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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드라마 재발견

    [길섶에서] 드라마 재발견

    나만 보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유튜브에서 ‘전원일기’를 챙겨 보는 지인들이 꽤 많다. 다들 한결같이 이 오래된 드라마를 다시 보며 새롭게 눈뜬 게 있다고 말한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골인 줄만 알았던 양촌리가 당대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속엔 ‘곳간 열쇠’를 사이에 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밀당부터, 외국산 소 수입 개방으로 떨어진 소값에 통곡하던 동네 청년들의 현실이 생생히 살아 있었다. 빚을 내 지은 비닐하우스가 냉해로 망가져 절망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서울 공장으로 떠나는 젊은이를 씁쓸하게 배웅하는 장면도 있다. 서울 간 친구들 앞에서 주눅 드는 시골 청년들의 박탈감, “왜 평생 농사만 지어야 하냐”며 대드는 자식 앞에서 김 회장이 짓던 깊은 한숨 등 시대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토록 삶의 온갖 소란을 정면으로 다루었기에 ‘국민 드라마’라 불릴 만했다.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의 삶과 갈등을 직시하는 이야기의 힘은 결코 바래지 않는다.
  • “시민 뜻으로 세운 조선대… AI 시대 ‘윤리적 나침반’ 될 것”

    “시민 뜻으로 세운 조선대… AI 시대 ‘윤리적 나침반’ 될 것”

    시민 창학정신 담긴 국내 첫 민립대1987년 1·8항쟁은 정체성 회복 운동AI 종착지도 결국 ‘사람 위한 기술’기술 격변기 속 인본주의 강조해야의·치·약·간호대 보건 인프라 강점AI 활용해 ‘웰에이징 플랫폼’ 구축우주항공 분야 지역 상생 산업 주도미래 세대로 민주·인권의 가치 계승 광주시 동구 필문대로 언덕길을 따라 오르자 초여름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백색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일 건물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조선대학교 본관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거대한 함선이 대양을 향해 닻을 올린 듯한 위용을 품고 있다. 1946년.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 가난과 혼란이 짙게 드리웠던 시절이었다. 당시 호남 시민 7만 2000여명은 “황토로 담을 쌓고 창호지로 문을 발라서라도 대학을 세우자”며 성금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대학이 조선대다. 국가도, 종교도, 거대 자본도 아닌 시민의 힘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의 민립대학이다.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은 조선대는 다시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인공지능(AI) 혁명, 학령인구 감소, 지방 소멸, 초고령 사회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조선대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김춘성(58) 조선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뜻밖에도 첨단 기술보다 ‘사람’을 이야기했다. 개교 80주년을 맞은 조선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100년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80년 전 가난했던 시절, 시민 손으로 세워진 대학이 이제는 지역의 거목이 됐다. 개교 80주년을 맞은 소회는. “조선대는 태생부터가 한 편의 대서사시다. 국가나 거대 자본, 혹은 특정 종교 재단이 세운 여타 대학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광복 직후 배움에 목말랐던 지역민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일궈낸 ‘민초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설립동지회 권유문에 담긴 절박한 호소는 학교 하나를 짓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교육을 통해 지역과 국가의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시민적 의지의 발현이었다. 그 의지가 80년을 이어왔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대학을 지켜냈다. 시민이 세우고, 시민이 지킨 대학, 그것이 조선대의 가장 큰 정체성이자 자산이다.” -조선대 하면 1987년 1·8항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학 민주화의 상징적 사건인데. “조선대 역사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면서 동시에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다. 민립대학으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사유화의 질곡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113일간 이어진 처절한 투쟁은 단순히 권력자를 바꾸는 싸움이 아니라 시민이 세운 대학을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는 ‘정체성 회복 운동’이었다. 그 결과 1988년 대학 개혁 운동 끝에 조선대는 대학자치운영협의회를 출범시켰고, 이듬해 전국 대학 최초로 예·결산 집행 내역을 전면 공개했다. 시민이 세운 대학을 시민에게 열어 보인 것이다. 조선대는 민주주의를 배우며 실제로 민주주의와 함께 살아온 대학이다. 그 역사의 무게를 잊지 않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대학의 공공성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1·8항쟁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80주년 슬로건이 ‘휴머니티 비욘드 더 퓨처(Humanity Beyond the Future)’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시점에 왜 다시 ‘인본주의’인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휴머니티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할수록 우리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조선대가 추진하는 AI, 바이오, 우주항공, 웰에이징((Well-aging) 전략의 종착지는 결국 ‘사람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 기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대학은 기술 발전의 맹목적 속도전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윤리적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80년 전 선배들이 교육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꿈꿨듯이 우리는 기술이 사람을 향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대학이 되겠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핵심으로 웰에이징을 제시했다. 단순한 의료 서비스를 넘어선 개념 같은데. “그렇다. 웰에이징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초고령 사회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미래다. 결국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미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조선대는 의·치·약·간호대학이라는 강력한 보건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삶을 해석하는 인문학, 삶을 채우는 문화예술, 삶을 편리하게 하는 공학이 한 캠퍼스 안에 함께 있는 종합대학이다. 여기에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웰에이징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기에 조선간호대학교와의 통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국 3위 규모의 우수한 간호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하게 됐고, 의료와 돌봄, AI가 융합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지방대의 위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파고를 넘기 위한 조선대만의 전략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 위기를 돌파할 방향은 있다. 지역 문제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조선대는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선대는 치매 정밀의료 빅데이터, 펩타이드 신약 연구, 해양 바이오, 구강 미생물 연구 등 미래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지방대 최초로 누리호 큐브위성 탑재 성공과 이어지는 도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성과들 앞에서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기술이 지역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라고 말이다. 연구가 기술이 되고 기술이 창업과 일자리가 되고 그것이 지역의 삶을 바꾸는 것. 우리가 추구하는 ‘실용적 혁신’이다. 당면하는 사회 문제의 해법을 만드는 대학,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플랫폼 대학,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지키는 AI 시대의 대학 모델을 조선대가 제시하겠다.” -80주년 기념 학술·문화사업이 풍성하다던데. “대학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민립대학 정신과 민주·인권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계승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조선대 80년사’를 편찬 사업이다.본관 로비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CSU 명예의 전당 & 히스토리월’이 조성된다. 대학의 상징인 108계단에는 개교 90주년과 100주년을 기약하는 연혁 동판을 설치한다. CSU 어게인 7만2000 발전기금 캠페인’ 등 민립대학 설립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나눔 사업도 추진된다. 기부자 이름을 새긴 기념 블록을 설치하는 ‘장미로드’ 사업과 함께 민주·인권·희망의 가치를 담은 ‘CSU 휴머니티 로즈가든’도 조성된다. 지역 작가와 미술대학 학생들이 참여하는 어반스케치 프로젝트 ‘조선대를 그려봄’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최근 조성된 민주인권동산은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는데. “조선대 캠퍼스는 시민의 공간이다. 최근 조성한 민주인권동산은 그 의미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장미원 곁에 5·18민주동산, 민주열사동산, 소녀동산을 배치했다. 화려한 꽃길 옆에 기억의 공간을 둔 이유는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휴머니티의 출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고귀한 가치다. 꽃이 피는 자리 곁에 그들의 헌신을 함께 두는 것, 민주인권동산은 미래 세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살아있는 교육 공간이다. 또한 6·25전쟁 당시 조선대는 전시연합대학의 한 축으로 학문의 명맥을 이어갔다. 지난해 조성한 호국영웅 명비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조선인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민주와 인권, 그리고 호국의 정신이 함께 숨 쉬는 캠퍼스. 그것이 조선대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다.” -조선대의 미래, 다음 100년의 비전은 무엇인지. “80년 전 나라를 되찾은 이 땅의 사람들이 국가의 부강을 위해 열망한 교육, 조선대는 그 열망으로 태어났다. 지금 시대는 이렇게 묻고 있다. 지역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람이 존엄하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기술이 사람을 밀어내지 않도록 하려면 어떠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가. 조선대는 이 질문들에 답하는 대학이 되고자 한다. 웰에이징, 우주항공, 바이오, AI 융합은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이다. 100년의 조선대가 어떤 대학으로 기억될지는, 지금 이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게 답했는가에 달려 있다.”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조선대 캠퍼스는 시민의 정원과 같다. 장미원에는 가족, 학생, 시민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 풍경이 바로 조선대 80년 역사의 축소판입니다. 80년 전 황무지에 뿌려진 배움의 씨앗은 이제 지역을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우리는 그 뿌리 위에서 시민과 함께 다음 100년을 써 내려가겠다.”
  • 유은혜 전 장관 “귀 기울임·존중의 약속, 숨 쉬는 학교 만들겠다”

    유은혜 전 장관 “귀 기울임·존중의 약속, 숨 쉬는 학교 만들겠다”

    ‘숨 쉬는 학교’ 출판기념회, 범여권 3000여 명 참석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저서 ‘숨 쉬는 학교’ 출판기념회를 열고 “귀 기울임과 존중의 약속으로 숨 쉬는 학교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상곤·이재정 전 경기도교육감,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등 범여권 인사 3000여 명이 참석했다. 토크콘서트에서 유 전 장관은 “학교는 학생들을 줄 세우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자라도록 돕는 공간”이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직원과 교육행정,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면 교육의 변화는 지속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정책은 현장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교육의 축소판 경기도에서 학생들이 숨 쉬는 학교를 만들어내는 것이 곧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며 “책에서 강조한 귀 기울임과 존중, 자람의 약속을 지키며 여러분과 함께 숨 쉬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 기묘한 모순의 민낯… 어른을 위한 ‘말괄량이 삐삐’

    기묘한 모순의 민낯… 어른을 위한 ‘말괄량이 삐삐’

    어른을 위한 ‘말괄량이 삐삐’라 해야 할까. 새 책 ‘빼그녕’의 성격을 규정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어린 여자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이니 동화라거나 성장소설이라 할 수도 있겠고, 출판사처럼 그냥 한국소설이라 펑퍼짐하게 분류할 수도 있겠다. 소설의 밑바탕엔 짙은 사회성도 깔렸다. 그러니 사회소설이라 해도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천재 ‘빼그녕’ 눈으로 본 마을 풍경 빼그녕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원래 이름은 백은영이다. 빼그녕은 천재다. 태어난 지 918일째 되던 날에 ‘할마’(할머니)와 함께 별을 관측했고, 세 살 무렵인 1111일에 한글을 뗐다. 초·중·고 과정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다 뗐다. 힘세고 재치 넘치는 ‘삐삐’의 천하무적 캐릭터와 겹친다. 힘이 세지 않다는 게 다를 뿐이다. 빼그녕의 천재성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스스로 드러내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어느 날, 아빠에게 온 전기요금 고지서에 ‘빼그녕’이라고 낙서했다. 아빠는 곧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에 한글도 못 깨쳤다며 혼냈다. 물론 한글을 몰라서 그리 적은 게 아니다.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자의 고뇌와 비애, 자신이 가지 못하는 길에 대한 아쉬움, 주어진 환경에 매몰되지 않고 삶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당찬 각오 등이 어지러이 뭉친 덩어리가 ‘빼그녕’인 것이다. 이름보다 중요한 건 사실 삶의 배경이다. 빼그녕이가 사는 송백리 마을은 1970년대 후반 ‘박정희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표방하지만, 이면에는 ‘송가네’와 ‘백가네’로 대변되는 패권 다툼이 있고, ‘빨갱이’와 ‘노동운동’에 대한 냉소와 혐오가 있다. ●‘선량한 방관자’ 향한 묵직한 충고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함이 집단 이기심과 결합하면서 곪았던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다. 두 남녀의 금지된 사랑이 드러나고, 마을 어른의 독살 사건 등이 거푸 벌어진다. 마을에서 가장 약하고 이질적인 존재인 이방인 여성 ‘춘입’을 편견과 차별의 희생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아이 빼그녕의 시선을 통해 이 기묘한 모순의 민낯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말괄량이 삐삐’ 같은 유쾌한 톤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소설이 전하는 가장 기묘한 미학은 바로 이 모순된 풍경이다. 사회 비판 리얼리즘의 서늘함과 순진무구한 따뜻함이 공존한다. 이는 ‘선량한 방관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묵직한 충고가 아닐까 싶다.
  • 김선영 경기도의원, 종합감사에서 도민 삶의 질 높이는 구조개혁 의지 피력

    김선영 경기도의원, 종합감사에서 도민 삶의 질 높이는 구조개혁 의지 피력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김선영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비례)은 11월 14일 열린 행정사무감사 종합감사에서, “노동·사회적경제·소상공인 금융·상권·균형발전·공공기관 인력 구조를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결국 도민 삶의 질과 구조개혁”이라고 밝히며, 올 한 해 지적된 사안들을 내년도 예산과 중장기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11월 7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선영 부위원장은 먼저 노동국을 향해 “중대재해 감축, 노동시간 단축, 플랫폼 노동자 보호, 이른바 ‘노란봉투법’ 통과 등 노동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인구·산업·경제 규모에서 ‘대한민국 축소판’인 경기도가 여전히 중앙정부 정책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신설, 근로감독권 광역자치단체 위임 촉구 건의안 등 도의회의 입법·정책 활동을 상기시키며 “공공기관 노사정협의체를 출범시켜 사회적 대화를 본격화하며, 출자·출연기관의 안전·노동권 관리 수준도 한 단계 올려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사회혁신경제국과 경기도사회적경제원에 대한 감사에서는 “새 정부 이후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도의 대응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총 87억 원이 투입된 사회혁신공간 사업조차 공사 지연, 입주·운영 계획, 실적 관리에 대한 자료가 부실하다”라며 “조직 입주·보육 현황, 예산 집행률, 공공구매 연계 실적을 투명하게 관리·공유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대해서도 “대통령상 수상, 통큰세일 등 외형 성과에도 불구하고 평가 부진과 내부 갈등은 잠재돼 있다”라며, 사옥·주거복지 등 중장기 조직 안정 대책과 매출 변화 등 실질 지표 중심의 성과관리를 주문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관련해서는 업무과중과 인력 구조, 도의 인력 통제 방식을 함께 분석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김선영 부위원장은 “코로나 이후 상시 과부하와 상반기 예산 70% 조기 집행으로 보증 신청이 폭증하는데도 인력 증원은 지지부진해 지연보증과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직원 사망 사건의 산업재해 인정 역시 조직에 대한 경고라고 짚었다. 특히 “운용자산 1조 2천억 원 규모의 경기신보가 전체 608명 중 정규직 377명에 불과하고 계약직·임시직을 포함하면 75%가 비정규직인 기형 구조”라고 지적한 다음, “경기도지사가 공공기관 인력결정 권한을 행안부 장관에게 위임해 다른 시·도는 하지 않는 총량 통제를 적용하면서, 인건비·운영비를 직접 부담하지 않는 기관까지 획일적으로 묶어두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해서는 균형발전 전략 부재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경기도 경제자유구역은 평택·시흥·안산 등 서해안·남부에 편중돼 있고, 신청 지역도 수원·파주·고양·의정부 등 상대적으로 기반이 갖춰진 곳에 몰려 있다”며 “상수원보호구역·군사시설보호구역·개발제한구역 등 중첩규제로 산업 기반이 취약한 동북부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경제자유구역을 단순 투자유치 수단이 아니라 규제로 묶인 지역의 산업 기반·일자리·정주여건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불균형 완화 도구로 재설계하고,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을 균형발전 전략본부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종합 발언에서 김선영 부위원장은 “노동권 보호, 사회적경제 활성화,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안전망, 상권 회복, 중첩규제 지역 균형발전, 공공기관 인력·지배구조 개선은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라 ‘현장–조직–도민서비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한 묶음”이라고 정리했다. 끝으로 김 부위원장은 “경기도와 공공기관이 양질의 도민 서비스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인력·조직·정책으로 증명해야 한다”라며,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이어질 예산 심의와 향후 정책 대안으로 연결해, 현장에서 도민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겠다”라고 정책추진 방향을 피력했다.
  • 김선영 경기도의원, 노동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노동행정 당부

    김선영 경기도의원, 노동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노동행정 당부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도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선영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비례)은 11월 7일 북부분원에서 진행된 노동국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중앙정부의 노동정책 기조 변화에 발맞춘 경기도의 노동행정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선제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준비를 촉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국정운영 원칙 아래 노동존중과 안전한 일터 조성이 주요 정책 기조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중대재해 감축, 노동시간 단축, 플랫폼 노동자 보호 등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경기도는 이에 발맞춘 준비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선영 부위원장은 “경기도는 인구와 산업, 경제 규모에서 전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대한민국 축소판’으로서 중앙정부보다 앞서 나가는 선도적 노동정책을 펼칠 책무가 있다”라고 전제한 후, “그러나 노동국의 업무보고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나 계획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라고 질타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최근 1년 동안 대표 발의한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신설 촉구 건의안’과 ‘근로감독권 광역자치단체 위임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촉구 건의안’ 등을 언급하며, “도의회는 이미 여러 차례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해 왔으나, 도 집행부는 관련 진척 상황이나 협의 내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성호 노동국장은 “고용노동부와 협력하여 근로감독권 이양과 관련한 TF를 구성하고 있으며, 국장급 협의도 진행 중”이라며 “중앙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제도 개선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또한 김선영 부위원장은 “노사민정협의회 역시 여전히 반쪽 운영에 머물고 있다”라고 말한 다음,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를 선언한 만큼, 경기도도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협의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실질적 사회적 대화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추가질의 및 보충질의에서 김 부위원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노무 관리의 법적 책임이 강화된 만큼, 킨텍스를 비롯한 도 출자·출연기관들도 예외일 수 없다”라며 “노동 관련 법규 준수와 조직 내 안전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제3전시장 사업의 착공이 늦어지고 사업비가 4,800억 원에서 6,500억 원으로 증액된 만큼, 도와 킨텍스 간 정보 공유와 소통이 더욱 투명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특히 앵커호텔, 주상복합, 전시장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안전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김 부위원장은 “경기도가 더 이상 중앙정부 정책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주체로 우뚝 서야 한다”라고 주장한 후,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경기도를 위해 경제노동위원회와 함께 끝까지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 소년 노동자에서 KAIST 교수를 넘어, 이군현 전 의원 자서전 화제

    소년 노동자에서 KAIST 교수를 넘어, 이군현 전 의원 자서전 화제

    - 청계천 재봉틀에서 시작된 한국 교육개혁의 여정 청계천 평화시장의 재봉틀 소리가 국립창원대 이룸홀 강당에서 박수 소리로 이어진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4선 국회의원과 한국교원 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이군현 전 의원이 25일 국립창원대학교 이룸홀에서 자서전 『소년 노동자, KAIST 교수를 넘어』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다양한 정치·교육계 인사들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축사를 보냈고, 6선 국회의원인 주호영 국회부의장, 나경원 국회의원이 영상 축사로 참여했다. 이어 경남 지역에서는 박완수 경남도지사, 최학범 경남도의회 의장, 허홍 경남 18개시군 의장협의회 회장이 각각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며 현, 대구교육감인 강은희 교육감의 축하 영상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인 강주호 회장이 영상으로 축하를 전했다. 특히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자유총연맹 강석호 총재는 행사장을 직접 찾아 축사를 전하며 의미를 더했다. 행사장은 교육계와 정치계를 아우른 한 인물의 인생 여정을 함께 기념하려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자서전의 주요 인물인 윤선옥 수제자가 나서 스승 이군현 전 의원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진심어린 축사로 표현했다. 또한 이 전 의원이 20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KAIST의 총장을 비롯해 경남대, 마산대, 경상대, 창원대 등 각 대학 총장들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강래 전의원과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 및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 및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축하 화환을 보내 행사를 더욱 빛냈으며 세종시 설동호 교육감과 경남사회대통합 위원장인 최충경 회장이 축화 화환을 보내왔다. 이군현 전 의원의 삶은 한국 교육사의 축소판이다.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12세 소년 노동자로 출발해 주경야독 끝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장학생으로 미국 캔자스주립대학교에서 교육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귀국 후, 카이스트(KAIST) 교수로 재직하며 인문사회과학부 학부장을 역임했고, 한국교총 회장으로 40만 교원을 대표했다. 이어 17대부터 20대까지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교육 입법과 개혁의 최전선에 섰다. 그는 정치와 교육계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7년간 표류하던 유아교육법 제정을 성사시켜 무상 유아교육의 길을 열었고, 평생교육 교원 처우 개선을 통해 오랫동안 소외된 교사들에게 권리를 돌려주었다. 또한 학군제 개편을 추진하여 교육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출판기념회에서 이군현 전 의원은 “교육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사회가 미래와 맺는 약속이다. 앞으로도 학생에게는 꿈과 용기를, 교사에게는 보람과 긍지를, 학부모에게는 신뢰와 안심을 드리는 교육을 위해 남은 힘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 청년부터 어르신까지 맞춤 연구… 소통과 화합의 관악구의회

    청년부터 어르신까지 맞춤 연구… 소통과 화합의 관악구의회

    전국 최초 청년친화도시이자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도 늘고 있는 서울 관악구는 빠르게 바뀌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제9대 관악구의회는 ‘소통과 화합으로 신뢰받는 열린 의회’를 목표로 세우고, 조례 제정부터 각종 연구모임 등 다방면에서 내실 있는 의회를 위해 뛰고 있다. 제9대 관악구의회는 최근까지 생활 안전, 복지, 환경, 교육 등과 관련해 의원 발의로 입법된 조례가 296건이나 된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 제8대(127건)의 2.3배 수준이다. 의원 22명이 평균 13.5개 조례를 발의한 셈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맞춤형 연구모임을 꾸리는 것도 관악구의회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탄소중립실천 연구회’와 ‘관악구 인공지능(AI) 기반 재난 대응 연구회’가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구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토론회를 열고 머리를 맞댄다. 관악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는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요구가 커지자 최근 두 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관악구청 관계자뿐만 아니라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등 업계 관계자와 직접 만나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관악구의회는 안정적 운행을 위해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지원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관악구의회 정신질환 및 정신 장애인 민·관 협력지원’ 토론회도 지난달 진행됐다. 구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역량, 책임감을 갖춘 인물이 공공기관 수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에서 꼼꼼히 검증한다. 올해는 지난 4월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관악일자리행복주식회사와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새로 출범한 관악중소벤처진흥원의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또 6월 열린 제3대 관악문화재단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관악의 특성을 살려 문화재단 혁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관악구의회는 산불로 피해를 겪은 경남 산청군이 빠르게 복구되기를 기원하며 4월에 1000여만원 상당의 긴급구호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장동식 관악구의회 의장은 “관악구의회의 존재 이유는 언제나 구민의 삶을 지키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그 베테랑 조종사는 왜 버튼을 잘못눌렀나[홍희경의 탐구]

    그 베테랑 조종사는 왜 버튼을 잘못눌렀나[홍희경의 탐구]

    #1. 베테랑들의 ‘순간적 실수’ 지난 6월 11일 오전 9시 2분. 미국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 한미 연합훈련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가한 KF-16 전투기가 공중전술훈련을 위해 이륙하려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조종사들이 활주로인 줄 알고 유도로에서 이륙 시도를 했던 것. 미 공군 관제탑이 급히 “이륙 취소”를 지시했지만 우리 전투기는 정지거리 부족으로 멈추지 못했다. 지면 시설물과 부딪친 전투기는 폭발했고 조종사 2명은 비상 탈출했다. 그보다 두 달 전인 4월 18일 오후 8시 22분, 강원도 평창 상공에서 야간 사격훈련 중이던 KA-1 경공격기에서 기관총 2정과 실탄 500발, 빈 연료탱크 2개가 일시에 떨어졌다. 조종사가 갑자기 ‘비상투하’ 버튼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는 야간투시경 때문에 답답해진 바이저 사이로 들어오는 히터 바람을 조절하려다 엉뚱한 버튼을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더 아찔한 사고는 앞서 3월 6일 오전 10시 4분 경기도 포천에서 일어난 오폭 사고다. 승진과학화훈련장을 목표로 폭탄 8발을 투하하는 한미연합 실사격 훈련에 참가한 KF-16 2대가 목표 지점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조종사가 표적 좌표를 입력할 때 위도 7가지 중 한 자리를 잘못 입력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고로 66명이 다치고 219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반년 사이 세 차례나 연속된 공군 사고 전부 비행 경험이 충분한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들이 좌표 한 자리를 오타 내거나 버튼을 잘못 누르는 순간적 과실 때문에 벌어진 일로 드러났다. #2.조직 차원의 안전망 붕괴 조종사들은 극도로 정밀한 훈련을 통해 육성된다. 수년간의 교육과 반복되는 비행, 무수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비상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단련된다. 비행 전 브리핑부터 비행 중 관제탑과의 교신까지 다중 안전장치를 통해 실수를 방지한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전문가들의 ‘실수’를 개인 역량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맬컴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1997년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를 분석하며,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진 부기장이 완곡어법으로만 문제를 제기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분석이 과장·왜곡됐다는 반론도 있지만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전문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스위스 치즈 모델’도 항공 사고를 개인의 실수보다 조직적 요인에 주목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영국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조직의 안전장치를 구멍 뚫린 치즈 조각에 비유했다. 평상시에는 치즈 여러 층의 구멍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어 완전히 관통되지 않지만 각 층의 모든 구멍이 동시에 정렬되는 순간 사고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피로·훈련 부족으로 인한 개인의 실수가 부적절한 감독 시스템과 결합하고, 이런 일들이 잘못된 조직문화로 굳어질 때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5년 상반기 베테랑 조종사들을 흔든 조직 차원의 변화는 무엇일까. #3. 출신별 차등대우가 만든 ‘마음 콩밭’ 공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군사관학교 졸업, 학군사관(ROTC), 학사장교 등 3가지 경로가 있다. 2010년 공사 출신 조종사의 의무복무기간을 13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면서 공사 출신은 15년, 학군과 학사장교 출신은 13년(2015년 7월 이후, 그 전은 10년)의 의무복무를 거친다. 공사 출신에 비해 고위급 진급이 어려운 학군·학사 출신들은 의무복무기간까지만 군에 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조종사 유출 통계를 보면 의무복무기간 변화에 따른 ‘풍선효과’도 확인된다. 2010년 공사 의무복무기간 연장으로 2010년과 2011년 공사 출신 유출이 12명과 7명으로 급감했다가 2년간의 유예가 끝난 후 2013~2016년에는 오히려 공사가 학군·학사보다 많이 빠져나갔다. 코로나19로 민항 채용이 중단된 2021년 전체 조종사 전역자는 7명으로 급감했지만 엔데믹 이후 2023년 82명, 2024년 116명으로 확 늘었다. 이처럼 의무복무 뒤 대거 전역이 상시화된 가운데 의무복무기간을 1~2년 앞둔 조종사들은 민항사 자리를 알아보는 등 ‘마음이 콩밭에 가는’ 상황이 되기 쉽다. 제도 변화,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으로 전역이 지연되는 조종사들이 늘어나면 이들 스스로 집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후임 교육에도 소홀해져 조직 전반의 기강과 전수 체계가 흔들리게 된다. #4. 베테랑의 역설: 새로운 안전 위험 공군의 ‘마음 콩밭’ 조종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집단 잔류하게 된 현상은 최근 한국 사회 전반의 축소판을 보여 준다. 지난 2월 건설 현장에서는 60대 근로자(27만 7000명)가 40대(25만 8000명)를 처음 추월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에서는 40대 이상 직원(8만 5000명)이 20대(6만 3000명)보다 많아졌다. 65세 정년연장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베테랑 위주 일터’가 새로운 산업 질서를 이뤄 가는 중이다. 이런 변화는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9~2023년 건설 현장 사고 사망자의 43.7%가 60세 이상이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전체 취업 인구의 24%인 60세 이상이 산재 사망의 절반을 차지한다. 베테랑들의 사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는 스스로를 과신하는 게 문제다. 20~30년의 경력을 지닌 숙련공들이 “이 정도 높이는 문제없다”며 안전장비를 미착용하거나 ‘40대 막내’가 과거 30대 때 자신의 체력을 떠올리며 업무를 계획하고는 과로하는 식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조직 구조의 변화다. 과거에는 베테랑이 감독하고 젊은층이 위험한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하지만 지금은 ‘40대 막내’가 기획부터 현장 실무까지 폭넓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안전 지침은 여전히 젊은층이 베테랑의 감독하에 위험 작업을 수행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져 있어 이런 역할 혼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5. 땜질식 대응의 한계 40대가 막내인 조직, 베테랑이 실무까지 담당하는 전례 없는 인력 구조가 빚어낸 새로운 형태의 안전사고에 맞서 각종 대응책이 나오고 있다. 개인 차원의 경각심을 높이는 안전교육 강화, 현장 근로자에게 위험 상황 시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작업중지권 시행,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업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직원 심리 상담 확대 등이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표면적 처방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안전교육을 반복해도 40대 막내가 과거 체력으로 업무를 계획하는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중간관리자가 감독과 실무를 동시에 담당하는 현실에선 역할 혼재로 인한 안전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근로자의 평균·중위 연령이 높아진 조직일수록 업무 체계 전체를 재설계하지 않는 이상 안전사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연령별 적정 강도를 고려한 업무 배분 체계 조정, 베테랑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동시 수행할 때 발생하는 집중력 분산 문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6. 고령화 맞춰 업무 체계 바꿀 골든타임 다시 공군으로 돌아가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세 차례 연쇄 사고를 겪은 공군은 지난 4월부터 ‘신뢰 회복 100일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공군본부의 전 부대 순회 점검과 비행안전 결의대회, 조종사 관리 제도 혁신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참사를 막으려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베테랑 조종사들이 기초적 실수를 연발하는 역설이 벌어진 조직문화의 근본 원인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의무복무기간에 다다랐을 때 집단적으로 전염되는 ‘마음 콩밭’ 현상, 베테랑들의 집중력 저하가 어떻게 안전 의식을 해이하게 만들었는지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동시에 사고를 겪은 조종사들의 회복도 중요하다. 특히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도록 전문적 지원과 단계적 복귀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의무복무기간 운영 방식에 더해 조종사 수급부터 관리까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드론과 무인기 등 새로운 기술 시대에 조종사들이 의무복무기간 중 비행 기술뿐만 아니라 무인기 운용, 시스템 관제,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전문 역량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역 후 민항사 외에도 항공산업, 정보통신(IT), 국방산업 등 진출 경로를 다양하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공군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고령화와 새로운 기술 변화로 조직 구조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 변혁기다. 홍희경 논설위원
  • 전 세대 사로잡은 감동 영화 ‘마지막 숙제’… 전국 교사·학생·시니어 단체 관람 쇄도

    전 세대 사로잡은 감동 영화 ‘마지막 숙제’… 전국 교사·학생·시니어 단체 관람 쇄도

    지난 3일 개봉 후 뜨거운 관심… 전국 극장가 달궈엄태웅 등 베테랑 배우진·아역들 앙상블 빛나교실 넘어 세대 아우르는 감동… 단체 관람 열풍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마지막 숙제’가 전 세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전국 각지에서 단체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숙제는 임시 담임이 된 선생님과 각자의 색깔로 마지막 숙제를 이뤄 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에듀씨네’와 함께한 교사 단체 시사회에 이어, 개봉일인 지난 3일 메가박스 하남미사에서도 단체 관람을 진행해 개봉주 관객들을 맞이했다. 또한 오는 24일 CGV세종에서 ‘세종시니어클럽’ 회원 160여명이,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경남 창원 롯데시네마 진해에서 900여명의 ‘진해시니어클럽’ 회원이 총 6회차에 걸쳐 단체 관람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27일부터 28일까지 충북 영동군 영동 레인보우영화관에서 영동 지역 초등학생 100여명이 참석하는 상영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충남 아산시의 온양한올 중·고등학교도 단체 관람을 계획 중에 있어 단체 관람 열풍은 올 가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작 ‘마음이 2’로 전 국민의 마음을 훔쳤던 이정철 감독의 신작인 마지막 숙제는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으로 캐릭터를 완벽 소화한 엄태웅 배우와 더불어 박상면, 전수경, 윤현숙, 최이나 등 베테랑 배우진과 폭풍 성장 중인 아역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난 작품이다. 빈부 갈등이 만연한 사회의 축소판이 된 교실과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시선에 주목한 이야기로,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감동을 전하는 영화임을 입증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가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로 따뜻한 희망을 전하고 있는 영화 마지막 숙제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 한국 사회의 축소판 엿보듯… 해학으로 푼 부조리의 무대

    한국 사회의 축소판 엿보듯… 해학으로 푼 부조리의 무대

    가상의 나라에 한국적 병폐 담아신선한 플롯으로 신랄하게 풍자 율려국이란 나라가 있다. 1771년 조선 선비 허생이 천민들을 데리고 동중국해로 나아가 세운 섬나라다. 이 나라에서 가장 귀중한 낱말은 ‘섹시’와 ‘낙서’다. 율려국은 국민의 90%가 매춘관광업에 종사한다. 이 성 산업을 아름답게 포장한 단어가 ‘섹시’다. ‘낙서’는 전 율려인이 죽자 살자 사랑하는 대표적 문학 장르다. 섹시가 이 나라의 뼈고 낙서가 혼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 이런 나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율려국은 소설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의 공간적 배경이다. 제목과 주인공 이름만으로도 누구나 풍자소설에 진입했다는 걸 단박에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풍자로 출발해 풍자에서 끝난다면 외려 알기 쉬웠을지 모른다. 물론 뻔한 결말에 다소의 허무도 남을 테지만.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데카르트의 실존에까지 영역을 넓힌다. 그러니 허무와 복잡 사이에서 갈피를 잃지 않으려면 독자들은 정신줄을 단단히 붙들어 매야 한다. 율려국은 겉으로는 자유로운 창작과 표현이 허용된 나라다. 그러나 작품 속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공적 제도와 사적 이익이 뒤엉킨 부조리의 무대란 걸 단박에 알게 된다. 국가 기관은 본연의 기능보다 ‘이미지 관리’와 ‘의전’에 몰두한다. 문화예술계는 권력의 하도급 기관처럼 행동하며 진실보다 오해를 퍼뜨린다. 시민 개개인은 피로에 절어 있으면서도 체제에 대한 체념 속에서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적응해 버린다. 이런 병리 구조는 실제 한국 사회의 단면과 유사하다. 권력은 무능하지만 폭력적이고, 윤리는 존재하나 집행되지 않으며, 표현의 자유는 과잉됐지만 책임은 회피된다. 편집자의 해설처럼 “작중 인물들은 율려국의 부조리 속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이자 한국 사회의 축소판인 인형극의 배우들”이다. 주인공 소판돈은 제도의 외곽에서 몸을 굽히며 살아가는 예술가다. 끊임없이 체제를 풍자하지만, 자신 역시 체제에 기생할 뿐이다. 한국의 창작자들이 겪는 자기 검열과 체제 종속의 이중 구조를 형상화한 인물이라 보면 틀림없겠다. 책은 전형적인 소설의 플롯을 따르지 않는다. 구체적인 ‘메시지’ 역시 끝까지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뭐?’에 대한 답이 없는 거다. 할리우드 문법에 충실한 미국의 영웅주의 영화가 권선징악의 통쾌한 결말을 유보한 느낌이랄까. 따지고 보면 이 소설의 이야기 전체가 시작이고 메시지다. 풍자라는 게 결국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를 늘 내재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작가는 “해학으로 우리 문학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질문해 보고 싶었다”며 “(이 소설은) 답이 아니라 물음”이라고 했다.
  •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걸작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은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각각 한 점씩 소장한 이 작품 가운데 루브르 소장작은 1827년 살롱전에 출품된 첫 대형 유화다. 길이 5m에 달하는 이 그림은 당시 파리 관객들을 강렬한 색채와 잔혹한 묘사로 충격에 빠뜨렸다. 비판과 논란이 거세지자 들라크루아는 1844년, 원작의 5분의 1 크기로 두 번째 버전을 제작했다. 이는 구도와 인물 배치에서 루브르 소장작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원작의 강렬한 감정을 응축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사르다나팔루스의 비극적인 최후를 다룬 이 그림은 당대 파리 미술계를 뒤흔든 문제작이었다. 화폭 가득 피로 물든 비극과 욕망, 그리고 파괴의 미학이 뒤엉켜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폭군의 몰락과 서구의 시선사방의 적군에게 포위되자 사르다나팔루스는 항복 대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나 그는 죽음 이후 남겨질 가족과 하인들의 비참한 포로 생활을 염려해 자기 부하들에게 애첩과 하인들, 심지어 말까지 모두 학살하라고 명한다. 이러한 죽음과 살해 방식은 서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미개하고 잔혹하며 난폭한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이러한 자살과 가족 살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는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왜곡된 시선, 즉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한 결과였다. 무표정한 광기, 비극의 찬란함들라크루아는 이 비극적 순간에서 유혈과 죽음마저 찬란한 색채와 격정으로 묘사했다. 화면은 붉은색과 금빛으로 지배적이며 누드의 여인들은 절규하며 목숨을 잃고, 하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어 왕의 애첩을 찌르는 잔혹한 장면이 펼쳐진다. 막 데려온 여인의 몸은 활처럼 휘어져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심지어 동물들마저 본능적으로 죽음의 순간을 감지하고 뒷걸음질 친다. 이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사르다나팔루스 자신은 침대에 무표정하게 기댄 채 모든 광경을 내려다본다. 그의 어둡고 나른한 시선은 절망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감각적인 향락을 놓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들라크루아는 그의 사치와 향락을 강조하기 위해 발가락 마디마다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으로 재현했다. 낭만주의의 등장과 들라크루아의 선구자적 역할들라크루아는 1820년대 프랑스 낭만주의 선구자로 미술계에 등장했다. 당시 고전주의가 지배적이던 미술계에서 그는 색채와 감정의 격렬함을 강조하며 새로운 회화 세계를 열었다. 이 시기 프랑스 정치는 혁명과 왕정복고 사이에서 자유와 억압, 희망과 환멸이 교차하는 혼란의 시대였다. 어떠한 가치도 명확한 의미를 갖기 어려웠던 사회에서 들라크루아는 전통적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고통과 파괴 속에서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아카데미의 규범적인 역사화 대신 낭만주의적 주관성과 감성으로 고대의 비극을 재구성했다. 고전적 조화를 중시하던 이들은 들라크루아의 과도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 평단은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그림’, ‘광기 어린 색채와 난폭한 구도’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낭만주의가 점차 힘을 얻으면서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고통과 비극을 화려한 색과 역동적인 구도로 표현한 들라크루아 회화의 정점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광기의 미학, 시대를 넘어선 승리죽음과 쾌락, 파괴와 욕망이라는 극단적 주제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은 없었다. 이 그림 앞에서 관람객은 죽음마저도 ‘연출된 향락’임을 깨닫게 된다. 들라크루아는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을 통해 죽음마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낭만주의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파국 속에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 이 회화는 시대를 뛰어넘어 승리한 예술로 남았다. 사르다나팔루스는 모든 것을 불태우며 사라졌지만, 들라크루아는 이 강렬한 회화로 낭만주의 미술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으른들의 미술사]

    파괴의 서사,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낭만주의 미학의 절정 [으른들의 미술사]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걸작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은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각각 한 점씩 소장한 이 작품 가운데 루브르 소장작은 1827년 살롱전에 출품된 첫 대형 유화다. 길이 5m에 달하는 이 그림은 당시 파리 관객들을 강렬한 색채와 잔혹한 묘사로 충격에 빠뜨렸다. 비판과 논란이 거세지자 들라크루아는 1844년, 원작의 5분의 1 크기로 두 번째 버전을 제작했다. 이는 구도와 인물 배치에서 루브르 소장작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원작의 강렬한 감정을 응축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사르다나팔루스의 비극적인 최후를 다룬 이 그림은 당대 파리 미술계를 뒤흔든 문제작이었다. 화폭 가득 피로 물든 비극과 욕망, 그리고 파괴의 미학이 뒤엉켜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폭군의 몰락과 서구의 시선사방의 적군에게 포위되자 사르다나팔루스는 항복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죽음 이후 남겨질 이들의 비참한 생활을 염려해 자기 부하들에게 애첩과 하인들, 심지어 말까지 모두 학살하라고 명한다. 이러한 죽음과 살해 방식은 서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미개하고 잔혹하며 난폭한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이러한 자살과 가족 살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는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왜곡된 시선, 즉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한 결과였다. 무표정한 광기, 비극의 찬란함들라크루아는 이 비극적 순간에서 유혈과 죽음마저 찬란한 색채와 격정으로 묘사했다. 화면은 붉은색과 금빛으로 지배적이며 누드의 여인들은 절규하며 목숨을 잃고, 하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어 왕의 애첩을 찌르는 잔혹한 장면이 펼쳐진다. 막 데려온 여인의 몸은 활처럼 휘어져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심지어 동물들마저 본능적으로 죽음의 순간을 감지하고 뒷걸음질 친다. 이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사르다나팔루스 자신은 침대에 무표정하게 기댄 채 모든 광경을 내려다본다. 그의 어둡고 나른한 시선은 절망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감각적인 향락을 놓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들라크루아는 그의 사치와 향락을 강조하기 위해 발가락 마디마다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으로 재현했다. 낭만주의의 등장과 들라크루아의 선구자적 역할들라크루아는 1820년대 프랑스 낭만주의 선구자로 미술계에 등장했다. 당시 고전주의가 지배적이던 미술계에서 그는 색채와 감정의 격렬함을 강조하며 새로운 회화 세계를 열었다. 이 시기 프랑스 정치는 혁명과 왕정복고 사이에서 자유와 억압, 희망과 환멸이 교차하는 혼란의 시대였다. 어떠한 가치도 명확한 의미를 갖기 어려웠던 사회에서 들라크루아는 전통적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고통과 파괴 속에서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아카데미의 규범적인 역사화 대신 낭만주의적 주관성과 감성으로 고대의 비극을 재구성했다. 고전적 조화를 중시하던 이들은 들라크루아의 과도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 평단은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그림’, ‘광기 어린 색채와 난폭한 구도’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낭만주의가 점차 힘을 얻으면서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고통과 비극을 화려한 색과 역동적인 구도로 표현한 들라크루아 회화의 정점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광기의 미학, 시대를 넘어선 승리죽음과 쾌락, 파괴와 욕망이라는 극단적 주제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은 없었다. 이 그림 앞에서 관람객은 죽음마저도 ‘연출된 향락’임을 깨닫게 된다. 들라크루아는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을 통해 죽음마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낭만주의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파국 속에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 이 회화는 시대를 뛰어넘어 승리한 예술로 남았다. 사르다나팔루스는 모든 것을 불태우며 사라졌지만, 들라크루아는 이 강렬한 회화로 낭만주의 미술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 19세기 사회의 축소판, 메두사 호 뗏목…지금이라고 다를까

    19세기 사회의 축소판, 메두사 호 뗏목…지금이라고 다를까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700번 방에는 가로가 7m에 달하는 최대형 작품이 있다. 테오도르 제리코(1793~1824)의 ‘메두사 호 뗏목’은 1816년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그린 르포형 사건 기록이다. 침몰한 군함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뗏목 위에서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구원의 배를 발견하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다. 붓질은 눈부시게 정교하고 구도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처럼 극적이지만 해당 사건 자체는 마주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참혹하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에는 생존의 감격도 인류애의 벅찬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희망보다 무력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1816년, 프랑스 군함 ‘메두사’는 400명을 태우고 식민지를 향해 항해하다가 해안에 좌초된다. 선장은 바닷일이나 군함 관련 일을 해본 적 없는 무능한 귀족 관료였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배는 점점 가라앉았다. 선장과 선원 약 250명은 구명보트에 나눠탔다. 그러나 남겨진 149명의 승객은 구명보트에 오르지 못해 급히 만든 뗏목 위로 버려졌다. 선장 일행은 또 한 번 만행을 저질렀다. 뗏목의 무게 때문에 자신들의 보트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149명의 목숨줄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망망대해 바다 위에 버려졌다. 이들은 2주 뒤 극적으로 발견됐다. 겨우 15명이 살아남았다. 굶주림과 갈증으로 살인과 인육 섭취의 결과였다. 그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였다. 살아남은 이들은 그날의 악몽을 신문사에 털어놨다. 그렇게 바다에서의 악몽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제리코는 그것을 캔버스 위로 옮겼다. 제리코는 탐사보도 기자처럼 생존자들을 만나 그날의 참담한 사건을 인터뷰한 뒤 이를 화폭에 기록했다. 생존자 15명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이들 가운데 3분의 1은 당시 사건의 충격으로 평생 고통받았다. 제리코는 병자와 노동자, 시체 안치소의 시신을 보고 모델로 삼았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지만 그는 실제 시신을 지켜보며 변화 과정까지 면밀하게 연구했다. 제리코는 이 작품을 위해 스튜디오에 직접 뗏목을 제작해 실연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친구이자 스승을 찾아온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 역시 작품 속에서 희생자로 남아 있다. 잔인한 인간 보고서 제리코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고 기록했다. 단순한 사건 기록이 아니라 국가와 권력, 인간성의 침몰에 대한 거대한 항변이었다. 제리코는 감정을 절묘하게 절제했다. 가장 높은 파도 위에 서 있는 남성은 깃발을 흔들며 구조선을 향해 손을 뻗지만 그 팔은 높지도 강하지도 않다. 그토록 바란 구원의 순간인데도 희망은 반쯤 식어 있고, 뒤에선 여전히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구원이 오는 순간에도 모두가 구원받지는 못했다. 사실 이 뗏목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구명보트는 특권층이 차지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뗏목에 실렸다가 하나둘 바다에 떨어졌다. 뗏목 위에 버려진 사람들은 특권층을 대신해 희생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배는 침몰하고, 인간은 떠다닌다그림에는 죽음과 생존 사이의 무수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절망 속에 고개를 숙인 자, 포기한 자, 자식을 끌어안은 노인, 끝까지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누구 하나도 영웅은 아니다. 제리코는 고전주의가 숭배했던 위대한 영웅상 대신 뗏목 위에서 떠밀리듯 살아남는 사람들과 위엄 없이 버티는 사람들을 그렸다. 그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대형 참사와 사건 속에서 누구나 뗏목 위에 놓인 이가 될 수 있음을, 그림은 아무 말 없이 보여준다. 이 그림은 그 해 살롱전에 출품돼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정부는 분노했고 민중은 충격받았다. 제리코는 화려한 신화를 버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죄책감, 무력감을 가장 숭고한 것으로 승화시킨 화가였다. 그가 만든 뗏목은 단지 19세기의 배가 아니다. 바로 우리가 타고 있는 사회의 작은 모형이다.
  • 19세기 사회의 축소판, 메두사호 뗏목…지금이라고 다를까 [으른들의 미술사]

    19세기 사회의 축소판, 메두사호 뗏목…지금이라고 다를까 [으른들의 미술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700번 방에는 가로가 7m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이 있다. 테오도르 제리코(1793~1824)의 ‘메두사호 뗏목’은 1816년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그린 르포형 사건 기록이다. 침몰한 군함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뗏목 위에서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구원의 배를 발견하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다. 붓질은 눈부시게 정교하고 구도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처럼 극적이지만 해당 사건 자체는 마주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참혹하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에는 생존의 감격도 인류애의 벅찬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력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1816년, 프랑스 군함 ‘메두사’는 400명을 태우고 식민지를 향해 항해하다가 해안에 좌초됐다. 선장은 바닷일이나 군함 관련 일을 해본 적 없는 무능한 귀족 관료였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배는 점점 가라앉았다. 선장과 선원 약 250명은 구명보트에 나눠탔다. 그러나 남겨진 149명의 승객은 구명보트에 오르지 못해 급히 만든 뗏목에 버려졌다. 승객을 내팽개친 선장 일행은 또 한 번 만행을 저질렀다. 뗏목의 무게 때문에 자신들의 보트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149명의 목숨줄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이후 이들은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망망대해 위에서 표류하다가 2주 뒤 극적으로 구조됐다. 겨우 15명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굶주림과 갈증으로 인육을 섭취하며 버텼다. 그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였다. 살아남은 이들은 그날의 악몽을 속속 신문사에 털어놨다. 그렇게 바다에서의 악몽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제리코는 그것을 캔버스 위로 옮겼다. 그는 탐사보도 기자처럼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그날의 참담한 사건을 인터뷰한 뒤 이를 화폭에 기록했다. 생존자 15명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이들 가운데 3분의 1은 당시 사건의 충격으로 평생 고통받았다. 제리코는 병자와 노동자, 시체 안치소의 시신을 보고 그림의 모델로 삼았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지만 그는 실제 시신을 지켜보며 변화 과정을 면밀하게 연구했다. 제리코는 이 작품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뗏목을 제작해 실연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친구이자 스승을 찾아온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 역시 그림 속에서 희생자로 기록됐다. 잔인한 인간 보고서 제리코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생생히 묘사했다. 단순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국가와 권력, 인간성의 침몰에 대한 거대한 항변이었다. 다만 제리코는 감정을 절묘하게 절제했다. 가장 높은 파도 위에 서 있는 남성은 깃발을 흔들며 구조선을 향해 손을 뻗지만 그 팔은 높지도 강하지도 않다. 그토록 바란 구원의 순간인데도 희망은 반쯤 식어 있고, 뒤에선 여전히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구원이 오는 순간에도 모두가 구원받지는 못했다. 사실 이 뗏목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구명보트는 특권층이 차지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뗏목에 실렸다가 하나둘 바다로 떨어졌다. 뗏목 위에 버려진 사람들은 특권층을 대신해 희생해야 하는 민중들이었다. 배는 침몰하고, 인간은 떠다닌다그림에는 죽음과 생존 사이의 무수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절망 속에 고개를 숙인 자, 삶의 의지를 포기한 자, 자식을 끌어안은 노인, 끝까지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까지. 누구 하나도 영웅은 아니다. 제리코는 고전주의가 숭배했던 위대한 영웅상 대신 뗏목 위에서 떠밀리듯 살아남는 사람들과 위엄 없이 버티는 사람들을 솔직하게 그렸다. 그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대형 참사와 사건 속에서 누구나 뗏목 위에 놓인 이가 될 수 있음을, 이 그림은 아무 말 없이 보여준다. 이 그림은 그 해 살롱전에 출품돼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정부는 분노했고 민중은 충격받았다. 제리코는 화려한 신화를 버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죄책감, 무력감을 가장 숭고한 것으로 승화시킨 화가였다. 그가 만든 뗏목은 단지 19세기의 배가 아니다. 바로 우리가 타고 있는 사회의 작은 모형이다.
  • ‘오겜’·‘케데헌’ 흥행 이병헌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오겜’·‘케데헌’ 흥행 이병헌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영광스럽습니다.” 배우 이병헌은 4일 경기 부천 원미구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특별전 ‘더 마스터: 이병헌’ 기자회견에서 특별전을 여는 소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번 BIFAN에서 이병헌은 자신의 출연작 10편을 선정해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진·애장품 전시회, 무대인사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배우특별전 상영작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번지점프를 하다’(2001), ‘달콤한 인생’(2005), ‘그해 여름’(2006), ‘악마를 보았다’(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내부자들’(2015), ‘남한산성’(2017), ‘남산의 부장들’(2019),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등 10편이다. 이병헌은 이 작품들을 고른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아한 영화, 내 영화 인생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며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캐릭터를 골고루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배우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으로 ‘공감대’를 꼽았다.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 사람이 많은데 그런 모든 것을 언제 연기하게 될지 모르기에 폭넓은 공감대를 갖고 사람을 관찰해야 하죠. 사람을 관찰하고 추측하면서 답을 찾아가게 되고, 그게 정답이 아닐지언정 내 안에 확신을 갖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공감대를 넓히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이해가 좀 더 쉬워집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부터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킹 오브 킹스’까지 소위 잘나가는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소감에 대해 이병헌은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극중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의 주최자인 프론트맨으로 열연을 펼쳤으며 ‘케이팝 데몬헌터스’에서는 악마들의 왕인 귀마 역의 목소리로, ‘킹 오브 킹스’에서는 찰스 디킨스 역으로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 그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헤 “자극적이고 강렬하고 오락적이지만, 사회적·정치적·경제적인 이슈들이 다 녹여진, 현대의 축소판”이라며 “굉장히 한국적인 문화를 보여줌에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사랑하게 재밌게 봐준다는 건 그들도 사회·정치적 이슈를 함께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현재 한국 영화가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인들을 만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제가 지금 영화의 위기, 극장의 위기다. 분명한 건 확실한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탈출구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면 할리우드 작품 이상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선보일 기회가 생기고, 어마어마하게 달라지는 상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해결책을 찾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 희망적인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배우특별전은 오는 13일까지 계속된다.
  • 김영철 서울시의원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도시, 강동구 성내동에서 시작하자”

    김영철 서울시의원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도시, 강동구 성내동에서 시작하자”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김영철 의원(국민의힘, 강동5)이 지난 27일 열린 제331회 정례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초고령사회와 청년인구 유출이라는 복합적인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대안으로 ‘세대동행특구’ 제도 도입을 공식 제안하고, 시범지역으로 강동구 성내동 지정을 요청했다. 김 의원은 “서울은 초고령사회 진입, 청년인구 유출, 중장년층의 돌봄 부담 등 복합적인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정 세대가 아닌,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지속가능한 도시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대동행특구’는 단순한 주거 공유를 넘어, 청년·중장년·노년 등 다양한 세대가 지역을 무대로 함께 교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주거, 일자리, 문화, 돌봄, 커뮤니티까지 아우르는 종합 정책 모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유사한 세대통합형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김 의원은 특히 강동구 성내동을 시범지역으로 제안하며, “성내동은 청년, 중장년, 노년층이 고르게 분포된 ‘서울의 축소판’ 같은 지역이다. 천호역 교차지점을 중심으로 청년주택, 청년거점시설, 강풀만화거리, 공방거리, 쭈꾸미거리 등 다양한 청년인프라 및 장년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인프라가 조성돼 있고 재개발로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있어서 정책실험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이제는 정책적 상상력과 실행력이 필요하다”며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세대동행특구’ 제도를 도입하고 성내동을 시범지구로 지정해 미래세대와 고령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모델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 호평과 혹평 사이… 그럼에도, K콘텐츠 꽃은 피었습니다

    호평과 혹평 사이… 그럼에도, K콘텐츠 꽃은 피었습니다

    최종편 공개 하루 새 93개국 1위서사 완결성엔 평가 엇갈리지만잔혹한 현실의 축소판 고스란히시즌1 에미상 6관왕 등 ‘신드롬’전 세계 주류 된 한국 문화 입증 전 세계를 비정하면서도 묘한 매력의 잔혹 동화 속으로 안내했던 ‘오징어 게임’이 지난 27일 최종 시즌3를 공개하며 약 4년에 걸친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성 상실을 드러낸 ‘K디스토피아’를 날카로운 풍자와 잔혹한 게임을 통해 펼쳐 냈다. 또한 전통놀이 문화를 비롯해 극한에서 꽃피운 가족애, 휴머니즘 등 한국적 정서를 버무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적 양극화에 시달리는 전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냈고,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다.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시즌1과 시즌2는 여전히 역대 비영어권 시리즈 1위와 2위다. 시즌1의 누적 시청 시간(공개 이후 91일 기준)은 22억 520만 시간, 시즌2는 13억 8010만 시간으로 합치면 35억 8530만 시간에 달한다. 29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시즌3는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공개 하루 만에 미국, 영국 등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즌1의 경우 작품성까지 인정받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달성해 K콘텐츠 역사를 새로 썼다. 시즌2는 이례적으로 공개 전에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선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딱지치기, 제기차기 등 한국 전통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세계 곳곳에서 드라마 속 게임 체험을 위한 대형 이벤트가 열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국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력을 기려 시즌1이 공개된 날인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열풍은 K팝, 한국 영화에 이어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중심부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고 이는 한국 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은 언어의 장벽만 넘으면 우리 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시즌1(9부작)은 승자 독식 사회에서 낙오한 성기훈(이정재)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즌2(7부작)는 잔혹한 게임을 멈추려는 기훈을 좇았고, 6부작으로 공개된 시즌3에서는 반란 실패 후 무기력해진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여하면서 겪는 변화와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1 공개 당시 “우리는 누가 이토록 치열한 경쟁 사회를 설계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경기장의 말처럼 살아간다”면서 “이 시스템을 만든 이가 누구이며 이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3 또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향해 달려간다. ‘오징어 게임’은 겉으로는 평등과 공정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계층과 계급이 나뉘어 있고, 그 속에서 배신과 반칙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을 그려 왔다. 시즌3에서는 이런 인간 군상의 민낯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참가자가 죽을 때마다 늘어나는 상금에 환호하고,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갓난아이까지 죽이려 든다. 허울만 남은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아진다. 김준희(조유리)가 게임 중 낳은 아기는 중요한 메타포(은유)다. 자식보다 돈이 먼저인 비열한 아빠 이명기(임시완)도 있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기훈과 장금자(강애심) 같은 이타적인 인물도 나온다. 프론트맨(이병헌)은 “아직도 사람을 믿나”라고 묻고, 기훈은 게임을 지켜보는 VIP들을 향해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고 일갈한다. 시즌3에 나오는 게임은 숨바꼭질, 대형 줄넘기, 고공 오징어 게임 등 모두 3개다. 마지막에는 할리우드 톱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녀’로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끈다. 미국판 시리즈를 암시하는 듯한데 황 감독은 지난 9일 제작발표회에서 스핀오프 제작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외 평단에서는 시즌3에 대한 반응이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영국 가디언은 “잔혹함은 더 심해지고, 폭력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풍자는 점점 사라져 간다”며 “볼거리는 있지만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도 “에미상 수상작이라면 감정적인 무게감이 있는 결말을 만들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하나의 드라마를 넘어 글로벌 문화 현상이 된 만큼 작품이 던진 메시지와 완주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에 전체적인 서사나 인물들의 완결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이 냉혹한 시스템을 거슬러 스스로 인간다움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조금 느려도 괜찮아”…광주 발달장애인 야구단, 전국을 울리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광주 발달장애인 야구단, 전국을 울리다

    “우승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처음으로 ‘승부의 기쁨’을 느꼈다는 점이 정말 뜻깊습니다.” 광주 발달장애 청소년야구단 ‘E.T(East Tigers)’가 지난 5월 30일 경기도 김포에서 열린 ‘제3회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에서 우승했다. 창단 10년 만이다. 전국에서 9개 팀이 출전했다. 그라운드 위 아이들의 눈부신 여정은 ‘이기는 법’보다 ‘함께하는 법’을 배워가는 성장의 기록이었다. 이 기적 같은 변화를 이끈 주역은 임방현 감독(38)이다. 광주 대성초, 충장중, 광주일고 출신으로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지난 8년간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함께 ‘야구 그 이상의 것’을 가르쳤다. “처음부터 이기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아이들이 마지막 이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감독으로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죠.” E.T야구단의 진정한 승리는 트로피가 아닌 ‘과정’이었다. 협동심과 책임감, 사회성을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야구를 넘어 삶의 태도를 일깨웠다. “아이들은 조금 느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함께 뛴다는 것입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로 응원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과정이 가장 소중합니다.” 이번 대회에는 14세부터 26세까지 선수 30명 중 13명이 출전했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신호와 함께 몰입했고, 놀라운 팀워크를 보여줬다. “타석에 선 아이가 스스로 공을 쳐 1루를 밟는 순간, 그 표정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해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지요. 우리는 ‘이겼다’보다 그 자신감이 더 자랑스럽습니다.” E.T야구단의 지난 10년은 순탄치 않았다. 2021년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활동이 중단돼 해체 위기까지 맞았다. “문을 닫을 뻔했습니다. 후원이 끊기고, 아이들을 만날 공간도 사라졌죠. 너무 미안하고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고향사랑기부제’라는 뜻밖의 돌파구가 생겼다. 2023년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광주 동구청에 지정 기탁된 기부금을 팀 운영비로 쓸 수 있게 됐다. 일부 기부자들은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여러분을 보고 감동했다’는 말을 들은 아이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 눈빛이 달라졌어요.” E.T야구단의 이야기는 전국에 긍정의 울림을 주고 있다. 타 지역에서도 발달장애인 야구단 창단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임 감독의 꿈은 뚜렷하다. 그는 야구장을 ‘세상과 연결하는 공간’이라 표현한다. “야구장은 사회 축소판입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지요. 빠르든 느리든 모두 함께 갑니다”면서 “저희같은 팀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서 함께 경기를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광주 E.T야구단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매일 ‘조용한 기적’이 쓰인다. “공 하나에 집중하고, 실수해도 서로 ‘괜찮아’라 격려하며, 잘하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아이들. 그 모습에서 저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배웁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함께 가는 팀입니다. 그래서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임 감독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단단했다.
  • “인간 동물원이냐”…실제 일하는 노동자를 ‘인테리어’ 삼은 카페에 태국 ‘공분’

    “인간 동물원이냐”…실제 일하는 노동자를 ‘인테리어’ 삼은 카페에 태국 ‘공분’

    태국의 한 기업 임원이 공장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 앞에 앉아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현지에서 논란이 됐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타이상타이당 당원이자 톤부리헬스케어그룹의 전무이사인 수와디 푼트파니치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에 한 사진을 올려 공분을 샀다. 한 유명 카페에서 촬영한 사진 속 푼트파니치는 카페 의자에 팔을 걸친 채 웃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커피와 디저트가 놓여 있다. 그의 뒤에 놓인 큰 유리창 너머로는 담배 공장 노동자들이 바닥에 앉아 일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푼트파니치는 사진과 함께 ‘이 카페는 담뱃잎 분류 공장의 한 구역을 카페로 만들었다. 그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을 올리자 푼트파니치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카페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간 동물원’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는 이 장면이 “태국 사회의 완벽한 축소판”이라며 “부자들은 에어컨이 완비된 곳에서 편안하게 앉아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더위 속에서 고생한다”고 했다. 푼트파니치는 이러한 비판에 “인간 동물원이라는 지적은 얕은 사고방식”이라며 “그런 지적이 오히려 공장 노동자의 명예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카페 측도 SNS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해당 공장은 카페 주인의 가족이 대대로 운영해온 곳으로, 공장 공간 일부를 카페로 개조했으며 담배 공장에 담긴 이야기와 노동자의 작업 모습을 공유하기 위해 유리창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으며 ‘쇼’를 위해 고용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은 태국의 소득 불평등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태국 공장 노동자들은 보통 하루 350밧(약 1만 5000원)의 임금을 받는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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