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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차적 민주주의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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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선명성 선동으로 개혁 방해 말라”… ‘강경파’ 반발에 직격

    李 “선명성 선동으로 개혁 방해 말라”… ‘강경파’ 반발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을 초래하는 것을 필히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범여권 일각의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서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진보당 부대변인 출신 박태훈 청년오늘연구소장의 글을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박 소장은 해당 글에서 “바깥의 적보다 아픈 것은 안에서 흔드는 말들”이라며 강경 검찰개혁론자들이 ‘검찰 캐비닛 정치’엔 침묵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강한 개혁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다”면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의 열정과 속도를 절제하지 못한 과잉과 과속으로 반혁명의 불행을 초래한 안타까운 역사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혁은 최대한의 공감 아래 섬세하고 절차적이어야 하며, 고통과 저항을 최소화하여 실효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며 “공직은 모두를 위한 봉사자여야 한다. 부정하고 무능해도 가깝다는 이유로 기용하자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자 대표자가 아닌 정복자가 취할 태도”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좋은 변화, 즉 개혁 과정에서는 변화 때문에 이익을 박탈당하는 쪽의 저항과 고통은 크지만, 혜택받는 측의 호응과 공감은 작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혁에는 필연적으로 반발이 수반되지만, 개혁이 없으면 반발도 없다.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최근 공소청 직제안과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 등을 두고 개혁 의지가 후퇴했다는 ‘집토끼’들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같은 날 경기도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내란을 극복하고 선거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웠으며 내란 세력이 훔쳐 갈 뻔했던 헌법 질서를 돌려세웠다”며 “대통령은 이들 세력을 징벌해야 하는데 왜 이들 세력에게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진영 내부의 분열이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8~10일 무선전화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2% 포인트 낮아진 38%였다. 이 조사에서 처음 40% 아래로 떨어지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완벽히 공정한 투표제도는 없다”…수학이 증명한 선거의 한계 [달콤한 사이언스]

    “완벽히 공정한 투표제도는 없다”…수학이 증명한 선거의 한계 [달콤한 사이언스]

    정치학적 관점에서 민주주의는 ‘인민에 의한 지배’라는 철학적 이념이다. 투표라는 제도는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절차적 도구다. 역사적으로 투표는 통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진화해 온 기술적 장치로, 고대에는 그리스 도편추방제처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권력 분산의 수단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가가 민주적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권력 위임의 수단으로 발전하면서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됐다. 그렇지만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투표도 완벽하지 않다. 실제로 수학자들이 완벽하게 공정한 선거가 사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팀은 의회 규모를 무한정 늘리지 않고서는 지역 득표가 지역 의석으로 직결되는 동시에 전체 의석 분포가 전체 득표율과 일치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선거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응용수학 분야 국제 학술지 ‘계량 경영학 연보’(Annals of Operations Research) 7월 31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75년 만에 처음으로 득표수와 의석수가 일치하지 않았던 2022년 덴마크 총선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덴마크는 유럽 다른 국가들처럼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지역 대표를 선출하면 각 정당의 의석 점유율이 득표율과 대략적으로 일치하도록 일정 수의 보정 의석이 추가된다. 그러나 정당의 파편화가 심화됨에 따라 비례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정 의석수도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2022년 덴마크 선거에서는 보정 의석 40개만으로는 비례성을 달성하기 충분치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다양한 투표 제도가 심화된 파편화 속에서 어떻게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지, 그리고 민주적 결과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불가능성 정리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영국 같은 단순다수대표제와 나머지 유럽 대부분 국가와 같은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전 세계 다양한 선거제도를 살펴봤다. 연구팀은 △지역성(해당 지역 투표에서 승리한 사람이 해당 의석을 차지) △비례성(전국 의석 총합이 전국 득표수와 일치) △고정된 의회 규모(선거 때마다 의석수가 변치 않음)를 공정한 제도의 세 가지 주요 요소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정당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수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부패나 음모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수학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로 나라마다 희생할 원칙이 무엇인지는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독일은 필요한 보정 의석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2021년 연방의회 의석수가 증가했고 2023년에는 연방의회의 계속된 팽창을 막기 위해 의회 개혁이 있었지만 의회를 고정된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지역 대표 보장을 희생했다. 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비례성을 희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완벽하게 공정한 선거 제도는 없겠지만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지리적 순위 보장 비례성’을 활용하면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알고리즘은 투표가 이뤄지기 전에 지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전국 총합이 설정되기 때문에 득표율에 따라 정확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비례적이긴 하지만 지역성을 희생할 수 있게 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어떤 후보가 자기 선거구에서 여유 있게 승리해도 소속 정당이 이미 다른 지역에서 더 강력한 승리로 할당량을 모두 소진했다면 해당 후보는 의석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연구를 이끈 프레데릭 라븐 클라우센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수리통계학)는 “이번 연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완벽한 제도란 존재하지 않지만 어떤 제도가 다른 제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점”이라며 “비례성, 지역성, 고정된 의회 규모라는 세 가지 원칙 모두를 근사치로라도 갖출 수 있음에도 많은 제도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 [임혁백 칼럼] 與 전대에서 표출된 ‘비동시성의 동시성’ 정치

    [임혁백 칼럼] 與 전대에서 표출된 ‘비동시성의 동시성’ 정치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면서 충돌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임혁백, 2014) 정치를 보여 주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근대 민주주의의 시간에 살고 있지만, 지양되지 못한 ‘과거’ 전근대 가산주의적 권위주의 시간의 찌꺼기가 남아 있고, ‘미래’ 탈근대 시간은 근대 정당민주주의를 발전적으로 지양하기보다는 전근대적인 디지털 포퓰리즘과 부족주의로 퇴행하는 중이다. 정당정치는 한국 민주화에서 가장 지체되고 있는 정치 부분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으로 독재화 국가로 추락했다가, 빛의 혁명으로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상승했다. 그러나 정당정치 부분은 상응하는 발전을 보여 주지 못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한국 정당정치의 발전을 어떻게 지연시키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근대적인 민주적 절차와 제도의 영역에서 발전을 이루었다. 첫째, 당원과 대의원 모두가 동등하게 한 표씩을 행사하는 근대적인 평등선거 원칙을 확립했다. 둘째, 당원 70%와 국민 30%의 비율로 직접 후보를 선출하는 개방형, 상향식 경선제도를 도입했다. 셋째,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경선제도의 투명성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그러나 정치문화와 정치행동 양태에서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가산주의, 보스주의, 지역주의가 지배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당을 공공재가 아니라 파벌 보스의 사유물로 여기는 전근대적인 가산주의 행태가 표출되고 있다.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포스트 이재명 당권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파벌전쟁이 되고 있다. 유력한 당권 주자들은 서로를 반이재명 또는 친이재명으로 ‘낙인찍기’를 하면서 제로섬적인 전근대적 붕당정치를 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탈근대적인 디지털 포퓰리즘과 디지털 부족주의로 퇴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소셜미디어(SNS)와 뉴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기득권 정당의 게이트키핑을 제거해 공론장에 직접 참여를 가능하게 해주었으며, 일반 시민들도 일상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SNS의 긍정적인 효과가 표출되기보다는 감정적 일체감과 적대적 배타성으로 열성 지지층을 동원하는 탈근대적 디지털 포퓰리즘이 횡행하고 있다. 당권 후보들은 레거시 미디어나 정당의 공식 홍보 채널을 우회해 당파성이 극대화된 대형 유튜브 채널을 플랫폼 삼아 경쟁자들을 향해 날 선 공격, 혐오 발언, 가짜 뉴스를 날리면서 슈퍼챗과 댓글 응원을 유도해 지지자들을 동원한다. SNS의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만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확증 편향’과 ‘에코 체임버 효과’를 유발해 정치지도자와 강성 지지자들 간에 ‘포퓰리스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디지털 포퓰리스트 네트워크는 전통적인 정당의 대의체제를 우회해 지도자와 대중을 SNS로 직접 연결해 주는 포퓰리즘의 매개체이다. 후보들과 강성 지지층은 알고리즘을 매개로 정치적으로 동일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결집해 강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외부 집단을 적대시하는 디지털 부족주의를 형성한다. 디지털 부족은 합리성에 기반한 근대 정당과는 달리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과 결속력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정치적 부족이다. 디지털 부족주의하에서 중도층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관용과 타협은 사라진다. 양극화와 적대의 정치가 번성하며, 합리적 토론과 숙의보다는 감정적 동질성과 집단행동을 우선시하는 부족주의 정치문화가 형성된다. 민주당은 비동시적 시간들을 하나의 전체주의적 시간으로 동시화시킬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적 관용과 포용의 원리로 다양한 비동시적 시간에 사는 계급, 세대, 젠더, 지역, 이념들이 공존하면서 경쟁하도록 장려하는 제도적 개혁과 정치문화적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비동시적 시간들이 관용되어서는 안 되며 극단주의는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 징계 앞둔 조경태 “한동훈 복당·장동혁 중징계·윤리위 해산”

    징계 앞둔 조경태 “한동훈 복당·장동혁 중징계·윤리위 해산”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5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앞두고 윤민우 위원장 체제의 윤리위 해산을 요구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를 ‘제1 해당행위자’라고 비판하면서 중징계를 요구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 대한 복당도 요구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중앙윤리위를 해산하고 다시 세워야 한다”며 “윤리위원회는 공정한 심판기구가 아니라 당대표의 의중을 실현하는 ‘사설 징계위원회’, ‘아바타 위원회’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리위가 위원들의 잇따른 사퇴로 5인 체제로 축소된 점을 거론하며 “저에 대한 징계 개시는 그중 겨우 3명만 참석한 가운데 결정됐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또 우종환 부위원장과 황경성 위원이 윤 위원장의 내부 논의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 “징계 대상자 명단과 결정문 등이 외부인과 공유됐다는 제보와 정황이 사실이라면 윤리위원장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의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장 대표에 대한 징계도 촉구했다. 그는 “내란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채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부정선거와 내란 수괴를 옹호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린 제1의 해당행위자 장동혁 대표에 대한 징계 요구 역시 (윤리위가) 외면하고 있다”며 “반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당의 쇄신을 요구한 사람들에게는 신속하게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윤 위원장이 소통했다는 외부인과 관련해 “장 대표 본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당무감사위가 빨리 가동해야 한다”며 “(윤 위원장이) 누구와 결탁하고 소통했는지 그 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한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명 결정이 부당하다며 “한 의원을 복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 부위원장의 (윤 위원장 의혹) 주장이 맞다면 한 의원의 징계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 의원의 제명 징계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변화 바라는 민심이 역사 만들어… ‘청렴 신안’ 반드시 실현”

    “변화 바라는 민심이 역사 만들어… ‘청렴 신안’ 반드시 실현”

    새로운 군정 첫발부조리 맞서 민주주의 지켜온 곳민생 먼저 챙기라는 목소리 높아신뢰 회복 위해 3대 의혹 수사 의뢰신안의 미래 비전군정 운영 기준은 오직 군민 이익모든 정치권과 실용적 협치할 것‘0원 하우스’ 추진·체류형 관광 완성“신안 군민들이 저를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동력은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었습니다. 단순히 군수가 바뀌는 변화가 아니라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군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새로운 군정을 시작해 달라는 군민들의 강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신안은 암태도 소작쟁의와 같이 부조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 온 자랑스러운 고장입니다. 우리 군민들께서는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자주적이고 현명한 선택으로 신안의 역사를 만들어 왔고, 이번 선택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6·3 지방선거에서 징검다리 5선을 노리는 박우량 전 군수를 누르고 당선된 김태성(60) 전남광주 신안군수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민들의 선택은 ‘변화’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군수로서 첫발을 내딛는 소감은. “선거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거창한 정책보다 군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을 먼저 챙겨 달라는 것이었다. 급수 문제와 교통 불편, 농어민 소득, 의료와 복지 등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해 달라는 절실한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2년 동안 신안 전역을 직접 누비며 확인한 민심도 결국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취임하고 가장 먼저 군민 여러분의 숨결이 가득한 현장으로 향했다. 흑산도를 비롯해 신안의 크고 작은 섬들을 누볐던 지난 20여일은 시간의 길이를 넘어 제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 여정이었다. 거친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켜 오신 군민 한 분 한 분의 눈빛에서 신안의 위대한 저력을 봤다. 군민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우리 신안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가진 곳이라고 확신하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민선 7~8기 3대 의혹 사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는데. “이번 수사 의뢰는 특정인을 겨냥하거나 과거를 정치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군민들께서 민선 9기에 가장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이며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정인수인계지원태스크포스(TF)의 점검 과정에서 공유재산 교환, 안심숙소 건립, 기증 수목 사업 등 일부 사업에 대해 절차적·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행정이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수사기관의 객관적인 판단을 받는 게 맞다고 봤다.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군정 운영의 기준은 청렴과 공정이다. 모든 행정은 원칙과 법에 따라 추진돼야 하며 군민의 세금이 한 푼도 헛되이 쓰여서는 안 된다. 의혹이 제기된 사안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행정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청렴 신안’의 로드맵은 무엇인가. “‘청렴 신안’은 단순히 비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군민이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저는 청렴과 공정을 민선 9기 군정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첫째, 모든 행정을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 둘째,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확립하겠다. 셋째, 부정과 비리가 ㅍ지 못하는 행정을 만들겠다. 제 가족과 친인척을 비롯해 누구도 군정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의혹이 있는 사안은 법과 절차에 따라 객관적으로 확인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 청렴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군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행정, 공직자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공직 사회를 만들어 정부 청렴도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고 군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청렴 신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 -소속 정당인 조국혁신당과의 정책적 협치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정치는 특정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군민을 위한 것이다. 군정을 운영하는 기준도 정당이 아니라 오직 신안군민의 이익이다. 국비 확보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조국혁신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정치권과 적극 협력하겠다. 정당을 앞세우기보다 정책과 성과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신안 발전에 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겠다. 협치와 견제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군민을 위한 더 나은 행정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군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함께 힘을 모으고 부족한 부분은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 신안군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겠다. 오직 군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신안의 미래를 위해 실용적인 협치를 이어 가겠다.” -신안의 ‘미래 먹거리’ 비전은. “신안의 본업인 농·어·염업에 청년들의 꿈을 심겠다. ‘0원 하우스’와 같은 맞춤형 주거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청년들이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기회의 땅, 신안’을 열어 가겠다. 또 자연이 준 위대한 선물인 햇빛과 바람 그리고 아름다운 섬을 신안의 ‘미래 먹거리’로 피워 내겠다. 신안의 깨끗한 바람과 눈부신 햇빛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 농·어·염업에 고부가가치의 숨결을 불어넣고 신안만의 역사·문화·예술을 엮어 스쳐 가는 관광이 아닌 머물며 마음을 치유하는 ‘고품격 체류형 관광’을 완성하겠다. 결국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며, 군민의 소득이 늘어나야 지역 소멸도 극복할 수 있다. 청년들이 꿈을 찾아 돌아오고 군민의 지갑과 마음이 함께 두둑해지는 따뜻한 신안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민선 9기 임기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완수하고 싶은 가장 간절한 소명이자 비전이다.” ■ 김태성 신안군수는 1966년 신안군 임자면 출생으로, 임자남초등학교와 임자중, 광주 살레시오고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국방대학원 국방관리학 석사와 한남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과 정당 대변인 등을 거쳐 2026년 7월 민선 9기 신안군수로 취임했다.
  • 250년 민주주의 뒤흔든 ‘트럼프 스톰’

    250년 민주주의 뒤흔든 ‘트럼프 스톰’

    견제·균형 잃은 ‘위기의 미국’ 직면폭우 속 건국기념 행사마저 ‘쇼’ 전락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4일(현지시간) 돌풍과 뇌우가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 열린 미 건국 250주년 행사는 냉전 종식 후 세계 유일 강국으로 군림해 왔던 미국이 스스로 만든 ‘위기의 폭풍’ 앞에 놓인 오늘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했다. 영국 절대 군주제를 거부하며 행정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추구했던 미국 민주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2기를 겪으며 심각한 형해화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250년 전 건국자들은 ‘군주 없는 나라’를 꿈꿨지만, 지금 미국의 모습은 정반대다. 칼럼니스트 마이클 허시는 지난 3일 미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국가적 단합의 장이어야 할 건국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위한 쇼로 변질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정 민주주의 국가를 전체주의적 개인숭배 국가로 전락시킨 것만이 아니다. 그는 건국자들이라면 수없이 탄핵 사유로 삼았을 법한 부패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견제와 균형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은 대외 정책에서는 ‘강압적 패권’으로 발현됐다.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직접 체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2월 말 중동전쟁을 전격 단행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폭사시키며 더 큰 충격을 줬다.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중동전쟁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패착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전쟁의 목적이었던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는 여전히 요원하고, 오히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막강한 전략적 지렛대를 선물로 준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을 통해 이란 정권이 더욱 강경하게 재편됐다며 테헤란에서 시작한 하메네이 장례식은 “더욱 공고해진 강경파 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대외 정책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다른 핵심 정책들도 하나둘 벽에 부딪히며 미국 사회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내린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위법·위헌으로 판단하며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양대 정책인 관세와 반이민 정책이 사법부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2기 행정부는 또 한 번 법적·절차적 난맥상을 드러내게 됐다. 이들 정책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마가의 실망’이 중간선거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는 ‘USA 250’ 조명이 켜지고,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이 성조기색 조명으로 물들며 전 세계가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축하하고 있지만, 세계인의 실제 속마음은 트럼프 체제 미국을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5월 36개국 성인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3%에 그쳤고,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응답도 57%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한국 응답자 가운데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고 답한 경우는 2022년 83%에서 올해 57%로 26% 포인트나 줄었다. 동맹국에는 위협을 서슴지 않는 약탈적 패권을, 국제사회에서는 다자주의 체제 탈퇴로 기존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계속하는 한 이 같은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는 “트럼프는 1기 때 공화당을 장악하지 못했고, 당시 공화당 지도층은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했다”며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2기 트럼프는 충성파가 함께 국정을 운영하고, 공화당은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묵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대안과미래 “장동혁 재선거 주장, 해당행위”…14일 만에 사퇴 재촉구

    대안과미래 “장동혁 재선거 주장, 해당행위”…14일 만에 사퇴 재촉구

    국민의힘 의원 모임 ‘대안과미래’가 25일 “장동혁 대표가 불가능한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의원들의 총의를 거부하는 해당행위”라며 장 대표의 사퇴를 다시 촉구했다. 대안과미래는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사퇴 결단을 촉구하고 중진들의 역할도 요청했다. 대안과미래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찬 모임에서 장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 다시 논의했다. 대안과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강성 노선과 배제의 정치로 선거 패배를 자초한 장 대표의 리더십으로는 당의 미래가 없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며 “복귀 일성으로 법적·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재선거를 주장하는 장 대표의 리더십으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당을 위해 장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는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당의 혼란을 조기에 매듭짓고 당이 한시라도 빠르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신동욱 최고위원을 비롯한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결단도 촉구한다”고 했다. 대안과미래는 지난 11일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문을 냈다. 이 의원은 “정점식 원내대표와 중진들의 역할도 요청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당 대표의 거취를 당원에게 맡길 것이라고 하면 사퇴 후 전당대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 대표가 언급한 재선거 문제는 이미 지난 17일 의원총회를 통해 총의를 모아 결정된 사안”이라며 “독단적인 재선거 요구는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를 포함한 의원총회를 열어 비밀 투표를 통해 재선거 문제에 대한 의원 총의를 다시 모아, 대표가 더 이상 개인 의견을 발표해 혼란에 빠뜨리는 상황을 반복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원내대표에게 부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장 대표의 전날 ‘당 기강 확립’ 발언에 대해 “장 대표의 측근 부터 기강을 잡으라”며 “당의 노선을 올바르게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안과미래 해체를 요구한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부터 경질하는 것이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했다. 박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의원총회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나 “대안과미래 해체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안 없는 미래’로 명명하겠다”고 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전날 입원한 지 엿새 만에 당무에 복귀해 “당 대표의 거취는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또한 “당의 쇄신과 기강 확립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순차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시정의 일방적 조례 처리 강한 유감… “시의회 정상화 및 소통 촉구”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장태용)가 ‘서울시 온라인 평생교육 운영에 관한 조례안 일부개정조례안’을 기습 처리한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논평을 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박수빈 대변인 논평 전문 서울시의회의 정상화가 두려운가? 오세훈 시장의 막판 날치기 입법 폭주를 규탄한다 제11대 서울시의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단 한 시간 남겨두고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장태용)가 원포인트 회의를 소집해 ‘서울시 온라인 평생교육 운영에 관한 조례안 일부개정조례안’을 기습 처리했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의회 위에 군림하려는 오세훈 시장의 오만함이 도를 넘어섰다. 제11대 서울시의회 임기 4년 내내 시장의 심기를 살펴 회기를 조정하고 시정질문을 축소·조정하거나 무리한 전시·공약사업의 거수기를 자처했던 국민의힘의 마지막도 참으로 한결같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성흠제)은 입법기관의 심의·의결권을 무력화하고, 국민의힘의 다수 의석을 이용해 사회적 논란과 이견이 예상되는 안건들을 무리하게 털어내고 있는 오 시장과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런’의 소득 기준과 자격 기준을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서울런’ 사업은 ‘서울시 온라인 평생교육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조례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시는 거꾸로 조례의 개정 없이 구체적인 수혜 예정 인원까지 제시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다가 뒤늦게 조례개정안을 제출했다. 제336회 정례회의 안건 접수 기한은 지난 5월 26일까지였다. ‘서울시의회 회의규칙’ 제18조 제3항은 ‘의회에서 의결할 의안은 회기 시작 15일 전까지 발의 및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고 있으나, 이번 ‘서울런 조례’의 경우 하루 이틀 시간을 다투는 ‘긴급을 요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제12대 서울시의회 개원 후 예정되어 있는 8월 임시회에서 충분한 검토와 숙의가 이뤄진 후 처리해도 될 안건을 상임위원회의 모든 의사일정이 종료되고 나서 원포인트 회의로 기습 처리한 것은 상식과 절차를 무시한 채 ‘내 뜻대로 좌지우지’가 정의라는 오 시장과 국민의힘이 가진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막판 날치기 입법 폭주’가 비단 서울런 조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울런 조례’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 ‘제3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의견청취안’과 같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고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안건들이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법적 기한을 넘겨 기습적으로 제출됐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국민의힘에 의해 초스피드로 처리됐다. 오 시장과 국민의힘이 전례 없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12대 서울시의회의 출범과 함께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의 기능이 정상화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의회의 당당한 검증 대신 꼼수와 편법을 택하는 졸렬함이 앞섰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 직후 당선 소감에서 ‘그 어떤 권력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했다. 그에 앞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6주년 기념식’에서는 방명록을 통해 ‘민주주의를 더 반석에 세우겠다’는 다짐을 남겼다고 한다. 아무래도 오 시장의 사전과 우리말 사전은 그 뜻이 다른가 보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과 국민의힘에 엄중 경고한다. 그 어떤 권력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반석에 세우는 것은 꼼수와 다수 독재가 아니라 숙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킬 때 가능하다. 독선과 자만으로 쌓아 올린 억지 성과들은 결국 오 시장과 국민의힘의 일그러진 얼굴로 남아 심판의 칼로 되돌아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박수빈
  •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학가로 번지는 ‘참정권 침해’ 규탄 목소리[취중생]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학가로 번지는 ‘참정권 침해’ 규탄 목소리[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시위대에 의해 반출이 어려웠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두 개도 반출돼 개표까지 마쳤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파장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 본투표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투표소 다음으로 규탄 목소리가 빠르게 번지는 곳은 대학가입니다. 대학생들은 소셜미디어(SNS)와 대자보를 통해 선관위의 책임 있는 사과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3학년생 신현규(26)씨는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A1 크기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용지 부족과 야반도주식 투표함 반출, 선관위는 민주주의를 관리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니라 헌법상 참정권과 선거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한 일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민주주의는 독재와 다름없다’고 적힌 대자보 앞에서 학생들은 걸음을 멈췄습니다. 대학생들은 이번 사태가 정치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신씨는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하지 못했다는 건 정치적 신념에 따라 옳고 그름이 나뉘는 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여권이든 야권이든 이 문제가 흐지부지되는 움직임이 보이니 학생들 더 분노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총학생회 차원의 성명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등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총학생회 차원의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개인을 넘어 총학생회 차원에서 신속하게 의견을 낸 것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선거 관리 실수가 아니라 학생 유권자들이 함께 대응해야 할 민주주의 절차 훼손 문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인 김하은(23)씨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선거인데, 투표용지 부족은 그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라며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국민이 존재하는 만큼, 선관위를 규탄하고 비판함으로써 앞으로 똑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학생이자 청년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대학가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서 있던 공간입니다. 최루탄 가스가 폐부를 찔러도 독재 타도와 직선제 쟁취를 외쳤던 선배들의 역사를 배우며 자란 후배들이, 이번에는 선거 관리의 기본 절차가 무너진 현실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기는커녕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는 선관위를 향한 대학가의 목소리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피로 싹 틔운 민주주의의 꽃을 시들게 하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냈습니다. 이들은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헌법기관으로서 독립된 지위를 누리는 선관위가 오히려 그 독립성을 방패로 삼아 무능함을 숨기고자 하는 시도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생들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즉각 반응한 배경엔 청년층 전반에 쌓인 정치 불신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공정과 상식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청년층의 특성도 한몫 했습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20대는 취업난과 주거 문제, 경제활동에서의 소외감 속에서 ‘나는 손해 보고 있다’는 인식이 커졌고,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사안에 대해 더 강하게 반발하는 흐름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역시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 절차와 참정권이라는 기본 원칙이 훼손됐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전병주 서울시의원, 광화문광장서 ‘감사의 정원’ 저지 피켓 시위 나서

    전병주 서울시의원, 광화문광장서 ‘감사의 정원’ 저지 피켓 시위 나서

    서울시의회 전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진1)이 지난 12일 기습 개장한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현장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시행정을 강력히 규탄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전개했다. 이번 시위는 서울시가 총사업비 206억원을 투입해 광화문광장 중심부에 높이 6.25m의 검은 화강암 돌보 23개와 지하 ‘프리덤 홀’을 조성한 사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해당 사업은 건립 초기 단계부터 절차적 정당성 결여와 광장 고유의 역사성 및 정체성 훼손을 이유로 시민사회와 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전 의원은 “광화문광장에서 불과 5km 떨어진 용산 전쟁기념관에 이미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대규모 시설이 존재함에도 206억원이라는 막대한 시민 혈세를 들여 유사·중복 시설을 광화문에 또 알박기한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가장 중요한 시민적 공감대나 숙의 과정, 의회와의 소통을 완전히 무시한 ‘독단 행정’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 의원은 오 시장이 정책의 당위성을 묻는 질문에 이념적 색깔론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면 ‘반대하면 좌파’라거나 ‘참전용사에 대한 모독’이라는 얄팍한 정치적 호도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무엇보다 200억원이 넘는 시민의 세금이 보여주기식 조형물에 투입된 현실에 대해 많은 시민이 허탈함과 착잡함을 느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것은 광장을 가로막는 거대한 구조물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촘촘한 보훈 정책과 따뜻한 지원”이라며 오세훈 시정의 주객전도된 행정을 꼬집었다. 이어 “오늘 우리의 행동은 무조건적인 반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광화문광장이 특정 목적이나 보여주기식 행정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시민 모두의 광장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역사와 기억을 담는 공간일수록 더 신중하고 더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냈어야 한다”고 행정의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끝으로 전 의원은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의 함성이 서린 역사적 공간이자 온전한 시민의 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동료 의원들과 합심해 ‘감사의 정원’ 사업 추진 전반의 예산 낭비 요소를 꼼꼼히 짚고 철저한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독단 행정의 대가는 결국 무거운 고지서가 되어 오 시장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87년 6월에 바랐던 세상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87년 6월에 바랐던 세상

    1987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 필자는 한 학기를 쉬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때 6월 민주항쟁을 만났고, 쉬고 있을 때니 매일 거리에 나가도 마음이 편했다. 당시 거리는 ‘유인물의 바다’였다. 각종 단체가 밤새 준비해 나눠 준 유인물은 훌륭한 ‘미래 비전’이었다.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루자, 그래서 모두가 살 만한 이러저러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아름다운 내용이 많았다. 후대의 학자들은 당시의 민주화 요구를 ‘대통령 직선제’로 단순화한다. ‘형식적 민주주의’나 ‘절차적 민주주의’로 규정하면서 ‘87년 체제의 한계’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필자는 그런 역사 해석에 동의가 안 된다. ‘87년 체제 극복론’ 같은 주장에는 반감이 든다. 상투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당시의 현실과 거리가 멀게 여겨져서다. 그때 거리에서 읽은 유인물 가운데 기억나는 게 여럿이다. 문화예술단체의 성명서가 특히 그랬는데, 민주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사회의 모습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들은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땀 흘려 일한 만큼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 국가 폭력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말했다. 논리적인 내용의 유인물도 많았다. 크게 보면 자유롭게 참여하고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서로 돕고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자유, 평등, 우애’라는 프랑스혁명의 3대 이상이 시대나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참으로 보편적임을 느꼈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 한 10년 정도는 바람대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자유가 왜 중요한지를 필자는 그때 경험했다. 민주주의를 곧 “자유 결사체들이 만들어 내는 예술”로 보았던 알렉시 드 토크빌의 묘사가 실감이 나던 때였다. 평등화의 효과도 뚜렷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자본·노동 분배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나날이 낮아졌다. 단순히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평등만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사람들이 바랐던 평등은 협동의 의미에 가까웠다. 나누고 돕는 윤리적 공동체에 대한 바람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다정한 공동체에 대한 지향도 확고했다. 우정과 동료애가 무엇보다 존중되던 때였다. 거의 모든 일에는 동료와 선후배가 함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민주화 40년째를 맞는 오늘의 일상이 낯설다. 그때와 비교하면 달라진 게 너무 많다. 당시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평균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일본과 이탈리아 수준이다. 우리는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물질의 차원에서 대한민국만큼 ‘편리한’ 사회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심적으로 ‘편안한’ 사회는 아니다. 삶이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합계출산율은 인류가 평시에 기록한 수치 중 가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졸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지만 교육적 성취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된다는 믿음은 깨진 지 오래다. 중위소득 50% 미만 빈곤층 비율은 줄기보다 늘었다. 자살률은 1987년에 비해 3배가 늘었다. 아프간전쟁의 사망자 숫자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자살자가 더 많았다. 전쟁보다 더 많이 죽게 만드는 사회다.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서유럽의 복지국가는 공적 이전을 통해 노인 빈곤을 60% 정도 줄이는 데 반해 우리에겐 그런 재분배 혜택이 없다. 노인에게 복지국가란 없다. 월 100만 원 미만 소득을 가진 노인들은 새벽부터 일해야 산다. 삶은 힘들고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지지대는 연약하다. 그러는 동안 이른바 ‘86세력’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 엘리트 집단이 되었다. 그들이 주도하는 국회에 대해 시민 4명 중 3명이 불신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 3명 중 2명이 국회를 신뢰했던 때와는 딴판이다. 이 모든 것이 진정 87년 체제의 한계 때문일까. 혐오의 팬덤 정치에서 쾌락을 느끼고, 법을 권력의 발밑에 두려 하며, 대통령 혼자만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원하는 그들은 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걸까. 필자는 힘없어도 자유롭고 가난해도 평등하며 서로에게 다정한 공동체에 책임성을 갖는 정치가를 원한다. 박상훈 정치학자
  • [길섶에서] 뉴욕 같은 서울

    [길섶에서] 뉴욕 같은 서울

    서울 명동의 횡단보도에 서 있다. 둘러보니 나만 빼고 모두 외국인인 것 같다. 마치 미국 뉴욕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다. 외국인이 많아지면 한국 고유의 미덕이 훼손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이방인이 우리 문화와 풍경, 음식, 치안에 감탄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지금 우리는 반만년 역사상 가장 번성한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뿐 아니라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 등 제조업은 세계를 주름잡고 있고, 군사력은 세계 5위권이며, 절차적 민주주의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크기의 분단 국가가 이룬 이 성취는 ‘세계사 미스터리’에 기록될 만하다. 기술이 아주 많이 발달해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과거로 날아가 일찍이 문화 선진국을 꿈꿨던 백범 김구 선생,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바친 안중근·윤봉길 의사와 이순신 장군 등을 모셔 오고 싶다. 당신들 덕분에 오늘이 있는 것이라고. 그러면 그분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후손들을 일일이 안아 줄 것 같다. 너무 감격하면 말이 필요 없는 법이다.
  • 장동혁의 ‘책임정치’?… 막스 베버가 본다면[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장동혁의 ‘책임정치’?… 막스 베버가 본다면[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저술정치를 소명으로 삼고 있는 정치인신념윤리 넘어 ‘책임윤리’ 고민해야의도 좋아도 결과 나쁘면 소용없어장동혁, 상황 좋지 않으면 물러나야선거 승리에 모든 것 바칠 각오 필요대표직 버티는 건 철없는 ‘신념윤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지난 2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전후 맥락을 짚어 보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 대표는 미국을 방문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환한 표정으로 찍은 ‘인생샷’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정작 미국에서 만난 사람조차 국무부 고위급 인사가 아니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말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는 15%까지 내려앉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 장 대표는 그런 요구를 일거에 거절한 것이다. ‘나는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당대표직을 유지하겠다.’ 장 대표의 논리에도 일리가 있다. 당대표는 당원이 뽑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진 사퇴, 지도부 5인 중 4인의 사퇴 혹은 탄핵 외에는 합법적으로 뽑힌 당대표가 자리를 내려놓게 할 수 없다. 요컨대 절차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민주적 원칙을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국민의힘 중진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장동혁 체제가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 보자. 설령 그렇다 한들 그것이 장동혁을 당대표로 뽑은 당원들의 뜻이 ‘민주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면 수긍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치,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단위인 정당의 운영이 민주적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민주적 원리를 교조적으로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실 속의 정치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다. ●“국가만이 물리적 폭력 사용할 권리” 당대표로서 임기를 다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일이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치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책임’이라는 말의 무게를 더욱 엄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쓴 불멸의 고전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펼쳐 볼 때다. 1919년 1월 베버는 강연을 시작했다. 뮌헨의 진보적 학생 단체, 말하자면 ‘운동권’인 ‘자유학생연맹’의 초청을 수락했기 때문이었다. 뮌헨대학 사회학 석좌교수, 베버는 높은 명성을 지닌 학자였다. 민주주의를 정치적 이상으로 품고 있었지만 당장 군주제를 전복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에 동참하지 않는 현실주의적 관점을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강당으로 몰려왔다. 정치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버는 단호했다. “여러분의 요청으로 이 강의를 하게 되었지만, 틀림없이 내 강의는 여러분을 여러모로 실망시키게 될 것이다.” 독일어 단어 ‘Beruf’는 ‘소명’과 ‘직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단어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라고 베버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대해 고찰하려면 우선 정치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장, 취미 활동, 심지어 베버 스스로도 언급했다시피 “남편을 영악할 정도로 잘 다루는 부인의 현명한 정책을 두고도 사람들은” 정치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요컨대 사람이 모여서 벌이는 모든 활동은 정치적이다. 베버는 강연의 주제를 한정 지었다. “오늘 우리는 단지 특정의 정치적인 결사체, 오늘날에는 국가를 의미하는 정치적 결사체의 지도력 또는 이를 둘러싼 영향력의 작용에 대해서만 알아보려 한다.” 인간의 정치적 활동 전체가 아니라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만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국가가 지닌 특별한 성격 때문이다. 베버의 설명을 들어 보자.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다른 모든 정치적 결사체들과 마찬가지로 근대국가란, 국가만이 하는 고유 업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수단을 준거로 정의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수단이란 곧 물리적 폭력·강권력(Gewaltsamkeit)이다. (중략) 왜냐하면 근대에 와서, 국가 이외의 다른 모든 조직체나 개인은 오로지 국가가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물리적 폭력·강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폭력·강권력을 사용할 ‘권리’(Rechts)의 유일한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베버, 정치적 본질에 대한 통찰 쉽게 풀어 보자. 국가에서 벌어지는 정치나 동네 배드민턴 모임에서 벌어지는 정치나 본질은 같다. 갈등을 조절하고 공통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전혀 다르다. 회비를 내지 않는 회원은 클럽 출입 자격을 제한당하고 쫓겨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폭력이 동원되지는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반면 국민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국가는 공권력을 동원해 재산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강제 징수를 한다. 미국처럼 국세청의 권한이 막강한 나라는 심지어 직접 무장한 인원을 동원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것이 국가의 정치를 다른 집단의 정치와 구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다. 국가는 군대나 경찰 등의 무장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근대 이전에는 국가 말고도 다른 무장집단이 존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근대국가는 자신의 영토 내에서 국가 외의 다른 어떤 조직된 폭력도 허용하지 않는다.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하는 사설 경비 업체의 역할이 경찰에 비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는 폭력을 독점한다. 그렇다면 권력을 지닌 자가 누군가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엉뚱한 사람을 잡아 가두고 고문해 거짓 증언을 받아낸 후 감옥에 보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일을 막기 위해 근대국가는 국가가 독점한 폭력의 행사를 규제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이 존재하는 것은 그래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국가의 폭력에 대한 법적 통제가 비교적 잘 작동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 본질에 대한 베버의 통찰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겉모습이 어찌 됐건 국가는 폭력을 독점한 기구다. 정치는 그 폭력의 통제권을 둘러싼 다툼이다. 그러므로 정치를 직업이자 소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차원의 윤리가 요구된다. 신념윤리를 넘어 책임윤리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야당 참패하면 여당 독주 견제 못 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가르는 기준은 분명하다. ‘결과’다. 신념윤리는 행위자의 의도를 결과보다 중시하는 것이다. 반대로 책임윤리는 행위자의 의도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쁘다면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는 비판까지 가능해진다. 물론 베버가 말했듯 “신념 윤리는 무책임과, 책임 윤리는 무신념과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정치를 소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책임윤리에 따라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의 방향이 바뀐다. 국회의원 선거로 국회의 구성이 달라지면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법체계가 순식간에 뒤흔들릴 수 있다. 정치를 소명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로 임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과 과반 의석을 보유한 상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구도가 바뀔 수는 없지만, 야당이 참패한다면 민주당의 독단적 국정 운영과 입법 폭주는 한층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가령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이전과 대학원 설치 법안을 떠올려 보자. 예술학교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야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정치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는 장 대표의 말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대로면 결과가 뻔한데 ‘지방선거 후에 평가받겠다’며 버티는 건 정치인의 책임윤리가 아니다. 베버를 초청한 운동권 학생들을 연상시키는 철없는 신념윤리일 뿐이다. 장동혁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소명을 다하는 일은 당대표라는 직책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법왜곡죄 시행, 법관 양심이 아닌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 우려”[최광숙의 Inside]

    “법왜곡죄 시행, 법관 양심이 아닌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 우려”[최광숙의 Inside]

    ‘사법 3법’ 정상적 작동할지 의문법원·헌재의 협조 없이는 어려워국회·정부·법조계 추후 숙의 필요‘법을 왜곡해 적용’ 행위 기준 모호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어긋나법관 자기검열로 사법소극주의도재판소원법 ‘소송 지옥’ 막으려면 엄격한 제소요건 등 제도 설계를대법·헌재 논쟁 해결 방안 될 수도위헌성과 법치 훼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사법 3법’을 의결했다. 법리왜곡을 이유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법(4심제),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 등에 대해 법조계 등 각계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만난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여당의 주관적 법이념이 반영된 사법 3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국회·정부·법조계가 추후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송 지옥’ 등을 막으려면 재판소원 제소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했나.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의 협의를 거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도 실리도 없었다고 봤다.” -사법 3법 통과가 법원에 미칠 영향은. “가뜩이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법 3법의 일방적인 통과로 법원은 극도의 무기력증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사법 3법 시행이 가져올 파장은. “과식하면 배탈이 나듯이 상식에 어긋난 법을 만들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법 해석과 적용을 놓고 혼란이 생길 뿐 아니라 현 여당이 영원히 의회 다수파로 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숙의 과정을 거쳐서 법이 만들어져야 생명력이 생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이 달라진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사법 3법 시행으로 삼권분립이 무너졌다.” ●사법 3법 시행으로 삼권분립 무너져 -사법 3법은 지속 가능한 법이 아니라고 했는데. “여당은 주관적 법이념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에서는 계엄으로 ‘민주’가 사라져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지 못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헌법 제1조 제1항)인데 ‘민주’만 주장하다 함께하는 ‘공화’를 놓치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균형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법 시행에 문제는 없나. “아무리 사법 3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 협조 없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 법조계가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률은 만들어졌어도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법안 내용과 별개로 절차적 문제도 있었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건데, 사법 3법의 처리 과정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첫째, 여야 간 숙의 과정 없이 다수파가 강행했다. 둘째, 법안 상정 및 처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해 놓은 입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법사위에서 다수파가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본회의 직전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셋째, 3권 분립의 한 축이자 법률 적용의 직접 당사자인 사법부와의 진지한 대화조차 없었다.” ●민주주의 핵심인 절차적 정당성 훼손 -사법 3법 중 가장 우려되는 법안은. “법왜곡죄(형법 개정)다. 80년에 이르는 한국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법이다.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행위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문명국가에서는 정당화되기 어려운 법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양심은 직업으로서의 법관이 가지는 객관적 양심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관이 법왜곡죄를 신경쓰다가 주관적인 자기 검열을 초래할 경우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 -법관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인데. “법관은 법 해석 및 적용 외에 법창조적 기능이 있는데, 법왜곡죄로 처벌하면 창조적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워 사법소극주의에 빠질 수 있다. 새로운 판결이 나오기 어렵고, 사법 발전도 이뤄질 수 없다. ” -판검사의 법왜곡 여부를 경찰이 수사하게 될 경우, 경찰 수사 결과의 법왜곡 여부는 과연 누가 판단할 것인가. 결국 판결을 둘러싼 무한 검증으로 혼선만 일으키지 않을까. “헌법상 적법 절차에 따라 이 경우에도 검사의 기소에 의해 법관이 재판하게 된다. 법왜곡죄에 대한 법리 적용 과정에서 수사기관, 기소기관, 재판기관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법왜곡죄가 재판에 미칠 파장은. “특정 사건에 대한 법왜곡죄 적용 여부로 사회적 논란이 초래될 경우, 그 재판은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이 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혼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법왜곡죄, 사회적 갈등과 혼란 불 보듯 -독일도 법왜곡죄를 도입했다는데. “독일의 경우 히틀러의 나치가 법률가들에게 법왜곡을 강요했다. 나치 몰락 이후 ‘나치에 협력한 법률가들’에 대한 사법적 재단이 이루어졌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법왜곡죄가 적용됐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재판소원법에 대해 대법원은 반대하는데. “기존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번에 ‘법원의 재판’까지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 대법원의 반발을 불렀다. 같은 최고재판기관인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에서 다시 심판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논란이다.” -대법원과 헌재 간 해묵은 논쟁이 발단이 된 건가. “그동안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했지만, 현실적으로 위헌과 합헌 중간에 해당하는 ‘변형결정’(헌법불합치·일부위헌·한정위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도 법원은 합헌이라는 전제하에 재판을 했기 때문에 두 기관 간 갈등이 생겼다. 이번에 도입된 재판소원은 헌법소원 대상에 대한 대법원과 헌재 간 오랜 논쟁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소원 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3심’ 대신 실질적인 ‘4심’제를 도입해 국민들이 ‘소송 지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소원을 인정해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재판소원이 4심제, 소송 지옥이 될지 아니면 헌법심이 될지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인용률이 1%에 불과한 독일·스페인의 재판소원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소원을 허용하려면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대법원의 모든 판결이 아니라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재판’에 한해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다른 문제는 충분한 숙의를 통해 결정하면 될 것이다.”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면 이 대통령이 임기 중 대법관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중립성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원의 사건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법관뿐 아니라 하급심 법원에도 법관의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떻게 증원할 것인가는 논쟁적이다. 현 대통령 재임 중 대법관 대폭 증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법, 정치의 예속물 전락 안 돼 -사법 3법으로 정치권의 영향력이 커져 ‘사법의 정치화’ 현상을 더 강화·고착시키지 않을까. “정치권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각종 권한쟁의와 헌법소원을 내면서 헌재의 판결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 앞으로 재판소원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정치적 사건들이 몰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대법관 증원으로 인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정성,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위직 법률가들은 지사적 모습은 아니더라도 민주법치국가 정신을 구현하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모두 정치적 임명 과정을 거치지만 임명된 후에는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명권자의 뜻을 존중하는 한 사법은 정치의 예속물 내지 부속물로 전락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바라는 균형추를 가진 ‘디케의 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가 시급한데. “우선 대법원은 법원의 소송지옥부터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도 재판소원을 담당할 여력이 없는 헌재 역시 구체적 대안 없이 재판소원을 덥석 시행하게 되면 정치권에 부화뇌동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사법이 제도의 실험장이 될 수는 없다. 정치권과 사법부의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 ■성낙인 전 총장은 서울법대 학장과 서울대 제26대 총장을 지낸 헌법학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 및 법관인사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김수환 전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비영리공익법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제5대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헌법학’, ‘언론정보법’, ‘프랑스헌법학’, ‘87년 체제의 종언과 제7공화국’ 등의 저서가 있다. 최광숙 대기자
  •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86세대’는 생애를 통해 적어도 세 번의 계엄을 통과했다. 유년 시절에는 박정희 유신 시대의 계엄령들이 있었다. 집에 찾아온 대학생 어른들의 낮은 수군거림과 불안한 목소리의 톤으로만 간신히 기억할 수 있는 한 시대의 소음은 청각적인 기억에 가깝다. 또렷한 계엄의 이미지를 새기게 해 준 것은 1979·1980년의 계엄이다. 재래식 고등학교 교복을 입는 마지막 세대로서 숨 막히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십대의 모호한 불안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갈증은 어떤 출구도 찾지 못했고, 불투명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1979년 10월의 광화문 거리에서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군중들 사이로 교복을 입은 학생이라면 당연히 애도를 표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그때 광화문에서 느꼈던 날카로운 공기의 감각을 완전하게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그동안의 제도권 교육의 모든 지식이 허위인 것처럼 여겨질 때, 청소년기 계엄의 기억은 무거운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제도권 교육의 언어와 매스컴의 정보들 바깥에 엄청난 세계가 있었다. 무지에 대한 치욕감과 자기혐오가 비장함의 정동(精動)을 만들었다. 1987년 6월,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 앞을 가득 메운 엄청난 인파 속에서 한 시대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자연스러웠다. ‘계엄’이라는 단어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역사적 유물처럼 보였다. 계엄의 핵심이 ‘언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황동규의 시 ‘계엄령 속의 눈’에 나오는 문장들, “아아 병든 말(言)이다/발바닥이 식었다/단순한 남자가 되려고 결심한다”처럼, ‘병든 말’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등장해 내뱉은 말들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어서 초현실적이었다.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같은 낡고 녹슨 언어들이 잊고 있던 계엄의 밤들을 소환하며 ‘농담처럼’ 다시 찾아왔다. 이 장면들이 21세기에 재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포고령 언어들의 폭력성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놀라웠다. 농담 같은 계엄은 ‘5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 기이한 농담을 끝낸 것은 진부한 언어의 발설자가 아니라 일상을 파괴하는 조작된 ‘예외 상태’를 용납하지 않은 시민들, 주권자들이었다. 그 계엄의 밤 바로 다음 아침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떠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주최 측에서 공지한 노벨상 시상식 참석자들의 표준 옷차림은 연미복이었다. 수상자와 왕족이 아닌 일반 참석자들까지 모두 연미복을 입어야 한다는 보수적 규정에 대한 어설픈 반감 때문에 준비를 미루다가, 출국일이 임박해서 간신히 연미복을 대여해 급하게 트렁크를 싸고 있던 그런 개인적인 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밤은 이 모든 개인들의 사소한 순간들에 공동체적 의미를 새겨 넣어 주었다. 계엄 포고령에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믿을 수 없는 조항이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행사를 앞두고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망상적 인지부조화에 가깝다. 국회와 시민들이 계엄을 무력화시킨 그날 아침, 내가 속한 출판 단체(한국출판인회의) 명의의 계엄 규탄 성명을 서둘러 발표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계엄이 내려졌던 나라의 땅에서 육중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의 기이한 착잡함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역설이다.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것처럼,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법질서 자체를 정지시키는 기이한 역설이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다.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법 바깥의 폭력이 동원되는 것은 법이 그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정상’과 ‘예외’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은 독선적인 권력자에게서 나와서는 안 된다.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 권력이 독단적인 의지여서는 안 되며, 그것은 권력의 공백이어야 한다. 불법 계엄을 종식하려는 시민들의 싸움은 86세대가 경험한 무거운 비장함과는 달랐다. 최루탄 연기 자욱한 시야에서 손에 움켜쥔 돌의 광물적 두려움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 다중적인 주체들과 시위의 퍼포먼스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몸짓들은 촛불 시위에서 이미 볼 수 있었다. 창의적이고 발랄한 투쟁에서 빛과 색을 바꾸는 응원봉은 저항의 리듬 자체를 변화시켰다. 촛불의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인 빛과는 달리 LED 응원봉은 다른 전자적인 유동성과 리듬을 가진다.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적 레퍼토리와 집단적 표현 방식은 다른 정치적 신체와 언어를 생성한다. 정치와 취향, 놀이와 저항의 경계를 허무는 퍼포먼스는 새로운 시민성의 탄생을 보여 준다. 혁명은 거대한 명분과 이야기와 정치인들의 입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저 다른 언어들, 몸짓들, 스타일들, 리듬들, 그리고 ‘그냥 익숙하게 살던 대로 사는 것’을 거절하는 것. 저 새로운 빛들의 리듬 앞에서 계엄의 밤들은 흩어져 버린다. 세대적 간격에 대한 질투가 아닌 척하면서, 나는 저 빛들의 잔광 속에서 눈을 한번 떠 본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데스크 시각] 시민이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집

    [데스크 시각] 시민이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집

    12·3 비상계엄은 정도는 다를지언정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안겼다. 계엄의 밤에 엄습했던 공포와 당혹감은 지금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수십년간 피와 눈물로 지켜 왔던 민주주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행위는 흡사 12년 전 TV를 통해 전 국민이 생떼같은 아이들을 눈앞에서 떠나보냈던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맞먹었다.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이 당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했던 까닭이다. 1심 판결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대를 보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12·3 계엄이 내란임을 못박았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국회 침탈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계엄은 ‘국헌 문란 목적’과 ‘폭동’ 요건을 충족하는 내란 행위라는 뜻이었다. 이에 “국회의 권한이나 행정·사법의 본질적인 기능을 침해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경우 국헌 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앞으로 상급심이 계속되겠지만 경천동지할 새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해당 논리 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1심 선고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다만 재판부는 계엄 선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섣불리 사법 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절차적 요건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의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거론했다. 헌법 77조상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권 행사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법은 계엄을 전시·사변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허용하며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통고, 국회의 해제 요구에 대한 구속력을 명시하고 있다. 계엄 선포 당시 우리가 전시 상황이었던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폐쇄회로(CC)TV 화면 등으로 회의가 부실하게 열렸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나. 심지어 계엄 해제 뒤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벌어졌고, 이는 일부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이러한 객관적·실체적 증거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점은 재판부의 책임 방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내란죄의 중요 구성 요소는 헌법 질서의 파괴다. 대한민국 형법은 내란에 대해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87조), 헌법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91조)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일반적인 형사재판의 무게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계엄의 실패 원인을 “국회 봉쇄 계획에 중대한 착오가 있었다”는 식의 ‘준비 미비’로 국한했다. 사태를 막아낸 것은 한겨울밤 국회 담장을 넘고 민주주의의 전당을 지켰던 시민들의 항거와 일부 군경의 불복종 행위 덕분이었다는 점은 누락됐다. 대신 허술한 계엄 준비는 유리한 양형 요인으로 반영됐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는 형사법의 대원칙이지만, 이는 피고인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판결해야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법원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배신적 쿠데타”(한덕수 전 국무총리 1심 재판부)만큼의 무게감을 짊어지지 않는 재판부를 어떻게 존중할 수 있겠는가.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는 내란은 사법부에 의해 끝내 단죄받는다는 점과 함께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동시에 일깨워 줬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새 집이 아닌 끊임없이 보수해야 하는 오래된 집에 가깝다. 집을 수리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려는 ‘헌법적 애국주의’(위르겐 하버마스)로 무장한 시민들의 몫이다. 이두걸 사회1부장
  • “국회 마비 시도가 내란”… 윤석열 무기징역

    “국회 마비 시도가 내란”… 윤석열 무기징역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 사건 핵심”尹측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굴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내란 우두머리 재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43일 만에 윤 전 대통령을 단죄하면서 법정 공방의 일차적인 매듭이 지어졌다. 재판부는 “비록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행정 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 행위라는 점을 못박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이날 오후 3시 417호 대법정에서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 및 폭동 행위가 모두 인정된다”면서 윤 전 대통령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도 인정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주도적으로 비상계엄을 준비한 인물로 지목된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내란 공범들 중 가장 무거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국가긴급권의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국회로 군대를 투입한 행위에 대해 “형법상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의 의미엔 국가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내란 행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권력의 또 다른 축인 입법이나 사법의 권능은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라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 행사를 했다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할지라도 이를 통해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헌법이 정한 권한 밖의 행위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국헌문란의 내란 행위가 될 수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국가 위기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바로잡고자 한 것은 동기나 명분에 불과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병력 출동 및 국회봉쇄 시도에 나아간 잘못을 저지른 건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꾸짖기도 했다.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논리를 정면에서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과정에서 고대 로마와 중세시대, 근대 영국에 이르기까지 내란죄의 연혁을 두루 짚고,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내란 범죄 유사 사례를 찾아봤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내란죄 성립 여부’를 설명하면서 1649년 잉글랜드 왕 찰스 1세 사례를 들었다. 지 부장판사는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은 왕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주권을 침해한 것이 돼 반역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당시 찰스 1세는 과세를 두고 의회와 갈등을 빚자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진입해 의회를 강제 해산한 인물로, 이후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됐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내린 계엄의 사무를 맡거나 지원했다고 해서 내란으로 보는 것은 망상이고 소설”이라는 주장을 역사적 논거를 들어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또 본격적인 선고에 앞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범위 및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개시 권한 여부 등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적 논란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봤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관련 범죄로서 검찰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인정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배포하고 “사법부가 선동된 여론과 정적을 숙청하려는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장관 측은 판결에 불복해 이날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내란 특검 측도 “재판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면서 “의미 있는 판결이었지만 사실 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 ‘내란 중요임무 종사’ 한덕수 징역 23년…법정구속

    ‘내란 중요임무 종사’ 한덕수 징역 23년…법정구속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정부 국무위원 가운데 첫 유죄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21일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내란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등에 대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12·3 내란’으로 명명하고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경제·정치적 충격을 초래한 친위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한 전 총리를 향해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국무총리로서 12·3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 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공모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한 전 총리는 애초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범행의 방조범으로 기소됐으나,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특검이 공소장을 변경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재판부는 선고 후 별도 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한 전 총리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을 결정했다. 전직 국무총리가 법정에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 전 총리는 구속 전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이진관 재판장의 말에 “재판장의 결정에 겸허하게 따르겠다”라고 답했다.
  • 하남시의회, 2026년 신년사 발표…“시민 중심 의정 강화”

    하남시의회, 2026년 신년사 발표…“시민 중심 의정 강화”

    하남시의회(의장 금광연)는 29일 2026년 병오년(丙午年) 신년사를 통해 새해 의정 방향과 핵심 과제를 밝혔다. 금광연 의장은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의회는 시민의 민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며 “2026년 하남시의회는 ‘시민과 동행하는 품격 있는 의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본과 본질에 충실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 의장은 2026년 의정 철학으로 ‘근본이즘(Returning to the Fundamentals)’을 제시하며, “작은 민원 하나도 끝까지 책임지는 성실함, 예산 집행의 엄정함, 투명한 의사결정과 충분한 민주적 숙의가 지켜질 때 시민 신뢰가 회복된다”고 밝혔다. 이어 “화려한 구호보다 절차를, 속도보다 숙의를, 성과보다 시민의 삶을 우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요 현안으로는 미사경정공원 반환 문제를 언급했다. 금 의장은 “미사경정공원 반환은 단순한 토지 문제가 아닌 시민의 공간 주권과 정당한 도시 성장권 회복의 문제”라며, “2026년에는 정부와 관계기관 간 공식 협의 테이블 구성, 반환 타당성 검증 연구, 반환 이후 활용 방안 공론화를 통해 국가 정책 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금 의장은 “지방의회법 제정은 권한 확대가 아니라 시민 앞에 책임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국회와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를 강화하고 의회 내부 혁신을 통해 시민 가까이에서 제대로 일하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금광연 의장은 신년사를 마무리하며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을 언급하고,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는 시 구절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속도는 달라도 하남의 변화는 시민 모두의 걸음이 모여 완성된다”며 “2026년에도 하남시의회는 시민과 함께, 시민 가까이에서 기본과 책임에 충실한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금광연 하남시의회 의장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33만 하남시민 여러분, 희망의 기운이 차오르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시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하남시의회는 ‘시민과 동행하는 품격 있는 의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시민 한 분, 한 분의 의견과 삶의 현장이 있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지역 현안이 복잡해질수록, 의회는 시민의 민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한 해였습니다. 33만 하남시민이 정책의 출발점이자 최종 결정자가 되고, 의정의 기준이 되며, 나아가 결과로 평가하는 ‘일하는 의회’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신 동료 의원님과 의회사무국 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로운 2026년은 또 다른 변화와 도전의 시기입니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사회구조와 도시의 기능 또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2026년을 전망하는 중요한 시대정신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근본이즘(Returning to the Fundamentals)’, 이는 하남시의회의 2026년 의정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먼저, 2026년 하남시의회는 ‘근본이즘’의 가치를 의정활동의 중심에 두겠습니다. 근본이즘이 말하는 ‘본질로의 회귀’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본이 단단해야 미래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작은 민원 하나도 끝까지 챙기는 성실함, 예산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엄정함,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시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책임감,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절차적 민주주의 실천—이러한 기본이 지켜질 때 비로소 정책도 힘을 갖고, 시민 신뢰도 다시 회복됩니다. 하남시의회는 화려한 구호보다 절차를, 속도보다 민주적 숙의를, 성과보다 시민의 삶을 우선하겠습니다. 현재 하남이 직면한 현안들은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습니다. 인구급증에 따른 도시성장의 속도는 빠른데 교통‧교육‧복지‧문화 인프라는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청년‧노년‧장애인‧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 촘촘한 보호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근본이즘의 가치가 더욱 필요합니다. 하남시의회는 예산의 구조, 정책의 우선순위, 의정의 절차, 행정의 집행방식—모든 문제의 본질을 다시 기본부터 점검하겠습니다. 둘째, 시민의 기본 권리 회복을 향한 역사적 과제인 ‘미사경정공원 반환’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겠습니다. 지난해 큰 성과가 있었던 미사경정공원 반환 문제는 단순한 토지 반환이 아니라 시민의 공간 주권 회복과 정당한 도시 성장권 확보의 문제입니다. 본래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으나 수십 년 동안 시민의 곁을 떠나 있었고,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넓은 면적이 도시 균형 발전과 생활권 확장에 걸림돌로 남아 있었습니다. 2025년 하남시의회는 시민단체와 함께‘미사경정공원 반환 범시민 추진위원회’ 발족을 주도했고, 시민 서명운동 확산, 관련 기관과의 공식 협의 요청, 전문가 정책포럼 개최 등 반환의 제도화와 정치적 의제화에 성공했습니다. 이 과제는 이미 단순한 요구 수준을 넘어 하남의 미래 경쟁력과 도시 자립을 위한 필수 정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6년, 하남시의회는 정부‧국민체육진흥공단‧지자체 간 협의 테이블 공식화, 반환 타당성 검증 연구 착수, 반환 이후 활용 청사진 수립 및 공론화를 추진하여 반환 요구가 공식 정책 의제로 채택되도록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시민의 땅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의회는 끝까지 책임지고 싸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의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해 진정한 자치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독립된 권한과 제도적 기반 없이 행정에 종속된 구조 안에서 제한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권한을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책임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요구입니다. 2025년 하남시의회는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전국 지방의회와 공동 목소리를 만들어냈고, 의회 인사권‧예산권‧정책지원 체계 정립과 같은 실질적 의정역량 강화를 위한 논의를 선도해 왔습니다. 2026년에는 국회와 행정안전부와의 정책 협의를 강화하고, 의회의 정책 역량을 높이기 위한 내부 개혁을 추진하여, 시민 가까이에 있는 의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스스로 책임지는 의회가 될 때 비로소 시민 앞에서 더 당당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변화는 때로 두렵고, 때로 불확실하지만, 시민과 함께하면 반드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26년 하남시의회는 시민과 함께, 시민과 가까이에서, 시민의 삶을 지키는 의회가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을 만나고, 더 깊은 시선으로 지역 현안을 들여다보며, 더 단단한 기본 위에서 하남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반칠환 시인은 ‘새해 첫 기적’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새해 아침, 시민 여러분의 삶에도 각자의 속도와 걸음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작지만 따뜻한 기적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하남시의회는 33만 하남시민과 손을 맞잡고 희망과 책임의 길을 힘차게 열어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6년 1월 1일 새해 아침 하남시의회 의장 금광연
  • 특검, ‘내란 방조’ 한덕수에 징역 15년 구형…“범행 가담·엄벌 필요”

    특검, ‘내란 방조’ 한덕수에 징역 15년 구형…“범행 가담·엄벌 필요”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와 국민에 대한 피해가 막대하고, 사후 부서를 통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시도한 점,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사법 방해 성격의 범죄를 추가로 저지른 점,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개전의 정이 없는 점이 양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이 손상됐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늠하기도 어렵다”며 “본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앞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를 내년 1월 21일 혹은 28일에 하겠다고 알렸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1심 판단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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