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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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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상스의 완성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르네상스의 완성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끝없이 배우며 호기심·탐구욕 충족예술·과학·인체·우주 등 다양한 분야하나의 유기적인 지식 체계로 연결직접 보고 부딪히며 참된 지혜 얻어인체 구조 이해하려고 시신 해부도예술을 이론·과학적 원리 위에 구현스푸마토와 공기원근법 ‘혁신’ 완성 여러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인류의 지평을 넓힌 천재들을 ‘르네상스적 인간’ 혹은 ‘만능인’이라 부른다. 그 가운데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다. 미국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그의 천재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레오나르도는 타고난 천재라기보다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상상력과 노력으로 풀어내며 스스로 천재가 된 인물이다.” 다행히도 다빈치는 후대를 위해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증거를 남겨 두었다. 그는 평생 떠오른 아이디어와 관찰, 실험과 탐구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친필 노트(코덱스·Codex)에 기록했다. 오늘날 전 세계 미술관과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는 약 7200쪽의 친필 노트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이다. 이제 우리는 그의 노트 속 명언들을 이정표 삼아 그가 어떻게 창의성의 비밀에 다가갔는지 따라가 보려 한다. 첫 번째 명언 “배움은 결코 정신을 고갈시키지 않는다” 이 문장은 배움을 대하는 다빈치의 태도를 압축해서 보여 준다. 많은 이들에게 배움은 의무이거나 때로는 피로를 동반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호기심을 깨우고 탐구욕을 충족시키며 세계를 더 넓고 깊게 바라보게 만드는 희열의 과정이었다. 실제로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화가이자 조각가였고 성벽과 무기를 구상한 군사공학자이자 건축가였다. 또한 수학, 물리학, 해부학, 지질학의 기틀을 다진 선구자였으며 자연의 이치와 인체의 구조, 물의 흐름과 빛의 원리, 식물의 생장까지 깊이 파고든 과학자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낙하산, 대기압 화약 엔진, 방적 기계와 선반을 고안하고 새의 비행 능력을 연구해 인류 최초로 비행 기계를 설계한 위대한 발명가였다. 심지어 그의 호기심은 창의적인 요리법을 개발하는 데까지 뻗어 있었다. 인류 역사에 많은 천재가 있었지만 멀리 떨어져 보이는 분야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지식 체계로 연결시킨 인물은 극히 드물다. 다음 문장은 다빈치가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결정적인 단서다. “완벽한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예술의 과학을 연구하고, 과학의 예술을 연구하라. 감각을 개발하라. 특히 보는 법을 배우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으라.” 그의 모든 탐구의 종착지에는 언제나 인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은 어떤 비례로 이루어져 있는가. 인간은 자연과 우주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인간 안에는 세계의 질서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 그의 질문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향해 있었다. 오늘날 인류의 위대한 상징이 된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이 탄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다빈치가 배움을 통해 도달한 예술과 과학, 인체와 우주, 감각과 이성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먼저 이 드로잉에 비트루비우스라는 이름이 붙게 된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보겠다. 기원전 20년 무렵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시공을 초월한 이상적인 건축을 꿈꾸며 ‘건축 10서’를 남겼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잊혀 있다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되었고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부활시키고자 했던 당대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비트루비우스는 인간의 몸이 자연의 신성한 질서와 우주의 조화를 담고 있는 완벽한 기준이라고 믿었다. 그는 이상적인 인간의 신체가 원과 정사각형이라는 기하학적 도형 안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건축 10서’에는 이론을 증명해 줄 삽화가 단 한 장도 실려 있지 않았다. 훗날 르네상스의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그의 이론을 이미지로 구현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기하학의 정확성, 해부학적 이해, 예술적 감각이 동시에 요구되는 난제였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숙제를 완벽하게 풀어낸 인물이 다빈치였다. 그는 실제 인간의 몸을 관찰하고 정밀하게 측정했으며 해부를 통해 인체 구조를 깊이 이해한 후 관찰 결과를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인체의 중심은 배꼽이다. 등을 대고 누워서 팔다리를 뻗은 다음 컴퍼스 중심을 배꼽에 맞추고 원을 돌리면 두 팔의 손가락 끝과 두 발의 발가락 끝이 원에 닿는다. (…) 그리고 정사각형으로도 된다. 사람 키를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잰 길이는 두 팔을 가로 벌린 너비와 같기 때문이다.” 설명대로 그림 속 인물은 원과 정사각형이라는 기하학적 세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남성은 유한한 대지(지상)를 상징하는 사각형 위에 발을 딛고 굳건히 서 있으면서도 무한한 천상(우주)을 상징하는 원의 궤적을 향해 힘차게 팔다리를 뻗는다. 다빈치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법칙을 몸 안에 품은 완벽한 소우주임을 선언했다. 두 번째 명언 “지혜는 경험의 딸이다.” 다빈치에게 참된 지혜란 직접 보고, 만지고, 부딪히면서 스스로 깨닫는 경험의 산물이었다. 그가 경험을 절대적 가치로 삼게 된 데에는 유년 시절의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피렌체의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와 농민 신분의 어머니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신분 장벽 탓에 대학에 진학하거나 주류 지식인 사회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다빈치는 스스로를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낮추어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학문 세계의 언어였던 라틴어를 읽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결핍은 그를 전혀 다른 배움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자연을 직접 관찰하고 그 안에 숨은 원리를 스스로 밝혀내고자 했다. 물의 소용돌이를 관찰하며 유체의 움직임을 궁리했고 새의 비행을 분석하며 인류 최초의 비행 장치를 구상했다. 안료를 직접 조합하며 색과 재료의 성질을 실험했고 빛과 그림자가 사물의 형태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관찰했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의 신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30여 구의 시신을 직접 해부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에게 인체는 생명의 비밀을 품은 가장 정교한 자연의 구조물이었다. 그는 인간의 몸이 어떤 기하학적·물리학적 원리로 움직이는지, 근육과 힘줄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몸을 지탱하고 움직이는지 밝혀내고자 했다. 이 해부학 드로잉은 ‘어깨와 목의 근육 구조’ 로서 인체의 기계적 구조와 움직임에 매료되었던 다빈치의 탐구 정신을 보여 준다. 그는 인체를 여러 방향에서 관찰하고 부분을 확대해 보여 주며 인체 구조와 움직임의 관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렸다. 오늘날 그의 해부학 드로잉이 인체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규명한 의학 역사상 최고의 과학적 유산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 번째 명언 “이론 없는 실천을 사랑하는 자는 키와 나침반 없이 배에 올라 어디로 표류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공과 같다.” 험과 실천을 중시했지만 이론이 없는 실천은 방향을 잃은 노력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 명언은 예술 역시 감각과 손재주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와 이론 위에서 완성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보여 준다.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이 ‘모나리자’ 다. 다빈치는 빛, 대기, 인간 시각의 원리를 연구했고 이를 회화에 적용해 스푸마토와 공기원근법이라는 혁신적인 기법을 완성했다. 모나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눈가와 입술 주변에 뚜렷한 윤곽선이 거의 없다. 다빈치는 아주 얇은 물감층을 여러 번 덧칠하는 글레이징 기법을 통해 밝은 피부색에서 어두운 그림자로 넘어가는 경계를 연기처럼 부드럽게 흐려 놓았다. 바로 그가 창안한 스푸마토 기법이다. 이탈리아어로 연기(Fumo)에서 유래한 이 기법은 사물의 경계를 선으로 가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번지며 사라지게 만든다. 이로 인해 모나리자의 미소는 감상자의 시선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듯한 신비로운 효과를 만들어 낸다. 눈을 바라보면 미소가 느껴지고 입술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미소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배경 역 시 다빈치의 과학적 탐구가 반영된 중요한 장면이다. 모나리자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산과 강, 계곡이 멀어질수록 푸르고 흐릿하게 표현되었다. 이는 빛이 대기 중의 수증기와 먼지에 의해 산란되면서 먼 풍경이 흐릿하고 푸르게 보인다는 원리를 회화에 적용한 공기원근법의 결과다. 그 덕분에 우리는 모나리자의 등 뒤로 끝없이 펼쳐지는 신비롭고 아득한 자연의 깊이를 경험하게 된다. 다빈치는 1519년 프랑스 앙부아즈의 클로 뤼세 성에서 67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0년이 지났지만 그의 천재성은 여전히 인류에게 전설로 남아 있다. 그 불멸의 가치를 증명하듯 현대 미술계에서도 다빈치의 이름은 놀라운 사건을 만들어 냈다. 2017년 11월 15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예수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가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4억 5030만 달러에 낙찰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단 한 점의 그림이 천문학적 가치를 기록한 이유는 다빈치가 자연과 인간, 종교와 과학을 아름다운 질서로 통합해 낸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거장이기 때문이다.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가져다주듯 참되게 잘 산 일생은 평온한 죽음을 가져다준다.” 다빈치가 남긴 많은 명언 중에서도 삶과 죽음을 다룬 자기 성찰로 꼽히는 명문장이다. 오늘 하루를 배움으로 가득 채운다면 편안한 잠을 맞이할 수 있고 그런 하루하루가 쌓인 인생의 끝자락 역시 평온한 안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르네상스 완성자의 조언이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시 덕에 천재적 작품 남겼다” (연구)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시 덕에 천재적 작품 남겼다” (연구)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역사적인 걸작들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가 ‘간헐성 외사시’로 불리는 눈 질환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집중할 때는 사물이 하나로 보이지만 긴장을 풀면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이 증상이 아이러니하게도 다빈치가 사물의 거리나 깊이를 평면상에 정확하게 그려내는 데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시티대학의 크리스토퍼 타일러 교수는 다빈치가 사시였다는 증거를 ‘미국의학협회 안과학’(JAMA Ophthalmology) 최신호(18일자)에 발표했다. 타일러 교수에 따르면, 다빈치는 간헐성 외사시를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간헐성 외사시는 피로할 때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또는 공상을 할 때 등에 한쪽 눈이 바깥쪽을 향하는 상태를 뜻한다. 타일러 교수는 다빈치의 후기 자화상 1점을 비롯해 그를 모델로 한 다빈치 스승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조각상 2점, 그리고 다빈치가 자기 모습을 투영했다고 알려진 그림 3점까지 총 6점의 작품을 대상으로 시선의 방향을 비교 분석했다. 각 작품의 동공과 홍채 그리고 눈꺼풀의 위치를 측정해 각도로 변환했다. 그 결과, 다빈치에게는 외사시 경향이 있으며 눈의 긴장이 풀렸을 때 왼쪽 눈이 바깥쪽으로 -10.3도 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좀 더 살펴보면, 다빈치가 후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화상은 -8.3°였으며, 최근 경매에 나와 유명해진 ‘살바도르 문디’ 역시 −8.6°로 나타났다. ‘세례 요한’(Young John the Baptist)은 −9.1°, 인체 비례도로 유명한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5.9°로 나타났다. 다빈치를 모델로 삼은 베로키오의 ‘다비드’와 ‘어린 전사’도 각각 -13.5°와 −12.5°로 외사시 증상을 드러냈다. 타일러 교수는 다빈치가 외사시 덕분에 평소와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빈치가 봤던 세상은 우리처럼 3차원 스크린이 아닌 평평한 캔버스에 가까웠을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대상을 캔버스에 표현하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빈치의 오른쪽 눈은 정상 각도를 지녀 3차원 물체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타일러 교수는 추정한다. 이에 따라 다빈치는 자기 작품에 정확한 명암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타일러 교수는 덧붙였다. 기존 연구에서도 렘브란트와 에드가 드가,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다른 거장들도 다양한 형태의 눈 정렬을 잘못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비슷한 기법을 사용했다. 당시 연구는 다빈치의 일부 작품에서 동공들의 방향과 크기가 다르다는 점을 한쪽 동공이 다른 동공보다 더 큰 상태인 동공부등(anisocoria)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타일러 교수는 “다빈치가 동공부등이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타일러 교수는 다빈치가 자신의 한쪽 눈이 다른쪽 눈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험을 드러내기 위해 작품에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다빈치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므로, 그 천재성의 기원을 탐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타일러 교수는 말했다. 사진=JAMA Ophthalmology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국형 다빈치 교육을 말하다] 융합형인재교육 현장 가보니

    [한국형 다빈치 교육을 말하다] 융합형인재교육 현장 가보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뛰어난 미술작품 외에도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보였다. 다빈치는 1500년대 초반 보르자 가문에서 수석 측량가 겸 엔지니어, 지도 제작자로 일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간의 몸을 직접 해부해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위대한 예술가로 불리는 다빈치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보인 소질과 관심으로 건축가이자 조각가, 수학자이자 철학자라는 직함을 얻었다. 융합교육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와 학문의 통섭이 강조되는 시대에 한 우물만 파서 성공했다는 ‘달인’의 이야기는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학의 원리를 말로 풀어내 설명하는 스토리텔링식 기법, 스테인드글라스 안에 숨어 있는 나노과학 기술 등 두 가지 이상의 학문을 넘나들며 접근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이 새로운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붓과 황금비율 수식이 만나 완성도를 높인 다빈치의 작품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은 서로 다른 학문이 한데 만나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스팀(STEAM), 다시 말해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s)·수학(Mathematics)을 융합한 한국형 다빈치 교육, 융합형 인재교육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본다. 지난달 7일 부산 대연중학교 과학실에서는 24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로봇 제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SELF-STEAM’(셀프 스팀)이라는 이름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이날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동굴에 소형 로봇을 투입해 보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꼬불꼬불한 동굴 속 미로에서 잘 움직일 수 있는 스위치 로봇을 만들어야 했다. 방향을 잘 바꾸고, 장애물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5개 팀으로 나누어진 학생들은 가장 먼저 보물을 찾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저마다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학생들은 로봇의 설계방법과 디자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고, 청소용 로봇, 서빙 로봇, 반딧불이 칠판지우개 로봇 등 개성 있는 로봇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출발해 보물을 향해 달려간 5개의 로봇 가운데 일등을 거머쥔 것은 청소용 로봇. 로봇에 빗자루 모양의 부직포를 달아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이명희 과학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해 실험을 하다 보니 전형적인 과학실험이 아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면서 “과학적 지식과 함께 창의적인 사고도 키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STEAM 동아리·방학캠프 등 운영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정한 STEAM 연구시범학교 중 한 곳인 대연중은 STEAM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해 학교 안에 별도의 ‘스팀 존’(STEAM ZONE)을 만들기도 했다. 실험에 필요한 교구를 배치하고 수업 결과물을 전시해 놓았다. 여기서 STEAM 동아리, 토요일 STEAM 교실, 방학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지역 STEAM 연구시범학교로 선정된 서대문구의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는 수업시간에 다양한 융합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과학실에서는 각종 실험도구 외에 클라리넷과 리코더 등 악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악실도 아닌데 악기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소리 전달의 과학적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한 학생이 리코더로 음악수업 시간에 배웠던 노래를 연주하자 과학교사는 “방금 전 친구가 분 리코더 소리가 여러분 귀에 들리는 이유는 뭘까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학생들도 이내 진지한 고민에 빠진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생긴 공기의 진동이 소리로 바뀌어 귀에 들리는 거예요.” 교사의 설명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쉽게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 김정효 교장은 “교과서로 딱딱하게 수업을 하는 것보다 노래를 들려주고 눈에 보이는 실험을 하면 아이들의 몰입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다.”고 말했다. 창의재단은 지난해 8월 전국 16개 학교를 STEAM 연구시범학교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80곳으로 확대해 융합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STEAM 연구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수학·과학·기술가정·예체능 수업의 20%를 융합형 수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나의 중심 교과를 두고 필요에 따라 다른 교과목을 접목시켜 설명하는 교과 내 수업형과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과목을 함께 배우는 교과 연계형 수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콘텐츠 개발·연구에 교사 역량 중요 자신이 전공한 과목만 숙지해 가르치면 됐던 기존 수업과 달리 다양한 과목을 융합해 가르쳐야 하는 STEAM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업을 이끌어 가는 교사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의재단은 올해 전국 150개 교사연구회를 지원하고 있다. STEAM 교사연구회는 현장 적용성이 높은 STEAM 수업모델과 창의적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7명 내외의 현직 교사, 대학 교수,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협동 연구팀이다. 2년 연속 STEAM 교사연구회로 지정된 진주동중학교 STEAM 교사연구회는 ‘에어서핑(Air Surfing) STEAM 프로그램’을 개발해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를 쉽게 설명하고 최근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우주항공산업 분야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해 큰 호평을 받았다. 에어서핑 프로그램은 과학, 기술, 수학, 미술, 국어 등 5개 교과목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융합교육 프로그램으로, 과학 수업 시간에 양력과 베르누이 법칙 등 비행기의 원리를 배운 뒤, 스티로폼을 이용해 학생들이 직접 창의적인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는 대회로 구성됐다. 에어서핑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에도 STEAM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파됐다. 조향숙 과학창의재단 융합교육정책실장은 “STEAM 시범학교와 교사연구회 외에도 융합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교사 연수, 첨단 과학교사연수센터 지원, STEAM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미래형 과학교실 지원 등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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