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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낙인 칼럼] 극단적 분열 정치는 안 된다

    [성낙인 칼럼] 극단적 분열 정치는 안 된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적 분열을 끌어들인다. 이 와중에 정치지도자의 위기는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로마 황제보다 더 강력하기에 ‘선출된 군주’(elected monarch)로 일컫는 미국 대통령도 그리 존경받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게 거칠고 변동이 심해서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런데 세계 경제 수도인 뉴욕시장에 2025년 약관 34세의 민주사회주의자 만다니가 등장했다. 우간다 태생인 그는 민주당 안에서도 가장 좌파적이다. 보건·의료·식품·교통·주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의 일상에 공공정책을 접목한다.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미국에서 사회주의적 정책을 구현한다. 준재벌 트럼프와 아프리카 이민자의 후손인 만다니는 서로 접점을 찾기 어렵다. 차기 대통령선거 진출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주의의 고향이라는 영국은 총리가 지난 10년간 6번이나 교체되어 정치 불안정이 계속된다. 역대 최장수 국왕인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후 왕실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 백색 인종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1980년생 인도계 수낙 총리는 2년 만에 사임했고, 후임 스타머 총리도 2년 만에 물러났다. 2026년 노동당 출신의 버넘이 제81대 총리로 취임했다. 31세에 하원의원으로 입성한 이후 맨체스터 시장을 거쳐 총리가 된 그는 노동당 출신답게 진보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에 전통의 보수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프랑스는 드골의 ‘위대한 프랑스’라는 구호 아래 의원내각제의 병폐를 시정하고자 1958년 제5공화국이 탄생하였다. 2000년 헌법개정으로 5년 중임의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집권 정당이 소수파로 전락해 의회 불신임에 따라 잦은 총리 교체로 정권이 불안정하다. 파리시장은 뉴욕시장이나 서울시장처럼 야당이 계속 장악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1989년 흡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독일도 숄츠 총리가 별다른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에 따른 에너지 파동으로 경제적 불안정에 허덕이고 있다. 20세기 말 러시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인민민주주의는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공산주의 종주국 러시아는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인민민주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우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정치적 불안정과 최고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위기는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 또한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에 봉착한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두 번이나 탄핵으로 파면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장기 집권의 폐해를 시정하려는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 10년 주기로 대선 때마다 정권이 교체된다. 그만큼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징표다. 게다가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되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동시 지방선거에서 여야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정치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불안정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밑자락을 깔아 준다. 미국에서 마가(MAGA)로 상징되는 가장 보수적인 대통령과 그에 적대적인 가장 진보적인 뉴욕시장이 공존하는 현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프랑스도 온건 보수와 중도 진보 사이에 이어지던 정권교체가 최근에는 2차례에 걸쳐 진보 후보는 사라지고 극우파가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그나마 그동안 작동하던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의 경쟁 틀이 깨져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극단주의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거친 행태가 자칫 극단 세력에게 밑자락을 깔아 주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가 경쟁해야 국가의 안정을 구축할 수 있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 종신형 마약왕, 10년도 안 돼 풀려났다…86세 ‘황금삼각지대 거물’에 태국 발칵 [여기는 동남아]

    종신형 마약왕, 10년도 안 돼 풀려났다…86세 ‘황금삼각지대 거물’에 태국 발칵 [여기는 동남아]

    한때 태국을 주름잡던 마약왕이 종신형을 선고받고도 10년이 채 안 돼 풀려났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왕실 사면으로 교도소 문을 나선 그의 ‘금의환향’에 태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결국 법무장관이 사면 제도 자체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24일 방콕포스트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태국의 악명 높은 마약 거물 라오타 샌리(86)가 지난 15일 방콕 북부의 방쾅 중앙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수티다 왕비의 6월 3일 48세 생일을 기념해 내려진 왕실 사면령에 따른 것으로, 여러 차례의 사면이 누적되면서 그의 종신형은 실제 복역 기간인 10년 미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공 게릴라에서 ‘황금삼각지대’ 마약왕으로라오타 샌리는 태국 마약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본래 반공 게릴라 출신으로, 치앙마이주 매아이군 타톤의 전직 ‘깜난’(한국의 면장 격)이자 마을 이장을 지낸 지역 유지이기도 했다. 이후 미얀마의 거물 마약왕들과 손잡은 마약 밀매업자로 변신했다. 태국 언론은 오랫동안 그를 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의 마약 산지 ‘황금삼각지대’(골든 트라이앵글)를 주름잡은 미얀마의 ‘아편왕’ 쿤사의 조직과 연결된 것으로 보도해 왔다. 이 험준한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 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서 조직범죄 집단들이 헤로인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케타민 등을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로 유통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라오타는 2016년 이 황금삼각지대에서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로 잠복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 이후 종신형을 선고받고 방쾅 교도소에 수감됐다. “고령·모범수감” 조기 석방…“마약왕이 어떻게 모범수인가” 공분태국 교정 당국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라오타가 고령과 모범적 수감 태도를 이유로 풀려났으며, 출소 후 지역 당국이 그를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그를 ‘전직 주요 마약사범’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오히려 국민적 공분에 불을 붙였다. 종신형을 받은 마약 거물이 10년도 채우지 않고 풀려난 데다, 그를 ‘모범수’로 분류한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레왓 클린께손 전 마약경찰청장은 “그는 주요 마약 거래상이므로 모범수로 분류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라오타가 고향인 치앙마이주 매아이군 자택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전통 ‘손목 묶기’ 의식으로 환대받는 장면이 방송에 잡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액운을 쫓고 복을 비는 이 북부 전통 의식 속에서 마약 거물이 고향의 축복을 받는 모습에 여론이 들끓은 것이다. 종신형이 어떻게 10년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불거졌고, 비판론자들은 태국 사법 체계의 공정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법무장관 “사면 기준 재검토”…진화 나선 정부논란이 커지자 태국 법무장관은 지난 18일 사면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마약 거물의 조기 석방이 불러온 후폭풍에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셈이다. 태국은 입헌군주국으로, 사면에 관한 최종 권한은 국왕에게 있다. 왕실 사면은 왕비의 생일 등 왕실 주요 경축일을 계기로 정기적으로 이뤄지며, 이번처럼 수형자의 나이와 복역 기간, 수감 태도 등을 고려해 대규모로 형을 감면하거나 석방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그 기준과 운용을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 ‘낙동강 카드뮴 오염’ 석포제련소… 장형진 영풍 고문 재수사, 서울경찰청 광수단 이송

    ‘낙동강 카드뮴 오염’ 석포제련소… 장형진 영풍 고문 재수사, 서울경찰청 광수단 이송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카드뮴 오염 의혹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발당한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광수단)의 집중수사 대상으로 전환됐다. 수사 심의 절차에서 추가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장 고문이 201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회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지난 11일, 장 고문의 환경범죄단속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각각 ‘재수사 지시’를 결정했다. 수심위는 특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집중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수단으로 이송하도록 했다. 앞서 서울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장 고문에 대한 직접 소환 조사 없이 각하 취지의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장 고문이 대표이사 사임 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증거 부족 △재직 당시 혐의의 공소시효 완성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들의 무죄 확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석포제련소 봉화군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피고발인 조사조차 없이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이들은 석포제련소의 오염 문제가 과거 일회성 사건이 아닌 폐기물 매립,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 의무 불이행 등이 지속된 ‘계속범’ 성격을 띤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심위의 재수사 지시로 경찰의 일차적 불송치 결정은 사실상 뒤집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고발인 측이 제기한 수사 미진 주장을 수심위가 받아들여 뒤늦게나마 수사상 허점이 바로잡힌 결과”라고 평가했다. 광수단이 착수할 재수사의 핵심은 장 고문의 공식 직함 유무가 아닌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 고문은 현재 영풍의 ‘고문’ 직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영풍의 동일인(총수)으로 등록되어 있다. 광수단은 장 고문이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및 정화 관련 사안을 어떤 경로로 보고받았는지, 그리고 관련 투자 및 대응 방침 결정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집중 검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석포제련소의 오염 사실 자체는 법적으로 엄중하게 다뤄진 바 있다. 2021년 환경부 조사 결과 제련소 인근 하천수에서 기준치의 최대 4,577배, 지하수에서는 최대 33만 2,650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에 환경부는 28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영풍이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카드뮴의 낙동강 유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해당 건은 현재 영풍 측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오염 유출 혐의로 기소됐던 영풍의 전·현직 임직원 7명이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음에 따라, 광수단의 수사는 오염 사실 입증보다는 장 고문의 개입과 지배력 여부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풍을 둘러싼 환경정화비용 회계처리 기준 위반 논란도 재수사 국면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6월,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토양정화 관련 충당부채를 미계상 및 과소계상하고 조업정지에 따른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7월에는 영풍 법인에 약 204억 원의 과징금과 함께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는 회계 위반 행위 중 가장 무거운 ‘고의’ 단계에서 내려지는 제재다. 영풍은 이에 불복해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과징금 등의 집행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 일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되어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김상연 칼럼] 22년 전에 본 유시민

    [김상연 칼럼] 22년 전에 본 유시민

    2004년의 어느 날로 기억한다. 총선에서 압승해 기세등등하던 열린우리당의 의원총회가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렸다. 시작 전 국민의례를 위해 의원들이 모두 기립했다. 그런데 음향장치에 잠시 문제가 생겼는지 애국가 반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다들 하릴없이 서있는데 누군가 “그냥, 부르지 맙시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유시민 의원이었다. 웃으면서 농담조로 한 말이었지만, ‘저런 민감한 얘기를 거침없이 하는 정치인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지만, 유시민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의 거침없음은 22년 전보다 더 거침이 없어졌다. 얼마 전 그는 “욕 먹을 일은 밑에 사람을 시키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기가 하는 마키아벨리식으로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했다. 제3자가 들어도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원색적이다. 유시민이 왜 이렇게까지 신랄하게 대통령을 비판하는지가 요즘 ‘정치 호사가’들의 대화 주제다. 조국 전 장관을 차기 대선주자로 미는 포석이라거나 친문의 부활을 노린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딱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현실 정치인이 아닌 유시민에게 돌아올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반박이 불가능한 분석은,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유시민은 옳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반드시 내뱉어야 하는 유형이다. 그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내가 대통령이면 하야한다”고 극언을 했다. 그의 거침없음은 일관성이 있다. 이런 스타일은 마키아벨리식 교언영색이 난무하는 정치판에 맞지 않는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때로 하고 싶은 말도 참아야 하고, 마음에 없는 말도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시민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당부한 진의도 그의 부족한 ‘다테마에’를 간파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혼네’를 감추지 못하는 유시민은 결국 이른 나이인 50대 중반에 정계은퇴를 선언한다. 그리고 현재 그는 스스로를 비평가라고 부른다. 말하고 싶은 걸 기어이 말해야 하는 그의 기질과 딱 맞는 직업을 마침내 찾은 것이다. 지금 그의 비평은 아주 날카로워서 땅에 던지면 쇳소리가 날 정도다. 유시민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까지 말했다. 친명에게는 아픈 말이다. 야당 인사 중에는 유시민발 더불어민주당 내전을 부러워하는 기색도 있다. 자기들은 맨날 찬탄이니 반탄이니 하며 고루한 노선 다툼에 허우적대는데, 민주당은 ABC론, 증축·재건축론, 마키아벨리 군주론 등으로 싸우니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유시민식 비평이 정쟁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높였다고 할 수도 있다. 유시민은 도덕적으로 구설에 오른 적도 거의 없다. 그는 현역 의원 시절 첫 해외 출장을 갈 때 인터넷에 ‘출장 신고’ 글을 올릴 만큼 결벽증을 보였다. 과거 김홍신 전 의원은 “남을 비판하는 저격수는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날 만큼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비평가로서 존경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유시민은 2018년 비트코인에 대해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그 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현물 ETF의 상장을 승인하는 등 비트코인은 제도권에 진입했다. 그런데도 그는 “더 많은 사람이 도박을 한다고 해서 도박이 훌륭한 일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믿고 비트코인을 사지 않아 재산 증식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그런 변명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했던 유시민식 화법을 빌리자면, 비평가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비평가는 남을 비판하는 운명 때문에 갈수록 적을 많이 만들게 된다. 그걸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서도 추상같이 비평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군이 속절없이 줄어든다. 어떤 영상을 보니, 유시민이 낚시터에서 찻잔을 들고 먼 산을 바라보며 “좋다~”라고 탄성을 터뜨린다. 그런데 어딘가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물론 주관적인 느낌이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추미애 “경기북동부 대한민국 내일 여는 기회의 땅”

    추미애 “경기북동부 대한민국 내일 여는 기회의 땅”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북동부를 첨단산업과 에너지, 교통 인프라가 결합된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미군 반환공여지와 군 유휴부지를 활용한 첨단산업 육성부터 태양광·기후테크, 반도체 산업 기반시설 확충, 도민 참여형 개발까지 경기북동부의 대전환을 위한 과감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11일 취임 후 두 번째로 북부청사(의정부시)를 찾아 건설국·건설본부·철도항만물류국·교통국으로부터 주요 현안 업무를 보고받았다. 앞으로 한 달에 두세 차례 북부청사에 출근해 경기북부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추 지사는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께서 미군 반환공여지 개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주셨다”며 “미군 반환공여지와 군 유휴부지를 활용해 첨단산업 발전과 태양광·기후테크를 통한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북동부는 기회의 땅”이라며 “‘경기북동부 대전환’을 추미애가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기북동부를 대한민국의 내일을 개척하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새로운 초격차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경기북동부가 주역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북부청사의 의미도 강조했다. 추 지사는 “북부청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련한 곳”이라며 “북부청사에서 자주 근무하면서 경기동북부의 대전환을 촉진해보겠다”고 말했다. 수원 광교 청사에 대해서는 “개혁군주 정조대왕이 당시 신도시로 건설한 곳에 터를 잡았다”며 “균형발전과 개혁 정신의 기상이 경기도의 리더에게 흐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첫 북부청사 방문 당시에는 “북부청사가 광교 청사보다 여유가 있어 보이고 인간적이어서 훨씬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 지사는 경기북부 현안과 함께 경기도 전체의 산업·교통 인프라 혁신도 주문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관련해서는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되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 반도체 산단 도로 인프라에는 8개 노선, 총 39.79㎞에 걸쳐 도비 6034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추 지사는 “이 모든 지원은 반도체 기업이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과 지역 환경 문제에 온전한 책임을 다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경기도의 투자와 노력이 낡은 지방세제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용인 반도체 산단 방류수 문제와 관련해 SK하이닉스에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추 지사는 “기업은 도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수 재이용률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기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분야에서는 도로와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방식의 행정 혁신을 주문했다. 추 지사는 “반도체 산단 도로를 구축할 때 지하 전력망을 동시에 매설하면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할 수 있다”며 한국전력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도로 사면과 하천 저류지를 활용한 태양광 에너지 생산 거점 조성도 제시했다. 도민 지분 참여형 민자고속도로 건설과 가칭 ‘경기미래투자공사’를 통한 도민 투자·배당 방안도 적극 검토하도록 했다. 추 지사는 “행정 혁신의 핵심 요소는 바로 도민 참여”라며 “과감한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기도정의 분위기를 내가 먼저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 수도권 최전선 유의동, 국민의힘 ‘주류 감성’ 바꿀까 [주간 여의도 Who]

    수도권 최전선 유의동, 국민의힘 ‘주류 감성’ 바꿀까 [주간 여의도 Who]

    매주 [주간 여의도 Who?]가 온라인을 통해 독자를 찾아갑니다. 서울신문 정당팀이 ‘주간 여의도 인물’을 선정해 탐구합니다. 지난 일주일 국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정치인의 말과 움직임을 다각도로 포착해 분석합니다. 2026년 6월 4일 0시 40분. 경기 평택을 재선거 개표율이 44%를 넘긴 순간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1위로 올라섰다. 총선마다 참패해 수도권이 모조리 험지가 된 국민의힘에서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승리다. 국민의힘에서 귀하디귀한 수도권 4선으로 22대 국회에 복귀한 유의동 의원의 생환은 ‘1석 추가’ 의미 그 이상이라고 평가받는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평택을 재선거는 마땅한 지역구를 찾지 못한 정치인들이 앞다퉈 도전장을 냈다. 유 의원과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의 5파전이 펼쳐졌다. 평택에서 나고 자라 평택에서 정치를 시작한 유 의원은 ‘평생을 평택에서’로 선거를 치렀다. 유일한 지역 정치인이라는 강점도 있었지만 후보가 난립한 다자구도 속에서 정확한 틈을 본 그의 전략이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평택을은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고덕 신도시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복합적으로 구성돼 선거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거센 야권 심판론도,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픽)이나 전국구 대선 주자의 명성도 여의도에서 착실하게 성장해 온 유 의원의 ‘선거 실력’을 이기지 못했다. 개혁보수 노선을 함께 해온 유승민 전 의원, 강경보수의 대표 지도자인 김문수 전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그에게 힘을 보탰다. 유 의원은 이한동 국무총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2014년 7·30 평택을 재선거에서 정치 거물을 꺾고 초선 의원이 됐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주창했던 상향식 공천의 유일한 성공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보수정당의 첫 분당, 21대 총선을 앞둔 보수대통합 등 보수 진영의 정치적 고비마다 한복판에 서 있었다. 22대 총선 때는 지도부(정책위의장)로서 선당후사 요청을 수용해 평택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평택을에서 극적인 승리 후 지난 6월 첫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그의 동료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온 것이냐”라는 말을 제일 먼저 했다. 유 의원이 2년의 공백에도 22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으로 선출된 것도 동료들의 감사와 예우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회 복귀 후 1호 법안으로 주한미군주둔지역지원법 제정안과 공여구역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평택을을 비웠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평택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한 곳이다.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 한미동맹의 상징 지역이지만 평택 주민들이 그에 따른 여러 제약을 감수해왔다. 또 현행 평택지원특별법은 2030년까지만 적용되기에 지속가능한 지원을 위해서는 유 의원이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법안이다. 유 의원은 국토위 첫 회의에서 “다시 오르는 집값과 전월세 부담, 청년 주거난과 전세 사기 피해, 더딘 주택 공급과 침체된 건설경기, 건설 현장 안전과 지역 간 교통 격차. 어느 하나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위원회를 이끌겠다. 여야를 떠나 모든 위원님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특히 “운영은 유연하게, 원칙은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여야 극한 대치 속에 그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험지 감성’ 사라진 국민의힘생존 위협 경각심도 후순위로장동혁 취임 1주년 앞두고 고심4선 중진이자 국토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으나 여전히 유 의원은 수도권 최전선에서 매일 서늘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초재선이던 19대, 20대 국회 때만 해도 민심의 흐름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험지 동지’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내리 3연패를 하면서 아슬아슬한 지역에서는 극소수의 의원만 생환했다. 민심과 멀어지면 곧바로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기본적 경각심이 당내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 국민의힘의 냉정한 현실이다. 험지에서 매번 사투를 벌여온 유 의원의 절박함이 국민의힘의 ‘주류 감성’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유 의원은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역대급 참패를 기록한 21대 총선에서도 1951표 차로 승리했다. 결이 다른 지도부에 동료 의원들이 유 의원을 핵심 당직자로 추천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중진 의원은 “우세 지역 의원들끼리만 정치를 하면 우리도 모르게 놓치는 부분들이 많다”며 “평택에서 살아 돌아온 게 기적인 유의동의 말을 들어야 다음 총선을 치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지도 체제와 당의 노선을 둘러싼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 의원도 조용히 여러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유 의원은 1971년 평택에서 태어나 평택한광고,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대학원에서 태평양지역국제관계를 연구했다. 새누리당,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을 거쳤고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에서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장, 22대 후반기 국회에서 국토위원장으로 선출됐다.
  •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이란 백색혁명 후 극심해진 빈부격차빠른 서구화에 스멀스멀 확산된 반감급진적 변화 예상 못한 ‘미국의 실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관료들을 제거했다. 미국은 이란이 바로 항복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란과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홍해까지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미군 기지까지 공격한다. 이란 체제는 굳건하다. 알리 하메네이의 자리는 둘째 아들 모지타바 하메네이가 물려받았다. 50년 전을 돌아보면 정말이지 의아한 일이다. 당시 이란은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하던 동맹국이었다. 책은 미국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모범국가’였던 이란이 미국의 최고 ‘불량국가’가 된 출발점으로 1979년 이란혁명을 꼽는다. 이란 혁명정부가 왜 반미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는지,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왜 이란 정권의 움직임을 오독하는지를 이해하려면 1979년을 돌아봐야 한다. 이란혁명의 중심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석유를 기반으로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며 강대국을 꿈꾼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 망명지에서 혁명을 이끈 종교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 방대한 외교·정보 조직을 거느리고도 동맹의 붕괴를 막지 못해 함께 몰락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다. 책의 원제목은 ‘킹 오브 킹스(King of Kings)’다. 페르시아어로 ‘왕’을 ‘샤’라고 한다. 책은 ‘샤한샤(왕 중의 왕)’로 불린 레자 국왕의 번성기를 지나 이란혁명 발발로 몰락하기까지를 따라간다. 레자 국왕은 영국에 의해 쫓겨난 아버지의 대타로 20대 초반 샤로 즉위했다. 1953년 미국이 지원한 친위 정변에 이어 1963년 ‘백색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힘을 키워 ‘샤한샤’로 거듭났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이란 군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했다. 통치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스무 배 증가했다. 서아시아의 아랍 국가 군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강한 세계 5위의 군대를 보유했다. 저자는 그 이면을 놓치지 않는다. 석유가 터진 후 발생한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부패, 비밀경찰 ‘사바크’를 내세운 정치적 억압, 급격한 서구화에 대한 반감이 스멀스멀 자랐다. 이란의 현대화에 반대해 1964년 추방됐던 루홀라 호메이니는 망명지에서 서서히 힘을 키웠다. 세속 좌파와 자유주의자, 보수적인 성직자들을 이끌며 ‘반(反)샤 운동’을 벌였다. 급기야 1978년 1월부터 이란혁명이 발발한다. 팔라비 왕조의 이란 제국이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신정 체제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오판은 뼈아픈 대목이자, 문제를 키운 핵심 원인이다. 저자는 1977년 8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보고서를 들어 비판한다. “가까운 장래에 이란의 정치 행태에는 어떤 급진적 변화도 없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란혁명을 5개월 앞두고도 CIA는 이란 왕정이 1000년은 더 갈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레자 국왕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한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유전 개발 이후 이란은 미국의 무기를 대량 구입했다. 레자 국왕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 이어 카터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의 변화에 눈을 감고 있었다. 레자 국왕과 카터 대통령은 극소수 측근의 조언에만 의존했다. 고국에서 쫓겨난 레자 국왕의 미국 입국 허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는 결국 이란과 미국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1979년 11월 4일 이란 혁명정부는 테헤란에 있는 주이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미국인 52명을 1981년 1월 20일까지 무려 444일이나 억류했다. 구출 작전 ‘이글클로’의 참담한 실패였다. 초강대국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카터의 재선 가도도 끝장났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악마’ 미국과 ‘불량국가’ 이란의 이미지가 이때 만들어졌다. 40년 가까이 세계 분쟁 현장을 누려온 베테랑 종군기자로 활동한 저자의 취재력이 읽을수록 감탄스럽다. 왕비 파라를 비롯해 미국 백악관·국무부·CIA 직원, 옛 혁명가들에 이르는 생존 증인들과의 인터뷰와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1979년 전후를 생생하게 구성했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휴전과 재충돌을 반복하는 지금도 미국의 ‘삽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힘을 발휘하면 큰 위기를 부른다. 그게 미국이어서 전 세계가 지금 위기에 빠졌다.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누구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책을 열독해야 할 듯하다.
  • 룩소르에서 베르사유를 거쳐 그라스까지…향수의 매혹적인 역사 [한ZOOM]

    룩소르에서 베르사유를 거쳐 그라스까지…향수의 매혹적인 역사 [한ZOOM]

    향수의 영어 단어 ‘퍼퓸’(Perfume)은 라틴어 ‘페르 푸뭄’(Per Fumum)에서 유래했다. ‘연기를 통해’라는 뜻이다. 즉, 향수의 시작은 액체가 아닌 연기였으며, 그 연기는 오롯이 신에게 바쳐지는 성물이었다. ‘페르 푸뭄’이라는 어원에는 이러한 태고의 역사적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향수의 역사는 약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긴 세월 동안 향수는 언제나 권력의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신전의 연기 (고대 이집트) 이집트 남부에 위치한 도시 룩소르. 이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은 나일강 변에 우뚝 솟은 ‘카르낙 신전’이다. 오래전 이 신전에서는 매일 세 번 신성한 향을 피웠다. 새벽에는 유향, 정오에는 몰약,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는 복합 향료인 ‘키피’를 태웠다. 특히 키피는 와인, 꿀, 건포도, 유향, 몰약, 향신료 등 최대 16가지 천연 재료를 배합해 만든 물질로, 고대 에드푸 신전의 벽면에 그 정교한 제조법이 비문으로 기록되어 있을 만큼 중요하게 다뤄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피어오르는 향 연기는 평범한 시각적 현상이 아니었다. 향을 피우는 것은 인간 세계의 불결함을 정화하고, 신이 지상으로 강림하여 인간의 기도를 돕도록 잇는 성스러운 매개체였다. 신관들은 해가 뜨기 전 나일강 물로 몸을 깨끗이 씻고 신성한 향유를 바른 뒤에야 비로소 신전에 들어설 수 있었다. 향기는 산 자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세계도 관장했다. 미라를 만들 때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시더우드와 몰약을 채워 넣었고, 시나몬과 주니퍼 등을 배합해 향을 돋웠다. 죽은 이의 육신을 보존하는 숭고한 여정에도 늘 향기가 개입했던 것이다. 신과 인간 사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는 언제나 향기가 존재했다. ●악취와 향수 (베르사유) 고대 이집트에서 향기가 ‘신성함’의 상징이었다면, 중세와 근대 유럽의 향기는 ‘악취’를 감추기 위한 처절한 생존 수단이었다. 유럽 역사상 가장 화려한 궁전으로 꼽히는 베르사유 궁전. 이 거대한 궁전에는 약 700여 개의 방이 있었고 왕실, 귀족, 관리 등 약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적이며 살았다. 그러나 정작 궁전 내 화장실은 고작 9개에 불과했다. 결국 사람들은 계단, 복도, 정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변을 해결했고, 베르사유의 화려한 사방은 지독한 악취로 물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프랑스에는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피부 구멍이 열려 전염병에 걸린다’는 의학적 미신이 팽배해 사람들은 씻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베르사유 궁전을 건설한 절대군주 루이 14세조차 일생 동안 통목욕을 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청결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야사가 전해질 정도다. 이러한 위생 환경 속에서 향수는 사치품을 넘어, 숨 막히는 악취 속에서 버티기 위한 생존 필수품에 가까웠다. 자연스럽게 좋은 향수를 소유하고 뿌릴 수 있다는 것은 곧 부와 권력, 그리고 고귀한 신분을 증명하는 척도가 되었다. 루이 14세가 전담 조향사에게 “요일마다 각기 다른 향수를 대령하라”고 지시한 일화는 유명하다. 평민은 물론 웬만한 귀족조차 향수 한 병 얻기 힘들었던 시절, 요일별로 맞춤형 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절대 권력의 또 다른 언어였다. ●악취에서 탄생한 향수 산업 (그라스) 베르사유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인구 약 5만 명의 아름다운 언덕 도시 ‘그라스’가 나타난다. 규모는 작지만 오늘날 이 도시는 전 세계 향수 원액의 상당량을 공급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향수의 수도’다. 불후의 명작이라 불리는 ‘샤넬 No.5’의 핵심 원료인 재스민과 장미 역시 바로 이곳 그라스에서 재배되고 생산된다. 하지만 그라스가 처음부터 향기로운 도시는 아니었다. 중세 시대 이곳의 주력 산업은 ‘가죽 제조업’이었다. 그라스의 가죽 장인들은 뛰어난 무두질 기술로 명성이 높았으나, 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역질 나는 악취가 늘 골칫거리였다. 이에 장인들은 가죽 특유의 비린내를 가리기 위해, 완성된 가죽 장갑을 라벤더, 재스민, 장미, 오렌지꽃 등 프로방스의 풍부한 꽃향기를 우려낸 욕조에 담그기 시작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향수 역사에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19세기에 접어들며 그라스는 사양길에 접어든 가죽 제조업을 과감히 내려놓고 향수 산업에 명운을 걸었다.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던 향수 제조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도시 주변은 온통 꽃밭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1921년,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에게 ‘인공적이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여성미가 느껴지는 향수’를 주문하면서, 그라스의 꽃들을 베이스로 한 세기의 아이콘 ‘샤넬 No.5’가 탄생하게 된다. 지금도 그라스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바람을 타고 퍼지는 은은한 향이 온몸을 감싼다.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향수병처럼 느껴질 정도다. ●냄새, 그 오래된 권력의 언어 고대 이집트의 신전에서 베르사유의 화려한 복도, 그리고 그라스의 흐드러진 꽃밭에 이르기까지 향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일관된 인간의 심리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향기는 언제나 무언가를 감추거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혹은 타인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보이지 않는 도구였다. 악취를 가리고, 권위를 투사하며, 신성함과 세속을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좋은 향기는 고귀함의 증표였고, 불쾌한 냄새는 천함의 표식이었다. 오늘날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수만 원대의 대중적인 향수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명품 향수까지 향의 스펙트럼은 넓어졌지만 그 본질은 같다. 사람들은 그 정교한 향을 제 몸에 입히는 순간, 은연중에 자신의 가치가 격상되는 듯한 심리적 권력과 특별함을 경험한다. 신을 향해 피워 올리던 고대의 숭고한 연기는, 이제 나라는 존재를 타인에게 각인시키는 가장 감각적인 권력의 언어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 위에 자신의 가치와 욕망을 실어 보내려는 인간의 오랜 탐닉은 오늘도 소리 없이 계속되고 있다.
  • ‘카타르 조문 특사’ 강훈식 귀국…“정상 간 신뢰로 협력 확대 기대”

    ‘카타르 조문 특사’ 강훈식 귀국…“정상 간 신뢰로 협력 확대 기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전 카타르 군주 서거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의 조문 특사로 카타르를 방문한 뒤 16일 귀국했다. 청와대는 “강 실장을 조문 특사로 한 우리 정부 조문 사절단은 15일 오전 루사일 궁에서 개최된 조문 행사에 참석해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에게 조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이 이 대통령의 각별한 애도의 뜻을 전달하자 타밈 국왕은 어려운 시기 한국 정부가 금번 고위급 조문 사절단을 파견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특히 타밈 국왕은 “이번 조문사절단 파견을 통해 양국 관계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 실장은 이번 조문 참석을 계기로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 싸니 총리 겸 외교장관과 사우드 빈 압둘라흐만 빈 하싼 알 싸니 부총리 겸 국방 담당 국무장관과도 만나 양국 관계 발전을 논의했다. 강 실장은 “‘카타르 국가 비전 2030’으로 상징되는 부왕의 업적이 2023년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의 기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양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문 기간 양국 간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강 실장은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번 장례 기간 동안 별도의 에너지 문제라든지 실무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카타르와 깊은 연대에 있다는 의지를 전달하면서 이후 중동 전쟁이 끝날 때까지 협력의 관계를 더욱더 다지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 李대통령, 카타르 전 군주 서거에 강훈식 조문 특사 파견

    李대통령, 카타르 전 군주 서거에 강훈식 조문 특사 파견

    이재명 대통령은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전 카타르 군주 서거 소식에 14일 강훈식 비서실장을 조문 특사로 파견하고 조전을 발송하기로 했다. 강 실장은 이날 오후 카타르로 출국해 조문 특사로서 이 대통령의 조의를 전하고 16일 귀국할 예정이다. 강 실장의 특사 파견은 카타르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앞서 강 실장은 이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여러 차례 중동 지역을 찾은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카타르를 방문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현 군주를 예방하고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관련 협의를 하기도 했다. 강 실장의 조문 특사 파견으로 에너지 공급 관련 논의가 추가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전 군주는 카타르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중동의 대표적인 강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8년간 군주로 재임한 후 생전에 왕위를 이양하고 2013년 6월 물러났다.
  • 국립대구박물관, 권오창 화백 ‘복식인물화’ 특별전 개최

    국립대구박물관, 권오창 화백 ‘복식인물화’ 특별전 개최

    전통 복식을 입은 인물을 고증해 그린 ‘복식인물화’ 전시가 권오창 화백의 기증으로 대구에서 열린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오는 7일부터 9월 27일까지 특별전 ‘우리 옷을 그리다: 권오창 화백 기증 복식인물화’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세기 동안 인물화와 표준영정 작업에 전념해 온 권 화백이 지난해 기증한 복식인물화 80점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국가민속문화유산인 ‘흥선대원군 기린흉배’, ‘청연군주 당의’, 영친왕 일가의 ‘오방색 두루마기’ 등 유물 137점이 함께 공개된다. 특히 정부 최초 표준영정으로 지정된 단종 어진도 감상할 수 있다. 단종의 용안은 태조 어진의 얼굴 윤곽과 세조 어진 초본을 참고해 그려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우리, 우리 옷, 나의 그림’에서는 권 화백의 작품세계와 작업실 풍경을 소개하며 통일신라 학자 설총,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 등 정부표준영정 3점을 전시한다. 2부 ‘낯과 빛, 되살아난 역사 인물’은 흑백사진과 어진을 바탕으로 색을 되찾은 인물을 조명한다. 조선시대 태조·단종·영조·철종·고종의 어진을 비롯해 대한제국 황실 가족과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그린 복식인물화가 출품된다. 흥선대원군이 실제 관복에 달았던 ‘흥선대원군 기린흉배’가 인물화 곁에 나란히 놓이는 점도 눈길을 끈다. 3부 ‘솜씨와 맵시, 우리 옷이 있는 풍경’에서는 신하의 조복과 갑옷, 여성의 활옷과 함께 조선시대 어린이 옷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풀어나간다. 조선 후기 청연군주 묘 출토 당의, 영친왕 일가의 오방색 두루마기 외에도 백여 가지 어린이 복식을 한 화폭에 담은 ‘백진복도’의 제작 과정을 담은 미디어 아트가 상영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특별전 연계 강연인 ‘조선시대 관복, 초상화로 보다’(7월 31일)를 비롯해 작가와의 대화(8월 6일, 9월 3일), 큐레이터와의 대화(7월 15·29일, 8월 12·26일, 9월 9일)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혜원 국립대구박물관장은 “권오창 화백의 뜻깊은 기증으로 마련한 전시”라며 “한국 복식 연구의 귀중한 자료인 복식인물화를 통해 우리 옷의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250년 민주주의 뒤흔든 ‘트럼프 스톰’

    250년 민주주의 뒤흔든 ‘트럼프 스톰’

    견제·균형 잃은 ‘위기의 미국’ 직면폭우 속 건국기념 행사마저 ‘쇼’ 전락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4일(현지시간) 돌풍과 뇌우가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 열린 미 건국 250주년 행사는 냉전 종식 후 세계 유일 강국으로 군림해 왔던 미국이 스스로 만든 ‘위기의 폭풍’ 앞에 놓인 오늘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했다. 영국 절대 군주제를 거부하며 행정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추구했던 미국 민주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2기를 겪으며 심각한 형해화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250년 전 건국자들은 ‘군주 없는 나라’를 꿈꿨지만, 지금 미국의 모습은 정반대다. 칼럼니스트 마이클 허시는 지난 3일 미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국가적 단합의 장이어야 할 건국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위한 쇼로 변질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정 민주주의 국가를 전체주의적 개인숭배 국가로 전락시킨 것만이 아니다. 그는 건국자들이라면 수없이 탄핵 사유로 삼았을 법한 부패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견제와 균형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은 대외 정책에서는 ‘강압적 패권’으로 발현됐다.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직접 체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2월 말 중동전쟁을 전격 단행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폭사시키며 더 큰 충격을 줬다.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중동전쟁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패착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전쟁의 목적이었던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는 여전히 요원하고, 오히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막강한 전략적 지렛대를 선물로 준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을 통해 이란 정권이 더욱 강경하게 재편됐다며 테헤란에서 시작한 하메네이 장례식은 “더욱 공고해진 강경파 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대외 정책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다른 핵심 정책들도 하나둘 벽에 부딪히며 미국 사회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내린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위법·위헌으로 판단하며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양대 정책인 관세와 반이민 정책이 사법부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2기 행정부는 또 한 번 법적·절차적 난맥상을 드러내게 됐다. 이들 정책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마가의 실망’이 중간선거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는 ‘USA 250’ 조명이 켜지고,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이 성조기색 조명으로 물들며 전 세계가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축하하고 있지만, 세계인의 실제 속마음은 트럼프 체제 미국을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5월 36개국 성인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3%에 그쳤고,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응답도 57%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한국 응답자 가운데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고 답한 경우는 2022년 83%에서 올해 57%로 26% 포인트나 줄었다. 동맹국에는 위협을 서슴지 않는 약탈적 패권을, 국제사회에서는 다자주의 체제 탈퇴로 기존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계속하는 한 이 같은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는 “트럼프는 1기 때 공화당을 장악하지 못했고, 당시 공화당 지도층은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했다”며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2기 트럼프는 충성파가 함께 국정을 운영하고, 공화당은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묵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왕세자비 아들이 성폭행”…징역 4년, 노르웨이 왕실 발칵 [핫이슈]

    “왕세자비 아들이 성폭행”…징역 4년, 노르웨이 왕실 발칵 [핫이슈]

    노르웨이 왕세자비의 장남이 성폭행 혐의 일부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왕위 계승권이 없는 인물이지만 왕세자비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노르웨이 왕실은 또 한 번 불명예를 안게 됐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오슬로 지방법원은 메테마리트 노르웨이 왕세자비의 장남 마리우스 보르그 회이뷔(29)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에게 적용된 성폭행 혐의 4건 가운데 2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2건은 무죄로 봤다. 회이뷔는 메테마리트 왕세자비가 호콘 왕세자와 결혼하기 전 다른 남성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2001년 메테마리트가 호콘 왕세자와 결혼하면서 왕실 가족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왕위 계승권이 없고 공식 왕실 직무도 맡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노르웨이 왕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피고인이 왕세자비의 장남인 데다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혐의 외에도 폭행과 마약 관련 혐의 등 사생활 문제가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성폭행 2건 유죄…약 40개 혐의로 재판 회이뷔는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잠들어 있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성폭행 4건을 포함해 전 연인을 상대로 한 폭행, 마약 소지, 접근금지 명령 위반, 교통 법규 위반 등 약 40개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재판에서 일부 경미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폭행 등 중범죄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성폭행 혐의 2건과 가정폭력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앞서 7년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징역 4년을 선고했고, 회이뷔 측은 항소할 수 있다. 7주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는 그의 마약 문제와 사생활 영상 등도 구체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왕실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사안으로 번졌다. 엡스타인 논란까지 겹친 왕실 위기 노르웨이 왕실은 최근 여러 악재를 동시에 맞고 있다. 회이뷔 사건에 더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가 과거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교류한 사실도 다시 논란이 됐다. 왕세자비는 자신과 장남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건강 문제까지 겪고 있다. 현지에서는 그가 지병인 폐섬유증 악화로 폐 이식 대기 명단에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다. 노르웨이 왕실을 향한 여론도 흔들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군주제에 대한 국민 지지가 역대 최저권인 6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왕실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안정적 이미지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번 판결은 법적으로는 회이뷔 개인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나 왕세자비 장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파장은 왕실 전체로 번지고 있다. 노르웨이 사회에서는 왕실 구성원과 그 가족의 사생활, 책임, 공적 이미지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예술 부흥 꿈꾸던 ‘효명세자’… 궁중정재·현대무용으로 보다

    예술 부흥 꿈꾸던 ‘효명세자’… 궁중정재·현대무용으로 보다

    짧은 생애 살다 간 세자의 서사효명·묘묘의 검무는 대미 장식“춘앵전은 궁중무 압축해 담아” “살수의 칼은 상대방의 심장에 닿아야 하지만, 춤추는 칼은 상대방의 마음에 닿아야 한다.” 신작 창극 ‘효명’에서 효명세자가 던지는 이 대사는 그가 꿈꾼 예술의 본질을 압축한다. 조선 순조의 아들로 수렴청정을 하다 2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났던 효명세자(1809~1830)는 짧은 생애 동안 궁중무용의 형식을 정비하고 악무(樂舞)를 창작하며 궁중예술의 부흥을 이끌었다. 예법으로 기강을 세우고 음악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예악정치(禮樂政治)를 추구했던 그가 왕위에 올랐다면 할아버지 정조의 ‘문예 군주’라는 수식을 이어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는 23~28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효명’은 효명세자의 예술 철학을 조명한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창경궁 춘앵전 공연에서 관람객이 사진만 찍고 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붙잡을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궁중무용을 한국 대표 문화로 보여주기 위해 효명의 서사와 창극을 접목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작품은 효명세자가 궁중무용을 만드는 과정과 예악정치의 본령에 집중하되 상상력을 가미해 흥미를 높였다. 세자를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았지만 그의 예술에 감화하는 가상인물 묘묘가 몰입도를 더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극에는 순원왕후 40세 생신을 축하하며 만든 춘앵전, 노래 사이사이 대열을 바꾸며 추는 첩승무, 모란 꽃병을 두고 추는 가인전목단, 검무 계열인 공막무와 검기무 등이 등장한다. 특히 효명과 묘묘가 함께하는 공막무(검무)는 연희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유 단장은 “춘앵전은 굉장히 정적으로 보이지만 움직임 하나하나에 균형감과 의미를 품고 있다”면서 “풀어낼 것이 많은 궁중무를 선별하고 압축해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유 단장은 ‘효명’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역사서 ‘효명세자: 칼을 품은 춤 세도정권을 겨누다’, 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 웹툰 ‘조선왕조실톡’ 등을 섭렵하고 직접 검무도 배웠다. 그는 궁중 정재와 연희의 토대를 다지고, 연극과 영화 대본을 집필한 이만희 작가와 임지민 연출, 유은선 단장이 대본 작업에 공동 참여해 서사와 무대 구현을 구체화했다. 작창을 한 전 국립창극단 배우였던 유태평양은 “불안한 시대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다”고 전했다. 현대무용 안무가 김재덕은 궁중무의 형식과 호흡에 현대무용의 감각을 결합했다. 효명 역은 창극단 소속 이광복과 김수인이, 묘묘 역은 이소연과 김우정이 맡았다. 김수인은 “효명세자가 만든 궁중음악을 배우며 ‘즐겁지만 넘치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며 “효명세자를 그런 인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복은 “창극 안에서 당시와 현재의 춤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명’은 창극단, 국립무용단 청년단원,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까지 60여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작이다. 배우와 무용수들은 최고 높이 3.4m의 경사진 무대를 오가며 화려한 궁중 연희와 긴장감 넘치는 시대의 분위기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 사과는커녕… MBC, 폐기 청원 모르쇠 ‘대군부인’ 또 몰아보기 편성

    사과는커녕… MBC, 폐기 청원 모르쇠 ‘대군부인’ 또 몰아보기 편성

    MBC드라마넷, 이틀간 12회 전편 편성MBC ON 14시간 연속방영 이어 두번째‘폐기 요청’ 국회 청원 나흘만 5만 동의 역사 왜곡 논란으로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변우석까지 사과 입장을 밝힌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MBC 계열사 MBC드라마넷을 통해 또 한 번 ‘몰아보기’ 방송된다. 드라마 폐기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불과 나흘 만에 5만명 동의를 얻었음에도 MBC가 사과는커녕 연속 편성을 반복하고 있어 비판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MBC드라마넷 편성표를 보면 오는 3일과 4일 이틀간 ‘21세기 대군부인’ 1~12회 전편이 연속 방영된다. 3일에는 오전 9시 10분부터 1~6회가, 4일에는 오전 10시 40분부터 7~12회가 각각 편성됐다. 이는 지난달 24일 MBC ON에서 14시간 40분에 걸쳐 전편을 연속 방송한 데 이은 두 번째 몰아보기 편성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방영 내내 역사 고증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11화에 나온 즉위식 장면에서 신하들이 군주에게 ‘만세’ 대신 제후국 표현인 ‘천세’를 외친 점, 왕이 황제의 십이면류관보다 아래 단계의 구류면류관을 착용한 점 등에 비판이 쏟아졌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중국 속국처럼 묘사했다”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빌미를 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문제의 장면 음성을 묵음 처리하고 자막을 삭제했다. 박준화 감독과 유지원 작가는 각각 인터뷰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 의사를 전했고, 주연 배우들도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자사 드라마의 역대급 역사 왜곡 논란에도 MBC는 방송사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일부 장면 수정 조치만 이뤄졌을 뿐 폐기 요구 여론에 대한 응답이 없자 결국 국회 청원도 등장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역사 왜곡, 동북공정 논란 드라마 방영 중단 및 미디어 플랫폼 내 콘텐츠 폐기 조치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은 나흘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 문모씨는 “제작진은 비판이 일자 오디오와 자막을 사후 수정하겠다는 입장문만 발표한 채 방영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K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실시간 확산하는 현시점에서,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며 주변국의 역사·문화 침탈 시도에 명백한 빌미를 제공하는 매국적 연출”이라며 “과거 역사 왜곡으로 방영이 취소된 전례들과 마찬가지로 본 드라마 역시 즉각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관계 부처에 ‘21세기 대군부인’의 ▲즉각적인 방영 중단 ▲국내외 주문형 비디오(VOD) 및 OTT 서비스에서의 전면 삭제 및 폐기 ▲국가 정체성과 문화 주권을 훼손하는 방송 제작사에 대한 향후 정부 지원금 배제 및 방송 허가권 제한 등을 요구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하면 소관위원회에 회부된다. 이어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 부의 여부가 결정되며,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채택되면 국회나 정부 차원의 법적·행정적 조치가 내려진다.
  • [세종로의 아침] 판타지도 무능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세종로의 아침] 판타지도 무능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2026년 5월, 단 2주 만에 역사를 둘러싼 여러 장면을 한꺼번에 마주했다. 한 드라마는 고개를 숙였고 다른 한 드라마는 박수를 받았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를 입에 올린 커피 브랜드가 있었고, 정치적 비극을 조롱하는 숫자로 기획했다가 사라진 무대가 있었다. 서로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 하나로 모인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역사 앞에서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가.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입헌군주제가 남아 있는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였다. 아이유와 변우석 등 배우들 열연에 최고 시청률 13.8%까지 찍었다. 그러나 11회 즉위식 장면이 모든 것을 바꿨다. 황제가 쓰는 십이류면류관보다 낮은 단계인 제후국 군주의 구류면류관이 등장하고, 자주국이 외치는 “만세”가 아닌 제후국이 쓰던 “천세”가 울려 퍼졌다. 한국 전통이 아닌 중국식 다도 등 문제가 될 장면이 여러 차례 보였다. 세계 시청자들이 관심 있게 볼 K콘텐츠가 우리 역사를 낮추고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인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였다. 결국 출연진과 작가, 연출까지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 조선 시대가 등장하는 SBS ‘멋진 신세계’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조선 악녀 영혼이 무명 배우에게 빙의되는 설정인데, 인용이 드물었던 조선 후기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부터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을 이야기하고 한복의 색채 하나까지 시대에 맞춰 고증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타지 사극을 보는 시청자의 태도를 두 작품이 나란히 증명한 셈이다. 그즈음 무대 하나가 무산됐다. 열아홉 살 래퍼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5월 23일에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했다. 공연 시각은 오후 5시 23분, 티켓 가격은 5만 2300원으로 정했다. 그는 이전에도 고인의 실명을 거론하고 범죄를 연상시키는 가사를 썼던 이력이 있어 이 공연을 예사롭게 볼 순 없었다. 결국 노무현재단이 법적 대리인을 선임하고 공연금지가처분을 예고하자 공연장은 대관을 철회했고, 래퍼는 재단을 찾아 사죄했다. 협연하려던 유명 래퍼들도 일부는 머리를 숙였지만 아직 외면하는 래퍼도 있다. 이런 일은 대중문화 분야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계엄군의 탱크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를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을 추진했다가 직격탄을 맞았다. 기념재단의 규탄과 유족의 고발, 경찰 수사가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그룹 경영전략실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 대상과 사후 대책에 대한 내용이 없고 조사 내용도 제약을 이유로 확인하지 못한 게 남아 설득력이 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역풍을 맞고 불매는 확산하고 있다. 고증 논란보다 이들 사건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건 무지에 의한 실수의 영역을 벗어나 알고 한 모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희생자와 유족이 존재하는 비극을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그저 센 콘텐츠로 둔갑시켜 소비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자행할 때 혐오 문화는 뿌리를 내리고 퍼져나가 사회를 분열시킨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에 유독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이유는 매체의 속성에 있다. 역사 교과서를 펴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인기 드라마와 음악, 대기업의 마케팅은 K콘텐츠의 영향력만큼 힘을 얻고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동시에 가닿는다. 제대로 된 우리 역사를 배우기 전에 접한 영상이나 문화는 교과서 한 단락보다 더 오래 각인된다. 그렇기에 이런 일을 그냥 실수나 장난이라고 웃어넘기면 정설이 되고 문화로 자리잡고 만다. 시민의 역사 문해력도 한 쌍으로 갖춰져야 자정 작용이 빠르게 작동할 수 있다. 기본과 절차를 지켰는데도 발생한 실수에 대해 품격과 조건을 갖춘 사과가 이어진다면 사회는 품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 무게를 아는 감각과 태도다. 최여경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디앤씨미디어 ‘나 혼자만 레벨업’, 2026 크런치롤 애니 어워즈 2관왕

    디앤씨미디어 ‘나 혼자만 레벨업’, 2026 크런치롤 애니 어워즈 2관왕

    - 시즌 2 ‘Arise from the Shadow’, ‘최고의 애니메이션’, ‘최고의 액션 애니메이션’ 수상- 2025년 ‘올해의 애니메이션’ 이은 2년 연속 수상… 글로벌 신드롬 입증- 디앤씨미디어 최원영 대표 “K-콘텐츠 파워 증명… 글로벌 IP 확장 가속화할 것” 디앤씨미디어(대표이사 최원영)의 메가 히트 IP ‘나 혼자만 레벨업’이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상식인 ‘크런치롤 애니 어워즈’에서 2년 연속 수상했다. 디앤씨미디어는 ‘나 혼자만 레벨업 시즌 2 -Arise from the Shadow-’가 일본 도쿄에서 23일 개최된 ‘2026 크런치롤 애니 어워즈(Crunchyroll Anime Awards)’에서 ‘최고의 애니메이션(Best Animation)’과 ‘최고의 액션 애니메이션(Best Action)’ 부문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OTT 플랫폼 크런치롤(Crunchyroll)이 2017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크런치롤 애니 어워즈’는 ‘애니메이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분야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다. 수상작은 전문 심사위원단 투표(70%)와 팬 투표(30%)를 종합해 결정된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평가해 공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수상은 지난해 ‘크런치롤 애니 어워즈’의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애니메이션(Anime of the Year)’ 수상에 이은 2년 연속 쾌거다. 디앤씨미디어는 “글로벌 최고의 애니메이션 시상식에서 다시 한번 수상 영예를 안으며 글로벌 팬들의 지지와 신드롬을 입증했다”라며 “‘나혼렙’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 IP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굳혔다는 평가에 공신력을 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관왕을 차지한 ‘나 혼자만 레벨업 시즌 2’는 주인공 성진우가 그림자 군주로 각성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 장면과 한층 심화된 세계관을 구현해 냈다. 추공 작가의 원작 웹소설이 지닌 탄탄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레드아이스 스튜디오가 선보인 최고 수준의 웹툰 작화와 역동적인 액션 연출을 애니메이션으로 완벽히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방영 직후부터 전 세계 팬들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디앤씨미디어의 대표 웹소설·웹툰 IP로, 국내를 넘어 일본·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조회수 수십억 회를 기록한 메가 히트작이다. K-콘텐츠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나혼렙’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웹소설에서 웹툰, 글로벌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미디어믹스 성공 방정식을 완성하며, 원천 IP의 단순 해외 수출을 넘어선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원영 디앤씨미디어 대표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026 크런치롤 어워즈에서도 큰 상을 받게 되어 전 세계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수상은 한국 K-콘텐츠의 독창성과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완벽히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나혼렙’ IP의 다각적인 확장과 차세대 글로벌 메가 IP 발굴을 통해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앤씨미디어는 이번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흥행 및 수상 성과를 발판 삼아 게임, 굿즈, 원소스멀티유즈(OSMU) 등 전방위적인 글로벌 IP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 ‘살인미수 역고소’…나나 집 강도짓 30대 무고 혐의[주간 사건일지]

    ‘살인미수 역고소’…나나 집 강도짓 30대 무고 혐의[주간 사건일지]

    배우 나나(본명 임진아)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 남성이 나나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21세기 대군부인’을 집필한 유지원 작가가 역사 고증 및 왜곡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법정에서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주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을 정리한다. ‘나나 강도상해’ 남성, 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허위 주장으로 나나를 고소했던 남성이 무고죄로 송치됐다. 지난 20일 경기 구리경찰서는 무고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A씨는 나나를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허위 고소장을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12월 구치소에서 “집에 들어갔을 당시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나에게 흉기로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경찰은 나나를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했으나 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이후 나나의 소속사는 가해자의 행위를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2차 가해이자 허위 주장으로 판단해 무고죄로 고소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경기 구리시 아천동의 나나 자택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나나 모녀를 위협하고 상해를 가한 뒤 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지난 19일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아이유·변우석 이어 ‘21세기 대군부인’ 작가도 사과 ‘21세기 대군부인’ 유지원 작가는 지난 19일 MBC 드라마 ‘시청자 한마디’ 코너에 올린 글을 통해 “‘21세기 대군부인’의 고증 논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혹 더 큰 불편을 드리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말씀드리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면서 더 많은 분께 폐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고 했다. 유 작가는 “‘21세기 대군부인’은 가상의 입헌군주국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이며, 조선 왕실이 굳건히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상상 아래 우리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조선의 예법을 현대에 적용하고 가상의 현대 왕실을 그리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방송된 11회에서는 이안 대군(변우석 분)의 즉위식 중 제후국이 사용하는 ‘천세’라는 표현이 쓰이고, 황제의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를 뜻하는 구류면류관이 등장해 역사 왜곡 및 동북공정 논란으로 확산했다. 또 극 중 인물들이 한국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식 다도법을 따르는 장면 등도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최근 제작진은 공식 누리집을 통해 “제작진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주연 배우 아이유, 변우석, 연출자인 박준화 감독도 사과했다. 김건희, 법정서 ‘쥴리’ 의혹 부인…“내 영어 이름은 제니” 김건희 여사가 ‘쥴리’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쥴리 의혹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 여사는 ‘쥴리’라는 예명을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1995년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지하 유흥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는 “당시 교육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숙명여대 대학원에 들어갔다”며 “아침·저녁으로 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이어 “저를 아는 모든 사람은 (영어 이름을) 제니라고 불렀다”고 했다.
  • “천천세”…‘21세기 대군부인’ 역사 왜곡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

    “천천세”…‘21세기 대군부인’ 역사 왜곡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이 극 중 일부 설정과 대사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제작진은 16일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극 중 즉위식에서 왕(변우석)이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라고 산호(山呼)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의 자주적 지위를 훼손한다는 시청자 여러분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1세기 대군부인’은 로맨스물인 동시에 대체 역사물의 성격을 지닌 드라마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정교하게 세계관을 다듬고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전날 방송된 11회에서는 왕실의 차남 이안대군이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왕으로 즉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즉위식 장면 중 신하들이 왕을 향해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쓰는 ‘천세’를 외치고, 왕이 자주국의 황제가 쓰는 십이면류관이 아닌 중국의 신하가 쓰던 구류면류관을 쓴 점 등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재벌이지만 신분은 평민인 성희주(아이유)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이안대군(변우석)의 로맨스물이다.
  • [씨줄날줄] 에스와티니의 외교

    [씨줄날줄] 에스와티니의 외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의 방해를 뚫고 아프리카의 유일 수교국 에스와티니를 방문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 총통은 음스와티 3세 에스와티니 국왕의 초청장을 대만 정부에 전달하고 돌아가던 툴레실레 들라들라 부총리의 전세기에 함께 탔다. 앞서 라이 총통의 에스와티니 방문 계획은 운항 경로에 있는 세이셸·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가 중국 압박으로 비행 허가를 취소하는 바람에 무산됐었다. 본래 스와질란드였던 나라 이름을 에스와티니로 고친 때는 2018년이다. ‘스와티족의 땅’이라는 뜻은 같지만 영어식 이름을 스와티 고유 언어로 바꾼 것이다. 에스와티니는 1903년 영국의 보호령이 됐다가 1968년 독립했다. 에스와티니 7대 국왕인 소부자 2세는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로 세계 역사에 올라 있다. 1899년 생후 5개월 만에 왕위에 올라 1982년 세상을 떠났다. 82년 재위 기록은 프랑스 루이 14세의 72년을 훌쩍 뛰어넘는다. 소부자 2세는 영국 모델의 입헌군주국을 독립 이후 왕정으로 되돌린 인물이다. 현재의 국왕 음스와티 3세(1968~)는 소부자 2세의 아들이다. 에스와티니는 독립 직후 대만과 수교했다. 이후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동안에도 대만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대만은 당연히 에스와티니에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식량 자립 및 농촌 소득 향상, 의료 장비 지원과 의료 인력 교육, 중소기업 및 여성 자활 지원, 대만 유학 프로그램 등 전방위적이다. 중국도 에스와티니의 마음을 잡으려 전력투구하고 있다. 파워차이나(중국전력건설공사) 등이 댐과 도로 같은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만이 외교 기반 개발 원조에 나서고 있다면 중국은 기업 중심의 비공식 인프라 협력으로 영향력을 높여 가고 있다. 에스와티니가 대만과의 수교를 고수해 오히려 중국이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 124만명인 작은 나라 에스와티니의 영리한 외교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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