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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 라이프치히 화파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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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을 닮은 여성, 여성을 품은 자연

    자연을 닮은 여성, 여성을 품은 자연

    카제인 물감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작품 속 여성들 화면 중심에 위치삶의 주체로서 역동적 모습 담아 대지에 나무처럼 뿌리를 박고 서 있는 한 여성. 아치 모양의 뿌리는 마치 집처럼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또 다른 작은 여성들은 그 뿌리를 가슴으로 끌어안거나 곁에 머무는 방식으로 지지를 보낸다. 마치 설화 속 한 장면을 옮겨온 듯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 자연을 닮은 색감, 그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여성들까지. 전통적인 순수 회화의 부활을 불러온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주축 작가인 로사 로이(68)가 서울 강남구 갤러리 바톤에서 개인전 ‘고요한 작품들’을 연다. 전시 제목은 ‘힘은 고요 속에 깃든다’는 옛말을 따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생활 습관에서 따왔다. 직장인처럼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루틴을 유지하는 그는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온전한 고요 속에서 작업에만 몰두한다. 화면의 몽환적 분위기는 그가 즐겨 쓰는 카제인이 함유된 물감에서 비롯된다. 카제인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성당 벽화에서 만날 수 있는 프레스코화에 주로 사용됐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카제인은 특유의 빛이 있으면서도 마치 바람처럼 층이 얇고 빠르게 마른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제한된 색조를 중심으로 화면 전체에 일관된 배색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색을 자율적으로 조합해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묘사 대상은 자연과 여성이다. 독일 낭만주의 전통과 여성 초현실주의 영향을 받은 그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여성 인물의 능동적인 모습을 화면에 담아낸다. 작품 속 여성들은 화면 중심을 점유하며 자아도취적 확신에 차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자동차 보닛을 열어 정비하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 있다. 자연과 닮아 있는 여성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초록색 손’에서는 나무가 된 여성이 등장하고 ‘머물다’에서는 나무의 색과 닮아 있는 존재가 등장한다. 로이 작가는 “(식물처럼) 땅에 발을 내려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고정돼서 불편하다는 의미가 아닌 지구에 연결된다는 의미”라며 “모성애와 같은 유대감,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이미지를 화면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삶의 주체로서 이상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여성상에 대한 동경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 불안한 우리의 일상, 묘한 위로를 만났다

    불안한 우리의 일상, 묘한 위로를 만났다

    팀 아이텔 ‘무제(2001-2020)’화폭 속 표정을 알 수 없는 사람들고독한 현대인의 모습 그려 시오타 치하루 ‘비트윈 어스’붉은 실로 연결된 30개 의자· 천장인간 내면의 불안·불확실성 나타내자발적 격리와 고독이 미덕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불안과 소외, 삶과 죽음의 경계 등 인간 존재의 내면을 성찰하는 세계적 미술가 2인의 개인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팀 아이텔의 ‘무제(2001-2020)’와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시오타 치하루의 ‘비트윈 어스’(Between Us)다. ‘사색의 회화’, ‘붉은 거미줄’로 이미 국내에서도 상당한 팬을 확보한 작가들이지만 코로나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들의 작품 세계에 공감하는 관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격리 중 신작… 대구미술관 10월 18일까지 팔짱을 낀 두 남녀가 흰 벽 사이를 가로질러 검은 통로 쪽을 향하고 있다. 연속 동작을 보여주듯 커플은 한 화면에 두 번 등장한다. 등을 돌리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화폭 윗부분을 장악한 검은 색과 좁은 통로가 왠지 모를 고립감과 불안함을 전달한다. 독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팀 아이텔이 파리 자택에서 격리생활하며 그린 신작 ‘시퀀스(커플)’다. 또 다른 신작 ‘멕시코 정원-전경1’과 ‘멕시코 정원-전경2’에 등장하는 등 돌린 여인과 옆에 선 여인 사이엔 어떤 교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를 두고 각자의 공간에 멈춰 있는 이들의 모습은 코로나 시대에 일상이 된 격리와 소통 단절을 거울처럼 비추는 한편 비일상적인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묘한 위로를 전한다.지난달 7일 대구미술관에서 개막한 팀 아이텔의 개인전은 신작 3점을 포함해 지난 20년 간 그가 작업한 작품 7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전시다. 추상이 더해진 구상회화로 독일 현대미술에 새 바람을 일으킨 신 라이프치히화파인 팀 아이텔은 입체감 있는 화면 분할, 등 돌린 인물 등 독특한 분위기와 화풍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황현산의 저서 ‘밤은 선생이다’를 비롯해 여러 작가의 책 표지에 사용돼 ‘책쟁이가 사랑한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정적이고, 고요하다. 그는 수천 장의 스냅 사진을 찍은 뒤 여기에서 골라낸 배경과 인물을 화면에 담는다. 현실적인 듯 비현실적인 화면 구성과 시대를 초월한 듯한 분위기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기보다 오래 들여다보고 곱씹을수록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간을 들여 찬찬히 감상하길 권한다. 10월 18일까지.●붉은 실의 예술… 가나아트센터 23일까지 지난 연말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장을 붉은 실의 거미줄로 가득 채웠던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가 이번엔 서울의 전시장을 붉게 물들였다. 가나아트센터 2층 300㎡ 공간에 빈티지 의자 30개를 설치하고 전시장 벽과 천장, 의자 사이를 붉은 실로 빈틈없이 연결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이 설치작품 제목은 ‘비트윈 어스’, 번역하면 ‘우리들 사이’다.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서로 관계를 맺고 네트워킹하는 사회적 본능을 지닌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평했다. 오사카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인간의 유한함과 그로 인한 불안한 내면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왔다. 드로잉,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붉은 실로 엮은 설치작업이 특히 그를 각광받게 했다. 한 공간에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실을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 복잡한 인간 관계, 정체성의 불확실성 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그는 과거의 기억과 흔적, 트라우마를 적극적으로 작업에 끌어들인다. 어린 시절 이웃집에서 일어난 화재, 두 차례 암 투병에서 겪은 죽음에 대한 공포는 혈관, 머리카락, 피부를 연상케 하는 그로테스크한 결과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건 최근이지만 인기는 대단하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한남동 가나아트나인원 두 곳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 60여점이 출품됐는데 지난달 16일 개막하자마자 두 세 작품을 빼고 모두 판매됐다고 한다. 가나아트나인원 전시는 2일 막을 내렸고, 가나아트센터에선 오는 23일까지 계속된다. 대구·서울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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