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퓰리처상 공공보도 등 6개 부문 수상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벽에 곰팡이가 피고 곳곳에 쥐똥이 널려져 있고, 바퀴벌레들이 우글거린다. 곳곳에 더럽게 얼룩진 카펫과 싸구려 매트리스…. 일에는 관심없는 사무직원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자격에 미달하는 미 육군 중사들, 과중한 업무에 찌든 병원 직원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월 폭로한 워싱턴 DC에 있는 미 육군병원의 열악한 환경을 고발한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라크전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하는 최대 규모의 미 육군병원이라는 곳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거나 원대복귀와 전역 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느라 18개월을 기다리는 문제점 등을 집중 조명했다.
이 기사는 7일(현지시간) 발표된 2008년 퓰리처상 공공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이 보도가 부상당한 군인들이 제대로 처우받지 못하는 것을 폭로함으로써 전국적인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켜 환경이 개선되도록 기여했다고 수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리즈 기사가 나간 뒤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책임을 물어 육군장관이 해임됐다.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가 설치돼 개선안을 마련, 시행했다. 사진 취재를 불허당한 뒤 사진기자는 운동가방에 카메라를 숨겨 들어가 열악한 병원 실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테러와의 전쟁과 세금, 예산지출 등 각종 국내외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른 무소불위의 딕 체니 부통령을 4차례에 걸쳐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는 국내보도 부문 수상도 차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밖에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으로 긴급보도상과 경제부문 칼럼, 특집보도, 국제보도 등 6개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이날 뉴욕에서 제92회 퓰리처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06년에 4개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한해 최다 부문 수상은 뉴욕타임스가 2002년 세운 7개 부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독성물질이 함유된 중국산 의약품과 장난감 등의 수입 문제를 파헤친 기사로 탐사보도 부문상을 시카고트리뷴과 공동 수상했다. 이밖에 DNA검사를 둘러싼 윤리적 논란을 깊이있게 보도해 해설보도 부문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긴급 보도사진 부문에서는 로이터통신의 애드리스 라티프가 지난해 미얀마 시위 당시 숨진 일본인 사진기자가 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진을 보도해 미얀마의 위급한 실상을 외부에 알린 공로로 수상했다.
시그 기슬러 퓰리처상 사무국장은 “언론이 암울한 상황을 겪고 있는 중에서 이번 수상자들은 고품질 언론의 훌륭한 표본”이라고 말했다. 미국 신문사들은 판매부수 감소와 인터넷으로의 광고 이동으로 경영사정이 악화돼 감원 및 통폐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가수 밥 딜런이 대중음악과 미국 문화에 미친 영향을 인정받아 특별 감사상을 받았다.
퓰리처상은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산 200만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 신문학과에 제정돼 이듬해부터 매년 언론 14개 부문과 문학·드라마·음악 등 7개 부문, 특별상 등 모두 22개 부문의 수상자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수상자들에게는 1만달러의 상금이 수여되며, 공공보도 부문의 경우 해당 언론사에 금메달이 주어진다.
km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