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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가자” 시진핑의 이례적 행보… 2015년 이후 11년 만의 대결단 [밀리터리노트]

    “미국 가자” 시진핑의 이례적 행보… 2015년 이후 11년 만의 대결단 [밀리터리노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달 미국 방문길에 대규모 기업 대표단을 동행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미·중 관계의 판도를 흔들 이례적인 ‘지경학적 승부수’를 던졌다. 시 주석이 해외 순방에 중국의 핵심 기업인들을 대거 대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미국 방문을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 무려 11년 만의 결단이다. 2015년의 데자뷔, 그러나 달라진 미·중 지형4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24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방미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단연 정상회담 뒤편에 배치될 ‘대규모 중국 경제 대표단’의 존재다. 중국 정상이 대규모 경제 대표단을 끌고 미국 땅을 밟은 것은 2015년 시 주석의 방미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등 중국 IT·금융 거두들이 대거 동행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미 테크 공룡들과의 연쇄 회동 끝에 보잉 항공기 300대(약 380억 달러 규모) 구매라는 ‘대형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현재의 안보·통상 환경은 과거와 판이하다. 미국 백악관과 의회는 중국의 대미 투자와 기술 유출에 대해 사상 최고 수준의 경계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내부적으로도 정부와 민간 기업 간의 관계가 한동안 매끄럽지 못했다. 이런 냉각기 속에서 시 주석이 다시 기업인들을 전면에 세운 것은 외교·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상당한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중간선거’ 노린 실리적 대미 메시지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가 미·중 간의 첨예한 기술 안보 갈등 속에서도 ‘상업적·투자적 연결고리’는 끊지 않겠다는 중국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정치적 성과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규모 투자 및 구매 계약이라는 실질적인 ‘경제적 전리품’을 안겨줌으로써 미·중 간 안보·통상 압박의 수위를 완화하려는 유연한 대미 전술이라는 평가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기업인들을 대표단에 포함해 한층 적극적인 역할을 맡기려 하고 있다”며 “경색된 미·중 관계 속에서 민간 재계의 막전 대화와 경제 협력이 실질적인 중재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1년 만의 카드, 미·중 관계 구원투수 될까 이번 방미 대표단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과 경영진이 포함될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미·중 간 첨단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빅테크와 제조업, 금융을 아우르는 중국 대기업 총수들이 미국 주요 경영진과 다시 얼굴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강렬한 외교적 신호가 된다. 안보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번 방미는 단순한 정상 간 정치적 만남을 넘어 경제적 자산을 외교적 레버리지로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며 “11년 만에 꺼내 든 ‘기업인 동행’ 카드가 삐걱거리는 미·중 관계의 완충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짚었다.
  • [열린세상] 22대 국회 연금특위 관전평

    [열린세상] 22대 국회 연금특위 관전평

    8월 21일 국회 연금특위 전체회의가 개최되었다. 예상했으나 이 정도일 줄이야! 마지막 10차 회의에서의 난상토론 끝에 어렵게 합의된 자문위 보고서에 담을 내용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5월 종료된 자문위의 10차례 회의 내용을 담은 결과보고서도 없이 자문위 공동위원장이 각각의 입장만 밝혔다. 이어진 정부 부처 보고 후 특위 야당 간사인 안상훈 의원의 질타가 있었다. 그동안 국회 특위가 수차례 요구했던 개혁안 제출 없이 “검토 필요 또는 지속 논의하겠다”는 정부 보고에 대해 ‘침대축구’하느냐고 발언한 이유다. 국민연금을 개혁했다는 정치권 주장과 달리 “작년 국민연금법 개정 내용의 본질은 50대 이상의 연금 기득권 강화를 위해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덤터기를 더 씌웠다”는 것이 전문가 집단의 평가다. 22대 국회 연금특위는 “이러한 평가에 공감하는 청년층 분노를 해결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연금 구조개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출범했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 질의 내용은 혀를 찰 지경이었다. 참정권 없는 미래세대를 희생양으로 앞선 세대에게 유리하게 개악한 국민연금 구조를 뜯어고치라고 출발한 연금특위의 목적과 배치되는 발언들을 쏟아내서다. “국민연금기금 투자수익률 가정을 바꾸면 기금고갈 시점이 대폭 연장된다. 세금 많이 들어가는 각종 크레딧과 기초연금 지급액 확대”를 주로 강조해서였다. 지속 불가능한 국민연금을 뜯어고치라고 만들어진 자리에서 세금 더 들어가는 소리, 기금투자 수익률 가정을 더 높이자는 타령만 하고 있어서였다. 정부 보고가 맹탕이니 야당 의원 공격 포인트는 국민연금 리밸런싱 이슈로 모아졌다. 청년을 대표한다는 우재준 의원 발언이다. “2021년에는 국내주식 비중 1% 포인트 변경하는 데도 논란이 많았다. 이번에는 6.4% 포인트 인상, 전략적·전술적 허용치까지 고려하면 2배 이상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더 늘렸는데 정치적 압력이 없었느냐”며 현 정부 고위직의 과거 기금 회의록 발언까지 보이며 질의했다. 국민연금은 거대기금 투자자라면 당연히 지켰어야 할 리밸런싱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반면에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근로복지공단 ‘푸른씨앗’은 주식 고점에서 보유주식 비중을 조절하면서 평가수익을 실현했다. 이번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이 1200조원 시세차익을 보았는데, 그중 157조원 넘게 매도했다. 지방선거 직전 허용되어 주가 변동성을 키운 레버리지 상품 손실액의 65%가 35세 이하 청년층에게 귀속된 상황에서,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택으로 활용하자. 국민연금기금 1% 떼어내서 공공주택 짓자”는 여당 의원의 발언이 청년들 분노 임계치를 넘긴 후이다 보니, 리밸런싱 이슈 거론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청년을 대변하는 김용태 의원 역시 구조개혁에 무관심한 정부를 질타하면서 청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던 것 같다. 국민연금기금 운영만 잘하면 2100년까지 기금 고갈 걱정 없을 거라는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발언이 구조개혁 동력을 약화시킨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나마 성과라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 및 추계 관련한 가정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복지부 장관 입장은 어떠냐”는 윤영석 특위 위원장의 질의였다.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정은경 장관의 동의를 이끌어내서다. 이 대목에서 25년여 전의 전재희 의원 발언이 떠올랐다.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을 대변하는 전문가 다수가 보편적인 조세방식 기초연금을 도입하자고 했을 때, 당시 혼자서 강하게 반대했던 필자에게 전 의원이 했던 말이다. “맞습니다.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분들은 박사님처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접근을 경계해야 합니다.” 조만간 공개될 이재명 정부 기초연금 개편 내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불모지서 세계적 제련기업으로… 고려아연 52년 이끈 경영진의 ‘비전과 뚝심’

    불모지서 세계적 제련기업으로… 고려아연 52년 이끈 경영진의 ‘비전과 뚝심’

    최기호·최창걸, 70년대 척박한 환경서 제련업 기틀 마련최창영 기술 혁신·최창근 자원 개척으로 ‘멀티메탈’ 완성최윤범 회장, 핵심광물 고도화 및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미래 정조준금·은값 하락에도 106분기 연속 흑자… 美 정부도 주목한 통합제련 고려아연이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과 함께 106분기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 3730억 원, 영업이익 5870억 원을 기록하며 금과 은 가격 조정 속에서도 견조한 이익 체력을 입증했다. 특정 금속 가격이 흔들려도 충격을 흡수하는 고려아연의 저력은 지난 52년간 산업의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제련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앞선 경영 리더들의 헌신과 현 경영진의 신성장동력 육성이 맞물린 결과다. 최기호·최창걸부터 최창영·최창근까지… 반세기 이어온 ‘도전의 역사’고려아연의 역사는 1970년대 최기호 창업주의 과감한 도전에서 시작됐다. 당시 국내 비철금속 산업 기반이 취약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제련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창걸 회장은 창업주와 함께 고려아연을 설립하고 초기부터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조직과 재무 기반을 구축했다. 그는 주요 경영 현안을 폭넓게 챙기며 안정적 성장을 위한 경영 체계를 확립했다. 이후 최창영 명예회장과 최창근 명예회장은 각각 기술과 자원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회사를 글로벌 제련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최창영 명예회장은 선진 제련 기술 도입과 독자적 공정 혁신을 주도한 대표적인 기술 경영인이다. 1976년 경영에 참여한 그는 생산성과 유가금속 회수 경쟁력을 크게 높였으며 특히 제련 잔재를 재처리하는 TSL(Top Submerged Lance)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이끌어 유가금속 추가 회수의 기반을 넓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한국을 일으킨 60인의 엔지니어’, 2010년 한국공학한림원 선정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에 이름을 올렸다. 최창근 명예회장은 자원 분야의 전문성을 무기로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헌신했다.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제련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광산과 자원개발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원료 공급망을 개척했다. 그의 현장 중심 경영은 안정적인 생산과 원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이러한 역대 경영진의 철저한 경영, 기술, 원료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을 넘어 금, 은, 동과 각종 희소금속을 함께 회수하는 ‘멀티메탈 통합제련’ 체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최윤범 체제, ‘핵심광물’ 고도화 및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신성장동력 장착앞선 세대가 닦아놓은 굳건한 토대 위에서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핵심광물 경쟁력을 고도화하며 멀티메탈 사업의 부가가치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그 중요성이 커진 핵심광물의 회수율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통합공정의 유가금속 회수율은 최대 96.5%에 달하며 핵심광물 회수율 역시 종전 60%대에서 80%대까지 상승했다. 회사는 2028년까지 동 생산능력을 연간 15만 톤으로 확대하고, 갈륨 및 게르마늄 생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최윤범 회장은 2022년 미래 성장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를 제시하고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자원순환을 3대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호주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기반을 넓히고 황산니켈·전구체·동박 등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한편 전자폐기물을 활용한 자원순환 사업으로 미래 산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美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추로… ‘프로젝트 크루서블’ 가동고려아연이 반세기에 걸쳐 축적한 다금속 통합제련 역량은 최근 미국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미국이 핵심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는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핵심광물 회의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주요 공급망 구축 사례로 직접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미국의 자원 및 산업 인프라와 자사의 제련 기술을 결합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통해 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미국 통합제련소에서 아연, 연, 동뿐만 아니라 갈륨, 게르마늄, 인듐, 안티모니 등 다수의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창업주의 과감한 도전에서 시작해 과거 경영진이 축적한 굳건한 펀더멘털 그리고 이를 계승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확장하고 있는 현 경영진의 전략까지 매 시대마다 과감한 선택을 이어온 ‘비전과 도전정신’이 고려아연의 52년을 관통하며 ‘다음 50년’을 향한 핵심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산후조리원비 냈다면 필독”… 억대 연봉자도 세금 돌려받는 ‘출산 세테크’[세테크]

    “산후조리원비 냈다면 필독”… 억대 연봉자도 세금 돌려받는 ‘출산 세테크’[세테크]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나 최근 아이를 낳은 초보 부모들에게 산후조리원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수백만원대 비용은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정부는 이를 줄여주기 위해 산후조리원 이용 비용에 대해 의료비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왔지만, 상당수 맞벌이 부부는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바로 ‘총급여 7000만원 이하’라는 소득 제한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열일곱 번째 ‘국세청이 알려주지 않는 세테크’ 이야기는 소득 요건이 폐지돼 억대 연봉자도 세금을 돌려받는 산후조리원 의료비 세액공제입니다. 소득 요건 전면 폐지… 억대 연봉·대기업 맞벌이도 혜택 기존 세법에서는 총급여가 7000만원을 넘는 직장인은 산후조리원에 아무리 큰돈을 냈더라도 연말정산에서 의료비 공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맞벌이로 합산 소득이 높거나, 고소득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용은 똑같은데 세금 혜택에서 차별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이 반영돼 산후조리원 비용에 대한 소득 요건이 폐지됐습니다. 공제 한도는 출산 1회당 최대 200만원입니다. 의료비 세액공제율 15%가 적용되므로, 200만원 한도를 모두 채운다면 연말정산 때 최대 30만 원을 돌려받습니다. 다만 쌍둥이, 세쌍둥이를 낳았다고 해서 한도가 400만원, 600만원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아기 수’ 아닌 ‘출산 횟수’가 기준입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소득 낮은 배우자’에게 몰아주기 소득 제한이 풀렸다고 해서 무조건 30만원을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국세청의 의료비 세액공제 시스템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총지출액 전체에 대해 공제하는 게 아니라, ‘총급여액의 3%’를 초과해 사용한 금액부터 공제가 시작됩니다. 예컨대 총급여가 1억원인 직장인이라면 연간 의료비 지출액이 300만원을 넘어야 비로소 공제가 시작되고,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이라면 120만원을 넘어야 혜택을 받습니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이 높은 배우자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우자 명의의 카드로 산후조리원 결제를 진행하고 의료비 증빙을 몰아주는 것이 유리합니다. ‘공제 문턱’(총급여의 3%)을 넘어서야 산후조리원 비용 200만원에 대한 15% 공제 혜택을 온전히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결제 카드 명의는 주의해야 합니다. 친정이나 시댁 부모님이 조리원비를 대신 내준다며 부모님 카드로 결제할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 모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신용·체크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해야 합니다. 간소화 서비스 자동 누락 주의… 영수증 챙겨야 연말정산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대목은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만 믿는 것입니다. 일반 병의원이나 약국은 결제 내역이 국세청으로 자동 입력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 산후조리원은 국세청에 자료를 내지 않습니다. 산후조리원에 직접 요청해 이용자의 성명과 지출 금액, 산후조리원 사업자 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받아 회사 연말정산 담당자에게 제출하면 됩니다. 이때 산전·산후 마사지나 에스테틱(피부 관리) 서비스 비용은 세법상 ‘미용 목적 지출’로 분류돼 공제 대상에서 빠집니다. 만약 영수증에 조리원 이용료와 마사지 비용이 포함돼 있다면, 순수 이용료만 적힌 영수증을 별도로 요청해야 합니다. 아울러 ‘첫만남이용권’이나 ‘국민행복카드’ 등 정부 바우처로 결제한 금액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전체 이용료 중 정부 지원금을 뺀 ‘순수 본인 부담금’만 신청하는 겁니다. 소득 제한이 사라지면서 산후조리원 공제 혜택은 이제 모든 출산 가구가 챙겨야 할 ‘필수 세테크’가 됐습니다.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올해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면 영수증을 미리 챙겨 환급금을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만약 과거 5년 이내에 소득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제도를 몰라 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국세청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창간 기획 ‘청년·청탁 시리즈’ 돋보여… 해법 제시는 더 필요” [독자권익위]

    “창간 기획 ‘청년·청탁 시리즈’ 돋보여… 해법 제시는 더 필요” [독자권익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00차 회의를 열고 7월 한 달간의 서울신문 보도를 평가했다. 회의에는 김춘식(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장을 비롯해 이명행(SK하이닉스 PR기획팀장·변호사), 이상은(고려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과정·교사), 차윤주(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세무사), 박경환(서울시 민생노동국장), 홍정석(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창간 122주년 기획 ‘쉬었음 청년 추적기’와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등 심층 보도가 서울신문의 강점을 잘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시·세제·정치 보도에서는 구조 분석과 솔루션 제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 이상은 고려대 미디어 석사과정학생부 부실 관리 정밀 진단 훌륭현장 문제 해결할 대안 제시해야교사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는 21일자 ‘학폭 기록 사라지고… 교사는 대입 반영 학생부 ‘복붙’’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로 상담 기록 미보관과 생기부 ‘복붙’ 실태를 정밀히 짚은 점은 훌륭했으나, 적발 사실을 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교사 행정 부담이나 학폭위의 구조적 한계까지 파고들지 못해 아쉬웠다. 현장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27일자 ‘“서울 가면 성공” 옛말… 부모 경제력이 ‘상경 효과’ 좌우’ 기사와 16일자 ‘‘장윤기 부실 수사’, ‘진짜 윗선’ 찾기 수사력 집중… ‘계획범죄’ 입증 재판 관건’, 19일자 ‘1인가구 절반이 월세살이… 안 먹고 안 쓰고 빚투 ‘두리번’’ 보도 역시 사법·행정 쟁점을 잘 포착했다. 다만 데이터 정리에 집중하다 보니 상경을 포기했거나 고비용 구조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부족했고, 경찰의 지역 유착이나 대응 매뉴얼, 주거·빚투 대안 등 구조적 해법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수치 뒤 가려진 현장의 얼굴과 언론 나름의 해법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13~15일자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기획은 판결문과 현장을 잘 엮어낸 수작이다. 22대 국회 계류 개정안 19건의 미통과 배경과 정치적 셈법을 짚는 후속 취재가 더해진다면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이명행 SK하이닉스 PR기획팀장‘쉼은 무기력 아닌 대기’ 발상 전환청년 발언 전면 내면 더 나았을 것창간을 맞아 전담 취재팀을 꾸리고 알찬 심층 기획을 선보인 기자들의 노고가 돋보였다. 다만 일부 온라인 기사 제목이 과하게 자극적이었던 점은 아쉽다. 인터넷 뉴스 환경에서 조회수를 겨냥한 제목이 쓰이는 관행이 있지만, 종합 일간지로서 품격을 지키고 공적 역할을 기준 삼는 내부 원칙을 견고히 했으면 한다. 기획 ‘쉬었음 청년 추적기’는 읽는 내내 먹먹할 정도로 공감이 깊었다. 특히 17일자 ‘‘쉬었음 MZ’ 그냥 쉼은 없었다’는 청년들의 상태를 단순 무기력이 아닌 취업을 위한 ‘전략적 대기’ 상태로 바라보게 해 인상적이었다. EU와 일본의 대응 사례까지 소개해 독자들이 정책적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게 한 점도 좋았다. 16일자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전남광주의 미래, 청년이 설계한다’는 청년 문제를 1면에 전면 배치한 진정성은 느껴졌으나 포럼 참석자의 당위성 발언 위주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현장 청년들의 실제 사례와 생생한 목소리를 전면에 노출했더라면 훨씬 흡인력 있었을 것이다. 차윤주 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깊이 있는 청년·청탁금지법 기획기자 후기·독자 참여 방식도 추천7월 지면은 유난히 굵직한 사건 속에서 언론의 공적 역할이 크게 시험받은 한 달이었다. 창간 122주년 ‘쉬었음 청년 추적기’ 기획과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기획은 첫 회를 접했을 때 시의성에 의문이 들었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창간기획다운 호흡과 깊이가 드러났다. 특히 청탁금지법 기획은 12일자 ‘빈손은 마음에 걸리고 성의는 법망에 걸렸다’, 13일자 ‘선물과 뇌물 사이…법관 따라 ‘고무줄 판결’’처럼 1인칭 고백과 460여 건 판결·결정문 전수조사를 결합해 법 시행 10년의 변화를 체감도와 데이터 두 방향에서 잘 보여 줬다. 편집국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해당 의제를 선정했는지 독자에게 전해진다면 기획의 무게감이 더해질 것이다. 기자의 에필로그 배치나 편집자 주를 통한 어젠다 공유, 독자가 기획 선정에 참여하는 상향식 방식과 인터랙티브 콘텐츠 활용도 권한다. 경제·부동산 보도로는 12일자 ‘레버리지 위험경보–‘음의 복리’ 레버리지, 코스피 뒤흔들다’와 27일자 ‘주택공급의 덫, 지자체 인허가–시청 4년, 도청 2년…인허가 지옥’ 기획이 돋보였다. 단독 데이터 분석과 지방행정 절차의 병목을 파헤쳐 서울신문만의 강점이 잘 발휘됐다.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청년 보도, 정책 기획자 참고 자료금품 수수, 기관 감사 부문 취재를7월 청년 보도는 막연한 어려움 대신 취약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인상적이었다. ‘쉬었음 청년 추적기’ 기획 중 20일자 ‘쉬었음이 감점되는 구인 시장’은 50만원짜리 면접 강의와 AI 채용 등 기업 환경과 청년 구직의 미스매치로 인한 실업의 구조적 원인을 명쾌히 짚었다. 22일자 ‘빵 만들어 출장 판매·합숙 캠프까지… 취업 재촉 않고 ‘일상 회복’ 돕는다’ 기사의 일본 무사시노 지역청년서포트스테이션 사례는 정책 입안자에게 매우 유익한 참고 자료였다. 9일자 ‘경찰, 준비돼 있습니까’ 기획의 공권력을 감시하는 일관된 논조는 높이 평가한다. 다만 1면에 실린 ‘내가 느그 서장하고 아직도 통하는 경찰’ 기사의 제목은 사투리로 지역 비하 논란을 초래하거나 자극적 헤드라인으로 비칠 위험이 있어 지양해야 한다. 15일자 ‘뇌물죄보다 입증 쉬운 ‘만능 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금품 수수 시 법적 적용 기준을 잘 정리했다. 애초 보완을 전제로 제정된 법인 만큼, 향후 일선 기관 감사부서를 직접 취재해 실제 처벌 및 면제 사례를 파고든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임태환 기자의 ‘‘주식 손해 메꾸려다… ‘불법 PC방’ 빚더미’ 기사와 이두걸 사회1부장의 ‘[데스크 시각] 공정의 모병제, 불가능하지 않다’ 칼럼 등 대안을 제시한 보도들도 유익했다. 홍정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선관위 6년 치 감사 자료 분석 성과검증하지 않은 외신 인용 경계해야7월 보도 중 6일 ‘한해 1000건 이상 지적, 시정만 92%… ‘자정 불능’ 선관위’ 기사는 모범 사례다. 6년 치 감사 보고서를 분석해 지적 7729건 중 징계가 단 2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제시한 것은 데이터 기반 감시저널리즘의 뛰어난 성과다. 16일자 ‘소고기 대신 쌀 추가 개방… 대미협상 카드 부상’ 등 중동 위기와 관세 협상 보도도 국제·경제 맥락을 체계적으로 전달했다. 다만 증시 폭락과 세제 개편 보도에서는 종합지가 해야 할 의미 설명과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 속보는 방송이, 시장 분석은 경제지가 맡을 때 종합지는 ‘내 계좌가 왜 녹는지’, 개인의 삶과 정책에 갖는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22일자 국제면 기사 ‘혐오가 빚은 외로운 늑대에… 방탄조끼 입는 ‘민주주의 고향’’은 영국 정치인 피살 사건을 2016년 조 콕스·2026년 앤 위디컴 사건까지 10년 흐름 속에서 조명한 점이 유익했다. 하지만 수사 초기 사건에 ‘외로운 늑대’라 단정한 제목과 텔레그래프의 ‘언론 책임론’을 검증하지 않은 채 동일 선상에 올린 대목은 증거 위계를 흐릴 위험이 있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주식토큰 보도, 의제 발굴 뛰어나홍명보 사퇴 속 축구계 비판 모범‘회색지대 주식토큰’ 기획은 49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신종 시장의 규제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해 감시견 기능과 의제 발굴력이 뛰어났다. 다만 위험을 떠안는 투자자의 육성이 빠져 있어 현장 주체 보강이 필요하며, 대형 증권사 이해상충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 사퇴 관련 연속 보도는 단발성 사건을 협회 거버넌스 문제로 끌어올린 탄탄한 3단 구조(진단·비교·해결책)와 다양한 취재원 활용으로 책무 저널리즘을 실천한 모범 사례다. 정치권의 즉각 개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전문가 합의로 응수한 점도 성숙한 접근이었다. 다만 경기 결과의 원인을 협회 무능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런명보’나 ‘환멸’ 같은 감정적 어휘 사용과 익명 인용이 다수였던 점은 아쉬웠다.‘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기획은 461건 판결문 전수조사해 의미있는 정보를 전달했으나, 유죄 직종 4위로 드러난 언론계 자신의 10년에 대한 성찰적 검증은 빠졌다. 7월 지면은 무거운 의제들을 심층적으로 다뤄 저널리즘적 깊이를 보여 줬다. 앞으로도 단순 전달을 넘어 현장의 목소리와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당부한다.
  • 트럼프, 이란에 또 속았다…전격 투입한 ‘사거리 2000㎞’ 드론 정체 공개 [밀리터리+]

    트럼프, 이란에 또 속았다…전격 투입한 ‘사거리 2000㎞’ 드론 정체 공개 [밀리터리+]

    이란이 미국과의 무력 충돌 14일째인 24일(현지시간) 또다시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 이란군은 성명에서 “알 두하, 알 아디레, 오레이프잔 등 쿠웨이트에 위치한 주요 미군 기지들을 드론으로 타격했다”면서 “이번 작전에는 아라시(Arash) 드론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라시 드론을 이용해 알 아디레 기지 내 미군 장비 보관 시설, 알 두하 기지의 미군 병력 주둔지, 오레이프잔 캠프의 주둔지를 정밀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아라시는 이란이 자체 개발한 장거리 자폭형 무인기로, 목표 상공을 배회하다가 지정된 표적을 향해 스스로 돌진해 폭발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란 육군이 지난 2020년 실전 배치한 해당 드론은 기존 샤헤드 계열보다 더 긴 사거리와 높은 파괴력을 갖춘 전략 무기로 알려졌다. 최대 사거리는 2000㎞로, 중동 대부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란은 이를 장거리 전략 표적 공격용 드론으로 운용하고 있다. 최대 탄두 중량은 150㎏으로 알려졌다. 아라시는 저렴한 비용으로 장거리 정밀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인 전투기나 순항미사일보다 제작 비용이 낮고, 여러 대를 동시에 투입해 상대 방공망을 포화시키는 전술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란은 2022년 아라시-2를 처음 공개하면서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와 하이파를 타격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드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은 이번 쿠웨이트 미군 기지 공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하는 위협은 이란 국민과 군 무장력의 결의와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라며 “무모한 모험주의나 새로운 전선을 열려는 시도는 적의 전략적 실수를 반복하고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미군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지난 17일 요르단 미 공군기지 타격에는 중거리 미사일 ‘케이바르 셰칸’ 미사일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바르 셰칸은 2022년 처음 실전에 투입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이다. 사거리는 약 1450㎞, 길이는 11.4m, 직경은 약 76㎝로 알려졌으며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란의 당시 공격은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등 방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회피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케이바르 셰칸에 기동성 재입격 탄두(대기권에 다시 들어온 뒤 궤도를 바꾸는 탄두)를 채택해 요격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바레인에서도 폭발음 이어져이란은 쿠웨이트뿐 아니라 인근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잇따라 타격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군 주도의 국제동맹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 지역 내 에르빌 공항 인근에서도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AFP 통신 기자는 “방공망이 가동된 직후 폭발음이 들렸으며, 도시 상공을 선회하는 드론들과 공항 일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라크의 해당 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최소 7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최소 4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비슷한 시각 바레인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 공습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이란 미사일 능력 무력화 됐다더니역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잇따른 보복 공격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미 국방부 주장을 반박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이란의 미사일과 발사대가 고갈되고 파괴돼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은 휴전 기간을 이용해 지하 시설을 복원하고 전력 재건에 나섰다. 매몰된 지하 시설 출입구를 파내고 일부 기지에서 미사일과 발사대의 전력을 살려 공격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의 이란 전문가 니콜 그래제우스키 교수는 “요르단에 발사된 미사일이 이란 타브리즈 지역 근처 기지나 작전을 재개한 이란 서부의 다른 기지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이 미사일을 보충했거나 기지에 파묻혔던 미사일 일부를 파낼 수 있었다는 의미”라며 “이들이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미사일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이란에 대규모 공격 결정 임박”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이란에 위협 섞인 발언을 내뱉고 있다. 그는 전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나는 (공격) 결정을 내리기 직전이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대규모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 어느 때보다 더 큰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제한적 수준의 공습이 아닌, 이란과 전면전을 벌였던 ‘장대한 분노’ 작전 때보다 더 큰 규모로 공격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합의를 체결할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아직 충분한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고구마는 과자, 김은 화장품으로…고창 로코노미 전략 통했다

    고구마는 과자, 김은 화장품으로…고창 로코노미 전략 통했다

    전북 고창군의 농산물 판로 확대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창군은 단순한 농산물 납품을 넘어 기업과 공동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전국 유통망과 브랜드를 활용한 홍보를 추진하며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수박, 복분자, 고구마, 멜론, 풍천장어 등 지역 대표 농산물을 국내 굴지 식품·외식기업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전국 소비자 입맛도 사로잡는 모습이다. 24일 고창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모두 8개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군은 전북 최대 규모 고구마 산지답게 고구마를 활용에 집중했다. ㈜롯데웰푸드와는 지난해 9월 빈츠, 카스타드, 찰떡파이 등 12종의 협업 제품을 전국에 출시했다. 군은 고창 고구마 19t을 공급했다. ㈜피자앤컴퍼니(브랜드명 반올림피자)는 고창 고구마피자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만 약 200t 규모의 고구마가 쓰였다. ㈜엠즈씨드(브랜드명 폴바셋)와 ㈜보나비(브랜드명 아티제) 등에서도 고창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애슐리 퀸즈’로 잘 알려진 ㈜이랜드이츠는 올여름 고창선운산 멜론을 활용해 뷔페 시즌 메뉴를 선보인다. 멜론 약 200t을 공급하며 대규모 소비처 확보에 성공했다. 클라우드(브랜드명 유리숲)는 고창 지주식 김을 활용해 피부 보습에 좋은 화장품을 개발하고 고창의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한 제품 홍보를 하고 있다. 건강음료 제조회사 ㈜링티는 고창 복분자를 활용한 ‘링티 복분자맛’을 출시하고 SNS 중심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고창 복분자의 우수성을 전국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삼성 에버랜드(삼성물산 리조트부문)는 쌍둥이 판다(루이바오, 후이바오)와 고창 수박을 활용한 캐릭터 굿즈를 출시했다. 또한 삼성웰스토리는 전국 170여 개 기업체 구내식당에서 고창 복분자와 보리 등을 활용한 신메뉴 5종과 수박을 활용한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 같은 고창군의 다양한 농산물 마케팅은 1년 6개월여 만에 15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심덕섭 군수는 “대기업 유명 카페와 외식업체에서 고창수박과 고구마, 멜론, 복분자 등을 활용한 메뉴를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고창 농산물의 인지도를 높였다”며 “앞으로도 고창 농산물의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안정적인 판로 개척을 통해 실질적인 농가 소득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NHN KCP-아발란체, 스테이블코인 ‘Demo Day’ 개최…온체인 정산·해외송금 구현

    NHN KCP-아발란체, 스테이블코인 ‘Demo Day’ 개최…온체인 정산·해외송금 구현

    - 금융기관, NHN KCP온·오프라인 가맹점 등 110여개 기업 관계자 대거 참여- 1시간 단위 온체인 정산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시연으로 글로벌 확장성 제시 종합결제기업 NHN KCP가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Avalanche)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 및 정산 기술 모델을 선보였다. NHN KCP는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아발란체와 공동으로 ‘데모데이(Demo Day)’를 개최하고, 지난 5월 진행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개념검증(PoC) 결과를 실제 이용 환경 형태로 구현해 공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NHN KCP의 온·오프라인 가맹점과 주요 금융기관, 양사의 기술 파트너사 등 110여 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PAYCO 앱 내 디지털월렛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지급받은 뒤 현장 결제를 진행하고, 거래 및 정산 데이터가 관리자 페이지에 실시간 반영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행사에 앞서 NHN KCP와 아발란체는 기업용 블록체인 인프라 서비스 아바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NHN KCP의 결제 인프라와 가맹점 관리·정산 운영 역량, 아발란체의 블록체인 기술 및 글로벌 사업 역량을 결합해 관련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번 Demo Day에서는 ▲1초 대 스테이블코인 결제 ▲가맹점 관리자 페이지 연동 ▲1시간 단위 온체인 자동 정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등 네 가지 기능이 시연됐다. 현장 결제는 QR과 바코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별도의 전용 결제 단말기 없이 상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구현됐으며, 결제 처리에는 NHN KCP가 구축한 아발란체 기반 결제 특화 메인넷이 활용됐다. 거래 정보는 약 0.5초 내 NHN KCP 메인넷에 기록되고, PAYCO 디지털월렛에도 1초 대로 반영된다. 가맹점 운영 화면도 함께 공개됐다. 가맹점 관리자 페이지에서는 주문 접수, 결제 완료 여부, 거래 상태, 정산 예정 금액과 처리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맹점은 블록체인 관련 전문 지식 없이도 기존 카드 결제 관리 방식과 유사하게 매출과 정산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연은 결제 과정뿐 아니라 결제 이후 거래 확인과 정산 관리까지 구현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NHN KCP는 결제 데이터를 연계해 정산 지갑에서 가맹점 지갑으로 스테이블코인 정산금을 자동 전송하는 1시간 단위 온체인 정산 프로세스를 선보였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결제 데이터를 일정 주기로 집계하고, 정산 대상 금액을 가맹점 지갑으로 자동 전송하는 방식이다. 해외송금 기능도 시연됐다. 외부 스테이블코인 지갑과 PAYCO 디지털월렛 간 자금 이동 과정을 구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 지갑 간 송금 구조를 선보였다. 양사는 향후 국가별 금융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고객확인 등 관련 요건을 반영해 해외송금 및 글로벌 결제·정산 서비스로 확장 가능성을 검토한다. NHN KCP는 이번 Demo Day를 계기로 기존 PG·정산 인프라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모델의 연계 가능성을 구체화한다. 또한 디지털월렛, 관리자 페이지, 결제 특화 메인넷을 B2B 형태로 공급하고,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사업 확대도 검토한다. NHN KCP 관계자는 “결제 인프라의 경쟁력은 승인 속도뿐 아니라 정산 속도와 운영 가시성에서도 결정된다”며 “가맹점은 매출 발생 이후 실제 자금이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정산되는지가 운영 효율과 자금 회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Demo Day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단순한 신규 결제 수단을 넘어, 가맹점의 정산 대기 부담을 줄이고 거래 관리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결제·정산 인프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라며 “NHN KCP는 국내 온·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축적한 가맹점 네트워크와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가맹점과 금융권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결제·정산 모델을 지속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고객용 사건 앱 공개한 YK… 기업 법무 시장까지 ‘승부수’

    고객용 사건 앱 공개한 YK… 기업 법무 시장까지 ‘승부수’

    법무법인 YK는 우수 인재 영입(HR)과 고객 경험(CX) 고도화라는 두 축을 결합해 전사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기존 형사 분야의 굳건한 입지를 바탕으로 B2B 기업 법무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수사부터 재판, 사후 관리까지 입체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 YK는 지난달 자체 고객 전용 플랫폼 ‘YK 사건-고객 관리앱’을 공개했다. 앱은 기존 로펌들의 단편적인 사건 검색 방식을 넘어 상담부터 ▲위임 계약 ▲전담 부서 배정 ▲재판 출석 기일 ▲판결 선고에 이르는 사건의 전 여정을 중계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앱 메인 화면에 전담 변호인단과 실무진의 직통 연락처를 상시 노출해 수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소통 부재를 차단했다. 모바일 위임계약서 열람 및 고객 직접 증거 업로드 기능을 구현해 실무진과의 유기적인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향후에는 앱에 AI 기술을 접목해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 상담 지원, 일정 안내 등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단순 반복적인 안내 업무에서 벗어나 기업 법무, 대형 자문 프로젝트 등 고부가가치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HR 혁신과 플랫폼 고도화는 YK의 전국 31개 직영 분사무소 체제를 통해 전국 단위로 가동된다. 주사무소 전문가 그룹과 각 지역 밀착형 우수 인재들이 하나의 시스템 아래 실시간으로 협업하며 전국 어디서나 편차 없는 ‘원팀 원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YK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소속 변호사의 기수·연차 틀을 깬 성과주의, 신입 변호사에 대한 업계 최고 대우에 방점을 찍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리걸테크의 확산으로 법률시장의 업무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고도화된 전략 수립과 의뢰인과의 밀착 소통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AI 시대의 대응 방안으로 가장 먼저 선택한 건 우수 인재 확보다. 확실한 보상 체계로 법률적 판단과 임기응변이 중요해진 변호사 업계의 선두 주자들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YK는 최근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1억 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의 업계 최고 수준의 기본 연봉을 제시했다.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의 특성에 따라 YK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기업과 유사한 채용 및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변호사를 채용할 때 대기업 인·적성 검사에 준하는 외부 기관 평가를 도입해 실무 역량을 실시하며 사회성, 조직 적응 등 의뢰인과의 소통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의도다. 법조계에선 AI 시대에는 변호사가 법률 관련 기능만 기계적으로 수행하면 도태될 거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고객 만족 서비스 등 마케팅 측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과거 기수, 연차로 급여를 책정하던 방식이 아닌 순수 성과 기반 보상 체계를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다. 매 분기 사내 최우수 변호사를 선정해 연봉 인상 혜택도 제공 중이다. 기존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제도로는 연 4회의 연봉 인상 기회, 연간 경영성과급 지급 등을 운영하고 있다. CX그룹장과 인사 부총괄을 겸임하는 김보경(사법연수원 47기) 파트너변호사는 “회사의 파격적인 투자는 단순히 인력을 늘리기 위한 게 아니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인력으로 고객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품질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그룹장은 “AI로 법률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인재 관리와 고객 만족은 긴밀하게 연결된 영역”이라며 “구성원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그 결과가 고객에게는 신속하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로 이어지는 초격차 시스템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 낙후 경기북부 산단, ‘규제개선・노후산단재생・산업고도화’ 전략 필요

    낙후 경기북부 산단, ‘규제개선・노후산단재생・산업고도화’ 전략 필요

    경기연구원, ‘경기북부 일반산단 효율성 분석과 산단 활성화 방안’ 발간 경기북부 일반산업단지의 생산 효율성이 경기남부와 전국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규제개선과 노후산단 재생, 산업고도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기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기북부 일반산단 효율성 분석과 산단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전국 일반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산업용지 규모와 고용자수를 투입요소로, 생산액을 산출요소로 설정해 효율성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경기북부 일반산단(0.040)은 경기남부(0.107) 및 전국 평균(0.054)과 비교해 효율성이 낮았다. 경기북부 산단의 낮은 효율성은 입지 여건, 산업구조, 기반시설, 기업지원 환경, 중첩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북부는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규제가 중첩돼 산업단지 조성·확장, 공장 신·증설, 신산업 입지와 실증사업 추진에 구조적 제약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경기북부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노후산단과 기존 산업지구를 제조업 중심의 저밀·단일용도 구조에서 벗어나 ‘고밀·복합 산업지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산업시설구역 내 허용 용도를 제조업 중심에서 R&D센터, 지식서비스·정보통신업, 창업공간, 시험인증시설, 근로자 기숙사, 보육·문화·의료 등 생활SOC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성장관리권역 내 공장 신·증설 제한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전기차, 배터리, 도심항공교통(UAM), 방산, 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 신산업·친환경·고용창출형 투자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후산단 내 증설과 다층화는 신규 개별입지보다 우선 지원하고, 스마트팩토리·친환경설비·ESG 투자 기업에는 공장총량 배정 시 가점 또는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내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서는 군사협의 절차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표준서식, 처리기한, 심의기준, 사전협의 절차 등을 매뉴얼화하고, 군사적 영향이 낮은 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높이·용적률·개발행위 제한을 조건부로 완화하는 방식이다. 경기북부 산업단지를 신산업 실증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실증특구·규제샌드박스 혼합 패키지 도입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드론, UAM, 자율주행, 스마트물류, RE100·분산에너지, 폐수·대기·자원순환 공동처리 등 경기북부의 입지 특성을 활용한 실증사업을 추진하되, 안전관리와 데이터 공개, 사후평가를 조건으로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특히 경기북부 내 노후도가 높거나 전략적 파급효과가 큰 산업단지 3~5개를 선도산업지구로 우선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 시범지구에는 공장총량 조정, 용도지역·용도구역 유연화, 건축밀도 완화, 군사협의 절차 단축, 기존 산단 재생 특례, 실증특구·규제샌드박스 적용, 통합 인허가 등 핵심 규제개선 수단을 종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조성택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북부 산단을 단순 생산공간이 아니라 신산업 실증, 기술사업화, 기업성장, 정주지원이 결합된 혁신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기고] 반도체 강국, 이제는 연구 강국 돼야

    [기고] 반도체 강국, 이제는 연구 강국 돼야

    지난 6월 한국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월간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배경이다.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국이 생산과 기술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든든한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의 성공에 안주할 여유는 없다. 반도체 산업의 승부는 더이상 생산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차세대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고, 세계 최고의 인재를 누가 끌어모으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혁신의 역사는 개방된 연구 플랫폼의 역사였다. 근대 과학기술의 기틀이 마련되던 17세기, 영국 왕립학회는 국적과 신분을 초월한 석학들이 지식을 공유하며 과학혁명을 이끈 공간이었다. 오늘날 반도체 분야에서는 벨기에 IMEC와 미국 반도체연구조합(SRC)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이들 연구 플랫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첨단기술 경쟁에서 개방형 연구 생태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한국은 경제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문화 전반에서 세계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서의 연구개발 경험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끌어안고 성장시킬 플랫폼은 부족하다.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 연구소는 엄격한 보안과 단기 사업 목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첨단 반도체 연구를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세계 최고 인재들이 모여들 연구 허브가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막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시작할 적기다. 정부, 기업, 대학, 출연연이 참여하는 한국형 반도체 종합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 특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 아닌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위한 전략 자산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차세대 메모리,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반도체 제조 공정 등 국가 전략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장비와 인프라를 공유하는 개방형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종합연구소의 성공은 개방성과 생태계의 다양성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나 건물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팹리스와 파운드리, 소재·부품 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이 자유롭게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질 때, 혁신은 가속된다. 이 연구소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효과는 기술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세계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산이 된다. 세계 최고의 인재는 높은 연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연구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 최고 수준의 연구 환경, 국경을 넘어 협력할 수 있는 개방성이 있을 때 비로소 모여든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연구소는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국 가운데 하나다. 생산 강국에서 연구 강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면 오늘의 성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AI 시대의 반도체 패권은 공장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과 지식이 모이는 곳,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이 그 중심을 만들어야 할 때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 ‘쉬었음 MZ’ 그냥 쉼은 없었다 [쉬었음 청년 추적기:우리는 쉬지 않았습니다]

    ‘쉬었음 MZ’ 그냥 쉼은 없었다 [쉬었음 청년 추적기:우리는 쉬지 않았습니다]

    70만명 넘어선 ‘쉬었음’ 청년들 1000명 설문·20명 심층 인터뷰 ‘쉬었음’ 청년. 통계상 별다른 경제활동 없이 ‘쉬었다’고 응답한 이들로 지난해 쉬었음 청년(20~39세)은 70만명을 넘었다. 통상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거나 ‘무기력한 젊은이’로 바라본다. 서울신문 창간기획팀이 1000명 이상 설문하고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그냥 쉬는 청년은 없다”고 외쳤다. ‘꿈을 향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전략적 대기 중’이었다. 청춘을 단기 일자리와 돌봄으로 채워 넣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분투하면서도 정작 ‘쉬었음 청년’으로 분류되는 3명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식 변화와 정부 정책의 고도화를 촉구한다. #1.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의 지하 연극 연습실. 이혜지(30)씨가 가방에서 손때 묻은 대본을 꺼냈다. 동료들과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합을 맞추는 날이다. 전날 밤 11시까지 직장인들에게 연기를 가르친 뒤 3시간 쪽잠을 자고 나왔지만 지친 기색 없이 목소리와 자세를 가다듬고 몰입했다. “지금 중요한 건 명예나 성공이 아니에요. 참고 견디는 법을 배운다면 덜 고통스러울 거예요.” ‘갈매기’의 주인공 니나의 대사를 읊조렸다. 배우가 꿈인 젊은 니나는 이씨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언제까지 불안정하게 살 거냐, 아르바이트만 할 거냐 한심한 듯 보는 시선이 견디기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싶은 걸 포기할 순 없잖아요.” 고정적인 수입도,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일자리도 없지만 그의 하루는 숨 가쁘다. 4시간의 공연 연습을 마치면 오후에 행사 아르바이트를, 밤에는 직장인 대상 연기 수업도 한다. 꿈 위해 사표를 선택한 무명 배우8시간씩 연극 연습·공연·알바 연속“주변 시선 힘들어도 꿈 포기 못해”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4세에 데뷔했지만 신인 배우에게 현실은 고되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된 콘텐츠 업계에서 무명 배우들이 몇 달씩 쉬는 건 흔하다. 오디션 문을 두드리며 행사, 강연, 단기 일자리를 돌던 이씨는 의류 회사에서 1년 반, 인테리어 회사에서 4개월간 일하기도 했지만 지난 2월 꿈을 위해 사표를 냈다. 그는 ‘자발적 쉼’ 이후 하루 8시간씩 연극 연습에 몰두했고, 지난 4월 동료들과 공연도 올렸다. 공연 수입은 3개월 동안 총 40만원. 이씨는 “수입이 목적은 아니다. 작품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배우 대부분 하루하루 꿈을 향해 나아간다. 현실을 살피지 않는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치부하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상 기준으로는 ‘명함 없는 백수’지만 청년들의 시간은 허투루 흘러가지 않는다. 이씨는 꿈과 생계 사이 균형을 잡으려 자정부터 새벽 두 시까지 조향사 자격증 취득 강의를 듣는다. 다음달 12일 올릴 공연과 오는 9월 공연도 준비 중이다.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도 갖고 싶어요. 함부로 내 삶을 규정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기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번아웃에 쉼을 선택한 ‘에이스’일상 된 초과근무에 지쳐 숨이 ‘턱’“좋은 직장 만나 바로 출근하고파”#2. ‘○○ 신선센터 출근 확정 안내. 셔틀버스 탑승시간 06:40’ 물류센터 포장 아르바이트의 문자 알림이 울리는 저녁 6시. 엄이주(30)씨의 하루는 전날 밤 시작된다. 물류센터 구인 공고 애플리케이션에 근무 날짜와 유형을 등록하고 확인 알림을 받으면 다음 날 새벽 알바가 확정된다. 출근 확정 안내를 받은 엄씨는 다음 날 새벽 6시 40분 대전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물류센터로 향했다. 4시간 상품 포장 아르바이트 후 일당 7만원이 입금됐다. 오후에는 인근 보습학원에서 파트타임 보조 강사로 일한다. 학원에서 돌아와 집안일과 일본어 공부를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그래도 자기 전 채용공고 사이트를 1시간씩 뒤져 본다. 이렇게 바쁘지만 엄씨는 자신을 ‘쉬는 청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 보험을 보장해 주는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저는 지금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졸업 후 일종의 회색지대에 있다”고 했다. 엄씨는 대학에서 영상 제작을 전공하고 졸업 후 5년간 정규직으로 일했다. 궂은일을 도맡는 에이스였지만 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지쳐 갔다.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야근과 주 52시간 초과근무는 일상이었다. 그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공황장애 증상이었다. 8개월간 약을 먹으며 몸을 추스르고 이직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퇴사할 수밖에 없었어요. 과도한 업무로 인한 불면증, 주말과 새벽을 가리지 않는 상사의 지시를 버틸 수 없었거든요.” 엄씨는 살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는 1년간 자발적으로 쉬었지만 돌아보면 실제 쉰 시간은 거의 없다. 컴퓨터 그래픽과 포토샵 자격증도 취득했고, 일러스트 학원도 다녔다. 일터에서의 고된 경험으로 쉼을 택했지만 엄씨는 ‘좋은 직장’을 찾고 싶다. “기회만 있다면 바로 출근할 거고, 내일이라도 일할 수 있습니다.” 스무 살부터 가족 간병해 온 청춘단기 알바 하던 중 아나운서 기회“다른 돌봄 청년들에게 희망 되길”#3.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주빈(28)씨는 스무 살 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고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고 긴 투병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병원비를 벌어야 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기 아르바이트뿐. 그마저도 간병과 병행할 수 있는 재택 일자리를 찾았다. “아빠 옆을 24시간 지키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자동차와 집을 처분하고도 모자란 치료비를 모으기 위해 대학 생활은 포기했습니다.” 고깃집, 편의점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이씨는 8년째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다. 간병과 아르바이트, 재택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었지만 돌봄은 일반적인 경력이 되지 않았다. 학생도, 근로자도 아닌 시간이 길었다. 채용 면접을 볼 때면 “간병을 하면 일하는 데 제약이 많지 않겠냐”는 질문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하고 싶은 일자리를 포기한 적도 있었고 친구들과의 격차에 미래가 안 보인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종종 우울감도 밀려왔지만 이씨는 어떻게든 기회를 찾으려 했다. 영상 촬영 일을 하던 중 관계자의 한마디로 미래를 다시 그리게 됐다. 이씨의 말솜씨를 눈여겨본 관계자가 아나운서를 해 보라고 제안했고, 이씨는 약 5년 전부터 프리랜서 리포터·아나운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또 내레이션, 통역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의 노후와 제 진로를 동시에 고민하면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 합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의 청년들이 조금 덜 힘들었으면, 각자 발전하면서 미래를 꾸려갔으면 합니다.” 창간기획팀
  • [단독]정규직 아니면 ‘쉰다’ 인식… ‘쉬었음 청년’ 절반 “전략적 대기” [쉬었음 청년 추적기]

    [단독]정규직 아니면 ‘쉰다’ 인식… ‘쉬었음 청년’ 절반 “전략적 대기” [쉬었음 청년 추적기]

    재정비 위해 선택한 청년의 ‘쉼’‘쉬었음 청년’이란 어떤 상태일까. ‘정규직이 아닌 이들’을 쉬는 상황이라고 정의하는 청년들이 10명 중 7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눈이 높다고 치부하기보다 한국 사회 특유의 정규직 우대 문화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실제 지난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65.2%)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청년들은 쉬는 기간을 ‘다음 도약을 위한 재정비’나 ‘전략적 대기 상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와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 위해 기꺼이 날개를 펼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신문은 국내 대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과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20대 이상 구직자 14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20~39세 청년(1074명)의 응답을 항목별로 분석했다. 이와 별도로 ‘쉬었음’ 상태를 겪었다고 답한 25~39세 청년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설문조사 결과 구직 청년 중 ‘쉬었다’고 답한 이는 20대 62.4%·30대 66.1%로 10명 중 6명 이상이었다. 이들에게 ‘자신이 쉬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 응답)를 묻자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20대 78.2%, 30대 71.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년 6개월간 취업 준비 중인 최모(26)씨는 “단기로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날렸다”고 표현했다. 2030 청년이 원하는 정규직 조건대기업 아니어도 고용 안정 희망최소한 기대임금 3100만원 비슷“기업-청년 인식 차 구조적 해결을”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반드시 대기업은 아니었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고용이 안정되고 기업 문화가 합리적이며 임금 체불이나 직장 내 ‘갑질’ 등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게 공통된 바람이었다. 스스로 쉬었다고 답한 청년 중 ‘향후 1개월 내 취업 의사가 있다’고 밝힌 비율(매우 있음+다소 있음)이 86.7%인 점을 고려하면 취업 의지도 매우 높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쉬었음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최소한으로 기대하는 임금)은 3100만원으로,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비슷했다. 김모(30)씨는 “주말에 자주 연락하거나 예고 없이 야근하는 문화만 아니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원하는 건 최소한의 고용이 안정되고 미래 경력 형성이 가능한 일자리”라며 “초단시간 근로자처럼 전망이 불확실한 일자리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를 단순히 눈높이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기부여 캠페인과 같은 청년 교정형 정책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극심한 임금·처우 개선이나 고용의 첫 직장 진입로 확대 등 사회구조적 해결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 스스로 ‘쉬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쉬었음 상태에 대한 정의’에 대해 ‘다음 도약·성취를 위한 재정비 단계’(31.9%)나 ‘원하는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적 대기’(19.5%)라고 답한 경우가 총 51.4%로 절반을 넘었다. 흔히 쉬었다고 하면 떠올리는 ‘무기력 및 구직 단념 단계’라는 답변은 36.5%에 그쳤다. 실제 ‘최근 4주간 가장 많은 시간을 쓴 활동’(복수 응답)으로 채용공고 탐색(62.6%), 입사지원 서류 준비 또는 면접 연습(39.8%), 아르바이트 등 생계 활동(21.1%), 공무원·전문직·자격증 시험 준비(18.0%)를 꼽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1년 전부터 창업을 준비 중인 전효범(35)씨는 “창업 준비 시간이 불안하지만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획을 세워 생활한다”며 “창업 지원센터의 프로그램과 피칭, 공모전 준비, 봉사활동 등으로 한 달 일정이 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의 바람과 달리 고용 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는 감소세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8월 기준)에 따르면 2023~2025년에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은 63%에서 61.8%로 줄었고 비정규직 비중은 37%에서 38.2%로 상승했다. 지난해 20·30대 임금 근로자 811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257만명(31.7%)에 달해 비정규직 비중이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들도 고용 한파를 깊이 체감한다. 20대 청년들은 자신의 쉼이 길어지는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 ‘취업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6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방송계 취업을 준비 중인 김도연(26)씨는 “1~2년 전부터 그나마 남았던 공개채용마저 거의 사라졌다”며 “프리랜서로 일하며 월 40만원 정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정모(25)씨는 “최근 이력서를 25곳 넣었는데 2곳만 서류 통과를 했다. 체감상 서류 합격 비율이 10분의1도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시험 응시나 자격증 준비도 경제활동 진입이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공직의 공채 규모는 감소 추세이고, 전문직 자격시험은 ‘N수생’이 누적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4주간 공무원·전문직·자격증 시험 준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21.6%, 30대 17.7%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서 5번 낙방한 이모(38)씨는 “한정된 시험으로 기회를 빼앗기고 취업 시장에 방치된 로스쿨 졸업생들은 사실상 사회적 낭인”이라며 “공기업 등 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막막하다”고 했다. 안정적 직장에 대한 갈망과 좁은 취업문의 괴리 속에서 구직 기간은 늘고 있다. 설문에 응한 청년들의 평균 구직기간은 20대 12.1개월, 30대는 13.2개월이었다. 30대는 3년 이상 구직하고 있다는 비율도 10%에 달했다. 가까스로 일자리를 구해도 첫 일터의 경험이 부정적이면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을 보면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 중 59만 8000명(83.4%)은 과거 취업 경험이 있었고, 약 16%만 취업 경험이 없었다. 중소기업이나 임시·일용직 일자리에서 이탈한 청년이 쉬었음 인구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현실은 ‘좁은 취업문’작년 2030 비정규직 21년 만에 최고공무원·자격증 준비로 늦어지기도첫 직장서 해고·갑질당해 길 잃어취재 중 만난 청년 상당수도 해고, 임금 체불, 신체적·정신적 소진(번아웃)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쉼 상태’로 돌아왔다. 계약직으로 일하다 임금 체불과 잦은 야근으로 퇴사한 신모(27)씨는 “체불이 없었다면 더 다녔을 것 같다. 이렇게 갑작스레 퇴사하거나 인턴에서 채용 전환이 안 되면 ‘갈 길을 잃었음 청년’이 된다”고 토로했다. 인공지능(AI) 분야 중소기업에 취업했던 김모(26)씨는 “처음부터 숙련된 사람을 뽑으려고 했다면서 한 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구직에 성공했던 청년들의 쉬었음 상태 복귀를 막으려면 기업 문화 개선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내 위계적인 문화나 갑질 등이 여전한 기업이 많다. 청년과 관리자들 간 인식이나 문화 차이가 크다”며 “이 부분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간기획팀
  • [단독]청년 70% “쉼은 도약 위한 재정비와 전략적 대기”[쉬었음 청년 추적기]

    [단독]청년 70% “쉼은 도약 위한 재정비와 전략적 대기”[쉬었음 청년 추적기]

    ‘쉬었음 청년’이란 어떤 상태일까. ‘정규직이 아닌 이들’을 쉬는 상황이라고 정의하는 청년들이 10명 중 7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눈이 높다고 치부하기보다 한국 사회 특유의 정규직 우대 문화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실제 지난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65.2%)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청년들은 쉬는 기간을 ‘다음 도약을 위한 재정비’나 ‘전략적 대기 상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와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 위해 기꺼이 날개를 펼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신문은 국내 대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과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20대 이상 구직자 14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20~39세 청년(1074명)의 응답을 항목별로 분석했다. 이와 별도로 ‘쉬었음’ 상태를 겪었다고 답한 25~39세 청년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설문조사 결과 구직 청년 중 ‘쉬었다’고 답한 이는 20대 62.4%·30대 66.1%로 10명 중 6명 이상이었다. 이들에게 ‘자신이 쉬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를 묻자 ‘정규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20대 78.2%, 30대 71.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년 6개월간 취업 준비 중인 최모(26)씨는 “단기로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날렸다”고 표현했다. “대기업 아니어도 안정적·합리적인 일자리면 된다” 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반드시 대기업은 아니었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고용이 안정되고 기업 문화가 합리적이며 임금 체불이나 직장 내 ‘갑질’ 등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게 공통된 바람이었다. 스스로 쉬었다고 답한 청년 중 ‘향후 1개월 내 취업 의사가 있다’고 밝힌 비율(매우 있음+다소 있음)이 86.7%인 점을 고려하면 취업 의지도 매우 높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쉬었음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최소한으로 기대하는 임금)은 3100만원으로,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비슷했다. 김모(30)씨는 “주말에 자주 연락하거나 예고 없이 야근하는 문화만 아니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원하는 건 최소한의 고용이 안정되고 미래 경력 형성이 가능한 일자리”라며 “초단시간 근로자처럼 전망이 불확실한 일자리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를 단순히 눈높이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기부여 캠페인과 같은 청년 교정형 정책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극심한 임금·처우 개선이나 고용의 첫 직장 진입로 확대 등 사회구조적 해결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무기력·구직 단념 대신 ‘전략적 대기’실제 이번 설문에서 스스로 ‘쉬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쉬었음 상태에 대한 정의’에 대해 ‘다음 도약·성취를 위한 재정비 단계’(31.9%)나 ‘원하는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적 대기’(19.5%)라고 답한 경우가 총 51.4%로 절반을 넘었다. 흔히 쉬었다고 하면 떠올리는 ‘무기력 및 구직 단념 단계’라는 답변은 36.5%에 그쳤다. 실제 ‘최근 4주간 가장 많은 시간을 쓴 활동’(복수응답)으로 채용공고 탐색(62.6%), 입사지원 서류 준비 또는 면접 연습(39.8%), 아르바이트 등 생계 활동(21.1%), 공무원·전문직·자격증 시험 준비(18.0%)를 꼽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1년 전부터 창업을 준비 중인 전효범(35)씨는 “창업 준비 시간이 불안하지만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획을 세워 생활한다”며 “창업 지원센터의 프로그램과 피칭, 공모전 준비, 봉사활동 등으로 한 달 일정이 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의 바람과 달리 고용 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는 감소세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8월 기준)에 따르면 2023~2025년에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은 63%에서 61.8%로 줄었고 비정규직 비중은 37%에서 38.2%로 상승했다. 지난해 20·30대 임금 근로자 811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257만명(31.7%)에 달해 비정규직 비중이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들도 고용 한파를 깊이 체감한다. 20대 청년들은 자신의 쉼이 길어지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취업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6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방송계 취업을 준비 중인 김도연(26)씨는 “1~2년 전부터 그나마 남았던 공개채용마저 거의 사라졌다”며 “프리랜서로 일하며 월 40만원 정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정모(25)씨는 “최근 이력서를 25곳 넣었는데 2곳만 서류 통과를 했다. 체감상 서류 합격 비율이 10분의1도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시험 응시나 자격증 준비도 경제활동 진입이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공직의 공채 규모는 감소 추세이고, 전문직 자격시험은 ‘N수생’이 누적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4주간 공무원·전문직·자격증 시험 준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21.6%, 30대 17.7%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서 5번 낙방한 이모(38)씨는 “한정된 시험으로 기회를 빼앗기고 취업 시장에 방치된 로스쿨 졸업생들은 사실상 사회적 낭인”이라며 “공기업 등 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막막하다”고 했다. 첫 직장서 부정적 경험, 노동시장 이탈로 안정적 직장에 대한 갈망과 좁은 취업문의 괴리 속에서 구직 기간은 늘고 있다. 설문에 응한 청년들의 평균 구직기간은 20대 12.1개월, 30대는 13.2개월이었다. 30대는 3년 이상 구직하고 있다는 비율도 10%에 달했다. 가까스로 일자리를 구해도 첫 일터의 경험이 부정적이면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을 보면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 중 59만 8000명(83.4%)은 과거 취업 경험이 있었고, 약 16%만 취업 경험이 없었다. 중소기업이나 임시·일용직 일자리에서 이탈한 청년이 쉬었음 인구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취재 중 만난 청년 상당수도 해고, 임금 체불, 신체적·정신적 소진(번아웃)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쉼 상태’로 돌아왔다. 계약직으로 일하다 임금 체불과 잦은 야근으로 퇴사한 신모(27)씨는 “체불이 없었다면 더 다녔을 것 같다. 이렇게 갑작스레 퇴사하거나 인턴에서 채용 전환이 안 되면 ‘갈 길을 잃었음 청년’이 된다”고 토로했다. 인공지능(AI) 분야 중소기업에 취업했던 김모(26)씨는 “처음부터 숙련된 사람을 뽑으려고 했다면서 한 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구직에 성공했던 청년들의 쉬었음 상태 복귀를 막으려면 기업 문화 개선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내 위계적인 문화나 갑질 등이 여전한 기업이 많다. 청년과 관리자들 간 인식이나 문화 차이가 크다”며 “이 부분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냥 쉰 청년은 없다[쉬었음 청년 추적기]

    그냥 쉰 청년은 없다[쉬었음 청년 추적기]

    ‘쉬었음’ 청년. 통계상 별다른 경제활동 없이 ‘쉬었다’고 응답한 이들로 지난해 쉬었음 청년(20~39세)은 70만명을 넘었다. 통상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거나 ‘무기력한 젊은이’로 바라본다. 서울신문 창간기획팀이 1000명 이상 설문하고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그냥 쉬는 청년은 없다”고 외쳤다. ‘꿈을 향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전략적 대기 중’이었다. 청춘을 단기 일자리와 돌봄으로 채워 넣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분투하면서도 정작 ‘쉬었음 청년’으로 분류되는 3명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식 변화와 정부 정책의 고도화를 촉구한다. #1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의 지하 연극 연습실. 이혜지(30)씨가 가방에서 손때 묻은 대본을 꺼냈다. 동료들과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합을 맞추는 날이다. 전날 밤 11시까지 직장인들에게 연기를 가르친 뒤 3시간 쪽잠을 자고 나왔지만 지친 기색 없이 목소리와 자세를 가다듬고 몰입했다. “지금 중요한 건 명예나 성공이 아니에요. 참고 견디는 법을 배운다면 덜 고통스러울 거예요.” ‘갈매기’의 주인공 니나의 대사를 읊조렸다. 배우가 꿈인 젊은 니나는 이씨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언제까지 불안정하게 살거냐, 아르바이트만 할 거냐 한심한 듯 보는 시선이 견디기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싶은 걸 포기할 순 없잖아요.” 이씨는 지난 2월부터 고정적인 수입도,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일자리도 없다. 하지만 그의 하루는 숨 가쁘다. 4시간 공연 연습을 마치면 오후에 행사 아르바이트를 한다. 밤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3시간씩 연기를 가르친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4세에 첫 작품으로 데뷔했지만 신인 배우에게 현실은 고되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된 콘텐츠 업계에서 무명 배우들이 몇 달씩 쉬는 건 흔하다. 꾸준히 오디션 문을 두드리며 행사, 강연, 단기 일자리를 돌던 이씨는 의류 회사에서 1년 반, 인테리어 회사에서 4개월간 일하기도 했지만 지난 2월 꿈을 위해 사표를 냈다. 그는 ‘자발적 쉼’ 이후 하루 8시간씩 연극 연습에 몰두했고, 지난 4월 동료들과 공연도 올렸다. 공연 수입은 3개월 동안 총 40만원. 이씨는 “수입이 목적은 아니다. 작품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배우 대부분이 나처럼 하루하루 꿈을 향해 나아간다. 현실을 살피지 않는다, 철이 없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치부하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상 기준으로는 ‘명함 없는 백수’지만 청년들의 시간은 허투루 흘러가지 않는다. 이씨는 꿈과 생계 사이 균형을 잡으려 자정부터 새벽 두 시까지 조향사 자격증 취득 강의를 듣는다. 다음 달 12일 올릴 공연과 오는 9월 공연도 준비 중이다. “결혼도 하고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 아이도 갖고 싶어요. 함부로 내 삶을 규정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기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궂은일 떠맡으며 버틴 5년…나를 돌보는 1년 #2 ‘○○ 신선센터 출근 확정 안내. 셔틀버스 탑승시간 06:40’ 물류센터 포장 아르바이트의 문자 알림이 울리는 저녁 6시. 엄이주(30)씨의 하루는 전날 밤 시작된다. 물류센터 구인 공고 애플리케이션에 근무 날짜와 유형을 등록하고 확인 알림을 받으면 다음 날 새벽 알바가 확정된다. 출근 확정 안내를 받은 엄씨는 다음 날 새벽 6시 40분 대전 한 지하철역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물류센터로 향했다. 4시간 상품 포장 아르바이트 후 일당 7만원이 입금됐다. 오후에는 인근 보습학원에서 파트타임 보조 강사로 일한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저녁 7시. 집안일과 일본어 공부를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그래도 자기 전에 채용공고 사이트를 1시간씩 뒤져본다. 이렇게 바쁘지만 엄씨는 자신을 ‘쉬는 청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 보험을 보장해 주는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저는 지금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졸업 후 일종의 회색지대에 있다”고 했다. 엄씨는 대학에서 영상 제작을 전공하고 졸업 후 관련 기업에서 5년간 정규직으로 일했다. 궂은일을 도맡는 에이스였지만 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지쳐갔다.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야근과 주 52시간 초과근무는 일상이었다. 집에 일감을 가져와야 했고, 수입은 월 270만원이었다. 그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공황장애 증상이었다. 8개월간 약을 먹으며 몸을 추스르고 이직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지만 퇴사할 수밖에 없었어요. 과도한 업무로 인한 불면증, 주말과 새벽을 가리지 않는 상사의 지시를 버틸 수 없었거든요.” 엄씨는 살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는 1년간 자발적으로 쉬었지만 돌아보면 실제 쉰 시간은 거의 없다. 컴퓨터 그래픽과 포토샵 자격증도 취득했고, 일러스트 학원도 다녔다. 일터의 고된 경험으로 쉼을 택했지만 엄씨는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직원 평점 5점 만점에 2점, 그리고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곳이 그의 기준이다. “기회만 있다면 바로 출근할 거고, 내일이라도 일할 수 있습니다.” 간병과 일 병행하며…“멈추지 않고 나아가야죠” #3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주빈(28)씨는 스무 살 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고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고 긴 투병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병원비를 벌어야 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기 아르바이트뿐. 그마저도 간병과 병행할 수 있는 재택 일자리를 찾았다. “아빠 옆을 24시간 지키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자동차와 집을 처분하고도 모자란 치료비를 모으기 위해 대학 생활은 포기했습니다.” 고깃집, 편의점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이씨는 8년째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다. 간병과 아르바이트, 재택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었지만 돌봄은 일반적인 경력이 되지 않았다. 학생도, 근로자도 아닌 시간이 길었다. 채용 면접을 볼 때면 “간병을 하면 일하는 데 제약이 많지 않겠냐”는 질문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하고 싶은 일자리를 포기한 적도 있었고 친구들과의 격차에 미래가 안 보인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종종 우울감도 밀려왔지만 이씨는 어떻게든 기회를 찾으려 했다. 영상 촬영 일을 하던 중 관계자의 한마디로 미래를 다시 그리게 됐다. 이씨의 말솜씨를 눈여겨본 관계자가 아나운서를 해 보라고 제안했고, 이씨는 약 5년 전부터 프리랜서 리포터·아나운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또 내레이션, 통역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의 노후와 제 진로를 동시에 고민하면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 합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의 청년들이 조금 덜 힘들었으면, 각자 발전하면서 미래를 꾸려갔으면 합니다.”
  • 미군에 ‘욕설 무전’ 던진 호르무즈 선원들…외면당한 ‘트럼프 호위’ 이유는? [핫이슈]

    미군에 ‘욕설 무전’ 던진 호르무즈 선원들…외면당한 ‘트럼프 호위’ 이유는? [핫이슈]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 행동이 이어지면서 선박의 통행량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는 15일(현지시간) “통항 위험이 커지면서 선박의 통행량도 줄어들었다”며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선박 수가 전주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19척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으며 미국의 통제 아래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해협을 오가는 선원들은 이란의 연이은 선박 공격에 우려를 표하며 해협 바깥쪽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전날 아침 해협 인근에 모여 있는 선박들에 “미군은 국제법에 따라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합법적 상거래를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해협의 남쪽 항로는 열려 있다”는 무선을 보냈다. 이에 호르무즈에서 대기 중이던 한 선원은 자기 배의 무전기로 “꺼져”(Go away)라고 응답했다. 로이터 통신은 7명의 해운업계 및 해상보안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의 잇따른 선박 공격 이후 여러 선사가 미군이 안내하는 항로 이용을 피하고 있다”며 “최근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의 호위마저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선원 안전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됐다”며 “미군의 통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사들이 운항을 보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14일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기록된 선박 21척 가운데 미군이 권고한 오만 인근 남쪽 항로를 이용한 선박은 한 척도 없었다”며 “16척은 이란 해안에 가까운 이란 승인 항로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를 선언하고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상선 공격을 강화하면서 최근 며칠 동안 선원 10여 명이 사망·부상 또는 실종됐다. “미군 현재 전력으로는 호르무즈 장악 어렵다”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새벽까지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 약화를 위한 공습을 퍼부었지만, 이란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란의 동의 없이 안전한 선박 통행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규모 병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니 시트리노비치 전 이스라엘 국방정보국 이란 담당 부서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딜레마는 아주 단순하다. 해협의 통제권을 잡고 싶다면 해협을 장악해야 하는데, 현재의 전력으로는 군사적 또는 전략적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 해군의 대형 함정 다수를 격침했지만, 이란은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거부하고 미사일·드론 무기고 및 소형 공격정 함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선박을 근접 호위하면서 통행을 돕는 방법이 있으나 이는 미군뿐 아니라 선박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유조선 1척을 호위하는 데 미군 군함 2척, 호송 한 번마다 12척이 필요하다”면서 “전직 미 해군 장교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좁고 이란 해안과 가까워, 이란이 드론과 대함미사일을 동원하면 미 해군 함정을 ‘킬 박스’(kill box·집중 사격 구역) 안에 들어오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어 “수로 주변 이란 영토를 점령하는 대규모 지상 작전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이란의 해협 인근 해안 지역은 바위투성이 지형인 탓에 병력 수천 명을 투입해도 점령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도 갈피를 못 잡는 트럼프식 즉흥 정치미국의 대이란 공습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데드라인은 없다”며 또다시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그는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이란에 교량 공격 전까지 데드라인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제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발언은 불과 하루 전 폭스뉴스에 “다음 주까지 이란과 종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공격하겠다”고 밝힌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잦은 입장 번복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이란을 상대로 최소 여섯 차례 발전소·교량 공격이나 폭격 재개를 압박하는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48시간 안” “닷새 뒤” “다음 주” 등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했지만, 협상이나 휴전 국면에서 번번이 공격을 유예하거나 입장을 바꿔왔다. 대이란 정책을 번복한 사례도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걸프 국가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이유로 이를 철회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폴리티코에 “백악관도 이번 사태가 어디로 향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교는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신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이번 충돌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협상도 폭격도 모두 실패”…혼자 신난 이스라엘 “이란 때릴 준비 완료” [핫이슈]

    “트럼프, 협상도 폭격도 모두 실패”…혼자 신난 이스라엘 “이란 때릴 준비 완료”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쟁 종전을 위한 ‘플랜 C’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종전 양해각서(MOU)는 이란에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고 이란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원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MOU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종전 실무 협상이 이뤄지는 60일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석유제품 거래를 허용하고 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을 수 있도록 제재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뉴욕타임스에 “이란 협상단이 MOU를 자랑스러워한다”며 “그들은 계속 미국의 공격을 받는 것에 지쳤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 3척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틀 밤 동안 170곳이 넘는 이란 군사 목표물을 폭격했다. 양측이 전면전은 부인하면서도 충돌을 지속하면서 60일 안에 협상하기로 했던 영구적인 합의는 요원한 상황인다. 뉴욕타임스는 “폭격과 MOU 전략이 모두 실패한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원유 제재와 폭격 기조로 다시 돌아간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 초기에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던 베테랑 외교관 리처드 하스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은 일종의 전략적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며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우리가 더 많이 공격할수록 이란은 걸프 국가의 석유·에너지 기반 시설을 더 많이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걸프국의 에너지 시설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반 폭격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랐고 그 후에는 항복을 받아내길 바랐으나 둘 다 통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란 상황도 협상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이란 협상단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장례 행렬에서 욕설을 들으며 돌팔매질을 당했다. 당시 일부 시민들은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미국과의 협상을 비판하며 아라그치 장관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분노한 군중으로부터 위험에 처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구출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정치적 문제에서 ‘허우적’뉴욕타임스는 “이란과 미국이 직면한 의견 차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양국은 MOU 5항의 모호함을 두고 협상 초반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MOU 제5항은 “MOU에 서명하는 즉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해에 이르는 해역과 반대 방향을 통항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한다. 무상 통항 기간은 60일로 제한한다”고 명시한다. 이란은 해당 조항을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할 기회로 해석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한다’의 ‘최선’과 ‘조치’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박들에 자국 해안과 가까운 수로를 이용하도록 강요했고 이를 어기는 선박에는 무력을 행사했다. 궁극적으로는 해협 통과 비용 징수를 목표로 삼았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난 4월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는 당시 군사력만으로는 이란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란에서도 어떤 외교적 해법도 그저 미국과 이스라엘의 다음 공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분쟁 전문가들도 미국과 이란의 ‘애매하고 서투른’ MOU가 결국 갈등의 불씨를 재점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신난 이스라엘 “대이란 작전 재개 준비됐다”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전운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대이란 군사작전 재개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공군 조종사 수료식 연설에서 “앞선 두 차례의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지만 분쟁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선 두 차례 작전’은 지난해 6월 치른 ‘12일간의 전쟁’과 올해 2월 미국과 함께 시작한 이란전쟁을 의미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예멘에서 이란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공군의 타격 거리가 닿지 않는 곳이 없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작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같은 행사에서 “이스라엘군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 재개를 위해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 군은 제공권을 회복하고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3번째 ‘청백 공습’(이스라엘의 독자적 공습)도 단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 한국은 어떤 ‘AI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가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한국은 어떤 ‘AI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가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생태계, 인프라·개발·전환 3단계AI 인프라 도시, 기반 시설에 집중광주·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해당AI 개발 도시, 새 기술·서비스 제공샌프란시스코·베이징 ‘막대한 투자’모든 지역이 따라갈 수는 없는 모델AI 전환 도시, 행정·산업·교육 적용새 크리에이터 브랜드와 문화 창조세계 어디에서도 본격 등장 안 해한국의 도시 발전 모델로 만들어야 이재명 정부가 광주에 제2의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과연 AI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최근 한국에서는 AI 도시라는 용어가 매우 넓게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는 물론 AI 스마트도시, AI 연구단지, AI 행정도시까지 모두 AI 도시라는 이름 아래 묶인다. AI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정작 어떤 도시를 의미하는지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같은 이름 아래 전혀 다른 정책이 공존하는 셈이다. AI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AI 산업의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시는 산업을 담는 그릇이며 산업의 변화는 도시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면 어떤 도시가 AI 도시인지도 훨씬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AI 생태계가 AI 도시를 결정한다 AI 생태계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AI 인프라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처럼 AI가 작동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세계 각국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AI 경쟁의 출발점이 인프라에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AI 개발이다. 거대언어모델과 AI 에이전트, 로봇 지능처럼 새로운 AI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단계다. 이 영역에서는 연구개발 역량과 최고 수준의 인재, 대학과 스타트업, 벤처투자 생태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세 번째는 AI 전환(AIX)이다. 이미 개발된 AI를 산업과 도시, 개인의 삶에 적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단계다. 앞으로 대부분의 기업과 지역이 경쟁하게 될 영역도 바로 여기다. AI를 직접 개발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AI 생태계는 인프라, 개발, 전환이라는 서로 다른 단계로 이루어진다. 필요한 자원도 정책도 다르다. 도시 역시 어느 단계에 강점을 두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발전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AI 도시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AI 개발도시와 AI 인프라도시 AI 개발도시는 새로운 AI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도시다. 경쟁력은 공장의 규모보다 연구개발 생태계에서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AI 기업과 스타트업, 투자자,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으며 오늘날 AI 혁신의 상당수가 이 지역에서 시작된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이 가장 가까운 사례다. 주요 AI 연구기관과 대학, 대형 AI 기업이 집중되어 있으며 거대언어모델과 기초 AI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나 베이징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AI 개발도시는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최고 수준의 인재, 세계적인 대학과 벤처투자 시장을 동시에 갖춰야 가능한 모델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소수의 도시만 담당할 수 있는 전략이지 모든 지역의 발전 모델이 될 수는 없다. AI 인프라도시는 AI를 개발하기보다 그 기반을 구축하는 도시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전력망과 용수 공급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AI 산업의 성장 자체를 뒷받침하는 기반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광주가 추진하는 AI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용인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 전략에 해당한다. 미국과 중국도 대규모 반도체 생산과 데이터센터 투자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AI 시대에도 산업 경쟁력의 출발점은 결국 안정적인 인프라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AI 인프라도시를 지향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자본과 전력, 용수, 글로벌 공급망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몇 개의 거점을 육성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모든 도시가 같은 전략을 선택할 수는 없다. 결국 대부분의 도시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를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전환도시가 등장한다. ●일반 도시의 선택, AI 전환 도시 AI 개발도시와 AI 인프라도시는 국가 경쟁력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가 샌프란시스코처럼 AI를 개발하거나, 광주와 용인처럼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반 도시의 경쟁력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AI 전환도시는 AI를 도시 전체에 확산시키는 도시다. AI를 행정과 산업, 교육과 문화, 창업과 일상에 적용해 새로운 생산성과 창의성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도시의 경쟁력은 자체적인 AI 모델을 보유했느냐보다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도시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AI 전략인 셈이다. AI 전환도시는 다시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시 운영을 혁신하는 AI 스마트도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AI 산업도시, 개인과 크리에이터를 중심에 두는 AI 크리에이터 타운이다. 이 세 모델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며 하나의 도시도 여건에 따라 세 가지 전략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AI 스마트도시는 기존 스마트도시를 AI 시대에 맞게 발전시킨 모델이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도시 운영 자체를 지능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데이터 수집이 목적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이 목표다. 최근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이 제안한 AI 도시가 여기에 가장 가깝다. 그는 AI 신뢰성센터를 중심으로 연구·실증·인증 기능을 집적하고, 시민의 경험과 암묵지를 AI 시대의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하는 생태계를 제안했다. 특히 지역의 문화와 음식, 역사와 스토리를 새로운 데이터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산업도시는 기업과 산업의 AI 전환을 중심에 둔다. 도시 기반 시설보다 기업의 생산성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AI를 적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피지컬 AI와 산업용 로봇으로 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피츠버그는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로, 중국 선전은 AI와 하드웨어·제조업의 결합으로 이를 보여 준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도시 역시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바이오, 물류 등 주력 산업에 AI를 적극 도입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AI 크리에이터 타운은 기업보다 개인을, 생산보다 창의성을, 공장보다 창작을 중심에 두는 모델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더 많은 시민이 창작과 창업에 도전하고, 더 많은 크리에이터 브랜드가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생성형 AI가 창작의 비용을 빠르게 낮추면서, 디자인·영상·번역·마케팅처럼 과거에는 기업만 수행할 수 있었던 일이 개인과 소규모 팀에게도 가능해지고 있다. AI는 대기업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개인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크게 높이는 기술이 되고 있다. 이 점에서 기존의 창조도시나 문화도시와도 차이가 있다. 문화를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는 도시, 그리고 AI로 그 생산성을 높이는 도시가 AI 크리에이터 타운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도시 모델이 아직 세계 어디에도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도 중국도 AI 개발과 산업에서는 앞서 있지만 개인과 크리에이터의 AI 활용을 도시 전략의 중심에 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바로 이 점이 한국 도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이 먼저 만들어야 할 AI 도시 산업혁명 시대 도시의 경쟁력은 공장에 있었다. 정보화 시대에는 연구개발과 플랫폼이 도시 성장을 이끌었다. AI 시대에는 무엇이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인가. 그 답은 AI를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도 중요하고 AI 모델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 도시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더 많은 시민이 AI를 활용해 창작하고 창업하며 새로운 크리에이터 브랜드와 문화를 만들어 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AI는 도시를 대신 성장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AI 개발도시와 AI 인프라도시를 두고 경쟁하고 있지만 개인과 크리에이터의 AI 활용을 도시 전략의 중심에 둔 모델은 아직 뚜렷하게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은 AI를 개발하고, 중국은 AI를 산업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의 답은 AI를 가장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도시, AI 크리에이터 타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미 문화와 기술을 함께 성장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경험을 도시 전략으로 확장할 차례다. 문화와 기술이 결합한 AI 크리에이터 타운은 한국 지역 도시의 새로운 발전 모델이자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한국형 AI 도시의 비전이 될 것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추경호 號 대구시 첫 조직개편…‘AI·대기업 유치’ 경제 대개조 시동

    추경호 號 대구시 첫 조직개편…‘AI·대기업 유치’ 경제 대개조 시동

    대구시가 민선 9기 추경호 시장의 취임에 맞춰 첫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민생경제 회복과 인공지능(AI) 전환, 대기업 유치 등을 골자로 한 ‘대구 경제 대개조’ 구상에 따른 후속 조치다. 김정기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3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본청 기준 기존 1단·3실·15국·1본부에서 1개 국이 줄어든 1단·3실·14국·1본부 체제로 재편된다고 밝혔다. 기구 신설을 최소화하고 유사·중복 조직은 통폐합한 효율 중심의 조직개편이라는 게 김 부시장의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산업 분야의 대대적인 조직 보강이다. 미래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해 기존 미래혁신성장실을 ‘인공지능혁신성장실’로 확대 개편하고, AI 관련 정책 컨트롤타워인 ‘인공지능정책관’을 신설키로 했다. 또 대학정책국을 폐지하는 대신 대학협력 및 인재양성 기능을 이관해 ‘대학인재혁신과’를 만든다. 비수도권 최대 반도체 거점 조성을 위한 ‘반도체소프트웨어과’도 새롭게 마련된다. 이 밖에도 지역 전통 주력산업인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 전환(AX), 신산업과의 융합을 추진하고자 경제국 산하에 있던 섬유패션과를 인공지능혁신성장실로 이관하기로 했다. 글로벌 대기업 유치를 전담하는 원스톱기업투자센터는 3과 7팀 체제로 확대되며, 과 단위의 ‘규제혁신과’가 신설돼 기업 애로사항 해결과 규제 개선에 나선다. 이와 함께 시장 직속 투자유치단과 협업해 대기업 유치 등을 지원할 인력도 보강할 예정이다. 추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비상경제대책회의는 경제국이 운영을 총괄한다.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시장 직속 ‘청년 특보’도 신설된다. 공간 대전환 작업을 인프라 추진체계도 정비한다. 올 하반기 예정된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획조정실 내에 ‘공공기관이전담당관’을 신설하고 2028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전담할 ‘행정통합팀’도 구성된다. 기존 8과 규모였던 도시주택국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 계획·개발을 맡는 ‘도시건설국’과 활용·정비를 전담하는 ‘건축주택국’으로 분리된다. 군사시설 이전 및 후적지의 체계적 개발을 위해 군사시설이전정책관은 폐지하고 도시계획 기능을 수행하는 도시건설국 내 군사시설이전정책과로 개편한다. 옹벽·지하도 등 생활 밀착형 취약 시설물을 선제 점검할 ‘안전점검팀’이 재난안전실에 신설된다. 현장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소 재정비도 이뤄진다. 다양한 기능이 혼재돼 있던 도시관리본부를 7개 전문 사업소로 분리·재편하고, 과거 대구교통공사로 통합됐던 도시철도 건설 기능을 다시 분리해 ‘도시철도건설본부’를 재설치하기로 했다. 한편, 조직개편안은 이달 3일부터 6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1일 개회하는 대구시의회 제327회 임시회의 심의·의결을 통과하면 새달 10일 자로 시행된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조직 내 비효율을 개선하고 민생경제 회복을 신속하게 견인하기 위해 일하는 조직을 가동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김 총리, ‘호남 반도체’ 비판에 “세계적 기업 결정이 정부 압박으로 좌우되겠나”

    김 총리, ‘호남 반도체’ 비판에 “세계적 기업 결정이 정부 압박으로 좌우되겠나”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전남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추진’에 대한 야권의 비판에 대해 “용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온 세계적 기업들의 결정이 정부의 압박으로 좌우되겠냐”고 반박했다. 김 총리는 26일 자신의 엑스(X)에 “낡은 정치가 또 미래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면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호남권 투자는 기업의 경영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초래한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뒤처지면 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지 비용, 전력, 용수, 전문인력 등을 종합 고려하고 무엇보다 장기적 안정성과 경제성을 숙고했을 것”이라며 “기업 결정의 성공을 위해 전폭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겨우 내란을 극복하고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경제전쟁 앞의 기업판단을 또 다시 정치공세로 방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권을 꿈꾸건, 검찰 출신이건 악습을 고칠 때가 됐다”며 “정치를 망치는 것도 모자라 경제와 미래의 발목까지 잡아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호남 반도체 투자 추진과 관련, ‘사류 정치가 일류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를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적 고려 없이 오직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나 전당대회 같은 눈앞의 정치적 계산에만 매몰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반도체 입지와 투자는 기업의 전략적·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외압에 밀려 기업 이사회가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면 이는 상법상의 이사회 충실의무 대원칙을 위반하는 결과가 돼 결국 주주와 국민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까지 민주당 전당대회 당권 다툼을 위한 정치적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며 “친명계 당권 주자인 김민석 총리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를 두고 ‘정략적 폭주’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주도하는 호남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표 계산을 위해 대기업 팔을 비틀고 기업활동 자유를 침해한 ‘국정 운영 사유화’”라고 썼다.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당 6·3 당선자 워크숍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게시물의 의미에 대해 “(호남권 반도체 투자와 보완 수사권) 두 사안의 공통점은 국가의 미래와 민생이 달린 문제를 특정 정당이 당내 전당대회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특히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강경파 혹은 호남에 구애하기 위해 활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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