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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화 변동성 과도” 콕 집은 美재무… 환율 하락 힘받나

    “원화 변동성 과도” 콕 집은 美재무… 환율 하락 힘받나

    엔저발 아시아 동반 약세 선제방어美국채금리 안정·수출 경쟁력 계산환율 안정시켜 대미투자 압박 의도한달여 새 8.44% 떨어져 1424.5원코스피 6600선·코스닥 800선 턱밑 일본 정부와 엔화 가치 부양에 나섰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 원화 변동성이 그간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추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이 추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 CNBC방송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도 뒤따를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 왔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엔화가 원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 가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 재무당국은 최근 일본과 함께 공개적으로 시장 개입 사실을 인정하며 엔화 부양에 나섰던 터라 원화 가치 회복에 힘을 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재원을 바탕으로 추가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지나치게 약세였던 엔화가 부분적 원인이었다. 안정적 엔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에 중요하다”며 “일본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8.0원 내린 1424.5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최고치였던 7월 2일(1555.8원) 대비 131.3원(8.44%) 하락한 수준이다. 미국이 엔화에 이어 원화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엔저가 원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의 동반 약세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① 과도한 달러 강세로 미국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② 환율 불안을 명분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늦어지는 것을 차단하며 ③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를 억제해 국채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선트 장관이 원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1월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고 발언한 이후 사실상 두 번째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날 “미국이 다른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엔화가 약해지면 한국과 중국도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원화와 위안화 가치를 낮추려 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면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을 미국 정부가 사실상 용인한 신호라는 시각도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국 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환율 안정 의도가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앞당기는 데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본은 이미 오하이오 가스발전소와 텍사스 원유 수출시설 등 미 내 첫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했지만 한국은 아직 최종 발표 전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크면 기업들도 투자 결정을 미루기 쉬운 만큼 외환시장 불안이라는 변수를 먼저 제거한 뒤 한국의 투자 프로젝트 이행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락하면 기업들도 투자 결정을 미루기 쉽다”며 “미국은 외환시장 불안을 먼저 안정시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려는 계산도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베선트는 엔화에 대한 추가 개입 가능성도 시사했는데, 이처럼 미국이 엔화 방어에 적극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미 국채시장 안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본은 엔화를 방어하려면 시장에서 엔화를 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한다는 점이다. 미국 국채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만큼 금리 상승은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주식·채권시장 전반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팔지 않고도 연방준비제도(Fed)의 ‘FIMA’를 통해 달러를 빌릴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FIMA는 외국 중앙은행이 미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빌리는 제도다. 재무장관이 연준이 운영하는 제도의 활용 확대를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한편, 미 증시의 인공지능(AI)·반도체주 랠리와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맞물리면서 이날 국내 증시는 급등했다. 대형 반도체주가 상승장을 이끈 가운데 코스피는 6600선 턱밑, 코스닥은 800선 눈앞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39.31 포인트(3.76%) 오른 6598.26에 마감했다. 6603.48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6674.66까지 오르며 상승률이 한때 4.96%에 달했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 급등으로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은 1조 451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 1854억원, 2802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50% 오른 24만 6000원, SK하이닉스는 5.77% 상승한 166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915개 종목 가운데 675개가 오르며 상승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했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각각 1.71%, 1.79%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지수도 2.59%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메모리주의 강세가 국내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졌다”며 “미·이란 협상 기대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8.87 포인트(2.42%) 오른 799.59에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최근 4거래일간 24% 올랐지만 이날은 대형 반도체주가 급등한 코스피로 일부 자금이 이동하면서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 [이근화의 말하자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

    [이근화의 말하자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사뮈엘 베케트, ‘최악을 향하여’) 비좁은 계단 길을 올라오는 사람이 휴대폰만 들여다봐서 부딪치지 않도록 내려가던 내가 멈춰 섰다. 휴대폰을 슬쩍 건너다보니 주식 창이었다. 주식 투자는 이제 많은 사람의 일상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도 한몫했다. 공교육 과정에서 재테크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 없는 사람들은 각종 채널을 통해 금융 정보를 얻는다. 경제 콘텐츠를 찾아 들으며 투자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기보다 위험 자산에 성급히 투자하는 이들도 꽤 많은 것 같다. 변동하는 금리, 유가, 환율, 물가 속에서 앞으로 근로소득에만 기대어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 공식을 저성장시대 청년들에게 그대로 들이미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히 일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인공지능(AI)이 삶 전반을 바꾸고 있는 지금, 누구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준비란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힘일 것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에 몰두하는 모습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술을 배우고, 클라이밍을 즐기고, 새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낙관과 도전을 배우기를 바란다. 이는 결국 ‘무엇이 되는가’보다 ‘무엇을 하는가’의 질문으로 삶을 구성해 가는 문제로 이어진다. 관심 영역을 찾아 몰두하는 즐거움 속에서 자기 삶의 지향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잘 노는 것이 미래형 인간의 조건이기에, 일과 놀이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기술의 성장과 부의 축적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부터 의심해 봐야 한다.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화성에 간다 해도, 그곳이 정말 유토피아일지는 알 수 없다. 주식 창의 숫자는 오르내리지만, 그 숫자가 알려 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는 AI도 알려 주지 못한다. 기꺼이 할 수 있는 일 한두 가지를 찾고 그것을 토대로 삶을 꾸려 가는 힘, 그것이 어떤 시대에도 유효한 자산이다. 투자도 결국 그러한 삶을 뒷받침하는 도구여야 한다. 최근 코스피가 9000선에서 6000대까지 가파르게 밀리며 빚투를 하거나 레버리지 상품에 섣불리 투자한 이들의 타격은 더 클 것이다. 주식 차트나 경제 뉴스보다 먼저 읽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은, 마치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는 법과 다르지 않다.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다. 끊임없이 노를 젓는 사람들, 중심을 잡아 가다 흐트러져 물에 빠지는 사람들, 다시 일어나 반복하는 사람들,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사는 모습이 그려졌다. 서핑을 즐기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 하지만, 한 번도 중심을 잃지 않고서는 서핑을 배울 수 없다. 투자도, 삶도 마찬가지다. 흔들림과 실패 없이는 자기만의 균형점을 찾을 수 없다. 이근화 시인
  • 외신 “도박판 만들었다 곡소리…李대통령 역풍 맞은 상황” 연일 조명

    외신 “도박판 만들었다 곡소리…李대통령 역풍 맞은 상황” 연일 조명

    [3줄 요약]● 코스피는 연초 대비 50% 넘게 올랐지만 한 달 전 고점에서는 약 40% 폭락하는 등 사상 최악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이재명 정부가 해외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빠르게 허용했다가 급락 뒤 다시 규제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투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제도를 설계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한국 증시가 극심한 급등락에 빠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증시 띄우던 이재명 대통령, 극심한 급등락에 역풍’(Stock-Loving Korean President Under Fire Over Wild Market Swings)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스피가 한 달 전 기록한 고점에서 약 40% 급락하면서 정책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 상승률 뒤 40% 폭락…“정부 최고위층 비상”한국 증시의 역설은 상승률과 변동성이 동시에 기록적이라는 점이다. 코스피는 3일 오전 기준 연초 대비 50% 넘게 올라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장을 이끌었지만, 올해 하루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도 32차례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코스피 출범 이후 가장 변동성이 큰 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승장을 배경으로 정부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졌는데도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가 늘면서 자금 유출이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는 우려가 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월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부동산과 해외주식에 몰린 가계자금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전략의 하나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했다. 금융당국은 이후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고,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첫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에 상장됐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기초자산의 하루 등락률을 2배 등 일정 배수로 추종해 손익을 증폭시키는 고위험 상품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품이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주로 전문투자자들이 거래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이들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한때 하루 전체 거래대금의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특정 대형주와 고위험 상품으로 거래가 과도하게 쏠렸다. 서학개미 자금 잡으려 레버리지 ETF…급락하자 다시 규제문제는 시장이 급락하면서 터졌다. 지난주 코스피가 한 달 전 고점에서 약 40% 폭락하자 정부 최고위 당국자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고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11일 일정의 외교 순방으로 남미에 머물고 있었고 핵심 참모진 상당수도 동행 중이었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해외에서 증시 붕괴 상황을 지켜보며 급락세를 막을 대응책을 찾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 수장 2명이 예정된 휴가를 취소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사과한 뒤 경제당국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참석했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실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으로, 정부가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후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투자를 억제하는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불과 몇 달 전 투자 선택권 확대를 이유로 상품의 문턱을 낮췄다가 시장 급락 이후 다시 규제로 방향을 튼 셈이다. 코스피는 대책 이후 금요일 하루 약 18% 급등해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시장이 적어도 하루 동안 안정을 되찾았더라도 정치적 후폭풍은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고 짚었다. 33세 개인투자자 김동우씨는 정부가 충분히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미 피해는 발생했다. 피해자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도박판 만들었다”…‘코스피 5000’ 책임론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속도가 투자자 보호장치를 앞지른 것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개인투자자를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블룸버그에 “(승인 과정이) 통상적인 절차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코스피 5000’ 같은 특정 지수 목표를 내걸면 투자자들에게 당국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주가를 떠받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정부가 상황을 진정시키겠다고 하지만 특히 아이러니한 것은 애초 이 ‘도박판’을 만든 것도 정부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레버리지 ETF가 투자자 선택권을 넓히고 기존에 해외에서만 이용할 수 있던 상품을 국내에서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반박했다.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해졌으며 추가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애초부터 시장 상승을 무조건 부추겼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이 대통령 측은 증시 과열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 상승장을 공개적으로 자축하는 데 신중해왔다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증시와 정치적으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는 2025년 대선에서 ‘코스피 5000’을 공약했고 취임 뒤에도 부동산에 몰린 가계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코스피가 8000선 아래로 밀렸을 때도 이를 일시적인 조정으로 평가하며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이 2~3년 안에 시가총액 기준 세계 3대 증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낙관론은 정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높였고, JP모건도 강세 시나리오에서 1만을 제시했다. 상품보다 제도설계가 문제…“한국 시장 특성 고려했나”결국 쟁점은 레버리지 ETF라는 상품 자체보다 한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제도가 설계됐느냐는 데 모인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환율 문제 때문에 상품 도입을 추진할 정책적 논리는 있었지만, 해외에 존재하는 상품이라고 해서 한국에서도 반드시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 비중과 시장 특성, 그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면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임기 14개월째이고 국회에서도 안정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해 당장 선거 압박을 받는 상황은 아니라고 짚었다. 다만 증시 급락이 소비와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세수 확대와 복지 지출, 대기업 규제 강화,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 구축 등 주요 경제정책 추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전날 ‘코스피 폭락에 무너진 개미들, LEE(이재명 대통령)를 비난하며 다시는 안 산다고 다짐한다’(Crushed by Kospi Rout, Angry Koreans Rip Lee and Vow Not to Buy)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한국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해 아파트를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받았다는 40대 이정민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레버리지 ETF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며 “주식 시장을 카지노판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 ‘3일 천하’ 스페이스X, 바닥일까 아닐까…다음달 더 큰 ‘파도’ 온다 [재테크+]

    ‘3일 천하’ 스페이스X, 바닥일까 아닐까…다음달 더 큰 ‘파도’ 온다 [재테크+]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미 증시 데뷔와 함께 세계 최초 ‘조만장자’ 자리를 꿰찼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한 달여 만에 재산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미끄러지며 머스크의 재산 역시 쪼그라든 것인데요. 오는 8월 초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시장에 풀릴 물량까지 크게 불어날 전망이어서 주가를 둘러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9일(현지시간) 머스크의 자산 규모를 7064억 달러(약 1013조원)로 집계했습니다. 지난달 16일 기록했던 최고치 1조 4500억 달러(약 2080조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당시 머스크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한 덕분에 인류 최초로 재산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조만장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머스크의 자산이 이처럼 급감한 주요 원인으로는 스페이스X의 주가 급락이 꼽힙니다. 상장 3거래일 만에 고점 찍더니…공모가 밑돌아지난달 12일 나스닥에 상장된 스페이스X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약 19만원), 시가총액은 1조 7700억 달러(약 2540조원)였습니다.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크게 오르며 3거래일 만인 지난 16일에는 225달러(약 32만원)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현재 주가는 115달러(약 16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공모가보다도 15%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발행주식 5%만 풀려…물량이 키운 변동성주가가 급격히 출렁인 배경에는 주식의 ‘유통 물량’이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상장 당시 전체 발행 주식의 5% 미만만 일반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도록 내놓았습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으면 매수나 매도세가 조금만 몰려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상장 직후 주가가 폭등했던 것과 최근 빠르게 하락한 것 모두 이처럼 적은 유통 물량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4일 실적 발표…‘보호예수 해제’ 고비스페이스X는 오는 8월 4일 실적을 발표합니다. 실적 자체의 파급력보다는 머스크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제시할 미래 비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실적 발표 직후 더 큰 고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보호예수(락업) 해제’입니다. 그동안 매도가 금지됐던 일부 주주들의 주식이 처음으로 시장에 풀리게 됩니다. 이번에 해제되는 물량은 전체 주식의 약 20%에 달하며 이는 기존 유통 물량의 4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월가에서는 이렇게 늘어난 물량이 주가를 누르는 악재로 작용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모닝스타의 니콜라스 오언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투자 매체 모틀리풀과의 인터뷰에서 “초기에 주식을 취득했던 기존 주주들이 대거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물량 부담이 주가에 이미 선반영됐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의 주가 하락 자체가 보호예수 해제 물량을 미리 시장이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죠. 1년 후 머스크 64억 주 전량 보호예수 해제물량 부담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3분기와 4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도 대규모 주식이 차례로 시장에 풀릴 예정입니다. 나아가 2027년 중반에는 머스크 회장이 보유한 64억 주 전량이 보호예수에서 해제됩니다. 이러한 일정은 이미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내용인데요. 스페이스X의 경우 개별 물량의 규모가 유난히 큰 것으로 평가됩니다. 모틀리풀은 “스페이스X 주요 보호예수 해제 시점을 유의 깊게 지켜보되 단기적인 물량 변동보다는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오일만 칼럼] ‘벼락부자’의 환상, 레버리지의 비극

    [오일만 칼럼] ‘벼락부자’의 환상, 레버리지의 비극

    반도체와 조선 등 일부 수출 대기업의 화려한 실적 지표가 착시를 일으키며 한국 경제 전체가 온기를 되찾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경제 현장을 발로 뛰며 바라보는 데스크의 눈에 들어오는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 수출과 내수, 자산가와 서민 사이에서 치유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는 ‘K양극화’와 이를 부추기는 정부의 조급한 자본시장 정책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전형적인 K자형 양극화의 기로에 서 있다. K자의 위쪽 줄기는 인공지능(AI)·반도체 착시와 일부 수출 대기업들이 지탱하고 있지만, 아래쪽 줄기는 고금리·고물가에 가처분 소득이 쪼그라든 서민과 고사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붙은 부동산 가격 재상승은 “월급만 모아서는 평생 집 한 채 못 산다”는 상실감을 재확인시키며, 계층 간 자산 격차의 골을 심각하게 파 놓았다. 역사적으로 자산 가격의 폭등과 근로소득의 가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때, 대중은 언제나 가장 위험한 자본시장으로 내몰렸다. 1920년대 미국 뉴욕 증시가 그러했다. ‘광란의 20년대’ 당시 부동산과 증시가 폭등하자 근로소득만으로는 신분 상승이 불가능해진 대중은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증시로 뛰어들었다. 당시 시장을 지배했던 것은 ‘마진 트레이딩’, 즉 지금의 레버리지 투기였다. 한국 증시 역사에서도 이는 익숙하고도 잔혹한 장면이다. 지난 2021년 동학개미운동 막바지, 집값 폭등에 절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자산 격차를 줄이겠다며 수조 원대 ‘곱버스’(2X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려들어 기록적인 손실을 입었던 참사가 대표적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나 정교한 위험 관리 없이 유동성과 단기 부양 신호만 남발할 때, 그 신호를 믿고 빚을 내어 고위험판으로 들어온 개미들이 가장 먼저 반대매매와 계좌 반토막의 제물이 되는 비극이 되풀이되어 왔다. 문제는 이 같은 자산 양극화의 절망감 속에서 현 정부가 던진 ‘조급한 증시 부양 정책’ 역시 과거의 비극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증시 부양이라는 성과를 조기에 내기 위해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보다는 단기 지수 부양에 급급한 신호를 지속해서 쏘아 올렸다. ‘벼락거지’ 탈출을 꿈꾸던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부양 의지를 신뢰하며 자본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체력 기반이 약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이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안정적인 우량주가 아닌 2배, 3배의 변동성을 담보로 하는 ‘레버리지 ETF’와 고위험 파생상품이었다. 실제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목록에는 우량 성장주 대신 지수 변동에 사운을 거는 고위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근로소득의 가치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책 당국의 허울뿐인 부양 신호가 고위험 투기를 사실상 방임하고 부추긴 셈이다. 금융 당국이 단기 지수 관리에만 눈이 멀어 레버리지에 대한 위험 고지와 수급 조절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벨트조차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역사는 단기 유동성과 투기를 방치한 부양책의 끝이 늘 서민 경제의 파탄이었음을 경고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역시 저금리와 부동산 부양책이라는 마약에 취해 고위험 파생상품을 방치했던 조급증이 불러온 참사였다. 정책 당국의 조급증 속에서 실질적인 체질 개선이 생략될 때, 그 피해는 언제나 자산 기반이 약한 개미들에게 전가되었다. 자본시장의 본질은 ‘단기 한판 승부’의 도박장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 성장과 국민의 자산 형성이 함께 이뤄지는 선순환 생태계다. 지수 몇 포인트 올리겠다는 조급증으로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쏠림을 방치하고, 부동산 자금 쏠림을 잡지 못한다면 K양극화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정교한 투자자 보호 장치와 내수 펀더멘털을 살리는 근본적 구조개혁이다. 착시적 수출 숫자와 조급한 증시 부양책 뒤의 K양극화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한국 경제 전체의 장기 침체로 돌아올 것이다. 오일만 EBN 편집국장
  • 대만 TSMC 덕에 세계 5위 주식 시장으로, 한국은 7위

    대만 TSMC 덕에 세계 5위 주식 시장으로, 한국은 7위

    전 세계 국가별 증시 순위가 인공지능(AI) 붐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대만이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 증시 국가로 올라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인도가 홍콩을 제치고 세계 증시 5위 국가가 된 지 2년 만에 대만에 자리를 내줬고, 곧 한국에도 6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준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가별 증시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인도, 한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순이다. 대만 증시 성장은 반도체 업체 TSMC의 주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현재 대만 자취안(TAIEX·가권)지수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다. AI 붐의 수혜로 TSMC 주가는 올해 들어 49% 급등했으며 삼성전자는 114% 안팎, SK하이닉스는 186% 내외로 올라 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대만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의 주가 상승은 AI 낙관론에 힘입은 반면 인도는 급등하는 에너지 비용, 둔화한 기업 수익 성장, AI 기업의 부족 때문에 침체에 빠졌다. 블룸버그는 인도 증시가 세계 1위 인구 대국 지위를 중국으로부터 빼앗으면서 소비 주도형 경제와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늘고 루피화가 약세를 보이자 인도 증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출세를 보였다. 인도에서 240억 달러(약 36조 원)를 매도하며 빠져나온 글로벌 펀드는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인도 대표 증시 지수인 니프티(Nifty 50)는 올해 들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하락세를 기록해 최근 12개월 동안 3.39% 내외로 떨어졌다. 대만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을 통해 TSMC의 주가 부양을 도왔는데 지난달 국내 펀드의 단일 종목 투자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대만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TAIEX 지수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상장 기업에 순자산의 최대 25%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 한도인 10%에서 상향 조정된 것으로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TSMC뿐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이핑랴오는 타이베이 타임스에 “대만의 시가총액 증가는 근본적으로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의 중심에 있는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높은 집중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코스피 시총, 수도권 집값 다 합친 것보다 많아

    코스피 시총, 수도권 집값 다 합친 것보다 많아

    코스피 시가총액이 수도권 주택 시가총액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에 쏠렸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현실화한 것이다. KRX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는 18일 코스피 시가총액이 지난 15일 종가 기준 6135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수도권 주택 시가총액 4914조원(잠정치)보다 약 1220조원(24.8%) 많은 수준이다. 불과 1년 5개월 전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2024년 말 코스피 시총은 1963조원으로 수도권 주택 시총의 40% 수준에 그쳤다. 비상계엄 여파로 2023년 말 2126조원에서 163조원(7.7%) 감소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증시 랠리와 반도체 호황이 맞물리며 코스피 시총은 1년 5개월여 만에 4171조원(212.5%) 급증했다. 반면 주택시장은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2024년 12월 대비 전국은 1.9%, 수도권은 4.4% 상승했다. 서울은 9.8%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시총이 지난해 4월과 비교해 1년 만에 9.4% 늘어나는 사이 코스피 시총은 같은 기간 145.8% 급증했다. 한국 증시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변화는 뚜렷했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를 합한 국내 증시 전체 시총은 지난 14일 기준 7204조원으로 2024년 말 기준 전국 주택 시가총액 7158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기정사실로 인식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파트로 향했을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결과”라며 “아파트를 투기·투자 수단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많이 약해지고 현재까지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닿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주가 상승세가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에 편중된 만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생산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벤처나 신생 기업 등 생산적 자금 조달 시장으로 돈이 흘러가야 하는데 지금 반도체와 수출 대기업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전력·송전 관련 산업과 내수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주가 뒤쫓아가는 ‘증권사 목표 주가’[경제 블로그]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새로 쓰자 증권가 목표주가도 경쟁하듯 올라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줄줄이 상향 조정되고, 코스피 연말 전망치 역시 잇따라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에서는 “입찰도 아닌데 숫자가 왜 다 같이 뛰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최근에는 한 증권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올렸는데, 정작 당일 주가가 목표주가를 넘어서는 일도 있었습니다. 같은 증권사가 한 달도 안 돼 목표주가를 다시 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목표주가가 아니라 현재 주가 확인서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최근 일주일간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는 352개였지만, 하향 보고서는 89개뿐이었습니다. 연초 이후로 넓혀 보면 상향 4106개, 하향 802개로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예년보다 목표주가 조정 보고서 자체가 많이 늘어난 데다, 방향도 한쪽으로 쏠린 모습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 등이 맞물리며 한국 증시 재평가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해외 투자은행(IB)들도 국내 반도체 기업 목표주가와 코스피 전망치를 잇따라 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리서치센터들이 시장 분위기와 정책 기조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초 코스피 전망치를 잡을 때는 “5000선 아래 숫자는 쓰기 어렵다”는 말이 돌았고, 정부가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언급하고서부터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추천을 줄이는 분위기도 나타났습니다. 리서치센터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최근처럼 목표주가와 전망치가 한 방향으로 빠르게 쏠리는 현상은 과거보다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코스피가 8000선을 눈앞에 둔 가운데, 리서치센터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37.40포인트(1.75%) 오른 7981.41로 장을 마쳐 이틀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건 비슷한 숫자 경쟁보다, 투자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줄 ‘소신 있는 길잡이’인지도 모릅니다.
  • “올해 환율 ‘상고하중’… 중동 확전 땐 1500원대 길어질 수도”

    중동 전쟁이 확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외환·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장기간 1500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30일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 요인과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이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장기화 등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원화는 2분기 전후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완화될 경우 1400원대에서 ‘상고하중’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호조,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높은 수준을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증시 부양 기대가 확대될 경우 연말 달러화 강세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진옥희 연구원은 “현재는 상·하방 요인이 병존하는 변곡점 국면”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외환 조달 체계 다변화 등 시장 안정성 제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탈(脫)플라스틱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팩키지(29.90%), 에코플라스틱(5.26%), 진영(2.38%) 등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종이 기반 포장재 생산 및 공급 역량을 고도화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 유가 및 해상 운임 상승으로 비닐 등 석유화학 기반 포장자재의 가격 변동성과 수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종이 자원을 기반으로 한 포장재 생산 역량을 확대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 실물경제까지 옥죄는 중동 리스크… 韓경제 ‘퍼펙트 스톰’ 위기

    실물경제까지 옥죄는 중동 리스크… 韓경제 ‘퍼펙트 스톰’ 위기

    유가 급등이 고금리 불러 악순환유동성 줄면 소비·투자·내수 침체‘코리아 프리미엄’ 정책도 비상등반도체 호황에 일시적 충격 전망도 미국의 이란 공습 충격파가 한국 금융시장을 타격하면서 한국 경제가 패닉에 빠졌다. 주가 폭락·환율 상승·국제유가 급등 여파가 실물경제에 ‘도미노 충격’으로 전이돼 경제 전반에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이 몰아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코스피는 4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낙폭(-12.06%)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6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98%, 대만 자취안지수는 4.35% 내리는 데 그쳤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금융경제에 가해진 충격파가 실물경제로 옮겨갈 가능성이다. 앞으로 ‘유가 상승 → 물가 상승 → 고금리 기조 →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의 원가가 상승한다. 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게 되고, 시장은 내수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 자금이 이자를 많이 주는 예금으로 돌아가 증시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기업의 투자가 둔화하고 수출 부진이 가속화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이 다시 반등하지 못하면 자산 증식 효과로 소비가 늘 것이라는 기대도 꺾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 증시 자본의 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본뿐 아니라 내국인 투자자까지 국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자본 유출은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코리아 프리미엄’ 정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에 쏠린 자산을 증시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중동발 증시 타격으로 ‘머니 무브’에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기 주식 투자 촉진을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설을 비롯한 각종 증시 부양 정책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근거로 일시적 충격에 그칠 거란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정치적 명분이나 경제적 이익이 모두 불분명하다”면서 “중동발 충격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엑스(X)에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외부적 충격이 원인이다. 비축유 및 경제 공급망 등 우리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도 공고하다”면서 “실시간으로 경제 상황을 긴밀히 점검하고 있으며, 관계 부처와 함께 꼼꼼히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국가 신용위험 지표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서울광장] 코스피 6000, ‘비이성적 과열’ 안 되려면

    [서울광장] 코스피 6000, ‘비이성적 과열’ 안 되려면

    1990년대 중반 미국 증시는 낙관의 열기로 끓어올랐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정보기술(IT)이 생산성을 영구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신경제’에 대한 믿음이 시장을 지배했다.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까지 ‘미래’라는 이름으로 값이 매겨졌고, 나스닥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현실보다 한참 앞서 달렸다. 광풍에 가까운 증시 한가운데서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언급했다. 시장이 들뜬 것 아니냐는 경고였다.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확신이 경고를 눌렀다. 그러나 2000년 봄, 흐름은 급격히 꺾였다. 나스닥은 정점 대비 70% 넘게 무너졌고, 혁신을 내세웠던 기업 상당수가 사라졌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 장기 침체를 끝내겠다는 통화 완화와 개혁 기대가 맞물리며 증시는 힘을 받았다. 아베 신조 총리 시기 엔화 약세와 금융 완화를 발판으로 자금이 몰리며 닛케이 지수는 2015년 15년 만에 2만선을 돌파했다. ‘잃어버린 20년’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을 한없이 밀어 올렸다. 하지만 2만선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경기 둔화와 구조적 한계가 겹치며 다시 주저앉았다. 기대에 비해 경제의 체력은 그만큼 빠르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코스피 6000 시대’를 맞은 지금, 왜 과거의 장면이 떠오를까.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기대, 기업 실적 전망 상향이 지수를 끌어올리며 새로운 고지에 오른 것은 분명한 성취다.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도 예전과 다르다.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됐고 산업의 폭도 넓어졌다. 외환과 금융 시스템 역시 과거 위기 때보다 안정됐다. 그래서일까. 우리도 “이번엔 다르다”는 자신감이 시장에 가득하다. 그러나 숨 고를 틈 없이 이어진 상승 속도는 환호만큼이나 불안을 남긴다. 실제로 시장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 외국인이 20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이 그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사상 최대인 32조원을 넘어섰고, 한 달 새 2조 7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상승의 한 축이 빚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열기가 식는 순간 그 부담이 한꺼번에 가중될 수 있다. 지수는 화려하지만 상승은 일부 대형주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40%를 웃도는 사이 많은 종목은 제자리다. 쏠림이 깊어질수록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린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라는 큰 변수가 던져졌다. 어제 장이 열렸다면 어떤 흐름이 나왔을지 아찔하다. 삼일절 대체휴일 휴장을 두고 “순국선열께 감사할 일”이라는 농담이 나온 것도 그만큼 시장의 민감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실물과의 괴리 역시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일부 전략 산업이 선전하고 있지만 그 파급력이 경제 전반의 활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꿈의 숫자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소비와 내수의 침체는 여전하다. 이런 괴리가 지속된다면 상승의 온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는 결국 심리가 움직이는 영역이다. 지금의 급상승도 기대가 동력원이다. 그러나 희망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지수가 아니라 기업의 체력이 먼저다.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식는다. 정부가 증시를 국정 성과처럼 관리하려는 유혹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숫자를 밀어 올리는 것만으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정책은 상승을 더 밀어붙이는 수단이 아니라 과열을 식히고 충격을 줄이는 안전판이어야 한다. 코스피 6000 돌파는 분명 성취다. 그러나 성취는 동시에 시험이다. 숫자만 과신하고 도취되는 순간 위험은 잉태된다. ‘부자 몸조심’이라는 속담처럼 잘나갈수록 삼가고 살펴야 한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과열의 유혹을 경계할 때 코스피 6000은 한국 경제의 골디락스를 상징하는 이성적 지표로 자리잡을 것이다. 박상숙 논설위원
  • LS ‘중복상장 논란’ 에식스 상장 철회… 대통령 경고에 백기

    LS ‘중복상장 논란’ 에식스 상장 철회… 대통령 경고에 백기

    소액주주 반발에 李 지적 결정타LS “투자자 등 우려 목소리 경청”주주 환원책 발표… 52주 신고가대기업 자회사 IPO 영향 불가피중복상장 가이드라인 강화 전망 LS그룹이 ‘중복상장’ 논란이 일었던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에식스)의 상장을 결국 철회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장기간 이어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S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소액주주,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상장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식스는 1930년 설립된 미국 전선회사로, LS가 2008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현재 LS는 LS아이앤디와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거쳐 에식스를 지배하고 있다. 에식스가 상장할 경우 지배 구조상 일직선으로 연결된 LS와 에식스가 동시에 상장되는 구조가 된다. 이에 중복상장 논란이 커졌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L자 들어간 주식은 사면 안 된다”는 비판이 확산됐다.그동안 에식스가 상장되면 모회사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주춤했던 LS 주가는 이날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S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4만 65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LS는 지난해 11월 7일 한국거래소에 에식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같은 달 11일 LS 소액주주연대는 “에식스 상장은 LS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며 1차 탄원서를 제출했고, 20일 열린 주주설명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LS는 지난 15일 모회사 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우선 배정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주주연대는 다음 날 이를 거부하며 2차 탄원서를 제출했고, 20일에는 “본격적인 상장 저지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LS는 21일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며 맞섰다. 중복상장 논란이 ‘오천피’(코스피 5000) 달성을 내건 증시 부양 기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직접 언급한 지 나흘 만에 LS는 이날 결국 상장 철회로 선회했다. 무리한 상장 추진으로 비판을 받아온 LS는 철회 결정과 함께 주주 환원책을 내놨다. 다음 달 이사회 결의를 거쳐 배당금을 전년 대비 40% 이상 늘리고, 자사주 50만주(약 2000억원 규모)를 소각할 계획이다. 상장 철회를 요구해 온 주주연대와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기조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LS가 자본시장 선진화에 모범적으로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LS그룹을 넘어 대기업 전반의 자회사 상장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S MnM 등 상장이 거론돼 온 대기업 자회사들의 IPO(기업공개) 시도도 당분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중복상장 문제에 재차 경고한 만큼, 거래소가 준비 중인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역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양적 기준뿐 아니라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를 평가하는 질적 기준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천스닥’ 넘었다… 코스닥 시총 582조 9000억 ‘최대’

    ‘천스닥’ 넘었다… 코스닥 시총 582조 9000억 ‘최대’

    바이오·이차전지주 상승세 주도6% 급등에 ‘매수 사이드카’ 발동기관·외국인 유입 이달 15% 상승 코스닥 지수가 26일 4년여 만에 ‘천스닥’(코스닥 1000)을 돌파했다. 하루 만에 6% 넘게 급등해 장 초반에는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지난 22일 코스피가 꿈의 지수 ‘5000포인트’를 찍은 데 이어 국내 증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70.48포인트(7.09%) 오른 1064.41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지수가 1000포인트(종가 기준)에 오른 것은 202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0년 9월 6일(1074.10) 이후 약 25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시가총액 역시 전날보다 38조 9000억원 많은 582조 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상승세는 바이오와 이차전지주가 주도했다. 정부 정책 목표였던 코스피 5000 달성 이후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에코프로비엠(19.91%), 에코프로(22.95%), 에이비엘바이오(21.72%)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로봇주로 분류되는 레인보우로보틱스도 7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개인이 2조 9072억원 순매도하는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조 6009억원, 외국인도 4434억원 순매수했다. 기관 순매수 규모와 개인 순매도 규모 모두 개장 이래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특히 기관 중 금융투자(2조 1012억원) 매수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개인 상장지수펀드(ETF)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기 과열 신호도 감지됐다. 오전 9시 59분 올해 첫 번째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해 5분간 거래가 정지됐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증권(ETN) 투자 수요가 몰리며 금융투자협회 학습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는 고위험 투자를 하기 전 금융투자협회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고점 불안과 추세적 상승 기대 속에 전문가들은 기관·외국인 투자자 유입의 지속성과 업종 간 쏠림 해소, 정부의 증시 부양책 효과 등이 앞으로 코스닥 성과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부는 코스닥 3000 달성을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코스피에 비해 부진하던 코스닥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연말 정부가 기관 투자자 참여 확대 유도 등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였다. 벤처기업과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 기대감이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 수급이 압도적이었던 코스닥 시장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유입되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1.36%, 12월 1.40%에 그쳤던 코스닥 상승률이 이달에는 15%대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상승장 속에서도 건설 업종은 소외되는 등 업종 간 차별화 장세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아직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코스닥 대형주인 이차전지·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만 상승세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주 위주의 랠리가 이어질 경우 고점 부담이 커지면서 지수 상승세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도 빅테크보다 중소형주가 강한 장세이기도 하고, 코스피가 5000선까지 왔으니 기대감이 코스닥으로 옮겨 가는 모습”이라며 “다만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기업 이익이 충분히 받쳐 주는 상황이 아니라서 수급 변화에 따라 장세 급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중 5023.76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0.48포인트(-0.81%) 내린 4949.59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대비 25.2원 내린 1440.6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 대통령 경고에 ‘백기’든 LS…‘중복상장’ 논란 에식스, 결국 상장 철회

    대통령 경고에 ‘백기’든 LS…‘중복상장’ 논란 에식스, 결국 상장 철회

    LS그룹이 ‘중복상장’ 논란이 일었던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에식스)의 상장을 결국 철회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장기간 이어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S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소액주주,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상장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식스는 1930년 설립된 미국 전선회사로, LS가 2008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현재 LS는 LS아이앤디와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거쳐 에식스를 지배하고 있다. 에식스가 상장할 경우 지배 구조상 일직선으로 연결된 LS와 에식스가 동시에 상장되는 구조가 된다. 이에 중복상장 논란이 커졌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L자 들어간 주식은 사면 안 된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그동안 에식스가 상장되면 모회사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주춤했던 LS 주가는 이날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S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4만 65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LS는 지난해 11월 7일 한국거래소에 에식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같은 달 11일 LS 소액주주연대는 “에식스 상장은 LS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며 1차 탄원서를 제출했고, 20일 열린 주주설명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LS는 지난 15일 모회사 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우선 배정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주주연대는 다음 날 이를 거부하며 2차 탄원서를 제출했고, 20일에는 “본격적인 상장 저지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LS는 21일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며 맞섰다. 중복상장 논란이 ‘오천피’(코스피 5000) 달성을 내건 증시 부양 기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직접 언급한 지 나흘 만에 LS는 이날 결국 상장 철회로 선회했다. 무리한 상장 추진으로 비판받아온 LS는 철회 결정과 함께 주주 환원책을 내놨다. 다음 달 이사회 결의를 거쳐 배당금을 전년 대비 40% 이상 늘리고, 자사주 50만주(약 2000억원 규모)를 소각할 계획이다. 상장 철회를 요구해 온 주주연대와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기조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LS가 자본시장 선진화에 모범적으로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LS그룹을 넘어 대기업 전반의 자회사 상장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S MnM 등 상장이 거론돼 온 대기업 자회사들의 IPO(기업공개) 시도도 당분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중복상장 문제에 재차 경고한 만큼, 거래소가 준비 중인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역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양적 기준뿐 아니라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를 평가하는 질적 기준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코스닥 4년여만의 ‘1000스닥’ 고지…코스피도 다시 ‘5000피’

    코스닥 4년여만의 ‘1000스닥’ 고지…코스피도 다시 ‘5000피’

    코스닥 지수가 4년여만에 ‘1000스닥’ 고지에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97포인트(1%) 오른 1003.90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과 동시에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이어 장 초반 1010포인트대를 넘어섰다. 코스닥이 장중 ‘1000스닥’을 돌파한 건 2022년 1월6일(1003.01) 이후 약 4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그린란드 사태’가 일단락되며 글로벌 투심이 회복되고, 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감이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 시장으로도 확산하면서 코스닥의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7.47포인트(0.15%) 오른 4997.54로 개장한 직후 5000선을 탈환했다.
  • 외인 끌고, 기관 밀고… ‘동학개미운동’과 달랐다

    외인 끌고, 기관 밀고… ‘동학개미운동’과 달랐다

    ① 외국인·기관 주도 랠리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 비중 높아개인 중심 증시보다 안정적 흐름② 실적 개선 반영된 장세AI 붐 타고 삼전·닉스 등 지수 견인반도체 활황에 상승 여력도 여전③ 세금 등 증시 활성화 정책 상법 개정·머니무브·성장펀드 등체질 개선 통한 추가 상승 기대감 ‘꿈의 지수’인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를 연 배경으로는 외국인·기관 자금 유입과 반도체 산업 회복, 정책 환경 변화 등이 지목된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라 과열 우려도 나오지만, 업계에선 구조적인 상승 추세로 가는 길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은 외국인 자금이다. 2023년 하반기 대내외 정치 불안과 지정학적 긴장, 삼성전자 실적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며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던 증시에,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8월과 11월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이달까지 줄곧 매수 우위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세제개편안 충격, 11월엔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했지만 이 시기 금융투자 등 기관 매수가 공백을 메우며 지수를 방어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선 이후 기관이 10조원대 순매수를 하며 상승 흐름을 견인했다. 장기 투자 성격 자금의 비중이 높은 만큼 외국인과 기관 주도 랠리는 개인 중심일 경우보다 안정적이다. 이처럼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유입된 원인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다.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대감이 커졌고, 그간 부진했던 메모리 반등 전망까지 겹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만 각각 125.38%, 274.35% 급등했고 올해도 각각 27.02%, 15.98% 수익률을 내고 있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 전망이 가파르게 개선되는 흐름이라, 여전히 지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 등 유동성 환경 개선과 함께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역시 투자 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법 개정,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유도, 대규모 자본 투입, 세제 혜택 등이 4대 정책 축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고려하도록 한 ‘1차 상법개정안’을 지난해 7월 통과시키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 기대가 커졌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을 핵심으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증시가 다시 한번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가 10·15 대책 등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대출 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났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저평가 우량 기업과 반도체·AI 등 미래 성장 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춘 세제 혜택 역시 대주주가 배당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던 관행을 완화하며 증시 부양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런 강세장에서는 2021년 ‘동학개미운동’ 당시의 후유증도 자연스레 소환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 국면을 ‘그때와는 다르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개인 신용융자 대신 외국인·기관 매수가 랠리를 주도하고 있고, 신용융자 규모가 늘었음에도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1일 18조원대로 증가했지만, 같은 날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공여 잔고 비율은 0.45%에 그쳤다.
  • 외인·실적·정책 3박자…‘동학개미운동’과 달랐다

    외인·실적·정책 3박자…‘동학개미운동’과 달랐다

    꿈의 ‘오천피’ 만든 3가지 힘은 ‘꿈의 지수’인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를 연 배경으로는 외국인·기관 자금 유입과 반도체 산업 회복, 정책 환경 변화 등이 지목된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라 과열 우려도 나오지만, 업계에선 구조적인 상승 추세로 가는 길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인·개인 주도 랠리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은 외국인 자금이다. 2023년 하반기 대내외 정치 불안과 지정학적 긴장, 삼성전자 실적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며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던 증시에,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8월과 11월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이달까지 줄곧 매수 우위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세제개편안 충격, 11월엔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했지만 이 시기 금융투자 등 기관 매수가 공백을 메우며 지수를 방어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선 이후 기관이 10조원대 순매수를 하며 상승 흐름을 견인했다. 장기 투자 성격 자금의 비중이 높은 만큼 외국인과 기관 주도 랠리는 개인 중심일 경우보다 안정적이다. 실적 개선 반영된 장세이처럼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유입된 원인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다.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대감이 커졌고, 그간 부진했던 메모리 반등 전망까지 겹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만 각각 125.38%, 274.35% 급등했고 올해도 각각 27.02%, 15.98% 수익률을 내고 있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 전망이 가파르게 개선되는 흐름이라, 여전히 지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제 등 증시 활성화 정책금리 인하 기대 등 유동성 환경 개선과 함께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역시 투자 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법 개정,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유도, 대규모 자본 투입, 세제 혜택 등이 4대 정책 축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고려하도록 한 ‘1차 상법개정안’을 지난해 7월 통과시키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 기대가 커졌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을 핵심으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증시가 다시 한번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가 10·15 대책 등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대출 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났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저평가 우량 기업과 반도체·AI 등 미래 성장 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춘 세제 혜택 역시 대주주가 배당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던 관행을 완화하며 증시 부양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런 강세장에서는 2021년 ‘동학개미운동’ 당시의 후유증도 자연스레 소환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 국면을 ‘그때와는 다르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개인 신용융자 대신 외국인·기관 매수가 랠리를 주도하고 있고, 신용융자 규모가 늘었음에도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1일 18조원대로 증가했지만, 같은 날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공여 잔고 비율은 0.45%에 그쳤다.
  • 5천피에 찬물 될라…LS 중복상장 임박[중복상장,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5천피에 찬물 될라…LS 중복상장 임박[중복상장,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새달 10일 이전 ‘에식스’ 심사 완료성공 땐 LS와 동시 상장되는 구조 정부가 ‘증시 부양’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가운데 LS그룹이 추진 중인 계열사 중복상장이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복상장 논란의 중심에 선 LS그룹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에식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한국거래소의 예비 심사를 통과할 경우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중복상장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거래소의 판단이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목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식스는 지난해 11월 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에식스는 1930년 설립된 미국 전선회사로, LS그룹이 2008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현재 LS는 LS아이앤디와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거쳐 에식스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LS는 LS아이앤디 지분 95.1%를 보유하고 있고, LS아이앤디는 슈페리어에식스를 100% 지배한다. 슈페리어에식스는 다시 에식스 지분 79.0%를 보유하고 있다. 에식스가 상장할 경우 이처럼 지배구조상 일직선으로 연결된 LS와 에식스가 동시에 상장되는 구조가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중복상장 사례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국내 기업의 경우 45영업일, 해외 기업은 65영업일 동안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다.  ‘에식스’ 상장 소식 후 LS주가 냉랭연일 불장 코스피 흐름 못 따라가“모회사 가치 20~30% 하락 우려”해외 법인인 에식스의 경우 심사 결과는 다음달 10일 이전에 LS 측에 통보될 예정이다. 중복상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증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당시 정부가 대기업들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핵심 사업을 떼어내 자회사로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등장했다. 이후 일부 대기업들은 자금 조달의 편의성을 이유로 자회사 상장을 반복했고, 그 결과 모회사 주가는 부진한 반면 자회사만 성장 과실을 누리는 구조가 고착됐다. 모회사 주주들이 상대적 피해를 보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중복상장은 주주환원을 가로막는 대표적 요인으로 인식돼 왔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복상장으로 인해 최상위 지주회사의 주가가 디스카운트된다는 점은 이미 다수의 실증 연구로 확인됐다”며 “그동안 기업들이 모회사 주주 권익을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LS 주가 흐름도 에식스 상장 추진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것과 대비된다. 에식스 예비 심사 청구일인 지난해 11월 7일, LS 주가는 전날보다 7.13% 떨어진 20만 2000원에 마감했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17만 3900원(12월 1일)까지 밀리기도 했다. 지난 9일 기준으로는 20만 30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계기로 ‘중복상장은 곧 모회사 주가 하락’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사실상 공식처럼 굳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에식스의 상장 추진이 LS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에식스 상장 추진은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물적분할이나 인수합병으로 내가 가진 우량주가 하루아침에 껍데기가 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중복상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등 대기업의 중복상장에 제동을 거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LS “모회사 주가 영향 없다” 강행개미들 ‘상장 저지’ 집단행동 예고상법 개정 후 첫 ‘중복 상장’ 촉각이런 상황에서도 LS는 상장 추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LS 측은 “에식스 상장이 모회사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LS 전체 연결 실적에서 에식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6% 수준에 불과해 중복상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주주설명회에서 LS 측은 “에식스 상장은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LS 관계자는 “최근 100만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방안을 발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주환원 체계, 밸류업 정책 등을 고민해 한 차례 더 주주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설명회는 이달 중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중복상장 불가’ 탄원서를 제출했던 LS 소액주주들은 에식스 상장 저지를 위한 집단행동을 이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LS가 반복적으로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고 최소 30조원은 돼야 할 LS의 적정 가치가 현재 6조원(시가총액 기준)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LS 측이 준비 중인 2차 설명회를 둘러싼 불신도 크다. LS 주식을 보유 중인 한 소액주주는 “설명회는 예비 심사를 진행 중인 거래소에 ‘잘 봐 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라며 “중복상장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 외엔 어떤 의미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상목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대표는 “지난해 약 800명의 소액주주 뜻을 모아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상장이 계속 추진되는 만큼 심사 종료 이전에 2차 탄원서도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예비 심사를 맡은 거래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에식스 사례가 향후 대기업 계열사 상장에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심사는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처음 맞는 대기업발 중복상장 심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결과에 따라 그동안 여론과 정책 기조를 의식해 상장을 미뤄 왔던 기업들이 다시 줄줄이 중복상장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회사가 상장될 경우 모회사 기업가치가 20~30% 낮아진다는 분석도 있다”며 “국내 증시 밸류업 관점에서 지금처럼 자회사 상장을 사실상 허용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이드라인 마련을 포함해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 재정 풀기보다 ‘경제 파이’ 키워야”[월요인터뷰]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 재정 풀기보다 ‘경제 파이’ 키워야”[월요인터뷰]

    베네수엘라 사태 주목해야美 우선주의·패권주의 강화 흐름남미 내 ‘中 영향력’ 견제 강력 신호미중갈등, 대만까지 확산 가능성대외 의존 높은 한국경제에 위협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해외 투자 비중 늘어 달러 수요 증가국가 잠재성장률 높이는 게 ‘정공법’국내 금융산업 해외 수익 ‘5%’ 남짓투자 확대로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세계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명확한 상태다. 이런 혼돈의 시기에 전광우(전 금융위원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식견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최일선에서 방어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기금 운용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현재 8년째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계 굴지의 금융 리더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세계 금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무리한 재정 확대를 지양하고, 규제 혁파와 노동·기술·금융 등 핵심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변수가 됐다. 현재의 경제 안보 상황은. “남미,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목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주창한 ‘먼로주의(미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간섭·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우위)’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로 부활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이 대만 문제 등으로 확산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최대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로 봐야 할까. “당분간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큰 손’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쳐 달러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 정부가 미세 조정을 통해 환율 급등락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는 국가 잠재성장률을 높여 원화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정공법이다.”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일본 증시의 활황은 아베노믹스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반면 우리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0~30년간 끊임없이 재정을 풀어대며 막대한 국가 부채를 쌓은 것이다.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자 대외 자산 부국이라 버티지만, 우리는 다르다. 일본의 사례는 ‘재정 풀기’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과 비교해 나아졌나. “냉정하게 말해 갈 길이 멀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은 여전히 5%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UFG(MUFG)나 미즈호 같은 은행들은 수익의 50~60%를 해외에서 창출한다. 우리 금융사들이 여전히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금융과 해외 투자를 확대해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법이 있을까. “억지로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소득을 늘려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려면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3대 결정 요소인 노동, 기술, 금융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0%를 상회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80% 수준까지 지속해서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부채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보험료율 인상’에만 매몰돼 있다.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수익률 1% 포인트 상승은 기금 고갈 시점을 5~8년 늦추는 효과가 있어 보험료율 인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자산 배분이 가능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500조원(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증시 및 외환 시장 안정에도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단기적 증시 부양이나 환율 방어 같은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은 국민 노후를 위한 안정적 수익 극대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자본시장 규모 대비 너무 커진 ‘연못 속의 고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7%를 단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건 상황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 고래가 좁은 연못에 계속 머물면 고래도 죽고 연못 생태계도 망가진다. 수익률 극대화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고래는 해외 및 대체 투자 등 확대를 위해 ‘태평양’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향후 ‘엑시트(exit)’ 전략 때문이다. 언젠가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 및 투자 수익보다 많아지거나 투자 전략상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 국내 증시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3차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 반발이 크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자사주 소각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되, 공시와 소통을 강화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가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북한 리스크 같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와 정치적 후진성에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규제나 외환 시장 접근성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려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AI(인공지능) 열풍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거품론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현재의 AI 열풍을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주가 급등이나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은 실체적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처럼 AI는 인류 문명과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AI 도입이 화두다. AI가 금융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만약 모든 금융사가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산 배분이나 투자를 결정한다면, 위기 시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는 쏠림 현상으로 인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 폭락)’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알고리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 금융사는 AI를 맹신하기보다 전문가적 경험과 판단을 결합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속 한국 경제의 리더들에게 제언한다면. “국제질서 재편과 산업 대변혁의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저성장 고착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구조 개혁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서 재정의 역할은 살리되 무리한 재정 확대는 피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막 보루는 튼실한 재정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함께 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과 금융권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 전광우 이사장은 1949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1986년부터 1998년까지 12년간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국제무대에서 금융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노무현 정부 국제금융대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파제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제13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재임 기간 수익률 제고와 조직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재정 풀기보다 ‘경제파이’ 키워야” [월요 인터뷰]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재정 풀기보다 ‘경제파이’ 키워야” [월요 인터뷰]

    베네수엘라 사태 주목해야美 우선주의·패권주의 강화 흐름남미 내 ‘中 영향력’ 견제 강력 신호미중 갈등, 대만까지 확산 가능성대외 의존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해외투자 비중 늘어 달러 수요 증가국가 잠재성장률 높이는 게 ‘정공법’국내 금융산업 해외 수익 ‘5%’ 남짓투자 확대로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세계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명확한 상태다. 이런 혼돈의 시기에 전광우(전 금융위원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식견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최일선에서 방어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기금 운용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현재 8년째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계 굴지의 금융 리더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세계 금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무리한 재정 확대를 지양하고, 규제 혁파와 노동·기술·금융 등 핵심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변수가 됐다. 현재의 경제 안보 상황은. “남미,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목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주창한 ‘먼로주의(미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간섭·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우위)’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로 부활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이 대만 문제 등으로 확산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최대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로 봐야 할까. “당분간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큰 손’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쳐 달러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 정부가 미세 조정을 통해 환율 급등락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는 국가 잠재성장률을 높여 원화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정공법이다.”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일본 증시의 활황은 아베노믹스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반면 우리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0~30년간 끊임없이 재정을 풀어대며 막대한 국가 부채를 쌓은 것이다.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자 대외 자산 부국이라 버티지만, 우리는 다르다. 일본의 사례는 ‘재정 풀기’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과 비교해 나아졌나. “냉정하게 말해 갈 길이 멀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은 여전히 5%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UFG(MUFG)나 미즈호 같은 은행들은 수익의 50~60%를 해외에서 창출한다. 우리 금융사들이 여전히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금융과 해외 투자를 확대해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법이 있을까. “억지로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소득을 늘려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려면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3대 결정 요소인 노동, 기술, 금융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0%를 상회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80% 수준까지 지속해서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부채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보험료율 인상’에만 매몰돼 있다.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수익률 1% 포인트 상승은 기금 고갈 시점을 5~8년 늦추는 효과가 있어 보험료율 인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자산 배분이 가능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500조원(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증시 및 외환 시장 안정에도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단기적 증시 부양이나 환율 방어 같은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은 국민 노후를 위한 안정적 수익 극대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자본시장 규모 대비 너무 커진 ‘연못 속의 고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7%를 단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건 상황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 고래가 좁은 연못에 계속 머물면 고래도 죽고 연못 생태계도 망가진다. 수익률 극대화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고래는 해외 및 대체 투자 등 확대를 위해 ‘태평양’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향후 ‘엑시트(exit)’ 전략 때문이다. 언젠가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 및 투자 수익보다 많아지거나 투자 전략상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 국내 증시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3차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 반발이 크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자사주 소각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되, 공시와 소통을 강화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가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북한 리스크 같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와 정치적 후진성에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규제나 외환 시장 접근성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려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AI(인공지능) 열풍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거품론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현재의 AI 열풍을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주가 급등이나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은 실체적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처럼 AI는 인류 문명과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AI 도입이 화두다. AI가 금융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만약 모든 금융사가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산 배분이나 투자를 결정한다면, 위기 시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는 쏠림 현상으로 인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 폭락)’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알고리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 금융사는 AI를 맹신하기보다 전문가적 경험과 판단을 결합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속 한국 경제의 리더들에게 제언한다면. “국제질서 재편과 산업 대변혁의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저성장 고착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구조 개혁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서 재정의 역할은 살리되 무리한 재정 확대는 피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막 보루는 튼실한 재정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함께 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과 금융권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949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1986년부터 12년간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금융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노무현 정부 국제금융대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파제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제13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재임 기간 수익률 제고와 조직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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