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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랜들 존스 OECD 전 한국경제 담당관 “청년 구직난 해소하려면 ‘일자리’ 아닌 ‘사람’ 보호 시스템 필요”

    랜들 존스 OECD 전 한국경제 담당관 “청년 구직난 해소하려면 ‘일자리’ 아닌 ‘사람’ 보호 시스템 필요”

    교육-고용 미스매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원인 최저임금 속도 조절 필요성...지역별 차등도 대안 “한국 역대 정부가 수십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청년 일자리 대책을 펼쳤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건 교육 시스템과 고용시장 간 미스매치와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개혁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를 보면 ‘일자리’가 아닌 ‘사람’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이 눈여겨볼 만한 제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며 한국경제 담당관을 지낸 랜들 존스 박사는 20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청년은 취업하고 싶은데 원하는 일자리가 없고, 기업은 사람을 뽑고 싶은데 적합한 인재가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거창한 명칭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만들고 수십조원을 투입했음에도 오히려 청년 실업난이 심화된 건 ‘교육과 고용의 불일치’와 ‘고용시장 이중구조’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존스 박사는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와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 채용 문화 변화로 청년 구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교육 시스템 개편과 고용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구조 개혁, 대기업과 정규직만 선호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중위임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을 탄력성 있게 조정하고, 중소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북유럽 사례를 거론한 존스 박사는 이들 국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유용하게 허용하는 대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자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로 보장하는 ‘사람 중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게 ‘블루칼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워싱턴DC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석좌로 재임 중인 존스 박사는 OECD 근무 시절 16권의 한국경제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이며, 이 공로로 지난 2018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숭례장을 수훈했다. 다음은 존스 박사와의 일문일답. -한국에서 이른바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는 이유는. “OECD 재직 시절인 지난 2021년 경제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한국 청년 고용 문제를 살펴본 적이 있다. 당시 한국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4%에 불과해 OECD 평균 53%에 크게 못 미쳤다. 최근 자료인 올해 4월 지표를 보니 여전히 43.7%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과 교육 시스템 사이의 ‘미스매치’다. 한국에선 75%의 청년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대부분 대기업이나 정부, 공공부문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기피한다. 임금이 낮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최근 한국 대기업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과거처럼 많은 한국인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반면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해결책을 찾는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한국은 노무현 정부의 ‘청년고용 종합대책’부터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는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지급했고, 청년에게도 구직에 성공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줬다. 청년 고용 할당제처럼 기업이 일정 비율의 청년을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시도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고 이제 문제의 핵심을 바라봐야 한다. 한국은 대학 졸업자의 비율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다. 예전처럼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를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1990년대만 해도 40%의 학생이 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지금은 18%에 불과하다. 일선 학교의 직업 교육을 다시 활성화시켜야 한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제도가 있다면. “최저임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부분 선진국은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40~50% 수준인데, 한국은 문재인 정부를 거쳐 63% 수준까지 올라갔다. 너무 높은 최저임금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캘리포니아주의 예를 들면 시간당 최저임금이 20달러에 달하자 자영업자들이 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지 않고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했다.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낮추기 어렵다면 지역별로 차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도 뉴욕시는 최저임금이 높지만 농촌 지역인 캔자스주는 낮은 수준이다.” -고용시장 개혁을 강조했는데,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한국에선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구조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기업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활용하려 한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경기가 나빠지면 근로자를 해고하고,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채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한국이 단숨에 개혁을 진행할 순 없겠지만,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가 운영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제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국가는 회사에 일자리를 유지하라고 강제하지 않고 고용시장이 원활하게 조정되도록 한다. 대신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나오면 정부는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한국은 이들 국가에 비해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짧다. 고용시장은 더 유연하게 운영하되 실업자에게는 더 강한 보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쉬었음 청년, 교육·고용 미스매치 탓… ‘일자리’ 아닌 ‘사람’ 보호를” [쉬었음 청년 추적기 : 우리는 쉬지 않았습니다]

    “쉬었음 청년, 교육·고용 미스매치 탓… ‘일자리’ 아닌 ‘사람’ 보호를” [쉬었음 청년 추적기 : 우리는 쉬지 않았습니다]

    “북유럽식 고용시장 유연성 확보강력한 실업자 보호책도 동시에”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경우 ‘일자리’가 아닌 ‘사람’을 보호하는데, 한국이 눈여겨볼 제도입니다.” 랜들 존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석좌는 20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수십 년간의 예산 투입에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여전한 것은 교육 시스템과 고용시장 간 미스매치, 그리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개혁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존스 석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담당관을 지냈고 30여 년간 OECD에 재직하며 16권의 한국경제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다. -한국에서 소위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는 이유는. “OECD 재직 시절인 2021년 경제보고서를 작성할 때, 한국의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4%에 불과해 OECD 평균(53%)에 크게 못 미쳤다. 올해 4월 지표를 보니 여전히 43.7%였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과 교육 시스템 사이의 ‘미스매치’다. 한국에선 청년 75%가 대학에 진학하고 대부분 대기업, 정부, 공공부문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기피한다. 임금이 낮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대기업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과거처럼 많은 자국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반면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한국이 도움을 받을 해외 제도가 있을까. “최저임금을 말하고 싶다. 대부분 선진국은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40~ 50% 수준인데, 한국은 63% 수준까지 올라갔다. 너무 높은 최저임금은 청년 구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이 20달러에 이르자 자영업자들이 로봇 등으로 대체했다. 최저임금을 낮추기 어렵다면 지역별 차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뉴욕시는 최저임금이 높지만 농촌인 캔자스주는 낮다.” -고용시장 개혁을 강조했는데. “한국에선 근로자 해고나 구조조정이 매우 어렵다. 한국이 단숨에 개혁할 수는 없겠지만,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가 운영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제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회사에 일자리 유지를 강제하지 않고 고용시장이 원활하게 조정되도록 하지만 일자리를 잃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업급여와 구직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고용시장은 더 유연하게 운영하되 실업자 보호는 더 강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창간기획팀
  • 경총 “대기업·중소기업간 K자형 고용 양극화 심화…노동시장 유연성 제고해야”

    경총 “대기업·중소기업간 K자형 고용 양극화 심화…노동시장 유연성 제고해야”

    최근 국내 고용시장이 신산업·60대 이상·대기업·상용직 고용은 늘어났지만, 전통산업·60대 미만·중소기업·임시일용직 고용은 줄며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7일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을 발표하고 최근 고용시장의 주요 특징을 K자형 고용 양극화 심화, 20·30세대 쉬었음 인구 역대 최다, 노동이동성 저하 등으로 정의했다. 경총은 최근 신산업·60대 이상·대기업·상용직 등을 중심으로 한 고용은 확대되는 반면, 전통산업·60대 미만·중소기업·임시 일용직 등을 중심으로 한 고용은 축소되는 K자형 고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총은 “이 같은 고용양극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고착화하고 소득불평등 심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71만 7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2022년 62만 2000명에서 2023년 64만 4000명, 2024년 69만 1000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7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경총은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이탈한 청년층 규모가 70만명을 상회함에 따라, 국가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 및 임시·일용직 일자리에서 이탈한 청년이 ‘쉬었음’ 인구로 유입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청년 취업난이 단순한 일자리 부족보다는 취약한 일자리에서의 높은 이탈 가능성과 고용 유지의 어려움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지난해 노동이동률은 9.8%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노동시장 전반의 이동성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한편, 근로자는 고용시장 위축에 따른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최근 고용 지표상으로는 양적 확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K자형 양극화 등 구조적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과 노동이동성 둔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제약할 수 있는 위험 신호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직된 고용 규제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유연안정성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김종철 정의당 신임대표 “민주당에 읍소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김종철 정의당 신임대표 “민주당에 읍소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문재인 “정의당에서 정책 경쟁 이끌어달라” 이재명 “정책경쟁 잘 해보자” 김종철 “독일식 연동형비례제 바탕 내각제 추진해야”“당원들의 요구는 무난하게 (당 운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정의당의 전통적인 의제인 노동을 넘어 기후위기, 젠더 문제 등으로 진보의 영역을 확장해야 합니다. 국민 상당수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제에 호응하는 상황인데, 정의당이 더 선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정의당 김종철(50) 신임 당대표는 14일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의 금기 깨기’를 역설했다. 권영길·노회찬·심상정을 잇는 2세대 진보정치의 리더로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들에 천착해 진보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창구 정치부장과의 대담. 문재인 “정의당에서 정책경쟁 이끌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축하 전화를 했는데. “당선 축하 같은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정책 얘기를 많이 해서 놀랐다. 정의당에서 정책 경쟁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통화 말미에는 권영길 전 대표 건강도 물었고, 과거 국민승리21 때 추억도 꺼내시더라. 진보정당에 애정을 갖고 계셨다.” -진보의 선명성을 강조했지만 정의당에는 대중성 강화도 필요하지 않나. “무엇을 위한 대중성 강화냐가 중요하다. 현장에 들어가서 대중이 무엇을 원하느냐를 찾아내고 이를 정책화해야 한다. 불평등 문제, 기후위기 문제, 젠더 문제 등 진보적 가치들을 선명하게 이야기해도 국민들은 받아들일 준비돼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을 말해도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더 진보적이여야 할 정의당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선명할수록 대중적인 시대가 왔다. 물론 선명과 과격은 구분해야 한다. 내 별명이 ‘사랑과 평화’다. 과격하지 않다는 뜻이다. -무엇을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가. “임기(2년) 내에 두자릿수 지지율을 달성하고 싶다. 가능하면 중반까지 안정적인 두자릿수로 올려 놓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뭔가 변화가 시작되는구나’하는 기대감이 생기고, 당원도 늘고, 2022년 지방선거에 나갈 사람도 자발적으로 나오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쟁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민주당이 보수화됐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지사를 호출한 이유였다. 지금 민주당은 정말 보수화됐다. 최근 재정준칙 이야기한 것을 보고 기겁했다. 재정준칙을 알리바이로 어려워도 돈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 정부가 국민들 위해서 돈 쓰는 것을 마치 미래세대의 것을 갈취해서 먼저 쓰는 것처럼 인식시킨다는 게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정말 나쁜 거다. 미래세대가 태어나질 않고 있는데 무슨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자원을 이야기하나. 일단 태어나야 미래세대의 자원도 있는 것 아닌가.” -이 지사에게서 연락이 왔나. “어제(13일) 이 지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재명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우리 함께 정책경쟁 잘해봅시다’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선거 경쟁 과정에서 본인을 호출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기본소득 대 기본자산으로 한 번 정책경쟁을 해보자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런 정책경쟁을 해야 민주당도 정의당도 잘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식 연동형비례제를 바탕으로 한 의원내각제 필요” -당장 재보궐 선거가 코앞이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을 했던 권수정 서울시의원, 이번에 당선된 정재민 서울시당 위원장 같은 젊은 분들이 있다. 부산에서는 이번에 당선된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 같은 후보군이 있다. 정의당은 진보적 시민사회 대중조직과 선거연대를 할 것이다.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면 당헌당규를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후보를 안 낸다면 국민의힘을 지지할 리는 없을 것이고 정의당과 진보진영과 함께하겠다는 뜻일 테니 총력전으로 이기면 되는 문제다.” -금기를 깨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노동개혁도 그 중 하나다. 13일 예방자리에서 김종인 대표도 그것 가지고 갑자기 정책대담을 하더라. 저는 고용안정성 강화 등의 전제조건이 마련된다면 덴마크식 유연안정성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체제 개혁 이야기도 했다. 독일식 연동형비례제를 바탕으로 한 의원내각제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런 금기에 대해서 얘기해야 한다고 본다.” -김 위원장 예방 자리에서 민주당보다 더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연대가능성은. “김 위원장이 민주당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국민연금 쌓아두면 뭐하나. 나중에 연금 낼 사람이 없지 않나. ‘이 돈을 공공주택 짓는데 투자하자’, ‘공공임대주택 채권발행해서 투자하자’ 같은 이야기를 김 위원장은 하더라. 민주당에서는 그런 얘기 못하잖나. 다만 이런 생각들이 국민의힘 전체에 퍼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아닌 국민의힘이 직접 그 안들을 가져오기 전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정의당 주요 법안들이 통과하려면 “정의당이 주장하는 제도들이 통과하려면 우리가 민주당 읍소하는 걸로는 소용없다. 부탁합니다. 민주당이 허가해주고 허락해주면 고마워하고 이래서는 안 되고 정의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국민 지지를 받으려면 언론에도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정의당 당원이 현장으로 들어가서 녹아들어야 한다.” 대담 이창구 부장 window2@seoul.co.kr 정리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정리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기고] 포용인재가 주도하는 산업전환/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기고] 포용인재가 주도하는 산업전환/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바나나가 멸종 위기다. 다양성이 부족해서다. 한 품종에서 가지치기해서 세계적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돌면 모든 바나나 나무가 죽는다. 생물종이 환경 변화에 살아남으려면 다양성과 적응력이 필수다. 세계적인 디지털전환, 에너지전환, 휴먼전환, 글로벌패권전환이 몰아치고 있는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는 산업전환의 시대다. 미중, 미·유럽, 한일 무역 갈등이 기술·통상 지형을 바꾸고 있다. 우리 산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역사적으로 세 번의 산업혁명이 있었다. 260년 전에 증기기관이 주도한 1차 산업혁명, 120년 전에 전기모터와 기계엔진이 주도한 2차 산업혁명이 있었다. 50년 전 컴퓨터와 인터넷이 주도한 정보혁명이 3차 산업혁명이다. 1, 2차 산업혁명은 영·미·독·일이 기득권 저항을 극복하고 신문물·인재를 받아들여 주도했다. 3차 산업혁명은 아시아 신흥국이 자유무역과 기술 도입으로 부상한 계기다. 산업혁명의 교훈은 변화를 수용하는 포용역량이 국가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포용역량은 경계선에 있다. 디지털세대의 다양한 취향, 다문화 가정, 글로벌 한류, 750만명의 재외국민은 기회요인이다. 반면 배타적 민족주의와 종교는 극복요소다. 한편 ‘한강의 기적’으로 불렸던 주력 산업들이 전환기에 있다. 반도체·통신, 자동차·조선산업, 석유화학·철강산업, 원전·석탄발전산업, 전통제조업이 그렇다. 변화를 포용하지 않으면 기득권 상실과 도태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산업전환을 하려면 우선 국정개혁을 통해 경제·노동·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거시경제보다는 혁신·산업·복지 등 미시경제가 강조돼야 한다. 노동의 유연안정성 확보와 기술이민 확대도 필요하다. 대학의 학과 신설·융합, 산업·직업전환 교육이 많아져야 한다. 다음으로 포용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 신산업과 신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주도할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에서 전자공학박사를 교수로 초빙했듯이 화학연구원장에 재료기술사가, 전자통신연구원장에 전산학박사가 올 수도 있어야 한다. 신산업 분야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기술창출과 함께 신산업을 이끌 인재가 육성되기 때문이다. 2020 CES에서 확인됐듯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미래자동차와 스마트시티를, 현대·기아자동차는 전기·자율주행차와 미래항공기·물류를 넘봐야 한다. 이를 위해 아직은 비주류인 인재를 과감히 발탁·영입해야 한다. 포용인재 혁명에 산업전환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 홍남기 “상비병력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 추진”(종합)

    홍남기 “상비병력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 추진”(종합)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대책“간부 여군비중 6.2→8.8%로…귀화자의 병역 의무화도 검토”“교원 새 수급 기준 마련하고교원 양성 기관 평가…규모 조정” 정부가 절대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해 상비 병력을 감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주재한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를 위해 “상비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면서 “전력 구조는 첨단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말 기준 상비병력은 57만 9000명이다. 인구 감소로 병역 의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앞으로 2년 동안 병력 약 8만여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군 인력 충원 체계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전환복무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면서 “대체복무는 중소기업 지원 등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전환복무란 현역 판정 인원을 의무경찰이나 해양경찰, 의무소방 등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복무는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을 가리킨다. 이어 “간부 여군 비중을 올해 6.2%에서 2022년 8.8%까지 확대하겠다”며 “부사관 지원 연령을 현행 만 27세 이하에서 만 29세로 상향 조정하고, 선택사항인 귀화자의 병역 의무화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관련해선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마련하고 작지만 효율적 학교 운영 모델을 개발하겠다”면서 “교원 양성 기관 평가를 통해 양성 규모를 조정하고 유휴 학교시설을 활용하는 시설 복합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인 학습자 증가에 대해선 “대학의 특별전형 요건을 완화하고 성인 친화적 학사 제도를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공동화 대응 전략도 공개했다. 그는 “거점지역에 공공·생활 서비스를 집약하고 주변 지역과 연결 체계를 구축해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며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대상을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에서 노인가구·장애 가구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내 행정수요의 효율적 충족을 위해 자치단체 간 행정서비스 공동제공 등 기관 공동설치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논의된 절대 인구 감소 충격 완화 전략은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지난 4월부터 논의한 4대 분야 중 두 번째 전략이다. 지난 9월 생산연령인구 확충이 골자인 첫 번째 전략을 발표한 홍 부총리는 ▲고령인구 증가 대응 ▲복지지출 증가 관리 등 나머지 2개 전략도 이달 안으로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상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인구 구조를 포함해 앞으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산업 혁신,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강화, 공공혁신, 인구 구조 변화 대응, 규제 개혁 등 구조 개혁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성과도 있었지만 추진이 더디고 미흡했던 점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이 5대 분야 구조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며 “다음 달 발표할 2020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방안을 구체화하고 핵심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형 제조업으로의 전환,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 비효율적 재정지출 개혁·혁신 지향 조달, 사회적 자본 축적, 고용 유연성 확대, 임금·근로시간·근무 형태 개선 노력 등을 예로 들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류 마케팅 지원을 통한 중소기업 수출 확대 방안도 안건으로 상정됐다. 홍 부총리는 “한류 활용 제품 제작 등에 모태펀드 투자 확대, 정책자금 우대 지원 등을 추진해 한류 마케팅과 제조업 간 연계를 강화하겠다”면서 “케이팝(K-POP)·뷰티·게임 등 분야별 글로벌 한류행사를 확대하고 중동 등 신흥 한류 지역 대상 미니 케이콘(Mini KCON)을 신설하는 등 기업의 접근이 용이한 한류 플랫폼도 확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아마존’ 등 글로벌 쇼핑몰과 동남아 1위 쇼핑몰인 ‘쇼피’ 등 유력 쇼핑몰 입점을 지원하겠다”며 “현지 온라인쇼핑몰 구축 등을 통해 온라인 수출 지원도 각별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참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 경제 ‘역풍’을 피하려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 경제 ‘역풍’을 피하려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지난 12일 한국 정부와 정책 협의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에 강력하게 ‘중단기적 역풍’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과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끈다. IMF의 지지가 정책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두 가지 제안은 ‘포용국가’의 목표정합성 측면에서 엄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신자유주의의 첨병’으로 불리던 IMF가 한국 정부에 9조원의 추경 편성을 포함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권장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지만, 신자유주의의 ‘낙수효과’를 부정하는 기관으로 변신한 상황에서는 당연하다. 이는 2022년까지 주로 재정을 통해 모든 국민이 ‘기본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사회정책 비전과도 상통한다. 다만 IMF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재정적자를 통한 지출 증대를 시사하면서 증세에 거리를 취한 점은 신자유주의의 한계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다. 2018년에만 25조원이 넘는 초과세수를 거둔 정부에 당장은 지출 증대가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추경의 정례화에 대한 비난은 물론 증세 없이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부담될 수 있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증세를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은 수십 년 된 IMF 권고에 속한다. 한국에서도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공론화됐지만 현실에서는 유연성만 실행됐고, 안정성은 ‘철밥통’으로 폄하됐다. 현 정부 들어 고용난이 심화되면서 유연안정성 의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IMF 협의단의 기자회견과 같은 날 국회 연설에서 덴마크 모델을 언급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상황에서 이 모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덴마크 노사정의 사회적 타협이 한국 경사노위의 현주소에 비추어 볼 때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변경이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의 확대에서 보듯 위원회의 운영 실태가 ‘주고받기’의 타협이 아니라 노조에 대한 압박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주노총에 오히려 불참의 안도감을 심어 주고 있다. 더욱이 경제 활력이 기업 지원과 등치되면서 ‘노동존중’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대통령이 “기업과의 활발한 접촉”을 지시하자마자 경제보좌관이 경총에 가서 “20대는 물론 30~40대도 동남아시아 가라”는 망언을 한 것은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친기업’ 행보는 경사노위에 대한 노조의 불신을 가중시켜 경사노위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덴마크 모델은 엄밀히 말하자면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에 관한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복지 기반 생활안정의 결합이다. 이 모델은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많아지면 실업수당 지급은 증가하지만, 세수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4조 ②항에도 불구하고 복지 증대에 관한 사회적, 정치적 합의가 없는 현실도 걸림돌이다. 해고의 자유와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맞교환된다면 그것은 현찰과 어음의 부등가 교환이 될 것이다. 덴마크 모델에서는 정부의 능동적인 일자리 정책이 세 번째 구성 요소이지만, 이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실적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덴마크 모델의 도입은 비정규직을 전면화해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결국 성장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대안은 기업 내부 노동시장에서 유연안정성을 실현하는 독일 모델을 기본으로 경사노위에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에 합의하는 것이다. 유연성은 해고가 아니라 개별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고용은 최대한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는 기왕에 초과 근무시간을 적립해 둔 노동시간 계좌에서 시간을 인출하거나 사회정책으로 지원을 받아 생활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노사 협력의 전통이 거의 전무한 한국 경제에 이 모델을 도입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평등을 완화하고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건설하려면 시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 IMF “추경 9조 뒷받침돼야 한국 성장률 목표 2.6~2.7% 달성”

    협의단 “한국경제 튼튼한 기초체력 보유” 투자·교역 감소로 성장세 둔화 추세 우려 잠재성장률 강화·공격적인 재정지출 주문 한은엔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권고 홍남기 “미세먼지 추경 땐 함께 검토할 것”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2.6~2.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9조원 규모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단기적 역풍을 맞아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추경 논의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는 명확히 완화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한국 미션단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내총생산(GDP)의 0.5%를 넘는 대규모 추경이 뒷받침되면 정부의 성장률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8년 원화 기준 명목 GDP(1782조 2689억원)의 0.5%는 약 8조 9113억원이다. 페이지오글루 미션단장은 추경 용도에 대해서는 “성장을 촉진하면서도 사회안전망 확충에 쓰일 수 있는 곳에 집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IMF 협의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정부, 한은, 국책연구원들과 한국의 경제동향과 전망 등을 협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추경을 해서라도 잡고자 한다”며 “미세먼지 추경을 고려하게 된다면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도 함께하는 추경이 검토될 것 같다”고 말했다. IMF 협의단은 “한국은 숙련된 노동력, 탄탄한 제조업 기반, 안정적인 금융시스템, 낮은 공공부채,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튼튼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장세 둔화 추세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 페이지오글루 미션단장은 “한국은 중단기적으로 역풍에 직면하고 있으며, 리스크는 하방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은 투자와 세계 교역 감소로 둔화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고 고용창출은 부진하며 가계부채비율은 높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잠재성장률 감소,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증가 둔화가 향후 전망치를 저해한다고 봤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려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도 했다. 페이지오글루 미션단장은 그간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제성장과 잠재성장을 높이고 과도한 대내외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추가 정책을 제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강화하는 조치와 함께 추경을 통해 재정지출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한은은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하고, 정부는 금융산업 복원력을 보존하기 위해 적절히 긴장된 거시건전성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명확한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포용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려면 재정정책이 중기적으로 확장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용보호법률의 유연성을 높이고 사회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더 강화해 유연안정성이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노동계 ‘싸늘’… 재계도 ‘볼멘소리’

    “노조에 책임 전가…대기업 갑질 개선부터” “임금 책정은 기업 자율…정치권 간섭 과해” 11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노동계는 싸늘한 반응을 내놨다. 볼멘소리가 나온 것은 재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은 대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문했다”며 “오만한 편향성이 드러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사회안전망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유연성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덴마크 유연안정성 모델에 대해 “작은 기업 위주인 덴마크는 이직이 쉽고 평균 근속기간도 8년으로 우리(5년)보다 길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차이가 극에 달한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의 임금을 3~5년간 동결하고 성과급 등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 한국노총은 “노조에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원하청 불공정 문제, 대기업 갑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노동 문제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임금 문제를 쉽게 거론하는 것은 노동을 무시하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일 것”이라며 “대기업 문제점 개선은 언급하지 않고 노동자와 시민 양보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재계에서도 임금 관련 발언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제화 추진을 밝힌 ‘협력이익 공유제’가 연상되는 발상”이라면서 “임금과 같은 기업 자율 운영·결정 사항에 대한 정부 압박이 과한 것 같다”고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협력사 및 비정규직과 상생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과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임금은 해당 연도 실적과 노사 합의 등이 반영돼 책정되는데 정치권에서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평생직장 대신 사회안전망 구축…재원 마련·노조 반발 ‘과제’

    평생직장 대신 사회안전망 구축…재원 마련·노조 반발 ‘과제’

    최장 2년 실업급여…2030년 26조원 확충 국가·기업·노조 매칭펀드식 재원 분담 구상 “병폐 진단 정확” “불안한 노동 야기” 엇갈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고임금 노조에 대해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해고 유연성’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귀를 의심할 만큼 이례적인 발언이다. 얼핏 들으면 노조를 주요 지지층으로 둔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를 설파하는 보수정당 대표의 연설로 착각할 정도다. 실제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이 “대한민국 노동현장의 병폐를 정확하게 진단해 다행스럽다”고 호평한 반면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는 유연안정성은 결국 불안한 노동만을 결과로 얻게 될”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홍 원내대표는 대우자동차 강성노조 출신으로 노동 운동을 하다 세 번이나 감옥에 다녀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물론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찬찬히 살펴보면 단순히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게 아님은 분명하다. 그는 ‘기업은 경기변동에 따라 탄력적 인력 운용, 손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노동자는 직장을 잃더라도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과 재취업이 가능하게 하자’는 내용의 ‘덴마크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제3의 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덴마크식 유연안정성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든다. 현재 4개월만 지급되는 우리의 실업급여와 달리 덴마크는 최장 2년간 종전 소득의 70%에 달하는 실업급여와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한다. 홍 원내대표는 이를 위해 현재 9조원 규모인 실업급여를 2030년 26조원까지 확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가와 기업, 노조 3대 주체가 매칭펀드 방식의 재원을 분담하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보듯 사회적 대타협의 평가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주장이 노조의 호응을 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그는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처우 개선에는 소극적이고 자신들의 임금 인상 투쟁에만 몰두하는 일부 노조를 강하게 비판해 친정이나 다름없는 민주노총이 그의 지역구 사무실을 수시로 점거해 왔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Z세대’ 새 소비 주도층 부상

    ‘Z세대’ 새 소비 주도층 부상

    올해는 ‘Z세대’가 경제 전면에 본격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정규직을 강조하는데 민간은 계약직 중심의 ‘기그 경제’(Gig Economy)로 흘러가 두 진영의 충돌과 절충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이런 내용의 ‘2018년 국내 10대 트렌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Z세대 시대 도래를 새 흐름으로 꼽았다. Z세대란 1995∼2005년생으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하고 소비하는 세대를 말한다. 보고서를 쓴 김천구 연구위원은 “올해는 Z세대 중 성인이 약 336만명으로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때문에 Z세대의 주요 의사소통 수단인 모바일기기가 주요 매개체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그 경제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흥미롭다. 재즈공연에서 자리가 나면 바로 공연에 나서는 연주자에서 유래된 기그는 계약직 또는 임시직을 가리킨다. 민간 기업들은 해고가 쉬운 기그 경제를 선호하는 반면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합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 기그 경제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하지만 강한 소비 반등은 올해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 때문에 내수 경기는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기 회복세를 견인하면서 온도 차가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기름값 상승→물가 상승 등이 얹어지면서 체감 경기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곁들였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성장할 때 노동 개혁하라는 IMF의 권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으면서 ‘적극적인’ 노동개혁을 요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을 찾은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단장 등 IMF 연례협의단 6명은 그제 우리나라 성장률 잠정치를 한 달여 만에 0.2% 포인트 더 올렸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개혁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례협의단이 한국에 올 때마다 으레 강조했던 사안이다. IMF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고용 규모와 생산성을 늘리지 않으면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조정은 어려운 과정이어서 성장세가 좋을 때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나 노동생산성과 같은 구조적 지표는 오히려 외환위기 이전보다 악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에서의 비효율성은 20년 전 그대로다. 제조업체의 생산설비 이용도를 보여 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IMF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 79.1%에서 2016년 현재 6.5% 포인트 하락한 72.6%를 기록했다. 1인당 노동생산성지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노동생산성은 자본 투입과 연계가 돼야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노동시장이 경직되다 보니 자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와 IMF 간에 노동개혁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IMF는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먼저 유연성을 높이고 안정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유연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안정·유연 순서와 달라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IMF는 유연안정성을 도입할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을 확대하고, 실업자에 대해 강력하고 포용적인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며,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와 달리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은 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쉬운 해고를 규정한 정부 지침 폐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IMF의 지적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과 기조가 다른 것이다. 현 정부의 노동개혁도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정부는 여건상 당장 수용할 수 없더라도 IMF 권고에 귀를 기울여 보기 바란다. 다만 관련 정책들이 노사정위의 틀 안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 [시론] 새 정부 일자리위원회에 바란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새 정부 일자리위원회에 바란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대통령이 바뀌고 세상이 확 달라졌다. 준비 없이 출발했고, 전 정부 각료들과 동거해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정책 행보 또한 거침없고 빠르다. 무엇보다 일자리 관련 행정과 정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 10일 첫 번째 업무로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지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1.2%로 동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고 전체 실업률도 2000년 이후 최고인 4.3%였다. 일자리 문제가 안보를 넘어서는 생존 이슈인 셈이어서 대통령의 주문은 당연한 선택이고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했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에는 여전히 수십만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존재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공공부문 근로자 183만 2000명 가운데 기간제, 파견 및 용역 등 비정규직은 18.1%로 33만 2000명에 이른다. 대통령의 ‘공항선언’이 이행되면 30만여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지위를 갖는다.  취임 후 대통령의 행보와 정책 요청을 되짚어보면 현 정부 최대의 관심은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 고용 안정으로 요약된다. 대통령 말 한마디면 30만개의 일자리 질이 달라지는데 왜 이제껏 못했는지 아쉽다. 일자리위원회가 성과 있게 활동하려면 몇 가지 신경 써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민간 시장의 경우 공공부문과는 상황이 다르다. 일자리는 정부의 개입만으론 만들어지기 어렵다. 게다가 제조 및 유통 시장이 글로벌화돼 있는 환경에서 국가의 노동시장 정책은 그 효과에 한계가 분명하다. 일자리 공급자인 기업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기반 조성에 힘써야 한다.  우선 정책과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 분석에 따르면 우리 시장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책 불안’(policy insecurity)이다. 다른 나라 기업이 걱정하지 않는 요소가 우리 시장에서 심각한 이유는 행정부와 국회 간 정책 및 입법 갈등,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사법화에 따른 불확실성 등 때문이다. 이런 불안이 지속되는 한 기업이 생산을 확대하며 일자리를 늘이긴 어렵다.  지구화에 따른 자본 이동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현대차는 최근 10여년간 국내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총매출의 80% 가까이를 해외에서 생산한다. 대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동이 다수 부품협력사들의 동반 진출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실제 일자리 이동 규모는 훨씬 크다. 말 많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 당선의 이면에 소위 ‘러스트벨트’의 일자리 유출이 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따라서 떠난 일자리를 어떻게 돌아오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다음은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 개선 문제다. 고용부의 201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 근로자의 월급은 대기업 대비 48.7% 수준이다. 노동조합 또한 규모에 따른 양극화 경향이 뚜렷해 노조 가입 근로자의 85.2%가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다. 그런데 2016년 8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는 9.95%에 불과하다. 노동시장의 90% 이상이 중소기업 근로자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위해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시급히 수리해야 한다. 우리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의 OECD 평균은 2016년 기준 21%인데 우리는 10.36%로 칠레나 터키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시장 통합에 따른 노동시장 유동성 확대, 4차산업 혁명에 따른 일자리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복지 플랫폼을 정비하는 일은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한 출발이다. ‘국가일자리위원회’의 활동을 기대한다.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복지천국 덴마크 가보니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복지천국 덴마크 가보니

    세계에서 국민이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이상의 부자 나라로 세계 최고의 복지 시스템을 자랑하는 덴마크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복지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유엔이 조사한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도 덴마크는 1등을 차지했다. 덴마크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롤모델’로 거론된다. 그러나 현격한 국민소득과 복지 시스템의 격차 탓에 한국 현실엔 맞지 않는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덴마크를 직접 찾아 시간제 일자리의 정착과 확산 비결을 살펴봤다.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8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중앙역 앞. 한겨울 북유럽의 찬바람에도 도로는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의 행렬로 가득했다. 출근시간대임에도 자전거 이용의 생활화와 정착된 시간제 근무 영향 덕인지 자전거와 자동차의 흐름은 원활했다. 덴마크는 고용률이 70%를 넘는(2011년 기준 73.2%) 유럽 국가 중에서도 모범적인 노동시장 환경을 갖춘 나라다.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은 2003년 고용전략으로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선택했고, ‘하르츠 개혁’으로 대표되는 독일은 미니잡(mini-job)과 같은 단시간·저임금 일자리를 통해 여성 고용률 증가에 성공했다. 하지만 덴마크는 기존의 고유한 고용시장 모델인 ‘유연안정성’(flexi-security) 탓인지 독일만큼의 즉각적이고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70%라는 이상적인 고용률과 이런 고용시장을 뒷받침하는 사회보장 시스템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정부가 분석하고 배워야 할 대상이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이란 사용자에게 노동자에 대한 해고의 자유를 보장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동시에 해고자 및 실업자의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실업 상태에서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노동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덴마크에선 사용자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해도 한국과 같은 노동조합의 반발을 거의 겪지 않는다. 실업급여 수준이 높은 데다 쉬운 해고만큼 재취업도 어렵지 않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덴마크의 노동시장은 연평균 30%대의 입직률과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 근속 기간 역시 8년 안팎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강한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여기에 해고된 노동자는 2년간 전 직장 임금의 80%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노동자들도 해고에 대한 거부감을 거의 갖지 않는다. 이날 코펜하겐 취업정보센터에서 만난 요른 스텐베르(36)는 “두 달 전쯤 회사에서 인력을 줄이면서 해고됐는데 연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다시 일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러 나왔다”며 “해고가 쉽게 이뤄지는 만큼 다른 회사로 들어갈 기회 또한 많다”고 말했다. ‘쉬운 해고’의 성공 사례는 덴마크 대표 기업인 장난감 회사 ‘레고’에서도 찾을 수 있다. 덴마크 소도시 빌룬에 있는 레고사는 2004년 인터넷 게임의 강세 속에 위기를 맞았다. 당시 레고사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누적 적자로 미국 공장 문을 닫는 등 위기에 직면, 덴마크 본사 직원 8000여명 중 3500여명을 해고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덴마크에서 경영난에 따른 해고 통보는 재직 기간 기준으로 3~6개월 전에 미리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고용·해고 시스템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이후 레고사는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경영 실적이 향상되자 다시 직원을 늘려 나갔다. 덴마크에는 사회안전망을 토대로 한 시간제 일자리도 정착됐다. 소득에서 세금으로 나가는 비율이 높지만 의료·교육 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되고, 마을마다 유아 보육 시설이 잘 마련돼 남녀 구분 없이 다양한 연령층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고 있다. 코펜하겐 시립 도서관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르네 베스터가드(42·여)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해 대출 도서 목록과 반납된 책을 정리하는 게 하루 일과”라면서 “오후 3시에 퇴근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전일제 정규직 동료에 비하면 일을 적게 하는 만큼 임금을 적게 받을 뿐 회사 내 복지 혜택에서는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연한 노동시장의 배경은 18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 덴마크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당시 사용자 단체와 맞섰고 이는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이에 고용주 대표단과 노동자 대표단은 4개월에 걸친 협상에 들어갔고 대타협을 이루면서 현재의 고용모델 토대를 마련했다. 고용주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노동자 또한 사용자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대타협의 핵심이다. 몰텐 비어링 코펜하겐 취업정보센터 고용정책연구원(공공 일자리 담당)은 “덴마크의 독특한 고용시장 형태는 높은 세금을 바탕으로 한 복지정책이 근간을 떠받들고 있지만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이 서로 신뢰하면서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해 왔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 역. 평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열차 안은 승객들로 가득했다. 이들 대부분은 오전 8~9시쯤 출근했다가 귀가하는 시간제 노동자들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글 사진 코펜하겐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공공재 일자리’ 늘려 청년·여성 웃게 하라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공공재 일자리’ 늘려 청년·여성 웃게 하라

    “정부의 개입 없이 기업들이 알아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기업의 속성에도 반하고요. 정부는 끊임없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유럽 노동계의 거목 귄터 슈미트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는 26일(현지시간) 베를린사회과학연구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의 주요 목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교수는 유럽 노동시장에 ‘유연안정성’의 개념을 도입한 석학으로 2000년대 독일 경제 정책을 전면 개혁한 ‘하르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 온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다. 슈미트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실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많은 국가에서 사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동 형태의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청년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를 사회적으로 보완해 주는 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45~54세 성인 실업률의 4.6배에 이르는데, 이는 미국의 2.5배나 독일의 1.7배에 비해 월등히 높다”면서 “청년은 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취약 계층인 만큼 한국은 잠재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슈미트 교수는 노동시장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지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촘촘한 고용·실업보험 시스템 구축을 들었다. 그는 “안정적인 고용·실업 보험은 경제가 부침을 겪더라도 소비자의 수요를 유지하고,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특정 산업이나 신산업을 정부가 발굴하는 목표지향적 산업 정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명확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노동시장으로 공공재를 들었다. 슈미트 교수는 “교육, 건강, 아동 보육 및 노인 부양과 같은 공공재 관련 일자리는 정부가 나서야 활성화되는 시장”이라며 “고품질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미국·독일 등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여성 고용률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독일 노동시장에서 배울 점으로 노사 관계를 꼽았다. 독일 경제성장의 근간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가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등 양보와 타협이라는 상생의 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베를린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홍성민 교수가 본 한국의 보수 박세일

    홍성민 교수가 본 한국의 보수 박세일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는 어떤가라고 묻는다면, 홍성민 동아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달 26일 산업노동학회, 한국사회경제학회 등 8개 학술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사회경제학계 연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한국 교육과 문화정치적 지형 - 진보담론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며’를 참고할 만하다. 이날 연합대회의 주제는 교육문제. 홍 교수는 교육이슈는 하위 담론인 만큼 그보다 포괄적인 보수 담론을 분석해보자고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선진화’라는 현 정권의 담론을 제시한 ‘박세일’을 타깃으로 정했다. ●“선진화·세계화 논리는 박정희식 근대화론과 상통” 홍 교수가 보기에 ‘선진화·세계화·공동체적 자유주의’로 요약되는 박세일의 주장은 박정희식 근대화론과 다를 게 없다. 시장자율, 글로벌, 문화공동체라는 보기 좋은 말로 치장만 잘했을 뿐이다. 박세일의 선진화·세계화는 기술관료들의 주도 아래 금융·조세·금융·재정·반부패 개혁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1980년대 남미에 수용된 미국식 민주화 이행론과 논리구조가 똑같다. 여기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점보다 개개인의 적응이 핵심과제로 떠오른다. 그래서 선진화·세계화에 담긴 그의 주장은 서점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흔히 오르는 처세술, 경영, 영어 서적에 담긴 내용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포장이 거창하다 보니 내용에서는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다. 가령 박세일은 바람직한 노사관계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제시한다. 그런데 원래 유연안정성은 북유럽국가의 보편적 복지모델에서 나온 용어다. 고용보험과 노동자 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기변동에 따른 노동자의 생존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런데 박세일이 말하는 유연안전성은 유연성만 먼저 인정한 뒤 안정성은 개선책을 찾아보자는 수준이다. 홍 교수가 “공병호류의 시장주의가 노골적이고 천박한 친자본주의”라면 “박세일은 그보다 조금 더 유연한 친자본주의”일 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박교수 주장은 국민에게 다양한 화음으로 받아들여져 미국의 공동체주의를 끌어다 ‘공동체 자유주의’를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이름만 그럴 뿐 내용은 아무 상관없는 유교적 공동체를 끌어온다.”고 혹평한 뒤 ‘촌극’이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박세일의 주장은 “창의성이나 논리력에서 생기지 않은 것”이고 “조금만 천착하면 어떤 책을 참고로 자신의 언어를 축조하고 있는지” 밝혀낼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영향력을 가지느냐다. 우선 미국 유학파 서울대 교수다. 더구나 법학과 경제학 두 분야를 공부했다. 미국이라는 배경, 한국 주류사회의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니 언론도 한수 접고 들어간다. 아니, 입맛에 맞는 주장이기에 보수언론에서 적극적으로 확대재생산한다. 여기다 세계화추진위원장, 여의도연구소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의 직함은 현실적 영향력으로도 이어진다. 박세일류의 주장은 진보학자들의 눈에는 비논리적으로 보여도 일반 국민들에겐 다양한 음들로 구성된 화음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반대’ 일색인 진보주의자들의 주장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전 세계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노동과 복지. 끊임없이 변화와 개선을 추구해야 하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유연안정성’을 주창한 귄터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국내 노동·사회 분야의 대표적 지식인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와 대면 인터뷰를 갖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어떻게 ▶한국은 비정규직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질적인 면에서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귄터 슈미트 교수 한국의 비정규직 증가 비율이 높다거나 절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든 곳은 덴마크가 유일하다.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숫자로 볼 것이 아니라 고용 형태의 문제로 검토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기업간 구조가 점차 프로젝트나 네트워크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조율이 유연성 있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같은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춘 교수 비정규직 문제의 시발점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다 근원적인 시작은 80년대 이후의 재벌체제 본격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 등 산업구조가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용역업체에 대한 제한이 없이 어떤 곳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비를 축소하기 위해 당연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해야 할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슈미트 교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분화된 근로형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안정성에 비견되는 새로운 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일정 기간 명확하게 고용을 보장받고, 또 같은 산업 내에서 재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는 개념을 제공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 정부가 800만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노동세력을 국가의 파트너로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2년 비정규직 제한을 4년으로 늘리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복지차원에서 임금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보험을 통해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쓰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의 역할분담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2 바람직한 모델 어디서 찾나 ▶유럽형 모델, 미국형 모델 등 노동과 복지 선진모델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 딱 맞는 모델을 찾기는 힘들다. 슈미트 교수 특정국가를 벤치마킹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러나 각 나라들의 사례를 조금씩 도입해 퍼즐처럼 맞춘다면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종을 실업보험, 장애보험, 노령보험에 편입하고 있다. 또 여성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무려 60.9%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이들에게 정규직과 동등한 임금 지급, 고용보호, 이에 상응하는 사회안전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김동춘 교수 개인적으로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아일랜드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내부가 분열돼 있고 농업국가의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데 유럽통합을 계기로 영국까지 경제적으로 추월할 수 있었다. 이들이 노사타협과 내부통합을 일궈낸 사례는 연구해서 일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을 부결시키는 등 노노갈등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조합원들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슈미트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내에서도 노동자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간의 협의를 통해 이끌어내기보다는 정부가 일정부분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결정하고 채용 및 해고 시 공정성을 갖춘 조항을 만들어야 같은 공간에서 토론이 가능해진다. 김동춘 교수 상대적으로 혜택받은 대기업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노조가 귀족노조라든지, 이기적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들의 분식회계나 불법상속 등이 처벌받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에만 도덕성과 양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현대차 사태처럼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안전판 기능을 해왔는데 이 부분을 허물어야 한다. 노조가 연대의 모습을 보이면 정부나 사용자가 압박을 받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3 노동ㆍ복지 어떻게 연결되나 ▶노동과 복지는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동춘 교수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보편적 의료보험에 가깝다. 다만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부담이 된다는 점이 아쉽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액 수입을 가진 사람들의 피부양자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 조치만 이뤄지면 보험재정의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적게 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OECD 국가들 중에서 보험료가 낮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신문값을 올리는 데 독자들은 반대할 수 있지만, 지대를 올려서 광고비중을 줄이면 언론의 공공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국민연금은 다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상태에서는 뚜렷한 해답이 없다. 슈미트 교수 한국 사례를 연구해 보면 실업보험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보험을 커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정부에서 강력한 보조금 지원을 받는 고비용 구조는 한국에서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처럼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비율이 낮은 국가는 고비용 구조를 쉽게 적용하기 힘들다. 실업보험의 의무적 시행을 통한 접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정부와 근로자 또는 정부와 기업의 분담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특정 시간 이상 근무하면 의무적으로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덴마크식 모델은 한국에서도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획기적인 노동문제 전환의 시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동춘 교수 노동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한국은 이미 IMF 외환위기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 당시의 정책들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작용이 함께 왔다.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개혁을 일궈낼 기회로 평가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에는 파시즘과 전쟁이 등장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등장하는 등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처럼 양극단으로 쪼개지지 않고 슬기롭게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사회통합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노동ㆍ복지 대표 지식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동춘(50)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좌파지식인으로 노동, 사회, 복지 분야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역사비평 편집위원 등을 맡았다. 학술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그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운동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회노동자연구´,‘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근대의 그늘´,‘전쟁과 사회´ 등이 있다.2006년‘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으로 단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식 노동모델 정립’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 귄터 슈미트(64)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는 ‘독일식 노동모델’을 정립한 노동분야의 석학이다. 전 세계 사회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WZB)의 소장도 맡고 있다. 실업률과 비정규직 숫자를 낮추는 데 급급한 미국식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수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연안정성’을 주창했다. 그의 이론은 독일 노동 정책이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는 대신 안정성에 치중하도록 해 수많은 기업들의 노사상생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지배형태, 공기업 민영화, 사회적 리스크 등 폭넓은 변수를 이론에 도입해 학계에서 ‘빈틈이 없는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열린세상] 실용의 길-뱀장어식 절충을 경계한다/신은종 단국대 경영학 교수

    [열린세상] 실용의 길-뱀장어식 절충을 경계한다/신은종 단국대 경영학 교수

    모든 ‘주의’란 것은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요즘 화두인 실용주의도 그렇다. 일찍이 듀이와 제임스가 주창한 실용주의는 실천의 철학이다. 실용주의 세계의 진리는 이미 만들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다. 실천을 통해 검증되면 진리가 된다. 왜 비판이 없겠는가. 가시적 성과만 좇기에 근시안이 되기 십상이다. 한번 성공하면 그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험주의적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검증된 방식에 갇혀 상상력이 빈곤해질 위험도 있다. 작동하기만 하면 모든 게 진리가 되니, 이것도 저것도 모두 옳다는 상대주의적 오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원칙이 부재한 시대에는 오히려 무원칙을 부추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실용을 강조하지 않은 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념편향이란 딱지가 붙은 참여정부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핵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실용노선을 꽤나 시도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실용에 지지를 보내는가? 이념편향의 지난 세월에 대한 반동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이념 대 실용’의 이분법을 간단히 그려낸다. 사회과학으로 세상을 재단하기야 그리 어렵지 않지만, 여전히 공허한 이유는 분석만 있을 뿐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의 실용에 대한 지지는 제대로 된 실용을 보고픈 열망의 반영일 게다. 실용의 실패는 어설픈 절충에서 비롯된다. 본래 절충이란 그리스어인 에클렉티코스, 즉 최선의 선택이란 말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어설픈 절충은 최악을 초래한다. 리브스 박사의 동물학교는 어설픈 절충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다. 동물들의 적응력 향상을 위해 달리기, 날기, 오르기, 헤엄치기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동물학교. 땅파기도 필수적이라며 두더지들은 연일 시위를 하지만 채택되지 않는다. 토끼는 달리기에 능했지만 수영을 못해 낙제하고, 오리는 수영은 수준급에 날기도 좀 하니 평균을 달렸다. 독수리는 날기만을 고집한 채 다른 과목엔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일찌감치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결국 최우수학생에는 이것저것 조금씩 해 낙제를 면한 뱀장어가 뽑힌다. 교육정책의 실패를 짚어낼 때 흔히 인용되는 동물학교 우화는 교육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뱀장어식 시도에서 비롯됐다. 보유세를 신설해 소유 비용을 높이더니, 다른 한편으로는 양도세를 높여 거래도 묶었다. 분양도 안 되는 불필요한 공급까지 늘려 엉망이 되고 말았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법과 원칙도, 대화와 타협도 모두 중요하다. 그렇다 하여 이를 섞어놓는 게 능사는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법과 원칙이 먼저 서야 대화라는 방식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대화의 산물인 타협은 노사를 규율하는 규범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지 못하니, 상황마다 필요한 것만 자기편한 식으로 끌어대기 일쑤다. 고용정책은 또 어떤가? 이미 유행어가 된 ‘유연안정성’은 참 난해하다. 유연성도, 안정성도 모두 중요하니 모순되는 둘을 간단히 섞어놓았다. 두 가치의 중요성을 부인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잘 조화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는 얘기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에서 유연안정성이 성공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명박식 실용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하다. 성과주의에 매몰돼 다른 소중한 가치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 청계천 성공에 기대어 대운하도 밀어붙일 것이라는 걱정, 효율성에만 치우쳐 거대 부처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 기업 살리기에만 급급해 노동이나 환경을 소홀히 할지 모른다는 경계…. 그럼에도 이명박 댓글 놀이가 한창이다.“그럼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놀이 아닌 놀이를 반추해 보자. 경제만 살리면 다른 것은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닐 게다. 경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의 근본을 먼저 세우라는 주문일 게다. 근본을 세움에 있어 뱀장어식 절충은 안 될 일이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 교수
  • [열린세상] 경제선진화는 노사 안정이 핵심/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원장

    [열린세상] 경제선진화는 노사 안정이 핵심/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원장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 새 정부는 실용정부를 국정 이념으로 내세우며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의 흐름도 역시 작고 강한 정부를 지향하면서 기능과 융합을 주축으로 한 대대적인 군살빼기이다. 이러한 기조는 정부에서 공공부문으로, 그리고 민간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대선 당시의 공약과 인수위의 활동, 그리고 당선인의 어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노동정책의 기조를 읽어볼 수 있다. 첫째, 노동정책도 실용주의를 표방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사균형만 내세운 이념보다 기업 및 국가경쟁력이 노동정책의 전면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둘째, 노동정책 최종 지향점은 일자리 창출에 맞춰질 것 같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새 정부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과거 정부가 강조했던 공공근로형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아닌, 기업투자 확대형 본원적 일자리 창출이 정책의 기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노동정책에도 법과 원칙이 강조될 것이다. 최근 인수위에서 거론됐던 폴리스라인 지키기와 몇시간 만에 철회된 산업평화 T/F 기획 등은 과거 정부에서 고질화되다시피했던 ‘떼법’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간 우리의 노사관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 영향력이 큰 국가에서는 정부 정책이 민간 노사관계의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정부 군살빼기는 공공 및 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고용조정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는 연봉제 및 스톡옵션제 등 임금유연성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민간기업은 조직 슬림화와 팀제의 확대 실시 등 작업장 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10년간의 정부와는 사뭇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이동에 노동계가 어떠한 전략으로 대처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이를 두고 올해 노사관계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노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전념하려면 올 한해 노사정책의 물줄기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필자는 무엇보다 먼저 새 정부는 노사파트너십을 지향한다는 정책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살리기도 노사가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는 원초적인 진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조위에 새 정부가 해야 할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인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가경쟁력강화특위와 비견할 만한 ‘노사관계선진화특위’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세계경영전략연구소(IMD)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유독 노사관계 경쟁력에서 매년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위를 가동해 노사관계 경쟁력을 중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청사진 마련 작업에 하루빨리 착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 빈사상태에 놓인 노사정위원회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3년마다 사회협약을 추진하여 전 국민의 에너지를 결집해나가는 아일랜드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셋째, 덴마크식 상생적 유연안정성 모형(flexicurity)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약속하고, 노동계는 임금 및 노동시장의 유연성 개선에 협력하는 방식이다. 끝으로, 기업은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창출에 전념하여 경제주체간 교환관계에 의한 협동모형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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