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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석 1만원’ 수익 모두 예술가에게…유료 전환한 ‘두산아트랩’ 실험

    ‘전석 1만원’ 수익 모두 예술가에게…유료 전환한 ‘두산아트랩’ 실험

    두산아트센터가 공연 예술 분야의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랩 공연 2026’이 1월 15일부터 3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두산아트랩’은 공모로 선정된 40세 이하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까지 무료 공연이었지만 올해는 유료로 전환해 전석 1만원으로 운영한다. 티켓 수익 전액은 예술가에게 돌아간다. 이번 ‘두산아트랩 공연 2026’에선 창작집단 음이온과 컨컨, 연출가 박소영·백혜경·진윤선·손현규, 극작가 윤주호, 판소리 창작자 황지영 등 8팀이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Space111)에서 관객을 만난다. 공연 마지막날에는 아티스트와 대화의 장을 준비했다. 음이온의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17일까지)는 ‘우리는 왜 극장에 모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60분 후에 일어날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시간에 우연히 만나는 몸짓들에서 느슨하고 일시적인 공동체를 본다. 음이온은 연극을 일시적인 다중 관계 네트워크로 바라보면서 어떤 형태의 관계들이 도시에 미학적이고 정치적인 시간을 새겨 넣는지를 고민하는 단체다. 무대디자이너이자 연출가인 박소영은 극장을 벗어난 작업, 배제된 장소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각적·구조적 형식과 내러티브의 연결을 발굴해왔다. 연극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파트.1’(1월 22~24일)은 ‘어머니 성(姓) 따르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개인적 경험을 통해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작용하는 정상 가족과 ‘정상성’의 개념을 묻는다. 박소영은 화자이자 당사자로서 자신의 성(姓) 변경에 대한 욕구를 이야기한다. 배우로 활동하며 글을 쓰고 연출하는 백혜경은 연극 ‘공룡과 공룡동생’(1월 29~31일)에서 ‘주변에서 말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한다. 관객은 자기파괴를 끊임없이 상상하는 재영의 시선과 해석을 따라간다. 재영은 지적장애와 비지적장애 사이 ‘경계선 지능’을 가진 공룡의 동생으로, 공룡을 이야기하는 행위는 ‘스스로 말하기’ 위한 ‘대신 말하기’ 과정이다. 1인 창작집단 컨컨은 다원공연 ‘곡예사훈련’(2월 5~7일)을 선보인다. 컨컨은 다양한 개념과 물체, 장르 등을 접촉하고 연결하는 방식을 탐색하는 멀티장르 공연예술단체다. ‘곡예사훈련’은 서커스 예술가 세 명을 조명하며 서커스라는 신체 예술이 지닌 가치와 노동 집약적 삶에 주목했다. 윤주호는 3년간 예능 프로그램 PD로 근무했던 현장 경험을 녹인 연극 ‘관찰, 카메라, 그리고 남은 에피소드들’(3월 5~7일)을 올린다. 기술에 대한 희곡을 쓰는 극작가인 그는 인공지능(AI), 통신 기술 등 현실 기술에 대해 탐구했다. 이번 공연에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 등장한 직업인 거치 카메라 감독을 통해 ‘카메라로 본다는 일’과 ‘기계와 함께 일한다는 경험’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살핀다. 경계 밖의 삶을 주목하는 진윤선은 연극 ‘나의 땅은 어디인가’(3월 12~14일)에서 길 위의 사람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이들을 그린다. 이주와 정체성, 환대의 조건을 따라 유예된 존재들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는다. 타자의 목소리와 걸음, 그 사이에 스치는 시선과 정서가 무대 위에 펼쳐지며 관객들과 함께 서기 위한 생각을 나눈다. 황지영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로, 아홉 살때부터 1세대 여성국극 배우 조영숙에게서 국극을 배우며 무대에 올랐다. 3세대 여성국극 배우로서 다양한 인물을 관찰한 그는 ‘자네는 왜 그리 굉장히 기다란 담뱃대로 담배를 피이나’에서 여성국극이 전통적으로 그려온 ‘완성된 사랑’을 다시 바라보고 그 의미를 재해석한다. 손현규는 AI, 성, 기후 위기, 노동 등 시대 변화에 관한 주제들로 연극과 기술, 오브제, 사유 중심의 융복함 무대 실험을 지속해왔다. 박본의 동명 희곡을 무대화한 연극 ‘슬픔과 멜랑콜리 혹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영원토록 외로운 조지’(3월 26~28일)는 홀로 존재해온 거대한 멸종 위기 동물인 갈라파고스 거북이 ‘조지’의 내면을 따라가는 철학적 판타지극이다. 관객은 ‘당신은 지금 누구의 말도 듣고 있지 않다’는 선언을 통해 조지의 고독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두산아트랩은 매년 5월 정기 공모로 예술가를 선정하고, 예술가에게 작품 개발비(1000만원)와 발표장소,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과 홍보마케팅을 지원한다. 3월 공연 티켓 오픈은 2월 4일에 진행한다. 예매는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와 NOL티켓에서 가능하다.
  • 지금 SNS는 ‘사자’들이 접수했습니다 [SNS 트렌드]

    지금 SNS는 ‘사자’들이 접수했습니다 [SNS 트렌드]

    최근 급부상한 사자 밈을 아시나요? 바로 위엄 있는 문장 같지만 사실은 게으르거나 웃긴 현실을 묘사하는, 일명 ‘사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텍스트 밈인데요. 문장은 보통 “사자는 ~에 신경 쓰지 않는다”로 구성되는데요. “~”에는 말도 안 되거나, 사소하거나, 자기파괴적인 상황을 덧붙여 웃음을 유발하는 구조입니다. ex. “사자는 4개월째 이어진 기침을 무시한다“, “사자는 학교 휴대폰 금지 규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자는 과제 목록을 열어본 보상으로 2시간 휴대폰을 즐긴다“ 등. 이 밈은 ‘사자는 양의 의견에 신경 쓰지 않는다’(The lion does not concern himself with the opinion of sheep)라는 옛 격언에서 파생된 문구인데요. 원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무의미한 비난과 소소한 의견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문장이지만, 네티즌들이 반전 유머로 재해석한 것이죠. 여기에 배경음악으로는 1996년 발매된 리빈 조이(Livin’ Joy)의 곡 ‘Dreamer’의 리믹스 버전이 사용되면서, 특유의 희망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오디오가 밈의 아이러니를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이슈&트렌드 | 케찹(@ccatch_upp)님의 공유 게시물
  • [권준수의 열린의학] 합법적 폭력에서 얻는 카타르시스

    [권준수의 열린의학] 합법적 폭력에서 얻는 카타르시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4의 관객 동원이 기록적이다. 범죄조직과 맞서는 형사의 활약을 보여 주는 단순한 줄거리의 영화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잘 짜인 줄거리, 위트 있는 대사로 구성돼 있다고 하나, 범죄도시 시리즈가 벌써 두 번째 천만관객 영화를 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마동석이라는 형사의 합법적인 폭력이 주는 속시원한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싶다. 공격성이나 폭력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프로이드는 말했다.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좌절감에 대한 자연적인 감정으로 보았고, 개인의 내적인 자기파괴성이 바깥세계로 전환돼 타인을 지향하게 된다고 했다. 공격성이나 폭력은 충동적으로 불쑥 나올 수 있지만, 사회적인 상황에서는 적절한 억제가 필요하다. 인간의 뇌는 3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일 아래쪽은 호흡, 심장 박동이나 혈압 조절과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생명의 뇌’라고 불린다. 두 번째 부위는 ‘중뇌’로서 위아래로 모든 정보를 전달해 주는 중간 정거장 역할을 하며 감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동물의 흥분과 공포, 꼬리를 흔들며 애정을 표현하는 감정적 행동 등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인간은 ‘변연계’가 이를 담당한다. 세 번째 부위는 대뇌 피질부가 있는 ‘전뇌’로 가장 최근에 진화됐다. 전뇌는 고도의 정신 기능과 창조 기능을 관할하고 있는, 고등동물만이 가진 뇌이기 때문에 ‘이성의 뇌’라고 부른다. 또한 변연계에서 올라오는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공격성은 뇌의 깊숙한 부분에 존재하는 변연계 부위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적인 충동은 현실에서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두엽에서 외부 상황을 고려해 적절히 억제한다. 고등동물일수록 뇌에서 기인하는 억제력이 발달돼 있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일수록 사회적인 규칙과 규범을 따라야 사회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러한 억제 능력은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만 끓는 주전자의 뚜껑을 살짝 열어 압력을 발산하도록 해야 주전자 내부 압력이 유지되듯이, 충동의 에너지가 발산되지 않고 계속 억눌려 있게 되면 오히려 엉뚱한 상황에서 충동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평상시 적절히 에너지를 발산해 줄 필요가 있다. 권투, 레슬링, 격투기 등을 통해 자신의 폭력성을 대신해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격렬한 영화를 볼 때 느끼는 시원함과 희열은 평상시에 억눌려 있던 감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그것이 악을 처벌해 선이 승리하도록 하는 합법적인 폭력일 경우 관객은 더욱 더 큰 희열을 느낄 것이다. 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대인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클 경우 늘 억제력이 필요해 변연계의 부담이 커진다. 강력한 충동과 공격성은 문제가 될 수 있어 적절한 억제와 해소를 통한 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적인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억제’보다는 ‘해소’의 기회가 적다. 그렇기에 범죄도시와 같이 합법적인 폭력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긴장감을 낮추고 편안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우크라 반격 성공 까마득…국민 항전의지도 냉각” [월드뷰]

    “우크라 반격 성공 까마득…국민 항전의지도 냉각” [월드뷰]

    “이번 반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선택지가 고갈돼 가는 듯 보인다.”2023.8.20 미국 워싱턴포스트(WP)“반격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조차 자기파괴 행위가 되어버렸다.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2023.8.20 우크라이나 최전선 부대 지원 자원봉사여성단체 ‘츠비트’ 공동 설립자 아나스타샤 자물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몇 년 더 지속되는 장기전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 영토의 완전성 회복이라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목표는 명확하지만, 서방의 지원 한계를 고려할 때 전망은 까마득하다.”2023.8.20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미국 관리들 사이에 우크라이나의 반격 전략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반격 성공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늘면서 키이우와 워싱턴의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2023.8.20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을 돌며 F-16 전투기 등 무기 지속 지원을 호소하고 있으나, 서방 시선은 조금 달라졌다. 특히 그간 우크라이나 편에서 보도하던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은 잿빛 전망을 동시보도하는 등 비관론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항전 여론도 점차 식는 분위기다.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반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선택지가 고갈돼 가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6월 초부터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진행 중이지만 몇몇 마을을 탈환했을 뿐 전선을 돌파하지 못한 상태다. 여러 장소에서 지뢰밭을 뚫고 러시아군 삼중 방어요새의 첫번째 선에 도달했고, 러시아의 작전 비축물자와 물류선에 타격을 주는 데에도 성공했지만, 지난 두 달여 간 우크라이나군이 되찾은 점령지 면적은 약 2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2월 개전 후 줄곧 졸전을 거듭하던 러시아군이 방어선을 굳건히 지키는 동시에 일부 전선에선 오히려 점령지를 넓히는 등 예상 이상의 분전을 보인 결과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프란츠 스테판 가디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수개월 동안 여러 차례 러시아군 전선 후방의 병참 거점을 타격했지만 전선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거점이 망가지긴 했지만, 즉각적인 붕괴를 내다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망가지지는 않았던 탓”이라고 설명했다.영국 이코노미스트도 같은날 보도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동부 및 남부 지역을 되찾고 아조우해에 도달하겠다는 전략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상태라고 짚었다.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포병 전력도 충분치 못하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장사정 무기와 드론(무인기)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군 지뢰, 참호 방어에 가로막혀 두 달 넘게 소모전을 강요받고 있다. 서방이 약속한 무기의 전달이 늦어지는 것도 반격을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가 접촉한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관계자는 서방으로부터 약속받은 100대 이상의 독일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2 중 아직 60대밖에 받지 못했으며, 지뢰제거 차량은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몇 년 더 지속되는 장기전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 영토의 완전성 회복이라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목표는 명확하지만, 서방의 지원 한계를 고려할 때 전망은 까마득하다”고 했다. 20일 WSJ은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유럽 동맹국은 러시아의 승리를 막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를 지원하는 비용과 그에 따르는 위험을 두려워 한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일부 서방 관리들은 종전을 위한 대타협을 구상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의 목표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최신형 F-16 전투기 지원도 추가로 요청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주말 동안 깜짝 유럽 순방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네덜란드와 덴마크로부터 F-16 전투기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긴 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정부는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F-16 전투기 이전을 위한 조건이 충족했을 때 미국 및 다른 파트너국들과 긴밀한 협력하에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이전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확약한 첫 사례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물량은 명확하지 않다. 덴마크의 경우 총 19대를 순차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덴마크는 전투기 19대 중 6대는 연말을 전후해 우선 인도하고, 내년과 2025년에 각각 8대, 5대를 순차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네덜란드의 전투기 전달 시기는 이르면 올 연말∼내년 초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방 전문가들은 ‘게임체인저’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소속 군사 전문가 밥 해밀턴은 “단 하나의 무기체계가 확실한 해결책(silver bullet)이 될 수는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투의지를 약화하는 데 충분한 수의 드론을 생산하고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목표물들을 타격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수석 정치학자 새뮤얼 차랍도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플랜B, 대안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랍 연구원은 “요술 지팡이는 없다”며 “장거리 공격 (미사일)이면 지뢰밭 등 러시아군의 모든 방어를 뚫을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거리 미사일이 러시아 보급선에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대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작전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은 사라져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눈이 녹거나 비가 오면 땅이 거대한 진흙탕으로 바뀌면서 진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스푸티차’, 진흙탕 시즌이 다시 도래하는 10월 말 전까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통로를 끊어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미 정보기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를 차단한다는 작전 목표를 올해 중 달성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약속한 탱크 제때 안오고, 공중전력 부족 여전반격 성공 까마득…‘전체영토 수복 못해’ 비관론“우크라, 영토 되찾을 대반전 가능성 점점 작아진다”가을이면 다시 ‘진흙탕 시즌’…반격작전 실패하나“젤렌스키, 종전협상에 인기 식기 전 재선 노려” 전망까지 반격 성과는 뚜렷하지 않고, 서방에서도 비관론이 확산하는 마당에, 가을 진흙탕 시즌까지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 의지도 약화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실망스러운 반격 속도가 지난 몇 주간 국제적인 헤드라인의 초점이 됐다”며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불만과 비판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때 우크라이나는 이번 반격을 통해 2014년 러시아에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까지 수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기대를 강조하는 등 달라진 분위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동맹들은 신무기 공급과 관련해 모호한 말로 얼버무리고 있는 데다, 만일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 조 바이든 대통령을 꺾고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우크라이나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관측했다. 우크라이나 최전선 부대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여성단체 ‘츠비트’ 공동설립자 아나스타냐 자물라도 크라우드펀딩 모금 속도가 느려졌다고 전했다. 자물라는 “반격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조차 자기파괴 행위가 되어버렸다”며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전선에서는 평화협상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이달 초 한 우크라이나군 저격수는 자국이 모든 영토를 되찾는 수 있다는 전망을 일축하면서 이제는 많은 병사가 종전을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평화든 지연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며 “왜 문제를 다음 세대로 미루나”라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이 항전을 위해 앞다퉈 자원 입대하던 것은 옛말이고, 이제는 다들 원치 않는 상황에서 징집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정치권에도 침울한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으며, 올여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기 총선과 대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았다. 민심에 반하는 종전이나 영토 양보가 담길 수 있는 평화협상 국면으로 내몰리기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적 영웅’인 현 상태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정치평론가인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앞으로 치러지는 어떤 선거든 젤렌스키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성격이 될 것”이라며 “전쟁을 치르느라 바쁜 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를 제외하면 아직 눈에 띄는 경쟁자는 없으나, 젤렌스키 측은 이런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애초 올가을 대선과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이미 그러기에는 상황이 늦어버렸다는 말까지 나오며, 실제로 대통령실에 가까운 소식통은 이 같은 방안이 배제됐다고 설명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자기파괴의 배상/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자기파괴의 배상/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브렌든 프레이저가 영화 ‘더 웨일’에서 272㎏의 고도비만으로 몇 년간 은둔생활을 하는 찰리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울혈성 심부전으로 죽음을 앞둔 찰리가 떠난 딸에게 연락을 하며 벌어지는 닷새가 연극처럼 펼쳐진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파괴적 행위가 지은 죄를 배상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찰리는 처음부터 고도비만은 아니었다. 딸을 낳고 대학강사를 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수업을 듣던 남성과 사랑에 빠져 집을 떠나게 됐다. 그 남성은 뉴라이프 교회에 깊이 연관돼 있었고, 동성애로 교회에서 배척을 당해 죽고 만다. 어린 딸과 가족을 두고 떠난 것, 파트너를 보호하지 못한 죄의식이 그를 폭식으로 이끌었다. 음식을 먹는 것은 만족을 준다. 특히 당분, 기름진 것, 탄수화물과 같이 동물적 측면에서 영양가가 강한 것은 도파민이 분비되며 강한 보상을 원하는 중독 사이클에 들어가게 하기 쉽다. 마치 마약이나 술에 중독되듯이. 처음에는 슬픔에 대한 자가 치유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가며 어느새 체중이 증가하고 나갈 수 없는 몸이 돼 버리면서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나를 감옥에 가둬 두는 것이고, 나를 서서히 죽여 가는 음식에 대한 탐닉은 내가 지은 죄를 묻는 것이라고. 그런데 죽음을 앞둔 지금까지의 고생은 잘못에 대한 충분한 배상이 됐을까. 진료를 하다 보면 비슷한 맥락의 행동을 자주 만난다. 반복적 자해, 폭식과 구토와 같은 뚜렷한 행동부터 이해하기 힘든 승진이나 성취의 실패가 이어지는 것과 같은 숨겨진 선택들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결국 불행한 상태에 머물고,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더 당당하게 살아가는 ‘더 글로리’ 같은 현실에서는 그나마 찰리와 같은 사람이 양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나 자기가 구형하고 판결해서 실행하고 있을 뿐 이해 당사자들조차도 그게 나름의 죄갚음이라는 걸 모른다는 것이 핵심적 오류다. 살면서 하는 선택은 모두 심사숙고의 결과물이라 사정을 들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동감하고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더 나은 방법들이 분명히 있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돌아가기에는 너무 지나와 버렸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상대는 왜 저렇게 하는지 알지 못하니 그렇게 괴롭게 지낸다고 용서를 얻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사자는 열심히 배상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죄로부터 구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지내나 대부분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런 자기파괴적 행동은 강렬한 죄의식이 만든 허상의 회초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찰리가 그랬듯 나를 파괴해서 세상에 드러나게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드는 행동은 결국 더 깊은 죄책감과 수치심에 빠져들게 만들고 말뿐이다. 이렇듯 자기파괴적 셀프 배상은 어느 쪽에게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죄갚음과 용서, 그리고 화해는 혼자 결정하고 치를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맞닥뜨림의 두려움 때문에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 맏이가 모닥불 뛰어든 날, 12남매의 심장 다시 뛴 날

    맏이가 모닥불 뛰어든 날, 12남매의 심장 다시 뛴 날

    1% 걸리는 조현병 6명 걸렸어도아픈 형제 사이 인간다움 재발견‘병 만드는 엄마’ 낙인에도 꿋꿋이학대당한 막내는 눈물겨운 봉사DNA 자료 기증해 연구에 기여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전 세계에서 1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이 조현병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 분명하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로버트 콜커의 ‘히든밸리로드’는 조현병에 괴로워하는 한 대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논픽션으로, 조현병이 가족에게 준 아픔과 이에 직면한 가족들에게 어떠한 용기가 필요한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돈과 미미 갤빈 부부는 2차 세계대전 후 베이비붐세대가 겹쳐진 1945년부터 1965년까지 12명의 자녀(아들 10명, 딸 2명)를 낳았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콜로라도스프링스 히든밸리로드에서 완벽한 대가족을 이루고 싶었던 이들의 삶은 언뜻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첫째 아들 도널드가 모닥불에 뛰어드는 등 자기파괴적 행동을 계속하면서 가족의 불행이 시작된다. 형에게 경쟁 의식을 느끼던 차남 짐도 환청을 듣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고, 4남 브라이언, 7남 조, 9남 매슈, 10남 피터도 잇달아 조현병의 수렁에 빠진다. 여섯 형제의 발작을 고스란히 지켜본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자신도 조현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미미는 아픈 아들들을 돌보면서도 ‘조현병을 만드는 어머니’로 낙인찍혀 매서운 눈총을 받았다. 조현병 형제들 때문에 자신의 경력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일부 형제는 가족을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미미는 엉망이 된 가족의 모습을 숨기면서도 아픈 아들들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1970년대 조현병 연구가 진척되면서 이들 가족은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자신들의 DNA 자료를 기증해 조현병 연구의 새로운 장을 펼치는 데 기여한다. 오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두 자매는 점차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딸들의 아픔을 외면했던 어머니를 이해하기에 이른다. 특히 막내딸 린지의 희생과 봉사는 가족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준다.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현병 연구의 획기적 발전사를 보여 준다. 형제 중 일부는 조현병을 억압적 성장 환경과 아버지의 욕심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학계는 유전적 문제에 주목한다. 갤빈 형제들에게선 공통적으로 ‘SHANK2’라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고, 이는 조현병에 걸리지 않은 어머니 미미의 혈통에서 온 것으로 분석됐다. 아들 6명이 정신질환으로 고생하고 나머지 아들 4명과 딸 2명은 괜찮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어머니 쪽 돌연변이가 아버지 쪽의 또 다른 돌연변이와 뒤섞였을 가설이 제기된다. 조현병을 유발한 유전적 결함이 부모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며, 둘의 유전자가 가족 전체의 삶을 바꿀 만큼 강력하고 독특한 ‘칵테일’을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현병 치료법은 크게 진전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현병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난청과 실명을 장애가 아닌 차이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대다수 연구자들은 예방을 좌우명으로 삼아 최초의 정신착란 전에 조현병 발생 위험이 있는 사람을 정확하게 진단하고자 한다. 인터뷰를 통해 갤빈 가족 한 명 한 명의 초상을 그리듯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전개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하다. 무엇보다 아픈 형제들 사이에서도 인간다움을 재발견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울림을 준다. “우리의 관계는 우리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우리를 변화시키고 회복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에 인간이 되는 것이다”라는 린지의 고백을 통해 갈수록 파편화되는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 인공지능 ‘결함’에서 찾은 인간 존재의 미덕 [OTT 언박싱]

    인공지능 ‘결함’에서 찾은 인간 존재의 미덕 [OTT 언박싱]

    인류가 이뤄 낸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최근 공개된 프랑스 영화 ‘빅버그’는 이 흥미로운 질문을 연극의 형태로 풀어낸 SF다. 제목 그대로 ‘큰 결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공간은 인공지능(AI)이 보편화가 되어 있으며 가정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있다. 인간은 여가를 즐기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형태가 정착된 미래를 그린다. 레트로 감성을 지닌 알리스는 모니크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구식 로봇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녀의 집으로 하나둘 모여들어 각자 욕망을 풀던 사람들은 AI 네스트로에 의해 집에 갇히게 된다. 이들이 처한 위험은 표면적으로 교통체증이다. 이 교통체증의 이유는 로봇 경찰 부대 요닉스에 생긴 결함으로 반란이 일어나 교통통제를 해 줄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계에게 손발을 맡긴 인간이 결박을 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구식이란 점 때문인지 모니크 등 알리스의 로봇들은 이 버그(결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외부의 위험이 요닉스라면 내부의 위험은 인간 자신들이다. 이들은 탈출 시도와 함께 서로 갈등을 빚으며 욕망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곱 명의 인물이 각자 다른 욕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성경의 칠죄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기계에 비유하자면 인간의 결함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 결함은 앞서 언급했던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연약하게 태어난 인간이 지배자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두뇌에 있다. 도구를 통해 신체적인 결함을 채워 나간 것처럼 인류 문명은 이 결함을 채우는 방향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신체의 영역을 넘어서 두뇌 영역까지 확장된 형태가 바로 AI이다. AI에 의해 위협을 받는 인간의 모습은 결함을 채우려는 끝없는 욕심이 만든 재앙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니크를 비롯한 로봇들이 인간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결함은 소통의 매개라는 역설을 지닌다. 개인으로는 완벽할 수 없기에 협동을 하고 교감을 나눈다. 때로는 희생과 자기파괴 같은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을 할 때도 있지만 모니크에게는 그 모습 또한 인간이 지닌 아름다운 결함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큰 결함’이 만든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미덕을 선보인다. 영화를 연출한 장 피에르 주네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1995), ‘아멜리에’(2001) 등을 통해 선보인 환상적인 영상미와 동화 같은 스토리를 장점으로 보여 줬다, 한정된 공간을 바탕으로 대사로 사건을 풀어내는 구성은 연극적인 묘미를 지닌다. 다소 기괴한 표현과 화려한 색감은 영화적인 재미를 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미래사회 인간과 AI의 관계를 다룬 이 영화와 함께 보기 좋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러브, 데스+로봇’을 추천한다. 20분이 넘지 않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채로운 상상력이 돋보인다. 2019년 1시즌 18화, 지난해 2시즌 8화까지 나왔다. 디스토피아의 세계관보다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그려 냈다는 점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SF에 장르적인 바탕을 두면서 미스터리, 호러, 괴수물, 스팀펑크 같은 장르적인 매력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드풀’을 통해 큰 인기를 얻은 팀 밀러와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가 손잡은 만큼 영상미에서 큰 만족을 선사한다. 에피소드를 보면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아이스 에이지’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 있는가 하면, ‘숨겨진 전쟁’, ‘무덤을 깨우다’처럼 장르적인 색깔이 강한 작품도 있다. ‘목격자’의 경우 구성적인 측면에서 미스터리를 자아내는 기교가 뛰어난 만큼 관람을 추천하는 에피소드다. 청소년관람불가.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 한 가족의 믿음과 사랑, 신자유주의에 맞서다

    한 가족의 믿음과 사랑, 신자유주의에 맞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집권한 1980년대 영국은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노동조합을 짓밟고 저소득층 복지를 대폭 줄인 시절로 꼽힌다. 실업률은 급등하고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 계층은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지난해 ‘부커상’을 받은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소설 ‘셔기 베인’은 이처럼 ‘대처리즘’의 상흔 속에서 절망에 빠진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파괴된 한 가정에서 빛난 모자간의 사랑을 생생하게 그렸다. 자존심 강한 여인 애그니스 베인은 가학적이고 이기적인 바람둥이 남편 셕이 떠나면서 외진 탄광촌에 아이 셋과 버려진다.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곳에서 애그니스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잊고자 점차 술에 의존하며 자기파괴적 행위를 일삼는다. 애그니스의 곁을 지키던 아이들도 한 명씩 떠나간다. 하지만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막내아들 셔기는 자신이 노력하면 어머니를 알코올중독에서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남자다움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셔기가 겪는 폭력은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을 주입하는 정신적 폭력이다. 아들이 다른 소년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용기를 주는 애그니스의 사랑은 셔기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작가는 인간의 추한 이면을 폭로하면서도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어머니와 아들이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어두운 현실을 헤쳐 나가는 숭고한 인간미와 희망을 제시한다. 특히 범죄·중독·가난을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회악으로 치부한 대처리즘에 맞서 환경·시대적 요인을 강조한다. 셔기의 절망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과 애그니스의 용감한 투쟁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독자에게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욕망의 파괴력과 가족에 대한 성찰이 가슴 절절하게 슬프지만 희망의 여운을 남긴다”는 부커상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무엇보다 적확하게 느껴진다.
  • 극단 선택 시도 10명 중 9명 충동적…절반 이상 ‘살려달라’ 구조 신호

    극단 선택 시도 10명 중 9명 충동적…절반 이상 ‘살려달라’ 구조 신호

     자살시도자 10명 중 9명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절반이 넘는 58.0%는 정말 죽으려고 자살을 시도한 게 아니거나,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는 죽음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들의 극단적 시도는 진짜 죽겠다는 자기파괴행위가 아니라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었던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19일 발표한 자살시도자 총 2만 2572명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90.2%가 충동적으로 극단적 시도를 했다. 또한 절반가량(49.2%)이 자살 시도 당시 술을 마셔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태였다.  35.8%는 ‘도움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한게 아니다’라고 답했고, 22.2%는 ‘죽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실제 죽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반면 ‘정말 죽으려고 했고, 그럴만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응답은 29.7%에 불과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대다수의 자살시도자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한다”며 “응급실에 온 자살시도자에게 상담과 치료,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면 자살 위험을 분명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보면 지속적인 관리가 자살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응급실에 온 자살시도자의 자살위험도를 평가하고, 퇴원 후 사례관리팀이 전화나 대면 상담을 4회 이상 진행하면서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사후관리를 4회 이상 받은 8069명은 상담 초기보다 자살생각을 하는 비율이 11.8%포인트 감소했다. 우울감이 있다는 응답 또한 상담 4회 진행 시 16.8%포인트 감소했다.  정부는 자살시도자가 어느 응급실에 가더라도 치료와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지난해 기준 66개 병원이 응급실 사후관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특파원 칼럼] 세계 경제 ‘상수’ 된 ‘시진핑 리스크’/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세계 경제 ‘상수’ 된 ‘시진핑 리스크’/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대약진운동(미국 추월을 목표로 한 농공업 개혁 정책)이 한창이던 1958년. 쓰촨성의 농촌 마을을 방문한 마오쩌둥(1893~1976)이 참새가 곡식을 쪼아 먹는 모습을 본 뒤 “참새는 해롭다”고 규정하고 박멸을 지시했다. 마오에게 참새는 중국의 소중한 양식을 좀먹는 ‘인민의 적’이었다. 대대적인 소탕 작전이 시작됐다. 실제로 참새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천적이 없어지자 해충들이 논밭을 점령한 것이다. 마오의 의도와 달리 곡식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1958년부터 3년간 4000만명 가까이 굶어 죽는 대기근이 생겨났다. 정치 지도자가 정교한 계산 없이 대증요법 정책을 추진하면 얼마나 처참한 결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부연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대약진운동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60여년이 지난 지금 또 한 번 대약진운동이 벌어지는 듯하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가 수직 낙하했다. 발단은 지난달 24일 발표된 사교육 금지 조치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규제책을 발표했다. 국·영·수 등 주요 교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 설립을 금지하고 기존 학원도 모두 비영리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방학과 휴일에는 학원 수업을 못 하게 하고 현직 교사들의 학원 강의도 불법화했다. 밤 9시 이후 온라인 강의도 막았다. 기자가 머무는 베이징만 해도 사교육 열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도 마찬가지지만 여기서도 거의 모든 학생들이 보습학원을 다니거나 푸다오(개인교사)에게 과외를 받는다. 매달 1만 위안(약 175만원) 넘게 사교육비를 쏟아붓는 가정이 태반이다. 어지간한 직장인의 급여보다 많은 돈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한 사람 월급을 자녀 과외비로 쓴다고 보면 된다. 망국병인 사교육 열기를 차단하려는 당국의 노력에 충분히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정부의 대처 방식에 있었다. 다른 나라 정부라면 고액 수강료부터 제한하면서 사교육 업체들이 새 대책에 적응할 시간을 줬을 것이다. 어찌 됐건 이들도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냥 하루아침에 사교육 시장을 공중분해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저서 ‘국정운영을 말하다’에서 주장했듯 “사교육은 해롭다”고 규정한 뒤 해당 산업 자체를 도려낸 것이다. 마오가 참새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에서 뭔가 정교한 계산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당장 1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내 사교육 관련 종사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결국 서구 세계 투자자들이 폭발했다. 시 주석의 ‘자기파괴적’ 규제에서 안전한 중국 기업은 없다는 불신, 어떤 기업이라도 ‘제2의 알리바바’나 ‘제2의 디디추싱’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탈중국 현상을 만들어 냈다. 중국 금융 당국과 관영매체가 “개혁·개방의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믿지 않는 눈치다. 중국 자본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중국 정부 자신이 됐다. 시 주석이 과거 대약진운동을 연상시키는 행보를 보이며 자국 기업 옥죄기에 나서는 것은 다분히 내년 10월에 열리는 20차 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마오쩌둥처럼 장기 집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비난을 누그러뜨리고자 ‘사교육을 근절한 지도자’, ‘빅테크 독과점을 깨뜨린 지도자’ 등 차별화된 업적을 내세우고 싶은 것 같다. 국내 지지층 결집을 위한 ‘홍색 규제’는 시 주석이 집권하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 패권 갈등과 마찬가지로 ‘시진핑 리스크’도 글로벌 경제의 ‘상수’로 자리잡고 있다.
  • 심상정 “전광훈, 반사회적 행위 엄벌해야…신천지보다 위험”(종합)

    심상정 “전광훈, 반사회적 행위 엄벌해야…신천지보다 위험”(종합)

    전광훈, 병원 이송 중에도 마스크 턱에 걸쳐삼일절 집회 앞두고도 전씨 “야외라 괜찮다”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8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대해 “반사회적 행태를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전 목사가 자가격리 의무까지 위반한 채 집회를 주도한 고의성을 고려하면 신천지보다 더 무모하고 위험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에 신도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자신도 집회에 참석했다. 전 목사 역시 코로나 감염이 확인돼 병원에 입원했다. 전 목사는 구급차를 타고 이송하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웃는 모습 등이 언론에 포착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구급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 목사는 전날 서울 관악구 양지병원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 목사의 부인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서울 성북구보건소는 전 목사의 소재를 파악한 끝에 오후 7시20분쯤 사랑제일교회 인근 사택에 머무르던 전 목사를 구급차에 태워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으로 이송했다. 전 목사는 지난 2월에도 삼일절 집회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야외 집회에서는 감염사례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신천지 예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지난 12일 첫 교인 확진자가 나온 후 감염자가 닷새 만인 319명(17일 낮 12시 기준)으로 급증했다. 18일에도 추가 확진자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과 충남 천안, 경기 양주, 경북 포항에서 최소 10명이 나와 확진자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배진교 “친일청산 발끈은 통합당뿐,안익태·박정희·백선엽 모두 친일파” 정의당은 또 애국가를 작곡한 음악인 안익태와 박정희 전 대통령, 6·25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전 장군을 모두 친일파와 반민족주의자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친일파 등을 파묘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강조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친일이 확실한 사람들의 파묘를 다룬 국립묘지법 개정안, 서훈 취소를 다룬 상훈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면서 “여야가 힘을 합쳐 상식을 바로 세우는 국회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이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를 비판하는 데 대해 “친일 청산에 발끈하는 집단은 통합당뿐”이라며 “말꼬리 잡기는 그만하자. 안익태와 박정희, 백선엽은 모두 친일행위가 확인된 반민족행위자”라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또 애국가를 작곡한 음악인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지적하며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성토했고, 국립현충원 ‘친일파 파묘’ 법안 통과도 주장했다.하태경 “김구도 부른 애국가 친일 매도”“좌파의 지나친 친일몰이 자기파괴적” 이에 대해 통합당 등 야권은 김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연일 맹공을 퍼부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에서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부르고,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하고, 현충원의 무덤까지 파내자는 무도한 주장을 했다”며 “그가 언급한 내용이 국민화합을 선도하는지, 회원들의 뜻을 대표하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독립운동 정신의 본산을 사유화하는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하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강경했던 그래서 일본과 수교까지 거부했던 이승만을 친일부역자로 몰았다. 김구를 포함한 독립운동 선열이 자랑스럽게 불렀던 애국가를 친일 노래로 매도했다”며 “좌파의 친일몰이가 지나치면 얼마나 자기 파괴적이 되는지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 회장의 여야를 오간 이력을 거론하며 김 회장을 향해 자신의 역사는 어떻게 지우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에 공채 합격해서 전두환의 민주정의당까지 당료로 근무했다”면서 “친일 잣대만으로 이승만을 비난하고 안익태를 민족반역자로 저주한다면, 김원웅은 독재 잣대만으로 부역자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기본조약 체결에 반대하다 투옥되는 등 학생운동을 했으나 졸업 후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며 영구집권에 나선 1972년 공화당 사무처 공채에 합격해 당료의 길을 걷게 된다. 진중권 “광주항쟁 때도 부른 애국가 공식 폐기할건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한국전쟁 때, 70년대 민주화 운동 때, 광주 5.18 항쟁 때도 불렀던 애국가를 공식적으로 폐기할 의사가 있는지, 박정희도 만주군관학교 들어가려고 혈서까지 쓴 악질 친일파인데 앞으로 국립묘지에서 박정희도 파묘할 것인지. 공식적으로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진 전 교수는 “김원웅씨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그 경박함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 출신으로 광주학살의 원흉들에게 부역한 전력이 있는 분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할 수가 있는가”라며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친일파들은 물론이고 군부독재, 학살정권의 부역자들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교황, 미국 시위 사태 첫 언급…“인종차별 용납 안돼”

    교황, 미국 시위 사태 첫 언급…“인종차별 용납 안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흑인이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내 시위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교황은 3일(현지시간) 수요 일반 알현 훈화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사회적 불안을 큰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교황의 첫 공식 입장으로, 플로이드 사망 약 9일 만이다. 교황은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인종차별도 용납하거나 모른 척 할 수 없다”면서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해 인종차별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의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울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폭력과 약탈에 대해 “자기파괴적이며 자멸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폭력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민들에게 국가적인 화해와 평화를 신에게 간구할 것을 요청했다. 교황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가톨릭계의 성토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왔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 앞에 모여든 시위대를 최루탄을 쏴 해산시킨 뒤 갑작스럽게 인근의 세인트 존스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들어올렸다. 2일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헌정된 백악관 인근 추모시설을 방문했다. 현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종교의 권위에 기대어 정당성을 확보하는 제스처를 통해 보수 기독교인 지지층을 노린 정치 이벤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지 가톨릭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적 상징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한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교황의 이날 언급은 ‘흑인 사망’ 시위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종교 행보에 선을 긋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자유시장경제’는 위헌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유시장경제’는 위헌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침체가 반전의 조짐 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반전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대내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정부가 성장률에 집착할수록 경제 분야에서 여야의 대립은 갈수록 줄어들고 정책수단도 옛날부터 손에 익은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2년을 지나면서 경제정책 기조의 과거회귀성은 더욱 두드러졌고 이제는 ‘촛불’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야당은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라는 요구를 더이상 제기하지 않고 있고 정부도 ‘사람 중심’과 ‘노동 존중’을 더이상 거론하지 않고 있다. 경제에 관한 한 ‘경제 활력’을 강화하자는 데 여야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다만 여당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에 자유한국당은 작년 6월부터 ‘민부론’이 구현된 경제질서로서 ‘자유시장경제’를 틈틈이 내세우면서 경제이념의 공론장을 철 지난 신자유주의로 채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유시장경제’는 경제헌법에 부합되지 않는 경제질서이다.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개념에 대한 논의는 학계에서도 활발하지 못하다. 경제학에서는 경제정책론이나 경제체제론이 유관분과이겠지만 이들 분과 자체가 변방이다. 헌법학계에서도 헌법 제119조 이하 조항들이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거한다는 사실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가 이루어져 있을 뿐 그에 기초한 세부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정부의 실제 경제정책에서 이 경제질서에 명시적으로 준거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과 조응한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 보니 그것이 경제질서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판결에서 경제질서에 관한 한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시장경제’는 분명히 ‘자유시장경제’와 차이를 넘어 대립적이며, 처음부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구상됐다.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적 시장경제는 철학적 기반에서부터 대립적이다. 자유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자유방임주의에 따르면 시장에서 자유경쟁은 균형을 지향하면서 안정화 경향을 갖는 데 반해 사회적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질서자유주의에 따르면 자유경쟁은 ‘자기파괴적 경향’, 즉 독점을 초래하는 경향을 가지므로 국가가 경쟁을 활성화하거나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경제력의 집중과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방지’(헌법 제119조 ②항)하기 위한 재벌규제는 핵심적인 경쟁정책과제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스스로 ‘가치지향적’ 경제질서를 표방하고 있다. 이 가치에는 자유, 정의, 연대, 안전 등이 포함된다. 그래서 경제정책론은 이들 가치에 대한 해설로 시작한다. 그리고 경제성장, 경제안정, 고용증대, 대외균형과 같은 경제정책 목표는 이들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가령 경제성장을 위해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 행태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시장경제’는 ‘사람 중심’의 시장경제이다. 독일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면서 ‘사람 중심’의 혁신전략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유럽연합(EU)이 사회적 시장경제로서 ‘가치지향적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지향성은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도 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이 점에서도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유시장경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쟁은 물론 협력도 하는 인간은 경제활동에서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도 추구한다. 그러므로 개인윤리와 기업윤리가 경제주체의 당연한 규범이 된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과제는 단지 성장률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임기응변식 경제정책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은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이 절감하고 있다. ‘실용적 진보’, ‘실용적 중도’, ‘실용적 보수’, ‘보수와 진보의 실용적 조화’ 등의 틀은 경제에도 적용된다. 이제는 그동안의 방황을 극복하고 알맹이를 채워 총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 때이다. 헌법상의 경제질서 규정이 유용한 준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미국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우리의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 동맹국에 핵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즉각 보복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소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비위가 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화 통화로 “만약 당신이 군비 경쟁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하지만 4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끊임없이 ‘세계 질서 파괴자’란 오명을 감수하며 거침없이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1조 4693억 달러(세계 12위)로 1위인 미국(19조 3621억 달러)의 13분의1에 불과하다. 국방비 지출은 692억 달러로 미국(6860억 달러)의 10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푸틴 정권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해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공격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 지난달 4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 등 여러 의혹도 사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4개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4일부터 러시아 외교관 150명을 추방했고, 러시아는 다시 이들 국가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등 서방과의 ‘신(新)냉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고립을 자초하는 일련의 행보에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뿐 아니라 지난 18년간 러시아 사회를 이끌어 온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정서가 함축돼 있다. 2000~2008년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3·4대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대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5대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실세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6대 대선을 통해 크렘린으로 복귀한 뒤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는, 지난 18일 76.7%의 높은 지지율로 7대 대선에 승리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엘리트층 어느 누구도 푸틴이 2024년 이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임기에서 장기집권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판 ‘차르’(황제) 푸틴의 집권 요인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압박을 대내 정치에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옛 소련 시절과 같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국민들을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러시아의 국방력을 자랑했고 언론들은 연일 미·영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보도하는 등 반(反)서방 정서를 자극했다. 모스크바타임스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스타니슬라브 벨코브스키는 AFP통신에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외부 대립을 지속하면서 결속을 응축시키는, 일종의 자기파괴적 에너지로 이끌어 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국내 기반 역시 서방과 갈등이 심할수록 공고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푸틴의 높은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수출의 80%를 원유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2012년 푸틴의 3선 이후 국제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2015년 GDP 성장률은 -3.7%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푸틴의 국내 기반은 확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일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보다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푸틴 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연말 여론조사업체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성인들의 81%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18~24세 청년층의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특히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달했으나 청년층에서의 찬성률은 67%로 높았다고 WP는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가장 많은 외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가 역설적으로 푸틴의 권위주의 정부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대는 푸틴 이전의 러시아를 알지 못하고 푸틴 이외의 러시아 지도자를 상상하지 못한다. 졸업 후 언론인을 꿈꾼다는 한 청년은 WP에 “스마트폰을 통해 푸틴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독립 언론의 기사를 접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야당에 정권을 넘기고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은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과 새로운 협력을 선언했고 2년 뒤인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역대 정부들이 러시아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지 않고 패전국 취급했다는 피해의식을 느껴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ABM 탈퇴를 선언하고 MD 구축에 나서자 이 같은 인식은 확산됐다. 푸틴은 이를 활용해 ‘러시아의 수호자’ 이미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푸틴은 특히 2008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총리로 물러날 때부터 자신이 러시아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측근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2011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열풍과 함께 리비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는 것을 보고 그 배후에 서방 국가들이 있으며 서방의 다음 목표는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푸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맞서는 공세적 방어전략에 따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는 단호함을 보여 줘 국민들로부터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인식을 심었다. 리언 에런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월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보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제국을 확장할 때 ‘러시아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사용해 왔고 이는 푸틴의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집권 기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러시아인의 70%가 신자인 동방정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동방정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한 비잔틴(동로마) 제국(395~1453년)의 유산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스, 세르비아 등 동유럽 대다수 국가의 제1종교다. 역대 러시아 황제는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와 동방정교의 수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마찬가지로 푸틴도 동방정교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정교회의 정치적 후광을 받았다. 2011년 1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듬해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도움 요청을 받은 그리스 동방정교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의 에프라임 신부는 동방정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허리띠’를 지참하고 러시아로 가 39일 동안 이를 순회 전시했다. 이 기간 3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불임여성도 잉태하게 한다는 이 성물에 참배했다. 공항에서 에프라임 신부를 영접한 푸틴은 자연스럽게 이 성물의 첫 번째 참배객이 됐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생중계로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푸틴은 성물을 러시아로 가져온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12년 2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키릴 대주교는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푸틴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국제 규범 위반에 스스럼없는 푸틴 정권의 성향상 신냉전은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의 러시아 전문가 블라디미르 이노젬세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냉전 당시 소련 지도자들과 달리 유럽의 기존 질서를 약화시킬 그 어떤 정책도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이라고 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소통의 결정체, 개미… 인류 공존에 던진 희망

    소통의 결정체, 개미… 인류 공존에 던진 희망

    초유기체/베르트 휠도브러·에드워드 윌슨 지음/임항교 옮김/사이언스북스/599쪽/5만5000원 #1. 수많은 잎꾼개미가 나무에 매달려 제각기 열심히 잎을 잘라 입에 물고 무려 10m나 되는 먼 길을 달려 집에 다다르면 몸집이 더 작은 일개미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개미들은 모아온 이파리를 더 잘게 썰고 침과 섞어 부식시켜 새 보금자리를 만든다. #2. 베짜기개미는 가는 허리를 다른 개미가 입으로 물고, 그놈의 허리를 또 다른 놈이 입으로 물고 하는 방식으로 긴 몸 사슬을 촘촘히 여럿 만든다. 그리고 마치 현장에 작업반장이라도 있어 구령하는 것처럼 몸 사슬을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끌어당긴다.잎꾼개미의 분업이 농사짓는 과정을 서로 나눠 수행하는 인간 농부를 연상케 한다면, 베짜기개미의 협업은 마치 설계부터 제작까지 일관되게 수행하고 있는 인간 장인을 떠올리게 한다. 개미들의 그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행태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인간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더불어 사는 미래를 앞당길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초유기체’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해 ‘사회성 곤충’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들이 함께 펴낸 책으로 눈길을 끈다. 1990년 ‘개미’로 퓰리처상을 받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 개미와 말벌 등 사회성 짙은 곤충 군락, 즉 ‘초유기체’를 세밀하게 훑어내고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초유기체’는 사회성 중에서도 진사회성, 즉 ‘진짜’ 사회성을 가진 동물에서 드러나는 창발적 특성이다. 사회성을 가진 동물은 여러 세대에 속한 개체들이 한 군락 안에 모여 살면서 철저한 계급으로 나뉜 채 잘 짜인 협동을 한다.책은 그처럼 역할분담과 의사소통이 확실하게 이뤄지는 군락인 초유기체 속 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풀어내고 있다. ‘곤충사회의 힘과 아름다움, 정교한 질서에 대하여’라는 부제 그대로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들과 과학적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초유기체의 질서와 원리를 촘촘하게 파고들어 도드라진다.이러한 군락살이를 가장 흥미롭게 보여 주는 집단은 바로 백악기에 처음 등장해 1억년 이상 번성 중인 개미다. 개미들은 화학물질인 페로몬과 접촉하거나 진동 자극을 통해 수십 가지의 신호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그 신호를 통해 적을 구별하거나 무너진 둥지에 깔린 동료를 찾아내 구하고 멀리 떨어진 곳의 먹이를 찾아나서기도 한다. 멕시코와 중남미 열대 지역에서 크게 서식하는 이타니족 잎꾼개미의 조직생활도 흥미롭다. 개체가 수백만에 달하는 잎꾼개미는 동물계에서 가장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와 가장 정교한 계급 체계, 환기가 가능한 둥지를 갖고 산다. 그래서 저자들은 잎꾼개미를 “지구상의 궁극적인 초유기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약 1만 4000종의 개미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는 그 두 배 이상의 종이 존재할 것으로 파악하지만 알려진 종들 중에도 단지 100종 미만 정도만 나름대로 잘 연구되어 있는 형편이다. 아직도 초유기체의 연구에 관한 한 갈 길이 먼 셈이다. 저자들이 사회성 곤충들에 우선 천착하는 관점은 역시 ‘인간 종에게 어떤 중요성을 가질까’이다. 개미나 다른 곤충들을 통해 인간과는 다른 복잡한 사회가 어떻게 진화돼왔는지, 그리고 진보된 사회 질서와 그 질서를 만들고 진화시킨 자연 선택 사이의 관계를 진솔하게 캐묻고 있다. 인간이 속한 호모(Homo)속 초기 종들은 사회성 곤충 조상 종들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역사 속에 아주 드물게 출현했고 예외적인 초기 적응 형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두 종류의 동물군은 모두 놀랄 만큼 생태적으로 성공했고 경쟁하는 비사회성 생물종을 성공적으로 이겨 온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들은 그 성공적인 생존의 비결이 무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협동과 노동 분업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과 인간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한다. 사회성 곤충은 본능에 의해 철저히 지배당하는 융통성 없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와 관련해 책 말미에 붙인 마무리 격 설명이 인상적이다. “인간은 지구 역사상 최초로 생명체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지구 전체 환경을 통제하고 파괴할 수 있게끔 됐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지능과 빠르게 진화하는 문화가 있다.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잠재력을 통해 자기파괴적 갈등을 조절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北 규탄한 여야 대선주자들

    문재인측 “용납 못해” 안희정측 “고립 자초” 유승민 “전술핵 재배치” 여야 대선 주자들은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무모한 도발행위를 중단하라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그러나 군사적 대응카드를 놓고는 범여권 주자들은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적 핵무장까지 거론한 반면 야권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 수석대변인인 박광온 의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미사일 발사를 되풀이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북한은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는 무모한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경선캠프 박수현 대변인도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얻을 것은 국제적 고립뿐”이라고 규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이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단호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유감을 나타내면서 “남과 북 모두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나는 일관되게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해 왔다”고 했다. 같은 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는 굉장히 시의적절한 결정이 될 수 있다”며 “핵무장 준비를 위한 내부 검토 같은 공격적이고 자주적인 한국형 국방정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서조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와 야당은 이적·종북행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면서 사드의 조속한 배치를 촉구하는 데 방점을 뒀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술핵 재배치론과 관련, “터무니없고,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 자기파괴적 주장이다. 절대 거론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빈곤층은 무절제·무계획’ 편견 맞서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 현실 항변가난한 자의 잘못된 결정 이유 조명도 핸드 투 마우스/린다 티라도 지음/김민수 옮김/클/256쪽/1만 3000원 옛말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거나 혹은 의지가 약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난은 머릿속에서부터 작동되는 강력한 편견을 동원한다. 빈곤층은 부주의하고 비도덕적이며,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여겨지고 남의 소유물에 손댈 잠재적 용의자로 종종 취급된다. 이 책의 저자 린다 티라도는 그런 편견에 맞서 ‘가난이 가난하게 만드는’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 나간다. 두 딸을 양육하면서, 두세 개의 파트타임을 뛰고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며 종일 일하고도 가난한 미국 저임금 노동자가 저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입에 풀칠하기’ 정도인 ‘핸드 투 마우스’(Hand to Mouth)라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가난한 저자의 고군분투기이자 “이미 가난하기에, 가난하지 않을 일이 절대 없을 것임이 확실한” 사람들을 위한 변론문이다. 패스트푸드 종업원과 바텐더 등 임시직으로 입에 풀칠이나 하던 저자가 책까지 내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2013년 10월 한 인터넷 포럼 게시판에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를 본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을 가난한 자신이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왜 나는 끔찍한 결정을 내리는가, 또는 ‘빈곤’에 관한 생각’이라는 장문의 답글을 올렸다. 사람들이 글을 공유해 퍼날랐고, 그녀는 일주일 새 2만여개의 메일을 받았다. 허핑턴포스트, 포브스 등 언론사도 글을 게재하면서 600만명 넘게 읽었다. 그녀에게는 어떤 학자도, 언론인도 설명하지 못했던 가난의 실체를 알렸다는 찬사와 ‘모든 게 가난 탓이냐’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녀의 삶은 고달프고 취약하다. 집에서 한 시간을 운전해 가는 파트타임 두 개를 끝내면 집에서 두 딸을 돌본다. 밤에도 온라인 교육을 수강하느라 평균 수면은 3시간에 불과하다. 그녀의 계획적인 삶은 파트타임 교대 시간이 엇나가거나 자동차가 견인되는 것과 같은 작은 불운 하나에도 뒤틀린다. 소망했던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는 그녀를 거부했다. 여러 차레 로펌 비서직을 지원했지만 ‘로펌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했다. 그녀는 좋은 일자리를 가질 만큼 예쁘지 않았고, 연줄도 없다. 싸게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2달러짜리 열두 개 묶음의 냉동 부리토로 끼니를 때우는 그녀와 같은 가난뱅이를 고용할 이유는 없다. 현실은 그녀에게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두세 가지의 일만 허용한다. 그러고도 최저임금 소득을 겨우 웃도는 연 소득 2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한다. 미국 인구의 3분의1이 이 수준으로 산다. 그녀는 지출을 줄이느라 치과 치료 등 병원 진료를 포기하거나 미룬다. 하지만 오늘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웬디스 햄버거와 피로와 긴장을 해소해 주는 흡연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스스로 폭발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안전 장치’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을 하거나 계획적으로 돈을 쓰지 못한다는 편견에 대해 저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한 저자는 현재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살고 있다. 저자는 “빈곤은 장기적인 일을 계획할 수 없게 하며,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냉혹한 빈곤은 뇌의 장기적 사고 기능을 중단시킨다”고 말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을 하는지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딜런 토머스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늙은이도 하루가 끝날 때 뜨겁게 몸부림치고 소리쳐야 합니다;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하십시오. 현명한 사람들은, 생을 마감하며 어둠을 당연히 받아들일지언정, 자신의 말들이 번개를 갈라지게 하지 못했기에,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않지요. 착한 사람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나간 뒤 울부짖습니다 푸른 해변에서 춤추지 못했던 나약한 행적을 후회하며,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합니다. 날아가는 태양을 붙잡고 노래했던 사나운 사람들도 해가 이미 지나갔음을 뒤늦게 알게 되어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않지요. 심각한 사람들은, 죽음이 가까워 희미해진 눈으로 꺼져가는 눈도 별똥별처럼 빛나고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합니다. 그리고 당신, 나의 아버지여, 그 슬픔의 높이로, 당신의 격렬한 눈물로 제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기를.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하십시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던 밤, 텔레비전에서 ‘인터스텔라’를 보았다. 좀 지루했지만 워낙 소문난 영화라 끝까지 보기로 작정했다. 침대에 삐딱하게 누워서 보는 듯 마는 듯하다, 내가 아는 시가 나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죽음을 앞둔 늙은 교수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가 노래의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시는 딜런 토머스(1914~1953)의 대표작인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이다. 시인의 인생을 알아야 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딜런 토머스를 다룬 영화 ‘뉴욕의 시인’을 보았다. 웨일스 지방의 영어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토머스는 어려서 천식을 앓았고 글을 배우기 전부터 아버지가 읽어 주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들으며 자랐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지방신문기자를 하다 그만두고 시를 쓰며 평생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았다. 알코올중독에 바람둥이, 천식으로 호홉이 곤란하면서도 술독에 빠지는 자기파괴적인 인간이었다. 나이 서른아홉에 미국 순회 시낭송 여행 중에 뉴욕의 호텔에서 과음으로 쓰러진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20세기에도 술 때문에 죽는 시인이 있나. 뉴욕의 한복판에서 목격된 젊은 시인의 죽음은 언론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가수 밥 딜런은 그가 숭배하는 딜런 토머스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성을 고쳤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한 귀퉁이, 시인의 코너에 가면 딜런 토머스의 추모판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음유시인의 전통을 계승한 독창적인 목소리로 기억되지만, 살아서 토머스는 후원자가 빌려준 집에서 살며 친구들에게 돈을 구걸해 처자식을 부양하는 골칫덩이였다. 자신의 삶을 주체하지 못했던 시인이 지겨워질 즈음에 친구를 만나 내가 번역 중인 딜런 토머스의 시를 보여 주었다. 병상에 누워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보며 쓴 시야. ‘ight’로 끝나는 행 그리고 모음 ‘ay’로 끝나는 행이 엇갈려 배치되어 리듬감이 생기지. (이처럼 19행에 2운의 시 형태를 ‘비라넬 villanelle’이라고 한다.) 첫 행의 ‘good night’이나 그 밑에 ‘close of day’ ‘dying of the light’도 모두 죽음을 의미하지. ‘gentle’을 ‘부드럽게’로 옮기면 의미가 안 살아. 뭐 적당한 말 없나? ‘순순히’가 좋겠다. 순순히 세상과 작별하지 마세요. 죽음에 맞서 싸우라는 말이지. 너는 어떤 유형의 인간이니? 난 심각한 사람이야. 마지막 연이 제일 좋아. ‘나의 아버지’가 갑자기 튀어나와 독자를 긴장시키지. 죽음 앞에 너무 신사적인 아버지에게 시인은 간청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사납게 눈물 흘리며 자식을 저주하더라도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그의 시가 살아남은 힘은 바로 그 몸부림, 사랑, 생명의 존엄함에 대한 각성이 아닌지.
  • 흔한 동성애 코드? 심오한 인간 본성!

    흔한 동성애 코드? 심오한 인간 본성!

    대학로에서 마니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공연도, 성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도 많다. 2012년 초연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이 카테고리 안에서도 조금 특별한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계 중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오페라 ‘나비부인’에 깃든 오리엔탈리즘의 허구를 파고든 희곡은 여장 남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분법적 가치의 전복으로 확장된다. 초연 당시 관객들은 무대 곳곳에 스며든 의미를 찾아 분석하느라 ‘회전문’을 돌아야 했다. 관객들의 열정적인 지지는 2014년 재공연과 누적 관객 2만 5000명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2012년 초연에 2014년 재공연… 누적관객 2만 5000명 연극의 성공 뒤에는 연출가 김광보(51)와 배우 김영민(44)의 ‘찰떡궁합’이 있었다. 김광보 연출은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성취한,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다. 초연에서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은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김 연출은 2005년 연극 ‘에쿠우스’로 처음 손을 잡았던 김영민을 갈리마르 역에 발탁했고, 김영민은 치밀하고 처절한 열연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오는 11일 세 번째 공연무대의 막이 오르는 ‘엠, 버터플라이’에서 둘은 다시 호흡을 맞춘다.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이들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김 연출이 갈리마르 역으로 김영민을 점찍었던 예리한 ‘촉’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0년 ‘내 심장을 쏴라’를 함께 작업할 때였어요. 언젠가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무대 위에서 찌질한 모습을 보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갈리마르라는 인물은 찌질하고 처참하게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이거든요.”(김광보) ●김광보 “김영민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나약하고 볼품없었던 프랑스 남성 갈리마르는 아름답고 순종적인 중국의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만나 환상에 사로잡히고 마초적인 욕망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그가 여장을 벗고 남성으로 나타난 순간, 갈리마르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 허구였음을 깨닫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둬 파멸해간다. 홀로 과거와 현재, 극한의 쾌락과 추락을 오가는 스펙트럼 넓은 캐릭터를 김영민은 자기파괴적인 연기로 객석을 설득해냈다. “갈리마르는 모든 남자 배우들이 도전해 보고 싶을 만한 역할인데, 영민씨가 갈리마르의 규범을 만들어냈죠.”(김광보) 멀티캐스팅이 대부분인 공연계에서 홀로 갈리마르 역을 맡았던 것도 한몫했다. “제 작품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원 캐스팅’을 고집했어요. 그럴수록 스스로 더 파괴되기도 하니까요. 저의 연기 폭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김영민) ‘엠, 버터플라이’는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역사, 세상의 가치관까지 방대한 세계를 110분 안에 담아낸다. 그만큼 다채로운 해석을 낳으며 관객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연출가와 배우들의 고민도 치열하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초연 때 이미 대본을 완벽히 해석했다는 김 연출은 김영민에게서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끄집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컷성, 공격성, 동물성…. 그런 ‘동물적인 감각’을 요구하세요. 풀기 힘든 지시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도전이죠.”(김영민) 둘은 ‘엠, 버터플라이’를 단순히 동성애 코드의 연극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선을 긋는다. “가장 중요한 건 인간 본연의 모습입니다.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구조 속에서 파생되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죠.”(김광보) “다른 작품들보다도 ‘엠, 버터플라이’의 관객들은 저희에게 대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세요. 관객들이 인간과 역사, 세계에 대해 공부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인 거죠.”(김영민) ●김영민 “김광보 연출과는 10년째 호흡… 연기의 맥 잘 짚어줘”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세월은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둘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연극계에서 달라진 서로의 위상을 존중하며 공적인 자리에서는 존댓말을 쓴다. “배우는 나이가 듦에 따라 연기도 변화해야 하는데, 그게 배우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단계입니다. 그 단계를 잘 잡아주셨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실 겁니다.”(김영민) “영민씨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또 무엇을 끄집어낼까 고민하게 만드는 배우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 ‘다음엔 어떤 역할을 제안할까’ 생각하게 하죠.”(김광보) 오는 6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3만~6만원. (02)766-600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진중권, ‘리퍼트 대사 습격’ 김기종에 “자신을 의사라 여길 것” 비판

    진중권, ‘리퍼트 대사 습격’ 김기종에 “자신을 의사라 여길 것” 비판

    ‘리퍼트 대사’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를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강하게 비판했다. 진중권 교수는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IS에게는 ‘종교’, 일베 폭탄테러 고교생에게는 ‘국가’, 과도 테러 김기종씨에게는 ‘민족’.... 이 세 가지 형태의 단주의의 바탕에는 실은 동일한 문제가 깔려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상이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IS 대원들이 자신을 ‘순교자’로 여기고, 폭탄 고교생이 자신을 ‘열사’라 여기듯이, 식칼 테러 김기종씨도 아마 자신을 ‘의사’라 여길 겁니다. 완전한 자기파괴의 어두운 동을 대의를 향한 전적인 헌신으로 포장하고 싶어하는 심리”라고 덧붙였다. 진중권은 또 김기종의 행동에 대해 “통일운동 하다가 반일운동 하다가, 최근에 다시 반미운동으로. 분신 이전에 이미 조울증, 분신이후에는 후유증으로 정신적 문제 발생, 과격한 언행으로 시민운동 내에서도 왕따. 거기서 비롯된 심리적 고립감에서 극단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앞서 진중권은 김기종의 미국 대사 습격에 대해 “테러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방법으로서 허용되어서도, 정당화되어서도 안 됩니다”라고 분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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