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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작은 교류부터 다시 시작해야”

    “남북, 작은 교류부터 다시 시작해야”

    최민아 “벽 허물어지면 쉽게 통해”박지환 “스포츠 통해 거리감 좁혀”‘평화바람주간’서 체육 교류 강조 “대화가 막혀 있을 뿐이지, 한번 벽이 허물어지면 쉽게 통할 수 있다는 걸 전해 주고 싶었어요.” 최민아(23)씨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2026 평화바람주간’을 계기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행사 참여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담본부에서는 2030세대 청년 50여명이 각자가 생각하고 경험한 평화에 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현역 축구선수인 최씨와 박지환(23)씨가 참석해 과거 북한 선수들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을 풀어냈다. 이들은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남북 교류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15세였던 2018년 8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경험은 평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평화’라는 주제를 직접 고민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최씨는 “북한 선수들과 얘기를 나눠 보니 그들도 ‘김밥’을 좋아하는 등 우리와 똑같은 관심사를 가진 소녀들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며 ‘우리 꼭 통일해서 다시 보자’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박씨도 “축구 전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북한 팀 주장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스포츠를 통해 서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남북이 정치적 부담을 덜고 교류할 수 있는 통로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끊기며 스포츠 교류마저 크게 줄어들었다. 아리스포츠컵은 남북체육교류협회 주관으로 2014년부터 다섯 차례 열렸지만 2018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들은 자신들이 느꼈던 ‘평화’라는 감정을 지금의 청소년들이 경험할 기회가 줄어든 게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가 속한 화천 국민체육진흥공단 여자축구단은 오는 11월 북한 4·25체육단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본선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 만남의 기회가 그래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최씨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직접 만나면서 편견과 거리감을 줄여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한이 스포츠나 음악 같은 작은 교류부터 다시 시작해 서로를 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씨도 “한 발짝이라도 먼저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계속 가까워지다 보면 언젠가는 통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 세대에 ‘한국전쟁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 가르친다

    미래 세대에 ‘한국전쟁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 가르친다

    부산근현대역사관 소속 임시수도기념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피란학교–뚝딱뚝딱 직접 만드는 임시수도 대통령관저’와 ‘피란학교 천막교실–AI로 재탄생하는 피란가요’를 운영한다고 13일 전했다. 임시수도기념관장 많은 어린이가 임시수도 대통령관저가 갖는 역사적, 건축사적 가치를 이해하고, 부산이 한국전쟁기 대한민국 임시수도이자 피란수도 역할을 한 중요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도록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찾아가는 피란학교는 임시수도기념관과 학교가 연계해 진행하는 체험수업이다. 한국전쟁과 임시수도 대통령관저 라는 주제로 강의와 체험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30회로 나눠서 진행되며, 임시수도기념관 교육 강사들이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급별로 진행한다. 시청각 강의 후 임시수도 대통령관저 모형 입체 퍼즐 만들기 체험활동이 이어진다. 피란학교 천막교실은 임시수도기념관 야외 천막교실에서 진행된다. ‘한국전쟁 및 피란수도 부산의 생활’을 주제로 10월 3일부터 12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총 10회에 걸쳐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전시관 ‘피란 예술’ 코너 등을 관람하며 한국전쟁기 피란민들의 생활, 특히 피란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 알아본다.
  • 바다와 뭍 만나는 신안 증도서 14인 그룹전…‘레인보우 클라우드’ 개최

    바다와 뭍 만나는 신안 증도서 14인 그룹전…‘레인보우 클라우드’ 개최

    바다와 뭍이 만나 소금이 맺히는 자리인 전남광주 신안 증도 소금박물관에서 오는 9월 14일부터 10월 18일까지 동시대 작가 14인의 그룹전 ‘레인보우 클라우드’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김지민, 모지웅, 민찬욱, 박용식, 송수영, 신정균, 옥정호, 윤정미, 이서진, 이재욱, 정성진, 정지현, 조영각, 최선 등 작가 14명이 참여하며, 회화·사진·조각·설치·미디어아트 등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총 60점을 선보인다. 전시 ‘레인보우 클라우드’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방식에 주목한다. 제목 속 ‘무지개’와 ‘구름’은 각자의 색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함께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상태를 상징하며, 각기 다른 존재의 차이가 단절이 아닌 새로운 연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전달한다. 전시가 열리는 소금박물관은 1953년 태평염전 조성 당시 인부들이 지역 돌을 직접 깨어 쌓아 올린 석조 소금창고다. 한국전쟁 이후 주민들의 정착과 노동의 기억이 축적된 역사적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빛과 물이 만나 색을 펼치는 무지개와, 바닷물이 햇빛·바람을 거쳐 결정을 맺는 소금의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장소의 고유한 특성을 작품과 연결한다. 참여 작가들은 다양한 조형 언어로 현실과 상상, 자연과 기술, 개인과 공동체 등 서로 다른 세대와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채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소금박물관 관계자는 “전시가 열리는 증도는 신안군 섬 반값 여행 대상지에 포함된다”며 “이번 기회에 문화 예술을 관람하고 지역 관광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 하다하다 매표 전략… 트럼프 “5000불 줄게 찍어줘”

    하다하다 매표 전략… 트럼프 “5000불 줄게 찍어줘”

    “공화 상·하원 모두 이기면 배당금”총 1조 달러 넘어 실현 가능성 의문접전지 후보 불참… 곳곳 빈자리도법무장관 지지엔 정치적 중립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이기면 미국 성인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깜짝 공약’을 내걸었다.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중간선거 패배 우려가 커지자 사실상 매표 행위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 아메리칸항공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화당이 승리하면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승리하는 것이고, 5000달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급 조건은 반드시 미국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며, 캐나다나 중국, 독일 등으로 유출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한 기업이 주주들에게 현금을 배당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방식”이라며 “이것이 나의 약속”이라고 부연했다. 예고에 없던 ‘현금 살포’ 공약이 발표되자 미국 언론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배당금’에 대해 백악관이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배당금 총액은 1조 달러가 넘어 국가 부채를 폭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통령 역사상 가장 위대한 2년을 마무리했다” “중간선거 투표용지에 내가 있는 것처럼 투표해 달라”며 선거 중심에 자신을 내세웠다. 그는 “미국의 미래를 급진 좌파 민주당원에게 넘겨준다면 앞으로 10년의 시간을 미국을 회복하는 데 보내야 하지만, 공화당에 투표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수 세대 동안 세계를 앞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전쟁도 연설 소재로 등장했다. 전쟁의 당위성을 설파한 그는 “우리는 (지난해 지하 핵시설 폭격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곡괭이산’으로 불리는 또 다른 곳이 있다”며 거듭 이란 핵시설 폭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간선거를 앞두고 개최돼 이틀간 진행된다. 지지층 결집과 ‘컨벤션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트럼프 단독 쇼’로 진행되면서 역효과를 우려한 접전지 후보들이 일부 불참했고, 하이라이트였던 트럼프 연설 시간에도 객석이 80%가량만 채워지는 등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 폐회 연설에 다시 나서는 이번 전당대회에는 공화당 후보들과 현직 장관 등 100여명의 연사들이 무대에 올라 지지를 호소한다. 이날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도 지지 연설에 나섰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법무부 수장이 공화당 행사에 등장한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는 “전례 없이 수치스럽다”며 “법무장관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 ‘수출 1조 달러’ 눈앞인데 왜 마음 놓고 웃지 못할까 [강 기자의 세종실록]

    ‘수출 1조 달러’ 눈앞인데 왜 마음 놓고 웃지 못할까 [강 기자의 세종실록]

    수출 7094억 달러, 작년 연간 수출 추월 117일 앞당겨…6월 첫 월 1000억弗 돌파 반도체 수출 8개월째 세 자릿수 상승 대미흑자 작년 두 배…美 AI 인프라 수요↑ 반도체 투자 압박 등 美 ‘새 청구서’ 될라 오는 18일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 공개 한국 수출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7094억 달러(약 957조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7093억 달러)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을 117일이나 앞당긴 것으로 추세대로라면 세계 4번째로 ‘꿈의 연간 수출 1조 달러’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수출은 중동 전쟁 등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등 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역대 동월 대비 최대 실적들이 쏟아졌습니다. 6월에는 사상 처음 월간 수출액 10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의 견조한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전망된다”는 이종욱 관세청장의 보고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로 공개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정작 수출·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는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8월 수출입 동향’에 이어 5일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올해 화려한 수출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참고로 산업부는 매월 1일이 되면 전달 수출입 결과를 발표합니다. 핵심 주역은 역시 ‘슈퍼 사이클’을 탄 반도체였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1~8월 누적 2812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9.6%로 급증하며 전체 수출 비중의 40.6%를 차지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209% 증가한 지난달에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8%까지 올랐습니다. 거의 절반 가까운 실적을 반도체 한 품목에서 올린 셈입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올해 8월까지 컴퓨터 주변기기(262.2%), 석유제품(40.7%), 무선통신기기(28.1%), 선박(12.4%) 등 다른 주요 품목들도 고루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중동 전쟁으로 인해 수출이 9.8% 급감한 중동 지역 수출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중국(76.1%), 미국(57.0%) 등 주요국에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년보다 전체 수출이 50% 이상 늘었고 베트남(57.7%), 말레이시아(95.4%), 대만(61.3%) 등에서도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산업부는 ‘1조 달러’ 달성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무역법 301조 ‘과잉 생산 관세’ 부과가 남아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하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준을 겨냥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의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은 어리석고 값비싼 관세 판결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강력히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대미 흑자국과의 교역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든 것이죠.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불만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산 제품에 25%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하고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반이라며 무효화했습니다. 헌법상 관세 부과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고,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를 매길 권한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국가를 겨냥해 미 무역법 232조로 임시 10%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어 다시 301조를 활용해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301조로 관세율이 더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대미 흑자폭은 지난해 약 490억 달러에서 지난달 25일 기준 누적 647억 달러를 넘어 연말 두 배인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미 흑자가 줄어야 관세를 내릴 명분이 생기는데 되레 호수출이 협상에 부담이 되는 역설이 생긴 셈입니다. 지난달에도 대미 수출은 165억 달러로 89% 증가했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아마존·구글 등 초대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확대로 AI 인프라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300% 상승하는 등 8개월째 세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컴퓨터 수출도 기업용 SSD 핵심 부품인 낸드 가격이 상승과 수출 물량이 늘면서 1040%가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미국이 관세 장벽을 쳤던 철강마저 109% 대미 수출이 늘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끌어올렸습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대미 수출 흑자가 이미 지난해 흑자 수준을 넘어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때문”이라며 “특히 유럽연합(EU) 수출 규제로 인한 철강 감소분도 미국의 AI 데이터센터용 강재료 등으로 메우면서 수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EU 철강 쿼터로 인한 수출 하락분을 미국 AI ·전력 수요로 인한 철강 수입 증가가 완충해주는 모양새라는 거죠. 문제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에 대미 반도체 투자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추가 투자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월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의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팹) 착공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두 회사와 투자 확대를 논의 중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미국 기업의 반도체 수요 증가로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과 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면, 미국에서 필요한 반도체는 아예 생산시설을 미국에 지어 현지에서 공급하라는 논리인 셈입니다. 한국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8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내 투자를 추진할 여력이 있다면 그만큼 미국에도 추가 투자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 이상(약 51조원)을 들여 첨단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2곳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기존 오스틴 공장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출은 기업의 영역인 만큼 대미 흑자를 둘러싼 미국의 요구는 ‘투자’ 등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출은 기업 문제이고 대미흑자는 정부가 ‘투자’ 측면에서 풀면 될 일”이라며 “상호이익 관점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에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원한 우방’이라 믿었던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연일 관세 압박을 벌이는 데 대해 정부는 상황을 타파할 해법으로 미국과 ‘미국이 경계하는’ 중국이 가입해 있지 않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공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중 양국이 없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급 다자간 공동경제협력체는 CPTPP가 유일하다는 이유에서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을 검토해 나가겠다”, 같은 달 6일 관훈토론회에서는 “한국 같은 통상 국가가 CPTPP에 가입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농수산 분야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산업부는 지난 4일 농어업계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분야별·업종별 의견 수렴에 착수했습니다. 오는 18일에는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233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1200억 달러(약 161조원) 규모의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프로젝트가 막바지 조율 중입니다. 전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의 약 7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는 수출 호조의 성적표인 ‘대미 무역흑자 1000억 달러 시대’가 역설적으로 미국의 또 다른 ‘투자 청구서’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수출 호조의 성과는 지키면서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은 막아야 하는 딜레마를 정부가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됩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日규슈 탄광촌 한인들… 제비꽃처럼 피워낸 삶의 기록

    日규슈 탄광촌 한인들… 제비꽃처럼 피워낸 삶의 기록

    1951년 한국전쟁을 바다 건너에서 지켜본 사람들과 1965년 탄광이 무너지며 삶이 통째로 흔들린 사람들, 1970년 살아온 터전에서 밀려난 사람들. 재일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69)의 ‘이를테면 들에 피는 꽃처럼’(2007)과 ‘야끼니꾸 드래곤’(2008), ‘스미레 미용실’(2012)에서 이 세 시간대를 각각 붙들었다. 일본 신국립극장이 2016년 세 작품을 나란히 올리면서 ‘재일 한국인 3부작’으로 묶였다. 아버지가 1세, 어머니가 2세여서 스스로를 2.5세라 부르는 정의신 연출은 세 편을 통해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 어떻게 정착했고 무엇으로 버텼는지를 무대에 새겼다. 마지막 편을 다 썼을 때 비로소 하나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완결편으로 불리는 ‘스미레 미용실’이 오는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한국 초연으로 오른다. 배경은 1965년 일본 규슈 탄광촌 ‘아리랑 고개’. 전쟁이 끝나도 돌아가지 못한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해방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재일 한국인 수미는 일본 국적을 택한 남편 나루히로, 탄광에서 일하는 히데히로와 소소한 일상을 잇다가 폭발 사고로 상실과 이별을 맞는다. 낡은 이발소를 지키던 수미의 꿈은 ‘내 이름을 건 미용실’이었다.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난 정 연출은 “제비꽃(스미레·すみれ)은 어디에나 피어 있고 길바닥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몰라본다”면서 “그래도 그 작은 꽃이 열심히 자신의 꽃을 피우며 살고 있다는 데 감명받아 이름을 붙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용실을 차리는 것을 타국에 정착하게 된 이방인이 “자기만의 작은 성을 이룰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정 연출은 탄광 사고를 지나간 일로 두지 않는다. 석탄에서 석유로 넘어가던 에너지 전환기에 노동자가 대거 해고되고 안전 확보가 안이해졌다고 짚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인원 감축과 재정 감축 때문에 인재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광 사고를 60년 전 일로 치부하면 거기서 끝나 버린다”며 “등장인물이 지닌 고통과 슬픔은 현대사회에도 통한다”고 덧붙였다. 원로배우 전무송이 조국을 잃은 세대를 상징하는 홍길을 연기한다. 수미 역의 최지연을 비롯해 서동갑(나루히로), 김동원(히데히로), 전국향(하츠미) 등이 열연한다. 공연은 10월 3일까지.
  • 李대통령 “韓·佛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위해 긴밀히 공조할 것”

    李대통령 “韓·佛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위해 긴밀히 공조할 것”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하고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를 위해 양국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 저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회의에 참여해 해협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대한민국의 기여 의지를 밝혔다”며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평화 회복을 위해 유럽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도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다”고 했다. 이어 “양국은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 의지를 보여줬다”며 “동북아와 유럽의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양국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양국은 지난 4월 격상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에 함께 대응해 나가기 위해 국방·안보 협력의 실질적 도약을 이뤄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4월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정보 교환 체계를 더욱 정교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정비한다”며 “양국 군 간 협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가능한 한 조속히 체결할 수 있도록 협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방산 분야에서도 호혜적인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교역액 200억 달러(약 27조원) 달성을 목표로 협력하기로 했다. 또 원자력 분야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중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협력을 더욱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민간 교류 확대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1974년 체결된 양국 간 항공협정을 2016년부터 이어온 협상 끝에 이번에 개정하게 됐다”며 “지역 간 노선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거리 항공 네트워크 확충, 위험 발생 시 상호지원 강화, 환경친화적 운항을 위한 요건 명시 등 규범을 현대화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양국 문화부 간 지난해 5월 체결한 문화 협력에 관한 의향서도 영화 산업 인재 양성, 공동 투자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아 새롭게 체결했다”며 “양국 창의 산업의 강점을 결합하고 K콘텐츠의 유럽 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中공장, 로봇·AI만으로 원가 낮춰 1위 전략… 한국에 최대 위협 [최광숙의 Inside]

    中공장, 로봇·AI만으로 원가 낮춰 1위 전략… 한국에 최대 위협 [최광숙의 Inside]

    자는 척했던 거인창신메모리, 5년 내 판도 엎을 것국가 빅펀드, 수십조원 씨앗 뿌려IPO로 시장에서 자본 회수 모델DDR4 반값에 뿌리며 시장 잠식삼전닉스, 멈추는 순간 따라잡혀AI 응용시장에 사활 거는 中14억 인구와 데이터 원석이 무기AI로 제조업 전환, 생산성 극대화2500명 필요했던 공장, 로봇 대체불도 끄고 사람도 없이 밤새 가동원가절감해 제조업 세계 1위 목표한국의 대응방안은한국 제조업·미국 빅테크 손잡고중국처럼 생산 원가 낮춰 생산을반도체·배터리·바이오 최종 보루규제·주52시간 근무 등 타개하고고품질·고신뢰 첨단 공급자 돼야인공지능(AI) 시대의 총아인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중국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경제전문가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을 만나 중국 반도체·AI 굴기의 비결, 한국 반도체의 갈 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 소장은 “최근 반도체 초호황은 미중 갈등에서 우리가 어부지리를 얻은 것으로 실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미국도 중국도 못 하는 고품질·고신뢰의 첨단 기술 공급자 포지션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유일하게 中 앞선 반도체, 기술 격차 3년 -창신메모리(CXMT)가 최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해 시가총액 1위(약 770조 원)에 올랐다. “잠자던 거인이 깨어난 게 아니라, 사실 자고 있던 척했던 거다. 지금은 세계 4위지만 5년 안에 판도가 뒤집힐 것이다. 현재 우리와 기술 격차는 범용 D램은 3년, HBM은 5년 격차, 이 숫자를 편하게 볼 수 있는 한국 기업은 없다. 올해 2분기 CXMT의 D램 점유율은 불과 1년 만에 4%에서 10%로 2.5배 뛰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CXMT에 자금과 자신감을 동시에 선물했다. 호황의 과실이 경쟁자를 키우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국가 보조금’에서 ‘증시 활용’으로 전략을 바꿨나. “씨앗은 국가가 뿌리고 열매는 시장이 따가는 구조다. 1단계는 국가 빅펀드가 수십조원을 쏟아 기술 기반을 닦는 것, 2단계는 기업공개(IPO)로 자본을 회수하는 것이다. CXMT는 666억 위안, YMTC는 330억 위안을 증시에서 확보할 예정이다. 리스크는 국가가, 수익은 시장이 가져간다. 반도체에 이어 로봇까지 이 공식이 반복된다. 더 교묘한 건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여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반도체에 돈을 넣게 만들면, 미국도 함부로 제재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다. 외국 돈이 들어오면 미국도 쉽게 손을 못 댄다.”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시점은. “범용 D램 기술 격차 3년, 실적 타격은 5년, 달력을 보면서 긴장해야 할 숫자다. CXMT는 지금 DDR4를 반값에 뿌리며 시장을 잠식 중이다. 가격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한국에 남은 방어선은 HBM뿐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HBM4, HBM4E에 자원을 집중하고 범용 D램 의존도를 줄이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 중국이 쫓아올 수 없는 속도로 계속 앞으로 달아나야 한다. 멈추는 순간 따라잡힌다.” -HBM 경쟁에서 중국은 아직 못 따라오고 있는데. “5년 격차의 기술 해자(진입 장벽), 지금은 든든해 보이지만 해자도 메워진다. HBM은 단순 반도체가 아니라 패키징·적층 공정이 결합된 복합 기술이다. 2030년 이전에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중국이 HBM3를 양산하는 순간, 한국은 HBM4E와 HBM5로 이미 올라서 있어야 한다. 기술 우위란 결국 속도 경쟁이다. 앞서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가장 위험하다.” -최근 반도체 호황은 우리 기업의 실력 아닌가. “운을 실력으로 오판하는 착각이다. 미중이 싸우는 바람에 우리한테 황금비가 내린 것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AI 제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초과수요는 절반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지정학적 횡재를 실력으로 포장하는 순간 판단이 흐려진다. 지금 대비해야 할 건 반도체 가격 하락이다. 부동산 폭락보다 더 빠르고 더 깊을 수 있다.” -중국의 AI모델 딥시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딥시크가 증명한 건 단순하다. 돈 많이 쓴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AI 기업들은 오픈AI·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모델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물량으로, 중국은 저비용 효율로 싸운다. 다만 추론 극한·에이전트 AI·멀티모달 최전선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6~12개월 앞서 있다. AI는 1등이 독식하는 시장이다. 그 격차가 작아 보여도 결정적이다.” -중국은 AI보다 기존 산업에 AI를 활용하는데 적극적인데. “중국은 이걸 ‘AI플러스’라 부른다. AI 모델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우면 AI 응용 시장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다. 14억 인구와 세계 최대 제조업이 데이터 원석이다. 제조·물류·농업·의료에 AI를 입히면 데이터가 폭발하고 AI 성능이 다시 올라가는 선순환이 생긴다. 제조업의 AI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수출이 금지된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없어도 산업적인 응용은 중간급 칩으로 충분히 작동한다. 싸움터를 자신에게 유리한 곳으로 옮긴 것이다.” ●저비용 두뇌·몸통 단 中휴머노이드 -AI플러스로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나. “작년에 중국의 가전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다녀왔다. 과거 2500명이 돌리던 라인을 지금은 로봇과 자율 운반차가 대신한다. 불도 끄고 사람도 없이 밤새 돌아가는 공장, 이른바 ‘다크팩토리’(Dark Factory)다. 현재 중국에서 수백 개가 가동 중이다. 중국이 노리는 건 AI로 생산원가를 절반으로 자르는 것, 제조업 세계 1위를 기술이 아닌 원가절감으로 굳히는 것이다. AI를 목적이 아니라 돈 버는 수단으로 본다.” -중국의 AI플러스 전략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AI플러스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반도체 빼고 제조업에서 중국을 앞서는 분야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다크팩토리로 인건비를 0에 수렴시키고 원가를 40~50% 낮추면 한국 제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경고음은 울리고 있지만 한국은 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에서도 AI를 활용할 방안이 있다면. “한국이 미국에 무역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를 투자해도 원금 회수가 쉽지 않다. 그 해법으로 산업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한국의 제조업과 미국의 빅테크가 손 잡고 중국처럼 생산원가를 낮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현대차와 오픈AI, 삼성전자와 클로드, SK하이닉스와 구글이 손잡고 ‘한국형 AI플러스’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한국에서 다크팩토리를 만들어 원가가 50% 절감되는 것을 보여주는 시범사업을 한 뒤 미국에 이런 공장을 짓는 것이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도 상장해 주가가 폭등했다. “1600만 원짜리 휴머노이드가 로봇 시장의 문법을 바꿨다. 테슬라 옵티머스보다 싸고 더 많이 찍어낸다. 유니트리 G1은 글로벌 가격 파괴를 선도하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의 32%를 장악했다. 중국의 강점은 부품 공급망이 전부 국내에 있다는 점이다. 모터·배터리·센서·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외국에서 조달할 필요가 없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설치 시장 상위 4개사가 전부 중국 업체다. 로봇 시장을 만든 것도, 지배하는 것도 중국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밸류체인이 세계에 주는 영향력은. “딥시크라는 저비용 두뇌에 유니트리라는 저비용 몸통, 이 조합이 ‘피지컬 AI’ 양산 시대를 열고 있다. 모터·배터리·AI 모델·로봇 프레임까지 밸류체인이 중국 안에서 완결된다. 외부 의존도가 거의 없다. 역설적으로 이 지점이 한국의 기회다. 서방 기업들이 중국산 하드웨어를 꺼리는 상황에서, 자동차·정밀기계 기반을 갖추고 신뢰성과 공급망 안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한국이 믿을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미국 제재에도 중국의 반도체·로봇 기술이 향상되는 이유는. “미국 제재가 오히려 자립을 강요했다. 화웨이가 미국 칩 공급이 끊기자 기린 칩을 스스로 만든 게 상징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게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다. 그 결과 중국 반도체 엔지니어 수는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공대생이 의대생보다 대우받는 나라, 그 선택이 지금의 기술력을 만들었다. 현재 반도체 자립도 33%, 로봇 자립도 55~65%다. 제재의 역설이다.” ●수명 다한 전략적 모호성 버려야 -이대로면 우리 기업이 코너에 몰리지 않을까. “가마솥의 개구리가 물이 뜨거워지는 걸 모르듯, 위기는 천천히 온다. 철강·조선·가전·화학은 이미 중국에 내줬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가 마지막 보루인데, 이마저 내주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해체된다. 다음 세대 기술인 HBM5·차세대 배터리·바이오신약에 지금 당장 베팅해야 한다. 중국보다 1~2세대 앞서 있으면 가격이 아닌 기술로 싸울 수 있다. 규제·주 52시간 근무·데이터·벤처자본 등 발목을 잡는 구조를 빨리 타개해야 한다.” -미중패권 시대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나. “전략적 모호성은 수명이 다했다. 이제는 선택적 명확성의 시대다. HBM·AI 반도체·첨단 방산은 미국 동맹 체계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경제와 시장에서는 중국과의 실용적 관계를 끊을 수 없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최대 수출처다. 등을 돌리는 건 전략이 아니라 자해다. 미국도 중국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것, 고품질·고신뢰의 첨단 부품 공급자 포지션을 선점하면 양쪽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나라가 된다.” -오래전부터 중국을 지켜봤다. 느끼는 점은. “중국은 느리다는 편견은 착각이었다. 20년 전 중국 공대생은 100만 명이었다. 지금은 이공계 졸업생만 480만 명, 한국 전체 대학생보다 많다. 중국 기업가들의 위기의식은 한국보다 훨씬 날이 서 있다. ‘내일 망할 수 있다’는 공포가 혁신을 만든다. 실패해도 다시 하는 집요함이 있다. 한국은 대기업 시스템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45일에 한 번씩 AI·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을 함께 공부한다. 국가 장기 산업전략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밀어붙인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략이 흔들린다. 그 차이가 지금의 격차를 만들었다.” ■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IT애널리스트로 17년간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역임한 이후 20년여간 중국 경제와 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기술패권시대의 대중국 혁신전략’, ‘한국반도체 슈퍼乙전략’,‘차이나 퍼즐’ 등이 있다. 최광숙 대기자
  •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인데, 미군과 전쟁 중인 국방장관 [글로벌 인사이트]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인데, 미군과 전쟁 중인 국방장관 [글로벌 인사이트]

    육군 현대화 주도한 드리스콜 장관헤그세스와의 마찰 끝에 결국 사표육참총장·해군장관에 육군장관까지전쟁 중에 공석 된 초유의 사태 발생인사 기준,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장성 감축 외치며 외모 기준 제시도트럼프는 여전히 헤그세스 전폭  신뢰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국방부가 심상치 않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오면서다.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장성들을 대거 물갈이했던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에도 군 지휘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보수 성향의 헤그세스 장관이 이념전쟁에 몰두하면서 군 지휘 체계와 미래전에 대비한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 육군의 개혁을 이끌었던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까지 최근 헤그세스 장관과의 갈등 끝에 사의를 밝히면서 군 내부의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임 의사를 밝힌 드리스콜 장관은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값비싼 전통 무기체계에 의존하는 대신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며 육군 현대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드리스콜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고위 장성들의 승진을 잇달아 막으면서 갈등을 빚다 결국 물러나게 됐다. 이에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육군 장관과 참모총장이 모두 공석인 사태를 맞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미군’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명장’으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도너휴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이 지난달 27일 사임한 배경에도 헤그세스의 몽니가 있었다. 상식적인 군 인사권자라면 1순위로 곁에 뒀을 베테랑이었지만, 헤그세스는 도나휴를 향해 ‘자기 홍보에 치중한다’는 식의 마타도어로 공격하며 스스로 군복을 벗게 만들었다. 헤그세스 장관과 수뇌부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을 전격 경질하는 것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군 최고위직에 오른 브라운 의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었다. 이어 리사 프란체티 해군참모총장과 미 국가안보국(NSA)·사이버사령부를 동시에 이끌던 티머시 호크 사령관 등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헤그세스 장관의 칼끝은 개별 인사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엔 현역 4성 장군과 제독 자리를 최소 20% 줄이고 전체 장성급 직위도 10% 감축하도록 지시했다. 불필요한 지휘 계통과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전투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울러 미군 지휘부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 이른바 ‘워크(woke·진보적 가치)’에 매몰돼 전투력이 떨어졌다며 문화전쟁도 벌였다. 군부와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펼쳐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세계 각지에 배치된 장성과 제독 수백명을 이례적으로 불러 모아 미군이 ‘전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체력과 외모, 군 기강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자신에 동의하지 않는 장성들에게는 “명예롭게 사임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미군 지휘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관료주의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기술 도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첨단 기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지휘체계를 간소화하고 급변하는 양상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군 인사의 기준이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장관의 후임으로 헤그세스 장관의 측근인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군인 출신인 파넬 대변인은 트럼프 2기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국방장관 수석고문에 임명되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최측근 인사가 됐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서 장기간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중국의 팽창에 대비해야 하는 등 다양한 안보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최고위층의 잦은 교체와 인사 공백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 능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드리스콜 장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헤그세스 장관이 문화전쟁에 치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헤그세스 장관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그는 펜타곤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며 옹호했다.
  • 미국은 이란과 전쟁중인데 미군과 전쟁중인 국방장관[글로벌인사이트]

    미국은 이란과 전쟁중인데 미군과 전쟁중인 국방장관[글로벌인사이트]

    육군 현대화 주도한 드리스콜 장관헤그세스와의 마찰 끝에 결국 사표육참총장·해군장관에 육군장관까지전쟁 중에 공석된 초유의 사태 발생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국방부가 심상치 않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오면서다.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장성들을 대거 물갈이했던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에도 군 지휘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보수 성향의 헤그세스 장관이 이념전쟁에 몰두하면서 군 지휘 체계와 미래전에 대비한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 육군의 개혁을 이끌었던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까지 최근 헤그세스 장관과의 갈등 끝에 사의를 밝히면서 군 내부의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임 의사를 밝힌 드리스콜 장관은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값비싼 전통 무기체계에 의존하는 대신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며 육군 현대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드리스콜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고위 장성들의 승진을 잇달아 막으면서 갈등을 빚다 결국 물러나게 됐다. 이에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육군 장관과 참모총장이 모두 공석인 사태를 맞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지막 미군’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명장’으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도너휴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이 지난달 27일 사임한 배경에도 헤그세스의 몽니가 있었다. 상식적인 군 인사권자라면 1순위로 곁에 뒀을 베테랑이었지만, 헤그세스는 도나휴를 향해 ‘자기 홍보에 치중한다’는 식의 마타도어로 공격하며 스스로 군복을 벗게 만들었다. 헤그세스 장관과 군 수뇌부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을 전격 경질하는 것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군 최고위직에 오른 브라운 의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었다. 이어 리사 프란체티 해군참모총장과 미 국가안보국(NSA)·사이버사령부를 동시에 이끌던 티머시 호크 사령관 등도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헤그세스 장관의 칼끝은 개별 인사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엔 현역 4성 장군과 제독 자리를 최소 20% 줄이고 전체 장성급 직위도 10% 감축하도록 지시했다. 불필요한 지휘 계통과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전투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울러 미군 지휘부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 이른바 ‘워크(woke·진보적 가치)’에 매몰돼 전투력이 떨어졌다며 문화전쟁도 벌였다. 군부와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펼쳐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세계 각지에 배치된 장성과 제독 수백명을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불러 모아 미군이 ‘전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체력과 외모, 군 기강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자신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장성들에게는 “명예롭게 사임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미군 지휘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오랜 관료주의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기술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복잡한 지휘체계를 간소화하고 급변하는 전쟁 양상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사기준,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장성 감축 외치며 외모 기준 제시도트럼프는 여전히 헤그세스 전폭 신뢰하지만 군 인사의 기준이 ‘능력’에서 ‘충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장관의 후임으로 헤그세스 장관의 측근인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군인 출신인 파넬 대변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국방장관 수석고문에 임명되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최측근 인사가 됐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서 장기간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중국의 팽창에 대비해야 하는 등 다양한 안보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최고위층의 잦은 교체와 인사 공백은 단순한 조직 내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대응 능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드리스콜 장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헤그세스 장관이 문화전쟁에 치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헤그세스 장관이 육군을 현대화하고 새로운 전쟁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던 군 주요 직책 인사들을 밀어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헤그세스 장관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그는 펜타곤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며 옹호했다.
  • 영국서 K9 제친 독일 자주포…4년 만에 우크라 전장 뜬다 [밀리터리+]

    영국서 K9 제친 독일 자주포…4년 만에 우크라 전장 뜬다 [밀리터리+]

    영국 차세대 자주포 사업에서 한국산 K9A2를 제치고 선택된 독일 RCH 155가 약 4년의 기다림 끝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여러 차례 납품 일정이 미뤄진 만큼 실제 전장에서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독일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추적하는 ‘저먼 에이드 투 우크라이나’(GAU)는 지난 5일(현지시간) 신뢰할 만한 독립 소식통을 통해 RCH 155의 첫 우크라이나 인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독일이 첫 18문 지원을 결정한 2022년 9월 이후 거의 4년 만이다. RCH 155는 독일 방산업체 KNDS가 개발한 155㎜ 차륜형 자주포다. 복서(Boxer) 8륜 장갑차 차체에 무인·완전자동화 포탑인 포병포탑모듈(AGM)을 결합했다. 승무원은 2명이며 포탄 30발과 모듈식 장약 144개를 탑재한다. 탄종에 따라 최대 사거리는 70㎞에 달한다. KNDS는 일정 조건에서 이동하면서도 사격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운다. 높은 자동화 수준을 바탕으로 사격한 뒤 신속하게 자리를 벗어나는 ‘슛 앤드 스쿠트’ 능력도 강화했다. 네 차례나 미뤄진 인도…우크라이나군 600명 먼저 훈련 RCH 155의 우크라이나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첫 인도 시점은 애초 2024년 초로 거론됐지만 이후 2024년 말과 2025년 봄 등으로 잇따라 밀렸다. 2025년 1월 독일 카셀에서는 우크라이나 측에 첫 장비를 공식 인도하는 행사까지 열렸다. 그러나 해당 자주포는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넘어가지 않고 독일에 남아 교육훈련 등에 투입됐다. 우크라이나 전장관리체계와의 통합, 훈련 과정에서 확인된 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추가 작업도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군과 KNDS는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장병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올해 3월까지 관련 교육을 받은 장병은 600명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가 받을 RCH 155는 모두 54문이다. 18문씩 세 차례에 걸쳐 발주됐으며 독일 정부의 투입액은 8억 9000만 유로(약 1조 38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나 러시아군은 아직 RCH 155의 현지 운용 모습을 공식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배치 부대와 운용 현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KNDS 측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운용 과정에서 40㎞ 떨어진 표적을 첫발에 명중시키는 성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제조사 측 설명인 만큼 향후 우크라이나군의 공식 평가와 실제 전장 자료를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英도 72문 선택…K9과 유럽 자주포 시장 경쟁 RCH 155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유럽 각국의 차세대 포병 전력 후보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 5월 차세대 자주포로 RCH 155를 선택해 72문을 도입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교육과 운용지원 등을 포함해 10억 파운드(약 1조 8100억원)에 달한다. 영국 내에서 포신과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현지화 계획도 추진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 사업에 K9A2를 제안했지만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영국 사업은 RCH 155가 K9과 맞붙어 수주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독일군은 지난해 RCH 155 84문을 약 12억 유로(약 1조 8700억원)에 발주했다. 독일 정부가 체결한 기본계약 규모는 최대 500문이며 다른 국가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두 자주포는 성격이 다르다. RCH 155는 차륜형 복서 차체와 높은 자동화를 앞세우는 반면, 궤도형 K9은 험지 기동성과 대규모 운용·정비 기반, 여러 국가에서 축적한 운용 경험이 강점이다. K9은 현재 튀르키예·폴란드·노르웨이·핀란드·에스토니아·루마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폭넓게 진출해 있다. 핀란드는 지난 4월 K9 112문을 추가 도입하기로 하면서 보유 규모를 200문 이상으로 늘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의 자주포 선택 기준은 단순한 사거리와 화력을 넘어 자동화, 승무원 생존성, 기동성, 생산능력까지 확대됐다. 이 때문에 RCH 155가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성능을 입증하느냐는 향후 유럽의 차세대 포병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전에서 강점을 입증하면 영국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내구성이나 정비·보급 문제 등이 드러날 경우 이미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운용 경험을 쌓은 K9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4년 만에 우크라이나 전장에 들어간 RCH 155의 실전 성적표가 K9과의 유럽 자주포 수주 경쟁에서 새로운 변수가 된 셈이다.
  • 우주 정복 나선 트럼프의 야심작?…SF 영화 본뜬 ‘우주군 제복’에 SNS 시끌

    우주 정복 나선 트럼프의 야심작?…SF 영화 본뜬 ‘우주군 제복’에 SNS 시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F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를 본떠 만든 새로운 우주군 제복을 공개했다. 검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이 제복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영화 ‘스타워즈’의 제국군 장교 복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새 우주군 제복 시안을 공개했다. 그는 “이 제복은 스타쉽 트루퍼스 유니폼이 가진 절제된 규율에서 영감을 받아, 우주 영역을 지키는 대원들에 맞춰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는 23세기를 배경으로 인류가 거대한 벌레 형태의 외계 생명체 ‘아라크니드’와 은하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새 제복이 공개된 뒤 SNS에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이제 완전히 은하 제국으로 가는 거네요! 포스가 함께하길 빕니다”라며 농담을 던졌고, 또 다른 이들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사악한 제국군 장교 복장과 똑같아 보인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를 연출한 폴 버호벤 감독은 2018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파시즘 속에 살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파시스트를 향한 풍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복 공개 외에도 달 사진에 성조기를 합성한 뒤 “달은 우리 것이다”라는 문구를 올리는 등 연이어 화제를 모았다. 미국 우주군(USSF)은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임기 중이던 2019년 12월 창설됐다. 이어 지난달에는 차세대 민간·군사 우주항공 전문가를 양성할 새로운 우주군 사관학교 설립 계획도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 아나폴리스(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해안경비대사관학교 모두 훌륭하지만, 이제 우주군 사관학교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USSF는 올해 초 발표한 ‘우주 전쟁 수행: 기획자를 위한 프레임워크’라는 지침서를 통해 미국의 우주 역량을 지키고 ‘우주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드론이 표적 찾자 K9 바로 쐈다…‘세계 표준’ 자주포가 달라지는 이유 [밀리터리+]

    드론이 표적 찾자 K9 바로 쐈다…‘세계 표준’ 자주포가 달라지는 이유 [밀리터리+]

    세계 여러 나라가 운용하는 한국산 K9 자주포가 드론과 직접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드론이 표적을 찾고 좌표를 만들면 K9이 즉시 사격하고, 이후 탄착 관측과 피해 평가까지 다시 드론이 맡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타르투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에서 이런 차세대 포병 운용 개념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과 에스토니아,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루마니아, 호주 등 7개 K9 운용국과 스페인·스웨덴 참관단을 포함해 군·산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핵심은 수직이착륙(VTOL) 방식의 화력 유도 드론이다. 이 드론은 공중에서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좌표를 생성해 이를 K9 사격지휘체계에 바로 전달한다. 포병부대는 전방 관측병이 별도로 좌표를 전달하는 기존 방식보다 표적 식별부터 사격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드론의 역할은 사격 명령에서 끝나지 않는다. K9이 포탄을 발사하면 드론은 계속 표적 상공에 머물며 탄착 지점을 확인하고, 사격 뒤에는 피해 정도까지 평가한다. 한화는 이 같은 구조가 움직이는 표적이나 짧은 시간만 노출되는 표적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찾고 쏘고 확인까지…‘센서→사수’ 시간 줄인다 이번 개념의 핵심은 이른바 ‘센서 투 슈터’(sensor-to-shooter) 시간을 단축하는 데 있다. 센서가 표적을 발견한 순간부터 실제 화력이 투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포병의 ‘눈’ 역할을 맡으면서 전장의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 적 장비나 병력을 발견한 뒤 좌표를 신속히 전달하고, 포격 결과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포병의 명중률과 대응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K9도 이런 전장 변화에 맞춰 단순히 포를 더 멀리 쏘는 방향을 넘어 탐지·지휘·사격·평가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쪽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특히 드론을 활용하면 노출된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방 관측병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화는 이번 행사에서 K9 계열의 차륜형 자주포 개념도 함께 제시했다. 기존 궤도형 K9의 화력과 핵심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도로 이동성과 운용 편의성을 높여 국가별 작전 환경에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스페인·스웨덴도 지켜봤다…K9 수출 외연 넓히나 이번 K9 유저클럽에는 기존 운용국뿐 아니라 스페인과 스웨덴이 참관국으로 참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두 나라는 유럽에서 포병 전력 현대화를 추진하는 국가로 꼽힌다. K9은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운용국을 넓혀왔다. 한화는 단순히 자주포 한 체계를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각국의 운용 경험과 정비·훈련 노하우를 공유하는 유저클럽을 통해 K9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드론 연동과 차륜형 플랫폼, 디지털 정비까지 더하면서 경쟁력의 범위도 넓히려는 모습이다. 한화는 부품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정비 시점을 관리하는 디지털 군수지원 체계도 함께 소개했다. 이를 통해 장비 가동률을 높이고 유럽 운용국의 정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것은 차세대 운용 개념으로, 드론 연동 체계가 당장 모든 K9 운용국에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과 스웨덴의 참관 역시 K9 구매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K9이 단순한 자주포에서 드론·디지털 군수지원과 연결된 ‘포병 체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자주포 경쟁이 사거리와 발사 속도뿐 아니라 누가 더 빨리 표적을 찾고, 쏘고, 결과까지 확인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세종로의 아침] 네팔 홍수와 기후변화

    [세종로의 아침] 네팔 홍수와 기후변화

    네팔과 중국 접경 지역에서 산사태 홍수가 덮치는 순간을 담은 영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개미보다도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안간힘을 써서 달아나 보지만 몇 층 높이의 건물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토석류가 순식간에 밀려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어떤 재난영화도 이보다 끔찍하지 않았다. 차라리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 영상이길 바랐다.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히말라야 고지대 봉우리 사면에서 암반이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고, 강줄기로 유입된 대량의 물과 빙하 잔해, 흙과 모래가 좁은 계곡을 따라 폭발적인 기세로 하류를 덮쳐 홍수가 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빙하와 토사가 유입되면서 자연댐이 형성돼 강줄기가 막히고 호수가 생겨났다가 자연댐이 부하를 못 견디고 붕괴하면서 또 홍수가 발생할 위험도 남아 있다. 이번 재난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생생히 보여 준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직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를 촉발한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기온 상승과 빙하 융해가 이번 재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가파른 사면을 받치던 얼음의 지지력이 약해지고 동결과 해빙, 강수 패턴이 달라지며 이것이 산사면을 약화시켜 대규모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한편에선 반대론자들도 들썩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번 사태를 배출가스 탓으로 돌리는 것은 또다시 ‘기후 사기’에 편승하려는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미국 폭스뉴스 기사에도 “지구온난화론자들은 기후가 원래부터 계속 변해 왔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반대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팔 홍수 사태가 보도된 직후 자신의 SNS에 며칠 전 올렸던 기후변화 정책 폐기 기사를 다시 끌어올렸다. 네팔 홍수가 기후변화와 관련 없다고 강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기후변화를 놓고 오랫동안 여러 쟁점이 맞부딪쳐 왔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유의미한 합의점과 실질적인 행동을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기후는 계속 변해 온 것’이라는 반대론자의 논리만큼은 반박하고 싶다. 기후는 계속 변해 온 것이라는 사실 자체는 맞다. 문제는 그 변화의 진폭과 속도가 현재 삶의 안정성을 크게 흔들어 놓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몇 세대가 안정적으로 터를 잡고 살아온 고향이 하루아침에 홍수에 휩쓸리고, 몇백 년간 포도 농사를 지어 온 지역에서 이제는 포도가 잘 자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른 작물을 심거나 포도 주산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장지대였던 곳이 하루아침에 뚝딱 포도 농장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후변화는 물과 식량의 문제가 되고, 물과 식량의 문제는 전쟁의 이유가 된다. 기후변화 반대론자조차 전쟁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지속과 번영이 인류의 최우선 과제가 아닌가. 또 다른 비극은 기후변화의 칼날이 잘사는 나라, 잘사는 사람보다 빈곤국과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닥친다는 점이다. 성장의 과실을 따 먹느라 가파른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그 부작용도 온전히 떠안았다면 진작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최근엔 AI 기술이 기후변화를 앞당기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AI 기술 개발이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흐르면서 기후변화 문제는 더욱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인류가 똑똑한 지성체를 만들겠다고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생존을 위한 문제에 대해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신진호 온라인뉴스부 차장
  • 한 발 6800원 美 레이저…韓 ‘천광’은 2000원대인 이유 [밀리터리+]

    한 발 6800원 美 레이저…韓 ‘천광’은 2000원대인 이유 [밀리터리+]

    미국이 한 차례 발사 비용이 6800원 안팎인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본격 양산한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레이저대공무기 ‘천광’의 1회 발사 비용은 약 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두 무기는 출력과 운용 방식, 대응 표적이 달라 단순히 가격만 놓고 성능을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값싼 드론을 잡기 위해 고가 요격미사일을 소모하는 ‘비용 역전’을 해결하려는 목적은 같다. 미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와 디펜스스쿱은 2일(현지시간) 미 육군이 에어로바이런먼트(AV)와 ‘지속형 고에너지 레이저’(E-HEL)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규모는 4억 6480만 달러로 현재 환율 기준 약 6300억원이다. 미 육군이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시제품 단계에서 본격 양산으로 전환하는 첫 계약이다. 미 육군이 선택한 체계는 30㎾급 ‘로커스트 X3’다. 최대 600㎏급인 그룹 3 무인기까지 대응하도록 설계했으며, 차량에 탑재해 이동하면서 운용할 수 있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앞으로 수년간 수십 대를 공급하고 초기 물량은 1년 안에 인도할 예정이다. 싼 드론에 비싼 미사일…美도 ‘교환비’ 고민 미군이 레이저 양산에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드론전에서 드러난 비용 문제다. 이란의 샤헤드 계열처럼 상대적으로 값싼 자폭드론을 패트리엇이나 사드(THAAD) 같은 고가 방공미사일로 계속 요격하면 공격하는 쪽보다 방어하는 쪽이 더 큰 비용을 떠안는다. 최근 미·이란 충돌에서도 이런 고가 요격탄 소모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디펜스스쿱은 로커스트 X3의 한 차례 발사 비용이 5달러 미만이라고 전했다. 로커스트 X3는 탄약 대신 전력을 사용한다. 전력과 냉각 능력을 유지하는 동안 반복 사격이 가능해, 다수 드론을 상대하면서 값비싼 미사일은 더 위협적인 표적에 남겨둘 수 있다. 에어로바이런먼트 관계자는 로커스트의 역할을 값싼 표적을 먼저 제거해 고가 요격체계의 소모를 줄이는 수단으로 설명했다. 미 육군도 레이저가 미사일 같은 운동에너지 무기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드론을 격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커스트 계열은 이미 실전과 가까운 환경에서도 사용됐다. 미군은 최근 미국 남부 국경에서 에어로바이런먼트의 레이저 체계를 이용해 적대적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사용한 구체적인 로커스트 모델은 공개하지 않았다. 韓 천광은 한 발 2000원대…국산화율 90%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레이저 대공무기를 실전 전력화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천광 블록-I은 2024년 12월 전력화됐다. 20㎾급 고출력 섬유 레이저를 소형 무인기와 드론에 집중 조사해 엔진이나 전자장비를 무력화한다. 1회 발사 비용은 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5월 천광의 핵심 부품인 레이저발진기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방사청은 국산 발진기를 적용하면서 국산화율이 기존 76%에서 90%로 높아졌고, 드론·무인기 격추 시간도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천광 블록-I과 로커스트 X3는 같은 레이저 대드론 체계지만 차이가 있다. 천광은 20㎾급 고정형 체계인 반면 로커스트 X3는 30㎾급으로 차량 등에 탑재해 이동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2000원과 6800원이라는 발사 비용만으로 어느 체계가 더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레이저의 위력도 출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표적의 크기와 속도, 거리, 추적 정밀도, 레이저를 한 지점에 얼마나 오래 집중할 수 있는지, 비·안개·먼지 같은 기상 조건도 영향을 준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시속 500~600㎞에 달하는 제트 추진 드론까지 등장하면서 대드론 방어 난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고속 표적은 레이저 하나만으로 대응하기보다 미사일과 기관포, 전파교란, 요격드론 등을 함께 운용하는 다층 방공망이 필요하다. 한국도 천광을 끝으로 보지 않는다. 방사청은 출력과 정밀도를 높이고 기동성을 강화한 후속 레이저 체계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미국의 로커스트 X3와 한국의 천광이 보여주는 변화는 같다. 레이저 방공 경쟁의 핵심이 이제 ‘드론을 맞힐 수 있느냐’에서 ‘얼마나 싸게, 반복해서, 많은 표적을 막을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값싼 드론이 전장을 뒤덮을수록 방어 비용을 낮추는 능력이 차세대 방공망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 “이건 경제도 아냐, ‘광전사’ 모드” 푸틴 특사 입에서 나온 소리…러 성장률 고작 0.4% [권윤희의 월드뷰]

    “이건 경제도 아냐, ‘광전사’ 모드” 푸틴 특사 입에서 나온 소리…러 성장률 고작 0.4%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러시아는 낮은 국가채무를 바탕으로 군사비를 더 조달할 수 있지만, 전쟁 초기처럼 국방 발주를 늘리는 것만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워졌다. ● 유휴 노동력과 설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군수생산을 더 확대하면 민간기업과 사람·설비·자본을 놓고 경쟁하고, 증세와 고금리는 민간기업의 투자와 채용 여력을 더 줄인다. ● 티토프 특별대표가 군사경제와 민간경제의 ‘비율’을 강조하며 경제 전체의 군수화를 ‘광전사 모드’라고 경고한 것도 전쟁을 떠받칠 민간 생산기반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건 경제라고 할 수도 없다. 일종의 ‘광전사 모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현직 특별대표가 러시아 경제 전체를 군산복합체와 전쟁 수행에 맞추는 방식은 “극히 제한된 기간”밖에 유지할 수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4%까지 낮춘 가운데 군수생산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의 세금과 자금조달 부담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러시아 RBC 등에 따르면 보리스 티토프 국제기구·지속가능발전목표(SDG) 담당 대통령 특별대표는 동방경제포럼을 앞두고 RBC와의 인터뷰에서 군수부문과 민간경제의 균형을 강조하며 이같이 경고했다. 티토프 특별대표는 “군사경제와 민간경제는 언제나 공존해왔고 군산복합체에서 유용한 기술도 많이 탄생했다”며 “중요한 것은 그 비율”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전체를 전쟁에 동원하는 방식을 북유럽 신화 속 광전사에 빗대 “이건 경제라고 할 수도 없고 일종의 ‘버서커(광전사) 모드’”라며 “극히 제한된 시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안보에 예산 38%…민간기업 세금·금융비용 증가러시아 경제는 전쟁 초기 대규모 국방 발주와 재정지출을 앞세워 고성장했다. 가동 여력이 있던 설비와 유휴 노동력이 군수생산으로 이동하면서 생산과 임금, 소비가 함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4.1%, 2024년 4.9%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1.0%로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3%에서 0.4%로 낮췄고 2027년 전망도 2.8%에서 1.4%로 내렸다. 군수부문과 나머지 제조업의 격차도 벌어졌다. 핀란드 중앙은행 신흥경제연구소(BOFIT)가 러시아 연방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쟁 수행과 연계된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약 20% 늘었지만 나머지 제조업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4월 제조업 전체 생산도 전년 동기보다 0.3% 늘었고 제조업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19개 주요 업종에서는 생산이 감소했다. 전쟁 초기와 달리 지금은 군수생산에 새로 투입할 노동력과 설비의 여유도 줄었다. BOFIT는 노동시장에 유휴 인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추가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군수업체가 생산을 더 늘리려면 민간기업과 같은 노동력과 설비, 자본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전쟁비 더 댈 수 있지만…14% 고금리가 민간투자 압박러시아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군수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2026년 국가방위와 국가안보·법집행 예산을 합치면 16조 8406억 루블(약 265조원)로 연방예산 총지출의 약 38.2%다. 연방예산 100루블 가운데 약 38루블이 국방과 치안·안보 분야에 들어가는 셈이다. 세입 기반도 넓혔다. 올해 일반 부가가치세율을 20%에서 22%로 올리고 일부 중소사업자까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편입했다. 그런데도 올해 상반기 연방예산 적자는 5조 7300억 루블(약 90조원)로 GDP의 2.5%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1.7배다. 당장 전쟁비가 바닥나는 상황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올해 러시아의 일반정부 총부채는 GDP의 19.1%다. 누적 국가채무가 낮아 정부가 국내 차입을 늘려 군사비와 재정지출을 이어갈 여지는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비율”…군수 확대할수록 민간 생산기반 약화대신 그 비용은 민간경제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연 14%다. 예상보다 늘어난 정부 지출과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를 빠르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높은 금리는 기업의 설비투자와 운영자금 조달비용을 끌어올린다. 중앙은행도 높은 세부담과 긴축적인 금융여건이 기업의 투자와 채용, 임금 인상 계획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담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은 2027년 평균 기준금리를 10.5~12.5%로 예상했다. BOFIT는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2027년과 2028년 각각 약 0.5%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군수부문에 투입된 설비와 생산물 상당 부분이 전쟁 수행에 사용돼 민간 생산능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도 지난달 경제 전체를 전쟁에 동원하자는 주장을 “쓸모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평시 경제가 없으면 세금도, 국민소득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경제를 죽이는 것은 나라 전체를 죽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낮은 국가채무를 바탕으로 전쟁비를 더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군수생산을 더 늘리려면 이제 남아 있는 유휴 설비와 노동력을 쓰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이 쓰던 사람과 자본을 가져와야 한다. 민간기업은 세금과 인건비, 금융비용을 더 부담하고 투자와 채용 여력은 줄어든다. 티토프가 강조한 군사경제와 민간경제의 ‘비율’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군수부문의 비중을 계속 키우면 전쟁을 떠받칠 세수와 민간 생산기반까지 약해질 수 있다. 그가 경제 전체의 군수화를 “극히 제한된 기간”만 유지할 수 있는 ‘광전사 모드’라고 경고한 이유다.
  • ‘100세인 1만명’ 눈앞…준비 없는 한국, 일본식 ‘재정 폭탄’ 터진다

    ‘100세인 1만명’ 눈앞…준비 없는 한국, 일본식 ‘재정 폭탄’ 터진다

    우리나라도 내년 상반기 100세 이상 인구(Centenarian)가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100세인이 1만 명을 넘는 국가는 일본, 미국, 중국,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 브라질 등 10여 개 국가에 불과하다. 건강이 담보된다면 100세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1일 행정동별 연령별 인구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서 100세를 넘는 ‘100세인’은 2025년 말 8726명(남자 1441명, 여자 7285명)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9082명(남자 1513명, 여자 7569명)으로 반년 만에 350명이 증가했다. 7월 말 현재 100세를 앞둔 99세인 한국인은 5685명(남자 885명, 여자 4800명)으로 빠르면 내년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100세인이 1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이웃 나라 일본은 100세 이상 인구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9만 9763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3년 첫해 100세 이상 인구가 153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1998년 1만 명, 2003년 2만 명, 2012년 5만 명을 돌파하며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수학자들은 일본과 식생활습관이 비슷한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인구 규모(약 1억 2,500만 명)를 고려할 때 100세 인구가 약 4만 명에 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영양 섭취가 부실했던 비극적인 시기를 겪은 데다 급격한 근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명 연장에 악영향을 받았다. 한국은 2024년 12월 23일 주민등록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7%이면 고령화사회, 14%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한국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단 7년 4개월에 불과하다. 영국 50년, 프랑스 39년, 미국 15년, 일본 10년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빠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라는 씁쓸한 신기록을 세운 셈이다. 초고령 인구의 급증은 단순한 연령 구조의 변화를 넘어, 사회 전반의 기본 규칙과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드는 ‘구조적 대전환’을 가져온다. 정치는 ‘표심의 고령화’로 고령정치(Gerontocracy)가 심화된다. 이에 따라 청년·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교육, 신산업, 저출생 대책)보다 고령층의 즉각적인 이해관계(연금 유지, 의료비 지원, 부동산 가격 방어)에 중점을 둔 정책이 정치권의 주류가 된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노동 시장이 재편된다. ‘정년’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계속 일하는 ‘연령 파괴형 노동 시장’으로 체질이 바뀐다. 산업 역시 의료, 바이오, 헬스케어, 자산 관리, 실버 호스피탈리티, 로봇·스마트홈 등이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Silver Economy)으로 자리 잡는다. 복지 및 의료 패러다임이 전환되어 ‘치료(Cure)’ 중심의 의료 체계에서 ‘예방 및 돌봄(Care)’ 중심으로 바뀐다.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던 돌봄이 국가·사회적 영역(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옮겨간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방 도시들의 축소가 본격화되며 행정·의료·상업 기능을 특정 거점에 집중시키는 ‘컴팩트 시티(Compact City)’ 형태로 공간 구조가 재편된다. 수명 연장으로 노인들 역시 과거의 ‘보호받아야 할 약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소비·여가를 주도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문화적 주류로 부상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는 고령층을 사회적 부담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이 경제·문화의 주체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Reskilling & Redesign)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령 인구 증가는 의료비를 비롯한 사회보장비 지출이 급증한다. 이는 결국 국가부채로 이어진다. 이는 한국보다 약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선배국’인 일본보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진행 속도가 훨씬 빨라 일본이 겪은 시행착오와 정책적 대응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타산지석이 된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9.3%(약 3,625만 명)로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전원이 75세 이상에 진입하면서 사회보장비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질병 위험이 높은 7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6.1%(2,000만 명)를 차지하면서 의료비와 간병비 지출이 폭증했고, 이는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2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주원인이 됐다. 일본은 1990년 이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60~70%로, 당시 미국이나 이탈리아보다 낮아 비교적 건전한 편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중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경기 침체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0년대 후반 부채 비율이 100%를 돌파하면서 기존의 고부채 국가들을 제치고 선진국 중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1위에 올랐으며 이후 현재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부채의 절대 금액(약 40조 달러·한화 약 5경 5000조 원)에서 세계 1위이지만 경제 규모 대비 정부 빚은 일본이 1위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7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사회보장비 지출 속도가 정부의 세수 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75세 이상은 65~74세 전기고령자에 비해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이 약 4배 이상 높다. 한국의 7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8.4%(430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화로 늘어나는 세수를 감당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규모의 신규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2026년도 일본 정부 일반 회계 예산 총액(회계연도는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은 약 115조 5000억 엔, 이중 사회보장비 총액은 약 38조 5000억 엔(의료비 12조 8000억 엔 포함)이다. 일본 정부는 세수 부족 보충을 위해 약 35조 2000억 엔 규모(신규 건설·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최근 일본의 사회보장비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며 매년 연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초저금리 정책 덕분에 국채 이자 부담을 겨우 버텨왔지만, 최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향후 정부가 지불해야 할 국채 이자 비용(국채비)이 재정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경제 규모에 비해 정부 빚이 가장 많지만, 국가 부도 위기가 낮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일본은 정부 부채의 대부분이 해외 채무가 아닌 자국 통화인 엔화로 발행된 국채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채의 85~90% 이상을 일본 중앙은행(BOJ), 시중 은행, 연금 등 내국인 및 자국 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주식, 해외 채권, 연금 기금 등 막대한 정부 자산을 보유해 정부 자산을 차감한 ‘순부채(Net Debt)’ 비율이 GDP 대비 약 70~80% 수준으로 급감하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과 비슷한 보통 수준이다. 정부 부채가 많지만, 일본 전체(민간+정부)가 해외에 보유한 순자산이 세계 1위 수준이어서 대외 신용도가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민간이 해외에 투자하거나 빌려준 돈에서 들어올 빚을 뺀 ‘대외 순자산’은 약 400조 엔 이상으로 30년 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변수는 금리로, 금리가 오르면 일본 정부가 지불해야 할 국채 이자 비용(국채비)이 가파르게 증가하여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 일본의 재정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한국도 2030년대 중반쯤 일본이 현재 겪고 있는 사회보장비 폭증과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세계 최대 대외 순자산국이라는 방파제라도 있지만,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정부 부채가 급증할 경우 외환 위기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연금 개혁과 의료 재정 건전화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자체는 올해 약 47%로 일본보다 훨씬 낮고 건전해 보인다. 그러나 부채의 ‘질적 구조’와 경제의 체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부 부채가 급증할 경우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주된 이유는 원화가 엔화·달러와 달리 위기 시 자금 유출 위험이 큰 비기축통화여서다. 한국 정부가 부채를 갚기 위해 원화를 대량으로 찍어내면 원화 가치가 폭락(고환율·초인플레이션)하고 외환위기로 직결된다. 일본은 국채의 대부분을 일본 국민과 자국 기관이 들고 있어 외풍에 매우 강하다. 한국은 국채 및 공공 채권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훨씬 높다. 한국의 정부 부채가 급증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채권을 투매하고 달러를 빼내어 외환 위기(FX Crisis)를 유발할 수 있다. 정부 부채 증가 시 가계 부채와 맞물려 국가 전체 재정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 한국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첫 2000조 원을 돌파해 GDP 대비 100%에 근접했다. 일본은 이미 사회보장비 증가 속도가 정점에 달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한국은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는 앞으로 복지 예산 등 정부가 의무적으로 써야 할 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세금을 낼 생산연령 인구는 급격히 줄어든다는 얘기다. 부채의 증가 경사도가 일본보다 훨씬 가파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내수 시장 규모가 커서 대외 충격을 흡수할 체력이 있다. 한국은 수출입 등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환율 변동 등 외부 악재에 매우 취약하므로, 재정 건전성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야 외풍을 견딜 수 있다. 일본이 던지는 가장 큰 경고는 명확하다. ‘준비 없는 고령화는 국가 재정과 성장 동력을 동시에 갉아먹는다’이다. 한국은 인구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가파른 만큼, 일본이 20~30년에 걸쳐 진행한 사회 구조 개혁을 향후 5~10년 내에 가속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 “한국 군용 무인차량 정보 좀”…3개국이 공식 타진, K방산 새 기록 쓸까 [밀리터리+]

    “한국 군용 무인차량 정보 좀”…3개국이 공식 타진, K방산 새 기록 쓸까 [밀리터리+]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1일 헤럴드경제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핀란드·루마니아 국방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다목적 무인차량에 대한 정보 요청(RFI)을 보냈다. RFI는 정부가 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가격, 인도 조건, 기타 시장 정보 등을 파악하고자 할 때 밟는 공식 절차다. 일반적으로 RFI는 사업 발주 이전 시장조사의 성격을 띠는 만큼 향후 협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3개국이 비슷한 시기에 관심을 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은 군용 무인 지상차량(UGV)으로, 병사를 대신해 전장 곳곳을 이동하면서 물자를 나르고 정찰·감시와 부상자 후송, 전투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개발된 미래형 군사 플랫폼이다. 특히 험지에서도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소형 다목적 무인 운반·지원 차량인 ‘아리온스멧’(Arion-SMET)은 최대 적재량이 약 550㎏, 완전 충전 시 약 100km를 이동할 수 있다. 더불어 ‘다목적’ 무인차량인 만큼 카메라와 감시장비 등을 활용해 위험 지역에 먼저 들어가 정찰·감시 임무나 부상병을 후송하는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탑재해 무장을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국가명을 언급하는 것은 어렵지만 해외 국가로부터 RFI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아리온스멧 해외 진출, K방산 새 이정표 될 것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국 육군의 차세대 이동식 화포 사업에 K9 계열이 선정된 데 이어 스페인과도 약 66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실행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다목적 무인차량의 해외 수출이 성사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 방산 역사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쏟아진다. 지금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주로 생산하고 디젤 잠수함과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는 등 재래식 무기 영역에서 주로 활약해 왔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통해 무인 무기 체계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커졌고 이는 전쟁의 승패와 국방력을 가늠하는 지표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은 한국 방산의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데 중대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아리온스멧은 2023년 12월 미국 하와이의 해병대 훈련장에서 미군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을 받았다. 이는 한국산 군용 무인 지상차량으로는 최초의 사례다. 미국 해병대와 육군 관계자들이 자율주행과 물자 수송 등의 성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차량 기술이 미국 시장에서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국군도 본격적인 무인 전력화 추진무인 체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군도 해당 분야에서 본격적인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 7월 한국군의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안 기종이 최종 선정됐으며, 육군과 해병대가 감시·정찰·전투 지원·물자 이송 등에 활용할 무인차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화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아리온스멧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무인차량 ‘그룬트’(GRUNT)도 개발하고 있다. 그룬트는 최대 적재능력이 900kg 이상으로 확대되고 운용거리도 약 290km로 늘어난 차세대 모델이다. 아리온스멧과 그룬트 등 다목적 무인 차량이 전장에 배치돼 활성화된다면 사람이 수행하던 위험한 임무의 일부를 무인차량에 맡기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는 병력 부족 현상과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韓 K9·레드백 바다로…호주군이 상륙정에 직접 실은 이유 [밀리터리+]

    韓 K9·레드백 바다로…호주군이 상륙정에 직접 실은 이유 [밀리터리+]

    한국산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만든 호주군의 AS9 헌츠맨과 AS21 레드백 보병전투차가 이번에는 바다로 나갔다. 호주 육군과 해군이 이들 중장비를 상륙정에 직접 싣고 내리며 해상 수송 능력을 시험한 것이다. 31일(현지시간) 호주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커넥트에 따르면, 호주군은 지난 7월 초 시드니항 가든아일랜드에서 AS9 헌츠맨과 AS21 레드백 등 신형 지상 장비의 해상 운용 시험을 진행했다. 육군과 해군 요원들이 참여해 상륙정 탑재와 갑판 취급, 하역 절차 등을 점검했다. 시험에는 K9을 호주군 요구에 맞게 개량한 AS9뿐 아니라 AS10 장갑탄약보급차, 대형 HX81 트럭 등이 투입됐다. AS9은 호주 해군의 LCM-1E 상륙정으로 수송됐으며, 레드백을 멕시플로트(Mexeflote) 상륙 플랫폼에 실은 모습도 공개됐다. 목적은 단순히 차량이 배에 들어가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호주 국방부는 이번 시험이 차세대 육상 전력의 해상 전개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군의 중장비를 해군 상륙 전력과 묶어 실제 작전 지역까지 옮길 수 있는지를 확인한 셈이다. 육상서 실전시험 끝내자 이번엔 바다로 AS9은 최근 호주군에서 빠르게 전력화되고 있다. 호주군은 지난 7월 말 타운즈빌 라바락 병영에 첫 ‘보호형 기동화력 포대’를 창설하고 AS9과 AS10을 정식 전력에 포함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타운즈빌 훈련장에서 열린 ‘포지에르 런’ 훈련에 AS9을 처음 투입해 야전 전투 능력도 검증했다. 호주군은 기존 견인포 M777과 비교해 AS9의 장점으로 기동성과 생존성을 꼽는다. 제4포병연대 지휘관 사이먼 프루인 중령은 AS9이 사격 진지에 수초 만에 들어가 M777보다 빠르게 포탄을 발사한 뒤 다시 은폐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적이 위치를 파악해도 대응하기 전에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는 AS9 30문과 AS10 15대를 도입한다. 대부분은 빅토리아주 질롱 인근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 공장에서 생산한다. AS9은 한국군 K9을 기반으로 하지만 호주군 요구에 맞춘 전투체계와 방호 능력 등을 적용했다. 레드백도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다. 호주 정부는 AS21 레드백 129대를 도입하며 2028년 말까지 생산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헌츠맨과 레드백 두 사업에 모두 약 80억 호주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왜 상륙정에 싣나…호주군이 바꾸는 전쟁 방식 이번 시험이 주목되는 이유는 호주군이 최근 육군의 작전 방향을 내륙 중심에서 도서·연안 지역까지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인도·태평양의 섬과 해안, 강과 정글 환경에서 병력을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연안 기동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형 상륙정 18척과 대형 상륙정 8척 등 총 26척을 새로 확보하는 대규모 사업도 추진 중이다. 호주 국방부는 새 상륙정이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복서 장갑차는 물론 레드백까지 수송하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육군 중장비를 해상에서 이동시켜 필요한 해안에 신속하게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짐을 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작전 능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무거운 궤도형 장비를 상륙정에 올리고 갑판에서 이동·배치한 뒤 다시 안전하게 내리는 일련의 절차가 실제 함정 환경에서도 가능해야 한다. 이번 시험에서 적재·갑판 취급·하역을 반복한 이유다. 이는 K9과 레드백의 역할도 넓힌다. 자주포와 보병전투차가 육상에서만 움직이는 전력이 아니라 해군의 상륙 수송 능력과 결합해 섬이나 해안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육군참모총장 사이먼 스튜어트 중장은 새 연안 함대와 육군의 제병 합동 전력이 결합하면 병력을 신속하게 기동시키고 장거리 타격과 방공 전력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군이 구상하는 미래 육군에서 ‘배에 실을 수 있는가’가 단순한 수송 문제가 아닌 전투력의 일부가 된 셈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K9과 레드백이 호주 현지 생산과 야전 전력화를 넘어 해상 전개 시험까지 거치면서 운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호주군이 추진하는 연안 전력 전환이 본격화할수록 이들 한국계 지상 무기가 바다를 건너 얼마나 빠르게 전장에 투입될 수 있느냐도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 “한국차 공장, 유사시 무기 생산”…美 방산업체 주장, 현실 가능성은? [밀리터리+]

    “한국차 공장, 유사시 무기 생산”…美 방산업체 주장, 현실 가능성은? [밀리터리+]

    미국 방위업체가 비상 상황 발생 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공장에서 무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과 첨단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드론·감시체계·자율무기 등을 개발하는 미국의 첨단 방위산업 기업인 안두릴의 팔머 럭키 공동창업자는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전시에는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 일본의 민간 생산 시설을 무기 생산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 생산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자동차 공장에서 전차를 생산했었다. 현대전에서도 수작업 생산에만 의존해서는 필요한 무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전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민간 공장들이 무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두릴 공동창업자가 제안한 핵심은 기존 민간 제조 시설을 평시와 전시에 따라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이미 미국에서는 GM과 포드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방산 관련 생산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세계적인 수준의 자동차 및 제조 기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방위산업과 연계하여 생산 능력을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안두릴 측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민간 시설을 무기 생산이 가능한 군사 시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군사 규격, 품질 관리, 보안, 공급 계약 등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비상시 민간 제조 시설을 군수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은 국내 법규 및 규정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함께, 산업계의 준비 태세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필요로 한다. 현재 안두릴은 전쟁 등 비상시에 1년간 쓸 전략 물자를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조달하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전략 물자 공급망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자 중국이 세계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르마늄의 미국 내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방위산업과 협력 강화하는 안두릴럭키 공동창업자의 이번 주장은 안두릴이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해 5월 안두릴은 HD현대중공업과 무인수상정(USV)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을 시작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기존 협력을 구체화해 자율임무수행 시스템과 무인수상정 개발·설계·건조를 중심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비슷한 시기 안두릴은 대한항공과는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겨냥한 자율 무인항공체계(UAS)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3월 안두릴은 HD현대와 기존 무인수상함 협력에 이어 첨단 무인잠수정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추가 양해각서를, 지난 5월에는 현대로템과 AI 기반 유·무인복합(MUM-T) 통합 지휘통제체계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안두릴의 AI 운영체계 ‘래티스’를 현대로템의 무인 플랫폼과 주요 지상무기체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한국 방산기업과의 협력은 안두릴이 한국 제조 및 기술 기업의 역량을 활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방산 공급망이 연결되면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기업 사이의 기술 이전과 수익 배분 등에 대한 협상은 불가피하다. 더불어 한국 조선의 미국 진출을 둘러싼 진통처럼 미국 의회 등 내부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안두릴은 어떤 업체?한편 한국과 공격적인 협력을 이끄는 안두릴은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610억 달러(약 84조원)로 11개월 만에 2배로 뛰어오르는 등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예 방산기업이다. 최근에는 미 공군의 차세대 무인 전투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 육군과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거리 타격용 순항미사일 ‘바라쿠다’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주요 무기체계 공급업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안두릴은 전통적인 방산업체와 달리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자율화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미국과 동맹국의 차세대 방위산업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안두릴의 무기가 실제 전장에 투입된 사례도 있다. 안두릴의 알티우스(Altius) 계열 무인기는 미국의 군사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제공됐지만 일부 제품은 러시아군의 전자전에 취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성능 논란도 제기됐다. 안두릴은 미 육군과 최대 200억 달러(한화 약 24조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수주했고 일본 방위성은 이 회사의 래티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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