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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에서 나온 전기톱 든 구순의 조각가

    미술관에서 나온 전기톱 든 구순의 조각가

    “네 마음이 어디 있고 마음이 무슨 색깔인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뭘 하든 평생 그걸 찾아가라.”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열다섯 소녀는 지금의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쌓인 시체를 일일이 뒤집어 가며 얼굴을 확인했다. 가족이 모두 피난을 떠나 서울에 홀로 남은 소녀에게는 오빠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결국 오빠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피난길에 올라야 했던, 그저 살아남는 게 전부였던 소녀에게 우연히 만난 스님이 건넨 ‘평생’이라는 말은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전기톱을 들고 현역으로 활동하는 조각가 김윤신(91)의 생애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모은 발 프로덕션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선애 감독의 영화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윤신은 이번 영화제에서 직접 레드카펫도 밟을 예정이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은 마흔아홉의 나이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홀연히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이후 40년간 남미의 나무와 돌, 원석을 깎고 다듬으며 치열하게 작업했다. 아흔이 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90분 분량의 이번 영화는 거기서 시작된다. 영화는 김윤신의 일상과 창작 과정을 따라가며, 오랜 세월 그의 곁을 지켜온 이들과의 관계와 연대에 주목한다. 임 감독이 직접 지은 영화 제목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는 그가 미술관에 박제되거나 미술사 속으로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일하는 사람임을 분명히 한다. 모은 발 프로덕션은 백지숙 전 서울시립미술관장과 정순민 전 아르코극장장이 설립한 곳으로, 미술을 영화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영화는 이들이 기획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오래오래 살아남을 그들’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1953년 정전협정 이전에 태어난 여성 미술작가들의 생애와 작업을 30∼40대 영화인과 미술가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김윤신을 시작으로 김명희(77) 작가와 노원희(78) 작가의 이야기를 차례로 다룰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백지숙 모은 발 프로덕션 공동대표는 “(과거 여성 작가들의) 인터뷰나 영상이 전무한 상황이라 영상 아카이브의 필요성이 절실했다”면서도 “단순히 기록물 형태로는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술관 방문 경험이 영화관 관람 패턴을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본다”며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천재 예술가상을 넘어선 새로운 작가상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프로젝트는 영화뿐 아니라 방송과 출판, 전시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된다. 앞서 지난 6월 김윤신의 생애와 예술을 기록한 책 ‘김윤신, 전기톱을 든 여인’이 출간됐으며, 내년에는 다큐멘터리를 48분 분량으로 재편집한 ‘김윤신: 숨 쉬듯 쉼 없이’가 EBS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 러 연구소서 병원균 유출 의심…‘원인불명’ 폐렴 사망에 200명 ‘관찰 대상’ [월드픽]

    러 연구소서 병원균 유출 의심…‘원인불명’ 폐렴 사망에 200명 ‘관찰 대상’ [월드픽]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연구소에서 실험실 사고로 병원균이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연구원 1명이 숨져 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을 인용해 이르쿠츠크 인근 셸레호프에 있는 ‘항페스트 연구소’ 실험실 직원 1명(28·여)이 ‘원인 불명’의 폐렴 진단을 받은 뒤 숨졌다고 보도했다. 감염병 관리를 담당하는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은 유출된 병원균이 정확히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르쿠츠크주와 이르쿠츠크시, 셸레호프시의 위생·역학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 직원 사망 사례에 대해서는 “특별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과 인접한 부랴트공화국의 수장 알렉세이 치데노프는 앞서 숨진 연구원에 대해 “페스트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랴트공화국에서는 페스트 발병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이고리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는 지난 2일 러시아 수석 방역담당의가 참석한 가운데 주 방역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며 주민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코브제프 주지사는 긴급회의가 “주민 1명(숨진 연구원으로 추정)에게 영향을 미친 특히 위험한 감염병 의심 사례”와 관련해 소집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인근의 한 알루미늄 공장은 예방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며 동요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지역 독립 매체의 비공식 보도에 따르면 해당 실험실 연구원이 이송된 셸레호프의 병원에서 200명 가까운 인원이 관찰 대상으로 지정됐다. 또 시내 산부인과 병원 최소 1곳에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숨진 여성의 신원이 항페스트 연구소 직원인 ‘다리야 시필로바’라면서 그가 검사용 시료를 채취하던 중 살아 있는 세균이 든 시험관을 실수로 깨뜨렸다고 의료진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지난 6일 중증 폐렴 증세로 셸레호프의 병원에 입원했으며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가 8일 숨진 것으로 보도됐다. 다만 감독청 전 청장인 겐나디 오니셴코는 “페스트일 가능성은 낮고, 설령 확인되더라도 곧 날씨가 추워져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페스트는 페스트균이 일으키는 세 가지 유형의 감염병 중 하나다. 나머지 두 유형은 대개 감염된 벼룩이나 동물, 감염조직과의 접촉을 통해 퍼지지만, 폐페스트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 사이에 쉽게 전파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에서 폐페스트로 인한 사망자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대변인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및 다른 범정부 협력기관들과 함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세부 사항이 많다. 러시아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폐페스트 환자는 발열, 두통, 쇠약감과 함께 “호흡곤란, 흉통, 기침, 때로는 피가 섞이거나 묽은 가래를 동반하는 급속히 진행되는 폐렴” 증상을 보인다. 미 보건복지부는 CDC가 러시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미국 시민의 안전과 보안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페스트의 치명률이 높지만,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고 감염 예방 조치로 막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14번째 자녀까지 낳았는데…머스크 “사랑해” 일주일 뒤 결별 [월드픽]

    14번째 자녀까지 낳았는데…머스크 “사랑해” 일주일 뒤 결별 [월드픽]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네 아이를 둔 시본 질리스 뉴럴링크 임원이 결별 사실을 공개했다. 질리스는 2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에 “일주일 만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헤어져야 한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때로는 그런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썼다. 머스크가 자신의 계정을 더 이상 팔로우하지 않는다는 게시물을 인용하면서다. 이어 “일론에게 깊이 이해받고 보살핌을 받고 안정감과 다정함 속에서 평온하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하게 해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며 “그에게 오래도록 좋은 영향을 남겼길 바란다”고 했다. 질리스는 “그가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다. 나는 그를 내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며 “나는 지금 마음이 아프지만 E(머스크)를 깊이 아끼며 언제나 그의 행복을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좋은 친구이자 공동 양육자로 남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질리스는 약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 머스크와 주고받은 메시지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애정을 확인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예고 없이 관계가 끝난 셈이다. 구체적인 결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연인이자 오랜 사업 동반자였다. 질리스는 테슬라에서 일했고 오픈AI 이사를 거쳐 현재 뉴럴링크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까지 머스크의 주요 대외 활동에도 동행했다. 이들은 체외 수정을 통해 2021년 11월 쌍둥이 스트라이더와 애저를 얻었다. 이후 2024년 셋째 아카디아가 태어났고, 지난해 넷째 라이커거스의 출생 소식이 알려졌다. 라이커거스는 머스크의 14번째 자녀이기도 하다. 머스크가 네 여성과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는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만 14명이다. 첫 번째 아내인 소설가 저스틴 윌슨과 여섯 명, 가수 그라임스와 세 명, 인플루언서 애슐리 세인트클레어와 한 명, 질리스와 네 명이다. 여기에는 생후 10주 만에 숨진 첫아들 네바다도 포함된다. 자녀의 어머니들과 얽힌 금전 문제도 공개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4월 머스크 측이 세인트클레어에게 아이의 친부와 두 사람의 관계를 비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재정 지원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안에는 주거·생활비 명목의 일시금 1500만 달러와 아이가 21세가 될 때까지 매달 10만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이 담겼다. 출산 자체의 대가가 아니라 출산 후 비밀유지 약정과 연계된 지원 제안이었다. 세인트클레어는 아이가 비밀스러운 존재로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았고, 머스크의 사망이나 아이의 중병 등에 대비한 보호 장치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친자 확인과 양육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세인트클레어는 갈등 과정에서 지원금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머스크는 지난해 3월 이미 250만 달러를 지급했고 연간 5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전적 보복 주장에 반박했다. 이번에 결별한 질리스와의 재정적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첫 번째 아내 윌슨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윌슨은 알렉스 기브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머스크’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자녀를 낳은 여성들을 ‘번식자’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결혼생활 중 자신을 하찮게 느끼도록 대했다며 그와의 관계를 통해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배웠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앞서 해당 작품을 자신을 겨냥한 공격성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 역시 제작진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제작사 측은 사실에 기반한 탐구라며 반박했다.
  • 부산 넘어 美 아카데미 상륙 할 영화 찜해볼까

    부산 넘어 美 아카데미 상륙 할 영화 찜해볼까

    올해 亞 유일 ‘A-리스트’ 영화제 공식선정대상 수상땐 자동으로 아카데미 출품韓영화 ‘그날의 태주’ ‘면도’ ‘긴긴밤’ 대상 도전일본·인니·우즈벡·이란 출품작 등과 경쟁어떤 영화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 정상을 차지하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할까. 오는 6일 막을 올리는 부국제 경쟁부문 영화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국제가 올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되면서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으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생긴다. 아카데미 출품 자격 지정 영화제는 부산을 비롯해 칸,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 토론토의 6개 영화제뿐이다. 경쟁작 13편 중 한국 영화는 모두 세 편이다. 임하연 감독 ‘그날의 태주’는 영문도 모른 채 좋지 않은 소문에 시달리던 태주(박한솔)가 도망치듯 기차에 올라 해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지혜 부국제 프로그래머는 “막강한 이야기꾼의 면모와 장악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놀라운 데뷔작”이라고 평했다. 공포 소설 작가 수연(노정의)이 애인 신지(카사마츠 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겪는 끔찍한 일을 그린 김정훈 감독의 ‘면도’는 예측이 어려운 스릴러다. 염규복 감독 데뷔작 ‘긴긴밤’은 경쟁작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으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아기 펭귄 나가 서로 버팀목이 돼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동명의 동화가 원작이다. 네 편의 일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남편 모리오(에모토 타스쿠)와 동성 연인 준나(이시바시 시즈카) 사이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이어가던 우타(나가사와 마사미)가 “세 사람이 가정을 꾸리자”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비트윈 투 러버스’, 가족과 함께 리조트로 여행을 떠난 마이(쿠로키 하루)가 산전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남편 고이치(하시모토 아쓰시)와 갈등을 겪는 가토 다쿠야의 ‘일요일 다음날’은 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다. 오키타 슈이치 감독은 ‘사토코는 언제나’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겪는 열다섯 살 사토코(히메노 카슌), 불륜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서른다섯 영화 홍보 담당자 사토코(아리무라 카스미), 자녀를 다 키운 뒤 잊고 있던 자신을 되찾아가는 쉰다섯 주부 사토코(이시다 히카리)까지 세 명의 사토코로 여성의 삶을 포착했다. ‘실버 익스프레스’는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 없는 젊은 여성 치에리(오카모토 유이)가 육체적 욕망만 있는 쇼야를 만나면서 균열을 겪는 이야기다. 모녀 삼대의 이야기를 그린 중국의 구유 감독이 연출한 ‘처음 만난 외로움’은 상실감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견디고 메워가는 이들의 일상을 조용히 담아낸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위지에(웨버 양)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희극과 비극을 담은 리원찬 감독의 ‘평범하기 위하여’는 타이완 영화의 지금을 보여준다. ‘마이 마더’는 인기 있는 무용수였지만 남편의 빚 때문에 딸을 강제로 혼인시켜야 했던 수미아티(크리스틴 하킴)의 분투를 담았다.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살인을 저지른 외동딸 스리의 사형 선고 소식을 들은 수미아티는 주변의 만류에도 딸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인도네시아의 주목받는 감독 에디 차효노의 네 번째 장편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민주화운동에 자극을 받아 인도네시아 독재 타파에 나선 대학생 라웃(레자 라하디안)의 이야기를 그린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바다에 새겨진 이름’은 묵직한 주제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의 운명과 희생을 조명하면서 묵직한 시대적 부채 의식을 증명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힐롤’은 아들처럼 키워진 스물세살 여성 힐롤의 방황을 그렸다. 우즈베키스탄의 신인 감독 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의 첫 장편이다. 이란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천국의 아이들’(1997)로 유명한 거장 마지드 마지디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상의 끝 메마른 악지 마을에 유일한 교사 솔란의 이야기를 그린 신작 ‘빵과 책’을 선보인다. 박성호 부국제 프로그래머는 “말로 쉽게 표현하기 힘든 다층적인 감정을 담아내는 거장의 연출력”이라고 평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센텀시티, 해운대, 남포동 등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59개국에서 출품한 247편의 공식 초청작을 포함해 모두 316편의 작품이 관객들과 만난다. 한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은 7일 허진호 감독과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등 주연 야외무대인사를 비롯해 이민호 배우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역사 왜곡 논란으로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 ‘여고생 살해’ 장윤기 1심 무기징역…윤아 AI 임신 합성사진에 SM “선처·합의 없다” [주간사건일지]

    ‘여고생 살해’ 장윤기 1심 무기징역…윤아 AI 임신 합성사진에 SM “선처·합의 없다” [주간사건일지]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윤아(본명 임윤아)를 임신한 것처럼 꾸민 인공지능(AI) 합성물이 확산하자 소속사가 법적 조치에 나섰다. 사회복무요원 근무 중 100여 차례 무단결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고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영화 제작진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성범죄 목적으로 거리에서 여고생을 납치하려다가 살해한 장윤기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번 주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을 정리한다. 윤아 임신한 배에 남성 손이…SM 경악한 AI합성물 “형사고소”배우 윤아를 향한 악의적인 이미지가 유포되자 소속사가 칼을 빼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8일 낸 입장문에서 “윤아의 초상을 무단으로 합성한 불법 AI 생성 이미지와 이를 바탕으로 한 허위 사실이 무분별하게 제작·유포되고 있다”면서 “이미 형사고소를 진행했으며, 어떠한 선처나 합의 없이 강경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의 동의 없이 불법 합성물을 제작·게시하는 행위는 물론 해당 이미지 및 게시물을 공유·재유포하거나 확산하는 행위 역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의 위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합성물이나 확인되지 않은 허위 내용을 직접 생성·게시하거나 이를 공유·재유포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 달라”고 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윤아가 임신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과 한 남성이 윤아의 배에 손을 대고 있는 장면의 사진이 퍼져 논란이 일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만들어진 합성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무요원 무단 결근’ 송민호...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가수 송민호가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지난 1일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민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4월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송민호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서울 마포구의 한 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면서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근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병역은 국민의 기본 의무로 성실히 이행돼야 하고 사회복무요원도 예외가 없다”며 “복무 기간 동안 102일의 무단결근 행위는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한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앞서 경찰은 2024년 12월 병무청으로부터 송민호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받아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이듬해 5월 그를 불구속 송치했다. 징병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던 송민호는 2023년 3월 서울 마포구시설관리공단에서 대체 복무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4년 3월 마포주민편익시설로 근무지를 옮겼고, 같은 해 12월 소집 해제됐다.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 역사왜곡 논란에 경찰 고발됐다 역사왜곡 논란이 나온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이 경찰에 고발됐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의 기획 및 제작을 맡은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와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 각본을 쓴 권기준·이지민 작가 등 4명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에는 “영화 제목 자체를 단수인 ‘암살자’가 아닌 복수형인 ‘암살자(들)’로 정해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 등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관객들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범행 배후에 있거나 적어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했다”고 했다. 이어 “망인에 관한 허위사실 적시가 유족들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까지 저하할 정도”라며 “유족에 대한 별도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는 1974년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박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수사당국은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영화는 육 여사를 맞힌 총탄의 출처와 사건 배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됐고, 이에 이 전 시의원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자 역사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영화 제작진 측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제작진은 “기존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정치적 의도를 부인했다. ‘여고생 살해’ 장윤기 1심 무기징역…“사회서 영구 격리 타당” 처음 본 여고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부장 이정호)는 지난달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검사 측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간 목적으로 여학생을 뒤쫓아 제압하려다 여의치 않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이를 말리던 남학생까지 살해하려 했다”며 “범행 후에도 세탁실과 미용실을 이용하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고, 수사·공판 과정에서도 진심으로 참회하기보다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범행의 동기와 수법, 결과 등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커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생존하는 동안 결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징역형을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법관 모두의 일치된 견해”라며 “이번 양형은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하려는 것으로, 형 집행 단계에서 일말의 선처를 예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비명을 듣고 달려온 고교 2학년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가 있다. 범행 이틀 전 아르바이트 동료인 베트남 국적 여성을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혐의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청소년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 등도 함께 받는다. 경찰은 장윤기를 살인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강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 “K팝 생태계 새로운 접근 돋보여… 조어 사용은 신중해야” [독자권익위]

    “K팝 생태계 새로운 접근 돋보여… 조어 사용은 신중해야” [독자권익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02차 회의를 열고 9월 한 달간의 서울신문 보도를 평가했다. 회의에는 김춘식(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장을 비롯해 박경환(서울시 민생노동국장), 이명행(SK하이닉스 PR기획팀장·변호사), 이상은(고려대 미디어학과 석사과정·교사), 홍정석(법무법인 화우 GRC그룹장·파트너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차윤주(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세무사) 위원은 서면 의견을 냈다. 위원들은 ‘K팝 생태계, 지속 가능한가요?’ 기획이 산업 내부의 양극화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해 업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호평했다.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제목이나 본문의 조어는 기사 내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 이상은 고려대 미디어 석사과정 K팝 생태계, 수치로 구조 한계 제시지자체·관객 등 목소리도 담겼으면3일·8일 연재한 K팝 생태계 기사는 최근 일부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유튜브 등을 통해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기획이었다. 소수의 성공담이 아닌 산업 구조를 기준으로 문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팝을 다룬 기사들을 보면 ‘개천에서 용 난다’고 특정 사례를 부각하며 구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생태계 특성을 외면한다. 반면 이번 서울신문 기획은 수치로 구조적 한계를 보여줬다. 다만 데이터 해석이 미흡했다. 신인 아이돌의 41%가 사라졌다고 했지만 이 문제가 대형사 쏠림 현상 때문인지, 실물 음반 시장 전체가 위축돼서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K팝을 수도권의 전유물이라고 소개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지역 공연장 관계자, 관객 등의 목소리가 없었던 점도 아쉽다. 공연장 사용료 조례 관련 내용으로 기획이 끝나 마무리가 가볍다는 인상도 받았다. 22일자 ‘다음달부터 4세·7세 고시 금지’ 기사는 국무회의 의결 당일 학원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핵심 정보를 담았지만 모든 내용이 교육부발이었고, 인용된 취재원도 장관뿐이었다. 정책의 수용성, 실효성, 역효과 등을 판단할 근거가 빠졌다. 18일자 ‘또 님비에 막힌 여명학교’ 기사는 현장 취재를 통해 반대 주민 측 논거와 교육청의 추진 근거를 함께 설명하며 대립 구도를 입체적으로 담았다. 그러나 기사 제목에서 인용된 ‘따나라’등 발언은 본문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건립 절차, 탈북민에 대한 편견 등을 짚었어야 했는데 성급하게 ‘님비’로 규정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추·석 대전’ 같은 조어 출처 필요대법관 제청, 다각적 해설은 부족본문 내용에 불필요한 조어가 많았다. 22일자 ‘커지는 추·석 대전’ 기사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지사 사이의 긴장감을 추·석 대전으로 표현했다. 최고위원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 상황인데도 제목은 두 사람의 맞대결처럼 보이게 묘사했다. 명칭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방소비세율 인상 같은 재정 의제가 신경전 뒤로 밀려 무엇을 논의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조어는 특정한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써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고소영·강부자’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인사가 편중된 구조 문제를 정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기사에 인용하기 위해선 누가 만든 조어인지 밝힌 다음 구조와 정책을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법무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개인의 흠결을 인사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한 건 긍정적이다. 22일자 ‘관대한 셀프 답변과 세평이 부른 줄낙마’ 기사는 미국 사례로 비교의 틀을 제공했지만 독립 검증 기구 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핵심 질문이 없었다. 기구를 어디에 둘지, 대통령 인사권과 어떻게 양립시킬지,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 간 갈등 보도는 사건 초기 폭넓은 지면 구성으로 양측에 책임을 묻으며 객관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달에 지면 보도가 끊겼고 관측 기사가 빈자리를 메웠다. 취재원 구성도 비대칭적이었다. 청와대 측 발언이 한 번도 실명으로 인용되지 않았고, 대법원장 논리에 가까운 익명 판사들이 법적 쟁점을 설명했다. 실명 헌법학자 의견은 없었다. 기 싸움, 치킨게임, 전면전, 파국 등 갈등 프레임이 주를 이루면서 정작 쟁점을 풀어낸 해설은 부족했다. 다각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정치적 맥락을 고려해 제청권과 임명권의 관계, 학설 대립, 선례를 정리한 문답형 해설. 대법관 공석으로 늦어지는 재판 실태 등을 보도해야 한다.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AI와 차보험료 기사, 알기 쉽게 설명K팝 여러 뒷이야기들 이어졌으면K팝 생태계 기획은 자금력 싸움으로 번진 기획사 업계의 현실과 우려를 적확하게 지적했다. 정부, 공공기관을 빼고 철저히 업계를 중심으로 취재해 의미 있었다. 두 편으로 끝난 게 아쉽다. 후속 기사에 소규모 기획사의 아티스트 이야기가 담기길 바란다. 1일자 ‘빛바랜 90년대생 장관’ 기사가 1면에 실렸는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90년대생’이라고 표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용 후보자가 90년대생의 생각과 행동을 대표하는 게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낙마한 것이다. 9일자 ‘능력·공정 따지는 2030, 실망 커진다’ 기사에서는 용 후보자에 대해 10여명의 청년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두잇서베이 같은 설문조사 플랫폼을 이용하면 단시간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1일자 ‘한국, 세금·복지 재분배 OECD 꼴찌 수준’는 1면에 쓸만한 기사였다. 결론을 두괄식으로 제시해 명쾌했다. 통계 기사가 높게 평가받지 못해도 수준 차이는 분명히 있다. 7일자 ‘AI가 차 사고 줄여주는데 차보험료는 왜 안 내리나’ 기사는 AI를 통한 이익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연휴가 이어지면서 지뢰 추정 폭발 사고의 진상 파악이 늦어지는 부분에 대해선 28일자 ‘DMZ 폭발’ 현장도 못 봤다’ 기사 이후 진실에 다가가는 취재가 필요하다. 이명행 SK하이닉스 PR기획팀장부동산 기사엔 더 객관적인 언어를밀·국내 빵값 관계 설명 없어 아쉬워독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1일자 ‘서울 집값 희비’ 기사는 강남과 강북 지역의 상반된 시장 분위기를 거래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전달한 점이 유익했다. 다만 제목에 ‘희비’는 그 기준을 거주자, 매수자, 세입자 중 누구에게 뒀는지 모호해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이 기쁜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읽힐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을 다룰 때는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 2일자 ‘전쟁에 치이고 가뭄에 말라붙은 밀 곳간…빵값 대란 온다’ 기사는 글로벌 식량위기의 원인을 분석해 시의적절했으나 국내 빵값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지 않아 아쉬웠다. ‘국제 밀 가격 상승이 국내에 어떤 경로로 반영되는지, 환율 등 변수가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줬으면 더 와닿았을 것이다. 3일자 ‘국민연금 2065년 소진’ 기사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난해 전망치를 다뤘다. 연금 고갈 시점은 관계 기관이 예측할 때마다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단정적인 의미의 제목을 붙이면 수치가 굳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또 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소진 시점을 2069년으로 수정했고 서울신문이 이 내용을 보도했던 흐름을 설명했으면 이해하기 편했을 것이다. 16일자 ‘독약 게이트 맹공에… 김승원 “문과라 몰라”’ 기사도 신중하게 제목을 달아야 했다. 홍정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공소청·중수청 출범 등 내용 집중피해자 대처·문제 요소 짚어줘야검찰이 없어지고 공소청, 중수청이 출범하는 의미를 짚었다. 검찰 기사가 쏟아져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형사 사건에 휩쓸리면 어떻게 수사받게 될지 떠올려보게 하는 기사가 많았다. 타 매체들이 정치적 승자가 누군지 조명할 때 29일 ‘새달 2일 조용히 간판 거는 공소청’ 기사 등은 내부 분위기를 자세하게 전달하며 독자가 관심 있는 내용에 집중했다. 국정감사 관련 기사가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29일자 ‘전자장치 달고 석방 3배 늘었는데… 감독 인력은 감소’ 기사 등은 유익하고 읽기 편했다. 반면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만 활용하고 반론이나 추가 설명을 담지 않은 기사는 심층 취재로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 형사 사법 체계의 변화로 로펌에 새로운 시장이 열렸기 때문에 다음달엔 범죄 피해자들에게 벌어지는 상황과 대처 방안, 수사 공전 여부, 사건 처리 중 문제 요소 등을 짚어줄 필요가 있다. 차윤주 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어떻게 살지를 묻는 인터뷰 인상적李 떠나는 여성, 일상 문제로 확장K팝 생태계 기획과 같이 표면적인 사실에서 한 발 더 들어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기사들이 눈길을 끌었다. 인사 논란, 아시안게임 등 화제성이 큰 이슈에 휩쓸리기 쉬운데 스트레이트 보도와 기획·분석 기사를 고르게 배치해 균형을 지켰다. 28일자 법의학자인 유성호 서울대 의대 교수의 월요 인터뷰 기사는 이미 대중적으로 익숙한 법의학 사건 내용만 반복하지 않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게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간지의 긴 인터뷰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줬다. 의료인 조력자살 등 사회적 논쟁이 큰 사안은 향후 별도로 의료계, 법조계, 환자 등 입장을 모아 공론을 확장해도 의미 있을 것이다. 14일자 ‘李 떠나는 2030 여성’ 기사는 여성 의제 소멸,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주거·치안·자산격차 등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정치공학적 접근에 머물지 않고 여성들의 실망감을 일상 문제까지 확장해 살폈다. 청년이나 여성을 표밭으로 취급하는 정치권의 관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도 의미 있었다. 기사 내용뿐 아니라 그래픽과 지면 구성도 적절했다. 다만 직접 여성들을 폭넓게 취재했다면 설득력이 더 컸을 것이다.
  • 굳어버린 시선, 혐오 번진 사회, 어루만진 사랑

    굳어버린 시선, 혐오 번진 사회, 어루만진 사랑

    사람의 몸이 조각상처럼 서서히 굳어지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 번진다. 두려움이 질병처럼 퍼지고 혐오가 사회를 삼켰다. 이런 세계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30일 개봉하는 영화 ‘알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칸 수상 ‘티탄’ 뒤쿠르노 감독 신작 ‘알파’는 두 번째 장편 영화 ‘티탄’ (2021)으로 제7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쥘리아 뒤쿠르노(프랑스) 감독의 신작이다. 열세 살 소녀 알파(멜리사 보로스)는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약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더러운 바늘로 팔에 문신을 받았다. 수업 시간 문신에서 흘러나온 피 탓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기 시작하고, 감염 여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소문은 점차 커진다. 알파는 몸이 굳어가는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한다. 문신에서 나온 알파의 피가 배구공에 묻자 교사는 공을 버리고, 아이들은 알파를 수영장 탈의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여기에 마약 중독자 삼촌 아민(하르 라힘)이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오면서 엄마(골쉬프테 파라하니)의 불안감도 증폭한다. ●몸의 변이 에 대한 공포의 전이 그려 뒤쿠르노 감독은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고기를 강제로 먹은 뒤 식인 본능에 눈뜬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로우’(2016),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은 채 살아가는 여성의 살인 행각을 그린 ‘티탄’ 등 신체 변이를 겪는 여성을 내세워 인간성을 탐구해왔다. 이번 영화도 석고처럼 굳어가는 신체 변이를 소재로 삼았다. 몸을 굳게 만드는 혈액 매개 바이러스에서 과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공포를 떠올릴 법하다. 영화는 성장의 혼란을 겪는 열세 살 소녀가 혐오의 한복판에 놓인 모습을 통해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를 어떻게 감염시키고, 혐오가 어떻게 사람들을 배척하고 낙인찍는지 보여준다. 이런 사회의 시선을 가족에게 옮겨와 가족의 아이러니를 엮었다. 혹여나 감염됐을지 모를 알파, 마약 중독자이자 감염병에 걸렸던 삼촌, 바쁜 시간을 쪼개 둘을 돌봐야 하는 엄마. 세 명은 서로에게 놓아선 안 되는 끈이지만, 동시에 서로를 옭죄는 족쇄이기도 하다. ●불편한 묘사에도 영상미·연기력은 매료 병에 대한 사회의 시선, 이에 맞서야 하는 가족, 여기에 과거의 아픔까지 끌어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던 영화는 마지막에서야 아민의 정체를 밝히며 꼬인 줄을 풀어낸다. 공포와 낙인, 혐오를 밀어붙인 뒤 사랑과 공감, 가족애로 점을 찍는다. 회피했던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소 혐오스러운 설정과 사실적인 묘사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빼어난 영상미로 매료시키는 감독의 앞선 영화들처럼 이번 영화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 혐오가 덮친 사회에서 빛나는 것은…영화 ‘알파’

    혐오가 덮친 사회에서 빛나는 것은…영화 ‘알파’

    사람의 몸이 조각상처럼 서서히 굳어지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 번진다. 두려움이 질병처럼 퍼지고 혐오가 사회를 삼켰다. 이런 세계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30일 개봉하는 영화 ‘알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알파’는 두 번째 장편 영화 ‘티탄’(2021)으로 제7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프랑스의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신작이다. 몸을 굳게 만드는 혈액 매개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이 배경이다. 열세 살 소녀 알파(멜리사 보로스)는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약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더러운 바늘로 팔에 문신을 받았다. 수업 시간 문신에서 흘러나온 피 탓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기 시작하고, 감염 여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소문은 점차 커진다. 알파는 몸이 굳어가는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한다. 문신에서 나온 알파의 피가 배구공에 묻자 교사는 공을 버리고, 아이들은 알파를 수영장 탈의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여기에 마약 중독자 삼촌 아민(하르 라힘)이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오면서 엄마(골쉬프테 파라하니)의 불안감도 증폭한다. 뒤쿠르노 감독은 채식주의자지만 고기를 강제로 먹은 뒤 식인 본능에 눈뜬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로우’(2016),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은 채 살아가는 여성의 살인 행각을 그린 ‘티탄’ 등 신체 변이를 겪는 여성을 내세워 인간성을 탐구해왔다. 이번 영화도 석고처럼 굳어가는 신체 변이를 소재로 삼았다. 몸을 굳게 만드는 혈액 매개 바이러스에서 과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공포를 떠올릴 법하다. 영화는 성장의 혼란을 겪는 열세 살 소녀가 혐오의 한복판에 놓인 모습을 통해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 전체를 어떻게 감염시키고, 혐오가 어떻게 사람들을 배척하고 낙인찍는지 보여준다. 이런 사회의 시선을 가족에게 옮겨와 가족의 아이러니를 엮었다. 혹여나 감염됐을지 모를 알파, 마약 중독자이자 감염병에 걸렸던 삼촌, 바쁜 시간을 쪼개 둘을 돌봐야 하는 엄마. 세 명은 서로에게 놓아선 안 되는 끈이지만, 동시에 서로를 옭죄는 족쇄이기도 하다. 병에 대한 사회의 시선, 이에 맞서야 하는 가족, 여기에 과거의 아픔까지 끌어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던 영화는 마지막에서야 아민의 정체를 밝히며 꼬인 줄을 풀어낸다. 공포와 낙인, 혐오를 가열차게 밀어붙인 뒤 사랑과 공감, 가족애로 점을 찍는다. 회피했던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소 혐오스러운 설정과 사실적인 묘사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빼어난 영상미로 매료시키는 감독의 앞선 영화들처럼 이번 영화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제7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상영 당시 메타크리틱 최고점 100점과 최저점 20점을 기록하며 극단적으로 갈린 반응이 나왔다. 다만 알파, 아민, 엄마를 연기한 세 배우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
  • “여보, 억대 성과급 챙겨야지”… 삼전닉스 육아휴직률 첫 동반 하락

    “여보, 억대 성과급 챙겨야지”… 삼전닉스 육아휴직률 첫 동반 하락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과 성과급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률이 나란히 하락했다. 고액 성과급을 받기 위해 육아휴직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직원들이 증가한 탓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상반기 육아휴직률은 당해 출생 자녀가 있는 직원의 35.5%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36.2%)와 비교해 0.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남성은 12.4%에서 11.2%로, 여성은 94.3%에서 88.2%로 각각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률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의 3.2%로, 지난해 상반기(4.0%)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남성은 1.3%에서 0.7%로, 여성은 10.1%에서 8.9%로 낮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육아휴직률이 동반 하락한 것은 처음이다. 기업이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을 공시하는 ‘일·생활 균형 공시제’(워라밸 공시제)가 도입된 2024년을 전후해 삼성전자의 육아휴직률은 2022년 34.5%, 2023년 37.4%, 2024년 39.5%로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38.1%로 소폭 낮아졌고 올해 상반기 또다시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2022년 7.8%, 2023년 8.2%로 상승세였다. 이후 2024년 6.6%로 하락한 뒤 지난해 6.9%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다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급 보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각각 영업이익의 10.5%, 10%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사업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35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반도체 부문 성과급이 적게는 2억원, 많게는 6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육아휴직을 하면 성과급 지급에서 제외되고 근속 기간이 줄어 지급률도 낮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고액 성과급을 받으려 육아휴직 중 복직을 선택한 직원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성대 갈아끼우며 10대 뉴요커로… 발레 내려두고 R&B 리듬 탔죠”

    “성대 갈아끼우며 10대 뉴요커로… 발레 내려두고 R&B 리듬 탔죠”

    팝스타 얼리샤 키스 자전적 뮤지컬“마음 놓인다”는 키스 말 듣고 안도 지난 2월까지 김수하(32)는 1990년대 미국 뉴욕에 사는 열아홉 미미였다. 죽음을 곁에 둔 채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밀고 나가던 뮤지컬 ‘렌트’의 클럽 댄서. 다섯 달 만에 그는 같은 연대와 도시, 연령대로 돌아왔다. 미국 팝스타 얼리샤 키스(45)의 자전적 뮤지컬인 ‘헬스키친’에서 그가 연기하는 앨리는 이제 막 세상의 문을 여는 열여덟 살. 미미와 전혀 다른 온도를 가진 10대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하는 “인생의 끝에 있는 미미에게선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나는 희망을, 삶을 막 시작하는 앨리에게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질풍노도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두 배역의 간극을 꺼냈다. 한때 우범지대였던 뉴욕 맨해튼 헬스키친을 배경으로 한 ‘헬스키친’에서 앨리는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 음악적 재능을 일깨우는 선생님 라이자 제인, 친구 타이니와 제시카 등 주변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음악과 사랑을 알게 된다. 김수하는 반항심 가득한 뉴욕의 10대, 앨리로 보이기 위해 좋아하던 발레부터 내려놓았다고 했다. 상체를 박스처럼 꼿꼿하게 유지하는 발레의 훈련이 앨리의 리듬을 방해할까 봐서다. “분장하고 의상을 입으면 70~80%는 앨리처럼 보이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거예요.” 자신만의 무기를 움직임으로 정하고 걸음걸이와 손짓부터 다시 짰다. 음악이 나오면 바로 리듬을 타는 댄서들을 따라 했고, 운전할 때도 1990년대 리듬 앤드 블루스(R&B)를 들었다. 레이백(흑인 특유의 여유 있는 리듬감)은 아프리카계 미국 혼혈 가수 이미셸에게서 배웠다. 이미셸은 극에서 앨리의 친구 타이니를 연기하고 있다. 김수하는 “제 감을 믿지 않고 언니 입을 보면서 노래한다”고 무한신뢰를 보냈다. 힙합과 R&B, 재즈, 팝이 뒤섞인 악보도 난제였다. “작품마다 성대를 갈아 끼운다고들 하는데 이번엔 장면마다 성대를 바꿔야 했다”면서 “하나도 쉬운 곡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R&B 노래를 꾸미는 애드리브도 처음이라 감독진이 잡아준 틀을 수백 번 되풀이했다. “그 배우를 뽑은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그는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마음으로 브로드웨이 초연 음반을 달달 외웠다. 연습이 끝나도 남았고, 점심시간엔 김밥을 먹으며, 집에선 층간소음 탓에 주차장 차 안에서 불렀다. 그런데도 유명한 곡이 나올 땐 원곡과 비교될 거라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자신만의 기준을 잡았다.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를 부를 때는 아빠 데이비스와 만드는 장면에 더 신경을 쓰고, ‘뉴욕 찬가’로 불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를 노래할 땐 어른이 된 앨리가 만드는 무대를 상상하며 노래한다. 키스는 배우들을 한 명씩 불러 자신의 의견을 쓴 노트를 건넸지만 김수하는 부르지 않았다. 내심 서운했지만 첫 공연 뒤 키스가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전해오자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한국 뮤지컬계의 ‘믿고 보는 배우’ 김수하의 출발점은 영국 런던이었다. 2015년 한국 여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 무대에 앙상블 겸 킴(주연) 커버로 섰고, 도쿄 제국극장과 유럽 투어에선 킴을 맡았다. 2019년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진으로 국내에 데뷔한 뒤 미미(‘렌트’), 에우리디케(‘하데스타운’), 누비아 공주(‘아이다’), 에포닌(‘레미제라블’) 등 결이 전혀 다른 여성들을 오갔다. 마음에 둔 배역을 하나씩 만나며 ‘도장 깨기’를 했던 시간은 서른을 넘기며 달라졌다. “내 것이 아니면 붙잡아도 가고, 내 것이면 싫다고 도망가도 오더라고요.” 요즘 마음은 이렇다. “애틋하게 잘 데리고 있다가 잘 보내주자.” ‘헬스키친’의 앨리는 김수하와 손승연, 박지원이 열연하고 있다. 공연은 오는 11월 8일까지 서울 GS아트센터.
  • “평온해서 곧 끔찍한 일이 닥칠 것만 같아요”

    “평온해서 곧 끔찍한 일이 닥칠 것만 같아요”

    “너무 평온해서 곧 끔찍한 일이 닥칠 것만 같아요.”(조예은, ‘녹색 절벽의 신자들’ 중에서) 한국 호러의 희망, 소설가 조예은의 신작 ‘녹색 절벽의 신자들’(오리지널스)은 “세상이 곧 멸망할 것이다. 절벽이 세계의 가장 행복한 지점으로 보내줄 것”이라는 교리를 믿는 사이비 종교 단체가 일으킨 집단 자살 사건과 그에 얽힌 복수극을 그린다. 외딴 산골에 사는 고등학생 오연은 어느 날부터 녹색 절벽이 등장하는 악몽을 반복적으로 꾼다. 친구 제언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추적하던 오언은 충격적인 복수극에 휘말린다. 외계인, 사이비 종교, 악몽 등 호러소설의 요소들이 긴장감 있는 문체와 엮인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연재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 ‘군체’,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조예은의 이 소설을 추천하며 “기묘한 낯섦과 내 안에 있던 감정을 들킨 것 같은 대립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평했다. 388쪽, 1만 9000원. “멀은 살아있는 인간을 조종해 본 적이 없다. 가능하다고 듣긴 했고, 직접 해봤다고 주장하는 자들과 패킷을 주고받은 적도 있지만, 살아서 사고하는 존재의 신체를 훔치는 건 어쩐지…… 문제가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에드워드 애슈턴, 공보경 옮김, ‘멀 혹은 멀의 세계’ 중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한 ‘미키17’의 원작자 에드워드 애슈턴의 신작 SF소설 ‘멀 혹은 멀의 세계’(문학수첩)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뒤흔드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유전자 조작, 신체 강화 등 과학기술의 활용으로 인간의 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사회가 도래했다. 그러나 신체 조작이나 개조를 거부하며 인간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리가 이런 흐름에 저항한다. ‘휴머니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을 제압하려는 연방군에 맞선다. 이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자아를 지닌 인공지능(AI) ‘멀’이다.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멀은 ‘인포스페이스’를 통해 드론, 보안 카메라 등을 오갈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멀은 온몸을 신체 강화 기술로 뒤덮은 사이보그 여성의 몸에 갇히게 된다. 이 여성은 전쟁 중 치명상을 입고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멀 역시 곧 죽음을 맞이한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리고 살아남는 것이란 무엇일까. 416쪽, 1만 8000원. “‘내가 당신과 약혼한 신랑이오. 예전에 만났을 때에는 곰 가죽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하느님 은총으로 본래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 이렇게 깨끗한 몸이 되었소.’ 병사는 신부 곁으로 가서 그녀를 얼싸안고 입맞춤을 했다. 그사이에 언니들은 한껏 치장을 하고 나왔는데 이 멋있는 남자가 막내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언니들은 그가 곰 가죽을 입고 있던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져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한 언니는 우물에 몸을 던지고, 다른 언니는 나무에 목을 매었다. 저녁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신랑이 문을 열어 보니 그 앞에는 초록 윗옷을 입은 악마가 서 있었다. ‘봤지? 자네 영혼 하나 대신 나는 두 개의 영혼을 얻었다네.’”(그림형제, ‘곰 가죽 사나이’ 중에서) 독일의 동화작가 그림형제(야콥 그림, 빌헬름 그림)의 동화는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도 읽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 101편을 선별해 한국어로 옮긴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산지니)이 출간됐다. 독문학자 배중환 부산외대 명예교수가 옮긴 이 책은 그림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제7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이후 간행된 여러 독일어 판본과 선집을 두루 참고해 번역했다. 흔히 알려진 그림형제 동화는 오랜 시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되고 순화됐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잔혹한 장면도, 뜻밖의 반전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여백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익숙한 이야기의 낯설고 서늘한 면모까지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712쪽, 4만 2000원.
  • 손예진, 지창욱과 키스신 지켜보는 현빈에 당황 “여보…여긴 웬일”

    손예진, 지창욱과 키스신 지켜보는 현빈에 당황 “여보…여긴 웬일”

    배우 손예진이 남편 현빈의 합성 사진에 직접 댓글을 남기는 위트를 발휘했다. 지난 22일 청룡영화상·청룡시리즈어워즈 측은 공식 계정을 통해 지창욱의 넷플릭스 ‘스캔들’ 관련 인터뷰를 게재했다. 지창욱은 손예진과의 애정 신을 두고 “다들 ‘전 국민 현빈 눈치 보기’라는데 저는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조씨부인을 사랑한 죄밖에 없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이와 함께 청룡시리즈어워즈 측은 극 중 지창욱과 손예진이 입맞춤 직전인 듯 가까이 얼굴을 마주한 장면에 현빈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진을 합성해 웃음을 더했다. 해당 게시물을 본 손예진은 “여…여보… 여긴 웬일이야”라는 댓글을 직접 남기며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한편 지난 18일 공개된 ‘스캔들’은 조선 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작품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1782년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 시대로 옮겨온 작품이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 역시 해당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한편 손예진은 현빈과 2019년 방송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호흡을 맞춘 것을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2022년 결혼해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 女심판 손 꽉 잡고 안 놓더니…“이건 남자들의 경기” 충격 발언한 MLS 2군 팀 감독, 결국 [월드픽]

    女심판 손 꽉 잡고 안 놓더니…“이건 남자들의 경기” 충격 발언한 MLS 2군 팀 감독, 결국 [월드픽]

    여성 심판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고 성차별적 발언까지 해 논란을 일으킨 미국프로축구(MLS)의 2군 팀 감독이 결국 해고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MLS 콜럼버스 크루는 23일(한국시간) 페데리코 이과인(41) 2군 감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과인을 그의 직무에서 해임하는 것이 우리 구단과 선수들, 지원 스태프를 위해 최선의 결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고 지난 한 달간의 상황을 추가로 검토한 결과, 우리 구단이 팀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미국프로축구의 3부 리그 격이자 MLS의 육성 리그인 ‘MLS 넥스트 프로’에 참가 중인 콜럼버스의 2군 팀은 정식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코치진이 선수단을 이끌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이과인 감독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에서 뛰었던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38)의 형이다. 스포츠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이과인 감독은 현지시간 8월 23일 열린 MLS 넥스트 프로 경기 후 여성 심판과 악수하는 과정에서 심판이 세 차례나 그만하라고 요구했음에도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과인은 심판에게 “이건 남자들의 경기라는 걸 잊지 마세요”라는 성차별적 발언까지 했다. 이 같은 언행으로 이과인 감독은 레드카드와 함께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앞서 미국프로축구심판협회(PSRA)는 이과인 감독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이 사건을 공개하면서 더욱 무거운 징계가 내려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PSRA 측은 “리그의 대응은 선수, 심판, 그리고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 올바른 메시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과인 감독은 구단과 후속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자기 행동을 되돌아보거나 책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으며, 공개적인 사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황인범, “눈도 못 뜨면서” 인종차별 악플에 “너희 골문 여는 게 더 좋아” 응수

    황인범, “눈도 못 뜨면서” 인종차별 악플에 “너희 골문 여는 게 더 좋아” 응수

    포르투갈 프로축구 프리메이라리가에서 뛰는 황인범(FC포르투)이 인종차별성 악플에 재치 있게 응수했다. 앞서 황인범은 지난 21일(한국시간) 포르투의 에스타디오 두 드라강에서 열린 벤피카와의 2026~27시즌 프리메이라리가 7라운드 홈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벤치에서 시작한 황인범은 1-0으로 앞선 전반 38분 가브리 베이가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았고, 후반 15분 상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안데르 실바의 컷백을 슈팅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터뜨렸다. 황인범의 활약으로 벤피카가 패하자 성난 벤피카의 일부 팬은 황인범의 SNS에 악플을 남겼다. 이 가운데 한 벤피카 팬은 “서울에서 온 여자야, 눈이나 제대로 떠. 리스본(벤피카 홈)에서 복수해줄게”라고 댓글을 남겼다. 유럽에서 아시아인을 향해 ‘눈이 작다’ ‘눈을 못 뜬다’는 식의 표현은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표현이다. 아울러 이 팬은 황인범의 성도 여성으로 바꿔 표현하며 조롱했다. 이에 황인범은 “내가 눈을 뜨는 것보다 너희(벤피카) 골문을 여는 게 더 낫지”라는 답글을 직접 쓰며 재치 있게 대응했다. 아울러 황인범은 SNS 게시글을 통해 “잊을 수 없는 하루다. 생일에 승리를 거뒀다. 놀라운 클럽과 팀원들이 함께해 감사하고 모든 측면에서 최고의 사람들이 있어 특별하다.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며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에 자축포를 기록한 소감을 전했다. 황인범은 로베르토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려 9~10월 A매치에 나설 예정이다.
  • “AI에 ‘내 얼굴’ 팔아 50만원 벌었다”…中서 뜨는 ‘초상권 장사’ 뭐길래? [월드픽]

    “AI에 ‘내 얼굴’ 팔아 50만원 벌었다”…中서 뜨는 ‘초상권 장사’ 뭐길래? [월드픽]

    중국에서 일반인이 자신의 얼굴 이미지를 인공지능(AI) 영상 제작자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사업자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계약과 미성년자 얼굴 정보 침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일반인과 콘텐츠 제작자를 연결해 ‘얼굴 사용권’을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제작자는 AI로 제작하는 숏폼 드라마, 광고, 게임 등에 실제 사람의 얼굴을 사용하는 대가로 이용료를 지불한다. 거래 가격은 1회 사용당 50위안(약 210원)부터 최대 9만 9999위안(약 2066만 79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기존에 영화·방송업계 비공식 채팅방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던 이러한 거래는 지난 4월부터 공개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겼다. 한 은행 직원은 사흘 동안 광고회사에 초상권을 7차례 판매해 총 2500위안(약 51만원)을 벌었다고 전했다. 중국 선전의 초상권 거래 플랫폼 ‘위안샹신성’은 회원 가입과 본인 인증을 마치면 ‘디지털 배우 프로필’을 생성할 수 있다. 얼굴 주인이 직접 사용 기간, 금지 조건, 2차 가공 허용 여부 등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청두에서 시작한 또 다른 플랫폼 ‘신화’에는 현재 약 370개의 디지털 배우 프로필이 등록되어 있다. 사용료는 500위안(약 10만 3400원)에서 6000위안(약 124만 800원) 선이다. 이 플랫폼은 TV광고, 모델,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용도별로 이용 권한을 세분화했다. 가장 인기 있는 여성 모델인 린모씨는 악역, 노출 의상, 외국인 연기, 사망 장면 등 4가지 연기 조건에 대해 각각 500위안(약 10만 3400원)의 이용료를 설정했다. 제작자는 성별, 연령대, 분위기, 장르별로 원하는 얼굴을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 미성년자 카테고리도 존재하지만 아직 등록된 프로필은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보호와 동의 절차의 허점을 지적한다. 현지 법상 만 14세 미만 아동의 얼굴 정보를 활용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만 16~17세 청소년은 독자적인 계약이 가능하지만, 초상권 제공에 따른 파급력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계약 내용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초상·음성·성명 등 인격권과 관련한 권리 주장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허가를 중도 철회할 경우 최소 5만 위안(약 1034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반면, 플랫폼의 대금 지급 지연에 대한 책임은 경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누리꾼은 “평범한 사람도 배우의 꿈을 이루고 가만히 앉아 돈을 벌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감독들이 찾는 건 결국 유명인의 얼굴뿐이며, 평범한 얼굴은 AI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 시장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 ‘제주실종사건 허위종결’ 경장 구속 기소… ‘합동심의’도 단톡방 자료 공유로 그쳤다

    ‘제주실종사건 허위종결’ 경장 구속 기소… ‘합동심의’도 단톡방 자료 공유로 그쳤다

    제주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에서는 해당 경찰관의 개인적인 일탈뿐 아니라 상급자의 지휘·감독 부재와 형식적인 합동심의 등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이 부실하게 작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제주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이대성)는 18일 제주서부경찰서 전 실종수사팀 소속 A(34) 경장을 공전자기록등위작·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여성 장모(36)씨와 7월 2일 남성 박모(68)씨의 실종신고를 전달받고도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연락한 것처럼 112신고처리시스템과 실종아동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자 소재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 A 경장은 다음 날인 5월 16일과 7월 3일에는 실제 연락한 것처럼 내부 보고서까지 작성해 상급자에게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경장이 실종사건을 남겨둘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동료에게 사건을 인계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했다. 성인 실종자는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 아래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문제는 A경장 개인에게만 있지 않았다. 검찰은 A 경장이 야간 당직근무를 하는 동안 상급자들의 지휘·감독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상급청이 실종사건 종결 때 ‘실종자 대면 후 종결’ 원칙을 거듭 강조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실종사건을 감시해야 할 전산 시스템도 허술했다. 담당 경찰관이 종결 사유를 ‘변사’나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하면 해당 사건 내용이 프로파일링시스템에서 곧바로 삭제돼 상급자나 다른 팀원들이 사건 접수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다. 다른 사유로 종결하는 사건 역시 상급자 결재 없이 담당 경찰관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종결 뒤 사후 검토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실종자의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는 ‘합동심의’ 역시 유명무실했다. 실종 신고 후 12시간 내 발견되지 않으면 형사과장 주관으로 합동심의를 열어 범죄 관련성과 향후 수사 방향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에서는 단체대화방에 112 신고사건처리표를 공유하는 데 그쳤고, 범죄 관련성에 대한 실질적인 의견 교환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자 가족들의 호소에도 경찰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박씨 가족은 실종신고 당일 A 경장으로부터 “박씨와 연락했는데 신변에 이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소식이 끊기자 가족들은 7월 27일과 8월 6일 직접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소재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실종수사팀 근무자들은 이를 단순 상담으로 판단해 가족들을 돌려보냈다. 가족들이 8월 21일 다시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에야 경찰은 수색에 나섰고, 다음 날 박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검찰은 경찰이 A 경장의 허위 기록을 걸러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족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9월 2일부터 17일까지 A 경장과 상급자·동료·실종자 유족 등 참고인 12명을 조사하고, 8일부터 11일까지 경찰청·제주경찰청·제주서부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A 경장의 휴대전화도 재포렌식했다. 경찰은 A 경장을 공전자기록등위작·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허위 내부 보고서 작성·행사 혐의와 전산시스템 허위 입력에 따른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다만 허위 기록으로 상급자들이 수색에 나서지 못하게 했다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A 경장은 지난 8월 14일 입건됐으며, 법원은 8월 2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9월 1일 A 경장을 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이날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돼 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실종사건 처리시스템의 문제점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 ‘실종사건 허위종결’ 제주서부서 8명 전원 대기 발령… 해당 경찰은 18일 구속기소될 듯

    ‘실종사건 허위종결’ 제주서부서 8명 전원 대기 발령… 해당 경찰은 18일 구속기소될 듯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제주서부경찰서 사태와 관련해 당시 지휘부와 실무자 등 일선 경찰관 8명이 무더기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실종자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개별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지휘·감독 체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제주서부경찰서 전 형사과장과 실종팀장, 팀원 등 8명에 대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실종 허위종결 혐의로 구속 송치된 A 경장과 함께 근무했던 경찰관들이다. 경찰청 본청 감찰 부서는 제주서부서에 대한 감찰을 진행한 뒤 최근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대상에 오른 8명은 현재 모두 대기발령 상태다. 이번 수사는 실종 사건을 담당한 A 경장의 허위종결 의혹에서 비롯됐다.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30대 여성 장모씨 사건을 처리하면서 실제 연락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음에도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설명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목록에서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해 다른 경찰관들이 실종자 관리를 이어가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A 경장은 지난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 B씨의 실종 사건도 장씨 사건과 비슷한 방식으로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경장이 실종 사건을 반복적으로 허위종결한 과정에서 상급자들이 이를 제대로 지휘·감독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을 벌여왔다. 감찰 결과가 수사의뢰로 이어지면서 당시 실종 사건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 규명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A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1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방검찰청은 A경장을 이날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 원톱·투톱·스리톱, 톱배우 넘치는 극장가 …연기 열전에 재미 논스톱

    원톱·투톱·스리톱, 톱배우 넘치는 극장가 …연기 열전에 재미 논스톱

    올 추석에는 연휴를 겨냥한 대작이 없다. 그러나 출연 배우들만 놓고 보면 어느 해보다 풍작이다. 최근 뜨는 배우부터 한창 물오른 배우, 그리고 명실상부 한국 최고 베테랑 배우까지. 그야말로 ‘배우들의 향연’이다.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 영화를 골라도 좋고, 마음 끌리는 대로 찾아봐도 좋겠다. ●‘케미’ 살리는 투톱 ‘인턴’ ‘타짜…’ 우선 최민식·한소희가 투톱으로 나선 ‘인턴’이 16일 추석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는 패션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기업 우투투의 젊은 경영자에게 실버 인턴이 직속으로 배정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막내로 입사한 기호는 지도 제작 출판사의 대표까지 지낸 인물. 낯선 디지털 업무 환경과 자유분방한 요즘 회사 문화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내 37년 회사 경력을 살려 특유의 성실함과 인간미 넘치는 소통으로 신뢰를 얻는다.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판이다.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맡은 벤 역할을 최민식이,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줄스를 한소희가 맡았다. 원작을 한국식으로 변주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일본 도쿄의 한 선술집에서 기호가 선우에게 조언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최민식의 기품 있는 연기, 한소희의 당찬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원작의 담백한 맛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23일 개봉하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는 배우 변요한과 노재원이 투톱으로 맞선다. 영화는 타고난 운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태영과 노력으로 자산을 증명하는 박태영의 대결을 그렸다. 학창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 둘은 온라인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장태영이 주목받을수록 박태영의 질투가 점차 커지고, 결국 배신으로 치닫는다. 장태영은 베트남 출장 중 박태영의 예상치 못한 배신으로 나락에 떨어지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전설의 타짜 곽동욱(조우진)에게 포커를 사사받아 복수에 나선다. 배우 변요한이 장태영 역을 맡아 모든 것을 잃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박태영 역의 배우 노재원은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로 등장한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늘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 영화는 ‘타짜’(2006), ‘타짜: 신의 손’(2014), ‘타짜: 원 아이드 잭’(2019)을 잇는 7년 만의 후속작이다. 20년을 이어온 ‘타짜’의 4편이자,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명작으로 꼽히는 ‘타짜’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이라면 이번 영화가 반가울 법하다. 영화 곳곳에 1편을 떠올리게 하는 오마주 신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서사 풍부한 스리톱 ‘암살자(들)’ 같은 날 개봉하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된 재일동포 문태광. 6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발견된 탄환은 4개뿐이었다. 혼자선 저지를 수 없는 일이기에 공범이 있음이 분명하다.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탄환 두 발의 행방을 두고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 철구,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신입 기자 영일이 공조하며 공범의 행방을 쫓는다. 배우들 면면으로는 올 추석 연휴 가장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올해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해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 등으로 천만영화 4편에 출연한 천만배우 유해진이 철구를 맡았다. 허진호 감독이 “살아 움직이는 배우“라고 칭찬했을 만큼, 그 시대 그 인물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을 맡아 정의로우면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민호가 열정 넘치는 신문기자 영일로 등장한다. 정보를 얻기 위해 세관 여직원에게 “쌍화차 좋아하세요?”라는 작업 멘트를 던지는 이민호의 모습에 여성 관객들의 탄성이 터질 듯하다. 이들 외에 박정민, 정우성, 심은경, 박해준, 오정세 등이 특별 출연하니 눈을 크게 뜨고 보는 게 좋겠다. ●나를 따르라, 원톱 ‘부활남…’ 30일 개봉하는 ‘부활남 : 더 레드’는 만년 취업준비생 석환이 놀라운 능력을 지니게 된 뒤 의문의 추격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석환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죽었다가 깨어나고,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죽었다 깨어날수록 힘은 점점 세진다. 그의 능력을 알아채고 의문의 인물 블랙(신승호)이 뒤를 쫓는다. 블랙은 상대를 조종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초능력 ‘스냅싱’이 있지만, 석환에게만 통하지 않는다. 올해 영화 ‘군체’와 ‘만약에 우리’, 시리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로 상한가를 달리는 배우 구교환의 원톱 영화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부활을 거듭할수록 힘과 회복력 등 신체 능력이 강해지면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과정이 쾌감을 선사한다. 초반 현실적이었던 액션 장면도 후반으로 갈수록 초능력자들이 싸우는 슈퍼 히어로물로 바뀌며 강도를 높인다. 위기의 순간에도 농담과 재치로 상대를 받아치는 석환의 유쾌함이 재미를 더한다.
  • 60대 환자 노후자금 보이스피싱 막은 간호사…경찰청, 시민 10명 포상

    60대 환자 노후자금 보이스피싱 막은 간호사…경찰청, 시민 10명 포상

    보이스피싱범과 장시간 통화하는 환자를 발견하고 이를 수상히 여겨 신고해 8000만원의 피해를 막은 간호사 등 시민 10명이 경찰 포상을 받았다. 경찰청은 KB국민은행과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제4회 KB국민 지키미상’ 시상식을 열었다고 16일 밝혔다. 수상자 장모씨는 병원에 입원한 60대 여성 환자가 약 1시간 동안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장씨의 신고로 환자의 노후자금을 지킬 수 있었다. 또 다른 수상자 김모씨는 길에서 택시를 잡아달라는 대만 국적 여성의 가방에 다량의 현금이 든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하고 피해금 1억 6000만원을 회수했다. 통신사 대리점장 주모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유심을 빼러 온 고객을 설득해 경찰에 신고하도록 해 60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수상자 10명에게는 경찰청장 명의 감사장과 포상금 100만원이 각각 전달됐다. 경찰청과 KB국민은행은 2022년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과 범죄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매년 피해 예방이나 범인 검거에 기여한 시민에게 ‘KB국민 지키미상’을 수여하고 있다. 오창배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노력과 함께 일상에서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는 국민들의 관심과 신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선현 KB국민은행 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은 “이상거래 탐지와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 고도화하는 등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사설] ‘증인 0’에 의혹 그대로 남긴 김승원 후보자 청문회

    [사설] ‘증인 0’에 의혹 그대로 남긴 김승원 후보자 청문회

    어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단 한 명의 증인·참고인도 채택되지 못한 채 열렸다. 최대 쟁점인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 김 후보자는 “최소한의 민원 전달”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2021년 10월 12일 여성사업가 양모씨의 부탁을 받고 신약 개발업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승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부탁하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청문회준비단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식약처에 민원을 전달하기 닷새 전(2021년 10월 7일) 양씨와의 통화에서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거잖아”라고 했다. 사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법 청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컸지만, 청문회에서 해소되지 못했다. 제넨셀 창업자 강모씨는 동물실험 중 햄스터 토혈과 사망 등 이상반응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 식약처는 14개 사항이나 보완을 요구했지만, 김 후보자의 청탁 전화 2주일 후 임상시험 승인이 떨어졌다. 2상 시험에서 실제 환자 93명에게 투약까지 진행됐다. 김 후보자는 “문과라 치료제 성능은 모른다”며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정치검찰의 쪼개기 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잇딴 녹취록 폭로 등에 대해 “검찰의 은밀한 내부 자료가 흘러갔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장관에 임명되면 검찰 캐비넷 자료를 사용하는 자가 있는지 감찰하겠다”고 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과 검찰을 겨냥해 경고한 셈이다. 하지만 ‘작전세력’ 개입 의혹 속에 주가 급등락 피해를 본 3만명의 소액주주 피해자들은 당장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제넨셀의 2020~2021년 신약 개발 과정 조사 보고서에서 주가부양을 위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 관련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 김 후보자는 “(조작기소) 특별검사에게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했다. 장관 취임후 검찰의 공소취소 지휘 여부에 관해서는 “법령에 맞게 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음주운전 전과와 관련해서는 판결문 제출을 거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해소하는 청문회가 되지 못했다. 엄정한 법집행을 총괄할 부처의 장관 자격에 의구심만 더 키운 자리가 되고 말았다. 국민 눈높이를 읽지 않고 김 후보자의 임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신뢰는 또 금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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