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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금강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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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화암팔경 다 보려는 욕심 버리고막바지 여름 정취에 취해보자기암절벽·녹음의 조화 빠져보네그림바위마을 골목 예술 산책용마소둔치공원서 쉬엄쉬엄거북바위 절경 잊지 못하네싫었던 건 여름 아닌 더위였음을정겨운 초록이 그리워질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가네“글을 쓰며 알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유난히 내성적인 여름 덕후였다는 것을.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김신회의 ‘아무튼, 여름’ 중에서 8월의 끝은 마치 여름의 끝 같다. 물론 달력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9월이어도 뒤끝 있는 더위는 얼마간 계속될 것이다. 또 계절이 경계를 넘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을이 되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지 않나. 그림바위마을 용마소둔치공원 그늘에서 2026년의 마지막일지 모를 화암팔경의 여름과 눈을 맞춘다.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신회 작가는 일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출판사의 이름에도 ‘여름’을 넣고 좋아하는 드라마 제목조차 ‘수박’이다. 그리고 ‘아무튼, 여름(제철소)’을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한다. 허나 모두가 여름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땀을 씻으려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땀이 나는, 그래서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자의 비애를 작가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어떤 이들에게 여름은 땀과 땀의 무한 루프다. ‘러브레터’에서 겨울을 먼저 떠올리고 여름은 ‘데스노트’에나 쓰는 단어다. 그래도 여름이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끝내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여름이라서 ‘캬~’하는 탄성마저 맛깔나게 하는 편의점 ‘맥주 네 캔’,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푸른 바다 위에서 첨벙대는 물놀이, 여름 단물의 정수를 쪽쪽 끌어모은 듯한 초당 옥수수 그리고 평양냉면 같은 것들. 특히 더위의 반대편 그늘에서 여름만이 주는 찬란한 녹음을 마주할 때 ‘대나무 자리’ 같은 이 계절의 묘미를 수긍하고 못 이긴 척 인정할 수밖에. 예를 들면 정선 화암리의 소금강 풍경은 꼭 여름에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명소가 많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북녘의 금강산은 기암절벽과 겹겹의 봉우리가 화려한 경관을 뽐낸다. 그래서 기암절벽이 화려한 남쪽의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소금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강원 정선군 화암면에 있는 소금강은 화암리에서 몰운리에 이르는 약 4㎞ 구간의 계곡을 이른다. 첩첩산중으로 숨어드는 도로를 휘황한 기암의 절벽이 좌우로 호위한다.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쩍 벌린 채 ‘와~’하며 지날 만큼 멋지다. 귓가에는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아이맥스’급 소금강 전망대 소금강 전망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소금강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의 위용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건 굉장한 경험이다. 아이맥스 스크린 앞자리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름 아니고 여름이어서 그렇다. 기암절벽의 표면은 회색과 갈색이 섞였는데 여름 품에 있어 초록의 자연과 명징한 대비를 이루며 조화롭다. 마치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그러므로 온전히 생기롭고 빛난다. 아마도 가을에는 단풍에 묻히고 겨울에는 삭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정선군 화암면에는 그런 풍경이 무려 여덟이다. 이를 가리켜 ‘화암팔경’이라 부른다. 소금강은 6경에 해당한다. 화암(畵岩)이란 지명부터 심상치 않다. 말그대로 ‘그림바위’다. 화천리 강변에는 용마소(3경), 북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는 화암동굴(4경)이 있다. 남쪽은 거북바위(2경)를 지나 화암약수(1경), 소금강을 따라 화표주(5경), 몰운대(7경), 광대곡(8경)이 펼쳐진다. 그러니 그림바위들은 화암리의 본체나 다름없다. 화암팔경을 모두 돌아보자 제안하는 건 아니니 미리 저어할 건 없다.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라면 모를까, 눈길 닿고 발길 닿는 정도여도 여름 화암의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다. 다행히 사방 초록은 여전히 싱그러운데 그새 더위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정선은 8월 초에 비해 기온이 5~6도쯤 떨어졌다. 폭염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여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 ●느슨한 여름을 닮은 그림바위마을 화암리의 또 다른 이름은 ‘그림바위마을’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의 중간쯤 자리한 마을은 지난 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단장했다. 심원, 고원, 평원의 시선이라는 3가지 주제로 곳곳에 미술 작품을 더했다. 벽화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시설물도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바랜다. 그림도 바래고 취지도 바랜다. 하물며 13년 전 일이다. 그림바위마을은 변함없이 정겹다. 마을에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레지던시 화암산방이 있어, 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마 전까지는 2018년 옛 변전소를 개조한 그림바위예술발전소가 산책의 시발점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아트플랫폼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가을을 앞둔 여름처럼 어쩌면 지금이 조금이 더 자연스러우며 날것 그대로, 마을의 뜨거운 시절을 거닐 기회일지 모를 일이다. 우선 그림바위마을 커뮤니티센터나, 주차장 입구의 안내물 배포함에서 미술마을 홍보 리플릿(약도) 하나를 챙겨 든다. 센터 맞은편은 그림바위카페(화암산방 1호점)가 있고 옆으로 난 골목은 ‘맷돌바위 길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타일 벽화 계단이다. 계단 끝에는 ‘상생’이라는 제목의 바느질을 표현한 작품이 북동쪽 언덕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림바위마을 산증인인 이재욱 작가의 작품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거닐기 알맞은 골목길이다. 계단 맞은편 안쪽에는 옛 동면 공소(성당)가 위치한다. 이제는 화암박물전람소 역할을 하는 장소로 ‘역사에서 자라는 담쟁이’라는 제목의 종탑이 짝이다. 언젠가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타워’였을 종탑은 마을의 역사를 적은 나무판이 둘레를 감싼다. 그 위로는 ‘황금 담쟁이’ 넝쿨이 철골을 타고 오른다. 큰길가에는 우주당 같은 비건 카페가 눈길을 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데 낮에는 우주당찻집으로 문을 연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우주막(음악과술한잔)으로 변신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7시부터는 리틀포레스트요가를 진행한다. 오는 8~10월까지는 매주 일요일 팝업 형태의 함박식당이 반긴다. 퍼머컬처 텻밭농부이자 자연여행자인 에이미, 성악가 최순웅 씨가 파스타와 감바스 등을 요리한다. 그 밖에도 화암노다지탐사대 등 지역과 지역이, 지역과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다. ●여름의 녹음 속으로 그림바위마을 골목 산책은 사실 작품의 번호를 매겨가며 꼼꼼하게 챙겨볼 까닭은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는 게 맞다. 그리고 더운 여름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욕심을 덜어내며 여행해야 한다. 처음 찾는 동네는 아니어서 나는 용마소둔치공원에 오래 머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마을 서쪽을 감싸고 흐르는 어천 천변에 있다. 반원을 그리며 흘러 ‘반달에 비친’이라는 수식이 그림바위마을 앞에 붙기도 한다. 마을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일은 재밌기는 한데 어딘가 그늘에 앉아 푸른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여름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기도 하므로, 그럴 때는 용마소둔치공원이 제격이다. 서늘한 달의 표면에 안착한 듯하다. 공원은 키 큰 나무와 벤치, 정자 등 쉼터가 많아 좋다. 솟대처럼 솟은 ‘빛나는 이야기’ 같은 조형 작품들이 마을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의 기둥은 금광에서 쓰던 채굴 기계를 다시 사용했다. 마을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는 화암동굴이 있다. 금을 캐던 광산으로 갱도 외에 천연 석회암 동굴이 공존한다. 그곳의 시간이 마을에 흐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지난해까지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근래에는 맥문동밭을 조성했다. 그림바위마을은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마을을 물들이는 중이다. 담장도, 벽화도, 화단도 보라색이 자주 눈에 띈다. 두 해를 맞은 맥문동은 아직 키가 작고 어려 듬성듬성 보라색 꽃을 피웠다. 물가 난간 너머는 아기장수의 슬픈 전설이 전하는 화암 3경 용마소다. 겨울에는 물가 자갈들이 보이는데 여름은 온통 초록의 풀들이 뒤덮는다. 용마소 상류 700~800m 거리에는 화암약수 가는 길 초입에 화암 2경 거북바위가 있다. 절벽 위에 있는 바위가 거북을 닮아 그리 부른다. 거북바위는 두 갈래의 산책로가 나 있다. 거북바위산림욕장 쪽은 계단을 따라 정자각까지 오른다. 계단은 이끼가 잔뜩 끼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득한 여름의 초록을 느끼게 한다. 거북바위 정자각에서 아래쪽 데크로 내려가면 거북바위다. 커다란 바위와 바위의 틈새를 지나면 그림바위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만이 화암의 자랑일까. 사람들이 사는 마을 또한 그림 같다. 화암팔경에 하나를 더한 화엄 9경이라 불러도 좋겠다. 다만 절벽 위이고 안전난간이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여름을 배웅하는 법 거북바위에서 화암 1경 화암약수까지는 1.3㎞다. 마을커뮤니티센터를 출발점 삼아도 1.5㎞ 정도,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고작 약수 한 모금 하러 걸어야 할까 싶지만, 화암약수까지 가는 산책로만으로 이미 보상이 되고 남는다. 짙고 푸른 여름 풍경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화엄팔경에 넣어도 손색없을 그림 같은 바위가 줄을 잇는다. 화암약수는 철분이 함유된 탄산 약수의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코끝이 찡해서 단숨에 여름을 쫓는다. 약수터를 나오는 다리 위에서는 경쾌한 계곡 풍경에 한 번 더 무장해제한다. 건너편 ‘정선껏 바이 이진리’ 카페에도 들러보시길. 지난 7월 화암약수 건너편 2층 팔각정에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요즘스런’ 카페인 셈이다. 카페 창밖의 초록이 포근한 정취를 연출한다. 밖은 푸른 여름인데 안은 더위를 잊는다. 그 사이 쉬엄쉬엄 용마소와 거북바위 그리고 화암약수까지 이르렀다. 소금강전망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화표주를 지났으니 화엄팔경 가운데 다섯 곳을 본 셈이다. 화암동굴까지 욕심이 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데 동굴 안은 연중 평균 14도로 기온이 쑥 내려가 정선을 대표하는 여름 피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름의 화암팔경은 이쯤에서 그쳐도 무방하다. 구름도 쉬어가는 몰운대나 가는 길이 험한 광대곡의 영천폭포를 굳이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름이니까. 남은 팔경일랑은 다른 계절을 위해 남겨둬도 그만이다. 김신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므로. 그러고 보면 내가 싫어한 게 여름은 아닌 것 같다. 장미의 가시처럼 뾰족한 여름의 더위 때문이었을 뿐, 그저 여름날의 추억 하나 갖고 싶었는지도.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면 지겹게 정겨운 이 여름의 초록이 분명 그리울 테니까. 복날에 베어 문 수박처럼. 비록 여름을 싫어하는 나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간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경기의 소금강, 동두천시 소요산 [두시기행문]

    경기의 소금강, 동두천시 소요산 [두시기행문]

    경기도 동두천에 솟아 있는 소요산(587m)은 그 높이가 결코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경기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릴 만큼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이름 그대로 ‘요리조리 거닐며 산책하기 좋은 산’이라는 뜻을 품은 소요산은,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 깊은 계곡과 뾰족하게 솟은 기암괴석, 그리고 울창한 숲을 모두 갖춘 알찬 명산이다. 특히 가을이면 산 전체가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단풍으로 뒤덮여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상춘객의 발걸음을 이끄는 곳이기도 하다. 소요산 산행의 시작은 일주문을 지나며 마주하는 자재암(自在庵)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열린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자재암은 산의 깊은 품 안에서 세월의 흔적을 묵묵히 간직하고 있다. 암자 입구에서 만나는 원효폭포는 쏟아지는 물줄기가 한여름의 더위조차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고 청량하다. 자재암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기암괴석이 빚어낸 웅장한 풍경이 이어져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소요산의 최고봉인 의상대(587m)에 올라서면 동두천 시가지와 주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정상에서 느끼는 탁 트인 조망은 산 아래에서의 모든 번뇌를 잠시 잊게 만든다. 소요산이 품은 또 다른 매력은 기묘하게 솟아오른 암벽과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계곡의 조화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는 거친 바위산과는 대비되는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어, 가족 단위 탐방객들이 가볍게 숲길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숲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연분홍빛 수를 놓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며, 가을에는 소요산의 상징인 붉은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겨울의 소요산 역시 눈 덮인 바위산의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사계절 내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소요산 입구 근처에는 산행객들을 위한 다양한 맛집들이 모여 있다. 구수한 손두부 요리는 산행으로 지친 몸을 따뜻하게 달래주기에 최고의 음식이다. 갓 부쳐낸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산행의 긴장이 기분 좋게 풀리며 마음마저 풍요로워진다. 근처에는 소요산의 정취를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아담한 카페들도 자리하고 있어, 여행의 여운을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 아기자기한 바위 비경을 품은 홍성 용봉산 [두시기행문]

    아기자기한 바위 비경을 품은 홍성 용봉산 [두시기행문]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경계에 아담하게 솟아 있는 용봉산(381m)은 바위가 빚어낸 화려하고 수려한 산세로 충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명산이다. 산의 모양이 용의 몸집에 호랑이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용봉’(龍鳳)이라는 고결한 이름을 얻었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기괴한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정교하게 빚어낸 조각품처럼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며, 아담한 체구 속에 거대한 산의 품격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방문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용봉산 산행의 묘미는 자연휴양림이나 용봉초등학교 등 아늑한 들머리에서 출발하여 아기자기한 암릉과 숲길을 거쳐 정상을 향해 오르는 여정에 있다. 산행 초입의 완만한 숲길을 지나 슬슬 능선으로 접어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뼈대만 남은 듯 독특한 형상의 바위들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험준한 고산 준봉처럼 거칠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틈을 헤치고 오르는 밧줄 구간과 암릉 타기는 소소한 스릴과 함께 온몸으로 산을 오르는 성취감을 안겨준다. 능선 위를 걷다 보면 발아래로 홍성의 너른 들판과 충남도청 내포신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용봉산 정상부와 능선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기묘한 바위 조각들과 문화유적들은 산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별한 볼거리다. 자연이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다듬어낸 최영 장군 생가지 인근의 바위들과 미륵불을 비롯한 불교 유적들은, 험준한 바위산의 풍경에 인간의 오랜 역사와 묵직한 서사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땀 흘려 오른 정상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충남의 평화로운 들판과 산세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잊지 못할 여운을 마음에 품게 된다. 산행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용봉산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산 후에는 인근의 유서 깊은 김좌진 장군 생가지나 한용운 선생 생가지 등을 거닐며 홍성의 깊은 역사적 발자취 남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겹겹이 쌓인 선조들의 흔적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 이곳은 산행의 긴장감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홍성의 맑은 농촌 풍경이나 인근의 맛고을을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용봉산이 위치한 홍성은 전국 최고 수준의 육질을 자랑하는 홍성한우 불고기는 부드러운 육즙으로 지친 기력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광천의 깊은 손맛이 담긴 토속 젓갈과 국밥은 혀끝을 감돌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 남도의 금강산, 암릉의 정수를 품은 강진 덕룡산 [두시기행문]

    남도의 금강산, 암릉의 정수를 품은 강진 덕룡산 [두시기행문]

    전남광주특별시 강진군 작천면과 성전면에 걸쳐 뾰족하게 솟아 있는 덕룡산(432.9m)은 해발 고도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바위가 빚어낸 화려하고 아찔한 산세로 남녘에서 손꼽히는 명산이다. ‘남도의 소금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날카롭게 깎아 세운 기암괴석과 첩첩이 겹쳐진 암릉들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져 산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봄이면 산기슭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와 거친 회색빛 바위가 대비를 이루며 독보적인 풍광을 뽐내는 덕룡산은, 작은 체구 속에 거대한 용의 기운을 숨기고 있는 듯 웅장한 매력을 품고 있다. 덕룡산 산행의 묘미는 주작산으로 이어지는 종주 능선 위에서 펼쳐지는 스릴 넘치는 암릉 타기에 있다. 산행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를 치고 오르며 능선에 올라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뼈대만 남은 듯 날카로운 암봉들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밧줄을 잡고 발 디딜 곳을 찾아가며 아슬아슬한 바위 벼랑을 넘나드는 과정은, 여느 고산 준봉 못지않은 짜릿한 도전 정신과 짜릿한 성취감을 안겨준다. 능선 위를 걷다 보면 발아래로 강진의 너른 들판과 다도해의 푸른 바다가 아스라이 조망되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산객들에게 잊지 못할 파노라마를 선물한다. 특히 덕룡산 정상부와 암릉 구간을 지나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기묘한 바위 조각들은 자연이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낸 거대한 예술품이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 위태로우면서도 꼿꼿하게 서 있는 바위 봉우리들은 마치 용의 비늘처럼 겹겹이 이어져 감탄을 자아낸다. 험준한 바위틈을 헤치고 오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남도 특유의 따스한 햇살과 맑은 바람이 거친 바위의 기운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묵직한 서사를 완성해낸다. 산행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덕룡산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산 후에는 인근의 유서 깊은 다산초당이나 시원한 대숲이 반기는 가우도 출렁다리를 거닐며 남도의 고즈넉한 정취를 마주하는 것을 추천한다. 겹겹이 쌓인 역사적 흔적과 잔잔한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이곳은 산행의 긴장감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강진의 맑은 숲길이나 전통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산행을 마치고 마을로 내려오면 이 지역의 넉넉한 인심으로 빚어낸 토속적인 남도 한정식과 고소한 생선구이, 그리고 든든한 국밥 요리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정갈하게 차려진 나물 반찬과 깊은 맛을 내는 국물 요리들은, 거친 바위산에서 지친 몸을 달래 준다. 자연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낸 밥상 앞에서, 덕룡산의 아찔했던 암릉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차분히 하루를 매듭짓는 시간은 여행의 가장 완벽한 마침표가 된다.
  • 평야 위 솟은 기암절벽…월출산 일원, 국가 명승 된다

    평야 위 솟은 기암절벽…월출산 일원, 국가 명승 된다

    우뚝 솟은 바위산과 오래된 사찰, 옛 기록이 겹겹이 쌓인 전남 월출산 일대가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국가 제의와 불교문화, 시문과 고지도 등 다양한 기록유산이 오랫동안 축적된 복합 산악 문화경관인 전남광주 ‘월출산 일원’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7일 밝혔다. 월출산은 삼국시대부터 이름과 제사 전통이 이어진 명산이다. ‘삼국사기’에는 월나군에 있는 ‘월내악’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기록됐고, 주봉인 천황봉은 통일신라 시기부터 나라의 제사를 지내던 제의 공간으로 활용되며 산악 신앙과 국가 의례 전통이 이어졌다. 월출산 일원은 무위사·도갑사를 중심으로 서남부 불교문화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두 사찰에는 왕실의 후원을 받아 조성된 극락보전과 마애불 등 여러 불교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월출산의 경관은 옛 문학과 그림, 지도 속에도 반복해 등장했다. 고려·조선시대 시문과 ‘백운동도’ 등 옛 회화, 고지도에는 월출산의 산세·계곡·사찰 경관이 상세히 묘사됐다. 지질·생태적 가치도 높다. 월출산은 평야지대에서 갑자기 솟구친 독립 화강암 산괴다. 저지대 난대성 식생에서 정상부 온대성 식생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식생대 변화가 뚜렷하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등 특이 식생도 확인돼 생태학적 가치도 크다는 평가다. 신앙과 설화, 시대별 산 이름은 월출산의 인문지리·민속학적 가치를 더한다. 구정봉 정상의 아홉 우물에 얽힌 설화와 함께 월내악·소금강·천불 등 여러 이름이 전해진다. 정약용·김창협 등의 유산기와 시문에는 월출산에 대한 인식과 산악 체험이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월출산 일원에 대한 각계 의견을 30일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승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 구름 뚫고 솟은 기암의 전당, 경기 오악의 으뜸 운악산 [두시기행문]

    구름 뚫고 솟은 기암의 전당, 경기 오악의 으뜸 운악산 [두시기행문]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과 포천시 화현면에 걸쳐 솟아 있는 운악산(937.5m)은 ‘경기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명산이다. ‘구름을 뚫고 솟은 바위산’이라는 이름처럼, 망경대를 중심으로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뻗은 암봉들이 빚어내는 산세는 가히 압도적이다.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 아래 자리한 천년고찰 현등사의 이름을 빌려 ‘현등산’이라 불리기도 하며, 깊은 산중에 숨겨진 운악 팔경의 비경은 찾는 이들에게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운악산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험준한 산세로 유명하다. 산의 정상인 망경대에 오르면 남쪽으로는 현리 시가지와 포천의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명지산과 화악산의 첩첩한 산줄기가 아련하게 굽이친다. 산행 길에 만나는 제1경 백년폭포는 오랜 시간 변함없이 흐르는 생명력을 보여주며, 눈썹바위와 코끼리바위 등 곳곳에 자리한 기묘한 바위들은 자연이 빚은 조각 전시장 같다. 최근 가평 방면 등산로에 들어선 출렁다리는 거친 암벽 사이를 가로지르며 산행의 긴장감에 낭만을 더하는데, 이곳에 서면 기암괴석을 병풍 삼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평 산군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산행의 여운을 이어가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운악산의 깊이를 한층 더해준다. 하산 후에는 현등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아기자기한 계곡의 정취를 따라 가평의 숨은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운악산 인근의 ‘아침고요수목원’은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산행의 거친 기운을 부드럽게 감싸주며, 고요한 산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또한, 가평의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쁘띠프랑스’나 ‘이탈리아 마을’ 등은 색다른 이국적 풍경을 제공하며 산행과는 또 다른 즐거운 추억을 남겨준다. 포천 쪽으로 넘어간다면 ‘포천 아트밸리’의 화강암 절벽이 선사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긴 산행으로 허기진 몸을 달래줄 먹거리는 산자락 아래 마을의 투박한 손맛이 책임진다. 가평과 포천의 경계에서 만나는 음식점들은 이 지역의 맑은 지하수로 빚어낸 두부 요리들이 단연 으뜸이다. 갓 끓여 낸 순두부나 고소한 들기름에 구운 두부 부침은 거친 산행으로 지친 몸을 다독여주는 정직하고 따뜻한 위로다. 특별한 기교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낸 소박한 한 상은, 산행의 긴 호흡을 내려놓고 차분히 오늘 하루를 매듭짓기에 충분한 행복을 전해준다.
  • 백두대간의 품 속, 오대산 노인봉 [두시기행문]

    백두대간의 품 속, 오대산 노인봉 [두시기행문]

    강원도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솟아 있는 노인봉(1338m)은 오대산 국립공원이 품은 가장 거칠고도 아름다운 암릉의 정점이다.산의 이름은 정상의 기암괴석이 마치 백발 노인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거대한 암봉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솟아 있는 모습은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산의 의연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노인봉은 백두대간의 중심 능선에 자리 잡고 있어 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한 번쯤 반드시 올라야 할 순례길과 같다. 노인봉 산행은 자연이 그려낸 가장 화려한 수채화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진고개에서 시작되는 코스는 완만하면서도 고도가 높아 산행 초입부터 탁 트인 능선 조망을 선물한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로 펼쳐진 동해안의 푸른 바다와 첩첩이 쌓인 강원도의 산맥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맑은 날 노인봉 정상에 서면 동해로 뻗어 나가는 산줄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용의 등허리처럼 장쾌하게 굽이친다. 거친 바위 사이로 뿌리 내린 소나무들은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꼿꼿한 자태로 탐방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노인봉 산행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은 바로 ‘소금강’(小金剛) 계곡이다. 노인봉 정상에서 시작되어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이 계곡은 금강산의 절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무릉계, 구룡폭포, 만물상 등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기암절벽과 옥빛 물결은 지친 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여름철 노인봉을 오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계곡물은 얼음처럼 차갑고 맑아 숲이 내뿜는 서늘한 기운과 함께 산행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준다. 산행 후 즐기는 강원도의 맛은 노인봉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자리한 만큼 인근에서는 메밀을 활용한 막국수와 고소한 메밀전병을 맛볼 수 있다. 맑은 계곡 물에서 자란 송어회나 토속적인 산채 비빔밥은 산행 후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산 아래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메밀차 한 잔은 노인봉의 거친 바람을 잊게 해준다.
  • 양산에서 만나는 ‘소금강산’, 천성산의 겨울

    양산에서 만나는 ‘소금강산’, 천성산의 겨울

    경남 양산시 동부 웅상지역과 상북면·하북면의 경계를 이루는 천성산(千聖山)은 해발 920m의 높이로 우뚝 솟아 있다.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낙동정맥의 한 줄기가 이곳에서 큰 봉우리를 형성하며, 이후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요충지다. 회야강과 용연천, 주진천 등 여러 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한 천성산은 예로부터 양산 땅의 생명줄을 품은 산으로 여겨져 왔다. 천성산은 오래전부터 ‘소금강산’(小金剛山)이라 불렸다. 깊게 패인 계곡과 폭포, 기암괴봉이 이어지는 산세가 금강산을 닮았다는 의미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대동지지에는 이 산이 원적산(圓寂山)으로 기록돼 있으며, 천성산이라는 이름은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당나라에서 건너온 천 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해 모두 성인(聖人)이 되게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봉우리별로 원효산과 천성산으로 나뉘어 불렸으나 현재는 천성산 제1봉(원효봉)과 제 2봉(비로봉)으로 정리돼 있다. 천성산의 자연은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겨울의 풍경은 특히 각별하다. 눈이 내린 날이면 완만한 능선과 드넓은 정상 초원이 순백으로 덮이며, 화엄늪과 밀밭늪 일대는 고요한 설원으로 변한다. 이곳은 도롱뇽을 비롯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산지 습지로, 겨울에는 생명의 흔적이 잠시 숨을 고르듯 잠잠해지며 오히려 자연의 원형이 또렷이 드러난다. 나뭇잎을 떨군 숲 사이로 보이는 산줄기와 계곡의 윤곽은 천성산의 뼈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천성산 겨울 산행의 백미는 제1봉(원효봉)으로 향하는 능선이다. 과거 군사시설로 통제됐던 원효봉은 현재 개방되어 누구나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 서면 동해와 남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날도 있다. 특히 천성산은 한반도 본토에서 1월 1일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새해 일출을 맞기 위한 산행지로도 유명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떠오르는 해는 능선 위 눈밭을 붉게 물들이며 장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원효봉 아래 자리한 원효암 역시 겨울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대석저수지에서 이어지는 길 끝에 닿는 원효암은 깊은 산중에 있으면서도 접근성이 좋으며 고요한 겨울 산사의 정취를 느끼기에 알맞다. 눈 쌓인 암자 마당과 고요한 풍경은 원효대사의 흔적을 더 또렷하게 떠올리게 한다. 이 일대에서 제2봉(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기복이 크지 않아 겨울철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산행이 가능하고 화엄늪과 습지늪과 같은 자연생태를 만날 수 있다. 천성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히 경관에만이 아니라, 깊은 계곡과 습지, 초원과 능선이 한 산 안에 공존하고, 신라 불교의 역사와 현대의 환경 논쟁까지 겹겹이 쌓여 있다. 봄의 진달래와 철쭉, 가을의 억새가 화려함을 담당한다면, 겨울의 천성산은 모든 것을 덜어낸 채 본래의 산 모습을 보여준다. 적막 속에서 드러나는 산의 윤곽과 빛, 그리고 오래된 시간의 무게가 천성산을 더욱 깊고 단단한 명산으로 만든다. 천성산 인근에는 산행 후 들르기 좋은 한식당과 보양식집이 많다. 내원사와 상북·하북면 일대에서는 삼계탕, 추어탕, 백숙 등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녹일 수 있고, 물금읍과 웅상지역으로 내려가면 식당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숙소는 양산 시내와 물금, 웅상지역에 고루 분포해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산행과 휴식을 함께하기에 무리가 없다. 주변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내원사와 계곡, 홍룡사와 홍룡폭포 등이 있어 천성산 산행을 자연과 역사 탐방으로 이어갈 수 있다.
  • 양산에서 만나는 ‘소금강산’, 천성산의 겨울 [두시기행문]

    양산에서 만나는 ‘소금강산’, 천성산의 겨울 [두시기행문]

    경남 양산시 동부 웅상지역과 상북면·하북면의 경계를 이루는 천성산(千聖山)은 해발 920m의 높이로 우뚝 솟아 있다.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낙동정맥의 한 줄기가 이곳에서 큰 봉우리를 형성하며, 이후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요충지다. 회야강과 용연천, 주진천 등 여러 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한 천성산은 예로부터 양산 땅의 생명줄을 품은 산으로 여겨져 왔다. 천성산은 오래전부터 ‘소금강산’(小金剛山)이라 불렸다. 깊게 패인 계곡과 폭포, 기암괴봉이 이어지는 산세가 금강산을 닮았다는 의미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대동지지에는 이 산이 원적산(圓寂山)으로 기록돼 있으며, 천성산이라는 이름은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당나라에서 건너온 천 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해 모두 성인(聖人)이 되게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봉우리별로 원효산과 천성산으로 나뉘어 불렸으나 현재는 천성산 제1봉(원효봉)과 제 2봉(비로봉)으로 정리돼 있다. 천성산의 자연은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겨울의 풍경은 특히 각별하다. 눈이 내린 날이면 완만한 능선과 드넓은 정상 초원이 순백으로 덮이며, 화엄늪과 밀밭늪 일대는 고요한 설원으로 변한다. 이곳은 도롱뇽을 비롯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산지 습지로, 겨울에는 생명의 흔적이 잠시 숨을 고르듯 잠잠해지며 오히려 자연의 원형이 또렷이 드러난다. 나뭇잎을 떨군 숲 사이로 보이는 산줄기와 계곡의 윤곽은 천성산의 뼈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천성산 겨울 산행의 백미는 제1봉(원효봉)으로 향하는 능선이다. 과거 군사시설로 통제됐던 원효봉은 현재 개방되어 누구나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 서면 동해와 남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날도 있다. 특히 천성산은 한반도 본토에서 1월 1일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새해 일출을 맞기 위한 산행지로도 유명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떠오르는 해는 능선 위 눈밭을 붉게 물들이며 장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원효봉 아래 자리한 원효암 역시 겨울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대석저수지에서 이어지는 길 끝에 닿는 원효암은 깊은 산중에 있으면서도 접근성이 좋으며 고요한 겨울 산사의 정취를 느끼기에 알맞다. 눈 쌓인 암자 마당과 고요한 풍경은 원효대사의 흔적을 더 또렷하게 떠올리게 한다. 이 일대에서 제2봉(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기복이 크지 않아 겨울철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산행이 가능하고 화엄늪과 습지늪과 같은 자연생태를 만날 수 있다. 천성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히 경관에만이 아니라, 깊은 계곡과 습지, 초원과 능선이 한 산 안에 공존하고, 신라 불교의 역사와 현대의 환경 논쟁까지 겹겹이 쌓여 있다. 봄의 진달래와 철쭉, 가을의 억새가 화려함을 담당한다면, 겨울의 천성산은 모든 것을 덜어낸 채 본래의 산 모습을 보여준다. 적막 속에서 드러나는 산의 윤곽과 빛, 그리고 오래된 시간의 무게가 천성산을 더욱 깊고 단단한 명산으로 만든다. 천성산 인근에는 산행 후 들르기 좋은 한식당과 보양식집이 많다. 내원사와 상북·하북면 일대에서는 삼계탕, 추어탕, 백숙 등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녹일 수 있고, 물금읍과 웅상지역으로 내려가면 식당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숙소는 양산 시내와 물금, 웅상지역에 고루 분포해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산행과 휴식을 함께하기에 무리가 없다. 주변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내원사와 계곡, 홍룡사와 홍룡폭포 등이 있어 천성산 산행을 자연과 역사 탐방으로 이어갈 수 있다.
  •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영덕군 남정면, 죽장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內延山)은 동해안을 향해 뻗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이다. 최고봉은 해발 930m의 향로봉으로, 문수산(622m)·삼지봉(710m)·삿갓봉·천령산(우척봉) 등 준봉들이 길게 능선을 이루며 이어진다. 행정상 내연산 정상으로 불리는 삼지봉의 높이는 710m이지만, 산세의 중심과 상징은 깊은 청하골 끝에 숨어 있는 향로봉에 있다. 내연산이라는 이름은 본래 ‘종남산’에서 비롯됐다.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이 산으로 몸을 숨긴 뒤, 산세가 깊고 안으로 길게 이어진다 하여 ‘안으로 뻗은 산’이라는 뜻의 내연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이 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한 육산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만 들어서면 20리 넘게 이어지는 골짜기와 절벽, 폭포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맞은편 천령산 줄기가 향로봉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어, 정상은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연산은 예부터 ‘신선의 산’으로 불려왔다. 내연산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청하골에 숨 쉬는 12폭포와 소금강전망대를 꼽는다. 보경사 아래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봉폭포를 지나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에 이르면 계곡미는 절정에 이른다. 특히 제6폭포인 관음폭포는 쌍폭 형태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이를 둘러싼 선일대·신선대·관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 옆 관음굴 안쪽에서는 폭포수가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독특한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약 30m, 길이 40m에 달하는 연산폭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학소대 절벽 아래로 쏟아지는 물기둥은 청하골에서 가장 웅장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일대는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소금강전망대 또한 반드시 들러야 할 지점이다. 소금강전망대 일대는 화산암 지형이 만들어낸 내연산 특유의 암릉 경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풍화에 강한 암반이 오랜 세월 침식을 견디며 남아,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과 굴곡진 능선을 형성했다. 계절에 따라 풍경도 크게 달라지는데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계곡 물안개가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청하골을 가득 메운다. 겨울에는 잎을 떨군 숲 사이로 능선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져 내연산의 지형미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등산 코스는 다양하지만 초보자와 가족 산행객에게 가장 추천되는 길은 보경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 회귀 코스다. 보경사에서 보현암과 소금강전망대를 거쳐 은폭포 삼거리, 선일대, 연산폭포를 지나 다시 보경사로 돌아오는 약 7.5km 구간으로, 소요 시간은 4시간 30~40분 정도다. 길은 잘 정비돼 있고 안내판도 촘촘해 길 찾기 부담이 적다. 산행 후에는 보경사 인근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보경사는 팔면경 설화와 함께 원진국사비, 승탑 등 보물급 문화재를 품고 있다. 숙소는 송라면과 청하면 일대에 펜션과 민박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여름철에는 옥계계곡 야영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먹거리는 포항답게 물회와 과메기, 대게 요리를 비롯해 산채정식을 내는 식당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깊은 골짜기와 폭포, 그리고 숲길이 어우러진 내연산은 사계절 내내 걷는 이에게 다른 얼굴을 내어주는 동해안 최고의 계곡 산행지다.
  •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두시기행문]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두시기행문]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영덕군 남정면, 죽장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內延山)은 동해안을 향해 뻗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이다. 최고봉은 해발 930m의 향로봉으로, 문수산(622m)·삼지봉(710m)·삿갓봉·천령산(우척봉) 등 준봉들이 길게 능선을 이루며 이어진다. 행정상 내연산 정상으로 불리는 삼지봉의 높이는 710m이지만, 산세의 중심과 상징은 깊은 청하골 끝에 숨어 있는 향로봉에 있다. 내연산이라는 이름은 본래 ‘종남산’에서 비롯됐다.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이 산으로 몸을 숨긴 뒤, 산세가 깊고 안으로 길게 이어진다 하여 ‘안으로 뻗은 산’이라는 뜻의 내연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이 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한 육산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만 들어서면 20리 넘게 이어지는 골짜기와 절벽, 폭포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맞은편 천령산 줄기가 향로봉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어, 정상은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연산은 예부터 ‘신선의 산’으로 불려왔다. 내연산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청하골에 숨 쉬는 12폭포와 소금강전망대를 꼽는다. 보경사 아래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봉폭포를 지나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에 이르면 계곡미는 절정에 이른다. 특히 제6폭포인 관음폭포는 쌍폭 형태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이를 둘러싼 선일대·신선대·관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 옆 관음굴 안쪽에서는 폭포수가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독특한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약 30m, 길이 40m에 달하는 연산폭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학소대 절벽 아래로 쏟아지는 물기둥은 청하골에서 가장 웅장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일대는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소금강전망대 또한 반드시 들러야 할 지점이다. 소금강전망대 일대는 화산암 지형이 만들어낸 내연산 특유의 암릉 경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풍화에 강한 암반이 오랜 세월 침식을 견디며 남아,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과 굴곡진 능선을 형성했다. 계절에 따라 풍경도 크게 달라지는데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계곡 물안개가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청하골을 가득 메운다. 겨울에는 잎을 떨군 숲 사이로 능선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져 내연산의 지형미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등산 코스는 다양하지만 초보자와 가족 산행객에게 가장 추천되는 길은 보경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 회귀 코스다. 보경사에서 보현암과 소금강전망대를 거쳐 은폭포 삼거리, 선일대, 연산폭포를 지나 다시 보경사로 돌아오는 약 7.5km 구간으로, 소요 시간은 4시간 30~40분 정도다. 길은 잘 정비돼 있고 안내판도 촘촘해 길 찾기 부담이 적다. 산행 후에는 보경사 인근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보경사는 팔면경 설화와 함께 원진국사비, 승탑 등 보물급 문화재를 품고 있다. 숙소는 송라면과 청하면 일대에 펜션과 민박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여름철에는 옥계계곡 야영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먹거리는 포항답게 물회와 과메기, 대게 요리를 비롯해 산채정식을 내는 식당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깊은 골짜기와 폭포, 그리고 숲길이 어우러진 내연산은 사계절 내내 걷는 이에게 다른 얼굴을 내어주는 동해안 최고의 계곡 산행지다.
  • 동해를 품은 화강암의 성채, 두타산이 빚어낸 천하 제일경

    동해를 품은 화강암의 성채, 두타산이 빚어낸 천하 제일경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 솟은 두타산(1,357m)은 바다와 산, 협곡과 암릉이 동시에 어우러진 동해안 최고의 명산이다.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바다가 있고 북쪽으로는 깊은 계곡이, 남쪽으로는 태백산맥의 중첩된 산줄기가 이어지며 사방이 서로 다른 풍경으로 열려 있다.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교차하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두타산은 사계절 내내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내는 입체적인 산이다. 예로부터 험준한 암봉과 깊은 계곡, 산성 유적과 사찰이 조화를 이루는 산으로 알려지며 동해안 산악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두타산의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과는 결이 다르다. 온몸이 바위로 짜인 듯한 암릉과 협곡이 곳곳에 펼쳐지며 능선을 따라 오를수록 시야는 점차 수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해발 470m 지점에 조성된 마천루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수십 길 절벽이 곧장 떨어지고 협곡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로 이어진다. 빌딩처럼 솟은 암봉과 직벽 사이를 잇는 잔도형 데크 길은 두타산이 ‘바위의 성채’라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실감하게 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협곡 풍경은 평면적인 감상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생생한 위압감을 전한다. 두타산의 명소로는 단연 무릉계곡이다.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로 길게 펼쳐진 이 계곡은 기암괴석과 폭포, 소(沼)가 연이어 이어지며 한 폭의 산수화를 이룬다. 용추폭포와 쌍폭포, 선녀탕으로 이어지는 물길은 여름에는 서늘한 청량감을, 가을에는 불붙은 듯한 단풍의 장관을 선사한다. 너럭바위 위를 얇게 흐르는 물줄기와 그 위에 층층이 뿌리 내린 소나무 숲은 ‘무릉도원’이라는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타산의 가을은 화려함보다 깊이와 무게감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두타산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절경은 해발 550m 부근에 자리한 베틀바위다. 절벽 위에 또 다른 절벽이 덧쌓인 듯한 형상의 거대한 바위 능선은 보는 순간 압도적인 스케일을 전한다. 산꾼들 사이에서는 ‘베틀릿지’, ‘소금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장가계에 비유될 만큼 이국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옛날 선녀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베를 짜고 하늘로 돌아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전망대에 서면 무릉계곡과 협곡, 수직 암봉들이 한눈에 펼쳐져 비현실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두타산 산행은 체력과 경험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관리사무소로 출발해 베틀바위, 산성터 등 협곡과 암릉,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정석 코스로 약 2시간부터 6시간 이상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경험이 있다면 베틀바위를 지나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이 구간은 조망이 탁 트이고 바위 능선의 긴장감이 뛰어나 두타산의 진짜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두타산의 정상으로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 정상까지 방문할 계획이라면 댓재를 통해 정상을 먼저 방문한 후 산성길을 통해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두타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청옥산이 완만한 육산의 듬직함을 보여준다면 두타산은 굴곡진 암릉의 역동성을 전면에 드러내며 전혀 다른 산행의 재미를 선사한다. 두타산 정상에 서면 북쪽 일부를 제외한 사방이 시원하게 열린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동해 바다와 태백의 산줄기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와 산, 협곡과 암릉, 역사와 전설이 한데 포개진 이 풍경은 두타산이 왜 ‘천하비경’이라 불리는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사람의 발길이 여전히 쉽게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와 수직 절벽이 공존하는 두타산은 오늘도 동해 위에 솟은 거대한 바위 성채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동해를 품은 화강암의 성채, 두타산이 빚어낸 천하 제일경 [두시기행문]

    동해를 품은 화강암의 성채, 두타산이 빚어낸 천하 제일경 [두시기행문]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 솟은 두타산(1,357m)은 바다와 산, 협곡과 암릉이 동시에 어우러진 동해안 최고의 명산이다.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바다가 있고 북쪽으로는 깊은 계곡이, 남쪽으로는 태백산맥의 중첩된 산줄기가 이어지며 사방이 서로 다른 풍경으로 열려 있다.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교차하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두타산은 사계절 내내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내는 입체적인 산이다. 예로부터 험준한 암봉과 깊은 계곡, 산성 유적과 사찰이 조화를 이루는 산으로 알려지며 동해안 산악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두타산의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과는 결이 다르다. 온몸이 바위로 짜인 듯한 암릉과 협곡이 곳곳에 펼쳐지며 능선을 따라 오를수록 시야는 점차 수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해발 470m 지점에 조성된 마천루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수십 길 절벽이 곧장 떨어지고 협곡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로 이어진다. 빌딩처럼 솟은 암봉과 직벽 사이를 잇는 잔도형 데크 길은 두타산이 ‘바위의 성채’라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실감하게 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협곡 풍경은 평면적인 감상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생생한 위압감을 전한다. 두타산의 명소로는 단연 무릉계곡이다.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로 길게 펼쳐진 이 계곡은 기암괴석과 폭포, 소(沼)가 연이어 이어지며 한 폭의 산수화를 이룬다. 용추폭포와 쌍폭포, 선녀탕으로 이어지는 물길은 여름에는 서늘한 청량감을, 가을에는 불붙은 듯한 단풍의 장관을 선사한다. 너럭바위 위를 얇게 흐르는 물줄기와 그 위에 층층이 뿌리 내린 소나무 숲은 ‘무릉도원’이라는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타산의 가을은 화려함보다 깊이와 무게감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두타산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절경은 해발 550m 부근에 자리한 베틀바위다. 절벽 위에 또 다른 절벽이 덧쌓인 듯한 형상의 거대한 바위 능선은 보는 순간 압도적인 스케일을 전한다. 산꾼들 사이에서는 ‘베틀릿지’, ‘소금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장가계에 비유될 만큼 이국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옛날 선녀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베를 짜고 하늘로 돌아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전망대에 서면 무릉계곡과 협곡, 수직 암봉들이 한눈에 펼쳐져 비현실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두타산 산행은 체력과 경험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관리사무소로 출발해 베틀바위, 산성터 등 협곡과 암릉,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정석 코스로 약 2시간부터 6시간 이상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경험이 있다면 베틀바위를 지나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이 구간은 조망이 탁 트이고 바위 능선의 긴장감이 뛰어나 두타산의 진짜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두타산의 정상으로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 정상까지 방문할 계획이라면 댓재를 통해 정상을 먼저 방문한 후 산성길을 통해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두타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청옥산이 완만한 육산의 듬직함을 보여준다면 두타산은 굴곡진 암릉의 역동성을 전면에 드러내며 전혀 다른 산행의 재미를 선사한다. 두타산 정상에 서면 북쪽 일부를 제외한 사방이 시원하게 열린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동해 바다와 태백의 산줄기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와 산, 협곡과 암릉, 역사와 전설이 한데 포개진 이 풍경은 두타산이 왜 ‘천하비경’이라 불리는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사람의 발길이 여전히 쉽게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와 수직 절벽이 공존하는 두타산은 오늘도 동해 위에 솟은 거대한 바위 성채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황금연휴, 전북 여행 어때?…‘특별한 여행 14선’ 공개

    황금연휴, 전북 여행 어때?…‘특별한 여행 14선’ 공개

    추석 황금연휴 방문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전북만의 여행콘텐츠가 공개됐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추석 연휴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전북 관광지 14선’을 소개했다. 과거로 돌아가 옛 추억을 느끼다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전주난장’은 ‘그때 그 시절’을 그대로 재현한 근대사 체험박물관이다. 25년간 수집한 근대 소품들이 거리마다 정겨운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은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제공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군산에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추억 여행지가 있다. ‘군산항 1981’은 1981년에 지어진 옛 군산항 여객터미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시 재생형 관광지다. 특히 9일부터 12일까지 ‘군산 시간여행 축제’와 함께 레트로 감성의 포토존·굿즈숍·독립영화관·루프탑 전망대 등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무주 구천동 어사길’은 구천동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탐방코스다. 소설 ‘박문수전’에서 어사 박문수가 무주 구천동을 찾아 어려운 민심을 살폈다는 설화가 유명하다. ‘정읍 장금이파크’는 조선시대 의녀 대장금의 고향으로 알려진 산내면의 체험형 테마파크다. 다양한 전시·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명절 연휴에 가족이 함께 세대 공감형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춘향제와 함께 문을 연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관인 ‘남원 피오리움’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남원의 정체성을 첨단 디지털 아트로 구현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정읍 장금이파크와 남원 피오리움은 추석 당일 휴무) 천혜의 자연 속 힐링 공간 ‘김제 망해사’는 최근 국가 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된 망해사는 서해와 고군산열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경관과 함께 전통 사찰 건축물이 어우러져 깊이 있는 힐링을 선사한다. 8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김제 지평선축제’에선 벽골제 전설 쌍룡놀이, 아궁이 쌀밥 짓기 등 체험활동도 즐길 수 있다. ‘익산 밀새싹힐링팜’은 2600평 규모의 치유형 농장 겸 체험 공간으로 자연과 건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힐링 여행지다. 스마트팜·치유정원·힐링카페 등 다양한 체험시설과 주변의 관광자원(보석박물관·왕궁리유적지 등)을 연계한 가족 여행 코스로 추천된다. ‘장수 뜬봉샘생태공원’은 금강의 발원지로 원시림과 청정한 물길이 어우러진 유명 생태 관광지다. 태조 이성계의 전설이 깃든 ‘뜬봉샘’이라는 이름처럼 신비로운 자연과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 다양한 체험시설과 무장애 보행로로 누구나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부안 직소폭포’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의 대표 탐방코스로 내륙 깊숙이 숨겨진 보물 같은 명소다. ‘내륙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완만한 경사의 탐방로를 갖추고 있어 가족 나들이와 힐링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완주 대아수목원’도 전북 대표 힐링 명소다. 150ha가 넘는 넓은 대지에 산림문화전시관, 열대식물원, 생태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어 천천히 산책하며 자연을 배울 수 있다. (추석 당일 휴무) 체험·즐길 거리도 풍성 ‘진안 마이돈농촌테마공원’은 북부 마이산 자락의 돼지 테마 농촌공원이다. 꽃 돼지 놀이터·터널분수․명상원 등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으로 인기가 높다. 인근의 마이산 탑사와 가위박물관 등을 함께 둘러보면 명절 기간 더욱 풍성하고 특별한 가족여행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임실 성수산’은 고려·조선의 건국 설화가 깃든 명산이다. 울창한 숲과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해 1996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됐다. 생태 등산로, 숲속 놀이터, 잔디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전북의 대표 생태 관광지이다. 8일부터 12일까지 ‘임실 N치즈축제’는 아이들과 함께 피자 만들기 등 오감만족 체험활동에 최적이다. 순창은 색다른 체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순창 채계산 전동스쿠터 체험장’은 전동스쿠터와 자전거를 대여해 적성 강변을 달리면 섬진강의 윤슬과 상쾌한 가을바람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특히 채계산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을 직접 달리는 체험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계절의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고창 상하농원’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촌 테마파크로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가 풍성하다. 오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소시지 유령과 함께하는 코스튬 페스티벌’이 열려 가을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찾아 고향의 정취를 만끽하며, 가족·친지와 함께 따뜻하고 특별한 명절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포항에 ‘쇠’ ‘바다’ 말고 볼끼 있겠능교… 어데 그 아찔한 매력에 ‘퐝’ 빠져 보실랍니껴

    포항에 ‘쇠’ ‘바다’ 말고 볼끼 있겠능교… 어데 그 아찔한 매력에 ‘퐝’ 빠져 보실랍니껴

    철로 만든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롤러코스터급 스릴에 곳곳서 비명정선이 반한 ‘내연산 12폭’도 백미 전망대서 바라본 삼용추에 눈호강 환호공원서 즐기는 공짜 미술작품바다 위로 늘어선 포항제철도 근사이름은 여러 차례 들었다. 그 가운데 8할 이상이 상찬의 말이었던 곳. 경북 포항의 내연산 12폭포다. 겸재 정선도 반했다는 그 유명한 폭포를 이제야 찾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불허전이다. 바다가 포항의 얼굴이라면, 내연산 12폭포는 포항의 속살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포항은 예술 여행으로도 적합한 도시다. 특히 철 재질의 조각과 조형물 분야의 볼거리들이 많다. 게다가 무료 관람이라 더 기쁘다.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요즘 물축제가 한창인 전남 장흥은 ‘좡’이다. 현지인 발음으로 ‘자응’이라 하다 아예 ‘좡’으로 축약해 부른다. 포항도 비슷하다. ‘퐝’이 애칭처럼 쓰인다. 실제 관광안내서 등 홍보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포항 최고 핫플… 외국인 관광객 가득 그 ‘퐝’의 요즘 최고 핫플레이스는 환호공원의 스페이스 워크다. 독일의 부부 작가가 철로 만든 체험형 조형미술 작품이다. 나라 안팎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이 작품을 보러 찾아온다. 과장 좀 보태 사방이 온통 중국말투성이일 때도 있다. 현지인과 달리 외지인은 스페이스 워크를 찾을 때 약간의 날씨 운이 필요하다. 어렵게 포항을 찾은 날에, 하필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오를 수가 없다. 옆에서 보는 건 가능하다지만, ‘관람’과 ‘체험’의 차이는 무척 크다.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던 스페이스 워크를 이번엔 기어코 올랐다. 그리고 그 느낌은 놀이공원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보느냐, 타느냐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이 이야기는 잠시 뒤에. 우선 방학 맞은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곳부터 소개한다. 로보라이프뮤지엄은 로봇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의 성지다. 무엇보다 입지가 좋다. 무려 ‘퐝’공대(포항공대) 캠퍼스 안에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공과대학을 거쳐 가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배우는 게 있을 터. 맹모삼천지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건 분명하다. 로보라이프뮤지엄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에서 운영하는 로봇전문과학관이다. 지능로봇체험관, 로봇교육실 등 전시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휴머노이드 댄스 로봇,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로봇 등 온 가족이 즐길 만한 볼거리가 많다. 온라인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이제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 내연산 계곡을 말할 차례다. 포항 시민들의 휴식처로, 계곡을 따라 12개 폭포가 늘어서 있다. 이를 ‘내연산 12폭’이라 부르는데, 보통은 일곱 번째인 연산폭포까지만 갔다가 돌아온다. 등산보다는 쉽고 산책보다는 약간 어려운 수준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계곡 전체 길이는 13㎞를 훌쩍 넘기지만 연산폭포까지는 3㎞가 채 못 된다. 넉넉잡아 1시간 남짓이면 족하다.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는 폭포 위 전망대까지 포함할 경우 1시간 이상 더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폭포가 내뿜는 서늘한 음이온을 온전히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거다. 나라 안에서 이름깨나 났다는 계곡들의 경우 계곡물에 발도 못 담그게 막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가마솥더위에 물을 보고도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건 숫제 고문과 다름없잖은가. 내연산 계곡은 다르다. 깊고 위험한 곳을 제외하면 스스럼없이 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계곡에선 천막 쳐 놓고 오랜 기간 특정 구역을 ‘강점’하는 무속인을 흔히 보게 마련이다. 계곡이 깊고 암벽의 존재감이 묵직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하다. 한데 내연산 계곡엔 무속인이 남긴 치성의 흔적이 거의 없다. 천막은 한 곳 있었지만 탐방객 시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리 볼썽사나운 모습은 아니다. 계곡에 별다른 시설도 없어 깔끔한 느낌이 더하다. 내연산 폭포는 국가유산 명승이다. 공식 명칭은 ‘포항 보경사 내연산 폭포’다. 12개 폭포 전체가 아니라 일곱 번째 폭포인 연산폭포 구역까지만 명승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명승 지정 기준 가운데 제1호인 ‘자연경관이 뛰어난 계곡’, 제4호 ‘역사문화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폭포·협곡·급류’ 기준을 충족했다고 봤다. 이 짧은 선정 기준안에 내연산 계곡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심안’으로 세 폭포 그려낸 겸재 정선 폭포 유람의 들머리는 보경사다. 오층석탑(보물) 등 볼거리가 꽤 있다. 계곡으로 들면 한동안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첫 번째는 상생폭포다. 이후 보현~삼보~잠룡~무풍~관음~연산폭포 순서로 이어진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폭포들이지만, 역시 절정은 6폭인 관음과 7폭 연산이다. 겸재 정선이 남긴 진경산수의 걸작 ‘내연산 삼용추’에 등장하는 바로 그 풍경이다. 겸재는 5폭 무풍(4폭 잠룡이란 견해도 있다)부터 7폭 연산까지 ‘일필휘쇄’로 그렸다. 쓸어내리듯 한 번의 재빠른 붓질로 그림을 완성했다는 뜻이다. 사실 세 폭포는 하늘을 나는 새의 시선으로 봐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겸재는 마음의 눈, 그러니까 심안으로 시야를 확장해 세 폭포를 그린 것이다. 그 결과가 걸작 ‘내연산 삼용추’(국내 최대 검색 사이트의 인공지능(AI)은 세 폭포를 상생·관음·연산이라 적고 있는데, 틀렸다. 상생은 첫 번째 폭포의 이름이다. ‘거짓말쟁이’ AI는 믿지 마시길)다. 폭포가 깃든 절벽 주변으로 각자(刻字)가 무척 많다. 모두 400여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그중 하나가 겸재가 새긴 글씨다. 포항 인근 청하 현감으로 재직하던 겸재가 1734년 무렵 연산폭포를 찾아 ‘갑인추(甲寅秋) 정선(鄭敾)’이란 글자를 새겼다. 폭포 옆 웅덩이 바로 위에 있다. 내연산 계곡을 새의 눈으로 굽어볼 수 있는 요처가 있다. 선일대와 소금강 전망대다. 서로 다른 절벽 위에서 마주 보고 있는데, 새로 조성된 소금강 전망대의 풍경이 빼어나다. 선일대와 명승으로 지정된 연산, 관음 등 폭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다만 두 번 산행해야 한다는 게 함정이다. 3폭 삼보폭포 위에서 소금강 전망대와 연산폭포로 직진하는 코스가 갈린다. 외지인으로서는 딜레마다. 전망대까지 다녀오자니 폭염에 체력이 달릴까 두려워서다. 내연산 일대가 처음이라면 소금강 전망대는 ‘버킷 리스트’로 남겨 두길 권한다. 소금강 전망대는 가까운 곳을 보는 폭포와 달리 우람한 암벽과 주변 산이 어우러진 너른 전경을 보는 자리다. 가을, 사방이 홍엽으로 물들 때도 묵직한 풍경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관음과 연산 등 폭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눈 호강은 충분하다. 이제 문화와 예술로 여정을 채울 차례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설치미술 작품, 스페이스 워크로 간다. 꼭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생겼는데, 몸이 뒤집히는 원형 구간을 제외하고 전 구간을 실제 걸어 볼 수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몇몇 구간에선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한데, 과장 좀 보태 새된 비명 소리를 각국 언어로 들을 수 있다. 조형물 아래 안내소에선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안전하다는 등의 안내 방송이 계속 나온다. 한데 어쩐지 이 방송을 들을 때 더 섬찟한 느낌이다. 날씨에 따라 스페이스 워크 입장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게 좋겠다. ●‘철의 도시’답게 ‘스틸 아트’ 전시 가득 스페이스 워크가 들어선 환호공원에는 볼거리가 많다. 그중 하나가 포항시립미술관이다. 철의 도시에 걸맞게 ‘스틸 아트’(Steel Art)를 지향하는 전시 공간이다. 스페이스 워크를 찾은 이들 상당수가 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데, 미술관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 ‘어마어마한’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미술관 앞 잔디 정원엔 거장 이우환의 ‘관계항’(Relatum), 국내 시머트리(상하좌우 대칭) 작품의 대가로 꼽히는 문신의 ‘개미’ 등의 작품이 있다. 미술관 뒤, 그러니까 스페이스 워크로 올라가는 길엔 류인의 ‘지각의 주’ 등의 작품이 상설 전시 중이다. 류인은 주로 남성의 몸을 통해 역동적인 생명력을 표출시켜 온 조각가다. 지난 세기말인 1999년 43세 나이로 요절했다.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걸 고려하면, 이것만으로도 포항시립미술관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태양을 피하려면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최옥영의 스틸 아트전 ‘물성, 감각하는 철’을 비롯해 조각, 회화 등 세 분야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14일까지 볼 수 있다. 미술관이 깃든 환호공원 아래는 영일대 해변이다. 포항의 인기 스폿 중 하나다. 여기도 전체가 ‘거리 미술관’이다. 숱한 조형미술 작품들이 모래사장 위에 빼곡하다. 해변에서 맞는 밤 풍경도 근사하다. 바다 건너 포스코의 제철소 건물은 딱 미래 영화의 한 장면이다. 굴뚝 여기저기에서 불꽃이 솟는 모습이 꼭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의 첫 장면을 보는 듯하다. 포스코 건물의 외벽으로는 경관 조명도 해 뒀다. 이 덕에 밤의 스카이라인이 한결 돋보인다. ●포항 젖줄 형산강… 운하에도 예술 향기 포항을 관통하는 형산강은 포항의 젖줄이자 시민의 안식처다. 형산강이 바다와 합류하기 전, 그러니까 동빈내항 어름의 기수역에 포항운하가 조성돼 있다. ‘탈랑교’, ‘말랑교’, ‘우짤랑교’ 등 향토색 짙은 이름의 인도교 덕에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어렵지 않게 포항운하 주변을 어슬렁댈 수 있다. 포항운하 주변에도 문화예술 공간이 꽤 많다. ‘동빈문화창고1969’가 인상적이다. 버려진 옛 수협냉동창고를 되살린 복합문화공간이다. 현재 임시 운영 중인데, 전시된 작품들이 아주 독특하고 충격적이다. 무료이니 꼭 들러 보길 권한다. 3전시관에선 안효찬의 연작물인 ‘생산적 미완 #11’, ‘다리#2’ 등이 전시 중이다. ‘생산적 미완’은 시멘트와 철근으로 구축물을 만들고 그 위에 건설 중인 건물과 타워크레인, 건물에 필적할 크기로 과장된 돼지 모형, ‘걸리버’ 돼지에 올라탄 초소형 인간 모형 등을 배치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적 도시와 인간에 의한 자연의 희생을 표현한 것이다. 파이프와 철근으로 가득한 공장 안에도 새끼 돼지가 죽어 있지만, 이를 보는 사람 모형의 얼굴엔 전혀 표정이 없다. 공장 굴뚝에선 간헐적으로 연기가 나온다. 연기가 나올 때마다 주변의 찬 공기에 눌려 납작하게 퍼져 나간다. 이 모습이 꽤 전율스럽다. 아울러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을 설치미술로 구현한 황선정의 ‘미누이 헤야: 센소탈릭 나선의 춤’, 1만 5000여장의 이미지로 태양 표면을 구현한 프랑스 출신 기욤 마르맹의 ‘온 로드’(On Lord) 등 독특한 작품과 만날 수 있다.
  • “우리는 ‘바가지’ 안 씌워요”…지자체가 관리하는 ‘착한 피서지’ 4곳 [뚜벅뚜벅 대한민국]

    “우리는 ‘바가지’ 안 씌워요”…지자체가 관리하는 ‘착한 피서지’ 4곳 [뚜벅뚜벅 대한민국]

    ‘바가지요금’이 국내 여행 걸림돌로 꼽힌 가운데 여러 지자체에서 바가지요금 근절에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국내·해외여행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3점으로 해외여행보다 낮았다. 응답자들은 국내 여행이 해외여행과 비교해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로 ‘높은 관광지 물가’(45.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올여름, 바가지요금 걱정 없이 다녀올 수 있는 피서지 4곳을 정리했다. 2. 경기 안산시-대부도 안산시는 휴가철을 맞아 대부도 등 피서지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다음 달 31일까지 물가안정 특별대책 기간을 운영한다. 물가종합대책반은 휴가지 먹거리의 가격 표시 이행과 불공정 상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또 바가지요금 신고 센터를 설치해 부당 상행위에 즉각 대응할 계획이다. ‘안산의 하와이’로 불리는 대부도는 시화방조제로 연결되어 육지가 된 섬이지만 아직도 섬의 낭만과 정서가 곳곳에 남아있다. 대부도는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답고 해안을 따라 바지락칼국수, 조개구이 등 먹을거리가 많아 수도권 시민들의 피서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아울러 대부도에서는 섬과 섬 사이를 달리는 색다른 드라이브를 즐기고 갯벌 체험에 참여해 직접 조개를 채취할 수 있다. 2. 제주 서귀포시-물영아리오름습지 비싼 여행 물가로 많은 질타를 받았던 제주도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4월 제주도는 ‘가성비 높은 제주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를 출범하고 바가지요금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관광호텔 평일 기준 숙박료를 10만원 미만으로 내리고 전국 평균보다 비싸다고 평가받는 갈치, 삼겹살, 김치찌개, 짜장면, 칼국수 등 주요 외식 품목 가격을 조정했다. 올여름 제주지역 해수욕장의 편의시설 대여료도 파라솔 2만원, 평상 3만원으로 통일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지난 22일 렌터카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제주도렌터카조합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성수기 렌터카 요금 급등에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는 많은 해수욕장과 한라산, 비자림, 정방폭포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도가 렌터카 바가지요금 근절에 나선 만큼 올여름은 자동차 없이 가기 힘든 물영아리오름습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물영아리오름습지는 여러 갈래의 숲길로 이뤄져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탐방할 수 있다. 2007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오름습지에는 다양한 야생동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 최근에는 물영아리오름의 목가적인 풍경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인기를 끌어 사진 촬영 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3. 강원 동해시-묵호항 강원 동해시는 여름철 성수기 숙박요금 과다 인상 방지를 위해 ‘숙박요금 피크제’를 운영한다. 숙박요금 피크제는 7~8월 성수기 숙박 요금이 비수기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하고, 시청에 요금을 사전 신고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지역 숙박업소 80곳이 참여했다. 시는 숙박요금 피크제 참여 업소에 표시 홍보물과 안내 배너를 부착했으며 동해시청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했다. 숙박업소 피크제에 참여한 숙박업소 80곳 중 20곳은 묵호항이 자리 잡은 묵호동에 있다. 1937년에 개항한 묵호항은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 현재는 어업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아침 일찍 묵호항에 가면 생선을 경매하는 장면을 구경하고 갓 잡은 싱싱한 횟감을 구매할 수 있다. 묵호항 주변에는 묵호등대와 묵호항수변공원을 비롯해 도째비골 해랑전망대, 어달해수욕장 등 관광명소가 많아 함께 둘러보기 좋다. 4. 충북 괴산군-쌍곡계곡 물놀이 명소가 많은 충북 괴산군은 다음 달까지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여름철 피서객이 몰리는 시기에 숙박업소, 음식점, 물놀이용품 판매업소 등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상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중점 관리 항목은 바가지요금, 가격 담합, 가격·원산지 미표시, 무질서·과다호객행위, 불친절한 고객 응대 등 총 9개 유형이다. 각 읍·면별로는 유원지와 계곡 등 주요 피서지를 중심으로 지도점검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괴산 8경 중 하나인 쌍곡계곡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으며 차갑고 맑은 물이 흐른다. 10.5km 길이에 달하는 쌍곡계곡에는 소금강, 선녀탕, 쌍곡폭포 등 많은 물놀이 명소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장암은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햇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한여름에도 덥지 않아 피서지로 제격이다.
  •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전남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15㎞ 떨어진 해상에 자리한 홍도는 본섬과 20여개의 부속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섬이다. 쾌속선으로 약 2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으며,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 해 질 녘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紅島)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바다 위에 핀 매화꽃 같다고 하여 ‘매가도’(梅佳島)로도 불린다. 섬을 이루는 기반암이 붉은색 규암과 규암질사암으로 돼 있어, 제주의 주상절리와 흡사한 층리 및 절리가 발달해 있다. 기암절벽 위로 소나무들이 마치 수를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홍도는 유명한 풍란의 자생지이자 동백숲, 후박나무, 식나무 등 희귀식물 540여종과 231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및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섬을 노랗게 물들이는 원추리꽃 군락이 장관을 이루며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홍도 33경, 유람선으로 만나는 절경홍도의 참모습을 경험하려면 유람선 관광이 필수다. 입담 좋은 승무원의 설명을 들으며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 코스는 ‘홍도 33경’이라 불리는 비경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남문바위와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기묘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며 맑고 투명한 바닷물은 바람 없는 날 수심 10m 아래까지 들여다보여 신비로운 해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홍도의 최고봉, 깃대봉에서 만나는 비경홍도의 최고봉이자 명산인 깃대봉(365m)은 이름처럼 깃대처럼 솟은 암봉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독립문, 석화굴 등 해안 경관과 어우러져 홍도의 수려한 경관을 완성하는 진산으로 꼽힌다. 정상에서는 다도해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출렁이는 바다 위 두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깃대봉에서 바라보는 낙조 역시 놓칠 수 없는 비경으로 손꼽힌다. 깃대봉 산행은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천천히 올라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등산로 중간중간에는 철쭉과 동백 등 다양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깃대봉 석촌마을에서는 홍도 등대를 만날 수 있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대륙 진출을 꿈꾸던 일본이 침략 전쟁에 참여하는 함대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건설된 이 등대는 20초에 세 번 깜빡이며 50㎞ 떨어진 선박까지 불빛을 전달한다. 원형 등대와 달리 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졌으며 내부 주물 계단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슬픔을 잊게 하는 노란 물결, 홍도 원추리 군락해풍이 부는 해안 절벽에 자생하는 홍도 원추리는 홍도에서 처음 발견돼 그 이름이 붙여졌다. 끈처럼 굵은 뿌리가 사방으로 뻗고 덩이뿌리가 발달하며 땅속줄기가 옆으로 자라 새싹을 틔운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나와 두 줄로 배열되고 윗부분이 뒤로 젖혀지며, 너비는 약 15㎜ 정도다. 8월에서 9월에 피는 꽃은 지름 9㎝정도로 다소 붉은빛이 도는 짙은 황색이며 꽃줄기가 짧다. 홍도 초등학교 부근부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원추리는 마치 노란 물결이 춤을 추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노란 물결은 황홀경을 선사하며, 특히 노을이 지며 홍도가 붉게 물들어가는 시간에는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훤초’(萱草)라고도 불리는 원추리 꽃은 ‘슬픔을 잊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도 여행 시 유의사항은?홍도에서는 다양한 수산자원을 활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홍도 선착장 근처에서 해녀들이 직접 판매하는 신선한 해산물과 해물라면은 꼭 맛봐야 할 별미로 꼽힌다. 민박집이 많아 사전 예약 없이 방문해도 불편함이 없다. 배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민박 사장님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홍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과 오후 각각 한 편씩 운항하며,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선박에 차량 탑재는 불가능하며 정해진 탐방로 외 다른 산은 출입도 제한된다. 홍도는 천연기념물 보호 지역이므로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채취하거나 가져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상 상황에 따라 배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운항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올여름에는 노란 원추리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홍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두시기행문]

    노란 원추리 물결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 홍도 [두시기행문]

    전남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15㎞ 떨어진 해상에 자리한 홍도는 본섬과 20여개의 부속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섬이다. 쾌속선으로 약 2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으며,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 해 질 녘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紅島)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바다 위에 핀 매화꽃 같다고 하여 ‘매가도’(梅佳島)로도 불린다. 섬을 이루는 기반암이 붉은색 규암과 규암질사암으로 돼 있어, 제주의 주상절리와 흡사한 층리 및 절리가 발달해 있다. 기암절벽 위로 소나무들이 마치 수를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홍도는 유명한 풍란의 자생지이자 동백숲, 후박나무, 식나무 등 희귀식물 540여종과 231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및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섬을 노랗게 물들이는 원추리꽃 군락이 장관을 이루며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홍도 33경, 유람선으로 만나는 절경홍도의 참모습을 경험하려면 유람선 관광이 필수다. 입담 좋은 승무원의 설명을 들으며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 코스는 ‘홍도 33경’이라 불리는 비경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남문바위와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기묘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며 맑고 투명한 바닷물은 바람 없는 날 수심 10m 아래까지 들여다보여 신비로운 해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홍도의 최고봉, 깃대봉에서 만나는 비경홍도의 최고봉이자 명산인 깃대봉(365m)은 이름처럼 깃대처럼 솟은 암봉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독립문, 석화굴 등 해안 경관과 어우러져 홍도의 수려한 경관을 완성하는 진산으로 꼽힌다. 정상에서는 다도해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출렁이는 바다 위 두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깃대봉에서 바라보는 낙조 역시 놓칠 수 없는 비경으로 손꼽힌다. 깃대봉 산행은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천천히 올라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등산로 중간중간에는 철쭉과 동백 등 다양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깃대봉 석촌마을에서는 홍도 등대를 만날 수 있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대륙 진출을 꿈꾸던 일본이 침략 전쟁에 참여하는 함대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건설된 이 등대는 20초에 세 번 깜빡이며 50㎞ 떨어진 선박까지 불빛을 전달한다. 원형 등대와 달리 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졌으며 내부 주물 계단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슬픔을 잊게 하는 노란 물결, 홍도 원추리 군락해풍이 부는 해안 절벽에 자생하는 홍도 원추리는 홍도에서 처음 발견돼 그 이름이 붙여졌다. 끈처럼 굵은 뿌리가 사방으로 뻗고 덩이뿌리가 발달하며 땅속줄기가 옆으로 자라 새싹을 틔운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나와 두 줄로 배열되고 윗부분이 뒤로 젖혀지며, 너비는 약 15㎜ 정도다. 8월에서 9월에 피는 꽃은 지름 9㎝정도로 다소 붉은빛이 도는 짙은 황색이며 꽃줄기가 짧다. 홍도 초등학교 부근부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원추리는 마치 노란 물결이 춤을 추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노란 물결은 황홀경을 선사하며, 특히 노을이 지며 홍도가 붉게 물들어가는 시간에는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훤초’(萱草)라고도 불리는 원추리 꽃은 ‘슬픔을 잊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도 여행 시 유의사항은?홍도에서는 다양한 수산자원을 활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홍도 선착장 근처에서 해녀들이 직접 판매하는 신선한 해산물과 해물라면은 꼭 맛봐야 할 별미로 꼽힌다. 민박집이 많아 사전 예약 없이 방문해도 불편함이 없다. 배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민박 사장님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홍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과 오후 각각 한 편씩 운항하며,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선박에 차량 탑재는 불가능하며 정해진 탐방로 외 다른 산은 출입도 제한된다. 홍도는 천연기념물 보호 지역이므로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채취하거나 가져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상 상황에 따라 배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운항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올여름에는 노란 원추리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홍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 ‘남해’ 오는 해, 소중해 희망해

    ‘남해’ 오는 해, 소중해 희망해

    경남 남해에서 의미 있는 변화들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외지인들이 지역 곳곳에 살며시 뿌리를 내리며 생긴 일이다. 그들 중엔 젊은이도, 도시물 잔뜩 먹은 늙수그레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고급지고’ ‘트렌디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만들어 낸다. 남해 관광 전체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들 덕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지역 분위기가 다소나마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실 우리나라 지역 곳곳에서 조금씩 감지된다. 한국이 경제를 넘어 문화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강국으로 성장하며 빚어낸 현상이다. 여기에 보리암 등 전통의 명소, 멸치 쌈밥 등 토속 먹거리들까지 엮어 놓으니 퍽 그럴싸한 남해 여행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남해 끝자락의 은모래 비치. 남해를 대표하는 해수욕장 중 하나다. 예전엔 지역 이름을 따 상주해수욕장이라 했지만 요즘은 은모래비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2007년 주민들이 합의를 통해 바꾼 ‘세련된’ 지명이다. 은모래비치 뒷골목에 독특한 집들이 오밀조밀하다. ‘은모래 마을 책방’은 그중 하나다. 2004년 문 닫은 상주 유일의 목욕탕 ‘약수탕’ 자리에 들어섰다. 이후 17년간 비어 있다 2년간 빵집으로 쓰던 곳을 수선해 책방으로 만들었다. 목욕탕 하면 흔히 떠오르는 대욕장, 사우나실 등은 그대로 쓰는 중이다. 형태만 살짝 바꿨을 뿐이다. 책방 곳곳에선 짙은 개성이 묻어난다. ‘마을 주민 공유 책장’이 눈에 띈다. 주민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공유 책장에 두고 방문객 누구나 마음껏 읽도록 했다. 감명 깊게 읽은 구절, 추천사 등을 써 놓은 책도 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전하는 감성을 마주하는 재미가 각별하다. 공유 책장 문화는 아이들에게로 이어졌다. 소문난 독서광인 상주초등학교의 한 학생은 자기 이름을 딴 ‘재홍이의 소설방’ 코너를 마련했다. ‘종의 기원’과 ‘총·균·쇠’ 등이 꽂혀 있다. 남해에선 ‘초딩’이 이런 책을 읽는 모양이다. 은모래마을 책방은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니다. 책을 읽으러 오는 학생도 있고 수다가 필요한 동네 아주머니도 있다. 독서 모임, 명상 클래스, 강연 등 문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책방을 운영하는 이는 서울 사람 김소민씨다. 유명 중앙일간지 기자로 살던 그는 이 지역 ‘동고동락협동조합’을 취재하러 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이 지역 사람들이 꿈꾸는 ‘느슨한 공동체’란 이상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단칼에 도시 생활을 정리한 그는 남해로 내려와 반려견 ‘몽덕이’와 함께 책방지기 노릇을 하며 남해의 햇살을 만끽하는 중이다. 책방 아래엔 ‘마을 빵집 동동’이 있다. 직접 지은 토종 밀로 빵을 빚는 집이다. 소금빵이 잘나간다고 한다. 커피, 차 등 음료도 맛볼 수 있다. 유자로 만든 맥주 ‘오시다 비어’도 판다. ‘오시다’는 현지 사투리다. 표준어로는 ‘어서 오세요’ 정도의 의미다. 삼동면 지족마을에도 책방이 몇 곳 있다. 그중 하나가 ‘밝은 달빛책방’이다. 은모래마을 책방처럼 책보다는 수고와 열정을 파는 책방이다. 맞은편 ‘아마도 책방’은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다. 개업 7년차에 ‘지점’까지 냈단다. 미조 남항에 있는 ‘스페이스 미조’는 필수 방문 코스다. 부두의 거대한 냉동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공간마다 공연장, 전시장, 카페 등이 빼곡하다. 건물 안팎의 자태가 꽤 빼어나 ‘인증샷’ 성지로 맞춤하다. 전체 규모는 4층이다. 냉각용 열교환기 등 냉동창고 시절의 산업 유산을 설치미술 작품처럼 활용했다.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유자, 참다래, 시금치, 멸치 등을 활용한 음료와 음식, 디저트 등을 판다. 이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시설을 만나러 간다. 삼동면 바닷가 언덕에 세워진 남해 보물섬 전망대는 요즘 남해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 중 하나다.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다 풍경도 보고 스릴 만점의 스카이워크도 체험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에선 공중에 설치한 강화유리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장비를 착용하고 천장에 달린 레일에 로프를 연결한 뒤 걸으면 하늘과 바다 사이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미조면 산자락에 조성된 설리 스카이워크도 긴장감 넘치는 전망대다. 상징 시설은 ‘하늘 그네’다. 스카이워크를 걷는 것도 섬뜩한데, 끝자락에 세운 그네에 올라타 발을 구르는 건 정말 어지간한 담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순서는 뒤바뀌었지만 이제 남해의 명소 이야기를 하자. 새해가 막 시작되려는 이즈음이라면 상주면 보리암이 첫손 꼽힌다. 남해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다. 보리암이 깃들어 있는 금산은 남해의 금강, 혹은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는 산이다. 이른 아침이면 너른 남해를 적신 붉은 태양 빛이 보리암 뒤편 금산 38경 암봉들에 부딪치며 선경을 펼쳐 낸다. 보리암은 해발 681m 바위 절벽에 둥지를 틀었다. 도량 앞엔 해수관음상이 남해를 굽어보고 있다. 흔히 강원 양양 낙산사, 인천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전국 3대 관음 도량으로 꼽힌다. 내친걸음 상사바위까지는 가 보자. 보리암에서 약 600m, 2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바위 위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보리암보다 외려 상사바위의 해돋이 장면을 더 높게 치는 이도 있다. 독일마을은 어려웠던 근대화 시기에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던 이들의 귀환을 위해 2001년 조성된 마을이다. 독일에서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으로 조성했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정착하며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됐다. 이제 남해의 맛을 말할 차례다. 곳곳에 숨어 있는데도 미식가들은 귀신같이 알고 찾아간다. 독일마을에서 운영 중인 식당들은 거개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맛집이다. 독일 정통 소시지와 햄, 사우어크라우트, 슈톨렌 등을 내는 집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 독일식 인테리어 카페 등이 마을 언덕마다 빼곡하다. ‘쿤스트라운지’, ‘부어스트라덴’ 등에서 슈바인 학센 같은 독일 전통 요리 대부분을 맛볼 수 있다. ‘독일 빵집’은 천연 발효종으로 빵을 만드는 집이다. 슈톨렌이 가장 잘 나간다. 원래 앵강만 근처에서 작은 빵집으로 출발했는데, 이젠 남해를 대표할 정도로 성장했다. 설리 스카이워크 인근의 속초항은 멍게비빔밥이 맛있다. 오래 숙성한 멍게가 덜 비리면서도 맛이 진하다. 대게 파스타 등 독특한 요리도 낸다. 이동면의 ‘남해전복물회’는 이름처럼 전복 물회로 유명한 집이다. 점심시간을 지나도 대기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붐빈다. 멸치 쌈밥은 미조항 들머리의 ‘미조식당’, 독일마을 인근 ‘동천식당’ 등을 권한다.
  • 경주 삼릉 숲길 등 가을에 걷기 좋은 ‘국립공원 길’ 7선

    경주 삼릉 숲길 등 가을에 걷기 좋은 ‘국립공원 길’ 7선

    국립공원공단이 20일 역대 최장·최강의 더위에 지친 국민의 심신을 달래줄 ‘가을철 걷기 좋은 국립공원 길’ 7선을 선정했다. 경주 삼릉 숲길과 가야산 소리길, 오대산 소금강산길, 다도해 해상 청산도 단풍길, 월악산 만수계곡길, 소백산 죽령옛길, 무등산 만연 자연관찰로 등이다. 가을철 정취를 느낄 수 있고, 경사가 완만한 저지대에 조성돼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경주 삼릉 숲길(1.2㎞)은 햇빛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휘어진 소나무들 속에서 숲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 삼릉계곡 석조여래좌상, 선각육존불 등 경주 남산의 문화유적을 함께 볼 수 있으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대산 소금강산길(2.5㎞)은 수려한 기암괴석과 맑은 폭포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나다. 무릉계, 천하대, 십자소, 식당암, 구룡폭포 등뿐 아니라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과 함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도해 해상 청산도 단풍길(3.2㎞)은 국제 슬로시티연맹에서 2011년 인증한 세계 슬로길 중 하나로 붉은빛 단풍 터널이 절경이다. 소백산 죽령옛길(2.8㎞)은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을 잇는, 삼국시대에 조성된 숲길로 명승지 30호로 지정됐다. 역사적,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고 완만한 경사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탐방할 수 있는 길이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가볍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국립공원 저지대 탐방로를 가족과 함께 방문해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발굴 제공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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