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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쉬운 판결문

    [씨줄날줄] 쉬운 판결문

    기부채납, 각하, 공시…. 법정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들이지만 원고 또는 피고인들 가운데는 판결문에 등장하는 이런 말들을 이해하지 못해 혼동을 겪는 사례들이 심심찮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조문 1118개 중 약 60%가 일본 민법전을 직역한 것인 데다 일본식 한자어와 표현이 많은 탓도 있다. 형법과 형사소송법도 60여년 전 제정 당시의 어려운 한자어,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들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소득 수준과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법률 용어·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소송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강우찬)가 그제 ‘장애인이 아니라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20대 지적장애인이 낸 소송에서 다음과 같은 판결문을 내놓았다. “재판을 낸 원고 유○○씨가 이겼습니다. 법원은 당신을 지적장애인으로 인정합니다.” 20여쪽 분량의 기존 판결문에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장애 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로 돼 있다. 재판부는 이를 쉽게 풀어 쓴 4쪽가량의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을 기존 판결문에 덧붙여 유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문’은 ‘판결의 결론’으로,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표현은 ‘소송에 들어간 돈은 구청이 냅니다’로 풀어 썼다. 판결의 효력에 대해서도 ‘취소는 결정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입니다. 구청의 결정은 사라집니다. 당신은 지적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등 딱딱한 법률용어 대신 쉬운 대화체로 바꿨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판결 내용을 요약한 그림까지 넣었다. 이번 판결문은 대법원이 올해부터 시행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지원 예규’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이 내놓은 ‘이해하기 쉬운(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의 첫 사례다. 쉬운 판결문의 효용은 얼마나 될까. 단순히 판결 문장을 쉽게 바꾸는 데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 최수영, ♥정경호와 정면 승부…‘넷플릭스 1위’ 변호사 드라마 맞대결

    최수영, ♥정경호와 정면 승부…‘넷플릭스 1위’ 변호사 드라마 맞대결

    연예계 대표 장수 커플인 배우 최수영과 정경호가 안방극장에서 ‘변호사’라는 같은 직업군으로 선의의 맞대결을 펼친다. 최수영은 오는 22일 첫 방송 되는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아이돌아이’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다. ‘아이돌아이’는 팬심 강한 스타 변호사 맹세나(최수영 분)가 살인 혐의로 몰린 최애 아이돌 도라익(김재영 분)의 사건을 맡아 진실을 밝혀가는 미스터리 법정 로맨스다. 최수영은 극 중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대형 로펌의 에이스이자 아이돌 덕후 맹세나 역을 맡아 이야기를 이끈다. 냉철한 법조인과 팬심 가득한 인간적인 면모를 오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16일 열린 ‘아이돌아이’ 제작발표회에서는 연인 정경호에 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현재 정경호 역시 tvN 드라마 ‘프로보노’에서 변호사 역할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수영은 이에 대해 “정경호가 출연하는 ‘프로보노’와 비교될 수는 있지만, 작품의 장르와 분위기가 달라 차별점이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 역할을 늘 해보고 싶었다”며 “변호하는 장면이 위주인 드라마는 아니다. 법률용어를 외우는 게 처음이라서 어려웠지만, 감독님과 힘을 모아서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먼저 방송을 시작한 ‘프로보노’는 정경호의 호연에 힘입어 4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8.0%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프로보노’는 엘리트 판사 강다윗(정경호 분)이 한 사건으로 몰락한 뒤 대형 로펌 내 매출 제로 공익팀에 배치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법정 휴먼 코미디다. 정경호는 속물 판사에서 공익변호사로 전락한 강다윗 역을 맡아 특유의 재치와 인간미를 살린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정경호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일타 스캔들’에 이어서 또 한 번 흥행 홈런을 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3년째 연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이 같은 시기, 같은 전문직 배역으로 안방극장을 찾는 흔치 않은 상황에 시청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정경호의 ‘프로보노’에 이어 최수영의 ‘아이돌아이’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에도 기대가 모인다. ‘아이돌아이’는 오는 22일 오후 10시 지니 TV와 ENA를 통해 첫 방송 되며 이후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 홍준표 “尹탄핵 내란죄 제외? 짜장면에서 짜장 빼면 짜장면 되나”

    홍준표 “尹탄핵 내란죄 제외? 짜장면에서 짜장 빼면 짜장면 되나”

    홍준표 대구시장은 6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기로 한 데 대해 “짜장면에서 짜장을 빼면 짜장면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소추의 핵심인 내란죄가 철회됐다면 어떤 내용으로 소추서를 변경하더라도 사건의 동일성이 없기 때문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도 무효이고, 윤통(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무효로 귀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건의 동일성’은 피고인이 사건 전후에 걸쳐 동일해야 하며, 공소사실도 사건 전후에 걸쳐 동일해야 한다는 의미의 법률용어다. 홍 시장은 또 “이재명이 주도하는 합법을 가장한 내란 획책은 이제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정상화의 단초를 열어야 한다”며 “윤통 직무 정지도 무효이고, 한 총리 직무 정지도 무효이기 때문에 헌재는 정국 혼란을 마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일단 가처분을 받아들여 나라를 정상화 시켜 놓고 향후 일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헌재를 향해 “그게 헌법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이제 헌재가 더 이상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앞잡이 기관이라는 오명(汚名)은 쓰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부터 정상화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 [씨줄날줄] 일제 잔재 ‘계엄법’

    [씨줄날줄] 일제 잔재 ‘계엄법’

    ‘계엄’은 순수하게 글자의 뜻만 살펴 그 성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자의 계(戒)는 경계하다, 엄(嚴)은 엄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저 ‘엄중히 경계하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군사적 통제를 뜻하는 영어의 ‘마셜 로’(Martial Law)는 같은 뜻을 가졌지만 이해가 쉽다. 계엄은 명나라 시대 한자 및 음운 사전인 정자통(正字通)에서 유래했다. ‘적이 바야흐로 쳐들어오니 방비를 굳건히 함을 계엄이라 한다’는 ‘적장지설비왈계엄(敵將至設備曰戒嚴)을 근거로 했다. 뜻밖의 계엄 파문을 겪고 나니 정자통이 계엄 발동의 한계를 이미 오래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계엄을 법률 용어로 편입시킨 것은 일본이다. 프랑스의 국가긴급권을 모방해 1882년 계엄령을 제정했다. 명령 형태의 계엄령은 법률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가졌다. 이것을 우리가 그대로 가져다 1949년 계엄법을 제정한다. 일본은 계엄령을 덜 심각한 임전지경(臨戰地境)과 정도가 심각한 합위지경(合圍地境)으로 나누었다. 우리 계엄법의 경비계엄은 저들의 임전지경, 비상계엄은 합위지경에 해당한다. 일본의 대표적 계엄은 간토대지진 때 발령됐다. 1923년 9월 1일 도쿄 일대에 규모 7.9의 대지진이 일어났고 일본 정부는 긴급칙령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하에서 무장한 군과 경찰, 자경단이 무고한 조선인과 중국인,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를 무참히 학살한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사망자는 모두 10만 5000명, 임시정부 발간 독립신문 특파원의 현지조사 결과 조선인 희생자는 6661명이었다. 계엄이라는 표현은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률용어로는 지나치게 상징적이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 이후 불과 엊그제까지도 어둡고 처참한 기억만 남기고 있는 것이 또한 계엄이다. 이참에 오용(誤用)의 소지를 없애도록 계엄법을 개정하면서 아예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늦었지만 일제 잔재를 털어버린다는 의미도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 법률 지식 없어도 점검표로 쉽게…경찰이 만든 ‘쉬운 고소장’ 쓰세요

    법률 지식 없어도 점검표로 쉽게…경찰이 만든 ‘쉬운 고소장’ 쓰세요

    앞으로 사기, 명예훼손, 모욕, 폭행 등 범죄에 대해 고소장을 쓸 때 경찰이 직접 만든 고소장 양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주요 범죄에 대한 간이 고소장 양식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존 고소장은 일정한 형식 없이 고소인이 범죄사실, 고소 이유 등을 자유롭게 쓰는 방식이라 법률용어가 생소한 일반인은 작성이 쉽지 않았다. 필수적인 내용을 빠뜨리거나 불필요한 내용을 길게 쓰는 경우도 많아 수사관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경찰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자 현장 수사관과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의견을 받아 간이 고소장 양식을 만들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했고 ‘점검표’ 형태의 선택지도 포함됐다. 예컨대 모욕·명예훼손의 공연성에 대한 질문은 ‘여러 명이 듣거나 볼 수 있었다’, ‘고소인만 해당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중에 답을 고르도록 하는 식이다.또 고소하고자 하는 사람의 주소와 연락처를 모르더라도 신분증명서(소셜미디어 아이디 포함), 별명(닉네임), 계좌번호 중 아는 정보를 기재하도록 했다. 피해를 본 사항은 날짜, 장소, 내용 등으로 간단히 나눠 기재할 수 있게 칸을 구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알기 쉬운 내용으로 시민들이 보다 쉽게 고소장을 작성할 수 있고, 수사관도 범죄사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간이 고소장 양식은 전국 경찰관서 민원실, 수사 민원 상담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기고] 약자 위한 법, 더 절실히 지켜야

    [기고] 약자 위한 법, 더 절실히 지켜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등록 발달장애인은 약 25만명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 중 5명 정도가 지적장애로 등록된 장애인인 셈이다. 국선 전담으로 일하며 만난 피고인 500명 중 5명 정도가 발달장애인이었다. 이들을 변호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나마 보호자가 있는 피고인은 보호자를 통해서라도 범행 당시 사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다수 발달장애 피고인은 보호자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법률용어를 쉽게 설명하며 질문하려니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상담 시간이 두 배 넘게 들 때도 있다. 사실관계는 다른 증거들로 확인하지만, 형사처벌은 당사자의 ‘고의’가 중요한데 ‘발달장애를 가진 피고인’이 당시 범죄를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수원역 노숙 소녀 살인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발달장애인의 진술에 기초해 무고한 청년들을 처벌했으나 재심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그즈음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의자에 대해서도 조력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호자가 없는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직원이 조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혹자는 범죄자에게 과도한 배려라고 할지 모르지만 앞서 말한 수원역 사건처럼 수사기관이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지원이다. 그런데 발달장애인 사건을 처리하면서 수사관이 발달장애인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어떤 피고인은 수사 중 발달장애인 복지카드를 경찰관에게 제출까지 했는데도 경찰은 주민등록증과 복지카드의 앞면만 복사하고 아무런 조력도 제공하지 않았다. 장애인 복지카드는 앞면에는 정도에 대한 표기만 돼 있고 뒷면에 장애의 종류가 적혀 있다. 복지카드의 앞면만 수사 기록에 첨부해 사실상 비장애인 기준으로 모든 수사를 마친 것이다(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했지만 경찰의 조사가 이미 1년 전 일이라 각하될지 모를 상황이다). 이 피고인은 범죄조직에 자기 명의의 계좌와 사업자등록증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심한 지적장애’를 가진 배우자와 함께 22년생, 23년생 아이를 키우는 아빠였는데 당장 돈이 궁한 상태에서 범죄 조직이 접근한 것이었다. 통상 발달장애인 계좌가 이용된 경우라면 공범보다는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 전담검사제도를 둬 검찰에서라도 발달장애인 피의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검찰청도 각 검찰청에서 사건을 배당할 때 발달장애인 사건은 전담 검사에게 배당하게 하는 예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내가 담당했던 다른 발달장애인 중 누구도 전담 검사의 손길을 거치지 못했다. 약자를 위한 법이 작동하지 못하면 법으로도 사회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권옹호의 주무관청인 법무부에서부터 이런 규정이 지켜지길 바란다. 손영현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
  • [마감 후] 사법부가 신뢰를 되찾으려면/임주형 사회부 차장

    [마감 후] 사법부가 신뢰를 되찾으려면/임주형 사회부 차장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명 후 언론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사법부 신뢰 회복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를 놓고 김명수 현 대법원장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법부 신뢰 회복은 이 후보자만 언급한 화두가 아니다. 김 대법원장도 취임하던 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다는 지적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해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취임사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은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자신할 수 없고, 들인 노력에 걸맞은 평가도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인 듯하다”고 했다. 보수든 진보든 새로 부임하는 대법원장이 항상 신뢰 회복을 기치로 내걸 정도로 사법부는 과제를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 수장이 오히려 신뢰를 추락시키는 오점을 남겼다. 양 전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판사를 통제하고 재판 거래로 사법농단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뒤 언론에 거짓 해명을 했다가 음성 파일까지 공개된 끝에 사과문을 내야 했다. 이 후보자는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그는 “지금 사법부 앞에 놓인 과제는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화합과 통합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 재임 기간 논란이 된 ‘코드 인사’로 인해 사법부가 분열됐고 신뢰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한 듯하다. 하지만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사법부 신뢰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포용하는 판결이 나왔을 때 커졌다. 수년 전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판결’로 회자했던 판결이 있다. 딸이 계약을 맺어 실제 임차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임대주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70대 노인에 대해 법원이 ‘임차인’이라는 법률용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주거 안정’이란 법의 취지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구제한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법은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안을 예상하고 미리 만든 일종의 기성복이어서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더라도 팔이 길거나 짧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 옷 치수에 맞지 않는다고 당신에게 줄 게 없다고 할 것인가? 번거롭더라도 옷을 늘리거나 줄여 수선할 것인가? 우리는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하는 법원이 어느 정도 수선의 의무와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판결을 했다. 사법부가 다양한 의견,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때 신뢰는 커졌다. 민문기 전 대법관은 전원합의체에서 소수의견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마리의 제비가 온다고 당장 봄이 오진 않는다. 그러나 한 마리 제비가 전한 봄으로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 소수의견을 감히 지키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통 엘리트 판사 코스를 밟은 이 후보자는 유능한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주관으로 ‘소통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한다면 사법부 구성원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 그래야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
  • 열 달 전 햄 밟아 발목 접질렸다며 6690만원 물어내라는 미국 여성

    열 달 전 햄 밟아 발목 접질렸다며 6690만원 물어내라는 미국 여성

    정말로 미국이 ‘소송 천국’임을 실감케 한다.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을 남편과 여행하다 이탈리아 음식 체인점인 이털리(Eataly) 매장에서 프로슈토 조각을 밟아 미끄러지는 바람에 왼쪽 발목을 접질린 여성이 매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거진 일 년이 돼가는 시점에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도 놀라운데 배심원들을 꾸려 적어도 5만 달러(약 6690만원)는 배상받아야겠다고 청구한 것도 놀랍기만 하다. 뉴햄프셔주 길퍼드에 사는 앨리스 코헨과 남편 로널드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보스턴의 서포크 최고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AP 통신이 15일 전했다. 소장에는 “원고 앨리스 코헨이 신체 부상과 ’삶의 재미 상실’, 통증과 힘겨움, 그리고 의료 돌봄과 관심이 필요해 의료비가 계속 나가는 것을 견뎌내야 했다”고 적시돼 있다. 병원 치료와 물리치료 등으로 7500 달러 이상 들어갔다고 했다. 아울러 부부가 ‘컨소시엄의 상실(loss of consortium)’을 겪은 것도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싶어 한참을 헤맸는데 미국 법률용어로 부부관계를 못하게 된 것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한다고 해 정말 깜짝 놀랐다. 발목을 접질린 것과 부부관계를 못한 것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앨리스는 무료 배식 코너에 뭔가를 집어 먹으려고 다가가다 이런 봉변을 당했다며 이털리 매장 측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 의무를 방기해 자신이 횡액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장에는 레스토랑 측이 “바닥을 어떤 위험도 없게 했어야 하며, 만약 위험한 것이 있으면 주의하라고 경고했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고 기재돼 있었다. 이털리는 미국에만 8개 지점이 있으며, 해외에도 같은 수의 지점이 있다. 프로슈토는 얇게 저민, 간이 된 햄으로 이탈리아가 원산지다. AP는 피고가 되는 이털리 본사에 이메일 코멘트를 요청하는 한편, 원고인 코헨 부부에게 보이스 메일을 남겨 입장을 듣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문어발’ 대형로펌, 서민 소송 삼켰다[로펌 전성시대(상)]

    ‘문어발’ 대형로펌, 서민 소송 삼켰다[로펌 전성시대(상)]

    50대 이가영(가명)씨는 최근 올케와 재산 문제로 다투다 법적 분쟁까지 벌였다. 어머니의 예금 3000만원을 올케가 무단 인출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소송을 진행하던 중 올케가 굴지의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와 재판 절차를 밟을 때마다 대형 로펌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올케의 무단 인출은 약식기소로 끝났고 이씨는 상속 소송에까지 휘말렸다. 국내 법률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로펌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면서 대형 로펌이 평범한 서민 송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각에선 영미식 로펌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 신화를 써 왔던 국내 대형 로펌들이 ‘문어발식 수임’으로 분야를 넓히면서 법률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펌(Law firm)은 공식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변호사로 구성된 법률회사를 통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보통 로펌은 사건을 수임하는 역할을 하는 구성원 변호사들이 소속 변호사를 고용해 전문 분야별로 팀을 구성하고 조직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1000명에 육박하는 국내 변호사를 포함해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외국 변호사, 일반 사무직원 등 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앤장에는 세후 억대 연봉을 받는 소속 변호사가 수백명일 뿐 아니라 10억원 이상을 받는 파트너 변호사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형 로펌은 주로 국내 대기업과 해외 기업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고객을 상대하는 자문 업무를 도맡고 있다. 기업 오너가 얽힌 민형사 송무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 기업지배구조·경영권 분쟁, 경제 제재·공정거래, 금융투자 및 자본시장 관련법 등이다. 최근에는 로펌마다 입법팀을 강화하면서 법 집행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법 제·개정에 대한 종합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로펌의 업무 영역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이혼·상속, 성폭력, 학교폭력, 소액 민사사건에까지 대형 로펌이 나서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법무법인 광장은 일명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78)씨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을 수임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로펌마다 가사·상속팀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서울 아파트는 웬만하면 10억원이 넘어 재산 분할이나 상속 관련 소송에서 성공 보수를 10%만 받아도 억대 수임료”라고 전했다. 대형 로펌 측에선 고객의 요구가 있을 경우 나름의 기준을 정해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간제 보수’(타임 차지) 형태로 수임료를 계산해 억대 연봉을 받는 변호사들인 만큼 품이 많이 드는 사건을 저가로 수임하면 손해여서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사건 수임 최소 기준 같은 게 딱히 정해져 있진 않지만, 수천만원은 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결국 로펌 입장에선 장래에 고액 수임료를 부담할 수 있는 고객인지가 사건 수임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간혹 일반 형사나 성폭력 사건을 맡기도 하지만 그건 드문 사례”라며 “대개는 고객과의 관계 때문에 선임하는 경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로펌에 상담 문의를 했다가도 변호사 비용을 듣고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대형 로펌도 회사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고객에 대해서는 수임료와 무관하게 사건을 맡는 경우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가령 로펌에 중요한 고객인 기업 임원이 학폭, 소액 민사사건을 문의한다면 해 줄 수도 있다”며 “대형 로펌이라고 그런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로펌의 업무 영역이 넓어진 점이 기업이나 재력가 입장에선 손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일반 법률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형 로펌 선임 여부가 재력에 따라 결정되면서 이를 상대하는 처지에 놓인 일반 법률소비자는 비용 감당이 안 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부당해고 같은 기업 관련 사건을 맡은 대형 로펌이 해고 노동자를 상대하는 상황은 흔히 연출된다. 더구나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산업재해를 둘러싼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수십 명 규모의 대응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법 전문 한용현 변호사는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대형 로펌에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수가 책정되는 데다 불필요한 분쟁에 대형 로펌이 선임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볼 때 기업이 대형 로펌을 선임할 게 아니라 차라리 그 돈을 근로자에게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 양극화 커진 변호사시장…기업자문 도맡은 대형로펌, 성폭력 사건까지?[로펌 전성시대]

    양극화 커진 변호사시장…기업자문 도맡은 대형로펌, 성폭력 사건까지?[로펌 전성시대]

    50대 이가영(가명)씨는 최근 올케와 재산 문제로 다투다 법적 분쟁까지 벌였다. 어머니의 예금 3000만원을 올케가 무단 인출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소송을 진행하던 중 올케가 굴지의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와 재판 절차를 밟을 때마다 대형 로펌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올케의 무단 인출은 약식기소로 끝났고 이씨는 상속 소송에까지 휘말렸다. 국내 법률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로펌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면서 대형 로펌이 평범한 서민 송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각에선 영미식 로펌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 신화를 써 왔던 국내 대형 로펌들이 ‘문어발식 수임’으로 분야를 넓히면서 법률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펌(Law firm)은 공식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변호사로 구성된 법률회사를 통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보통 로펌은 사건을 수임하는 역할을 하는 구성원 변호사들이 소속 변호사를 고용해 전문 분야별로 팀을 구성하고 조직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운영된다.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1000명에 육박하는 국내 변호사를 포함해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외국 변호사, 일반 사무직원 등 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앤장에는 세후 억대 연봉을 받는 소속 변호사가 수백명일 뿐 아니라 10억원 이상을 받는 파트너 변호사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은 주로 국내 대기업과 해외 기업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고객을 상대하는 자문 업무를 도맡고 있다. 기업 총수가 얽힌 민형사 송무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 기업지배구조·경영권 분쟁, 경제 제재·공정거래, 금융투자 및 자본시장 관련법 등이다. 최근에는 로펌마다 입법팀을 강화하면서 법 집행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법 제·개정에 대한 종합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로펌의 업무 영역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이혼·상속, 성폭력, 학교폭력, 소액 민사사건에까지 대형 로펌이 나서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법무법인 광장은 일명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78)씨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을 수임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로펌마다 가사·상속팀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서울 아파트는 웬만하면 10억원이 넘어 재산 분할이나 상속 관련 소송에서 성공 보수를 10%만 받아도 억대 수임료”라고 전했다. 대형 로펌 측에선 고객의 요구가 있을 경우 나름의 기준을 정해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간제 보수’(타임 차지) 형태로 수임료를 계산해 억대 연봉을 받는 변호사들인 만큼 품이 많이 드는 사건을 저가로 수임하면 손해여서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사건 수임 최소 기준 같은 게 딱히 정해져 있진 않지만, 수천만원은 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결국 로펌 입장에선 장래에 고액 수임료를 부담할 수 있는 고객인지가 사건 수임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간혹 일반 형사나 성폭력 사건을 맡기도 하지만 그건 드문 사례”라며 “대개는 고객과의 관계 때문에 선임하는 경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로펌에 상담 문의를 했다가도 변호사 비용을 듣고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대형 로펌도 회사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고객에 대해서는 수임료와 무관하게 사건을 맡는 경우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가령 로펌에 중요한 고객인 기업 임원이 학폭, 소액 민사사건을 문의한다면 해 줄 수도 있다”며 “대형 로펌이라고 그런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로펌의 업무 영역이 넓어진 점이 기업이나 재력가 입장에선 손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일반 법률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형 로펌 선임 여부가 재력에 따라 결정되면서 이를 상대하는 처지에 놓인 일반 법률소비자는 비용 감당이 안 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부당해고 같은 기업 관련 사건을 맡은 대형 로펌이 해고 노동자를 상대하는 상황은 흔히 연출된다. 더구나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산업재해를 둘러싼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수십 명 규모의 대응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법 전문 한용현 변호사는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대형 로펌에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수가 책정되는 데다 불필요한 분쟁에 대형 로펌이 선임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볼 때 기업이 대형 로펌을 선임할 게 아니라 차라리 그 돈을 근로자에게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 이례적 표현 담긴 영장청구서… “수사 정당성” “檢·野 전면전 우려”

    이례적 표현 담긴 영장청구서… “수사 정당성” “檢·野 전면전 우려”

    국회가 오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례적 표현이 담긴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서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과 향후 ‘추가 수사’까지 염두에 둔 검찰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시타비’(나는 옳고 타인은 틀렸다) 등 정치권 신조어를 사용했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선 “징역 11년을 훨씬 상회해 선고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이 영장 청구서에 사자성어를 인용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정치적 수사’를 대거 끌어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전략적으로 표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에서 법률적 판단이 이뤄지기 전에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가 정치적 대응을 안 했다면 이런 표현도 안 나왔을 것”이라며 “검찰 영장 청구서는 정당하게 수사하는 걸 국회가 막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국회를 상대로 하는 말 같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 위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매우 중대한 지역 토착 비리”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의식한 이례적 표현 같다”면서 “나아가 검찰의 추가 수사와 재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를 ‘정치 영장’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적 표현을 빌린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11년 정도 중형이 예상된다는 건 법리적으로 타당한 표현”이라면서도 “다만 내로남불, 아시타비 등은 법률용어도 아니고, 정치적 표현을 사용한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추후 검찰과 야당 간 퇴로 없는 대결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2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 대표가 차례로 나서 영장 청구 취지의 정당성과 부당성을 각각 항변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 ‘시정농단·내로남불·아시타비’ 이례적 용어 두고…檢·野 전면전 양상

    ‘시정농단·내로남불·아시타비’ 이례적 용어 두고…檢·野 전면전 양상

    국회가 오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례적 표현이 담긴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서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과 향후 ‘추가 수사’까지 염두에 둔 검찰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시타비’(나는 옳고 타인은 틀렸다) 등 정치권 신조어를 사용했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선 “징역 11년을 훨씬 상회해 선고될 것임이 명백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이 영장 청구서에 사자성어를 인용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정치적 수사’를 대거 끌어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전략적으로 표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에서 법률적 판단이 이뤄지기 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가 정치적 대응을 안 했다면 이런 표현도 안 나왔을 것”이라며 “검찰 영장 청구서는 정당하게 수사하는 걸 국회가 막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국회를 상대로 하는 말 같다”라고 설명했다.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 위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매우 중대한 지역 토착 비리”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의식한 이례적 표현 같다”라면서 “나아가 검찰의 추가 수사와 재수사의 정당성도 부여하려는 의도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를 ‘정치 영장’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적 표현을 빌린 것이 오히려 부담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11년 정도 중형이 예상된다는 건 법리적으로 타당한 표현”이라면서도 “다만 내로남불, 아시타비 등은 법률용어도 아니고, 정치적 표현을 사용한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추후 검찰과 야당 간 퇴로 없는 대결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2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 대표가 차례로 나서 영장 청구취지의 정당성과 부당성을 각각 항변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 대통령 비서실장, 이태원 ‘사고·사망자’ 표기에 “법률용어 쓴 것”

    대통령 비서실장, 이태원 ‘사고·사망자’ 표기에 “법률용어 쓴 것”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정부가 공식 문서 등에서 이태원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고 각각 표기한 데 대해 “재난안전법에 있는 법률적 용어를 중립적으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대본에서 실무자들이 그렇게 썼는데 저희는 지금 그 용어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저희도 참사, 희생자라는 말을 썼다”면서 “(사고, 사망자로 돼 있는) 업무보고 자료는 세밀히 살펴보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제 인사 말씀에는 분명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 그렇게 돼 있다”고 발언했다가 ‘세월호’를 ‘이태원’으로 바로잡기도 했다. 앞서 김 실장은 업무보고 인사말에서 “위원님께 인사를 드리기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언급했다.
  • 野 인권위에 “이태원 ‘참사’,‘희생자’ 표현 권고해야” vs 與 “사고는 법률용어”

    野 인권위에 “이태원 ‘참사’,‘희생자’ 표현 권고해야” vs 與 “사고는 법률용어”

    여야는 2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태원 참사’와 문재인 정부 시기 탈북어민 강제 북송 문제 등을 두고 맞붙었다. 특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표현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에게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의 명칭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로 바꿀 것을 정부에 권고하라고 촉구했다. 명칭 속에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론을 피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률적 용어라며 이에 맞섰다. 김수흥 민주당 의원은 송 위원장에게 “합동분향소가 어떻게 명기돼 있는지 아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며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인권위가 정부에 조치를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도 “사고가 아니라 참사가 맞지 않나”라고 질의했다. 송 위원장은 이에 대해 “비참한 사고를 줄여서 얘기하면 참사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고 또는 사망자는 최대한 무색 투명한 용어를 쓰고 싶다는 의사가 반영된 용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번 참사를 인재라고 볼 수 있느냐’는 박영순 의원 질의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국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 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이제 사실 관계를 밝히기 시작했고 의견 개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송 위원장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 일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없이 주무 장관의 사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절한 시점에 (윤 대통령의) 사과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의 용어에 대한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장동혁 의원은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미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라고 이미 참사라는 용어를 썼다”며 “다만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사회재난은 사고라는 용어를 법률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피해자를 사망자, 실종자, 부상자 등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부에서의 용어 사용을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거나 진실을 덮을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송 위원장이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인권 보호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일준 의원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진정이 제출됐는데 인권위는 각하 처분했다”며 “인권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김정은의 비위를 건들지 않으려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전봉민 의원도 “탈북어민도 우리 국민인데 인권위는 정부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 실패를 두고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입을 닫고 있으니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이 무산된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년 만에 인권후진국 오명을 쓰게 됐다”며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 검찰권 오남용에 아무런 책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한편 국회가 2012년 1회 물 사용량이 6ℓ 이하인 절수형 양변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수도법을 개정해 놓고도 현재까지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한국물순환협회와 함께 조사한 결과 국회 내 본청과 의정관, 박물관, 도서관, 소통관 등의 건물에는 막대기 같은 손잡이를 내리고 있으면 계속해서 물이 나오는 ‘후레쉬 밸브용 변기’를 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회부터 법을 위반하는 상황에서 산업계와 국민에게 국회가 물 절약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 ‘세월호·삼풍백화점 등의 사건을 내가 맡았다면’… 저자의 가상 변론 노트

    ‘세월호·삼풍백화점 등의 사건을 내가 맡았다면’… 저자의 가상 변론 노트

    [신간] 변호사 실격 (류동훈 지음, 지노 펴냄, 164쪽, 1만 5000원) 형법(Criminal Law)에 관한 책으로, 변호사인 저자의 가상 변론 노트이자 일기장이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 박종철 고문치사,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사건과 같은 우리 형법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범죄들에 대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기도 하다. 본문에 담긴 실제 사건들은 형법의 기본 법칙 중에서 ‘범죄의 성립’과 관련한 선도적 사건(leading case)들이다. 즉 이들은 범죄 성립에 관해 형법의 이론을 구성하는 핵심 내용이 된다. 책은 주인공 변호사가 발생 사건 당사자들과 직접 부딪히며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어떤 법 이론을 적용할지 고민하며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받게 되는 형식으로 구성돼있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 범죄란 어떻게 성립하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어려운 법률용어를 지양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으며 실제 사건의 판결문을 인용함으로써 현실감과 완성도를 높였다. 독자들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형법의 내용은 물론 당시의 사회적 상황, 나아가 오늘 우리의 모습까지 두루 살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본문에는 변호사의 신분으로, 또는 한 개인으로 법과 정의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며 “법과 정의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저자와 함께 다채로운 생각의 화두들을 펼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 법사위 처리 불발

    ‘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 법사위 처리 불발

    여야가 4일 ‘고 이예람 중사 특별검사법’ 처리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었지만 특검 추천 과정과 수사 대상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처리에 실패했다. 여야는 다시 협의 과정을 거쳐 처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소위 도중 “지금 저희가 이견이 있어서 한 번 더 해야 할 거 같다”며 “전체회의는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만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야는 우선 특검 추천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안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서면으로 4명의 추천을 받아 교섭단체가 합의한 2명의 특별검사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는 방식이고 더불어민주당 안은 교섭단체가 한 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논의 과정에서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절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합의까지 이르진 못했다. 또 2차 가해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가 됐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차 가해가 명확한 법률용어가 아니어서 그 부분도 명확하게 결론을 못 내렸다”고 전했다. 여야는 이달 중순쯤 다시 열리는 법사위에서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전 의원은 “원내대표 간 (협상이) 필요할 것 같다”며 “(다음 일정은) 간사 간 협의해서 정해질 거니까 늦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법사위에서 특검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5일 본회의 문턱까지 넘으면 특검 후보 추천 과정 등을 거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날 처리가 무산되면서 특검 도입 여부 및 추진 일정 등도 당분간 불투명하게 됐다. 이 중사 특검은 여야가 역대 처음으로 합의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특검이다. 향후 합의 과정을 거쳐 출범한다면 특검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이후 군 상부의 신고 묵살 및 은폐 과정 등을 집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 중사 특검에 합의한 것은 군검찰단이 해당 사안을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아 국민적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군 내부의 2차 가해 끝에 이 중사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유가족을 직접 만나 “(특검 요구를)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을 공약하기도 했다. 이번 특검은 큰 진통 없이 본회의까지 법안 처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정치인들의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라 벌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그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범죄 사건 때도 ‘정치 공세’에 그쳤을 뿐 특검 도입은 유야무야됐다. 이 사건은 군검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지만 입건된 피의자 25명 중 15명만 재판에 넘겼고 이들 중에서도 일부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 [이경우의 언파만파] 대권 후보/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의 언파만파] 대권 후보/어문부 전문기자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정당별 경선이 한창이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흔히 ‘대선 후보’, ‘대권 후보’로 불린다. ‘대선’은 국어사전의 풀이처럼 ‘대통령을 뽑는 선거’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대선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사람” 정도의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대권’(大權)은 다른 무게로 들린다. 먼저 표준국어사전에는 ‘대권’이 이렇게 풀이돼 있다. ‘[법률]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국가의 원수가 국토와 국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 이 사전에는 법률용어로서 헌법상의 권한을 뜻한다고 돼 있다. 일상에서 받아들이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에 비해 연세한국어사전은 일상의 낱말처럼 다뤘다. ‘①국가의 우두머리가 나라를 통치하는 법적 권한. 대통령의 권한. ②국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큰 권력.’ 이 사전의 풀이처럼 일상에선 ‘큰 권력’으로도, 곧 ‘대통령 자리’를 가리키는 말로도 받아들인다. 대통령 외에 다른 자리를 ‘대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투영해 온 ‘절대권력’의 이미지도 ‘대권’에 담는다. 이러한 역사는 짧지 않다. 중국 역사에서도 ‘대권’은 곧 절대적인 권력을 가리켰다. 당나라 역사책인 ‘당서’에서는 “왕도(王都)는 몸, 왕도 근처는 팔, 천하는 손가락과 같다. 이것이 천자의 대권”이라고 했다. ‘대권’이 “천하, 즉 온 세상을 마음대로 하는 권한”이란 뜻으로 일찍부터 쓰인 것이다. 일본의 메이지 헌법에 등장하는 ‘대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헌법의 대권은 헌법상 기관의 참여에 의하지 않고 일왕이 정무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뜻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이는 ‘대권’ 역시 임금의 절대적이고 큰 권력을 뜻했다. “대체 벼슬 주고 녹 주는 것은 임금의 대권이라 신하가 감히 제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니….”(세종실록 8권) ‘대선’과 달리 ‘대권’에는 이러한 왕조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대권 주자, 대권 도전, 대권 후보, 대권 구도’ 같은 표현 속에는 이전 시대의 생각이 남아 있다는 표시다. 이런 표현은 ‘힘’과 ‘권력’, ‘절대적’이란 의미들도 같이 불러온다. 때에 따라서는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헌법의 정신을 따른다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만 나온다. 대통령에게 권력을 준다는 표현은 없다. 대통령에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이 있을 뿐이다. ‘대권’은 대통령을 절대권력이 있는 자리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이전 시대의 용어다.
  • “코로나시대 보이스피싱 더 영악해졌다”…연구원·공무원도 당해

    “코로나시대 보이스피싱 더 영악해졌다”…연구원·공무원도 당해

    “검사라고 전화한 사람이 세련된 법률용어를 구사하고, 법원 공문서도 가짜로 의심하기 힘들었습니다. 금융위 공무원이란 사람은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한 이름을 쓰면서 협박, 회유, 위로 등 잘 짜여진 시나리오로 진짜 발생한 것으로 믿게했어요. 예전 ‘개콘’에 나오는 조선족 말투 쓰는 보이스피싱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검사를 사칭해 접근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18억원을 빼앗긴 50대 초반의 회사원 박모씨(서울신문 9월 2일자 온라인 기사)는 4일 서울신문과 다시 전화통화하면서 “코로나19로 당연시된 비대면이 보이스피싱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대면 거짓 수사·주택담보대출 등을 의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비대면시대를 맞아 보이스피싱이 진화하고 있다. 연구원,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자영업자 등 신분과 관계없이 당해 피해자를 ‘바보’로 비난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죄수법이 교묘하고 지능적이다.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만나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져 보이스피싱이 줄었는데 수법이 진화하면서 올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전은 2019년 1434건에 피해액 252억원에서 지난해 1014건에 207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528건, 119억원으로 지난 한해의 절반이 넘었다. 범죄수법은 크게 3가지 유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서민금융대출형’이다. 유명 A은행 명의로 “서민안전대책자금 신청을 받고 있는데 당신은 아직 하지 않았다”는 문자를 보내 전화를 걸어오면 휴대전화에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요구한다. 이런 원격조정용 앱 등을 통해 피해자의 부채 상태를 파악하고 “금융감독원 심사 결과 B은행 빛 ×××만원을 갚아야 자금을 받을 수 있다”며 “빨리 받으려면 금융감독원 직원을 보낼테니 현금으로 전달하라”고 수거책을 보내 받아간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의 기존 빚보다 훨씬 싼 이자 등 좋은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코로나로 자금난이 심각한 자영업자들이 많이 당한다”며 “요즘은 계좌 개설하는 것이 까다로워 보이스피싱범들이 남의 계좌를 빌리기가 힘드니까 현금 직접 수령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20~30대 상대 보이스피싱도 있다. 경찰과 검찰 등 사법기관을 사칭해 “○○○씨 명의가 도용돼 범죄에 연루된 게 발견됐다”며 불법 자금 연루여부 확인에 필요하다며 상품권 구매를 통한 본인 인증을 요구한다. 피해자가 망설이면 “핀번호 확인 후 돌려주겠다”고 재촉해 가로챈다. 돈이 많지 않은 청년에게 30만~40만원씩 뜯어내는 수법이다. 박씨 사례처럼 검사를 사칭하는 수법은 공무원, 공공기관·연구기관 직원 등 조직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자주 활용된다. 박씨도 “당신 명의 대포통장이 300억원대 인터넷 쇼핑사기 범죄에 연루됐다. 코로나로 검찰 출두 조사가 어려우니 약식으로 비대면 피해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에 걸려 들었다. 박씨에게 가상화폐(비트코인) 수법으로 사기를 친 보이스피싱 일당도 앱 설치를 요구했고, “국고에 환수한 뒤 돌려주겠다”며 입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박씨의 아내는 “검사라며 무척 권위적으로 접근했는데 남편이 성실하지만 오랜 조직생활로 권위에 복종하고 겁 많은 점도 피해를 당하는데 한몫한 것 같다. 그런 위축된 마음에서 ‘국고에 환수했다 금새 돌려준다’고 하니까 믿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박씨는 결국 30년 직장생활로 모은 예금과 적금 3억원은 물론 최근 급등한 자신의 아파트로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15억원의 빚을 지는 등 총 18억원을 사기 당했다. 박씨의 아내는 “열심히 돈 모아 장만한 아파트를 급매로 내놓았다. 남편이 아침에 산책 간다고 해 (딴맘 먹을까봐) 벌떡 일어나 따라갔다”며 “이번 일로 누구나 삶이 파괴될 범죄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사 속도를 높여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대전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범죄 피해자의 70%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40~50대로 그들의 다급한 심리를 악용해 세뇌시키면서 범행을 한다. 바보여서 당하는 게 아니다”면서 “사법기관은 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앱 설치 요구에 절대 응하면 안된다. 그리고 금융기관 대출 등은 직접 찾아가 상담해야 안전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가 휴대전화로 연락한 기관을 확인하려 하면 미리 설치케한 앱을 통해 전화를 가로챈 뒤 그 기관이 맞다고 속이고 수사 등이 진짜 이뤄지는 것처럼 대응할 정도로 사기 수법이 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 與 “檢쿠데타·윤석열 게이트”… 尹캠프 “가짜뉴스로 정치 공작”

    與 “檢쿠데타·윤석열 게이트”… 尹캠프 “가짜뉴스로 정치 공작”

    ‘고발 대상’ 최강욱 등 여권 “공작 수사”이낙연·정세균 “공수처 수사해야” 맹공조국 “尹, 총선 앞두고 다 계획 있어” 가세 이준석 “사실관계 알아보는 중” 말 아껴국민의힘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재임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청부 고발’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2일 불거지면서 정치권은 큰 파장에 휩싸였다. 청부 고발의 대상으로 지목된 정치인들과 여권은 맹폭을 쏟아부었고, 윤 전 총장은 의혹을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날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월 3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대구고검 인권보호관)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 3명과 언론사 관계자 7명, 성명 미상자 등 총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고, 김 의원이 이를 당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에는 지난해 3월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이들 정치인이 개입했다는 혐의가 포함됐다. 고발인란은 빈칸으로 남아 있어 청부 고발 의혹이 제기됐다. 고발 대상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공익제보: 검사가 검사 출신 야당 후보에게 여권 정치인에 대한 음해성 고발장을 대신 써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용어”라고 쓰며 ‘공익제보’였다고 주장한 김웅 의원을 비꼬았다. 여권 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검찰이 야당과 획책하려던 공작 수사의 마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맹공에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와 국정조사 등 강력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 “만약 사실이라면 검찰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고 명백한 검찰 쿠데타 시도”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윤석열 정치공작 게이트”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사실이라면 국가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범죄”라며 법사위 소집을 요구했다. 윤 전 총장과 대립해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 총선 앞두고 다 계획이 있었다”면서 “언론의 자유 침해를 넘어 명백한 범죄행위다. 고발을 사주한 손 차장검사는 물론 윗선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혹 당사자인 김웅 의원과 윤 전 검찰총장 측은 관련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김 의원은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제보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는 “명백히 허위보도이고 날조”라면서 고발을 사주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윤 후보를 흠집 내려는 음모와 정치 공작의 배후 세력이 밝혀져야 한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여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확인된 사실이 많지 않다”면서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근길에서 이 대표는 “사실관계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 [유정훈의 간 맞추기] 법치와 정치/변호사

    [유정훈의 간 맞추기] 법치와 정치/변호사

    몇 해 전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소가 설치되며 주차면 몇 개가 전기차 전용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누가 쓰나 싶을 정도였는데,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며 풍경이 금세 바뀌었다. 순수 전기차 소유자가 충전이 완료됐음에도 밤새 차량을 세워 둔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에게 항의한 일도 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 충전에 관한 규칙이 생기고 대부분 이를 지키면서 입주자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어진 것 같다. 전기차 주차공간은 충전에 필요한 시간 동안만 이용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하고, 충전이 완료됐는데 차를 세워 두는 사람에게는 연락해 옮기도록 하고, 반복적으로 규칙을 어기면 일정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법치’의 영역이다. 입주자들이 규칙을 정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집행만 제대로 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아파트 입주자들은 불만 없이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날로 늘어나는 전기차를 감당하려면 충전소를 더 설치할지, 필요한 재원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일반 주차면이 줄어들면 영향을 받는 가솔린 차량 소유자들은 어떻게 설득할지, 이런 문제는 정해진 규칙을 집행하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여기서부터는 ‘정치’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눈앞이다. 전직 법관, 전직 검사도 출마를 선언했고 변호사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보도 있다. 이분들이 낯부끄러운 행동과 언행을 보일 때면 사실 속으로 뜨끔할 때가 있다. 나도 법률가 경력이 근 20년에 이르니 남의 일처럼 비웃고 끝낼 수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가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정치에 부적격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에이브러햄 링컨, 로버트 케네디, 버락 오바마의 사례가 이를 멋지게 반증한다. 법률사무소를 같이 운영했어도 노무현의 정치와 문재인의 정치는 다르다. 결국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의 문제라는 얘기다. 법률가 출신 대선 후보를 국민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법치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정치가 필요한 곳에 법치를 들이대지는 않을지, 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법치와 정치의 관계는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복잡한 주제다. 때로 정치가 법치를 압도해서 생기는 문제도 있고, 정치로 다툴 문제를 법정에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를 경계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법치와 정치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정치는 대부분 법치 이상의 일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법치라는 당연한 얘기를 반복하거나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정치행위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정치를 보여 주길 바란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유권자를 직접 만나 설득해야 한다. 알아듣기 쉽게 법률용어로 표현하자면, 이는 유권자의 권리요 대선에 출마한 여러분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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