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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전 틈타 싹쓸이… 중국 무기, 중앙아시아 방공망 집어삼켰다 [밀리터리노트]

    우크라전 틈타 싹쓸이… 중국 무기, 중앙아시아 방공망 집어삼켰다 [밀리터리노트]

    러시아의 전통적 ‘앞마당’으로 불리던 중앙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산 무기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안보 공백이 발생하자, 그 빈자리를 중국산 무기체계가 빠르게 채워 넣는 양상이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서 포착된 ‘FK-2000’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과 군사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서 중국산 최신 방공 시스템인 ‘FK-2000’ 장갑차 최소 10대를 비롯한 대량의 중국제 군사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FK-2000은 중국 국영 항공우주과학산업공사(CASI)가 개발한 이동식 대공 방어 시스템이다. 단거리 미사일과 30mm 쌍열 기관포, 고성능 레이더 및 전자광학 센서가 단일 기동 플랫폼에 결합한 형태로, 드론·헬기·순항미사일 등 저고도 공중 위협을 효과적으로 요격하도록 설계됐다. 중국 해방군보에 따르면 이 시스템의 미사일 사거리는 최대 25㎞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중동 정세 불안…방공 현대화의 이해관계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미 2016년부터 FM-90, KS-1A, FD-2000 지대공 미사일과 YLC 시리즈 레이더 등 중국제 방공망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왔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FK-2000 추가 도입에 대해 중국 장비를 기반으로 한 방공 현대화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본다. 특히 이란과 긴 국경을 접하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입장에서는 최근 고조되는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저고도 위협 요격 능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넘어 안보 맹주 자리까지 노리는 중국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중앙아시아 내 지정학적 주도권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무기 재고가 줄어들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고, 막강한 생산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이 이를 틈타 방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간 것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라일 골드스타인 연구원은 “러시아의 역할이 줄어든 틈을 타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일대일로’ 중심의 경제적 영향력을 넘어 안보·군사 영역까지 영향력을 전면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중동 LNG ‘공급 0’… 더 꼬인 알래스카 셈법

    중동 LNG ‘공급 0’… 더 꼬인 알래스카 셈법

    LNG 수입 13% 차지하던 카타르산중동전쟁 여파로 공급 전면 중단 미국산 비중 9.3→ 22.9%로 급증알래스카 개발비 타지역 2배 넘어“도입선 다변화” “경제성 확보 의문”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20%를 차지했던 카타르에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LNG 공급선 다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제로 미국산 LNG의 수입 비중이 급부상한 가운데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를 두고 안보와 경제성의 딜레마에 처했다. 4일 민간LNG산업협회의 LNG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우리나라 LNG 전체 도입량의 12.8%(64만 9000t)를 차지했던 카타르산은 지난 8월에는 아예 수입이 중단돼 0t을 기록했다. 중동 국가인 오만 역시 지난해 8월에 15만3000t(3%)이 수입됐지만 지난 8월에는 수입이 끊겼다. 중동산의 공백은 미국산이 메웠다. 지난해 7~8월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도입 비중은 전체의 9.3%였지만 올해 7~8월에는 22.9%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미국의 전체 LNG 수출 물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3% 증가했고, 아시아로 향하는 수출 물량은 108% 급증했다. 이런 흐름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라스라판 등 카타르 LNG 생산시설은 복구에 3~5년이 소요되고, 다른 시설의 수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제한적이다. 이에 카타르는 최근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LNG 공급에 대해 불가항력 선언을 연장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는 오는 11월,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디슨에는 12월까지 공급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LNG 수입국들의 물량 확보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태국 국영 에너지기업 PTT는 북미와 서아프리카에서, 카타르산 LNG 의존도가 높았던 방글라데시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중국 등을 새로운 공급처로 검토하고 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인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두고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항로와 계약 기간을 분산하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있지만 경제성의 벽이 너무 높다. 로이터통신은 “알래스카 LNG 사업 비용은 최대 545억 달러(74조원)로 멕시코만 연안 사업의 두 배를 넘는다. 이는 미국 LNG 프로젝트 중 최고 비용”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발전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미국 내에서 신규 LNG 프로젝트가 여러 개 착수할 것”이라며 “LNG 가격이 떨어질 텐데 알래스카 개발에 수익성이 확보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도입선 다양화가 긍정적”이라며 “다만 투자만큼 경제성을 확보할지 철저히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北, 지뢰 사과 대신 미사일 도발

    北, 지뢰 사과 대신 미사일 도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북측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응답했다. 남측이 제기한 지뢰 폭발 책임 문제에 사과 대신에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이슈를 전환하고, 북미 대화의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10월 3일 새벽 우리 나라 동부지역에서 조선동해로 중거리전략미사일발사훈련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사일은 동해상 1000㎞ 거리의 목표점을 명중했다”며 구체적인 좌표를 공개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6시 30분쯤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은 미사일이 70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정부의 대화 제의 거부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란 평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북한에 “적어도 군사분계선(MDL)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측정하는 일을, 소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은 당일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상이고 일방적인 넋두리”라며 “어떤 경우에도 조한 사이의 접촉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사소한 공간이나 여지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부장은 다음 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당일 이례적으로 직접 입장문을 냈다. 그는 합참과 일본 방위성이 비행거리를 700㎞ 이상, 약 680㎞라고 각각 분석한 점을 거론했다. 김 부장은 “매번 파도식 비행궤도 방식을 적용했을 때 적들은 1차 도약점 이후부터는 목표를 소실했다”며 “이미 4차례나 이와 유사한 경우를 목격하였으며 결론적으로 우리가 보유한 미사일들의 특수한 비행방식의 우월성이 현실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김 부장이 이례적으로 발사 사실을 직접 발표한 것은 지뢰폭발 사건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한국이 제기한 지뢰 문제를 핵·미사일 의제로 덮어 한반도 이슈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것이다. 또 오는 11월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향한 메시지란 해석도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훈련을 참관하고 “전략적 공격수단들의 신뢰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책임적인 노력을 중단없이 계속해야 한다”며 “우리의 이 같은 활동은 명백히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욱 고도화하자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우리의 견해와 로선에서 변화란 있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 능력의 불가역성을 전달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겨냥한 문구는 배제해 대미 대화 여지를 보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원뿔형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석된다. 북한은 글라이더형, 원뿔형 2종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언급한 사거리 1000㎞는 군 당국이 포착한 700㎞ 이상과 300㎞ 차이가 난다. 원뿔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1차 정점 고도를 찍은 후 하강하다가 다시 변칙적으로 솟구치는 ‘활공 재도약’ 기동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지구 곡률(지표면의 꺾임)로 인한 일부 탐지공백이 발생한다. 한편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전날 긴급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안보실은 “반복된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일 뿐 아니라 현 상황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엄중한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규탄했다.
  • “돈 들고 왔는데 진열대가 텅”…美, 24시간 공장 돌려도 미사일 ‘바닥’ [밀리터리노트]

    “돈 들고 왔는데 진열대가 텅”…美, 24시간 공장 돌려도 미사일 ‘바닥’ [밀리터리노트]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핵심 미사일 재고가 심각한 고갈 위기에 처했다. 미 방산기업들이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공급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돈 들고 왔는데 진열대가 텅”…美, 24시간 공장 돌려도 미사일 ‘바닥’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록히드마틴과 RTX(옛 레이시온) 등 주요 방산 업체들은 미사일 생산 증산을 위해 공장을 신축하고 채용을 늘리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수년 넘게 누적된 생산 기반 약화와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해 실질적인 출하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 최고군사책임자인 롭 바우어 네덜란드 해군 제독은 현 상황을 두고 “각국 국방장관들이 두둑한 돈을 들고 상점에 들어가지만, 진열대는 비어있어 좌절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뒷북 투자’가 부른 재고 고갈… 토마호크 재고 3분의 1 소모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미 정부와 국방부의 늑장 대응을 꼽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무기 증산 약속이 잇따랐으나, 정작 방산업계가 선제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는 안정적인 대규모 장기 주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실제로 미국기업연구소(AEI) 분석에 따르면 1999년부터 최근까지 국방예산 중 미사일과 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약 7.5%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항공기(23%)나 군함(10%) 등 대형 전력 자산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미군의 대표적 정밀 타격 무기인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대표적 사례다. 토마호크는 지속적인 주문 감소로 한때 생산라인 자체가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최근 이란과의 전쟁 초기 두 달 동안에만 약 1000기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미군 보유 재고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뒤늦게 미 해군이 230억 달러(약 37조 2500억원) 규모의 7년 장기 계약을 추진 중이나 의회 예산 승인 절차 등이 남아 있어 당장의 차질을 막기엔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숙련공 부족·희토류 수급난… 자동화 한계도 걸림돌 방산 생산라인의 구조적 한계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첨단 정밀 미사일은 수천 개의 정밀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공정 자동화에 한계가 명확하고 숙련된 전문 인력의 수작업 의존도도 높다. 또 지속되는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희토류 및 마이크로 전자 부품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이 경색되면서 원활한 부품 수급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방위산업체에 대한 대규모 장기 투자가 시급한 시점”이라며 “조속한 생산량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방산업계에서는 신규 생산된 미사일이 실제 전선에 배치되기까지는 향후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의 안보 공백 우려와 전 세계 재래식 전력 균형의 흔들림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푸틴, 소리소문 없이 30만명 갈아넣나? ‘스텔스 동원’ 암운 드리운 상황 [배틀라인]

    푸틴, 소리소문 없이 30만명 갈아넣나? ‘스텔스 동원’ 암운 드리운 상황 [배틀라인]

    [배틀라인 3줄 요약]●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총선 뒤 최대 30만명 규모의 추가 병력 확보에 나설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2022년식 공개 부분동원보다 계약병 모집과 강화된 병역관리망을 활용한 ‘스텔스 동원’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부분동원 당시 대규모 도피와 사회 불안을 겪은 뒤 계약병 중심으로 병력을 충원해왔고, 전자소집·출국 제한 등 병역관리 수단도 한층 촘촘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한 70만명 이상을 유지하려면 해마다 대규모 충원이 필요해, 서방에서는 추가 동원이 우크라이나 전선을 넘어 나토 접경 지역의 병력 증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총선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병력을 대폭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8일(현지시간)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추가 병력 확보를 위한 행정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동원 결정만 내려지면 곧바로 집행할 수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서방 “총선 뒤 최대 30만명 추가 동원 가능성”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총선 뒤 최대 30만명을 추가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안보당국자도 러시아가 연말까지 30만명을 추가 확보하려 하지만 2022년과 달리 공식적인 동원 발표는 없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총선 이후 동원설을 “완전한 허튼소리”라고 일축했다. 서방 정보당국도 2022년식 대규모 부분동원이 다시 실시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러시아가 30만명을 단기간에 훈련·무장해 전선에 투입할 장비와 역량을 갖췄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대신 계약병 모집을 늘리고 병역관리망을 활용해 병력을 조금씩 확보하는 이른바 ‘스텔스 동원’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공개 동원 대신 계약병·전자소집 활용텔레그래프가 인용한 정보 소식통은 계약병 모집을 가속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을 앞둔 피고인과 채무 연체자,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 등 취약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사실상 군 복무계약을 강요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병 모집망은 기업과 대학까지 넓어졌다. 2022년과 달리 병역 대상자를 찾아내고 관리하는 수단도 촘촘해졌다. 러시아는 병역의무자 정보를 전산화하고 전자소집장을 도입했다. 소집장이 전자 등록부에 게시되면 대상자의 출국도 제한된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문건에는 동원 가능성을 우려한 크렘린과 병무기관 관계자들이 해외 자산 이전을 알아보고 친지들에게 러시아를 떠나 있으라고 권한 내용도 담겼다. 이번에 거론되는 30만명은 2022년 부분동원 규모와 같다. 러시아는 그해 9월 예비군 30만명을 불러들였다가 징집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행렬과 사회 불안을 겪었다. 이후 높은 계약금과 급여를 앞세워 계약병과 자원자를 모집하는 방식에 주력했다. 전자소집과 출국 제한을 포함한 병역관리망까지 구축되면서 이번에는 공개적인 부분동원 없이 병력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4년 전보다 많아졌다. 추가 동원 시점으로는 총선 직후가 거론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국가두마 선거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내 지지를 확인하는 계기로 규정했다. 21일 개표가 80% 넘게 진행된 가운데 통합러시아당은 정당명부 투표에서 57%대 득표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서방 분석가들은 이 결과가 추가 병력 확보 등 전쟁 수행 조치의 정치적 명분으로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 병력 유지에 연 40만명 충원 필요러시아는 병력을 계속 채워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 러시아군 70만명 이상이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전사자와 중상자, 전역자 등으로 생기는 공백을 메우며 이 규모를 유지하려면 해마다 약 40만명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연구소(ISW)는 현재 계약병 모집 속도가 러시아의 연간 목표에 못 미친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의 확전 준비 조짐에 유럽 각국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유럽 국방안보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상대로 한 조직적 행동의 ‘전조’로 여기는 만큼,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동원령을 내린다면 이는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가 나토와의 국경에 새 기지를 만들고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수직발사관 늘렸는데 왜 졌지?”…K잠수함, 캐나다·폴란드서 밀린 이유 [밀리터리+]

    “수직발사관 늘렸는데 왜 졌지?”…K잠수함, 캐나다·폴란드서 밀린 이유 [밀리터리+]

    수직발사관 10개에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까지 갖춘 3600t급 국산 잠수함 ‘서희함’이 처음 내부를 공개했다. 장기간 물속에 머물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운용할 수 있는 한국의 최신 재래식 잠수함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15일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올 하반기 진수를 앞둔 장보고-Ⅲ 배치-Ⅱ 2번함 서희함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길이 89m인 서희함은 3000t급 도산안창호급보다 체급을 키웠고 SLBM을 운용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도 기존 6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추진체계도 강화했다. 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해 수중 작전 지속 능력과 고속 기동 능력을 함께 높였다. 한화오션은 이를 통해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최장 수준의 잠항 능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국산화율도 약 80%에 달한다. 성능표만 보면 해외 수주전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장보고-Ⅲ 배치-Ⅱ를 기반으로 한 한화오션의 잠수함은 최근 캐나다와 폴란드의 대형 사업에서 잇따라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히 잠수함 성능의 우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캐나다는 북극 중시…그런데 승자 212CD도 ‘검증 논란’ 캐나다는 지난 7월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초계잠수함사업(CPSP)의 우선협상 공급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예비 공급자로 남았다. 캐나다 정부는 두 업체 모두 강한 제안을 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적으로 플랫폼과 유지 지원, 경제·전략적 이익, 가격과 계약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TKMS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캐나다가 특히 중시한 조건 중 하나는 북극 작전이다. 캐나다는 차기 잠수함에 장거리·장기 작전 능력과 함께 빙하 아래 운용 능력을 요구해왔다. 대서양·태평양뿐 아니라 북극에서도 지속해 작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TKMS의 212CD가 북극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된 잠수함인지에 대해서는 현지에서도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해양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212CD가 빙하 아래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수면으로 올라오는 ‘빙상 부상 능력’을 충분히 갖췄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빙하 아래에서 운용하면 항속 거리와 지속 능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한화오션이 단순히 ‘북극 성능에서 밀려 탈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캐나다는 작전 성능뿐 아니라 정비·부품 공급, 자국 산업 참여, 비용과 장기 협력까지 한꺼번에 평가했다. 납기도 변수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을 통해 첫 4척을 2034년까지 인도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TKMS가 독일·노르웨이 등 기존 수주 물량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만큼 실제 일정 준수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나다 수주전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TKMS와의 최종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예비 공급자인 한화오션과 협상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폴란드는 ‘발트해+납기+산업협력’…A26이 높은 종합점수 폴란드의 오르카(Orka)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를 제안했지만 스웨덴 사브의 A26에 밀렸다. 폴란드는 지난해 11월 스웨덴을 우선 선택한 뒤 지난 6월 A26 잠수함 3척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정부는 평가 과정에서 단순 제원뿐 아니라 납기와 산업 협력, 기술 이전, 비용, 유지 조건 등을 함께 따졌다. 스웨덴 제안은 이런 항목을 종합한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폴란드 해군이 제시한 요구를 모두 충족한 유일한 제안으로 평가됐다. 발트해라는 작전 환경도 영향을 줬다. 폴란드는 좁고 수심이 얕은 발트해에서 운용할 잠수함을 원했고, 스웨덴은 오랫동안 발트해 환경을 전제로 잠수함을 설계·운용해왔다. 스웨덴은 납기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폴란드는 첫 A26을 2030년까지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전까지 전력 공백을 줄이기 위해 A17 잠수함을 임시로 제공받고 승조원 교육도 미리 시작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여기에 폴란드 조선소의 참여와 기술 이전, 유지·보수 능력 확보까지 묶었다. 스웨덴은 폴란드 방산업체를 자국 무기 생산망에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잠수함 한 척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산업과 장기 협력까지 패키지로 제시한 셈이다. 잠수함 수출, ‘누가 더 세냐’보다 ‘어디에 더 맞느냐’ 캐나다와 폴란드 사례는 잠수함 수주전이 단순한 제원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직발사관 숫자와 무장량, 잠항 시간이 강점이어도 발주국이 원하는 작전 환경과 납기, 유지 보수, 산업 협력 조건에 맞지 않으면 결정적인 우위로 이어지지 않는다. 캐나다는 북극을 포함한 3대 해역에서의 지속 작전과 장기 군수 지원, 자국 산업에 돌아올 경제적 이익을 함께 봤다. 폴란드는 발트해 운용성과 빠른 전력 공백 해소, 기술 이전과 자국 산업 참여를 중시했다. 특히 캐나다에서 212CD의 북극 운용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점은 이번 결과를 ‘성능에서 한국 잠수함이 밀렸다’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발주국이 사는 것은 잠수함 한 척의 제원표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운용할 플랫폼과 정비·훈련·산업 협력·정부 간 안보 협력까지 묶인 전체 패키지에 가깝다. 서희함의 공개는 한국 잠수함 기술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는 뛰어난 플랫폼을 만드는 것만으로 수주를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도 드러낸다. 장보고-Ⅲ 배치-Ⅱ가 다음 수출전에서 넘어야 할 벽은 이제 성능표 밖에 있는 셈이다.
  • “한미 방위동맹 깨고 미군 빼라”…충격적인 美 보고서, 트럼프가 본다면? [핫이슈]

    “한미 방위동맹 깨고 미군 빼라”…충격적인 美 보고서, 트럼프가 본다면? [핫이슈]

    미국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방위 공약을 축소하고 자국 방어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방우선순위재단의 선임연구원이자 군사 분석 책임자인 제니퍼 카나바흐는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과의 상호 방위 동맹을 종료함으로써 지역 내 방위 공약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를 위한 제2도련선 전략’이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사용해 보호해야 할 핵심 이익은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것 ▲주요 경제시장과 무역로에 대한 접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 중 첫 번째 핵심 이익인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해 보고서는 현재의 ‘제1도련선’ 중심 군사태세에서 ‘제2도련선’ 중심 군사태세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의 아시아 군사태세는 일본·대만·한국·필리핀에 초점을 맞춘 제1도련선 전략”이라며 “제1도련선 중심 전략을 제2도련선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와의 상호 방위 동맹을 종료하고 미국의 필요에 따라 범위가 더 좁고 유연한 안보 파트너십을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 가장 먼저 종료해야”특히 보고서는 한국과 관련해 “아시아의 미국 상호 방위 공약 4개 가운데 가장 먼저 종료해야 할 대상이 한국에 대한 공약”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지원 없이도 안보 문제를 관리할 준비가 가장 잘 된 동맹국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군 주둔을 감축하는 것이 다른 지역에서 감축하는 것보다 상당히 수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자체를 축소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미국의 안보 보장이 사라지면 한국이나 필리핀이 미군 주둔 자체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현재의 전략을 유지하거나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제안하는 최소한의 군사적 주둔은 아시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아시아 주둔과 방위 공약을 축소하면 미국의 군사적 부담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감축된 병력과 전력에 투입되던 자원을 새로운 군사기술이나 미국 국내 경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며 “미국이 아시아에서 부담하는 추가적인 군사적 비용은 미국 자체의 안보보다는 다른 국가들의 안보를 지원하는 성격이 크며, 그 비용을 미국 납세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격적 결말” 우려 나와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대만에 기반을 둔 국제위기그룹 안보분석가 윌리엄 양은 독일 공영 도이체 벨레에 “보고서를 낸 국방우선순위재단은 고립적인 외교 및 국방 정책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악관 내 다수의 고위급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이 보고서의 결론은 충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백악관이 해당 연구기관의 제안을 채택할 조짐은 없지만 그 제안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적이고 거래 우선적인 원칙들과 상당 부분 부합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제안에 호감을 보인다면 그 여파는 ‘지진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 벨레는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의 역내 지원 철회가 중국을 자극해 대만을 신속하게 장악하고, 핵 무장한 북한이 한국에 더 큰 요구를 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역내 국방비 지출 급증을 촉발하고 궁극적으로 역내 핵 비확산 노력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비용만 보고 가치는 보지 않는 것” 지적이번 보고서뿐 아니라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 온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본토 방어’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 다이토 분카 대학의 국제관계학과 교수이나 군사 전문가인 개런 멀로이는 도이체 벨레에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수년간 일관성 없이 주장해 온 내용, 즉 미국은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다른 임무에 드는 모든 비용은 낭비라는 주장을 가장 설득력 있고 정보에 입각한 방식으로 제시한 연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주장은 단지 비용만 보고 가치는 전혀 보지 않는 것”이라며 “미국이 빠진 공백은 결국 중국이 대부분, 러시아가 일정 부분 메울 것이며 이는 미국이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관계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트로이대학 서울 캠퍼스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댄 핑크스턴 역시 “해당 보고서의 제안은 결함이 있고 비현실적”이라며 “이 보고서의 전제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집단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안보 관행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의 고립주의자들이 나토와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을 ‘순전히 부담이자 비용으로만’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며 “미국이 철수한다고 해서 중국이 호의적으로 행동하고 법치주의, 영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또는 인권 문제에 있어 다른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도 행동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100년 금기 깬다”…美 해군, 한·일 조선소에 러브콜 보낸 까닭 [밀리터리노트]

    “100년 금기 깬다”…美 해군, 한·일 조선소에 러브콜 보낸 까닭 [밀리터리노트]

    미국 해군이 자국의 함정 부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100여 년간 유지해 온 자국 건조 관행을 깨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군함을 조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방침과 맞물려 한국의 ‘충남급’과 일본의 ‘모가미급’이 핵심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현지 조선소 자산을 확보한 K-방산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0년 묵은 자원 조달 관행 무너뜨린 ‘전력 공백’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 해군은 자국 내 조선소에서만 군함을 조달하도록 규정한 100년 묵은 원칙을 지우고 동맹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 해군이 전력 공백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핵심 동맹국의 완성형 호위함을 직접 도입하는 방안을 파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그간 자국 안보와 방위산업 보호를 위해 국산 함정만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자국 조선소의 인력 부족, 건조 지연, 비용 폭등 문제가 겹치며 신규 함정 인도 시기가 지속적으로 미뤄졌다. 동북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해군력 불균형 우려가 커지면서 “더 신속하게 함정을 인도받으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가 이번 대전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백악관의 파격 조건과 韓·日의 2파전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조선업체가 미국 내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지분을 인수하고 현지 고용 및 기술 이전을 추진할 경우 초선 함정 2척을 자국(해외)에서 건조해 조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현재 차기 호위함 선정을 위한 구조 설계 검토에 착수했다. 한국의 충남급 유도미사일 호위함은 3600톤급 최첨단 전투함으로, 4면 고정형 AESA 레이더와 우수한 대공·대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모가미급 개량형 호위함도 자동화 기술을 적극 도입해 운용 인원을 90여명 수준으로 줄인 점이 특징이며 호주 해군 차기 호위함으로 선정된 이력을 앞세운다. 현지 투자의 강점, K-방산에 쏠리는 눈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갖는 강력한 무기는 ‘현지화 기반’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백악관이 요구한 미 현지 조선소 투자 및 기술 이전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인프라를 마련해 둔 상태다. 미 해군의 이번 호위함 도입 프로젝트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한·미 동맹 및 한·일 기술 경쟁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사설] 석유 공급 3중 위기에 최대 소비… 이란전 장기화 대비해야

    [사설] 석유 공급 3중 위기에 최대 소비… 이란전 장기화 대비해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이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티 반군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에 이어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얀부항으로 실어 나르던 마지막 우회 수송로까지 끊기는 석유 공급 3중 위기 상황이 닥쳤다. 다음달까지 국내 원유 도입분은 대부분 확보됐지만, 이달 선적에 차질이 생기면 11월부터 수급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공급 위기가 심각한데 국내에선 유가 불감증이 깊었다. 올해 상반기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4650만 8000배럴로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충격은 줄였으나, 휘발유 소비 경각심은 느슨해진 탓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고가격제가 휘발유·경유 합산 72만 배럴의 소비 감소를 막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7월부터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를 전면 해제하는 등 정부도 경각심을 풀었고, 불과 두 달 만에 송유관 피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되살리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어제 3년 만에 5%를 돌파했다. 우리 국고채 3년물도 4%를 넘어섰다.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유가·금리·환율의 ‘3고 압력’이 다시 밀려오고 있다. 유가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시차를 두고 전기·난방 요금을 끌어올리면 겨울철 가계 부담은 더 커진다. 시행 6개월을 넘긴 석유 최고가격제의 출구 찾기가 녹록지 않은데 재정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정유사 손실보전용으로 지난 4월 추경에 편성한 4조 2000억원은 업계 추산 손실보다 이미 모자란 상태다. LNG에 연동되는 도시가스·전기 요금은 이 정책의 대상도 아니다. 미·이란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든 지금,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 운용 고도화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안보 전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고가격제만 믿고 있다가는 11월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 [사설] 석유 공급 3중 위기에 최대 소비… 이란전 장기화 대비해야

    [사설] 석유 공급 3중 위기에 최대 소비… 이란전 장기화 대비해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이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티 반군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에 이어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얀부항으로 실어 나르던 마지막 우회 수송로까지 끊기는 석유 공급 3중 위기 상황이 닥쳤다. 다음달까지 국내 원유 도입분은 대부분 확보됐지만, 이달 선적에 차질이 생기면 11월부터 수급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공급 위기가 심각한데 국내에선 유가 불감증이 깊었다. 올해 상반기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4650만 8000배럴로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충격은 줄였으나, 휘발유 소비 경각심은 느슨해진 탓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고가격제가 휘발유·경유 합산 72만 배럴의 소비 감소를 막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7월부터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를 전면 해제하는 등 정부도 경각심을 풀었고, 불과 두 달 만에 송유관 피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되살리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어제 3년 만에 5%를 돌파했다. 우리 국고채 3년물도 4%를 넘어섰다.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유가·금리·환율의 ‘3고 압력’이 다시 밀려오고 있다. 유가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시차를 두고 전기·난방 요금을 끌어올리면 겨울철 가계 부담은 더 커진다. 시행 6개월을 넘긴 석유 최고가격제의 출구 찾기가 녹록지 않은데 재정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정유사 손실보전용으로 지난 4월 추경에 편성한 4조 2000억원은 업계 추산 손실보다 이미 모자란 상태다. LNG에 연동되는 도시가스·전기 요금은 이 정책의 대상도 아니다. 미·이란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든 지금,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 운용 고도화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안보 전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고가격제만 믿고 있다가는 11월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 이란·후티 연타 맞은 사우디…美 믿었던 ‘중동 맹주’가 구석에 몰린 이유 [밀리터리노트]

    이란·후티 연타 맞은 사우디…美 믿었던 ‘중동 맹주’가 구석에 몰린 이유 [밀리터리노트]

    중동의 맹주를 자처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의 동시다발적 공세로 심각한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수조원을 투자하며 공을 들여온 미국과의 안보 동맹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사우디가 군사적 해결을 포기하고 외교적 해법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남·북 3방향 연쇄 타격…원유 수송로 마비 위기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2주 동안 동쪽과 남쪽, 북쪽 등 세 방향에서 이란 및 이란 연계 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말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우디 유조선 1척이 피격돼 선원 2명이 숨진 데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 입구의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을 장악하며 사우디 동맹군을 격퇴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해당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홍해로 원유를 실어 나르는 핵심 대체 경로였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트럼프 “새 전선 안 열어”…사우디의 요청 거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 개입을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거절이었다. 미국 측은 이미 이란 대응으로 해군력이 과도하게 확장된 데다 탄약 비축량이 부족해 새로운 전선을 열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라트니 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는 “사우디가 미 안보 동맹에 막대한 투자를 한 이유는 바로 이런 위기 상황을 대비해서였다”며 “지금 사우디의 좌절감은 최악의 수준일 것”이라고 짚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후티가 우리와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사우디와의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비록 후티 측이 “트럼프와 소통한 적 없다”고 반박하며 유의미한 접촉을 부인했지만,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지원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단독 군사 대응 불가…결국 외교적 해법으로 선회하나 사우디는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해 대규모 공습을 퍼붓고도 후티 축출에 실패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단독으로 군사 대응을 펼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결국 미군에 의존하는 군사적 전략을 접고, 이란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과의 다자 외교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바버라 리프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사우디는 미국과 완전히 거리를 두지는 않겠지만,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른 형태의 외교적 노력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종전 합의 하루 만에 판 엎어졌다…이란 내부서 벌어진 강경파 vs 온건파 ‘역대급’ 충돌 [밀리터리노트]

    종전 합의 하루 만에 판 엎어졌다…이란 내부서 벌어진 강경파 vs 온건파 ‘역대급’ 충돌 [밀리터리노트]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이행되던 지난 7월, 평화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상선 3척을 전격 공격하면서 합의 이튿날 미국의 반격과 함께 MOU가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쐈나”…대통령 격노에도 통제 불능에 빠진 권력 14일 뉴욕타임스(NYT) 보도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이란 수뇌부를 거치지 않은 군부 현장 지휘관들의 ‘독단적 판단’과 함께 평화 협상을 추진하던 온건 실용파를 무력화하려는 극단적 강경파의 공작이 자리 잡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선 공격 소식을 접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아흐마드 바히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에게 즉시 전화해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황당하게도 “사전에 보고받지도, 공격을 승인하지도 않았다”는 해명이어서 통제 불능에 빠진 국가 안보 시스템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조차 이번 공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지휘관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위반하는 선박을 공격하라”는 기존 내부 지침을 빌미로 지도부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을 감행한 것이다. 이후 이란 수뇌부 내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격렬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피 튀기는 정치적 충돌이 벌어졌다. 장성급 인사 2명이 사임하겠다고 압박하고 SNSC 사무총장이 전격 교체되는 등 지휘부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다. 6개월째 모습 감춘 최고지도자…‘권력 공백’ 틈탄 강경파의 도발 이처럼 군부 강경파가 정부 지휘봉을 건너뛰고 판을 엎을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으로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부재’가 꼽힌다. 그는 지난 3월 취임 이후 6개월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 7월 부친의 장례식에마저 불참해 생사조차 불분명하다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최고 권력자의 부재로 생긴 권력 공백을 틈타 미국과의 협상에 반대해 온 호세인 타에브 등 혁명수비대 출신 극단적 강경파 세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강경파는 “협상이 파탄 나 국제 유가가 폭등해야 이란에 유리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예멘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저항의 축’을 동원한 공격적 전쟁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 회복 꿈꾸던 온건파의 좌절…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 등 온건 실용파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풀고 파탄 난 민생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공들여 MOU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군부 강경파의 ‘뒤통수’ 도발로 미국과의 대화 채널이 다시 닫히면서 온건파의 노력은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수위가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내부 주도권마저 강경파에게 빼앗긴 온건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가시적인 영도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군부의 독단적 행동을 막을 통제 장치가 사라진 이란은 향후 한동안 극단주의 강경파의 폭주 속에 국제적 고립과 안보 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한국군, 여기로 간다고?” 이란이 거듭 때린 美기지…장병 안전 괜찮나 [권윤희의 월드뷰]

    “한국군, 여기로 간다고?” 이란이 거듭 때린 美기지…장병 안전 괜찮나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 거점 후보로 검토되는 아랍에미리트(UAE) 알 다프라 공군기지는 이란이 지난 3월 반복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았고 실제 격납고 피해도 확인된 미군 전진작전기지다.● 한국이 이곳에서 P-8A 해상초계기를 운용하려면 장병과 항공기를 미사일·드론 공격에서 보호할 기지방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P-8A가 피격돼 손실되면 6대뿐인 한국의 최신예 대잠·해상감시 전력에도 직접적인 공백이 생긴다.● 파병은 호르무즈 자유항행과 한미동맹에 기여하고 UAE와의 안보·방산협력을 넓힐 수 있지만, 이란은 군사력 배치와 작전 참여 자체를 미국 지원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군의 임무와 정보공유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도 파병의 핵심 쟁점이다. 지난 주말 UAE로 파견된 국방부 현지조사단은 현지 점검을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조사단은 알 다프라 공군기지와 미 해군 함정이 기항하는 두바이 제벨알리항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P-8A를 유력 후보로 검토하는 만큼 알 다프라에서는 항공기 운용과 정비·보급 등 지원 여건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바레인에도 별도 조사단을 추가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이 직접 살펴본 알 다프라는 이란이 반복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아온 미군의 중동 전진작전기지다. 상업위성 사진에서는 실제 격납고 피해도 확인됐다. 한국군이 이곳을 거점으로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를 운용한다면 장병과 항공기를 미사일·드론 공격에서 어떻게 보호할지가 파병의 핵심 과제가 된다. 이란, 3월 최소 11일 알 다프라 겨냥…격납고 실제 파손알 다프라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 예하 공군중부사령부(AFCENT)가 전투기·무인기와 정보·감시·정찰(ISR), 공중급유 전력을 전개하는 주요 전진작전기지다. AP통신에 따르면 통상 약 2000명의 미군이 주둔하며 F-35 스텔스 전투기와 무장 무인기 등도 운용해왔다. 이란 측 공개 발표를 날짜별로 대조한 결과 알 다프라는 지난 3월 최소 11일에 걸쳐 공격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 당국은 패트리엇 레이더와 관제탑, 항공기 격납고, 연료저장시설, 조기경보레이더 등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알 다프라가 미국의 대이란 정보수집과 작전지원 거점으로 활용됐다는 점도 공격 이유로 들었다. 이란군 전시지휘부인 하탐알안비야 중앙사령부는 3월 7일 알 다프라 공격으로 미군 약 20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미국이 지난 3일까지 공개한 이란전 관련 미군 전체 인명피해는 사망 18명, 부상 750명 이상이다. 알 다프라의 구체적인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설 피해는 상업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AP통신이 플레아데스 네오 위성이 3월 15일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기지 북서쪽 격납고 일부가 파손됐고 남동쪽 격납고 한 동은 화재로 크게 훼손됐다. 인접 격납고 지붕에서도 피해 흔적이 확인됐다. 알 다프라는 이달 들어서도 다시 이란군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란군은 지난 2일 공격드론 수십 대를 투입해 알 다프라와 알민하드 공군기지의 레이더와 미군 주둔시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알 다프라에 실제로 드론이 명중했는지와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의 추가 현지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바레인의 미군 거점도 지난 3월 공격을 받았다. 바레인에는 미 해군중부사령부와 제5함대, 연합해군사령부(CMF) 본부가 있다. AP통신의 위성사진 분석에서는 제5함대 기지의 대형 건물 한 동이 파괴됐고 레이돔 2개에서도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가 포착됐다. P-8A만 가는 게 아니다…지원인력까지 전개, 기지방호가 첫 관문P-8A를 알 다프라에서 지속 운용하려면 조종사와 전술승무원뿐 아니라 정비·군수·지상지원 인력까지 현지에 전개해야 한다. 알 다프라가 다시 공격받으면 한국 장병과 P-8A도 피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파병이 현실화되면 현지 미군·UAE군의 방공·대드론 방호 범위가 한국군 주둔구역과 P-8A 계류·정비 구역까지 포함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한국군이 대드론체계와 단거리 방공 등 자체 기지방호 전력을 별도로 전개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P-8A 무슨 임무 맡나…6대뿐, 장기전개 땐 한반도 부담정부는 P-8A를 활용한 해상감시와 해군 폭발물처리(EOD) 요원·무인체계를 활용한 기뢰 탐색·처리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대이란 직접 타격보다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지원하는 임무에 무게를 두고 있다. P-8A는 대잠전·대수상전과 정보·감시·정찰을 수행하는 다목적 해상초계기다. 호르무즈에서 해상감시 임무만 맡더라도 선박과 수상표적을 탐지·식별·추적하고 관련 정보를 다른 전력과 공유할 수 있다. 과거 미·UAE 연합훈련에는 미 해군 P-8과 알 다프라에 있는 미 공군중부사령부 항공전센터가 함께 참가한 전례도 있다. 당시 P-8을 비롯한 항공·수상 전력은 모의 고속공격정을 추적하고 대응하는 절차를 숙달했다. 문제는 한국 해군이 보유한 P-8A가 6대뿐이라는 점이다. P-8A는 북한 잠수함 탐지와 광역 해상감시를 담당하는 최신예 해상초계기다. 일부 기체를 중동에 장기간 전개하면 그만큼 한반도에서 즉시 운용할 수 있는 가용대수가 줄어든다. 현지에서 공격을 받아 장기간 운용할 수 없게 되면 가용전력은 더 감소하고, 기체를 완전히 잃으면 보유전력 자체가 줄어든다. P-3CK 7대가 이달부터 시험·훈련비행과 안전성 확인을 거쳐 해상초계 임무 복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P-3CK 복귀와 별개로 P-8A 일부를 해외에 장기 전개하면 한반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가용대수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에너지·동맹 실익 있지만…이란은 군사력 배치 자체에 경고파병으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실익도 있다. 한국 원유 수입의 6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항로 안전과 자유항행 회복은 에너지안보와 직결된다. 정찰·기뢰대응 등 해상안보 임무에 참여하면 핵심 수송로의 안전 확보에 직접 기여하는 동시에 미국에 동맹 기여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UAE와의 기존 안보·방산협력을 넓힐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UAE군은 한국산 천궁-II를 지난 3월 이란 미사일 요격에 실전 투입했다. 지난 6월에는 C-17 수송기를 한국에 보내 천궁-II 3번 포대와 요격미사일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공수했다. 한국과 UAE가 지난 2월 체결한 방산협력 프레임워크에는 통합방공체계가 협력 분야로 포함돼 있다. 향후 UAE가 방공망을 추가 확충하면 천궁-II 도입을 넘어 레이더와 지휘통제, 요격체계를 연동하는 통합방공체계 협력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반면 이란은 한국이 내세우는 ‘자유항행 지원’이라는 임무 성격보다 군사력 배치와 작전 참여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배치하거나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의 공격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심각한 결과”를 경고했다. 미국의 압박과 위협에 굴복해 공격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한국어 경고도 내놨다. 이란 핵협상팀의 미디어 고문을 지낸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는 경고 수위를 더 높였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참여하면 이란이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걸프 지역의 한국 군사·경제 자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쿠웨이트, UAE, 카타르에 있는 한국 자산까지 공격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 때문에 파병이 결정되더라도 한국군의 임무 범위는 명확히 정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Maritime Freedom Construct·MFC)과 연계할 경우 P-8A가 수집한 해상감시 정보를 미군·다국적 전력과 어디까지 공유하고 다른 전력의 작전에 어느 수준까지 협조할지가 쟁점이다. 정보공유와 작전협조가 확대될수록 한국군의 임무도 자유항행 지원에서 미군·다국적 전력의 작전 지원 쪽으로 넓어질 수 있다. 자유항행 지원과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 사이에서 어디까지 임무를 제한할지가 파병안의 관건이다. 실사 마친 정부…알 다프라서 장병·P-8A 지킬 수 있나현지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정리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조사가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며 파병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파병이 결정되면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10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해상초계기·군수지원함 등의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5%로 찬성 36%보다 높았다. 임무를 제한하더라도 알 다프라를 P-8A의 작전 거점으로 택한다면 장병과 항공기를 어떻게 지킬지 답해야 한다. 이란이 반복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았고 실제 격납고까지 파손된 기지에 한국군을 전개하려면 현지 방공·대드론체계가 한국군 주둔구역과 P-8A 운용구역을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파병 결정 전에 확인해야 한다. 한국군 자체 대드론·단거리 방공 전력까지 필요하다면 파병 규모와 구성도 달라진다. P-8A를 보낼지뿐 아니라 어떤 방호전력을 함께 보내야 장병과 항공기를 지킬 수 있는지까지 파병안에 담아야 한다.
  • “이란 타깃 될 것” “대북 억지력 약화”… 군도 여권도 파병 우려

    “이란 타깃 될 것” “대북 억지력 약화”… 군도 여권도 파병 우려

    “안전한 파병 없어… 리스크 따를 것”비전투 병력 파병해도 충돌 우려“군함 등 유출 땐 한반도 안보 공백”“동맹의 가치로 모든 것 결정 안 돼”송영길 “이라크전보다 명분 없어” 미국이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시기를 11월 미 중간선거 전후로 명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도 현지 실사에 나서는 등 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군과 외교가, 정치권에서는 파병 임무 수행의 위험성, 파병에 따른 안보 공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우려로 무력 충돌 위험성을 꼽았다. 양용모 전 해군참모총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합동 작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이란으로부터 적대 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동맹의 가치에 가중치를 둘 필요는 있으나 그게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대규모 파병이 동반되는 군수지원함이 아닌 해상초계기 P-8A와 폭발물처리반(EOD) 등 비전투 전력 파견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 역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100% 안전한 파병은 없고 리스크가 반드시 따른다”며 “비전투 병력이 가더라도 이란 측 반응이 중요한 만큼 관계국과 사전 임무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북 대비 태세 약화 우려도 나온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우리 해군의 역할은 대북 억제나 제3작전, 우리나라 해상 감시와 국익 보호가 최우선 고려 요소”라며 “군함을 금방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유한 전력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도 “대북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만약 전투 손상이 생기면 아주 곤란하다”고 짚었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외교 수장이었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법연구원 주최 국제회의에서 미측에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단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파병의 목적을 “국제 공공재 제공과 한국의 경제 안보”로 특정하고 기한도 명시하되 “상응하는 약속을 요구하는 패키지 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병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시간과의 싸움에선 (두 달 후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하다. 우리가 그런 걸 감안해 조급하게 파병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라크 전쟁 때보다 더 명분이 없다”며 “계속 미국의 입장을 들어주고 대화하면서 제3의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국·프랑스와 협력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배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솔직히 파병 반대”라면서도 “원유 수송 과정에서 보호 수단은 꼭 필요하다. 영국·프랑스도 (호르무즈 해협) 군함은 가 있다. 연합 차원에서 고민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김병주 의원도 “나중에 항행의 자유, 우리 상선 보호를 한다면 프랑스나 영국 등 이런 나라들과 협조를 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인데, 미군과 전쟁 중인 국방장관 [글로벌 인사이트]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인데, 미군과 전쟁 중인 국방장관 [글로벌 인사이트]

    육군 현대화 주도한 드리스콜 장관헤그세스와의 마찰 끝에 결국 사표육참총장·해군장관에 육군장관까지전쟁 중에 공석 된 초유의 사태 발생인사 기준,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장성 감축 외치며 외모 기준 제시도트럼프는 여전히 헤그세스 전폭  신뢰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국방부가 심상치 않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오면서다.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장성들을 대거 물갈이했던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에도 군 지휘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보수 성향의 헤그세스 장관이 이념전쟁에 몰두하면서 군 지휘 체계와 미래전에 대비한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 육군의 개혁을 이끌었던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까지 최근 헤그세스 장관과의 갈등 끝에 사의를 밝히면서 군 내부의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임 의사를 밝힌 드리스콜 장관은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값비싼 전통 무기체계에 의존하는 대신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며 육군 현대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드리스콜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고위 장성들의 승진을 잇달아 막으면서 갈등을 빚다 결국 물러나게 됐다. 이에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육군 장관과 참모총장이 모두 공석인 사태를 맞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미군’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명장’으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도너휴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이 지난달 27일 사임한 배경에도 헤그세스의 몽니가 있었다. 상식적인 군 인사권자라면 1순위로 곁에 뒀을 베테랑이었지만, 헤그세스는 도나휴를 향해 ‘자기 홍보에 치중한다’는 식의 마타도어로 공격하며 스스로 군복을 벗게 만들었다. 헤그세스 장관과 수뇌부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을 전격 경질하는 것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군 최고위직에 오른 브라운 의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었다. 이어 리사 프란체티 해군참모총장과 미 국가안보국(NSA)·사이버사령부를 동시에 이끌던 티머시 호크 사령관 등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헤그세스 장관의 칼끝은 개별 인사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엔 현역 4성 장군과 제독 자리를 최소 20% 줄이고 전체 장성급 직위도 10% 감축하도록 지시했다. 불필요한 지휘 계통과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전투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울러 미군 지휘부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 이른바 ‘워크(woke·진보적 가치)’에 매몰돼 전투력이 떨어졌다며 문화전쟁도 벌였다. 군부와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펼쳐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세계 각지에 배치된 장성과 제독 수백명을 이례적으로 불러 모아 미군이 ‘전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체력과 외모, 군 기강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자신에 동의하지 않는 장성들에게는 “명예롭게 사임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미군 지휘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관료주의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기술 도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첨단 기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지휘체계를 간소화하고 급변하는 양상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군 인사의 기준이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장관의 후임으로 헤그세스 장관의 측근인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군인 출신인 파넬 대변인은 트럼프 2기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국방장관 수석고문에 임명되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최측근 인사가 됐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서 장기간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중국의 팽창에 대비해야 하는 등 다양한 안보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최고위층의 잦은 교체와 인사 공백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 능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드리스콜 장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헤그세스 장관이 문화전쟁에 치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헤그세스 장관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그는 펜타곤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며 옹호했다.
  • 미국은 이란과 전쟁중인데 미군과 전쟁중인 국방장관[글로벌인사이트]

    미국은 이란과 전쟁중인데 미군과 전쟁중인 국방장관[글로벌인사이트]

    육군 현대화 주도한 드리스콜 장관헤그세스와의 마찰 끝에 결국 사표육참총장·해군장관에 육군장관까지전쟁 중에 공석된 초유의 사태 발생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국방부가 심상치 않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오면서다.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장성들을 대거 물갈이했던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에도 군 지휘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보수 성향의 헤그세스 장관이 이념전쟁에 몰두하면서 군 지휘 체계와 미래전에 대비한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 육군의 개혁을 이끌었던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까지 최근 헤그세스 장관과의 갈등 끝에 사의를 밝히면서 군 내부의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임 의사를 밝힌 드리스콜 장관은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값비싼 전통 무기체계에 의존하는 대신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며 육군 현대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드리스콜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고위 장성들의 승진을 잇달아 막으면서 갈등을 빚다 결국 물러나게 됐다. 이에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육군 장관과 참모총장이 모두 공석인 사태를 맞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미군’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명장’으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도너휴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이 지난달 27일 사임한 배경에도 헤그세스의 몽니가 있었다. 상식적인 군 인사권자라면 1순위로 곁에 뒀을 베테랑이었지만, 헤그세스는 도나휴를 향해 ‘자기 홍보에 치중한다’는 식의 마타도어로 공격하며 스스로 군복을 벗게 만들었다. 헤그세스 장관과 군 수뇌부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을 전격 경질하는 것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군 최고위직에 오른 브라운 의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었다. 이어 리사 프란체티 해군참모총장과 미 국가안보국(NSA)·사이버사령부를 동시에 이끌던 티머시 호크 사령관 등도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헤그세스 장관의 칼끝은 개별 인사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엔 현역 4성 장군과 제독 자리를 최소 20% 줄이고 전체 장성급 직위도 10% 감축하도록 지시했다. 불필요한 지휘 계통과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전투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울러 미군 지휘부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 이른바 ‘워크(woke·진보적 가치)’에 매몰돼 전투력이 떨어졌다며 문화전쟁도 벌였다. 군부와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펼쳐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세계 각지에 배치된 장성과 제독 수백명을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불러 모아 미군이 ‘전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체력과 외모, 군 기강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자신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장성들에게는 “명예롭게 사임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미군 지휘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오랜 관료주의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기술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복잡한 지휘체계를 간소화하고 급변하는 전쟁 양상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사기준,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장성 감축 외치며 외모 기준 제시도트럼프는 여전히 헤그세스 전폭 신뢰하지만 군 인사의 기준이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장관의 후임으로 헤그세스 장관의 측근인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군인 출신인 파넬 대변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국방장관 수석고문에 임명되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최측근 인사가 됐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서 장기간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중국의 팽창에 대비해야 하는 등 다양한 안보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최고위층의 잦은 교체와 인사 공백은 단순한 조직 내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대응 능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드리스콜 장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헤그세스 장관이 문화전쟁에 치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헤그세스 장관이 육군을 현대화하고 새로운 전쟁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던 군 주요 직책 인사들을 밀어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헤그세스 장관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그는 펜타곤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며 옹호했다.
  • 한국만 때리는 트럼프…‘파병·천궁-Ⅱ’ 청구서 쌓이는 진짜 이유 [밀리터리+]

    한국만 때리는 트럼프…‘파병·천궁-Ⅱ’ 청구서 쌓이는 진짜 이유 [밀리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유례없는 전방위적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중거리 방공체계인 천궁-II를 제공해야 한다는 미국 연구원의 기고문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지난 4일 마크 티센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이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는 어떻게 우크라이나가 자체 패트리엇 미사일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엇 생산 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생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필요한 요격미사일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센 연구원은 대안으로 한국의 천궁-Ⅱ를 언급하며 “긴급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트럼프는 한국이 자체 비축분에서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을 우크라이나에 판매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국에 공개적으로 천궁-Ⅱ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국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티센 연구원의 기고문을 공유한 것은 사실상 한국에 천궁-Ⅱ 지원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호르무즈 파병과도 맞닿은 천궁-Ⅱ 지원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내민 가장 ‘민감한’ 청구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 6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는 한국이 역내(중동 지역)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 역시 이와 관련한 연합뉴스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나서서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꾸준히 한국을 향해 군함 지원을 요청해 왔다.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자 공개 석상에서 한국을 콕 집어 여러 차례 ‘저격’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그는 폭스뉴스에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도움은 거의 받지 못한다”며 “한국이 바로 그 예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병력 4만 명을 한국에 두고 있는데, 그들은 이란과 관련해 도와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차라리 안 하겠다’(We’d rather not)고 말했다”며 “(한국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았지만 (이란 상황에 대한 지원에) 참여하겠냐고 물었고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 you)고 답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나는 스스로에게 (이 일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려는 의지가 없는데 (우리만 도움을 주는) 멍청한 사람(stupid person)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식 ‘패키지 전략’의 배경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중에서도 유독 한국에 가혹한 청구서를 들이미는 배경에는 안보와 통상을 결합한 ‘패키지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티센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압박할 명분으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지원 거부에 화가 나 있다”며 “한국의 천궁-Ⅱ 판매가 한미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요격미사일 지원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 파병 문제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으로 풀 수 있다는 이러한 시각은 미국이 하나의 문제를 지렛대 삼아 다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패키지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국을 겨냥한 미국의 패키지 전략은 안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이미 미국은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안보를 지렛대 삼아 수천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받았다. 아직 구체적인 대미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은 ‘추가 청구서’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한계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갈수록 거세지는 북한 위협, 주한미군 의존도 높여미국이 한국에 ‘패키지 전략’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북한의 위협도 있다. 북한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보내고 미사일과 탄약 등 각종 군사 물자를 지원하며 전례 없는 ‘혈맹’ 관계를 맺었다. 러시아에 전폭적 지원을 한 대가로 북한은 고성능의 미사일 기술과 경제 지원을 받았고 이는 고스란히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돌아왔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경우 한국의 미국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규모가 2만 8500명 내외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4만 명’이라고 주장하는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한국이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트럼프식 청구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세 협상을 통해 추가 반도체 투자를 강제하고, 여의치 않을 시 안보 공백을 자극해 파병이나 분쟁 중인 국가에 무기 수출을 유도하는 등의 방식이다.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미국의 요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갈수록 무거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 “CPTPP는 G2 위압 맞설 경제 집단안보”

    “CPTPP는 G2 위압 맞설 경제 집단안보”

    트럼프 1기 상대한 日통상 정책통한국에 조속한 CPTPP 가입 주문“공통 규칙으로 안보 연대 넓혀야”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면 미국이나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양자 힘겨루기로만 맞서는 대신, 회원국들과 함께 ‘(통상)규칙’의 문제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일본을 대표하는 통상 전문가인 시부야 가즈히사(67)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조속한 CPTPP 가입을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 내각관방에서 약 8년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정책조정 등을 담당한 통상 정책통으로, 트럼프 1기 미일무역협상에서는 일본 측 관료 실무 책임자로 미 무역대표부(USTR)를 상대했다. 이후 칠레 주재 일본대사를 지냈다. 시부야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기능을 잃고 미국마저 자유무역의 수호자에서 보호무역의 당사자로 돌아선 점에 주목했다. 그는 “회원국을 늘리고 협정문도 지속해서 갱신하는 ‘살아 있는 협정’인 CPTPP가 흔들리는 다자 통상질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며 “CPTPP는 중견국들을 위한 ‘집단안보의 경제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TPP·CPTPP 가입론은 그동안 수차례 부상했지만 농업계와 정치권, 자동차업계의 우려로 번번이 사그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최종 신청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부야 교수는 일본에서도 가입 전 “농업이 궤멸한다”는 반대가 거셌지만 정부 지원과 개혁이 병행되면서 오히려 농산물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시행 중인 후쿠시마현 등 일본 8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 없는 수입 중단은 CPTPP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에만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가 협정 기준 준수 여부를 까다롭게 심사한다고 전했다. 일본 역시 가입 과정에서 11개국의 검증을 거쳐 십여 개 법률을 개정했으며, 영국은 사전 심사에만 약 1년이 걸렸다고 부연했다. 시부야 교수는 “CPTPP가 경제적 위압에 대한 공동 대응 규칙을 만들고 EU·아세안이 이에 동참하는 ‘규칙 연대’를 구축하는 게 향후 일본 정부의 구상”이라고 했다. 가입국 확대로는 부족하며 공통 규칙을 매개로 경제안보 연대를 넓혀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CPTPP 복귀에는 비관적이었다. 그는 미국이 향후 복귀를 희망하더라도 “‘복귀’가 아닌 신규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협정 곳곳의 수정을 요구할 바에는 현 체제가 낫다는 회원국도 있다”고 전했다.
  • [사설] 호르무즈 파병, 국익·동맹 따져 정교한 접근과 국민 설득을

    [사설] 호르무즈 파병, 국익·동맹 따져 정교한 접근과 국민 설득을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전투는 물론 전투 참여까지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민 중이다. 미국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까지 내리며 노골적으로 파병을 압박했다. 안보·경제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하는 정부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병 결정만은 백번 신중해야만 한다. 미국이 일으킨 이란 전쟁 자체가 명분이 약하고, 감수할 위험성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파병했던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9·11테러라는 전대미문의 공격을 받은 데 대한 반격 차원이었다. 그래서 당시 영국 등 미국의 우방들도 적극 참전했다. 반면 이란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모한 공격으로 빚어졌다. 미국의 전쟁에는 거의 반사적으로 참전해 온 영국마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의 애완견’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미국 뜻을 살폈던 일본도 파병에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만 불만을 표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제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영국 편을 들지 않았다. 영국의 이란 전쟁 참전 거부를 이유로 들었다. 그럼에도 전쟁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영국 총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주한 미군 주둔 문제가 파병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한국보다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독일은 참전을 거부했다. 스페인도 이란 전쟁과 관련한 미군 기지·영공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마당이다. 파병 시 호르무즈의 장병은 물론 국민의 안전이 테러 등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높다. 이란 정부 측은 한국이 파병한다면 직접적인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미군이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도 충분히 감안했으면 한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과의 불화 끝에 해군장관, 육군참모총장에 이어 육군장관까지 지난주 사퇴하면서 군 수뇌부 공백이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란 전쟁으로 무기가 부족해졌다는 보도의 출처를 색출하려고 합동참모본부 소속 50여명을 대상으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벌였다. 한번 발이 빠지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 전쟁이다. 군함을 파견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외부의 항행 안전 관리 등으로 임무를 국한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보폭을 맞추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과반수가 파병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적 우려를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 日 통상통 시부야 “CPTPP는 G2 맞설 경제안보 연대 韓가입 서둘러야” [인터뷰]

    日 통상통 시부야 “CPTPP는 G2 맞설 경제안보 연대 韓가입 서둘러야” [인터뷰]

    “미·중 제외 중견국 공동 대응 틀 필요”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면 미국이나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양자 힘겨루기로만 맞서는 대신, 회원국들과 함께 ‘(통상)규칙’의 문제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일본을 대표하는 통상 전문가인 시부야 가즈히사(67·사진)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조속한 CPTPP 가입을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 내각관방에서 약 8년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정책조정 등을 담당한 통상 정책통으로, 트럼프 1기 미일무역협상에서는 일본 측 관료 실무 책임자로 미 무역대표부(USTR)를 상대했다. 이후 칠레 주재 일본대사를 지냈다. 시부야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기능을 잃고 미국마저 자유무역의 수호자에서 보호무역의 당사자로 돌아선 점에 주목했다. 그는 “회원국을 늘리고 협정문도 지속해서 갱신하는 ‘살아 있는 협정’인 CPTPP가 흔들리는 다자 통상질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며 “CPTPP는 중견국들을 위한 ‘집단안보의 경제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TPP·CPTPP 가입론은 그동안 수차례 부상했지만 농업계와 정치권, 자동차업계의 우려로 번번이 사그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최종 신청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부야 교수는 일본에서도 가입 전 “농업이 궤멸한다”는 반대가 거셌지만 정부 지원과 개혁이 병행되면서 오히려 농산물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주된 경쟁 상대도 이제 도요타보다 중국 업체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시행 중인 후쿠시마현 등 일본 8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 없는 수입 중단은 CPTPP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에만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가 협정 기준 준수 여부를 까다롭게 심사한다고 전했다. 일본 역시 가입 과정에서 11개국의 검증을 거쳐 십여 개 법률을 개정했으며, 영국은 사전 심사에만 약 1년이 걸렸다고 부연했다. 시부야 교수는 “CPTPP가 경제적 위압에 대한 공동 대응 규칙을 만들고 EU·아세안이 이에 동참하는 ‘규칙 연대’를 구축하는 게 향후 일본 정부의 구상”이라고 했다. 가입국 확대로는 부족하며 공통 규칙을 매개로 경제안보 연대를 넓혀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CPTPP 복귀에는 비관적이었다. 그는 미국이 향후 복귀를 희망하더라도 “‘복귀’가 아닌 신규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협정 곳곳의 수정을 요구할 바에는 현 체제가 낫다는 회원국도 있다”고 전했다. ● CPTPP는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싱가포르·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고수준 다자무역협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전신인 TPP에서 탈퇴하자 일본 주도로 이듬해 CPTPP가 출범했다.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4.3%를 차지하며, 상품 관세의 평균 최종 철폐율이 98.8%에 달할 만큼 개방 수준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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