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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정엽의 마음 처방] 안녕… ‘피터팬 아빠’

    [정정엽의 마음 처방] 안녕… ‘피터팬 아빠’

    진료를 하다 보면 세상의 온갖 아픔을 다 만난다. 그중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주할 때마다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아픔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아픈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다. 나 역시 그 자리에 서 본 적이 있다. 아들이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패혈증으로 입원을 한 것이다. 그 뒤로 한 달에 한 번, 2주씩 입원하는 일이 1년간 반복됐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실제로 세상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아픔들도 있다. 자폐증이 그렇다. 진료실에서 만난 부모님들은 자주 같은 말을 했다. 내가 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 문장 앞에서 나는 늘 할 말을 잃었다.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다. 그가 수용소에서 관찰한 것은 뜻밖이었다. 끝까지 버틴 사람은 가장 건강한 사람도, 가장 낙천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자신의 고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절망이란 의미를 잃은 고통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행복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로 사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막막한 질문이 남는다. 중증 자폐 아이를 둔 부모는 대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삶에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 질문에 오래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그는 중증 자폐 아들을 27년간 돌봤다. 지난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치료보다 아들이 혼자 남았을 때 살아갈 곳을 찾는 데 썼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죽는 날까지 다른 중증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공동체와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무엇보다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그가 아들과 함께한 27년을 설명한 방식이었다. 다른 부모들은 아이 키우는 기쁨을 5년밖에 누리지 못하지만 자신은 27년을 누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현실이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아들의 장애가 가벼워진 것도 아니고 27년의 돌봄이 덜 힘들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끝없는 아픔’이라고만 부르지 않았다. ‘27년 동안 계속된 기쁨’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붙였다. 전 작가는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내게 남긴 가르침은 고통을 참으라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깊은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이 발견한 의미는 때론 자기 삶의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진료실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만날 것이다. 그때 쉽게 ‘힘내세요’라고, 쉽게 ‘의미를 찾으세요’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무엇을 지켜왔는지, 무엇 때문에 오늘까지 살아왔는지 함께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전 작가를 떠올릴 것이다. 스물일곱 해 동안 자라지 않는 피터팬을 품에 안고, 아픔 가득한 자리에 기쁨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붙였던 사람. 내 마음속 오래 남을 선생님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정엽 광화문숲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우현욱 경기도의원, 보건사업 인력 공백 따른 예산 감액 지적…“채용 절차 보완하고 내년 예산 반영해야”

    우현욱 경기도의원, 보건사업 인력 공백 따른 예산 감액 지적…“채용 절차 보완하고 내년 예산 반영해야”

    경기도 보건 분야 사업에서 의사·변호사 등 핵심 전문인력 채용 지연과 결원으로 인해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경기도의회에서 채용 시스템 전면 개선과 차기 연도 예산 복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우현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용인10)은 8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보건건강국과 보건환경연구원 소관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며, 인력 충원 실패로 인한 보건복지 사업 감액 문제를 집중 지적하고 채용 절차 보완 및 사업의 연속성 담보를 강하게 요구했다. 경기도 보건건강국 소관 추경안에 따르면 미채용이나 채용 지연, 기존 인력 퇴사 등 결원 문제를 직접적인 감액 사유로 제출한 사업은 총 9건에 달하며, 이에 따른 감액 규모는 10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현욱 의원은 구체적인 결원 사업 현황을 나열하며 사업 파행을 질타했다. 우 의원은 경기도 마약중독 치료센터의 정신과 의사 미채용, 치매공공후견사업 광역지원단의 전담 변호사 공백, 우리 회사 건강주치의 사업의 파주센터장 공석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핵심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해 겉돌고 있는 사업들의 운영 실태를 정조준했다. 우 의원은 “미리 채용을 준비하고 인수인계가 이뤄지도록 해 결원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행정에서 필요한 필수 작업”이라며 채용 시스템 전반의 보완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어 인력 수급이 난항을 겪는 구조적 배경이 보수 수준에 있는지, 고용 형태의 한계에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며 개선책 마련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보건건강국장은 직원의 퇴사가 예정돼 있더라도 사전에 채용 절차를 미리 밟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해명하며, 향후 퇴사 예정 시점부터 즉시 채용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경기도의료원 등과 사전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삭감에 따른 향후 파장도 짚었다. 우 의원은 “예산이 한 번 감액되면 개별 사업의 예산을 원상 복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걱정된다”라며 “2027년 본예산에는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라고 거듭 당부했다. 외국인 간병제 시범사업의 도비 15억 원 전액 감액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복지국 소관 ‘간병 SOS 프로젝트’마저 감액되는 실정에서 관련 간병 사업이 동반 축소될 경우 요양병원 이용 가정의 간병비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 의원은 사업 추진을 위한 법무부 및 보건복지부와의 세부 협의 경과를 따져 물었다. 보건건강국장은 중앙부처와의 협의를 지속해 왔으며, 전담조직(TF)을 구성해 제도 변화에 발맞춰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우 의원은 “중간중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추진 경과를 공유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많이 소통하고, 도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애써 달라”라고 집행부와 도의회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요청했다. 한편 보건환경연구원 소관 예산 심사에서는 분석 장비 유지·보수 및 실험 소모품 예산 감액 내역을 점검했다. 우 의원은 감액 편성 이후에도 연말까지 환경 분석 업무가 차질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기 교체에 필요한 소모품 확보 대책을 빈틈없이 챙길 것을 주문했다.
  • 젊은이 앉아보게… 무슨 걱정 있나… 벤치의 할머니들이 만들어낸 기적

    젊은이 앉아보게… 무슨 걱정 있나… 벤치의 할머니들이 만들어낸 기적

    인구 1300만명이 사는 나라에 정신과 의사가 6명뿐이라면. 차비 10달러가 없어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면. 서구식 진단과 병원 중심의 치료만으로는 이 거대한 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짐바브웨의 정신과 의사 딕슨 치반다는 이런 절망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저자는 평범한 동네 할머니 14명에게 상담 훈련을 시킨 뒤, 마을의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도록 했다. 50만명의 삶을 구한 기적의 정신 건강 프로그램 ‘우정 벤치’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똑같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할머니들은 각자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무수한 트라우마를 생생히 지켜본 산증인이었다. 에이즈 창궐, 여성에 대한 폭력, ‘무람바츠비나’라 불리는 빈민촌 강제 철거로 인한 이주 등 오랜 세월 수많은 풍파를 겪었다. 할머니들은 벤치에서 복잡한 의학 용어나 처방전을 들이밀지 않는다. 그저 곁을 내주고 온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삶의 굴곡을 먼저 겪어 낸 지혜로 깊이 공감해 줄 뿐이다.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스물네 살 파라이처럼 깊은 수치심과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할머니들이 경청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담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찾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할머니들은 ‘생각이 너무 많음’을 뜻하는 현지어 ‘쿠풍기시사’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 내담자의 마음을 열고(쿠부라 풍그와) 희망과 용기를 주며(쿠시무드지라) 마침내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우는(쿠심비사) 과정을 천천히 밟아 나간다. 책은 정신과적 치료를 받으려면 대가를 내고 진료실 안에서 받아야 한다는 편견을 깬다. 진정한 치유의 힘은 기꺼이 곁을 내주는 마음,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되찾을 때까지 지켜봐 주는 연대에 있다는 걸 알려준다. 20년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 우정 벤치 이야기는 그저 먼 나라의 감동 스토리만으로 머물 수 없다. “짐바브웨와 완벽히 똑같은 모델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저자의 조언처럼, 숨겨진 귀한 자원을 발굴해 우리만의 새로운 우정 벤치를 발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정세균 전 국회의장, 안중근의사숭모회 이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안중근의사숭모회 이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제11대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에 취임한다. 숭모회 측은 새달 2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정 신임 이사장 취임식이 열린다고 30일 밝혔다. 취임식 당일 정 이사장 주관 아래 안중근 의사 탄신 147주년 기념행사도 진행된다. 정 이사장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치 원로로 풍부한 공직 경험과 통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숭모회의 새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숭모회 측은 밝혔다. 정 이사장은 “안중근 의사의 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 이어져야 할 살아 있는 가치”라며 “미래세대와 함께 안중근 의사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숭모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취임사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1963년 설립된 기념사업단체로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과 동양평화사상을 계승·선양하기 위한 추모사업과 학술연구, 역사교육, 기념행사 등을 하고 있다. 또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16개국에서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알리는 선양 활동도 하고 있다. 직전 이사장은 김황식 전 총리로 2017년 7월부터 9년 동안 숭모회를 이끌었다.
  • [책꽂이]

    [책꽂이]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장샤오만 지음/허유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 일자리를 찾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으로 올라온 엄마. 10년 만에 다시 한집에 살게 된 딸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엄마와 끊임없이 부딪힌다. 엄마를 바꿔 보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엄마의 세계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로 하고, 미화원으로 일한 뒤 돌아온 엄마의 하루를 휴대전화에 받아 적었다. 이렇게 쓴 900일간의 기록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성장한 중국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춘다. 2023년 다오펑도서상 ‘올해의 논픽션 작가상’ 수상작. 424쪽. 1만 9500원.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리처드 사이토윅 지음/김광국 옮김/알레)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우리는 각종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스크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디지털 중독은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나 의지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스마트폰 푸시 알림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부터 집중력과 주의력 상실, 숏폼 중독, 과도한 디지털 스크린 노출에 따른 유사 자폐증 등 신경학적 문제들을 설명한다. 거대 기업들이 우리 뇌의 감정 조절과 충동 조절 회로를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도 밝힌다. 500쪽. 2만 6000원.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차승민 지음/아몬드) 사교적이고 자신감 있으며 윗사람에게는 싹싹하고 유능하다. 그러나 자신보다 약한 후배에게 폭언과 모욕을 일삼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거리낌 없이 이용한다. 웹툰 ‘미생’의 성 대리 같은 인물이 주변에도 있을 터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성 대리를 비롯해 ‘슬램덩크’ 강백호, ‘눈물의 여왕’ 홍해인처럼 익숙한 대중문화 속 인물로 자기애성·경계성·의존성 성격장애, 우울증, 중독, 애착 유형까지 우리를 힘들게 하는 13가지 관계에 대해 풀어준다. 224쪽. 1만 7000원. 영화 속 조직 이야기(이창길 지음/문우사) 영화를 통해 조직 이론을 가르쳐 온 저자가 26편의 영화로 조직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영화 ‘대부’와 ‘내부자들’로 조직 내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위기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살펴본다. ‘링컨’과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권력과 복종은 무엇인지 되돌아본 ‘폴란드 1943’, 다수가 합의에 도달하는 모습을 그린 ‘12명의 성난 사람들’ 등도 소개한다. 다양한 작품들 속 조직의 진짜 모습과 그 이면을 읽을 수 있다. 312쪽. 2만 2000원.
  • 이재용, ‘8년간 우울증 약 복용’ 고백…“살아있는 지옥 봤다”

    이재용, ‘8년간 우울증 약 복용’ 고백…“살아있는 지옥 봤다”

    배우 이재용(63)이 오랜 기간 우울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20일 유튜브 채널 ‘요즘 뭐해’에는 이재용이 출연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 이재용은 30대 초중반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7~8년 동안 약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이재용은 당시 상태에 대해 “좀 심각했다”며 “처음 병이 있다고 진단받은 건 30대 초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연극을 하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계기 중 하나는 정신과 병원에서 진행한 사이코드라마였다. 당시 가르치던 학생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던 이재용은 배우로서 환자들의 모습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폐쇄 병동을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재용은 “거기서 진짜 살아 있는 지옥을 봤던 것 같다”며 “인간이 지녀야 할 마지막 존엄마저 박탈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분들의 고통이 저한테 막 치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가난한 연극배우로서 녹록지 않았던 현실까지 겹치며 마음의 병은 더욱 깊어졌다. 이재용은 “그 충격과 제가 살고 있는 현실, 가난한 연극배우로서의 삶이 한꺼번에 왔다”고 말했다. 당시 의사는 입원 치료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재용은 “아는 병원을 소개해 줄 테니 입원해서 술을 일절 끊고 열흘만 약과 밥만 먹고 쉬라고 했다”며 “하지만 공연을 제작 중이었고 처자식도 벌어먹여야 했다. 일을 해야 해서 뿌리쳤다”고 설명했다.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그는 “저한테서 치유되지 않는 것과 알코올이 같이 섞이면서 심해졌던 것 같다”며 현재는 술을 끊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은 당시를 돌아보며 “지금 생각해도 미치광이로 살았던 것 같다. 위기 순간도 많이 겪었다”면서 “저도 안 좋은 선택을 할 뻔했지만 마지막에 저를 구해 놓은 건 ‘이 아픔을 언젠가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게 마지막 힘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쇼핑몰서 울리는 “대한독립만세”…금천, 81주년 광복절 맞아 깜짝 공연

    쇼핑몰서 울리는 “대한독립만세”…금천, 81주년 광복절 맞아 깜짝 공연

    서울 금천구는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15일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 이벤트홀에서 청소년 뮤지컬팀의 깜짝 공연 ‘영웅, 그날의 함성’을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공연은 구의 청소년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참여해 광복의 기쁨과 독립운동 정신을 주민과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 로비를 무대로 활용해 누구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무대에는 금천뮤지컬센터에서 뮤지컬을 배우며 실력을 쌓아온 청소년 배우 15여명이 참여한다. 전문 예술강사와 직원도 함께해 일반적 발표회가 아닌 전문 연출을 더한 뮤지컬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공연은 안중근 의사의 삶과 독립운동 정신을 담은 뮤지컬 ‘영웅’의 대표곡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에서 등장하는 연출과 태극기 플래시몹으로 공연의 막을 연다. 이어 안중근 의사와 독립군의 의지를 표현한 ‘누가 죄인인가’, 청소년 배우의 솔로 무대 ‘장부가’ 등이 펼쳐진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무대도 마련해 광복의 의미와 나라사랑의 마음을 함께 나눈다. 구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금천뮤지컬센터를 조성해 청소년이 뮤지컬을 배우고 공연을 제작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깜짝 공연에서도 청소년이 공연의 주체로 참여해 문화예술 역량과 협업 능력을 키우고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공연은 8월 15일 오후 총 3회에 걸쳐 회당 15분 내외로 진행된다. 사전 관람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최기찬 구청장은 “광복절을 맞아 우리 구 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라 독립운동의 정신과 광복의 기쁨을 주민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며 “청소년의 목소리로 전하는 ‘영웅’의 노래로 세대가 함께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잇단 공무원 자살에 뒤숭숭한 관가…지난해 자살 순직 요청 49명, 3명 중 2명은 탈락 왜 [강 기자의 세종실록]

    잇단 공무원 자살에 뒤숭숭한 관가…지난해 자살 순직 요청 49명, 3명 중 2명은 탈락 왜 [강 기자의 세종실록]

    7월 기후부 소속 공무원 2명 잇단 자살 김성환 장관 “직장 문화 뼈아프게 자성” 공무원 49명 중 16명만 자살 순직 인정 3년간 120명 자살 순직 신청…70명 탈락 소송서 ‘자살 순직’ 인정 판례 수두룩 자살 통계·원인 분석 미흡…순직 요건 손봐야 요즘 세종 관가가 뒤숭숭합니다. 공무원들의 잇단 자살 때문인데요. 지난 2월 재정경제부 세제실에 파견된 국세청 30대 신입 사무관에 이어 지난달에는 근무한 지 2년도 안 된 기후에너지환경부 30대 사무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기후부 사무관이 숨진 지 일주일도 안 돼 어린 두 자녀를 둔 기후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 주무관(6급·총괄팀장)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소속 공무원들이 잇따라 숨지자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깊이 사과드린다”며 “기후부의 직장 문화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조직의 인사시스템과 일하는 문화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뼈아프게 자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행정고시(재경직) 출신 사무관의 죽음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와 병행해 자체 감사를 벌여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유족의 요청사항에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직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경쟁률은 5급 31대 1, 7급 38대 1, 9급 기준 29대 1로 치열합니다. 흔히 공무원은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모범생’들이 치열한 시험을 뚫고 들어가 비교적 규칙적인 출퇴근과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직업으로 인식됩니다. 자살 사유에 대해선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조직 개편과 성과지향적인 공직 분위기 속에 업무 스트레스와 사람 간 관계 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공무원 자살은 해마다 되풀이되지만 알려지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인사혁신처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공무원 자살 통계는 법적 근거가 없어 현황 통계를 갖고 있지는 않고 경찰청에서 집계하는 자살 통계에 공무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살은 중앙부처를 넘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가리지 않고 발생합니다. 대책이 나오려면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해야 하나 모든 부처나 지자체 등 기관들은 대체로 “자살 수치가 없다” 또는 “알지 못한다”고 답하거나 있다 해도 내놓길 꺼려합니다. 지난 9일 다소 충격적인 수치가 공개됐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인데요. 지난해 재직 중 자살한 공무원의 순직 신청 건수가 49명에 달했습니다. 2023년 31건, 2024년 40건 등 최근 3년간 최소 120명의 공무원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이었죠. 순직 신청을 하지 않은 수를 고려하면 자살한 공무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49명 중 실제 공무상 재해인 순직으로 인정된 건수는 16건으로 32.7%에 그쳤습니다. 2023년 16건, 2024년 18건 등 해마다 순직 인정 건수는 비슷한데 자살로 인한 순직 신청이 늘어나니 인정 비율은 3명 중 2명 이상이 탈락하는 셈입니다. 왜 이렇게 인정 비율이 떨어질까요. 12일 인사혁신처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확인해보니 자살과 업무의 관련성이 입증이 간단치 않다는 것입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자살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돼 순직으로 처리되려면 상당한 업무와의 인과 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최근에는 갑질·직장 내 괴롭힘 등은 대부분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외 실제 심사를 해보면 개인적 사유로 인한 자살이 많아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순직을 심사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는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들도 포함돼 있으며 우울증 등 병원 기록들을 참고해 심사합니다. 죽어서도 업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 셈입니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유족들이 숨진 공무원의 자살 원인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며 “공상처리요건은 12주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넘어야 하고 사고 전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이 11주보다 30% 이상 증가해야 하나 이런 것들을 유족들이 확인하기 쉽지 않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은 얼마든지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관장 및 기관 평가에서 자살자가 나올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내부적으로도 자살자가 나와도 쉬쉬하거나 심지어 유족에게 협조해주지 말라고도 하는 씁쓸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박 대변인은 “자살자가 있으면 기관장 평가에 좋지 않다 보니 주변 동료들에게 진술서를 받아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협조해주지 않으면 유족들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포기하는 경우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자살 공무원들의 유족들은 자신의 자녀 등 가족이 ‘부적응자’ ‘미성과자’ 낙인이 찍힐까 봐 순직 심사 자체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개되는 것을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박 대변인은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안 좋은 것’이라고 부끄럽게 여기다 보니 순직에 해당된다고 유족에 권유해도 마다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순직 요건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시간 외 근무(초과근무)로만 인정해 줄 게 아니라 갑질, 괴롭힘,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조직 내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순직 처리 요건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인사혁신처 심사에서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유족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끝에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혀 순직을 인정받은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2018년 경찰관 자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무상 자살의 경우 업무와 질병·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무환경, 정신적 부담, 질병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자살이라는 결과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고인이 생전에 처했던 업무 환경과 그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영향을 폭넓게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4년 대구시 공무원 자살 사건에서도 법원은 공무상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유발되거나 악화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최근에도 비슷한 판단이 이어졌습니다. 한 군무원이 과도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다 육아휴직에 들어갔지만 업무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망인이 업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고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행정심사 단계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공무와 사망의 인과관계가 법원에서 뒤늦게 인정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유족이 소송까지 감수해야 비로소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는 현행 심사체계가 적절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6’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은 24.8명으로, OECD 평균인 10.9명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자살 문제는 특정 직업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회사원부터 자영업자, 학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무원 자살 순직은 2018년 8건에서 2022년까지 22건으로 175% 증가했다. 공무원 질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이 ‘정신질환’입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직장으로 여겨지는 공직사회에서 적지 않은 공무원들의 마음이 병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재해보상 심사를 담당하는 조사인력을 내년에 2명 충원할 계획입니다. 다만 늘어나는 정신질환과 자살 순직 문제를 고려하면 단순한 심사 인력 확충을 넘어, 공무원이 왜 정신질환을 앓고 자살에 이르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는 제도적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사회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공무원 마음건강센터가 있지만 상담기록이 남아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잘 가지 않게 된다”며 “외형적 시설 확대도 필요하겠지만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성과와 실적에 대한 압박에 더해 계엄·탄핵과 같은 정치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공무원들이 크고 작은 부담과 피해를 떠안고 있다고 현장의 공무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조직은 이러한 어려움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개인의 ‘약한 멘탈’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공무원 자살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업무 과중, 조직 내 갈등, 민원, 인사 문제 등으로 세분화해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근무환경과 처우,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공직자가 업무로 인한 고통 끝에 안타깝게 삶을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공직사회가 보다 적극적인 예방·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안민석 교육감, 담임교사 3명 괴롭힌 ‘악성 민원 학부모’ 고발

    안민석 교육감, 담임교사 3명 괴롭힌 ‘악성 민원 학부모’ 고발

    변호사·의사 등 ‘교권보호전담관’ 300명 선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10일 한 학기 동안 담임교사 3명을 괴롭힌 학부모 A씨를 형사고발했다. 안 교육감 취임 후 교권 침해와 관련해 학부모를 고발한 첫 사례다. 안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 오정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과 관련해 부천오정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교육감 명의의 형사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 소속 한 교사 B씨는 아동 간 다툼을 중재했다가 A씨로부터 수차례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원에 못 이겨 휴직한 B 교사는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 중이며, 이후 5월 새로 배정된 기간제 C 교사가 비슷한 민원에 시달려 한 달 반 만에 그만뒀고, 7월에 부임한 기간제 D 교사도 못 견디고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권보호위원회가 A씨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했지만, A 교사는 되려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 교육감은 도교육청 교권보호단을 꾸리고 직접 단장을 맡은 뒤 이 사건을 ‘1호 사안’으로 정하고 학교 관계자와 피해 교사 등을 만나 대응책을 검토해왔다. 안 교육감은 이날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과하고 교사에 대해 제기한 소를 취하하겠다고 했지만, 교사와 학교 측 입장을 고려해 고민 끝에 고발을 결정했다”며 “학교를 흔들고 선생님을 협박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교육감의 의지를 보여주는 고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날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최종 선발했다. 선발된 교권보호전담관은 변호사·의사·경찰 등 전문가 160명과 교원 110명, 경기도민 30명 등이다. 이들은 아동학대 피신고,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원을 대상으로 사안 발생 초기부터 종결까지 1 대 1로 전담 지원한다. 도교육청은 공모 지원자 중 희망자 약 1400명을 ‘시민교권보호관’으로 위촉할 예정이다.
  • 마약류 중독 처벌 넘어… ‘기소유예·치료·재활’로 복귀 돕는다

    마약류 중독 처벌 넘어… ‘기소유예·치료·재활’로 복귀 돕는다

    관계 부처와 ‘조건부 기소유예’ 운용정신과 의사 등 6명 이상 평가·검토치료 대상자엔 약물·상담 등 진행시범 기간 참여자 모두 ‘단약’ 유지자발적으로 ‘재활센터’ 찾는 사람들법적 절차 끝난 후에도 지속 방문지역사회 내 관계 회복으로 이어져맞춤형 치료·재활 대상 확대 추진 “갈망이 올라올 때 함께한걸음센터 간판만 봐도 마음이 놓여요.” 30대 여성 A씨가 처음 필로폰에 손을 댄 건 남자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마약 문제로 법적 처분을 받게 됐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검찰에서 만난 상담사는 두려움에 휩싸인 A씨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였다. 중독 정도와 심리 상태를 자세히 살핀 뒤 필요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함께 고민하고 연결해 줬다. A씨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참여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2024년 9월 마약류 중독재활센터인 ‘함께한걸음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마약류의 위험성과 중독 회복 방법을 배우는 재활교육을 이수하고 심리·중독상담에도 참여했다. 먼저 회복 과정을 거친 선배 회복지원가와 머리를 맞대고 갈망이 몰려올 때의 대처법과 재발 방지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나갔다. 법적 절차와 의무 재활 프로그램은 마무리됐지만 A씨는 센터 발걸음을 끊지 않았다. 상담사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A씨에게 언제든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금도 자발적으로 센터를 찾으며 단약(斷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시작은 자발적이지 않았지만 상담사와 재활 프로그램 덕분에 지금까지 단약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마약류 대응 정책이 투약자를 처벌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 투약 사범을 기소해 형을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중독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법 절차에 들어선 투약자가 치료·재활 체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검찰청·법무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사법-치료-재활 연계 참여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운용 중이다. 검찰이 의뢰한 마약류 투약 사범의 기소를 유예하되, 중독 정도를 평가해 치료 여부를 정하고 개인별 사회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에도 교육·선도나 치료보호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 제도가 있었지만 사법 절차와 치료, 재활을 실질적으로 이어 줄 연결고리가 부족했다. 이 제도는 검찰의 대상자 의뢰부터 사전평가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 치료·재활 프로그램 이수와 종결까지 관계 기관이 단계별로 역할을 분담한다. 우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사가 대상자를 만나 투약 경위와 중독 수준, 재활 의지, 정신건강 상태 등을 평가한다.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중독 전문가, 심리상담사, 약학 전문가 등 6명 이상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가 평가 결과를 검토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교육을 부과하는 대신 치료가 필요한지, 어떤 상담을 몇 회 받을지 등을 개인별로 정하는 방식이다. 검찰이 위원회의 제안을 토대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면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프로그램 이수 상황을 관리한다.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는 복지부가 지정한 치료보호기관에서 마약류 중독 판별검사와 약물·행동치료를 받는다. 금단 증상 치료와 항갈망제 등 약물 투여, 인지행동치료, 개인·집단상담 등이 함께 진행된다. 사회재활은 식약처가 총괄하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함께한걸음센터가 담당한다. 프로그램은 마약류 중독을 이해하고 단약 동기를 키우는 재활교육을 비롯해 심리검사와 상담, 집단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회복상담사와 함께 금단과 갈망을 관리하고 개별 맞춤형 회복 계획을 세운다. 기소유예자 중 직업적으로 마약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보호복지공단의 취업 지원 사업과도 연결한다. 정부는 2023년 6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연계 모델을 시범 운영한 뒤 2024년 4월 정규사업으로 전환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22명은 모두 보호관찰 기간 단약을 유지했다. 참여 인원이 적고 관찰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효과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사법 절차와 치료·재활을 잇는 범부처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올해 6월까지 정규사업 참여자는 모두 138명이다. 식약처 전문가위원회는 중독 수준 평가 결과에 따라 이 가운데 70명을 치료보호기관에 의뢰했다. 심리상담에는 80명, 회복상담사 등과 진행하는 중독상담에는 60명이 참여했다. 전체 참여자의 72.5%는 20·30대였다. 연령별로는 30대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40명, 40대 27명, 50대 7명, 19세 이하 4명 순이었다. 프로그램 이수가 끝난 뒤에도 센터 이용이 이어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소유예 처분이 종결된 뒤 자발적으로 함께한걸음센터를 이용한 사람은 2024년 20명, 2025년 21명으로 집계됐다. 사법 절차를 계기로 시작한 상담이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인 회복 관계로 이어진 사례다. 식약처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중독 수준 평가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재활 대상을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자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 [성낙인 칼럼] 87년 헌법정신은 대통령 직선과 5년 단임

    [성낙인 칼럼] 87년 헌법정신은 대통령 직선과 5년 단임

    1948년 제헌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1987년 6월항쟁의 시대정신은 유신헌법에서 박탈된 대통령 직선제의 회복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1인 장기집권 청산이다. 이에 대통령 5년 단임과 더불어 연임·임기연장에 관한 한 개헌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대못을 박고 있다. 헌법 ‘제4장 제1절 대통령’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제70조)는 조항만으로도 대통령 임기연장이나 중임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1인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10장 헌법개정’에 다시 중언·복언 규정을 둔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제128조 제2항) 1987년 국회의 개헌안 제안서에서도 대통령 직선제·단임제를 통해 헌정사의 장기집권을 배척하고 평화적 정부 이양을 보장하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에 재적의원 258명 중 254명 찬성에 반대 4명으로 통과되었다. 헌정사는 대통령 중임 제한을 위한 헌법규범이 집권자에 의해 훼절된 나쁜 역사를 기억한다. 1948년 제헌헌법은 대통령 중임제한 규정을 두고 있었지만, 1954년 제2차 개헌은 “초대 대통령에 한하여” 중임제한을 폐지하는 위인설관 개헌을 단행했다. 이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한해 장기집권의 길을 터 준 것이다. 이승만은 1960년 4선 연임에 성공했지만 3·15부정선거에 따른 4월 학생혁명 이후 하야와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1962년 제3공화국 헌법도 대통령 중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춘궁기를 극복한 “단군 이래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한 번만 더 모시자”는 구호 아래 1969년 3선 개헌을 단행했다. 1972년 유신헌법에서는 대통령 연임제한 규정을 아예 삭제함으로써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집권의 길을 터 주었지만,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국가원수의 중임제한과 장기집권 양상은 외국에서도 극명하게 차별적이다. 중국은 권불십년에 따라 5년 중임으로 제한했으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를 개정해서 3연임하고, 4선으로 간다고도 한다. 러시아도 시장경제 도입 이후 2000년 푸틴이 4년 중임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중임 이후 총리를 거쳐 다시 대통령에 취임해 오늘에 이른다. 30년 장기집권이다. 반면에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헌법에 중임제한 규정이 없음에도 중임 이후 스스로 사퇴했다. 4년 중임은 150년 동안 관습헌법으로 정립되었다.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에 이르자 이후 개헌으로 중임제한을 규정한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역사에서 대한민국은 어느 쪽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명확하다. 난데없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들에 의해 헌법규범이 희화화되고 있다.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부터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는 법령해석기관의 장인 조원철 법제처장, “5년은 너무 짧다”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 이어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최근까지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조정식 국회의장까지 대통령 연임·중임 조항도 국민의 뜻에 따라 개헌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론이 들끓자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부인하고 나섰다.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신분 당시 말씀하셨다”고 했다. ‘위헌’(違憲)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여러 가지 사유를 드는 건 궁색하다. 헌정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전두환도 7년 단임을 실천하지 않았는가! 헌법의 해석은 객관적·체계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입법자인 국민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헌법에 표현되어 있는 문의(文意) 즉 ‘글의 뜻’에 정면으로 어긋나서는 아니 된다. 대통령 단임과 중임·연임 제한을 둔 헌법정신과 헌법의 문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헌법사의 교훈을 잊은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우리 모두 역사 앞에 겸허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 조현병 누나를 집에 가둔 채 20년… 가족이, 사회가… 어떡해야 했을까

    조현병 누나를 집에 가둔 채 20년… 가족이, 사회가… 어떡해야 했을까

    가족사 직접 카메라에 담은 日 감독의대생 누나의 환청·망상 심해지자병 인정 못한 부모, 감금하고 돌봐정신병 터부시하는 사회에 ‘경종’ 아픈 가족 구성원을 오래 돌보다 보면 다른 구성원들의 삶도 피폐해지게 마련이다. ‘가족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더해지면 고통은 더 커진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조현병에 걸린 누나와 가족을 20년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1992년 어느 날 새벽, 가족이 싸우는 음성으로 시작한다. 이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후지노 도모아키(60) 감독이 내레이션으로 담담하게 설명한다. 의대에 진학할 정도로 똑똑했던 후지노 감독의 누나는 국가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게 되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4학년 해부학 실습을 앞둔 1982년 조현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고작 스물넷이었다. 한밤중에 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데려갔지만 아버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바로 집에 데려왔다. 누나가 조현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을 때 후지노 감독은 다른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가끔 집에 들를 때마다 가족사를 남기고 싶어 음성 녹음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배운 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촬영했다. 누나가 2021년 5월 폐암으로 숨을 거두고, 이후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기까지 20년 이상을 영화에 담았다. 조현병에 걸린 누나의 모습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눈치를 보듯 두리번거리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뜻 모를 말을 하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의미의 ‘조현(調絃)’은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가리킨다.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고, 말은 물론 행동을 자제하기 힘들다. 심해지면 망상과 환각 증상도 나타난다. 누나의 증세가 심해지자 부모는 병원에 가는 대신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그렇게 닫힌 문 안에서 누나의 병세는 더 나빠졌다. 1년 동안 아예 집에서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2008년 누나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였다. 3개월 동안 입원한 뒤 약물 치료를 받은 누나의 증세는 눈에 띄게 호전됐다. 눈을 마주하고 차분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였다. 한국 개봉을 맞아 최근 기자들과 만난 후지노 감독은 당시에 대해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치의도 ‘이렇게 약이 잘 드는 사람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누나가 호전된 모습을 본 뒤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현병은 약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화는 그저 당시 누나의 치료를 하지 않았던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지 되짚는다. 후지노 감독은 누나가 죽은 뒤 아버지와 마주 앉아 “만약 다시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했다고 생각해요?”라고 묻는다. 후지노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영화 상영 후 한 정신과 의사가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1980년대에는 효과적인 약이 없었고, 병원에서 인권 침해도 많이 발생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딸을 입원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당시 병원과 집에서 돌봤을 때를 비교한 논문이 있었는데, 집에서의 요양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발달 장애인이 굶어 죽은 사건을 몇 년 전 접한 뒤 우리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리고 싶어졌다”면서 “현실에 이런 일이 있다는 걸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20년의 가족사가 담긴 영화는 2024년 12월 일본에서 4개관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8주 만에 전국 100개관 이상 확대 상영됐다. 일본 미니시어터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이어갔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도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 장애‘ 진료 수진자는 인구 10만명당 502.2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영화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개봉 사흘 만에 1만 관객을 넘어섰다. 영화는 그저 가족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병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 가족에게 돌봄의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 지역 사회가 충분히 개입하지 못하는 현실을 자연스레 고민하게 만든다. 제목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결국 한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인 셈이다. 후지노 감독은 “일본을 비롯해 한국 등 아시아권에선 조현병에 대해 가족의 책임을 따져 묻곤 한다. 그러나 조현병은 아직 원인을 모르는 병”이라며 “가족은 발병에 책임이 없다. 아픈 가족 구성원이 살아 있는 상황에 놓인 다른 분들이 치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 [박미경의 사진의 첫 문장] 바닷속 생명들로 그린 감정의 풍경화

    [박미경의 사진의 첫 문장] 바닷속 생명들로 그린 감정의 풍경화

    망망한 바닷속에서 홀로 떠다니는 해마에게서 외로움과 그리움의 감정이 읽혔다. 거북이의 깊은 눈동자에서는 슬픔과 허무함이, 니모의 팔랑이는 움직임에서는 사랑스러움과 동시에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수중사진가로서보다 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세월이 훨씬 더 오래였기에, 작가에게 바다는 그냥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었다. 내면의 감정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작업노트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지, 컴컴한 바다에서 어쩌면 그렇게 화려하고 예쁜 색을 지니고 있던지’ 놀랐노라고 쓴 최혜원의 바다사진 ‘마음의 바다’는 이렇게 해서 태어났다. 생태 기록을 넘어 바닷속 생명들에게서 흐르는 감정의 결을 포착한 독특한 사진 시리즈다. 작가는 서울 목동 정신과의원의 개업의로 시작해, 환자들과 잘 지내는 행복한 의사로 자부하며 20여년째 의업을 이어 가던 중이었다. 수중사진은 그저 취미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마치 썰물의 인력처럼 바다가 자꾸 몸과 마음을 끌어당겼다. 마침내 노화로 다이빙이 힘들어 수중촬영을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사진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이른 은퇴를 하고 제주로 갔다. 제주 바다에서 해외까지 촬영 영역을 확장해 가며 수중사진가와 의사로서의 삶을 병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에는 수중사진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여러 단체전에도 연이어 참여했다. BSAC Korea수중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등 다양한 수중사진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바닷속 생물의 움직임과 색감, 구조를 통해 ‘감정을 시각화’하는 사진 작업 방식은, 정신과 환자들의 진료와도 연계되었다. 사진을 매개로 환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었으며, 특히 감정이 제한된 만성환자들의 비언어적 소통에도 사진이 쓰였다. 수중사진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최혜원의 두 정체성이 서로 다른 영역을 돕는 것이다. 이 여름 제주 바다에는, 무거운 촬영 장비를 맨 채 조류에 흔들리면서 작은 생명들을 유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가 최혜원이 있다. 사진을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는 여정을 이어 가고 있다. 박미경 류가헌 갤러리 관장
  • 자신을 안다는 오만, 타인을 이해한다는 착각 [영화 프리뷰]

    자신을 안다는 오만, 타인을 이해한다는 착각 [영화 프리뷰]

    프랑스 파리에 사는 정신과 의사 릴리안 스타이너(조디 포스터)는 9년간 담당한 환자 폴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폴라의 딸은 상담 기록을 내놓으라 하고, 폴라의 남편은 스타이너 탓에 폴라가 죽었다고 몰아붙인다. 궁지에 몰린 스타이너는 급기야 폴라의 딸이나 남편이 폴라를 죽였을 것이라 의심한다. 15일 개봉하는 ‘파리의 사생활’은 환자의 죽음 탓에 죄책감에 몰린 정신과 의사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경쾌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연기 경력 6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열연, 그리고 그의 첫 프랑스어 연기로 올해 칸 영화제 개봉 당시 화제가 됐다. 스타이너는 사건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눈물이 흐른다. 멀어졌던 안과 의사인 전 남편을 만나 치료도 받고 함께 폴라의 남편을 미행한다. 이어 궁여지책으로 최면술사를 찾아가 전생 체험도 해본다. 유산을 노린 가족 누군가의 범행일 거란 의심은 점차 커지지만 범인 찾기가 쉽지 않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따라가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스타이너에게 초점을 맞춘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그는 환자의 죽음을 돌아보고, 남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돌이켜보니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혼, 아들과 불화의 원인도 자신에게 있었다. 영화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를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나 가능한 것일까. 영화 제목에 붙은 ‘사생활’은 스타이너의 사생활을 뜻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사생활도 의미한다. 점차 바뀌는 스타이너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 남의 말을, 그리고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포스터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가 사건 이후 당혹스러워하고, 허둥거리고, 좌충우돌하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문제를 깨달은 후 다시 중심을 찾기까지 여러 모습을 하나의 캐릭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 당신, 남의 말은 제대로 듣고 있나요?…61년 연기경력 조디 포스터 주연 ‘파리의 사생활’[영화프리뷰]

    당신, 남의 말은 제대로 듣고 있나요?…61년 연기경력 조디 포스터 주연 ‘파리의 사생활’[영화프리뷰]

    프랑스 파리에 사는 정신과 의사 릴리안 스타이너(조디 포스터)는 9년간 담당한 환자 폴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폴라의 딸은 상담 기록을 내놓으라 하고, 폴라의 남편은 스타이너 탓에 폴라가 죽었다고 몰아붙인다. 궁지에 몰린 스타이너는 급기야 폴라의 딸이나 남편이 폴라를 죽였을 것이라 의심한다. 15일 개봉하는 ‘파리의 사생활’은 환자의 죽음 탓에 죄책감에 몰린 정신과 의사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경쾌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연기 경력 6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열연, 그리고 그의 첫 프랑스어 연기로 올해 칸 영화제 개봉 당시 화제가 됐다. 스타이너는 사건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눈물이 흐른다. 멀어졌던 안과 의사인 전 남편을 만나 치료도 받고 함께 폴라의 남편을 미행한다. 이어 궁여지책으로 최면술사를 찾아가 전생 체험도 해본다. 유산을 노린 가족 누군가의 범행일 거란 의심은 점차 커지지만 범인 찾기가 쉽지 않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따라가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스타이너에게 초점을 맞춘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그는 환자의 죽음을 돌아보고, 남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돌이켜보니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혼, 아들과 불화의 원인도 자신에게 있었다. 영화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를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나 가능한 것일까. 영화 제목에 붙은 ‘사생활’은 스타이너의 사생활을 뜻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사생활도 의미한다. 점차 바뀌는 스타이너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 남의 말을, 그리고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포스터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가 사건 이후 당혹스러워하고, 허둥거리고, 좌충우돌하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문제를 깨달은 후 다시 중심을 찾기까지 여러 모습을 하나의 캐릭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 “주식으로 3억 손실” 정신과 의사 “요즘 손님 많아, ‘포모’는 전치 4주”

    “주식으로 3억 손실” 정신과 의사 “요즘 손님 많아, ‘포모’는 전치 4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주식 투자 실패로 3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고 밝혀 공감을 얻은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가 최근 코스피 급락으로 신규 손님이 늘었다고 밝혔다. 박 전문의는 14일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 출연해 “지난주 목요일부터 주식 문제로 오시는 신규 손님들이 많다”면서 “주식 중독이나 주식 손실, 주식 우울증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 사이드카가 여러 번 발동되고 코스피 7000선이 깨졌는데, 이런 변화에서는 욕망과 불안이 뇌를 마비시키는 부분이 있다”면서 “아무리 대뇌 피질로 이성을 잡고 ‘안전하게 하자’, ‘10분의 1씩만 사자’라고 이야기해도 편도체나 이성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잡주 뇌동매매’ 3억 2000만원 손실“3배 레버리지, 주식 중독 의심해야”박 전문의는 지난해 12월 ‘유퀴즈’에 출연해 자신이 2017~2018년 사이 주식 중독에 빠졌으며, 주식 투자로 3억 2000만원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우량주가 아닌 각종 테마주와 ‘잡주’를 ‘뇌동 매매’하다 손실을 입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선물과 옵션에까지 손을 댔다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이후 가까스로 주식 중독의 악순환을 끊은 그는 ‘주식 우울증’에 대해 연구하고 자가진단법과 치료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주식 중독 및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박 전문의는 특히 “누군가는 SK하이닉스로 2억 벌었다”는 말을 듣는 손실 투자자가 겪는 ‘포모(FOMO·주식 상승장에서 겪는 소외감) 현상’이 주식 우울증을 극대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모 증후군을 느끼는 뇌는 ‘배측 전방 대상 피질(dACC)’인데, 남이 잘 되면 고통을 느끼는 부위”라며 “‘남이 몇억원의 수익을 봤다’는 말에 뇌가 칼에 찔리거나 불에 데이는 것과 같은 통증이 온다. 전치 4주라고 과학적으로 입증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SNS)에 몰입하면서 타인의 강남 아파트와 부 같은 ‘편집된 인증샷’을 보고 열등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손실을 본 종목에 지나치게 ‘물타기’를 하는 것도 주식 중독의 일종이라고 박 전문의는 진단했다. 그는 “계획에 따라 물타기를 하면 괜찮지만, ‘많이 먹겠다’며 급히 대출을 해서 물타기를 하는 욕망에 휘둘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는 본전에 대한 집착이며, 과도한 편도체적 자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상품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 또한 주식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배 레버리지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주식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신용 미수나 선물 옵션 같은 파생 상품을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도 주식 중독”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주식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업에 집중하거나 운동, 취미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산 주식이 상한가를 찍었다’ 같은 도파민에 매몰되지 말고,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태도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주식 앱을 지우고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K컬처의 뿌리 ‘K헤리티지’… 부산서 글로벌 축제로 만난다

    K컬처의 뿌리 ‘K헤리티지’… 부산서 글로벌 축제로 만난다

    196개국 대표단 등 3000여명 방문숙박·보안·안전 등 개최 준비 끝내13일부터 청년 전문가 등 사전 포럼‘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문화 소개조선왕조실록 특별 관람도 마련연대와 협력 ‘부산 선언’ 채택 주목글로벌 국제회의 도시 부산에서 또 하나의 메가 이벤트가 펼쳐진다.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에서 열릴 문화올림픽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등재 심의·결정을 비롯해 보존과 관리 안건을 다루는 세계유산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우리나라는 1988년 협약에 가입한 지 38년 만에 처음 정식 회의를 유치했다. 개최 도시는 문화와 역사의 도시, 부산이다. 부산은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회의장 여건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 개최 도시로 선정됐다. 특히 올해 1월과 4월 두 차례 유네스코 사전 실사에서도 국제회의 운영을 위한 기술적 적합성과 수송, 숙박, 보안, 안전 등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주관 부처인 국가유산청과 함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다.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21개 위원국 장차관급을 포함한 196개 협약국 대표단,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 3000여명이 부산을 찾을 예정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회의 의장국이자 핵심 당사국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참이다. 위원회는 사전 포럼과 본회의로 나눠 열린다. 먼저 사전 포럼으로 ‘세계유산 청년 전문가 포럼’(13~21일), 세계유산 보존·관리 실무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16~23일)이 열린다. 이병현 전 유네스코 주재 대표부 대사가 의장을 맡을 본회의는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세계유산총회에서 투표로 선출된 회원국 대표 21개국이 중심이 되어 주요 안건을 결정한다. 개최 도시로 부산이 선정된 이후 국가유산청과 부산시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협력 체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준비기획단’은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K헤리티지 홍보’에 초점을 맞춰 손님맞이 준비를 해왔다. 특히 정적인 회의가 아닌 축제로 승화하기 위해 ‘K헤리티지’에 기반한 역동적인 대한민국만의 행사 기획에 심혈을 기울였다. 개회식에선 국가무형유산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원일 총감독이 K헤리티지의 아름다움을 담은 전통음악 기반 종합예술 무대로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경복궁 수문장들이 부산으로 내려와 회의장을 지키는 가운데 벡스코 K컬처 홍보 부스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관’(20~29일)에서는 K헤리티지와 K컬처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대한민국과 유네스코 간 협력의 역사, 한국의 세계유산 17건, 세계기록유산 20건, 위원회 개최 도시인 부산의 역사·문화·관광 콘텐츠 등을 소개한다. 국가무형유산 전통 기술 보유자 시연과 무형유산 보유 단체 공연 등 한국 전통 체험의 장도 마련했다. 국가기록원 부산분원에 보존 중인 조선왕조실록을 특별히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대한민국의 철저한 기록 정신과 역사도 알린다. 부산은 지난해 12월 국가유산청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전방위적 사전 홍보로 힘을 보태며 세계인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회의 기간 부산시는 벡스코 내 부산홍보관 운영과 함께 지난해 11월 세계유산 우선 등재 목록으로 선정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2030년 등재 실현을 위해 피란수도 유산을 비롯한 다양한 역사 문화 자원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950년대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을 소개하며 그 시절의 애환을 풀어내는 피란수도 부산 국가유산 야행(24~25일)과 유산 필드 트립(18~28일)도 곁들일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과 일본을 잇던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26일), ‘세계유산을 시네마에 담다’라는 주제의 부산여행영화제(18~19일),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기념 부산시향 음악회(19일) 등을 기획해놓고 있다. 조유장 부산시 문화국장은 “세계유산위원회 성공 개최로 글로벌 국제회의 도시 부산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킬 것”이라며 “부산을 찾은 세계인이 K헤리티지 진수와 더불어 부산의 매력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본회의 말미에 기후 위기와 전쟁, 재난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인류 공동의 자산인 세계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담은 국제 선언 ‘부산 선언’ 채택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조 국장은 “부산 선언이 채택될 경우 부산이 오랫동안 세계유산 보존을 위한 국제 협력 중심 도시, 문화 외교 중심 도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유산청과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 효과는 137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마이스(MICE, 국제회의·전시회·포상관광) 산업 관련 지역 기업의 수혜와 더불어 유산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모두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1995년 종묘,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을 처음 세계유산 대표 목록에 올린 이후 창덕궁,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갯벌 등이 뒤를 이었다. 생태계 보고로 평가받는 ‘한국의 갯벌’ 2단계는 이번 회의에서 확장 등재에 도전하며 지난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 초안을 제출한 한양도성 성곽은 내년에 18번째 세계유산에 도전한다.
  • 전남 교육현장 ‘학교·업체 유착’ 의혹

    전남 교육현장 ‘학교·업체 유착’ 의혹

    전남 지역 일부 학교에서 시설 공사와 물품 구매 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학교장이 조달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가 하면, 이에 항의하는 교사에게 행정적 보복을 가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교육 당국의 엄정 조사가 요구된다.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이하 전남 전교조)는 “전남교육청은 시설 공사 및 물품 구매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학교들을 즉각 특별감사하고 전 과정을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제보에 따르면, A 고등학교는 7000만 원 규모의 방송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초적인 예산 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장이 특정 업체 관계자를 학교로 불러들였다. 학교장은 해당 업체로 하여금 담당 교사에게 장비 교체와 철거 계획을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교사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자, 학교 측은 해당 교사에게 알리지 않은 채 ‘업무 거부 사유 등재’라는 내용으로 내부 결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박을 느낀 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다른 학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B 고등학교는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며 정상적인 견적 비교나 입찰 과정 없이 학교장이 독단적으로 시공업체를 지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 초등학교 역시 9700만 원 상당의 과학실 리모델링 사업에서 과거 사업을 맡았던 업체를 학교장이 사전에 내정한 것으로 확인돼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물품 구매 과정에서의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C 초등학교는 이미 안심알리미가 지급됐음에도 학교장이 교육청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추가 구입을 지시했고, 교사들이 “불필요하다”고 만류한 2000만 원 상당의 교구 구입을 강행했다. D 유치원은 관리자들이 품목과 업체를 미리 짜놓고 담당 교사에게는 견적서 확인 등 단순 서류 작업만 맡기는 소위 ‘들러리 행정’을 펼쳤다는 지적이다. 전남 전교조는 이번 사태를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결정보다 업체와의 유착이 선행되는 기형적 구조”로 규정했다. 특히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교사들이 오히려 심리적 압박과 문서화된 인사 불이익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 전남지부 관계자는 “그간 유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의 대책이 미비하다 보니 업체들의 학교 방문과 교직원 압박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며 “제보된 학교들을 즉각 감사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학교 시설공사와 구매 절차 전반에 대한 투명성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손흥민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유퀴즈’ 정신과 교수가 건넨 위로

    손흥민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유퀴즈’ 정신과 교수가 건넨 위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LA FC)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린 가운데,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가 손흥민의 글을 따뜻한 시각으로 분석해 이목을 끌고 있다. 나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손흥민의 사과문을 캡처한 이미지와 함께 “늘 말해왔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고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글귀를 발췌했다. 그는 “‘내 안의 어린아이(inner child)’를 만나 대화하고 치유하는 것은 심리치료에서 실제로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지난해 ‘아파트’로 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을 때 “이 상을 16세에 꿈을 꾸던 어린 나에게 바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것, 작곡가 이재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으로 미 빌보드 핫100 1위를 거머쥔 뒤 “연습생을 그만둔 10년 전의 어린 이재를 안아주고 싶다”는 소감을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나 교수는 짚었다. 나 교수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내 안의 어린아이’를 위로하는 것을 보며 정신과 의사로서 벅찼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 반대편의 이야기를 손흥민 선수의 글에서 마주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면서 “부디 그 안의 어린아이가 치유받을 수 있는 계기가 가까운 미래에 있길 바란다”라고 위로했다. 나 교수는 손흥민의 SNS에도 댓글을 달아 응원했다. 그는 “손흥민 선수의 눈물을 참 좋아했다”면서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만큼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아팠다”라고 적었다. 이어 “늘 응원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멋진 어른의 본보기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손흥민 선수도, 다른 선수들도, 또 우리 국민들도 어려움 앞에 절망하기보다는 이번 어려움을 딛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2023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가 된 나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축구팬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울보 손흥민’에 대해서는 남성이 눈물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나 교수는 지난해 8월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PL)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고별전에서 눈물을 쏟은 것에 대해 “손흥민이 잘 울어서 더 좋다”며 “잘 우는 남자도 충분히 강인할 수 있단 걸 보여준 손흥민 선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다”는 글을 올렸다.
  • 보건소로 온 이건희 주치의… “공공의료 새 모델이 마지막 소명”[월요인터뷰]

    보건소로 온 이건희 주치의… “공공의료 새 모델이 마지막 소명”[월요인터뷰]

    ‘대형병원 명의’에서 보건소장까지최장 삼성의료원장 퇴임 후 美 유학고향 창원서 필수의료 절실함 느껴2024년 강남보건소에서 현업 복귀왜 공공의료인가돈 있든 없든 내 삶터서 생 마감해야큰 병원 찾기 전 지역서 먼저 관리를‘이윤’이 필수인 민간 의료로는 한계공공의료 개선 어떻게24시간 응급실 최소 의사 3~4명 필요열악한 곳서 일할수록 더 보상해줘야치료 수가 높이는 개혁 방향 바람직강남보건소의 실험구립 요양병원은 치매 병동도 도입AI 활용해 심도 있는 건강상담 가능보완 필요하나 소외지역 도움 될 것 2023년 대구의 건물 4층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응급실을 떠돌다 구급차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 환자 수용과 치료를 거부한 혐의를 받는 의사 2명이 최근 응급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붕괴와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의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종철(78) 강남보건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장을 포함해 최장수 삼성의료원장을 지냈고, 17년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주치의를 지낸 그는 60대 중반에 보건의료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누군가는 ‘쉼’을 갈구할 70세에는 “고향에서 마지막 의료활동을 하고 싶다”며 창원시 보건소장이 됐다. 지역·필수의료 시스템의 한계 속에 4년간 희망을 찾기 위한 시도를 거듭했던 그는 2024년 강남구보건소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지역사회 돌봄에 기반한 공공의료 모델을 완성해 확산시키겠다는 마지막 소명을 위해서다. 지난 23일 강남구보건소에서 만난 이 소장은 팔순이 가까운 나이에 여전히 의욕이 넘쳤다. 지난해부터 한 주에 3명씩 각각 1시간 동안 심도깊은 건강상담을 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실험을 시작했고,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에는 치매 병동을 새로 만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의료원장 출신이 지역 보건소로 간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창원에서 보낸 4년이 궁금하다. “(삼성의료원을 그만두고 유학을 간)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보건의료정책 첫 수업에서 한국의 건강 빈부격차를 예시로 들더라.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가 있는 기간을 제외한 수명) 격차가 9년 난다고 했다. 부자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아프며 살아야 하는가. 한국의 복지체계는 기초생활수급 지원 제도 등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을 다녀보면 보건소 수준에서만 꾸준히 관리해도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을 ‘큰 병원에 갈 여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집에서 키우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꾸준하게 검진이나 관리를 받는 고소득자, 자산가와는 다르다. 결국 공공의료의 부재에 따른 격차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공공의료 개혁은 아무리 서둘러도 부족하다. 선진국의 공공의료는 인생의 마지막을 병원이 아닌 내가 살던 지역에서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 함께 보내며 보낼 수 있는 기반이 돼 있다.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그 시작이 지역사회 의료돌봄 쳬계 확립이다. 제가 창원에 처음 갔을 때 보건소 직원조차도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공공에서 해야 하는 지역사회 의료돌봄을 확대하기 위해 보건소 간호사를 설득해 일주일에 이틀씩 환자를 보러 다녔다. 창원시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만드는 등 변화도 조금씩 나타났다. 보건소장 재임 때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공의료의 인식개선에 도움을 받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4년은 길지 않았다. 보건소장에서 물러나고도 공공의료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무렵 서상원 강남구치매안심센터장으로부터 강남구보건소에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른 기초단체에 비해 예산 지원이 좋은 강남에서 공공의료의 새 모델을 만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였는가. “해외에 비해 부족한 것은 지역사회의 의료돌봄 체계다. 주치의 제도가 보편화된 외국에선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필요한 경우 종합병원인 2차, 최상급인 3차 병원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환자별로 호스피스병원(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병원), 3차병원, 요양병원, 요양원을 구분해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공공의료를 통해 2차, 3차 병원을 먼저 찾지 않고도 질병을 관리하며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공의료의 모델이다. 건강상태를 지역 공공의료를 통해 관리받다가 필요한 경우 상급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은 그동안 요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을 노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필요한 경우 상급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인 전문병원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지난해 치매 전문 병동을 만들었고, 내년에는 호스피스병동을 새롭게 운영할 계획이다.” -공공 응급의료 병동도 설립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응급의료는 필수의료의 핵심 요소다. 과거엔 중소병원이 많았다. 중소병원의 설립 조건은 필수의료 4개 분야인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와 응급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산부인과와 소아과 환자가 급감했고, 결국 많은 곳이 문을 닫고 요양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윤이 나지 않으면 존립을 이어갈 수 없는 민간의료다. 그래서 공공에서 응급실을 만들려 했었는데 결국 인건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현재 보건소 의사 연봉이 6000만~7000만원 사이인데, 민간병원에서 응급의료 전문의 인건비는 1명당 연 4억원에 이른다. 응급실은 24시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최소 3~4명의 의사가 필요한데 현재 예산으로는 불가능했다. 결국 필수의료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줘야 한다.” -인터뷰 때 합당한 보상을 언급했는데 25일 보건복지부에서 검사 수가는 낮추고 진료 수술과 진료 등의 수가는 높이는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했다(27일 추가 통화). “이제라도 치료하는 의료행위 수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많은 의사가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지역이 아닌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남아있으려고 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해줘야 한다.” -지난해부터 건강상담에 AI를 도입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일반 환자 대상으로 하는 건강상담도 공공의료 역할을 고민하다가 시작했다. 보통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면 길어야 10분이다. 궁금해도 더 물어보기가 어렵다. 고령 노인들은 다양한 질병이 있기 때문에 종합 상담을 받으려면 내과나 정신과 등을 옮겨 다니며 진료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제가 한 시간 정도 상담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강남구라고 해도 수서동 등에는 저소득 독거노인이 많다. 되도록 고령의 독거노인 등 의료 혜택에 소외된 이들을 우선 상담하려고 한다. 대부분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 복합 질환을 호소한다. 다만 제 전공인 소화기내과 외에 다른 분야는 정확한 설명을 해드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챗GPT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정확한 진단과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또는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부작용에 주의해야 하는지 등을 챗GPT 도움을 받는다. 오류를 막기 위해 의학 교과서인 ‘해리슨 내과학’ 내용을 기반으로만 설명하도록 설정해 뒀다. 실제 많은 도움이 된다.” -AI가 전반적인 공공의료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까. “물론이다. 예를 들어 골밀도나 안질 검사 결과를 AI에 입력할 경우 실제 전문의가 판단하는 진단과 거의 일치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공공의료 현장에서 AI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효율적이라고 본다. 아울러 제가 건강상담에서 활용하는 것처럼 서로 분야가 다른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전문의가 없는 상태에서 AI만 활용하려면 아직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 이종철 강남보건소장은 194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중,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양대 의대 교수를 거쳐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에 자리 잡았다. 2000~2008년 삼성서울병원장에 이어 2011년까지 삼성 병원들을 총괄하는 삼성의료원장을 지내는 한편, 17년간 고 이건희 회장의 건강을 책임졌다. 삼성을 떠난 뒤 홀연 미국으로 떠나 201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의료정책을 공부했다. 2015~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을 역임한 뒤 2개월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공공의료를 바꾸려면 현장을 경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18년 고향으로 내려가 창원시보건소장을 지냈고, 2024년부터 강남보건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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