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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광장] 명절 뒤의 안부

    [자치광장] 명절 뒤의 안부

    추석 연휴가 지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통시장 골목에는 송편과 과일, 전과 나물을 준비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만날 가족을 생각하며 장바구니를 채우는 얼굴에는 분주함 속에 설렘이 있었다. 역과 도로는 귀성객으로 붐볐고, 어느 집에서나 오랜만에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가 번졌다. 그러나 명절이 지나고 나면 다른 시간이 찾아온다. 가족들이 돌아간 집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는다. 남은 음식은 냉장고에 들어가고 거실 한쪽에는 접어둔 이불만 남는다. 누군가에게 추석은 반가운 만남의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혼자라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녀들이 떠난 뒤 더 크게 느껴지는 조용함, 끝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연휴, 전화 한 통을 기다리다 지나간 하루가 있다. 지금 지방정부가 먼저 봐야 할 문제는 바로 이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개인 감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강, 안전, 공동체의 문제다. 복지는 더이상 신청을 기다리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주민의 삶이 무너지기 전에 신호를 살피고 고립되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어려움은 대개 하나로 오지 않는다. 끼니의 문제 뒤에는 건강 문제가 있고, 또 뒤에는 관계의 단절이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명절 뒤 남은 음식보다 더 필요한 것은 안부 전화 한 통일 수 있다. 병원에 함께 갈 사람이 없는 일, 아플 때 연락할 사람이 없는 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일은 모두 삶의 안전과 연결돼 있다. 1인 가구 청년의 외로움도 다르지 않다. 바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면 그 역시 고립이다. 그래서 행정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책상 위 자료만으로는 주민의 외로움을 알기 어렵다. 동주민센터와 복지관, 통장·반장뿐 아니라 약국, 편의점, 아파트 경비원, 이웃이 함께 촘촘한 안부망이 되어야 한다. 며칠째 우편물이 쌓여 있는 집, 평소보다 외출이 줄어든 어르신, 명절 이후 안부를 나눌 사람이 없는 이웃을 지역사회가 함께 살펴야 한다. 민선 9기 동대문구는 외로움과 고립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외로움돌봄과를 신설해 1인 가구와 고립 위험 가구를 더 세심하게 찾고 상담·복지·건강·생활 지원을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어 가려 한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다. 행정이 문을 두드리고, 이웃이 안부를 묻고, 지역사회가 다시 연결될 때 고립의 틈은 조금씩 좁혀진다. 추석의 의미도 결국 ‘연결’에 있다. 가족이 모이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다. 그 온기가 명절 며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명절 뒤 더 조용해진 삶을 살피는 일, 그리고 그곳에 먼저 안부를 전하는 일. 이것이 명절 이후 행정이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거창한 정책보다 한 번의 안부가 사람을 살릴 때가 있다. 복잡한 제도보다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먼저일 때가 있다. 연휴가 끝난 뒤 더 조용해진 집을 살피는 일, 혼자 남은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일,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의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는 일은 전국 모든 지방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일이다. 안부를 묻는 일이 일상이 될 때, 외로움은 조금씩 줄어든다. 지방정부의 행정과 이웃의 마음이 함께 닿을 때, 우리는 누구도 혼자 남겨지지 않는 공동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최동민 서울 동대문구청장
  • 北 무기 4종 ‘섞어쏘기’…韓은 1515억 ‘호혜적 경협’ 준비 [권윤희의 월드뷰]

    北 무기 4종 ‘섞어쏘기’…韓은 1515억 ‘호혜적 경협’ 준비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뒤 군사분계선(MDL) 국경선화와 대남 타격전력 증강에 나섰고, 최근에는 미사일·방사포·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는 복합타격 훈련까지 벌였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통일지향의 평화적인 두 국가관계’로 전환한다는 구상 아래 의료지원과 관광·철도·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해 사업과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인도지원은 정치·군사 상황과 분리하더라도 정부가 ‘호혜적’이라고 규정한 경협은 북한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북핵 조치 등 상응행동에 맞춰 개시·확대·중단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국을 ‘적대적인 두 국가’의 상대방으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대를 사실상 국경선화하는 한편 대남 타격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다 무인기·순항미사일·방사포·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운용하는 ‘섞어쏘기’ 훈련까지 벌였다. 한국 정부는 반대로 남북관계 복원을 전제로 의료지원과 관광·철도·경제협력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순항·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무인기 등 네 가지 무기를 한 번에 발사하는 합동 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공개한 14일,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사업은 정치적, 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는 원칙을 갖고 (남북협력기금을 편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적대정책이 제도와 군사태세로 구체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세운 ‘호혜적 남북 교류협력’에 북한의 어떤 상응조치를 연계할지가 대북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적대적 두 국가’ 제도화…MDL 국경선화·타격전력 강화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은 헌법에서 ‘조국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했고 이달 공개된 개정 노동당 규약에서도 ‘평화통일’을 지웠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등 과거 남북협력의 상징도 철거했다. 접경지역에서는 단절 기조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2024년부터 MDL 일대에 철책과 지뢰지대, 불모지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군은 신형 방사포와 자주포, 전술미사일 등 신규 무기체계의 접경지역 배치도 추진 중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600㎜ 초대형 방사포의 전방 작전배치도 준비 중인 것으로 평가한다. 미사일 발사도 이어졌다. 북한은 지난달 6일과 12일, 20일에 이어 이달 12일까지 최근 한 달여 동안 네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2일 발사는 올해 들어 13번째였고 한미일 정례 다영역훈련 ‘프리덤 에지’ 종료 다음 날 이뤄졌다. 북한은 14일 이 발사가 장거리포·미사일 부대의 협동 화력습격훈련이었다고 공개했다. 공격무인기와 전략순항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전술탄도미사일 등 네 종류의 타격수단을 함께 운용하고 ‘통합 화력 지휘체계’ 가동 절차를 숙달했다고 밝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번 훈련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복합타격 전훈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속도와 비행고도, 접근 경로가 다른 무기체계를 동시에 운용해 한국군의 탐지·추적·요격 부담을 높이는 전술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관광·철도 ‘레디 투 고’…경협 예산 1515억원 편성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런 북한의 단절 기조와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적대적인 두 외국관계’를 ‘통일지향의 평화적인 두 국가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과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접촉과 교류를 복원해 군사적 긴장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제5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는 ‘국민이 공감하는 호혜적 남북 교류협력’을 중점 추진과제로 담았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난해 11월 준공된 평양 강동군 병원에 진단·수술·치료용 의료장비 166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인도적 제재 면제도 받아놓았다. 이는 통일부의 ‘4대 평화교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보건의료 협력 보따리’ 일환이다. 통일부는 관광과 철도, 경제협력도 남북관계 재개에 맞춰 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원산갈마 평화관광과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연결, 광역두만개발계획(GTI) 연계 협력 등이 ‘레디 투 고’ 사업에 포함됐다. 경협 재원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올해 ‘기타 경제협력사업’ 본예산 1789억 2500만원 가운데 8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1억 6000만원으로 집행률이 0.09%에 그쳤지만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1515억 8400만원을 편성했다. 경협기반융자는 올해 590억원에서 1994억원으로 늘렸다.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은 1조 115억원 규모다. 기금은 실제 남북협력사업이 시작되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자금을 배정받아 집행한다. 통일부는 경협 예산을 남북 교류협력 재개에 대비해 미리 마련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지원은 정치와 분리…경협에는 ‘호혜’ 원칙정부가 사업과 재원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대화가 열릴 경우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9·19 군사합의 복원과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을 추진하고 북핵 문제에서는 핵 활동 ‘우선 중단’을 거쳐 평화체제를 논의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것도 정부가 주목하는 기회다. 미국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통일부는 북미대화 재개를 남북대화 복원의 계기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북한은 대화 재개 움직임과 별개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굳히고 핵·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지원과 경협 준비를 앞당기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강동군 병원 의료장비 지원을 “굴종적 대북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안에서도 통일부 구상의 현실성을 둘러싼 이견이 드러났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을 “이상주의적”이라고 평가하고 일부 내용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북한 호칭 등 일부 제안이 정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거론하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류를 재개하면 북한의 대남정책도 바뀔 것이라는 전제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적대와 교류의 병행: 북·제주 접촉이 보여주는 북한의 대남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이 필요한 지원은 요청하면서도 이를 남북관계 개선으로 확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적대적 두 국가’ 체제에서는 북한이 필요한 교류만 받아들이면서 대남 적대정책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인도지원은 북한의 군사행동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대북 인도적 사업은 정치적, 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동군 병원 의료장비 지원도 이 원칙에 따라 추진한다. 북한 상응조치 따라 경협 개시·확대·중단 기준 세워야다만 ‘호혜적 남북 교류협력’을 실제 정책으로 만들려면 북한의 상응조치에 따라 사업의 단계와 범위를 조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9·19 군사합의 복원과 우발적 충돌 방지, 군 통신선 복구 등 군사적 긴장완화가 이뤄지면 관광·민간교류부터 재개하고, 북핵 활동 중단과 미사일 발사 자제 등 추가 조치가 뒤따를 경우 철도·경제협력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탄도미사일 발사나 접경지역 무력시위 등 적대행위가 이어지거나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신규 사업을 보류하고 기존 사업의 확대를 중단하는 원칙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북한은 남북협력 시설을 철거하고 MDL 일대를 국경선화하는 한편 대남 타격전력과 복합타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이를 평화적 공존과 교류로 돌리려면 경협의 규모와 속도도 북한의 행동 변화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무엇을 지원할지뿐 아니라 북한의 어떤 행동에 무엇을 열고 닫을지를 정해야 ‘호혜’가 실제 대북정책의 원칙으로 작동할 수 있다.
  • 어르신 안부 묻는 한 끼의 힘… 밀키트로 ‘돌봄 공백’ 채웠다

    어르신 안부 묻는 한 끼의 힘… 밀키트로 ‘돌봄 공백’ 채웠다

    사회복지사가 밀키트 들고 방문식생활·건강·주거 위기까지 살펴지금까지 176명 맞춤형 돌봄 제공지자체 복지망 연결해 통합 지원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 뒷골목. 경차가 대로를 벗어나 비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늘은 그래도 덜한 편이에요. 한여름엔 숨쉬기조차 힘들거든요.” 뒷좌석에는 이날 여덟 가구에 전할 청국장 밀키트와 방울토마토가 실려 있었다. 이아름 서울시 성동구 재가 노인복지기관 사회복지사를 따라 고산자로와 살곶이길, 동일로, 송정길, 뚝섬로 일대를 돌았다. 번화가에서 골목 하나만 꺾어 들어가도 딴 세상이 펼쳐졌다. 가파른 계단과 좁은 골목 끝에는 방 한 칸, 부엌 한 칸짜리 작은 집들이 숨어 있었다. 첫 목적지는 홀로 사는 70대 이모 씨의 집이었다. 이 씨는 사흘째 휴대전화를 꺼둔 상태였다. 문을 열자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물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사회복지사는 밀키트를 건넨 뒤 한동안 집 안을 살폈다. “주거 환경 정리가 시급해 주민센터에 의뢰해야겠어요.” 한 끼를 전하러 왔다가 집 안 정리에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배달은 법정 전문 모금·배분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가 지원하는 ‘재가 어르신 돌봄 공백 제로(Zero)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어르신들에게 고기와 과일 등 신선식품부터 밀키트 같은 간편조리식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서울시 성동구 재가 노인복지기관은 성동구청과 동주민센터, 보건소, 복지기관의 서비스를 조사해 데이터베이스(DB)와 자원지도를 만들었다. 이어 기존 사례관리 대상자와 동주민센터가 추천한 60세 이상 어르신을 직접 찾아가 건강과 식생활, 주거 환경을 살폈다. 조사 결과를 놓고 통합돌봄 지원 회의를 열어 기존 공적 서비스로 채우지 못한 부분을 확인하고 영양 관리와 퇴원 환자식, 비급여 의료비 지원을 연결했다. 총사업비 9470만원. 지금까지 지원받은 어르신은 176명이다. 영양 관리 570회, 퇴원 환자식 420회, 비급여 의료비 69회 등 총 1059회의 틈새 돌봄이 이뤄졌다. 어르신마다 필요한 도움은 달랐다. 유모(85) 씨는 1년 전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 집 밖에 거의 나가지 못했다. “장을 어디로 보러 가. 바깥에 나갈 수가 없어. 그냥 김치 씻어서 먹었지.” 밥을 해놓고도 입맛이 없으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유 씨는 “밀키트로 음식을 해 먹으면 다음 날 점심까지 든든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간암을 앓던 큰아들을 살리려 가진 돈을 모두 썼지만 결국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다른 자녀들과는 연락이 끊겼는데도 자녀의 소득과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아들 살리겠다고 돈 다 썼는데 사람은 가고 빈털터리만 남았어. 자식 있어 봐야 남이야.” 집주인은 재개발을 앞두고 유 씨에게 퇴거까지 통보했다. 식사와 건강 문제에 가족관계 단절, 주거 불안까지 겹쳤다. 유 씨는 사회복지사의 방문 조사를 거쳐 새로 지원 대상이 됐다. 식단 조절이 필요한 어르신에게는 맞춤형 돌봄이 필요했다. 90대 노모를 돌보는 딸 강모(60) 씨는 “재료가 정갈하게 손질돼 오는 밀키트는 양념을 조절해 끓일 수 있어 훨씬 낫다”며 “이 지원이 끊기면 어쩌나 늘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놨다. 강 씨의 어머니는 뇌전증과 치매, 당뇨를 앓고 있다. 강 씨도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지만 어머니 곁을 오래 비우기 어렵다. 어머니 왕진에 든 비급여 의료비도 이 사업을 통해 지원받았다. 강 씨는 왕진 치료 이후 심하게 부었던 어머니의 다리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이 사회복지사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어르신들의 욕구를 조사한 결과 식생활과 의료 분야의 공백이 가장 많이 확인됐다”며 “밀키트를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돌봄의 일부”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의 얼굴빛과 목소리, 집 안 상태를 살펴 일지에 꼼꼼히 기록하고 동주민센터 담당자와 공유한다. 거의 누워 지내면서도 환자식 지원을 받지 못하던 어르신을 찾아내 주민센터에 긴급 의뢰한 적도 있었다. 유승연 서울시 성동구 재가 노인복지기관 관장은 돌봄 공백이 단지 자원 부족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제각각 사업을 운영하고 서비스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어떤 지원이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 관장은 “서류상으로는 자녀가 있거나 집을 가진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집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어르신이 많다”며 “이런 분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통합돌봄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덟 가구를 모두 돌아보는 데는 3시간가량 걸렸다. 한 집에 머문 시간은 10분 남짓. 짧은 방문이었지만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의 식사와 건강, 생활의 변화를 세심히 살폈다. 보랭 백에 담긴 밀키트는 어르신의 속을 덥힐 한 끼이자, 고립된 방 안으로 건네는 세상의 안부였다. 공동 기획 - 서울신문, 사랑의열매
  • “너희는 중국 대만일 뿐”… 무전으로 언쟁 벌인 대만 해협 4000t급 함정의 대치 현장 [밀리터리노트]

    “너희는 중국 대만일 뿐”… 무전으로 언쟁 벌인 대만 해협 4000t급 함정의 대치 현장 [밀리터리노트]

    남중국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 인근 해역에서 대만 해경과 중국 해경 함정이 일대일 밀착 대치를 벌이며 격렬한 무전 설전을 벌였다.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행정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해상 관할권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4000t급 윈린함 출동… 프라타스 해역서 벌어진 1대1 밀착 감시8일 대만 해순서(해경)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5시쯤 중국 해경선(3501)이 프라타스 군도 제한 수역 인근으로 접근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 해경선이 오전 8시쯤 제한 수역 내부로 진입하자, 대만은 즉시 관할 해순서 소속 4000t급 대형 순시선인 ‘윈린함’을 현장에 긴급 파견해 밀착 감시 및 퇴거 작전에 돌입했다. 윈린함은 현장에서 중국어와 영어를 교대로 사용하며 경고 방송을 실시하고 즉시 해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해경선은 퇴거 요청에 응하는 대신 해상 연락 채널을 통해 “너희는 ‘중국 대만’일 뿐”이라며 대만의 주권을 일축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반드시 중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무전 메시지를 날렸다. 이에 윈린함 역시 즉각 무전으로 응수했다. 대만 측은 “중화민국(대만)은 주권 독립 국가로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으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자 현상”이라며 주권 수호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해만 12번째 진입… ‘관할권 허상’ 노린 중국의 인지전 대만 당국은 중국 해경선이 프라타스 군도 인근 해역에 진입해 퇴거 조치된 사례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2차례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행보를 대만의 실효 지배를 흔들고 해상 관할권을 넓히려는 전형적인 ‘인지전’(Cognitive Warfare) 및 ‘회색지대’(Grey Zone) 도발로 분석한다. 법 집행을 명분으로 해경선을 지속 침투시켜 해당 해역이 마치 중국의 관할 아래 있는 듯한 ‘허상’을 조작하고, 대만 내부의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면적 1.79㎢ 외딴섬, 양안 안보의 최대 요충지인 이유 중국이 프라타스 군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이 가진 압도적인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프라타스 군도는 면적이 1.79㎢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중국의 핵심 항공모함인 산둥함과 푸젠함이 배치된 하이난다오(海南島)와 태평양 진출 길목인 바시해협 사이에 있다. 특히 대만 본섬에서는 약 440㎞ 떨어져 있지만, 중국 광둥성에서는 불과 260㎞ 거리에 있다. 중국이 대만 본섬을 침공하기 전 전초기지 확보나 해상 봉쇄를 목적으로 기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대만 측이 방어하기 가장 까다로운 약점으로 꼽힌다. 대만 해순서는 “프라타스 군도와 주변 해역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중국의 도발적 정치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양안 간 대화 채널이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서해와 남중국해를 잇는 해상 국경지대의 군사적·행정적 마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가슴까지 진흙… 수색 엄두 못 내”

    티베트 호수 범람… 2차 홍수 우려생사 알고 싶어도 섣불리 못 움직여하류로 떠내려오는 시신 확인만“집도, 동료들도 모두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습니다. 찾으러 가야 하는데 갈 수도 없어요. 또 홍수가 나면 어떡하나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네팔을 덮친 지 닷새째인 30일(현지시간).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무너진 집으로 돌아가지도, 실종된 가족과 동료를 찾아 나서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피해 현장에는 여전히 토사가 쌓여 있고 도로까지 끊겨 수색·구조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라수와 지역에서 짐을 나르는 ‘포터’로 일하는 루다르 라마(41)는 지난 26일 홍수가 마을을 덮치기 10분 전 가까스로 몸을 피했다. 산 위에 있던 동료들이 “빨리 도망가”라고 알려준 덕분이다. 그는 목숨을 건졌지만 집은 거센 물살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카트만두로 대피한 루다르는 서울신문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동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지만 다시 홍수가 날까 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다”며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실종된 가족과 동료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도 피해 현장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폭우로 쏟아진 진흙과 토사가 곳곳을 가로막아 구조대조차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라수와의 칠리메 수력발전소 터널 구조 작업에 참여한 젠젠 라마(36)는 서울신문에 “터널 안쪽 120~ 130m까지 진입했지만 진흙이 가슴 높이까지 차올라 더는 들어갈 수 없었다”며 “기상 악화까지 겹쳐 다른 수력발전소 수색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피해 지역에는 추가 홍수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강물을 가로막아 중국 티베트 자치구 상류에 형성된 ‘자연댐 호수’가 지난 28일 범람했다. 이 때문에 구조 작업이 약 90분간 중단되고 주민 대피령도 내려졌다. 넘친 물은 하류인 네팔 라수와의 보테코시강으로 흘러들어 강 수위도 상승했다. 현지에는 다음달 1일까지 비가 예보돼 수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가 범람 우려에 도로까지 끊기면서 피해 지역은 사실상 외부와 단절됐다. 군과 경찰도 헬기 없이는 접근하기 어렵다. 네팔에서 활동 중인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문광진 선교사는 “피해가 집중된 라수와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각국 수색팀은 라수와 남쪽 비두르 지역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하류로 떠내려오는 시신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이부진 아들도 입증한 ‘수능 대박’ 비결…재수생 10명 중 7명이 실천했다

    이부진 아들도 입증한 ‘수능 대박’ 비결…재수생 10명 중 7명이 실천했다

    서울대 26학번이 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아들 임모 군이 고교 시절 3년 동안 스마트폰을 끊었다고 밝혀 화제가 된 가운데, 실제 재수를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올리는 데 성공한 수험생 10명 중 7명이 미디어 사용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진학사가 2026학년도 수능에서 전년도보다 성적이 오른 재수생 8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5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9%가 “소셜 미디어(SNS)와 유튜브 등 미디어 사용을 조절했다”고 답했다. SNS와 유튜브 등 미디어를 “완전히 차단했다”는 응답은 12.6%로 집계됐으며. 62.4%는 “최소한으로 사용했다”고 답했다. 다만 “현역(재학생) 때와 비슷하게 사용했다”는 응답은 20.9%, “오히려 더 많이 사용했다”는 응답도 4.2%로 나타났다. 앞서 2026학년도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수시 모집으로 서울대 경제학부에 합격한 임군은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후배들을 상대로 입시 비결에 대해 강연하며 “3년간 스마트폰, 게임과의 완전한 단절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군은 이러한 결단이 “집중력과 몰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자신한다”면서 “모든 시험을 마치고 난 날, 3년 만에 맛보는 (스마트폰과 게임 등의) 즐거움도 꽤 괜찮았다”고 돌이켰다. 한편 진학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재수를 하면서 인간관계를 줄였다는 수험생도 83.7%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58.3%는 “필요한 연락만 유지했다”고 답했으며, “거의 차단했다”는 응답도 25.4%로 집계됐다. “주말에만 만났다”는 응답은 8.1%였으며, “고3 때와 비슷하게 유지했다”는 답변은 7.4%에 그쳤다. 진학사 측은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학습 계획뿐 아니라 공부를 방해하는 생활 요소를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를 일률적으로 끊거나 미디어를 무조건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학습 리듬을 흔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조절하는 것”이라며 “학습 계획뿐 아니라 인간관계, 미디어 사용, 휴식 시간까지 현실적으로 관리해 수능 날까지 유지할 수 있는 생활 패턴을 만드는 것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서동주, 동생과 연 끊었다…“남은 가족은 엄마뿐”

    서동주, 동생과 연 끊었다…“남은 가족은 엄마뿐”

    방송인 서동주가 어머니 서정희와의 각별하고도 깊은 모녀 관계를 고백했다. 서동주는 최근 개인 채널에 “모녀 관계는 그 어떤 관계보다도 어렵고 심오한 관계인 것 같다”며 진솔한 마음을 밝혔다. 서동주는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동생과도 연락을 하지 않는 저에게 이제 남은 가족은 엄마 한 사람뿐”이라며 “요즘 들어 더 의지하게 되고, 점점 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녀 관계의 완성은 엄마가 나를 딸이기 전에 한 명의 여성으로 바라봐 주고, 나 또한 엄마를 엄마이기 전에 한 명의 여성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며 “그제야 서로에게 기대했던 것들을 조금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내용을 접한 한 누리꾼이 “동생과는 왜 연락하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서동주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여러 일이 닥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대화하다가 뭔가 툭 끊어졌다”며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단절되게 된 배경을 답했다. 한편, 서동주는 방송인 고(故) 서세원과 서정희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서세원과 서정희는 2015년 서세원의 폭행 혐의로 이혼했다. 이후 2023년 서세원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인병원에서 정맥주사(링거)를 투여받던 중 심정지 상태에 빠져 사망했다. 서동주는 미국 명문 대학인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현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법조인으로 활동했다. 지난 2020년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는 방송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4살 연하의 비연예인 남성과 재혼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서동주의 남동생 서종우(개명 전 이름 서동천)는 예명 미로로 2007년 ‘미로밴드’로 데뷔해 활동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동갑내기 동창생과 2013년 결혼했다. 이후 2022년에 어머니인 서정희 ”알라바마 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인 아들“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공개하며 근황을 전한 바 있다.
  • 경기 ‘폰 프리 스쿨’ 도민 77% 찬성

    경기 ‘폰 프리 스쿨’ 도민 77% 찬성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제1호 공약으로 내세운 ‘폰 프리 스쿨(스마트폰 없는 학교)’에 대해 경기도민 10명 중 8명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달 27~29일 도내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한 결과, 학교 내 스마트폰 수거·보관에 응답자의 77.3%가 공감했다. 특히 자녀를 둔 학부모(84%)의 공감도가 높았다. 학교 자율에 맡겨온 규정에 대해서는 52.5%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고, 규제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제도적 일괄 규제’(67.7%)가 ‘개별 학교 재량’(24.8%)을 크게 앞섰다.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70.2%가 긍정적으로 봤다. 기대 이유로는 원활한 수업 진행과 교권 보호(27.6%), 학업 집중도 향상(24.6%) 순으로 답했다. 다만 학생 반발(34.7%)과 긴급 상황 시 연락 단절(23.6%)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났다. 등교할 때 제출하고 하교할 때 돌려받는 방식(51.6%)을 가장 선호했고, 적용 범위는 초·중·고 전체(33.1%), ‘초등 전 학년’(27.2%) 순이었다. 도입 시기는 ‘즉시 도입’(43.2%)이 가장 많았고, ‘시범학교 운영 후 단계적 확대’(29.5%), ‘충분한 사회적 합의 후 시행’(21.1%)이 뒤를 이었다. ‘폰 프리 스쿨’은 학생들이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스마트기기 사용에서 벗어나 배움과 관계 형성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초중등교육법 개정과 무관치 않다. 개정법은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수거·보관 기준은 학교 학칙에 맡겨둬 학교별로 운영 방식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안 교육감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간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거쳐 학교 교육력 회복의 첫걸음을 내딛겠다”고 밝혔다.
  • 안민석 ‘폰 프리 스쿨’ 탄력받나?…경기도민 77% 찬성

    안민석 ‘폰 프리 스쿨’ 탄력받나?…경기도민 77% 찬성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제1호 공약으로 내세운 ‘폰 프리 스쿨(스마트폰 없는 학교)’에 대해 경기도민 10명 중 8명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달 27~29일 도내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웹 방식(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내 스마트폰 수거·보관에 응답자의 77.3%가 공감했다. 특히 자녀를 둔 학부모(84%)의 공감도가 높았다. 학교 자율에 맡겨온 규정에 대해선 52.5%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고, 규제 방식을 묻는 질문에 ‘제도적 일괄 규제’(67.7%)가 ‘개별 학교 재량’(24.8%)을 크게 앞섰다.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70.2%가 긍정적으로 봤다. 기대 이유로는 원활한 수업 진행과 교권 보호(27.6%), 학업 집중도 향상(24.6%) 순으로 답했다. 다만 학생 반발(34.7%)과 긴급 상황 시 연락 단절(23.6%)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났다. 등교할 때 제출하고 하교할 때 돌려받는 방식(51.6%)을 가장 선호했고 적용 범위는 초·중·고 전체(33.1%), ‘초등 전 학년’(27.2%) 순이었다. 도입 시기는 ‘즉시 도입’(43.2%)이 가장 많았고 ‘시범학교 운영 후 단계적 확대’(29.5%), ‘충분한 사회적 합의 후 시행’(21.1%)이 뒤를 이었다. 도교육청은 폰 프리 스쿨 추진단 구성,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교육공동체 공감대 형성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LAS(Literacy·Arte·Sports, 문해력·문화예술·스포츠) 교육과 연계해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학교 교육력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간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거쳐 학교 교육력 회복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겠다”고 밝혔다.
  • 빚의 무게와 마음의 위기: 과중채무자 심리정서 지원의 필요성 [기고]

    빚의 무게와 마음의 위기: 과중채무자 심리정서 지원의 필요성 [기고]

    빚은 통장의 숫자만 갉아먹지 않는다. 짊어진 사람의 마음까지 잠식한다. 빚 감당이 어려워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들을 심층 면접할 때면 이들에게 빚은 ‘갚아야 할 의무’ 그 이상임을 알게 된다. 어떤 이에게 빚은 ‘잘못’이고, 또는 ‘죄악’이기도 했으며, 누군가에겐 ‘점점 내 삶을 망가뜨리는 암세포 같은 질병’이었다. 채무자는 잘못한 사람, 죄인, 병자가 된다. 빚이 돈을 갚는 문제를 넘어 한 사람의 삶을 ‘잘못 산 인생’으로 덧칠해 버릴 때, 그 고통은 재무의 영역을 훌쩍 넘어선다. 채무자들은 빚 자체도 어렵지만 뒤따르는 무시와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추심 전화, 집과 직장으로 찾아오겠다는 연락, 사채를 끌어다 썼느냐는 직장에서의 모욕. 빚을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적 냉대가 적나라하고 가혹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한 채무자는 ‘사람의 피를 말리는 경험’이라고 했다. 가족 앞이라고 해서 덜 힘든 건 아니다. 집에 ‘빨간 딱지’가 붙던 날 가족 앞에서 인간쓰레기가 된 것 같았다던 어느 가장의 말은, 채무가 한 사람의 자존감을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채무자의 내면을 파고든다. 사회적 낙인을 오래 경험한 사람은 그 부정적 시선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여 내면화한다. 다 내 탓이고, 내가 잘못한 것이라는 자책, 나는 이런 수모를 당해도 싸다는 체념은 우울과 불안, 불면, 심지어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으로도 이어진다. 보건복지부의 심리 부검 결과 자살사망자 중 부채나 수입 감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비율이 약 60%로 나타났다. 개인회생 청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표본의 3명 중 1명이 채무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빚의 무게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채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차별, 비난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채무자들은 자신의 빚을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간직한다. 가족에게도, 가까운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버틴다. 옷차림까지도 주의하며 궁한 처지를 감추는 동안, 정작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과 제도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많은 채무자가 채무조정제도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제도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고 감추고 싶은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자기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제도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경우도 있다. 빚을 떠올리는 일 자체가 두려워 채무자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몇 년을 회피한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과중 채무자에 대한 지원이 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채무조정은 변제 부담을 덜어 다시 살아갈 길을 열어주는 소중한 제도다. 그러나 빚이 남긴 수치심과 자책, 단절된 관계와 무너진 자존감까지 저절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고통과 정신적 위기에 직면한 채무자에게는 원리금 조정, 분할납부, 상환유예 못지않게 마음의 짐을 함께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채무조정이 성공하기 위해 사회적·정서적 지지도 중요한 이유다. 과중 채무자에게 심리 정서 지원을 제공하는 일은 덤이 아니라 재기를 위한 기반이다. 빚을 갚으려면 일자리와 소득이 필요하고, 일자리와 소득을 지키려면 심리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 추심의 공포에서 벗어나니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어느 채무자의 고백처럼, 심리 정서적 안정은 성실한 상환과 경제적 재기의 조건이다. 심리 정서 지원은 자기 낙인의 사슬을 끊고, 빚을 ‘인생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곤경’으로 바라보게 돕는다. 이는 고립에서 관계로, 회피에서 회복으로, 좌절에서 재기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된다.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KB국민은행과 협업해 채무조정 신청자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도입한 ‘마음돌봄 상담서비스’는 좋은 사례다. 전문상담사를 통해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사업은 지난 6개월간 약 2700명이 이용했다. 이들 중 열에 아홉은 심리적 위기 상태로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용자들은 10점 만점에 9점을 부여할 정도로 제공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이러한 접근은 비용이 아니다. 사회적 투자다. 채무로 인해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멈추고 사회에서 낙오하면, 그 고통은 개인과 가족을 삼키고 인적자원의 사장이라는 사회적 손실로 돌아온다. 반대로 심리 정서적 회복을 병행하는 채무조정은 변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경제적 재기의 가능성을 높인다. 채무조정과 함께 정신건강의 회복을 돕는 것은 결국 빚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빚이라는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변제 계획표를 건네는 것만큼 심리적·관계적 역량의 회복을 돕는 것도 절실하다. 채무조정에 심리 정서 지원을 결합하는 것은, 빚진 사람을 차갑게 대해 온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내미는 포용의 손길이다. 경제적으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보장하고, 그들의 심리적 회복까지 지원하는 사회야말로 성숙하고 품격 있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박정민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종신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이다. 연구분야는 빈곤, 다중격차, 사회적 배제와 포용이며 특히 빈곤, 가계부채, 주거와 삶의 질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 “오물에 엉킨 털만 7㎏” 쓰레기집서 구조된 개…몸에는 ‘암 덩어리’까지

    “오물에 엉킨 털만 7㎏” 쓰레기집서 구조된 개…몸에는 ‘암 덩어리’까지

    제주의 한 빌라에 오랜 시간 홀로 방치돼 있던 개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개는 피부병은 물론 간에서 암 덩어리까지 발견됐지만, 견주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8일 제주 유기견 보호소 ‘행복이네’에 따르면, 단체는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의 한 빌라 안에 오랫동안 방치된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구조에 나섰다. 경찰이 동행해 문을 강제로 개방했고, 그 안에서 참혹한 모습의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단체는 “30년 가까이 구조활동을 해오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참혹한 모습을 처음 마주한 순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며 “털은 바닥을 끌 정도로 길게 엉켜 있었고, 어디가 손이고 발인지, 귀조차 제대로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처참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개는 육안으로 봐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오랜 시간 홀로 버텨온 듯 지쳐 있었고, 엉킨 털 때문에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해 휘청거렸다. 치료에 앞서 개의 몸을 휘감고 있던 털을 깎아냈는데, 털 무게만 무려 6.76㎏에 달했다. 털을 잘라내자 숨겨져 있던 개의 얼굴이 드러났고, 견종은 코카스파니엘로 추정됐다. 단체는 개에게 ‘코돌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사 결과 코돌이는 피부병은 물론 간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견주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방치 행위 역시 동물학대에 포함된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단체는 “세상과 단절된 채 긴 시간 고통 속에 지내왔던 코돌이. 아직 치료와 회복 과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다시 세상을 배워갈 수 있길 바란다”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 [씨줄날줄] 처음 뒤집힌 “아이는 엄마가 집에서”

    [씨줄날줄] 처음 뒤집힌 “아이는 엄마가 집에서”

    북유럽의 육아 문화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라테파파’다. 육아휴직을 낸 아빠들이 유모차를 끌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풍경에서 유래한 말이다. 스웨덴 등지에서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일은 특별한 미담이 아니다. 돌봄은 엄마 한쪽의 의무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책임져야 할 노동이자 생활이라는 가치관이 제도와 문화로 정착한 결과다. 우리에게도 더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때 남성 육아휴직은 경력 단절이나 승진 불이익을 각오해야 하는 큰 결심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년 대비 60% 넘게 급증한 6만 7200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36.5%를 차지했다. 부모 맞돌봄을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이 맞물리면서 우리 일상에서도 ‘한국형 라테파파’를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대중문화도 새로운 세태를 발 빠르게 담아냈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아빠 육아 예능 프로그램들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인식의 변화를 잘 보여 준다. 아빠들이 홀로 아이와 씨름하는 모습이 안방극장에서 큰 공감을 얻으면서 남성의 육아 참여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어린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반대(34.12%)가 동의(33.83%)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첫 조사가 시행된 2007년만 해도 동의가 반대의 3배였던 점을 감안하면 18년 만에 오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실의 체감 속도는 아직 더디다. 하원 통보나 병원의 연락은 여전히 엄마의 몫이기 일쑤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상징했던 독박 육아의 그림자도 도처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그 굴레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부모 공동의 몫이라는 상식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 ‘남한, 사라져주세요’ 北, 금강산 면회소·개성 연락소 싹 다 밀었다…2국가 굳히기 본격화

    ‘남한, 사라져주세요’ 北, 금강산 면회소·개성 연락소 싹 다 밀었다…2국가 굳히기 본격화

    북한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 남측이 건립한 주요 남북협력 시설 철거를 사실상 마무리한 정황이 위성사진 분석에서 확인됐다. 최근 헌법에서 ‘조국통일’을 삭제하고 한국을 별개 국가로 전제한 영토 조항을 신설한 흐름과 맞물려, 남북 관계의 제도적·상징적 연결고리를 지우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의 프리미엄 분석 서비스 NK프로는 13일(현지시간)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이산가족면회소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개성공단지원센터 철거를 완료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2층 규모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2025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해체돼 같은 해 12월 기준 엘리베이터 일부만 남아 있었으며, 올해 2월 3일 마지막 구조물까지 철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수개월에 걸쳐 부지가 정리됐고, 현재는 사실상 빈터 상태다. 15층 규모 개성공단지원센터와 별도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도 2024년 12월부터 철거가 시작됐으며, 5월 중순 기준 잔해 정리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NK프로는 전했다. 두 시설 모두 12~1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체된 점에 대해 NK프로는 남측 건자재를 재활용하기 위한 부분 철거 방식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한국 정부가 약 500억원을 들여 2008년 완공한 시설이다. 현대아산이 운영을 맡았으며, 마지막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8년 8월 열렸다. 개성공단지원센터 역시 한국 정부가 약 530억원을 투입해 2009년 건립했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에는 사실상 사용되지 않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9월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 개소했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6월 대북전단 문제 등을 이유로 해당 건물을 폭파했고, 이후 일부 잔존했던 구조물도 이번 철거 작업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철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부터 추진해온 통일 개념 폐기 및 북한 내 남측 시설 제거 기조의 일환이다. 북한은 2023년 말부터 ‘남조선’ 대신 정식국호인 ‘대한민국’ 또는 ‘한국’ 표현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주창한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한 헌법 개정도 단행했다. “남으로 韓과 접해”…北, 영토조항 신설·통일삭제 ‘2국가’ 개헌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새 헌법 전문에 따르면 북한은 북측 지역만 영토로 규정한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조국통일 조항을 삭제하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창한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한 헌법 개정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헌법 서문·본문에 있던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동족 관계·통일 관련 표현이 모두 삭제됐다. 김일성·김정일 선대의 통일 위업 기술도 서문에서 사라졌다. 신설된 제2조는 북한 영역을 북쪽으로 중국·러시아,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한 영토와 그에 기초해 설정된 영해·영공으로 규정했다. 남북을 하나의 민족 내부 관계나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접한 별도 국가로 전제한 표현이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4년 1월 예고했던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또는 ‘주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은 이번 헌법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육·해상 경계선 역시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이를 헌법과 현장 조치로 구체화해 왔다. 2019년 금강산 관광지구 현지지도 이후 남측 시설 철거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남북 도로·철도 연결선 차단 등 물리적 단절 조치를 이어갔다. 이번 철거는 그 연장선에서 남측 시설을 북한 영토 안에서 지우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헌법에서는 한국을 ‘남쪽에 접한 국가’로 재규정하고, 현장에서는 과거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 시설을 없애는 방식으로 한국과의 거리두기를 헌법과 현장 조치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일부 공장 시설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경제적 실익보다는 정치·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 “가장 중요한 건 수형자와 공감… 끝까지 들어 주면 마음 열려요”[제44회 교정대상]

    “가장 중요한 건 수형자와 공감… 끝까지 들어 주면 마음 열려요”[제44회 교정대상]

    “가장 중요한 건 공감입니다. 진심으로 수형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면 마음을 엽니다.” ‘제44회 교정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권오영(57) 서울남부교도소 교감은 “교정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인 교정대상을 퇴직 2년을 앞두고 받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권 교감은 1995년 임용돼 30년 넘게 교정공무원으로 복무하며 수형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보안, 총무, 복지, 사회복귀, 직업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권 교감은 수형자의 교화를 위해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담을 할 때는 물론이고 만날 때마다 어떤 이야기든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직접 수형자의 가족을 만나기도 한다. 권 교감은 “집을 찾아가 보니 아내와 어린 딸이 냉장고도 없는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고 있더라”며 “사비를 털어 작은 냉장고 등을 사서 전달했다”고 했다. 권 교감은 2005년부터 남부교도소 인근에 있는 ‘에델마을’을 찾아 스포츠 경기 관람, 캠핑 등을 함께 하는 등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왔다. 자선야구대회를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복지시설에 기부했다. 권 교감은 “누군가는 돌봐야 사람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근정상】유성현 대전교도소 교감 2008년부터 대전교도소 봉사동호회 ‘희망세상’으로 활동하며 매년 300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정행정 구현에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법무부 대변인실 직원뉴미디어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약 1200명과 소통하고 법무정책 및 교정정책을 홍보하는 등 교정행정 이미지 제고에 힘썼다. 2017년 ‘교정실무’, 2019년 ‘대전교도소 100년사’를 각각 공동 집필해 교정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근정상】윤한석 울산구치소 교감 2019년 교정시설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관내 병원 및 유관기관 등에 협조를 요청하고 철저한 방역 활동을 펼쳤다. 2020년 의료과 근무 중 수용자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즉시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외부 병원으로 이송해 사고 방지에 힘썼다. 2022년 신입 수용자의 금지물품 소지 조사에서 자백을 유도했다. 지난해 수용자의 소지품에서 코카인 가루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하던 중 민원인과의 접견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실을 추가로 찾아내 검찰에 송치하는 등 법질서 확립에 기여했다. 【성실상】신용훈 강릉교도소 교감 2013년부터 후배 직원 약 30명의 결혼식과 선배 직원 12명의 퇴임식 영상을 직접 촬영·편집해 전달하며 따뜻한 직장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2010년부터 3년간 강릉시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매트 약 20점과 고장난 매트 50점을 무상 수리해 전달했다. 2017년 수용자가 옷걸이에 끈을 걸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신속히 상황을 전파해 응급처치 및 외부병원으로 이송 조치했다. 같은 해 강릉교도소 초대형 산불 당시 헬스장 주변 화재 현장을 초기 진압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에 적극 기여했다. 【성실상】심유섭 광주교도소 교감 2005년 의료과 근무 중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외부 병원으로 이송해 수용자의 생명을 보호했다. 2011년부터 흥산 보금자리요양원에서 청소, 목욕 등의 봉사활동을 하며 지역사회 복지 향상에 힘쓰고 있다. 2013년 법정구속 수용자에 대한 신체검사 과정에서 수용자가 갑자기 과호흡 증세를 보이자 즉시 응급조치를 실시해 사고를 막았다. 2021년 민원서류 업무를 담당하며 주민등록이 말소된 장기 수용자에 대한 주민등록증 재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교정행정 발전에 기여했다. 【창의상】김길성 군산교도소 교감 수용자 난동·진압을 위한 신형 진압술 개발요원으로 참여해 ‘신형 방패진압술’을 창안했고, 법무행정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등 교정행정 발전에 기여했다. 2002년 10월에는 ‘신입수용자 수용생활 안내’를 위한 동영상 프로그램을 제작해 전국 교정기관에 배포하는 등 수용질서 확립에 기여한 공로도 인정 받았다. 2003년 성모꽃마을 암환자호스피스에 기부를 시작으로 2009년 사회교정사목위원회, 2016년 유엔난민기구에 매월 정기 기부해 이웃사랑 및 지역사회 복지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창의상】박정수 안양교도소 교감 조사·징벌 수용동에 근무하며 수용질서 확립 및 수용자 교정교화에 기여했다. 2011년부터 3년간 정보공개담당자로 근무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투명한 교정행정을 구현했으며, 2012년 법무부 정보공개 기관 자체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받는데 크게 기여했다. 2021년에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임시 생활 중이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를 대상으로 태권도 교실을 운영해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함으로써 교정 이미지를 제고했다. 【수범상】서칠교 포항교도소 교위 2018년 8월 수용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외부의료시설 도착 전 호흡과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해 교정사고 예방에 기여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시기에는 격리수용동 근무를 지원해 공로도 인정 받았다. 2023년 2월부터는 교정훈련 체포 진압술 내부 강사로 활동하며 수용자 폭행사고를 예방했고, 2024년 4월에는 비행기 안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60대 승객을 발견하고 즉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실시해 인명 사고를 막아냈다. 【교화상】전병미 청주여자교도소 교감 전문적인 상담과 더불어 성폭력사범, 아동학대사범, 우울 특화 심리치료 프로그램 매뉴얼 개발 과정에 참여해 수용자 심리치료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2001년에는 ‘교정 현장 상담’ 집필 과정에 참여하며 수용자 상담 시 상담기법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권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교정공무원의 인권 의식 제고에도 기여했다. 2024년 청주여자교도소가 여성마약재활 전담교도소로 지정된 후 연 3회 회복이음 과정을 진행해 수용자의 사회복귀도 돕고 있다. 【박애상】김진연 부산구치소 교정위원 2006년 10월쯤부터 기독교 종교집회를 주관하면서 참석한 수용자들에게 떡과 과일 등을 지원해 종교 활동 활성화와 수용자 심리적 안정에 기여했다. 2008년부터는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는 취업창업협의회, 취업박람회 등에 10회 가량 참여하고, 수형자 취업 상담으로 출소자 자립 기반 마련과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도왔다. 2009년부터 각종 교정사고 발생에 노출된 수용자에 대해 개별 상담을 실시해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등 수용자 정서 순화와 심리적 안정에 이바지했다. 【자비상】조금순 청주교도소 교정위원 2006년 4월부터 불교법회를 주관해 수용자들이 심성 순화 시간을 갖도록 도왔다. 자매결연을 맺은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상담과 교리 교육을 실시해 참회를 통한 인성 회복을 유도했다. 2021년 11월쯤부터 ‘감사와 꿈노트 및 독후감 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수용자 사연에 공감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앞장섰다. 2023년부터 매달 불교 영성훈련 교화행사를 개최해 심리 치료가 필요한 성폭력 사범 수형자들에게 상담과 교육을 실시하고 심리적 안정과 건전한 사회 복귀에 힘쓰고 있다. 【자애상】신원건 경북북부제1교도소 교정위원 2004년 12월 교정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다수의 인사를 교정협의회에 추천하고 교정교화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교정행정 발전에 기여했다. 2004년 12월부터 …1153명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천주교 자매결연을 맺어 수용생활 고충 해소, 심적 안정 도모, 수용자 교정교화를 도왔다. 2007년 무연고 수용자의 수용생활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뒤 총 14회에 걸쳐 155만원의 보관금을 지원했다. 2017년 사단법인 꿈나눔 빛과 소금 재단을 설립해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를 펼치면서  지역사회 나눔에 기여하고 있다. 【봉사상】김형순 서울구치소 교정위원 2004년부터 원불교 법회, 수용자 노래자랑 등 각종 교화 행사에 총 428회 참여하고, 원불교 교리를 지도하면서 수용자가 건전하게 사회 복귀할 기반을 마련했다. 또 떡과 과일 등 음식물을 지원하며 종교 활동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에 기여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수용자 합동 생일 교회, 어버이날 맞이 고령수용자 합동 위로회 등에 참여해 가족관계 단절로 찾아오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했다. 2016년부턴 여름 폭염으로 고통받는 수용자들에게 생수와 생활 안정지원금을 기증했다. 【봉사상】백남선 홍성교도소 교정위원 2014년부터 설·추석 등 명절에 진행되는 멘토링 행사에서 수용자들을 위로하면서 다과 등 음식물을 제공해 수용자들의 정서 순화와 심리적 안정에 기여했다. 2021년 코로나19가 확산된 시기엔 수용자들이 참여하는 ‘감사와 꿈 노트 쓰기’ 등에 참석해 수상자 58명에게 상금 300만원을 지원했다. 2023년 탈북민 수형자의 독학사 시험 준비를 위해 교재 비용을 제공했다. 지난해부턴 수용자 생일 축하 관련 교화 행사에서 수용자 교정 교화에 힘썼고, 도배지와 장판 등을 기부해 시설 환경 개선에 공헌했다. 【봉사상】서영수 해남교도소 교정위원 2010년 해남교도소 교정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설 명절을 맞아 총 374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지원하는 등 수용자들의 심신을 위로하고 안정적인 수용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13년 6월부터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수용자 자녀에게 151회에 걸쳐 총 2100만원을 지원하며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에 기여했다. 2014년 제6기 교정위원 전문화교육과정에 참여해 수용자 재사회화 및 교화 상담에 관한 이론과 실무를 체계적으로 이수하며 전문성 향상에 힘을 쏟았다. 【봉사상】신근철 대구구치소 교정위원 2001년부터 대구구치소 교정협의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정기총회, 간담회, 문화행사, 보라미봉사활동 등 각종 행사에서 수용자 교정교화 및 교정 행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08년엔 대구 서부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이사 및 생활지원위원장을 맡아 심리적 안정, 사회적 재활 등 범죄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12년부터 무더위에 지친 수용자들을 위해 14회에 걸쳐 500만원 상당의 생수를 제공하면서 수용자들의 안정된 생활과 건강 증진에 힘썼다. 【장려상】김주심 안양교도소 교정위원 1996년부터 7년여 동안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미용 봉사를 실천하며 지역사회 소외계층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 2009년부터는 정기적으로 교도소를 방문해 심리적 불안을 겪는 수용자에게 맞춤형 상담을 실시하며 교정사고 예방에 힘을 쏟았다. 무연고 수용자 등 사회적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이들과 1대 1 자매결연을 하고, 수용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 2023년부터는 장애인 수용자 보조강사로 활동하며 월 2회 수화 교육을 지원하는 등 수용자의 처우 향상과 안정적인 수용 생활에 앞장섰다. 【교정발전특별상】도영택 국군교도소 군무원 2014년부터 불우아동을 위한 정기 후원에 동참하며 공직자로서 봉사를 실천했다. 고충상담을 통해 군 수용자에게 취업 정보를 제공하여 심리적 안정과 교정교화를 유도하고, 수용 질서 확립에 공헌했다. 국군교도소 신축 등 주요 시설 사업 TF를 담당하며 가족 만남의 집과 통합관제소 준공, 종합성전 리모델링을 이끌어 수용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2019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식당 칸막이 설치와 방역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해 교정시설 내 감염을 차단하고 수용 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 [단독] “쉬워서” “연애라니까”… 뻔뻔한 그놈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단독] “쉬워서” “연애라니까”… 뻔뻔한 그놈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평범한 얼굴의 가해자들채팅 앱 5~6개 돌려 가면서 사용“편하게 해주고 상담해준 게 전부신고할 것 같으면 그냥 돌려보내”범행 당시의 용이함 거듭 강조해선택권 빼앗는 그루밍 6단계“취미 공유하자”… 또래처럼 행동신상정보를 협박 수단으로 활용고립·단절·착취까지 단계적 유인동의한 것처럼 만들어 범죄 희석서로의 범죄 수법 공유가해자 중엔 교사·경찰까지 있어일부는 끝까지 ‘연애했다’고 주장인증 필요한 SNS 비밀방 만들어수법 퍼뜨리며 유사 범죄 양산도 가해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난 석 달, 수감 중인 성착취 가해자 여러 명에게 접견을 신청했다. 거절이 거듭됐다. 실제 면담이 성사된 것은 두 명뿐이었다.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하루 한 번, 허락된 시간은 10분이었다. “쉬워서요.”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혐의로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모(51)씨는 아이들을 성착취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답했다. 교정시설 접견실,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한 차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김씨는 익명 채팅앱에서 14세 A양을 처음 만났다. 또래처럼 말을 걸었고, 고민을 들어줬다. 만날 때마다 현금 5만원과 담배를 손에 쥐여줬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A양을 포함한 10대 소녀 3명이 차례로 성추행과 강간의 피해자가 됐다. 그 사이 김씨가 온라인에서 만나 직접 대면했지만 “신고할 것 같다”고 판단해 조용히 돌려보낸 아이만 5명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지난 3월, 교정시설에서 마주한 김씨는 평범했다. 짧은 머리, 170㎝ 안팎의 키. 수감 생활에 지친 듯한 표정 외엔 이렇다 할 특징조차 찾아내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세 차례 접견에서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야기 들어주고, 고민 상담해주고, 편하게 대해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채팅앱 선택 기준을 묻자 “인기 상위 앱 5~6개를 깔아두고 틈날 때마다 둘러보면 아이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처벌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엔 “걸리지 않으려고 연락처를 한 번도 주고받지 않았다. 앱으로만 대화했다”고 답했다. 세 번의 접견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두 가지였다. 힘을 쓰거나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한 적이 없다는 것. 특별히 더 유용한 채팅앱을 고를 필요조차 없었다는 것. 범행의 용이함을 거듭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접견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6단계, 빠져나갈 틈이 없다 온라인 그루밍은 통상 6단계를 거친다. 2003년 영국 라일리 오코넬 박사가 제시해 영국·한국 수사기관이 받아 쓰는 분류다. 친밀감 형성, 신뢰 구축, 정보 수집, 고립, 성적 접근, 성착취 후 관계 종료. 김씨의 진술은 이 6단계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각 단계는 앞 단계가 다음 단계의 토대가 되는 방식으로 맞물려 있다. 아이들이 빠져나갈 틈은 단계가 깊어질수록 좁아진다. 1단계는 속도전이다. 가해자들은 첫 접촉부터 의도적으로 대화 속도를 높인다. “몇 살이야”, “어디 살아”, “지금 부모님이랑 있어”, “폰 검사 하냐”. 질문이 쉼 없이 쏟아진다. 아이가 멈춰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목적이다. 부모 등 제3자가 개입할 가능성도 이 단계에서 미리 차단한다. 성유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해자들은 첫 접근 때 의도적으로 답변을 재촉하고 대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간다”며 “대부분 1시간 내외의 대화로 그루밍을 이어갈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미련 없이 다른 아이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2단계에선 친구가 된다. “취미를 공유하자”, “고민을 들어주겠다”며 또래처럼 다가온다. 학교폭력으로 힘들다는 아이에겐 “나도 그런 적 있다”고 공감대를 만들고, 마라탕을 좋아한다는 아이에겐 배달앱 쿠폰을 보낸다. 게임 아이템과 현금도 우정의 증표로 건네진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세심한 관심은 본격적인 성착취 직전까지 이어진다. 이명화 서울시립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정서적 지지와 물질적 보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단계에선 정보를 캔다. 집 주소, 학교명, 관심사, 고민거리, 부모의 귀가 시간. 아이를 종속시키는 데 쓸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수집한다. “○○동에 있는 XX초등학교 맞지?”, “학교 몇 시에 끝나?”, “부모님은 언제 집에 오셔?” 같은 질문이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섞여 들어온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도 놓치지 않는다. 사는 곳, 학교, 친한 친구의 얼굴까지 확인한다. 4단계에선 고립시킨다. “우리만의 비밀이야”,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라는 말이 반복된다. 아이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통로를 하나씩 막는 단계다. 동시에 대화 창구를 텔레그램·라인 같은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로 옮긴다. 기록이 남지 않고, 발각되더라도 증거를 지우기 쉬운 환경으로 아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5단계에서 본색이 드러난다. 심리적 지배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순간, 가해자들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말들을 쏟아낸다. “뭐 입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 “속옷 무슨 색이야?” 착취가 반복되면서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벗어나려는 아이에겐 미리 확보해둔 신상 정보와 강압적으로 얻어낸 성착취물이 협박 수단으로 돌변한다. “신고할 거면 해봐. 내가 너희 집 찾아가줄게.” “내일 너희 학교 찾아갈 거니까 신고하든지 도망가든지 알아서 해봐.” 3단계에서 캐낸 정보가 이 순간을 위해 쓰인다. 6단계에서 관계를 끊는 것도 가해자의 몫이다. 착취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하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다. 반대로 피해자가 벗어나려 하면 협박으로 옭아맨다. 관계의 시작도, 끝도 가해자가 결정한다. 피해자에게 선택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연애였습니다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연애’라고 부른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모(51)씨는 “그 아이와 연애를 했다”며 “성매매 업소 여성과의 금전적 관계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에서 17세 B양을 만나 7개월간 길들인 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강간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해자들은 강제성이 없었다거나 상대방이 동의했다는 주장으로 죄를 희석하려 한다”며 “그루밍 자체가 동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해자 중엔 교사도 있었고 경찰도 있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자리에 있던 이들이, 그 신분을 위장한 채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지금도 공유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범죄가 학습되고, 공유되고, 확산된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먹을 것만으로 꼬실 수 있다”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목록과 유혹 수단을 정리한 이른바 ‘성착취 가이드’, 피해 아동의 사진과 신상이 담긴 ‘리스트’도 나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그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디스코드, 텔레그램 비밀방. 고강도 인증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그 공간에서 가해자들은 서로의 수법을 나누고, 피해자 정보를 교환하며, 유사 범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접견이 끝날 무렵 김씨가 말했다. “뭐, 특별한 수법이랄 건 없었어요.”
  • [단독] PC방·사우나 돌며 ‘은폐된 노숙’… 月 100만원도 못 버는 청년들

    [단독] PC방·사우나 돌며 ‘은폐된 노숙’… 月 100만원도 못 버는 청년들

    74% “의식주에 소득 대부분 지출”“일 끊기면 갈 곳부터 막막해”토로55% 일용직 종사·80% 해고 경험 젠더폭력 겪는 여성들 실내로 숨어 “별도 정책 대상군 명시해 지원 필요” 18살에 집을 나온 A(30)씨는 눈을 뜨면 그날 밤 잘 곳부터 걱정한다. 갈 곳이 없는 날엔 길에서 자거나 친구 집에 얹혀 지냈고, 공장 숙소와 찜질방, 여관방 등을 전전했다. 일용직 일거리가 있다는 말이 들리면 부산·대전·서울을 오가며 시외버스에 오르곤 했다. 하지만 일용직 수입으로는 5평짜리 원룸 보증금을 모으기도 빠듯했고,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퇴직금 정산 등을 이유로 1년을 채우기 전에 끊기는 일이 잦았다. A씨는 “친구들에게 계속 신세를 지다 보니 인간관계도 점차 멀어졌다”며 “일이라도 끊기면 갈 곳부터 막막해진다”고 했다. 돈은 벌지만 마땅히 거주할 곳이 없어 PC방·사우나·만화방 등을 전전하는 청년들 10명 중 7명 정도가 월 소득이 10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상당수는 식비와 주거비로 빠져나가 언제든 노숙으로 내몰릴 위험이 컸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위기청년’을 조기에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9일 비영리단체 아름다운재단이 송아영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재단 등의 지원을 받는 만 18~34세 노숙위기청년 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는 최근 한 달간 소득이 10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54.5%는 임시·일용직에 종사했고, 79.7%는 근로 중단을 경험했다. 근로 중단 사유로는 해고와 계약기간 만료가 주로 꼽혔다. 연구팀은 주거 불안정이 소득 단절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숙위기청년 74%는 주요 지출 항목으로 식비(37.4%)와 주거비(36.4%)를 꼽는 등 소득 대부분을 주로 의식주 해결에 썼다. 8.6%는 빚을 갚는 데 주로 쓴다고 답했다. 반면 저축이나 교육·훈련, 문화·여가 등에 쓴다고 답한 비율은 1% 수준에 그쳐 미래를 준비하거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어려웠다. 노숙위기청년 79.7%는 부채가 있다고 답했는데, 이 중 22.1%는 3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 이들은 돈이 부족할 땐 끼니를 거르고(58.3%), 병원 진료를 포기하거나 미뤘다(52.9%). 휴대폰 요금 미납으로 통신 두절을 경험(49.7%)하기도 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어려움도 겪고 있었다. 63.1%는 가족·친척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여성 청년의 경우 가정폭력·성폭력 등 젠더폭력과 결합된 주거 위기를 겪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노숙인’ 낙인을 꺼리는 청년은 PC방·사우나 등을 전전하는 ‘은폐된 노숙’을 하는 경우가 많아 공공지원 체계에서 발견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청년주거정책에 포섭되지 못하는 노숙위기청년을 별도의 정책 대상군으로 명시하고, 이들의 필요에 맞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단독] PC방·사우나에 숨은 ‘노숙위기청년’…10명 중 7명 월소득 100만원↓

    [단독] PC방·사우나에 숨은 ‘노숙위기청년’…10명 중 7명 월소득 100만원↓

    18살에 집을 나온 A(30)씨는 눈을 뜨면 그날 밤 잘 곳부터 걱정한다. 갈 곳이 없는 날엔 길에서 자거나 친구 집에 얹혀 지냈고, 공장 숙소와 찜질방, 여관방 등을 전전했다. 일용직 일거리가 있다는 말이 들리면 부산·대전·서울을 오가며 시외버스에 오르곤 했다. 하지만 일용직 수입으로는 5평짜리 원룸 보증금을 모으기도 빠듯했고,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퇴직금 정산 등을 이유로 1년을 채우기 전에 끊기는 일이 잦았다. A씨는 “친구들에게 계속 신세를 지다 보니 인간관계도 점차 멀어졌다”며 “일이라도 끊기면 갈 곳부터 막막해진다”고 했다. 돈은 벌지만 마땅히 거주할 곳이 없어 PC방·사우나·만화방 등을 전전하는 청년들 10명 중 7명 정도가 월 소득이 10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상당수는 식비와 주거비로 빠져나가 언제든 노숙으로 내몰릴 위험이 컸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위기청년’을 조기에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9일 비영리단체 아름다운재단이 송아영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재단 등의 지원을 받는 만 18~34세 노숙위기청년 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는 최근 한 달간 소득이 10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54.5%는 임시·일용직에 종사했고, 79.7%는 근로 중단을 경험했다. 근로 중단 사유로는 해고와 계약기간 만료가 주로 꼽혔다. 연구팀은 주거 불안정이 소득 단절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숙위기청년 74%는 주요 지출 항목으로 식비(37.4%)와 주거비(36.4%)를 꼽는 등 소득 대부분을 주로 의식주 해결에 썼다. 8.6%는 빚을 갚는 데 주로 쓴다고 답했다. 반면 저축이나 교육·훈련, 문화·여가 등에 쓴다고 답한 비율은 1% 수준에 그쳐 미래를 준비하거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어려웠다. 노숙위기청년 79.7%는 부채가 있다고 답했는데, 이 중 22.1%는 3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 이들은 돈이 부족할 땐 끼니를 거르고(58.3%), 병원 진료를 포기하거나 미뤘다(52.9%). 휴대폰 요금 미납으로 통신 두절을 경험(49.7%)하기도 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어려움도 겪고 있었다. 63.1%는 가족·친척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여성 청년의 경우 가정폭력·성폭력 등 젠더폭력과 결합된 주거 위기를 겪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노숙인’ 낙인을 꺼리는 청년은 PC방·사우나 등을 전전하는 ‘은폐된 노숙’을 하는 경우가 많아 공공지원 체계에서 발견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청년주거정책에 포섭되지 못하는 노숙위기청년을 별도의 정책 대상군으로 명시하고, 이들의 필요에 맞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지역과 단절된 아시아문화전당은 존재 이유 없다”

    “지역과 단절된 아시아문화전당은 존재 이유 없다”

    ‘아시아 담론’에서 ‘지역 기반’으로…정체성 전환‘제7관’ 실험·작가 주도 전시로 새패러다임 모색예비작가에서부터 원로까지…‘K-컬처 뿌리 전략’“광주에서 시작된 콘텐츠가 상하이, 키르기스스탄 등 세계적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K-컬처가 완성됩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김상욱 전당장은 “지역과 괴리된 전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곧 세계적 가치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ACC를 ‘세계적 문화기관’에서 ‘지역 기반 글로벌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1일 전남 나주 동신대학교에서 열린 ‘제3기 여성 리더십 최고위과정’ 특별강연. 김 전당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에서 출발하지 않는 문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ACC가 지역 예술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계적 위상도 공허하다”고 강조했다. 2002년 구상돼 2015년 문을 연 ACC는 그간 프랑스 퐁피두센터,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등을 벤치마킹하며 아시아 문화 허브를 지향해왔다. 연간 360만 명이 찾는 외형적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 예술계와의 거리감은 꾸준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김 전당장은 이 지점을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아시아라는 거대 담론도 결국 지역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생명력을 얻는다”며 “ACC의 미래는 ‘로컬→아시아→글로벌’로 이어지는 단계적 확장 전략에 있다”고 밝혔다. 변화의 상징은 ‘제7관’이다. 기존 1~6관이 미디어아트와 대형 설치 중심이었다면, 제7관은 평면 회화 전용 공간으로 설계됐다. 단순한 공간 추가가 아니라 전시 권력 구조 자체를 뒤흔든 실험이다. 김 전당장은 전시 디자인과 작품 배치 전권을 신진 작가에게 맡겼다. 공공문화기관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다. 김 전당장은 “작가가 주도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창작 주체의 권한을 확장해야 예술성과 대중성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시를 보여주는 기관’에서 ‘창작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ACC의 정책은 ‘전 생애주기 지원’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광주예술고 학생 작품을 전시와 판매로 연결하고, 지역 대학생과 신진 작가를 시장과 직접 접속시키는 한편, 원로 작가와 전통 장인까지 포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김 전당장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며 “광주에서 시작된 콘텐츠가 상하이, 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로 확산될 때 비로소 K-컬처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취임 직후 구성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 협의회’는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김 전당장은 예술계에 “ACC의 문제점을 모두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형식적 의견 수렴을 넘어, 정책 설계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공개 선언이었다. 이 과정은 ACC가 ‘독립된 기관’에서 ‘협업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 혁신도 병행됐다. 김 전당장은 직접 ‘전시 TF 팀장’을 맡아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기존 전시 예산을 재배치해 지역 작가 지원 재원을 확보했다. 특히 “오후 6시 이후 업무 연락 자제” 원칙을 도입하며 MZ세대와의 조직문화 간극을 줄였다. 이는 단순 복지 차원을 넘어 창의성을 중시하는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으로 해석된다. 김 전당장은 “지역 예술인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겠다”며 “시민이 편하게 찾고, 지역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전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치과원장 남편 불륜 봐줬더니 상간녀 위자료 대신 내주고 있었습니다”

    “치과원장 남편 불륜 봐줬더니 상간녀 위자료 대신 내주고 있었습니다”

    치과 원장인 남편의 불륜을 용서했지만, 알고 보니 계속 불륜 행위를 하고 있었으며 상간녀의 위자료까지 대신 내준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혼을 결심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올해 결혼 30년 차가 됐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남편은 개인 치과를 운영해 온 원장이고 아이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탄했던 부부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였다. 남편은 점점 늦게 귀가했고 밤늦게 밖에 나가 통화를 하는 일도 잦아졌다”고 토로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두고 간 휴대전화 화면을 본 A씨는 충격에 빠졌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불륜을 부인하던 남편은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하겠다는 A씨의 말에 그제야 불륜 사실을 고백했다고 한다. A씨는 “이혼을 고민했지만 아이들이 아직 독립하기 전이라 참고 살기로 했다. 대신 상간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위자료 2000만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어느 날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집을 나갔다. 이후 3년 동안 A씨에게는 연락조차 없었고 가끔 아이들을 만나서 용돈을 줬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을 만나고 온 딸이 충격적인 말을 했다. 남편이 상간녀와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외도가 발각된 후에도 계속 만나고 있었으며, 상간녀가 준 위자료도 남편이 대신 내준 것이었고 아예 그 상간녀와 함께 있기 위해 떠난 것이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이혼을 결심했지만 남편은 ‘부정행위는 이미 과거의 일이고, 당신도 용서한 것 아니냐. 그리고 3년 동안 따로 살았으니 그 기간에 형성된 재산은 분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더라. 정말 그 말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조윤용 변호사는 “부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있은 날로부터 2년을 지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사연은 이미 5년 전에 부정행위 사실이 발각되긴 했지만 부정행위가 끝나지 않고 그 관계가 계속 이어져 왔다. 관계가 지속되는 한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으므로 지금도 이혼청구가 가능하고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5년 전에 외도를 그만뒀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집을 나가 3년이나 별거를 이어오면서 사연자와 단절하는 등의 사정도 존재하므로 악의의 유기나 심히 부당한 대우와 같은 재판상 이혼 사유에도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혼청구권과 마찬가지로 상간자 소송 역시 과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서 판결받은 적은 있지만 부정행위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에 상간자를 상대로 또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정행위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위자료 소멸시효 3년에 걸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재산분할에 관해서는 “오히려 아내는 혼인생활을 유지하기를 원하는데 남편이 무단으로 집을 나가 별거를 한 것이고 별거하는 동안에도 정작 아내는 이혼을 원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남편이 무단으로 집을 나간 시점에 실질적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오히려 아내가 이혼을 결심한 현재 시점이 혼인 파탄이 객관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듯하므로, 사연의 경우에 별거를 시작하고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도 재산분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주민이 찾고, 행정이 잇는다’ 성동구, 위기가구 발굴·통합돌봄 강화

    ‘주민이 찾고, 행정이 잇는다’ 성동구, 위기가구 발굴·통합돌봄 강화

    서울 성동구는 ‘주민이 먼저 발견하고, 행정이 함께 해결하는 복지’를 목표로 위기가구 발굴과 통합돌봄 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2일 밝혔다. 1인 가구 증가와 사회적 단절로 인해 발생하는 위기가구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구는 지난해 10월 통합돌봄국 희망복지과 내에 ‘지역돌봄팀’을 신설했다. 지역돌봄팀은 주민이 일상에서 포착한 위기 신호가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담 조직으로, 촘촘발굴단·우리동네돌봄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주민 주도의 발굴·돌봄 활동이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하도록 지원해왔다. 주민주도 복지의 출발점은 자치구 특화사업인 ‘촘촘발굴단’이다. 2022년 출범한 촘촘발굴단은 주거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발굴과 주민 홍보를 병행한다.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47종의 위기 정보를 활용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사회적 고립 1인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상 가구를 직접 방문해 거주 여부와 생활 실태를 확인한다.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이웃과 생활밀착업소 탐문을 병행하는 등 확인을 거친다. 올해는 통합돌봄 대상자까지 발굴 범위를 넓히고, 전담 인력 2명을 채용해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동별 순회 근무를 실시한다. ‘우리동네돌봄단’은 고독사 위험군과 사회적 고립 가구를 대상으로 전화·방문 안부 확인을 수행하는 주민참여형 조직이다. 구는 올해 선발한 인력 43명을 17개 동주민센터에 배치하고 총 2120명을 관리할 계획이다.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180명으로 구성된 ‘주주돌보미’는 고독사 저위험 가구 220명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정기적 안부 확인과 관계 회복을 돕는다. 현재 17개 동 협의체 352명이 활동하며, 지난해 3926건의 지원 연계 성과를 냈다. 정원오 구청장은 “주민과 함께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고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도록 민관이 모두 힘을 모아,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성동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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