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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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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여름밤 실내악의 유혹

    한여름밤 실내악의 유혹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바로크에서 고전, 낭만을 지나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실내악 음악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름 실내악’. 오는 12∼19일까지 일주일 동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실내악 선율이 울려 퍼질 예정이다. 피아노 3중주, 목관 10중주, 금관 10중주, 하프 앙상블 등 갖가지 음색의 실내악을 즐길 수 있다. 12일 첫 공연은 이태리 출신의 실력파 실내악단 ‘트리오 차이코프스키’가 차이코프스키의 실내악 중 가장 유명한 피아노 3중주와 사계 등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보여 준다.13일에는 클라리네티스트이며 지휘자로 활동 중인 김동진과 목관 10중주가 모차르트의 우아하면서도 쾌활한 성격의 세레나데중 11번 등을 연주한다. 클라리넷, 플루트, 오보에 등의 부드럽고 청아한 연주는 여름밤을 편안하게 해 줄 듯하다. 즐겁게 박수치고 싶은 관객들은 14일 트럼페티스트 안희찬과 금관 10중주와 함께 즐거운 세계 음악여행을 떠나 보자. 주페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비롯, 한국·중국·일본 등의 민요로 흥겨운 한마당이 만들어진다.16일 피아노와 목관 5중주가 마르티누, 야나첵 등 현대음악의 세계를 선사하고,17일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하프 앙상블 연주가 이어진다.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 글라주노프의 3대의 하프를 위한 전주곡과 로망스, 헨델의 하프 협주곡의 우아하고 감미로운 화음을 들을 수 있다. 이번 실내악의 하이라이트는 18일 첼리스트 장한나와 베를린필 현악심포니의 협연. 하이든의 첼로협주곡과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다빌레 등을 연주한다. 일본 텔레만 앙상블은 19일 일본 작곡가 나카로 신이치로의 쳄발로 독주로 이번 공연의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김주영과 김지현의 쉽고 재밌는 음악해설이 곁들어진다.(02)580-1135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공연포커스] 기타 거장 외란 쇨셔 독주회

    인기 TV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혜린의 테마’ 원곡(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6번 안단테 악장)을 연주했던 기타 거장 외란 쇨셔(50)가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18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이번 내한무대에서 쇨셔는 6현이 아닌 11현 기타로 바흐 파헬벨 쿠프랭 등을 비롯해 17∼18세기 바로크시대 작곡가들의 명곡을 연주한다. 류트와 비슷한 음색을 내는 6현에 5개의 개방현이 덧달린 11현 기타는 한결 풍성한 저음을 빚어낸다. 1955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7세 때부터 기타를 배운 쇨셔는 존 윌리엄스, 데이비드 러셀과 더불어 현재 활동하는 최고의 기타리스트. 1979년 바흐와 페르난도 소르의 작품으로 음반데뷔한 뒤 바흐의 류트 작품 전곡과 무반주 첼로모음곡 편곡집 등 고전과 현대음악을 넘나들며 다양한 음반을 내놓았다.3만∼7만원.(02)541-623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무대)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301호와 401호 (등장인물) 남:소리감별사 여:빨간 구두의 여인 의뢰인1:50대 초반 의뢰인2:30대 중반 의뢰인3:30대 초반 할머니:꿈속의 환영 딸:중학생 (소리에 대해) 소리는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연기한다. 극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극적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 소리를 측정하는 청진기는 ‘호른’의 유려한 곡선 음관을 부착한 특별한 도구이다. ●제1장 어둠 속에서 “영호야- 영호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인 301호와 401호가 서서히 드러난다. 스탠드만 침침하게 켜져 있는 아래층 301호는 실내가구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위층 401호는 아직 어둠 속에 싸여있다. “우웅 우웅-”하는 진동음이 들리자,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귀마개를 벗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이어 아파트의 여러 생활소음들이 와글와글 들려온다. 다시 귀마개를 하고 눕는 남자. 이때 다급한 뾰족구두 소리. 쫓기듯 달려와 위층 401호로 올라간다. 문을 닫고 구두를 벗고 룸으로 들어서는 여자. 외투를 벗고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진다. 아래층 침대에 누웠던 남자가 슬며시 몸을 일으킨다. 플래시를 켜서 천장을 비춰본다. 위층 여인의 숨소리가 평정을 되찾는다.“끼리리리-”하며 냉장고 가동 소음이 시작된다. 냉장고를 비추는 플래시. 새벽 4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암전된다.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의 실내가 드러난다. 침대와 평범한 실내가구들. 구석 쓰레기통에는 호른 나팔과 야구방망이가 처박혀 있다. 탁자에서 남자에게 소리 감별을 받고 있는 의뢰인들. 호른을 닮은 청진기로 손목시계들을 검진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손목시계) “째각 째각 째각 째각-” 남자:이게 불량입니다. 태엽이 긁히는 소리가 나는군요. 의뢰인1:계측기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남자:0.5데시벨의 소음이군요. 계측기는 보통 플러스 마이너스 1데시벨의 오차를 가지고 있지요. 다음 분. 의뢰인2:(믹서기 3개를 탁자에 놓고) 동방가전에서 출시한 신제품입니다. 모델별 소음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주는 청각적 영향 말이죠.(뚜껑을 살피는 남자에게) 저... 뚜껑이 아니라 작동시의 소음만 분석해 주시면. 남자:모든 소리를 다 분석해야죠. 의뢰인2:우리가 필요한 건. 남자:다시 말하지만, 소리는 복합적입니다. 의뢰인1:감별사님을 믿고 따르세요. 남자:G-1800, Q-300, A-7, 이 세가지 모델의 소리 중에서 A-7이 가장 우수합니다. 의뢰인2:그럴리가요.A-7이 가장 구형인데. 남자:신제품이 G-1800이죠? 이건 실패작입니다.110데시벨의 고주파 파동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고객만족도가 어찌 될까요? 다음 분이오. 의뢰인3:역시 탁월한 분석이십니다.(포도주 2병을 내밀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입니다. 소리:(뾰족구두)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포도주 병을 살펴보다가, 뾰족구두 소리에 눈길을 돌리는 남자. 초인종 소리. 남자가 청진기를 벗고 문을 연다. 복숭아 접시를 들고 들어오는 이층 여자) 여자:안녕하세요? 저는…. 남자:위층 401호 분이시죠? 여자:어머나, 어떻게 아셨죠? 남자:(여인의 빨간색 뾰족구두를 보며) 내 추측이 맞았군요. 빨간색일 거라 생각했죠. 어젯밤에 구두 소리를 들었어요. 여자:어머나,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왔는데. 남자:새벽엔 더 잘 들리죠. 여자:한데 색깔까지 어떻게 아셨나요? 남자:검은색 구두였다면 소리가 더 낮게 깔리거든요. 낡은 가죽이라 세월의 나이가 느껴지던데요.15년 된 캥거루 가죽입니다! 여자:호호호- 점쟁이신가봐! 어제 이사왔어요. 인사도 드릴 겸 복숭아 좀 드시라고요.(남자에게 복숭아 접시를 건네며) 어머나, 손님들이 많이 계시군요. 남자:제 의뢰인들입니다. 여자:무얼 의뢰 받으시는데요? 남자:소리요. 의뢰인1:제품의 소리를 감별해 주시는 거죠. 의뢰인2:그 느낌까지요. 의뢰인3:감별사님은 기계보다 정확하시죠. 여자:우리 아파트에 대단한 명인이 살고 계시는군요. 저…이것도 감별이 되나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소리가 잘 안 들리거든요. 남자:(휴대전화를 검진하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리가 작게 설정된 거 외엔.(진동음을 조정하고) 들어보세요. 소리:(휴대전화 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남자:커졌죠?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주며) 이웃사촌이니 감별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여자:아유, 고마워요. 남자:소리를 놓치면 후회가 크답니다. 여자:맞아요. 일년 전에 정말 중요한 연락을 놓친 적이 있어요. 샤워 중이었거든요. 제 인생이 걸린 중요한 기회였는데….30분 늦게 연락하는 바람에 바이 바이! 근데 감별사님은 소리를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남자:기억되어 있는 소리들 때문에 분석이 되는 겁니다. 여자:이 세상 소리를 전부 기억하고 계세요? 남자:한 번 들으면. 의뢰인2:스리쿠션 때린 당구공처럼요? 의뢰인3:구구 팔십일 구구단처럼요? 여자: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남자:망각이 안돼요. 모두:오!…. (다시 포도주 병을 검진하는 남자. 가만히 주시하는 사람들) 소리:(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아르마냑 17년산이군요. 의뢰인3:네! 맞습니다. 남자:색깔도 소리를 냅니다. 적포도주는 백포도주보다 0.3데시벨 정도 고음을 지닙니다. 잔에 따를 때, 잔을 부딪칠 때, 적포도주는 유혹의 소리를 발산하지요. 좋은 술은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우와!…. 의뢰인2:선생님. 그 차이를 일반인도 인식할 수 있나요? 남자:그들도 분명 듣습니다. 말로는 표현하진 않지만, 마켓에서 돈으로 표현하죠. 의뢰인들:(박수치며)니즈는 욕망이다! 여자:전 들을 수 없거든요! 색깔이 소리를 낸다고요? 그런 황당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죠? 왜들 무조건 믿는다고만 하시죠? 남자:이걸 쓰고 한번 들어보세요. (여자에게 청진기를 건네는 남자) 여자:이건 호른의 음관이잖아요! 남자:제가 특별히 제작한 청진기입니다. 여자:(쓰레기통에 처박힌 호른의 나팔부분을 발견하고) 저기서 떼어내 만드셨나요? 남자:네. 난 새로운 악기가 필요하거든요. 여자:이 청진기가 악기라고요? 남자:그럼요.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악기죠. 여자:혼자만 듣는 게 어떻게 악기가 되죠? (청진기를 던지며) 이건 장난감에 불과해요. 남자:진정하세요. 이 세상은 소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소리를 외면하지 마세요. 제발…. 이리 오셔서 들어보세요. 호른 소리를 음미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호른 주자가 될 수 있듯이, 이 청진기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거죠.(청진기를 여자에게 씌워주고 백포도주를 흔든다.) 들리나요? 눈을 감고 들어 보세요. 소리:(백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여자:들려요. 남자:이번엔 적포도주입니다. 소리:(적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안단테 칸타빌레로 사라지는 아련한 고음의 잔상이 왼쪽 귓전을 스치죠? 여자:(청진기를 벗으며) 들려요…. 하지만 차이는 모르겠어요. 의뢰인1:허허허- 소리 감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의뢰인2:그래서 우린 의뢰를 하러 오고요. 의뢰인3:기계보다 정확하시니까요. 여자:흥, 정말로 듣지 못하는 소리가 하나도 없어요? 남자:듣지 못하는 소리라…. 있죠. 잠들었을 때. 여자:밤에도 안 자고 전부 듣는다면서요. 새벽 4시에 제 구두소리도 듣고. 남자:낮에 자나보죠? 여자:농담하세요? 어째 좋은 이웃이 되기는 힘들 것 같군요. (휭하니 나가버리는 여자. 의뢰인들도 일어선다.) 의뢰인1:허허허. 성질도 급하시네. 오늘도 좋은 감별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뢰인2,3:최상의 분석이었어요.(박수치며) 엑설런트! (모두 나가면 하품하는 남자. 위층 402호로 들어서는 여자. 소리를 읊조린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남자, 위층의 소리를 의식하며 침대 밑에서 박스 하나를 꺼낸다. 박스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 스케이트 신발의 줄을 풀렀다가 다시 매더니 하품하며 드러눕는다. 조명 분위기가 바뀐다.) (탁자 위에서 남자의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코를 고는 남자. 이어 부르는 소리) 소리:“우웅 우웅 우웅- 영호야. 영호야-” 남자:(몸을 뒤채며) 순이니…. 인라인 스케이트 사놨다. 어여 신어봐….(부스스 얼굴을 들고) 엥! 내가 자고 있었나. 순이니? 순이 왔니? 날 저물었는데 얘는 뭐하고 안 들어오나. 어휴, 말을 말아야지. 세상 좋아졌다. 맨땅에서 스케이트를 다 타고.(보호장구와 헬멧을 착용해보며) 돈 쓰게 만드는 기술도 가지가지여. 앉아서 이런 거만 연구하는 놈들 천지니. 어뗘. 순이야. 아빠도 멋져 보이냐? 아빠도 소싯적에 얼음지치기 한가닥 했다. 외날 썰매 모르지? 우선 중심을 잘 잡고…. 긴 꼬챙이 하나를 다리 사이로 넣고 얼음을 팍팍 찍으면서 달리는 거여. 대가미 방죽에선 아빠가 일등했다. 니 이렇게 차려입고 씽씽 달리면 동네 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 순이야, 얼른 들어온나. 인제 호른을 필요로 하는 나이트클럽은 없다. 그러니 아빠는 내일이면 배 타러 가야헌다. 한동안 못 보니까 얼른 와. (시계를 흘낏 보다) 아니 근데 이누무 지지배가 아직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하고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거여. 내 이년을….(휴대전화 메시지를 발견하고) 얼래, 이게 뭐여.“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려 근데.“아빠. 로데오광장 빨리….” 20분전에 온 거네. 로데오 광장? 하하- 요것이 눈치 하난 빨라요. 거기서 스케이트 타고 싶다 이거지? 다른 애들처럼. 오냐. 아빠가 가마. 근데 얘가 스케이트 사논 걸 어떻게 알았지? 돈 없다고 등짝을 후려패서 학교 보내 놨더니…. 하여튼 귀신이여 귀신. (박스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 나가는 남자. 그 열린 문으로 여자가 은밀하게 들어와, 가구들 뒤에 무엇인가를 붙여 놓는다. 감별사의 청진기를 보고 자기 심장에 대본다.) 소리:(심장박동) “쿵 쿵 쿵 쿵-” (남자가 돌아오는 기척. 얼른 복숭아 가져왔던 접시를 드는 여자. 남자가 힘없이 들어선다.) 여자:어머! 오셨네요. 문이 열려 있기에 접시를 가져가려고요. 아깐 제가 너무 흥분했었나 봐요. 어디 산책 다녀오세요? 남자:근처 로데오 광장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더군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지요. 웬 처녀가 글쎄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겁니다. 여자:어머나, 그래서요. 남자:후후후. 당황스러워 혼났습니다. 여자:그 아가씨 아빠가 감별사님과 비슷한가 보죠. 남자:하긴…. 그 아가씨도 우리 딸애와 비슷하긴 했어요. 여자:따님이 있으세요? 남자:……. 여자:참, 그거 잘 타세요? 스케이트요. 남자:내 스케이트가 아닙니다. 여자:누구한테 선물하시려나 보죠? 남자:……. 여자:호호- 말씀하기 싫으신가 봐요.(문으로 가며) 그럼 또 뵙겠습니다. 남자:일년 전, 휴대전화 소리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죠? 소리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금방 사라지거든요. 여자:감별사님.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자 나가면, 남자는 박스를 옆에 낀 채 홀로 서성인다. 조명 분위기 다시 바뀐다.) 남자:어휴! 몇 분 차이로 이게 뭐여. 속 터져. 쬐금만 더 기다리지 않고선.(박스를 놓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며) 이누무 기지배는 대체 어딜 간 거여. 소리:“삐- 삐- 새 메시지는 없습니다.” 남자:아! 눈부시다. 눈부셔. 왜 이리 눈이 부시지? 불을 끌 수도 없고. 순이야, 어여 연락 좀 해라. 아빠 이러다가 죽는다잉. 일주일째 이러고 잠 한숨 못 잤다.(침대에 드러누우며) 이러다 아빠 죽겠다. 순이야. 순이야…. 소리:(진동소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남자:(벌떡 일어나 휴대전화 확인하며) 아니잖아. 어디지? 아래층 201호여! 죽겠네.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뛰어가는 남자. 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 남자(E):여보세요,201호 아저씨! 전화 왔어요- 얼른 휴대전화 좀 받아 봐요. 201호(E):돌겠네! 안 받으려던 건데. 알았다니까- (휴대전화 진동소리 겨우 멈춘다. 다시 들어오는 남자) 남자:싸가지 없는 놈. 끝까지 안 받네. 매너들 없어. 소리:(TV 끝나는 소리)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치이-” 남자:302호 미친놈. 오늘도 저 모양이야. 꺼라. 제발 좀 꺼라. 바로 옆방에서 이러면 어떡하냐.(앞쪽 베란다로 나와서) 302호- 텔레비전 좀 끄쇼. 시끄러워 살 수가 있나. 이웃들(E):조용히 좀 해요. 남자:302호, 조용히 하라잖아요∼ 이웃들(E):301호, 당신이 조용히 해∼ 당신 때문에 못자. 아저씨 날마다 이게 뭐예요. 남자:이런 우라질. 귓구멍이 거꾸로 뚫렸나. 나는 니들 때문에 못자- 아! 눈이 터질 것 같네. 그래도 안 끈다 이거지. 니기미! 대한사람 살아야 길이 보전도 된다. (야구방망이 들고 나가는 남자.302호 문 부서지는 소리. 비명소리. 순찰차 사이렌 소리) (위층 401호 여자는 나지막이 뭔가를 읊조린다.) 여자:“쓱쓱 만져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궁글궁글 쓸어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제2장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 침대에 우울하게 앉아있는 남자. 얼굴에 수건을 두르고 귀마개를 하고 있다. 말씨가 점차로 사투리 운율로 변해간다. 남자:백두산이 다 닳기 전에, 대한사람 살고 보자는데 웬 말들이 많은 겨.(수건을 풀며) 돌아와 보니 문은 닫혀있고 불은 꺼져 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거여. 그냥 빈집이여. 빈집.(귀마개를 벗으며) 기껏해야 한 삼일이면 됐지. 왜 삼일이 열흘 되고 달포 되고 한달 되느냔 말이여. 왜 삼일이 석달 되고 석삼년 되느냔 말이지. 이상타. 참말 이상한 일이다. 어무이는 금가락지 끼워주면 훨훨 날아간다 허지, 딸년은 스케이트 있어야 씽씽 달려간다 하지. 아! 나도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부산으로 가서 외항선 탔다 했지? 석달 열흘만 꾹 참고 다녀오자.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허참,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거여, 시방 이것이. 태평양 넘어 동지나해 건너 알류산 열도 거쳐 부산항에 도착, 광복동 시장에서 딸년 인라인스케이트하고 어무이 서돈짜리 금가락지 서둘러 해가지고 와보이, 종적이 묘연한 것이여. 여편네 줄려고 야들야들한 속곳 둘둘 말아 끼고 왔는디, 입을 사람이 없는 거여. 세상 참 얄궂네. 인생 허망타.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소리:(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얼른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 실망하는 남자. 이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 남자가 문을 여니 의뢰인들이 의뢰품들을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들:좋은 아침입니다. 의뢰인1:(전자레인지를 탁자에 놓고) 부품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남자:(청진기로 검진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흠…흠… 소리:(전자레인지) “위이이잉-” 남자 : 모터가 낡았으니 교체하세요. 다음. 의뢰인2:(책들을 놓으며) 신나라출판사의 기획 시리즈 견본품인데요. 남자:(책장 넘기며) 책도 소리를 가집니다. 종이 지질에 따라서 소리는 천차만별입니다. 소리:(종이) “펄렁 펄렁… 팔랑 팔랑… 풀렁 풀렁…” 남자:이건 모조지, 이건 아트지, 이건 하드보드에 코팅까지. 아트지는 반짝 반짝! 모조지는 서글 서글! 3데시벨의 편차가 있네요.(표지를 보며) “세계의 미스터리”라…. 이 제목에는 모조지보단 아트지가 어울립니다. 미스터리는 반짝반짝해야죠. (여자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몰래 엿본다.) 의뢰인3:(돌멩이 2개를 놓으며) 심산인테리어에서 의뢰한 겁니다. 남자:(돌을 살피며) 흥미 있는 소재이군요. 돌의 소리는 가장 심원한 소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재질이니까요. 돌의 소리는 음악의 근본입니다. 돌로 만든 악기인 편경의 소리는 국악의 표준 음정이죠.(돌을 부딪쳐 본다.) 오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리입니다. 소리:(돌) “딱 딱 딱 딱-” 의뢰인들:정말 탁견이십니다. 남자:저 전자레인지는 전에도 감별해 드린 건데요. 저를 시험하시나요? 의뢰인1:예? 오해십니다. 남자:칠일 전에도 해드렸고, 한 달 전에도 했습니다. 의뢰인1:청진기가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남자:기계든 인간이든 자기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죠. 청진기는 거짓을 모릅니다. 여자:(앞으로 나서며) 감별사님의 판단을 믿지 못하시나요? 의뢰인1: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인가 봅니다. 확인해 보죠. 여자:(모두 자신을 쳐다보자) 어머나! 안녕하세요. 호호호- 문이 열려있지 뭐예요. 의뢰인1:소리 감별은 회사의 일급 기밀입니다. 여자:한심한 출고담당 재교육도 중요하죠. 의뢰인1:(전자레인지 들고 나가며) 성질도 급하시고 변덕도 심하시군요. 흠, 흠. 여자:오늘의 분석은 어땠나요? 의뢰인2:출판사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의뢰인2,3도 나간다. 남자가 문을 잠그더니, 얼른 여자를 데리고 구석으로 간다.) 남자:혹시 이 아파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하셨나요? 여자:글쎄요? 남자:이사 온 뒤로 다른 주민들 보신 적 있나요? 여자:네… 봤죠. 남자:이상하지 않던가요? 여자:네. 남자:언제부터인가 이 아파트 주민들이 잠만 자고 있어요. 모든 활동이 중지된 겁니다.201호는 휴대전화를 안 받는 버릇이 있고,302호는 지가 무슨 애국시민이라고 날마다 애국가를 시청하더니 모두 조용해 진 겁니다. 여자:에이, 고급 아파트는 원래 조용하잖아요. 남자:(눈치를 보더니 말소리를 죽이며) 나는 저 의뢰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여자:(놀라며) 네? 무슨 말씀이세요? 남자:뭔가 수상쩍은 음모가 있어요. 의뢰 물품이 변하지 않고 있어요. 여자:날마다 똑같아요? 남자:일주일 주기로 반복되고 있어요. 예전엔 한달 주기였죠.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나는 새로운 소리를 원합니다. 여자:좋아하는 음악은 자꾸 듣기도 하잖아요. 가령 호른 연주는 어때요? 남자: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 2악장 로만자… 호른은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날마다 다릅니다.(청진기 곡선음관을 어루만지며) 호른을 통해서 들어야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하지만 누가 날마다 같은 구름을 보고 싶겠소. 누가 날마다 같은 바람을 맞고 싶겠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라고 둘러대지만 실수가 아닙니다. 치밀하게 반복되는 순환시스템이죠.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이 세상이 죽어가는 것처럼. 저들이 소리를 뺐어가는 겁니다. 아…. 이러다가는 당신의 잠꼬대마저 뺐어갈지도 몰라요. 여자:어젯밤에 제가 잠꼬대했나요? 남자:(흉내 낸다.) “쓱쓱 만져 주면… 궁글궁글 쓸어 주면…” 여자:어머, 어머! 저를 너무 속속들이 아시네. 호호호- 내 정신 좀 봐. 가야겠어요. 남자:어젯밤에 당신의 잠꼬대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세요? 제발 가지 마세요. 여자:네? 남자:잠꼬대 소린 정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 봤어요. 지금 이 아파트에서 당신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가버린다면 당신도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여기 계세요. 여긴 안전하니까. 여자:(남자를 경계하며)감별사님은 소리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남자:사실은 소리가 무서워요. 여자:왜요? 남자:너무 진실하니까. (이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고조되는 온갖 소리들. 서로 뒤섞여 아비규환의 아우성처럼 난무한다.) 소리:“찌르르르… 출렁출렁… 저벅저벅… 쿵쾅쿵쾅… 우웅우웅… 영호야∼영호야∼” 여자:이게 뭐야?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남자:(귀를 막으며) 아! 아! 저리가. 듣기 싫어. 씨끄러. 듣기 싫어. 아아악- (남자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나가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야구방망이로 치고 머리로 들이받으며 발광하다가 쓰러진다. 여자는 놀라서 남자를 부둥켜안는다. 소리들이 그친다.) 여자:여보… 여보! (병원 가운을 입은 의뢰인들이 나타난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침대에 뉘고 벨트로 사지를 결박한다. 남자를 청진기로 진단하는 의뢰인1) 여자:아… 어떻게 된 거죠. 무서워요. 무슨 소리였죠? 그이는 괜찮은가요? 의뢰인2:안심하세요. 본 특병동의 소리치료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죠. 의뢰인1:상태가 좋지 않아.2단계 프로그램도 실패야. 발작 증세가 멎지를 않네.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내일 수술 일정 잡도록 해. 의뢰인3:근데 보호자께서 동의서에 아직 서명을…. 의뢰인1:그깟 동의서 하나를 여태 못 받아? (여자에게) 똑바로 들으세요. 내일도 서명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겁니다.(의뢰인2에게) 자네 수련의가 왜 그 모양이야. 그럴 거면 딴 병원으로 가. 내가 이젠 환자한테 훈계까지 받아야 돼? 내가 저를 시험한다고? 미친놈이 입만 살아서. 한데… 어떻게 알았지? 의뢰인2:환자는 지각능력이 있는 게 확실합니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에만 몰두하는 주의력 증가 기제가 너무 왕성해서 그렇습니다. 환자의 소리 분석은 정상입니다. 의뢰인1:믹서기 회사에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잖아. 의뢰인2:그건 생산부장의 말이고요. 오늘 아침에 마케팅팀장과 통화했는데 좋은 지적이라고 반기더군요.2차 분석도 의뢰하겠답니다. 일시적인 “해리성 황홀경”입니다. 의뢰인1:속단하지 말라고 했지? 자네의 진단은 정서적인 판단이 앞서고 있어. 의뢰인2:“뇌손상에 의한 퇴행성 기억장애”란 과장님의 진단은 측두엽의 손상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거 아닙니까? (쓰레기통에서 부서진 호른 나팔을 꺼내서 안고 있던 여자가 나선다.) 여자:선생님, 우리 그이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1:미치겠네 정말. 아까 발작하는 거 못 봤어요? 가족도 몰라보잖아요. 여자:예전에 연주하던 곡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냈단 말이에요. 의뢰인1:단편적인 기억 정도는 모든 환자들이 다 가지고 있어요.(부적뭉치를 던지며) 이게 뭡니까? 이런 식으로 맘대로 행동하면 퇴거조치시킬 겁니다. 여자:이 부적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으세요? 미신에 불과하다면서요? 의뢰인1:그게 아니고…. 의사의 치료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 아닙니까. 협조요. 협조! 여자:협조했잖아요. 가구며 소지품들 가져다가 집안처럼 꾸며놓고… 순이더러 로데오 광장에서 아빠를 기다리라고 해서 그렇게 했잖아요. 근데 별 이상도 없는 이가 왜 딸을 몰라보나요? 왜 아내도 몰라보나요? 그저 지쳐서 그런 걸 거예요. 집에 가서 잘 요양하면… 고요한 호숫가를 찾아서 호른도 불면서 푹 쉬면 나아질 거예요. 의뢰인1:흥, 호른 분다고 치료가 되면 병원이 뭐하러 있어요! 도대체 의사를 뭘로 보는 거요? 기물을 파손하고 상해를 입힌 환자는 완치되기 전엔 퇴원할 수 없습니다. 내일까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세요.(의뢰인3에게) 진정제 5밀리그램…. 아니 7밀리그램 준비하고, 면회는 금지시켜. (의뢰인1,3 나간다. 흐느끼며 부적을 줍는 여자. 창문으로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의뢰인1이 보인다.) 여자:흑흑흑…. 날더러 어떡하라고요. 기다려라. 기다려라…. 벌써 세 달이 됐어요. 의뢰인2:왜 그토록 소리에 집착하는지 그 압제의 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기억 과잉이 문제입니다. 뇌의 측두엽에 너무 많은 소리의 기억들이 축적되어서, 컴퓨터가 다운되듯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치의께선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지 않으면 발작이 계속된다고 보십니다. 삭제키를 눌러야 리소스 부족에서 해방되니까요. 여자:그러면 과거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서요. 의뢰인2:대신 새 기억은 지킬 수 있습니다. 여자:그토록 찾던 딸이 눈앞에 나타나도 못 알아보는데, 앞으론 영원히 그렇게 되겠죠? 이 빨간 구두요… 15년 된 캥거루가죽 맞아요. 저이가 나이트밴드 아르바이트 뛰어서 첫 월급으로 사준 우리 결혼 선물이죠. 이거 신고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신혼여행 갔어요. 이 호른은 방직공장 월급 일년을 꼬박 모아서 제가 사준 거예요.(호른을 쓰다듬는 여자. 창가에서 귀 기울이는 의뢰인1) 서귀포 밤바다는 그날 따라 왜 그렇게 고요했는지, 저이가 부는 호른 소리가 수평선 끝까지 울려 퍼졌어요.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 2악장 알레그로. 그게 저이가 아는 유일한 연주곡이죠. 순이를 낳게 되어서 사범대학을 그만뒀으니… 이 모든 걸 다 잊어버리겠죠? 의뢰인2:아마 그렇게 되겠죠. 여자:그렇게 되면, 우린 이 세상 안 산 거나 같네요. 시골 고등학교 밴드부 남학생이 부는 호른 소리에 바람나 쫓아다니다가…. 외아들 사범학교 나와 선상님이 평생소원이던 홀어머니 가슴에 못질하고, 남자 앞길 망쳤다고 원망들은 촌년이… 저승 가서 어머니까지 못 알아보는 산송장 만들어 놨다는 소린 죽어두 들을 순 없네유. 차라리 청진기 쓰고 세상의 소리에 미쳐서 사는 게 나아요. 저인 소리를 사랑했으니까. 저이 어머니도 소리를 벗삼아 사셨으니 하늘나라에선 서로 알아보겠지요. 의뢰인2:사모님…. 여자:선생님도 저이가 미쳤다고 보세요? 의뢰인2:의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하나 있지요. 알 수 없습니다…. (의뢰인3이 주사기 가지고 들어온다. 의뢰인2가 여자를 부축해 나간다. 의뢰인3이 주사할 준비를 하는데, 창문에서 지켜보던 의뢰인1이 들어와서 부서진 호른을 들어본다.) 의뢰인1:아까 몇 밀리그램이라 했지? (쳐다보는 의뢰인3) 3밀리그램만 투여해. 의뢰인3:3밀리요? 네…. (주사기 용량을 조절해서 남자의 팔에 주사 놓고 나가는 의뢰인3) 의뢰인1:길영호씨. 지금 혼자서 호숫가를 거닐고 있소? (입으로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을 불며 빠져든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이층 401호로 힘없이 들어서는 여자. 부적 뭉치를 탁자에 놓다가 세어본다.) 여자:하나, 둘, 셋, 넷…. 분명 다섯장을 붙였는데. 한 장이 살아있어! (암전) (무대 밝아지면, 병실 분위기가 나는 아래층 301호. 환자복이 입혀진 남자가 침대 벨트에 묶여있고, 의뢰인2를 따라 여자와 딸이 들어선다.) 의뢰인2:휴, 제가 미친 거 같네요. 주치의가 회진오시기 전에 끝내셔야 합니다. 여자:고맙습니다. 순이야, 어서. 딸:아빠! 제가 왔어요. 어째 잠만 자는 거야. 흑흑흑…. 아빠 일어나세요. 눈떠- 아빠- 여자:여보! 순이가 돌아왔어요. 이제 일어나세요. 다 잘되었어요. 저도 직장 잡아 돈벌이해요. 지난 일은 잊고, 정신 좀 차리세요. (여자와 딸이 벨트를 풀고, 사력을 다해 남자를 일으켜 세운다. 아무리 흔들어도 눈을 뜨지 못하고 무너져 태아처럼 웅크리는 남자) 딸:흑흑흑…. 엄만 대체 무얼 한 거야! 아빠가 저리 되도록. 여자:엄만 안 해본 거 없다. 귀신 쫓는다는 복숭아도 들이고, 부적도 붙여보고, 약손으로 아픈 데 쓸어주시던 할머니 소리도 해보고…. 너는 뭘 하고 있었어. 이년아, 니 아빠 이리된 것 다 너 때문이다. 나가버릴 거면 그냥 나가지 메시지는 왜 남겨! 딸:난 그냥…. 아빠가 기다릴 것 같아서…. 여자:그걸 아는 년이 세 달이나 안 들어와! 니 메시지 못 들었다고, 또 올지도 모르니까 지켜봐야 한다고, 휴대전화에서 눈도 못 떼고 일주일을 뜬눈으로 지새우셨다. 그러다 결국 쓰러지신 겨. 산송장 되신 겨. 집으로 가요, 여보. (남자의 환자복 윗도리를 벗기고 몸을 쓸어주며 사복으로 갈아입히는 여자와 딸.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소리를 하게 된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소리를 받아 부르는 할머니의 환영. 문으로 들어와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할머니:어여 일어나거라. 영호야. 된장찌개에 밥 말아먹고 어여 핵교 가야지. 온나 온나. 어여…(미소 짓는 남자) 우리 외동이, 온나 온나. 딸:엄마! 아빠가 웃어. 여자:어디? 정말! 여보, 어디 좋은 곳 유람이라두 하는 게유? 할머니:아유, 찌린내. 요 녀석 바짝 섰네. 쯧쯧쯧. 이부자리는 한강이구.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곤했던 게여. 그려 됐다. 옷 갈아입자. 아부지 모르시게 저리 치워놨다. 인나렴. (여자와 딸이 남자의 아랫도리도 사복으로 갈아입힌다. 할머니는 싱크대로 가서 도마를 꺼내 칼자루 끝동으로 마늘을 다진다.) 소리:(마늘 다지는) “쫑 쫑 쫑 쫑-” 여자: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눈을 떠요. 딸:아빠. 눈 떠. 제가 잘못했어요. 흑흑흑. 아빠. 제발! 남자:불…. 불이여…. 딸:뭔 불이 나? 남자:집에 불났다. 어쪄 어무이. 할머니:간밤에 어매가 호롱불 꺼놨다. 걱정 말그라, 불 안 났으니. 밥 다됐다. 소리:(찌개 끓는)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마침내 힘없이 눈 뜨는 남자) 할머니:됐다. 눈 떴다! 딸:아빠! 여자:여보! 할머니:어매는 좀 쉴란다. (이젠 할머니가 기력이 다한 듯 눕는다. 중얼거리며 그 옆으로 다시 무너지는 남자) 남자:왜 이리 자꾸 졸리지. 어무이 괜찮으셔유? 주무시는가베. 순이야, 엄마는 일 나갔니? 밥은 먹었니? 그래 아빠 잠깐 눈 좀 붙였다 일어날 테니 뭔 일 있으면 깨우렴. 아주 잠깐이다…. 아빠가 일어나서 떡볶이 해줄게. 설탕도 넣고 달달하게…. (모로 쓰러진 남자 어느새 코를 곤다. 할머니가 부스스 일어나 아들과 손녀를 보더니 천천히 문으로 걸어 나가며 아들을 부른다.) 할머니: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남자) 남자:어무이! 딸:아빠. 꿈에 할머니 봤어? 남자:순이야. 혹시 할머니가 뭐라 하셨니? 딸:언제요? 남자:돌아가시기 전에. 딸:(할머니 목소리로) “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남자:그래… 맞았어. 어무이가 날 부르는 소리였어.(딸을 안으며) 순이야. 할머니가 아빠를 불러주셨구나. 아빠는 할머니가 한마디도 안 하고 그냥 가신 줄 알았다. 여보, 어무이가 나를 불러 주셨대. 날 용서하신 거여. 여자:여보, 흑흑흑…. 딸:내가 아빠를 얼마나 깨웠는 줄 알어? 남자:기특한 것. 아빠가 잘못했다. 어무이, 지가 죽일 놈입니다. 여자:아니에요. 지가 죽일 년이에요. 남자:어무이 손은 약손이여. 암…. 그렇구 말구. 딸:할머니 손이 약손? 남자:니 여섯 살 때, 맹장염을 앓았단다. 할머니가 밤새 순이 배를 문질러 주셨대. 할머니 약손으로. 니가 잠이 들어서 새벽이 됐는데, 아빠가 나이트 일 마치고 와보니 이미 혼수상태인 거라. 그래 아빠가 들쳐 업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은 거여. 딸:애게, 약손이면 맹장도 고쳐야지. 남자:아픈 걸 잊게 해주셨잖니. 그러니 약손이지. 이렇게 배를 쓸어주시면서…. (약손 소리를 함께 부르는 가족. 할머니가 밖에서 창문을 열고 함께 부른다.) 가족:“우리 아기 예쁜 배, 엄마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가족:“엄마 손은 약손” 할머니:“궁글 궁글 쓸어 주면…” (노래하다가 침울하게 그치는 할머니) 할머니:인자 이 손 약발도 다 떨어졌는가부다. 이 손으로 아범 뺐어가려던 저승사자들 다 쫓아 버렸는데 이젠 안 되는가부다. 내 다시는 약손 안 할란다. 남자:어무이, 이참에 그 달랑무 소리도 그만 두세요. 동네 애들이 벌써 순이를 놀린대요. 할머니:내 그리하마…. 달랑무 소리두 안 할란다. (창문을 닫는 할머니. 의뢰인1이 방으로 들어선다. 긴장하는 의뢰인2) 의뢰인2: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어제 2단계 프로그램의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옷은 환자가 갈아입고 싶다고 해서…. 의뢰인1:음…. 잘했구만. 길영호씨. 이제 환청이 들리지 않습니까? 남자:네, 사라졌습니다. 의뢰인님. 의뢰인1:허허허…. 잊으세요. 불필요한 소리들을. 불필요한 기억들을. (의뢰인3이 호른 케이스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3:지금 도착했습니다. 의뢰인1:(케이스를 남자에게 주며) 퇴원하게 되면 이게 필요하실 겁니다. 여자:호른이잖아요? 의뢰인1:제가 30년간 가지고 있던 겁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죠. 한적한 호숫가를 찾게 되거든 연락 한번 주세요.(나가며) 한번 들으러 가고 싶군요. 의뢰인2:선생님! 의뢰인1:자네가 “알 수 없습니다.” 하는 순간, 나도 알 수 없어 졌다네. 의사는 신이 아니지 않은가. 남자:선생님. 신은 이 수많은 세상의 소리를 어찌 다 들을까요. 의뢰인1:허허허- 다 듣다간 신도 입원해야지요. (마주보고 씩 웃는 그들. 의뢰인들 나간다.) 남자:어머니더러 달랑무 못 파시게 한 그것이 내내 걸리는 거여. 바깥출입도 안 하시구 말수도 적어지더니 그냥 가신 거여. 여자:제 잘못이에요. 동네 푼수들 말만 듣고…. 남자:어무이는 소리 힘으로 사신 겨. 그게 어무이 약손이여. (문이 열린 채다. 그 문으로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어머니가 다시 들어와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뭔가 바람에 날려 쿵- 엎어지는 소리) 할머니:영호니? 영호야- 야가 삼일씩이나 어딜 간 거여. 저게 누구여. 영호지. 어여 어여 온나. 세상에! 야가 못 먹어서 눈이 십리는 들어갔네. 집 놔두구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겨. 들어가 밥 묵자. 엄매가 된장국 끓여놨다.(흰 고무신을 주며) 봐라. 흰 고무신 사놨다. 따습지? 어여 신어봐. (흰 고무신을 받아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가, 가슴에 끌어안고 웅크리는 남자) 소리:(소년) 흰 고무신 때 타면 어쩐대유. 소리:(할머니) 영호야 자니? 엄매는 그깟 금가락지 없어도 된다. 영호만 있으면 된다. 소리:(소년) 어무이. 흰 고무신… 내 눈 내리면 신을란다. 소리:(눈 밟는) “뽀작 뽀작 뽀작 뽀작” 할머니:멋지다. 헌헌장부 났다. 남자: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잉. 손이 얼은 것 좀 봐. 요리로 들어와. 어여. (어느새 인라인 스케이트 신고 헬멧 쓰고 서있는 딸. 아빠 엄마 있는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문가에서 고개 끄덕이던 할머니, 달랑무 팔러 가신다.) 할머니:달랑무∼ 있어. 푸성귀나∼ 달랑무∼ 있어. 무대 서서히 어두워지며 암전. ■ 희곡 당선소감 게으른 며느리에게 시켜야 할 일은 두부 만드는 일이랍니다. 느긋하게 일해야 맛있는 두부가 만들어진다죠. 군대 지휘관도 게으른 사람이 좋답니다. 게으른 천재여야지 괜히 아랫사람 생고생 시키지 않는다는 건데…. 요건 사실 게으른 아랫사람들의 소망이죠. 부지런한 천재 즉 이순신 같은 양반 만났다간 그저 죽었구나 하고 뛰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는 없지요. 안 뛰면 바로 곤장 맞지요. 난중일기 쬐금 보니까, 임진왜란 발발 전에 이 어른 매일 하는 일이 순찰 나가서 하급지휘관 곤장 치는 게 주업무이시더군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하셨으니 백전백승의 신화를 창조하셨던 게죠. 선친께서 제 원래 이름자에 늦을 만(晩)자 하나를 넣어주신 덕택에 이렇게 느즈막히 입문하게 되었나 봅니다. 작은 상 하나를 펴놓으시고 늘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던 아버님께서는 교단 은퇴 후에 스스로 책 몇 권을 출간하셨죠. 그러곤 집안잔치가 있으면 친구 분들께 그 책을 선물하던 낙으로 사셨습니다. 평생 글을 쓰시던 열정은 정말 프로작가 못지않으셨지요. 이제부턴 저도 작심하고 자세 가다듬어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은 상 앞이 아니라 PC 앞이 되겠네요. 축하해주는 벗님들, 사랑하는 영두와 영소, 그리고 가족들. 더불어 삶의 위안과 기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 아울러 미흡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약력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중앙대 교육대학원 무용 석사과정 ■ 심사평 세상이 어수선한 탓인지 응모작들 중에서도 투신자살, 노숙자, 입시부정, 로또복권 등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담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각종 드라마 매체에 많이 노출된 탓인지 대화체의 이야기 구사에는 능숙해졌으나 막상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자들의 손에 남은 희곡들은 박만호의 ‘청진기’, 김성제의 ‘바다로 가는 성북행’, 그리고 류세균의 ‘달 속의 그늘’이었다. 공사판의 살인사건을 그린 ‘달 속의 그늘’은 밑바닥 인생들의 성격설정이나 대사구사에 능숙했으나 극 구성이 너무 평이하고 결말 부분을 배영감의 감상적인 인생고백으로 가져간 점이 지적되었다. 지하철 승강장을 배경으로 해서 사회적으로, 성적으로 상처받고 억압된 두 모자의 아픈 일상을 포착해낸 ‘바다로 가는 성북행’은 살아있는 독특한 정서가 심사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식당 파출부인 엄마와, 성전환 수술을 위해 일본으로 돈벌러 가는 여성적 아들의 아픔을 과장되지 않은 일상적 대사 속에 담아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극적 상황과 행동을 충분히 연극적으로 객관화시키지 못했고 극이 아직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있다. 현대생활을 지배하는 각종 소음과 어린 날에 듣던 정겨운 소리들을 대비시킨 ‘청진기’는 ‘소리’를 극적으로 전경화시킨다는 아이디어나, 신경증환자인 남편을 아내가 의료진과 공모해서 연극적으로 치유한다는 설정 등이 충분히 연극적이며 대사나 극 전개 기법도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그러나 ‘문명의 비인간성/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라는 대비가 도식적이며, 극전개의 생략과 비약이 과도한 점에서 어느 기성작가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다소 걸렸다. 결국 각각 장단점을 갖춘 ‘청진기’와 ‘바다‘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다가 그 나름의 완성도와 무대적 상상력을 높이 사 ‘청진기’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철리(연출가)·김방옥(평론가)
  • 그라프·켐프 새달 나란히 내한공연

    그라프·켐프 새달 나란히 내한공연

    플루트의 노대가와 신예 피아니스트가 새달 나란히 내한공연을 갖는다.농익은 플루트의 심오한 선율과 튀어오르는 피아노의 테크닉이 있는 무대다. 먼저 새달 5일 영산아트홀을 찾는 플루트 연주자는 페터 루카스 그라프.이번이 세 번째 내한공연이지만 올해 75세를 맞이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다. 스위스 태생으로 플루티스트의 거장 마르셀 모이즈를 사사했고,21세때 스승에게 헌정된 자크 이베르 플루트 협주곡의 녹음을 남기면서 세계적인 연주자로 발돋움했다.1953년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했고,61∼66년에는 루체른 시립가극장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했다.지금까지 60여장이 넘는 음반을 남겼다. 깊은 질감이 느껴지는 플루트의 음색으로 이번 무대를 울릴 곡들은 모차르트의 ‘플루트 소나타’를 비롯해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라이네케의 ‘운디네 소나타’,도플러의 두 대 플루트를 위한 ‘안단테와 론도’ 등.피아니스트 허은과 플루티스트 이상화가 협연한다.오후 7시30분.3만∼5만원.(02)747-2462. 새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신예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가 첫 내한 무대를 꾸민다. 1977년 영국 런던에서 독일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98년 제11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주인공이다.이 대회의 우승자는 국내에도 몇 차례 다녀간 데니스 마추예프.당시 수상결과를 두고 청중 간에 논란이 일면서 켐프는 오히려 우승자보다 러시아에서 더 유명한 연주자가 됐다. 8세 때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데뷔한 뒤,92년에 BBC가 주최한 ‘올해의 영 뮤지션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2001년에는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최고의 클래식 신인 아티스트’로 뽑히는 영예도 안았다. 타임스지에서 “화려한 테크닉과 시적 감성을 겸비한 피아니스트”라고 칭한 그가 이번 연주회에서 들려줄 곡은 베토벤의 ‘소나타8번 비창’‘소나타 23번 열정’과 쇼팽의 ‘연습곡 Op.25’ 전곡.오후 7시30분.3만∼7만원.(02)541-6234.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쇼팽과 함께 돌아온 임동혁…21일 예술의 전당서 독주회

    피아니스트 임동혁이라면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등 수상을 거부하여 뉴스의 초점이 됐던 인물이다.이후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의 호연으로 국내 팬들을 안심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묵직한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갖는다.2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다.(02)751-9606. 올해 20세가 된 임동혁의 피아노 인생은 지난 연말부터 전환점을 맞은 듯한 느낌이다.이스라엘 필하모닉으로 부터 급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것이 12월25일.컨디션 난조로 공연을 취소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의 대타였다.임동혁은 이스라엘로 날아가 텔아비브·예루살렘·하이파를 순회하며 7차례 협연과 1차례 독주회를 소화했다.전회매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임동혁의 가장 큰 후원자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EMI클래식의 ‘젊은 피아니스트’시리즈에 그를 추천한 것도 아르헤리치였다. 임동혁은 최근 쇼팽으로만 이루어진 2집 앨범을 펴냈다.소나타 3번과 유명한 녹턴 작품 9의 2,즉흥환상곡,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등이 들어있다. 발매날짜는 지난 1월15일 런던의 위그모어홀 데뷔에 맞추었다.이날 임동혁은 환호에 인색하다는 런던 청중을 대상으로 무려 4차례나 앙코르를 들려주어야 했을 만큼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서울 독주회에서는 쇼팽의 소나타 2번과 뱃노래,새 앨범에도 수록된 ‘3개의 마주르카’,그리고 슈베르트의 소나타 D.664와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7번을 들려준다. 러시아의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졸업한 임동혁은 사는 곳을 독일로 옮겨 하노버국립음대의 아리 바르디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악몽은 잊어버렸을까.임동혁은 “공교롭게도 아마추어 수준으로 2등을 한 당사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서 “교수나 학생 모두 누가 어느 정도로 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전통적 쇼팽의 정서 ‘물씬’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 16일 예술의전당서 독주회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사진)이 16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리윤디,크리스티안 지머만,스타니슬라브 부닌에 이은 올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다. 당 타이 손(45)은 베트남 전쟁의 와중에 하노이음악원 교수였던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공습이 한창일 때는 종이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놓고 연습을 했다고 한다.이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10년 동안 수학했다.냉전시대 공산권 음악가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표준적 사례일 것이다.1980년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당 타이 손은 전통적인 쇼팽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피아니스트.2000년 방한때는 쇼팽의 소나타 3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며 절찬을 받았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당 타이 손은 드뷔시의 ‘전주곡집 제2권’ 가운데 5곡과 프랑크의 ‘전주곡,합창과 푸가’,그리고 장기인 쇼팽의 ‘뱃노래’와 ‘4개의 즉흥곡’‘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이즈’를 들려준다.(02)541-6234. 서동철기자 dcsuh@
  • 가장 격조있는 대중음악의 ‘화음’/기타 이병우·피아노 박종훈 콘서트

    반들반들 밀어버린 머리와 형형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은 있어도 이병우에게서는 기본적으로 흙냄새가 난다.반면 19세기 서양의 천재 음악가들이 그랬듯,다소 선병질적으로 보이는 박종훈은 요즘 개그맨들이 즐겨 쓰는 말처럼 도회적 외모를 갖고 있다. 출발도 용모만큼이나 달랐다.이병우(38)는 여느 기타연주자처럼 앨범작업에 ‘세션맨’으로 참여하는 등 대중음악가답게 시작했다.반면 박종훈(35)은 열다섯살에 서울시향과 차이코프스키 1번을 협연하는 등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순조롭게 커나갔다. 이렇게 달랐던 두 사람이 2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난다.‘이병우와 박종훈의 화음(和音)’이라는 제목에서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지금,두 사람이 가는 길은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중음악에서 출발하여 클래식음악을 섭렵한 이병우도,클래식음악에서 출발하여 대중음악으로 범위를 넓힌 박종훈도 ‘가장 격조있는 대중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음악적 자산.각각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한 곳에서 만나는 셈이다. 이병우는 1985년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빈 국립음대에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콘라드 라고스닉에게 배웠고,미국 피버디음악원에서도 공부했다.KBS교향악단 등과 협연한 대표적 클래식 기타리스트이면서,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와 영화 ‘장화홍련’의 음악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올초 발표한 5집 앨범 ‘흡수’는 연장선상에서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었다. 박종훈은 연세대,미국 줄리아드음악원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에게 배우면서 음악에 개안(開眼)한 뒤 2000년 이탈리아의 산레모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종훈은 지난해 10월 ‘안단테 텐덜리(Andante tenderly)’라는 ‘뉴 에이지’앨범을 펴냈다.귀족적인 외모로 많은 소녀팬을 갖고 있던 그는 이 자작 음반의 맑고 차분한 선율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 박종훈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13번,이병우는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협주곡을 각각 김봉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들려준다.2부에서는 두 사람이 보케리니의 ‘쳄발로와 기타를 위한 서주와 판당고’와 클로드 볼링이 마치 두 사람을 위하여 작곡한 듯한 ‘기타와 재즈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을 함께 연주한다. 이병우는 “이번 연주회는 볼링의 음악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크로스 오버’라기보다는 클래식 음악회에 가깝다.”면서 “이런 음악회를 통하여 클래식이니,교향악단이니 하는 것도 결코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02)580-1300. 서동철기자 dcsuh@
  • “완벽한 피아니스트가 지금의 꿈”/23·25일 프로코피예프 전곡 연주회 갖는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57)의 상징은 목을 덮는 검은색 ‘터틀 네크’와 농담이라곤 모르는 ‘진지함’이다.그가 프로코피예프 전곡 연주회를 앞두고 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변함없는 옷차림의 백건우는 이날도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5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은 모험이지만,인생에는 모험이 따라야 한다.”고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를 완주하는 것은 베토벤의 협주곡 5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 보다 음악적으로,체력적으로 훨씬 힘겨운 일”이라고 했다.이런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루카 파프가 지휘하는 서울시교향악단과 23일에는 1·3·4번,25일에는 2번과 5번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주한다. 백건우는 프로코피예프가 20세기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레퍼토리라고 설명했다.올해도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에서 프로코피예프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별로 들을 기회가 없지만 1·4·5번도 너무나 훌륭한 곡”이라면서 “한국에서 전곡을 연주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나로서도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폴란드에 이어 두번째다.프로코피예프는 연주자에게도,청중에게도 어려움을 주는 곡으로 유명하다. 이번 연주회에서 청중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느냐고 묻자 백건우는 “연주자가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처럼,듣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런 곡이니까 이렇게 들어달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위스 출신의 지휘자 루카 파프에 대해서는 “현대 음악에 훌륭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면서 “여러 차례 함께 연주한 적이 있지만 프로코피예프는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백건우는 최근 쇼팽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모은 앨범을 펴냈다.피아노 협주곡 1·2번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폴란드 민요에 의한 대환상곡’‘돈조바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크라코비아크’ 등을 담았다.그는 “쇼팽을 공부하면서 의문도 많았다.”면서 “바르샤바 박물관에서 너덜너덜한 초간본 악보를보는 순간 그야말로 쇼팽이 살아숨쉬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다시 태어나도 피아니스트가 되겠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그는 “그렇지만 음악이 아닌 다른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음악을 하는 것은 안하면 못살 것 같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앞으로 지휘를 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학창 시절 그런 꿈이 있었는데 피아노를 공부할수록 넘어야 할 산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 꿈은 좀 더 완벽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건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본으로 날아갔다.10일과 11일 도쿄에서 쇼팽의 협주곡을 연주하고 돌아온다.(02)2005-0114. 서동철기자 dcsuh@
  • 피아노 직접 가지고와 연주 / 크리스티안 지머만 첫 내한독주회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머만(사진)의 첫 내한독주회가 화제다.연주회에 쓸 피아노를 직접 가지고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머만은 1975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 등 이 때 연주됐던 곡들은 ‘그라모폰’에서 음반으로 묶였다.뛰어난 연주였지만,음색은 다소 건조했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피아노가 좋지 않았기 때문일까. 한국에서 연주할 피아노는 지난 1월 독일 함부르크의 스타인웨이 피아노회사에서 만든 것이다.지머만은 이 피아노를 스위스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옮겨 길을 들였다고 한다.이 피아노는 일본공연이 끝나면 ‘지머만이 연주한 스타인웨이’가 되어 새 피아노 보다 비싼 값에 팔리기로 되어 있다. 사실 음악팬들은 음질이 형편없는 SP음반에서도,피아니스트가 하고 싶어하는 말들을 읽어낸다.우리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서울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는 좋은 피아노를 요구하지만,지방연주회에서는 국산 피아노를 감수한다.백건우라고 최상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로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지머만의 독주회는 새달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브람스의 6개의 소품과 베토벤의 소나타 31번,쇼팽의 소나타 3번 등을 연주한다.(02)541-6234. 서동철기자 dcsuh@
  • 조수미씨 호주공연 돌연 중단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한달째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주인공으로 출연중이던 소프라노 조수미(사진)씨가 마지막 공연을 남겨두고 이탈리아로 출국해 국내외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음악 전문 사이트인 ‘안단테(www.andante.com)’는 14일자 호주 일간지 기사를 인용해 “조씨가 15일 마지막 무대에 설 예정이었으나 공연 관계자나 매니지먼트사와 상의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주최측이 부랴부랴 대역을 찾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고 밝혔다.‘안단테’는 특히 조씨의 뉴욕 에이전트인 토니 루소가 “그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그녀가 임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씨의 한국 매니지먼트사인 SMI측은 “조씨가 2000년 받은 가벼운 수술의 후유증으로 빈혈 증상을 호소해 의사의 조언에 따라 공연을 취소했으며,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측과 대역 선정 등에 대해 협의를 마치고 출국했다.”며 “임신설을 유포한 호주 일간지에 대해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동철기자
  • 새음반

    ●데이비드 애그뉴 ‘오보에’ 영화 ‘미션’에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연주한 애그뉴의 클래식 소품집.‘백조’‘아베마리아’‘예수는 인간 소망의 기쁨’‘울게 하소서’ 등.이클립스 뮤직. ●빈 소년합창단의 팝 명곡집 비틀스와 마돈나,백스트리트 보이스,스팅,셀린 디온,메탈리카,엔야,프린스 등의 히트곡.EMI.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안단테 텐덜리’ 한국 음악계의 유망주 가운데 하나인 신세대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뉴에이지 앨범.유니버설 뮤직.
  • 백건우 독주회엔 불황이 없다

    불황이 시작됐는지는 공연기획자에게 물어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불황기에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공연관람료를 비롯한 문화비이기 때문이다.불행하게도 기획자들은 공연계가 이미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21일부터 새달 6일까지 전국 7곳에서 9차례 열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독주회다.공연시장의 불모지로 치부되는 중소 지방도시로 범위를 넓히며 전석매진을 기대할 만큼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백건우 독주회는 지역문화 향수층의 폭을 두껍게 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서울·대구·인천 등 대도시에 분당·안양 등 수도권 도시,여기에 천안·통영시에서는 두차례씩이다.제 아무리 유명한 음악가라도 중소도시에서 두차례나 객석을 채운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이틀에 걸친 독주회는 서울에서도 어렵다. 백건우의 음악적 성숙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나이들수록 기량이 쇠퇴하기는 커녕 깊이를 더한다.항상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학구적인 자세는 이미 국제적인 평가를 받았다. 내한연주회에 임하는 백건우의 자세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해외에서 활동하는 몇몇 연주자는 한해에 한차례쯤 한국을 찾아 어렵지 않게 ‘한몫’을 챙겨간다.백건우는 그러나 서울에서는 서울 수준의 연주료를 받지만 지방에선 ‘지방 실정’에 만족한다.더구나 이번 서울 독주회는 수익금 전액을 수재민에게 기탁하는 자선연주회이기도 하다. 상업 매지니먼트가 아닌 공공성 있는 기관들이 나선 것도 백건우 선풍에 큰 몫을 한다.대구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문화공간이 주관한다.대구에서도 한 극단이 작품제작비 마련을 위해 뛰어들었다.상업 매니지먼트 만큼 수익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 결과 백건우 독주회는 뛰어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관람료를 최고 3만원에서 최저 1만원 정도로 싸게 매길 수 있었다.지방도시민들,특히 청소년층까지도 큰 부담없이 백건우의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있다.‘우리 동네’까지 찾아오는 세계적인 스타를 놓칠 이유가 없다.‘백건우 케이스’는 불황이 깊어질수록 음악계가 더욱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백건우는 순회독주회에서 부조니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안단티노와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 등을 연주한다. 연주일정은 ▲21일 분당 요한성당 ▲23·24일 천안 문예회관 ▲27·28일 통영시민회관 ▲3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12월3일 대구시민회관 ▲5일 서울 명동성당 ▲6일 안양문예회관.모두 오후 7시에 시작한다.(031)396-9336. 서동철기자 dcsuh@
  • 새음반/ 김지연의 프로포즈 등

    ◆김지연의 프로포즈-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의 크로스오버 앨범.카치니 피아졸라 테오도라키스 시크릿가든 보로딘 헨델 등.IDC. ◆금호현악사중주단- 안단테 포 유-차이코프스키 ‘안단테 칸타빌레’,바버현악사중주 1번 등 느린 악장.아울로스. ◆바흐,6개의 무반주 첼로 조곡- 첼로 대니얼 샤프란.멜로디아-아울로스.(2CD). ◆박초월 바디 최난수창 수궁가- 고수 이성근.박초월 바디를 충실히 전승한 최난수 소리의 진면목.신나라.(2CD).
  • 클래식/월드컵 성공기념 대음악회 영광의 그날 등

    ◇월드컵 성공기념 대음악회 영광의 그날= 18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0-1300.박은성 지휘 코리안심포니.테너 김남두,소프라노 박미혜,수원·대전·천안시립합창단,한국남성합창단,아주여성합창단,서울레이디스싱어스.안익태 ‘코리아 판타지’,월드컵 응원가 메들리 등. ◇실내악단 화음 정기연주회 여름방학 맞이 숲속음악회= 20일 오후5시 경기도 남양주 금남리 서호미술관(031)592-1864.바흐 프로코피에프 파가니니 이강율 보케리니.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 = 20일 오후5시 콘서트홀(02)580-1300.해설 박은희 홍승찬.정치용 지휘 코리안심포니.피아노 김준,바이올린 김수연,비올라 박현신. ◇서울신포니에타 정기연주회 = 21일 오후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732-0991.지휘 김영준,바이올린 박단비.비발디 ‘화성의 영감’ 작품 3의 3,바버‘현을 위한 아다지오’,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 4번,차이코프스키 ‘안단테 칸타빌레’,엘가 서주와 알레그로 작품 47. ◇피터 비스펠베이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회= 23일 오후8시 호암아트홀(02)751-9606.세계적인 첼리스트 비스펠베이의 4번째 내한 독주회.베토벤의 첼로소나타 5곡 완주.
  • 柳鍾根지사 예술의 전당 선다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가 피아노 연주자로 무대에 선다. 유지사는 국내 정상의 기량을 자랑하는 서울 바로크합주단(단장 김민) 주최로 3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1999 뉴 밀레니엄콘서트’에 피아노 협연자로 나선다. 유지사는 테너 박세원,소프라노 김인혜,바이올린 양성식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출연하는 자리에 아마추어로는 이례적으로 참가,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1번 C장조 쾨헬 467 2악장 안단테를 협연한다.이 곡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 삽입곡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바로크합주단측은 송년 콘서트를 앞두고 순수 예술인 외에 상징적인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유지사의 예술적 안목과 재능을 높이 평가해 그를 협연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저지주립 럿거스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대학 합창부를 이끌기도 했던 그는 평소 바쁜 업무 가운데서도 관사에서 틈틈이 피아노 앞에 앉아 기량을 연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지난 5월엔 금난새와 함께하는 오페라여행에서 비제의 카르멘 환상곡을,6월엔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관한 동서화합 대국민 음악회에서 지휘하기도 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쇼팽 150주년 기념 연주회…김주영씨 녹턴-폴로네즈 전곡 연주

    ‘피아노의 시인’쇼팽 서거 15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줄을 잇는 가운데젊은 피아니스트 김주영(29)이 쇼팽의 녹턴(야상곡)과 폴로네즈 전곡을 연주한다. 1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녹턴과 폴로네즈는 쇼팽의 피아노곡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어서 그의 음악세계를 쉽게 보여주지만 두 장르의 성격은 아주 다르다.녹턴은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반면 폴로네즈는 폴란드에서 궁정 행진곡 용으로 사용된 음악답게 남성적이다.자긍심이 강한 폴란드 민족의 기질도 그대로 드러난다. 프로그램은 전반부에 녹턴,후반부 폴로네즈로 짜여있다.연주곡은 ‘세 개의녹턴 작품 9’‘두 개의 녹턴 작품 62’‘두 개의 녹턴 작품 40’,‘폴로네즈 11·12·14번’과 ‘안단테 스피아니토와 그랜드 폴로네즈 작품 22’등이다.특히 폴로네즈 11·12번은 쇼팽이 7∼8세때 작곡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연주된다. 김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러시아 모스크바음악원 대학원에서 쇼팽의 권위자인 이그나체바에게 배웠다.지난 94년에는 아스피란트(연주박사 과정)를 마쳤다.95년 프로코피예프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1위없는 2위를 차지하는 등 만만치 않은 수상경력도 있다.김주영은 오는 9월2일 문화일보홀에서,쇼팽의 서거일인 10월17일에 영산아트홀에서도 각각 연주회를 갖는다.10월17일 연주에서는 쇼팽이 마지막으로 작곡한 ‘마주르카 64번’을 들려줄 계획이다.(02)585-5750. [강선임기자 sunnyk@]
  • 8월의 밤 수놓을 ‘첼로의 향연’

    ◎양성원·이유홍씨의 멋진 선율 시발로/정상급 첼리스트 연주회 잇따라 열려 첼로를 좋아하는 음악팬들에게 올 8월은 아주 유익한 기회가 될 것같다.다른 어느 때보다 첼로연주회가 풍성하기 때문이다.월말까지 계속되는 이들 연주회를 찾아다니면 많은 국내 유명 첼리스트들의 연주를 골고루 들어볼 수 있다. 금호갤러리가 ‘음악과 그림의 만남’을 내걸고 매주 토요일 하오 7시30분에 갖는 토요콘서트 이달의 주제는 ‘첼로·첼리스트’.이미 지난 2일 연주회를 마친 양성원의 연주를 시작으로 이유홍 신상원 지진경 정명화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정상급 첼리스트의 첼로 연주만으로 8월 한달이 꾸며진다. 이번주 토요일인 9일은 런던왕립음악원에 재학중인 신예 이유홍의 순서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2번’등 5곡을 연주하며 16일엔 피츠버그 챔버 오케스트라 수석을 지낸 신상원이 출연,로카텔리의 ‘소나타’ 등 4곡을 선사한다.이어 23일에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단원인 지진경이 베토벤의 ‘소나타 2번’등 5곡을 연주하며 마지막으로 30일 국내 첼리스트의 정상 정명화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 등 5곡 연주로 이달의 테마를 마감한다.(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758­1209) 첼로 앙상블인 서울첼로콰르텟과 비하우스첼로앙상블도 각기 14일 하오 7시30분과 15일 하오 6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과 콘서트홀에서 별도의 첼로연주회를 갖는다. 한성환 등 4명의 솔리스트로 구성된 서울첼로콰르텟은 이번 연주무대에서 피첸하겐의 ‘아베마리아’와 쿠프랭의 ‘카나리스’,비발디의 ‘콘체르토 그로소’,다킨의 ‘정글북’ 등 국내 초연곡(초연곡) 4곡을 비롯해 모두 6곡을 들려준다.이가운데 ‘정글북’은 키플링의 동명(동명)소설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연주때 가수 유열이 나레이터로 출연,음악에 맞춰 정글의 늑대소년 이야기를 풀어간다.(548­4480) 첼리스트 30여명으로 이뤄져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비하우스첼로앙상블은 이번에 갖는 ‘앙상블의 밤’ 연주에서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중 아리아를 필두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중 아리아,엘가의 ‘사랑의 인사’,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조플린의 ‘엔터테이너’ 등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소품위주의 가벼운 음악 7곡을 선사한다.이번 비하우스첼로앙상블의 연주는 예술의전당이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청소년을 위한 여름방학 음악축제’의 하나로 연주에 맞춰 중견소프라노 김인혜의 노래도 곁들인다.(580­1234)
  • 시인 이규호씨 「에세이 법구경」 펴내

    ◎현대감각으로 풀어 쓴 「불교경전」/명쾌한 구성·해학적 법문… 삶의 교훈 가득/기독교 성경까지 인용… 「모범적 인생」 인도 『법구경을 읽는 것은 삶의 바깥을 서성거리다가 삶의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서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이 경전속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삶의 현장이 눈부실만큼 가득히 펼쳐져 있기 때문이죠』 중견시인 이규호씨(58)가 불교경전 「법구경」을 현대감각에 맞게 풀어 쓴 「에세이 법구경」(도서출판 장원)을 펴냈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인도의 승려 법구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법구경」은 명쾌한 구성과 해학적인 법문,실생활과 밀접한 내용 등으로 불교 원시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친숙한 느낌을 주는 경전.흔히 인용되는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라든가 「하늘이 칠보를 비처럼 내려도 욕심은 오히려 배부를 줄 모른다」는 구절도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부처님의 말씀을 단순히 불경 책갈피에만 꽃혀 있을법한 낡은 교훈으로 여겨서는 안됩니다.어제의말씀이 아니라 오늘을 위한 오늘의 말씀이에요.그 가르침을 항상 명심한다면 누구든 모범적이고 긍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구경」은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테두리에 머물지 않고 동서양 여러 성현들의 어록은 물론 기독교의 성경 구절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는 것이 특징.하나의 예로 이 책은 「법구경」 화향품에 나오는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다시 말해 덕있는 사람의 향기는 천천히 젖어든다는 말을 『간디와 나의 부친의 은덕이 부지불식중에 나를 감화시켰다』는 네루의 자전적 고백에 견줘 설명한다.각종 비유와 암시를 통해 불법을 전하는,다분히 비유문학적인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법구경」을 또다른 비유를 통해 재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법구경」은 팔리어로 담마파다(Dhammapada),즉 「진리의 말씀」을 뜻합니다.사람과 사람 사이가 날로 메말라져가는 요즘,이 책은 분명 삶의 이치를 일깨워줄 「지혜의 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63년 「맨살에 배어든 빗물에」「봄비소고」등의 시가 「현대문학」지에 추천되면서 등단한 그는 내년 봄쯤 동양철학서 「에세이 도덕경」과 신작시집 「안단테 칸타빌레」도 낼 예정이다.
  • 소설가 김채원(인물탐구:101)

    ◎틀·관념 거부… 투명·영롱한 문학세계 지향/산수화 같은 셈세한 묘사… 문단에 신선한 충격/새로운 언어·글쓰기 형식 찾아 고집스런 노력/파인 김동환·여류뮨인 최정희사이 출생… 언니도 소설가 김채원의 단편 「가득찬 조용함」은 4개의 파트로 나눠진 소넷 같은 소설이다.첫 패러그래프는 이렇게 시작된다. 「조그만 아이가 커다란 목욕탕에 들어앉아 오색공을 가지고 놀고 있다.아이의 머리통보다 조금더 큰 공이다.빨강·파랑·노랑·주황·초록으로 칠해진 공의 색채가 이 한낮을 바로 그런 색채의 무수한 조각으로 갈라놓고 있다」.「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과 가끔씩 불어오는 미풍이 그런 색채속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듯 작가는 눈에 보이지않는 비실제의 색채를 만져지는 실제로 실천시키고 있다. 83년 김채원이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문학평론가 원형갑은 「이와 같은 섬세한 묘사의 세계는 산수화에서 느낄수 있는 녹차의 맛과도 같은 맛」「귀떨기를 스치고 지나는 가을 바람과도 같은 인간의 진지함을 돌이키게 된다」고 호평한바 있다.그리고 「그의 소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이미 겪었던 삶을 다시 살아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미지의 삶으로 우리를 유도하기때문」이라고 했다.「그의 예사롭지 않은 작가적 감수성」은 내적독백 무의식 잠재의식 패러디의 방법으로 「스토리라는 이데올로기에 매어있지않고」 「그의 주인공들은 스토리를 전제하는 가운데 살고있지도 않으며 다만 일상이 그려놓은 단조로운 기억과 환상위에 어렴풋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형상위에 일상의 발자욱을 겹치면서 본래의 자취에다 진실의 밝은빛을 뿌려나간다」는 것이 평론의 요지다. ○스토리 전제않고 작업 김채원은 소설 「초록빛 모자」「겨울의 환」이 널리 알려져있으나 그의 소설을 대중적인 인기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일단의 평자들은 「그것에 남성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넓은 범주의 페미니즘 문학」으로 구분짓기도 한다.그러나 그는 「작가로서의 세계감각」과 「즉물적이고 즉사 즉시적인 생활문장」으로 그 어느것도 충실하게 현실에 대응하고 소설진행상에서도 장면과 장면의 연결보다는 「장면과 장면의 겹침으로 얻어지는 상황성의 포착에 성공」하고 있다.그리고 이 상황성을 강조하기 위해 문체의 다양한 변화가 유도되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88년에 발표되어 지금까지도 독자의 관심을 끌고있는 중편 「겨울의 환」은 나이 들어가는 한 여성의 갖가지 떨림을 음악에서의 안단테 칸타빌레와도 같은 우아한 필치로 받아낸 것이 특징이다. 한 여성의 떨림을 「시간과 삶」의 출렁거림에 실어서 흔들림과 설렘,두려움으로 함축시키고 그안에 센티멘토(정감)와 스케르초(해학)를 담아 운명에 대한 외경심과 운명지향성의 무게로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현실·초현실 넘나들어 최초의 장편소설인 「형자와 그 옆사람」에 대해 시인 김화영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한바 있다.「다른 대다수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중년에 접어드는 한 여자의 일상에 관한 이 소설은 목마르게 삶의 중심을 찾는 몸짓과 느닷없는 환상의 떨림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박명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반추상의 우울한 그림을 이루고 있다」고 「해설」에 쓰고있다. 이어서 평론가 권영민의 「김채원의 소설속에는 작가자신의 의식의 그림자가 환상처럼 드리워져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가장 특이한 감성을 지닌채 일상의 테두리에서 언제나 머뭇거리고 있는 한 인간」이 작가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실려 현실과 초현실과 피안과 차안의 언덕을 자재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는 복합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형자와 그 옆사람」을 출간했을 당시 『현실적으로는 책이 많이 팔렸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그러나 『그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한사람도 만나지 말았으면』했고 때때로 『아주 다른류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두가지 마음에서 모순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찬물처럼 차갑고 풀잎처럼 연약해보이지만 고집이 센편이고 급진적이며 엉뚱한 면이 많아서 자신의 상상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의 상상은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고지식하게 밀어붙인다.이점은 일찍이 그의 소설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원로 황순원씨가 「어떤 틀이나 관념에 매이지않고 독자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호감이 간다」고 예고한 것을 뒷받침해준다. 김채원은 「국경의 밤」의 시인 파인 김동환과 「흉가」「탄금」등의 주옥같은 단편으로 1940년대 문단을 풍미한 여류 최정희사이의 딸로 언니인 김지원도 소설가다.본명은 「달속의 선녀」인 「항아」에서 딴 항란,문단에서는 드물게 미모의 자매로도 유명하다. ○한때 일서 교편잡아 그가 유년에 살던 집은 꽃과 나무가 많고 아침이면 꿩이 마당에 내려오던 「동숭동 낙산 바로밑의 외딴집」으로 전란에 시달린후 「왠지 지붕은 진흙같은 것을 이고 점점 무거워지고 기둥은 점점 가늘어져서 바람부는 밤이면 집은 밤새워 사력을 다해 바람과 싸워야했고」 「어머니는 매일밤 좀도둑때문에 아귀가 맞지않는 마루문에 커다란 못을 박고는 아침이면 장도리로 다시 못을 빼곤 했다」고 돌아본다.6·25가 나던해 그집에서 『아버지 파인은 인민군에게 잡혀갔고 어머니는 새벽이면 머리맡에 불을 켜놓고 글을 썼으며 그런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필연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그집이 우리를 품어 언니도 나도 글쓰는 사람으로 분만해 주었다』고 말한다. 한때는 절방에 누워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었고 이대 미대졸업후 일본에 건너가 도쿄에 있는 한국학교 미술교사,언니 김지원이 있는 뉴욕에 머물다가 다시 파리로 건너가 이응로 김창열씨등 파리화단의 화가들과 교분을 갖기도 했다.문단교류는 활발치 않으나 어머니 최정희여사가 살아계실때 그를 따르던 후배들의 모임인 정릉구락부의 이제하 김문수 서영은 김청조 김경옥 이재연 조문진 등과 친분이 있고 가족은 79년 시인 김영태의 중매로 만나 결혼한 백동규교수(아주공대 교수)와 그의 동화집 「장이와 가위손」의 「장이」인 아들 수장(고1)이 있다. 파인과 최정희의 후예답게 그는 「설익은 감을 씹듯 함부로 덤벼드는 혈기」나 「홍수와도 같은 구태의연한 이야기의 여울속에 허우적거리는 석연찮은」 여느 소설들과는 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투명하고 영롱한 문학세계」를 지향하여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의식있는 평자들의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한순간의 신선한 풍경 하나에도 소설을 찾아내어 「내면에 잠자고 있던 삶의 격정」을 일깨우고 「그만의 얘기,그만의 언어,그만의 접근방법으로 창의의 욕구」를 되살리는 작가다.「언제나 언어의 새로움과 소설형식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그가 펼쳐낼 또다른 미지의 문학세계」는 시인 장석주에 의하면 「김채원이라는 작가를 가진 한국문학이 우리에게 베푸는 행복의 하나」가 아닐수 없다. 어떤 의견분분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보이는 「이상스러운 차가움」,「비애에 가까운 차가움이 소설 도처에서 발견되는 때문」이며 들릴듯말듯 나지막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목소리속에 담긴 편광과도 같은 번뜩임,비실제조차 실제로 실현시키고야마는 진실을 향한 열정때문일 것이다. □연보 ▲1946년 경기도 덕소출생 ▲64년 이대부속고 졸업 ▲68년 이대 미대 회화과 졸업 ▲1972년 일본 도쿄 한국학교미술교사,도쿄(동경)대 외국인을 위한 클라스수업 ▲74∼75년 단편 「먼바다」「밤인사」로 현대문학소설 추천,도미,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 수업,단편 「얼음집」「자전거를 타고」「달의 손」발표 ▲76년 도불,김지원과의 자매창작집 「먼집 먼바다」(지식산업사)출간 ▲78년 귀국,단편 「밀월」「봄의 끝」발표 ▲79년 단편 「초록빛 모자」 「안개」 「나이애가라」발표 ▲1980년 단편 「가을 햇빛」 「산중기」 「묘약」발표 ▲81년 「오월의 숨결」 「물위에 어린 그림자」 「아이네 크라이네」 「오솔길로 가는 사람들」발표 ▲83년 단편 「공중에는 또하나의 다른 방이」 「가득찬 조용함」발표 ▲84년 작품집 「초록빛 모자」(나남)출간,단편 「애천」발표 ▲89년 중편 「겨울의 환」 「오후의 세계」발표,이상문학상 수상 ▲1990년 작품집 「봄의 환」(미학사)출간 ▲91년 중국여행,중편 「미친 사랑의 노래」발표 ▲92년 러시아여행,콩트집 「장미빛 인생」(작가정신)출간 ▲93년 수필집 「꿈꿀 시간 있으세요」(도서출판 전원),장편 「형자와 그 옆사람」(도서출판 창)출간 ▲94년 이라크와 지중해연안도시 여행,4인 에세이집 「사막,그리고 지중해에 바친다」(문학동네)출간 ▲95년 일본여행,작품집 「달의 몰락」(청아출판사)출간 ▲96년 장편창작동화집 「장이와 가위손」(한양출판)출간
  • 4개도시 순회 첫독주회/피아니스트 백혜선씨(인터뷰)

    국제 무대에서 각광받는 피아니스트 백혜선씨(29)가 7일 포항공대강당을 시작으로 서울과 대구 제주등 전국 4개도시를 순회하는 연주일정에 들어갔다. 백씨는 『그동안 대부분의 음악회가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앞으로 가능한 한 지방애호가들을 위한 무대를 자주 가지려고 한다』고 지방에서 첫번째 독주회를 가진 소감을 밝혔다. 백씨는 89년 미국의 윌리암카펠콩쿠르과 헬렌하트콩쿠르에 이어 90년에는 영국의 리즈콩쿠르,91년에는 엘리자베스콩쿠르등 세계적인 경연대회에 차례로 입상한 실력파.그러나 제자들에게 기교를 앞세우기보다는 문학세미나와 박물관·연극·강연등에 참여하게 한뒤 토론과 감상문을 요구하는 명교수 러셀 셔먼의 수제자답게 강렬한 터치의 이면에 뛰어난 음악성을 담아내는 보기드문 여류피아니스트의 한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 독주회의 레퍼토리는 하이든의 「안단테와 변주곡」,드뷔시의 「영상 2집」,베토벤의 「소나타 28번 작품101」,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리스트의 「위안 3번」·「샘가에서」·「연주회용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등이다. 백씨는 미국의 보스턴심포니와 벨지움심포니등 세계적인 교향악단과 협연했으며 특히 92년에는 서울신문사의 초청으로 내한한 폴란드의 바르샤바필하모닉과 쇼팽의 「협주곡 1번」을 협연하기도 했다. 백씨는 『당시 바르샤바필의 지휘자 안토니 비트는 수백번도 더 해 본 곡이니 당신이 어떻게 쳐도 맞추어 줄수 있다고 해 제대로 리허설이 되지 못했다』고 회상하고 『유명교향악단이나 유명지휘자와 협연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유명할수록 리허설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씨는 포항에 이어 11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13일에는 제주 문예회관,14일에는 고향인 대구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연주한다.공연문의는 02­391­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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