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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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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말고 여기”…요즘 SNS에서 뜬 동해 ‘묵호’ [여니의 시선]

    “강릉 말고 여기”…요즘 SNS에서 뜬 동해 ‘묵호’ [여니의 시선]

    최근 강원도 동해시 묵호 일대가 SNS를 중심으로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강릉이나 속초처럼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와 달리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해 바다를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과 항구 마을 특유의 골목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묵호는 최근 ‘숨은 동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SNS와 여행 콘텐츠를 통해 묵호 풍경이 공유되면서 여행객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 바다 위 산책길, 묵호등대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묵호 여행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묵호등대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일대다. 묵호등대 주변 전망대에서는 동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묵호등대는 오랫동안 묵호항을 비추던 등대로, 현재는 동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인근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묵호 해안 절벽 지형을 따라 조성된 해상 전망 공간이다. 바다를 향해 곧게 뻗은 형태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파도와 해안선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어 묵호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꼽힌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이색적인 풍경 덕분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 골목과 감성 가게가 만든 묵호의 또 다른 풍경 묵호의 또 다른 매력은 논골담길과 골목 풍경이다. 오래된 항구 마을의 언덕 골목 사이로 작은 공방과 감성 소품 가게, 카페들이 자리 잡으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개성 있는 상점과 다양한 소품 가게들을 만날 수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최근에는 이러한 골목 풍경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젊은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바다 풍경과 골목 문화가 어우러지며 묵호는 동해안에서 새로운 여행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벚꽃부터 겹벚꽃까지”…서울 근교 봄꽃 산책 명소 ‘미사경정공원’ [여니의 시선]

    “벚꽃부터 겹벚꽃까지”…서울 근교 봄꽃 산책 명소 ‘미사경정공원’ [여니의 시선]

    서울 곳곳에서 벚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하며 봄꽃 나들이 시즌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 근교에서 봄꽃 산책 명소를 찾고 있다면 경기 하남 미사경정공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벚꽃이 먼저 피고, 이후 겹벚꽃이 이어지며 비교적 긴 기간 봄꽃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미사경정공원은 한강과 맞닿아 있는 넓은 공원으로 잔디광장과 산책로, 자전거길이 함께 조성돼 있다. 봄철이 되면 공원 곳곳에 벚나무가 꽃을 피우며 시민들의 산책 명소로 변한다. 특히 일반 벚꽃이 진 뒤에는 겹벚꽃이 이어서 개화해 늦봄까지 꽃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벚꽃이 지면 이어지는 겹벚꽃 풍경 겹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개화 시기가 1~2주 늦다. 꽃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 풍성하게 피는 것이 특징이며, 몽글몽글한 꽃 형태 때문에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꽃잎 수가 많아 쉽게 흩날리지 않고 비교적 오래 꽃을 유지하는 점도 특징이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겹벚꽃은 대부분 일본 ‘야에자쿠라’ 계열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꽃잎이 많아 씨앗을 맺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 번식보다는 조경용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미사경정공원에서는 산책로를 따라 겹벚꽃 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어 늦봄에도 화사한 꽃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한강과 함께 즐기는 봄꽃 산책 공원은 한강을 따라 넓은 잔디광장과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하다.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며 봄 풍경을 즐기는 시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벚꽃이 먼저 피고 겹벚꽃이 이어서 개화하면서 비교적 긴 기간 봄꽃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서울에서 차로 30분 내외 거리라는 접근성도 좋아 봄철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나들이 장소로 꼽힌다. 벚꽃이 시작된 지금, 봄꽃을 조금 더 길게 즐기고 싶다면 미사경정공원 산책길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 경복궁 옆에 이런 궁이 있었나… 종로의 ‘운현궁’ [여니의 시선]

    경복궁 옆에 이런 궁이 있었나… 종로의 ‘운현궁’ [여니의 시선]

    종로의 궁궐을 떠올리면 경복궁과 창덕궁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 사이에 또 하나의 ‘궁’이 있다. 조선 제26대 왕 고종이 즉위 전까지 머물렀던 곳, 운현궁이다.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이 거주하던 집이었다. 법적으로는 공식 궁궐이 아니었지만, 고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한 뒤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모이던 공간이 됐다. 그래서 이곳은 흔히 ‘궁궐이 아닌 궁궐’로 불린다. 대형 궁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선 말기 권력의 공기가 남아 있는 장소다. ●왕이 살았던 집, 정치와 생활이 겹쳐진 공간 운현궁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 의례 중심의 궁궐과 달리 왕실의 실제 생활 공간이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고종은 이곳에서 성장했고, 흥선대원군은 이곳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대표 건물 노안당은 흥선대원군과 관련해 언급되는 공간이며, 노락당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가 치러진 장소로 알려져 있다. 조선 왕실의 중요한 혼례가 공식 궁궐이 아닌 이곳에서 열렸다는 사실은 당시 권력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경복궁이 국가를 상징하는 전면이라면, 운현궁은 권력이 움직이던 배경에 가깝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마루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동선과 낮은 처마 아래의 구조에서는 생활과 정치가 겹쳐 있던 흔적이 읽힌다. ●궁궐 밀집 지역 속에서 덜 알려진 이유 운현궁은 종로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그럼에도 관람객 수는 인근 대형 궁궐들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규모가 크지 않고 관광 동선의 중심에서 한 발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관람 소요 시간은 30~50분 정도로 비교적 짧다. 예약이나 대기 없이 둘러볼 수 있고, 붐비는 궁궐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공간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조선 말기 정치와 왕실의 일상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운현궁만의 특징이다. 국가의 상징으로 남은 궁궐들 사이에서 운현궁은 또 다른 조선의 얼굴을 보여준다. 화려한 전각 대신 정치와 생활이 교차했던 자리. 종로의 궁궐 지도를 조금만 넓혀 보면, 익숙한 궁궐 풍경과는 다른 결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 타샤 튜더전, 행복의 기준을 다시 묻다 [여니의 시선]

    타샤 튜더전, 행복의 기준을 다시 묻다 [여니의 시선]

    행복은 언제부터 비교의 대상이 됐을까. 우리는 어느새 타인의 속도로 자신의 삶을 판단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앞서야 안심할 수 있는 기준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성취는 숫자로 증명되고, 속도는 경쟁력이 된다. 느림은 미덕이라 말하면서도,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빠름을 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스틸, 타샤 튜더’(Still, Tasha Tudor)는 그런 속도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미국 삽화가 타샤 튜더(1915~2008)의 원화와 정원 기록 사진, 생활 소품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품과 삶을 나란히 보여준다. 동화 속 장면으로만 알고 있던 그림이 어떤 일상에서 비롯됐는지까지 함께 살펴보게 한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그림 옆에 놓인 ‘실제의 시간’ 전시장에 걸린 수채화는 크지 않지만 밀도가 높다. 꽃잎의 결과 나무 그림자의 농담, 인물의 옷자락 주름까지 손의 흔적이 섬세하게 남아 있다. 그 옆에는 작가가 실제로 가꿨던 버몬트 농가의 정원 사진이 놓여 있다. 만개한 장미 덩굴과 계절이 바뀌는 풍경은 삽화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그림은 상상 속 무대라기보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의 기록에 가깝다. 정원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같은 자리를 오래 돌보고, 계절을 기다리는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형태가 드러난다. 튜더의 작업 역시 확장보다 지속에 가까웠다. 더 많이, 더 빨리보다 자기 리듬을 유지하는 삶에 가까웠다. ●속도가 아닌, 지켜온 시간 튜더는 100여권 이상의 동화 삽화를 남긴 작가다. 그러나 그의 삶은 끊임없는 확장이나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원에서의 일상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꾸준했다. 사계절이 반복되듯 그의 그림도 같은 리듬을 이어간다. 성취를 증명하기 위한 속도보다, 오래 지켜온 시간이 중심에 놓여 있다. 오늘의 삶은 여전히 비교를 전제로 움직인다. 누가 더 빨리 도달했는지, 얼마나 앞서 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속도를 낮추라고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남들 기준이 아닌 자신의 시간으로 살아온 삶이 어떤 풍경을 남기는지를. ‘스틸’이라는 제목은 멈춤이 아니라 선택에 가깝다. 더 앞서기보다 같은 방향을 오래 지켜온 시간. 남의 속도에 자신을 맞추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전시는 조용히 증명한다.
  • ‘말은 넘치지만, 마음은 숨는 시대’ 다시 만난 뮤지컬 <레드북> [여니의 시선]

    ‘말은 넘치지만, 마음은 숨는 시대’ 다시 만난 뮤지컬 <레드북> [여니의 시선]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다시 막이 오른 뮤지컬 <레드북>은 보기 전과 보고 난 뒤의 인상이 확연히 달라지는 작품이다. 유쾌함 속에 숨은 질문이 극장을 나서는 순간 또렷해진다. “왜 지금, 이 이야기가 다시 무대에 올랐을까?”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여성이 ‘표현’조차 제한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시대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메시지를 던진다. SNS, 댓글, 다양한 플랫폼에서 말은 넘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반응은 빠르고, 해석은 과하고, 오해는 순식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한다. <레드북>이 지금 관객에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풍경을 정밀하게 비춘다. “말해도 될까?”— 19세기와 2020년대의 자연스러운 겹침 주인공 안나는 사회가 허용한 경계를 벗어난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소설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문제’로 간주된다. 정해진 분위기, 말해도 되는 범위,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만들어진 틀. 이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2020년대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표현의 창구는 늘었지만, 표현의 부담은 더 커졌다. 한 문장이 논란이 되고, 맥락보다 ‘반응’이 먼저 따라붙는 시대다. <레드북>은 이 오래된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겪는 불편한 현실을 정확히 비춘다. 화려함보다 ‘용기’가 극을 이끄는 작품 <레드북>의 무대는 과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면 전환의 리듬과 음악의 흐름은 정확하다. 안나의 선택과 흔들림, 그리고 다시 펜을 드는 순간들이 작게 울리면서도 길게 남는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단단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너는 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니?”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위해 필요한 말. 이 작품은 그 작은 용기의 가치를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건 잘난 말이 아니라 ‘내 목소리’였다” 지금 우리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레드북>의 귀환은 단순한 인기작의 재연이 아니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언제부터 내 이야기를 삼키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조용히 알려준다.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기록, 그리고 끝내 꺾이지 않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시대를 움직여 왔다는 사실을. 뮤지컬 <레드북>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마음속에 아주 단순한 질문을 남긴다. “나는 내 마음을 말하고 있나?” 수많은 말 사이에서 정작 ‘내 말’은 줄어들기 쉬운 시대. <레드북>은 잊고 있던 그 목소리를 다시 꺼내 보게 한다. 그래서 이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 다시 무대 위에 오를 이유가 충분하다.
  • ‘문구점’이 명품이 되기까지…잠실에서 만난 티파니의 반전 [여니의 시선]

    ‘문구점’이 명품이 되기까지…잠실에서 만난 티파니의 반전 [여니의 시선]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이번 잠실 전시는 문을 여는 순간부터 기존 주얼리 전시의 문법을 깬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보석이 먼저 관람객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시는 관람객을 별빛처럼 흩어지는 영상 공간 속으로 안내한다. 청록빛 파동과 은은한 빛이 공간을 채우며, 주얼리가 등장하기도 전에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정서와 감정이 먼저 마음에 닿는다. 왜 티파니는 제품 대신 ‘빛’으로 문을 열었을까? 그 이유는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티파니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하이주얼리가 낯선 관람객도 이 브랜드가 왜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철저한 ‘이야기형 전시’이기 때문이다. ️ ‘문구점’이라는 반전...티파니는 어떻게 하이주얼리가 되었나 티파니의 출발점은 우리가 아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1837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작은 문구점’. 전시는 이 의외의 시작점을 중심축으로 삼아, 브랜드가 세계적인 하이주얼리 하우스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문구와 소품을 팔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서 -실버웨어 중심의 상점으로 확장되고 -2대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가 ‘빛, 색, 자연’을 탐구하며 예술적 디자인을 구축한 뒤 -장 슐럼버제 같은 전설적인 디자이너들이 합류해 브랜드의 미학이 완성된다. 복잡한 전문 용어 없이도 ‘티파니의 뼈대’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구성, 이것이 바로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힘이다. ️ 전시가 쉽게 읽히는 이유: “모든 구간에 사람이 있다” 이번 전시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차별점은 바로 ‘접근성’이다. 각 섹션마다 여러 명의 스태프가 상주하며 작품의 맥락과 공간의 의도, 디자인 배경을 직접 설명해 준다. 무료 전시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이지만, 이 ‘사람의 안내’ 덕분에 주얼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시에 몰입할 수 있다. ‘명품 전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이미 브랜드를 아는 사람에게는 이해의 밀도를 높여주는 영리한 장치다. 체험으로 완성되는 ‘사랑’의 언어 전시의 마지막은 디지털 인터랙션을 통한 체험 공간으로 마무리된다. 관람객의 심장 박동을 시각화하는 연출을 통해, 티파니가 오랫동안 다뤄온 핵심 테마인 ‘사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다. 영상과 사운드, 빛이 결합된 이 구간은 단순히 인증샷을 남기는 곳이 아니다. ‘티파니가 왜 오늘날에도 기념과 약속의 상징으로 통하는가’를 감각적으로 설득하는 장치이자, 관람의 여운을 감정적으로 매듭지어 주는 역할을 한다. “주얼리를 몰라도 이해되는 드문 전시” 이번 전시는 단순히 값비싼 보석을 나열하는 쇼윈도가 아니다.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철학을 담아 성장했으며, 왜 지금까지 사랑받는지를 관람객이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된 친절한 서사다. 그래서 이 전시는 티파니를 잘 아는 마니아보다, 오히려 티파니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더 좋은 전시다. 문구점에서 시작한 작은 가게가 색 하나, 상징 하나, 디자이너 한 명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을 차근차근 짚어준다. 전시장을 나설 때 남는 것은 화려한 보석의 잔상이 아니라, ‘티파니라는 세계를 여행하고 온 듯한 충만함’일 것이다. 그것이 이번 전시가 특별했던 진짜 이유다.
  • ‘성공한 사람만 간다’는 별명, 화담숲이 매년 붐비는 진짜 이유 [여니의 시선]

    ‘성공한 사람만 간다’는 별명, 화담숲이 매년 붐비는 진짜 이유 [여니의 시선]

    2025년 가을, 전국적으로 단풍이 늦게 들고 절정 기간도 짧아 아쉬움을 남겼다. 많은 지역에서 단풍의 색이 빠르게 바래갔지만, 경기도 광주 화담숲은 달랐다. 단풍이 끝물인 시점에도 입구부터 이어진 대기 줄과 모노레일 행렬은 이곳의 여전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단풍의 ‘완벽한 색’보다 가을 전체를 안정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숲의 완성도’가 이 끊이지 않는 발걸음을 만들고 있었다. 화담숲이 붐비는 이유: 색의 절정보다 ‘계절의 층’을 보여주는 곳 화담숲의 가장 큰 매력은 단풍의 절정 색깔이 아니라,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계절의 레이어’(layer)다. 아래쪽 구간은 아직 초록이 남아 있는데, 중간 구간은 노랗게 물들었고 상단 군락은 끝물에도 깊은 붉은빛을 유지한다. 올해처럼 단풍의 질이 지역마다 들쑥날쑥했던 해에도, 이 ‘색의 흐름’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화담숲은 단순히 ‘오늘 단풍이 예쁘다/아니다’로 평가되는 숲이 아니라, 가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직접 확인하는 숲에 가깝다. 이 점이 다른 근교의 가을 숲과 가장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매년 품절되는 비결: 접근성과 동선, 생태 운영력 화담숲 입장권이 매년 빠르게 매진되는 이유는 단순히 단풍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뛰어난 접근성: 서울에서 40~5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완벽한 동선: 노년층이나 유모차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산지 지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길이 조성돼 있다. 이런 요소가 합쳐져 ‘가장 완성도 높은 가을 산책 코스’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운영 주체인 LG상록재단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식생 관리가 더해져 올해처럼 기상 변수가 컸던 해에도 관람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멀리 가기엔 부담스럽지만, 가을은 제대로 느끼고 싶다’는 사람들의 선택지가 자연스레 화담숲으로 모이는 이유다. 모노레일 인기: 편리함을 넘어 ‘가을을 가장 넓게 보는 관람 방식’ 화담숲 가을 풍경에서 모노레일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025년에도 모노레일 사전 예매는 일찌감치 소진되었으며, 주말 현장 탑승 대기 줄 역시 길게 이어졌다. 모노레일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동이 편리해서가 아니다. 상단 전망 데크까지 빠르게 올라가 가장 선명한 붉은빛이 남아 있는 단풍 군락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풍 농도가 일정하지 않은 해에는 ‘하행은 걸으며 단풍을 보고, 상행은 모노레일로 풍경을 조망’하는 조합이 사실상 최적의 루트로 꼽힌다. 이 독특한 관람 방식 덕분에 모노레일은 ‘성공한 사람만 경험하는 가을 코스’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숲을 걸으며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올해 가을의 속도 그 자체였다. 진한 붉은 단풍이 남은 구간, 아직 초록이 지지 않은 숲, 그리고 바람이 모아놓은 낙엽의 결이 겹쳐지면서 완벽한 절정 대신 계절이 공존하는 풍경이 하나의 가을을 만들어냈다. 화담숲은 ‘단풍의 절정’을 보러 가는 장소가 아니라 ‘올해의 가을을 기록하러 가는 숲’으로 느껴졌다. 단풍이 들쑥날쑥한 해에도 사람들이 이곳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계절이 완벽하지 않아도 조용히 걷고 싶은 가을은 매년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을을 가장 안정적인 풍경으로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올해도 화담숲이었다.
  • “아이들 책인 줄 알았는데”...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앤서니 브라운展’ [여니의 시선]

    “아이들 책인 줄 알았는데”...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앤서니 브라운展’ [여니의 시선]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앤서니 브라운展: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이 어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8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50년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고릴라』, 『우리 형』, 『동물원』 등 대표작 원화 250여 점이 전시되어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아이의 시선, 어른의 질문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어른들에게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풍자를 담은 메시지로 읽힌다. 예를 들어, 대표작『돼지책』은 어릴 적에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재해석된다. 집안일을 외면하는 아빠와 아들, 그리고 그 부재 속에서 혼란을 겪는 가족의 모습은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없는 사회적 은유를 담고 있다. 이처럼 한 작품을 두고 아이와 어른이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양면성’은 앤서니 브라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고릴라: 인간을 비추는 거울 앤서니 브라운 작품의 상징은 단연 ‘고릴라’다. 그는 인간과 가장 닮은 존재인 고릴라에 힘과 위엄은 물론, 외로움과 따뜻함 같은 복잡한 감정들을 담아냈다. 『고릴라』 시리즈는 아빠와 아이 사이의 서먹함과 애정을, 『우리 형』은 열등감과 비교를, 『동물원』은 권위주의와 감시 사회를 풍자한다. 관람객들에게 고릴라는 단순히 친근한 캐릭터를 넘어, 우리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동물 친구지만, 어른에게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숨겨진 디테일, 살아있는 상상력 앤서니 브라운 작품의 독특한 사실성은 그의 이력과도 관련이 깊다. 젊은 시절 의학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던 경험은 인물의 표정이나 근육 묘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그의 그림 곳곳에는 작은 사물이나 그림자의 형태 등 ‘숨은 장치’가 있어 관람객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아동용 그림책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영상관, 독서 라운지, 체험 공간 등 다양한 구성은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즐기며 그림책이 세대를 연결하는 문화적 경험임을 보여준다. 앤서니 브라운 전시는 그림책이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에게는 웃음과 상상을, 어른에게는 성찰과 질문을 던진다. 이 전시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상상력은 아직도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 “문을 여니 스태프가 쉬고 있다?”…서울 성수동에 나타난 ‘착함’의 전시 [여니의 시선]

    “문을 여니 스태프가 쉬고 있다?”…서울 성수동에 나타난 ‘착함’의 전시 [여니의 시선]

    서울 성수동이 또 한 번 특별한 감정의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 화제를 모은 엔타쿠(entaku) 기획 전시 ‘너무 착한데?전’이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 처음 소개됐을 때 “생각보다 깊은 울림이 있다”는 반응을 얻었던 이 전시는 새로운 작품과 체험 공간을 더해 한층 확장된 ‘감정 여행’을 선사한다. 성수동 특유의 개방적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는 ‘착하다’라는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새삼 되묻게 한다. MZ세대를 사로잡은 ‘작지만 확실한 착함’‘너무 착한데?전’은 2023년 일본 첫 개최 이후 누적 60만명의 관람객, 2억회 이상 소셜미디어(SNS) 조회수를 기록하며 MZ세대의 필수 전시로 자리 잡았다. 그 비결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스쳐 지나가는 작은 선의를 주인공으로 세운 데 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는 아이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이 전시장 안에서 따뜻한 서사로 재탄생한다. MZ세대가 특히 열광한 이유는 이 ‘작은 착함’이 자신들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경쟁과 피로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거대한 가치 담론은 오히려 멀게 느껴지지만, 일상 속 소소한 선의는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위로이자 희망으로 다가온다. ‘크지 않아도 괜찮다, 작은 것이 모여 의미를 만든다’는 메시지는 오늘날 MZ세대의 문화적 코드와 정확히 맞물린다. 또한 이 전시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관람객이 직접 ‘참여자’가 되는 장치들로 주목받았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치는 휴식 중인 스태프, 전시 동선 속에 배치된 ‘착한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들은 관람객 스스로가 작은 선의를 발견하고 경험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 “내가 방금 본 장면이 착함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주는 순간, 관람객은 구경꾼이 아니라 ‘착함을 해석하고 확산하는 주체’가 된다. 이 경험 구조는 곧바로 SNS에서 폭발력을 가졌다. ‘문 열었더니 스태프가 쉬고 있었어’, ‘이 코너에서 이런 착한 장면을 발견했다’는 식의 짧은 후기와 사진은 쉽게 공유되었고, 이는 다시 또 다른 방문을 자극했다. 작은 공감이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방식, 이것이 ‘너무 착한데?전’을 단순한 전시가 아닌, 세대적 현상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이유였다. 한국에서 만나는 ‘착함’의 새로운 시선이번 서울 전시는 일본판과 달리 성수동이라는 지역성이 더해졌다. 카페·전시·편집숍이 공존하는 이곳은 이미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 실험장’으로 자리 잡으며 MZ세대의 문화 소비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서 관람은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카페에서 전시 이야기를 나누고 편집숍에서 아이템을 고르는 경험까지 이어지며, ‘착함’이라는 메시지가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또한 이번 전시는 ‘너무 착한데?전’과 ‘너무 별론데?전’을 병치시켰다. 따뜻한 순간과 사소한 불편을 나란히 보여줌으로써 착함의 가치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관람객은 같은 공간에서 웃음과 공감을 오가며 두 감정을 동시에 체험하고, 이는 “일상은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을 때 더 실감 난다”는 메시지로 확장된다. 전시는 책과 굿즈로도 이어졌다. 일본에서 출간된 도서 『좋은 사람 도감』은 발매 3개월 만에 5쇄를 기록했고, 현재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역되어 전시장의 여운을 책으로 옮겼다. 굿즈와 영상 콘텐츠 역시 SNS 공유와 맞물리며, ‘착함’이 단순한 감정 체험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착함은 여전히 유효할까기획 그룹 엔타쿠는 원래 의료·관광·F&B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체험’을 디자인해온 팀이다. 그들의 시선은 이번에도 단순한 귀여운 이벤트에 머물지 않는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거닐며 결국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착한 마음은 지금도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까. 전차처럼 거대한 힘은 아니지만, 작은 손길이 모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을까.’ ‘너무 착한데?전’은 그 물음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 앞에 남긴다. 착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것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삶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순간들이 더해져야 하지 않을까.
  • 전차부터 살수대첩까지…외국인도 감탄한 ‘리얼 K-역사’의 현장 [여니의 시선]

    전차부터 살수대첩까지…외국인도 감탄한 ‘리얼 K-역사’의 현장 [여니의 시선]

    서울 한복판, 용산 전쟁기념관에 들어서면 육중한 전차와 전투기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아이들은 전차 위에서 들뜬 표정을 짓고 가족들은 전투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도심 속 전쟁사가 현실처럼 다가온다. 마치 영화 세트장을 옮겨놓은 듯하지만, 이곳은 실제 전쟁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이다. 1994년 개관한 전쟁기념관은 약 13만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고구려 살수대첩부터 임진왜란, 한국전쟁까지 수천 년의 전쟁사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특히 야외 전시장에는 M48 전차, F-86 전투기, 해군 함정이 실제 크기 그대로 전시되어 ‘살아있는 군사 박물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관람객들은 한 바퀴를 돌며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진 한반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외국인 관람객 2년 만에 3배 증가…왜 몰려올까 최근 전쟁기념관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객은 2022년 약 17만 명에서 2024년 약 48만 명으로, 2년 만에 2.8배 성장했다. 특히 단체 관광보다 자유 관람객이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관광버스를 타고 대충 훑고 가는 방식이 아니라, 전시실을 천천히 거닐며 안내문을 꼼꼼히 읽고 토론하는 ‘문화형 관람’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전시관 내부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들이 전차나 무기보다 피난과 생존, 재건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물 앞에 오래 머무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벽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숙연해지며, 전쟁의 참혹함과 동시에 자유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를 체감한다. 최근에는 K-콘텐츠 열풍으로 한국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풍경 너머 한국 역사의 뿌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례도 많아졌다. 무기 전시관을 넘어, K-역사 콘텐츠로 오늘날 전쟁기념관은 과거를 보존하는 전시관을 넘어, 역사 교육 플랫폼이자 글로벌 소통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AR·VR 전투 체험, 어린이박물관, 청소년 안보 세미나, 외국인 대상 다국어 해설 프로그램 등 참여형 콘텐츠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 대상 평화·안보 체험 프로그램을 국내외로 넓히고, 한국잡월드와 협력해 국방·안보 직업 체험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맞춤형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면, 전쟁기념관은 실제 역사로 한국을 만나는 접점이다. 전차 위를 뛰노는 아이와 희생자 이름 앞에 멈춰 선 외국인 관람객. 서로 다른 장면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남긴다.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곧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 VR로 만나는 고대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 현실이 되다 [여니의 시선]

    VR로 만나는 고대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 현실이 되다 [여니의 시선]

    45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신비로운 피라미드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다. 용산 전자랜드에서 열리는 ‘쿠푸왕의 피라미드’ VR 전시회는 실제 출입이 불가능한 피라미드 내부를 가상현실(VR)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해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이 전시는 프랑스 VR 콘텐츠 제작사인 엑스쿠리오(Excurio)가 선보이는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약 한 시간 동안 피라미드의 복도, 왕의 방, 미라 추정 지점 등을 직접 걸으며 탐험할 수 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문화유산의 새로운 트렌드: 디지털 복원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문화유산의 디지털 복원 트렌드를 보여준다. 이제 박물관들은 3D 스캔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유물을 더 깊이 있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3D 디지털 갤러리를 개설해 관람객이 온라인에서도 고대 조각과 회화 작품을 360도 시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구글 아트앤컬처와 협력해 미라를 CT 스캔으로 복원한 VR 콘텐츠를 공개했다.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작품을 AI 기반 초고화질로 디지털 전환하고 있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천 년 전 암각화를 드론으로 스캔해, 국가 차원에서 문화유산 디지털 보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접근하기 어려운 문화유산을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접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K-헤리티지, 디지털 기술로 세계를 만나다 이런 흐름은 한국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한국은 경복궁, 창덕궁, 수원 화성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비롯한 풍부한 역사 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구려 고분벽화 체험관’을 운영하며 벽화 내부를 실제 크기로 체험하게 한다. 문화재청도 ‘디지털 실감콘텐츠 제작 사업’을 통해 백제 금동대향로와 신라 천마총 내부를 3D로 복원했다. AR 경복궁 체험앱이나 메타버스 수원 화성과 같은 모바일 기반 콘텐츠도 등장하며 디지털 역사 콘텐츠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국의 고유한 문화유산이 VR, AR 기술과 결합하면 교육 자원을 넘어 ‘K-콘텐츠’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고 고급 디지털 관광 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전시가 보여주듯, 기술과 유산이 만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 “이게 도서관 맞아?” 예술이 스며든 쉼터, 의정부 미술도서관 [여니의 시선]

    “이게 도서관 맞아?” 예술이 스며든 쉼터, 의정부 미술도서관 [여니의 시선]

    도서관은 책상과 책장으로 가득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공간이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의정부 미술도서관’이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을 넘어, 예술 작품과 책이 공존하며 사색과 영감을 선사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품을 마주하고, 열람대 너머로 예술이 흘러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사로잡고 있다. 책장이 전시장이 되는 공간의정부 미술도서관은 기존의 도서관 틀에서 과감히 벗어난 새로운 시도다. 딱딱하게 줄지어 있는 열람 공간 대신, 부드러운 곡선형 가구 배치와 개방된 동선이 인상적이다. 책장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시 공간으로 이어지고, 햇살 가득한 창가 아래에는 사색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갤러리와 북카페의 경계가 모호한 이곳은 ‘책을 읽는 미술관’이자 ‘작품이 있는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의정부시는 이 미술도서관을 통해 예술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간 기획을 넘어,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미군기지 반환 이후 도시 재생 과제를 안고 있던 의정부시는 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얼굴을 그려나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도서관’이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책, 《A Bigger Book》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 것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초대형 아트북《A Bigger Book》이다. 가로 약 50㎝, 세로 70㎝의 크기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전시된 책을 넘어 ‘책의 물리적 형태 자체가 조형물로 기능하는 예술 오브제’다. 일명 ‘호크니 빅북’으로 불리는 이 책은 독일 타셴 출판사에서 전 세계 9000부로 한정 제작된 작품이다. 의정부 미술도서관에 전시된 것은 3068번째 에디션이다. 장갑을 낀 채 책장을 넘겨야 할 만큼 섬세하게 다뤄야 하며, 책이라는 매체가 공간을 어떻게 점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체다. 이 대형 책은 단순한 관람물이 아닌, 이 도서관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응축한 조형물로 기능한다. 사색과 휴식이 흐르는 열린 공간이곳에는 정해진 동선이나 규칙이 없다. 아이들은 마룻바닥에 엎드려 그림책을 읽고, 어른들은 작품 앞에서 조용히 멈춰 서서 감상한다. 어떤 이는 창가에 앉아 스케치북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마저도 예술의 일부’가 되는 점이 이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북적이는 관광지보다 조용한 공간을 찾는 날, 책과 예술, 사색이 함께 흐르는 이 미술도서관은 훌륭한 목적지가 된다. 특별한 전시가 없어도 그저 이곳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이다. 도서관이 예술이고, 예술이 도시가 되는 순간 — 바로 의정부 미술도서관에서 경험할 수 있다.
  • 익숙한 일상에 독특한 감성…‘느좋’ 브롱크호스트 세계 [여니의 시선]

    익숙한 일상에 독특한 감성…‘느좋’ 브롱크호스트 세계 [여니의 시선]

    요즘 ‘느좋’(느낌이 좋은)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느좋카페, 느좋무드, 느좋사진처럼 어디에나 붙어 감각적이거나 취향에 딱 맞는 분위기를 표현해낸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전시 공간 그라운드시소에서 열린 워너 브롱크호스트(Werner Bronkhorst)의 아시아 첫 개인전 ‘온 세상이 캔버스’를 ‘느좋전시’로 불러도 좋겠다. 브롱크호스트가 만든 작품 속 배경은 낯설지 않다. 수영장, 바다, 테니스 코트, 스키장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들이 화면 위에 펼쳐진다. 작가는 여기에 두꺼운 물감의 질감과 섬세한 미니어처 인물들을 더해 입체감을 더했다. 특히 ‘WET’ 시리즈는 많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청량한 색감의 바다와 물결, 파도를 타는 작은 인물들은 자유로움과 동시에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을 오래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단순히 귀엽고 감각적인 장면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르다. 작은 인물들을 통해 그는 어린 시절의 시선, 세상을 새롭게 마주했던 감정, 그리고 사소한 순간 속의 감동을 되살리려 한다. 그림은 풍경이지만, 시선은 삶을 향해 있다. 전시 2층에 있는 테니스 포토존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한 작품(‘Centre of Attention’)과 연결돼 있다. 실제 테니스 코트처럼 꾸며놓은 이 공간은 작품의 맥락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초록색 인조 잔디는 마치 잔디밭을 걷는 듯한 리듬감을 주고 스포츠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고 사진을 찍는 순간마저도 하나의 장면 안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준다. 브롱크호스트는 평면 회화 위에 조형적 요소를 더해 회화와 설치의 경계를 흐리는 실험적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의 작품은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으로 완성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총 다섯 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명확한 흐름을 가진다. 첫 방문자도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로, 부담 없이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 FC서울과 FC안양, 이 경기를 보는 또다른 관점 [여니의 시선]

    FC서울과 FC안양, 이 경기를 보는 또다른 관점 [여니의 시선]

    지난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 경기에서 FC서울이 FC안양을 2-1로 제압했다. 두 팀 모두 K리그1 소속이지만, FC안양은 지난해 K리그2에서 승격된 터라 어쩌면 두 팀의 전력 차이가 있었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경기를 단순 승패를 넘어서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다. 두 팀의 뿌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영삼 정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서울 연고 축구단들을 서울 이외 도시로 이전시키는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LG 치타스는 안양으로, 일화 천마는 성남으로, 유공 코끼리는 제주로 옮겨갔다. 안양을 연고로 활약한 지 8년 만에 안양 LG 치타스는 다시 서울로 연고를 옮겨 FC서울이 됐고, 안양은 프로축구팀을 잃었다. 2012년 10월 안양 시의회는 새로운 축구단을 창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켜서야 2013년 FC안양이 출범할 수 있었다. LG 치타스의 재이전을 서울 팬들은 ‘연고 복귀’라고 했고, 안양 팬들은 ‘연고 이전’으로 받아들이며 지금까지도 다른 시각을 보인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단순한 정규리그의 한 경기가 아니라, 오랜 인연과 감정이 얽힌 ‘더비’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번 경기는 K리그1 정규리그에서 두 팀이 처음으로 맞붙은 경기였다. 서울과 안양이 공식 경기에서 처음 맞붙은 것은 2017년 FA컵 32강전(서울 2:0 승)이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경기에는 관중 4만 1415명이 운집하며, K리그 유료 관중을 집계한 2018년 이후 네 번째로 많은 유료 관중 수를 기록했다. 서울 팬들은 붉은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고, 반대편에서는 안양 팬들이 자주색 물결을 만들었다.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경기 이상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서울은 후반 2분, 린가드의 강력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후반 33분, 루카스가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추가골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안양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최성범이 서울을 상대로 역사적인 첫 골을 터뜨리며 추격에 나섰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경기가 끝나자 서울 팬들은 환호했고, 안양 팬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단순한 승패를 넘어, 이 경기는 다시 한번 서울과 안양의 관계를 되새기게 했다. FC서울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향한 중요한 길목이며, K리그1 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무대다. 반면 FC안양에는 “우리는 1부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할 기회였다. 한때 같은 팀이었던 두 클럽은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이 경기가 특별한 이유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맞대결은 끝이 아니다. 어쩌면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 ‘얼음멍’, 불꽃 대신 얼음으로 힐링하는 시간 [여니의 시선]

    ‘얼음멍’, 불꽃 대신 얼음으로 힐링하는 시간 [여니의 시선]

    기온이 떨어지면 장작을 태우며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는 ‘불멍’의 낭만이 떠오른다. 기온이 영하권에 들어간 겨울에는 경이로운 자연이 소박한 불꽃을 대신한다. 높은 산에서 바위벽을 타고 흐르는 거대한 얼음을 바라보는 시간은, 불꽃 속에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과 다른,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경험이다. 자연이 만든 얼음 예술, 빙벽의 탄생강원도 원주의 스톤크릭 카페에서는 이 특별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한겨울이면 카페 앞 거대한 절벽에 물줄기가 얼어 웅장한 빙벽이 만들어진다. 낮에는 투명한 얼음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밤이면 조명이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빙벽은 그저 단순히 기온이 물의 어는점 이하로 떨어져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겨우내 흐르는 물줄기가 낮밤의 기온차 속에서 천천히 얼어붙으면서 예술 작품처럼 형성됐다. 얼음 속에 작은 기포들이 갇혀 독특한 패턴을 만들고, 그 안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불꽃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따뜻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과 달리 얼음은 멈춰 있는 듯하면서도 자연의 흐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차가운 공간에서 더 따뜻해지는 순간빙벽을 배경으로 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꾸며진 실내에 퍼진 은은한 커피 향이 온기를 더한다. 커다란 창은 빙벽을 담은 액자 역할을 하고, 손에 쥔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은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야외 테라스에는 난로를 설치해 놔 차가운 공기를 맞으면서도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올겨울 불멍과는 또 다른 차분한 경험을 찾는다면 이곳에서 겨울 산자락 고요 속의 ‘얼음멍’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 커피 오마카세, 한 잔의 이야기를 마시다 [여니의 시선]

    커피 오마카세, 한 잔의 이야기를 마시다 [여니의 시선]

    요즘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그날의 재료로 준비한 상차림’이라는 의미를 가진 일본어인데, 일식뿐 아니라 육식과 디저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접할 수 있다. 이 오마카세가 커피에도 붙었다. 경기 동두천에 있는 작은 카페 ‘진짜커피사랑이야기’에서는 한 시간 동안 4~5잔의 커피와 특별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카페는 아늑한 분위기와 바리스타의 따뜻한 미소가 고객을 반긴다. “오마카세는 커피 한 잔 한 잔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입니다.” 바리스타의 말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커피의 세계로 들어서는 초대장이나 다름없다. 첫 잔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1 아리차 워시드로 시작한다. 깔끔한 산미와 은은한 향이 마치 에티오피아의 푸른 산자락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다. 두 번째 잔은 같은 원두를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한 커피다. 같은 원두이지만 전혀 다른 꽃향기와 달콤함이 풍겨 나온다. 커피 한 잔이 가공 방식에 따라 얼마나 다채로워질 수 있는지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다. 이어 탱글한 식감을 가진 커피 푸딩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쿠프를 얹은 디저트가 나온다. 커피와 커피 사이, 진한 커피향이 어우러진 디저트를 즐기는 순간이다. 이번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서는 세 가지 원두를 층층이 쌓아 추출한 케냐의 석양 3단 커피 에이드다. 이름처럼 깊고 풍부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며 톡 쏘는 상큼함으로 여운을 남긴다. 바리스타는 케냐 커피의 고도와 토양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미를 소개하며, 한 잔의 의미를 더했다. 아울러 서로 다른 원두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며 커피도 사람처럼 다양한 면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커피 오마카세가 얼마나 특별하겠어’라는 의구심은 한 잔 한 잔에 담긴 정성과 이야기로 사라지고, 휴대전화도 놓은 채 오롯이 커피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 작은 잔에서 느낀 여유와 따뜻함은 일상의 쉼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를 오마카세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누리려면 예약이 필수다. 물론 다른 커피들도 커피에 진심인 바리스타 덕에 긴 여운으로 남길 수 있다.
  • 남해 독일마을, 유럽 크리스마스의 감성이 폭발하는 곳 [여니의 시선]

    남해 독일마을, 유럽 크리스마스의 감성이 폭발하는 곳 [여니의 시선]

    겨울이면 으레 화려한 장식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따뜻하게 데운 와인을 들고 즐기는 마켓을 떠올리게 된다.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을 비롯해 스위스 몽트뢰 산타마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유럽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한국 속 작은 유럽으로 통하는 경남 남해 독일마을은 연말이면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분위기와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진 명소가 된다.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마켓의 매력남해 독일마을은 붉은 지붕과 독일식 주택들이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주민들이 직접 꾸민 아기자기한 장식과 조명으로 마을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마을 중심의 카페에서는 따뜻한 독일식 와인인 글뤼바인(Glühwein)과 크리스마스 쿠키를 맛볼 수 있다. 낮에는 남해 바다와 어우러진 겨울 햇살 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밤이 되면 조명 아래 빛나는 마을 속에서 한 모금의 글뤼바인으로 언 몸을 녹인다. 독일마을의 크리스마스는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한다. 소품샵에서는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와 나무 장식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간식으로 유명한 슈톨렌(Stollen)은 꼭 맛봐야 추천 먹거리다. 건포도와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과일 케이크로,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가 크리스마스의 감성을 더해준다. 희생과 사랑의 기억을 담은, 특별한 공간남해 독일마을은 단순히 이국적인 풍경만으로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1960년대 독일로 떠난 간호사와 광부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든 마을로, 그들의 희생과 사랑을 품은 장소이기도 하다. 낯선 타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외로움과 그리움을 담아 이 마을을 꾸몄다. 그래서 이곳에선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삶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곳에서는 퍼레이드와 작은 공연이 열려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진 따뜻한 시간을 만든다. 마을 곳곳의 크리스마스 리스와 조명은 마치 동화 속을 거니는 기분을 준다. 올겨울, 남해 독일마을에서 글뤼바인 한 잔과 슈톨렌 한 조각을 즐기며 유럽의 낭만과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느껴봐도 좋을 듯하다.
  • 지친 일상 속, 창덕궁이 전하는 고요한 위로 [여니의 시선]

    지친 일상 속, 창덕궁이 전하는 고요한 위로 [여니의 시선]

    우리는 도심의 소음 속에서 산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 그리고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사이에서 우리는 멈춰 설 틈조차 찾지 못한 채 고요함을 잃고 있다. 화려한 빛에 휘감긴 도시에서도 고즈넉함을 간직한 창덕궁의 달빛기행은 현대인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돈화문에서 시작되는 달빛기행은 청사초롱의 은은한 불빛과 함께 조선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여행이다. 금천교를 건너며 느껴지는 정적, 인정전 앞에 서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순간, 지금의 번잡한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기분이 든다. 달빛 춤추는 부용지, 유려하게 뻗은 전통의 선부용지 연못가에 다다랐을 때, 정자와 연못 위로 드리운 달빛은 잔잔한 물결과 함께 흔들린다. 부드러운 밤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나뭇잎 사이로 별빛이 어른거리는 풍경은 그 자체로 평온하다. 이곳이 단순한 옛 건축물이 아니라, 선조들이 자연 속에서 쉼을 누리며 사색에 잠기던 공간임을 느끼게 된다. 연못가에서 머무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고요한 순간 속에서 우리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결 하나하나에 반사되는 달빛은 우리가 얼마나 서두르며 살아왔는지를 묻는 듯하다. 숲길을 걷다 보면 상량정에서 들려오는 대금의 선율이 밤공기를 가로지른다. 깊고 은은한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조선의 시간과 지금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대금 소리에 이어지는 타령 공연과 함께, 관람객들은 잠시 그 옛 시간에 머문다. 이어지는 한과 체험은 감미로운 여유를 더한다. 조용히 앉아 전통 한과의 달콤함을 음미하며 우리는 문득 선조들의 삶의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단순한 먹거리 하나에도 자연의 조화와 고요함을 담아내던 그들의 지혜는, 지금의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후원 숲길이 전하는 위로…쉼의 미학커다란 나무들이 우거진 후원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나무 사이로 보이는 부용지가 다시 한번 발길을 붙잡는다. 그 순간,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빠르게 걷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천천히 걷는 이 길은 단순히 발걸음을 옮기는 여정이 아니라, 우리가 놓쳐왔던 여유를 되찾는 시간이다. 별빛을 바라보고, 밤바람을 느끼며 잠시 멈춰 서 있는 동안, 창덕궁의 숲은 말없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 고요 속에서 관람객들은 각자 자신만의 여유를 발견한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단순히 궁궐을 관람하는 체험이 아니다. 달빛 아래 잔잔히 물결치는 연못, 고요한 밤을 수놓는 대금의 선율, 청사초롱을 들고 숲길을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쉼의 미학’을 되찾게 한다. 쉼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끔은 그저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고요 속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창덕궁의 고요한 밤은 우리에게 그 작은 여유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가르쳐준다. 이 밤, 창덕궁은 조용히 속삭인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순간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그 속삭임은 각박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 가을아, 가지 마! 단풍 막차 타고 제천 명소로 [여니의 시선]

    가을아, 가지 마! 단풍 막차 타고 제천 명소로 [여니의 시선]

    가을 끝자락 숲은 붉게 물들고,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찬다. 충북 제천의 포레스트리솜은 이런 계절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이곳에서, 자연 속에 몸을 맡기고 단풍과 스파, 별빛이 어우러지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붉게 물든 가을길, 스파에서는 힐링포레스트리솜은 사계절 중에서도 특히 봄과 가을에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봄에는 꽃이 만발한 산책로를 따라 걸을 수 있고, 가을에는 숲을 붉게 물들인 단풍이 풍경을 장식한다. 해질녘 노을빛이 산책로를 물들일 때 그저 걸어가며 가을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끼다 보면 마음까지 따뜻하게 물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포레스트리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해브나인스파다. 숲속에 자리한 인피니티풀에서는 단풍으로 둘러싸여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물속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과 하나 된 듯한 편안함이 밀려온다. 프라이빗 스톤스파는 자연석을 깎아 만든 욕조에서 단풍이 물든 숲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진정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순간이다. 별빛이 더하는 낭만에 숨은 명소까지스파의 힐링을 마친 후에는 단풍 숲을 따라 걸으며 가을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자. 포레스트리솜은 별빛이 잘 보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걸으면 여행의 낭만이 더해진다. 고요한 밤하늘 아래 산책을 즐기며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와 여유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포레스트리솜을 떠나 근처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의림지의 호숫가 산책로는 가을날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고 단풍이 물든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도 있어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여행을 풍성하게 해줄 맛의 향연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포레스트리솜 내부에는 노을을 보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더그릴720’과 다양한 한식 메뉴를 제공하는 ‘들밥애’가 있어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근처에 있는 ‘산아래석갈비 리솜포레스트본점’의 달콤한 갈비 양념이나 의림지 근처 ‘호반식당’의 곤드레 정식도 기억에 남을 별미가 될 것이다.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붉게 물든 단풍을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요즘, 포레스트리솜은 그 자체로도 특별한 여행지다. 이번 여행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단풍길을 걸으며 오래전 가족여행의 추억을 떠올렸다. 자연이 주는 고요한 여유는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며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더한다. 단풍, 별빛, 그리고 스파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가을의 비경을 만끽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보자. 붉게 물든 숲과 별빛이 함께하는 이 특별한 순간, 누구에게나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 현대인을 위한 카르멘의 외침 [여니의 시선]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 현대인을 위한 카르멘의 외침 [여니의 시선]

    카르멘의 선택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밤공기가 제법 차가워진 지난달 중순, 서울 노들섬에서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오페라 ‘카르멘’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무대와 음악,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지만 그날 밤 내 마음을 뒤흔든 것은 카르멘의 단 한마디였다. “사랑도, 삶도, 죽음도 나는 스스로 선택한다.” 이 대사는 단순히 극 중 캐릭터의 선언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 안에 묻어둔 질문을 꺼내놓게 만들었다. 나는 정말 자유로운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자유란 무엇인가. 카르멘의 자유는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그 대가를 감당할 각오도 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에서 “스스로 선택한다”는 말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점심 메뉴부터 직업, 인간관계, 소비 습관까지 우리는 매일 선택하며 산다. 그러나 그 선택들이 정말 나 자신에게서 나온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는 선택지가 많아진 시대다. 하지만 소셜미디어(SNS)가 보여주는 완벽한 삶, 부모님의 기대, 또래의 시선은 우리의 선택을 은밀히 제약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선택의 대가를 감당하는 용기카르멘은 사랑을 선택했고, 그 끝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는 죽음 앞에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진정한 자유는 단순히 선택지를 늘리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내게도 이런 용기를 요구받는 순간이 있었다. 안정된 직장에서 나와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을 때, 불확실성이라는 두려움과 마주해야 했다. 주변의 걱정과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몰려왔지만,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길이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드는 길인가?” 이 질문 끝에 선택을 내렸고, 그 결과를 감당하기 위해 노력했다. 카르멘은 단지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 선택의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인 사람이었다. 현대사회의 선택의 함정현대 사회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진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결정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바로 ‘선택의 역설’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물건을 알아서 추천한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지만, 사실은 기계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세상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나를 돌아보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 당신의 선택은 진정 당신의 것인가? 카르멘은 단호하게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고 말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말은 따라가기 가장 어려운 말이 아닐까. 오늘 당신의 선택은 진정 당신의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모두 자유를 원하지만, 그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선택이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 내딛자.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카르멘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라. “사랑도, 삶도, 죽음도 나는 스스로 선택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길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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