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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지구는 아프지 않다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지구는 아프지 않다

    네팔 홍수 사태는 국제 전쟁과 유가, 인공지능(AI)이라는 이슈에 잠시 파묻혀 있던 기후 위기 문제를 다시 소환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경고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이제 알프스와 안데스 같은 설산들도 히말라야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보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탄소 중립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왔지만, 전쟁의 포화와 AI에 수반되는 막대한 에너지 소모는 이러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우리 정부도 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흐름인 탄소 중립화와 RE100 정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현재에 와서는 AI를 국가의 핵심 역량으로 삼으면서 기후 위기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최근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며 RE100 정책을 잊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AI 폭증에 따른 전력 수급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지 기후 위기 그 자체를 해결하려는 관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022년 이후로 전 세계 언론은 모든 관심을 전쟁과 AI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때 세계 대부분의 언론이 이와 관련된 주제로 다룬 사안은 기후나 환경이 아니라 유가와 주가였다. 현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가장 주요한 이 두 축은 또한 국가의 존립을 위해 반드시 국가가 관리해야 할 경제적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와 같은 전쟁국가 및 자본주의체제가 세계적인 정치·경제의 표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상 기후 및 환경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물론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기후 위기와 환경 위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산에 버려진 페트병은 환경 위기 유발 요인일 수 있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에 기후 위기 요소는 아니다. 즉 이른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라 할지라도 지구의 수많은 종 중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막대한 에너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며 이는 다른 종류의 생태계 위기를 몰고 온다. 1년 내내 매일 밤낮으로 발생하는 풍력의 진동과 번쩍이는 태양 반사광, 원자력의 핵폐기물을 생각해 보자. 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 늘 나오는 이야기는 ‘아픈 지구’ 또는 ‘지구의 복수’와 같은 말로 요약되는 담론들이다. 하지만 아픈 것은 지구가 아니다. 45억 년 전 탄생 당시의 지구, 또 지질학적 연대가 보여 주는 5번에 걸친 대멸종, 또는 수억 년에 걸친 가뭄이나 홍수를 생각해 보자. 지구는 그저 무심하게 변해 왔을 뿐이다. 문제는 인간의 생존 환경이 인간이 만든 생존 방식에 의해 무너질 위기에 처한 모순적 상황이다. 다행히도 인류는 그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불행히도 그것을 실행할 방법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홍용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 결국 “독재자 수순, 탄핵감 아니냐” 터진 상황…트럼프의 ‘운명시계’ 11월 향해 째깍째깍

    결국 “독재자 수순, 탄핵감 아니냐” 터진 상황…트럼프의 ‘운명시계’ 11월 향해 째깍째깍

    [3줄 요약]●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이란전쟁 대응 지지율이 각각 35%로 떨어지고,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53%가 탄핵 사유가 있다고 답했다.● 전쟁과 생활비 부담으로 공화당의 경제·안보 우위도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하면 소환장 발부권을 확보해 트럼프 일가의 금융사업과 외국 투자, 정부 계약을 조사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이란전쟁 대응 지지율이 각각 35%로 떨어졌다. 지난 6월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53%가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사유가 있다고 답했다. 전쟁 장기화와 기름값 상승, 생활비 부담 속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중간선거 부담도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민주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되찾을 경우에 대비해 조사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다수당이 되면 확보하는 소환장 발부권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본인과 가족, 측근·후원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탄핵감이다’ 53%…부패·권력 남용 지목여론분석가 G 엘리엇 모리스가 운영하는 스트렝스 인 넘버스와 조사업체 베라사이트가 지난 6월 17∼22일 미국 성인 2087명을 조사한 결과, 53%가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사유가 있다”고 답했다. 사유가 없다는 응답은 39%였다. 표본오차는 ±2.2% 포인트다. 탄핵 사유가 있다고 답한 사람들의 주관식 답변에서는 ‘부패·사익 추구’와 ‘권력 남용’이 각각 30%로 가장 많았다.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과 외국 자금, 법원 명령 불복, 법무부를 이용한 정적 공격 등이 거론됐다. 이란전쟁이나 의회 승인 없는 군사행동을 든 응답도 20%였다. 답변을 복수 항목으로 분류해 합계는 100%를 넘는다. “견제장치 약화…독재자 수순” 비판도실제로 조사 직전 트럼프 일가는 사익 추구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일가가 암호화폐 사업으로 최소 23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의 투자기업 벌컨 엘리먼츠에 국방부가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약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 측과 국방부는 정치적 연고가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이해충돌 논란은 이어졌다. 권력 남용에 관한 비난도 제기됐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당국자들이 참여한 ‘스테디 스테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자들의 기밀 접근권을 박탈하고 정보기관의 판단을 정치적 주장에 이용해 권력 견제 장치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 콜베 전 CIA 지국장은 이를 “독재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공통된 수순”에 빗댔다. 일각에서는 “마우쩌둥도 이렇진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우상화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휘발유값 1년 새 28%↑…트럼프 지지율 35%로이터·입소스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 성인 45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이란전쟁 지지율이 각각 35%에 그쳤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에 따른 휘발유값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자동차협회가 지난 11일 집계한 보통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은 갤런당 4.01달러로, 1년 전보다 약 28% 높았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5%, 휘발유 물가지수는 26.7% 올랐다. 전쟁 여파에 관세와 기존 물가 압력까지 겹치면서 가계 부담이 커졌다. 고용도 정체됐다. 7월 비농업 취업자는 2만 3000명 감소했다. 미 노동통계국은 통계적으로 큰 변화는 아니라고 평가했지만 5∼6월 취업자 증가분을 합계 10만 3000명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4.1%로 큰 변화가 없었다. “민주당 뽑겠다 47%, 공화당 뽑겠다 39%”지지율 하락세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넘어 공화당의 정당 경쟁력으로도 번지고 있다. CNN·SSRS가 지난달 23∼27일 미국 성인 1225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47%가 민주당 후보를, 39%가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전체 표본오차는 ±3.2% 포인트다. 특히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우위를 보여온 경제와 국가안보 분야에서 강점을 잃게 됐다. 로이터·입소스의 ‘전쟁·해외 분쟁·테러 분야’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사실상 동률을 기록했다. 민주당이 이 분야에서 더 나은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7%, 공화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36%로 조사됐다. 폭스뉴스가 지난달 17~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가 안보 분야에서 공화당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50%, 민주당은 48%로 집계됐다. 이는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 1월 당시 공화당이 12% 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폭스뉴스 조사 경제 분야에서 민주당이 54%, 공화당이 45% 지지를 얻으며, 민주당이 9%포인트 앞섰다. “11월까지 이러면 끝장”…공화당 비상공화당은 현재 218석으로 가까스로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지지율이 의석수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19개 경합지 가운데 15곳이 공화당 현역 지역구인 만큼 근소한 표심 변화로도 하원 다수당이 바뀔 수 있다. 공화당은 공개적으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경쟁 선거구 후보들을 지원하는 한 공화당 컨설턴트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심각한 문제”라며 “그는 경제와 이민을 내걸고 뛰었는데 둘 다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 컨설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을 앞두고 30%대 초반에 머문다면 공화당은 끝장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공화당은 최근 선거구 재획정에서 얻은 이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호적인 선거 지도가 중간선거 손실을 줄여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흔들릴 경우 지도상의 유리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 이미 승리 전제로 트럼프 조사팀 가동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감독위원회와 법사위원회 위원장도 민주당 의원이 맡는다. 백악관 관계자와 행정부 고위 인사, 기업 관계자에게 출석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공개 청문회를 열 수 있다. 소환을 거부하면 의회모독 절차를 밟거나 법원에 소송을 내 이행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각종 조사와 청문회, 탄핵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제이슨 라일리는 지난 6월 칼럼에서 “민주당이 하원 또는 상원을 탈환하면 트럼프 대통령직은 사실상 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미 승리를 전제로 엡스타인 팀, 트럼프 가족 부패팀, 국토안보부·이민세관단속국(DHS/ICE)팀 등 이른바 ‘트럼프 조사팀’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중진과 상임위원회 보좌진들은 특히 대통령 권한이 가족·측근의 이익을 위해 쓰였는지부터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과 관련된 기업·금융회사·정부 계약업체에서 거래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관련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증거 나와야 탄핵…전원 출석 땐 공화당 20표 필요물론 탄핵소추는 관련 조사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사익 추구나 정적 탄압에 사용했다는 증거가 확보돼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미국 헌법은 반역과 뇌물,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을 탄핵 사유로 규정한다. 형사재판의 유죄판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책 실패나 지지율 하락, 경제 악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원은 출석해 투표한 의원 과반으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다.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상원 출석 의원 3분의 2가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 상원의원 100명이 모두 출석하면 67표가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민주당과 함께하는 무소속 2석이다. 현재 의석대로 민주당계 의원 47명이 모두 찬성해도 공화당에서 최소 20표가 나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두 차례 하원에서 탄핵소추됐지만 모두 상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민주당이 세 번째 탄핵보다 조사와 증거 확보를 앞세우는 이유다.
  • 저마다의 ‘초연’…초연 100주년 오페라 ‘투란도트’가 특별한 이유

    저마다의 ‘초연’…초연 100주년 오페라 ‘투란도트’가 특별한 이유

    “이 작품의 제목이 ‘칼라프의 여정’으로 바뀌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모두 말 그대로의 죽음이든, 사회 속에서의 몰락이든, 저마다의 죽음을 피해 도망다니며 살고 있잖아요. 우리 모두 칼라프의 신발을 신고 걷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오페라 ‘투란도트’의 타이틀롤을 맡은 소프라노 에바 프원카는 작품을 공주가 아닌 왕자의 이야기로 뒤집어 읽었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획 오페라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프원카는 “투란도트는 1차원적으로 이해하면 남자를 잡아먹는 괴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겹겹의 다양함을 가진 캐릭터”라면서 “자칫 단편적으로 보일 수 있는 투란도트의 어둡고 밝은 면, 강하고 약한 면을 모두 전달하겠다”고 부연했다. 예술의전당은 초연 100주년을 맞은 자코모 푸치니의 유작 ‘투란도트’를 오는 22~26일 오페라극장에서 전막으로 선보인다. 투란도트’는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한 청혼자를 처형하는 냉혹한 공주와, 그에게 반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왕자 칼라프의 이야기다. 칼라프의 무모함이나 증오가 사랑으로 바뀌는 결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지만, 아름다운 선율로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다. 2014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2019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이 작품을 연출한 정선영 연출은 ‘투란도트’를 “푸치니발 전쟁 종식 프로젝트”라고 했다. 그는 “겉으로는 왕자와 공주의 전설적인 사랑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기원이 담겨 있다”며 “사람끼리 해하는 폭력과 갈등,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복수의 고리를 끊어내는 희망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쓰인 이 작품에서 투란도트가 구혼자들을 처형하는 것은 이방인에게 침략당해 죽은 조상에 대한 복수이며, 전쟁으로 나라를 잃은 칼라프는 그 얼어붙은 마음을 사랑으로 녹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푸치니는 3막 마지막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시녀 류의 희생과 칼라프의 입맞춤으로 투란도트가 사랑을 깨닫는 결말은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했다. 흐름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결말을 각색하는 프로덕션도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취임 후 첫 오페라를 지휘하는 로베르토 아바도는 “알파노 버전의 전통적인 피날레가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이라며 기존 결말을 예고했다. 그는 작품에 대해 “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시대를 앞서간 모던한 음악”이라고 평했다. 투란도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소프라노 서선영은 오랜 기간 류를 연기했다가 이번에 처음 투란도트로 무대에 선다. 그는 투란도트를 “미숙하고,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안고 있는 캐릭터”라면서 “편협했던 투란도트가 사랑을 느끼는 마법 같은 순간”을 작품의 백미로 꼽았다. 칼라프 역의 테너 김영우도 투란도트의 신하 핑·팡·퐁 등 조연으로 오래 이 작품에 참여해 오다 처음 극내 프로덕션 주역을 맡는다. 그는 “이 역할을 하게 되면 이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며 “작은 역할까지 함께 빛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고려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우와 같은 역에 캐스팅된 테너 백석종에게는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뒤 처음 서는 국내 전막 오페라 무대다. 그는 “테너로 데뷔하고 활동하면서 가장 서고 싶었던 무대”라면서 “드라마틱한 제 목소리에 잘 맞는, 현재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칼라프를 맡게 돼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그는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무대를 보러 오신다”며 “귀국해서 사랑하는 부모님 앞, 관객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어떤 무대보다 특별한 무대”라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 “러시아군 수백 명, 중국서 비밀 훈련 후 실전 투입”…훈련 내용은? [핫이슈]

    “러시아군 수백 명, 중국서 비밀 훈련 후 실전 투입”…훈련 내용은? [핫이슈]

    러시아군 약 200명이 지난해 말 중국 내 군사시설에서 비밀리에 훈련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유럽 정보기관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베이징·난징 등 중국 내 주요 군사시설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주로 드론 운용 및 대드론 대응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를 입증할 근거로 지난해 7월 2일 베이징에서 중국과 러시아군 고위 장교들이 서명한 중국어·러시아어 병기 합의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합의문에는 러시아 병력 약 200명이 중국 군사시설에서 훈련받고 이후 중국군 수백 명도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훈련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군 병력의 양국 방문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금지하고 제3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로이터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중국 스좌장·이빈·난징 등지에서 진행된 군사훈련 내용을 기술한 러시아군 내부 보고서 4건도 입수했다”면서 “러시아군이 진행하는 훈련 분야에는 드론과 전자전, 육군 항공, 기갑 보병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유럽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군의 중국 내 훈련은 중국의 드론 산업 및 시뮬레이터 기반의 교육 역량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훈련받은 러시아군 병력 중 상당수는 고위 군사 교관들이었으며, 이로 인해 중국에서 습득한 지식이 러시아 지휘 체계 전반에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서 훈련받은 러시아군 고위급, 실전 투입”중국에서 드론 및 대드론 대응 훈련을 받은 러시아군 교관 중 일부는 실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한 정보기관은 로이터에 “중국으로 건너갔던 러시아 교관 중 일부는 이후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크림반도와 자포리자 지역에서 드론 관련 전투 작전에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는 “중국에 파견된 군인 명단이 포함돼 있는 러시아군 문서를 입수했지만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실전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당국이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일관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유지하고 평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관련 당사자들은 의도적으로 대립을 부추기거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떠나자 곧장 시진핑 만나는 푸틴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가스관 사업 등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밤에 도착해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끝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외신들은 미국과 러시아 정상의 연이은 방중 자체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부각하는 장면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은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적으로도 이를 최대한 부각하려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푸틴 뒷담화’ 딱 걸린 중국…유출된 시진핑-트럼프 비공개 대화, 내용 보니 [핫이슈]

    ‘푸틴 뒷담화’ 딱 걸린 중국…유출된 시진핑-트럼프 비공개 대화, 내용 보니 [핫이슈]

    지난 1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나눈 대화 내용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한 폭넓은 논의를 하던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정상회담 관련 팩트시트에는 양국 정상이 푸틴 대통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나눈 대화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기조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시 주석의 달라진 태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러시아에 이중용도 물자를 제공하며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와 관련해 중국에 우려를 표하기는 했지만 그 빈도는 전 행정부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백악관 측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이나 전쟁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놓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시진핑-푸틴, 얼마나 더 가까워질까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전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취임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 이란 전쟁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애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약화로 이어졌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탈퇴를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중국, 러시아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중·러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ICC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ICC는 2023년 3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불법으로 아동들을 추방해 러시아로 강제 이송한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ICC에 대해 실질적이고 중대한 대응을 하겠다”며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주도로 세 나라가 ICC에 공동 대응한다면 이 역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방문하는 푸틴, 어떤 이야기 나눌까한편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의 영접을 받은 뒤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튿날인 20일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시 주석이 주재하는 환영 행사에 참석한 뒤 비공개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두 정상이 다극화된 세계 질서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선언문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등을 포함한 약 40건의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일정을 마무리할 시 주석과의 비공개 차담회가 매우 중요한 대화가 될 것”이라며 “양측에서 4명씩만 초청돼 국제 현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탄화수소(석유·천연가스 등) 관련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우샤코프 보좌관은 “올해 1분기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석유 공급이 35%, 3100만t 증가했다”며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라고 언급했다.
  • 獨 메르츠 총리 결국 ‘백기’?…‘미국 굴욕’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의 복수 [핫이슈]

    獨 메르츠 총리 결국 ‘백기’?…‘미국 굴욕’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의 복수 [핫이슈]

    최근 중동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메르츠 총리와 각료들이 경색된 미국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메르츠 총리는 현지 공영 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갈등과 미국 철수 계획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내 확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란 전쟁에 대한 견해차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대서양 관계에 대해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하는 것도 역시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주둔 미군 감축과 유럽연합(EU)산 자동차 관세 인상 발언 이후 나왔다. 이는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고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연일 강도 높게 메르츠 총리 비판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메르츠 총리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데, 그 계기는 이란 전쟁 발언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메르츠 총리는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마르스베르크의 한 김나지움(중·고등학교)을 방문해 “이란은 협상에 매우 능숙한 것 같다. 오히려 협상하지 않는 데 매우 능숙한 것 같다”면서 “미국 관리들이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했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떠나도록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란 지도부, 특히 혁명수비대라는 자들 때문에 온 국민(미국)이 굴욕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상황이 5~6주 동안 계속되고 점점 더 악화할 줄 알았더라면 더욱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것”이라며 과거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비교하기도 했다. 메르츠 총리의 ‘미국 굴욕’ 발언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발끈했다. 다음날 그는 트루스소셜에 메르츠 총리를 겨냥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메르츠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면서 “독일이 경제적으로나 다른 면에서나 부진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주독 미군 감축에 EU 자동차 관세 인상 발표까지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메르츠 총리가 이민 및 에너지 문제 등으로 “자국에서 끔찍하게 일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다음날인 30일에도 트루스소셜에 “독일 총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망가진 자국 특히 이민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서 “이란 핵 위협에 대처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간섭하는 데 시간을 덜 써야 한다”고 적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말로만 하는 비판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독 미군 중 약 5000명을 6∼12개월 안에 철수 조치한다는 지시를 내리고, EU에서 생산된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15.00%에서 25.0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해 사실상 독일과 유럽 동맹국을 표적으로 삼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인상 역시 메르츠 총리와의 갈등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메르츠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의 독일 주둔 병력 감축 계획이 두 정상 간 갈등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 “트럼프 올까 봐?”…나토, 2028년 정상회의 통째로 건너뛸 수도 [핫이슈]

    “트럼프 올까 봐?”…나토, 2028년 정상회의 통째로 건너뛸 수도 [핫이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최근 수년간 이어온 연례 정상회의 관행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회의 효율성과 장기 전략 수립이 명분이지만, 내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 6명을 인용해 나토 회원국들이 정상회의 개최 주기를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국가는 매년 열던 회의를 2년 주기로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인 2028년에는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나토는 2021년부터 매년 정상회의를 열어왔다. 올해 회의는 7월 7∼8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다. 2027년 회의는 알바니아 개최가 예정돼 있지만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2027년 회의가 가을로 밀릴 가능성이 크고, 2028년 회의를 건너뛰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 “트럼프 변수” 거론…동맹의 만남이 부담 됐나 회의 축소 논의의 배경을 두고 소식통들 사이에서도 설명은 엇갈렸다.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작전에 나토 동맹국들이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양측의 긴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그는 정상회의 무대에서도 동맹국들이 충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방위비 압박은 이미 정상회의 의제 자체를 바꿔놨다. AP통신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해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 관련 지출에 쓰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압박 속에 나온 결정이었지만, 일부 회원국은 목표 달성에 부담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이란 전쟁과 관련해 유럽 동맹국들의 지원이 미흡하다고 문제 삼았고,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앙카라 정상회의도 단순한 정례 회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로이터는 앞서 튀르키예가 회원국들에게 이번 회의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미국의 나토 관여 축소 가능성에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상회의 축소 논의가 갑자기 튀어나온 일정 조정이 아니라 트럼프 재집권 이후 흔들리는 대서양 동맹 관리법을 둘러싼 고민과 맞물려 있다는 뜻이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이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토 내부의 불편한 분위기를 키웠다. 덴마크는 나토 회원국이다. 동맹국 영토를 둘러싼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반복되면서 정상회의가 결속의 무대가 아니라 갈등을 노출하는 자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 “나쁜 정상회의보다 줄이는 게 낫다” 다만 나토 안팎에서는 이번 논의를 트럼프 한 사람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외교관과 안보 전문가들은 연례 정상회의가 매번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만들고 장기적인 군사·외교 전략 수립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 외교관은 로이터에 “나쁜 정상회의를 여는 것보다 횟수를 줄이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교관도 동맹의 진짜 평가는 회의 횟수가 아니라 논의와 결정의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 관계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나토는 앞으로도 정기적인 국가 및 정부 수반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며 “정상회의 사이에도 회원국 간 협의와 기획, 공동 안보에 대한 의사 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정권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 있다. 아직 확정된 방침은 없지만, 복수 회원국이 회의 주기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례 개최 관행은 흔들리고 있다. ◆ 냉전 때도 드물었던 정상회의…연례화는 최근 관행 나토 정상회의가 처음부터 매년 열린 것은 아니다. 나토는 1949년 창설됐고 첫 정상회의는 1957년에 열렸다. 냉전 시기 미국 중심의 나토와 소련 중심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대치했지만,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오히려 드물었다. 회의 빈도는 1970년대 이후 조금씩 늘었다. 냉전 종식 전후 안보 질서가 급변한 1988∼1991년을 거치며 개최 횟수는 더 잦아졌다. 최근처럼 매년 여름 정상들이 모이는 흐름은 2021년 이후 굳어진 관행에 가깝다.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필리스 베리 비상근 선임연구원은 정상회의 횟수를 줄이면 나토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여러 차례 대서양 양안 회의에서 두드러진 극적인 갈등 장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도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장감을 언급했다. 그는 2018년 나토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이 너무 적다며 회의장에서 나가겠다고 위협했다고 회고했다. 스톨텐베르그 전 총장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퇴장했다면 남은 회원국들이 “산산조각 난 나토의 잔해를 수습해야 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결국 나토의 고민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다. 매년 정상들을 한자리에 세우는 방식이 동맹 결속을 보여주는 장치인지 아니면 트럼프식 압박과 돌발 발언을 키우는 무대인지 따져보는 단계에 들어섰다. 2028년 정상회의를 실제로 건너뛴다면 나토가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의 돌발 변수까지 고려해 동맹 운영 방식을 조정하는 장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 트럼프 겨눈 세 번째 총구… 중동전쟁發 테러 위기 커지나

    트럼프 겨눈 세 번째 총구… 중동전쟁發 테러 위기 커지나

    25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 총격 사건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 사이 세 차례나 총격 시도의 위험에 노출된 셈이 됐다. 이번 사건은 대이란 전쟁과는 무관한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추정되지만, 향후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거나 테러 단체의 비대칭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DC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총격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직접적인 암살 시도다. 1기 집권 때와 비교하면 2기 집권기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의 테러 위협에 더욱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미 전역에서 대규모로 일어났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기록하며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중동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시위는 미 주요 도시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도 ‘반트럼프’ 운동과 연관돼 있거나 이를 추종하는 인물로 추정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이 진영 간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테러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총격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오늘 저녁 사건을 계기로 모든 미국인이 마음을 다해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정가에서는 대이란 전쟁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외부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자국 수뇌부 인사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암살당한 후 이란이 보복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워싱턴DC 육군기지 포트 맥네어에 별도 방공망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지에 거처를 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친이란 테러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인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신생 이슬람 단체인 ‘하라카트 아샤브 알야민 알이스라미야’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위협하며 “우리들의 복수는 당신과 당신의 자녀, 사위까지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유대교 회당 방화 사건 등 유대인 겨냥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 다보스포럼의 유럽 정상들 ‘트럼프 야욕’ 집단 성토

    다보스포럼의 유럽 정상들 ‘트럼프 야욕’ 집단 성토

    佛 대통령 “제국주의 시대 아니다”벨기에 총리 “괴물 될지 그가 정해”“EU ‘미국과 무역 합의’ 승인 보류”트럼프 연설 내용 따라 대책 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년 만에 참여하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그린란드 병합 추진으로 촉발된 유럽과의 관세 전쟁과 맞물려 대서양의 국제 질서를 가늠할 분수령이 되고 있다. 무역 분쟁 기로에 선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을 집단 성토하면서도 그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유럽 각국 정상은 트럼프가 특별연설에 나서기 하루 전 그를 격하게 성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금은 새로운 제국주의나 새로운 식민주의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폭력보다는 존중을 선호하며, 잔혹 행위보다는 법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패널 토론에서 “우리가 분열된다면 80년간의 대서양주의 시대가 진정으로 끝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속 표현을 빌려 “괴물이 되고 싶은지 아닌지는 그(트럼프)가 정할 일”이라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엑스(X)에 “지금 유럽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단호함과 자신감이다”라고 적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실수”라고 부르며 트럼프의 위협에 유럽은 ‘단호하고, 단결되고, 비례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폰데어라이엔은 그린란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전례 없는 강공을 펼치자 유럽의 보복 채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유럽은 지난해 7월 타결됐던 미국과 EU 간 무역 합의 승인 절차를 보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에 대응한 조치로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BBC는 유럽의회가 2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무역 합의 승인 보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22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EU 긴급 정상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에 ‘무역 바주카포’라고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요청할 것이라고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복수의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독일 정부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강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ACI를 발동하려면 EU 이사회 소속국 가운데 최소 15곳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미·유럽 관계가 전례없이 악화한 가운데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행사 내내 긴장감이 팽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보복 조치에 대한 유럽 각국의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트럼프의 다보스포럼 연설 내용에 따라 유럽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 “한국으로 데려가 주세요”…러 파병 북한군 포로의 호소

    “한국으로 데려가 주세요”…러 파병 북한군 포로의 호소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상세하게 공개됐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가고 싶다”며 북한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처지를 토로했다. 20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1부 ‘그림자 군대’를 통해 북한군 포로 리모(27)씨와 백모(22)씨의 근황과 심경을 전했다. 인터뷰는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현지 수감 시설에서 진행했다. 리씨는 방송에서 “난 한국에 가겠다는 의향이 확실하다”며 “하지만 내가 정말 한국에 갈 수 있는지는 계속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심정은 간절하다”고 말했다. 백씨 역시 “조선 군인은 포로가 될 수 없다. 포로가 됐다는 것 자체가 죄”라며 “북한으로 돌아가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가장 크게 호소한 것은 ‘포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죄가 된다’는 공포였다. 리씨는 “살아 있는 것이 불편하다”며 “포로가 되면 역적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전우들은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자폭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죽지 못한 후회가 앞으로의 삶에서 수백 배로 돌아올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백씨도 “포로 돼서 이렇게 구차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배웠다”며 “명색이 조선 군인인데 적군의 포로가 돼 살아간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같은 사람인데 누가 죽고 싶겠느냐.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 그런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은 두 사람의 부상 상태와 생포 당시 상황도 전했다. 리씨는 전투 중 총알이 팔을 관통하고 턱을 뚫는 중상을 입은 뒤 생포됐으며, 현재는 회복했지만 턱에 흉터가 남아 있다. 백씨는 드론 공격으로 다리를 크게 다쳐 철심을 박은 채 목발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백씨는 “부상을 당한 뒤 나흘 동안 방치돼 있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고 말했다. 전투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전장에 투입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리씨는 “말로만 듣던 전쟁과 실제 전장은 완전히 달랐다”며 “드론에 맞아 전우의 머리와 가슴이 날아가는 장면을 직접 봤다. 심장이 아직 뛰는 걸 보고 너무 처절했다”고 말했다. 백씨 역시 “동료들이 죽는 걸 보며 눈에 살기가 돌았다. 복수하겠다고 나섰다가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전했다. PD수첩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약 1만명 규모로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생포 사실이 확인된 포로는 현재까지 이들 두 명뿐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이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군 파병의 실상과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전쟁 포로가 된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공포를 조명했다.
  • 한 해 9300명 목숨 잃는 에콰도르…해변에서 ‘머리 5개’ 발견 [여기는 남미]

    한 해 9300명 목숨 잃는 에콰도르…해변에서 ‘머리 5개’ 발견 [여기는 남미]

    남미 에콰도르의 해변에서 섬뜩한 범죄사건 현장이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충격적인 현장이 발견된 곳은 에콰도르 마나비주의 푸에르토 로페스 해변. 마나비는 에콰도르에서 강력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다. 복수의 주민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변에서 사탕수수 장대에 줄로 매달려 있는 사람의 머리 5개를 발견했다. 참수한 사람의 머리들이 걸려 있는 장대에는 “어부들을 상대로 절도와 갈취를 일삼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팻말이 달려 있었다. 피해자는 모두 남성으로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피해자들이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실종됐던 어부들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지만 경찰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어부들의 실종사건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범죄조직 간 전쟁과 범죄조직에 대한 주민들의 사적 제재 등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조직들이 치열한 패권 쟁탈전을 벌이다 참혹한 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팻말을 보면 후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공권력에 실망한 주민들이 범죄자를 잡아 사적 제재를 가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지만 이번처럼 끔찍한 사례는 에콰도르는 물론 다른 남미국가에서도 없었다”면서 이번 사건이 사적 제재였다면 극단적 폭력이 일반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치안전문가 다니엘 보르헤스는 “주민들까지 극단적 보복에 나선다면 평화로운 사회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치안기관이 더욱 분발해 범죄자는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적 제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마나비 경찰은 “마나비의 질서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주민들이 경찰과 사법부를 신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정부는 2024년 범죄조직과의 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에콰도르에선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식 통계를 보면 에콰도르에선 지난해 9300여명이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마나비는 강력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중 한 곳이다. 참수된 머리가 발견되기 전날 마나비주의 만타, 몬테크리스티, 엘카르멘 등지에선 살인사건이 꼬리를 물고 발생해 하루에만 최소한 18명이 살해됐다.
  • [서울on] 우리는 조만간 멸종할 것이다

    [서울on] 우리는 조만간 멸종할 것이다

    지구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인류가 존속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올해 초 한국을 찾은 인도 출신 지성 가야트리 스피박은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의 말을 빌려 이렇게 강조했다. “이 행성은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이 행성이 필요한 것이다.” 행성의 현상 유지는 인간의 욕망이다. 지구는 아무 생각이 없기에 ‘지구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것도 언어도단이다. ‘지구가 아프다’는 말은 끔찍한 의인화다. 지구는 고통스럽지 않다. 인간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제목은 결코 은유가 아니다. 지구는 이제 더는 문명을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작 100년 뒤의 미래조차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 행성에서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불안감은 커진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공현진),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신진용),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유선혜)…. 요즘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은 ‘멸종’과 ‘멸망’을 향한 사유를 도도하게 벼리고 있다. 이들의 감정은 ‘복수’와 ‘무력’ 사이에서 진동한다. 지구를 제멋대로 탐닉한 기성을 향한 저주.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 흐름을 바꿀 수 없을 거란 박탈감. 공동의 위기 앞에서도 인간은 분열한다. 현실의 정치는 오히려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주의의 잔인성은 은밀한 형태였을 뿐 결코 사라진 적이 없다.” 철학자 아쉴 음벰베는 ‘죽음정치’에서 “전쟁은 민주주의의 목표이자 필연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합리성에 근거한 대화와 상식을 전제한다는 생각은 자못 순진하다. 강력한 적대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의 정치는 적의 전멸(全滅), 소멸(掃滅)을 꾀한다. 정치적인 것을 “적과 동지의 구분”이라고 봤던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의 진단은 날카롭고 적확하다. 존중과 양보는 불가능한 이상이다. 맹목과 광신을 동력으로 삼는 정치는 ‘컬트적 열정’만을 필요로 한다. 헌법에 정교분리를 못박아 뒀음에도 정치인들이 끝없이 ‘주술’에 의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랑’이나 ‘이해’는 한가한 소리다. 정치는 ‘오해’를 목표 삼는다. 그리고 그 귀결은 법을 무효로 하는 ‘테러’의 연속이다. 적이 사라지면 끝날까. 아니다. 어제의 ‘친구’는 오늘의 ‘적’으로 분열한다. 영원한 적대 속에서 세계는 끝없는 ‘내전’을 거듭한다. 언제까지? 멸종에 이를 때까지. 제3차 십자군 원정 직전 성지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과 화해를 다룬 영화 ‘킹덤 오브 헤븐’(2005). 이 영화는 ‘적대적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전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잠시 휴전(休戰)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그 불안한 평화의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자 애쓰는 것. 그것은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저들의 말이 듣기 싫어도 일단 들어 보는 것. ‘이해’되지 않더라도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리하여 적의 얼굴을 마주할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 이것만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다. 오경진 문화체육부 기자
  • 보복하는 정치는 폭력… 다양성 존중돼야 온전한 ‘국민주권’[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보복하는 정치는 폭력… 다양성 존중돼야 온전한 ‘국민주권’[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새 정부 ‘국민주권 정부’라고 명명내란 종식·경제 회복 등 핵심 과제주권 개념 무비판 숭배할 수 없어우린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존재의견·입장 차이 있을 수밖에 없어갈등과 화해 반복하는 것이 정치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시민 자발적 협력·동의 속에 성립“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됩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습니다.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습니다.” 지난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새롭게 출범한 정부를 ‘국민주권 정부’라고 명명하며 ‘내란 종식’, ‘경제 회복’, ‘불평등 회복’, ‘문화 발전’, ‘국민 안전’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그중 첫 번째 과제로 제시된 것이 바로 내란 종식이다. 이번 대선이 2년 앞당겨져 치러지게 된 원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내 군 진입 등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듯 비상계엄은 반헌법적인 일이었고 그에 따라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기까지 했으니 관련자들은 정치적,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주권이란 무엇인가 그럼에도 새 정부의 출발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무조건적 환호와 기대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내란 종식의 외피를 쓴 ‘정치 보복’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그는 선거운동 당시 ‘정치 보복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위에서 인용한 바와 같이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국민주권 침해’로 규정짓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주권이란 무엇일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한다. 이어지는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고 있다. 주권의 신성함, 국민이 주권자로서 갖는 지위 등이 어떤 당연한 전제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주권 개념은 민주국가의 토대를 이룬다. 하지만 주권 개념을 비판 없이 숭배할 수는 없다. 최악의 전체주의국가 역시 국민주권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주권 정부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주권이란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권이란 이름 아래 실질적으로 어떤 정치적 질서가 작동하는가에 따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는 쉽게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치가 득세함에 따라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 및 실질적 위협이 점점 커졌고 유대인이었던 아렌트는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안착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아렌트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나치가 벌인 전쟁과 몰락을 바라보고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 참관하며 자신의 정치철학을 다듬어 나갔다. 선사시대의 인류 부족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 사냥을 한다. 아렌트가 ‘노동’(labor)이라고 분류하는 활동이다. 사냥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동굴에 벽화를 그린다. 아렌트는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을 제외한 모든 일을 ‘작업’(work)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이번 사냥을 주도해야 할지, 더 나아가 이 부족의 미래를 제시해야 할지 결정하고 따르는 등의 활동이 있다. 그것이 바로 ‘행위’(action)다. 활동이면 활동이지 그 속에 ‘행위’가 따로 있다니 무슨 소리일까. 여기서 말하는 ‘행위’란 ‘정치적 행위’를 뜻한다. “행위란 사물이나 사안을 매개로 삼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오가는 유일한 활동으로, 인간 조건의 복수성에 조응한다.” 어려운 말이니 차근차근 짚어 보자. 먹고살기 위해 하는 노동,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거나 파괴하는 등의 작업과 달리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만 집중돼 있는 인간적 활동이 바로 행위, 정치적 행위라는 뜻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존재 여기서 우리는 ‘복수성’(plurality)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인간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존재다. 그런데 인간은 왜 정치적 존재인 걸까. 우리는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복수성은 인간 행위의 조건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지금껏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다른 사람과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다는 바로 그런 측면에서 동일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모두 동일한 개체이거나 혹은 기능에 따라서만 나뉜다면 어떨까. 인간의 사회는 개미나 꿀벌의 군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곤충들도 서로 다른 여왕개미를 따르는 무리 사이에 전쟁을 벌인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 같은 섬세한 정치적 삶을 살지는 않는다. 우리는 서로 완벽하게 같지 않고 그럴 수 없다는 점에서 같은 사람들이다. 의견의 차이, 입장의 차이,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서로 간의 차이를 두고 끝없이 갈등과 화해, 분쟁과 타협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는 그러한 모든 것을 ‘정치’라고 부른다. 아렌트에게 있어 국민주권이란 국민이 서로 다르기에 의미를 지니는 개념인 것이다. 국민주권이라는 단어가 어떤 단일한 의지를 표상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그것은 위험한 일이다. 정치의 복수성이 국가나 특정한 정치집단의 단일한 의지로 대체된다면 정치 그 자체가 위태로워지거나 아예 소멸해 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국민 전체’가 복수성을 지닌 개별적인 국민들의 집합이 아닌 어떤 추상적인 단일 개념으로 여겨질수록 정치는 위기에 빠진다. 개인들의 복수성은 지워지고 정치는 무의미해진다.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 대신 고삐 풀린 권력의 시대가 도래하고 마는 것이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헌법학자였던 카를 슈미트의 주권 개념을 살펴보자.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자다.” 일상적인 판단이 어렵거나 불가능해졌을 때, 통상적인 법질서가 작동하지 않거나 형해화됐을 때 법을 초월한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힘이 바로 주권이라는 이야기다. ●나치 매혹시킨 슈미트의 정치철학 슈미트의 정치철학은 나치를 매혹시켰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됐다는 이유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게 된 독일인들은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민주주의와 법에 대한 신뢰를 잃어 갔다. 법을 뛰어넘는 어떤 ‘결단’을 내려 줄 초인적인 존재, 총통의 출현을 희구했다. 그 결과 아렌트는 망명을 떠나 미국인이 됐고, 우리는 이후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슈미트의 주권 개념이 모두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법적 판단의 근원은 법의 내부에 있지 않다는 것, 그 어떤 이론으로도 다 포착할 수 없는 정치적 결단에 근원을 둔다는 점은 법 형식주의에 매몰된 모든 사람이 쉽게 간과하는 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슈미트의 정치철학과 법 이론이 지니는 어두운 면 또한 분명하다. 주권 개념을 그렇게 정의할 때, 그러한 주권 개념을 국민 다수가 받아들일 때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우리는 정치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의 차이를 노출하고 합의를 이끌어 가는 과정임을 진심으로 믿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복수성에 기반을 둔 정치 행위가 우리를 더 나은 사회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국민 각자가 가슴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 그 믿음이 흔들릴 때,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처단이나 제거의 대상으로 삼으려 할 때 정치는 사라지고 그저 폭력만이 남을 뿐이다. ●다시 한번 빛난 아렌트의 통찰 아렌트의 통찰은 그 지점에서 다시 한번 빛난다. 우리는 흔히 ‘권력’과 ‘강제력’(혹은 폭력)을 동일시한다. 하지만 ‘폭력론’(On Violence)에서 아렌트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유명한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인간이 서로 다른 것은 인간의 조건이기에, 권력은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과 동의 속에서만 성립한다. 국가가 통일된 의지를 구축하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할수록 권력의 토대는 오히려 약해진다. 그러므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비상계엄 선포와 그 후폭풍으로 이뤄진 정권 교체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아렌트의 정치철학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를 하는 대신 그저 ‘다스리려’다가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고 만 윤 전 대통령이다. 인간뿐 아니라 그 어떤 동물도 순순히 통치되지 않는다. 게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지 않더라도 정치 행위는 이뤄진다. 그 어떤 작은 단위에서 살아가건 우리는 정치의 존재와 복수성을 늘 명심해야 한다. 지난 정부만을 비판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지을 수는 없다. 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을 이야기하는 수사법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다. 비상계엄과 국회 내 군 진입 등을 명확히 규명하고 처벌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대상을 ‘내란 세력’으로 몰고 가려 한다거나 ‘아직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식의 프레임을 통해 ‘주권자의 결단이 필요한 비상사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 또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한 행위 역시 정치 행위지만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적 행위와 달리 정치의 복수성과 다양성을 파괴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은 말하고 있다. 정치는 복수를, 보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복수성을 지닌 인간들,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만 동일한 모든 사람이 다른 이와 함께 발언하며 행위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한 여건하에서 국민의 정치적 다양성이 개방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상호 작용할 때, 그럴 때만 국민주권이 온전히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관세전쟁, 수출 기회도 동반… 관세율 낮추기만 급급해선 안 돼”[문소영의 브라운백 미팅]

    “관세전쟁, 수출 기회도 동반… 관세율 낮추기만 급급해선 안 돼”[문소영의 브라운백 미팅]

    관세 협상은 고차방정식성과 재촉해 데드라인 생기면 불리25% 관세율보다 다각적 고려 필요깎는 조건이 국민 부담 땐 옳지 않아트럼프 2기 한국 경제 영향무역수지 기준으로 적과 우방 나눠관세 넘어 구조 바꾸라 압력 넣을 것EU·캐나다 등과 ‘안전판’ 연대 필요對중국 통상 정책 대응은中산업 고도화, 관세 못지않은 도전미중 전쟁 틈서 반사이익 생길 수도새 수출 공간 포착해 유연 대응해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한국에 25%를 포함해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를 발표했다가 돌연 중국을 제외한 동맹국에는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는 협상전화를 기다린다는 말을 계속 흘리고 있다. 미 정부의 변덕스러운 ‘관세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만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글로벌경제안보연구센터장은 그 뒤 여러 차례 전화 통화로 변화하는 현상을 따라잡으면서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정 간섭 수준의 요구를 해결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만큼 정부는 상호관세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말라”면서 “국민과 언론도 정부에 타결을 재촉하지 않아야 만족스러운 협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관세전쟁의 위험은 수출시장 확대의 기회를 동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라고 하는데, 어떤 관세들이 적용되나. “보복관세, 품목관세, 상호관세, 보편관세 등 다양한 관세를 혼란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관세만큼 수출 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미 수출국 사이에 부과되는 관세의 상대적 차이다. 보편관세나 품목관세의 경우는 모든 나라에 적용되니 대미 수출국가들의 경쟁구조가 별로 변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 등에 대한 보복관세나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상호관세율은 미국 시장에서 각국의 경쟁구조를 변화시킨다.” -한국은 25%의 상호관세가 부여됐다가 일단 유예됐다. 한국 수출기업과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미국에 수출하는 상위 수출 16개국(2024년 미 수입의 80.3% 비중)의 상호관세가 20~25%이고 중국(보복관세로 145%), 베트남(46%), 대만(36%)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25% 자체의 효과는 꼭 크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한국 기업이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베트남 및 중국, 방글라데시(37%)에 대한 관세가 부담이 된다. 특히 이들 국가를 생산기지로 이용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되면 베트남과 중국, 방글라데시 등에 한국의 원자재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될 양자협상에서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협상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내정 간섭 수준 양자협상 풀어야 -미국은 양자협상에서 각국의 ‘비관세장벽’을 놓고 협상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부가가치세도 비관세장벽의 하나라고 얘기한다. 거의 내정 간섭 수준의 양자협상이 될 수도 있나. “미국은 자유무역 구조하에서 동맹국들에 장기간 수탈당했다고 생각한다. 관세를 넘어 무역 상대국의 국내 제도와 구조를 바꾸라는 압력을 넣을 것이다. 선(先)상호관세와 후(後)양자협상이 결합된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양자협상은 각국의 국내 제도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양자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각국 내의 이해관계 조정을 놓고 국내 정치적 논란에 더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양자협상을 위해서는 신중하고 다차원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상호관세율을 단순히 깎으면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기술적 협상보다는 내놓을 카드를 신중하게 준비하면서 서두르지 말고 협상해야 한다. 언론도 정부에 빠르게 성과를 내라고 재촉해선 안 된다. 데드라인이 있으면 협상이 불리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뿐 아니라 대공황 우려도 나온다. “이미 경기침체 우려와 자산시장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 상호관세 유예기간에 얼마나 많은 양자협상이 타결될지, 협상이 실패한다면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멕시코 등이 중국처럼 미국에 보복관세를 때릴 것인지, 아니면 순응할 것인지 등이 모두 불확실하다. 이 불확실성 때문에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장기적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워진다. 즉 관세에 따른 무역 위축 효과만큼이나 투자 위축의 효과도 우려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은 이미 트럼프 1기에 재협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2차 협상을 또 해야 하나. “한국의 선택은 보복, 협상, 수용 등 세 가지다. 우선 보복은 답이 아니다. 중국 같은 악순환에 빠지고 경쟁국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 결국 협상을 해야 하는데 관세를 깎는 조건으로 어떤 대가를 제시했을 때,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종적으로 누가 질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수출 기업을 위해 관세를 깎더라도 그 대가로 국민 가운데 특정 계층에게 부담이 생긴다면 그게 정당하냐는 것이다.” ●美, 中 이기기 위해 제조업 부흥에 사활 -미국인들은 트럼프 2기에서 미국의 산업부흥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이 과연 가능한가. “해외 투자의 유턴 등으로 한번 경쟁력을 잃었던 제조업이 부활한 사례는 거의 없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든, 바이든의 보조금 정책이든 시장원리만으로는 부족한 인센티브를 보충해 주는 정책이다. 억지라는 얘기다. 트럼프 임기 내에 그 성과가 확인되지도 않을 것이다. 외국기업들도 상호관세를 회피하려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그 관세가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도 취소될 위험에 처한 것 아닌가.” -트럼프 1기 때는 ‘중국 때리기’였는데 2기는 우방도 때리는 모습이다. 왜 그런가. “우방의 기준이 달라졌다. 지금 미국은 무역수지를 기준으로 적과 친구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의 논리 속에서는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미국에서 경제적 이익을 빼가는 동맹국은 미중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경제 참모가 쓴 ‘미란 보고서’에 미국이 ‘100년 만기 국채’를 동맹국에 넘길 것이라고 한다. “관세를 부과하면서 달러를 약세로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경제적 논리로는 이율배반적이다. 비논리적인 큰 그림을 완성시키려다 보니 비전통적이고 무리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 같다. 만일 4월 이후 주요 통화의 약세가 나타나면 이른바 ‘미란 보고서’의 취지에 따라 환율조작국 지정 등 개별국가의 환율 수준에 대한 압박 메시지가 나올 것이다. 100년 만기 국채 판매, 통화스와프 제공, 금리 차등화 등은 그다음에 벌어질 수 있는 더 복잡한 얘기의 일부분이라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 관세정책은 ‘자해’ 수준 아닌가. “경제적 논리에 따른 접근이라기보다 이념적 접근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이나 자산시장 불안 등 부정적 충격을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구조변화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일시적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경제적 결과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중요하다. 따라서 내년 11월 중간선거 등 정치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밀어 붙일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주요 정책라인이 이미 트럼프 충성파로 채워져 있어 중간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기존 노선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 정책적 혼란은 더 커질 것이다.” ●같은 상황 국가와 연대, 협상카드 효과 -EU나 캐나다 등과 한국이 상호관세에 대해 연대해야 한다고 하던데, 연대가 가능한가. “연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연대해서 미국에 맞서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건 비현실적이다. 다만 연대의 노력 자체가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가 되고 관세전쟁이 다른 나라들 사이로도 확산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빰 맞고 다른 나라에 복수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세계가 정글화하는 것이다. 같은 처지의 나라끼리의 연대는 그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래야만 이른바 규칙 기반의 질서를 지킬 수 있다. 패권국이 아닌 나라들에는 설사 나쁜 규칙이라도 규칙 기반 질서가 안전판이 된다.” -좀 다른 얘기지만 중국이 미국에 맞서고 있다. 그 바탕에는 중국 기업과 산업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도 한다. 우리의 대중국 통상정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관세전쟁과 별개로 중국의 산업은 이미 고도화했다. 몇몇 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은 선도자(first mover)로 변화했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지정학, 한미동맹 우선 전략, 중국 위기론 등에 가려져 중국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놓쳤다. 사례로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2020년 150만대에서 2025년 600만대로 단기간에 4배나 늘어나며 세계 1위가 됐다. 문제는 중국같이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나라의 기업이 퍼스트 무버가 되면 우리 기업들이 예전의 빠르게 따라잡기(fast follower)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관세전쟁만큼이나 중요한 도전이다. 앞으로는 중국의 변화와 발전을 우리가 학습하고 추격해야 할 분야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중국기업들의 인수합병(M&A) 시도 등에 대해서도 이른바 기술 유출 우려보다는 중국 시장 및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보의 계기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배척하는 상황을 우리 기업들이 활용할 여지도 있지 않나.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일 수도 있지만 반사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중국은 한국 수출기업의 1위 시장, 미국은 2위 시장이다. 이번 관세전쟁으로 중국 시장에선 미국 상품이, 미국 시장에선 중국 상품이 쫓겨날 것이다. 그 상황만 놓고 보면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수출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이를 빠르게 포착하고 대응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지만수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글로벌경제안보연구센터장을 겸임하며 중국 경제, 미중 관계, 경제안보 이슈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LG경제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서 중국 경제를 담당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2021년 국민경제자문회의 대외분과장으로 일했다. 현재 외교부 경제안보외교 자문위원이다.
  • 트럼프 관세 전쟁, 고도의 전략인가 충동적 행위인가[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트럼프 관세 전쟁, 고도의 전략인가 충동적 행위인가[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계몽사상가, 자본주의 체제 옹호몽테스키외, 신흥 부르주아 지지사람에게 의존하는 정치 ‘불안정’절대 군주의 정념 억제 방법 고안자본주의 발전에 소외된 사람들자신을 대변해 줄 누군가를 찾아 트럼프, 그들의 분노·원망에 반응‘뜨거운 정념’의 복수를 대신 수행“나의 친애하는 미국인 여러분, 오늘은 해방의 날입니다. 2025년 4월 2일은 미국 산업이 다시 태어난 날로, 미국의 운명을 되찾은 날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기’ 시작한 바로 그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난 4월 2일, 백악관 앞 잔디밭 ‘로즈가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기양양한 태도로 발표한 내용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60여개 교역국에는 그보다 높은 관세를 ‘상호적’으로 부과하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국에 50%에 상당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고 미국은 그 대응으로 ‘자비롭게’ 그 절반인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될 터였다.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에 신뢰 흔들 이런 황당한 관세 정책은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공약했던 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정치권과 언론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기도 했다. 트럼프가 그걸 진짜로 실행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대국이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 통상 정책을 추진한다면 다른 나라뿐 아니라 미국 스스로도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니 ‘하는 척’만 하다 말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아예 관세 대상국에서 빠져 있었고, 반대로 남극 인근의 호주령 외딴섬이며 사실상 무인도인 허드 맥도널드 제도가 관세 부과 대상으로 올라 있었다. 이 황당한 관세 부과 정책으로 인해 4월 3일과 4일 이틀간 미국 주식 시장에서 6조 6000억 달러(약 96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공동 대통령’ 소리까지 듣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도 44억 달러(6조원)가량 줄어들었다. 뉴욕 증시의 3대 지수인 다우, 나스닥, S&P500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모든 지수가 10% 내외로 폭락했다. 그 후의 전개 과정은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지난 9일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시장은 폭발적인 상승세로 화답했지만, 그럼에도 관세 전쟁을 시작하기 전 상태로 복귀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과 달러에 대한 신뢰가 이미 한 번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관세 전쟁과 그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의 주류 언론과 금융계 종사자들은 이번 사건의 전개를 대체로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는 아무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그저 지지자들이 원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지지자들의 인간적 감정의 총합, 즉 정념(passion)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이다. 반면 시장은 합리적이고 냉정하며 이해관계(interest)에 의해 작동한다. 이런 일은 역사 속에서 숱하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번 사건은 그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이해관계에 의한 정념 통제론’이라 불러 보자. 이것은 경제철학이기도 하지만 정치철학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각자 최선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권력자의 자의적 실력 행사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지배 체제를 제공한다는 낙관적인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으니 말이다. ●내면에 있는 정념은 변덕스러워 17~18세기 사이 서유럽에서는 전제군주정이 서서히 그 황혼을 향하고 있었다. 동시에 새롭게 싹터 오르는 자본주의가 사회 전체에 전에 없던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도 했다. 정치학과 경제학이 별개의 학문이 아니던 시절, 말하자면 ‘정치경제학’의 시대에 당대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던 계몽사상가들이 바로 그런 논리로 자본주의를 옹호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다. 우리에게는 흔히 ‘법의 정신’을 통해 삼권분립을 주창한 인물로만 알려져 있지만 몽테스키외의 영향은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깊다. 몽테스키외는 자본주의 옹호 담론의 한 전형을 만들어 낸 사상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절대왕정 시대를 살고 있던 몽테스키외와 계몽사상가들은 상인 계층, 즉 신흥 부르주아의 성장을 지지했다. 문제는 절대군주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상업 행위가 가로막히거나, 납득할 수 없는 세금으로 기껏 벌어들인 돈을 빼앗기거나, 심지어 목숨을 위협당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왕의 권력을 제어하고 상인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까? 선한 군주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누가 어떤 왕이 될지는 철저히 우연과 궁중 암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설령 최고의 자질을 지닌 누군가 왕이 된다 한들 어떠한 계기로 인해 삐뚤어지고 말지 모르는 일이다. 역사 속에 그런 임금의 사례가 어디 한둘이던가. 요컨대 ‘사람’에게 의존하는 정치는 안정적일 수 없다.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감정, 정념이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정념을 억제할 방법이 필요하다. 몽테스키외는 왕에 쫓기던 유대인들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발명해 낸 환어음의 역할에 주목했다. 환어음은 금, 은, 토지와 달리 왕이 자의적으로 빼앗을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유대인, 상업 종사자들은 왕의 폭력을 모면할 수 있었고, 군주도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변덕을 부리며 힘으로 윽박지르는 정치를 하면 자본이 모두 빠져나가 자신이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법의 정신’의 한 대목을 읽어 보자. “그때부터 군주들은 그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명하게 통치해야 했다. 권위를 휘두르는 것이 몹시 분별없는 짓이라는 것이 사건을 통해 드러났고 번영을 가져다주는 것은 올바른 통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정념 부추기는 일 많아 호기롭게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가 ‘중국만 빼고 모두 유예’를 선언한 트럼프의 행보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트럼프도 결국 시장의 힘에 굴복했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지만 숫자로 적힌 돈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자본주의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해관계에 의한 정념 통제론’이다. 이 아름다운 이론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8세기 이후 정치경제학의 학설 발전 과정, 더 나아가 현실 속의 역사가 진행된 과정을 보면 자본주의와 이해관계는 정념을 제어할 수 있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정념 그 자체에 끌려다닌 듯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경제학자 앨버트 O 허시먼은 인생 자체가 ‘통섭’인 인물이었다. 독일 태생의 유대인으로서 나치 정권과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약하고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통역 장교로 활동한 후 미국 시민이 돼 세계은행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학계에 몸담았던 것이다. 그가 정념과 이해관계의 갈등에 주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이해관계로 정념을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을, 이미 18세기에 등장한 그 아이디어를, 마치 새로운 것인 양 계속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정념을 들쑤시거나 부추기는 일이 더 많지 않은가? 그 주제를 탐구한 책 ‘정념과 이해관계’의 한 대목을 읽어 보자. “자신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이들은 영원히 무해할 것이라는 생각을 최종적으로 포기하게 된 것은 자본주의적 발전의 현실이 온전히 가시화된 다음의 일이었다. 19세기와 20세기에 나타난 경제성장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을 뿌리 뽑고, 소수를 부유하게 만드는 가운데 수많은 집단들을 가난에 빠뜨리며,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불황기에 대규모의 실업을 야기하고, 현대 대중사회를 낳음에 따라, 이 같은 폭력적 전환 과정에 휘말린 사람들이 때로 강렬한 분노, 공포, 원망 같은 정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해관계에 의한 정념 통제론 ‘허구’ 그럴 리 없다고? 당장 ‘트럼프 현상’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글로벌 금융 경제의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 특히 쇠락해 버린 중서부 산업 도시 사람들은 그들을 대변해 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미국은 부자 나라가 되는데 나는 가난해지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분노, 공포, 원망 같은 정념을 낳았고 그것이 트럼프의 당선과 재당선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주류 정치 세력과 엘리트의 낙관적인 ‘이해관계 우위론’은 허구로 드러났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전 세계를 더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어 주지 못했다. 물론 많은 이들이 그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났다. 단순 인구수로 보자면 중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보았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 내던져졌지만 선진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또한 전 지구적 자본주의 발전의 최대 수혜 집단 중 하나다. 그러나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적어도 상대적인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세계화와 금융 경제와 국제 분업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차가운 이해관계’를 향해 ‘뜨거운 정념’의 복수를 대신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관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처칠의 유명한 표현을 빌리자면 ‘끝의 시작’은 고사하고 ‘시작의 끝’조차 요원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안보와 경제 등 수많은 영역에서 대외 여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평범한 국민은 매일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대선 국면이 시작됐다. 태풍이 몰아치는데 선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격이다.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주어진 조건을 수긍하고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비현실적인 안보관이나 경제관을 들이밀지 않는 사람, 대한민국호의 이해관계를 지켜내기 위해 차분하고 침착하게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온 국민이 힘을 낼 수 있도록 긍정적 정념을, 다시 뛰는 열정을 북돋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보자.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경기전망 15분기째 부진…기업 40% “작년보다 매출목표 낮췄다”

    경기전망 15분기째 부진…기업 40% “작년보다 매출목표 낮췄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제조 기업들의 올해 2분기 경기 전망이 15분기째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조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하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제조업체 2113곳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2분기 BSI는 전분기(61)대비 18포인트 상승한 79로 집계됐다. BSI는 지수가 100 이하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BSI가 100 이하로 나타난 건 2021년 4분기(91)부터 15분기째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1), 중견기업(83), 중소기업(79) 모두 지수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노출도가 높아 관세 등 대외 정책 변화에 민감한 대기업의 BSI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업종별로 봐도 철강(59)의 경우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누적된 상황에서 관세 인상, 저가덤핑 등 악재가 쌓이며 지수가 2분기 연속 60 이하를 기록했다. 자동차(74)도 미국·유럽연합(EU) 중심 무역장벽 강화,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하며 체감경기가 침체된 흐름을 보였다. 기업들은 올해 매출실적에 대한 기대도 낮췄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제조기업 10곳 중 4곳(39.7%)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 매출 목표 수준보다 낮게 설정했다. 그중 목표로 설정한 매출수준이 전년 대비 10% 이상 크게 하락한 기업(9.6%)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사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복수응답)로 내수경기 부진(59.5%)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40.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내수·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하고,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제조업 기반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 보호무역 기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쟁·폭력적 파괴 커지는 세상 절망… 역사에서 못 배우는 인간 안타까워”

    “전쟁·폭력적 파괴 커지는 세상 절망… 역사에서 못 배우는 인간 안타까워”

    “한강 노벨상 축하, 기쁨 나누고 싶어”토지문화재단 “고통과 악 마주하며생명과 희망 가능성 집요하게 추적” “현재 세계의 상황은 매우 절망적입니다. 전쟁과 폭력의 파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실비 제르맹(70)은 23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동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세계적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지성인으로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제르맹은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다. 1989년 장편 ‘분노의 날들’로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을 받았다. 20권이 넘는 소설과 함께 예술과 시, 종교에 대한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총 40권에 달하는 저작을 냈다. 국내에도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마그누스’, ‘호박색 밤’, ‘숨겨진 삶’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됐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예비평가인 에마뉘엘 레비나스(1906~1995)의 제자로 그의 지도 아래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악(惡)과 용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용서는 우리 문화와 관련이 있는 문제입니다. 용서의 개념을 각 문화에서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공통적인 것은 결국 용서란 복수의 악순환을 끊고 악을 막아 내는 장치라는 점입니다.” 박경리문학상을 주관하는 토지문화재단은 “인류가 대면하고 있는 고통과 악의 실재를 마주하고 동시에 생명과 희망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작가”라며 “인간성의 위상과 자신의 얼굴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고 제르맹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제르맹은 “박경리문학상을 받게 돼서 놀랍고 무척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번 수상을 통해 이 상이 프랑스에도 알려지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얼마 전 한국인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축하하며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박경리문학상은 대하소설 ‘토지’ 등을 남긴 작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 정신을 기려 2011년 제정됐다. 전 세계 소설가를 대상으로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에게 수여하며 상금은 1억원이다.
  • 마크롱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체포, 정치적 목적 없다”

    마크롱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체포, 정치적 목적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를 프랑스 경찰이 체포한 것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비난에 정면 반박했다. 두로프의 체포로 인해 프랑스와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됐고, 언론 자유에 대한 세계적 논쟁이 격화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두로프 체포 이후 프랑스에 대한 거짓 정보를를 읽었다”며 “프랑스 영토에서 텔레그램 대표가 체포된 것은 진행 중인 사법 조사의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는 어떤 의미에서도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 판사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검찰은 이날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내 범죄자들의 활동을 은폐하고, 경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데 협조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복수 시민권자이자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를 체포 뒤 구금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동 성적 학대 자료 유포, 마약 거래, 사기, 자금 세탁 혐의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부 러시아 의원들이 두로프의 체포가 정치적 이유로 이뤄졌다고 주장이 나온 뒤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두로프에 대한 영사 접근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인 브이콘탁테(VKontakte)의 공동 창립자이자 ‘러시아의 마크 주커버그’로 불리는 두로프는 2014년 친러시아 정부에 항의하는 우크라이나 사용자 개인정보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뒤 러시아를 떠났다. FT는 “그의 체포는 지금까지 소셜미디어 플랫폼 수장에게 가해진 가장 가혹한 국가적 조치”이며 “온라인 안전과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공무원과 규제 기관 간의 가장 최신 사례”라고 부연했다. 이달 초 또 다른 빅테크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X 소유주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과 충돌했다. 머스크가 영국 사우스포트 칼부림 사건에 대한 영국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고 이 사건에 대한 허위조작정보와 극우 인사들의 내용을 공유한 것이 그 이유였다. 머스크를 비판하는 이들은 머스크가 극우적 언동이 폭력을 더욱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언론의 자유의 절대주의자라고 선언한 머스크는 X에 해시태그 ‘#freepavel’(파벨을 석방하라)이라고 쓰며 프랑스 사법당국을 비난했다. 두로프의 체포영장은 미성년자에 대한 폭력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작년에 설립된 프랑스 경찰 기관인 오브민(Ofmin)이 발부했다. 장 미셸 베르니고 오프민 사무총장은 “이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거의 10억 명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부적절한 방치와 수사 협조 부족이며, 특히 아동 성범죄와의 싸움에서 그렇다” 이날 링크드인에 썼다. 오프민은 파리 검찰과 세관과 공조해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또한 이날 “수사 당국의 요청에 따라 정보나 문서를 넘기는 것을 거부한 것”이 혐의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인 제트기를 타고 지난 24일 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 도착한 직후 체포돼 구속됐다. 지난 25일 판사는 그의 구속 기한을 24시간에서 최대 96시간으로 연장했고, 그 기간 동안 판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 측은 “두로프는 숨길 것이 없고 유럽을 자주 여행한다”며 “업계 표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서비스법을 포함한 유럽연합(EU)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올해 발효돼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이 유해한 콘텐츠와 허위 정보를 보다 면밀히 감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처벌받거나 역내 영업활동이 금지될 수 있다. 텔레그램 측은 “플랫폼이나 플랫폼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 상황이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2013년에 공개된 이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사용자 수가 10억 명에 가까워졌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유럽과 중동 지역의 전쟁과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서 주요 의사소통 도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두로프는 사용자들의 메시지를 최대한 검열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고, 특정 정부가 텔레그램을 공격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그 결과 텔레그램이 불법 범죄 활동이 판을 치고,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년간 두로프는 자신과 텔레그램을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왔으며, 비판론자들은 크렘린이 여전히 텔레그램과 연계돼 있거나 텔레그램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명한 우익 평론가인 전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에 “두로프는 자신의 가장 큰 문제가 러시아에 있다고 생각하고 떠났다. 그는 조국 없이도 잘 사는 훌륭한 ‘세계 시민’이 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그는 계산을 잘못했다. 우리의 공통된 적들에게 그는 여전히 러시아인이다. 그는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며, 다른 혈통”이라고 썼다.
  • ‘G7 플러스 외교’ 공들였는데…尹, G7 정상회의 초청 무산

    ‘G7 플러스 외교’ 공들였는데…尹, G7 정상회의 초청 무산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 19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동부 풀리아에서 오는 6월 13~15일 열리는 G7 정상회의 초청국 명단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G7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서방 7개 선진국 모임으로 그해 의장국은 논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를 정상회의 등에 재량껏 초청한다. 이탈리아는 올해 G7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아프리카 개발 지원, 이주민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따라 이런 의제를 다룰 수 있는 국가 위주로 초청국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이집트, 튀니지, 케냐, 알제리와 G20(주요 20개국) 회의의 작년·올해·내년 주최국인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이번 G7 정상회의에 초청됐다.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 기치를 내걸고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G7의 고정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G7 플러스 외교’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G7 정상회의 초청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2020년 이후 G7 정상회의에 3차례 초청받았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의장국이던 2020년과 2021년 연속해서 정상회의에 초청됐고 독일이 의장국을 맡은 2022년은 건너뛰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렸을 당시 참관국 자격으로 참가했다. 다만 의장국이 중시하는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국가를 초청하는 것이라 초청 여부가 우리 위상과 연결해 생각하기엔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역시 G7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반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 참가는 불발됐지만 정부는 오는 11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G7 외교장관회의 참여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北매체, 김정은과 딸 주애에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후계자 강력 시사”

    北매체, 김정은과 딸 주애에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후계자 강력 시사”

    북한 매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의 행보를 전하며 ‘향도’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인근에 조성된 강동종합온실의 준공 및 조업식을 찾아 건설에 참여한 장병들의 노력을 치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가죽 코트를 차려 입은 딸 주애도 동행했다. 매체들은 특히 ‘향도자 김정은’, ‘당 중앙의 향도’와 함께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라는 복수 형태의 표현도 담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에 따르면 ‘조선말대사전’에 ‘향도’는 ‘혁명투쟁에서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고 승리의 한 길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뜻하고 ‘향도자’는 ‘혁명투쟁에서 인민대중이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고 그들을 승리의 한길로 향도하여 주는 영도자’라고 풀이돼 있다. 정 센터장은 이를 토대로 “김주애가 김정은에 이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로 김 위원장의 군사 분야 시찰에 동행했던 주애의 민생·경제 분야 활동 공개 행보는 지난해 2월 서포지구 새거리 착공식과 지난 1월 닭공장 시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위원장과 주애는 온실농장 준공식에 이어 공수부대 훈련도 함께 돌아봤다. 하루 동안 민생·군사 분야를 두루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훈련이 “항공육전병들이 불의적인 전시 정황 속에서 하달되는 임의의 작전적 기도에 따라 동원될 수 있는 태세를 검열”하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송기들이 훈련장 상공에 날아들고 전투원들이 우박같이 가상 적진에 쏟아져 내렸다”고 묘사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의 기본임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전쟁 준비”라며 “전군의 모든 장병들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기어이 역사를 갈아치우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대적의지, 투철한 전쟁관으로 억세게 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인민군대에서 한가지 훈련을 해도 그것이 전쟁과 직결된 실전 훈련으로 될 때라야 만이 군인들을 유사시 생사판가리의 준엄한 결전장에서 무조건 싸워 이기는 진짜배기 싸움꾼들로 준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인민군 병사의 어깨에 팔을 두른 모습,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초소에서 쌍안경으로 훈련을 살피는 모습, 부녀가 병사들 바로 곁에서 사격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 등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 4~14일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일 최전방 감시초소(GP) 점령 및 일반전초(GOP) 돌파를 상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병력 실제 기동 훈련, 7일 자주포와 방사포 포격 훈련, 13일 신형 탱크들을 동원한 전차부대 대항 훈련 등 군사훈련을 잇따라 시찰했다. 이 가운데 훈련 시찰 현장에 주애를 데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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