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으악” 캠핑하다 600명 죽고 다치고…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지난해 596건 출동… 15명 심정지텐트 줄 ‘넘어짐’ 35% 최다… ‘화상’ 2위‘가스중독’ 심정지 사고 73% 차지텐트서 조리·숯 피우다 어지러움 호소가스 불 켠 채 살충제 뿌리다 전신 화상‘불멍’하다 눈에 이물질…귀에 벌레 신고캠핑족 노린 ‘안전 뒷전’ 얌체 업체 급증권익위 ‘야영장 안전 민원주의보’ 발령 “안전은 ‘생활 습관’… 안전수칙 준수를”<편집자주> ‘추가로 신문에 내주세요’를 줄인 ‘추신’은 편지의 끝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쓰듯 주중 지면에 실리지 못했지만 할 말 있는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다시 캠핑의 계절입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간직하려고 떠난 캠핑이 안전사고로 인해 악몽이 돼선 안 되겠죠? 지난해 캠핑 안전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례가 600건에 달합니다.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캠핑 안전사고 중 가장 피해야 할 행동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전국 야영장 3700개 사상 최대캠핑 안전사고도 덩달아 증가26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이용자는 2022년 583만명으로 지난해에는 600만명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전국 야영장은 3700개를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야영장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747개였는데 1년 만에 467개(15%)가 급증했고 역대 최다였습니다. 캠핑 사업 규모는 5조 2000억원(2022년)에 달합니다.
이렇게 캠핑족이 크게 늘면서 덩달아 캠핑 중 안전사고도 증가해 지난해 소방이 출동한 건수는 총 59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은 ‘넘어짐’(208건·전체 35%)입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캠핑 텐트 고정줄을 제대로 못 보고 걸려 넘어지거나 캠핑 의자에 앉으려다 의자와 같이 뒤로 넘어지면서 크게 다치는 사례들이 속출합니다. 넘어진 사고의 절반 이상은 오후 6시 이후 발생했습니다. 줄이 잘 보이지 않아 걸려 넘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죠.
다음은 ‘화상’(98건·16%)입니다. 지난해 10월 야영 중이던 50대 남성은 텐트 안에서 가스 불을 켜놓은 채로 벌레를 잡으려 스프레이형 살충제를 뿌리는 순간 불길이 온몸을 휘감으면서 전신 화상을 입었습니다. 또 텐트 안에서 버너로 음식 조리를 하다 부탄가스가 폭발해 다치기도 하고 버너 옆에 앉아 있다가 옷에 불이 옮겨붙으며 화상을 입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무리하게 불을 피우려다 화상을 입은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캠핑 중 불이 약해 불을 피우려고 알코올을 뿌리다가 화상을 입기도 하고 숯 위에 착화제를 놓고 불을 붙이자마자 착화제가 튀어 올라 다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정지 15명 중 11명 ‘가스중독’신발 주우려 하천 들어갔다 익사원터치 접고 펴다 손가락 끼고물 미끄럼틀 머리부터 내려오다 부상‘가스중독’(65건·11%)은 생명을 잃는 사례가 많아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숯에 의한 사고가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캠핑 안전사고로 심정지 된 환자의 73%(15명 중 11명)가 텐트나 캠핑카 등 밀폐된 공간에서 숯, 장작 등을 이용한 음식 조리나 난방용 기기를 이용하다 발생했습니다.
실제 텐트 안이 춥다고 숯을 피우다 의식이 잃거나 텐트 안 또는 바깥 텐트와 안 텐트 사이에서 숯불을 피우며 식사를 하다가 두통과 어지러움 등 가스중독 추정으로 신고되거나 숨진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이어 ‘베임·찔림·잘림·긁힘’(52건·9%)과 ‘물림·쏘임’(44건·7%) 순입니다. 캠핑장에서 못을 밟아 신발이 뚫려 발이 찔리거나 설거지하다 손을 베고, 신발에 기어들어 간 벌레에게 물리거나 옷을 갈아입다 지네에 손가락이 물리기로 합니다.
원터치 텐트를 설치하거나 접다가 텐트에 손이 끼거나 차량용 텐트에서 내려오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물놀이 미끄럼틀에서 머리로 밑으로 내려오거나 캠핑장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다가 벽이나 바닥에 부딪히는 이른바 ‘떨어짐’, ‘부딪힘’, ‘끼임·꺾임’(107건·18%) 등 바르게 이용했더라면 소방을 부를 일이 없을 안전사고들도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글램핑 주변 하천에 슬리퍼가 빠져 주우려다 물에 빠져 숨지고(익수 6건), 눈에 ‘불멍’ 가루가 들어가 이물감과 통증을 호소하거나(4건), 저체온증·동상(3건), 귀에 벌레가 들어가는(2건) 등 기타 사고(22건·4%)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만큼 늘 유의해야 합니다.
소방을 부르지 않을 정도의 크고 작은 부상들은 집계조차 안 돼 숨겨진 캠핑 안전사고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캠핑사고 30~40대 207명 최다10세 이하 어린이 114명 사고가을철(9~11일) 캠핑 사고는 168건(28%)으로 여름(169건) 못지않게 많이 발생합니다. 10월(67건)은 연중 세 번째로 사고가 많은 달입니다.
가족 단위가 많다 보니 40대(122명·21%)와 10세 이하(114명·19%), 30대(85명·14%) 등에서 사고가 잦았습니다. 남성(314명)이 여성(229명)보다 1.4배 더 많았습니다.
사고 시간대는 오후 9시~0시가 138건(23%)으로 해가 완전히 진 밤에 많이 발생했지만 오후 6∼9시 112건(19%), 오후 3∼6시 81건(14%) 등 오후 3시 이후 사고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72건(29%)로 가장 많았고 강원(13%), 경북(11%), 충남(10%), 충북(7%) 순이었습니다.
안전한 캠핑 위한 3가지 안전습관은ⓛ야간 랜턴 사용… 텐트줄 식별표시②실내 화기 취급 금지…환기 필수③가스버너 과열 주의…누출 유의소방청은 안전한 캠핑 활동을 위해 3가지 안전 습관을 지켜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우선 ‘넘어지지 않도록 야간 랜턴 사용 등 안전 조치하기’입니다. 텐트 고정줄에는 야광 등 식별표시를 하고 야간 랜턴 사용을 사용해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은 ‘실내 화기 취급금지’입니다. 기본이 환기입니다. 부득이하게 내부에서 사용해야 한다면 충분히 환기를 시킨 후 사용해야 가스 폭발로 인한 화상, 가스중독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스버너 과열 주의’입니다. 조리 중 딴짓을 하느라 버너를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버너 위를 덮는 넓은 상판으로 오래 가열하다 보면 열기에 버너가 폭발할 수 있고 결합 부위에서 가스누출로 인해 폭발·화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캠핑 중 안전 수칙 등을 숙지해 안전 습관을 생활화한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방청 홈페이지(www.nfa.go.kr)의 ‘안전 정보’ 배너 아래 ‘생활안전정보’(통계)에 들어가면 안전 수칙 등이 상세히 잘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야영장 민원 3년새 7000건 육박카라반 침대 시트에 벌레 ‘우글’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범정부 민원분석시스템에 야영장 안전 관련 민원 6950건이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민원은 야영장 안전·위생 조치 요구, 미등록 불법 야영장 운영 신고, ‘장박’(장기 숙박) 텐트 등에 대한 철거 요구 등이었습니다.
2022년 4월 한 야영장은 인허가도 받지 않고 최소한의 위생 안전장치도 없이 운영 중이었고, 같은 해 3월에도 같은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으나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2021년 11월에는 1박으로 카라반을 이용했는데 침대 시트마다 벌레들이 너무 많다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권익위는 야영장 안전과 관련한 ‘민원 주의보’를 발령하고 관계 기관에 규제 강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캠핑을 즐기는 국민이 많아진 만큼 업체들은 우후죽순 야영장을 설치하고 안전장치나 위생 등이 미흡해도 수요가 많다 보니 안전사고가 나도 ‘나 몰라라’하며 등한시 여기는 ‘악덕상혼’ 업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정부와 관리·감독 기관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안전은 정말 생활 습관입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조금만 주의하고 정확하게 사용법을 지켜 아름다운 계절에 행복한 추억들 많이 쌓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