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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고스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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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아르고스의 꼬리

    [길섶에서] 아르고스의 꼬리

    얼마 전 본 영화 ‘오디세이’에서 짧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늙은 사냥개 ‘아르고스’였다. 거지 차림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알아본 아르고스는 꼬리를 치며 환대한 뒤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의 짠한 감정이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아르고스를 연기한 노견은 올해 15세인 포르투갈의 ‘소이어’로, 퇴역한 연기 전문 견공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촬영 현장의 스태프들 사이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촬영 후기를 보면 사람과 견공 사이의 정서적 교감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네팔·티베트 국경의 대홍수 현장에서 수색견이 진흙더미를 훑으며 인명구조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 장면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10여년 전쯤인가. 북한산의 바위틈을 오르내리며 발톱이 빠져 가면서도 실종자 수색에 몸을 아끼지 않던 소방대 소속 구조견이 새삼 떠오른다. 반려견이든 구조견이든 사람에게 기쁨과 도움을 주고 떠나는 견공들. 그들 모두 꼬리 인사를 남기고 영면한 아르고스처럼 오래오래 기억될 자격이 있다.
  • 신화를 벗기다 [으른들의 미술사]

    신화를 벗기다 [으른들의 미술사]

    ●탑에 갇힌 여성 그리스 신화에서 다나에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탑에 갇힌 불운한 공주였다. 다나에가 탑에 갇히게 된 이유는 예언 때문이었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우스는 후계를 이어받을 아들이 없어 델포이 신탁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다나에가 낳은 아들이 결국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이 예언을 두려워한 아크리시우스는 딸이 남자를 만나지 못하도록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높은 탑에 가두어 버렸다. 이 이야기에서 탑은 인간이 운명을 피하려 할수록 오히려 운명의 덫에 걸리고 만다는 고대의 비극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장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신하여 다나에에게 다가왔다. 그는 황금비의 형태로 방 안으로 스며들어 다나에와 결합했고, 그 결과 둘 사이에서 영웅 페르세우스가 태어난다. 그러나 클림트의 화면에서 중요한 것은 비극적인 신화의 서사보다, 그 황금빛이 몸에 닿는 순간에 드러나는 간지러운 감각이다. 예언을 피하려던 아크리시우스의 행동은 오히려 예언을 실현시키는 계기가 됐고, 훗날 페르세우스는 경기 중 던진 원반이 우연히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우스를 맞히면서 결국 예언은 이뤄졌다. 신화는 그렇게 인간의 의지와 다르게 마무리됐다. ●황금기 절정 클림트는 다나에를 화면 가득 웅크린 자세로 배치했다. 얇은 보라색 천과 금빛 장식은 그녀의 몸을 감싸지만 동시에 궁금하게 한다. 특히 허벅지 사이로 흘러드는 황금빛 비는 신화적 사건을 상징하면서도 감각적 화면을 만들어 낸다. 이는 단순한 누드가 아니라 욕망의 순간을 시각화한 것이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작품을 클림트의 ‘황금기’ 대표작으로 보며, 비잔틴 장식성과 상징주의가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흥미로운 점은 다나에가 외부 세계와 거의 단절된 채 스스로의 감각 속에 잠겨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관객을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린 채 순간의 감각에 빠져 있다. 사회적 규범과 시선이라는 겉옷을 벗어 던질 때 인간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감각과 마주하게 된다. 클림트의 다나에는 바로 그 찰나를 상징한다. ●태아 자세 ‘다나에’에서 여인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자세는 단순한 신체 표현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와 감정을 강조하기 위한 구성이다. 먼저 이 자세는 태아와 비슷한 ‘태아형 자세’로 해석되며, 황금비가 내려오는 순간을 내밀하고 폐쇄적인 공간 속 사건으로 표현한다. 웅크린 자세는 에로틱한 황홀감과 내적 몰입을 표현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또한 몸을 둥글게 만 자세는 인물을 화면 안에 응축시키며 관객의 시선을 그녀의 몸과 황금빛 비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만든다. 결국 이 그림에서 보라색 베일로 흘러내리는 것은 옷이 아니라 역할이다. 왕의 딸, 신화 속 인물, 혹은 도덕적 규범의 대상이라는 여성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한 인간의 감각적 존재만 남는다. 황금빛 비가 떨어지는 순간, 다나에는 더 이상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존재가 된다. 클림트는 그 은밀한 순간을 화려한 금빛 장식 속에 봉인해 뒀다. 신화라는 외피를 잠시 내려놓은 자리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황금빛 속에서 조용히 드러난다.
  • 변신과 언어: 암소가 된 이오와 한강 ‘희랍어 시간’[폐허에서 무한으로]

    변신과 언어: 암소가 된 이오와 한강 ‘희랍어 시간’[폐허에서 무한으로]

    편집자 주 망각忘却은 모든 문장의 운명입니다. 오래된 책은 잊힌 문장으로 가득한 폐허廢墟이지요.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폐허에서 무한無限을 찾는 것 아닐까요. 먼 옛날에 쓰인 문장을 가지고 와 이어 써보려고 합니다. 저의 심폐소생으로 책이 부활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글 역시 결국 무로 돌아갈 것이기에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온라인으로 연재하는 이 시리즈는 기사도 소설도 아니고 시는 더더욱 아닙니다. 옛날과 오늘날을, 필자의 짧은 상상력으로 접붙이는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신 독자에게 문운文運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4. 변신과 언어: ‘변신 이야기’ 이오와 한강의 ‘희랍어 시간’ 이오의 먹이는 나뭇잎과 쓴맛이 도는 풀이었다. 이오는 침상 대신에, 건초도 깔리지 않은 땅바닥에서 잠을 잤다. 가엾은 이오가 마실 것은 강의 흙탕물뿐이었다. … 불만을 말하고자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오의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니라 나지막한 소 울음소리였다. 이오는 제 목소리에 몹시 놀라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어떤 ‘변신’은 지극한 슬픔의 기록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존재라서 그렇습니다. 변신하기 전의 모습을 간직하며, 추억하는. 무한한 변신 속에서 우리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회복(回復)은 가능할까요. 온갖 변신이 난무하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이야기 한편을 가지고 와 보겠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암소로 변해야 했던 가엾은 존재, 이오의 사연입니다. 이오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입니다. 빼어난 이오의 미모가 최고신 유피테르(제우스)의 눈에 들고 맙니다. 그가 신들 가운데서도 유명한 ‘바람둥이’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죠. 유피테르가 이오를 탐하고자 합니다. 이오는 원치 않았지만, 절대적인 권능을 지닌 유피테르에게서 영원히 도망칠 순 없었습니다. 결국 유피테르와 이오는 정사를 나누는데요. 그 모습을 아내인 유노(헤라)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하늘을 구름으로 뒤덮었죠. 이걸 이상하게 여긴 유노가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그곳엔 유피테르와 함께 새하얗고 아름다운 암소 한 마리가 덩그러니 있었지요. 유노는 남편에게 이 암소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추궁합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이 암소는 이오입니다. 유피테르가 만약에 대비해 변신시켜놓은 거죠. 끝까지 잡아뗐지만, 유노의 촉은 날카로웠습니다. 그 암소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죠. 유피테르는 비겁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암소를 줘버립니다. 유노의 수중에 들어간 이오는 백 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의 감시를 받습니다. 그렇게 영원히 소로 살아갈 운명에 처하고 말았죠. 가엾은 이오의 입에서는 언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의 울음만이 튀어나왔을 뿐입니다. 이오는 여기에 깜짝 놀라는데요. 이게 핵심입니다. 이오가 ‘여전히’ 놀란다는 것이죠. 소의 모습을 하게 됐지만, 이오는 여전히 이오였습니다. 이오의 변신이 슬픈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오 자신은 물론, 이오의 이야기를 읽는 우리도 이오가 원래 누구였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신하기 전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때 이오는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이오에게는 언어가 있었지요. 언어를 상실한 자의 슬픔. 언어를 가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서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이오 이야기 옆에 한강의 책을 잠시 펼쳐놓아 보겠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한강, ‘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은 실어증에 걸린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 사이의 교감을 그린 소설입니다. 언어를 잃어버린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지금 당장 내게서 언어가 사라진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니, ‘생각’이 과연 가능한가요. 생각조차 언어인데 말이죠. 어쩌면 언어의 상실은 존재의 근본적인 부정입니다. 어느 철학자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도 했는데, 집이 사라진 존재는 어떻겠습니까. 불안하겠죠. 여자는 심리치료사에게 상담 치료를 받습니다. 심리치료사는 그녀에게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심리치료사에게 여자는 펜을 집어 이렇게 씁니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그렇습니다. 이해는 언어로 이뤄지는 행위입니다. 모종의 이유로 언어를 잃어버린 존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오의 슬픔도 그렇습니다. 이오가 왜 슬픈지, 소가 돼 보지 못한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저 곁에서 슬퍼하는 것이 전부일지도요. 언어를 잃어본 적 없는 이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의 슬픔은 그리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답답하고 슬픈 마음을 꽤 자주 경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외국어를 마주할 때입니다. 요즘은 영어를 포함해 외국어 한두 개쯤은 편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그래도 문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외국어는 외국어입니다. 모국어처럼 편해질 순 있어도 모국어 그 자체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로서 기쁨과 슬픔을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가로 저는 다와다 요코가 떠오릅니다. 다와다의 강연을 묶은 책 ‘변신’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낯선 나라에서 말하면 목소리가 이상하게 고립되고 벌거벗은 채로 공중에 떠다니게 됩니다. 마치 단어가 아니라 새를 내뱉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입에서 새가 튀어나오는 느낌. 나지막이 소의 울음을 토해내고 그 모습에 너무나도 놀랐던 이오의 슬픔이 포개어집니다. 낯선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 무언가를 끊임없이 내 안에서 ‘번역’해야 한다는 것은 이토록 슬픈 일입니다. 다시 한강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희랍어 시간’에서 언어를 잃어버린다는 것의 의미는 굉장히 다채롭게 해석됩니다. 문학평론가 전기화는 실어를 “세계와 불화하는 과정이자 불화의 결과 그 자체”(‘겹쳐지고 얽혀드는 사랑의 이야기’)로 분석합니다. 우리는 언어로 세계 안에 위치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세계 안에서 우리의 자리를 주장하는 수단이 바로 언어죠. 우리의 세계에, 언어를 잃어버린 자를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있어도 주장할 방도가 없죠. “이따금 그녀는 자신이 사람이기보다 어떤 물질이라고, 움직이는 고체이거나 액체라고 느낀다. 따뜻한 밥을 먹을 때 그녀는 자신이 밥이라고 느낀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할 때 그녀는 자신이 물이라고 느낀다. 동시에 자신이 결코 밥도 물도 아니라고, 그 어떤 존재와도 끝끝내 섞이지 않는 가혹하고 단단한 물질이라고 느낀다.” 그녀가 느끼는 이물감, 고립감은 아마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불쌍한 이오에게로. 이오의 아버지 이나코스는 딸을 눈앞에 두고도 애타게 그녀를 찾습니다. 이오는 아버지의 손을 핥기도, 아버지의 뺨에 입을 갖다 대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그 암소가 이오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결국 마지막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발굽으로 땅바닥에다가 이름을 쓰지요. 물론 그리스어로 썼겠지만, 알파벳으로 상상한다면 이오의 이름은 쓰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IO’. 만약 이오의 이름이 ‘아낙시만드로스’, ‘파르메니데스’ 이랬다면 어땠을까요. 이오와 이나코스는 영영 해후하지 못했을 것 같네요. 언어와 망각에 관한 에세이 ‘에코랄리아스’(조효원 역, 문학과지성사)의 저자 대니얼 헬러 로즌은 이오의 이야기에서 기발한 통찰을 건져 올립니다. 변신 이후에도 ‘남는 것’으로서의 글쓰기. 그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요컨대 글쓰기는 소의 창조물이다. 즉 글쓰기는 목소리가 완전히 소멸됨으로써 만들어진 잔여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소가 되면서 이오의 목소리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녀의 안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발굽으로 땅에 이름을 새기는 행위, 즉 글쓰기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증명했습니다. 헬러 로즌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화자가 있든 없든 언어는 남는다. 그러나 그 자신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언어는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다르게만. … 그것은 변신이 궁극적으로 모든 언어, 모든 말 하나하나의 매체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님프가 아니게 된 님프가 발굽으로 모래 위에 남긴 글자들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희랍어 시간’의 한 에피소드. 여자는 수업 시간에 그리스어로 무언가를 적었습니다. 같이 수업을 듣던 대학원생은 장난스럽게 “이분이 희랍어로 시를 썼어요”라며 강사에게 말했지요. 이 강사가 바로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그 남성입니다. 강사는 그녀에게 그 시를 잠깐 봐도 되냐고 물었지만, 여자는 짐을 챙겨 강의실을 나가버립니다. 그녀는 공책에 무엇을 적은 것일까요. 이제 소설의 마지막입니다. 시력을 잃기 직전인 남자는 그나마 의지하고 있던 안경을 떨어뜨리고, 극한의 어둠에 휩싸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그를 구출한 건 말을 잃어버린 그녀였습니다. 여자는 그를 부축하고 남자의 집까지 동행합니다. 어두운 남자의 집에서 둘은 대화합니다. 아니, 대화라고 할 수 없겠네요. 남자 혼자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었으니까요. 남자는 계속해서 묻습니다. “내 말이 들리나요?” “거기서, 듣고 있나요?” 말할 수 없었지만, 여자는 똑똑히 듣고 있었습니다. 이제 안정을 찾은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를 부르겠느냐고 묻습니다. 말할 수 없는, 말하지 않는 여자는 그의 손바닥에 이렇게 적습니다. “아니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죠. “첫 버스를 / 타고 갈게요.” 말이 멈춘 곳, 말이 멈출 수밖에 없는 곳에서 우리는 글을 씁니다. 헬러 로즌의 말마따나 화자가 있든 없든 언어는 남으니까요. 글은 글쓴이보다 오래 남아서 생명을 이어갑니다. 이오가 발굽으로 흙 위에 이름을 쓴 것. 여자가 남자의 손바닥에 ‘집에 가지 않겠다’고 적은 것. 이것은 글쓰기의 예술, 문학의 강력한 은유입니다. 한강이 ‘희랍어 시간’(2011) 이후 ‘소년이 온다’(2014)를 펴냈다는 사실은 퍽 의미심장합니다. ‘오월의 광주’라는 절대적인 고통으로 나아가기 전, 언어에 관해 깊은 묵상을 한 것처럼 보이거든요. 변신은 또한 상실이기도 합니다. 변신은 문학에서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이지요. 바로 ‘늙음’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늙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죠. 변신은 매분, 매초 이뤄집니다. 단 1분도, 단 1초도 우리는 젊어질 수 없습니다. 회복할 수 없습니다. 오직 늙어갈 수만 있습니다. 일상의 변신, 늙음. 이 ‘늙어감’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독일의 철학자 오도 마르크바르트가 프란츠 요제프 베츠와 나눈 대화의 일부를 옮깁니다. 이 내용은 국내에 번역된 유일한 마르크바르트의 책 ‘늙어감에 대하여’(조창오 옮김, 그린비)에 실려있습니다. “저의 생은 하나의 단편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는 차안에서도 피안에서도 완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완성도 아니고 목표점도 아니고 단순히 곧 끝에 있을 것입니다!”
  • 경과원,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기업 3곳 선정···올해 9개 사 지원

    경과원,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기업 3곳 선정···올해 9개 사 지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은 ‘경기도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 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주)미코파워, (주)예스티, (주)아르고스다인과 실증화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기술 기반 제품·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경과원은 2019년부터 신산업 분야 규제 애로를 겪고 있는 도내 중소기업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전문 컨설팅 및 실증 지원 등을 통해 규제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AI, 모빌리티, 친환경 및 바이오 비료 등의 분야에서 6개 기업을 선정해 기업당 최대 1억 원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들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분야별 맞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 협약을 체결한 3개 사는 올해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받은 기업으로, 경과원으로부터 기업별 최대 1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지원 내용은 ▲규제 샌드박스 실증비용(시제품 설계 및 제작, 시험분석, 마케팅) ▲책임보험료 ▲조기 실증컨설팅 및 사업화(실증 시행에 따른 법률·기술 검토, 컨설팅, 국내외 규격인증 비용) 등이다. 경과원은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받은 도내기업의 유망 기술이 실증 지원을 받아 기술 상용화와 시장 진출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성천 경과원장은 “이번 사업은 기업들의 기술 혁신과 빠른 시장 진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기업들이 직면한 규제 장벽을 해소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경기도를 대한민국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71년 만에 급성장… 직원 1명→362명, 장서 3600여권→780만여권

    71년 만에 급성장… 직원 1명→362명, 장서 3600여권→780만여권

    국회도서관은 1952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 수도인 부산에서 자료실 수준으로 시작해 71년 만에 양과 질적인 면 모두에서 성장했다. 직원은 1명에서 362명으로, 콘텐츠는 장서 3600여권 보유에서 장서 780만여권과 3억 7000만면의 원문 데이터베이스 소장으로 급증했다. 1963년 국회도서관법 제정으로 입법부 도서관의 형태를 갖췄고, 2009년 야간 개관에 이어 2022년에는 국회부산도서관 분관도 개원했다. 2019년부터는 ‘아르고스’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융합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국가전략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전략정보센터를 열었다. 대전시에 ‘책 없는 디지털 국회도서관’을 세우려던 2021년 계획은 국회 상황변화로 유동적이다. 최근에는 도서관 이용 패턴이 바뀌었다. 도서관을 찾아와 이용한 사람(복수 이용자 포함)은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한 해 평균 100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 4월 중순까지 2년간 휴관하면서 2020년 20만 5021명, 2021년 7만 6213명, 지난해 29만 1439명으로 현장 이용자가 뚝 줄었다. 반면 전자도서관 이용자는 팬데믹과 관계없이 최근 5년 기준으로 3005만여명(2018년)에서 5036만여명(2020년) 선으로 현장 방문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 숫자로 본 국회도서관

    숫자로 본 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은 1952년 한국전쟁 당시 피난수도인 부산에서 자료실 수준으로 시작해 71년만에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성장했다. 직원은 1명에서 362명으로, 콘텐츠는 장서 3600여권 보유에서 780만여권과 3억 7000만 면의 원문 데이터베이스 소장으로 급증했다. 1963년 국회도서관법 제정으로 입법부 도서관의 형태를 갖추었고, 2009년 야간 개관에 이어 2022년에는 국회부산도서관 분관도 개원했다. 2019년부터는 ‘아르고스’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융합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국가전략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전략정보센터를 열었다. 대전시에 ‘책 없는 디지털 국회도서관’을 세우려던 2021년 계획은 국회 상황변화로 유동적이다. 최근에는 도서관 이용패턴이 바뀌었다. 도서관을 찾아와 이용한 사람(복수이용자 포함)은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한해 평균 100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지난해 4월 중순까지 2년간 휴관하면서 2020년 20만 5021명, 2021년 7만 6213명, 지난해 29만 1439명으로 현장 이용자는 뚝 줄었다. 반면 전자도서관 이용자는 팬데믹과 관계없이 최근 5년 기준으로 3005만여명(2018년)에서 5036만여명(2020년)선으로 현장 방문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의원들도 꾸준하다. 도서관측에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입법정보 질의, 전자도서관·입법지식DB, 도서 이용 등 분야별로 최우수 국회의원을 15차례에 걸쳐 파악한 결과, 민주통합당의 백재현 의원이 7차례나 선정돼 도서관을 애용한 의원으로 꼽혔다. 이어 민주당의 김춘진, 새누리당의 홍일표 의원이 6차례였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오제세, 새누리당의 조경태, 김도읍 의원이 4회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국회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였으며 이민진의 장편소설인 파친코, 박경리 대하소설인 토지가 그 뒤를 이었다. 전자도서 대출 순위의 경우 작별인사, 밝은 밤, ‘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 순이었다.
  • 금천 서서울미술관 수집 작품 목록 공개

    서울시는 2024년 11월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에서 개관하는 서남권 최초 공공미술관 ‘서서울미술관’이 수집한 54점의 작품 목록을 13일 공개했다. ‘디지털 특화 미술관’을 표방하는 서서울미술관은 2020년부터 국내 거장을 비롯해 해외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작가들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 왔다. 대표 작품으로는 ▲초기 웹아트 선구자인 노재운의 ‘남한 삼부작’(2001∼2004)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변형돼 전파되는 과정을 3차원 게임 형식으로 보여 준 안가영의 ‘헤르메스의 상자’(2018)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작가 김윤철의 ‘아르고스’(2018) ▲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작가상’과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은 송상희의 ‘변강쇠가 2016 사람을 찾아서’(2016) 등이다. 서울 서남권의 지역문화 특성을 반영했거나 지역 연구를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도 수집했다. 자본주의와 노동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보여 주는 차혜림의 ‘Tumbleweed’(회전초·2018)와 공단 노동자 21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박혜수의 ‘기쁜 우리 젊은 날’(2022)이 대표적이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전 세계 미디어아트 미술계를 선도하는 서울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 서남권 첫 공공미술관, 이달 착공

    서울 서남권 첫 공공미술관, 이달 착공

    서울시는 서남권 최초 공공미술관인 ‘서서울미술관’(조감도)을 이달 착공한다고 15일 밝혔다. 2024년 11월 개관이 목표다. 금천구청 앞 금나래중앙공원 내에 설립되는 서서울미술관은 전체 면적 7187㎡에 지하 2층∼지상 1층 규모다. 서울시는 서서울미술관을 디지털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디지털 특화 미술관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다양한 예술 자원과 정보를 연계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디지털 약자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도 마련한다. 시는 2020년부터 김윤철의 ‘아르고스’, 양아치의 ‘전자정부’ 등 40여점의 소장품을 수집해 왔다. 2024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과 연계해 뉴미디어 아트의 미술사적 맥락을 보강하는 주요 작품을 수집할 계획이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서울미술관은 서남권의 문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공원에서 휴식과 문화, 첨단 기술과 예술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문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고든 정의 TECH+] 구글, 자체 개발 동영상 인코딩 프로세서로 인텔 의존 낮춘다

    [고든 정의 TECH+] 구글, 자체 개발 동영상 인코딩 프로세서로 인텔 의존 낮춘다

    우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접속하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와 웹 사이트는 서버를 통해 이뤄집니다. 서버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서버는 인텔의 x86 프로세서(제온 CPU)와 대용량의 메모리, 스토리지(SSD, HDD 등)를 탑재한 것입니다. 운영체제로는 각 회사에 최적화된 리눅스 기반 OS가 주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버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본래 한 자릿수 점유율도 버거워 보였던 AMD가 서버 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이미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해 인텔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본래 인텔의 주요 고객이었던 아마존은 AWS에 사용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전용 ARM 서버칩인 그라비톤(Graviton) 시리즈를 개발했습니다. 아마존에 의하면 최신 그라비톤 2 프로세서의 성능은 인텔과 AMD의 최신 서버 CPU를 능가합니다. AMD의 급성장과 더불어 서버 시장의 큰 손들이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인텔에 큰 악재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대열에 구글도 참여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CPU는 아니지만, CPU 의존도를 낮춰주는 비디오 코딩 유닛(video (trans)coding unit, VCU) 프로세서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튜브에는 분당 500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들의 포맷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이를 다양한 서비스 해상도에 맞춰 압축 효율이 높은 동영상 포맷인 H.264, VP9, AV1으로 바꿔줘야 안정적인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이 작업은 인텔 CPU와 그래픽 카드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최신 CPU와 GPU의 성능으로도 현재 작업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합니다. 구글이 자체 주문 제작형 반도체인 아르고스 VCU (Argos VCU) 개발에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아르고스 VCU 칩은 10개의 인코더 코어(Encoder core)와 몇 개의 디코더 코어(Decoder core), 자체 CPU와 메모리 컨트롤러, PCIe 유닛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구글이 공개한 반도체 다이 (die) 이미지를 보면 사실상 인코더 코어만 무식하게 밀어 넣은 프로세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동영상 인코딩만이 이 프로세서의 유일한 목적인 셈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르고스 VCU는 CPU나 GPU보다 인코딩 성능이 훨씬 우수할 수밖에 없습니다.CPU는 여러 가지 명령을 수행할 수 있지만, 대신 그래픽 처리 같은 특수 임무를 빠르게 수행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빠른 그래픽 연산 처리를 위해 GPU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GPU 역시 동영상 인코딩과 관련이 없는 3D 그래픽 처리 관련 로직이 너무 많아 인코딩에 효율적인 구조는 아닙니다. 아르고스 VCU가 왜 동영상 인코딩 성능에 뛰어난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아르고스 VCU 자체로 컴퓨터를 구성할 순 없기 때문에 구글은 PCIe 인터페이스 기반 인코딩 가속 카드로 개발했습니다. 카드 하나에 2개의 아르고스 VCU가 있고 2소켓 서버에 최대 10개의 카드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버 한 개에 최대 20개의 아르고스 VCU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구글에 의하면 아르고스 VCU 서버는 스카이레이크 CPU 기반 서버보다 H.264 인코딩 성능이 7배 뛰어나고 VP9 인코딩 성능은 33.3배나 뛰어납니다. 구글은 아르고스 VCU 같은 주문 제작형 반도체를 통해 수백만 개의 인텔 CPU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 수요가 없다면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비용을 회수하긴 힘들 것입니다. 구글은 이미 1세대 아르고스 VCU를 자체 데이터 센터에 보급했으며 2세대 아르고스 VCU 개발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물론 아무리 구글이라도 해도 모든 서비스를 자체 프로세서로 해결할 순 없으며 사실 유튜브 역시 인텔 CPU가 탑재된 막대한 수의 서버를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체 서비스 효율화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주문 제작형 프로세서를 제조하는 IT 기업이 늘어날수록 인텔의 입지도 좁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인텔도 반격의 카드는 있습니다. 우선 인텔의 제품군을 CPU에서 GPU나 다른 주문 설계 반도체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이미 GPU에서는 하나씩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파운드리를 통해 아예 다른 회사의 프로세서를 제조하고 수익을 얻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인텔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주요 고객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거대 IT 회사가 큰 변화를 시도하는 만큼 인텔 역시 그에 맞는 변화를 이룩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자체 주문 프로세서 확산과 함께 서버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갈라파고스 심해 생물 30종 발견…“마지막 미개척지 지켜야”

    갈라파고스 심해 생물 30종 발견…“마지막 미개척지 지켜야”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에콰도르령 갈라파고스 제도 근처 심해에서 해양과학자로 이뤄진 국제 연구진이 신종 무척추동물 30종을 발견했다고 AFP통신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GNP)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전문가들이 심해에서 해죽산호 10종과 팔방산호 4종, 거미불가사리 1종, 해면 11종 그리고 스코앗 로브스터(땅딸막한 바닷가재)로 알려진 갑각류 4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심해탐사 연구를 주도한 현지 비영리 과학연구기관 찰스다윈재단(CDF)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 조사에서는 동태평양 열대 해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단독 생활을 하는 대형 연산호 1종을 비롯해 폭이 1m 이상 성장하는 육방해면 1종과 여러 근연종을 대표하는 부채뿔산호 1종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CDF의 해양과학자들은 GNP는 물론 비영리 해양탐사단체인 대양탐사트러스트(OET)와도 협력해 최첨단 원격조종형 무인잠수정(ROV)을 이용해 수심 최대 3400m의 심해 생태계를 조사했다.2015년 시행한 이 조사에서는 전장 64m의 해양탐사선 ‘노틸러스’호에서 원격으로 두 대의 ROV인 아르고스호와 헤라클레스호를 운용했다. 당시 탐사대는 다윈섬과 볼프섬 근처의 가파른 해산 3곳을 처음으로 조사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어가 사는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탐사를 주도한 CDF의 해양과학자 펠라요 살리나스 데레온 박사는 이번 성명에서 “심해는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남아있다”면서 “이 연구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지금까지 가장 덜 알려진 지역사회(생물군)를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살리나스 데레온 박사는 또 “이 자연 그대로의 해산들은 갈라파고스 해양 보호구역 안에 있어 저인망이나 심해 채광과 같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파괴적인 인간 활동을 막아준다”면서 “이제 이곳을 대대로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OET의 수석 연구원인 니콜 레이놀트 박사도 “이 탐사에서 발견된 여러 신종 생물은 바다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는 데 심해 탐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000㎞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는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어획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어선 수백 척이 몰려와 상어잡이를 벌이는 정황이 포착돼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른 바 있다. 이에 대해 에콰도르 주재 중국 대사관 측은 “중국 어선단의 조업 활동은 배타적경제수역 바깥 공해상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최진혁 아내 이서엘 살아있었다…사슴같은 눈망울로 애절한 연기

    최진혁 아내 이서엘 살아있었다…사슴같은 눈망울로 애절한 연기

    지난 3일 방송된 OCN 토일 오리지널 ‘루갈’(극본 도현, 연출 강철우,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리옌엔터테인먼트) 12회에서 강기범(최진혁 분)의 아내 김여진(이서엘 분)이 살아있다는 반전이 드러났다. ‘루갈’은 바이오 생명공학 기술로 특별한 능력을 얻은 인간 병기들이 모인 특수조직 ‘루갈’이 대한민국 최대 테러집단 ‘아르고스’에 맞서 싸우는 사이언스 액션 히어로 드라마이다. 지난 5월 3일 방영한 12회부터 강기범(최진혁 분) 아내 김여진(이서엘 분)이 살아있는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폭발한 가운데, 9일 방송된 13회에서는 김여진(이서엘 분)이 황득구(박성웅 분)에게 납치되어 풀려난 뒤 강기범(최진혁 분)과 재회하는 장면과 눈물의 이별 순간까지 촘촘한 감정선으로 애절한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슴같은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과 남편 강기범을 위해 스스로 차에 뛰어들어 죽는 순간까지 보여준 그녀의 절절한 사랑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루갈 멤버들이 자신의 정체를 세상에 드러내며 아르고스를 소탕하는 과정도 통쾌하게 그려지며 드라마는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한편, 신예 배우 이서엘은 OCN ‘루갈’에서 주인공 최진혁의 아내 김여진 역으로 데뷔했다. 드라마 초반 최진혁이 루갈로 변신하는데 자극제가 되는 역할을 맡으면 신예 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활약했다. 드라마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최근 그녀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박성웅과 함께한 비하인드 컷과 핑크색 가발을 쓴 영상을 개제해 눈길을 끌었다.배우 이서엘은 KBS2 ‘본어게인’에서 이수혁의 약혼녀 백상아로도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루갈’ 이서엘, 최진혁과 함께한 웨딩사진 공개... ‘봄 햇살 같은 미소’

    ‘루갈’ 이서엘, 최진혁과 함께한 웨딩사진 공개... ‘봄 햇살 같은 미소’

    배우 이서엘이 인스타그램에 드라마 ‘루갈’ 촬영장 비하인드 컷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웨딩사진을 촬영하며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가운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배우 이서엘과 최진혁의 모습이 담겨있다. 최진혁과 이서엘은 OCN의 새 토일 드라마 ‘루갈’에서 부부로 출연한다. 지난 28일 방송된 첫 회에서 김여진(이서엘 분)은 남편 강기범(최진혁 분)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던 중 잔혹한 범죄조직 아르고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눈앞에서 잃은 강기범은 처절하게 절규하지만 자신의 두 눈마저 잃게 되는 비극을 맞이한다. 한편, 장르물의 명가 OCN이 선보이는 새로운 한국형 액션 히어로물 ‘루갈’은 OCN의 레전드 작품을 이끈 최진혁, 박성웅, 조동혁부터 정혜인, 한지완, 김민상, 박선호 등 명품 배우들과 웹툰 원작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루갈’을 통해 성공적인 첫 데뷔를 알리 배우 이서엘은 주인공 최진혁의 아내 역으로 드라마 초반 최진혁이 루갈로 변신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짧지만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이서엘은 최근 KBS2 새 월화드라마 ‘본 어게인’ 백상아 역에 캐스팅돼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예정이다. 장기용, 이수혁, 진세연 등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30 세대] 개 이야기/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개 이야기/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투키디데스는 인간의 본성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했지만, 개의 본성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었을까. 키츠는 있었다. 영국 시인 키츠의 생각에 오늘날의 개는 그리스 시대의 개와 최소한 짖는 것은 똑같을 거라 확신했다. 개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목소리이긴 했지만. 개도 그럴 거라고 우린 짐작할 수 있다. 키츠는 시인의 말은 물갈이 되듯이 재해석되고 변질되지만, 새의 지저귐은 영원히 변함없다고 했다. 키츠의 이론이 근거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어느 옥스퍼드 교수는 조류학자를 찾아가기도 했다. 답은 ‘그럴 수도 있지만, 잘 모른다’였다. 모른다니까 더 흥미롭다. 고전학을 전공하면 사물을 길게 보게 된다. 거대한 문명들이 깨끗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우리의 유한함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가 말했듯이, 우리에게 니네베나 바빌론은 이제는 의미 없는 이국적인 이쁜 이름에 불과하다.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는 개 얘기가 종종 나온다. 나는 2012년에 아테네 여행을 가서 그리스의 개들을 직접 보았다. 대부분은 집 없는 개들이었다. 기억해 보니 애완견이었단 생각은 없다. 무더위를 피해 그늘 밑에 늘어져 있었다. 갈비뼈가 인상적이었다. 한없이 게을러 보였다. 그리스 문학에서 개를 다룬 작품으로 크세노폰의 ‘개들과 함께 사냥하는 법’이 있다. 크세노폰이 추천하는 “부르기 좋고 간결한” 개 이름들은 요즘 사용해도 손색없다. 기쁨이, 도움이, 태풍이, 불꽃이, 똘똘이, 하늘이, 꽃망울이, 튼튼이, 활짝이, 번개, 돌 등등. 색깔에서 영감받은 하양이, 까망이 같은 이름들도 기록에 남아 있다. 그리스 문학 최초의 충견은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아르고스 (즉 “번쩍이”)이다. 번쩍이의 주인 오디세우스는 10년의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10년 더 방황하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데, 자신의 아내를 탐내는 108명의 구혼자들을 염탐하기 위해 거지로 분장한다. 죽은 줄 알았던 오디세우스라고 누구도 헤아리지 못하지만, 이제 노견이 된 아르고스만이 옛 주인을 바로 알아본다. 일어날 힘도 없어진 개는 귀를 내리고 꼬리를 흔든다. 자신임을 밝히지 못하는 오디세우스는 눈물을 훔치며 외면한다. 20년 만에 주인을 다시 본 충견 아르고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오디세이아’ 후 인도, 아일랜드 서사시에도 충견 모티브는 자주 등장한다. 인도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유디슈티라 왕도 개를 사랑했다. 그는 천국에 들어서려는 순간 개는 동반할 수 없다는 말에 차라리 지상으로 돌아가거나 지옥에 가겠다며 떼를 쓴다. 우리는 개를 얕잡아본다. 그리스에서도 “암캐”나 “개 얼굴한 놈”은 욕이다. 개에 대한 사랑과 멸시는 늘 함께했다. 윤회를 믿었던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마을 사람이 개를 패는 걸 막으며 개의 울부짖음에서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다. 채찍을 맞는 말을 껴안고 울다가 미쳐버린 니체가 생각난다.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스웨덴이 만든 차세대 공중조기경보기 ‘글로벌 아이’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스웨덴이 만든 차세대 공중조기경보기 ‘글로벌 아이’

    조기경보통제기는 고성능 레이더로 원거리에서 비행하는 적 항공기를 포착해 지상기지에 보고하고, 아군의 전투기를 지휘·통제하는 항공기이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방산회사인 사브사는 강대국의 전유물로 알려진 조기경보통제기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최근 차세대 조기경보통제기로 알려진 글로벌 아이(Global Eye)를 선보였다.사브사는 베스트셀러 전투기 그리펜을 비롯해 잠수함까지 생산하는 유럽의 작지만 강한 방산회사로 알려져 있다. 사브의 글로벌 아이는 내년 4월에 1호기가 전력화되는 최신형 조기경보통제기이다. 전세계 공군 중에 아랍에미리트가 3대 도입을 결정했다. 글로벌 아이는 기존 조기공중경보통제기와 달리 공중, 지상은 물론 해상 목표물도 탐지가 가능하다. 한 번에 수 천 개의 목표물을 탐지 및 추적 할 수 있으며, 사브사는 에리아이(Erieye)-ER AESA 레이더가 스텔스 전투기도 원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 기체 하부에 장착된 다용도 해상 감시 레이다 시스프레이(Seaspray) 7500E는 공중은 물론 지상 그리고 370km 밖 해상의 제트스키 크기의 목표물에 대한 탐지가 가능하며 잠수함의 잠망경까지도 탐지할 수 있다.글로벌 아이의 작전시간은 11시간 이상으로 한반도의 경우 한번 비행으로 공중과 해양경계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사브사는 지난 1990년대 자사의 사브 340 터보프롭 여객기를 기반으로 사브 340 조기경보통제기를 제작했으며, 스웨덴 공군은 아르고스(Argus)라는 이름으로 채용했다. 당시 다른 나라의 조기경보통제기들과 달리 원반형이 아닌 막대형 레이돔을 장착했다. 막대형 레이돔을 특징으로 하는 사브사의 에리아이 레이더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처럼 단순하지만 실용적이면서 최첨단의 성능을 자랑했다. 또한 크기도 작아 대형 항공기가 아닌 비즈니스 제트기에도 장착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경제성 있는 플랫폼을 사용함으로써 도입비용과 유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이 때문에 개발국인 스웨덴을 제외한 6개 국가에서 사브사의 조기경보통제기를 채용했다. 지난 2018년 2월 27일에는 파키스탄과 인도가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 공군 소속의 사브 2000 조기경보통제기는 내습하는 인도 공군의 전투기를 정확하게 발견하고 치밀한 관제를 통해 격추한다. 현재 보잉 737 기반의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운용하고 있는 공군은 이르면 연말부터 2차 조기경보통제기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사브와 함께 미국의 보잉, 이스라엘의 IAI의 3파전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사브사는 차세대 조기경보통제기는 조기경보통제기와 정보감시정찰기의 기능을 모두 갖춰야 살아남는다며, 공중은 물론 해상, 지상의 수 천 개의 작은 목표물까지 한번에 감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영등포 밀가루 공장, 82년만에 문화 공장으로

    영등포 밀가루 공장, 82년만에 문화 공장으로

    1936년 문을 연 뒤 82년간 서울 영등포역의 터줏대감이었던 밀가루 공장이 문화 공장으로 다시 태어난다.서울시는 1만 8963㎡(약 5700평) 규모의 문래동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도시재생 구상안을 6일 발표했다. 대선제분이 2013년 시설을 충남 아산으로 이전하고 나서 멈춰 있던 이 공장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당시 원형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시는 공장의 상징적 시설물인 원통형 사일로(곡물 저장창고)와 대형창고 등 기존 건물을 최대한 유지·활용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할 예정이다. 우선 전체 23개 동 가운데 14개 동을 카페, 레스토랑, 상점, 역사박물관 등으로 만든다. 1936년 지어진 정미공장은 기획 전시장으로, 창고는 창업지원 공간과 공유사무실로 활용된다. 사무동은 제분 산업을 중심으로 서울 근·현대산업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관으로 쓴다. 대형창고 건물에는 레스토랑과 갤러리 카페가 들어설 계획이다. 광장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와 문래동 예술인과 기술 장인이 참여하는 플리마켓, 공연이 열리게 된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 최초의 ‘민간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이다. 대선제분 창업주 손자인 박상정 대표가 운영하는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 후 운영까지 맡는다. 시는 최소한의 도시재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보행·가로환경 등 주변 기반시설을 정비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이 산업화 유산의 원형을 살리고 문화의 가치를 덧입힌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자 문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20세 여성 블로거 멕시코 재벌 요트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20세 여성 블로거 멕시코 재벌 요트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호주의 20세 여성 여행 블로거가 멕시코 재벌의 초호화 요트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해 그리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포트 맥쿼리 출신인 시니드 맥나라마는 정기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여행 사진을 올려놓아 1만 2000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블로거였다. 그녀는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 케팔로니아섬에 정박해 있던 멕시코 광산 재벌 알베르토 바일러레스의 요트 뒤쪽에서 위중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정황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으며 경찰이 이 요트가 아르고스톨리 항구에 정박해 조사를 받도록 지시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호주 매체들은 그녀가 요트 위에서 발견됐을 당시 요트에는 선원들만 있었으며 그녀는 요트 뒤쪽에서 로프로 몸을 휘감은 채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녀의 사촌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족들은 사인을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요트 위에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신문은 맥나마라의 어머니와 자매가 그녀를 보려고 그리스로 향하는 와중에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고 전했다. 바일러레스와 가족들은 사고 며칠 전 마얀 퀸 4세 요트를 떠났다고 그리스 매체들은 전했다. 지난달 올린 글을 통해 그녀는 “보트 위에서 지내거나 일하면서 전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넵, 난 아주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구들과 팔로어들은 소셜 미디어에 비통한 심정을 털어놓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과 모험심 가득한 정신을 지녔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한 친구는 “두려움 없는 삶을 살았고 당신을 알게 됐다는 것이 축복으로 여겨졌다”고 적었다. 다른 친구는 “모두가 시니드의 책 한 쪽을 읽어봐야 하는데 그녀는 발리에서 휴가를 즐기다 전 세계를 요트로 1년 반 돌아다니는 여행으로 발전했다”고 적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이 나온다. ‘아르고스’라는 이름의 이 거인은 여러 개의 눈 중에 몇 개는 감은 채로 자고 나머지는 뜨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만약 사람에게 눈이 2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있다면 어떨까. 병이 나거나 다쳐도 실명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겠지만 여러 눈에서 오는 시각 정보를 모두 처리해야 해 뇌가 과부하에 빠질 것이다. 두 눈이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사시’를 전공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복잡할 따름이다.인간을 포함해 대부분의 동물들은 눈이 2개뿐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두 눈의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기 싫을 것이다. 그런데 두 눈의 시력을 서서히 앗아가는 병이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이 그것이다. 4000명에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유전성 질환으로, 젊은 시기에는 시력이 정상이지만 세월에 따라 점차 야맹증과 주변 시야 장애 증상을 보이며 말기에는 중심 망막까지 손상돼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개그맨 이동우씨가 이 질환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최근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국내 1만명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소식이 있었다. 100개 눈을 가진 거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인공망막 ‘아르고스2’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개발한 아르고스2는 인식한 영상정보를 특수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이를 뇌에서 인식하게 하는 최신 의공학 기술의 복합체다. 그러나 인공망막이 심봉사 눈뜨듯 제2의 정상시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환자는 카메라가 부착된 안경과 허리에 부착하는 컴퓨터 프로세서를 착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환자가 실제 보는 것은 사진찍은 듯 보이는 그대로의 영상이 아니라 60개 점멸하는 빛점들의 패턴이다. 2007년 초기 인공망막이 16개 전극으로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띈 발전이지만 정상적인 시력을 구현하기에는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인공망막 시술 뒤에는 60개의 점으로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시각 정보 패턴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교적 젊고 인지기능이 좋으며 현재 시력이 광각(빛을 감지할 수 있는 수준) 정도인 사람이 시술 대상이 된다. 국내 환자들 중 500명 정도만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좁은 적응증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환자들에게는 독립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기술은 계속 발전해 고화질의 인공망막이 개발될 것이다. ‘아르고스2’ 외에도 독일의 ‘레티나 임플란트’, 호주의 ‘바이오닉 비전’, 이스라엘의 ‘나노 레티나’ 등도 이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레티나 임플란트는 1500개 전극이 있어 더 높은 화질을 구현하는 전자칩 ‘알파 아이엠에스’의 임상시험 성공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인공망막 이식은 아시아 최초이기는 하지만 이제 첫 시술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기술이 누적돼 발전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일 것이다. 기술은 스스로 움직이는 생물처럼 수혜자를 찾아내고 늘려간다. 10~20년 뒤에는 고화질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인공눈이 개발돼 더 많은 시각장애자에게 빛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연구팀과 기업도 그 기술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희망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R&D기술 양방향 공유… 신약 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열풍

    R&D기술 양방향 공유… 신약 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열풍

    상대적으로 폐쇄적이던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연구개발(R&D) 과정에서 대학이나 다른 기업, 연구소 등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조달하는 경영전략이다. 외부 자원을 유입하는 동시에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는 양방향 교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쪽 방향으로의 유입이 이뤄지는 ‘아웃소싱’과 차별화된다.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 바이오벤처회사와 R&D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2015년에 제노스코,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 해외 기업과 기술이전·지분투자 등을 통해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바이오업체 소렌토와 R&D를 기반으로 하는 합작 벤처회사 이뮨온시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R&D 기반 임상연구 벤처도 연내 가동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지난해 제노스코사로부터 기술 도입된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YH25448’에 대한 전임상 연구를 완료하고 12월 임상 연구계획을 승인받아 올해 초 임상1상에 진입한 상태다. 이뮨온시아도 지난해 하반기 설립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임상연구를 위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첫 후보물질의 임상 돌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6월 100억원을 들여 개발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신생 제약·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역할을 맡을 한미벤처스를 설립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미국의 바이오벤처 ‘알레그로에’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망막질환 치료제 루미네이트를 공동 개발하는 등 협업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바 있다. 동아ST는 지난해 2월 스웨덴의 바이오벤처 비악티가와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후성유전학 기반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나섰다. 비악티가가 보유하고 있는 선도물질에 대한 최적화연구를 비롯해 전임상, 임상 등 항암 신약개발 과정을 함께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5월에는 삼성서울병원, 메디포스트와 미숙아 뇌실 내 출혈(IVH)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제를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3개 기관이 IVH 줄기세포치료제를 공동개발하고 동아ST가 IVH 적응증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개발 및 판매권을 갖는다. ●유전성 난청 치료 후보물질 공동 연구 지난 2월에는 연세의료원과 희귀질환인 유전성 난청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선도물질의 탐색은 연세의료원에서, 이후 최종 후보물질의 도출은 동아ST에서 맡는다. 최근에는 에이비엘바이오 항체신약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보유한 초기 단계의 항체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 연구와 추가적인 신규 과제의 발굴을 진행하고,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대웅제약은 2015년 1월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강스템바이오텍과 제대혈 동종줄기세포치료제 ‘퓨어스템’에 대한 국내외 판권 및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4월에는 양사가 함께 중국 심양의학원과 협약을 체결해 중국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독일 의료기기업체 헤라우스 메디컬과 퇴행성 관절염 체료제를, 지난해 6월에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MOU를 각각 체결하기도 했다. ●적혈구 생성인자 제제 올부터 印尼판매 또 지난해 11월에는 국립 인도네시아 대학,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과 각각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교육 분야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이어 12월 인도네시아 식약청(BPOM)으로부터 적혈구 생성인자 제제인 에포디온의 품목허가를 취득해 올해 1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시에 외부 전문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대웅바이오센터를 추가 개소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십자는 2006년부터 제넥신과 지속형 빈혈치료제 GX-E2의 공동 개발을 이어 와 현재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기술 수출이 이뤄지면서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사이의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와 공동개발 중인 항응혈제 GC2107도 최근 미국에서 임상1상을 완료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5년 면역치료제 개발전문기업 바이오리더스에 투자를 시작한 데 이어 2011년 마크로제닉스, 2013년 아르고스와 유바이오로직스, 최근 싸이퍼롬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기업에 투자가 이뤄졌다. 국내 제약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잇따라 뛰어드는 이유는 신약 개발의 위험부담 때문이다. 이미 노바티스, 화이자, 로슈 등 세계적 제약사들은 실패의 위험과 R&D 비용을 줄이는 방편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해 왔다. 반면 단순 복제약 위주로 몸집을 키워 왔던 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 외부로의 기술이나 전략 유출을 우려해 이를 꺼려 왔다. 그러나 점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약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효율적인 방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평균 약 10년 정도의 시간과 조 단위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반면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데, 협업을 하면 투자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규모가 큰 제약사도 모든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혼자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량을 갖춘 외부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특히 해외 진출에 있어서 규제 이해도가 높고 인허가 노하우를 갖춘 다국적기업과의 협업이 선호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권력 앞에 부모형제도 없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권력 앞에 부모형제도 없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3년 전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대공기관총을 난사해 잔혹하게 처형했다. 최근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대낮에 잔인하게 독살당했다.고대 그리스에서도 부모·형제 사이에 비극적인 살육을 벌인 저주받은 가문이 여럿 있었다. 오이디푸스 가문도 그중 하나다. 아이스킬로스(BC 525?~BC 456)는 3부작 비극 ‘라이오스’, ‘오이디푸스’, ‘테베를 공격한 일곱 장수’에서 오이디푸스 가문의 3대에 걸친 비극적 사건을 그렸다. 오이디푸스는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코린토스의 왕자로 자랐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신탁을 알게 되자 그 운명을 피해 볼 요량으로 유랑하다 테베로 가게 된다. 그는 우연히 길 다툼을 하다 테베의 왕이던 생부 라이오스를 죽인다. 또 괴수 스핑크스의 난제를 풀어 테베인들을 죽음의 공포에서 구한 공으로 홀로된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한다. 이로써 저주의 신탁이 이뤄진 셈이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에게서 쌍둥이 아들 둘과 딸 둘을 얻었다. 오래지 않아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패륜을 알게 되고 괴로움에 스스로 두 눈을 도려냈다. 이오카스테는 자결했다. 그 후 오이디푸스는 섭정이 된 처남 크레온과 두 아들에게 외면받고 테베에서 쫓겨난다. 두 아들에게 서로 죽이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으며…. 못난 두 아들은 부지불식간에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른 아버지 오이디푸스를 수치스러워만 했을 뿐 아버지의 저주받은 운명의 심연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로지 아버지의 부재로 얻게 될 왕좌에만 눈독을 들였을 뿐이다. 형제는 1년마다 왕위를 교대로 차지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하지만 먼저 왕위를 계승한 에테오클레스는 1년을 넘기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자 폴리네이케스는 장인인 아르고스 왕의 군대를 빌려 조국 테베를 공격했다. 왕좌를 놓고 전투를 벌인 형제는 맞대결하다 결국 서로를 죽인다. 절대왕권을 향한 추악한 욕망이 부른 파멸적 결과다. 전제 왕권의 유혹 앞에 부모·형제간 혈육의 정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권력 쟁취와 유지를 위한 골육상쟁이 예사로 벌어지는 배경이다. 그러고 보면 소위 ‘백두혈통’의 적장자 김정남과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김정은 사이의 야만적이고 패륜적인 행위도 이미 예견된 운명이었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처럼 왕좌를 향한 경쟁자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역사는 절대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비극적 운명의 예도 숱하게 보여 준다. 3대 세습 왕조의 김정은 역시 무소불위의 전체주의 권력에 취해 있다. 압제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의 저주가 김정은을 옥죄어 파멸시킬 날도 멀지 않은 듯싶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빨간마법, 산타도 홀렸나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빨간마법, 산타도 홀렸나

    흰색과 빨간색은 겨울을 상징하는 컬러다. 흰색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하얀 눈 때문에, 빨간색은 겨울 캐릭터인 산타클로스의 익숙한 이미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연말이 되면 지겹도록 보게 되는 시상식에서는 레드 카펫을,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트리에서는 빨간 구슬을, 흰 눈이 쌓인 길가에서는 진한 붉은빛을 자랑하는 포인세티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류는 시기·계절과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빨강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는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레드’는 본능… 천연색·매력을 인지하는 눈 신석기시대부터 인류는 흙과 돌, 곤충과 꽃, 풀 등에서 얻은 자연 재료로부터 염료를 만들어 냈다. 고대 선조가 빨간색을 얻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연지벌레다. 영어로 ‘코치닐’이라고 부르는 이 곤충에서 적색계의 천연 염료를 추출해 옷감을 물들이는 데 사용했다. 이 코치닐 색소는 오늘날 딸기우유와 같은 붉은색을 띠는 식품에도 첨가되고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빨간색을 선호하고 사용한 것이 우연이 아닌 필연일 수 있다는 과학적 주장이 있다. 이탈리아 고등연구국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시각 시스템은 나무가 우거진 밀림에서도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감지할 수 있도록 발달돼 있다. 특히 빛을 감지하는 망막은 붉은색과 녹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며, 이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음식을 선택할 때에도 색상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부분의 천연식품, 즉 나무에 열리는 열매나 땅에서 자라는 채소 등은 푸르스름할 때에 비해 붉은빛일 때 맛도 좋고 영양소도 풍부하다. 사람의 시각 시스템은 이러한 점을 인지해 본능적으로 빨간색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 본능과도 연관이 깊은 빨강은 남성과 여성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한다. 2012년 ‘관광연구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남성은 붉은색 계통의 옷을 입은 여성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 파워… 남성 호르몬 분비·승부욕도 자극 반대로 빨간색이 남성적인 매력을 더욱 강화해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영국과 미국, 독일, 중국 공동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빨간색 옷을 입거나 빨간색 계통의 넥타이를 매면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남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며, 동시에 여성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색은 스포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도 한몫을 한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팀은 파란색이나 흰색 유니폼을 입은 팀보다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았다. 붉은색이 일종의 공격성 및 자신감과 관련한 이미지를 내재하고 있으며, 시각적으로 상대 팀을 압박하고 같은 팀끼리 활기를 북돋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영국 더럼대학 롭 버튼 교수는 “사람이 화가 날 때 얼굴을 붉히는 것처럼 자연계에서 빨간색은 공격의 신호로 쓰인다”면서 “사람이 빨간색에서 분노에 해당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공격 신호를 인지하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빨간색이 공격적인 이미지를 가진 만큼 공격성이나 권위가 돋보여야 하는 자리에서는 빨간색 넥타이가 도움이 되는 반면 부드러운 인상을 강조해야 하는 면접이나 회의에서는 빨간색 의상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레드 카펫… 신이 허락한 승리자의 길 빨강의 계절 겨울을 맞아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는 레드 카펫 위를 우아하게 걸어가는 수많은 유명 인사를 볼 수 있는데, 이때 등장하는 카펫은 왜 하필 ´레드 카펫´일까. 그리스 도시국가 아르고스의 왕인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10년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부인은 ‘신의 길’을 상징하는 붉은색 융단으로 남편을 맞이했다. 하지만 당시 아가멤논은 “빨강은 신의 색이기 때문에 그 위를 걸을 수 없다”며 거부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레드 카펫의 기원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는 빨간색을 신처럼 고귀한 존재 혹은 권위를 가진 귀족과 왕족만 사용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귀빈에게 맨땅을 밟지 않게 하겠다는 극진한 환영과 영접의 뜻으로 레드 카펫이 사용된다. ●산타의 빨간 옷은 코카콜라가 내세운 들러리 그리고 겨울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빨강, 산타클로스. 본래 산타클로스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지 않았었다. 산타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는 본래 흰색 옷을 즐겨 입었다. 하지만 현대 산타가 빨간색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1931년 코카콜라가 광고 모델로 산타를 내세우며 로고와 같은 색의 옷을 입히고 콜라 거품을 연상시키는 풍성한 수염을 달았던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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