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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뒤통수 친 일본…다카이치가 ‘원격 참배’ 결정한 진짜 이유 [핫이슈]

    한국 뒤통수 친 일본…다카이치가 ‘원격 참배’ 결정한 진짜 이유 [핫이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패전일인 지난 15일 지난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방문해 참배하는 것은 보류했으나, 인근에서 ‘원격 참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9분쯤 도쿄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에서 헌화를 마친 뒤 전국 전몰자 추모식이 열리는 일본 부도칸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후 잠시 대기하다 11시 18분쯤 다시 차량에서 내린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요하이’(遥拝·요배)를 했다. 요하이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신사 등 방향을 향해 기도하거나 경의를 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직접 현지를 방문해 참배할 수 없는 경우 이뤄진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방향을 향해 신도(神道) 형식으로 두 번 허리를 숙여 경의를 표하고, 두 번 박수를 친 뒤 다시 한번 허리를 숙여 절하는 방식으로 참배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의 주변 인사들은 “그가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요하이를 했다”면서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요하이가 밝혀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가 참배 후 주변에 ‘참배할 수 없을 때 정식 예법으로 요하이를 한다’고 직접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과의 관계 고려 했나, 안 했나앞서 일본 현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 이후 중국과 악화일로를 걷는 일본은 대중 견제를 위해서라도 한국을 자극하는 것이 일본의 외교적 셈법상 손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란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한 공급망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 역시 일본에 유리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일본 입장에서 한일 간의 안보 협력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진 상황도 다카이치 총리가 참배를 하지 않을 이유로 거론됐었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직에 취임한 뒤 한국·중국에 대한 배려 압박에 따라 올해 봄 예대재 당시에도 참배를 보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상을 깬 ‘원거리 참배’는 한국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현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이러한 행보가 국내외 여론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인접 국가들에 대한 배려를 보이는 한편 국내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고, 마이니치신문도 “역사 문제가 걸려있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지지율 폭락을 겪는 상황에서 보수층 이탈을 경계한 다카이치 총리가 원거리 참배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지통신은 “최근 언론 각사의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하락 경향이 보이고 있다”며 “‘바위 지지층’의 바닥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 주변에서는 ‘원거리 참배’까지 비판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지만, 주변 국가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한 측근은 “요하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도 검토한 방식”이라며 “가능한 수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참배를 위해 4분의 1 정도만 전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반성’도 없었다다카이치 총리가 종전 기념 연설에서 ‘반성’과 ‘부전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2012년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한 뒤 2013년 추도사부터 이러한 언급이 사라졌다가,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다시 ‘반성’을 언급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2년 만에 다시 되돌린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아베 전 총리를 포함해 역대 총리가 사용했던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返さない) 않는다”는 표현을 “반복시키지(返させない) 않는다”로 바꿔 말하기도 했다. 전쟁 의지를 부정하는 앞선 능동형 표현에서 주체가 애매한 사역형 표현으로 바꾸며 보수색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주변국의 반발에도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기카와다 히토시 오키나와·북방대책담당상,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담당상 등 현직 각료 4명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한중 반응은?다카이치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야스쿠니 신사 ‘원격 참배’ 및 반성 없는 연설로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15일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하는 등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도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어떠한 명분도 전범에 대한 판결을 뒤집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재무장을 가속하기 위한 길을 닦으려는 진짜 의도를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역사적 정의에 대한 모욕이자 문명의 기본 규범에 대한 도전이며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발”이라고 덧붙였다. 한중 양국의 반발에도 보수층을 의식한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참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보수층에서는 총리 재임 중 참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 어눌한 한국어 “심판, 도와주세요”…서경덕, 韓축구 비하 논란 주성치에 “주변국 모욕 말라”

    어눌한 한국어 “심판, 도와주세요”…서경덕, 韓축구 비하 논란 주성치에 “주변국 모욕 말라”

    중국 배우 겸 감독 주성치가 연출한 영화 ‘소림축구’의 후속작 ‘쿵푸사커’(功夫女足)에서 한국 여자 축구팀을 비하하는 듯한 장면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선 넘는 비유로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17일 소셜미디어(SNS)에 쿵푸사커 논란을 언급하며 “아무리 허구적인 영화라지만 쇼트트랙, 축구 등을 소재로 한국 스포츠계를 지속적으로 모욕하는 건 정말로 잘못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2001년 흥행작 ‘소림축구’의 후속격으로, 약체 여자 축구팀이 무술을 접목해 기적을 만들어가는 코미디 영화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개봉 사흘 만에 누적 박스오피스 6억 위안(약 132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 중이다. 하지만 예고편과 영화에서 한국 여자 축구팀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 많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 속에서 한국팀을 연상시키는 ‘이화팀’이 등장하는데 이 팀의 선수들은 경기보다 화장과 서클렌즈에 신경 쓰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 상대 선수에게 먼저 발을 걸거나 폭력을 행사한 뒤 과장된 동작으로 심판의 판정을 유도하는 장면이 담겼다. 선수들이 어눌한 한국어로 “심판,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에 대해 한국 여자축구팀을 반칙을 일삼고 외모에 집착하는 집단으로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 교수는 “국내 이화여대를 연상케 하는 ‘이화여자축구팀’이 온갖 비겁한 수를 쓰는 ‘반칙 축구’를 하고, 서클렌즈를 끼고 화장에 집중하는 선수들로 묘사됐다”며 “아무리 B급 감성을 표방했다지만 어눌한 한국말을 삽입해 실소를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베이징시 광전총국이 쇼트트랙 영화 ‘날아라, 빙판 위의 빛’을 공개했는데 한국 선수들을 ‘반칙왕’으로 묘사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며 지속적으로 이뤄진 행위임을 설명했다. 그는 “오는 8월 ‘쿵푸사커’의 해외 개봉에 앞서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시정하고, 더 이상 선 넘는 비유로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독재자 젤렌스키, 푸틴 뺨치네!” 우크라 첫 反젤렌스키 시위 (영상) [월드뷰]

    “독재자 젤렌스키, 푸틴 뺨치네!” 우크라 첫 反젤렌스키 시위 (영상) [월드뷰]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독재자 젤렌스키” “부패에 박수를 보낸다!” 우크라이나에서 개전 후 처음으로 반(反)젤렌스키 시위가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와 중부 드니프로, 서부 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전개됐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벌어진 첫 대규모 시위이자, 2019년 5월 출범한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다. 참전용사 등 수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시 상황을 구실로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로 만들려 한다며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는 단지 영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전쟁 중 두 다리를 잃은 29세 참전용사는 이번 조치는 전쟁에서 많은 희생을 치른 모든 사람에 대한 모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는 투명한 정부를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 이번 결정은 유럽의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군인들의 동기를 손상시킨다”라고 맹비난했다. 반부패 수사·기소 기관, 검찰총장에 종속 이날 시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사실상 훼손하는 법안을 공식 승인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이날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청(SAPO)을 검찰총장이 직접 감독하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는 관련 법안을 찬성 263명, 반대 13명, 기권 13명으로 통과시켰다. 기존에 검찰총장에게는 NABU 사건 이관 또는 수사 재지정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추진한 이번 법안에 따라 검찰총장은 NABU와 SAPO 업무에 개입해 사건을 이관하거나 조사를 종료할 수 있게 됐다. NABU와 SAPO 수장은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독립위원회가 선출하지만,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이 장악한 의회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지난달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루슬란 크라우첸코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다.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현직 고위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NABU는 표결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2015년 이후 구축된 부패 방지 인프라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속도로 처리”…절차 위반 주장도 이런 우려에도 젤렌스키 정권은 법안을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처리했다. 일각에서는 절차 위반 지적도 나온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수정안 제출부터 표결, 루슬란 스테판추크 의장 승인과 대통령 서명으로 법안이 발효되기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전례 없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도 해당 법안이 절차를 위반해 강행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한 야당 의원은 “오늘 의회에서 일어난 일은 충격적이었다. 명백한 절차적 위반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강행 처리됐다”며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고 그것은 ‘마녀들의 집회(coven)’와 같았다”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 종’ 의원조차 “수정안이 투표 15분 전 나와 어떤 내용이 바뀌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원은 “솔직히 나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다만 대통령이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을 믿는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올렉시 곤차렌코 야당 의원은 “우크라이나 내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종식시키려는 것”이라며 “작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큰 독재 국가들을 이길 수 있지만 작은 독재 국가들은 조만간 큰 독재 국가들에 삼켜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부패국 때린 보안국…“러시아 첩자” 명분“2015년 개혁의 표상, 야누코비치 시대 회귀” 법안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사안이 NABU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인 올렉시 체르니쇼우 전 부총리를 부패 혐의 피의자로 지목해 지난주 그가 사임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요구로 신설한 NABU 활동에 불만을 가져 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날 우크라이나 검찰과 보안국은 NABU와 SAPO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NABU 직원 가운데 1명을 러시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마약 밀매, 친러시아 단체 연계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NABU 직원 10여명도 교통법 위반, 반역죄 등 다양한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시민사회에 광범위한 항의와 우려를 야기했다. 특히 과거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던 키이우 중심가 마이단 광장에는 수천 군중이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이 법안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시대의 무법과 권위주의를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NABU와 SAPO 2개 기관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과 그의 부패한 정권이 축출된 후 친서방 개혁의 일환으로 2015년 창설됐다. 과거 시위에 참여했던 무스타파 나이엠 전 의원은 “나에게는 우리가 함께 논의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매우 슬프고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시민 사회가 10년간 쌓아온 (민주주의) 노력을 파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의 한 기자는 “우리는 야누코비치 시대로 회귀했다. 그 시대가 우크라이나 부패의 정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라고 한탄했다. 또한 이 매체는 사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와, 이를 위해 싸우는 국민을 배신했다”라고 질타했다. 주변국도 우려 표명…“우크라 EU 가입에도 영향”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는 내부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주변국에서도 나온다. EU 가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EU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NABU 및 SAPO에 대한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 기관들은 우크라이나 개혁 의제에 매우 중요하며, 부패에 맞서고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마르타 코스 유럽확대 집행위원은 “NABU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핵심 안전장치를 해체하는 것은 심각한 후퇴”라면서 “NABU, SAPO와 같은 독립 기관은 우크라이나의 EU 진출에 필수적이며 법치주의는 여전히 EU 가입 협상의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정부 지도자들과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투명성·독립성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가지며, 반부패를 위한 협력을 중시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독일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과 역량은 최근 우크라이나 개혁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이런 노력의 진전을 바탕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반부패 기관 억누르기가 유럽연합(EU) 가입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직후에 EU에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인 나이벨 굴드-데이비스(전 벨라루스 주재 영국 대사)는 이번 문제는 “키이우의 실책”이라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 아랍권 반발에 한발 물러선 트럼프 “가자 재건 구상 강요 안 해”

    아랍권 반발에 한발 물러선 트럼프 “가자 재건 구상 강요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재건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터전 강탈 논란이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재건 계획과 관련해 “내 계획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강요하지 않겠다”며 “그저 물러나 편히 지켜보면서 추천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의사에 반해 이주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내 구상을 거절했다”면서 “우리가 요르단과 이집트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말해 조금 놀랐다”고 덧붙였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구들과 국경을 맞댄 아랍 국가로, 트럼프가 가자 주민 이주 후보지로 거론한 국가들이다. 앞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아랍 국가에 영구적으로 재정착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하면서 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가자지구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통치 지역인데 이곳을 미국이 소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원래 살던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미국이 그 땅을 갖겠다는 구상은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라는 비판이 일었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지지해 온 주변 아랍국들도 반발하며 파문이 일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지난 20일 “우리가 퇴거 계획을 추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가자지구 재건 포기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휴전 당시 합의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620명의 석방을 전격 연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23일 성명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유에 대해 “하마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석방 전 존엄을 모욕하고 선전행사에 동원했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 인질 6명을 석방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질들을 군중 앞에 세우고 하마스 대원들 머리에 입을 맞춘 뒤 ‘석방 감사연설’을 하게 했다. 하마스는 지난 8일에도 이스라엘 인질 3명을 석방하기 전 차량에 태워 가자지구를 돌게 한 뒤 무대에 세우고 감사연설을 하도록 했다.
  • 그린란드에 눈독 들이는 트럼프… 방위비 2조 늘려 맞서는 덴마크

    그린란드에 눈독 들이는 트럼프… 방위비 2조 늘려 맞서는 덴마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에 이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에도 의지를 드러내자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에 대한 국방비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 매입 검토를 지시했다가 외교 문제로 비화하며 무산된 바 있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그린란드 방위비 지출 패키지를 발표했다. 포울센 장관은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하지 않고 “100억 크로네(약 1조 2800억원) 단위”라고만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패키지 규모가 최소 15억 달러(2조 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포울센 장관은 “지난 몇 년간 북극 지역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주둔군 전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덴마크 정부는 “원래 준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불과 하루 전인 23일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은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그린란드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힌 직후라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린란드의 무테 에게데 총리는 곧바로 “우리는 팔리지 않으며 앞으로도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희토류와 구리, 금·은, 우라늄 외에 석유 매장 가능성도 있고 미국~유럽 최단거리 노선을 제공하는 등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크다. 세력 확장을 꾀해 온 러시아가 최근 그린란드의 배타적 경제 수역까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등 안보 전략용으로 눈독을 들이는 주변국들도 많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2019년 그린란드 매입 검토를 지시했다가 덴마크가 반발하자 국빈 방문을 취소하는 등 해프닝을 겪은 바 있다. 이미 당선인은 캐나다, 멕시코, 파나마 등 우방국에 모욕적 압박을 하며 관세, 국경 관리, 중국 견제 등 목적 달성 행보를 해 온 만큼 이번 언급을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인 마이크 콜린스(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대선 직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미국 지도에 그린란드도 포함시킨 뒤 공화당 승리 지역과 똑같이 붉은색으로 표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일본 반핵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히로시마에서 봤던 원폭돔과 평화공원이었다. 히로시마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각종 상징물, 전시자료들은 핵폭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자와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을 지나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가 있다.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2005년 1월에 품었던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해소가 안되고 있다. 히로시마 어디에서도 메이지유신부터 제2차세계대전 패전까지 일본의 중요 군사기지이자 군수공업지대가 밀집한 군국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지역이었던 히로시마는 없었다. 오로지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일본 근대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평화롭던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히로시마 전체 피폭자 가운데 10% 가량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원폭희생자들은 과연 온전히 ‘피해자’로 호명되고 있는 것을까. ‘피해자’라는 의식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다함께 피해를 입었다는 집단의식은 ‘우리’의 동질감과 단결심은 물론이고 가해자인 ‘저들’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린다. 어두운 측면 역시 존재한다. 극단으로 흐르면 피해자 의식만큼 위험한 물건도 드물다. 자신들의 ‘가해’는 잊어버리고 ‘피해’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며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기 십상이다. 한때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지금 가해자가 되는 데 면죄부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공격했고 1200여명(군인 381명 포함)이 죽고 250여명이 인질이 되자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딱 1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4만 1870명이 죽었고 9만 7166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8월 발표했을 때는 사망자가 3만 4344명이라고 했는데 두 달도 안돼 7000명 넘게 더 죽었다. 3만 4344명 가운데 710명은 첫돐도 안 된 갓난아기였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 사망자가 347명이었다. 가자지구는 1년 동안 상업시설의 80%와 주거 건물의 60%, 학교 건물의 87%, 도로망의 68%, 경작지의 68%가 파괴됐다.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생지옥으로1년 전에는 이스라엘이 만든 고립장벽에 갇힌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제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 돼 버렸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 예멘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주변국에 발신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너희가 이러고도 나랑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어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확한 낱말이 존재한다. 깡패. 국어대사전에는 깡패를 이렇게 정의한다.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는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제대로 된 조치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들 참아라 참아’하며 공허한 휴전촉구만 이어갈 뿐이다. 부조리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던 ‘피해자’라는 일종의 ‘신뢰자본’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과거 유대인학살에 책임이 있고 현재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지하고 있는 독일에선 설문조사 결과 60%가 이스라엘에 무기지원하는 걸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독일 시사매체 슈테른이 최근 보도했다. 한국에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은 곧 수천년을 쫓기고 핍박받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수천년을 고통받은 끝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건 신성한 권리 아니냐고 본다. 신이 ‘선택받은 민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설교까지 더해지면 이스라엘은 이교도들의 침략에 맞서 성지를 지키는 성전기사단 같은 존재처럼 돼 버린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스라엘의 국가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겐 구약성경이 팔레스타인 땅문서나 다름없다. 홀로코스트라는 기억과 결합한 이런 ‘피해자 담론’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이웃나라를 공격하거나 암살하는 속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강력한 논거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하는 ‘유대인’ 슐로모 산드가 쓴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 2022)은 한마디로 말해 ‘유대인 피해자 담론’에 주목하는 책이다. 2008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제목이 ‘유대인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인 것에서 보듯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젊은 시절 군대에 입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의 기원과 실체, 모순을 통해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유대인’이라는 상식을 깨부순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유대인의 기원과 변천에 관해 새롭게 밝혀낸 수많은 최신 연구성과 가운데 상당수가 이스라엘이 1976년 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고고학자들이 대규모 발굴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란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학자들은 십중팔구 솔로몬이 세웠다는 거대한 성전과 황금으로 가득찬 왕궁 유적을 기대했겠지만 실제 발굴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고고학자들 및 성서학자들 대부분이 받아들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다윗과 솔로몬이 다스렸다는) 거대한 통일 군주국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솔로몬 왕이 아내 7백명, 첩 3백명과 함께 거주한 장엄한 궁전도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성서가 그 거대 제국의 이름을 따로 명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결론을 강화한다. 유일신의 은총으로 수립된 강력한 통일왕국을 인위적으로 발명하고 영광스럽게 만든 것은 후대 저자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계 창조, 대홍수, 선조들의 유랑, 야곱과 천사의 씨름, 이집트 탈출과 홍해 기적, 가나안 정복과 기브온 전투에서 해가 멈춘 기적 등과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236쪽).” 유대인의 피해자 정체성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이주와 유랑은 어떨까. 먼저 출애굽을 보자. 출애굽이 있었다고 하는 기원전 13세기에 가나안 지역은 이집트 파라오가 확고히 지배하는 이집트 영토였다. “그렇다면 모세는 자유를 얻은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와서... 역시 이집트로 갔다는 말인가?(229쪽).” 성경에서 핵심 모티프인 바빌론유수 역시 사실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인들과 유다왕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인들 역시 그들의 정복지로부터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덧붙일 수 있다(249쪽).” 1세기 유대 반란 이후 로마가 유대인들을 강제이주시켰다는 ‘상식’ 역시 저자의 동심파괴를 피해가지 못한다. “유다 지역에서 추방이 있었다는 언급은 로마의 풍부한 기록 어디에도 없다. 반란 후 유다지역 경계선 부근에서 대량의 피난민이 있었던 흔적도 전혀 발견된 적도 없다(251쪽).” 강제이주가 없었다면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소 놀랍게도 저자는 유대인의 확산을 이끈 건 특정 혈통집단의 이주가 아니라 대규모 전도와 개종이었고, 이런 방식을 계승하며 경쟁자로 등장한 그리스도교와 경쟁에서 패하면서 ‘유대인 인구 확산’이 멈췄다고 밝힌다. “장차 그리스도교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승리에 기여하게 되는 모든 관념적이고 지적인 요소들이 당시 유대교의 이 일시적 성공 안에 이미 들어있었다(316쪽).” 유대인 혈통이라는 함정과 자기모순저자가 길게 논증한 것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유대교 신자들 사이의 세속적인 민족지적 공통분모는 결코 없다(451쪽).” 역사 속에서 ‘유대인’이란 특정한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특정한 종교를 믿는 공동체(148~149쪽)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대인이란 한민족이나 일본민족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나 불교 신자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인이란 누구인가.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걸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에서도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는 논란꺼리였다. 이스라엘 내무부 장관으로 시오니스트 좌파를 대표하던 이스라엘 바르 예후다는 1958년 3월 내무부에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진실하게 선언하는 사람은 유대인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그 밖에 증거는 필요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조치는 즉각 논란이 됐고, 총리 벤구리온은 이 조치를 뒤집어 버렸다. 이후 내무부를 장악한 유대교 정통파들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유대인 등록 기준으로 삼았다. 1970년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은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 혹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다른 종교에 속하지 않은 자(519~521쪽)”라고 결정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이스라엘은 국민 4분의1이 아랍계를 비롯한 비유대계다. 심지어 동구권 몰락 이후 이스라엘로 대규모 이주한 옛 소련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운데 30%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신분증에 자신의 민족명을 기재해야 하는데 옛 동독 출신 중에는 민족명을 ‘동독’으로 쓴 사람도 있다. 왜 이런 모순이 벌어지는가. 19세기나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모든 유대인은 자신들만의 기원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논리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을 반대한다고 하면 반유대주의자 아니냐는 공격을 받는다. 전세계 유대인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라는 근대의 발명품, 신화가 역사가 되고 현실을 재구성하고 규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현실에 존재할리 없는 ‘유대인’ 혈통을 찾고, 국가 차원에서 유대인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유대인 혈통이 아닌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배제와 차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가 국민의 민족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군대에 입대할 ‘권리’를 박탈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는 게 현재 이스라엘이다. 그런 차별과 배제의 극단적인 대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제대로 된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을 공식 합병하면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외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민으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20세기에 경험해봤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야 했던 일제식민지 시기였다. 이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스라엘 정치체제를 ‘종족정치’(Ethnocracy)라고 규정한다(552쪽). 이스라엘에서는 인사말이 ‘샬롬’이라고 한다. 평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고 50만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땅을 피와 눈물로 물들인 뒤 세운나라였다. 1948년 아인슈타인과 한나 아렌트 등 유대계 지식인들은 메나햄 베긴을 비롯한 시오니스트 우익이 인종주의적 파시스트 국가론을 신봉한다며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캐나다 국적 의사 가보 마테가 캐나다 일간 ‘토론토 스타’에 기고한 글에서 아프게 지적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보 마테는 1944년 헝가리에서 태어났고 외조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강제노역으로 동원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것이 팔레스타인인 사람들을 학살할 명분이 될 순 없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대량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마스의 로켓이나 민간인 테러 공격은 가자지구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맥락은 근세와 현재에 걸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인종 청소 작전, 즉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정의로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점진적으로 합병하기, 비인도적인 봉쇄, 올리브숲을 파괴하기, 수천명을 임의로 투옥하고 고문하기, 민간인을 모욕하기, 주택 파괴. 이런 정책들은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는 어떤 열망과도 함께할 수 없다.”
  • ‘혐한’ DHC 전 회장, 또 민족 차별 발언으로 애국 마케팅

    ‘혐한’ DHC 전 회장, 또 민족 차별 발언으로 애국 마케팅

    지속적인 ‘혐한’ 발언으로 끝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일본 화장품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전 회장이 또다시 민족 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다. 2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통신판매업체 ‘야마토고코로’는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올린 요시다 회장 명의 글에서 “대형 종합 통신판매에서 수장이 순수한 일본인인 것은 야마토고코로뿐인 듯하다”고 밝혔다.야마토고코로는 요시다 회장이 지난 1월 DHC를 오릭스에 매각한 뒤 새로 세운 통신판매업체다. 요시다 회장은 해당 글에서 일본 최대 통신판매업체인 ‘아마존 재팬’ 사장은 중국인이라고 하고, 또 다른 대형 통신판매업체인 ‘라쿠텐’ 회장 실명을 거론한 뒤 “얼굴 특징을 보면 재일교포 같은데 자신이 완고하게 부정하고 있으니 당신 스스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 그는 ‘요도바시 카메라’, ‘야후재팬’ 사장도 100% 재일교포계라고 주장하면서 “외국인이 일본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회사들은 일본에서도 굴지의 기업으로 꼽힌다.다만 요시다 회장은 해당 글에서 이들이 재일교포 혹은 재일교포계라는 주장만 내세웠을 뿐 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가 이런 민족 차별 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소위 ‘애국 소비’를 통한 마케팅 전략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는 “야마토고코로는 일본이 다시 강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되는 것을 진심으로 염원한다”며 “일본과 적대하는 나라인 중국, 러시아, 북한 제품과 식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일본에서 우익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정치인 중에서도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되면서 국정 구호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영토·역사 갈등 때마다 우파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됐다.일본에서 우익들에 의한 ‘혐한’ 발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요시다 회장은 대표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2019년에는 DHC의 자회사인 ‘DHC 텔레비전’에 출연한 극우 성향의 한 인사가 한일 간 무역 갈등으로 인해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 되자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다”고 폄훼했다. 요시다 회장은 2020년 DHC 홈페이지에 “자이니치(재일한국인·조선인)는 모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일본 국영방송인 NHK가 차별 조장 행위에 대해 취재하자 NHK가 일본을 ‘조선화’ 시키는 원흉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국내에서 DHC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 [사설] 북, 미국 탓 만 하지말고 비핵화 밑그림 내놔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에 대해서도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져 위험한 지경”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교착이 오로지 미국 탓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의 책임은 미국 못지 않게 북한에도 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의 책임만 물을 게 아니라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자신의 카드를 제시해야 옳다고 본다.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노딜 책임을 미국에 물어왔다. 회담장에서 미국이 갑자기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더해 대량살상무기 일체에 대한 폐기를 요구함으로써 회담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일관되게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 없이는 제재완화를 풀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미국이 하노이에서 무리한요구를 했다면 북한이 이를 비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신뢰할만한 비핵화 카드를 북한이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딜의 책임을 미국에만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구나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볼턴 백악관 보좌관을 모욕에 가까운 비난으로 교체를 요구했다. 회담을 이어가자는 것인지, 판을 깨자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미국이 일괄타결 기조를 굽히지 않자 북한은 이번에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견제에 나섰다. 러시아를 포함하는 다자 체제속에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꾀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푸틴은 김 위원장이 “미국에게 북한의 입장을 알려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직접 밝혔다. 푸틴은 이를 북미협상의 중재자가 되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 김 위원장은 남측의 역할에 대해 “중재자도 촉진자도 아니다. 당사자가 돼 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매우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북한이 지금처럼 모든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문 대통령의 역할을 평가절하하면서 러시아에 눈을 돌리는 것은 북미협상만 꼬이게 할 뿐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나라가 많을 수록 이해관계만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비핵화 문제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역학관계를 이용해 풀려고 해선 안된다. 진정으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그에 대한 선명한 밑그림부터 공개해야 한다. 비핵화의 종착지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미국이 제재부터 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일단 비핵화의 밑그림을 분명히 보여준 뒤 협상을 통해 북미가 단계적으로 비핵화 색칠을 해나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
  •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빼돌린 경천사 석탑 집요하게 추적 보도… 반환 이끌어내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빼돌린 경천사 석탑 집요하게 추적 보도… 반환 이끌어내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발간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은 일제의 침략이 가속화되자 신문의 항일 비판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갔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을 전후해 ‘대세가 기울었다’며 일부 조선 언론이 스스로 친일 성향을 드러내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였다.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멀쩡한 석탑을 조각내 훔쳐가고 조정에 억지로 차관을 도입하게 해 빚더미에 앉게 했다. 무력했던 조선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자 베델이 분개해 나섰다. 국제열강 가운데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주변국 여론에 민감하다는 일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반일 기사를 쏟아냈다.●‘문명 제국’ 일본의 반달리즘을 꼬집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천사지 10층 석탑 반환’이다. 현재 이 석탑은 원래 위치인 개성 경천사를 떠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와 있다.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아 국보 제86호로 지정돼 있다. 베델이 없었다면 이 석탑은 지금도 일본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이 탑은 1348년 고려 충목왕 때 경천사에 13.5m 규모로 세워졌다. 경천사는 고려 왕실의 기일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1907년 1월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아키는 당시 조선 황태자였던 순종의 결혼 축하를 위해 조선에 왔다. 하지만 속내는 우리 문화재인 경천사 석탑을 일본에 가져가려는 것이었다. 그는 2월이 되자 군대를 동원해 석탑을 140여점으로 조각냈다. 주민들이 반발했지만 일본은 이들을 총칼로 제압했다. 조각들은 달구지로 실어 항구가 있던 제물포까지 운반한 뒤 배로 일본에 반출했다.우리 국민들로서는 분한 일이지만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신보가 나섰다. 같은 해 3월 7일자 기사로 석탑 밀반출 사건을 전하며 “다나카는 우리 국민을 만만히 봤다. 조선 인민은 그 만행과 모욕에 결연히 항거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 신보와 KDN은 10여 차례 기사와 논설을 실으며 일본의 석탑 밀반출 만행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이에 고종의 외교 자문이던 미국인 호머 허버트(1863~1949)도 움직였다. 허버트는 고종에게 헤이그 특사 파견을 조언하는 등 ‘고종의 밀사’로 불린다. 그는 신보와 KDN 보도 이후 일본의 독립성향 신문 ‘재팬 크로니클’에 4월 4·18일자에 각각 ‘일본이 한국에서 보인 반달리즘(문화 파괴)’, ‘사라진 탑과 다른 사건들’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베델과 함께 개성 경천사를 다녀와 쓴 르포 형식의 글이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세세히 기록해 감성에 호소했다. 베델과 허버트의 노력 덕분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6월 2일자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 세계도 주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여론이 일본에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1852~1919)도 모를 리 없었다. 스스로 ‘문명화된 제국’임을 강조하던 일본이 이런 일로 조선 지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미치자 조선총감부도 마지못해 “석탑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 베델의 첫 보도 뒤 10년쯤 지난 1918년 11월 경천사 석탑은 조선에 되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경복궁에 있었지만 이후 방치되다가 2005년 최종 복원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잡았다. 원래 자리인 개성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쾌한 자의 쾌한 일’ 기사로 항일하다 을사늑약 뒤 일본이 조선 침략을 공고화하던 1908년 3월, 고종의 외교 고문을 지낸 미국인 더럼 화이트 스티븐스(1851~1908)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에서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조선은 일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살아가기 어렵다”면서 “조선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있는 게 여러모로 유익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조선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는 일본에 매수돼 이들의 하수인으로 행동하던 대표적인 친일파였다. 스티븐스 발언에 격분한 재미교포 전명운(1884~1947)과 장인환(1876~1930)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각자 스티븐스를 암살하기로 계획했다. 스티븐스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향하려던 3월 23일, 전 의사가 스티븐스에게 다가가 저격했지만 실패했다. 전 의사가 스티븐스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장 의사가 이를 보고 스티븐스를 다시 저격했다. 장 의사의 총에 맞은 스티븐스는 이틀 만에 병원에서 죽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티븐스 저격사건’이다. 소식은 바로 한국에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 친일매체들은 이를 기사화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의식 있는 언론들 역시 일제의 검열이 워낙 심해 이를 타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보는 주저하지 않고 이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신보는 3월 25일자로 ‘쾌한 자의 쾌한 일’이란 제목으로 “한국 외부 고문관 미국인 슈지분(스티븐스의 한국 이름)이 미국 상항(샌프란시스코)에서 총을 맞아 중상을 입었는데, 총을 쏜 자는 상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두 사람과 거사 현장에 같이 있지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이들의 애국 열성을 위로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내용의 논설도 게재했다. 뒤이어 28일자에는 스티븐스가 사망한 소식과 함께 실명이 밝혀진 전명운·장인환 의사의 행적을 상세히 다뤘다. 이후로도 신보는 이들의 속보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훗날 미국 법원은 전명운에겐 무죄를, 장인환에겐 25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장 의사는 미국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1919년 가석방됐다. 일제 치하에서 친일 미국인을 죽인 전명운과 장인환을 위로하는 논설을 싣는다는 건 당시 영국인 베델 소유의 신보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IMF 구제금융 때 금모으기의 원조가 되다 베델은 기사로만 항일 투쟁을 이어가지 않고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1907년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다. 일본은 조선을 경제적으로도 예속시키려고 조선 정부에 차관 도입을 압박했다. 당시 조정은 경제적 능력이 전무했다. 차관은 한없이 불어나 1300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대한제국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로 정부가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애국심이 강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차관을 갚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때 나랏빚을 갚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의 원조 격으로, ‘경제주권 찾기’ 노력의 하나였다. 1907년 2월 대구에서 서상돈(1850~1913)과 김광제(1866~1920), 윤필오(1860~1924) 등이 시작했다. 신보는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지였다. 베델은 의연금을 보관하는 ‘국채보상지원금총합소’를 신보사에 설치하고 이 운동을 주도했다. 신보는 처음부터 이런 노력을 꾸준히 알리고 지원했다. 1907년 4월까지 4만여명이 참여했고 5월에는 모인 금액이 20만원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선의 침략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할 뿐 아니라 아예 조선 독립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베델의 행보에 대해 일본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 국면을 주도해야 합니다. 국제 정세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국익을 위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는 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남재희(84) 전 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정치평론가로 손꼽힌다. 서울신문 주필 등 언론인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지내며 언론과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장관 재임 당시에도 노동계의 무노동 부분임금을 지지하면서 ‘비판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웅숭 깊은 진보적 색채의 칼럼으로 우리 사회에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관훈클럽에서 만난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형형(炯炯)한 눈빛으로 북핵 등 국제 정세와 한국 정치에 대해 막힘 없이 고견을 풀어냈다. -요즘 북·미 회담을 보면 마치 외줄타기 하는 광대를 눈 앞에 둔 듯 하다. 연일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 =미국이나 북한이나 최고도의 전략 전술을 발휘하는 거다. 미국은 회담 과정에서 두 개의 목표가 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핵의 제거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직후 일본 국제정치학자가 ‘북한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시도는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장착 미사일의 제거이고, 그 다음이 북핵일 것’이라고 분석하던데 맞는 이야기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ICBM 해결은 끝난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활용할 카드가 생긴 셈이다. ‘내 업적은 ICBM을 제거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북핵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계속 북핵 협상에 낙관적인 이유다. 하지만 북한에게 핵은 유일한 밑천이다. 마지막 카드를 내놓는 건데 최고가로 흥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 하나만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불가침협정, 수교, 원조 등 여러가지를 다 해결해야 한다. 협상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한국전쟁 당시 1년 간 전쟁이 벌어진 뒤 나머지 2년 간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됐다. 공산권 협상은 전쟁과 협상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이뤄진다. 공격하면서도 대화하고 대화하면서도 공격을 가하는 ‘타타담담(打打談談) 담담타타(談談打打)’가 그것이다. 나라도 마지막 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거다. -판이 아예 깨질 가능성은 없나. =트럼프가 ICBM을 이용해 중간선거를 막더라도 여러 난제들이 있다. 북핵 말고도 이란·시리아 등 중동 문제도 복잡하다. 동북아 전체로 봐서도 러시아와 중국 등과 해결할 문제가 간단치 않다. 그러니 북한 문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쾌도난마 식으로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없다. 북한도 판을 뒤엎을 처지가 못 된다. 국제 사회의 공론도 무시 못한다. 북한을 괴멸시키는 대신 북한의 생존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 상태다. 그러니 결국 북미 긴장이 풀리는 방향으로 갈 거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북에게는 큰 힘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쿠바의 경우 결국 카스트로 형제들이 다 물러나고 다른 이들이 집권하고 있다. 쿠바 모델이 북에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주한미군 주둔 인정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야기한 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그런 심증을 가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미리 인정하지는 않을 거다. 주둔의 불가피성은 이해하지만 바겐 포인트를 스스로 버릴 이유가 없지 않냐. 협상할 때는 미군 철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주한미군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국제정치의 큰 흐름으로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수용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중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디스 맨’이라고 지칭했다. 우리 식으로는 ‘이 자’에 해당한다.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 재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 ‘크레이지(Crazy)’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식으로는 ‘괴짜’ 정도에 해당한다. 노 전 대통령이 미국 입장에서는 까다롭고 불쾌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강경화 외무장관 등을 계속 특사로 보냈다. 그 덕분에 아직 미국과의 관계는 부드러운 것 같다. 다만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국익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본 라인은 건드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계간지 ‘황해문화’ 발간 100호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개번 맥코맥 호주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과 교수의 진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맥코맥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말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를 시도했다. 그때 나온 말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이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제국주의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이다. 방한 당시 서대문 형무소에서 무릎까지 꿇은 사람이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 정권의 단명은 미국 외교라인과의 마찰이 한 요인이 됐다는 게 국제정치학계의 정설이다. 일본보다 외교력이나 경제력이 약한 한국은 더 말할 게 없다. 미국을 벗어난 자주 외교는 쉽지 않다. 그게 우리 앞에 놓인 운명이다. 사대에 대해서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대는 약소국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조선은 사대 정책을 펴왔지만 그걸 욕하기는 어렵다. 이승만 정부 때인 1951년부터 1955년까지 외교를 이끈 변영태 외교부장관이 퇴임 뒤 사석에서 “중국 주변국 중 화교가 자리를 못 잡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 조상들의 사대외교가 능수능란하고 현명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설명하더라. 노예근성을 갖자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서도 자존심만 내세울 건 아니다. 현실감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남로당 경북도당 간부였다가 전향했던 박진목씨가 과거에 언론인들과 친했다. 그는 한국전쟁 중 평양 밀사로 가서 이승엽 당시 국가검열상과 협상을 벌였던 인물이다. 박씨의 지론은 “과거 남로당이 생각을 잘못 했다. 그 막강한 일본 제국주의 군대를 물리친 미군을 상대로 남로당 몇몇이 ‘물러나라’고 투쟁했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정세를 일컬어 ‘빙하를 움직이는 일’(Moving Ice Glacier)라고 표현한다. 강대국 입장에서 빙하는 한반도다. 빙하가 움직이려면 몇 십년 몇 백년이 걸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출범 초에 혁명적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니 혁명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는데. =1960년 4·19 이후 장면 정부는 혁명적 상황을 비혁명적인 해법으로 일관했다. 군의 부정부패를 그대로 방치했다. 혁명적 상황에서는 최소한 반 정도는 혁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 조류에 씻겨 내려간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반 쯤은 혁명적인 색깔을 드러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무사 해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쿠데타의 원조인 기무사를 이번 기회에 해체해 개편해야 한다. 최근 경제가 안 좋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인 경기 하락이라는 해외 요인이 더 크다. ‘삼성 투자 구걸’ 논란도 일종의 소아병적 반응이다. 대범하게 바라봐야 한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여당의 탈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정치 지형은 보수가 강하다. 이는 남북이 분단됐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북한에서의 상층 인텔리들이 월남을 하면서 남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개신교만 해도 평안도 출신의 보수적인 예수교장로회가 주역이 되고, 함경도 기반의 진보적인 기독교장로회는 소수가 됐다. 예장을 대표한 한경직 목사도 보수적인 색채가 매우 강했다. 미국의 영향력도 엄청났다. 미국이 길러낸 군, 학자, 언론 등 분야의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 문화가 압도적이다 보니 보수가 강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진보는 아예 없다시피 하다. 한국전쟁으로 일단 궤멸됐다가 조봉암 진보당 당수가 사형당하면서 더 위축됐다. 4·19 혁명 이후 잠시 머리를 들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또 다시 사라졌다. 19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정도가 진보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정치 지형만 놓고 보면 어쩌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가 문재인 정부로 이어온 것이다. 진보 정부라도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닌 약한 진보다. 김대중 정부는 아주 약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조금 약한 진보 정부다. 이에 반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강한 보수였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망치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막말정치를 일삼으면서 보수가 힘을 못 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은 연옥을 거쳐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엄청난 자정 노력 숙청, 반성 등 재생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했지만 연옥을 안 거치니 안 되는 거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점잖게 나가고 있지만 위기에 부딪혔을 때 어떤 행태를 보일 지 지켜봐야 한다. -그렇기에 평소 협치를 강조한 게 아닌가. 청와대도 협치내각을 구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 관련 기사를 가리키며) 이 의원이 자꾸 말을 잘못 한다. 협치하자고 하면서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고 이야기하면 되겠냐. 여당이 원내 과반수에 미달하면 야당을 슬슬 구슬러야 한다. 같은 표현이라도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 되는데 이렇게 자극하면 될 일도 안 된다. 한국당과의 협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그런 입장을 취해야 한다. 끌어들이지 못할 망정 도발하는 건 맞지 않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껄끄러운 관계로 가면 안 되는데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나(이 의원)는 (예전에) 총리였고 넌(문 대통령) 민정수석이었고, 난 (운동권) 선배고 넌 후배’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개헌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활발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10년 전 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적정 의원수는 우리나라가 500명 정도이고, 단원제를 감안하면 350명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나온다. 의원수를 현재보다 늘리는 데 대해 국민들의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숙제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치 일성으로 의원수를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안철수는 끝났다’고 주변에 이야기했다. 의원 수를 줄이자는 건 정치를 전혀 모르는 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럽식 선진 정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것이다. 나도 국회의원에 5번 출마해서 4번 이겼다. 상대방보다 약간의 표만 먹으면 권력의 전부를 먹는 거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다. 이건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례는 대표의 원리요, 다수는 결정의 원리’라는 게 정치학의 기본 아닌가.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서는 4년 중임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5년 단임제 역시 무리하게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1987년 개헌 과정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유력 정치인이 서로 번갈아가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속내로 5년 단임을 지지한 측면이 강하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젠 10년이 아닌 5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내각책임제는 우리 현실에서는 절대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리다툼에 골몰해 내각이 몇 개월 만에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싸움하다가 볼일 못 볼 수 있다. 제2공화국 당시에도 헌법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분명히 구분돼 있었지만 윤보선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는 권력을 놓고 서로 암투를 일삼았다. -경제 면에서는 빈부격차 심화가 사회정의 문제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도 많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헨리 조지를 언급하며 강조한 것처럼 지대추구의 특권이 용인되는, 곧 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건 큰 문제다.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땅은 공기나 물과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주고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땅을 독과점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땅의 독점을 통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면 당연히 정부 정책으로 해결돼야 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많이 올리지도 않았지만 종부세 인상으로 벼락을 맞았다. 속도는 알게 모르게 해야 한다. ‘오리털 뽑듯이 올린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원래 오리털은 펜촉으로 쓸 용도로 뽑았다. 오리털을 뽑으면 상처는 안 나지만 오리는 매우 아파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오리털은 뽑아야 한다. -얼마 전 한 언론(프레시안)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글을 썼다. =노 의원보다는 심상정 의원과 더 가깝다. 하지만 노 의원과도 술자리를 갖는 등 잘 어울려 다녔다. 내가 인정하는 ‘구라’는 3명이다. 소설가 황석영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그리고 노 의원이었다. 구라는 과장과 재치가 합쳐져야 가능하다. 황석영은 소설가로 1급, 유홍준은 미술평론으로 1급, 그리고 노 의원은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으로 1급이었다. 한국 정치 언어의 품격을 높인 그가 그런 선택을 해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통일의 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열린세상] 통일의 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북한 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 남북한 관계의 분위기가 바뀌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위기와 환호가 교차하면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잊어 가고 있다.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된 이후 올해로 70년이 됐는데 통일은 아직도 아득하고 통일의 의지는 약화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한 치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사태는 여전히 엄혹하고, 얼마 전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군 북부전구와 주한미군사령부 사이에 핫라인을 설치할 것을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같은 맥락의 뉴스들이 몇 개 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는 무슨 의미가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변 열강들이 자기들 뜻대로 한반도의 장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한 느낌이 든다.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 어떤 외국인은 주변국이 한반도 분단 고착을 추구해도 한국인들은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은 한민족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이고 최고의 국익이다. 주변국이 이러한 한민족의 주권과 이익에 역행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한민족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후회할 일을 한 뒤에야 남이 그를 모욕한다고 했다(맹자).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적극적이지 않고 통일에 대한 권리의식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은 분단국이다. 남북한은 헌법과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분단국임을 인정하고 통일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 ‘분단국’이란 온전치 못한 나라다. 국토가 두 쪽 났고, 주권이 반으로 제약돼 있으며, 국민이 갈라져 있다. 우리가 통일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온전한 나라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장차 통일을 이룩해 더 큰 나라, 더 강한 나라,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남북한은 1991년 12월 상호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라고 합의했다. 이로써 남북한은 통일하겠다는 의지와 권리를 내외에 선포했다. 이러한 통일의 결의는 민족자결권에 의한 합의로서 이는 국제법적 권리다. 우리는 이러한 특수관계에 기초해 통일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해야 한다. 주변국은 이러한 한민족의 통일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남북한이 특수관계와 분단국의 위상을 버리고 두 개의 국가로 공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통일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 남북한 관계를 두 국가 간 정상관계라고 규정해 버리면 그때부터 통일할 수 있는 동력은 사라진다. 통일의 주인인 한민족과 남북한이 통일하지 말자고 해버리면 한반도의 통일은 영원히 없다. 한반도를 통일시키고자 하는 외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영구분단되면 나라와 민족은 더 쪼그라들고 위축될 것이다. 통일의 길이 어렵고 분단이 불편하다고 분단국의 지위를 버리거나 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제 발로 쇠락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옳지 않은 길이며, 좋은 일도 아니다. 오늘날 남북한의 엄혹한 정세를 보면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실없어 보이고, 이를 추구하지 말자는 주장이 신선하거나 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제하에서 일부 식자들은 독립운동을 실없는 짓이라고 냉소하면서 일제와 협력해서 잘사는 길을 찾자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선 민중을 선동했다.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었다. 통일이 비록 쉬운 일은 아니나 우리가 통일을 줄기차게 추구하는 것이 맞다. 그것은 우리의 권리를 회복하는 길이고 자존을 지키는 일이다. 주변국들은 현실에 안주하며 약해지는 한민족보다는 정당한 권리를 추구하는 한민족을 더 존중할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치고 어떤 나라도 주권을 스스로 제약하거나 한 뼘의 땅이라도 그것을 포기하는 나라는 없다. 제정신인 사람은 주권을 팔아먹고, 자기의 영토를 떼어내고 국민을 버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반역이기 때문이다.
  • 홍준표, MB 만나 “전직 대통령 모욕주기 수사 안 돼”

    홍준표, MB 만나 “전직 대통령 모욕주기 수사 안 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전임 대통령에 대해서 댓글이니 다스가 누구 것이냐, 이런 것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주기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홍 대표는 이날 신년인사차 이 전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홍 대표는 이어 “내가 과거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의 BBK 대책위원장이었다”고 말했고,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홍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BBK 의혹을 방어하는 데 최전선에 섰었다. 홍 대표는 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이 UAE 의혹에 관해 물어볼 텐데 그것을 물어보려면 살짝 만나지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하겠나”라며 “머리 아파서 듣고 싶지 않다”고 먼저 관련 논의를 차단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는 매우 자존심이 강하고 다른 나라에도 영향력이 강한 사람”이라며 “UAE는 주변국에도 영향력이 강하다”고만 언급했다. UAE 의혹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이 이상의 대화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정국 상황과 관련해 “어렵다 어렵다 해도 지금처럼 위중한 때가 없었다”며 “외교·안보와 경제 등 모든 사회환경이 제일 어려울 때 야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령은 아울러 “야당이 강하게 하려면 정부의 긍정적인 측면도 이야기해야지 부정적인 측면만 이야기하면 협력이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어려울 때 야당을 해야 훨씬 재미있다“며 ”좋을 때 야당을 하면 야당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이어 “올해부터는 이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하는 것에 대해 핑계를 대지 못한다. 전부 자기들 책임”이라며 “운동권 정권이어서 정권 담당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의) 긍정적인 측면이 하나 있다.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 그러나 진실이 담기지 않아 쇼는 그뿐”이라며 “실체가 없어서 ‘쇼통’을 하는 데에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홍 대표가 “좌파정권이 들어서자 방송을 아예 빼앗는다”고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은 “그것도 적폐”라며 호응했고, 이에 홍 대표는 “적폐가 아니라 강도”라고 맞장구를 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편 이 전 대통령과 홍 대표는 이날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각별한 친근감을 과시했다. 이 전 대통령과 홍 대표는 고려대학교 선·후배 사이고, 홍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홍 대표가 도착하자마자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박수를 치며 “야야, 왔어 왔어”라고 말하며 친근감을 표했다. 홍 대표는 “형님, 올해 편안하게 잘 보내시라”고 인사를 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 참석한 당직자들에게 “홍 대표 모시고 잘하라”며 덕담을 건넸다. 또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양춘방래’(陽春方來·바야흐로 따뜻한 봄이 온다)고 쓰인 동양란을 선물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임된 카탈루냐 수반 “스페인 정부에 민주적 저항을”

    해임된 카탈루냐 수반 “스페인 정부에 민주적 저항을”

    스페인, 부총리에 임시 수반 맡겨… 공무원 불복 등 장악 쉽지 않을 듯 독립파 조기선거시 과반 불투명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포했다가 자치권을 빼앗기고 해산당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이 ‘민주적 저항’을 촉구했다.푸지데몬 수반은 28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면서“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것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은 헌법 155조의 적용에 민주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의회만이 지도자를 선출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를 비판했다. 카탈루냐 시민들에게는 “인내심과 자제력,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져 달라”면서 “독립에 반대하는 동료 시민들을 향한 폭력과 모욕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푸지데몬 수반은 그러나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저항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AP는 “푸지데몬 수반이 자신의 해임을 비롯한 스페인 정부의 조치에 불복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카탈루냐 역사 전문가인 앤드루 돌링 카디프대 스페인어학과 교수는 “푸지데몬 수반의 성명은 명백하지도 않고 부정확하다. 신생국 지도자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푸지데몬 수반이 언급한 민주적 저항은 오는 12월 21일 열리는 새 자치정부 의회 선거 출마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푸지데몬 수반의 입장 발표 직후 이니고 멘데스 데 비고 중앙정부 대변인은 “푸지데몬이 선거에 참여한다면 민주적 저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푸지데몬 수반이 선거에 참여하면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중앙정부는 새 자치정부 의회가 꾸려지기까지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가 임시 수반으로 카탈루냐 지역을 통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자치정부 공무원 상당수가 중앙정부의 명령에 불복하겠다고 밝혀 장악이 쉽지 않을뿐더러 독립 지지자들의 시위가 격화돼 정부 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을 우려도 있다. 푸지데몬 수반을 비롯한 분리 독립파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독일·프랑스·영국 등 주변국,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카탈루냐 분리에 부정적이다. 분리 독립을 원하지 않는 카탈루냐 시민은 절반을 넘는다. 이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탈루냐 시민 55%가 카탈루냐 분리 독립 선언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치의회 해산과 선거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52%, 반대는 43%였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는 독립에 찬성하는 정당 지지율은 42.5%라고 전하고 “이 조사를 토대로 12월 카탈루냐에서 조기 선거가 시행되면 지방의회 전체 의석 135개 중 독립파가 65석만 가져가게 된다”며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을 우려한 기업들의 ‘탈카탈루냐’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스페인 5개 대 형은행 중 2곳이 카탈루냐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을 뿐 아니라 1700개 회사가 카탈루냐 밖으로 본부를 옮겼다고 전했다. 지난 5일까지 카탈루냐에서 탈출하겠다고 밝혔던 기업은 1600여개였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한반도 긴장 고조] 리용호 폭언·평양 10만명 ‘반미결전’… 유엔 기구엔 ‘지원 호소’

    [한반도 긴장 고조] 리용호 폭언·평양 10만명 ‘반미결전’… 유엔 기구엔 ‘지원 호소’

    2인자 최룡해·황병서·김여정 등 北 노동당·군부 핵심 대규모 집회 새달 10일 당 창건기념일 앞두고 北 ‘북미 말폭탄’ 내부 결속 활용 UNDP·유니세프에 “도와달라”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던진 메시지는 북한 ‘최고 존엄’을 모욕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경고와 핵 무력 정당화로 요약된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발표한 ‘국무위원장 성명’에 호응해 유엔 무대에서 ‘반미결전’을 다짐한 것과 다름없다. 김 위원장의 성명 이후 평양에서는 ‘반미대결전 총궐기’ 군중집회도 열렸다. 최근 말폭탄 대결로 북·미 강 대 강 구도가 선명해지자 북한이 이를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체제 결속에 적극 이용하는 모양새다. 리 외무상의 연설은 김 위원장의 성명을 반복한 성격이 짙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공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연설에 대응해 ‘사상 초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예고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개 짖는 소리’, ‘늙다리’ 등 원색적 표현도 대거 사용했다. 리 외무상도 연단에 오르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망발과 폭언을 늘어놨기에 나도 같은 말투로 대답하는 게 응당하다”며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그간 리 외무상은 국제무대에서 북한 외교관답지 않게 ‘세련된 매너’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유엔 무대에서 최고 존엄이 직접 비난의 대상이 되자 연설에서 비외교적 언사까지 동원해 ‘결사 옹위’에 나선 셈이다. 북한 지도부 참수 작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차 없는 선제 행동’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하고 김 위원장의 성명을 옹호하는 각종 집회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노동당 및 군부 핵심 간부들은 22일 김 위원장의 성명에 호응하는 집회를 열어 ‘반미결전’을 다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조선중앙TV를 보면 집회에는 ‘정권 2인자’로 일컬어지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외에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기남 당 부위원장,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참석했다. 23일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만 군중집회도 열렸다.북한은 이번 대결 국면을 다음달 10일 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내부 결속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립각을 세우면 김 위원장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북한은 대북 제재에 동참한 중국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북한 매체는 중국을 비난할 때 ‘주변국’ 같은 우회적 표현을 썼지만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중국이란 국호를 거론하고 있다. 북·중이 과거와 달리 대등한 관계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북한의 외교적 고립만 심화시키고 있다. 리 외무상은 22일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니세프(UNICEF)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 지원을 호소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리 외무상은 기조연설을 마친 직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을 비공개 접견하기도 했다. 유엔 측은 “총장이 리 외무상에게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시하며 정치적 해법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4월 위기설, 그 실체는?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4월 위기설, 그 실체는?

    지난 달 우리 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호주로 갈 예정이었던 칼 빈슨 항공모함 타격전단이 싱가포르에서 뱃머리를 돌려 다시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칼 빈슨 항모의 한반도 지역 전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억제 능력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대적인 군사력 증원은 단순 억제 차원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6.25 전쟁 휴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한반도 주변에 출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규모의 군사력이, 얼마나 들어오기에 국제 금융시장까지 술렁일 정도의 ‘4월 위기설’이 이토록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대북 무력 압박에 나선 미‧중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만 키워주었다는 비판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여기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우선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가 담긴 ‘작전계획 5015’를 본격적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미연합 키 리졸브 훈련 때부터 수차례의 도상연습을 통해 참수작전 등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절차를 숙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창끝통합(Combined Edge)‘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실전 경험이 있는 미군 장교를 한국군 부대에 파견함으로써 한국군의 역량 부족 문제도 보완했다. 연합훈련 또는 대북 억지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주한미군 전력도 증강했다. 구형 OH-58D 헬기를 교체한다며 최신형 AH-64D 아파치 롱보우 공격헬기를 2배로 증강했고, 별다른 발표 없이 오산과 군산에 F-16C/D 전투기를 2배 가까이 증강했다. 별도 발표 없이 포항과 군산 등지에 F/A-18E/F 전투공격기와 AH-1W 공격헬기, MV-22B 오스프리 수송기 등의 해병 항공전력이 전개됐고, 특히 군산에는 요인 암살 임무에 자주 동원되는 최신형 무인공격기 MQ-1C 그레이 이글이 배치됐다. 참수작전 수행을 위해 흔히 ‘델타포스’로 통하는 미 육군 특수부대 CAG(Combat Application Group)와 해군 네이비씰(Navy SEAL)의 최정예 팀인 6팀(일명 ‘데브그루’)이 한반도에 전개되어 한국군 특수부대와 연합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영국군 최정예 특수부대 SAS를 비롯한 호주와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의 최정예 특수부대들도 한반도에 대거 출동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과 괌에도 대규모 군사력이 증강됐다. 이와쿠니 미 해병항공기지의 F/A-18 전투기 세력은 평시의 2배 이상 규모로 늘어났고,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B도 작전배치됐다. 오키나와에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A가 12대 배치되었으며, 괌에는 평시 전력의 2배에 달하는 폭격기 전력이 전개했다. 물론 이렇게 병력과 장비가 전진 배치된다고 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군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물량전’이기 때문이다. 선박자동위치식별시스템(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에 기록된 항만 입‧출항 정보와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MSC·Military Sealift Command)의 용선계약 내역을 확인해보면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대량의 탄약을 한반도로 실어 날랐다. 이들 탄약은 주로 공군용 항공과 육군용 탄약으로 항공기에 탑재되어 지상을 폭격하는 공대지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들이다. 이러한 대규모 탄약 반입은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최근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일부 물자가 들어온 것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칼 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배치는 이러한 전쟁 준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전쟁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와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기존 7함대 배속 전력인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 항모전단과 더불어 칼 빈슨(USS Carl Vinson) 전단까지 2개 항모전단이 들어와 있다. 이밖에 태평양의 날짜변경선 인근에 임무 배치 전 훈련(COMPTUEX·Composite Training Unit Exercise)을 마친 니미츠(USS Nimitz) 전단까지 합치면 유사시 일주일 이내에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는 항모전단은 3개에 달한다. 이밖에 현재 미국 서부 해안에는 존 C. 스테니스,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2척의 항공모함이 더 대기 중이다. 이밖에도 항공모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4만톤급 대형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USS Bonhomme Richard)가 사세보에서 제31해병원정대를 싣고 대기 중이며, 당초 인도양의 제5함대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마킨 아일랜드(USS Makin Isaland)도 7함대 지역 배속 명령을 받고 지난 주말 제주 남방 해역에 들어왔다. 마킨 아일랜드 전단 역시 제11해병원정대 병력을 싣고 있다. 이밖에도 동태평양 지역에 제15해병원정대를 태운 최신형 강습상륙함 아메리카(USS America)도 포진해 있다. 일주일 이내에 3척의 상륙전단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이 군사작전을 결심하면 보름 이내에 최대 5개 항모전단과 3개 상륙전단이 한반도 근해로 출동한다. 이들 전단은 최소 300여 대 이상의 최신예 전투기를 날려 보낼 수 있고, 동시에 수 백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부을 수 있으며, 중무장한 1개 사단급 해병대 병력을 상륙시킬 수 있다. 이토록 가공할 위력을 가진 전력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북 선제타격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북한의 반격에 의한 한국의 수도권 피해에 대한 우려와 김정은 정권 제거 이후 안정화 작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모종의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이 같은 부담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난민 통제 및 인도적 구호 작전에 대한 실무토의와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에 난민 수용시설을 위한 부지를 마련하고 이 지역을 통제하는 한편, 접경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이동 배치하기 시작했다. 한반도를 작전구역으로 삼는 북해함대에 기계화사단을 모체로 하는 1개 상륙사단이 신규 배속되어 북한 지역에 대한 상륙작전 능력을 갖추는 한편, 남중국해 무력시위에 동원되었던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북한과 인접한 발해만 일대로 출동해 대기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인민해방군에 전투준비태세 강화 지시가 하달되었고, 북부전구 소속 제16‧23‧39‧40 집단군 예하 각급 신속대응부대와 전투근무지원 세력 약 15만 명이 북한 접경지역으로 차출되었다는 소식이 대만과 일본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성격보다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박자를 맞추어 후속 군사행동에 들어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례 없는 규모로 미군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사태에 대한 우려 메시지만 밝힐 뿐 별다른 군사적 견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붕괴 유도 또는 선제타격에 무게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한 것처럼 전쟁은 또 다른 형태의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어난다. 미‧중 양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통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은 양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가고 있는 북한이라는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 전체가 사실상 군대나 다름없는 세계 최대의 병영국가이자 핵과 미사일, 화생방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휴전선에서 5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국가 전체의 인적‧경제적 자산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남한에게 튈 불똥도 심각한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은 수령이 뇌수, 당이 신경, 인민과 군대는 세포라고 가르치는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김정은과 핵심 요인 몇 명, 즉 두뇌만 제거하면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이상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면전 대신 수뇌부만 제거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태영호 前 영국공사 망명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정은의 극단적인 공포통치는 북한 엘리트 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체제 불안정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여 년간 선군정치라는 이름으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았던 군부의 불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은 한때 온갖 이권에 개입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집단이었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숙청되고 기득권을 박탈당하는가 하면, 어린 김정은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고 있다. 군부 원로들이 대거 숙청 또는 좌천되었고, 각 지역의 기업소나 무역회사 등 군부의 돈줄이었던 이권 사업들은 대부분 노동당에 빼앗겼다. 새로 임명된 고위 장성들 역시 김정은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에 따라 진급과 강등을 되풀이했고, 일부는 김정은이 참가한 회의장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총살되기도 했다. 업무 능력과 충성도에 관계없이 김정은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자신과 가족이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쿠데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밀란 스볼릭(Milan Svolik)이 1946~2008년 기간 중 등장했다가 사라진 독재자 303명을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면, 독재자의 67%는 지배 엘리트 계층이 일으킨 쿠데타나 정변으로 제거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쿠데타나 정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북한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고 지배 엘리트 계층, 특히 군부 세력의 불안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주변국이 정보기관을 동원한 공작으로 이들 군부 엘리트 계층의 불안이라는 불씨에 기름을 끼얹을 경우 김정은 체제는 내부로부터 급속도로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내부에서 체제 전복 시도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전에 평양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서 김정은 제거를 직접 시도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거의 근접했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더 이상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정치권 전반에 팽배해 있다. 또 현재 한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리더십 부재 상태에 있고, 차기 정권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아주 낮기 때문에 미국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4월말까지이다. 미국이 공습에 나선다면 미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들이 총출동할 것이다. EA-18G 전자전기 등이 북한 전역의 레이더와 통신기기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수백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AGM-86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이 지대공 미사일 기지와 레이더 기지, 그리고 주요 지휘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강화 콘크리트를 60m 이상 관통할 수 있는 벙커 버스터를 탑재한 B-2A 스텔스 폭격기들이 김정은 은거 예상 시설을 정밀 폭격하는 동안 F-22A와 F-35B 등 스텔스 전투기들이 평양 일대의 김정은 경호부대는 물론 도주용 차량과 열차, 항공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초토화시키고 나면 우리 군 특전사, 미군 델타포스 등으로 구성된 특수부대가 평양과 영변 등에 들어가 김정은의 사망여부를 확인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며, 핵무기를 회수 및 제거할 것이다. 전쟁은 금방 끝나겠지만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제거된 이후이다. 정국은 극도로 혼란하며 주변국과 비교해 군사력마저 빈약한 한국은 전후 처리 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미·중 양국에게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경 통제와 북한 지역 안정화, 대량살상무기 회수 등의 명분으로 북한 지역에 중국군이 들어오게 되면 북한에는 친중 성향의 새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이자 세계 5위권의 육군대국인 한국과 국경선을 맞대는 것을 대단히 불편해하는 중국은 북한의 새 정권을 적극 지원할 것이고, 필요할 경우 북한 지역에 계속적으로 중국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북폭을 통해 미국은 세계경찰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자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제거하며 첨단무기 판촉을 통한 경제적 부수효과를 얻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 불안 요소를 하나 제거하고 한반도 북부에 반영구적인 완충지대를 확보할 것이며, 동해로 나가는 항구를 얻어 미·일과의 패권 경쟁에서 불리한 핸디캡을 일정 부분 감소시키는 전략적 이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은 요원해질 것이며,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극도의 혼란이라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다. 한 세기 전, 힘없는 대한제국은 열강들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국권을 빼앗기고 무너졌다. 국민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일치단결하지 않는다면 강대국들이 자국의 입맛에 따라 한반도라는 테이블 위에서 제멋대로 우리의 주권과 미래를 요리하는 치욕을 또 한 번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열린세상] 최악의 日 내각에 분노하자!/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최악의 日 내각에 분노하자!/김정현 소설가

    사상 최악이다. 일본의 아베 내각 말이다. 그릇된 역사의식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로 주변국을 불편, 불안하게 하더니 이제 소속 정당인 자민당마저 고노담화 대체를 공식 주장하고 나섰다. 집권내각과 정당이 하나가 되어 침략의 과거사를 부정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이니 결코 제정신과 양심을 가진 정권이 아니다. 여북했으면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는 사실상의 아베 사퇴까지 거론하고 나섰을까. 나라의 외교적 문제에 함부로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언론에 거론되는 대부분의 의견도 타협과 해결을 바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마뜩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외교의 기본은 타협이고, 특히 경제적으로 깊이 맞물려 있는 한·일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에둘러 말하거나 소설을 쓰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말 좀 해야겠다. 얼마 전 ‘지일(知日) 친일(親日) 극일(克日)’을 주제로 한 유력 시사잡지를 꼼꼼히 읽었다. 요지는 일본을 알고, 친일로 가까워져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용 중엔 ‘줄기차게 궐기대회를 하는 당신들! 일본과 아예 일전마저 불사하자고 나서는 당신들, 묻고 싶다. 그래서 얻은 게 뭔가?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들 하고 계실 것인가? 하면 할수록 배만 더 고픈 궐기대회 이제 그만 때려치우고 은인자중, 와신상담, 칼을 갈자. 이베 신조의 깃발 따라 일본에선 혐한 궐기대회가 창궐 상태다. 우리가 그들을 묵살하자. 그리고 태산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칼을 갈자’라는 대목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우리 오피니언 리더는 물론 친한파를 자칭하는 일본인사들까지 대부분 겉으론 타협과 화해를 말하지만 행간에 숨은 뜻은 우리의 양보를 권했다. 양보? 그게 과연 양보일까. 세계가 모두 아는 명백한 가해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면서 외려 우리 영토(독도)에 대한 불온한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데, 피해자가 먼저 양보하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유엔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들이 성노예 사건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지만 오직 아베정권만이 모르쇠와 부인에, 기어이는 이전 정권의 시인과 사과까지 뒤집어 엎으려는데 우리는 극일이라는 미명으로 친일마저 불사해야 한다고? 아무리 포만을 추구해도 그렇지, 저 피맺힌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의 절규를 ‘줄기찬 궐기대회’, ‘배만 더 고픈 궐기대회’라 말할 수 있는 건가.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사살 의거에 대한 고종의 반응은 ‘이등은 실로 우리나라의 자비로운 아버지와 같다. 그 자비로운 아버지에게 위해를 가하는 국민이 있다고 하면, 사물의 이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통탄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토록 고개 숙인 일본에 의한 대한제국의 말로는 병탄 아니었던가? 그때 ‘대한매일신보’는 ‘이등 총마졌다’는 제하로 기쁜 마음을 감춘 보도를 했지만 친일지 ‘대한일보’는 ‘대한매일신보’의 양기탁 총무와 사원들이 신문사 2층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축하연과 만세를 불렀다는, 마치 일제에 고자질이라도 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참으로 부끄러운 과거 아니었나. 일본 전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오직 미쳐 돌아가는 아베정권이다. 진정한 일본과의 화해, 함께 가는 공존의 번영을 말하자면 우선 제정신이 아닌 아베정권의 퇴진을 한목소리로 외쳐야 할 때다. 일본 역시 제정신 아닌 아베 추종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려하고 분노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런데 가장 분노해야 할 우리가, 더구나 피맺힌 할머니들을 외면이라도 하자는 듯 때려치우라 말할 수 있음인가. 너무 비루하다. 정말 할머니들 앞에 죄송하다. 정의로운 세계의 목소리에 부끄럽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소식을 들은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아들에게 ‘사형이 선고되면 항소하지 말라. 그것은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는 편지를 썼다. 그렇게 아들과 어머니가, 동지와 민족이, 결연한 의지로 되찾은 나라다. 그때보다는 배도 덜 고프다. 설령 더 고프다 할지라도 지금은 모두 하나가 돼 분노할 때다. 그토록 당하고 이제 모욕마저 외면한다면 그들은 다시 우리를 넘볼 것이다.
  • [2012 서울신문 선정 국내·국제 10대 뉴스] 뜨거웠던 글로벌 정계… 한·중 ‘새 리더십’ 뜨다

    [2012 서울신문 선정 국내·국제 10대 뉴스] 뜨거웠던 글로벌 정계… 한·중 ‘새 리더십’ 뜨다

    ■ 국내 News 2012년에도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장들을 환희와 희망, 슬픔과 분노 속에 지켜보았다. ① 박근혜 역대 첫 여성대통령 당선 12월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첫 여성 대통령, 첫 부녀(父女) 대통령의 역사가 쓰였다. 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등장한 박 대통령 당선인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리며 당명을 바꾸고 공천 혁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새 정치에 대한 국민 열망을 안고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② 李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일파만파 그러나 현직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으로 장남 시형씨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는 처음으로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특검팀은 사저 부지 매입을 담당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3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시형씨가 쓴 부지 매입 자금 12억원은 불법증여로 판단, 강남세무서에 통보했다. ③ 싸이 ‘강남스타일’ 전 세계 강타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스포츠가 위세를 떨쳤다. 엽기 가수에서 월드 스타로 거듭난 싸이(본명 박재상)가 한국 음악계의 새 장을 열었다. 그 중심에 ‘강남스타일’이 있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친근하고 코믹한 말춤을 결합해 ‘B급 정서’를 건드린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10억건을 돌파하며 유튜브 사상 가장 많이 본 동영상에 올랐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7주 연속 2위, 영국 싱글차트 1위 등의 기록을 냈다. ④ 런던올림픽 역대 최고 종합5위 달성 7월 27일 개막한 제30회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 13개, 은 8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인 종합 5위를 했다. 체조에서 양학선이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남자 축구는 숙적 일본을 꺾고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여자 펜싱 신아람의 오심 파문은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⑤ 北 로켓발사 성공… 세계 안보 위협 그러나 우주 강국의 염원을 담은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마지막 도전은 기기 결함에 따른 두 차례의 연기 끝에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반면 북한은 12월 12일 광명성 3호 위성을 실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전격적으로 발사,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하며 한국보다 앞서 ‘스페이스 클럽’의 회원국이 됐다. ⑥ 오원춘 사건 등 성폭력범죄 잇따라 우리가 얼마나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일깨워 주는 강력 범죄가 1년 내내 계속됐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상대로 한 충격적인 범죄가 많았다. 4월 경기 수원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중국인 오원춘, 8월 서울 중곡동 30대 주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서진환, 전남 나주에서 일곱 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고종석 등이 대표적이었다. 법원은 아동 성범죄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형량 선고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⑦ 원전사고 불감증… 은폐·짝퉁 등 14건 원자력발전소는 잦은 고장과 납품 비리로 국민들에 새로운 근심을 안겼다. 고리 1호기 전력공급 중단 은폐, 영광 3·4호기 안내관 균열 등 올해만 14건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11월에는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미검증 부품이 10년 동안 납품된 사실이 적발됐다. 영광 5·6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현재 전체 원전 23기의 4분의1이 넘는 6기가 멈춰 서 있다. ⑧ 구미 불산 유출사고… 특별재난지구 선포 9월 27일에는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 국가산업4단지 내 화학공장 휴브글로벌에서 20t 탱크로리 불산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총복구비 기준 55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에 이어 인재(人災)로는 여섯 번째 특별재난지구가 됐다. ⑨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등 檢권력 추락 검찰은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한 해였다. 기업 등으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피의자를 상대로 한 서울동부지검 초임 검사의 성추문 사건에 이어 검찰 수뇌부의 항명 사태까지 충격적인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현재 검찰은 새 정부의 개혁 조치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⑩ 삼성 vs 애플, 10여개국 특허침해 소송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침해 여부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글로벌 소송에 전 세계 산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두 회사는 세계 10여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으로 맞붙었다. 지난 8월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 주며 자국 이기주의를 보이기도 했다. ■ 국제 News 2012년 지구촌은 권력의 새판 짜기에 열중하면서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치열하게 격돌했다. ① 中 시진핑 시대 개막 중국은 지난 11월 8일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막을 올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끄는 4세대 지도부가 내년 3월까지 모두 은퇴하면 시진핑 당 총서기가 주석직을 이어받아 10년간 새로운 주요 2개국(G2) 시대를 이끌어 가게 된다. 안으로는 빈부·지역 간 격차 해소, 부패 척결, 경제 선진화 등 민생에 주력하면서 밖으로는 국방력 증대를 통한 안보 강화, 자국 이익을 확대하는 외교정책 수립 등으로,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한 미국과 패권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② 오바마 美대통령 재선 성공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또다시 선택했다. 오바마는 7%대 후반의 높은 실업률, 국가신용등급 강등, 리비아 미 영사관 피습 등 갖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수자들의 표를 결집해 지난 11월 6일 재선에 성공했다. 연말로 다가온 재정절벽(급격한 정부 지출 축소 및 증세에 따른 경제 충격) 위기가 재선 대통령 취임식 전 그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다. ③ 중·일 ‘센카쿠 갈등’… 동아시아 영토분쟁 중국의 태평양 지역 패권 확대로 동아시아는 극심한 영토 분쟁에 휘말렸다. 중·일 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함정과 비행기까지 동원하며 위력 시위에 나섰고, 국민들도 각각 반일·반중 시위로 맞섰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에 맞서 미국, 인도 등과 손을 잡았다. ④ 日 아베 내각 출범 등 우경화 가속화 한·중과의 영토 분쟁, 북한의 로켓 발사 등으로 일본의 우경화 흐름은 가속화됐다. 지난 16일 총선에서 일본 대표 우익 정치인인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이 3년 3개월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지난 26일 출범한 아베 내각은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망언을 일삼던 인사들을 비롯해 극우 인사들로 채워져 주변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⑤ ‘유로존 위기’ 북유럽으로 북상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의 파고는 남유럽에서 북유럽으로 북상했다. 유럽 2위 경제국인 프랑스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각각 ‘AAA’ 등급에서 강등당했고, ‘AAA’ 클럽에 속해 있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과 영국도 강등 가능성을 경고받았다. 반면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거론됐던 그리스는 최근 S&P로부터 파격적인 등급 상향 조정을 선물받았다. ⑥ 중동 유혈충돌 등 ‘민주화 진통’ 지속 지난해 ‘아랍의 봄’으로 독재 정권을 뒤엎은 중동 국가들은 여전히 ‘민주화 진통’을 겪고 있다. 4만 4000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시리아 사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속에 22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집트는 60년 만에 자유 민주 선거를 통해 지난 6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초법적인 권한 확대 시도로 반정부 시위·유혈 충돌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⑦ 이슬람 대규모 반미시위 중동 전역은 반미시위로 들끓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미국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슬람권 국가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전개됐다. 리비아에서는 테러세력과 연계된 시위대가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을 습격해 미 대사가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⑧ 팔레스타인 65년만에 독립국가 인정 팔레스타인은 65년 만에 국가 지위를 인정받았다. 지난달 29일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의 압도적인 지지로 팔레스타인은 표결권 없는 ‘비회원 옵서버 단체’에서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격됐다. 이에 반발한 이스라엘은 불법 정착촌 건설 등 보복에 나섰다. ⑨ 美 대형 총기난사 악몽 잇따라 미국은 1년 내내 대형 총기난사 사건으로 공포에 떨었다. 특히 지난 14일 20세 청년이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6~7세 어린이 20명과 교사 등 26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정치권의 총기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⑩ 中 ‘보시라이 스캔들’… 공산당 개혁 압박 중국 정계는 지도부 교체에 앞서 ‘보시라이 스캔들’로 요동쳤다. 지난 2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오른팔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부시장이 주중 미국영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이 사태로 보시라이는 당적·공직을 모두 박탈당하며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 중국 지도부의 부패와 탐욕, 권력 암투가 날것 그대로 드러난 이 사건으로 중국에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편집국 종합
  • [사설] 극우화 치닫는 일본을 다룰 전략은 뭔가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일본의 극우화 움직임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일본 의회는 지난 20일 원자력기본법과 원자력규제위원회설치법을 개정하면서 “원자력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일본이 장기적으로 핵무장을 하겠다는 속셈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본 의회는 또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법도 고쳐서 “평화 목적에 한한다.”고 명시한 문구를 삭제하고 “우주기본법의 평화 이용에 관한 기본 이념에 의거해”라는 모호한 내용으로 바꿨다. 우주개발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법 개정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핵무장 의혹과 관련,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전용한다는 생각은 일절 갖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갈수록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정치권을 보면 핵무장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최근 20년간 계속된 경제 침체로 전반적인 국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리더십까지 흔들리면서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원자력, 우주 관련법의 개정 진의가 무엇인가를 파악 중이라고 한다. 정부 일각에서는 일본의 핵무장이 북한 핵을 막지 못한 중국의 책임이라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논리라면 일본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우리는 동서남북으로 핵 위협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일본의 핵무장에 확실하게 반대해야 한다. 지난 19일 일본 남성 2명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적힌 흰색 말뚝을 묶으며 모욕했다. 일본 극우 세력은 우리의 경계가 소홀하면 언제든지 이런 식의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주요 후보들의 캠프에서도 향후의 한·일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성찰력 있는 연구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 푸틴 “美는 나치 제3제국”

    ‘미국은 제3의 나치?’ 블라디미르 푸틴(얼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제3제국(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시기의 독일)’에 비교하는 등 미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푸틴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나치독일 격퇴 62주년 승전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 이같이 말했다고 10일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푸틴은 “전쟁 위협은 줄어들지 않았다. 모습만을 달리할 뿐”이라면서 “(나치 독일의) 제3제국 때처럼 이러한 새로운 위협들은 동일하게 인간 생명을 경시하고 있으며 예외적임을 주장하고, 세계에 대한 독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미국을 향해 퍼부어 온 일련의 독설 시리즈 최신판인 셈이다. 푸틴은 이라크전, 동유럽 등에 대한 미사일방위시스템 구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역 확대 등과 관련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면서 미국에 적개심과 대결 자세를 드러내 왔다. 이날 푸틴은 “평화시기의 실수와 잘못에서 전쟁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전쟁을 잊을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한 어조로 미국에 대한 경계심과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크렘린 당국은 구체적인 의미 부여와 설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크렘린 업무에 깊이 관여해 온 세르게이 마르코프 러시아 정치연구소 소장은 “푸틴의 발언은 미국과 NATO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자국의 영역 확대를 반대한 서방 국가들에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중앙아시아 등 옛 소련과 동유럽 지역에 미국이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있는 것에 ‘생존공간이 줄어들었다.’며 격분하고 있다. 전통적인 러시아의 영향권을 미국이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고 있다는 데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NATO가 러시아 국경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압박하자 러시아의 자존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반발해 왔다. 한편 푸틴은 이날 “나치를 물리친 2차 세계대전의 숭고한 경험을 파괴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친미적인 에스토니아 정부가 옛 소련군 동상을 이전한 것을 간접 비난했다. 전승기념식을 마친 푸틴은 이날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 개발 참여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미국·중국 견제를 위한 주변국가 다독거리기용으로 알려졌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광복절에 한국민 모욕한 고이즈미

    어제는 한국민에게 특별한 기념일이었다.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이뤘던 기쁜 날이었다. 한국의 광복절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노골적 도발을 감행했다.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우리 정부는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명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를 넘어 한국민은 모욕감까지 느끼고 있다. 고이즈미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렬한 반발에도 불구, 취임 후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8·15가 아닌 다른 날, 개인 자격 참배를 내세워 비난의 예봉을 피해가려 했다. 이번에는 8·15를 택했고, 총리로서 공식참배의 모습을 강화했다.2차대전 중 저지른 만행의 책임, 특히 한국을 무단통치했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봐야 한다.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으로 나아가 동북아 패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고이즈미는 새달 후임 일본 총리가 결정된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고이즈미의 헛된 야망이 깨지도록 남북한과 중국, 동남아 국가가 함께 나서야 한다. 고이즈미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그를 고립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내의 양심세력과 연합해 고이즈미를 견제하고, 차기 일본 총리는 아시아 외교를 경시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음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올봄에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등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와는 달리 한국·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관측이다. 아베와의 소통채널을 강화해 그가 고이즈미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고이즈미를 아예 제쳐버리는 게 옳을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언급한 강도는 너무 약했다. 고이즈미의 오류를 더 강력하게 지적함으로써 후임 총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편이 나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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