 이름이 있었다. 바로 ‘레클리스’. 대통령도, 장군도, 정치인도 아닌 작은 적갈색 암말 한 마리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으로 떠오른 군마였다. 레클리스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라마’였다. 어미는 제주마였고, 아비는 서러브레드 혈통으로 추정된다. 이런 혼혈마를 한국에서는 ‘한라마’로 불렀다. 레클리스는 바위가 많은 화산섬 제주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고 단단한 체구를 갖춘 제주마의 강인함과 경주용으로 개량된 서러브레드의 날렵함을 두루 갖췄다. 제주마의 피가 흐르는 레클리스는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태어났다. 그대로였다면 경주마의 삶을 살았을 터였으나 1952년 10월 전환점을 맞는다. 주인이던 한국 청년 김혁문이 지뢰 사고로 다리를 잃은 누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레클리스를 250달러를 받고 미 해병대로 보낸 것이다. 250달러는 당시 해병대 중위 한 달 월급에 맞먹는 액수였다. 레클리스는 새 가족이 된 해병대원들과 깊은 유대감을 나누며 그들을 위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해냈다. 벙커로 달려가 포격을 피하는 법부터 통신선과 철조망 옆으로 비켜가는 요령까지 빠르게 습득했고 보급 지점에서부터 위험한 산악 지대를 거쳐 최전선 포대까지 대전차화기인 75㎜ 무반동총의 탄약을 나르는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해병대원들은 그런 레클리스를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말’로 칭송하며 존경했다. 레클리스의 이름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레클리스는 특히 1953년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경기 연천에서 있었던 네바다 전초 전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연천은 6·25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레클리스는 27일 하루에만 죽음의 고지를 총 51회에 걸쳐 오가며 약 56㎞를 달렸다. 한 번에 8발 안팎으로 전체 무게가 88㎏에 달하는 무반동총의 탄약을 짊어지고서다. 그렇게 하루 5t이 넘는 탄약을 운반했다. 때로는 부상당한 해병들을 후방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자신도 두 차례 다쳤다. 한 번은 왼쪽 눈 위에, 또 한 번은 왼쪽 옆구리에 파편상을 당했다. 하지만 약간의 치료와 휴식 후 곧바로 임무에 복귀했다. 이런 용기와 헌신으로 레클리스는 두 번씩이나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특히 1954년 3월 31일에는 뛰어난 공적을 인정받아 병장에서 하사로 진급했다. 이는 미군 역사상 동물로서는 최초의 공식적인 계급 승진이었다. 이듬해 4월 미 해병대 제5연대 제2대대 앤드루 기어 중령이 당시 주간지였던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네바다 전초 전투 당시 레클리스의 활약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네바다 전초 전투는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어 중령은 “전쟁에서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끔찍한 대포 사격과 폭격이 펼쳐졌으며 분당 500발의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빗발쳤다”고 기록했다. 바로 그 순간, 작은 체구의 한라마 한 마리가 묵직한 탄약통을 등에 실은 채 홀로 능선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클리스는 폭격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거친 화산섬의 바람과 돌밭을 견뎌온 제주마의 강인함 그대로였다. 휴전 뒤 미군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말년에 제엽염으로 고통받다가 1968년 5월 20세에 캘리포니아주 펜들턴 기지 마구간 사무실 뒤편에 무덤 표시도 없이 묻혔다. 해병대 제1사단협회는 1971년 11월 마구간 정문에 석조기념비를 헌정했다. 100대 영웅으로 선정된 뒤 2013년 버지니아주 국립해병대박물관을 시작으로 2016년 펜들턴 기지, 2018년 켄터키 말 공원, 2019년 국립 카우걸 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과 베링턴 힐스 농장, 2020년 플로리다주 세계승마협회 등 미국 곳곳에 레클리스의 동상이 연이어 세워졌다. 펜들턴 기지 동상 앞에는 언제나 신선한 당근이 놓여 있다고 한다. 2016년 레클리스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연천군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동상이 건립됐다. 그리고 2024년 10월 레클리스의 뿌리인 제주에도 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70여 년의 긴 여정을 마친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온 듯했다. 당시 제막식에서 오영훈 지사는 두려움 없는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레클리스에 대해 “한국전쟁과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역사를 함께 쓴 자랑스러운 한라마 레클리스를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다”며 “이곳에 레클리스 동상을 세운 것은 단순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 국가들의 헌신, 한미 동맹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반대파 매시, 공화당 경선서 낙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공화당의 대표적인 소장파 의원을 중간선거 당내 경선에서 낙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이란 전쟁 여파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지만 공화당 장악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제4선거구에서 치러진 공화당 중간선거 당내 후보 경선에서 현역 연방 하원의원인 토머스 매시 의원은 45.1%의 득표율에 그쳐 에드 갤레인(54.9%) 후보에게 패했다. 이에 따라 8선의 매시 의원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매시 의원은 그간 대이란 전쟁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트루스소셜에 “켄터키 주민 여러분, 이 패배자(매시 의원)를 정치판에서 몰아내십시오”라는 저격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경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성격을 띠고 있어 미국 전역에서 주목받았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시 의원의 재선을 막기 위한 광고비 지출이 3200만 달러(480억원)에 달해 하원의원 경선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로 친이스라엘 단체가 매시 의원에 반대하는 광고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공화당 경선 유권자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반대자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 포화 속 한국전쟁의 영웅… 70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레클리스’의 전설은 계속된다

    포화 속 한국전쟁의 영웅… 70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레클리스’의 전설은 계속된다

    “작은 체구였지만 모든 기대를 뛰어넘었다. 레클리스는 진정한 해병이었다.” 지난 12일 밸러리 A 잭슨 주한미해병대 사령관이 렛츠런파크 제주를 찾아 군마 레클리스(Reckless··1948~1968) 동상에 헌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문은 6·25 전쟁 당시 미 해병대 제5연대 소속으로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대원의 생명을 구한 제주마의 후손 레클리스의 헌신을 기리고 한미 동맹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한라마 출신으로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해 기여한 레클리스는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렛츠런파크 제주는 레클리스를 중심으로 말 문화를 통한 국제적 우호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7년 미국 시사주간지 ‘라이프’는 특별판 ‘우리의 영웅들을 기리며’를 통해 미국을 빛낸 100인의 영웅을 선정했다. 명단에는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테레사 수녀, 배우 존 웨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낯선 이름이 있었다. 바로 ‘레클리스’. 대통령도, 장군도, 정치인도 아닌 작은 적갈색 암말 한 마리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으로 떠오른 군마였다. 레클리스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라마’였다. 어미는 제주마였고, 아비는 서러브레드 혈통으로 추정된다. 이런 혼혈마를 한국에서는 ‘한라마’로 불렀다. 레클리스는 바위가 많은 화산섬 제주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고 단단한 체구를 갖춘 제주마의 강인함과 경주용으로 개량된 서러브레드의 날렵함을 두루 갖췄다. #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말…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연천 네바다 전투서 맹활약제주마의 피가 흐르는 레클리스는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태어났다. 그대로였다면 경주마의 삶을 살았을 터였으나 1952년 10월 전환점을 맞는다. 주인이던 한국 청년 김혁문이 지뢰 사고로 다리를 잃은 누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레클리스를 250달러를 받고 미 해병대로 보낸 것이다. 250달러는 당시 해병대 중위 한 달 월급에 맞먹는 액수였다. 레클리스는 새 가족이 된 해병대원들과 깊은 유대감을 나누며 그들을 위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해냈다. 벙커로 달려가 포격을 피하는 법부터 통신선과 철조망 옆으로 비켜가는 요령까지 빠르게 습득했고 보급 지점에서부터 위험한 산악 지대를 거쳐 최전선 포대까지 대전차화기인 75㎜ 무반동총의 탄약을 나르는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해병대원들은 그런 레클리스를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말’로 칭송하며 존경했다. 레클리스의 이름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레클리스는 특히 1953년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경기 연천에서 있었던 네바다 전초 전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연천은 6·25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레클리스는 27일 하루에만 죽음의 고지를 총 51회에 걸쳐 오가며 약 56㎞를 달렸다. 한 번에 8발 안팎으로 전체 무게가 88㎏에 달하는 무반동총의 탄약을 짊어지고서다. 그렇게 하루 5t이 넘는 탄약을 운반했다. 때로는 부상당한 해병들을 후방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자신도 두 차례 다쳤다. 한 번은 왼쪽 눈 위에, 또 한 번은 왼쪽 옆구리에 파편상을 당했다. 하지만 약간의 치료와 휴식 후 곧바로 임무에 복귀했다. 이런 용기와 헌신으로 레클리스는 두 번씩이나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특히 1954년 3월 31일에는 뛰어난 공적을 인정받아 병장에서 하사로 진급했다. 이는 미군 역사상 동물로서는 최초의 공식적인 계급 승진이었다.이듬해 4월 미 해병대 제5연대 제2대대 앤드루 기어 중령이 당시 주간지였던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네바다 전초 전투 당시 레클리스의 활약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네바다 전초 전투는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어 중령은 “전쟁에서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끔찍한 대포 사격과 폭격이 펼쳐졌으며 분당 500발의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빗발쳤다”고 기록했다.바로 그 순간, 작은 체구의 한라마 한 마리가 묵직한 탄약통을 등에 실은 채 홀로 능선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클리스는 폭격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거친 화산섬의 바람과 돌밭을 견뎌온 제주마의 강인함 그대로였다. # 하루 56㎞ 이동, 죽음의 고지 51번 왕복, 88㎏의 탄약통 지고 총 5t의 탄약 운반휴전 뒤 미군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말년에 제엽염으로 고통받다가 1968년 5월 20세에 캘리포니아주 펜들턴 기지 마구간 사무실 뒤편에 무덤 표시도 없이 묻혔다. 해병대 제1사단협회는 1971년 11월 마구간 정문에 석조기념비를 헌정했다. 100대 영웅으로 선정된 뒤 2013년 버지니아주 국립해병대박물관을 시작으로 2016년 펜들턴 기지, 2018년 켄터키 말 공원, 2019년 국립 카우걸 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과 베링턴 힐스 농장, 2020년 플로리다주 세계승마협회 등 미국 곳곳에 레클리스의 동상이 연이어 세워졌다. 펜들턴 기지 동상 앞에는 언제나 신선한 당근이 놓여 있다고 한다. #7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 오영훈 지사 “한미동맹 기억하기 위해 레클리스 동상 세워”2016년 레클리스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연천군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동상이 건립됐다. 그리고 2024년 10월 레클리스의 뿌리인 제주에도 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70여 년의 긴 여정을 마친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온 듯했다.당시 제막식에서 오영훈 지사는 두려움 없는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레클리스에 대해 “한국전쟁과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역사를 함께 쓴 자랑스러운 한라마 레클리스를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다”며 “이곳에 레클리스 동상을 세운 것은 단순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 국가들의 헌신, 한미 동맹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공화당 장악력 건재 확인…‘반트럼프’ 대표 인사 경선 낙마

    트럼프 공화당 장악력 건재 확인…‘반트럼프’ 대표 인사 경선 낙마

    켄터키주 경선서 현역 소장파 매시 의원 패배 NYT “공화당 유권자 여전히 트럼프에 충성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공화당의 대표적인 소장파 의원을 중간선거 당내 경선에서 낙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이란 전쟁 여파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지만 공화당 장악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제4선거구에서 치러진 공화당 중간선거 당내 후보 경선에서 현역 연방 하원의원인 토머스 매시 의원은 45.1%의 득표율에 그쳐 에드 갤레인(54.9%) 후보에게 패했다. 이에 따라 8선의 매시 의원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매시 의원은 그간 대이란 전쟁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공화당 최악의 의원’이라고 비난했고, 이번 경선에서 갤레인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17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선 “켄터키 주민 여러분, 이 패배자(매시 의원)를 정치판에서 몰아내십시오”라는 저격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경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성격을 띠고 있어 미국 전역에서 주목받았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시 의원의 재선을 막기 위한 광고비 지출이 3200만 달러(480억원)에 달해 하원의원 경선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로 친이스라엘 단체가 매시 의원에 반대하는 광고를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란과의 전쟁 중임에도 지난 18일 켄터키주를 찾아 군 경력이 있는 갤레인 후보를 지지하는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갤레인 후보는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루이지애나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도 자신의 당내 영향력을 확인한 바 있다. 그가 ‘배신자’로 낙인찍은 재선의 빌 캐시디 상원의원이 ‘현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3위에 그쳐 결선투표조차 진출하지 못하고 낙마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공화당 경선 유권자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반대자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한 편의 영화 같은 봄날‘파반느’ 스크린에 비친 도시고가 아래 이화달팽이길가로등 불빛 아래 나눈 진심용기와 희망을 품은 동네한 줄의 사랑 담은 책방방산종합상가 A동 132호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곳그래서, 그곳 이름이 ‘그래서’“사람들이 말하는 꿈같은 일이란 실은 별다른 일이 아니야. … 그냥 살아가듯이 그냥 사랑하는 거야. 기적 같은 사랑이란 그런 거라구. 보잘것없는 인간이 보잘것없는 인간과 더불어…누구에게 보이지도, 보여줄 수도 없는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는 거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中 외롭고 막막하여 단단한 벽, 자꾸만 세상의 바깥으로 떠미는 원심의 힘. 이데올로기가 된 외모와 그마저 수정 가능한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설 속 요한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구심은 사랑을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향한 맹목의 사랑은 애당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므로. 거친 숨을 내쉬며 낙산의 계단을 오르다가, 가쁜 숨들이 오가는 시장을 거닐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나를 닮은 그들이 있다. ●사뿐사뿐 이화동 영화 ‘파반느’를 보고 원작 소설을 다시 꺼내 읽는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는 못생긴 ‘그녀’, 상처를 가진 ‘나’ 그리고 요한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박민규 작가는 “아주 못생겼어도 나를 사랑했겠느냐”라는 아내의 질문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품 안에 못생긴 상처 하나씩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 그녀를 연기한 고아성 배우의 말을 빌리면,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세상의 묵시와 그러므로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의 이면에는 우리 각자의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이 있다. 영화 ‘파반느’는 영상에 익숙한 오늘의 세대와 같이 도시 속을 거닐며 그 상상을 조금 더 익숙한 언어로 풀어놓는다. 소설 속 그 무대는 1980년대의 서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도시가 정확히 어디인지,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많은 장면을 서울에서 촬영했다. 이종필 감독은 오늘의 서울에서 용기와 희망이 되는 장소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다. 이화동, 방산시장, 신촌의 창전동 골목, 주인공들이 배드민턴을 치던 연희동 궁동공원, 신수동 도프레코드 같은 쌈지의 장소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서울의 동네다. 그래서 영화가 그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도시는 노란색 조명처럼 따뜻하다. 그 가운데 이화동은 나(영화 속 경록)와 그녀(영화 속 미정)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으로 인해, 가장 밝게 빛난다. 영화 속 미정의 집은 이화달팽이길 위쪽 골목이다. 이화달팽이길은 그 모양이 달팽이 집 문양과 비슷해 달팽이길이다. 높은 옹벽을 마주한 채 다리 아래에서 위로 나선을 그리며 오른다. 경록과 미정이 가로등 불빛 아래, 봄 햇살 같은 진심을 주고받던 장소는 이화달팽이길 위쪽의 충신4나길과 낙산성곽서길 사이 콘크리트 계단 앞이다. 그리고 다음 날, 미정은 나비처럼 손끝을 팔랑거리며 이화동 계단을 경쾌하게 내려온다. 찬란한 하루의 시작, 그때 미정은 처음으로 고개를 든 채 걷는다. ●한양도성 그리고 고궁을 걷는 길 미정의 집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낙산성곽서길이다. 서울 한양도성 가운데 비교적 걷기가 편하고 전망이 빼어나며 쉼터가 많은 구간이다. 영화가 담지 못한 장면의 바깥에서, 미정과 경록은 한양도성을 동무 삼아 낙산 정상과 한양도성박물관 사이를 반복해 오래 걷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으며 내 사는 도시의 전경을 곁에 두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은, 막 사랑에 빠진 이들이 서로를 곁눈질하고 발을 맞추기에 알맞다. 또 해 질 녘에는 서로의 수줍은 마음을 붉게 물든 노을 속에 숨길 수 있다.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래서 서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의 연인들은 낙산 정상에서 곧장 창신동 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낙산5길의 채석장전망대 카페 낙타는 옛 채석장 산기슭에 기댄 ‘十’자 모양의 건물이다. 카페 낙타의 ‘一’자에 해당하는 내부에서는 창신동과 숭인동 군락과 동망봉이 보인다. 동망봉(東望峰)은 슬픈 역사가 깃든 장소다. 그 이름은 동쪽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동쪽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도 나오는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가리킨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82세까지 동망봉 정업원(청룡사)에서 지내며 단종을 그리워했다. 동망봉 반대편은 옛 한양의 압도적인 풍경이 금세 그 쓸쓸함을 지운다. 성곽을 곁에 두고 걷기에는 이화동 낙산성곽서길이 좋지만 한양도성을 포함한 전망은 한양도성 일대보다 낙산5길이 낫다. 한양도성과 남산 위 N서울타워와 시가지 전경은 들뜬 마음을 한껏 더 부풀게 한다. 그래서 주변의 카페나 식당은 하나같이 그 전망을 품고 있다. 옥상 전망대, 테라스의 난간, 실내의 통창, 주택을 개조한 자그마한 방 등 형태가 다양해 선호대로 택할 수 있다. 영화 ‘파반느’가 이화동에서 사랑을 시작했다면,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택한 장소는 고궁이다. ‘가고 싶은 곳 없어요?’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얼마간 머뭇거리다 ‘고궁’이라고 답한다. ‘어느 한가한 도서관을 열 배는 확장’시켜 놓은 옛 궁궐을, 두 사람은 자주 찾는다. 그때 고궁을 걷는 그녀의 마음은 사랑에 대한 믿음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 왕녀와 시녀 중 어느 쪽에 속했을까. 소설에 고궁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고궁을 나와서는 화랑에 들렀고 드립 커피를 마셨다고만 쓰여 있다. 궁궐을 따라 걷는 코스는 정동길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사간동 일대가 운치 있다. 그러나 소설의 두 사람에게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창덕궁 서쪽 원서동이 적당하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원서동빨래터까지 700m 남짓한 거리는 북촌에서도 가장 고즈넉한 골목이다. 곧 창덕궁 후원의 숲과 맞닿아 푸르고 길이 끝날 즈음에는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이 반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이 40여 년간 머문 옛집에는, 고희동 화백과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군방자재(群芳自在)’는 고희동 외 일곱 명의 작가가 같이 그린 작품이다. 매화와 국화와 수선화가 계절과 무관하게 한데 피어 있어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한다. 봄날에는 창덕궁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궁의 봄은 어디든 아름답지만 봄꽃으로만 치자면 단연 창덕궁이다. 특히 성정각 담을 낀 후원의 입구는 매화의 천국이다. 겹겹이 붉은 자시문 앞 만첩홍매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낙선재 쪽으로 가지를 드리운 수양벚나무는 이르지만 여느 꽃들은 3월 하순이면 활짝 피어난다. 그즈음 성정각 안쪽에서는 담 위로 높게 자란 살구꽃이 곱다. ●그래서 책방, 방산시장의 숨은 발견 영화와 소설에는 세 사람이 근무하는 백화점 ‘유토피아’와, 멀지 않은 단골 술집 ‘켄터키HOPE’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유토피아를 나와서 희망(HOPE)을 찾아가는 길로 방산종합시장을 택한다. 어느 날 경록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비를 상대하는 게 쉽다는 미정 쪽으로 제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기울이며 걷는다. 그 또한 방산종합시장 동남쪽 오거리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방산종합시장은 6·25 전쟁을 전후해 미군의 식료품이 거래되는 ‘양키시장’이었으나 1976년 옛 방산국민학교 터에 시장이 개설되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류와 인쇄, 포장 재료가 주를 이루고 판촉물 가게가 여럿이다. 다른 존재를 빛나게 하는, 주연보다 조연들의 시장인 셈이다. 이종필 감독이 방산시장을 택한 건 그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 그리고 시장 안에는 정말 그런 장소가 숨어 있다. 박민규 작가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요한의 입을 빌려 “인간은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 같은 존재”라고 썼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고 서로를 발견해야 한다고. 방산종합상가 A동 2층 132호에 있는 책방 ‘그래서’는 방산시장의 발견이다. 상가는 무뚝뚝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라벨, 인쇄, 포장 자재를 다루는 사무실과 작업실이 마주한다. 그 틈에 뿌리내려 7년을 살아낸 책방은 낯설어 진귀하다. 이현행, 오주현 씨는 책방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만 묻는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래서, 책방의 이름이 ‘그래서’다. 작고 사소한 존재들을 응원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책방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하는 쇼룸과, 워크숍이 이뤄지는 워크룸까지 포함한다. 때로는 방산시장에서 남은 자투리 종이처럼, 쓸모를 다한 것들을 지역 예술가와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이는 전시로, 워크숍으로 그리고 다시 기록으로 남겨져 순환한다. 그렇게 책방과 연을 맺은 작가들이 방산시장 안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연대한다. 아직은 대여섯 곳에 불과하지만 첫 프로젝트로 6월 서울국제도서전 기간에 맞춰 ‘서울자체도서전’을 열 계획이다. ●두릅과 귀여운 할머니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좋은 여름)’를 쓴 하정 작가의 여름맨션(A동 3층 78호)도 그중 한 곳이다. 작가의 작업실이지만 책이나 굿즈를 파는 곳이기도 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는 작가가 여행 중에 덴마크 모녀를 만나 빚은 추억의 기록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삶을 밝히는 이야기라 좋다. 그렇게 방산시장을 오가다 보면 간판 하나, 상자 하나, 라벨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작은 것들의 반짝임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주인공 그녀는 스스로를 오래전 “마음속에서... 얼굴을 도려낸 여자”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는 한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동물”이다. 그녀 또한 사랑을 추억하므로 소설의 바깥에서 귀여운 할머니로 늙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방산시장을 나와서는 ‘희망’으로 옮겨간다. 퇴계로 방면으로 10여 분 거리에는 두릅이라는 술집이 있다. 영화 ‘파반느’에서 세 사람의 단골 술집 켄터키HOPE의 외관이 두릅을 빌려왔다. 켄터키HOPE의 간판이 빛나던 자리에는 다시 두릅의 한자인 ‘吻頭(문두)’가 걸려 있다. 김도현 씨는 작은 선술집을 내고 싶어 주류 도매업체와 기획사에서 일하며 두릅을 준비했다. 두릅 하면 자연스레 나물이 떠오르는데 실은 이유 없이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로마자 표기는 Dureup에서 ‘eu’(이유)가 없는 Durp다. 영화 ‘파반느’에서는 호프(HOP)에 ‘E’가 붙어 희망(HOPE)이 되었던가. 자신의 가게에 ‘세월이 묻는 게 좋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파반느’의 두 주인공이 즐겨 찾기에는 힙(hip)한 술집이기는 하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이란 대통령 “종전 조건은 배상금·재침략 방지 보장”

    이란 대통령 “종전 조건은 배상금·재침략 방지 보장”

    중동 전쟁이 발발 2주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이란이 처음으로 종전 조건을 꺼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처음 나온 종전 제안이다. 이란은 침략 재발 방지와 배상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황이 협상 국면으로 넘어갈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엑스(X)에 “시온주의자 정권과 미국에 의해 촉발된 이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며 공격 행위 재발을 막을 확고한 국제적 보장을 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란 지도부가 종전 조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언급한 ‘정당한 권리’는 핵 프로그램 개발 권리를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해석된다. 특히 배상금 지급 요구는 처음 나온 주장으로 전쟁 피해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묻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란 지도부 인사 가운데 전쟁에 비교적 유화적인 발언을 해 온 온건파로 분류된다.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중재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전쟁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격할 표적이 거의 남지 않았고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며 “내가 끝내기를 원하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켄터키주 히브런을 찾아 연설하면서도 “우리가 이겼다. 전쟁은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과 여론에서 제기되는 전쟁 장기화 우려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통해 출구 전략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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