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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질병이름도 없는 ‘구강기능발달부전증(DIOF)’ 아이 4명중 1명꼴 추정

    국내 질병이름도 없는 ‘구강기능발달부전증(DIOF)’ 아이 4명중 1명꼴 추정

    최근 몇 년 사이 소아치과 및 보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음식을 오래 씹지 못하고 대충 삼키거나, 늘 입을 벌리고 숨을 쉬며, 발음이 어눌한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버릇이나 성장 과정의 일부로 치부하기 쉽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구강기능발달부전증(DIOF, Developmental Disorder of Oral Function)’이라는 명백한 치과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DIOF는 15세 미만의 성장기 아동이 연령에 맞게 ‘먹기, 삼키기, 말하기, 숨쉬기’등 입의 기본적인 기능을 충분히 획득하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단순히 치아가 썩거나 삐뚤어진 치열의 문제를 넘어, 혀·입술·턱 등 구강 주변 근육과 신경계가 조화롭게 자라지 못해 기능적 장애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올바른 턱 성장과 치열(교합) 형성은 물론, 전반적인 안면 발달과 호흡기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초고령화 및 소아 보건 선진국인 일본에서 국가적 사회 화두로 다뤄져 왔다. 최근 도쿄과학대 등의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7세 아동 약 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거의 4명 중 1명(92명 중 21명, 약 23%)이 DIOF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수 껌과 악력 측정, 혀로 물건을 누르는 힘, 체격지수(BMI) 및 영양 섭취량 등을 종합 진단하여 이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딱딱한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는 DIOF일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단순한 섭취 빈도보다 식감(경도)이 아동의 구강 기능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소아 구강기능발달부전증’을 공식 질환명으로 제정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시작했다. 치과 방문 아동뿐만 아니라 일반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역학 조사와 데이터 축적이 활발하며, 올바른 식사법 지도 및 구강근기능치료(MFT) 등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이 안착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직 일본처럼 ‘구강기능발달부전증’이라는 명칭이 독립된 법정 상병명이나 국가 공식 통계 지표로 전면 도입되어 있지는 않다. 성인의 경우 질병관리청에서 ‘구강기능제한율’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성장기 아동을 타깃으로 한 국가 차원의 공식 유병률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 현장의 목소리는 심각하다. 국내 소아치과 및 구강회복 학계 중심으로는 일본의 선진 진단 체계를 발 빠르게 도입해 대응하고 있다. 영유아 검진이나 소아 치과 진료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구호흡, 편식, 저작(씹기) 장애, 혀의 잘못된 위치 등으로 인해 구강근기능치료(MFT)를 찾는 발걸음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소아치과나 교정치과에서는 ‘저작기능장애’, ‘구강근기능장애’, ‘구호흡에 따른 악안면 발달 이상’ 등의 세부 진단명과 증상으로 나누어 진료하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국가가 이를 하나의 통합된 증후군(질환)으로 묶어 공식 보험 코드를 부여하고 제도화한 단계까지는 아직 나아가지 못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이미 동일한 개념으로 아이들을 진단하고 치료(구강근기능치료 등)를 진행하고 있다. 명칭과 제도적 뒷받침이 조금 더디다 보니 일반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아동·청소년 식생활 환경과 주거 양식이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부드러운 유동식 위주의 식습관이 보편화되었고, 미세먼지 및 주거 환경 변화로 인한 비염 인구가 늘면서 ‘구호흡(입으로 숨쉬기)’아동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한국 아동·청소년 사이의 실질적인 DIOF 발달 부전 위험군 역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인 ‘4명 중 1명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강기능발달부전증은 단순히 입안의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씹는 기능의 저하는 소화 기능 저하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만성적인 구호흡은 안면 비대칭, 주걱턱, 심지어는 수면 무호흡증이나 학습 능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이 이 문제를 단순 치과 질환을 넘어 소아 종합 건강의 관점에서 조기에 국가 보험 체계로 흡수한 것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한국 역시 아이들의 건강한 신체 발달을 위해 영유아 구강 검진 항목의 다각화, DIOF에 대한 공식적인 진단 기준 마련, 그리고 부드러운 음식 위주의 식습관에 대한 영양·식생활 교육 강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이의 ‘씹고 숨 쉬는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할 때다.
  • “80대까지 30데시벨 청력유지해야 우울증·치매 안걸린다”

    “80대까지 30데시벨 청력유지해야 우울증·치매 안걸린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새로운 보건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는 2024년 9월부터 ‘80대에서도 30데시벨(dB) 이하의 청력을 유지하자’는 취지의 ‘청각 8030 운동’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30dB은 조용한 도서관이나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양호한 청력 수준으로, 80세가 되어서도 일상적인 소통과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청력을 관리하자는 취지다. 이번 캠페인은 일본에서 수십 년간 대성공을 거둔 구강 건강 캠페인 ‘8020 운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됐다. 1989년 일본 후생성과 치과의사회가 “80세까지 20개 이상의 자연 치아를 유지해 건강하게 음식을 씹자”는 목표로 시작한 8020 운동은 당시 10% 미만에 불과했던 달성률을 최근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구강 보건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청각 8030 운동’ 역시 단순한 감각 기관의 관리를 넘어 전신 건강과 뇌 기능 유지를 목표로 한다. 난청은 단순한 듣기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고립, 우울증, 그리고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발생 위험을 현저히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씹는 저작 활동이 뇌를 자극하듯, 소리를 듣는 청각 자극 역시 뇌의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건강한 장수를 누리는 데 필수적이다. 인간의 청력은 대개 30대 중후반부터 고주파수 영역을 시작으로 눈에 띄지 않게 노화가 진행된다. 20~30대는 가청 주파수를 온전히 감지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며 1만5,000Hz 이상의 초고주파수 영역에서 미세한 저하가 시작된다. 40~50대는 달팽이관 내 유모세포의 피로 누적으로 높은 음(고주파수) 소실이 두드러진다. “스, 즈, 츠, 프, 흐” 같은 자음이나 여성·아이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하며, 시끄러운 장소에서 말소리 분별력이 떨어진다. 60대 이상은 청력 저하가 중·저음역인 일상 대화 영역까지 확대된다. 소리는 들리지만 뇌에서 단어를 명확히 해독하지 못해 “소리는 웅웅거리며 들리는데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힘든” 현상이 빈번해진다. 이처럼 청력 저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화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회는 난청으로 인한 소통 단절을 막고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의 3가지 핵심 실천 사항을 권장한다. 먼저 정기적인 청력 검사다. 서서히 진행되는 노인성 난청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 귀 검진을 받는다. 둘째는 소음 노출 주의이다. 이어폰을 통한 장시간 고음 청취 등 일상 속 소음성 난청 유발 환경을 멀리한다. 마지막으로 보청기의 적극적 활용이다. 이미 청력이 저하되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보청기를 통해 뇌에 지속적인 청각 자극을 주어야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 ‘독감백신 명가’ GC녹십자, 고면역원성 ‘GC3114B’ 임상 승인

    ‘독감백신 명가’ GC녹십자, 고면역원성 ‘GC3114B’ 임상 승인

    국내 독감백신 시장의 선두 주자인 GC녹십자가 고령층 대상의 고면역원성 독감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백신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GC녹십자(대표 허은철)는 자사의 고면역원성 독감백신 후보물질인 ‘GC3114B’의 임상 2/3상 시험계획서(IND)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임상 2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상 3상부터는 다국가 임상으로 규모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다질 계획이다. 이번에 임상 승인을 받은 ‘GC3114B’는 기존의 표준용량 독감백신 대비 항원 함량을 대폭 늘려 설계된 고면역원성 백신이다. 이번 임상 2/3상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활성대조군과의 직접 비교(Head-to-Head) 방식으로 진행되며, 백신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게 된다. 이번 GC녹십자의 개발 소식은 단순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전진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에 발맞춘 전략적 백신 포트폴리오의 진화라는 점에서 깊은 산업적·의학적 의미를 가진다. 고령층은 연령 증가에 따른 ‘면역 노화(Immunosenescence)’ 현상으로 인해 일반 표준용량 독감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거나 면역 유지 기간이 단축되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를 비롯한 글로벌 보건 당국은 이미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표준 백신보다 면역 반응을 한층 강화한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적으로 접종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고령층의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차별화된 방역 옵션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고면역원성 독감백신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이유다. 현재 국내 고면역원성 독감백신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의 수입 백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GC녹십자의 GC3114B 개발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고면역원성 백신을 국산화하여 독자적인 백신 자급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보건 안보 측면의 가치가 매우 크다. GC녹십자는 향후 GC3114B를 통해 국내 NIP 시장 진입을 확실히 다지는 동시에, 다국가 임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글로벌 고면역원성 독감백신 시장이라는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진출한다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초고령화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됨에 따라 고령층의 면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독감 예방 전략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라며 “GC녹십자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독보적인 R&D 및 글로벌 수준의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고면역원성 백신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여 백신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C녹십자의 백신 시장 공략은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백신 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인 오시백스(Osivax)와 차세대 독감백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백신 기술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독감백신 생산의 강자였던 GC녹십자가 고면역원성 백신(GC3114B)과 차세대 유전자/단백질 기반 백신 기술을 동시에 확보함에 따라, 글로벌 프리미엄 백신 시장을 선도하는 거대 백신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GC3114B의 IND 승인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프리미엄 백신 시장의 단순 소비국에서 공급국이자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 ‘100세인 1만명’ 눈앞…준비 없는 한국, 일본식 ‘재정 폭탄’ 터진다

    ‘100세인 1만명’ 눈앞…준비 없는 한국, 일본식 ‘재정 폭탄’ 터진다

    우리나라도 내년 상반기 100세 이상 인구(Centenarian)가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100세인이 1만 명을 넘는 국가는 일본, 미국, 중국,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 브라질 등 10여 개 국가에 불과하다. 건강이 담보된다면 100세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1일 행정동별 연령별 인구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서 100세를 넘는 ‘100세인’은 2025년 말 8726명(남자 1441명, 여자 7285명)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9082명(남자 1513명, 여자 7569명)으로 반년 만에 350명이 증가했다. 7월 말 현재 100세를 앞둔 99세인 한국인은 5685명(남자 885명, 여자 4800명)으로 빠르면 내년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100세인이 1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이웃 나라 일본은 100세 이상 인구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9만 9763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3년 첫해 100세 이상 인구가 153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1998년 1만 명, 2003년 2만 명, 2012년 5만 명을 돌파하며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수학자들은 일본과 식생활습관이 비슷한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인구 규모(약 1억 2,500만 명)를 고려할 때 100세 인구가 약 4만 명에 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영양 섭취가 부실했던 비극적인 시기를 겪은 데다 급격한 근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명 연장에 악영향을 받았다. 한국은 2024년 12월 23일 주민등록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7%이면 고령화사회, 14%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한국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단 7년 4개월에 불과하다. 영국 50년, 프랑스 39년, 미국 15년, 일본 10년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빠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라는 씁쓸한 신기록을 세운 셈이다. 초고령 인구의 급증은 단순한 연령 구조의 변화를 넘어, 사회 전반의 기본 규칙과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드는 ‘구조적 대전환’을 가져온다. 정치는 ‘표심의 고령화’로 고령정치(Gerontocracy)가 심화된다. 이에 따라 청년·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교육, 신산업, 저출생 대책)보다 고령층의 즉각적인 이해관계(연금 유지, 의료비 지원, 부동산 가격 방어)에 중점을 둔 정책이 정치권의 주류가 된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노동 시장이 재편된다. ‘정년’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계속 일하는 ‘연령 파괴형 노동 시장’으로 체질이 바뀐다. 산업 역시 의료, 바이오, 헬스케어, 자산 관리, 실버 호스피탈리티, 로봇·스마트홈 등이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Silver Economy)으로 자리 잡는다. 복지 및 의료 패러다임이 전환되어 ‘치료(Cure)’ 중심의 의료 체계에서 ‘예방 및 돌봄(Care)’ 중심으로 바뀐다.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던 돌봄이 국가·사회적 영역(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옮겨간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방 도시들의 축소가 본격화되며 행정·의료·상업 기능을 특정 거점에 집중시키는 ‘컴팩트 시티(Compact City)’ 형태로 공간 구조가 재편된다. 수명 연장으로 노인들 역시 과거의 ‘보호받아야 할 약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소비·여가를 주도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문화적 주류로 부상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는 고령층을 사회적 부담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이 경제·문화의 주체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Reskilling & Redesign)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령 인구 증가는 의료비를 비롯한 사회보장비 지출이 급증한다. 이는 결국 국가부채로 이어진다. 이는 한국보다 약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선배국’인 일본보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 일본이 겪은 시행착오와 정책적 대응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타산지석이 된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9.3%(약 3,625만 명)로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전원이 75세 이상에 진입하면서 사회보장비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질병 위험이 높은 7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6.1%(2,000만 명)를 차지하면서 의료비와 간병비 지출이 폭증했고, 이는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2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주원인이 됐다. 일본은 1990년 이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60~70%로, 당시 미국이나 이탈리아보다 낮아 비교적 건전한 편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중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경기 침체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0년대 후반 부채 비율이 100%를 돌파하면서 기존의 고부채 국가들을 제치고 선진국 중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1위에 올랐으며 이후 현재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부채의 절대 금액(약 40조 달러·한화 약 5경 5000조 원)에서 세계 1위이지만 경제 규모 대비 정부 빚은 일본이 1위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7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사회보장비 지출 속도가 정부의 세수 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75세 이상은 65~74세 전기고령자에 비해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이 약 4배 이상 높다. 한국의 7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8.4%(430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화로 늘어나는 세수를 감당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규모의 신규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2026년도 일본 정부 일반 회계 예산 총액(회계연도는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은 약 115조 5000억 엔, 이중 사회보장비 총액은 약 38조 5000억 엔(의료비 12조 8000억 엔 포함)이다. 일본 정부는 세수 부족 보충을 위해 약 35조 2000억 엔 규모(신규 건설·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최근 일본의 사회보장비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며 매년 연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초저금리 정책 덕분에 국채 이자 부담을 겨우 버텨왔지만, 최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향후 정부가 지불해야 할 국채 이자 비용(국채비)이 재정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경제 규모에 비해 정부 빚이 가장 많지만, 국가 부도 위기가 낮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일본은 정부 부채의 대부분이 해외 채무가 아닌 자국 통화인 엔화로 발행된 국채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채의 85~90% 이상을 일본 중앙은행(BOJ), 시중 은행, 연금 등 내국인 및 자국 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주식, 해외 채권, 연금 기금 등 막대한 정부 자산을 보유해 정부 자산을 차감한 ‘순부채(Net Debt)’ 비율이 GDP 대비 약 70~80% 수준으로 급감하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과 비슷한 보통 수준이다. 정부 부채가 많지만, 일본 전체(민간+정부)가 해외에 보유한 순자산이 세계 1위 수준이어서 대외 신용도가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민간이 해외에 투자하거나 빌려준 돈에서 들어올 빚을 뺀 ‘대외 순자산’은 약 400조 엔 이상으로 30년 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변수는 금리로, 금리가 오르면 일본 정부가 지불해야 할 국채 이자 비용(국채비)이 가파르게 증가하여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 일본의 재정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한국도 2030년대 중반쯤 일본이 현재 겪고 있는 사회보장비 폭증과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세계 최대 대외 순자산국이라는 방파제라도 있지만,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정부 부채가 급증할 경우 외환 위기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연금 개혁과 의료 재정 건전화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자체는 올해 약 47%로 일본보다 훨씬 낮고 건전해 보인다. 그러나 부채의 ‘질적 구조’와 경제의 체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부 부채가 급증할 경우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주된 이유는 원화가 엔화·달러와 달리 위기 시 자금 유출 위험이 큰 비기축통화여서다. 한국 정부가 부채를 갚기 위해 원화를 대량으로 찍어내면 원화 가치가 폭락(고환율·초인플레이션)하고 외환위기로 직결된다. 일본은 국채의 대부분을 일본 국민과 자국 기관이 들고 있어 외풍에 매우 강하다. 한국은 국채 및 공공 채권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훨씬 높다. 한국의 정부 부채가 급증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채권을 투매하고 달러를 빼내어 외환 위기(FX Crisis)를 유발할 수 있다. 정부 부채 증가 시 가계 부채와 맞물려 국가 전체 재정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 한국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첫 2000조 원을 돌파해 GDP 대비 100%에 근접했다. 일본은 이미 사회보장비 증가 속도가 정점에 달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한국은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는 앞으로 복지 예산 등 정부가 의무적으로 써야 할 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세금을 낼 생산연령 인구는 급격히 줄어든다는 얘기다. 부채의 증가 경사도가 일본보다 훨씬 가파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내수 시장 규모가 커서 대외 충격을 흡수할 체력이 있다. 한국은 수출입 등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환율 변동 등 외부 악재에 매우 취약하므로, 재정 건전성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야 외풍을 견딜 수 있다. 일본이 던지는 가장 큰 경고는 명확하다. ‘준비 없는 고령화는 국가 재정과 성장 동력을 동시에 갉아먹는다’이다. 한국은 인구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가파른 만큼, 일본이 20~30년에 걸쳐 진행한 사회 구조 개혁을 향후 5~10년 내에 가속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 이희동 서울시의원, 5분 자유발언 통해 서울시 사회연대경제 정책 후퇴 비판

    이희동 서울시의원, 5분 자유발언 통해 서울시 사회연대경제 정책 후퇴 비판

    이희동 서울시의원(강동1,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정책 후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통과된 사실을 언급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법은 2014년 국회에 처음 발의된 지 13년 만에,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로는 근 20년 만에 통과됐다. 이 의원은 2013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력을 언급하며 법 통과에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초선이었던 2009년 서울형 사회적기업 유형을 만들고 3년간 1,000개 기업 발굴·육성을 목표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사회연대경제 활성화에 앞장섰던 이력을 짚으며 “사회적경제가 오세훈 시장에게 지고 있는 빚”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1년 재취임 이후 관련 정책이 크게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은 2021년 390억원에서 2026년 103억원으로 5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운영 예산 역시 같은 기간 61억 8500만원에서 20억 4300만원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서울시의 공공구매 실적을 살펴보면, 중증장애인생산시설과 장애인기업, 소기업 및 소상공인 부문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목표를 초과 달성한 반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구매는 유일하게 해마다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사회적경제기업의 구매 목표 달성률은 2023년 81%, 2024년 88%, 2025년 83%에 머물렀으며, 올해의 경우 7월 말 기준 48.9%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MBC 보도로 불거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운영 부실 사태도 강하게 질타했다. 수탁기관의 강압적인 충성 서약 요구를 비롯해, 잦은 퇴사로 인해 2024년 수탁 이후 3년간 약 30번에 달하는 채용 공고를 낸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센터장이 서울시에 알리지 않은 채 특정 정당의 공보특보로 활동해 온 사실을 짚으며, 서울시의 안이한 관리·감독 태도를 정조준했다. 또한 이 의원은 기후위기, 양극화, 초고령화 등 사회적 과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연대경제기업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강조하며, 서울시가 새롭게 제정된 법의 틀 안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말로만 약자와의 동행을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정을 모색해야 하며, 이는 오 시장이 공약한 G3 서울플랜의 내실을 챙기고 최근 중요시되는 ESG 경영에 다가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사회연대경제기본법 통과에 발맞춰 서울시의 정책을 다시 세울 기회”라며, “초선 시절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앞장섰던 오세훈 시장 본인의 초심으로 돌아가 예산과 정책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선 오 시장이 5선 오 시장에게 부탁한다”며 “부디 그 초심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87세 치매 아내 대소변 처리하는 88세 뇌경색 남편…초고령화 日 충격 근황 [월드픽]

    87세 치매 아내 대소변 처리하는 88세 뇌경색 남편…초고령화 日 충격 근황 [월드픽]

    초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75세 이상 후기고령자 부부가 서로 병간호하는 ‘초(超)노노(老老)케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요미우리신문이 후생노동성의 ‘개호(돌봄)보험사업상황보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75세 이상 ‘요(要) 돌봄 인정자 수’는 659만명에 달했다.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비슷한 ‘개호보험’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돌보는 사람이 동거하는 경우의 37.1%는 두 사람이 모두 75세 이상인 ‘초노노케어’였는데, 이런 비율은 2001년 18.7%였던 것이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후기고령자에 진입한 상황과 고도경제성장기 이후 진행된 급격한 핵가족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는 가고시마현에 사는 80대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88세 남편은 70대 중반 뇌경색 후유증으로 오른쪽 몸 절반이 마비됐지만, 5년 전부터 치매를 앓는 부인을 돌보고 있다. 남편은 오른손잡이여서 운전이 힘든 상황이며, 여기에 당뇨까지 앓고 있어서 스스로 치료받고 있지만 부인을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대소변 처리를 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요리, 세탁 등 집안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부부는 결국 지난해 두 사람 모두 돌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임대 주택에 이사했고, 자비를 들여 부인의 목욕과 음식 만들기 등에 대해 서비스 받고 있다. 신문은 ‘초노노케어’가 학대 등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배경에 일본 사회에 뿌리가 깊은 ‘돌봄은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노노케어’를 하는 노인 중에서는 돌보는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도달하며 학대나 살인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유하라 에쓰시 일본후쿠시대 교수는 “사회 전체가 돌보는 사람을 지지한다는 인식이 퍼지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법률과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며 “돌보는 사람의 상태를 파악해 적절하게 지원하는 틀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韓가구 10곳 중 1곳 이상은 ‘독거노인’● 생산가능인구 3.3명이 노인 1명 부양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년 전보다 5.9% 늘어난 1072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7%로 처음 20%를 넘어섰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국가를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8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넘어갔다.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초고령 사회 진입이 공식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활동 중심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3587만명으로 감소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70% 아래로 떨어졌다. 인구 구조상 생산연령인구 약 3.3명이 고령자 1명을 떠받치는 셈이다. 세금을 내고 복지 재정을 부담할 인구는 줄고 연금과 의료·돌봄 수요는 늘어난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홀로 사는 가구는 245만 6000가구로, 일반 가구의 10.9%를 차지했다. 어느 아파트나 주택가를 기준으로 봐도 가구 10곳 중 1곳 이상은 고령자가 혼자 사는 집인 셈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80만 가구가 늘었다. 이처럼 가족이 곁에서 식사와 병원 진료, 응급상황을 챙기기 어려운 고령자가 늘면서 지역사회 돌봄과 고독사 예방의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 K-가발의 ‘진화’…특허 출원·등록 세계 2위

    K-가발의 ‘진화’…특허 출원·등록 세계 2위

    현대인의 탈모 및 가발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K가발’이 진화하고 있다. 2004년부터 23년 20년간 세계 5대 지식재산기관(IP5)에 출원된 가발 관련 특허 출원·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누적 출원·등록 건수가 각각 2위를 차지했다고 지식재산처가 17일 밝혔다. 가발 관련 특허는 3830건이 출원돼 1754건이 등록됐다. 과거 가발은 탈모를 가리는 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확장하고 있다. 뷰티 문화로 인식되면서 젊은 세대까지 소비층이 확대되는 등 세계 가발 시장 규모는 2025년 11조원에서 2035년 23조원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특허 출원은 일본(1374건), 한국·미국(756건) 순이고 등록된 특허는 일본이 637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523건으로 뒤를 이었다. 다출원인은 일본 기업이 상위 10개 중 7개를 차지한 가운데 국내 기업인 하이모가 7위에 올랐다. 양재석 지재처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고 탈모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가발이 개성과 삶의 질을 높이는 아이템이 되고 있다”며 “K가발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신속한 권리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인구절벽 넘는 농협의 결단…광주 본량·삼도농협, 첫 자율합병 시동

    농촌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지역 농업의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는 가운데 광주지역 농협이 자율합병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조합원의 실익을 확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지역 농협의 구조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모델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농협중앙회 광주본부에 따르면 본량농협과 삼도농협은 최근 광주본부 회의실에서 ‘신설합병을 위한 기본협정’ 을 체결하고 통합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이번 합병은 농촌의 인구 절벽과 고령화 심화로 갈수록 위축되는 사업 기반을 극복하기 위한 자율적 선택이다. 두 농협은 개별 경영의 한계를 넘어 조직과 자산, 사업 역량을 결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기반을 구축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양 농협은 즉시 합병추진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조직·재산·사업 승계 등 통합 실무를 본격화하는 한편, 오는 8월 31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합병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합원 투표에서 합병안이 의결되면 대의원총회와 설립준비위원회 구성, 정부의 합병 인가 및 법인 등기 절차를 거쳐 새로운 통합 농협이 공식 출범하게 된다. 통합의 핵심은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다. 사업 규모를 키워 경영 효율을 높이고, 절감된 비용과 확보된 재원을 영농지도와 교육, 복지사업 등 조합원 지원에 재투자해 농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농촌 인구 감소로 약화된 사업 기반을 규모의 경제로 보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농협중앙회도 통합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선다. 합병 기준을 충족하는 농협에는 대규모 무이자 자금을 지원하고, 조직 통합과 경영 안정화를 위한 행정·정책 컨설팅도 병행할 계획이다. 농업계는 이번 자율합병을 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해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역 농업계 관계자는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율합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며 “8월 말 조합원 투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광주 농협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전국 농촌 지역 농협 구조개편의 선도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사설] 1인당 GDP 4만 달러 눈앞, 체감경제와 괴리 좁혀야

    [사설] 1인당 GDP 4만 달러 눈앞, 체감경제와 괴리 좁혀야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3만 9164달러로 추산되면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눈앞에 닥쳤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명목성장률은 30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경제 규모도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 유가 하락 때와 달리 수출기업의 매출과 임금이 함께 오른 결과인 만큼 내수 파급 효과도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의 질적 도약이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장밋빛 숫자와는 괴리가 크다. 2분기 대졸 실업자는 48만명으로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2030세대 비중이 64%에 달했다. 인공지능(AI)과 경력직 선호가 맞물리면서 청년들의 첫 일자리가 줄고 있다. 20대 대졸 실업률은 8.3%로 코로나19 초기 이후 가장 높다. 취업 경험이 없는 첫 구직 실업자는 5만 6000명으로 7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 가운데 20대는 4만 8000명으로 2분기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중장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평균 연령은 53세인데 국민연금 수령은 66세부터다. 13년의 소득 공백 앞에서 퇴직자 열에 여덟이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지만, 구직 기간이 1년을 넘기면 노동시장 복귀가 급격히 어려워진다. 경제 지표의 상승이 오히려 취약계층의 안전망을 흔드는 역설까지 나타났다.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기초연금 중도 탈락자가 3년 새 60% 급증하자 정부가 지급 기준을 중위소득 체계로 대수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 대표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성장의 과실이 반도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편중됐다는 데 있다. 한은도 호황의 혜택이 고소득·고자산 계층에 집중된 점, 반도체 장비의 높은 수입 의존도,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고용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견인한 성장률이 골목상권의 매출이나 중소기업의 채용 여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품기 어렵단 뜻이다. 고용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30년까지 AI·반도체 전문인력 20만명을 양성하고 민관 일자리 20만개를 만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취업자가 80만명 줄어들 수 있다는 노동계 전망에 비하면 충분한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 반도체와 AI가 이끈 호황만큼이나 이 호황의 이면에 놓인 AI 대체, 공급망 재편, 초고령화도 전례 없는 현상들이다. 기존의 인력 양성 정책이나 채용 보조금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고용과 내수로 스며드는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결심이 절실하다.
  •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기후·전력·고령화 복합위기…보험, 리스크 경고하는 ‘연구소’ 돼야”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기후·전력·고령화 복합위기…보험, 리스크 경고하는 ‘연구소’ 돼야”

    정경선 현대해상 지속가능최고책임자(CSO) 부사장은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신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앞으로 한국이 마주할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초고령화가 동시에 닥치는 ‘복합 위기’”라며 “사람과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미래를 위한 보험료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한국이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기후재난, 미중 갈등과 관세전쟁 등 복합적인 위험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화가 약화되면서 자원 확보 비용은 높아지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을 통해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전환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는 초고령화를 꼽았다. 그는 “현재 생산가능인구 4~5명이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30년 뒤에는 1.5명이 1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된다”며 “돌봄은 아직 자동화하기 어려운 영역이어서 간병과 돌봄 비용이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뿐 아니라 돌봄 인력이 다른 산업에서 빠져나가는 만큼 경제적 손실은 훨씬 커질 것”이라며 “지금 예상하는 비용보다 실제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복합위기 시대에 정 부사장은 보험사의 역할이 단순한 보상에서 위험 예방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부사장은 “보험사는 기업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기후 리스크, 인구구조 등 주변 산업 분석을 통해 먼저 위험 리스크를 제시하는 일종의 ‘연구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후 다시 보험으로 연결되는 ‘토탈 리스크 관리 매니지먼트’가 돼야 한다고 보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마음 나누는 ‘홈 로봇’… 초고령사회 해법은 AI돌봄과 연결”[인구 대전환: 대한민국의 내일을 묻다]

    “마음 나누는 ‘홈 로봇’… 초고령사회 해법은 AI돌봄과 연결”[인구 대전환: 대한민국의 내일을 묻다]

    LG전자 피지컬 AI로봇 ‘클로이드’ 인공지능 아닌 ‘공감지능’ 재정의가사 도우미 넘어 안전·감정 돌봐“고소득층만의 서비스 돼선 안 돼”반려견을 떠나보낸 할머니가 거실에 홀로 앉아 있다. 할머니를 지켜보던 인공지능(AI) 로봇은 TV 화면에 반려견의 생전 사진과 영상을 띄운다. 슬픔을 알아차린 로봇이 추억을 꺼내 할머니를 위로하는 모습이다. 초고령사회에서 AI 로봇은 집안일을 돕는 기계를 넘어 고령자의 외로움과 관계까지 살피는 존재로 확장되고 있다. 이향은 LG전자 리빙솔루션CX담당 상무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신문 인구포럼’에서 차세대 피지컬 AI 로봇 ‘클로이드’를 소개했다. 클로이드는 빨래를 개고 음식을 데우는 것은 물론, 운동 자세를 교정하고 집 안 위험을 감지하며 고령자의 일상과 정서를 함께 돌보는 홈 로봇이다. 이 상무는 “홈 로봇은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집 안으로 확장하는 필수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AI를 ‘인공지능’이 아닌 ‘공감 지능’으로 재정의했다. 기술이 더 똑똑해지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령자의 외로움과 관계 결핍까지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성능 가전의 시대를 넘어 가치 가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초고령사회에서 가전이 안전과 정서, 관계를 함께 돌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AI 로봇이 실제 돌봄의 해법이 되려면 기술 자체보다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홍수 서울대 건강·돌봄AI 센터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기술과 돌봄의 융합 전략’ 주제 발표에서 “문제의 본질은 기기가 아니라 연결”이라며 “AI의 가치는 그 연결을 학습해 모두에게 닿게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혼자 사는 노인의 식사량이 줄고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하고 외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처음에는 작은 변화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면 두세 달 뒤 응급실에 가게 되고 이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막을 수 있는 입원과 시설 입소는 돌봄의 경로가 끊기는 지점에서 발생한다”며 “센서와 로봇, 안부 전화, 스마트홈 같은 기술은 잘 설계된 연결 위에 놓일 때 비로소 제값을 한다”고 강조했다. AI 돌봄이 고소득층만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짚었다. 김 센터장은 “AI 기반 맞춤 돌봄은 절대 고소득층만의 프리미엄이 아니다”라며 “자칫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시장으로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과 예산,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같은 기술도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AI 돌봄은 모두에게 닿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공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공공은 접근성을 보장하는 인프라와 사회적 가치 기준을 세우고 민간은 그 위에서 혁신적인 AI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공공성과 시장성은 이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초고령화’ 전북…온열질환 출동도 많았다

    ‘초고령화’ 전북…온열질환 출동도 많았다

    전북이 지난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온열질환 관련 구급출동 건수를 기록했다. 전북소방본부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22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 온열질환 관련 구급출동은 347건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이송 인원도 290명으로 전년보다 26.1% 늘었다. 전국 시·도 가운데서는 경기(696건), 서울(485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온열질환 관련 구급출동 건수를 기록했다. 인구수를 고려하면 사실상 전북이 온열질환으로 인한 출동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온열질환 유형별로는 열탈진이 211명으로 전체의 60.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연령별로는 61~70세와 81세 이상이 각각 72명으로 전체의 20.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시간대별로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 발생한 환자가 196명(56.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발생 장소는 도로·도로 외 교통지역이 93명(26.6%)으로 가장 많았다. 논·밭·산 등 야외환경도 84명(24.0%)을 차지했다. 올해도 온열질환 관련 구급출동이 이어지고 있다. 5월 15일부터 6월 21일까지 30건 출동해 24명을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전북소방본부는 폭염 대응을 위해 구급차 109대와 펌뷸런스 117대에 얼음조끼, 생리식염수, 체온계 등 폭염 대응 장비를 비치했다. 또한 중증 온열질환 발생 시 전북형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활용한 신속한 병원 선정 지원 등 24시간 대응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인 기상현상이 아니라 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폭염 취약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통해 스스로의 건강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증시 호황에 국민연금 숨통…고갈 시점 4~7년 연기

    증시 호황에 국민연금 숨통…고갈 시점 4~7년 연기

    증시 호황에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4~7년가량 늦춰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높은 기금운용 실적을 반영해 소진 시점을 기존 2065년에서 2069년으로 4년 늦춰 잡았다. 보건복지부도 국민연금 적립금이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기금 소진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7년가량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초고령화로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어 투자수익만으로는 국민연금 재정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1526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458조원보다 68조원가량 늘었다. 2021년 948조 7000억원이었던 적립금은 2025년까지 연평균 11.3% 증가했다. 기금 증가를 이끈 건 높은 운용수익률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총자산 수익률은 18.82%를 기록했다. 특히 주식 부문 수익률은 35.12%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 수익률은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강세에 힘입어 자산군 중 가장 높은 82.44%를 기록했다.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고갈 시계도 뒤로 밀렸다. 예정처는 지난해 6월 국민연금 개혁 효과를 반영한 재정전망에서 기금 소진 시점을 2065년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발간한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에서는 이를 2069년으로 늦춰 잡았다. 미래 평균 수익률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4.6%로 유지했지만, 지난해 투자수익으로 불어난 적립금 규모가 반영되면서 소진 시점이 4년 연장됐다. 정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수엽 복지부 1차관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투자 수익을 많이 내 기금 소진 시점이 잠정적으로 7년 정도 더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증시 호황으로 기금이 불어났다고 해도 연금 재정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연금보험료 수입은 53조 5000억원에서 63조 9000억원으로 연평균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연금 급여 지출은 29조 1000억원에서 49조 7000억원으로 연평균 14.3% 늘었다.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보다 3배 이상 빠른 셈이다. 높은 수익률이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속에서 각각 -0.18%, -0.92%, -8.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시장 충격이 반복되면 기금 소진 시점도 다시 앞당겨질 수 있다. 김우림 예정처 사회비용추계과 분석관은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기금 감소 국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증액만 하후상박’이냐, 70% 손질이냐…기초연금 개편 논쟁

    ‘증액만 하후상박’이냐, 70% 손질이냐…기초연금 개편 논쟁

    현재 ‘소득 하위 70%’인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낮추고 저소득 노인에게 재정을 집중하는 ‘하후상박형’ 개편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기초연금 개편 방향 전문가 포럼에서 나온 주장으로, 본격적인 연금 구조개혁을 앞두고 정부가 기초연금 개편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소셜미디어(SNS)에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기존 수급 골격을 유지할지 아니면 ‘70% 지급 기준’ 자체를 손볼지를 두고 정책 논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9일 서울역에서 열린 포럼에서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기초연금의 ‘70% 목표수급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기초노령연금 시행 당시 노인의 70%라는 수급 대상 결정은 정치적 논의의 결과물이었다”며 노인층의 소득 수준이 크게 향상된 만큼 “현재에도 앞으로도 노인의 70%를 유지해야 하는 정책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의 월 경상소득 평균은 2014년 약 149만원에서 2024년 303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70% 유지할 정책적 근거 불명확재정 부담 고려해 기준선 손봐야최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한 개편 방향은 기초연금을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목표수급률 70%를 폐지하고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등 일정 기준에 맞추어 조정하되, 저소득 노인 대상 기초연금액을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금처럼 노인 10명 중 7명에게 나눠주기보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노인은 덜 주거나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난한 노인을 더 두텁게 보호하자는 취지다. 노인 내부의 극심한 소득 격차와 저출생·초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박이 이 같은 개편론의 배경이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낮은 노인 1분위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체 인구 평균의 17.7%에 불과했다. 반면 노인 8분위는 93.2%, 9분위는 116.1%, 10분위는 208.2%에 달했다. 저소득 노인은 전체 평균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활하지만 소득 상위 노인은 전체 평균을 웃도는 소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 선임연구위원도 급격한 축소에는 선을 그었다. 특히 국민연금 성숙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대상을 급격히 줄이면 노인 빈곤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급자 규모 성급히 축소 땐 빈곤선 경계 노인 탈락, 빈곤율 악화반면 개편의 무게추가 ‘수급자 축소’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를 줄이고 급여액을 올리는 방식은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를 축소하고 급여액을 인상하는 개편이 빈곤율을 오히려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줄이면 빈곤선 경계에 있던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해 새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계층인 고령 노인의 극빈을 완화하기 위해 기초연금 강화가 필요하다”며 “기초연금 개편의 주목적이 수급자 규모의 축소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의 시각 차이는 같은 ‘하후상박’이라도 접근법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 선임연구위원이 70% 기준을 손보고 지원 대상을 좁히는 ‘대상 조정형’에 가깝다면, 이 위원은 대상 축소보다는 저소득층 급여 자체를 끌어올리는 ‘보장성 강화형’에 무게를 뒀다. 결국 이날 포럼의 쟁점은 기초연금을 더 줄 것이냐 덜 줄 것이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더 줄 것이냐로 모아졌다. 저소득 노인을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지만 대통령의 구상대로 70% 틀을 유지한 채 증액분만 차등화할지, 아니면 현행 수급률 자체를 수술대에 올릴지를 두고 정부와 국회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 기초연금 수급자 80% ‘월 34만원으론 부족’…절반은 ‘40만원이 적정’

    기초연금 수급자 80% ‘월 34만원으론 부족’…절반은 ‘40만원이 적정’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10명 중 8명은 지금보다 더 많은 연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적정 금액은 월 40만원이었다. 물가와 의료비, 주거비 부담이 불어나면서 실제 노후 생활비와 기초연금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3일 국민연금연구원의 ‘2025년 기초연금 수급자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전국 기초연금 수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1%가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기초연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올해 기초연금 최대 지급액은 월 34만 9700원(노인 단독가구 기준)이지만 조사 당시에는 월 34만 2510원 수준이었다. 수급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기초연금액은 월 40만원에 가장 많이 몰렸다. 응답자의 47.7%가 월 40만원을 꼽았고 월 50만원(20.0%), 월 45만원(12.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조사 당시 지급액인 월 34만 2000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은 19.9%에 그쳤다. 수급자 10명 중 8명꼴로 더 많은 급여가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연구진은 “월 40만~50만원 사이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초연금 인상 요구는 수급자들의 빠듯한 생활 형편과도 맞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소득은 126만 6000원이었다. 이 가운데 기초연금은 월평균 33만원으로 전체 소득의 약 26%를 차지했다. 기초연금이 노인들의 주요 생활비 재원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하지만 기초연금 인상에는 재정 부담이 뒤따른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상엽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재정학연구에 실은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기초연금 개편방안 연구’ 논문에서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정부예산 대비 기초연금 예산 비중이 2024년 3.08%에서 2048년 6.0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같은 기간 0.79%에서 1.70%로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별개로 기초연금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기초연금 수급액 만족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평균은 3.83점이었다. ‘만족한다’는 응답이 63.2%로 가장 많았고 ‘매우 만족한다’도 12.7%였다. 반면 ‘불만족한다’와 ‘매우 불만족한다’는 각각 4.4%, 0.5%였다. 연구진은 “기초연금은 금액의 크기와 별개로 노인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소득원으로 의미가 있다”며 “동거·부양 관계에서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조선대·조선간호대 ‘대통합’ 최종 승인

    조선대·조선간호대 ‘대통합’ 최종 승인

    조선대학교가 조선간호대학교와의 통합을 확정 지으며 보건의료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 수요 급증과 지역 보건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컬 대학’으로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선대학교는 교육부로부터 조선간호대학교와의 통합을 최종 승인받았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통합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 간호대학’은 입학정원 232명 규모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이는 4년제 대학 기준 전국 3위, 호남권에서는 독보적인 1위 규모로, 지역 내 간호 교육의 메카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양 대학의 통합은 지난 2020년 첫 논의를 시작한 이래 5년여에 걸친 숙의의 결실이다. 그간 통합 업무협약(MOU) 체결을 필두로 통합추진위원회 및 실무 특별반(TF) 운영, 구성원 의견 수렴, 이사회 심의 등 치밀한 행정 절차를 거치며 통합의 당위성을 확보해 왔다. 통합의 핵심 기치는 ‘디지털 전환’이다. 조선대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교육을 강화하고, 임상 현장에서의 데이터 기반 판단 능력을 갖춘 ‘실무형 보건의료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승인에 따라 조선대는 올해 2학기 수시모집부터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간호학과를 중심으로 한 독립 단과대학인 ‘간호대학’ 체제로의 전환은 대학 경쟁력 제고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이번 통합은 조선대 보건의료 분야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차대한 전환점”이라며, “대학의 핵심 전략인 ‘웰에이징 글로컬대학’ 모델과 연계해 지역과 세계를 잇는 글로벌 보건의료 인재 양성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명희 조선간호대 총장 역시 “양 대학의 통합은 오랜 숙원이자 새로운 도약을 향한 출발점”이라며,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 간호 교육과 지역사회 밀착형 교육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배출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 성동구, ‘인권 사각 예방’ 노인의료복지시설 인권지킴이 운영

    성동구, ‘인권 사각 예방’ 노인의료복지시설 인권지킴이 운영

    서울 성동구는 ‘노인의료복지시설 인권지킴이’를 선정하고 활동에 나섰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구는 전문가 8명을 위촉했다. 구는 초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사회 현실에 발맞춰 시설 입소 어르신의 인권 보호와 학대 예방을 위해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인권지킴이를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입소자와 시설 종사자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입소 어르신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현장 중심의 활동을 수행한다. 구는 지난 19일 구청에서 인권지킴이 위촉식을 열고 노인학대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위촉된 인권지킴이들은 오는 6월부터 12월까지 지역 노인의료복지시설 8곳에 파견돼 총 4회 이상 현장 방문 및 상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입소 어르신들의 인권 보호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어르신을 존중하는 문화 확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비서·통역가 ‘시들’… 간병·회계사 ‘활짝’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저출산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한국의 노동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사무·판매직은 축소되는 반면 인간의 돌봄과 판단, 창의성을 요구하는 의료·보건 분야와 데이터·기획 직무 수요는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AI·저출산 파장… 반복 업무 축소 한국고용정보원이 18일 발간한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내 주요 직업 182개 중 62.6%(114개)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기술 전환과 인구 구조 변화의 영향권에 놓인 30.7%(56개)는 ‘증가’(다소 증가 포함), 6.6%(12개)는 ‘다소 감소’ 구간에 진입하며 고용 구조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감소세가 가장 뚜렷한 영역은 AI 대체가 쉬운 반복·규칙 기반 업무였다. 안내·접수원(연평균 증감률 -1.1%), 비서(-1.3%), 전산자료입력 및 사무보조원(-1.0%), 출납 창구 사무원(-1.6%) 등이 대표적이다. AI 챗봇, 키오스크 확산으로 대면 접객과 단순 행정 인력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 기술의 영향은 언어 영역으로 번져 통·번역가(-1.2%)도 감소 직군에 포함됐다. 저출산 여파로 교사 수요 축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건강·기획 관련 직무 가치 상승 반면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요양보호사·간병인(4.4%), 간호사(2.7%), 전문의사(1.9%)가 대표적인 증가 직군이다. 정신건강과 삶의 질 관리에 관한 수요가 커지며 임상심리사, 재활공학기사, 아동·예술치료사 등의 직무 확장성도 두드러졌다. 기획·분석형 직무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회계사(1.8%), 세무사(1.5%), 노무사(1.4%), 경영·진단 전문가(1.4%) 등은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와 ESG 경영 수요 확대에 힘입어 ‘다소 증가’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공무원, 시스템 운영·관리 전환 62.6%를 차지한 ‘현상 유지’ 직군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수치상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 급격한 직무 전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행정공무원(0.2%), 회계사무원(0.2%) 등은 직업 자체는 유지되지만 업무의 중심이 단순 행정에서 시스템 운영과 프로세스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 김호겸 경기도의원 “초고령화 시대, 평생교육 차원의 노인교육 활성화해야”

    김호겸 경기도의원 “초고령화 시대, 평생교육 차원의 노인교육 활성화해야”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소속 김호겸 의원(국민의힘, 수원5)이 지난 15일 수원시 팔달 노인대학을 찾아 ‘노인 평생교육 정책’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11대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의원은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다각적인 평생교육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다. 특히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노인들의 풍부한 지혜와 경험을 학교 현장에 접목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활용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날 강연에서 김 의원은 대한민국이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맞이하게 된 ‘건강 100세 시대’의 도래를 짚어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차원의 주요 정책 및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경험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노인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복지 실천이다”라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노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비교 설명한 김 의원은 “경기도와 정부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걸맞은 교육 프로그램 설계와 운용, 이를 통한 노인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여 노인 인구가 절대적 빈곤층으로 진입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김 의원은 “위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으로서 노인 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의사·간병인 늘고 번역가·창구직 줄고…10년 뒤 내 일자리 운명은

    의사·간병인 늘고 번역가·창구직 줄고…10년 뒤 내 일자리 운명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저출산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한국의 노동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사무·판매직은 자동화에 밀려 축소 압박을 받지만, 의료·간호·돌봄·재활 분야와 데이터 분석·디지털 금융 같은 기획형 직무 수요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노동시장의 중심축이 ‘반복 업무’에서 인간의 돌봄과 판단, 창의성을 요구하는 영역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8일 발간한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내 주요 직업 182개 중 62.6%(114개)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술 전환과 인구 구조 변화의 영향권에 놓인 30.7%(56개)는 ‘증가’(다소 증가 포함), 6.6%(12개)는 ‘다소 감소’ 구간에 진입하며 고용 구조 변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AI 역습에 언어·창작 영역까지 수축가장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분야는 AI로 대체할 수 있는 반복·규칙 기반 업무였다. 고용정보원이 일자리 관련 자료와 키워드 빈도를 분석한 결과 일자리 감소 요인으로 ‘자동화’와 ‘AI’가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안내·접수원(연평균 증감률 -1.1%), 비서(-1.3%), 전산자료입력 및 사무보조원(-1.0%), 출납 창구 사무원(-1.6%) 등 표준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 ‘다소 감소’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모바일 시스템과 AI 챗봇, 키오스크 확산으로 대면 접객과 단순 행정 인력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생성형 AI의 영향은 언어·창작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번역가와 통역가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고용 증감률이 -1.2%로 전망되며 감소 직군에 포함됐다. 여기에 저출산 여파까지 겹치며 교사 수요 축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초고령사회가 키우는 돌봄·의료 수요데이터 중심 경제가 키우는 기획·분석 직무반면 인구 구조 변화와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자리 증가를 견인하는 핵심 키워드는 ‘고령화’와 ‘데이터’였다. 간호사(2.7%), 물리·작업치료사(2.6%), 요양보호사·간병인(4.4%), 전문의사(1.9%) 등이 대표적인 증가 직군으로 꼽혔다. 특히 단순 치료를 넘어 삶의 질 개선과 정신건강 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임상심리사, 재활공학기사, 언어·청능·놀이·예술치료사 등의 직무 확장성도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 경영이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기획·분석형 직무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경영·진단 전문가(1.4%), 노무사(1.4%), 회계사(1.8%), 세무사(1.5%) 등은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와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수요 확대에 힘입어 ‘다소 증가’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금융권 역시 대면 창구는 줄어드는 반면 디지털 금융 인프라와 자산운용 등 플랫폼 기반 기획·분석 직무는 확대되는 흐름이다. 살아남아도 일은 달라진다…‘현상 유지’ 직군의 불안한 미래전체 직업의 62.6%를 차지한 ‘현상 유지’ 직군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성장 요인과 기술 대체 요인이 맞물리며 수치상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 내부적으로는 급격한 직무 전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행정공무원(0.2%), 회계사무원(0.2%) 등은 직업 자체는 유지되지만 업무의 중심이 단순 행정에서 시스템 운영과 프로세스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소설가·작곡가 같은 순수 예술직이나 식음료 조리사 역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숙련이 여전히 필요해 현상 유지로 분류됐지만, 생성형 AI와 조리 로봇 확산에 따른 업무 방식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허리 역할을 해온 중간 숙련 수준의 사무·접객 일자리가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기반 기획직이나 전문 의료직은 진입 장벽이 높은 반면, 자동화로 밀려난 노동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하위 서비스직은 경기 침체와 인건비 부담 속에 고용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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