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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입시 부정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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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바퀴벌레’의 힘

    [세종로의 아침] ‘바퀴벌레’의 힘

    “바퀴벌레들이 이겼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이 최근 반정부 시위의 계기가 된 의대 입시 문제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Z세대와 함께 시위를 주도해 온 온라인 청년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 지도부는 뉴델리 집회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우리가 해냈다”며 승전보를 전했다. 어떤 이는 국기를 흔들며 춤을 췄고, 어떤 이는 ‘인도 만세’를 외치며 옆 사람을 얼싸안았다. CJP 지도부가 시위 종료를 공식 선언했음에도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끈질긴 투쟁 끝에 쟁취한 성과를 자축했다. ‘바퀴벌레’를 자처하며 거리를 지킨 청년들의 연대가 기득권의 양보를 끌어낸 순간이었다. Z세대의 시위는 지난 5월 전국 의대 입학 자격시험(NEET) 문제 사전 유출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NEET는 인도에서 가장 경쟁률이 치열한 시험으로 꼽힌다. 올해도 5000여개 고사장에서 수험생 220만여명이 ‘정원 13만명’에 들기 위해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문제지가 사전에 텔레그램 등을 통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자 정부는 시험을 전격 취소하고 재시험을 공지했다. 수년간 시험을 준비한 청년들과 빚을 내 자녀를 학원에 보낸 부모들은 절망했다. 재시험 일정을 통보받은 뒤 일부 수험생은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들은 시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며 울부짖었다. 같은 달 온라인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을 풍자한 CJP가 등장했다. 대법원장이 실업 상태의 청년들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것이 불씨가 돼 출범한 단체다. CJP는 등장과 동시에 청년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소셜미디어 개설 후 단 며칠 만에 BJP보다 많은 팔로어를 끌어모았다. 온라인 공간에서 청년 실업과 현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던 청년들은 교육부 장관 퇴진과 교육 개혁 등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에 모였다. 시위는 지난 20일 경찰이 시위대의 국회 행진을 막기 위해 최루탄과 곤봉을 동원하면서 격화됐다. 대중은 대화 대신 폭력을 선택한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노했고, 시위의 불길은 전국으로 퍼졌다. 인도의 시험지 유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지 입시 부정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그보다는 청년들이 직면한 입시 경쟁과 실업 등 수년간 누적된 사회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인도의 서민·중산층 청년들은 의대와 공대 입시에 사활을 건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 인도에서 계층 이동의 유일한 사다리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문제는 정작 젊은이들이 취업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구가 14억명인 인도는 15~29세 인구만 3억 6000만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지만, 25세 미만 대졸자 중 약 40%가 실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를 이끌 청년을 벌레에 비유한 기득권은 이번 청년 운동이 온라인 ‘밈’ 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12년 집권 기간 내내 강력한 카리스마로 시위대의 요구에 쉽게 굴복하지 않던 모디 총리조차 이번만큼은 청년들의 기세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나서야 시험 문제 유출 관련자들의 처벌과 의대 입시 제도 개편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것이 청년들이 겪는 절망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 핵심 유권자인 청년층의 표심만을 의식한 일회성 미봉책에 그친다면 저항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청년들 역시 입시와 취업이라는 좁은 문 앞에서 분투하고 있다. 인도 기득권의 조롱이 오히려 청년들의 결집을 낳았듯 공정한 기회가 박탈되고 미래가 닫힌 사회라면 ‘바퀴벌레’는 어디서든 몇 번이고 다시 뭉칠 것이다. 조희선 국제부 기자(차장급)
  • 청년이 이겼다… 인도 교육장관 결국 사임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태에 항의해 시위를 벌여온 인도 Z세대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거리 투쟁 끝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핵심 측근인 교육부 장관의 불명예 퇴진을 이끌어냈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시험 부정행위 스캔들을 책임지라고 요구한 CJP의 대규모 학생시위에 모디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의 사임은 모디 총리의 12년 임기 중에 핵심 각료가 대중의 압박에 물러난 첫 사례다. CJP를 창당한 아비지트 딥케(30)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37일간 시위를 벌인 지지자들에게 “이번 승리는 시작”이라며 “이건 그냥 예고편일 뿐이며 깨어난 청년들이 이 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지난 5월 의·치대 입학시험(NEET) 문제 유출과 국가시험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진 뒤 재시험 압박을 견디지 못한 10여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졌다. 이어 같은 달 실직 상태의 젊은이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수리아 칸트 대법원장의 발언에 분노한 청년들이 CJP를 창단하고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정부는 교육부 장관 교체와 더불어 의대 입학시험 제도 개혁과 사망한 수험생 유족에 대한 보상 등 CJP의 다른 요구도 받아들였다. 이에 CJP는 승리를 선언하고 시위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청년층 시위로 정권이 무너진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의식해 모디 정권이 시위대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2024년 방글라데시에서는 학생 시위로 총리가 축출됐고, 지난해 네팔에서도 Z세대 시위로 정권이 교체됐다.
  • 의대 입시 부정에 분노한 ‘바퀴벌레당’…장관 사임 “승리”

    의대 입시 부정에 분노한 ‘바퀴벌레당’…장관 사임 “승리”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12년 철권통치에 균열을 내며 인도 젊은이들이 만든 ‘바퀴벌레국민당(CJP)’이 거리 투쟁 끝에 모디 정권의 핵심 측근인 교육부 장관의 불명예 퇴진을 이끌어냈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시험 부정행위 스캔들을 책임지라고 요구한 CJP의 대규모 학생시위에 사직서를 모디 총리에게 제출했다. 그의 사임은 지난 12년 동안 모디 총리의 핵심 각료가 대중의 압박에 물러난 첫 사례다. CJP를 창당한 아비지트 딥케(30)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37일간 시위를 벌인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우리를 의심하고 비판하며 ‘너희는 진지하지 않아, 시위하는 법도 몰라’라고 말했던 분께도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승리가 시작이라며 “이건 그냥 예고편일 뿐이며 깨어난 청년들이 이 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CJP는 의·치대 입학시험(NEET) 문제 유출 등 부정행위에 10여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책임지고 프라단 장관이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의대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딸이 자살하자 거리 시위에 나섰던 학부모는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인디아에 “시험지 유출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바로 책임 소재를 가렸더라면 아이들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극단적 선택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단 장관의 사임은 중앙 정부가 시험 부정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 발표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인도 정부는 시험지 유출 연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신속한 재판을 하기로 했다. CJP는 딥케가 5월 초 실직 상태의 젊은이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수리아 칸트 대법원장의 발언에 반발해 만든 정당으로 인도 젊은이들의 정치적 각성이 결집된 것으로 평가된다. 딥케는 “만약 칸트 대법원장이 우리를 바퀴벌레라고 부르지 않았다면, 이 나라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인도의 반정부 시위는 무슬림이나 파키스탄 테러리스트, 해외 음모 세력의 소행으로 치부됐지만 CJP는 민생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모디 총리에게 최대의 정치적 과제를 안기고 있다.
  • 강도에 다리 절단된 20대…알고보니 ‘장애인 전형’ 노린 재수생의 자작극 [핫이슈]

    강도에 다리 절단된 20대…알고보니 ‘장애인 전형’ 노린 재수생의 자작극 [핫이슈]

    다리가 절단된 채 발견된 20대 인도 남성의 ‘끔찍한 속셈’이 밝혀졌다. 뉴스18 등 인도 현지 언론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자운푸르 지역에 사는 수라즈 바스카르(24)는 지난 18일 오전 자택에서 왼쪽 다리가 절단된 채 발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정 무렵 정체불명의 남자 두 명이 무단침입하고 폭행해 의식을 일었다”면서 “새벽 5시쯤 눈을 떠보니 다리가 절단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해당 진술을 토대로 이 사건을 강도에 의한 살인미수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용의자를 찾기 위해 피해 남성의 여자 친구를 조사하던 경찰은 수상한 증언을 접했다. 바스카르가 오래전부터 장애인 전형으로 의대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이를 위해 ‘여러 준비’를 해 왔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경찰은 해당 증언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피해 남성이 의과대학에 장애인 전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 장애인 전형으로 의대에 지원하려면 공공기관이 발급한 장애인 증명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는 참혹한 사건을 꾸민 것이다. 경찰은 이후 바스카르의 집에서 마취제 병과 주사기, 절단 도구로 추정되는 장비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경찰은 “바스카르는 과거 2년제 약학 과정을 이수한 경험이 있어 기본 의료 지식이 있었다. 이를 믿고 장애인 증명서를 위해 자신의 다리를 직접 절단한 것”이라면서 “그의 일기장에는 ‘2026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대에 간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바스카르의 지인들은 “그가 수년간 시험 준비를 했지만 매번 합격에 실패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현재 허위 신고 및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매년 수백만 명 응시하는 인도 국가 의대 입학시험인도 의과대학의 전체 모집 정원은 약 11만 7000명 정도지만, 매년 130만~240만 명이 의대 진학을 노리고 응시할 만큼 경쟁률이 매우 높다. 인도 학생과 부모들은 의료 분야를 안정적인 직업이자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길로 보며, 특히 국립 의대의 경우 등록금이 매우 저렴해 비용 대비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상황은 의대에 가기 위해 자신의 다리를 절단한 바스카르부터, 수십 명이 연루된 부정 스캔들까지 각종 사건·사고로 이어진다. 2024년 의대 입시 시험에서 만점자가 이례적으로 수십 명이 나오면서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240만여 명이 응시한 이 시험에서 67명이 만점(720점)을 받았다. 매년 만점자가 2~3명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전례 없는 숫자였다. 결국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시험지 사전 유출 혐의로 18명 이상을 체포했다. 또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 100여 명도 응시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 서울대 교수, 조카 입학문제 직접 내고 채점…황우석 제자의 몰락

    서울대 교수, 조카 입학문제 직접 내고 채점…황우석 제자의 몰락

    아들과 조카의 대학 편입·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천(61)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교수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제자로, 복제견 실험을 주도한 인물이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사기,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교수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교수 조카의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 부정 입학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교수는 2013년 10월 조카가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에 응시한 사실을 알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입학시험 문제를 내고 채점까지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서울대 규정에 따르면 교수 본인이나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인척이 본교에 지원할 경우 전형 관련 업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재판부는 “이 전 교수의 서울대 재직 경력 등을 고려했을 때 입학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을 몰라도 조카가 응시한 데 따른 제척 의무는 알았을 것”이라며 “조카의 서울대 지원 사실을 학교 측에 의도적으로 숨겨 신입생 선발 업무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일하던 외국인 유학생들의 생활비 1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유죄로 봤다. 서울대 대학원 입학시험 문제를 유출해 아들이 대학원 입시에 합격하도록 도운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은 기존 기출문제 등 족보를 공유하거나 문제 키워드를 준비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문항을 알려준 조교도 조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불러주는 방식으로 알려줬고 기재된 메모를 찢어 버렸다”며 “기존 관행이라는 것을 비춰봐도 이례적인 조치고 다른 응시자들은 당시 족보 등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고등학생 아들을 부정한 방법으로 논문 공저자로 올려 강원대 수의대 편입학시험에 활용하게 하고 교내 평가위원들에게 청탁해 합격하게 한 혐의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건으로 함께 기소된 대학교수 3명과 미승인 동물실험 등에 관여된 이 교수 연구실 관계자 1명, 식용견 사육농장 업주 1명 등 5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이 전 교수가 2014년부터 약 5년간 사용한 연구비 160여억원을 감사한 결과 인건비 유용 등의 비위를 확인하고 2020년 그를 직위 해제한 뒤 2022년 파면 징계를 의결했다.
  • 이소라 서울시의원 “사교육비 부담 대책 마련 수십 년째 쳇바퀴 돌아··· 칼 빼 들어야 할 때”

    이소라 서울시의원 “사교육비 부담 대책 마련 수십 년째 쳇바퀴 돌아··· 칼 빼 들어야 할 때”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지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사교육은 목동을 거쳐 주요 도시로 확산되며 전국적인 ‘사교육의 강남화’ 현상을 낳았다. ‘4세 고시’, ‘7세 고시’, ‘초등 의대반’ 등 조기 사교육 열풍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서울시의회에서 열렸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이소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지난 24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해법은 없을까?’를 주제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의원은 개회사에서 “사교육비 부담 대책은 수십 년째 논의되고 있지만 누구도 칼을 빼 들지 못해서 쳇바퀴를 돌고 있는 것 같다”며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는 늘고 있다. 공교육 신뢰 회복과 공정한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발제자와 토론자의 고견을 귀담아듣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해야 부모의 부담이 줄고 아이들이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다”며 “국회도 사교육 과열 완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영상 축사에서 “학생들의 균형있는 성장을 돕고, 학부모님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하며, 공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다”면서 “공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박상혁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교육의 목표와 현실의 교육 목표에는 괴리가 있다”며 “인성을 개발해 건강한 시민을 키우는 게 목표인지, 단순히 좋은 대학과 직장을 위한 경쟁인지 교육의 본질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 문제는 대학입시 구조와 직결돼 있어 해법 마련이 쉽지 않지만, 오늘 토론회가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유·초·중·고 사교육 실태를 분석하며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 3개월 동안 8154억원이 지출돼 연간 약 3조 2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초·중·고를 포함한 전체 사교육비는 약 32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구 소장은 또 “가구 소득 300만원 미만 가정과 800만원 이상 가정 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3.3배”라며 “사교육비 문제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교육 기회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시험 문항이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시험이 수업보다 지나치게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며 “결국 변별력을 위한 고난도 시험이 과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론에는 우석훈 박사(아동학대 7세고시 국민고발단),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현경 학부모(중3·고3), 최원석 교육부 영유아사교육대책팀장, 박동국 서울시교육청 정책개발팀장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자들은 조기 사교육이 아동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공교육 신뢰 회복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은영 연구위원은 “4세, 7세 고시와 같은 조기 사교육은 학습 효과보다 정서적 부작용이 크다”며 “놀이 중심의 공교육과 지역 인프라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김현경 씨는 “사교육 없이 공부할 자신이 없다는 아이의 말은 우리 교육 현실의 민낯”이라며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비 완화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창 소장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영유아 시기의 과도한 사교육 제한 및 아동의 ‘놀 권리’ 보장 법·조례 제정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 ▲내신 및 수능의 교육과정 내 출제 원칙 확립 등을 제안했다. 우석훈 박사는 영어유치원 등 유사 교육기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초등 이전 의무교육 기관으로 지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유네스코의 ‘Happy School’ 프로그램을 참고한 서울시 차원의 교육 조례 제정도 제안했다. 플로어 토론에서도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비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다만 일부 참석자는 “일부 지자체의 입시설명회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 의원은 “사교육 문제는 복합적인 사회 구조와 맞닿아 있다”며 “오늘 논의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기저귀 차고 ‘4세 고시’ 본다고요?…“조기 사교육, 뇌 망친다”

    기저귀 차고 ‘4세 고시’ 본다고요?…“조기 사교육, 뇌 망친다”

    영어유치원 등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조기 사교육이 영유아 뇌 발달과 정서적 안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엄소용 연세대 의대 교수는 18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연 ‘사교육 경감 프로젝트를 위한 시민 토론’에서 “영유아기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학업 중심일 경우 이 시기 발달에 중요한 창의성·놀이 능력·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영유아기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인지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또 국내외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기의 이른 학습 경험은 이후 학령기에 학업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 동기를 저하해 학습 부진과 자존감 저하,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4세 고시’, ‘7세 고시’가 어린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가로막는 일종의 범죄 행위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 능력을 갖추기 전에 무리한 압박이 오면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귀를 따갑게 한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사교육 문제는 근대 교육이 시작된 이래 우리를 괴롭힌 문제였고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의미 있는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영유아 사교육을 포함한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앞으로는 학원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등 ‘다 같이 못 하거나 덜 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부모 심리를 고려하면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고 방과후 학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 연구소장은 서울시교육청에 ▲학생 행복전문위 설치 ▲유아 대상 영어학원 관리 감독 강화 ▲미래형 대입제도 연구 ▲서울형 고교학점제 추진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점점 낮아지는 사교육 연령…영어유치원 월평균 비용 154만원강남 3구 9세 이하 우울증, 5년간 3배 늘어앞서 정부는 지난 3월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세 미만 취학 전 영유아 가구 부모 1만 324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9월 시행된 조사 결과 가정양육 유아 17%가 ‘3시간 이상’(반일제) 학원에 참여했으며, 참여 유아 기준 월평균 비용은 145만 4000원으로 집계됐다. 흔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 5000원이었다. 최근 학부모와 학원가에선 ‘4세 고시’·‘7세 고시’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4세 고시는 만 나이가 아닌 이전 기준 나이 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레벨테스트,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명 초등 수학·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을 이르는 말이다. 4·7세 고시는 이후 ‘초등 의대반’, ‘영재 입시반’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교육 시장이 점차 저연령화되는 가운데, 특히 교육열이 높은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아동들의 우울증이 급증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지난 4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 지역의 9세 이하 우울증·불안장애 건강보험 청구건수는 최근 5년간 1만 943건이다. 2020년 1037건이던 청구건수는 지난해 3309건으로 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9세 이하 우울증·불안장애 건강보험 청구건수가 1만 5407건에서 3만 2601건으로 약 2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강남 3구의 청구건수가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송파구가 14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1045건), 서초구(822건) 순이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평균(291건)보다 최소 2배, 최대 5배 이상 많았다. 유아 영어학원 또한 강남 3구에 몰려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유아대상 영어학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5개 자치구별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평균 9.6개다. 반면 강남 3구 평균은 19.6개로 약 2배 더 많다. 진 의원은 “4세 고시 같은 조기 선행학습 과열 현상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받지 않도록 교육부가 영유아 사교육 실태조사를 비롯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수능이 공정하다는 건 착각…부정확한 자로 재고 절대시”[월요인터뷰]

    “수능이 공정하다는 건 착각…부정확한 자로 재고 절대시”[월요인터뷰]

    “현 수능, 학력고사처럼 됐다”교과 지식 평가 제대로 하지도 않아학생들 만점 못 받으면 계속 N수일정 수준 평가 원래 취지 잃었다“수능 290점·280점 차이 없어”美 정교한 검사 오차도 100±6점지식 일부만 물어… 타당성이 없다0.1㎜차 키로 선발하는 것과 같아“논·서술형 수능, 괜찮은 방향”수능 하나로 다 해결 생각하면 안 돼대학들 직접 학생 뽑도록 열어주고신분제 된 학벌, 사회적 해결해야“대학, 엘리트 교육기관 아냐”대학, 우수한 학생 선발에만 몰두이젠 차별화된 교육 방향 생각하고잘하는 분야 선택 구조로 바뀌어야 ‘재필삼선 사심오운.’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며 사수는 심장이 시키고 오수는 운명이라는 요즘 수험생들의 유행어다. 의대에 가려고, 대학 간판을 따려고,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매달리는 ‘수능 낭인’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 합격했어도, 취업을 했어도 다시 수능을 본다. 이미 수능 응시생의 3분의1이 ‘N수생’인데, 올해 수능에선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과열된 입시 속 2024년 사교육비 지출은 29조 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993년 첫 시행 이후 대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쳐 온 수능이 사회적 낭비를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30여년 ‘대학 입학의 가늠자’로 쓰인 수능의 탄생은 1987년 교육개혁 종합 구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력고사는 사고력과 창의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고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등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드러나 정부가 새 대입 시험을 고민했다. 1992년 국립교육평가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전신)이 발간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교수학습방향’ 보고서를 보면 “학력고사를 대신할 대학교육 적성시험은 ‘대학 학업에 기초적이고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보편적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구상했다. 30여년 전이지만 요즘 수능에 대한 비판이나 대입 개편에 대한 논의와 비슷하다. 박도순(83)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런 사회적 요구가 나오던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수능을 연구하고 개발한 교육학자다. 수능을 출제하는 초대 평가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대중에겐 ‘수능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노태우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교육 정책에 관여한 박 교수는 경기 성남시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23일 서울신문과 만나 “현재 수능은 대학의 교육 목적과 전혀 맞지 않는다”며 “공정한 시험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수능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노태우 정부 때 학력고사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당시 나는 교육정책자문회의에 있었는데, 새로운 입시 정책을 고민하는 와중에 대학 적성검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이 왔다. 그때 구상은 시험을 통해 수험생이 어느 대학 어느 과에 갈 수 있는지 예측하는 목적이었다가 교육개혁 종합 구상 안에 입학 적성검사가 들어가면서 대입 제도에 포함됐다. 연구를 거쳐 1990년부터 1992년까지 7번 실험평가를 했고 1994학년도(1993년 시행)에 처음 도입됐다. -초기 수능의 모습은 어땠나. “처음에는 언어·수리 두 가지로 고안했다.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강의를 잘 듣기 위한 언어 능력과 논리력·추론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후 영어 원서를 보려면 영어도 필요하다고 해서 언어·수리·외국어(영어)를 하기로 했다. 목적은 고교 교육과정을 잘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가질 수 있는 보편적 능력, 통합 교과적인 능력을 재는 것이다. 교과별 평가가 아니었다. -수능 과목이 점점 늘어났다. 지금은 선택과목까지 20개가 넘는다. “수능 도입 당시 언어·수리만 한다고 하니까 과학 등 다른 교과 관계자들이 반발했다. 이건 학력고사가 아니라 탐구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학이 들어갔으니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도 필요하다고 해서 과학·사회탐구가 추가됐다. 현실적으로 교과 이기주의가 작용한 것이다. -난이도는 어땠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시험이고,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따로 공부를 안 해도 풀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1993년 첫 수능 전에 문교부(현 교육부) 기자실에서 시험 취지를 설명하는데 한 기자가 ‘만점을 몇 명 예상하냐’고 하더라. 당시 고교가 1600개여서 한 학교당 만점이 5명만 나와도 8000명이 나올 거라고 했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이 학교에 1명도 없다는 건 교육이 엉망이라는 말 아닌가. 그러니까 그 기자가 ‘그럼 대학에서 학생을 어떻게 뽑냐’고 하더라. -지금 수능은 ‘변별력’에 목을 맨다 “대학에서 수능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뽑아서다. 그러니까 만점을 못 받으면 계속 다시 응시한다. ‘N수생’이 양산되는 거다. 지금 수능은 옛날 학력고사처럼 돼 버렸다. 그렇다고 교과 지식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물리나 화학 문제를 보면 분야별로 3~4문제밖에 못 낸다. 이걸 가지고 물리의 세부 교과 지식을 평가한다고 할 수 있나. 수능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원래 취지를 잃었다. -자격고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인데. 대학은 왜 수능에 의존할까. “대학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내고 시험을 보려면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 수능은 효율적이고 행여 출제 등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학이 책임질 일이 없다. 만약 대학이 수능을 참고자료 정도로만 쓴다고 하면 그렇게까지 ‘N수생’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수능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공정하지 않다. 일단 통계적 오차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정교하게 만든 지능검사, 적성검사도 표준오차가 100에 ‘±6점’이다. 수능으로 치면 290점과 280점은 아무 차이도 없단 이야기다. 오차가 있는데 290점은 뽑고 280점은 대학에서 떨어지는 게 공정한가. 뿐만 아니라 문항 하나가 특정 영역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과학 시험이라면 과학 안에 있는 수많은 지식 가운데 아주 일부만 묻는다. 타당성이 없다는 얘기다. 0.1㎜까지 키를 측정해서 키로 선발하는 것과 똑같은 거다. 학력의 아주 작은 부분을 부정확한 자로 측정하고, 이걸 절대시하는 게 현재 수능과 대입의 문제다. -수능이 쉬우면 ‘물수능’이라고 비판한다. “교육 심리 연구를 보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3년이 지나면 고교 때 배운 것의 75% 이상을 잊어버린다. 수능은 ‘결국 잊어버릴 것’을 묻는 시험이다. 기자들에게 현재 수능 문제를 풀어 보라고 하면 80점을 못 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처음에 수능 실험평가를 할 때 언어 문제를 당시 기자들에게 풀게 했더니 다 80점이 넘었다. 암기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암기해야 하는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미래 수능으로 거론되는 논·서술형은 바람직한가. “수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서·논술형 도입은 괜찮은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약간의 변화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하긴 어렵다. 수능 하나로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학들이 직접 자신들이 교육할 학생을 뽑도록 열어 주고, 열린 부분을 대학들이 활용해야 한다. 지금도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학생을 뽑을 수 있지만 대학들이 하지 않는다.” -대학별 선발이 강화되면 사교육이 증가한다는 우려도 있다. “사교육 증가는 다른 문제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과외 금지령’을 내렸다. 가족이 가르쳐도 처벌했다. 그런데도 사교육을 못 잡았다. 재수를 못 하게 하려고 만든 ‘재수 감점제’도 있었다. 안 해 본 것이 없는데 사교육을 못 잡았다. 결국 대학 서열 파괴가 먼저 돼야 한다. 학벌이 일종의 신분제가 된 게 문제다. 이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학 서열화를 없애려고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폐지’나 ‘모든 국립대 서울대 만들기’도 논의했는데 국회도 반대하고 정치적 이유로 무산됐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문 닫는 대학도 나오는데. “대학은 더이상 엘리트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에 ‘교양 교육’을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중등학교(중고교)를 대학의 하위 학교처럼 인식한다. 하지만 중등교육은 중등교육 나름대로 목표와 교육과정이 있다. 지금은 대학이 성적 높은 학생들을 데려가서 좋은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이 어떤 교육을 할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고민을 안 한다. 우수하지 않은 학생을 데려다가 우수하게 만드는 게 교육인데, 선발에만 몰두한다. 커리큘럼도 다 똑같다. 학생을 어떻게 뽑을지에 대해선 신경을 좀 접고, 어떻게 기를지, 어떻게 차별화된 교육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대학 이름을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잘하는 분야나 영역을 고려해 선택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지금은 대부분 자녀가 1~2명이라 ‘아이가 좋은 대학 가서 좋은 데 취업하고 돈도 잘 벌었으면’ 하는 바람에 투자를 많이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교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대학에서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는지 봐야 한다. 진로 교육을 일찍 하고, 자신이 원하는 걸 찾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를 잘 관찰하다 보면 ‘이 부분을 잘하는구나’ 보이는 게 있다. 이걸 어떻게 잘해 나갈지 유도해 줘야 한다.
  • 사립 의대 교원 구인난… 최상위권 수험생들도 혼란

    사립 의대 교원 구인난… 최상위권 수험생들도 혼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이 새 학기에도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2025학년도 모집인원이 늘어난 사립 의대의 교원 채용률이 목표치의 3분의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의대 모집은 ‘증원 0명’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며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입시 지형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정원 증원 사립의대 2025학년도 상반기 교원 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23개 의대는 총 295명(기초의학 42명·임상의학 253명)을 채용했다. 모집공고 인원(907명)에 비해 채용률은 32.5%다. 지원자는 23개 대학 총 모집공고 인원의 85%인 770명으로 경쟁률은 1대1을 밑돌았다. 특히 4개 대학은 기초의학 분야 교원을 단 1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한 대학은 임상의학 교원을 106명 모집했으나 실제로는 9명만 뽑기도 했다. 사립대가 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의대생들은 정부의 복귀 요청마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7일 교육부의 ‘의대생 복귀 및 의대 정상화 방안’에 대한 입장문에서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2000명 증원된)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교육부의 ‘24·25학번 교육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5.5년제는 24·25학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언젠가는 동시에 본과 임상 수업, 병원 실습을 해야 하는데 교육 여건이 마련되어 있나”라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 3월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또 24·25학번 약 7500명을 교육하기 위해 24학번의 교육과정을 압축적으로 운영해 25학번보다 한 학기 먼저 졸업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3058명으로 원점 회귀하면 의대 합격선은 상승하고 재수생 등 ‘N수생’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열 상위권 합격선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6학년도에 다시 정원이 줄면 경쟁률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지방 의대 경쟁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6학년도에 의대 모집 인원이 달라진 만큼 수험생들이 2025학년도 입시 결과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혼란을 키울 수 있다.
  • 내년 의대 증원 0명?…의대생 ‘싸늘’ 수험생 ‘흔들’

    내년 의대 증원 0명?…의대생 ‘싸늘’ 수험생 ‘흔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이 새 학기에도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2025학년도 모집인원이 늘어난 사립 의대의 교원 채용률이 목표치의 3분의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의대 모집은 ‘증원 0명’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며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입시 지형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정원 증원 사립의대 2025학년도 상반기 교원 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23개 의대는 총 295명(기초의학 42명·임상의학 253명)을 채용했다. 모집공고 인원(907명)에 비해 채용률 32.5%를 기록했다. 지원자는 모집공고 인원의 85%인 770명으로 경쟁률은 1대1을 밑돌았다. 특히 4개 대학은 기초의학 분야 교원을 단 1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립대가 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의대생들은 정부의 복귀 요청마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7일 교육부의 ‘의대생 복귀 및 의대 정상화 방안’에 대한 입장에서 “각 대학 총장은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2000명 증원된)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교육자 입으로 ‘일부러 교육을 더 못 받게 하겠다’고 학생을 협박할 것이라면 교육과 학생을 위한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교육부의 ‘24·25학번 교육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5.5년제는 24·25학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언젠가는 동시에 본과 임상 수업, 병원 실습을 해야 하는데 교육 여건이 마련되어 있나”라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 3월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또 24·25학번 약 7500명을 교육하기 위해 24학번의 교육과정을 압축적으로 운영해 25학번보다 한 학기 먼저 졸업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3058명으로 원점 회귀하면 의대 합격선뿐 아니라 자연계열 상위권 합격선도 높아질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6학년도에 다시 정원이 줄면 경쟁률이 올라가게 되고 이에 따라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지방 의대 경쟁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6학년도에 의대 모집 인원이 달라진 만큼 올해 수험생이 2025학년도 입시 결과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혼란을 키울 수 있다.
  • [씨줄날줄] 대치동 피처폰

    [씨줄날줄] 대치동 피처폰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아이패드를 출시한 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에게 아이패드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고 고백했다. 대신 자녀들과의 대화와 토론에 집중했다고 했다. 인터넷이 미성년 자녀의 정신건강과 학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누구도 아닌 애플 창업자가 걱정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스마트폰 대신 2G폰 같은 피처폰을 찾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2G폰은 전화 걸기나 문자 주고받기는 가능하나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 시청은 불가능하다. 강남의 한 대입학원장은 “상위권 학생일수록 2G폰을 많이 쓴다. 의대에 진학한 아이들 가운데 피처폰을 쓰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입시설명회나 학부모 상담 때마다 “컴퓨터는 방에서 거실로 옮기고 2G폰으로 바꾸면 무조건 대학은 한 등급 이상 올라간다”고 안내한다는 것. 스마트폰이 학습의 최대 적이라는 얘기다. 스마트폰은 학교에서도 규제 대상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한다. 그런데 내년부터 초·중·고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 상태를 모니터링해 ‘딴짓’을 막는다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호주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위해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SNS 사용연령을 제한하는 첫 사례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 영국은 13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등교 후 스마트폰 압수’ 정책을 시행한다. 20대를 중심으로 구형 휴대폰을 찾는 ‘디지털 디톡스’ 움직임도 조용히 확산 중이다. 디지털 기기 과잉 의존에 대한 반성이다. 이런 자성의 움직임이 꾸준히 커져 디지털 기기의 교육적 활용과 오남용 간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 尹, 지지율 19%…‘의대정원 확대’ 찬성 56% [한국갤럽]

    尹, 지지율 19%…‘의대정원 확대’ 찬성 56% [한국갤럽]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응답률 11%·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떨어진 19%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1월 1주 조사 때 17%로 최저를 기록한 뒤 살짝 반등해 20%에 머물렀다. 그러다 이번 조사에서 1%포인트 하락해 다시 10%대로 진입한 것이다. 부정 평가는 72%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가 15%로 가장 높았다. ‘김건희 여사 문제’ 12%, ‘외교’ 8%, ‘소통 미흡’ 7% 순이었다. 반면 긍정 평가로는 ‘외교’ 41%,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한다’ 6%, ‘경제·민생’ 4%, ‘결단력·추진력·뚝심’ 4% 순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은 “7주 연속 김 여사 관련 문제가 경제·민생과 함께 부정 평가 이유 최상위에 올라있다”고 평가했다. 내년 의대 입시 정원 확대와 관련해선 ‘잘된 일’이라고 평가한 이는 56%로 집계됐다. ‘잘못된 일’이라고 답한 비율은 35%였다. 정부의 의료계 반발·의료 공백 대응에 대해선 ‘잘못하고 있다’가 66%로, ‘잘하고 있다’ 18%보다 부정 평가가 훨씬 앞섰다. 한국갤럽은 “의대생 휴학, 전공의 사직, 그로 인한 의료 공백 등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아직 해결책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라면서도 “의대 증원 자체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여전함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의료계 반발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선 “내년 의대 증원 긍정론자, 성향 보수층 중에서도 절반가량이 정부가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 21년 만의 최다 ‘N수생’…수능 난이도 ‘시선 집중’

    21년 만의 최다 ‘N수생’…수능 난이도 ‘시선 집중’

    14일 시행되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여파로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이 응시하면서 난이도 조절이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1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수능 응시생 52만 2670명 가운데 고3 등 재학생은 34만 777명(65.2%), 졸업생 등 N수생은 16만 1784명(31%)이다. 졸업생은 2004학년도(18만 4317명) 수능 이후 최대 규모다. 졸업생 응시자가 많아진 건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상위권 N수생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대학 1학기를 마치고 재수에 뛰어드는 ‘반수생’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26학년도 증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이번 대입에서 의대를 노리는 수험생이 많아졌다. 출제 당국인 평가원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N수생 변수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업계에선 올해 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시험 당일 수험표와 신분증을 챙겨 오전 8시 10분까지 지정된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휴대전화·스마트워치 등 스마트기기와 태블릿PC·디지털카메라·전자사전·블루투스 이어폰·전자담배 등 모든 전자기기는 시험장에 반입 금지된다. 전자기기를 시험장에 가져왔을 경우 반드시 1교시 시작 전 감독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4교시 탐구영역 응시 땐 자신이 선택한 과목 문제지 한 부만 순서에 맞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풀어야 한다. 시험 종료 벨이 울리면 필기도구를 내려놓고 손은 책상 아래로 내려야 한다. 지난해 수능에서 적발된 부정행위 중 ‘종료 벨 후 답안 작성’이 가장 많았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수험생 여러분 그동안 공부하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다”며 “차분한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을 믿고 그간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 다음주 목요일 수능…신분증·수험표 챙기고 수험장 위치 미리 확인하세요

    다음주 목요일 수능…신분증·수험표 챙기고 수험장 위치 미리 확인하세요

    오는 14일 치러지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휴대전화, 스마트기기, 태블릿PC 등의 반입이 금지된다. 수험생들은 이러한 유의 사항을 숙지하고, 수능 당일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교육부가 5일 안내한 ‘수험생 유의 사항’을 보면, 수능 전날인 오는 13일 수험생들은 예비소집에 꼭 참석해 수험표를 받아야 한다. 수험표를 받으면 본인이 고른 선택과목이 잘 적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당일에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시험 전날 시험장을 방문해 교통편이나 소요 시간 등도 확인해두는 게 좋다. 수능 당일에는 오전 8시 10분까지 지정된 시험장에 수험표와 신분증을 가지고 입실해야 한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청소년증, 외국인등록증, 주민등록증 발급신청확인서, 성명과 생년월일·학교장 직인이 기재된 학생증 등은 인정되지만, 모바일 신분증은 불가능하다. 수험표를 분실했다면 오전 8시까지 사진과 신분증을 가지고 시험장 시험관리본부에 가면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워치를 포함한 스마트 기기, 블루투스 이어폰, 전자 담배 등 전자 기기는 반입할 수 없다. 쉬는 시간에도 전자 기기를 소지할 수 없으니 1교시 시작 전까지 감독관 지시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전자식 화면이 없고 시침과 분침만 있는 아날로그 시계만 휴대할 수 있다. 4교시 탐구 영역 응시 방법도 숙지해야 한다. 우선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영역에 응시하지 않으면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성적 통지표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후 책상 위에 부착된 스티커에 표시된 선택과목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풀어야 한다. 나머지 과목의 문제지는 봉투에 넣어 바닥에 내려놓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거나 제2선택과목을 제1선택과목 시험 시간에 풀면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답안지에는 배부받은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만 쓰고 종료령이 울리면 필기구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번 수능에는 총 52만 2670명이 지원했다. 재학생이 34만 777명(65.2%), 졸업생이 16만 1784명(31%), 검정고시 등 출신이 2만 109명(3.8%)이다. 졸업생 지원자 규모는 2004학년도(18만 4317명) 이후 21년 만에 최대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되면서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재수생, 반수생 등 이른바 N수생이 대거 몰린 것으로 입시업계는 보고 있다.
  • “의대 갈 마지막 기회일지도”… 수시 작년보다 2만명 더 몰릴 듯

    “의대 갈 마지막 기회일지도”… 수시 작년보다 2만명 더 몰릴 듯

    마감 전날 평균 경쟁률 15.8대1SKY 대학 지원자 14.7% 늘어‘정시 선발 축소 시나리오’ 퍼져고2 입시 때 증원 ‘0’ 전망 영향도“정원 줄면 비수도권 학생들 피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이 수시모집에 몰리고 있다. 의료계의 증원 백지화 요구에 ‘의대 갈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인다. 2026학년도 정원뿐 아니라 당장 올해 말 정시모집도 축소될 수 있다는 불안에 혼란은 커지고 있다. 12일 유웨이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의대 수시모집에는 4만 7167명이 지원했다. 이들 대학의 모집인원이 2978명(사회배려·기회균형전형 일부 제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15.8대1의 경쟁률이다. 수시 원서 접수가 마감되는 13일 지원자가 몰리면 경쟁률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대학 지원자도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수시 모집을 마감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의대 수시 모집 경쟁률(정원 내외) 평균은 지난해 16.3대1에서 18.8대1로 상승했다. 서울대는 12.7대1에서 13.6대1, 연세대 10.6대1에서 14.3대1, 고려대는 27대1에서 30.6대1로 올랐다. 3개 대학의 의대 수시 전체 지원자는 지난해 3693명에서 올해 4235명으로 542명(14.7%) 증가했다. 입시업계는 올해 의대 수시모집 원서가 총 7만~8만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5만 7192건)보다 2만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만 전체 모집 규모가 1497명 늘어나는 만큼 최종 경쟁률은 예년보다 소폭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정시 선발 축소 시나리오’까지 퍼지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에 따라 정시모집부터 모집 인원을 축소하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시는 이미 시작됐으니 정시가 조정되지 않겠냐”, “정시를 준비한 학생들은 원서 낼 기회도 잃는 거냐”는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현 고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6학년도에는 의대 증원이 ‘0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시 선발 인원을 갑자기 조정하거나 추가 합격을 받지 않을 수도 있기에 우려가 큰 것”이라며 “나중에 덜 뽑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이번 수시모집에 더 집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수험생들의 혼란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비수도권 의대 위주로 정원이 늘었는데 다시 줄면 결국 지방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 의대 ‘정시 축소’ 시나리오?…불안감 커진 수험생, 수시로 몰린다

    의대 ‘정시 축소’ 시나리오?…불안감 커진 수험생, 수시로 몰린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이 수시모집에 몰리고 있다. 의료계의 증원 백지화 요구에 ‘의대 갈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인다. 2026학년도 정원뿐 아니라 당장 올해 말 정시모집도 축소될 수 있다는 불안에 혼란은 커지고 있다. 12일 유웨이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의대 수시모집에는 4만 7167명이 지원했다. 이들 대학의 모집인원이 2978명(사회배려·기회균형전형 일부 제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15.8대1의 경쟁률이다. 수시 원서 접수가 마감되는 13일 지원자가 몰리면 경쟁률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대학 지원자도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수시 모집을 마감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의대 수시 모집 경쟁률(정원 내외) 평균은 지난해 16.3대1에서 18.8대1로 상승했다. 서울대는 12.7대1에서 13.6대1, 연세대 10.6대1에서 14.3대1, 고려대는 27대1에서 30.6대1로 올랐다. 3개 대학의 의대 수시 전체 지원자는 지난해 3693명에서 올해 4235명으로 542명(14.7%) 증가했다. 입시업계는 올해 의대 수시모집 원서가 총 7만~8만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5만 7192건)보다 2만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만 전체 모집 규모가 1497명 늘어나는 만큼 최종 경쟁률은 예년보다 소폭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정시 선발 축소 시나리오’까지 퍼지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에 따라 정시모집부터 모집 인원을 축소하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시는 이미 시작됐으니 정시가 조정되지 않겠냐”, “정시를 준비한 학생들은 원서 낼 기회도 잃는 거냐”는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현 고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6학년도에는 의대 증원이 ‘0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시 선발 인원을 갑자기 조정하거나 추가 합격을 받지 않을 수도 있기에 우려가 큰 것”이라며 “나중에 덜 뽑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이번 수시모집에 더 집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수험생들의 혼란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비수도권 의대 위주로 정원이 늘었는데 다시 줄면 결국 지방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 의대교수·의대생·학부모 “증원 취소하라!” 시위… 의사는 휴진 “토론회 참석”

    의대교수·의대생·학부모 “증원 취소하라!” 시위… 의사는 휴진 “토론회 참석”

    복지부 앞 의대 증원 취소 촉구 집회교수들 “교수가 가르칠 수 없다는데정부가 왜 증원 고집하나” 정부 탓“즉흥적 증원, 전공의 선택의 자유 박탈”의사들 오늘 토론회 참석차 하루 휴진 환자들 “되돌릴 수 없는데 또 취소 요구”“증원·지역의사제로 정부와 논의해야”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의대 교수 단체와 전공의, 의대생과 그 학부모들은 증원을 취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의사들은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회를 하겠다며 전국적으로 26일 휴진하기로 했다. 6개월째 의정 갈등에 지칠 대로 지친 환자 단체들은 “증원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인데도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 집회로 증원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원망했다. “지역의료, 정부 개혁에 무너지기 직전”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충북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의대생과 학부모 등은 이날 오전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 촉구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의대 교수들이 도저히 가르칠 수 없다는데 정부는 왜 증원을 고집하는 건가. 의사의 직업윤리와 책무를 강조하면서 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나오는 것은 눈감으라고 하나”라면서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도록 잘못된 정책인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을 즉시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지역 의료의 붕괴는 오래전에 시작됐고, 정부의 어설픈 개혁 정책으로 무너지기 직전”이라면서 “이제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오더라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는 상태가 돼 가고 있다”고 정부 탓으로 돌렸다.그러면서 “즉흥적으로 시행된 의대 증원으로 교수들은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를, 학생들은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학습권을, 전공의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다”면서 “잘못된 정책으로 전공의와 학생 3만명 이상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고, (비상진료체계에) 4개월 동안 1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이 소모됐다”고 비판했다. 올특위, 의대 교수 등 100여명 모여‘의사,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 등 논의 이와 함께 의료계 협의체인 대한의사협회 주도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의협 회관에서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의사 대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전공의와 의대생 포섭에 실패한 올특위가 운영 중단을 앞두고 진행하는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의협 등은 토론회 현장에 의대 교수 등 다양한 직역의 의사 100여명이 모이고 현장에 못 오는 의사들은 각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토론회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공의들이 수련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의사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도 논의된다. 이를 위해 의사들은 이날 하루 전국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통상 금요일에는 외래 진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당장 겪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도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집단 휴진 때도 중증·응급환자 진료는 거의 유지해왔다.환자단체 “교수가 전공의 돌아오라고설득하는 노력이 지역의료 살릴 대안” 환자 단체는 이런 의대 교수와 전공의, 학부모 등의 의대 증원 취소 요구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증원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은 우리 국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이런 요구는 입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교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집회를 통해 증원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을 키우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떠나간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붕괴 직전의 지역의료를 살리는 대안”이라면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증원과 지역의사제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정부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터널 끝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

    터널 끝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

    “2월 20일 화요일 6시 이후에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병원을 나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2월 16일 새벽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린 뒤 대한민국의 의료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계획보다 하루 앞선 2월 19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이 시작됐고, 두 달이 다 되도록 상황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는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같은 목소리만 줄곧 반복하고, 정부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는 전례 없는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최대 희생자인 환자들은 “국민의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양측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27년 만의 파격적 ‘2000명 증원’ 사태의 시작은 지난 2월 6일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였다. 2022년 국정감사 때 처음 증원 계획을 밝힌 뒤 1년 반가량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 등과 대화하며 공을 들인 결과물이었다. 정부는 3058명이던 의대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 입시부터 2000명(65.4%) 늘려 5058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의대 증원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증원을 시도했지만, 의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뜻을 접어야 했다. 정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응답률은 80∼90% 수준에 달했다. 노동단체나 시민단체는 물론 야당까지 의대 증원을 적극 지지했다. 의료계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진료 거부 차원을 넘어 집단으로 사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의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실시됐다. 사직서 제출 ‘디데이’인 2월 20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절반가량이었지만, 3월 말에는 93%까지 늘었다. 전공의들이 자리를 떠나자 수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휘청거렸다. 전공의들이 수련생 신분이면서도 당직 근무 등을 도맡아 하고 환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등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전임의(펠로)나 전문의(의대 교수 등)가 전공의 자리를 메꿨지만, 역부족이었다. 병원들은 외래진료와 입원환자를 절반가량 줄이고, 응급실 진료까지 일부 제한했다. 미래의 의사들인 의대생들 역시 ‘휴학’으로 집단행동을 벌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유효 휴학 신청(절차를 지킨 휴학 신청) 건수는 1만 578건으로, 전국 의대 재학생(지난해 4월 기준 1만 8793명)의 56.3%에 달한다.대학별 정원 배분에 의대교수들, 집단 사직서 의료공백 상황은 기존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줬고, 예상치 못한 교훈을 주기도 했다.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점이 지적됐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경증환자들이 중소규모 전문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은 극심해졌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환자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갔다. 의료진을 찾아 ‘응급실 뺑뺑이’ 끝에 숨진 안타까운 사연도 잇따랐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 갈등이 증폭된 것은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며 증원에 못을 박으면서다. 정부는 계획대로 2000명을 증원하되, 비수도권 82%, 경기·인천 18%, 서울 0%를 배분하는 내용의 대학별 의대 정원을 전공의 집단사직 1달여가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이에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정 갈등에 ‘참전’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이어 이들의 스승인 의대 교수도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불이익을 받도록 놔둘 수 없다는 것과 증원으로 인한 의대 교육 부실화 우려 등을 사직 명분으로 내세웠다.대통령-전공의 대표 만났지만 성과 없어 4·10 총선을 앞두고는 평행선만 내달리던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여론의 비판이 부담이던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기계적 처벌’ 방침을 유예하고, ‘유연한 대처’를 강조하고 나섰다. 여러 목소리를 내는 의료계에 ‘통일된 의견’을 줄 것을 요청하며 대화의 여지를 뒀다.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도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전향적 입장을 보였지만, 의료계는 내홍을 반복하다 한목소리를 담은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지난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되며 막혀있던 대화의 ‘물꼬’가 터질지 기대됐지만, 면담 후 박 위원장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하면서 무위로 끝이 났다. 상황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의사들은 총선 패배가 의대 증원 강행에 반대하는 ‘민의’의 반영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화를 계속하겠다면서도 증원 추진 방침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해 의대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돌파구 못 찾으면 갈등 더 커질 듯 총선을 전후해 정부와 야당은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도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대화가 정부와 의사 사이 ‘일대일’로 이뤄져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부는 의료계뿐 아니라 노동계, 환자단체,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의료개혁특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특위를 구성해 사회적인 대타협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사회적 협의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협의체는 의료계와 정부가 ‘일대일’로 대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 관계자도 “의료계와 관련이 없는 국민들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갈등은 이달 말을 계기로 한층 더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각 대학이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하는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대교협이 이를 승인하면 각 대학은 다음 달 말까지 홈페이지 등에 모집요강을 공고한다. 의대 증원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에 온건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끌던 의협은 다음 달 1일부터 강경파인 임현택 당선인 중심의 새 집행부가 이끌게 된다. 오는 25일은 의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째로, 민법에 따라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다만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정부 압박용인 상징적인 카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사직 상태가 돼 병원을 떠나는 의대 교수들이 얼마나 생길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당장은 의사들에 대한 강공을 유예하고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중단했던 전공의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탈 전공의들에게 3개월 의사면허를 정지하겠다는 사전통지서를 보내 3월 26일부터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화를 위해 면허정지 본통지를 하지 않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각자도생’ 식으로 적응하며 투병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서 초유의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은 국민의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미래는 죽은 사물의 시간- 안태운·황유원의 시(①)/박민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평론]

    1. 멸종위기종 낭송하기 랩스 프린지 림드 청개구리(Ecnomiohyla rabborum)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Melomys rubicola) 포오울리(Melamprosops phaeosoma) 크리스마스섬집박쥐(Pipistrellus murrayi) 콰가(Equus quagga quagga) 세실부전나비(Glaucopsyche xerces) 스텔러바다소(Hydrodamalis gigas) 타이완구름표범(Neofelis nebulosa brachyura) ―안태운,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중에서 멸종위기종을 지칭하는 아름다운 이름들. 이 호명이 꽤 아름답고 문학적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선언과 낭송의 효과이자 맹점일 것이다. 위 시에서 나열하고 있는 것들은 당연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명칭이다. 우리가 이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되뇌”는 때 “크리스마스섬집박쥐”나 “세실부전나비”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러브버그’(Lovebug)나 ‘빈대’(Bedbug) 따위는 없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러브버그의 충격이 두 계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빈대가 기승이고, 이 벌레들은 인간의 생활권 내에서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가한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이다. 이 때문에 인간종이 이들의 박멸을 궁리하면서 동시에 멸종을 걱정하는 일은 난센스에 가깝다. 이 낭독의 대열에 ‘각다귀’나 ‘깔따구’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각다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것이, 각다귀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크기도 커서 ‘왕모기’로 종종 오해받는데, 기존 인간의 편의대로 손쉽게 구분해 보자면 각다귀는 일단 익충에 가깝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조차 각다귀를 “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는데, 이 때문인지 흔히 고전문학에서 각다귀는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는 탐관오리와 같은 부정적 대상으로 비유돼 왔다. 그런데 이를 차치하고, 어느 생물종의 유해함과 무해함을 나누는 기준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불과하다면 이는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과거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수질 오염의 지표인 것처럼 지목됐으나 실제로 깔따구 유충은 수생태계의 중요한 분해자에 해당한다. 또 인간의 편의대로 분류해 보자면 깔따구 역시 익충인 셈인데 여기서 다시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질문은, 깔따구는 왜 매번 인간종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가일 것이다.(②) 벌레는 그 개체수만으로 따지자면 실질적으로 지구를 점유하고 있는 종에 가깝다. 이 실질적 지배자들에 대한 익충 혹은 해충으로의 분류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이다. 위 시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해야 할 종들을 열거하는 ‘낭독’의 방식은 분명 선언적이고 아름다운 데가 있지만 이 아름다운 대열에 끼지 못한, 호명되지 못한 나머지 존재를 누락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현재 지구에는 1000조에서 1경 마리의 곤충이 존재하지만, 수십 년 안에 사라질 멸종위기종 중 절반은 곤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③) 이 글은 위 시에서의 선언의 정치성이나 효과, 의의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 시인들 사이에서 릴레이처럼 수행되는) 호명과 열거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을 환기하자는 의도에 가깝다. 기실 최근 안태운의 시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종을 ‘당신’으로 호명하며 그 존재의 희미해지는 몸짓을 기억하고, 복구하고, 기록하고자 시도하면서 사유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기억 몸짓’) 그러나 여전히 인간 세계에서 ‘벌레 같은’ 류의 비유(“당신에게는 깊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벌레 같은’이라는 관용구를 그 뜻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당신”, 황유원, ‘밤의 벌레들’)가 작동하는 원리를 상기해 본다면 인간이 벌레에게 빚진 바를 우리는 매 순간 의심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초입 카프카의 벌레로의 변신 모티프는 꽤나 강렬해서 인간과 벌레를 둘러싼 상상력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이 모티프는 이후 세대의 문학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인간종과 벌레종의 교점에 관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상상력의 방식을 사실상 결정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카프카 문학과의 상호텍스트적 접목을 자주 시도했던 김행숙의 경우 변신 모티프를 아래와 같이 전유한 바 있다. 벌레의 굴욕인가, 밟아도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휴머니즘의 진부한 레퍼토리인가. 벌레로서의 벌레는 대체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55킬로그램의 인간* 그레고르 잠자는 왜소했으나, 55킬로그램의 뼈와 살과 피의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한 이 거대한 벌레 앞에서라면 누구든지 경악의 외마디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다시 말해 그 누구든지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막 외계의 생명체를 본 것이다. 당신은 온 우주에 뉴스를 전파하고 싶지만, 공포와 흥분으로 전신이 떨리고 특히 턱이 빠질 듯이 달달달달 떨리게 된다. 나는 완벽한 벌레의 꿈이다. *55kg은 1920년 7월 29일 자 카프카의 몸무게다. (…) ―김행숙, ‘변신’(‘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부분 위 시에서는 카프카의 소설 속 그레고르 잠자가 결국 벌레로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결말을 전복시켜 크기가 줄어들지 않은 “55킬로그램의” “거대한” 벌레가 오히려 가족을 내쫓고 공간을 점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카프카적 사건 혹은 계기라 할 수 있는 인간종의 벌레종으로의 변신은 이 시에서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데 기여하는 물질적 작용으로 전환된다. 이 시에서 벌레의 행위는 들뢰즈-가타리적인 ‘동물-되기’, 즉 ‘탈영토화’의 가능성에 대한 사유 방식으로 대입해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화된 벌레’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멀리 가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진짜 ‘벌레’는 실종했다. 그리고 벌레 덕분에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워졌지만 비인간으로서의 벌레는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인간종에게 해악을 끼치는 해충을 박멸하자는 입장이나 인간에게 주는 효용을 고려해 적절히 잘 이용하자는 입장 모두 곤충 입장에서는 같은 결과가 예고돼 있다. 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④) 곤충종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혐오라는 상이한 정동은 모두 곤충의 입장에서는 그 개체의 죽음이라는 같은 결과를 낳는다. 어떤 개체에 대한 이 도구적 쓰임은 한편으로 근대적 인간에 대한 회고, 자기 생산물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했던 어떤 소외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이 곤충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충분히 소외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외된 벌레종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할까. 낭송은 아름답고 낭독은 선언적이지만 이는 다시 존재들의 경계를 부각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2. 개미와 여치의 음악성에 대해서라면, 황유원은 뭘 좀 아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황유원은 꽤나 전문적으로 이를 향유할 줄 안다. 유해와 무해라는 인간의 기준을 잠시 접어 두고, 이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인간의 어떤 의지는 때로 어떤 생물종에 유해하다. 인간의 아무 의지도 개입시키지 않고 소리의 배치에 주목해 보면, 슬플 때 슬퍼할 줄 알고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개미에게는 개미의 블루스를 여치에게는 여치의 블루스를 ―황유원, ‘블루스를 부를 권리’ 부분 쇤베르크 이래로 ‘소음’으로 여겨졌던 불협화음이 자유를 얻으면서 이후 소음 자체가 음악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심지어 존 케이지는 ‘4분 33초’의 침묵 역시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기도 했다. 소음으로 치부돼 오던 것들이 음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후 피에르 셰페르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기도 한다. 기존 음악에서 노이즈는 제거의 대상이었지만 셰페르는 소음 자체를 음악의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인간-청자를 기준으로 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인간의 언어 및 인간의 음악이 있는 것처럼 다른 종들에게도 그들의 언어와 음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한여름 매미의 노이즈가 인간의 귀에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각적 신호를 통해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 황유원은 그것이 개미의 블루스가 아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거주 공간은 무균실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인간의 몸은 근대적 의미에서의 봉쇄된 육체가 아니라 세계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봉쇄가 해제된 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⑥) 이러한 존재들의 열림과 마주침, 얽힘에 대한 사유는 이 수많은 존재들의 배치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물종의 고정된 경계가 없고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애나 칭의 주장은 이 때문에 퍽 설득력 있다.(⑦) 황유원은 ‘밤의 벌레들’에서 인간이 불을 켜는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을 배치를 상상한다. 가령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아늑하고 그윽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을지,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이 “얼마나 천천히” “얼마나 우아하게 이 욕실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을지,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을” 벌레들의 평화로운 배치가 깨지는 건, 단지 인간이 그 공간에 불을 켜는 것만으로도 발생 가능한 일임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세계와 회통하고 있으므로 서로의 배치에 얼마간의 방해와 간섭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가 환기하는 것은 타자의 갑작스러운 침입에 대한 벌레의 생경한 낯섦이라는 감각에 우리가 그간 얼마나 무심하거나 무지했는지에 대한 각성이다. 하지만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 역시 인간의 감각이나 사유 체계 내에서만 비롯되고 있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일 것이고,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타자의 감정이나 감각을 익숙한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비인간에 인간화된 관점을 투영할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때 환원된 것이 개념 자체인지, 아니면 비인간의 행위성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재현인지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이 시에서 인간화된 생경함과 놀라움이 벌레 입장으로 치환된 것은 평화로운 배치 상태를 깨는 인간의 침입이라는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블루스를 즐기는 개미와 여치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아영은 인간과 비인간의 신비화되지 않은 조우로서 유계영의 시 ‘두고 왔다는 생각’을 사례로 든다. 이 시에서 개는 세계의 표면과 이면의 차이에 몰입해 있는, 사색하는 철학자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는 ‘나’의 생각과 공명한다. 이때 종 차별주의의 핵심적인 기준인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유계영 시의 ‘사색하는 개’가 갖추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에서 각자의 “생각에 도취되어 있”(‘두고 왔다는 생각’)는 사람과 개는 “애정의 경제로 묶여 있지 않으며, 섣부른 접촉으로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고요하게 지켜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구별이 의미 없어지며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역시 긴장을 잃는다고 인아영은 주장한다.(⑧) 그런데 이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는 물어볼 것도 없이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카페여야 할 것이며 이 카페에 입장하는 순간 개는 카페의 규율에 내재(종속)된다. 개와 인간이 ‘사색’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 차이가 쉽게 무화될 수 있는 것인지와는 별개로 이때 인간의 지위 혹은 동일한 타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 기여했던 개의 ‘사색’이 과연 개의 고유한 특성이자 개의 일, 그러니까 개가 해야 할 일인 것일까. 애나 칭은 인간과 유기체의 배치와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부분의 동물 연구에서 “그들(비인간-인용자)이 인간과 동등한 자질(의식하는 주체로서, 의도를 지닌 의사소통자로서, 또는 윤리적 주체로서)이 있음을 보일 필요가” 있어 왔음을 지적한 바 있다.(⑨) 개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개가 인간적인 사색을 거듭하는 것, 개와 인간의 공생을 개를 인간화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문제의 핵심에서도 멀어지는 방식이다. 3. 소진하는 인간, 공터의 흰 개 안태운의 시는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는 착각을 초래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출된 상태를 문제시한다. 동물과의 공생 문제가 대두되면서 익숙하게 소비됐던 낯익은 ‘장면’이 어쩌면 인간의 의식화된 ‘풍경’의 일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획 의도에 맞는 일련의 행위들이 인간과 비인간에 의해 자연스레 수행되다가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오는 퍼포먼스의 중지는 인간화된 의도가 노출되는 지점이자 그 공허함이 발설되는 문제적 대목이 된다. 안태운은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길 뿐이라는 인간-동물 간의 이상적 관계에 대한 설정 역시 인간적인 모종의 어떤 열망이 개입된 것임을 감지하고, 이 연출된 장면을 메타적 관점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해체한다. 개의 활동 반경을 조금 넓혀 ‘공터’로 개를 데리고 간 안태운의 경우를 보자. 흰 개가 있어.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한다. 흰 개는 나의 개이자 공터의 개 그러므로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하지. 산책하며 서로 사라지기도 하지. 나는 흥얼거리며 흰 개를 두고 달렸다. 흰 개는 나를 따라 달렸다. (…) 나는 공터를 산책하고 있지. 공터를 돌면서 흥얼거린다. 공터의 흰 개, 사람들의 흰 개 그러니 나는 흰 개와 멀어져서 공터를 돌고 있다. 흰 개가 없으니 빨리 달려도 괜찮아 (…) 문득 내 뒤로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게 슬퍼졌지. 아무도 내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는 게 낯설었다. 흰 개는 어디에 있나. 나는 흰 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를 잊었으려나. (…) 흰 개는 공터를 돌았어. 공터를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공터를 벗어나자 흰 개는 일어섰다.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안태운, ‘흰 개를 통해’ 부분 위 시에서 공터의 개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철학자의 사유를 따라가야 하는 고난을 겪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시에서 나와 흰 개는 명백히 인간과 비인간이 행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들을 행하거나 지위를 바꿔서 패러디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물론 개별적이고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공터’라는 사회적 장으로 나왔을 때 이들은 사람과 개로서 행할 수 있는, 혹은 기대되는 코드화된 행위들을 수행하는 퍼포머가 된다. 공터에 들어서는 순간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는 사회적 기대에 노출된다. 인간과 개가 행위하는 특성으로 규정지어진 이 공터는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특정 행위만을 요청한다. 이제 ‘공터’는 특정 목표의 전시장이 되고 때문에 공터에서 할 일은 말 그대로 공터에서 ‘할 수 있는’ 일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인간-비인간이 공터에서 행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은 공터가, 혹은 공터를, ‘가능하게 하는 일’뿐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인간-비인간의 공생일까. 이에 대해 안태운은 아니라고 답하는 듯하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에서 흰 개가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가는 장면에 주목해 보자. 송현지는 이 시에 대해 “개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한 우화”로서 읽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10) “흰 개가 더이상 자신의 존엄성에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서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이미 세계 밖으로 사라진 비인간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태운은 직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발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 비인간의 거주지를 “세계 밖”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비인간 존재의 육체나 물질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념적 차원의 해방에 불과하다. 비인간은 왜 그들의 구체적 삶의 공간, 즉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때 그들이 사라질 수 있는 세계 밖은 과연 어디인가. 공터를 잃었네. 있었는데. 옆 사람과 흰 개와 함께 공터 밖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공터를 잃었고 옆 사람은 회상하고 있다. 흰 개는 잃은 공터를 향해 짖고, 못내 짖다가도 지치기를, 나는 바라며 기다렸지만 이내 흰 개를 내버려둔 채 옆 사람과 함께 공터 밖을 산책한다. 둘레의 움직임을 만들면서 걷고 걷다가 내가 바라보는 건 과거의 공터, 고개를 천천히 돌리면 옆 사람을 텅 비우는 공터, 계속 걷자 공터를 처음 잃었던 지점에 도착했는데, 흰 개는 없었다. 짖음도 없었고, 흰 개야. 아무도 없어서, 흰 개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나는 흰 개마저 잃어버렸네. 옆 사람은 나를 쓰다듬었지, 상심하지 말라고,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내며. ―안태운, ‘공터를 통해’ 전문 앞서 살펴본 시 ‘흰 개를 통해’와 위의 시 ‘공터를 통해’는 서로를 반영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 시에서 “공터”와 “옆 사람”, “흰 개”, 그리고 “나”는 한때 “있었”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닌다.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은 “공터”와 “흰 개”이고, 남겨진 것들은 “나”와 “옆 사람”이다. 그런데 공터와 흰 개를 잃어버리고 남아 있는 “옆 사람”과 “나”의 마지막 행위를 보면 “옆 사람은” “상심하지 말라고” “나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낸다. 앞서 옆 사람이 나를 위로하며 “쓰다듬었”기 때문에 이때 “엎드린 흰 개”를 “나”에 대입해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공터와 흰 개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분명 “나”와 “옆 사람”이지만 이들은 공터를 공터이게 했던 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무의미한 행위만이 부각되고 오히려 행위의 의미는 지워진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주목해 보면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벗어난 “흰 개는”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간다. 공터가 사라지자 흰 개도 사라지고, 공터에서 벗어나자 흰 개도 흰 개의 행위를 벗어난다. 이 장면은 베케트 부조리극의 소진된 인간을 연상시킨다. 들뢰즈에 의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로서 “가능한 것을 실현하지 않고 가능한 것과 유희”하는 인물들을 가리킨다.(11) 안태운의 시는 베케트 극의 인물들처럼 의미 없는 행위를 돌출시키는 방식으로 공터와 인간과 비인간에게 요구됐던 행위를 점검하고 재사유하게 한다. 이 무의미한 반복은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텅 빈 행위가 지속되는 공간이 돼 버린 기이한 공터의 작위성을 가시화한다. 존재는 지워지고 행위만 남아 있는 공간, 이것이 공터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소진하는 인간은 공터를 말 그대로 ‘빈’ 공터의 장으로 재진입시키고 공터의 잠재적 역량을 추동한다. ‘가능한’ 공터의 모든 것을 소진해 버림으로써 공터는 “인간 너머의 드라마가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인간의 자만심을 해체하는” ‘풍경’으로 거듭난다. 애나 칭에 의하면 풍경은 역사적 행위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활동적이다. “풍경이 형성되는 것을 지켜보면 세계 형성에서 인간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12) 안태운의 시에서 소진의 의미는 결국 잠재적 공터, 무엇이 실현되기 이전의 공터, 인간과 비인간이 무엇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상태, 즉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를 결정하기 이전의 공터를 복구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는 어쩌면 도래할 미래를 위한 재귀적 움직임이다. 4. ‘공통 세계’의 주민들-듣는 법 연습하기 황유원은 ‘침대벌레’에서, “파리 배낭여행” 중 ‘나’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가 “나 없는 침대에서 배를 빵빵히 불린 채/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을 모습”을 “자꾸 마음속에 그려” 본다. 피부에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대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흡족한 이미지”로 침대벌레를 연상하는 ‘나’는 이를 루브르박물관의 온갖 명화들보다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내 피를 먹고 배가 빵빵한 벌레의 모습을 “내 머릿속 한구석에 걸려 있”게 한다. 이 그림의 제목은 “침대벌레”이면서 시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벌레는 벌레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했다는 안도감인 것일까, 후에도 ‘나’는 가끔 이 기억에 숙면을 취한다. 이를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이나 그 가능성으로 점치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의 이 흡족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가령 이 흡족함이 ‘공통 세계’(13)의 자각에 따른 것이라는 가정은 어떨까. 배부른 벌레의 휴식과 그에 대한 나의 이상하리만치 계속되는 연상을 인간과 비인간종의 필연적인 마주침의 흔적 정도로 볼 수 있다면, 공통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은 결국 무균실의 존재가 아니라 서로 교차하고, 서로를 침범하면서 같은 공통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들인 것이다. 앞서 보았던 ‘밤의 벌레들’의 후반부를 ‘밤의 풍경들’로 치환해 다시 읽어 보자. 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을 뒤에서/옆에서 앞에서/ 감싸고 있던 그/ 그윽한 고독과 어둠을/ 그 어둠의 우월함에 대해 한번 말입니다/ (…) / 당신은 거실에서 혼자 눈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 / 사라지는 음악을 두 손으로 움켜잡아 보지만/ 그 음악은 이미 찬바람의 손에 잡혀 갈가리/ 찢겨진 후……/ (…) /그러니 한번 두 눈을 감고/ 이미 다 사라져버린 벌레들을 마음속으로 뒤쫓아가/ 그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벌레가 되어/ 벌레의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나눠 가져봅시다/ 벌레의 내장 깊은 곳에 조금은 남아 있을 어둠을 찾아/ 그 속에 들어앉아/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떨림 속에서/ 아까 듣던 그 음악을/ 계속/ 이어서 들어봅시다 ―황유원, ‘밤의 벌레들’ 부분 황유원은 불의의 습격을 당한 벌레의 황망함을 인간의 입장에 대입해 보기를 권한다. “어둠 속 고독”의 상태에서 밥 대신 깨끗한 음악을 즐기고 있는 순간 찾아온 느닷없는 침입이 무엇보다 문제적인 것은, 두 손으로 움켜잡을 수도 없이 “갈가리” 찢겨지고, “사라지는 음악”에 대해 벌레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황유원은 그러니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깊이 공감해” 보자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벌레가 되어”, 벌레가 처한 사태를, “벌레의 절망감”을 “나눠 가”지고, 아직 소멸하지 않았을 벌레의 어둠과 고독과, “떨림 속에서” “듣던 그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것이다. 인간과 벌레는 결국 일정한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공통 세계의 주민들이다. 공통 세계의 존재들은 서로의 존재 방식을 방해하거나 협력하면서 지내 왔고, 또 어떤 존재들은 자신들이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인지하게 됐을 수도 있다. ‘배치’가 “존재하는 방식이 모인 것”(14)이라면 이 시에서의 ‘밤의 배치들’에는 벌레뿐만 아니라 불을 켠 “당신”은 물론 이 사태를 전달하는 화자까지 관여하게 된 셈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주거지를 조금씩 침범하면서, 또 조금씩 오염시키면서 ‘배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존재들은 복수의 리듬과 존재 방식을 형성한다. 존재들이 일으키는 각자의 리듬과 각자의 음악은 얼핏 불협화음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이 “다운율의 배치를 연구”함으로써 배치를 “거주 적합성의 공연”으로 인식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15) 쇤베르크는 흔히 다성음악을 지칭하는 ‘폴리포니’(polyphony)의 원리에서 화성법의 해방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는 관습적 화음의 폐기가 동반돼야 가능한데, 이때 불협화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화음은 더욱더 ‘폴리포니적’이 된다.(16) 방금 떠난 벌레의 “떨림”을 잊지 않고, 벌레가 들었을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제안은 각자의 음악과, 복수의 음악이 일으키는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또 조율해 가면서 밤의 배치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엇보다 “듣는 법을 연습”(17)해야 한다. 5.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 “안데스산맥에서 케추아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란 우리가 아는 것이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앞에,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 “미래는 뒤에 놓여 있”는 것으로 여긴다.(18) 이는 인간의 오래된 관습적 시간관을 뒤집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작동 방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인식 체계나 방법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놀라워,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 어느 가을, 당신은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 (…) / 어느 여름, 조카가 생기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가는 중 학생을 보며 그는 내 과거가 아니라 조카의 미래라고 문득 여겨졌고/ (…) / 어느 봄, 옛 기억 속 장면에서는 나를 삼인칭으로 인식하게 되고/ 어느 여름, 끝말잇기를 하는 인간/ 아이의 냄새를 맡는다. 아이가 냄새를 맡는다/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알았다/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았다/ (…) / 모르는 것이 많았다/ 몸짓들/ 다르고 같다는 걸 알았다/ 같고 다르다는 걸 알았다/ 기억 속에서 어느 날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고 생각하니/ 드넓어지는 마음을 알아챘다/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했다/ 우리가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 하염없었다/ 그것/ 흐르는 강물/ 둘레/ 산란과 예감/ 탄성/ 감각들/ 우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 되돌아온다/ 기척이 스민다 ―안태운, ‘기억 몸짓’ 부분 ‘나’는 나의 과거와 유사한 기억 혹은 장면과 대면하지만 아이를 알고부터는 그것이 나의 과거가 아닌 아이의 미래로 대체된다. 세계의 중심에 아이가 자리하면서부터 “기억 속 장면”에서 ‘나’는 “삼인칭으로 인식”되고 미래의 모든 계절은 아이의 시간, 아이의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미래의 아이는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아 간다. 이에 더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공통 세계의 “존재”들을 알아 갈 것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존재들의 “다르고” 또 같은 “몸짓들”, “같고”도 다른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할 수 있고,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하는 그 마음은 “하염없”다. 분명 안태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안태운은 시간의 운동성, 즉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기억과 함께. 이처럼 안태운이 그리는 미래는 어딘가 재귀적이다. 돌은 걸어갔다, 물론 어느 식당에서건 떠나서. 풍경을 보면서는 순간마다 무언가가 옆에 있다고 깊이 지각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이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말 걸고 싶기도 했다. 그중 척삭동물문이며 조강인 까치가 마음에 남아 말 걸고 싶었다. 으흠, 흐음. 까치의 부리와 발가락이 귀여워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윽고 돌은 생각했다. 그 부리와 발가락을 쥘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놔줘야지, 하고 혼잣말했는데…… 기억하는 게 미래 같았다. ―안태운, ‘돌과 구름’ 부분 미래는 ‘추측’을 통해 현재에 들어온다. 시간의 이러한 사유 방식은 추측된 미래를 위해 기꺼이 나의 현재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미래는 되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준다. 안태운은 이 “살아 있는 미래”(19)를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세계와 함께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돌”로서 사유하고, ‘풍경’을 인식하고, 공통 세계의 주민들을 “귀여워”하면서, “말 걸고 싶”어 하면서 “오랫동안 바라”본다. 하지만 의도적인 접촉은 ‘생각’만으로 접어 두고,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을 “미래”로서 “기억”한다. 이것이 안태운이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로서의 “미래”를 기꺼이 증식시키고자 하는 방법이다. 콘에 의하면 ‘미래’는 어쩌면 살아남는다는 것(to survive)이면서 생명을 넘어서는 것 혹은 삶을 넘어서는 어떤 것(super+vivre)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수많은 부재와 관계하는 것, 즉 다른 죽음, 다른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20) 시인은 미래의 ‘죽은 사물’이 될 시를 현재의 지평에서 생성한다. 이 ‘죽은 사물’은 시가 끝나도 계속 날아간다. 어쩌면 시가 내재한 뜻밖의 물질성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나는 그만 이 시를 끝내지만/ 이 시는 끝나고도 계속 날아가고 있다/ 밤의 행글라이더는 밤의 행글라이더”, 황유원, ‘밤의 행글라이더’) ①안태운의 시는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민음사, 2016),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2020) 외에 ‘시보다 2022’(문학과지성사, 2022), ‘시보다 2023’(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발표한 작품 역시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 황유원의 시는 시집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현대문학, 2019), ‘초자연적 3D 프린팅’(문학동네, 2023)에 수록된 시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하 본문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시의 제목만 밝힌다. ②박현주, ‘천하무적이던 곤충이 도처에서 쓰러지고 있다’, 우리교육(2023년 가을), 76쪽. ③우리가 그 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일어나는 멸종을 일컫는 용어는 ‘센티넬라 멸종’(Centinelan Extinction)이다. 위의 글, 77~81쪽 참조. ④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 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곤충,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 닭고기보다 높아…’, 나침반 36.5도(2023년 9월호), ㈜삼십육점오커뮤니케이션즈, 104쪽. ⑤신예슬,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 작업실유령, 2019, 179~185쪽 참조. ⑥김홍중, ‘코로나19와 사회이론: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 비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제54집 제3호, 한국사회학회, 2020, 177~180쪽 참조. ⑦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계 끝의 버섯’,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 ⑧인아영, ‘개와 나무와 양말과 시’, 문학동네(2022년 봄호), 129쪽. ⑨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10)송현지, ‘어느 순례자로부터 온 편지-안태운론’, 2023 신춘문예 당선평론집, 정은출판, 2023.(11)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6쪽. (12)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71쪽. (13)스티븐 샤비로, ‘사물들의 우주’, 안호성 옮김, 갈무리, 2021, 118쪽. (14)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58쪽 각주. (15)위의 책, 279쪽. (16)테오도르 W 아도르노, ‘신음악의 철학’,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2012, 96~97쪽 참조. (17)애나 칭은 “통일된 화음”과는 반대되는 개념인 다운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운율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선율을 따로 듣고 그 선율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화음이나 불협화음으로 합쳐지는 것 또한 모두 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방식처럼 우리는 배치를 이해하기 위해 배치가 존재하는 개별 방식을 주시함과 동시에 산발적이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조율을 통해 그 선율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제 이러한 방식으로 듣는 법을 연습하고자 한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 (18)어슐러 K 르 귄, ‘세상 끝에서 춤추다’,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 250~251쪽. (19)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331쪽. 콘은 생명과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을 퍼스의 “살아 있는 미래” 개념에서 끌어와 사유한다. ‘미래’에 관한 논의 중 일부는 이 책의 6장 ‘살아 있는 미래(그리고 죽은 자의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참조했다. (20)위의 책, 370~373쪽.
  • ‘작심’ 조규홍 복지장관 “의협 파업투표, 국민 위협 땐 단호 대응… 총선 일정 고려 안해”

    ‘작심’ 조규홍 복지장관 “의협 파업투표, 국민 위협 땐 단호 대응… 총선 일정 고려 안해”

    조 “필수의료 살릴 패키지 회의중에갑자기 총파업 투표? 매우 부적절”의협 범대위 6일부터 용산 철야 시위의협 “투표 통한 총궐기대회로 저지”내년 4월 전 의대 증원 규모 확정될듯비대면 진료 반발엔 “의료접근성 높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사들의 집단 파업 조짐에 대해 “정부와 협상 도중에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정부에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다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협 파업, 국민들 공감 안하실 것” 조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의협의 이런 태도는 국민들께서 공감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의협의 총파업 찬반 투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은 오는 11~17일 전 회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의견을 묻고, 17일에는 투표와 별개로 의대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총궐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조 장관은 “필수의료를 살릴 정책 패키지를 계속 발굴하고 의협과도 매주 회의를 하는 중인데, 갑자기 의협이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실 거라 믿지만 만약 집단행동을 하고 그에 따라 국민께 위협이 된다면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지난 6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시위를 벌였다.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인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가 계속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오늘 시위를 시작으로 범대위를 포함한 전 의료계는 추후 찬반 투표를 통한 파업과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 의대 증원 추진을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의대 정원 2025년 입시지장 없게”“의대 정원 확정 일정 교육부 협의” 이에 맞서 조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 일정은 2025학년도 입시 일정에 맞추겠다는 기존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안정적인 전형을 위해 내년 4월 이전에는 증원 규모가 확정돼야 한다. 조 장관은 “2025학년도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증원 규모를 결정할 계획으로, 교육부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2020년 사례를 막고자 정책 패키지와 증원 규모를 한 번에 발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늘어난 의대생들이 현장에 가려면 10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필수의료 분야를 어떻게 살릴지 같이 발표하려고 한다”면서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가 정상화, 근무 여건 개선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에게 업무 부담이 큰데 인력 확충 외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연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 장관은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이 단순히 의대생을 늘리는 게 아닌 지역·필수의료 확충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다며 의료 현장의 호응이 큰 지역인재전형은 앞으로 확대하고, 졸업자가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일하는 지역의사제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연령대·모든 정당 지지자서‘의사 총파업 투표 반대’ 더 많아 의협의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태도에는 의사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더 높다는 점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협 총파업 투표에 대해 모든 정당 지지자들과 전 연령에서 “반대한다”는 부정적 응답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의뢰를 받아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총파업 가능성까지 열어 놓은 의협의 대응에 반대한다’는 응답 비율은 66%로 나왔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6%, ‘모름·무응답’은 8%로 나왔다. 모든 연령대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했고 지지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 68%, 더불어민주당 지지 64%, 정의당 지지 74%, 기타 정당 65% 등 반대가 우위를 점했다.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 조사(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 포인트, 응답률은 11.9%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국민의힘도 정부에 힘에 실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의 필수의료혁신방안을 비판하는 의협을 향해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 진정성을 갖고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임에도 의협은 의대 정원 확충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며 11일부터는 총파업 개시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면서 “사실상 국민 건강권과 생명권을 볼모로 삼아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극단적인 자세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윤 선임대변인은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농성에 삭발식까지 하면서 파업 분위기를 잡으면서 정작 정부와의 대화에는 소극적인 의협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떨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협은 지금이라도 정부와 함께 차분히 머리를 맞대고 의료 혁신을 위한 대화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유용성·안정성 입증법제화 빨리 이뤄져야” 이와 함께 조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발표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 수준인 자살률(2020년 인구 10만명당 25.2명)을 10년 이내에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에 대해 “10년 내 자살률 50% 감축은 도전적인 목표인 게 사실이지만, 국가의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인다 해도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높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의협이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에 대해선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비대면 진료를 하지 않기로 해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 의사의 진료 결정권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유용성과 안정성이 입증된 만큼 법제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속도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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