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조사” 강조하던 오세훈, “탄핵 능사아냐” 신중론 배경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6시간 비상계엄’ 이후 3일 만인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침묵을 깨고 수습책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4일 “철저한 조사”만 언급할 뿐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았던 입장에서, 이틀 뒤에야 한 발짝 나아간 셈이다.
하지만 “탄핵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전제해, 오는 7일 국회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신중론을 펼쳤다. 여권 중진으로서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극심히 대립하고 있는 당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 인도·말레이시아 출장을 취소한 오 시장은 여권 중진 등 여의도, 대통령실과 광범위하게 소통하고 있다. 다만 차기 대권 잠룡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직과 관련해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참모들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당일 즉각 반대 입장을 냈던 것과 대비된다.
오 시장이 이날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발표한 시점도 주목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아침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조속한 집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이후다.
전날까지 형성됐던 국민의힘의 탄핵안 부결 기조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탄핵에는 선을 긋고 윤 대통령에게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은 안된다는 여권의 위기감을 의식한 대목으로 보인다.
아울러 ‘책임총리제 전환’ 카드로 국민 불안 해소와 질서 있는 수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실권형 총리가 견제하는 의미의 책임총리제는,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도 내걸었지만 실현 여부에 논란이 많았다.
윤 대통령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나 질서있는 수습이 없다면, 최종적으로는 탄핵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기류도 읽힌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에 참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12명은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책임 총리가 이끄는 비상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뜻을 같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