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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fD 재이주는 인종청소”… 극우 견제 나선 메르츠 독일총리

    “AfD 재이주는 인종청소”… 극우 견제 나선 메르츠 독일총리

    반이민 정책·친러 성향 등 비판AfD “당신 시대는 끝” 즉각 야유극우 축하한 트럼프… 통화 취소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동부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과 선거 후 처음으로 충돌했다. 메르츠 총리는 AfD에 축하메시지를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까지 취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이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AfD의 핵심 공약인 ‘재이주’ 정책을 ‘인종청소’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6일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에서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연합(CDU)이 AfD에 제1당 자리를 내준 뒤 양측이 처음으로 마주한 자리였다. 메르츠 총리는 “재이주라는 용어는 출신과 피부색에 근거한 인종 청소의 동의어일 뿐”이라며 “독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주 노동자)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면, 요양원도 병원도 식당도 단 한 곳도 제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fD의 재이주 정책에는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민의 추방 절차를 가속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메르츠 총리는 또 AfD의 친러시아 성향도 비판했다. 최근 자국 내 공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는데도 AfD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AfD 의원들은 메르츠 총리가 연설하는 내내 고성과 야유를 보냈다. 앞서 연설한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메르츠 총리를 향해 “당신의 시대는 끝났다. 국민은 정책 변화를 원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AfD의 선거 승리를 공개적으로 축하하자 9·11 테러 25주년을 앞두고 예정돼 있던 전화 통화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의회 선거 당일 트루스소셜에 AfD의 선거 승리 결과를 올린 데 이어 전날엔 ‘MAGG’라는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극우 띄우기’에 나섰다.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인 MGGA는 자신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독일식으로 변형한 것이다.
  • 극우 띄웠다가 ‘퇴짜’?…트럼프, 독일 총리와 예정된 통화도 불발 [핫이슈]

    극우 띄웠다가 ‘퇴짜’?…트럼프, 독일 총리와 예정된 통화도 불발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극우 정당의 선거 승리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직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예정됐던 전화 통화가 미뤄지면서 양국 정상 간 미묘한 기류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독일 정부는 트럼프의 발언과 통화 연기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 측은 이날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연기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단순한 일정 충돌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해, 트럼프의 AfD 지지 발언 직후 통화가 무산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통화가 미뤄지기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의 작센안할트주 선거 승리를 크게 반겼다. 그는 AfD가 “정말 엄청난 밤을 보냈다”고 평가하면서 독일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고, 글 말미에는 자신의 대표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독일식으로 바꾼 듯한 “MGGA”라는 표현까지 붙였다. AfD는 이번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약 44%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반이민과 친러시아 성향을 앞세운 AfD가 독일 주 단위 선거에서 거둔 역사적인 승리로,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에는 큰 타격이 됐다. “외국 지도자의 내정 언급 용납 못 해”…독일 정부 불쾌감 메르츠 총리 대변인 슈테판 코르넬리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외국 지도자가 독일 국내 정치, 특히 선거에 개입하거나 이를 평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독일 정부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메르츠 총리의 통화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통화 연기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도적인 ‘퇴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AfD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 차는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AfD의 약진을 독일 국민이 기존 이민 정책에 반기를 든 결과로 해석하며 공개적으로 축하한 반면, 메르츠 총리는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메르츠는 AfD에 “인종청소 정책”…트럼프와 정반대 메르츠 총리는 9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AfD가 추진하는 이른바 ‘재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실상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AfD는 불법 체류자 등에 대한 대규모 추방을 강조하고 있지만, 메르츠 총리는 이런 정책이 독일 사회와 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fD의 선거 승리를 치켜세우며 독일의 이민 정책을 문제 삼았다. 미국 대통령이 독일 국내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지지를 나타내자 독일 정치권에서는 내정 개입이라는 반발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AfD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띄운 직후 메르츠 총리와의 예정된 통화까지 미뤄지면서 미국과 독일 정상 간 정치적 온도 차도 한층 선명해졌다. 다만 통화 연기의 구체적인 배경은 공개되지 않아 실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 해외 도피 우크라 남성에 ‘징집영장’ 날아오나…獨 외무 “정보 제공하겠다” [핫이슈]

    해외 도피 우크라 남성에 ‘징집영장’ 날아오나…獨 외무 “정보 제공하겠다” [핫이슈]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 방공 시스템 지원에 나선 독일이 이번에는 피난민들의 군 징집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언론은 9일(현지시간) 독일 외무장관이 독일에 거주하는 군 복무 가능 연령 우크라이나 남성들의 귀국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최근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가 여기에 살고, 누가 사회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키이우는 이러한 기록을 이용해 징집 대상이 될 수 있는 남성들에게 연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해당 남성들의 귀국은 강압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추방하거나 체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이 보유한 정보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공해 징집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유럽 각국으로 대피한 피난민 수는 5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유럽연합(EU) 회원국 내에서 ‘임시 보호 지위’를 인정받아 체류 중인 수는 약 441만 명이다. 이 중 독일에 가장 많은 약 133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다음이 폴란드(96만 명)로, 군대에 갈 수 있는 성인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으로 추산된다. 바데풀 외무장관과 비슷한 발언은 폴란드 정부에서도 나왔다. 지난 7월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투 능력이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 청년은 조국에 가 복무해야 한다”면서 “징집 연령대의 청년들이 해외에 머무를 정당한 명분은 없다”고 일갈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군 징집에 힘써왔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22~60세 남성은 출국이 금지돼 있으며, 25~60세 남성은 징집 대상이다. 특히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18~22세 청년에 한해 출입국 제한을 전격 해제했다. 대학 교육, 일자리 등을 위해 청년들이 합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여 사회적 분열을 막고 미래 세대를 보호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해제 직후 불과 몇 달 만에 약 9만 6000명의 남성이 국경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PAC-2) 요격 미사일을 긴급 추가 지원하겠다”면서 “지원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면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달라”며 서방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또한 독일은 패트리엇 미사일 외에도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IRIS-T 방공 시스템 등도 함께 패키지로 묶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 [특파원 칼럼] 누가 한국인인가

    [특파원 칼럼] 누가 한국인인가

    ‘누가 미국인인가.’ 미국에서 요즘 가장 핫한 논쟁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기 취임과 동시에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논쟁이 불붙었다. 불법체류자나 일시적으로 미국에 머무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14조가 150년 넘게 보장해 온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인’이란 대원칙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미 사법부의 판단은 이미 명확하게 나왔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원정출산’ 등을 겨냥한 새로운 행정명령을 내놓으며 다시 출생시민권 범위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달 초 메릴랜드 연방지법으로부터 대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조치라며 효력을 정지당했다. 출생시민권 논쟁의 뿌리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탄생 및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 애초 출생시민권은 남북전쟁 이후 흑인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이민자와 자녀를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장치가 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은 철도를 놓고 공장을 돌리며 세계 최강대국의 토대를 닦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일부 이민자들의 일탈,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이들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 출산을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외국인 사례를 내세우며 출생시민권이 본래 취지와 달리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뿐만 아니라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과 특정 국가 국민의 입국·비자 발급 제한, 취업비자 문턱 강화 등 반이민 정책의 고삐를 한층 조이고 있다. 다민족·이민국가의 상징인 미국이 빗장을 걸고 있는 반면, 오랫동안 단일민족 정체성을 강조해 온 한국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와 지역소멸에 직면한 한국은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틀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며 취업하는 외국인에게는 장기 체류의 길을 열어 주고,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비자 제도를 개편했다. 과거에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을 ‘잠시 데려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필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속도만큼 마음까지 열고 있을까.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려 하자 일부 주민들은 ‘테러범도 함께 들어올 것’이라며 거센 반대 시위를 벌였다.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공산당을 비판하며 시작된 반중 집회는 점차 중국인 자체를 겨냥한 혐오 표현으로 얼룩졌다. 150년 넘게 지켜온 시민권의 경계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미국을 보면서 한국도 이제 우리 사회의 경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누가 한국인인가.’ 임주형 워싱턴 특파원
  • 트럼프, ‘현대차 로봇개’로 이민자 단속?…“지옥서 나온 괴물” 우려 [핫이슈]

    트럼프, ‘현대차 로봇개’로 이민자 단속?…“지옥서 나온 괴물” 우려 [핫이슈]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로봇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작한 4족 보행 로봇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ABC뉴스 등 현지 언론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가 지난 27일 공개한 조달계획에는 ICE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SPOT) 로봇과 부속 장비를 구매하기 위한 신규 조달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DHS 조달계획에 따르면 예상 계약 규모는 100만~200만 달러(한화 약 14억~27억원)다. 조달 계획상 예상 공고일은 2026년 9월 4일, 예상 계약 체결 시기는 2026 회계연도 4분기이며 계약 완료 예정일은 2027년 4월 24일로 제시돼 있다. DHS는 스팟 로봇의 사용 목적을 공공안전과 법 집행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ICE 요원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환경에서 검사와 상황 인식, 위험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원격 조작 로봇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람이 접근할 경우 위험할 수 있는 장소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발로 움직이는 이동형 로봇으로,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으며,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미 당국, 이민자 단속에 로봇개 투입할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재입성한 뒤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꾸준히 논란이 됐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강제 구금 사태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을 한창 강화하던 시기에 발생했다. DHS의 이번 조달계획에는 조달 장소로 조지아주 포트 베닝이 기재돼 있다. 포트 베닝은 한국인 구금 사태가 발생한 브라이언 카운티의 엘러벨에서 300여㎞ 떨어져 있으며, 이곳에는 미 육군 기지가 있다. 관건은 현대차가 지분을 소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이 불법 이민 단속에도 투입될지 여부다. 스팟은 이미 미국 내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ABC뉴스에 따르면 해당 로봇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를 맡는 미 비밀경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저택 주변을 스팟 로봇이 순찰하는 모습이 SNS에서 확산하기도 했다. 현재 DHS의 문서에는 스팟이 실제 이민 단속 작전에 투입될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배치될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ICE의 실제 구매 규모나 부속 장비·특수장비 장착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BC뉴스는 “ICE가 로봇견 외에도 전기충격 기능을 가진 장갑을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당 장갑은 약 1670만 달러(한화 약 230억원) 규모로 6000개를 구매하는 계약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DHS 측은 해당 로봇을 이민자 체포 등 물리적인 행사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자사 로봇을 무기나 자율 표적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싸늘한 여론DHS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해당 로봇을 이민자 단속을 위한 물리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음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달 계획을 보도하며 “ICE가 체포와 추방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로봇견을 추가하려는 것”이라면서 “시민자유단체들로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경찰 등 공공기관의 로봇견 사용과 관련해 “감독에 대한 윤리적 우려와 민간 영역에서 군사용 수준의 장비를 배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제기돼 왔다”며 “2021년 뉴욕 경찰이 로봇견을 도입했을 당시 대중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이후 사용이 중단됐다가 2023년 다시 도입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미 법무부 산하 법무지원국(OJP) 역시 경찰용 사족보행 로봇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지역사회의 우려”를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언급했다. OJP는 “로봇견이 수색·구조나 고위험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다”면서도 “법집행기관이 이러한 기술을 도입할 때 기술적·운영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더욱 격렬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레딧의 한 사용자는 “모두가 그것을 싫어한다”고 적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로봇견을 두고 “지옥에서 나온 악몽 같은 괴물이다 ICE는 향후 로봇견을 ‘총기 플랫폼’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포착] 주택가 골목 성관계 후 공항서 체포, 그 후…발리 주민들 정화의식 나서

    [포착] 주택가 골목 성관계 후 공항서 체포, 그 후…발리 주민들 정화의식 나서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성행위를 하다 적발된 남성이 공항에서 체포된 가운데 현지 주민들이 범행 장소에서 정화 의식에 나섰다. 호주 매체 뉴스닷컴 등에 따르면 호주 국적의 빌리 아스피널(27)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쯤 발리 바둥군 북(北)쿠타의 한 주택 진입로에서 신원 미상의 외국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공공장소 음란행위)를 받았다.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당시 꽃과 음식 등 제물을 가지고 나오던 주민 여성이 두 사람의 성행위를 보고 깜짝 놀라 멈칫하는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확산했다. 발리에서는 집 앞에 꽃과 음식 등 제물을 놓는 종교적 풍습이 있다. 이 주민은 그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소리쳤지만, 문제의 남녀가 아랑곳하지 않자 결국 자리를 피했다. 문제의 남성은 지난 25일 발리 응우라 라이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경찰이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그의 신원을 특정해 이민관리정보시스템에 관심 대상으로 지정, 그가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때 체포한 것이다. 아스피널은 경찰서로 연행돼 공공장소 음란행위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상대 여성은 클럽에서 만난 외국 여성으로 이름이나 국적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장소 음란행위죄는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선고되면 벌금형 또는 최대 1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집주인을 비롯한 주민들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은 이민국으로 이관됐고, 이민국은 지난 28일 그를 호주로 추방했다. 그가 호주에서 정비공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부모는 호주 9뉴스에 “아들과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아들이 귀국하면 통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리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성관계를 가지면 주변에 나쁜 기운을 가져온다는 믿음이 있다. 이에 지난 27일 집주인 등 주민 9명은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해 힌두교의 정화 의식을 벌였다. 발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현지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공공장소나 종교 사원 근처에서 과도한 노출을 하거나 성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 마약 한국에 팔고 8년간 푸껫서 잠적…한국인 수배자 붙잡혔다 [여기는 동남아]

    마약 한국에 팔고 8년간 푸껫서 잠적…한국인 수배자 붙잡혔다 [여기는 동남아]

    태국 남부 휴양지 푸껫의 고급 콘도미니엄에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고 8년 넘게 도피 생활을 해온 한국인이 붙잡혔다. 사기와 마약 밀매 등 20건이 넘는 범죄에 연루된 인물이었다. 23일 더타이거와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이민국과 마약단속국(ONCB)은 지난 12일 푸껫 무앙푸껫의 한 고급 콘도미니엄에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인 한국인 이모씨를 체포했다. 태국에 숨어들거나 초국가 범죄를 저지르려는 외국인 범죄자를 겨냥한 대대적 단속의 일환이었다. 이씨의 도피 행각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 당국의 출입국 기록 조사 결과 그는 2018년 3월 6일 푸껫 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에 입국했다. 관광비자로 같은 해 6월 3일까지 체류가 허용됐지만, 이후 무려 2992일, 즉 8년 넘게 태국에 눌러앉아 불법 체류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경찰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태국 당국이 파악한 이씨의 혐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는 공범들과 함께 8억원 이상의 피해를 낸 사기 조직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태국에서 마약과 대마를 한국으로 밀반출하는 조직을 이끈 혐의도 받는다. 이 조직은 밀반입한 마약을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한국 내 판매책에게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이씨는 마약, 성매매, 폭행, 사기 등 23건이 넘는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당국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배경이다. 수사관들은 이씨가 푸껫의 고급 콘도미니엄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하고, 지난 12일 오후 7시경 해당 건물에서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인상착의가 일치하는 남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민국과 마약단속국 요원들이 신분 확인을 요청했고, 이씨는 자신이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 본인이 맞다고 순순히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요원들의 숙소 수색에도 동의했다. 수색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1대와 직불카드 3장이 압수됐다. 태국 당국은 이씨를 불법 체류 혐의로 태국 내 법적 절차에 넘긴 뒤, 한국에서의 후속 법 절차를 위해 강제 추방할 예정이다.
  • ‘53억 필로폰 밀수’ 마약 총책, 18년 해외 도피 끝에 구속 송치

    ‘53억 필로폰 밀수’ 마약 총책, 18년 해외 도피 끝에 구속 송치

    수십억원대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고 10년 넘게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온 마약 밀매 조직 총책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필리핀 현지에서 포섭한 운반책을 통해 국내에 대량의 필로폰을 밀수한 혐의를 받는 해외 총책 김씨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내국인 운반책 송씨의 배낭에 필로폰 총 1.6㎏을 숨겨 마닐라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적발된 필로폰은 시가 53억원 상당으로, 약 5만 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김씨의 지시를 받고 필로폰을 직접 운반했던 송씨는 2016년 1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검거돼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씨의 해외 도피 행각은 18년간 이어졌다. 그는 2008년 10월 다른 마약 사건 수사를 피해 중국으로 출국한 뒤, 필리핀과 중국 등을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해왔다. 특히 2016년 밀수 범행이 적발된 이후에는 현지 브로커에게 구매한 타인의 분실 여권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입국하는 등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달 8일 중국 단둥 공안국에 적발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지난 13일 국내로 강제 추방된 김씨는 주 선양 한국 총영사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입국 일정을 파악하고 현장에 대기 중이던 경찰에 의해 14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곧바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6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2008년 수사 대상이었던 마약 사건 등 여죄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 “약해서가 아니다”라지만…적대국에 먼저 손 내민 영국, ‘우발적 충돌’ 공포도 한몫 [밀리터리노트]

    “약해서가 아니다”라지만…적대국에 먼저 손 내민 영국, ‘우발적 충돌’ 공포도 한몫 [밀리터리노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강경파의 선봉에 서 왔던 영국이 4년 만에 러시아와의 고위급 군사 직통 대화 채널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대외적 명분은 “약해서가 아닌,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책임 있는 강국의 조치”라지만, 그 이면에는 최근 공해상에서 잇따르는 아슬아슬한 군사적 마찰과 이로 인한 ‘우발적 전쟁 발생’에 대한 깊은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공해상 마찰… 선 넘는 위협에 긴장 고조최근 영국 인근 해역 및 북부 공해상에서는 러시아군 간의 아슬아슬한 대치가 이어졌다. 지난 6월 영국해협에서는 러시아의 호위함이 자국 군함에 너무 가깝게 접근했다는 이유로 영국 민간 노부부의 요트를 향해 경고 사격을 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노르웨이해에서는 러시아 군용기가 영국 해군 기함 주변으로 위험할 정도로 근접 비행하며 다량의 해상추적장비(소나)를 투하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연출됐다. 공개되지 않은 포격 사건과 영국 항공모함 주변을 맴도는 러시아의 위협 비행 등이 지속되면서 자칫 작은 오해나 실수 하나가 대형 군사 충돌과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4년 묵은 전화기… “오판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 필요” 영국과 러시아 군 수뇌부 간의 소통은 2022년 9월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영국 공군 정찰기를 격추하려 했던 사건 이후 완전히 중단됐다. 당시 영국군 참모총장의 대화 요청에 러시아 측은 “너무 바쁘다”는 거절 서한만 보냈고, 이후 양국 국방무관 추방전까지 벌어지며 소통 창구는 완전히 닫혔다. 그러나 웨스 스트리팅 신임 국방부 장관과 리처드 나이턴 참모총장 등 영국 군 수뇌부는 최근 의도치 않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직통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전 국방무관 존 포먼은 “적대국과 비공식적으로 명확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결코 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특히 서방과 러시아의 잠재적 격전지로 부상한 북극 해역 등에서 오판으로 인한 충돌을 방지하려면 시급히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약함의 표시’ 비판 넘어서야 하는 영국의 숙제 영국 정부 대변인은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을 통해 러시아 정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위급 군사 대화를 가질 의향이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이 먼저 군사 채널 복원을 타진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서방의 대러 전선에 균열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영국으로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발적 총성’을 관리하기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접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닫혀 있던 ‘핫라인’을 러시아가 받아들일지, 그리고 이 대화가 북유럽과 북해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귀향과 환대는 가능한가… ‘오디세이아’의 현재성

    [이광호의 어찌보면] 귀향과 환대는 가능한가… ‘오디세이아’의 현재성

    서구의 문학적 자산은 지중해의 파도에서 시작됐다.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끊임없이 귀환하는 깊은 기억의 서사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의 한 사람인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적 야심이 ‘오디세이’에 이르렀다는 것은 필연이다. 이 이야기는 끝없이 다시 쓰는 일종의 거대한 ‘매트릭스’이며 놀런의 영화는 그 현재적인 응답이며 질문이다. 광대한 신화적 서사를 따라가는 놀런의 영화는 특유의 ‘비선형적 서사구조’를 연출한다. 영화적 시간은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 직전 고향 이타카를 현재점으로 하여, 승리와 고난의 기억, 그리고 귀향 이후의 ‘자기 증명’의 싸움을 전개한다. 초자연적 장면에서 컴퓨터그래픽(CG)의 판타지적인 재현을 억제하고 사실주의적 매체 기법을 동원한다.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에 실물 세트와 실제 항해 등의 연출 방식은 신화적 ‘숭고’를 영화적 스펙터클의 ‘실감’으로 대체한다. 250만 달러의 거대 자본이 투여된 ‘아이맥스 서사시’로서 가능한 결과물이다. 서구 문화사에서 귀향은 부재하는 혹은 변질된 고향과 현존하는 자아 사이의 간극 때문에 생기는 병리적 갈망의 문제였다. ‘귀향 불가능성’은 유럽 지성사의 반복되는 정서이다. 귀향 과정에서의 오랜 부재와 시련, 변장한 귀환, 자기 증명과 폭력적 재통합 등의 서사적 요소들은 패턴화되어 있다. 놀런은 오디세우스를 신들의 저주를 극복하는 초인적인 영웅이 아니라, 전쟁의 책임과 속죄를 떠안은 문제적 개인으로 묘사한다. 오디세우스의 실존적 붕괴는, 놀런의 영화에서 반복되는 죄의식과 트라우마, 기억의 상실과 회복, 정신적 감금 같은 요소들을 통해 드러난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환대의 윤리를 배반하고 ‘폐허’를 마주한 자의 자기 처벌에 가깝다. 칼립소가 주는 망각의 약초를 먹으며 보낸 7년은 그 죄의식과 정체성으로부터의 회피와 망각의 시간이다. 제우스의 법인 ‘크세니아’, 즉 환대는 그리스에서는 여행자와 상인의 안전한 여행을 위한 장치였다. 환대의 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손님을 향한 주권자인 주인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자크 데리다가 말한 ‘조건적 환대’에 해당한다. 그런데 주인 혹은 손님이 이 환대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낯선 손님에 대한 주인의 선의는 때로 배반과 죽음으로 돌아온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의 사건에서 트로이 목마의 속임수와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자들의 행패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서사에서 환대는 배신과 파괴의 통로가 된다. 환대의 윤리가 사라진 세계는, 승리를 위한 속임수와 야만적인 폭력과 문명의 붕괴가 있을 뿐이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환대의 윤리적 파탄을 자초한 인물이며, 한 세계의 종말을 먼저 알아챈 인물이다. 아내를 압박해 온 ‘나쁜 손님들’인 구혼자들을 처단하는 것은 환대의 법을 회복하는 시도일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환대의 법을 배반한 자이면서 그것의 피해자이며, 또한 환대의 규범을 회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폭력만으로 그것이 가능할 때, 환대의 윤리는 온전하게 복구되지 않는다. 남편이 없는 20여년 동안 이타카를 지킨 페넬로페는 누구인가? 그녀는 여자는 왕이 될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수의 짜기’라는 시간의 지연을 통해서만 오로지 ‘기다리는 자’로 그려진다. 페넬로페는 ‘호스티스’로서의 ‘여성-환대자’로서의 역할을 떠안았으면서도, 환대의 주체적인 지위에서 배제된다. 전쟁의 승리자인 남성 영웅은 그 지혜로움과 도덕적 딜레마 때문에 외로운 존재다. 그는 세이렌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기 몸을 묶는 도착적인 자기 억압을 통해서만 ‘귀향하는 주체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적 억양을 가진 백인 참전 군인의 신체를 통해서 그 보편적 주체를 재현할 때, 주인공의 트라우마는 미국적 주체의 알레고리로만 제한될 수 있다. 놀런은 오디세우스를 다시 떠나는 자로 만들어 길고 긴 ‘귀향담’을 ‘디아스포라의 서사’로 다시 쓴다. 오디세우스는 불가능한 귀환을 통해서 창조적 떠돎(노마디즘)과 망명을 다시 시작한다. 망명이 집과 자아 사이의 구조적으로 ‘치유될 수 없는 균열’을 의미한다면, 이상적인 단 하나의 고향은 더이상 가능한 목적지가 아니다. 영화 마지막 불타는 트로이 목마 이미지는 전쟁의 지혜와 승리의 상징이 아니라 환대의 법이 사라진 세계의 종말을 보여준다. 지금 환대의 윤리는 전 지구적으로 파국을 맞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와 극우 이데올로기로 인해 이방인들은 추방되고, 이질적인 것과 공존하려는 노력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그리고 모로코와 스페인 국경의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귀환할 자신의 국가가 있는 오디세우스의 영웅적 귀향과는 다른 차원에서, 고향 자체가 지워진 ‘난민’들의 이산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환대의 윤리가 붕괴된 세계의 파국은 진행형이다. ‘나’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맞이했을까. 신화는 이토록 서늘한 방식으로 귀환한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극우 활동가, 잘 죽었다” 말했다고 비자 취소…한국인도 트럼프 단속에 걸렸다 [핫이슈]

    “극우 활동가, 잘 죽었다” 말했다고 비자 취소…한국인도 트럼프 단속에 걸렸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각종 범죄에 연루된 17만 5000여 명의 외국인 비자를 취소한 가운데, 외교 정책상의 사유로 추방이 결정된 사례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비자 조건 위반, 각종 범죄, 미국 시민에 대한 폭력 선동, 이민 제도 악용, 국가 안보 위협을 저지른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난해 9월 암살된 극우 성향의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와 연관된 사례도 포함됐다. 로이터 통신은 “국무부는 찰리 커크의 암살을 축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외국인 여러 명의 비자를 취소했다”며 “국무부가 제시한 사례에는 한 외국인이 커크의 죽음에 대해 ‘너무 늦게 죽었다’고 말한 것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북아프리카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도록 하기 위해 출산 목적으로 방문한 이른바 ‘원정 출산’ 부모 100명 이상도 비자가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부는 “대부분의 비자가 법 집행 기관과의 마찰 이후 취소됐다”며 “폭행, 음주 운전, 절도 및 마약 범죄, 성범죄, 아동 학대, 사기, 횡령 등이 원인에 포함됐다”며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고 미국인을 적으로 규정한 쿠웨이트 국적자도 비자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17만 명이 훌쩍 넘는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비자 취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이민 단속 정책의 일부로 해석된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1월에도 10만 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하며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발표했는데, 이번 취소 사례는 당시보다 훨씬 큰 규모로 기록됐다. 한국 국적자도 공항에서 체포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은 공항으로도 확대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내 15개 공항에서 사복 차림의 ICE 요원들이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와 탑승구 등에서 외국인들을 체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달 초 한국 국적자 1명이 미국 남부 공항에 착륙한 항공기 기내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 해당 한국인은 체포 당시 미국 국내선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비자 체류 기한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체포된 외국인들의 상당수는 비자에 명시된 기간을 넘겨 체류 중인 이민자들이며, 추방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과거와 달리 ICE의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도 SNS 심사 받는다미 국무부는 미국에서 취재를 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한 외국 언론인의 SNS 계정도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인 데일리 시그널은 지난 6일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언론인 비자 신청자에게도 SNS 계정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언론인과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한 기타 비자 소지자의 체류 기간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다. 비자 신청자와 이민자의 SNS에서 반(反)유대주의와 반미 성향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했고, 일부는 추방하려고 시도했다. 로이터는 “비자 심사와 취소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SNS) 활동과 온라인 발언에 대한 심사도 강화됐다”며 “인권 단체와 인권 전문가들은 이러한 SNS 심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이민자를 특정해 감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 정책, 한국에 미칠 영향은?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이민 정책의 고삐를 죄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층에게 불법 이민이나 범죄, 미국에 대한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 애쓰고 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고물가로 중간선거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반이민 정책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경제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이민 문제와 연결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정치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미국의 강경한 비자·이민 정책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현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문 인력, 유학생과 연구자 등의 입국·체류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인적 교류와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간 경제·기술 협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반이민 정책이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제2의 조지아주 구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9월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 약 300명의 한국인을 포함해 475명이 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바 있다. 당시 구금됐던 한국인들은 대부분 풀려났으며, 해당 사건 이후 비자 문제에 대한 한미 간 협의가 진행됐다.
  • “완벽히 공정한 투표제도는 없다”…수학이 증명한 선거의 한계 [달콤한 사이언스]

    “완벽히 공정한 투표제도는 없다”…수학이 증명한 선거의 한계 [달콤한 사이언스]

    정치학적 관점에서 민주주의는 ‘인민에 의한 지배’라는 철학적 이념이다. 투표라는 제도는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절차적 도구다. 역사적으로 투표는 통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진화해 온 기술적 장치로, 고대에는 그리스 도편추방제처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권력 분산의 수단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가가 민주적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권력 위임의 수단으로 발전하면서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됐다. 그렇지만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투표도 완벽하지 않다. 실제로 수학자들이 완벽하게 공정한 선거가 사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팀은 의회 규모를 무한정 늘리지 않고서는 지역 득표가 지역 의석으로 직결되는 동시에 전체 의석 분포가 전체 득표율과 일치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선거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응용수학 분야 국제 학술지 ‘계량 경영학 연보’(Annals of Operations Research) 7월 31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75년 만에 처음으로 득표수와 의석수가 일치하지 않았던 2022년 덴마크 총선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덴마크는 유럽 다른 국가들처럼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지역 대표를 선출하면 각 정당의 의석 점유율이 득표율과 대략적으로 일치하도록 일정 수의 보정 의석이 추가된다. 그러나 정당의 파편화가 심화됨에 따라 비례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정 의석수도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2022년 덴마크 선거에서는 보정 의석 40개만으로는 비례성을 달성하기 충분치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다양한 투표 제도가 심화된 파편화 속에서 어떻게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지, 그리고 민주적 결과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불가능성 정리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영국 같은 단순다수대표제와 나머지 유럽 대부분 국가와 같은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전 세계 다양한 선거제도를 살펴봤다. 연구팀은 △지역성(해당 지역 투표에서 승리한 사람이 해당 의석을 차지) △비례성(전국 의석 총합이 전국 득표수와 일치) △고정된 의회 규모(선거 때마다 의석수가 변치 않음)를 공정한 제도의 세 가지 주요 요소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정당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수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부패나 음모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수학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로 나라마다 희생할 원칙이 무엇인지는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독일은 필요한 보정 의석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2021년 연방의회 의석수가 증가했고 2023년에는 연방의회의 계속된 팽창을 막기 위해 의회 개혁이 있었지만 의회를 고정된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지역 대표 보장을 희생했다. 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비례성을 희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완벽하게 공정한 선거 제도는 없겠지만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지리적 순위 보장 비례성’을 활용하면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알고리즘은 투표가 이뤄지기 전에 지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전국 총합이 설정되기 때문에 득표율에 따라 정확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비례적이긴 하지만 지역성을 희생할 수 있게 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어떤 후보가 자기 선거구에서 여유 있게 승리해도 소속 정당이 이미 다른 지역에서 더 강력한 승리로 할당량을 모두 소진했다면 해당 후보는 의석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연구를 이끈 프레데릭 라븐 클라우센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수리통계학)는 “이번 연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완벽한 제도란 존재하지 않지만 어떤 제도가 다른 제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점”이라며 “비례성, 지역성, 고정된 의회 규모라는 세 가지 원칙 모두를 근사치로라도 갖출 수 있음에도 많은 제도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 ‘모로코 이주민’ 5만명 귀갓길… ‘친이민 스페인’에 EU 외교갈등

    ‘모로코 이주민’ 5만명 귀갓길… ‘친이민 스페인’에 EU 외교갈등

    이주민 우호적 판결에 모로코서 월경“산체스 때문” 보수야당 정부 맹공격유럽 우파들 국경 통제 강화 나서이탈리아, 솅겐조약 한 달간 중단EU, 긴급장관회의서 대응책 논의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령 세우타에 최대 6만여명의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든 것을 계기로 유럽 내 외교·정치적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이주민 대부분은 모로코로 돌아갔으나 유럽 내 극우 및 보수 세력은 이번 사태를 국경 통제 강화와 이민자 억제의 강력한 명분으로 삼고 있어 당분간 거센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내무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육로와 해로를 통해 모로코에서 약 5~6만명의 이주민이 세우타로 무단 입국했으며, 이 중 최소 4만 8300명이 이튿날까지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번 월경 과정에서 익사와 압사 등으로 최소 67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세우타는 역사적으로 국경·난민 이슈가 반복돼 왔지만, 이번 같은 대규모 입국 시도는 이례적이다. 앞서 2021년 5월 이틀간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1만 2000여명이 입국했던 규모를 크게 웃돈다. 현장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번 사태를 “스페인의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이자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스페인 당국은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이주민들의 세우타 주요 진입로인 타라할 방파제 인근 해상에 500m 길이의 부유식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다. 일부 회원국은 세우타를 통한 무단 입국자가 유럽 대륙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이민 단속을 강화해 온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EU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을 한 달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와 핀란드 역시 이탈리아의 이 같은 입장에 정치적 지지를 표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EU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일부 유럽 정부의 반응은 “편견과 가짜 뉴스, 정치적 이익에 의해 조장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최근 스페인 법원 판결이 지목되면서 산체스 정부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대법원은 최근 ‘헤엄쳐서 무단 입국한 이주민은 육지로 들어온 경우와는 달리 즉각 추방은 불가능하며, 별도의 적법 절차를 거쳐서만 추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정부는 밀입국 주선 조직들이 해당 판결을 왜곡해 퍼뜨리면서 이번에 무단 월경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의 이러한 해명에도 보수 야당은 이주민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산체스 정부의 정책이 이러한 사태를 자초했다며 맹공격했다. 극우 정당 복스의 대표인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산체스 총리의 이민 정책이 “침략을 선동하고 있다”며 “산체스는 스페인 국민이 겪게 될 고통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EU는 오는 4일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화상으로 열고 ‘세우타 사태’를 논의한다.
  •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이란 백색혁명 후 극심해진 빈부격차빠른 서구화에 스멀스멀 확산된 반감급진적 변화 예상 못한 ‘미국의 실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관료들을 제거했다. 미국은 이란이 바로 항복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란과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홍해까지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미군 기지까지 공격한다. 이란 체제는 굳건하다. 알리 하메네이의 자리는 둘째 아들 모지타바 하메네이가 물려받았다. 50년 전을 돌아보면 정말이지 의아한 일이다. 당시 이란은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하던 동맹국이었다. 책은 미국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모범국가’였던 이란이 미국의 최고 ‘불량국가’가 된 출발점으로 1979년 이란혁명을 꼽는다. 이란 혁명정부가 왜 반미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는지,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왜 이란 정권의 움직임을 오독하는지를 이해하려면 1979년을 돌아봐야 한다. 이란혁명의 중심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석유를 기반으로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며 강대국을 꿈꾼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 망명지에서 혁명을 이끈 종교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 방대한 외교·정보 조직을 거느리고도 동맹의 붕괴를 막지 못해 함께 몰락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다. 책의 원제목은 ‘킹 오브 킹스(King of Kings)’다. 페르시아어로 ‘왕’을 ‘샤’라고 한다. 책은 ‘샤한샤(왕 중의 왕)’로 불린 레자 국왕의 번성기를 지나 이란혁명 발발로 몰락하기까지를 따라간다. 레자 국왕은 영국에 의해 쫓겨난 아버지의 대타로 20대 초반 샤로 즉위했다. 1953년 미국이 지원한 친위 정변에 이어 1963년 ‘백색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힘을 키워 ‘샤한샤’로 거듭났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이란 군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했다. 통치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스무 배 증가했다. 서아시아의 아랍 국가 군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강한 세계 5위의 군대를 보유했다. 저자는 그 이면을 놓치지 않는다. 석유가 터진 후 발생한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부패, 비밀경찰 ‘사바크’를 내세운 정치적 억압, 급격한 서구화에 대한 반감이 스멀스멀 자랐다. 이란의 현대화에 반대해 1964년 추방됐던 루홀라 호메이니는 망명지에서 서서히 힘을 키웠다. 세속 좌파와 자유주의자, 보수적인 성직자들을 이끌며 ‘반(反)샤 운동’을 벌였다. 급기야 1978년 1월부터 이란혁명이 발발한다. 팔라비 왕조의 이란 제국이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신정 체제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오판은 뼈아픈 대목이자, 문제를 키운 핵심 원인이다. 저자는 1977년 8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보고서를 들어 비판한다. “가까운 장래에 이란의 정치 행태에는 어떤 급진적 변화도 없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란혁명을 5개월 앞두고도 CIA는 이란 왕정이 1000년은 더 갈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레자 국왕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한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유전 개발 이후 이란은 미국의 무기를 대량 구입했다. 레자 국왕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 이어 카터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의 변화에 눈을 감고 있었다. 레자 국왕과 카터 대통령은 극소수 측근의 조언에만 의존했다. 고국에서 쫓겨난 레자 국왕의 미국 입국 허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는 결국 이란과 미국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1979년 11월 4일 이란 혁명정부는 테헤란에 있는 주이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미국인 52명을 1981년 1월 20일까지 무려 444일이나 억류했다. 구출 작전 ‘이글클로’의 참담한 실패였다. 초강대국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카터의 재선 가도도 끝장났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악마’ 미국과 ‘불량국가’ 이란의 이미지가 이때 만들어졌다. 40년 가까이 세계 분쟁 현장을 누려온 베테랑 종군기자로 활동한 저자의 취재력이 읽을수록 감탄스럽다. 왕비 파라를 비롯해 미국 백악관·국무부·CIA 직원, 옛 혁명가들에 이르는 생존 증인들과의 인터뷰와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1979년 전후를 생생하게 구성했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휴전과 재충돌을 반복하는 지금도 미국의 ‘삽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힘을 발휘하면 큰 위기를 부른다. 그게 미국이어서 전 세계가 지금 위기에 빠졌다.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누구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책을 열독해야 할 듯하다.
  • [사설] 1년 반 만의 주한 미 대사 부임, 한미 관계 다지는 계기로

    [사설] 1년 반 만의 주한 미 대사 부임, 한미 관계 다지는 계기로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 대사가 어제 서울에 부임했다. 1년 반 만에 미국 대사 공백을 메우게 된 그에게 쏠리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계인 그는 유사시 전화로 백악관과 즉각 소통할 수 있는 ‘실세’로 평가된다. 한미 간에 얽힌 지지부진한 난제들을 타개해 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은 쿠팡 사태다. 이 문제는 강경화 주미 대사가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귀국한 배경이 됐을 정도로 한미 간의 큰 걸림돌이 됐다. 미 공화당 의원이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외국 정부 공무원에 대해 입국 금지 및 추방을 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속된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이 지연되는 근저에는 쿠팡 문제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미국이 간섭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그러나 선악이 아니라 득실을 따져야 하는 것이 외교다. 당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한국 국회의원과 달리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 시스템이 정착된 미국의 의원들은 쿠팡과 같은 기업 후원금에 목을 맨다. 쿠팡 문제를 적절히 매듭짓는 대신 안보 현안에서 미국의 더 큰 양보를 얻어내는 유연함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안보의 숙원인 우라늄 농축과 핵잠 도입은 실용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면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제 스틸 대사가 입국한 인천공항에서는 시민단체가 부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스틸 대사의 강경 보수 성향이 마찰을 빚지 않도록 긴밀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등에 관한 견해차도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스틸 대사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의 철통같은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남아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 기대가 실현되도록 양국 모두 노력해야 한다.
  • “한국인 왜 저래”…남의 나라서 웃통 벗고 ‘이상행동’ 50대男 체포 [이슈픽]

    “한국인 왜 저래”…남의 나라서 웃통 벗고 ‘이상행동’ 50대男 체포 [이슈픽]

    태국 방콕 도심 한복판에서 웃통을 벗은 채 도로에 들어가 차량 통행을 막고 교통정리를 하던 50대 한국인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태국에서 수년간 체류 허가 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태국 현지 매체 더타이거와 채널7 등에 따르면 51세 한국인 A씨는 지난 24일 방콕 번화가인 통로 지역 소이 통로 15 도로 한가운데에서 차량을 향해 손짓하며 교통경찰처럼 진행 방향을 지시했다. 당시 A씨는 상의를 벗은 채 검은색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도로 위를 오갔다. 운전자들은 A씨를 피해 속도를 줄이며 운행했고 일시적인 차량 정체가 발생했지만, 충돌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A씨가 차량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다 도로변 교통콘에 걸려 있던 흰 셔츠를 꺼내 입은 뒤 인도로 걸어가는 모습도 담겼다.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자 경찰은 이튿날인 25일 A씨를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인근 호텔에 머물고 있었으며, 태국 체류 허가 기간을 넘긴 채 수년간 현지에 머물러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주민들과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은 A씨가 평소 인근 식당 등에서 단정한 차림으로 자주 목격됐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 통행을 통제한 행동은 매우 위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약물 사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은 A씨를 체류 기간 초과 혐의로 구금했으며, 관련 법적 절차를 마치는 대로 한국으로 추방할 방침이다.
  • 나라 망신이네…상의 탈의한 한국인, 태국 길거리에서 한 행동에 현지인 충격 [핫이슈]

    나라 망신이네…상의 탈의한 한국인, 태국 길거리에서 한 행동에 현지인 충격 [핫이슈]

    태국 방콕의 한 번화가 도로에서 상의를 벗은 채 교통 통제를 한 한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더 타이거 등 현지 매체의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51세 한국인 A씨는 최근 방콕 소이통로 15번지 인근 도로에서 차량을 향해 손짓하며 교통을 통제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당시 A씨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 상의는 벗은 상태였다. 그는 도로 한가운데 서서 교통을 통제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고 이에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며 피해 가는 등 일대가 한동안 소란을 빚었다. 이후 A씨는 인도로 이동했고 다행히 이로 인한 차량 충돌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해당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렸고 이 영상은 ‘이것이태국’(#Thisisthailand), ‘미친 교통경찰’(#crazysergeant)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빠르게 확산했다. 이후 현지 방송인 채널7이 사건 장소를 확인해 보도했고 해당 남성이 사건 현장 인근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인근 주민들과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은 해당 한국인을 평소 알고 지내던 인물이라고 증언했다. 이들은 현지 언론에 “평소에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주변 식당을 자주 찾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을 통제한 행동은 자신과 다른 운전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해당 영상이 SNS에서 큰 관심을 끌자 신원 확인에 나섰고 지난 25일 호텔에 머물던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태국에서 수년간 비자를 초과해 체류한 불법체류자(비자 오버스테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교통 소동과 별도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체포했으며,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한 뒤 강제 추방(추방 절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권력 동원해 언론과 전면전… 트럼프, 지지층 결집 노린다 [글로벌 인사이트]

    권력 동원해 언론과 전면전… 트럼프, 지지층 결집 노린다 [글로벌 인사이트]

    트럼프, 원색 비난·법적 대응“최악의 기자” “방송 면허 박탈해야”전용기 보도 관련해 기자에 소환장거액 손해배상 소송·출입증 회수도불리한 보도 ‘가짜뉴스’ 딱지‘투사’ 이미지로 정치적 결속력 강화원하는 이슈 부각·보도 위축 ‘속셈’언론사, 배상 보험 가입 문의 급증 “케이틀린, 당신은 웃어본 적이 있나요? 웃으세요. ‘CNN 가짜 뉴스’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행복한 사람이 돼야죠. 그러니 웃어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NN방송의 기자 케이틀린 콜린스가 협회로부터 상을 수상하자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백악관 출입기자인 콜린스는 그간 풀기자단 행사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할 기회가 생기면 민감한 사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최악의 기자’라고 부르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날도 앙금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헤드라인이 얼마나 많은지 열거하고 “내가 없으면 당신들은 파산할 것”이라고 했다. NYT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기사가 줄어 구독자가 감소했을 것이란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방송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 등 평소 불편한 관계인 인사들도 하나씩 거명하며 격앙된 어조로 비난했다. 이날 행사는 백악관 출입기자협회가 주최한 연례 행사로 미국 대통령은 관례적으로 참석해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농담 같은 어조를 취하면서도 언론에 대한 불신과 비난을 이어가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CNN은 행사 이후 “정직하고 올바른 언론 활동은 때때로 정치인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개입 없이 대중에게 뉴스를 보도하고 전달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미국 헌법에 의해 온전히 보호받고 있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언론에 날을 세우는 모습을 잇따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대국민 연설 당시 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주요 방송사가 생중계를 하지 않고 퀴즈쇼나 동물 프로그램 등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전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자신의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한 NYT의 매기 하버먼 기자를 ‘매것(Maggot·구더기) 헤거먼(Hagerman·노파)’이라고 부르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경고했다. 미 법무부는 새로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보안 문제를 보도한 NYT 기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가 법원의 지적에 따라 철회하기도 했다. 특히 법무부는 NYT 기자들의 가족 통화 내역까지 요청하는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 시절부터 언론과 갈등의 골이 깊었지만 2기 들어서는 권력과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더욱 노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보도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소송을 제기했고, 9월엔 NYT에도 ‘극좌파 민주당 대변인’이라며 150억 달러를 청구했다. 미 국방부의 경우 취재·보도 준칙을 발표하고 이를 따르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언론사에 대해선 출입증 회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면전을 불사하지 않는 이유는 먼저 지지층 결집 효과가 꼽힌다.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의 기사가 ‘가짜 뉴스’라는 인식을 퍼뜨리고, 이들과 맞서 싸우는 ‘투사’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이슈를 부각시키고 정치적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 대응에 따른 언론 위축 현상도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효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CBS방송은 지난해 12월 간판 프로그램 ‘60분’을 통해 이민자 추방 문제를 다루려다 방영 3시간 전 철회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CBS는 지난 5월엔 ‘60분’의 총괄 프로듀서와 간판 기자를 해고하기도 했다. WSJ는 “언론사들이 보험사에 배상 책임 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기자들의 질문을 잘 받아주는 ‘언론 친화적’인 대통령이며, 강경 대응은 편향된 언론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세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은퇴 기자 520여명과 언론자유단체 8곳은 지난 23일 공동성명을 내고 NYT 기자 소환과 방송사 압박 등을 거론하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에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1조를 훼손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공짜로 의사 됐는데 스페인을 응원해?” 괘씸죄로 곤욕 치르는 브라질 여의사 [여기는 남미]

    “공짜로 의사 됐는데 스페인을 응원해?” 괘씸죄로 곤욕 치르는 브라질 여의사 [여기는 남미]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브라질 출신 여의사가 ‘2026 북중미월드컵’ 결승전 때 스페인을 응원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여의사를 당장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빗발치고 있다. 피해 확대를 우려해 현지 언론이 실명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은 피해자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명문대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의사 면허까지 취득한 브라질 출신 여성이다. 26일 현지 언론은 2026 북중미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스페인 월드컵대표팀의 사진을 올렸다. 여의사는 사진에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로 “오늘 밤에는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부터 결승에 오르기까지 승승장구했지만 스페인에 패해 우승을 놓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메시지였다. 남미 축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숙명의 라이벌 관계다. 브라질은 16강에서 노르웨이에 1대2로 패해 탈락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랐다. 브라질 여의사는 부진했던 브라질에 반해 극적인 역전승을 이어가며 결승까지 진출한 아르헨티나를 보면서 살짝 속이 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여의사의 SNS 글은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에 0대1로 패해 월드컵 2연패에 실패하자 아르헨티나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팔로워 1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아르헨티나의 대형 인플루언서들이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확산됐고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했다. 분노는 사이버 폭력으로 이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을 졸업한 여의사다” “해군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등 신상털기도 꼬리를 물었다. 네티즌들은 특히 문제의 여의사가 아르헨티나에서 무상교육으로 최고 명문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의사가 된 외국인이라는 데 분노했다. 노벨상 수상자 5명을 배출한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는 영국의 고등교육 평가기관인 QS의 2027년 세계대학랭킹에서 세계 84위에 올랐다. 중남미 대학 중 세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대학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뿐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는 해마다 중남미 최고 명문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아르헨티나의 무상 공교육 정책에 따라 등록금이나 학비가 없다. 외국인 유학생도 전면 무상으로 학부 공부를 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아르헨티나 국민이 낸 세금으로 비싼 의학공부를 공짜로 마치고 의사가 된 외국인이 스페인을 응원한 건 아르헨티나를 우롱한 것” “무상혜택을 받고 아르헨티나를 조롱한 게 괘씸하다” “배은망덕한 인간이다” 등 분노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졸업장과 면사면허를 박탈할 수는 없겠지만 추방은 가능하다”면서 “브라질 여의사를 당장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월드컵 결승 때 스페인을 응원했다는 이유로 신상털기, 직장에 징계하라는 취지의 전화걸기 등에 시달리고 있는 브라질 출신 이민자와 유학생이 최소한 16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외국인혐오를 중단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피해자는 아르헨티나 국민이지 저들이 아니다” “배은망덕한 외국인을 즉각 추방해야 한다” 등 분노가 가득한 주장에 묻히고 있다고 전했다.
  • [데스크 시각] 월드컵, 디아스포라 축제

    [데스크 시각] 월드컵, 디아스포라 축제

    ‘데이비드 베컴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결승전이 동시에 열린다면 당신은 베컴의 어떤 경기를 선택하시겠습니까.’ 20여년 전 런던 여행 중에 축구를 소재로 한 BBC 다큐멘터리를 봤던 기억이 난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에 나온 질문은 위와 같았다. 대표팀이 먼저냐, 클럽이 먼저냐에 대한 질문인데, 대부분 답변은 ‘월드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가 좋아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에서 자국팀이 결승에 오른 경기를 놓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침 숙소에서 나와 뉴스스탠드에서 사서 본 월요일자 ‘더타임스’ 신문에는 제법 두툼한 스포츠 간지가 포함돼 있었다. 스포츠 뉴스를 모아 놓은 섹션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주말 축구 경기 관련 내용들이었다. 주요 경기 리포트 외에 경기마다 별 하나에서 다섯 개까지 영화에 별점을 주듯 평점을 매긴 게 흥미로웠다. 사흘 전 있었던 스페인 대 아르헨티나의 북중미월드컵 결승전에 평점을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할까. 결승전 자체만으로 보면 별 세 개, 외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 별 두 개를 주고 싶다. 별 하나를 줄인 이유는 눈치 없이 우승 세리머니까지 끼어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때문이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나온 야유를 들으며 ‘트럼프 없는 지구’를 바라는 것은 전세계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월드컵 그라운드의 또 다른 이름은 ‘용광로’였다. 월드컵은 개별 국가 간의 경쟁이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단일 국적이나 하나의 출생 배경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월드컵은 자신의 출생국이 아닌 나라의 대표팀에 소속된 참가 비율이 23%로 나타났는데, 이는 역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20%를 넘은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당장 주최국 미국만 봐도 대표팀의 4분의1이 해외에서 태어난 선수들이었다. ‘레드카드 징계 철회’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공격수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 덕분에 미국 국적자가 된 선수이기도 했다. 이러나저러나 미 대표팀은 ‘이민자의 팀’인 셈이었다. 축제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미국민들이 ‘이민자’로 구성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사이 미국 내 이민 단속은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 단속은 7월 들어 하루 평균 1433명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최고치였다. 월드컵 기간 중에 ICE 요원에 의해 이민자들이 사살당하는 사건이 잇따랐지만, 축제의 함성에 묻힌 탓인지 안타깝게도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영국은 집권 노동당이 반이민 노선을 내건 우파 영국개혁당의 약진에 밀려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총리가 교체됐다. 선거 참패로 노동당 의석은 2564석에서 1068석으로 쪼그라들었고, 개혁당 의석은 2석에서 1454석으로 수직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만의 현상인 줄 알았던 반이민 정서는 아프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만델라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최근 제노포비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불법 이민자는 떠나라’는 반이민 시위가 격화하며 최근 한 달 사이 5만 3000여명의 외국인이 추방당하거나 스스로 떠났다. 이렇듯 축제가 끝나고 다시 본 세계는 온통 제노포비아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월드컵은 대회를 거듭하며 세계화의 길로 가고 있지만, 현실에서 각국은 국경의 장벽을 올리기에 바쁘다. 혐오의 악순환을 잠시라도 끊으려면 축제가 다시 열려야 하는 것일까. 다음 2030년 월드컵은 ‘월드컵 출범 10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대회라고 한다. 4년 뒤 있을 ‘디아스포라의 축제’가 어서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안석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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