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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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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李 “북미관계 진전에 韓 역할 있어…패싱 우려 안해도 돼”

    [속보] 李 “북미관계 진전에 韓 역할 있어…패싱 우려 안해도 돼”

    “한반도 평화,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 “북미대화는 한반도 평화 안정에 매우 중요한 단초” “어떤 합의를 할 것인지는 다음 문제…서로 무엇이 필요한지 대화해야” “북미대화 재개는 남북대화 재개보다 훨씬 쉽고 남북대화 가능케 해” “트럼프에 대화 권하고 있어…북미대화 가능토록 사전조정 지속”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어” “북미관계 진전에 韓 역할 있어…패싱 우려 안해도 돼” “국민과 국가의 장기적 이익 가장 중요”
  • “한미훈련 축소” 트럼프, 북미 관계 강조…중간선거용 외교 성과 노렸나 [외안대전]

    “한미훈련 축소” 트럼프, 북미 관계 강조…중간선거용 외교 성과 노렸나 [외안대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반기 정례 한미연합훈련 을지프리덤실드(UFS)가 시작된 직후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발표한 가운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는 11월 열리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적·정치적 이슈를 한 번에 해결할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북미 대화 요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답변했다고 말했다. 전날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 발표에 이어 재차 북미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날 취재진이 ‘대화하자는 제안에 대해 그동안 김 위원장의 반응이 왜 없었느냐’고 묻자 “그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답했다. 이어 ‘그럼 김 위원장이 응답했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가 응답했다”고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연합훈련 축소 지시 사실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과의 매우 좋은 내 관계에 비춰볼 때, 저는 한국과의 연합군사연습에 미국이 참여하기로 오래 전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다”며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점을 감안해 저는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연합군사연습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작전 불참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는데, 그들은 ‘괜찮다(No thanks)’고 말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관련 미 국방부는 몇 시간 차를 두고 번복된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미 행정부 간 합의 없이 진행돼 혼선이 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 국방부는 “발표할 변경 사항이 없다”고 밝혔으나, 몇 시간 뒤 “군통수권자의 지시 이행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전격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을 두고 속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외교적 계산이 주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북미 관계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이슈인만큼 만일 북미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선거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전 정부와 대비되는 본인의 ‘외교 브랜드’에 가까운 북미 관계 이슈를 끌고가는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중간선거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트럼프 대통령을 조급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미 하원에서 공화당은 220석 안팎으로 겨우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3% 안팎으로 이번 임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만큼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선제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보내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선거에서 치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7일 CSIS 긴급 화상 좌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가 “김정은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전쟁을 조기에 봉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중간 선거 이전 한반도에서 추가적인 안보 리스크는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차 석좌는 “트럼프는 이란 관련 뉴스가 헤드라인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이에 당장 반응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며 상황을 계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방위비 인상 압박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기준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 5000억원이다. 12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올해부터 5년간 적용된다. 한미연합훈련 비용은 연간 약 1000억원 수준으로 미군이 약 70~80%를, 한국군이 나머지를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비판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교가와 군 안팎에서는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맹국의 자주 국방을 강조하는 미국이 한국군의 능력 강화를 전제로 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평가도 이뤄지는 UFS 기간에 훈련 축소를 지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국에 대한 역할 요구 변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이란 비핵화 및 대이란 대응 불참을 함께 언급한 것은 미국이 동맹국의 역할을 한반도 방위에만 한정하지 않고 역외 안보 현안에 대한 기여까지 포함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국이 한국에 대해 중동과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 안보 현안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 핫하네” 李대통령도, 푸틴도, 트럼프도 손짓…한국은 건너뛰나 [권윤희의 월드뷰]

    “김정은 핫하네” 李대통령도, 푸틴도, 트럼프도 손짓…한국은 건너뛰나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광복절 전후로 이재명 대통령은 종전을, 푸틴 대통령은 북러 공조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정상외교를 꺼냈다.● 한편에서는 김정은의 몸값 상승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전력과 북러관계는 강화됐지만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김정은의 대미 협상력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도 북미대화를 먼저 열어 남북·다자 대화로 이어간다는 구상인 만큼, 북미회담 선행 이후 남북관계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광복절을 전후해 한국과 러시아, 미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서로 다른 메시지가 잇따라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6·25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국 간 다자 대화를 제안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러 간 전략적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년 전 김정은과 판문점에 나란히 섰던 사진을 다시 꺼내 “김정은과 나는 사이가 아주 좋다”고 밝혔다. 16일 현재 김정은이 직접 답전을 보낸 상대는 푸틴뿐이다. 李는 종전, 푸틴은 안보공조, 트럼프는 “사이 좋아”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방안도 논의하자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위한 다자 논의를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 관영매체는 16일 오전까지 이 대통령의 제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14일에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비난하며 한미일 군사협력이 ‘핵동맹’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반면 러시아에는 김정은이 직접 답했다. 푸틴은 김정은에게 보낸 광복절 축전에서 북러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고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해 공조하고 있으며 양국 및 국제사회의 시급한 현안에서도 “건설적인 공동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은 답전에서 푸틴을 ‘친근한 벗’이라고 부르며 “양국 관계의 보다 훌륭한 미래”를 강조했다. 러시아가 “주권과 안전이익, 영토완정”을 수호할 것이라며 지지도 거듭 밝혔다. 그 사이 트럼프는 과거 ‘판문점 외교’를 다시 꺼냈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15일 트루스소셜에 2019년 6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김정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 특정 사진에서는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웃고 있는 사진들도 많이 있다”며 “김정은과 나는 사이가 아주 좋다”고 썼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사진을 게시한 지 두 달 만이다. 광복절을 계기로 이 대통령은 종전·평화체제 논의를, 푸틴은 전략적 공조를, 트럼프는 정상 간 직접대화를 각각 꺼낸 셈이다. 핵·러시아 카드 늘었는데…김정은 협상력 정말 커졌나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마주 앉는다면 협상 여건은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과 달라져 있을 전망이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핵·미사일 전력을 확대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선언했고, 핵무기를 경제적 이익이나 안전보장과 맞바꾸는 방식에도 선을 그었다. 대러 관계도 크게 강화됐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유사시 상호지원을 담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고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병력과 군사 지원을 활용해왔으며 최근에는 지역 안보 문제에서도 북한과의 공조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정은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는 달라진 협상 환경이 김정은의 대미 협상력 상승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김정은의 협상력이 과거 북미협상 때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미협상에 앞서 주변 강대국과 관계를 강화해 협상력을 높이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8~2019년 북미협상 국면에서도 중국과 정상외교를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네 차례 만났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은 합의문 채택 없이 끝났다. 조 위원은 “당시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북미협상의 돌파구로 이어지지 않았듯 지금의 북러 밀착도 대미 협상력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하기 어렵고 북중관계와 북러관계에는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고도 설명했다. 북한의 핵전력 역시 과거보다 강화됐지만 미국과의 협상구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핵전력 강화와 러시아라는 새로운 협력 기반은 2018년과 달라진 변수지만, 이를 근거로 김정은의 대미 협상력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이어 판문점…트럼프가 다시 꺼낸 정상외교북러 밀착이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 필요성까지 없앤 것도 아니다. 조 위원은 북러 밀착에도 북한에 북미관계 개선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봤다. 트럼프 역시 올해 들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려는 의사를 거듭 드러냈다. 백악관은 지난 2월 트럼프가 김정은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는 3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도 자신의 중국 방문 전후를 포함해 김정은과의 회동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린 데 이어, 이번에는 2019년 판문점 회동 사진을 꺼냈다. 싱가포르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를 담은 첫 정상 합의가 나온 곳이고, 판문점은 트럼프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곳이다. 이에 대해 조 위원은 “치적 홍보가 아닌 김정은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신호”라며 “만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이번에도 핵이나 제재 대신 “김정은과 나는 사이가 좋다”는 개인적 관계를 강조한 점 역시 주목된다. 새로운 대북 협상안을 내놓기보다 자신과 김정은이 세 차례 만났던 정상외교의 경험을 다시 부각한 것이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북미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도 나온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김정은이 러시아·중국과의 밀착으로 북미회담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수정주의적 전략’을 택할 경우 트럼프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정은이 트럼프의 노벨평화상에 대한 관심을 활용해 평화조약 체결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적대관계 종식 등을 우선 의제로 제시할 수 있다고 봤다. 세부적인 비핵화 협상을 뒤로 미루면서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미국의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에 다가가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북미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가 직접 걸리는 대표적 사안이다. 트럼프는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직후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밝혔고, 이후 한미 협의를 거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일부 연합훈련이 중단된 바 있다. 조 위원은 향후 북미협상에서도 한미연합훈련 문제가 다시 직접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국 건너뛰나…‘운전자’에서 ‘페이스메이커’로북미 정상외교가 재개될 경우 또 하나의 관심사는 한국의 역할이다. 통일부는 지난 5일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하고 남북미중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북핵 문제에서는 핵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킨 뒤 비핵화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종전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국 간 논의를 제안했다. 정부 구상은 북미대화를 먼저 가동하고 이를 남북관계 복원과 남북미중 4자 대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로 이어가는 데 가깝다. 이와 관련해 차 석좌는 김정은이 이재명 정부의 ‘평화 공존’ 제안에 응하기보다 “서울을 우회해 워싱턴과 도쿄에 접근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미·북일 정상외교를 통해 한미일 협력의 결속을 흔들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조 위원은 북미대화가 먼저 열리는 것 자체를 ‘서울 우회’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은 이재명 정부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이 남북·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북미관계가 먼저 풀려야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페이스메이커론으로의 전환”에 따라, 정부의 비핵화 접근도 달라졌다고 짚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당장의 출발점으로 내세우기보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먼저 중단시키고 이후 비핵화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가 먼저 만난다고 한국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북미대화를 먼저 끌어낸 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남북미중 4자 대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북미가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까지 직접 다룰 경우다. 한미연합훈련 등을 한국과 충분히 조율하지 않은 채 협상 의제로 올린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북미대화와는 성격이 달라진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마주 앉을지, 북미대화가 열릴 경우 정부가 이를 남북·다자 대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쏠린다.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구상도 그 과정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 핵보유 인정해 주면 북한 유인 가능…북미 대화 재개 땐 한국이 중재자로[월요인터뷰]

    핵보유 인정해 주면 북한 유인 가능…북미 대화 재개 땐 한국이 중재자로[월요인터뷰]

    내 이름은 용맹한 호랑이 ‘배투호’1990년대 한미 외교 연구에 관심 미국의 기밀 해제 문서 등 토대 사실주의적 관점 한국 현대사 조명‘대한민국 만들기’ 등 저서도 출간남북·북미 관계 어떻게美, 그린란드·이란 등 이슈 많아북한과의 대화는 후순위로 밀려북한도 중러와 관계 강화 치중북핵 인정 등 없이 대화 안 나설 듯이재명 정부의 외교는한국의 균형 외교는 실용적 선택무역 등 미국과의 마찰 요인 변수중국 경제 의존은 더 줄여 나가고일본과는 협력 강화 노력 필요 “제 한국 이름이 왜 ‘배투호’냐고요? 제가 원래 호랑이를 좋아합니다. 한국을 연구하면서 한국인 이름엔 호랑이를 뜻하는 단어가 많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아는 한국인들에게 물었죠. 용맹하게 싸우는 호랑이를 뭐라고 하느냐고. ‘투호’라고 하더군요. 여기에 제 한국어 선생님이 ‘브라진스키’인 제 성은 ‘배’로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배투호가 됐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역사학자로 꼽히는 그레그 브라진스키 조지워싱턴대 사학과 교수는 3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자택 인근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한국 이름을 이렇게 소개했다.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브라진스키 교수는 저서 ‘대한민국 만들기 1945~ 1987’(2011년 국내 출판)을 출간하는 등 한국의 현대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시도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관계에 대해서 브라진스키 교수는 현재 그린란드와 이란 등 대외 이슈가 많아 이른 시일에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건 쉽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의 ‘균형외교’는 실용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북미대화 재개를 전제로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했다. 브라진스키 교수는 이념이나 역사적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미국에서 기밀 해제된 외교 및 군사 문서를 토대 삼아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조명했다. 그는 한국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어도 배웠다. 미국 시각의 사료로는 충분한 연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브라진스키 교수와 일문일답. -어떻게 한국을 연구하게 됐나. “대학원 시절이었으니 1990년대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관심을 갖는 학자는 많지 않았다. 그때는 K팝도, 한국 드라마도 전파되지 않은 시기다. 위스콘신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당시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를 연구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항상 매우 친절했고, 내가 한국에 관심을 보이자 굉장히 열정적으로 이것저것 알려줬다. 또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 그들과 매우 흥미로운 토론을 나눴다. 나는 한국, 특히 남한에 대해 많은 흥미를 느꼈고 지도교수에게 말했더니 ‘좋은 생각’이라고 격려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남들보다 한발 앞섰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다. 북미 관계 전망은. “북미 대화가 단기간 내에 실제로 성사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현재 미국은 북한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현안이 많다. 그린란드 문제가 있고, 베네수엘라와 이란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북한도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6년 전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러시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도운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떤 보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된 상황에선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유인책은. “매우 급진적인 정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에 핵 프로그램은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유인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사안이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것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간 외교 관계 수립이다. 이는 미국이 제안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만약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남한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대화가 열린다면 가능성은 있다. 2018년에는 남북 관계 개선을 강하게 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독특한 역학 관계가 형성됐다. 다만 지금은 무역 문제 등 한미 관계도 새로운 마찰 요인이 생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미국의 안전 보장으로 혜택을 크게 누린 반면, 미국은 손해를 봤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나는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문 전 대통령과 같은 상황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대통령은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의 신뢰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을 통한 중재보다는 북한에 직접 접근하거나 다른 경로를 택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한국의 외교 노선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 대통령이 왜 균형을 추구하는지 이해한다. 다만 한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중국은 12~15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에는 가치와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어도 여러 사안에서 협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훨씬 더 적대적으로 변했다. 중국은 더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됐고, 동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데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는 과거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고, 지금도 일본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방권을 제외하고 가장 민주적인 두 국가가 바로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면서 보니 한국어도 유창하다. “한미 관계를 다룰 때 ‘미국이 한국에 무엇을 했다’는 식의 사료만 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한국의 시각과 연구물도 접해야 한다. 대학원생 시절부터 틈틈이 한국을 찾아 연세대 외국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익혔다. 부모가 한국인이 아닌 학자 중에선 내가 한국어를 꽤 잘하는 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책을 쓴 계기는. “나의 첫 책인 ‘대한민국 만들기 1945~ 1987’은 원래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식민 지배를 경험한 국가들을 살펴보면서 한국이 매우 독특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책을 쓸 당시 기준으로 식민지였던 나라 중 부유한 민주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대만뿐이었다. 내 첫 책의 편집자였던 예일대의 유명한 역사학자 존 루이스 개디스 교수는 “좋은 내용이 많은데, 더 대담해져야 한다. 왜 한국이 부유한 민주국가가 됐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에 출간한 ‘냉전 전우들’(Cold War Comrades)은 북한과 중국 동맹의 ‘감정적인 역사’를 다뤘다. 나는 북한과 중국의 ‘전우애’가 양국 모두의 정권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책은 단순히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다룬 것이 아니라 두 나라가 동맹을 어떻게 활용해 자국민들의 감정과 충성심을 형성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한국에도 1~2년 뒤 번역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로서 한국에 하고 싶은 조언은. “사회 문제, 특히 저출산 문제다.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25~30년 후 한국은 작고 약한 국가가 될 것이다. 경제적, 정치적, 국제적 위상 측면에서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내가 이 대통령이라면 저출산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다. 학교가 문을 닫고, 군대가 줄어드는 상황이 오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 그레그 브라진스키 교수는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조지위싱턴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 현대사와 미국-아시아 관계, 냉전사 분야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지워싱턴대가 2016년 설립한 한국학연구소 창립 멤버인 그는 현재도 부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과 관련한 저서로는 2011년 국내에도 출판한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 등이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당시 글로벌 학자들과 반대 성명을 냈기도 했다.
  • B급정서와 밀덕력으로 가득찬 고품질 만화책이라니 [세책길]

    B급정서와 밀덕력으로 가득찬 고품질 만화책이라니 [세책길]

    한중일, 지겹지만 닮았고 꺼리지만 떨어질 수 없는지금은 꽤 낯선 얘기가 돼 버렸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응하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자는 논의가 한중일+아세안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던 때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대응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한중일 정상이 모여 공동협력을 다짐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김대중은 그 과정에서 꽤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관계를 업그레이드했고 한중관계도 튼튼하게 다져놓았다. 중국 주석이었던 장쩌민이 사석에선 김대중을 ‘형님(大哥)’이라 불렀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20년 가량 지난 지금으로선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한중일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서울에 설립한 ‘한중일 협력 사무국’은 유명무실해지고 한중일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선 중국인들 몰아내자는 혐오시위가 난무한다. 한중일 모두 주변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이웃나라라는 걸 생각하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현실이다. 동아시아 정세에서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관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세기 초반 한국은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한중일은 물론 북미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했다. 2025년 현재 남북관계는, ‘관계’라고 할만한 것 자체가 없다.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뱃지를 달고 나온 사람들과 마주 앉아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통일부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주도권은 언감생심이고 ‘페이스 메이커’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다. 이런 와중에 한중일을 한묶음으로 묶어서 고민하는 책이 나온 건 여러모로 고맙다. 1839년 아편전쟁부터 1910년 한일 병합에 이르기까지 한중일을 휩쓴 격동의 세월을 무려 20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묶은 <본격 한중일 세계사>다. 첫번째 책이 나온 게 7년 전인 2018년이었고 2025년 8월에 스무번째 책으로 완결이 됐다. 전체 분량이 7032쪽이나 된다. 다행히 만화책이다. 쉽게 쉽게 책을 넘길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대충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무척이나 심오한 통찰력을 만화에 담은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저자는 김선웅, ‘굽시니스트’라는 필명을 쓰는 시사만화가다. 굽시니스트를 처음 알게 된 건 2009년부터 시사IN에 연재하기 시작한 ‘본격 시사인 만화’ 덕분이었다. 각종 시사 현안을 엄청난 통찰력으로 풀어낸 시사만화를 보며 단숨에 팬이 됐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으론 하위문화에 조예가 깊어서 오타쿠 문화 패러디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게 가끔 난해하게 느껴지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했을 만큼 역사 지식이 해박하다. 그런 장점들이 <본격 한중일 세계사>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격동의 시대를 다루려면 등장인물이 수없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굽시니스트는 호랑이와 판다, 고양이 얼굴로 한중일을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실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은 특징을 살렸는데, 그러다 보니 뚱뚱한 고양이나 무섭게 생긴 호랑이처럼 개성이 드러나는 걸 보는 묘미가 있다. (물론 청나라를 다루면서 만주족과 한족을 똑같은 판다로 표현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청나라 지배를 받았던 몽골을 말로 표현한 것처럼 만주족은 용 정도로 표현하면 어땠을까 싶다.) 20권 410쪽에서 425쪽에 걸쳐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가 나누는 가상 대화 역시 저자가 동아시아 역사는 물론 현실 국제문제를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드러내는 동시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깊이있게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간단치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로 끄덕거리게 된다. 고종의 표정과 얼굴에서 드러나는 ‘망국의 길’그런 통찰력은 고종에 대한 묘사에서 잘 드러난다. 어린 시절 이후 시간이 갈수록 고종 얼굴은 총명함을 잃고 우유부단한 얼굴이 도드라진다. 을사늑약 이후 밀려드는 반대 상소에도 뚜렷한 답조차 없이 어물쩍 넘어가면서 “내가 곧 대한제국인데, 내가 무너지면 어찌 나라가 보전되겠는가. 내가 아니면 누가 더 뒷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20권 251쪽)”라고 변명하는 모습에서 시대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고종을 잘 표현했다. 의병을 일으켰다가 포로로 잡혀 일본 쓰시마에서 숨진 최익현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최익현의 유령이 “제가 보내드린,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나라 망할 때 자결했다는 내용의 상소문은 잘 받으셨사옵니까?”라고 하자 고종은 “난, 아직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요”라고 얼버무린다. 이에 최익현의 유령은 곧바로 “뭐? 황손 몇 명 더 만들기요?”라며 고종의 무책임함을 정면으로 꼬집는다. 을사늑약 체결 직전 이토 히로부미와 대화하는 장면은 국내 애국심을 갖고 있던 정치세력을 참고 넘어가질 않았던 고종에 대한 뼈 때리는 비판으로 읽힌다. 고종은 이렇게 말한다. “거, 그런 중대사는 원래 중추원과 백성 일반의 뜻을 물어 결정하는 것인지라…;;;” 이토는 이렇게 반격한다. “한국은 전제군주정으로, 군주가 만기를 오롯이 홀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정체가 아이옵니다까. 쓸데없는 소리 마시고 얼른 결정 내리시옵소서.” 그 다음 고종의 한탄. “아오;; 중추원 의회 걍 놔둘걸;;” <본격 2차세계대전 만화>를 통해 밀리터리 매니아라는 걸 드러냈던 굽시니스트는 <본격 한중일 세계사>에서도 전쟁사 분야에 상당한 내공이 있다는 걸 과시한다. 아편전쟁이나 태평천국의 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을 다룬 부분은 구체적인 전투상황을 매우 상세하게 묘사해서 전투상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사실 태평천국의 난 부분은 너무 상세해서 오히려 분량조절에 실패한 느낌마저 있다) 언어유희를 잘 활용한 풍자와 촌철살인도 도드라진다. 1905년 2월 혁명을 묘사한 대목을 보자. 십자가를 들고 차르에게 ‘먹을 빵을 달라’며 청원하던 시민들은 “차르 우라~! 차르께서 오늘 점심 쏘신다고” 하다가, 군인들의 총격에 쓰러지며 “차, 차르 우…라…질(20권 18~20쪽)”이라고 한다. 곧이어 발생한 총파업에서 노동자들은 “차르 짜르자!(20권 27쪽)”라고 외치고, 총파업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트로츠키는 “트로트 키로 한 곡 뽑아봐요(20권 28쪽)”란 응원을 듣는 식이다. 언젠가 군인들 행태를 풍자한 만평을 보고 한참 웃었던 적이 있다. 국군장병들 시선과 민간인 시선으로 나눈 두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장병들 시선, 지하철에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린다. ‘저 부대는 전투화도 다림질했구나’ ‘야상을 세 줄로 다리다니 대단한데’ ‘아 우리도 모자에 불광 낼 걸’ 하면서 다른 부대와 자기 부대 휴가복을 비교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다음 일반인 시선. 그냥 다 똑같은 옷을 입고 군복 위에 달린 게 머리라는 것 정도만 기억나는 군바리일 뿐이다. 과장섞어 말한다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이 한중일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한중일은 수천년을 얽히고 설켜왔다. 미워하며 협력하며 수천년을 지지고 볶으며 살아왔다.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진 이런 인연 혹은 악연을 피해 갈 도리는 없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국 사람들 습관이나 문화, 자연환경과 가장 닮은 건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다. 중국이나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지겹게 닮은 서로를 이해하고 되돌아보는 데 이바지하는 게 <본격 한중일 세계사>가 아닐까 싶다. 사족[蛇足]14권 144쪽에 함경도 원산이라고 나오는데 원산은 사실 함경도가 아니라 강원도다. 20권 381쪽에 등장하는 함경북도 경홍군은 사실 경흥군이다. 경흥군 위치도 책에 나온 것보다 실제론 더 남쪽에 있다. 이 정도면 존경하옵는 굽시니시트가 쓴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인증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굽신굽신.
  • 트럼프가 세계에 던진 화두, 제국은 어떻게 망하는가 [세책길]

    트럼프가 세계에 던진 화두, 제국은 어떻게 망하는가 [세책길]

    미국에서 보낸 1년, 전혀 다른 기억언젠가 동생과 어학연수 당시 경험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나는 상쾌했던 시카고 날씨, 공부생각이 절로 나게 만드는 대학 도서관, 친절했던 사람들과 개방적인 분위기를 얘기하며 추억에 젖었다. 가장 즐거웠던 건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일이었다. 미국으로 이민 온 새 미국인들을 만나고, 조상이 미국으로 건너 온 미국인들을 만나며 세계를 보는 눈이 확 넓어지는 걸 느꼈다. 그들은 일자리와 성공,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미국을 새 고향으로 삼았고, 미국은 그들을 받아들였다. 이런 게 미국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었다. 동생은 어학연수 중간에 겪었던 9·11 얘기부터 꺼냈다. 9·11 사건이 주는 충격, 그리고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테러 걱정 때문에? 아니 9·11 이후 미국 사람들 눈빛이 이상해졌어. 나와 동생이 지낸 곳은 같은 미국, 같은 도시였다. 하지만 둘이 겪은 미국은 생각해보면 꽤나 달랐다. 나는 1999년부터 1년간 미국에 있었다. 당시 경제는 호황이었고,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였다. 동생은 2001년부터 1년간 있었는데 경제는 불황이었고,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였다. 외국을 대하는 태도도 사뭇 달랐다. 한반도 정책은 극과 극이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남북화해정책을 적극 지지한 반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은 악의 축”이라며 극도로 적대적이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정세 전체가 얼어붙었다. 9·11과 아무 상관없는 이라크까지 침략해서 점령하며 전세계에 힘을 과시하던 미국은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건 역사의 한 시대가 끝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2024년에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 뒤 세계에 벌어지는 일들은 ‘미국의 시대가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모두가 하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과격한 부자감세를 계속하고 있고 그 비용은 관세수입으로 충당하려 한다. 결국 외국 정부와 기업들 팔을 비틀어서 미국 국내 부자들 배를 불리는데, 그 와중에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이다. 한미동맹은 이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쇠고랑이 돼 버렸다. 한국에서 이런 사태를 가장 당황스럽게 느낄 사람들은 아마도 한미동맹을 신주단지처럼 생각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아닐까 싶다. 21세기, 스스로 길을 잃어버린 미국의 시대생각해보면 9·11 이후 3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300년 뒤 역사가들은 미국이 21세기에 진입할 때 전성기를 누리다가 한 세대 만에 결정적인 붕괴로 무너져내렸다고 적을지도 모르겠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는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인지, 그리고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할 때 읽으면 딱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로마제국 후기와 중세 초기 유럽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피터 헤더와 정치경제학자 존 래플리가 함께 쓴 책이다. 둘 다 영국인이다. 제국의 흥망성쇠, 그리고 제국주의가 세계 곳곳에 싸질러놓은 똥을 얘기하는 데 이보다 더 적합할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게 2023년(국내 번역본은 2024년)이었다. 저자들은 설마 트럼프가 2021년 물러난 뒤 2024년 11월에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트럼프가 줄기차게 외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른바 ‘마가’가 완전히 잘못된 진단과 엉터리 처방으로 미국을 망치는지 예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양에서 고대 로마제국은 교훈과 상상력의 원천이다. 로마가 어떻게 시작했으며 어떻게 번성할 수 있었는지, 왜 멸망했으며 어떻게 쇠락했는지 하나하나가 끊임없이 거론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저작이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 제국 쇠망사>다. 18세기 후반에 나온 이 책은 로마가 황금기였던 2세기 이후 느리고 긴 쇠퇴를 거쳐 5세기에 몰락했다고 주장했다. 문화 측면에선 기독교가 번성하면서 군사력이 약해졌고, 야만족의 침략과 내부 분열로 경제적 활력과 정치적 통합을 잃었다고 봤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는 기번의 연구와 수백년간 계속된 그의 학문적 권위를 박살내 버린다. “기번은 틀렸다… (로마) 제국은 붕괴 바로 직전까지도 번영의 정점에 있었다(41~42쪽).” 로마는 제국이 정치적으로 붕괴하기 직전인 4세기에 정점에 올랐다. 기독교가 로마의 문화적 통합을 해쳤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저자들이 보기에 로마와 미국(그리고 서구)이라는 두 제국은 제국의 오래된 생명주기를 따라간다. 1999년 80%에 이르던 서구의 세계 총생산량(GDP)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60%까지 줄었다. 이제 중국은 명실상부한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자리를 잡으며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야만족(혹은 중국)의 침공 때문이 아니다. 모두 제국 스스로 만들어낸 구조가 작동하다가 그 결과로 주변부에서 새로운 세력이 제국의 후계자를 노리기 시작했다(237쪽). “제국은 경제 발전으로 생명주기를 시작한다. 제국은 지배적 위치에 있는 제국 핵심으로 향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을 생성하려고 나타나지만, 그 과정에서 정복한 지역과 일부 주변부에도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주변부의 대규모 경제 발전은 그 즉각적인 결과로써 앞서 생애주기를 시작한 제국의 지배권력에 반기를 드는 정치적 과정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제국 중심지는 어느 정도의 상대적 쇠퇴를 피할 수 없다. 한마디로 이제 단순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는 없다(22쪽).” 트럼프는 <로마 제국 쇠망사>에 영감을 받은 듯 이민자를 만악의 근원인 양 몰아붙인다. 하지만 저자들이 보기에 이 또한 근거가 없다. 물론 로마제국에게 ‘야만족’의 침략은 강력한 위협이었던 게 사실이지만, 현대 이민은 오히려 미국에 경제적 이익이 된다. “서구 복지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외국인의 유입이 아니라 수명을 연장하고 부양 비율을 엄청나게 증가시킨 전후 번영의 결과다. 외국에서 훈련받은 의사와 간호사에 의존한 덕분에 많은 공공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의료진 생산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다른 나라로 전가해 서구 납세자의 막대한 돈을 절약했다(167쪽).” 이른바 ‘좋은’ 이민자와 ‘나쁜’ 이민자 사이에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저자들은 “이주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경제 쇠퇴의 비결(169쪽)”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해야 할까? 혹은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과 미국의 군사대결은 불가피한 과정일까? 저자들은 이 또한 조목조목 반박한다. 중국의 부흥은 오랜 역사라는 맥락에서 보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복귀에 가깝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맡았던 세계 질서를 지키는 경찰이라는 특별한 세계적 역할은 아시아의 짧고 예외적인 권력 공백을 반영한 것(202쪽)”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갑자기 꼬꾸라질 일도 없거니와 무리한 압박은 역효과만 초래하고 “재앙(204쪽)”으로 이어질 뿐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협력, 그리고 냉철한 현실 인정이다. “서구 국가들이 세계 주변부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싶다면, 개발도상국을 희생해 서구의 위대함을 보존하려는 암묵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그들의 전반적인 번영과 사회 및 정부 구조 두 가지 모두를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199쪽)” 노선을 전환하는 게 서로에게 훨씬 더 이롭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은 19세기와 20세기 방식으로 다시 위대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주변부 국가를 착취하는 국내 압력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착취할 수 있는 것은 동료 시민뿐(240쪽)”이다. 트럼프가 선택한 건 동료 시민들을 착취하는 건 계속하면서 그들의 반발을 이민자와 외국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발전했던 원동력이었던 자유로운 상상력, 혁신을 장려하는 도전정신, 이민자들에게 관대한 문화를 말려 죽이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시진핑의 최대 후원자가 트럼프라는 말이 빈말로 느껴지지 않는 2025년이다.
  • 정동영 “北, 美 타격 가능한 3대 국가…냉정히 인정해야”

    정동영 “北, 美 타격 가능한 3대 국가…냉정히 인정해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의 하나가 돼버렸다”며 “냉정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독일을 방문 중인 정 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북한이 스스로 전략 국가라고 말하는데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7년 전 위치와는 다르다. 일단 그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만 해도 북한이 미국에 매달리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담이 결렬된 직후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 말이 불행하게도 맞았다. 스몰딜이 성사됐더라면 핵 문제 전개 과정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에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 “노동당 창건 80년 메시지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대미, 대남 메시지”라며 “그걸로 미뤄보면 북미 양쪽 지도자 모두 지금 서로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미관계를 통해 안보 대 안보를 교환한다면 미국은 지원하거나 돈을 낼 생각이 전혀 없지 않나”라며 “(개혁개방을 추구한) 베트남의 길을 가고 싶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이 진정이라면 남북 협력밖에는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이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지 않겠다는 전략적 지위에는 올라섰지만, 인민 생활 향상까지는 못 이뤘기 때문에 대남 수요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접점을 만드는 게 평화 공존”이라고 말했다.
  • “김일성 진짜 죽었어?” 혼란 빠진 北과 국제사회…1994년 외교문건 공개

    “김일성 진짜 죽었어?” 혼란 빠진 北과 국제사회…1994년 외교문건 공개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북한 방송은 이튿날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북핵 문제를 놓고 남북, 북미 간 한창 대화가 벌어지던 시기에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외교 당국은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세계 각국도 46년을 통치한 지도자를 잃은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민감하게 지켜보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교부가 28일 공개한 ‘1994년 외교문서’에는 김 주석의 사망 직후 각국의 움직임이 어땠는지 담겨 있다. 외교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일부 해제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1994년 7월 8일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북핵대사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당시 외교부 제1부부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다. 이들은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3단계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 회담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마찰로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한 지 1년 만에 개최돼 주목받고 있었다. 그런데 회담이 본격화하기 전 김 주석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 측 대표단이 돌연 회담을 중단하자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직접 조의를 표명하며 조속한 북미 회담의 속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루치 대사도 북한 대표단과 접촉을 시도하며 ‘기약 없이 제네바에서 머물며 기다리겠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주석의 사망에 해외 공관들은 일제히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세계 각국도 김 주석의 사망 원인부터 후계 구도에 이르기까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북한의 미래를 점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주요국 인사들과 접촉한 한국 외교관들이 보낸 문건에 보면 각국은 김 주석이 추진하던 북핵 협상이나 남북 정상회담 관련 정책이 지속될지 불안해했다. 북한 매체는 김 주석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의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계승한다는 소식을 함께 보도했는데 미국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과 그의 정책 방향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놨다. 미 국무부는 “김일성 정책의 계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중앙정보국(CIA)은 김 위원장의 ‘과격성’과 ‘불가측성’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스탠리 로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반기문 주미대사관 공사와의 면담에서 “김정일이 승계에 성공하더라도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통성이 결여된 데다, 경제난 계속으로 일정 기간 이후 많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각국 소재 북한대사관도 혼란에 빠졌다.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은 베트남 한 언론사가 김일성 사망 이튿날 관련 소식을 보도하자 ‘터무니없는 날조’라며 항의했다. 이 매체가 해당 소식을 전하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내밀고서야 상황은 진정됐다. 멕시코에서는 멕시코 외교부가 북한대사관이 조문록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공한(공적 서한)을 직접 외교단에 발송해 우리 대사관이 해명을 요구하는 일도있었다. 멕시코 외교부는 “북한 대사가 급히 의전실을 방문해 ‘대사관에 인력과 복사기가 없으니 공한 발송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담당 직원이 부주의하게 응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김 주석 사망 사흘 만인 7월 11일이 돼서야 북미는 3단계 고위급 회담의 제1차 회담을 개시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NPT 체제 복귀 및 IAEA의 핵 사찰 전면 수용, 비핵화 공동선언 등을 요구했다.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 경수로 지원,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 보장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고위급 회담은 성공적으로 이어졌고 북미는 북한의 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양측이 정치·경제관계의 정상화를 약속하고 핵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제네바 합의’를 도출하게 된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문서 일부 내용은 여전히 기밀로 비공개 처리됐다. 김 주석 사망 후 1차 회담이 열릴 때까지 북미가 물밑에서 어떠한 소통을 주고받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이 포함된 외교문서 원문은 사전 예약을 통해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볼 수 있다. 6월 이후에는 ‘공개외교문서 열람 청구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 트럼프 “北 개입에 우크라전 복잡… 그래도 난 김정은 잘 알아”

    트럼프 “北 개입에 우크라전 복잡… 그래도 난 김정은 잘 알아”

    주요 변수로 북미관계 설정 첫 언급“그와 매우 잘 지낸다”… 친분 강조도 두 개 전쟁 조기 종식 의지 강조하며‘유럽군 주둔’ 구체적인 구상안 윤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게 더 복잡해졌다’면서도 협상을 통해 전쟁을 조기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당선 후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언급해 북미 관계 재설정이나 정상회담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타임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합의에 도달하고 싶고 합의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난 두 개의 주요 전선(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을 보고 있지만, 북한이 개입하면 그건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난 김정은을 안다.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면서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우 나쁘고 복잡하게 하는 요인들이 많지만, 우리는 (협상을 위해 마주) 앉을 것이며 이것(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 각각 또는 둘 다 끝나거나 어쩌면 동시에 끝나면 우리는 마주 앉을 것이며, 내가 얼마나 좋은 일을 했는지 당신(인터뷰 진행자)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당선 후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북한과 김 위원장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휴전 협상에서 북한과의 관계도 주요 변수로 꼽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선인이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해도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노이 노딜’을 기억하는 북한이 신중한 접근을 하리라는 전망이 아직은 좀더 높다. 그동안 구체적인 종전안을 밝히지 않았던 당선인이 ‘유럽 군대 주둔’을 언급, ‘조기 종전 구상’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이뤄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3자 회동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지지하지 않지만, 전쟁이 멈춘 이후에 강하고 잘 무장된 우크라이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에 유럽이 주된 역할을 맡아야 하고 유럽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며 휴전 상황을 감시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회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선인은 휴전협정에 대한 미국의 지원 가능성은 열어 뒀으나 미군 개입은 배제했다고 한다. 또 배치될 유럽군은 나토와 무관한 평화유지군이나 휴전감시군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당선인이 언급한 유럽군 주둔은 그동안 측근들이 주장했던 ‘현 전선 동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보류’에서 한층 진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둔군에 참여할 유럽 국가와 병력 규모, 러시아의 수용 여부, 미국의 휴전협정 지원 내용 등은 난제가 될 수 있다.
  • 트럼프 “김정은과 잘 지내”…또 한국 패싱 ‘통북봉남’?

    트럼프 “김정은과 잘 지내”…또 한국 패싱 ‘통북봉남’?

    집권 2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이 더 복잡해졌다면서도,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전을 조기 종식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타임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합의에 도달하고 싶고 합의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가자 전쟁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대화하는 중에도 중동에서 일들이 매우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난 중동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중동이 러시아-우크라이나보다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만 해결하기는 더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적인 일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그럴 수 없다”면서 “우리는 한 시점에 (협상을 위해 마주) 앉을 것이며 난 그게 곧 이뤄지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되면 진행 중인 모든 일에 대해 말해주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난 두 개의 주요 전선을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있고 이게(중동) 있다. 그리고 다른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봐라. 북한이 개입하면 그건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난 김정은을 안다. 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난 그가 상대해본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우 나쁘고 복잡하게 하는 요인들이 많지만 우리는 (협상을 위해 마주) 앉을 것이며 이것(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 각각 또는 둘 다 끝나거나 어쩌면 동시에 끝나면 우리는 앉을 것이며 나는 내가 얼마나 좋은 일을 했는지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했냐’는 질문에 “말해줄 수 없다. 그건 그냥 적절하지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행정부의 허가를 받아 미국에서 지원받은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중대한 확전이고 어리석은 결정이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또 북미회담 성사 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또는 군축관련 의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통북봉남’(通北封南)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관계에서 남한을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구사해왔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과 직접 소통하는 ‘통북봉남’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불안정한 국내 상황이 지속되면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백선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북한 그리고 통일’이 주최한 ‘미국 대선 이후 미북관계 및 북핵문제 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분석하며,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하고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연구위원은 “이번이 두 번째 임기로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트럼프 측은 외교적 성과를 내고자 비교적 타협이 쉬운 핵동결 또는 군축을 협상의제로 받아들일 여지가 상당하다”며 “북한도 핵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됐다고 주장하는 만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과 같은 사안을 추가하며 하노이 회담 때 보다 더 많은 양보를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백 연구위원은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 문제를 활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짚었다.
  • 트럼프 “김정은, 나 무서워해…지금 북한 좀 봐라” [美대선 토론]

    트럼프 “김정은, 나 무서워해…지금 북한 좀 봐라” [美대선 토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트럼프 정부 시절 북미관계를 두고 공방을 벌이며 확연히 대립되는 대북관을 드러냈다. 해리스는 이날 밤 ABC방송 주관으로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국가안보 및 대외정책에서 약하고, 틀렸다는 것과, 그가 독재자들을 존경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트럼프)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멋지다’(brilliant)고 했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들을 교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또한 당신(트럼프)이 다시 대통령이 되길 이들 독재자가 응원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왜냐하면 그들은 당신을 아첨과 호의로 조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것이 당신과 함께 일한 그렇게 많은 군 지휘관이 내게 당신은 ‘수치’라고 말한 이유”라고 일갈했다. 해리스 “트럼프, 金과 러브레터”…트럼프 “푸틴, 해리스 지지해” 그러자 트럼프는 “지난주 푸틴이 그녀(해리스)를 지지했는데, 나는 그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역공에 나섰다. 이어 “왜 바이든(대통령)은 키스톤 파이프라인(미국과 캐나다간 송유관) 사업은 죽이고,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는 승인했는가”라고 반문했다. 해리스가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강력히 맞서지 못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자신과 친분이 깊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말을 인용한다며 “중국과 북한이 트럼프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대통령일 때는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 만나가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동결시켰는데,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연이어 도발에 나서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 두 후보는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대북 접근법과 인식의 현격한 차이를 재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와 김 위원장 간 정상외교에 대해 해리스는 ‘독재자에 놀아난 일’ 정도로 폄훼한 반면, 트럼프는 북핵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시도였으며, 북한이 오히려 자신을 어려워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앞서 두 후보는 7~8월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할 때도 상반된 대북관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는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 경기도, 베를린서 ‘한반도 평화’ 국제 학술회의 개최…한-유럽 협력방안 모색

    경기도, 베를린서 ‘한반도 평화’ 국제 학술회의 개최…한-유럽 협력방안 모색

    경기도가 현지 시각 10일부터 12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신냉전 시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유럽 협력 방안 모색’을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학술회의는 베를린자유대학교의 이은정 교수를 비롯해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이사장, 오거스트 프라데토(August Pardetto) 헬무트슈미트대학교 교수, 프랭크 엄(Frank Aum)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등 3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발표 및 패널토론에서는 ‘신냉전 시기 중견국의 역할’,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전망과 유럽의 역할’, ‘유럽의 지역안보공동체 구축 경험과 한반도 평화’, ‘지속가능한 생태 평화의 넥서스-“무기없는 평화”를 위한 동베를린 지식인들의 선언’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와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교 교수가 공동으로 발표한 ‘지방정부가 쏘아 올린 평화의 구름: 서베를린 시장 빌리 브란트가 실천한 평화와 경기도의 더 큰 평화를 위한 생태평화 정책’은 경기도의 평화정책이 서베를린에서 시작된 평화를 위한 노력과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알려 전문가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김범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정세와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유럽은 중견국으로서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번 학술회의로 한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조창범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북한과 최대 접경지를 맞닿는 경기도가 한반도와 유럽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이행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다양한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남북 간 평화 협력의 새로운 물길을 여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무력화 발언…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무력화 발언…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력화’ 발언이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1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과 일본에 아주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 70년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 동결을 협상하고, 또 그걸 지렛대로 한국에 추가로 핵우산을 제공하면서 한국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1기엔 그나마 균형감을 갖춘 인사들이 균형추 역할을 했는데, 2기에는 그런 인사들이 참여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집권 1기보다 훨씬 강경한 대외정책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선을 넘는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방위비 분담을 넘어 동중국해, 더 나아가 남중국해 분쟁에 한국군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방위 분담’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우려했다. 북미관계에서 발생할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못 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북미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북 접근법을 두고 한미뿐 아니라 한일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대비한 준비를 지금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김용현 교수는 “국익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정책적 유연성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지금부터 트럼프 캠프와 전략적으로 접촉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일본이나 유럽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보조를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욱 교수는 “정부로선 현직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건너뛰고 트럼프 캠프와 접촉하는 게 부담스럽다. 결국 대학이나 싱크탱크 등 정부 바깥에서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자적인 핵무장을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이 대북 억지력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우리 역시 핵무장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와 협상하려면 우리도 트럼프처럼 ‘벼랑끝 전술’을 사용할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폴리티코 “트럼프 ‘북핵 용인’ 구상…핵동결-제재완화 검토”…트럼프 “가짜뉴스”

    폴리티코 “트럼프 ‘북핵 용인’ 구상…핵동결-제재완화 검토”…트럼프 “가짜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통해 재집권하면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오랜 대북정책 기조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데 당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부인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브리핑받은 3명의 익명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그에 대한 검증 수용을 요구하는 한편,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다른 형태의 일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토하는 구상의 하나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폴리티코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하되, 새로운 핵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또 “트럼프는 내년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며 “트럼프의 동기 중 일부는 소용없는 핵무기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큰 일, 즉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과의 ‘빅딜’을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한 뒤 현재 중국의 편에 서 있는 북한을 중국 견제의 첨병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주요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받았으나 거부한 바 있다. 폴리티코의 취재에 응한 트럼프 주변 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에 대해 고도로 동기부여되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거래를 원하되, 그것이 어떤 형태의 거래인지에 대해 치밀하게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대북 접근법을 완화한다면 그것은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과,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접근을 선호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그것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 대가로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준 오바마 행정부를 지속적으로 비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위선적’이라는 비판의 포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1월부터 4년간 집권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참여해 타결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폴리티코 보도를 부인했다.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폴리티코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캠페인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 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폴리티코의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익명 소식통들을 통해 북한 핵무기에 대한 내 관점이 완화됐다고 했는데, 이는 ‘지어낸 이야기’이자 허위정보이며, 잘못된 쪽으로 이끌고, 혼란을 초래하려는 민주당 공작원들의 소행”이라고 썼다. 또 “그 기사에서 단 하나 정확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美 “월북 미군 무사 귀환 스웨덴과 중국에 감사” 대가 없이 돌려보내?

    美 “월북 미군 무사 귀환 스웨덴과 중국에 감사” 대가 없이 돌려보내?

    미국 백악관 핵심 당국자는 월북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신병을 넘겨받았다고 확인하면서 그 과정에 도움을 준 스웨덴과 중국에 사의를 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관리들은 북한으로부터 트래비스 킹 이병을 인계받았다”며 “우리는 킹 이병의 안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정부 기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또한 북한에서 미국을 위한 이익대표국(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의 거류민을 보호할 임무를 위탁받은 제3국)으로서 스웨덴 정부가 맡은 외교적 역할에 감사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킹 이병의 통행을 도와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7월 월북한 킹 이병을 이날 아무 조건 없이 중국으로 추방했으며, 미국 당국자들이 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했다. 킹 이병이 지난 7월 18일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간 지 71일 만이다. 북한이 킹 이병을 추방해 미국 측에 신병을 인계한 것은 꽉 막힌 북미관계에 일단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미국과 접촉을 하지 않고, 신병 인계도 중국을 통한 추방 형식을 취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일이 북미대화 재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고위 당국자의 언론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주북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킹 이병을 풀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웨덴 측으로부터 북측 의사를 전달받은 미국 정부는 스웨덴 측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한편 중국, 유엔 등에서 귀환 노력을 벌여왔다고 미국 당국자는 소개했다. 중국 베이징에는 미국과 북한 대사관이 있고,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는 사실상의 주미 북한대사관 역할을 하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있다. 다만 이들 베이징과 뉴욕 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북미 당국자끼리 대화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이 이달 초 스웨덴 측에 추방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은 킹 이병을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얻을 바를 얻는 ‘인질외교’를 하겠다는 뜻은 일찍이 접은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으로 월북했다고는 하지만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신병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반발과 대응에 따른 파장은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 취득이나 반미 선전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득’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킹 이병이 “건강해 보이고, 정신상태도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와 지난 13일 열린 북러정상회담 등 북한 외교는 최근 철저히 자기 진영 구축에 전념하고 있고, 한미일 등과의 관계 개선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킹 이병 석방 이후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과 외교 가능성에 여전히 아주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 생각에 이 사건은 관계가 긴장된 상태에서도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게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덧붙여 북한과의 대화 의향을 강하게 발신했다. 중국이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며 사의를 표한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책으로 정책 읽기] 북한 신뢰 얻어낸 스웨덴한테 배우는 ‘이것이 외교다’

    [책으로 정책 읽기] 북한 신뢰 얻어낸 스웨덴한테 배우는 ‘이것이 외교다’

    이정규. 2023. <스웨덴과 한반도: 수교 50주년에 돌아본 스톡홀름과 평양 외교 이야기>. 리앤윤호주 출신으로 북한에 유학중이던 알렉 시글리라는 청년이 2019년에 급작스럽게 체포됐다가 북한에서 추방된 적이 있다. 반공화국 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는데,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사건을 다룬 호주 언론이 스웨덴을 집중 조명했다는 사실이다. 시글리 억류사건을 해결하는데 스웨덴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스웨덴 정부 대북특사였던 켄트 해쉬테트가 다른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시글리가 억류되는 일이 벌어지자 호주 정부는 스웨덴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쉬테트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출국하는 날 예고 없이 공항에 시글리를 데리고 나오면서 출국을 허용했다. 해쉬테트는 사건을 해결한 비결로 “매우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신뢰가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특사가 신뢰를 언급한 건 단순한 허풍이 아니다. 2018년 스웨덴 언론과 인터뷰한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 강용득도 이런 말을 했다. “북한에게 이런 스웨덴의 노력은 매우 값진 것이며, 특히 지금같이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하고 스웨덴의 이런 협조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호주는 왜 다른 나라도 아니고 스웨덴에 연락했을까. 북한은 왜 스웨덴 특사의 부탁을 들어줬을까. 스웨덴 특사는 어떻게 해서 북한이 요구를 들어줄 정도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스웨덴 주재 대한민국 대사를 지냈던 이정규가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을 보완해 펴낸 <스웨덴과 한반도>는 남북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지금 상황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스웨덴이 북한과 관계를 맺은 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고 또 훨씬 긴밀하다. 가령 스웨덴이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한 건 1975년이었는데 이는 서울(1979년)보다도 4년 더 빨랐다. 스웨덴은 1973년에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는데 이는 서방 국가 가운데 최초였다. 2001년에는 스웨덴 총리가 평양을 공식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서방국가로선 유일한 사례다. 심지어 당시 스웨덴 총리는 김정일과 회담하면서 인권개선 요구까지 했는데 이 역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스웨덴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에 적젆은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일관되고 장기적인 관계는 신뢰로 이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스웨덴은 북미 접촉 과정에서 다양한 중개 역할을 해냈다. 특히 ‘중재’가 아니라 ‘중개’로 역할을 제한하면서도 “북미대화를 위한 기회의 창을 열고 대화 성사의 중요한 물줄기를 타는 데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보조적 역할(171쪽)”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시점에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김동철, 토니 김, 김학송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한 일을 꼽을 수 있다(152쪽). 당시 스웨덴 정부는 북한과 긴밀히 협의해서 석방을 이끌어냈다. 당시 미국 국무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스웨덴의 헌신적인 수고에 감사한다고 발표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해쉬테트를 2017년 특사로 임명해 북미 사이에 적극적인 중개외교를 벌인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2019년 1월 남북미 북핵수석대표를 초청하는 회의를 개최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이 북한 외무성 부상 최선희와 처음으로 접촉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기도 했다.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 북미 고위급 실무협상을 주선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를 중개했던 것 역시 북한이 스웨덴을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한 역할이었다(169쪽). 저자가 보기에 스웨덴이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속적이고 일관된 원칙있는 관여’ 정책이 큰 구실을 했다.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도 북한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오랜 기간 북한에 아무 전제조건 없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여 순수하게 인도적의적 관점에서 북한 주민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 북한은 이런 스웨덴의 일관성 있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하게 된 것이다(181쪽).” 스웨덴과 북한이 수교한 건 1973년이었다. 스웨덴으로선 “북한이라는 수출시장을 다른 서방 국가보다 먼저 선점하려는 동기가 있었고 대외정책상 중립노선을 추구하였기 때문에 서방 진영에 속한 국가 뿐 아니라 공산권에 속한 국가들과도 폭넓은 관계를 맺으려는 동기가 있었다(55쪽)”고 한다. 이에 비해 북한은 정치적 목적이 더 강했다. “1970년대 탈냉전이라는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 다변화와 실리 외교를 추진하고자 하였고 … 기술과 자본을 서방 선진 국가들을 통해 얻기를 원하고 있었다(66쪽).” 양국 관계가 마냥 순조로웠던 것도 아니다. 1995년에는 대사관을 철수하려 했다. 상황이 급변한 건 미국이 스웨덴에 ‘평양 주재 대사관이 미국 이익대표부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부터다. 러시아와 이웃해 있다는 지정학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중시하는 스웨덴으로선 평양에 있는 대사관이 미국과의 관계를 특별하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동한다. 스웨덴이 북한을 상대로 추진해온 평화 중개외교는 “국제분쟁의 조정을 통한 평화조성이라는 스웨덴의 오랜 전통에 기초하여 대미국 안보협력 강화라는 실리적 외교 목적 달성을 위해 시행한 것(11쪽)”인 셈이다. 2023년 현재 남북 관계는 과연 관계라는 게 남아있나 싶을 정도까지 악화됐다. ‘깊은 강은 말라 버렸고 단단한 바위는 깨졌다’는 몽골 속담에 딱 들어맞을 정도로 신뢰가 바닥났다. 정부와 여당 주변에선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가 의미가 없다거나,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판문점에 중립국 감독위원회 대표부를 유지하고 서울과 평양에 대사관을 둔, “한반도에 3개의 공식 대표부를 유지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12쪽)인 스웨덴의 경험, 거기다 “아무리 부도덕한 ‘악당 국가’라 하더라고 공식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이 대화를 단절하는 것보다 옳은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스웨덴의 믿음(72쪽)”을 접하고 나면 신뢰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대화의 결과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 정전협정 70주년, 미국서 ‘대북 평화협정’ 입법 찬반 전쟁

    정전협정 70주년, 미국서 ‘대북 평화협정’ 입법 찬반 전쟁

    보수 성향 미주 한인단체인 원코리아네트워크(OKN)와 한미동맹재단USA은 26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에 대해 “가짜 평화 구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북한과의 전쟁 상태를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법안을 두고 보수·진보 진영 간 찬반 여론전이 맞대결로 펼쳐지고 있다. 한반도평화법안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할 것을 주문하는 법안이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이 지난 2021년 처음 대표 발의, 총 46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제117회 의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고, 지난 3월 셔먼 의원이 재발의했다. 현재 34명의 하원의원이 지지 서명을 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단절된 상황에서 평화협정과 연락사무소 설치가 대화 재개를 촉진하는 신뢰 구축 조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북한의 핵·재래식 무기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며, 북미 외교관계 수립이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평화협정을 빌미로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헨리 송 OKN 대표는 “북한의 독재정권에 무임승차권을 주는 달콤하고 유혹적인 가짜 평화”라고 비판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완전히 미친 짓이자 바보 짓이며,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미국인과 한국인, 그리고 다른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자국민을 계속 착취하고 억압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무조건적인 평화가 있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자신을 탈북민이라고 밝힌 저스틴 서씨는 “나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하지만, 그 대가가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70년 넘게 노예로 부리고 고통을 준 데 대해 책임지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것이라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부 참석자들은 한반도평화법안을 지지하는 관련 단체의 후원금이 중국 또는 북한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OKN은 정전협정 체결 당일인 27일 의회도서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열고, 지지 서명한 의원들에게 반대 입장을 밝히는 서한을 보내는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셔먼 의원은 의회에서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라는 주제로 브리핑을 개최하고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 행사에는 미국을 방문한 민주당 김경협(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 진보 성향 한인 유권자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관계자 등 법안 지지자들이 참석한다.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명시한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미국인 월북 사태’ 돌발 변수…극한 대치 속 북미관계 촉각

    미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월북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면서 장기간 단절 국면을 이어 왔던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북한이 최근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기조에 반발하며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는 등 위기감을 고조시켜 대화 재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인 송환이 북미 간 접촉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JSA 견학을 주관한 주한유엔군사령부는 18일 북한이 월북한 미국인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 협조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북미 양국이 대면하는 작은 창구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향후 신병 처리 과정에선 북한이 중립국감독위원회나 유엔사와 협의하거나 미국의 양자 외교 채널로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인이 자진 월북을 한 경우라면 북한이 의사를 존중하거나 의사에 반해 신병을 인도할 수도 있다. 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등으로 인권 오명국으로 불리는 북한이 인도적인 방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이 송환되는 과정에서도 북미가 대면하는 계기를 만든 전례가 종종 있었다. 2009년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을 취재하다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 기자 2명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면한 뒤 풀려났다. 다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하는 등 심각한 대치 국면 속에서 전격적인 대화 재개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반응을 기다려 봐야 한다”며 “분위기가 향후 더 경색될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한 사건에서 북한이 합리적인 대응에 나서 국면이 풀릴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尹, 유엔총회 연설 핵심은 ‘책임’…담대한 구상 새 제안 없어

    尹, 유엔총회 연설 핵심은 ‘책임’…담대한 구상 새 제안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 키워드는 글로벌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책임’이다. 현재 연설 초안이 완성된 상태이며, 막바지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우리말로 연설한다. 연설은 이번 해외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시점부터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일관되게 펼친 국정 철학을 외교 무대에 맞게 고쳐 전달한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참전과 희생으로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으며, 그 토대 위에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점을 상기시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이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설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키워드는 ‘책임’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제시했고, 취임사에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 광복절 경축사에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같은 국정 철학을 다자 외교무대를 통해 국제사회에 널리 전파하는 데 대통령실은 역점을 뒀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제안이 추가로 언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연설이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등 구체적 대북 전략이 거론된 상황에서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새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속보] 北김여정, 尹 제안에 “어리석음의 극치”

    [속보] 北김여정, 尹 제안에 “어리석음의 극치”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비하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밝힌뒤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 그러면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폄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식량·인프라 지원 등 경제협력 방안에 정치·군사적 상응조치까지 제공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북측에 정식 제안했다. 여기에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 등 정치·군사적 상응조치도 포함돼 있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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