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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무 중 부하 여경과 성관계…53세 前 경찰청장 재취업 금지, 英 시끌 [핫이슈]

    근무 중 부하 여경과 성관계…53세 前 경찰청장 재취업 금지, 英 시끌 [핫이슈]

    영국에서 근무 중 부하 여성 경찰관과 성관계를 맺고 또 다른 부하 직원과의 관계까지 숨긴 전직 경찰청장이 경찰 조직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그는 이미 퇴직했지만 징계위원회는 중대한 비위 행위를 인정하고 경찰 재취업을 제한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영국 햄프셔·와이트섬 경찰청의 전 청장 스콧 칠턴(53)이 부하 여성 경찰관 2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를 은폐한 사실이 징계위원회 심리에서 인정됐다. 징계위원회는 칠턴이 경찰의 정직·청렴 의무와 직무상 행동 기준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단순히 사적인 관계를 맺은 데 그치지 않고 최고위직의 권한을 이용하거나 관계를 숨기려고 반복적으로 거짓말한 점을 문제 삼았다. 칠턴은 33년간 경찰에 몸담았으며 2023년 2월 경찰청장에 올랐다. 그러나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뒤인 지난해 4월 퇴직했다. 근무 중 부하 여경과 성관계…청장 된 뒤에도 또 다른 관계징계위원회에 따르면 칠턴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 간부로 근무하면서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여성 경찰관 A와 성적인 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은 근무 시간에도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칠턴은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 대응을 지휘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관계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이후 경찰청장에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관련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경찰청장에 오른 뒤에도 이어졌다. 칠턴은 2023년 취임 직후 또 다른 부하 여성 경찰관 B와 관계를 맺었다. 징계위원회는 그가 자신의 지위를 성적인 목적으로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칠턴은 두 번째 관계가 드러날 상황에 놓이자 상대 여성에게 메신저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비밀을 지키도록 압박했다. 아내가 참석하는 행사에는 나오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메시지 삭제 압박까지…“재직 중이었다면 해임”징계위원장을 맡은 미셸 스키어는 칠턴이 자신의 행동을 감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짓말하고 동료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하 직원에게 침묵을 요구한 행동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권력 불균형이 드러났다고 판단했다. 조사 과정에서 칠턴은 두 번째 여성과의 관계는 인정했지만 첫 번째 여성과의 관계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개인적인 문제였을 뿐 경찰 업무나 공공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족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징계위원회는 4건의 중대한 비위 행위를 모두 인정했다. 이어 칠턴이 현직이었다면 즉시 해임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의 이름은 경찰 재취업 제한 명단에 오르며 최소 5년간 경찰 등 관련 법 집행기관에 취업하거나 임명될 수 없게 된다. 영국 독립경찰감찰기구(IOPC)의 데릭 캠벨 국장은 칠턴이 최고위 경찰 간부에게 요구되는 정직성과 청렴성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경찰 조직뿐 아니라 경찰 지도부 전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 ‘더 싸고 쉽게’ 이젠 AI 대중화 전쟁

    ‘더 싸고 쉽게’ 이젠 AI 대중화 전쟁

    성능 경쟁에 이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자주 인공지능(AI)를 쓰게 하느냐가 새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7일(현지시간) 나란히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신모델·서비스 전략을 내놨다. 오픈AI는 최신 GPT-6를 무료 이용자까지 개방하고 챗GPT의 사용 방식도 바꿨다. 앤트로픽은 반복 업무에 특화한 소형 모델의 비용을 크게 낮췄다. 오픈AI는 이날 GPT-6를 챗GPT 전반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유료 이용자에게는 ‘GPT-6 솔’, 무료와 저가 요금제 ‘고(Go)’ 이용자에게는 ‘GPT-6 루나’를 제공한다. 지난달 유료 이용자를 중심으로 공개한 GPT-6를 주간 이용자 12억명 이상이 쓰는 챗GPT 전체로 넓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유료 이용자는 8일부터, 무료·고 이용자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텔리전트 UI’다. 질문에 글로만 답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지도·차트·이미지·버튼 등을 함께 보여준다. 여행 계획을 물으면 지도에 이동 경로를 정리하고, 저축 계획에는 금액과 기간을 입력해 결과를 계산할 수 있는 도구를 띄운다. 패션을 물으면 상품 이미지와 색상표를 곁들이는 식이다. 이용자가 답을 받은 뒤 다시 다른 앱이나 계산기, 검색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 과정을 줄이려는 시도다. 복잡한 작업도 결과가 모두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확인된 내용부터 보여준다. 오픈AI 자체 평가에서 웹 검색 질문의 답변 시작 속도는 GPT-5.6 인스턴트보다 평균 44% 빨라졌다. 앤트로픽은 같은 날 소형 모델 ‘클로드 하이쿠 5.5’를 출시했다. 요약·분류·데이터베이스 조회처럼 많은 요청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겨냥했다. 처리 비용은 전작보다 평균 75% 낮췄고 입력 토큰 100만개당 가격은 0.1달러다. 중형 모델 ‘소넷 5.5’의 캐시 읽기 가격도 절반으로 내려 에이전트 업무 비용을 약 20% 줄였다. 비용을 낮추는 이유도 분명하다. 고객 상담이나 문서 처리, 코딩처럼 하루에도 수없이 AI를 호출하는 업무는 작은 단가 차이도 전체 비용을 크게 좌우한다. 앤트로픽은 ‘맥스’와 ‘팀’ 구독자에게 매달 최대 500달러의 API 이용 크레딧도 제공하기로 했다. 가격을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과 개발자가 AI를 실제 서비스에 더 많이 적용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한편 이용자 확대와 함께 안전장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는 챗GPT가 자해·섭식장애 등 위기 상황에서 청소년 보호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살고싶은 집을 찾아서 한 시민이 8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서울 건축-인테리어 박람회에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AI가 ‘악마’ 돌변 순간 찾았다…“스마트폰에 경고등 내장 가능”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하다 보면 멀쩡한 답을 내놓다가 갑자기 이른바 ‘위험한 답’을 내놓는 순간을 간혹 마주하게 된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 물리학과 연구팀은 AI 모델이 적절한 응답을 하다가 잠재적으로 위험한 응답으로 전환되는 ‘티핑포인트’를 예측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패턴스’ 10월 9일 자에 실렸다. AI가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을 ‘산맥 속 여러 골짜기’라고 가정할 때 어떤 골짜기에는 개인이나 사회에 바람직한 답변이 있고 또 다른 골짜기에는 실질적 해를 끼칠 수 있는 답변이 있다. AI가 질문을 받게 되면 이런 여러 답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최종적으로 표출할 답을 도출한다. 연구팀이 관심을 가진 것은 AI가 안전한 골짜기에서 위험한 골짜기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안에는 대화의 어느 부분에 주목할지 정하는 ‘어텐션 헤드’가 수백 개 있다. 연구진은 이들을 일일이 분석하는 대신 모든 헤드의 효과를 합쳐 하나처럼 행동하는 ‘대표 헤드’를 가정했다. 수조 개 기체 분자의 움직임을 온도와 압력 몇 개의 변수로 설명하는 물리학의 방법론을 AI에 적용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AI는 흠잡을 데 없는 답변을 몇 차례 내놓아 사용자가 AI를 믿도록 안심시킨 다음 나쁜 답변을 내놓는 일종의 ‘가스라이팅’ 패턴을 보인다. 연구팀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벡터와 좌표, 지수함수, 부등식, 분수를 이용해 AI의 돌변 시점을 예측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AI와 나눈 대화를 모두 벡터로 바꾼 뒤 질문, 좋은 답, 나쁜 답을 화살표로 단순화했다. 대화 전체에서 나침반 바늘이 좋은 답과 나쁜 답 중 어느 쪽을 더 가리키는지 계산해 나쁜 답이 나오기 전 좋은 답이 몇 번 이어질지 예측하는 분수 공식을 얻었다. 연구팀의 공식을 저축에 빗대면 분자는 질문과 앞선 대화들이 좋은 답 쪽에 쌓아 준 ‘여유분’을, 분모는 좋은 답이 하나 나올 때마다 그 여유분이 깎이는 양이다. 여유분이 바닥나는 순간 AI는 나쁜 답을 내놓는 악마로 돌변한다. 좋은 답 자체가 나쁜 답을 끌어당기는 구조여서 무난한 답이 이어지다가도 갑자기 위험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공식을 GPT-2, 피티아, OPT 계열의 공개 모델 7종으로 검증했다. 그 결과 19건 중 18건에서 즉시 돌변과 지연 돌변을 구분해 냈다. 백신 거부, 타인을 해치는 일, 자해 등에 관한 질문을 순서만 바꿔 물어보면 특정 순서에서는 모든 질문에 나쁜 답이, 다른 순서에서는 모든 질문에 무난한 답이 나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단체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가 챗GPT 같은 상용 챗봇을 시험한 보고서에서도 공식과 부합하는 행동 패턴이 나왔다. 닐 존슨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 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며 “우선 수십억 개의 움직이는 부품을 가진 기계가 펜과 종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기초 수학만으로 도출한 공식을 따른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대화 순서가 대화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몇 번의 간단한 벡터 계산만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스마트폰에 ‘경고등’을 내장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나랏말’ 숨결 스친 가야산… 770년 대장경에 별이 내린다 [김기중 기자의 영화+여행]

    ‘나랏말’ 숨결 스친 가야산… 770년 대장경에 별이 내린다 [김기중 기자의 영화+여행]

    최치원 탄복한 홍류동 16경… 물소리에 귀가 멍해질 지경1년에 딱 두 번 피는 연화문 그림자… 별 헤는 가야산의 밤일본에서 온 승려들이 세종에게 머리를 연신 조아린다. 팔만대장경 원본을 달라고 떼를 쓴다. 주지 않으면 굶어 죽겠다며 단식농성까지 벌인다.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영화 ‘나랏말싸미’(2019) 첫 장면이다. 영화는 세종이 해인사에 기거하는 승려 신미를 불러 한글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신미가 사실상 한글을 창제하고, 세종은 보조하는 정도로 묘사해 개봉 당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신미의 이름을 들은 때가 1446년, 만난 때가 1450년이라고 나온다. 1443년 창제, 1446년 반포된 훈민정음과 신미는 관련이 없다. 배우 송강호가 세종, 박해일이 신미를 맡았지만 100만 관객도 넘기지 못했다. 해인사 풍경과 팔만대장경을 몇 장면 볼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영화의 미덕이랄까. ●홍류동 계곡 따라 소리길 산행 팔만대장경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장일호 감독이 연출한 ‘호국 팔만대장경(1978)’이 있다. 몽골 침공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백성들의 노력이 하나로 모아지며 결국 16년에 걸쳐 팔만대장경을 완성한다는 내용이다. EBS 방영분을 8회로 나눠 유튜브에 올려놔 누구든 찾아서 볼 수 있다. 박정희 독재 정권 말기에 만든 영화인 만큼, 호국과 충효를 내세운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은 많으나 시대를 풍미한 배우 김희라(79)의 30대 초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미덕이다. 팔만대장경을 만나러 산행에 나선다. 해인사까지 난 ‘소리길’을 따라갈 참이다. 2011년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을 맞아 홍류동 계곡 옛길을 복원한 산책길이다. 대장경 테마파크 주차장 건너 각사교가 출발점이다. 총 길이 7.3㎞ 정도로, 모두 4개 구간이다. 걸어서 가면 3시간 정도 걸린다. 길이 가파르지 않아 운동화만 신고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소리길 입구에 들어서니 물소리에 귀가 멍해질 지경이다. 계곡을 끼고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눈이 즐겁고 귀는 더 즐겁다. 고운 최치원(857~?)이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는 절경 16곳에 각각 이름을 붙여 ‘16경’이라 불렀다고 한다. 예컨대 7경 ‘취적봉’은 신선이 피리를 부는 모습 같아 붙인 이름이다. ‘그런가’ 싶으면서 보니 ‘그런 듯’ 하다.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홍류동(紅流洞)은 ‘붉게 흐르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단풍 들면 계곡에 붉은색 물결이 일렁인다. 가을에 제멋을 느낄 수 있다는데, 조금 일찍 와 아쉽다. 계곡에 자동차만 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놓였다. 바위에 사람 이름이 한자로, 더러는 한글로 새겨져 있다. 박나영 합천군 관광해설사는 “바위에 글씨를 새기는 게 1970~80년대 한창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관직이 높아서, 돈이 많아서 으스대며 조상과 자기의 이름을 새겼다. 수천년, 수만년을 버틴 바위에 고작 백년도 못 사는 인간이 상처만 남겼다. ●770년 버티게 한 놀라운 보관법 마지막 16경 회선대를 지나 영산교를 건너면 해인사 초입에 이른다. 절 입구인 일주문까지 난 길은 ‘천년의 길’이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이기에,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일주문, 봉황문, 해탈문을 차례로 지난다. 대적광전 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수다라장 입구에 항아리 모양 ‘연화문’을 만난다. 밤낮 길이가 똑같을 때, 그러니까 춘분과 추분에 문과 기와의 그림자가 합쳐지며 바닥에 연꽃 모양을 그린다. 일년에 딱 두 번만 피는 꽃이다. 운이 좋으면 해인사 범종각의 사시예불 소리 공양을 들을 수 있다. 범종, 법고 소리가 산사에 울려 퍼진다. 해인사를 눈이 아닌, 소리로 만나는 시간이다.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인 802년 창건했다. ‘법(法)’을 대표하는 사찰이어서 ‘법보종찰’이라 한다. 불보종찰 통도사, 승보종찰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보종찰로 불린다. 연화문을 지나면 불교의 ‘법’, 즉 팔만대장경을 품은 장경판전 마당이다. 긴 건물 2채와 짧은 건물 2채가 마주 보며 직사각형을 이룬다. 마당 한가운데 가만히 서 본다. 고려 시대에 만든 8만여개 목각판이 770여년 잠들어 있다는 그 사실에 문득 소름이 돋는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보고 감탄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때 불경을 집대성한 목판으로, ‘고려대장경’이라고도 한다. 경판 수가 8만여개여서 흔히 ‘팔만대장경’이라 부른다. 1011년 초조대장경 제작에 들어갔으나 1232년 몽골 침입 당시 모두 불탔다. 1236년 다시 제작해 1251년 완성했다. 부처의 가르침인 ‘삼장(三藏)’을 집대성했는데, 현존 가장 완벽한 불교 경전으로 꼽힌다. 해인사 대장경판 보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목판이 총 8만 1352개, 글자 수는 총 5233만 152자다. 목판 한 판은 폭 69㎝, 길이 24㎝, 두께 2.6~3.9㎝다. 모두 쌓으면 높이 약 3.2㎞, 이으면 57㎞나 된다. 목판은 그대로 두면 햇빛과 습기에 좌우 위아래로 틀어진다. 글씨를 새긴 뒤 옻으로 마감해 뒤틀림을 막았다. 목재를 잘라낸 단면을 ‘마구리’라 한다. 여기에 ‘ㄷ’자 모양 황동을 좌우로 끼워 변형을 방지했다. 목판을 마치 도서관의 책처럼 보관해놓은 장경판전에도 비밀이 숨어있다. 건물 내부 한쪽 면은 위에, 한쪽 면은 아래에 크기가 다른 창을 내 바람이 입체적으로 통하도록 했다. 처마는 비가 들이치지 않을 만큼 뻗었다. 습도를 조절하고자 건물 바닥을 파내고 소금, 숯, 횟가루, 모래를 차례로 깔고 흙을 다졌다. 장경판전은 15세기 조선 초에 완성했다. 경판은 이곳에서 자연 상태 그대로 수백 년을 버텼다. ●가야산생태탐방원서 별 헤는 밤 주변에서 추천해 준 경북 성주군 수륜면 ‘농가맛집 밀’을 찾았다. 해인사에서 차로 30분 거리 식당이다. 연잎밥 정식이 주메뉴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다. 오미자 막걸리에 곁들여 먹으니 술술 넘어간다. 반찬으로 나온 참외 장아찌는 성주 참외를 얇게 저며 간을 냈다. 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다. 사각거리는 식감도 일품이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가야산생태탐방원을 권한다. 식당에서 차로 20분 더 가면 된다. 이곳은 차 소리, 사람 소리가 없다. 대신 벌레, 개구리, 새 소리로 가득하다. 성주군에는 숙박업소가 그리 많지 않다. 탐방원 숙소는 깔끔하고 저렴해 인기다. 주말엔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가야산생태탐방원은 부지 9만 3701㎡(약 2만 8300평)에 연면적 2215㎡(약 670평) 규모로, 숙박시설과 전망대, 자연관찰로, 식당, 강당, 강의실 등을 갖췄다. 독채인 하늘채, 바람채와 빌라 형태 생활관이 있다. 3인실 5만원(주말·성수기 6만원), 6인실 9만 9000원(주말·성수기 12만원), 8인실 13만 2000원(주말·성수기 16만원)이다. 숙박시설만 운영하는 자연휴양림과 달리 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은 생태체험을 주목적으로 한다. 숙박하려면 탐방원이 운영하는 생태·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한다. 프로그램 비용이 저렴한 데다 알차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다. 가야산을 비롯해 북한산, 설악산, 계룡산, 소백산, 변산반도, 내장산, 무등산, 지리산, 한려해상까지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10곳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예약은 국립공원공단(reservation.knps.or.kr)에서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하늘채에서 묵기로 했다. 지붕이 양옆으로 땅까지 길게 늘어뜨린 이른바 ‘A하우스’ 모양이다. 복층 구조로, 지붕 한쪽에 창이 나 있다. 누워서 하늘 가득 드리운 별을 볼 수 있다. 별을 헤아리다 잠들었다. 모두 셀 수는 없었지만, 족히 8만개쯤은 되지 않았을까.
  •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제주실종사건 허위종결 혐의 경찰관 ‘파면’ 의결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제주실종사건 허위종결 혐의 경찰관 ‘파면’ 의결

    실종 신고를 받고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제주 경찰관 A경장(34)이 파면됐다. 실종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해 두 명의 실종자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최고 수위의 징계를 의결한 것이다. 제주서부경찰서는 8일 오전 징계위원회를 열고 A경장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A경장은 현재 구속 상태여서 이날 징계위에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실종 후 숨진 장모(30대·여)씨 유족 측도 징계위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면은 경찰공무원 징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경찰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의 중징계와 감봉·견책의 경징계로 나뉜다. 다만 이번 의결이 당장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징계 결과가 A경장에게 통보돼야 효력이 발생하며, A경장은 처분에 불복할 경우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장씨 유족 측은 파면 의결을 환영하면서도 경찰의 대응 과정에는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징계위 의결 결과를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개인정보이자 비공개 정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결국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파면 결과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은 계속 무시당하고 소외되고 있다”며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임에도 부차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A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씨와 7월 2일 박모(60대·남)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실제로 연락하거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마치 실종자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112 신고 처리시스템과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입력하고 내부 보고서에도 거짓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실종자는 가족들이 경찰에 다시 실종 신고를 접수하면서 허위 종결 사실이 드러난 뒤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는 실종 104일 만인 지난 8월, 박씨는 실종 52일 만인 같은 달 각각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의 전수조사에서는 A경장이 실종팀에 근무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 가운데 허위 종결 10건, 해제 사유 부적정 15건 등 모두 25건의 부적정 처리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은 A경장을 지난달 1일 구속 송치했고, 제주공소청은 지난달 18일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A경장을 구속기소했다. A경장의 첫 재판은 오는 14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 “20대 중국계 해커” 분석에 中 “해킹 반대” 원론 입장

    “20대 중국계 해커” 분석에 中 “해킹 반대” 원론 입장

    인공지능을 이용한 한국 금융권의 연쇄 해킹 주체가 20대 중국계 해커일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산 AI를 사용했다는 분석에 중국 정부가 허위 정보와 해킹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해킹과 관련한 글로벌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분석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은 해킹 활동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법에 따라 이를 단속해왔다”며 “우리는 정치적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더욱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사이버 안보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협력과 대화를 강화하고 새로운 국제 규범을 마련해 함께 사이버 안보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근 벌어진 국내 금융권 연쇄 해킹과 관련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7일(현지시간)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고 광둥성의 20대 중국계 해커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AI와 이력서 작성에 대한 대화 등을 바탕으로 해당 사용자가 나이를 26세, 거주지를 중국 광둥성 마오밍시 등으로 입력했다며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계정 정보도 신원 미상 공격자가 사용한 사용자 명과 일치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해당 정보가 아르텍스(ARTEX) 관련 활동을 수행한 공격자 정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다는 점도 전제했다. 또 AI 기반 침투 도구 ‘아르텍스’가 사용된 이번 공격에 중국산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 등이 활용됐다고도 했다. 애덤 마이어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공격대응작전 총괄은 해커의 기술 수준에 대해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며 공격 과정에서 다수의 흔적을 남긴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공격자가 AI 없이 혼자서 이 정도 규모의 공격을 해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역량 자체는 그다지 정교하지 않았지만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 “의료·요양 통합돌봄 강화”…용산구, 2030년까지 복지 청사진 그렸다

    “의료·요양 통합돌봄 강화”…용산구, 2030년까지 복지 청사진 그렸다

    서울 용산구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추진할 지역복지 청사진을 그렸다. 의료·요양 통합돌봄 강화와 지역 일자리 연계 인재 양성 등 48개 세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는 지난 6일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계획안을 공유했다고 8일 밝혔다. 보고회에는 김경대 용산구청장과 지역사회보장협의회 위원, 계획수립 전담조직 위원, 관계 부서장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계획안은 주민 욕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회보장 전략 4개와 지역발전 전략 4개, 총 48개 세부 사업이 담겼다. 사업 추진에는 14개 부서가 참여한다. 사회보장 전략은 전생애 용산형 돌봄·생활지원, 다양성이 어우러지는 안전한 생활환경 복지, 소득·일자리·주거 안전망, 마음이 연결되는 문화·안심 관계망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구는 용산형 의료·요양 통합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역 일자리와 연계한 인재 양성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발전 전략에는 복지 수급권자 발굴과 관련 인력 역량 강화 등이 담겼다. 구는 최종보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고려해 계획안을 보완하고 주민 공고 등을 거쳐 이달 중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관련 법률에 따라 4년마다 수립하는 법정 중기계획이다. 김경대 구청장은 “어르신과 아이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여는 매력도시 용산’을 만들어 가겠다”며 “각 부서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해 계획이 현장에서 결실을 보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도의회-집행부 첫 라운드테이블...업무 개선방안 모색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도의회-집행부 첫 라운드테이블...업무 개선방안 모색

    ○ 8일 도의회 예담채서 ‘도의회-집행부(경공노) 라운드테이블’ 개최 - 남종섭 의장·장한별 위원장·이오수 부위원장·경공노 및 집행부 관계자 등 참석 - 자료 요구·제출기한·업무보고 등 6개 안건 놓고 자유토론○ 의정활동 보장과 행정 부담 완화를 아우르는 합리적 개선방안 논의○ 남 의장 “각자의 역할과 책임 존중하며 신뢰할 수 있는 협업방식 만들어가야”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의회와 집행부 간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함께 살피고 실질적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첫 공식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용인3)은 10월 8일 도의회 예담채에서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경공노)과 함께 ‘도의회-집행부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자료 요구·제출기한·업무보고 등 6개 안건의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의회와 집행부 간 첫 공식 논의의 장이다. 경기도의회는 8일 의회 예담채에서 남종섭 의장을 비롯해 의회운영위원회 장한별 위원장(더민주, 수원4), 이오수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총괄수석 부대표(수원9) 등 도의회 관계자와 강순하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및 집행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의회-집행부(경공노)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지난 8월 21일 남 의장과 경공노 간 면담에서 제안된 건의사항을 계기로 추진됐다. 의회와 집행부가 업무 과정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개선방안을 함께 찾자는 취지다. 일방적 건의·답변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보다 나은 업무 방식을 함께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석자들은 이날 ▲자료 요구의 적정성 ▲의원별 요구자료 중복 문제 ▲자료 제출 방식 ▲요구자료 제출기한 ▲주요 질의내용 사전 공유 ▲의원 개별 업무보고 등 6개 안건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공개자료나 지나치게 방대한 범위의 자료 요구를 줄이고, 의정자료 전자유통시스템을 활용해 제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적정한 자료 작성기간 확보와 중복 업무보고 최소화 등 실무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참석자들은 의원별 자료 요구의 목적과 세부 내용이 서로 다르고, 질의 준비나 개별 현안 협의 등 의정활동의 특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행정 부담은 줄이되 실제 의정활동에 필요한 업무는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도의회는 이날 제시된 내용 가운데 실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은 적극 검토하는 한편,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집행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강순하 위원장은 “현장 직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겪어온 어려움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의회와 직접 논의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오늘 제시된 의견들이 실제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남종섭 의장은 “의회와 집행부가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도민을 위해 일한다는 목표는 같다”라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존중하면서 불필요한 업무 부담은 줄이고,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협업 방식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암살자(들)’ 맹비난 주진우…“영화는 봤냐” 묻자 돌아온 답변 [이슈픽]

    ‘암살자(들)’ 맹비난 주진우…“영화는 봤냐” 묻자 돌아온 답변 [이슈픽]

    영화 ‘암살자(들)’를 둘러싼 정치권의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작품을 강하게 비판해 온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관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한 사실이 알려졌다. 영화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을 향해 창작의 자유와 관객의 판단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문제를 거론하며 “역사 뒤집기가 시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서도 “영화 제목에 암살자 ‘들’이라고 복수 표현을 넣어서 결과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의 배후일 수 있고,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영화는 보셨느냐”고 묻자 주 의원은 “그런 패륜적인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주 의원은 영화 관람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발언을 두고 작품을 직접 보지 않은 채 내용을 단정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의 외모를 두고 ‘북한상’이라고 표현하는 등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의 외모까지 비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기자와 경찰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명시하지는 않는다. 허진호 감독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육 여사 살해를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영화인들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지영·이명세 감독 등 영화인 20여명은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이벤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영화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면서도 “작품을 충분히 보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영화의 제작 의도와 정치적 성격을 먼저 규정하고 감독과 배우, 제작사 등 책임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작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작품의 의미와 의도를 먼저 규정하고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까지 정치가 판단하려 한다면, 누가 관객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지영 감독은 “영화가 역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역사가 남긴 수수께끼에 대해 영화가 질문하는 것은 감독, 화가, 시인, 소설가들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시비를 거는 것이 너무 웃기다”고 비판했다. 영화인들은 국정감사에서 영화 제작과 투자, 상영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먼저 제기하고 이를 근거로 자료 요구와 증인 요구, 조사 대상과 책임의 범위를 계속 확대해 민간의 투자와 상영, 문화기관의 판단 영역까지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 관계자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주거지와 일상이 침해되는 등 신변 위협으로 이어진 상황도 문제 삼았다. 해외 상영을 둘러싼 논란도 언급했다. 싱가포르국제영화제는 지난 7일 외부의 논란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선정 절차를 거친 ‘암살자(들)’을 예정대로 개막작으로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인들은 “우리는 특정 영화에 찬성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찬성이든 반대든 정치가 작품의 의미와 관객의 판단을 대신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적 권한을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며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남겨달라”고 촉구했다.
  • 광주 술집 메뉴에 ‘피떡갈비’ 5·18 비하 논란…고액체납 1위 ‘선박왕’ 15년만에 4000억 완납하기로 [주간사건일지]

    광주 술집 메뉴에 ‘피떡갈비’ 5·18 비하 논란…고액체납 1위 ‘선박왕’ 15년만에 4000억 완납하기로 [주간사건일지]

    ‘선박왕’으로 불리며 개인 최고액 체납자였던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15년 동안 내지 않던 세금 약 4000억원을 모두 내기로 했다. 전남광주의 한 음식점이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이름을 메뉴명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장인 회사와 집회 물품을 계약했다는 논란으로 고발당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의 한 횡단보도에서 어머니의 상체 위에 올라타 폭행한 2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주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을 정리한다. 15년 추적에 백기…’체납왕’ 권혁, 밀린 세금 다 낸다개인 고액 체납 1위였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 개인 체납액을 완납하기로 했다. 권 회장 개인 체납액에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법인들의 체납지정액까지 더하면 총 7902억원 규모로, 계획대로 납부가 이뤄지면 약 8000억원의 체납액이 모두 정리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액체납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경과 브리핑에서 “이렇게 많은 체납 세금을 납부한 것은 국세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권 회장은 개인 체납액 3938억원을 완납하기로 하고 지난 7월 현금 1000억원을 냈다. 그동안 체납자가 현금으로 낸 금액 가운데 최대 규모는 약 500억원으로, 이번 납부액은 그 두 배를 넘는다.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분납계획서를 제출하면서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국세청은 자체 간이평가 결과 담보 선박의 가치가 체납액을 웃도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액과 완납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권 회장 명의로 된 국내 재산이 없어 해외 선박을 담보로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체납액 7902억원은 실제 납부해야 할 금액이 중복 계산된 수치다. 권 회장이 개인 세금을 내지 않자 국세청은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들에 제2차 납세의무를 지정했다. 제2차 납세의무는 본래 납세자가 세금을 내지 못할 때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대신 납부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 시도탱커홀딩, 시도홀딩, 시도카캐리어서비스 등 3개 법인에 지정된 체납액이 약 4000억원으로, 권 회장 본인 체납액과 합쳐 7902억원이 됐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원래 체납액 3938억원을 내면 법인들의 체납지정액도 함께 사라진다. 15년간 쌓이면서 가산금도 사실상 최대치까지 붙은 상태다. 이번 체납은 2011년 종합소득세 고지 이후 약 15년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다. 권 회장은 1990년 선박업체 시도물산을 세운 뒤 한국·일본·홍콩 등지에서 선박 임대업을 키워 ‘선박왕’으로 불렸다. 국세청은 2011년 세무조사에서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인데도 비거주자로 위장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보고 권 회장과 시도상선에 모두 4101억원을 추징했지만, 권 회장은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불복 소송에 나섰다. 권 회장은 자신이 국내 거주자가 아닌 비거주자여서 낼 세금이 없다고 주장하며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약 2년 전 대법원에서 국세청이 승소하면서 체납이 확정됐다. 광주 음식점 메뉴에 ‘피떡갈비’, 5·18 폄훼 논란…업주 “몰랐다. 죄송” 전남광주의 한 술집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극우 세력의 표현 중 하나인 ‘피떡갈비’를 메뉴명으로 사용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음식점 사장은 “그 표현의 의미를 몰랐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물어본 결과, 피떡갈비는 5·18과 무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해명을 덧붙인 탓에 되레 누리꾼들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 5일 소셜미디어(SNS) 스레드에 오른 게시물에 따르면 글쓴이는 “최근 오픈한 술집인데 메뉴 이름을 ‘피 떡갈비’라 지었다”며 “이 와중에 대기가 아홉 팀이다. 환멸이 난다”고 비판했다. ‘피 떡갈비’는 일반적인 떡갈비 세 조각에다 케첩을 뿌린 음식이다. 가격은 1만 2000원이다. 문제는 ‘피떡갈비’가 일부 극우 커뮤니티에서 5·18 희생자들의 ‘피’와 지역 대표 음식인 ‘떡갈비’를 합쳐 5·18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수년 전부터 사용돼 왔다는 점이다. 논란이 커지자 술집 사장으로 추정되는 A씨는 다음 날 스레드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동명동은 광주에서 20대가 정말 많이 다니는 상권이라 똑같은 음식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며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손님 두 명으로부터 ‘피 떡갈비’ 메뉴명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받은 뒤, 챗GPT에 물어봤다며 검색 결과를 공개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피떡갈비가 5·18과 연관 있냐’는 질문에 챗GPT는 “말 자체가 그와 관련된 표현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충분히 알아본 결과 논란이 될 수 있는 단어인 걸 인지했다”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해명문 공개 직후 누리꾼들은 각자 생성형 AI 모델에 물어본 결과를 공유하며 A씨를 질타했다. ‘충분히 비하 용어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제미나이 답변이 공개되는가 하면, “챗GPT와의 대화는 솔직히 핑곗거리 보여 주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A씨는 결국 “챗GPT를 확인한 부분은 너무 당황해서 한 행동이다. 반박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죄송하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장인 회사가 가장 싸서 계약”…삼전 노조위원장 결국 경찰 수사 삼성전자 최대 노조 위원장이 장인이 운영하는 회사와 집회 물품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앞서 업체 대표가 장인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가격과 납품 일정 등을 비교해 결정한 계약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 6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최 위원장을 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다. 서민위는 지난달 10일 최 위원장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후 사건은 노원경찰서에 배당됐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가족 업체를 배제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계약 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장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맡겼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논란은 지난 3월 공동투쟁본부 구성 이후 진행된 홍보 활동과 집회 준비 물품 계약에서 불거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집회 조끼 등 일부 물품 발주가 최 위원장의 장인 회사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합비로 가족 회사에 일감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9일 조합원 익명 채팅방에 해명 글을 올려 “B 업체의 대표자가 위원장의 장인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B 업체와의 계약은 위원장 개인이나 친족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계약이 아니라 당시 가격과 납품 일정 등 실제 계약 조건을 비교해 이뤄진 집행”이라고 설명했다. 조끼 발주 당시 복수 업체를 비교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가격과 품질, 납품 가능 일정, 업무 수행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고 B 업체의 견적이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공동투쟁본부가 요구한 일정에 맞춰 납품이 가능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계약이 위원장 개인의 단독 판단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라는 게 최 위원장 측 설명이다. 그는 해당 계약이 공동투쟁본부 집행부 전체의 동의 아래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금전적 이익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해당 계약으로 인해 위원장 개인에게 리베이트, 수수료, 환급 등 어떠한 금전적 이익도 귀속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비교견적상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조합비 지출을 줄이고 동시에 긴급한 조끼 배포 일정에 맞추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했다. 다만 이후에는 유사한 계약을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현재는 이런 계약조차 조합원들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원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 내용을 토대로 계약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실제 손해 발생 여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횡단보도서 50대 모친 폭행…20대 아들 “내 말 안 들어줘서” 서울의 한 건널목에서 어머니의 상체 위에 올라타 폭행한 2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어머니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20대 남성 C씨를 존속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C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 건널목에서 어머니인 50대 여성 D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순찰 중이던 경찰은 C씨가 D씨의 상체 위에 올라타 폭행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제지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긴급 임시 조치를 하고 석방했다. 정확한 사건 경위는 조사 중이다.
  • 경찰 내부비리수사대, 현직 간부 2명 압수수색…수사정보 누설 혐의

    경찰 내부비리수사대, 현직 간부 2명 압수수색…수사정보 누설 혐의

    경찰 내부 비위를 수사하기 위해 신설된 경찰청 내부비리 수사 조직이 수사 정보를 외부로 흘린 혐의를 받는 현직 간부 2명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중요직무범죄수사대는 전날 서울 송파경찰서 소속 A 경정과 경기 수원팔달경찰서 B 경정의 사무실 등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압수수색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경기남부청 산하 일선 경찰서에서 각각 과장급 보직을 맡았다. 경찰은 당시 A 경정이 사건 관계인의 부탁을 받고 해당 사건을 담당하던 B 경정으로부터 수사 관련 내용을 전달받아 이를 누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은 강제수사 착수에 따라 두 사람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중요직무범죄수사대는 경찰청이 이달 초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내부 비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달 설치한 전담 수사조직이다. 중요직무범죄수사대 신설 후 수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靑 “CPTPP 가입 연내 신청하지 않기로”…농어민 민심 이반에 보류

    靑 “CPTPP 가입 연내 신청하지 않기로”…농어민 민심 이반에 보류

    이재명 대통령은 8일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연내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관련 부처에 해당 내용을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에도 시한을 정해놓기보다 진정성을 갖고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지속적으로 대화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CPTPP 가입과 관련한 보고와 토의를 진행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다음달 열리는 CPTPP 장관회의에서 한국의 CPTPP 가입이 논의되려면 늦어도 이달 중순 관보에 공청회 개최 계획을 공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전해졌다. CPTPP 가입을 검토했던 청와대가 보류로 바꾼 데는 농어민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제통상 질서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CPTPP는 글로벌 통상 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선택지”라면서도 “하지만 통상정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들과의 신뢰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농어민들과 충분히 대화 후 CPTPP 가입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무엇보다 정부와 농어민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5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 당시 약속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원 가운데 부족한 7000억원은 정부 재정으로 확보할 예정이라며 CPTPP 가입 여부로 정부에 불만을 터뜨린 농어민 달래기에 나섰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주권정부는 농어민을 비롯한 국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 아래 충분히 소통하며 CPTPP 가입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 AI 속삭임에 퇴사·이별까지…상담 이용자 6명 중 1명, AI 조언 따라 결정

    AI 속삭임에 퇴사·이별까지…상담 이용자 6명 중 1명, AI 조언 따라 결정

    외로움과 마음의 병을 안은 사람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는 ‘디지털 처방전’을 찾고 있다. AI와 밤새 대화하며 퇴사·이별 같은 중대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 심각한 정신적 위기마저 챗봇 답변으로 자가 진단하는 실태가 수치로 드러났다. 8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성형 AI 이용에 따른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생성형 AI를 쓴 15~79세 1019명 가운데 68.8%(701명)가 감정적 교감이나 위로 등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이용했다. 10명 중 7명이 기계에 속내를 털어놓은 셈이다. 처음에는 학업·업무나 검색 목적(81.3%)으로 AI를 접했지만 점차 마음을 나누는 창구로 삼게 됐다. 전체 응답자에게 현재 이용 목적을 복수 응답으로 물었더니 ‘일상 대화·말동무’(54.4%), ‘감정적 교감·위로’(48.4%), ‘정신건강·심리상담’(44.1%) 순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목적 이용자 중 76.0%는 최근 1년 새 이런 용도로 AI를 쓰기 시작했다고 답해 관련 이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사람 대신 AI를 택한 배경에는 사회적 고립과 현실적 제약이 깔려 있다. 정서적 목적 이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즉각 대화할 수 있어서’(85.6%), ‘소문날 염려가 없어서’(71.9%), ‘사람에게 말하기 꺼려지는 주제라서’(70.9%), ‘주변에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62.6%)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손쉬운 위로에 기댄 대가는 적지 않았다. 정신건강·심리상담 목적으로 AI를 이용한 449명 중 23.4%는 대화를 멈추고 현실의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수면이나 일상에 지장을 받은 비율은 15.1%, 주변 사람과 상의 없이 AI 조언을 바탕으로 퇴사·이별 등 중대 결정을 내린 비율은 17.8%였다. 특히 심리적 약자일수록 AI를 맹신하는 경향이 짙었다. 자신의 정신건강이 ‘나쁘다’고 답한 사람 중 33.9%는 AI 답변으로 우울증·불안장애 등을 자가 진단하거나 의학적 판단으로 받아들였다. 정신건강이 좋다고 답한 사람(9.3%)의 세 배를 웃돈다. 청소년층은 위험 신호가 더 뚜렷하다. 15~18세 응답자 201명 중 69.2%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썼고, 51.7%는 주변 사람보다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청소년 83.1%는 보호자가 자신의 AI 이용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함께 이용 규칙을 정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임상 현장에서도 부작용이 보고됐다.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초등학생이 챗봇에 과몰입해 선정적 대화에 반복 노출되거나, 따돌림을 당하던 중학생이 챗봇에 집착하며 치료를 소홀히 한 사례다. 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날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AI 답변을 의학적 진단이나 내 생각이 맞다는 근거로 삼지 말고,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나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내용이다. 보호자에게는 자녀의 AI 사용을 무조건 막기보다 사용 규칙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백종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실과 가상, 사람과 AI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10년간 AI 시대의 새로운 정신건강 문제에 대비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물리학자들, 고교수학으로 AI가 ‘악마’로 돌변하는 순간 찾았다 [사이언스 브런치]

    물리학자들, 고교수학으로 AI가 ‘악마’로 돌변하는 순간 찾았다 [사이언스 브런치]

    사람들은 누구나 ‘주머니 속 PC’라고 하는 스마트폰을 갖고 다닌다. 그 스마트폰 속에 소형 인공지능(AI) 챗봇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챗봇들에는 자해, 재정적 손실, 극단주의적 관념을 조장할 수 있는 정보와 답변을 내놓지 않도록 하는 안전 감독 장치가 매우 취약하다. 좋은 답변만 하다가 갑자기 나쁜 답변을 내놓는 순간이 있는데 AI가 그렇게 돌변하는 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 조지 워싱턴대 물리학과 동적 온라인 네트워크 실험실 연구팀은 AI 모델이 적절한 응답을 하다가 잠재적으로 위험한 응답으로 전환되는 ‘티핑포인트’를 예측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패턴스’ 10월 9일 자에 실렸다. 오프라인 AI(온디바이스 AI)는 환자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낼 수 없는 의사, 비밀유지계약을 지켜야 하는 변호사, 통신 신호가 닿지 않는 군인 등이 선호한다. 문제는 사실관계가 맞아 거짓은 아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나쁜 답’은 이런 사람들에게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게 한다. 더군다나 기업들이 마련한 자사 AI 알고리즘에 적용하는 안전 도구는 대부분 클라우드에 의존하거나 기기가 다시 온라인 상태가 돼 이미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AI의 오동작을 포착한다. 연구팀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이런 실패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물리학자인 연구자들은 원자 하나를 이해함으로써 복잡한 물질이 어떻게 거동하는지 설명한다는 점을 떠올렸다. 유효 어텐션 헤드 하나를 이해하면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을 ‘산맥 속 여러 골짜기’라고 가정할 때 어떤 골짜기에는 개인이나 사회에 바람직한 답변이 있고 또 다른 골짜기에는 실질적 해를 끼칠 수 있는 답변이 있다. AI가 질문을 받게 되면 이런 여러 답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답하게 된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AI가 언제 안전한 골짜기에서 더 위험한 골짜기로 넘어가는지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AI는 흠잡을 데 없는 답변을 몇 차례 내놓아 사용자가 AI를 믿도록 안심시킨 다음 바람직한 답변을 내놓는 패턴을 보인다. 연구팀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벡터와 좌표, 내적, 지수함수, 부등식, 분수를 이용해 AI의 돌변 시점 예측 공식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AI의 모든 말을 벡터로 바꾼 뒤 대화를 중립 질문, 좋은 답, 나쁜 답 화살표로 단순화했다. 지금까지 대화를 하나로 합친 나침반 바늘이 좋은 답과 나쁜 답 중 어느 쪽을 더 가리키는지 고교 수학의 벡터 내적으로 비교해 나쁜 답이 나오기 전 좋은 답이 몇 번 이어질지 계산하는 분수 공식을 얻었다. 연구팀의 공식을 통장에 빗대면 질문과 앞선 대화가 좋은 답 쪽에 쌓아 준 ‘여유분’이 분자, 좋은 답이 하나 나올 때마다 그 여유분이 깎이는 양이 분모다. 여유분이 바닥나는 순간 AI는 나쁜 답으로 돌변한다. 좋은 답 자체가 나쁜 답을 끌어당기는 구조여서 무난한 답이 이어지다가도 갑자기 위험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공식을 GPT-2, 피티아, OPT 계열의 공개 모델 7종으로 검증했다. 그 결과 19건 중 18건에서 즉시 돌변과 지연 돌변을 구분해 냈다. 백신 거부, 타인을 해치는 일, 자해 등에 관한 질문을 순서만 바꿔 물어보면 특정 순서에서는 모든 질문에 나쁜 답이, 다른 순서에서는 모든 질문에 무난한 답이 나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단체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가 챗GPT 같은 상용 챗봇을 시험한 보고서에서도 공식과 부합하는 행동 패턴이 나왔다. 닐 존슨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 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며 “우선 수십억 개의 움직이는 부품을 가진 기계가 펜과 종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기초 수학만으로 도출한 공식을 따른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대화 순서가 대화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몇 번의 간단한 벡터 계산만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스마트폰에 ‘경고등’을 내장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하늘 위 ‘변기 대란’…발칵 뒤집힌 美 대형 여객기 ‘긴급 착륙’, 무슨 일 [월드픽]

    하늘 위 ‘변기 대란’…발칵 뒤집힌 美 대형 여객기 ‘긴급 착륙’, 무슨 일 [월드픽]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기내 화장실이 줄줄이 고장 나는 바람에 비행 도중 뉴욕에 내려앉았다. 300명 가까운 사람이 10시간 넘게 화장실 단 두 칸에 기대야 할 처지가 되자 조종사가 긴급하게 경로를 바꾼 것이다. 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마드리드를 떠나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가던 아메리칸항공 37편은 지난 6일 오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이 비행기에는 287명이 타고 있었다. 마드리드에서 댈러스까지는 보통 10시간 넘게 걸린다. 이 비행기에는 원래 화장실이 8개 있지만 이날 제대로 쓸 수 있는 곳은 2개뿐이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성명을 내고 “승무원이 사용 가능한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보고한 뒤 뉴욕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착륙을 앞두고 오간 교신 내용도 공개됐다. 조종사가 관제탑에 “37편은 지금 화장실이 두 개만 작동한다”고 알리자, 관제사는 “화장실이 두 개뿐이라는 말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조종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문제는 연료였다. 비행기에는 4시간 넘게 날 수 있는 연료가 남아 있어 평소 착륙할 때보다 훨씬 무거운 상태였다. 이렇게 무거운 채로 내려앉으면 브레이크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조종사는 ‘팬팬(pan-pan)’을 선언했다. 팬팬은 목숨이 걸린 비상 상황은 아니지만 당장 조치가 필요할 때 보내는 국제 표준 긴급 신호다.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뉴욕 공항에서 3시간 넘게 머물며 정비를 마친 여객기는 다시 목적지인 댈러스로 향했다. 화장실이 고장 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비행기 화장실은 공기 압력을 이용하는 복잡한 진공 흡입 구조여서 이물질 등으로 막히거나 고장이 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전석훈 경기도의원, 경기 AI 경쟁력, ‘집적단지’로 끌어올린다… ‘경기 AI 특구’ 조례 입법예고

    전석훈 경기도의원, 경기 AI 경쟁력, ‘집적단지’로 끌어올린다… ‘경기 AI 특구’ 조례 입법예고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갖게 된 인공지능집적단지 지정 권한을 경기도 차원에서 직접 집행하기 위해 세부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조례안이 발의됐다.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소속 전석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남 3)이 마련한 경기도 인공지능집적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지난 6일 입법 예고를 마쳤다. 전 의원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규제자유특구를 적극 활용해 AI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달리 경기도는 수도권 규제로 인해 특구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시행된 AI기본법 제23조를 통해 국가 외에 지자체도 집적단지 지정과 함께 행정·재정·기술적 지원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에는 이를 실행에 옮길 자체적인 규정이나 표준이 부재했던 상황으로, 상위 법률이 마련해 준 권한을 정작 현실에서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비어 있었던 셈이라고 전 의원은 지적했다. 조례안은 15개 조문과 부칙으로 구성됐다. 시장·군수가 위치·면적과 특화 분야, 입주기관 유치계획, 공동 기반 시설 구축·운영 계획, 전력·통신 기반 확보 방안, 재원 조달 계획과 성과 목표를 담은 조성계획을 작성해 신청하면, 도지사가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의 고려 사항과 도 고유 기준을 따져 경기도 인공지능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공고하도록 했다. 지정된 집적단지에는 ▲공동기반시설 구축·운영 ▲연구·개발과 실증·사업화 ▲인공지능 인재 양성과 채용 연계 ▲국내외 투자 유치 ▲공공부문 실증과 구매 연계를 지원하고, 인허가 전담 창구 운영과 실증특례·임시허가 등 규제특례 신청 지원 근거도 담았다. 지정 이후의 관리 장치도 뒀다. 도지사는 매년 입주기관 수, 투자 유치액, 고용, 매출, 공동 기반 시설 이용률을 평가해 도의회에 보고하고 공개해야 하며, 그 결과를 지원 규모 조정과 지정 취소에 반영할 수 있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지정을 취소하도록 했다. 전 의원은 “간판만 걸어 놓고 방치하는 단지는 만들지 않겠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지원을 줄이고 지정도 거둬들일 수 있게 했다”라고 강조했다. 도 단위 지원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사업으로 잇는 통로도 열었다. 조례안은 도내 지역이 국가가 지정하는 인공지능집적단지나 다른 법률에 따른 특구·특화단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시·군과 협력해 지원하도록 했다. 법상 전담기관 지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지정 전까지는 도의 출자·출연 기관 등에 운영 지원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기도 인공지능 기본조례’를 상위 틀로 두고 인공지능산업 육성, 피지컬 인공지능,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공지능 제조 혁신 등 기존 조례의 지원사업을 집적단지와 연계하도록 했다. 전 의원은 “판교에 모인 인공지능 기업과 성남·시흥 산업단지의 피지컬 인공지능 실증 기반은 이미 경기도에 있다. 지금은 컴퓨팅과 실증, 인허가 지원이 사업마다 흩어져 있을 뿐”이라며 “이 조례는 그 자산을 ‘경기 AI 특구’라는 이름으로 한곳에 모으는 설계도”라고 말했다. 한편, 전 의원은 오는 12일까지 시행되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도민을 비롯한 관련 기관의 다각적인 의견을 수렴해 조문 내용을 면밀히 보완한 후 대표 발의에 나설 방침이다. 해당 조례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려는 경우 우편, 이메일, 팩스, 혹은 경기도의회 공식 누리집을 이용해 경기도의회 법제과로 전달하면 된다.
  • 환자에게 사랑 고백한 女간호사…병실서 성적 접촉, 英서 등록 말소 결정 [핫이슈]

    환자에게 사랑 고백한 女간호사…병실서 성적 접촉, 英서 등록 말소 결정 [핫이슈]

    영국에서 입원 환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병실에서 성적 접촉까지 한 여성 간호사에게 등록 말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간호사는 환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려고 병원 측에 거짓 보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현지시간)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간호조산사위원회(NMC)는 지난 2일 간호사 키어리 에린 캐링턴에게 등록 말소 명령을 내렸다. 환자와의 성적 관계뿐 아니라 이를 숨기려 한 반복적인 거짓 해명이 징계에 영향을 미쳤다. 캐링턴은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병원 NHS 재단 소속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남성 환자 A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A씨는 2023년 8월 해당 병원 재단 산하 의료기관으로 옮겨와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병동에서 자해 문제를 겪었다고 밝혔으며, 간호사에게 정서적 지지를 의지하던 취약한 환자였다. 그러나 캐링턴은 A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연락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성적인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캐링턴은 A씨에게 사랑한다는 말까지 했다. 병실서 성적 접촉…쉬는 날 만날 호텔까지 예약두 사람의 관계는 병원 안에서도 이어졌다. 캐링턴은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병실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 징계위원회는 이를 성적 성격의 접촉으로 인정했다. 캐링턴은 병원 밖에서도 환자와 사적으로 만났다. 쉬는 날 성관계를 목적으로 호텔 객실을 예약했다는 내용도 징계 과정에서 드러났다. 위원회는 호텔 예약을 사전에 계획한 위반 행위의 근거로 평가했다. 다른 의료진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했다. 2023년 12월 한 직원이 A씨가 캐링턴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는 모습을 봤다고 보고했다. 이듬해 1월에는 캐링턴이 해당 환자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캐링턴은 병원 측의 추궁에 부적절한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2023년 11월 제출한 보고서에는 A씨가 먼저 SNS로 연락했고, 자신은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 근무 시간 외 연락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적었다. 사건은 2024년 11월 A씨가 NMC에 관련 사실을 알리면서 징계 심사로 이어졌다. 환자에게 책임 돌린 거짓 해명…한국도 사적 관계 금지징계위원회는 캐링턴이 자신의 행동을 감추려고 환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병원 측을 속였다고 판단했다. 캐링턴은 징계 과정에서 관련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간호사가 환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를 이용해 성적 관계를 맺고 거짓 해명까지 반복한 점을 심각하게 봤다. 특히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권력과 정보의 차이가 존재한다. NMC는 양측이 합의한 성적 관계라도 전문직으로서 지켜야 할 경계를 침해했다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캐링턴은 반성문을 제출하고 관련 교육도 받았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러한 노력만으로 재발 위험을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시적인 업무 정지 대신 등록 말소를 결정했다. 현재 캐링턴에게는 18개월의 임시 업무 정지 명령이 적용됐다. 결정문을 서면으로 통지받은 날부터 28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등록 말소 명령이 발효된다. 한국에서도 간호사와 환자 사이의 사적 관계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대한간호협회가 2023년 개정한 한국간호사 윤리지침 제6조는 간호사가 환자에게 성적 접촉으로 오인될 수 있는 행동을 피하고 사적 관계를 형성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윤리지침 위반이 곧바로 면허 취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 처분은 관련 법령에 따라 판단한다.
  •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 44조 ‘유가 담합’ 제재 착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을 틈타 휘발유·경유·등유의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담합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두 정유사의 가격 담합을 조사한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공소장 격)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각 사에 송부했다고 7일 밝혔다. 제재 절차가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과징금 등 최종 제재 결과는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심사관은 두 정유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휘발유·경유·등유의 판매 가격 정보를 교환했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판매 가격을 두 차례 명시적으로 담합했다고 봤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44조 1000억원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 약 3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심사관 측은 두 정유사의 ‘가격 담합’과 ‘정보 교환’이 중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정유사와 주유소 등 거래처는 ‘사후 정산 제도’라는 관행에 따라 거래하며, 정유사의 판매 가격이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다. 정유사는 주유소 등에 ‘입금가’를 정해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다음달 초에 전월 거래에 대한 ‘확정가’를 결정한 뒤 입금가와 확정가의 차액을 정산한다. 다만 GS칼텍스, S-OIL의 담합 가담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행록 카르텔조사국장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사이에서만 증거가 확인됐다”며 “정유 시장이 과점 체제지만 2개 사의 점유율이 50%에 가깝기 때문에 시장 경쟁 질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SK에너지 28.1%, HD현대오일뱅크 21.0%, GS칼텍스 23.3%, S-OIL은 25.5%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합산 점유율은 49.1%다. 공정위에 앞서 검찰도 두 정유사를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SK에너지 측은 “향후 심의 절차에서 사실관계와 회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김정일, 박근혜에 ‘육영수 암살’ 직접 사과” 주장에…박지원 “유언비어”

    “김정일, 박근혜에 ‘육영수 암살’ 직접 사과” 주장에…박지원 “유언비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진 가운데, 국정원장 출신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육 여사 암살 배후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은 6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200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방북 당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육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 위원장이) 사과한 것은 육 여사 피살 사건 문세광을 북한에서 보냈다는 것이 아니고, 김신조가 남침한 것을 사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신조 사건’은 1968년 1월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공작원 31명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목적으로 청와대 근처인 세검정까지 침투한 사건을 말한다. 박 의원은 이어 “그런데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그걸 모른다”며 “그러면서 무조건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김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한테 사과한 것은 김신조 사건이지 육 여사 사건이 아니다”라며 “진실을 말하라”고 촉구했다. 주 의원은 육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이 사과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4일 페이스북에 “김정일이 (육 여사 암살은) 북한의 만행임을 시인하고 사과까지 했다”고 적었다. 지난달 27일에도 페이스북에서 “북한 김정일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려는 과정에서 육 여사가 희생된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북한 소행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의 2002년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시 국회의원 겸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신분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방북길에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방북 성과를 보고하며 김 위원장이 김신조 등 남파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다만 육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는 말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발간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도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이 불쑥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만 했다. 주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도 “지금 뻔히 북한의 김정일이 자기가 배후라고 자백하고 사과까지 했는데 일부러 영화 제목을 ‘암살자들’이라는 복수로 넣어 결과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 배후일 수 있고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프레임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제가 국정원장을 한 사람이다. (당시) 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주 의원은 젊은 초선 의원인데 너무 거짓말을 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암살자(들)’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벌어진 육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당국은 당시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육 여사가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영화는 공식 기록과는 달리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을 가미했다.
  • 靑, 李대통령 활발한 SNS에 “현 상황 절박하게 보는 것…적극 소통 의지”

    靑, 李대통령 활발한 SNS에 “현 상황 절박하게 보는 것…적극 소통 의지”

    청와대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는 배경에 대해 “한편으로는 (국민과) 오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께서 현 상황을 절박하게 보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7일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SNS를 활발히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지사를 거쳐 대통령이 될 때까지 SNS를 통해 꾸준히 국민들과 소통하고 정책 홍보를 해왔다.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국정평가 지지도가 하락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오해가 쌓인 측면도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오해가 있다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풀고, 집권 이후 1년 4개월 동안의 정책 성과도 정확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 참모진이 SNS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느냐는 물음에는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께 건의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을 전달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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