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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AI 연출과 콘서트 오페라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AI 연출과 콘서트 오페라

    올해는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전막 초연된 지 150년이 되는 해다. 전체 4부작으로 총 연주 시간이 15시간에 달하는 이 음악극은 종합예술작품을 지향한 바그너의 예술적 정수라고 불린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바그너가 건립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페스티벌로 바그너의 오페라만을 무대에 올린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여느 오페라극장과는 다르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무대 앞의 피트는 깊숙이 파여있고 일부가 덮여있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무대와 객석의 독특한 구조를 거쳐 신비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바그너는 귀족들이 오페라는 보지 않고 잡담을 나누거나 이성을 훔쳐보던 박스석을 없애고 모든 관객이 무대를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대의 관객들에겐 어려움도 있다. 딱딱한 의자나 좁은 좌석 간 거리는 여전히 개선이 어렵고, 에어컨도 없으니 요즘처럼 폭염이 닥치기라도 하면 관람환경은 끔찍해진다. 바그너 작품의 매력, 아니 마력이 아니면 이 페스티벌의 인기는 설명이 어렵다. 올해 ‘반지’ 프로덕션의 정식 제목은 ‘니벨룽의 반지 10010110’였다. 이 숫자는 150을 이진수로 표현한 것으로, 전 세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를 연출에 활용한 것을 의미했다. 원래는 한 차례만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삭감으로 일부 오페라가 취소되면서 두 사이클이 추가돼 결과적으로 세 차례 공연되었다. 연출자는 따로 없이 큐레이터와 비주얼 아티스트가 150년간 바이로이트의 ‘반지’ 공연 이미지와 역사적 사건들을 AI에게 활용하도록 했고, AI는 이를 바탕으로 공연 중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영상을 생성해 무대 전면의 거대한 스크린에 투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에서 보러 간 애호가들이나 해외의 비평가들 모두 혹평을 보냈다. 영상들은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훌륭한 음악과 뒤섞이지 못하고 따로 놀았으며, 관객이 음악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한다. 공연 후 기립박수를 받은 음악가와 달리 무대 위에 오른 제작진은 야유를 받았다. 오페라 연출에서 AI 도입이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술이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이 더한다고 더 풍부한 예술 경험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이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콘서트 오페라의 의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콘서트 오페라는 무대를 덜어내고 연기와 의상은 최소화하고 음악에 최대한 집중한다. 관객은 음악과 언어에 몰입하며 자신의 상상력으로 시각적 무대 너머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콘서트 오페라는 세트 제작이나 인건비를 아끼고 연습 기간을 단축시키며 한두 번만의 공연도 가능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국공립 콘서트홀이나 오케스트라라면 음악의 다양성 확보 면에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콘서트 오페라를 시도하면 어떨까. 콘서트 오페라도 오페라다.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 사무엘 윤·최인식·김기훈의 힘… ‘니벨룽의 반지’ 압축한 완벽한 요약본

    사무엘 윤·최인식·김기훈의 힘… ‘니벨룽의 반지’ 압축한 완벽한 요약본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니벨룽의 반지’는 무대에 올리는 일 자체가 사건이다. 26년에 걸쳐 완성한 4부작을 다 듣는 데만 16시간이 걸린다. 1876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전막이 초연된 지 150년이 흘렀지만 국내에서 전막을 온전히 만나기란 여전히 어렵다.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1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하이라이트 콘서트는 그 간극을 파고들었다. 각 부를 50분 안팎으로 압축해 3시간 45분(인터미션 20분 포함)에 담았다. 신들이 황금 반지를 손에 넣는 1부 ‘라인의 황금’부터 그 반지가 신들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4부 ‘신들의 황혼’까지, 인과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게 서사의 뼈대를 잘 살렸다.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왔다. 기획자인 바리톤 사무엘 윤(알베리히·하겐)을 비롯해 바리톤 최인식(보탄·방랑자)·김기훈(도너·군터), 테너 김재형(지그프리트), 소프라노 이명주(브륀힐데)·김은희(지글린데) 등 성악가 14명은 무대 장식 없는 2D형 공연에 생생한 연기를 가미해 3D로 만들었다. 99인조 오케스트라를 이끈 아드리앙 페뤼송은 공연 내내 서서 지휘하면서도 입 모양으로 노래를 따라 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사무엘 윤은 ‘명불허전’이었다. 1부에서 알베리히 역할을 할 때는 재킷을 벗어 머리에 뒤집어쓰고 쪼그려 앉아 두꺼비 흉내를 내며 객석에서 웃음을 끌어냈다. 4부의 하겐은 정반대였다. 무대 좌우를 오가며 지그프리트와 군터, 브륀힐데, 구트루네(김지원)를 파멸로 몰아넣는 교활함, 그 자체였다. 알베리히와 하겐은 부자지간이다. 아버지가 반지에 건 저주가 아들의 몸을 빌려 실현되는 과정을 같은 목소리로 풀어내며 탄탄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최인식과 김기훈은 엄청난 성량과 또렷한 발성으로 유럽 극장들이 아끼는 바리톤이라는 그들의 명성을 입증했다. “관악기 소리가 워낙 커서 성악가의 성량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던 김기훈의 소리는 대편성 오케스트라 앞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4부 마지막 지그프리트를 화장(火葬)하는 장면은 공연장 전체에 붉은 조명이 켜지며 분위기를 최대치로 올렸다. 오케스트라가 불안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부 ‘발퀴레’에 등장해 4부까지 이어지는 ‘발퀴레의 기행’ 선율은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유도 동기여서 정확한 재현이 필수인데, 관 파트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발퀴레의 기행’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지옥의 묵시록’(1979)에서 활용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가장 유명한 곡에서 생긴 균열은 성악이 제 몫을 다했기에 더욱 아쉽다. 최인식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두고 “가수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모든 조건이 블렌딩돼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의 결과는 그 말의 정확한 증명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은 것은 분명하다. 바이로이트에서 알베리히를 불러온 사무엘 윤, 쾰른에서 ‘반지’ 전편을 소화한 최인식, 올해 베를린 필하모닉과 ‘라인의 황금’을 부른 김기훈, 김재형과 이명주까지 각자 유럽에서 쌓은 이력이 한자리에 모여 대작을 완성한 것은 초연 15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이었다고 할 만하다. 완벽한 요약본을 읽었으니 남은 것은 원본을 감상하는 일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1부 ‘라인의 황금’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공연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 두 남자, 바그너의 ‘반지’를 깨우다

    두 남자, 바그너의 ‘반지’를 깨우다

    보탄·방랑자 역 맡은 최인식바그너 오페라에 동양인 캐스팅노래로 문제없다는 것 인정받아도너·군터 역 맡은 김기훈같은 스승에 배운 연세대 선후배 다음엔 함께 주연으로 서고 싶어 “처음에는 솔직히 지루했거든요. 음악을 접해 보니 웅장함에 매료됐어요. 이러니 사람들이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에 가는구나 싶었습니다.”(바리톤 김기훈) “가수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모든 조건이 잘 섞여야 시너지가 납니다. 독일 쾰른에서 한 시리즈를 한국에서 다시 해볼 수 있어 감사하죠.”(바리톤 최인식) 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반지) 전막 초연 150주년 기념 하이라이트 콘서트가 8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1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반지’는 신들과 니벨룽족, 인간 영웅이 뒤엉켜 신들이 몰락하고 인간 시대가 열리는 과정을 그렸다. 15시간 4부작을 235분에 담은 이번 공연은 무대와 연출을 덜어낸 연주회 형식으로, 지휘자 아드리앵 페뤼숑과 부천필하모닉에 ‘바이로이트의 영웅’ 바리톤 사무엘 윤(알베리히·하겐), 소프라노 이명주(브륀힐데) 등 믿고 들을 성악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최인식(37)과 김기훈(35)이 가세한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최인식은 자신이 연기하는 보탄과 방랑자에 대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발퀴레’(2부) 3막 ‘보탄의 고별’을 가장 좋아한다며 “서른 해쯤 뒤 나이 들어도 노래하는 게 꿈인데 그때 꼭 다시 부르고 싶은 곡”이라고 덧붙였다. 도너와 군터를 연기하는 김기훈은 두 배역을 ‘어리석음’으로 묶었다. “천둥의 신 도너는 힘으로만 해결하려니 우둔해 보이고, 군터는 이복형제 하겐에게 이용당한다”며 “지크프리트의 배신을 알고 복수심에 불타는 삼중창을 봐달라”고 했다. 김기훈은 올해 초 키릴 페트렌코의 베를린 필하모닉과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8번 ‘천인’을,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라인의 황금’(1부)을 협연했다. 최인식은 2015년부터 쾰른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2017년부터 매년 ‘반지’ 축약판으로 전편을 공연한 경험이 있다.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에선 보탄, ‘지크프리트’(3부)에선 방랑자, ‘신들의 황혼’(4부)에선 알베리히를 맡았다. 동양인이 바그너의 신을 노래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독일인의 자존심 같은 바그너의 인물을 동양인에게 맡기는 건 큰 결정”(김기훈)이라면서 “그림이 안 맞을 순 있지만 노래로는 문제없다는 뜻”(최인식)이다. 극장 전속과 프리랜서로 걸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의 연은 누구보다 끈끈하다. 연세대 성악과 09·10학번으로 김관동 교수를 사사했고, 학교 오페라 ‘라보엠’에선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했다. 최인식이 쾰른에서 이력을 쌓는 사이 김기훈은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오디션 없이 캐스팅되는’ 가수가 됐다. 앞으로도 둘은 바그너와 베르디를 오간다. “악기(목소리)가 준비되지 않아 베르디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최인식은 다음 시즌 ‘리골레토’와 ‘맥베스’ 무대에 오르며 레퍼토리를 넓혀간다. “베르디에 특화한 바리톤”인 김기훈은 내년 도르트문트 ‘탄호이저’ 볼프람으로 바그너 주역에 데뷔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보엠’, 덴마크 왕립오페라 ‘팔스타프’도 준비한다. 인터뷰 전부터 음악에 대한 얘기를 끊임없이 나누던 이들은 서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기훈은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 나도 저래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분”이라 했고, 최인식은 “성량은 물론 섬세하고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는 가수”라고 화답했다. 레퍼토리가 겹쳐 주역으로 함께 서기 힘든 둘의 꿈은 같다. “둘 다 주연으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마음 맞으면 눈빛만 봐도 알거든요.”(김기훈) “같이 서면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최인식)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묘미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묘미

    올해도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점점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휴가 생각이 간절해진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휴가도 음악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집중적으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음악 축제라면 더욱 좋다. 페스티벌에는 기존 악단이 그대로 참여하는 경우가 있고, 한시적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조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수많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지만 빈 필하모닉이 상주악단으로 많은 연주를 펼칠 뿐, 별도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없다. 호수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인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반주를 맡는 것도 빈 심포니라는 단일한 악단이다. 한편 루체른 페스티벌은 임시로 조직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2003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마지막 음악적 이상을 불태우기 위해 조직했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전현직 악장·수석과 자비네 마이어 등 특급 연주자가 모여 해마다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며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을 열광시켰다. 아바도 사후 현재는 리카르도 샤이가 음악감독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으며, 여전히 오케스트라 애호가들에겐 잘츠부르크만큼이나 가고 싶은 페스티벌로 꼽힌다. 바그너 오페라에만 온전히 바쳐지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역시 독일 각지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바그너의 풍부하고 깊은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스위스의 또 다른 페스티벌인 베르비에 페스티벌도 역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조직한다. 하지만 이곳은 28세 이하의 젊은 연주자들로만 구성되며, 세계적인 지휘자가 이들을 이끈다. 젊은 연주자들을 더 성숙한 음악가로 만들어 내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삼는다는 점이 앞선 곳들과 다르다. 당연히 이들의 음악에는 젊은이들만의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 우리도 지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작은 규모였지만 그 감흥을 느껴 본 적이 있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전통은 우리나라에도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 평창대관령음악제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중요한 공연을 맡는다.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개폐막 공연에서 연주한다. 수준급의 젊은 한국 음악가들이 늘어나면서 구성원도 점점 화려해지는 추세다. 앙상블의 숙성에 시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단기간 활동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상설악단만큼 정밀한 앙상블을 들려주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는 신선함과 활기가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해석이 탄생할 수도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평소 만날 수 없던 동료들과 우정을 나누고 축제의 기분을 느끼며 음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객석에서도 마음의 단추를 하나쯤 더 풀고 음악을 즐겨 보자. 페스티벌은 정신을 벼리기보다는 잠시나마 이완시키는 시간이다.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 지구서 52억㎞ 소행성 ‘류구’… 지구 물의 기원 비밀을 품다

    지구서 52억㎞ 소행성 ‘류구’… 지구 물의 기원 비밀을 품다

    2014년 12월 발사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무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사진)는 4년 넘게 52억㎞를 날아 2019년 소행성 ‘류구’ 표면에 착륙해 탐사한 다음 이듬해 약 5.4g의 암석 시료를 지구로 보내왔다. 소행성은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생겨났을 당시 흔적이 담겨 있는 타임캡슐 같은 존재로, 이를 분석하면 태양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일본, 프랑스, 미국, 한국, 덴마크, 독일, 중국, 호주, 영국, 스위스 10개국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구 근처 소행성 류구의 모체(parent body) 내에 유체(물)가 형성된 뒤 10억년 이상 흐르고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에는 일본 도쿄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국립 양자 과학기술연구원 간사이 광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프랑스 소르본대, 미국 카네기 과학연구소, 항공우주국(NASA) 존슨 우주센터, 한국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대, 극지연구소, 덴마크 코펜하겐대, 독일 바이로이트대, 중국 홍콩대, 호주 퀸즐랜드대, 영국 자연사박물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ETH Zurich) 등 57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9월 11일 자에 실렸다. 류구같이 우주에서 움직이는 소행성 관측이 중요한 것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한 운석과 달리 지구 환경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작아 광물 입자의 화학 성분을 분석하면 형성 과정은 물론 형성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구는 탄소와 물이 풍부한 C형(탄소질) 소행성이다. 탄소질 소행성은 태양계 소행성대의 외곽 지역에서 가장 흔한 천체다. 이들은 태양계 외곽에서 먼지와 얼음으로 형성됐고, 지구형 행성에 물과 기타 물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행성에서 수성(水性) 활동을 파악하면 행성의 진화에 대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류구를 포함한 일부 탄소질 소행성 분석에서 모체 형성 후 몇백만 년 이내에 유체·암석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수성 활동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표본 분석으로 루테튬(Lu) 176이 하프늄(Hf) 176으로 바뀌는 동위원소 붕괴 과정을 관찰했다. 보통 동위원소 분석은 연대 측정에 사용되지만 이번에는 류구의 모체에서 유체 흐름의 시기를 판단하는 데 활용됐다. 분석 결과, 류구가 형성된 뒤 10억년 이상이 지날 때까지 Lu 176이 상당히 많았으며, Hf 176은 10억년이 지난 뒤에나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물 때문에 Lu 176 붕괴가 늦춰졌다는 말이다. 또 유체 이동은 열을 발생시키는 충돌로 촉발됐으며 이에 따라 얼음이 녹고 소행성에 균열이 생겨 유체가 흐를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이즈카 쓰요시 도쿄대 교수(고체 지구과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류구 같은 탄소질 소행성으로 알려진 천체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2~3배 더 많은 물을 지구형 행성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 세계적인 동굴 저음 매력 속으로 푸~욱

    세계적인 동굴 저음 매력 속으로 푸~욱

    “한국의 소프라노 가수를 떠올리라고 하면 금방 몇 명 생각나죠. 또 오페라나 클래식에 관심이 없어도 ‘스리 테너’를 아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남성 성악 가수는 그렇지 않아요. 음악을 즐길 여유도 많지 않았고 공급도 부족했다고 봅니다.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죠.” ‘세계적인 베이스’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따라붙는 연광철(60)에게서 냉정한 현실과 그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이 나왔다. 큰 인기를 얻는 한국 소프라노도 있고 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로 묶이는 ‘스리 테너’는 이름이 술술 나올 정도이지만, 저음 가수에 대한 관심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3), 바리톤 김기훈(34)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저음 가수들과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오르는 ‘싱 로우 앤 소프트’ 공연이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광철은 독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10년간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700회 이상 무대에 올랐고, 1996년 세계적인 음악 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해 150회 넘는 공연을 했다. 독일 정통 가곡 ‘리트’의 거장으로도 평가받는다. 2018년에는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궁정 가수 ‘캄머쟁어’ 칭호를 받았다. 사무엘 윤은 2012년 동양인으로는 처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으로 발탁돼 세계 오페라 무대의 주목을 받았다. 쾰른 오페라극장 종신 가수로 있다가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2022년 캄머쟁어 칭호가 주어졌다. 김기훈은 2021년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 성악가 최초로 우승하며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데뷔하는 등 세계 클래식계에서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들 모두 개인 활동과 해외 공연, 후학 양성 등 일정이 촘촘히 짜여 있어 합동 무대 얘기가 나온 지 3년 만에 공연이 성사됐다. 사무엘 윤은 공연에 대해 “저음 가수 셋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는지, 또 그 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 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24일 청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1부 오페라 아리아, 2부 가곡으로 꾸며진다. 보통 오페라 아리아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바탕으로 하고 가곡은 피아노 반주를 덧대지만 이번 공연은 반대로 구성했다. 저음 성악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다. 1부에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비롯해 리하르트 바그너의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세페 베르디의 ‘돈 카를로’와 ‘리골레토’ 등 다양한 오페라 속 유명 아리아를 들려준다. 특히 ‘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피가로 아리아를 세 성악가가 각자의 개성으로 부르는 점이 눈에 띈다. 한 캐릭터가 성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시간이다. 반주는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한국인 최초 종신 오페라 코치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김정운이 맡았다. 2부에서는 저음 현악기인 첼로 10대와 더블베이스 2대로 구성된 코리아쿱현악앙상블이 협연한다. 연광철은 “오페라는 하나의 배역이 끝까지 가는데 가곡은 3~5분으로 짧지만 보여 줄 그림이 많다. 훨씬 더 다양한 색깔과 해석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셋은 친분이 두텁지만 한 무대에 동시에 선 적은 없다. 막내인 김기훈은 “연광철 선생님과 식사할 때마다 오페라 ‘돈 카를로’에 나오는 필리포 왕으로 함께 출연하고 싶다고 졸랐다”면서 “이런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떨린다”고 한껏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이런 기획으로 성악계가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이런 공연 콘셉트를 이어 시즌2 공연을 하고 한국 관객들의 다양한 클래식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무엘 윤도 “관객과 성악가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 나치 부역자 손녀, 유럽 극우 새 간판 등극

    나치 부역자 손녀, 유럽 극우 새 간판 등극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20% 넘는 득표율로 제1야당에 등극하면서 알리스 바이델(46) 공동대표가 유럽 극우 세력의 새 간판으로 떠올랐다. 바이델 대표는 독일 서부 귀터슬로에서 태어나 바이로이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골드만삭스·크레디트스위스·알리안츠 등 금융기관에서 근무했다. 대안당 창당 직후인 2013년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모델 삼아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했지만 2015년 시리아 등 중동 난민 문제가 떠오르고 난민 추방을 외치는 극우파들이 당으로 유입되자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적응하는 과정에 극단화됐다. 그는 자신이 유년 시절 이민자들에게 모욕과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자들을 “부르카를 쓴 여성과 정부 보조금을 받는 칼잡이 남성,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비난해 왔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달에는 머스크 CEO가 바이델 대표와의 대담을 엑스(X·옛 트위터)로 생중계하면서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노골적으로 응원해 논란이 됐다. 바이델 대표는 스리랑카 출신 스위스 여성 영화제작자인 자라 보사르트와 살며 아들 둘을 입양한 레즈비언이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은 스위스에 있다. 대안당은 동성혼에 반대하는 경향이 짙지만, 그는 자신을 성소수자인 ‘퀴어’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는 나치 부역자의 후손이기도 하다. 아돌프 히틀러가 임명한 판사인 한스 바이델이 그의 할아버지다. 독일의 모든 정당이 ‘대안당과는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바이델 대표가 새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민자를 비하하며 “추방, 추방, 추방”이라고 외치는 등 극단적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제2당이 된 건 민심의 반영”이라며 연정 참여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 음악가에겐 영감, 청중에겐 감탄… 지휘자는 항상 놀라움 선사해야

    음악가에겐 영감, 청중에겐 감탄… 지휘자는 항상 놀라움 선사해야

    세계적 마에스트로 직관 기회새 수장으로 취임 이후 첫 해외 무대‘120년 전통 악단’과 화학 반응 기대자주 듣기 힘든 곡들 유자 왕과 협연韓클래식 생생한 에너지 특별“젊은 관객들 가득한 공연장 놀라워그들의 열정적 호응 돈으로도 못 사조성진·임윤찬 완벽한 연주도 감동”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특별한 동력과 폭발적인 표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임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놀라운 순간들을 만들어 갈 특별한 기회에 큰 기대를 품고 있어요.” 오는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전석 초대로 열리는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음악회 ‘안토니오 파파노 경 & 런던 심포니 위드(with) 유자 왕’ 연주를 이끄는 안토니오 파파노(65) 런던 심포니 상임 지휘자는 내한에 앞서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소감을 밝혔다.1904년 설립돼 올해 창단 120년을 맞은 런던 심포니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악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중 한 명인 파파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런던 심포니를 이끈 명장 사이먼 래틀의 후임으로 이달 중순 새 수장에 취임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가 상임 지휘자가 된 이후 런던 심포니와 함께하는 첫 해외 무대다. 파파노와 런던 심포니가 환상적인 호흡으로 만들어 낼 ‘놀라운 순간들’을 직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한국 클래식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 연주된다. 협연자는 세계적인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 왕(37). 파파노는 “말러와 라흐마니노프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라며 “특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화려한 기교와 서정성이 강조되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협연자인 유자 왕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중국인 최초로 클래식 악기 솔로 부문을 수상한 유자 왕은 빼어난 음악성과 더불어 초미니스커트와 하이힐 등 파격적인 패션으로 유명하다. 파파노는 “화려한 의상과 구두 같은 외적인 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을 겸비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라고 극찬했다. “음악에 헌신적이고 철저히 준비하는 연주자입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도하는데 안전한 길 대신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해 왔다는 점에서 존경스럽습니다.” 파파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방한은 2018년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협연 때였다. 그는 200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최장수 음악감독을 지냈고 2005년 지휘자 정명훈 후임으로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난해까지 이끌었다. 파파노는 “첫 내한 공연은 매우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조성진이 록스타처럼 대우받으며 한 시간 30분 동안 사인회를 하는 장면은 정말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관객들로 가득 찬 공연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이 주는 에너지는 확실히 다릅니다. 연주자들은 그 에너지를 즉시 느끼게 되죠. 이런 반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한국이 매우 부럽습니다.” 한국 젊은 음악가들에 대한 감탄도 이어 갔다. “최근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작업했는데 정말 큰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앞으로도 그와 계속 협업할 계획이에요. 조성진과도 다시 함께할 기회가 있어서 무척 기대됩니다. 이들이 어린 나이에 서양 음악을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감정까지 완벽히 이해하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대단히 감동적입니다.” 이탈리아계 영국인인 파파노는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반주자, 성악 연습 코치를 거쳐 지휘자가 됐다. 27세에 노르웨이 국립오페라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이래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파파노는 훌륭한 지휘자의 덕목을 묻는 말에 “최고의 선생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음악가들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도록 영감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지휘자는 청중과 음악가들을 끊임없이 놀라게 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워진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건 무대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청중의 마음을 깊이 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젊은 청중에게 ‘이 엄청난 음악을 더 들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험을 선사해야 합니다.” 런던 심포니는 정통 클래식뿐 아니라 ‘스타워즈’ 등 영화음악 OST, 대중음악과의 협업 등 유연하고 폭넓은 행보를 보여 왔다. 파파노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는 어떤 모습일까. “저는 욕심이 아주 많은 지휘자입니다. 영국 음악은 물론 미국과 이탈리아 음악, 독일 오페라 음악 등 가능한 한 모든 음악을 다루고 싶습니다.”
  • 스타 성악가 목소리, 명품 오페라 채운다

    스타 성악가 목소리, 명품 오페라 채운다

    오페라 거장 베르디, 푸치니, 바그너의 대표작을 이용훈과 안젤라 게오르기우 등 세계적인 스타 성악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대형 공연 3편이 다음달 중순부터 10월까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서울시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들이 기획한 야심작으로 오페라 애호가라면 어느 하나 놓치기 아쉬운 명작의 향연에 클래식계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테너 이용훈, 베르디의 ‘오텔로’ 출연 예술의전당이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협업한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8월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오페라 대전의 포문을 연다. 로열오페라하우스가 2017년 초연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공연이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노르마’에 이어 이번 ‘오텔로’도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무대 세트와 의상, 소품들을 그대로 한국 무대에 옮겨 온다.셰익스피어 희곡을 토대로 베르디가 73세 되던 1887년 발표한 ‘오텔로’는 비극적인 드라마에 어울리는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으로 베르디 오페라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 카를로 리치가 지휘봉을 쥔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테너 이용훈(왼쪽)과 루마니아 출신 테오도르 일린카이가 오텔로 역을 맡았다. ●세계적 디바 안젤라 게오르기우 ‘토스카’ 역 맡아 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토스카’(9월 5~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선보인다. 1900년 초연 이래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푸치니 3대 걸작 중 가장 드라마틱한 오페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지난해 ‘투란도트’ 무대에 이용훈을 세워 매진 기록을 썼던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에도 세계적인 디바 안젤라 게오르기우를 토스카 역으로 섭외하는 역량을 발휘했다. 게오르기우는 “토스카 역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할 중 하나”라며 “토스카 전막 공연을 통해 사랑하는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인 성악가 최초로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에서 ‘아이다’ 주역을 맡았던 임세경이 토스카 역을 나눠 맡고,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주역 사무엘 윤이 스카르피아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바그너 ‘탄호이저’ 45년 만에 전막 공연 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의 ‘탄호이저’(10월 17~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1979년 한국 초연 이후 45년 만에 전막 공연한다. ‘탄호이저’를 시작으로 내년 ‘트리스탄과 이졸데’, 2027년 ‘니벨룽의 반지’로 이어지는 ‘바그너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탄호이저’는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직접 대본까지 쓴 작품으로 스스로 부제를 ‘낭만적인 오페라’로 붙일 만큼 애정을 쏟았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이 지휘를 맡는다. 탄호이저 역에는 테너 하이코 뵈르너와 애런 코울리가 출연한다.
  • “바그너 매력? 지루함이죠!”

    “바그너 매력? 지루함이죠!”

    “바그너의 매력이요? 지루함이죠.” ‘바그너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 지나치게 솔직한 대답에 당황할 새도 없이 곧바로 반전 설명이 이어졌다. “바그너 오페라는 이야기를 서술적으로 늘어놓고, 귀에 딱 꽂히는 음악이 없어요. 그래서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인물과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떤 오페라보다 가슴 깊숙이 들어오는 게 있어요. 지루함에 점점 더 빠져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평양냉면의 맛처럼요. ” 세계 최고 바그너 가수로 꼽히는 베이스 연광철(59)이 국내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아리아로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선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하나다. 공연을 앞두고 최근 만난 연광철은 “‘파르지팔’의 두 아리아는 세계 무대에서 100회 이상 공연한 곡들”이라며 “국내에선 2013년 초연 이후 공연된 적이 없어 바그너 팬들조차 생소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제가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는지 꼭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선곡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3곡과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 ‘돈 카를로’의 곡도 함께 선보인다. 1993년 프랑스 파리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연광철은 1994년부터 10년간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솔리스트로 활약했다. 1996년 세계적인 음악 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한 이래 바그너의 오페라 작품들로 바이로이트에서만 15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2018년엔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궁정 가수 칭호를 받았다. 연광철은 올해로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데뷔 30년을 맞았다. 그는 “공연 일정이 2~3년 단위로 잡히다 보니 세월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유명한 성악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작곡가들이 궁금해서 음악을 시작했고 여전히 그 길을 현재진행형으로 가고 있다”고 소회를 말했다. 그는 16일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차세대 성악가 워크숍에도 참여한다. 독일 성악가보다 독일 오페라를 더 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것으로 유명한 연광철은 “유럽에서 활동하려면 몸과 마음, 정신까지 유럽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올해 한국 동요 100주년… 홍난파, K클래식 초석 다진 선구자”[임형주의 임의 동행]

    “올해 한국 동요 100주년… 홍난파, K클래식 초석 다진 선구자”[임형주의 임의 동행]

    최근 세계 최대 뮤직 플랫폼 중 하나인 ‘애플 뮤직’이 정통 클래식 음악 전용 앱인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출시했다. K클래식의 선두 주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조성진, 손열음 등이 직접 선정한 플레이 리스트까지 함께 공개해 국내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앱에 접속하니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이 필자를 반겼다. 메인 배너 상단에서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는 홍난파(본명 홍영후·1898~1941) 선생이었다. 순간 ‘고향의 봄’ 멜로디가 아련하게 머릿속을 스친다. 우리에게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가사로 더 아름다운 윤극영(1903~1988) 선생의 ‘반달’(1924년작)과 함께 한국 동요의 효시이자 초석이 된 ‘양대 산맥’과도 같은 노래다. 올해는 또 우리 동요가 10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은 해이다. 그래서 홍난파 선생의 고향이자 지난해 창립 55주년을 맞이한 난파기념사업회가 자리하고 있는 곳, 경기 수원으로 향했다.수원 ‘토종 음악가’수원, 합창단 30여팀 ‘합창의 도시’장한나·문태국 ‘천재 음악가’ 배출문화예술계 소통 창구 역할 최선합창지휘자 명성중고등학교 때 관악대 악장 맡아연구원 사직 후 난파합창단 입단88서울올림픽 ‘성화 맞이’ 총감독난파기념사업회 이사장‘난파음악상’ 조수미 등 스타 산실홍난파, 항일 정신 담은 노래 작곡너무 쉽게 ‘친일 음악가’ 매도 개탄●작년 수원 예총 회장에도 선임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 달려 수원 화성행궁을 지나면 한옥 기와집처럼 멋들어진 건물인 팔달문화센터가 보인다. 난파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오늘의 주인공 오현규(77) 이사장은 지난해 2월 한국예술인총연합회 수원지회 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수원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이곳에서 다녔던 오 이사장은 수원에서 산 지 70년이 훌쩍 넘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수원 ‘토종 음악가’인 것이다.“예술가의 꿈을 키웠고 수원 예총 회장 활동을 하면서 수원의 문화예술계 소통창구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원은 제 음악 세계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수원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9개 협회 지부장과 약 2000여명이 소속된 수원시민 예술단들이 함께 매진하고 있습니다. 수탁 관리하고 있는 팔달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진가를 발휘해 나가고 있죠.” 그의 수원 자랑이 이어졌다. “수원은 ‘합창의 도시’로도 불립니다. 합창단이 30여팀 활동 중이고 장한나와 문태국 등 천재 첼리스트들이 수원을 넘어 세계적으로 ‘K클래식’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청소년을 위한 ‘대한민국 청소년 교향악축전’이 우리 수원을 중심으로 시작돼 현재는 경기아트센터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240여개 청소년 교향악단의 꿈의 무대이기도 하죠.”●대학 등록금, 합창단 운영비로 사용 합창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레 합창 지휘자로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오 이사장의 음악 인생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수원농생명과학고를 졸업한 뒤 중앙대 음대에 진학했다. 그는 음대 진학 훨씬 이전인 매산초교 재학 시절부터 이미 밴드부에 입단해 수원북중과 농생명과학고 관악대 악장 등을 연이어 맡으며 음악과 더불어 살아왔다. “고등학교 밴드부를 하면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제 성적이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저희 부모님께선 밴드부 활동을 반대하진 않으셨어요. 음악을 저의 진로와 결부시키지 않으시고 그냥 취미나 특기 정도로 생각하셨던 거죠.” 오 이사장은 부모님 뜻을 받들어 1965년 농생명과학고 졸업과 동시에 학교장 추천으로 ‘농촌진흥청 연구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렇게 오 이사장은 농진청 연구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망과 끈을 놓지 못했던 그는 결국 1년 뒤인 1966년 ‘난파합창단’ 창단 멤버로 입단을 강행한다. 하지만 음악을 향한 그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새롭게 창단된 난파합창단이 자비로 운영될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대학 등록금을 합창단 운영비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무척이나 컸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제겐 음악뿐이었습니다. 음악만이 제게 ‘희망’이었고, 한줄기 ‘빛’과도 같았지요. 음악에 대한 제 열정은 무척이나 뜨겁고 강렬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꿋꿋하게 난파합창단 생활을 하면서 음대 졸업 이후 음악가로서 살아갈 것을 결심하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그는 수원대 음악대학원에서 지휘 전공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도 수학하며 전문 음악가로서의 자질을 다져 나갔다. 이에 더해 그는 난파합창단 창단 멤버로 활약한 데 이어 수원콘서트콰이어(옛 난파콰이어) 등 무려 20여개 합창단의 창단 주역으로 활약했다. ‘제3회 대한민국 합창경연대회’에 합창 지휘자로 출전해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수원에서 개최된 제59회 전국체전과 ‘88 서울올림픽’ 성화 맞이 제전에서 총감독을 맡는 영광도 누렸다.●홍난파, 한국 ‘서양 음악사’ 개척 이런 가운데도 오 이사장이 가장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는 자리는 바로 난파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이 아닌지 물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홍난파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홍영후 선생은 2020년 한국 가곡 100주년의 효시가 됐던 서양 음악의 선각자죠.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 시절 국내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며 항일 정신을 담은 가곡과 동요를 여럿 작곡하셨지요. 오늘날의 대한민국 서양 음악사를 개척했으며 문학 분야에도 평론가로서 남다른 업적을 남겼습니다.” 홍난파 선생은 1898년 4월 10일 화성시 남양면 활초리에서 태어났지만 가옥은 서울 종로구 홍파동에 보존돼 있다. 그러나 그의 철학과 정신은 여전히 수원에서 난파기념사업회를 통해 온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968년 창립된 사단법인 난파기념사업회는 홍난파 선생의 고향이자 출생지인 수원과 화성을 중심으로 무려 55년간 매년 이어 오고 있는 난파음악제와 함께 국내의 뛰어난 음악 영재들을 발굴하고자 난파전국음악콩쿠르 또한 해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난파음악상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1968년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 소프라노 조수미와 신영옥, 첼리스트 장한나, 피아니스트 김선욱·손열음 등 내로라하는 국가 대표 클래식 스타들이 매년 수상해 왔다. 부침도 겪었다. 2013년 9월 한 국내 유명 작곡가가 난파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홍난파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수상을 거부한 일이 생긴 것이다. 진보 정권부터 시작된 친일 청산 노력이 정권이 바뀌면서도 이어져 온 분위기가 작용했다. 이 일은 국내외 언론들도 주목하면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이 일을 언급하자 오 이사장의 목소리가 한결 낮아지고 차분해졌다. 표정도 다소 결연해지는 것 같았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는 이야기했다. “그 ‘사건’이 있은 지 벌써 11년이나 흘렀네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망자는 말이 없다는 옛말처럼 홍난파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제가 그냥 속으로 삭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분의 업적이 매도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는 것, 그거 한 가지입니다.” 당시 그 일의 경과를 보면서 필자 또한 상당히 흥분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서울신문에 그 일과 관련된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한 지금 보아도 그때나 지금이나 필자의 생각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필자의 칼럼을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그가 입을 뗐다. “난파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또 한 명의 대한민국 음악가로서 조금 늦었지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운을 뗀 오 이사장은 “특히나 이 부분에 동의한다”며 다음 대목을 가리켰다.●“수원예고 건립 주춧돌 되고 싶어” ‘우리와 비슷한 다른 국가를 예로 들어 보자. 나치에 가담했다고 판명 난 불멸의 독일인 국보급 작곡가 바그너나 오스트리아의 전설적 지휘자 카라얀, 현재 이 두 음악가의 음악 작품 또는 음반이 금지곡으로 지정되거나 판매 금지되고 있나? 아니다. 오히려 독일의 바이로이트에서는 해마다 여름 시즌이면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까지 열며 오래전부터 그를 기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목소리가 좀더 커지고 명확해졌다. 그는 “일제의 지속적인 강압에 못 이겨 군가 세 곡을 작곡한 행위를 정치적으로 매도하며 너무나 간단하게 ‘친일 음악가’라는 주홍글씨와 굴레를 씌워 작금에 이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난파기념사업회는 2006년에 처음으로 홍난파 선생의 친일 문제를 공식 언급한 민족문제연구소 측과 함께 협업으로 ‘새로 쓴 蘭坡 홍영후’ 연보를 발간했다. 또 한국 가곡 100주년을 기념해 2020년 8월 30일 난파 추모일에 영인집 3판(3000부)을 발행하기도 했다. 오 이사장은 “홍난파 선생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대변하고 억울한 점들을 미약하나마 풀어 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시대적 상황 및 정치적 상황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인식 개선 활동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 왔음을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는 특유의 털털한 웃음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홍난파 선생의 대표작 ‘고향의 봄’이 우리 K동요 100년사의 ‘머릿돌’이 되었듯 저는 제 고향 수원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한 수원예술고등학교를 건립하는 데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인간은 인간을 속일 수 있어도 음악은 음악을 절대 속일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원천적 힘’입니다. 제 호가 ‘마예(㐃藝)’인데요, ‘마예’라는 호는 두드릴 ‘마(㐃)’와 재주 ‘예(藝)’ 자로 예술을 두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진취적인 저의 상징입니다.” 그러면서 후배 음악인들을 격려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후배 예술인들이시여, 늘 최선을 다해 꾸준하게 연습하고 무대를 기다리다 보면 여러분께 환희의 메아리와 영광의 그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 자신을 꼭 믿길 바랍니다.” 팝페라 테너
  • 기후 변화의 역습… 21세기 말엔 스키 탈 곳이 사라진다[과학계는 지금]

    기후 변화의 역습… 21세기 말엔 스키 탈 곳이 사라진다[과학계는 지금]

    독일 바이로이트대 생태·환경 연구 센터, 생물지리학과, 스위스 취리히대 고생물학 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21세기 말이 되면 기후 변화로 인해 스키를 탈 수 있는 장소는 물론 날짜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3월 14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애팔래치아, 로키산맥, 호주, 뉴질랜드, 일본 7곳의 주요 스키장 연간 자연 적설량에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오픈 스트리트 맵으로 스키장 위치를 확인한 뒤 공공 기후 데이터베이스 ‘CHELSA’를 사용해 2011~2040년, 2041~2070년, 2071~2100년의 각 스키장 연간 적설 일수를 탄소 배출 시나리오(저·중·고 탄소 배출)에 따라 예측했다. 현재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하면 2071~2100년에는 스키장의 13%가 스키를 탈 수 있는 자연 적설량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스키장의 20%는 연간 적설 일수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71~2100년까지 연평균 적설 일수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각각 78%, 51%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일본(50%), 안데스(43%), 유럽(42%) 순으로 나타났다. 로키산맥은 23%로 가장 적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마누엘 스타인바우어 바이로이트대 교수(스포츠 생태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미래에 기후 변화로 고지대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 ‘따뜻한 국가’ 메시지의 시작, 尹이 요즘 꽂힌 ‘이 노래’

    ‘따뜻한 국가’ 메시지의 시작, 尹이 요즘 꽂힌 ‘이 노래’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 행사 축하공연에서 경찰과 어린이합창단이 함께 부른 한 노래를 듣고 윤석열 대통령은 “아니, 어떻게 노래 가사에 내가 국가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이 다 담겨 있느냐”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어 윤 대통령은 2주 뒤인 11월 1일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어려운 사람한테 손을 내미는, 손을 잡으라는 노래도 있지 않으냐”며 이 노래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까지 언급한 노래는 바로 가수 변진섭이 부른 1980년대 대중가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였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실 종무식에서는 대통령실 직원으로 구성된 합창단 ‘따뜻한 손’이 이 곡을 부르며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에 관심을 보인 뒤 대통령 일정에서는 ‘따뜻한 국가’라는 메시지가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올해 신년사가 발표된 현장 백드롭에는 ‘국민만 바라보는 따뜻한 정부’라는 문구가 쓰이기도 했고 대통령실은 연초부터 ‘따뜻한 일정’을 기획하는 데 신경 쓰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윤 대통령이 당시 행사에서 ‘30여년 전 나온 노래인데…’라며 감흥을 얻었고 뒤이은 메시지도 노래 가사와 비슷하게 나왔다”며 “‘따뜻한 국가’ 콘셉트는 변진섭의 노래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4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신년음악회를 관람했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정상급 바그너 가수 사무엘 윤 등이 출연한 이날 신년음악회에서도 국립합창단이 윤 대통령 귀에 ‘꽂힌’ 그 노래를 불렀다. 지난달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 12개 교향악단의 하모니… 오늘 예술의전당서 ‘신년음악회’

    2024년 새해를 맞아 9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이번 신년음악회에서는 KBS교향악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전국 12개 주요 교향악단이 처음 구성한 ‘신년음악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선보인다.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부지휘자 이승원이 이끄는 신년음악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으로 첫 무대를 연다. 이어 2018년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신창용, 2012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작 주역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2020년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음반사 도이체그라모폰과 전속 계약한 박혜상, 2006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양준모가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곡을 선보인다. 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운드트랙, 그룹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 등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드라마와 K팝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려준다. 음악회는 예술의전당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오는 14일 KBS 1TV를 통해 80분간 녹화 방송될 계획이다.
  • 지구 온난화가 부의 양극화 심화시킨다고?[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지구 온난화가 부의 양극화 심화시킨다고?[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이상고온이라고 할 정도로 포근하던 12월이 지난 주말부터 겨울 왕국으로 급변했습니다. 예상했겠지만 근본적 이유는 온난화 때문입니다. 사람은 온난화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영국 생태·수문학 연구센터, 런던대(UCL), 옥스퍼드대, 스웨덴 예테보리대, 웁살라대, 독일 바이로이트대 공동연구팀은 홍적세 후기(12만 6000~1만 2000년 전) 이후 인간이 기존 추정치의 두 배에 달하는 약 1500종의 조류를 멸종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 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2월 20일자에 실렸습니다. 오늘날 조류 멸종의 원인은 과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손실과 외래종 유입처럼 인간 활동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멸종된 조류종을 분석한 연구들 대부분은 기록이 남아 있는 약 500년 전까지만 봐 왔습니다. 연구팀은 화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지, 하와이, 뉴질랜드, 기타 태평양 지역 섬들에서 기록에 남지 않은 채 멸종한 조류종의 수를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지구상에 나타났던 조류종의 약 12%가 홍적세 후기 이후, 특히 홀로세(약 1만년 전~현재)인 지난 1만 1700년 동안 대부분 멸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 중 55%는 기록이 없어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멸종종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간에 의한 조류 멸종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이 수치도 과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UC샌디에이고, 포덤대, 이탈리아 유럽경제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육상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자연 자본이 감소해 금세기 말이 되면 생태계로부터 얻는 이익이 현재보다 9.2%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12월 19일자에 발표됐습니다. 깨끗한 공기와 물, 건강한 숲, 생물다양성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웰빙에 이바지합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식생 모델, 기후 모델, 세계은행의 자연 자본 가치 추정치를 사용해 기후변화가 국가 생태계 서비스, 경제 생산, 자연 자본 재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10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 강우 패턴 변화, 이산화탄소 증가로 자연 자본이 감소하면서 각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1.3% 감소합니다. 동시에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도 예측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GDP 감소의 90% 이상이 하위 50%의 국가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합니다. 저소득 국가일수록 천연자원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많은 사람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가 인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실감하지 못합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부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 깊고 그윽한 울림… 겨울밤 녹인 연광철의 목소리

    깊고 그윽한 울림… 겨울밤 녹인 연광철의 목소리

    백발은 그의 연배를 짐작하게 했지만 노래하는 목소리만큼은 사랑을 꿈꾸는 청년 같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저음은 단어를 몰라도 소리 듣는 즐거움을 줬고, 그저 무대에 서서 노래했을 뿐이지만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가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함이다. ‘세계적인 베이스’, ‘바그너 전문 가수’, ‘독일 궁정가수’. 1993년 파리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 우승한 이후 세계적인 가수로 명성을 쌓아온 연광철(58)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 무대는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님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연광철은 최근 내한한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51)가 2019년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취임 공연에서 파트너로 선택한 가수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81)은 연광철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단원으로 선발했고 바이로이트 무대에도 초대했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64)도 2001년 바이로이트 무대에서 연광철에게 영주 역할을 맡겼을 정도로 연광철은 거장들의 선택을 받은 가수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날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올해 마지막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무대에 함께했다. 바그너 전문가답게 연광철은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아리아를 불렀다. 베이스 가수가 피아노 반주가 아닌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고 그 스스로도 “이런 형태는 별로 본 적이 없어서 고민을 좀 했다”고 걱정했지만 무대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베이스로서 끝도 없이 가라앉는 저음과 더불어 표정과 몸짓을 곁들인 연광철의 연기는 콘서트를 오페라처럼 만들었다. 바그너 아리아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연광철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소리를 선율 위에 얹으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1부 공연이 끝나고 경기필하모닉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연주했다. 서양음악사상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경기필하모닉이 8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봄의 제전’은 고대 러시아의 봄맞이 제사의식을 그린 것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이교도들이 태양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담았다. 초연 당시에는 오케스트라의 거친 불협화음과 원시적인 리듬, 타악기 연타 등 파격적인 곡 전개로 관객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어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소동을 빚었던 작품이다. 불규칙 속에서도 어떤 규칙성을 내포한 ‘봄의 제전’은 음악이 분명하게 어떤 순간을 묘사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탁월한 리듬감은 발을 절로 구르게 했고 눈앞에 보이는 어떤 숭고한 의식을 떠올리게 했다. 성대한 의식에 대한 묘사를 글이 아닌 음악으로 옮긴 것 같은 과감한 선율은 악기 연주법이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줬고 평소 듣던 것과는 색다른 매력의 음색을 들려줬다. 웅장한 북소리는 심장을 두드리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홍석원은 이날 공연에 대해 “서양음악사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꾼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바그너의 ‘트리스탄 이졸데’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절대 빠질 수 없다”면서 “시대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두 작곡가의 가장 혁신적인 작품을 하루에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공연은 파격적이지만 클래식 음악의 외연을 넓힌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매력을 제대로 선사했다.
  • 우크라이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러시아 음악 푸틴 것 아냐”

    우크라이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러시아 음악 푸틴 것 아냐”

    우크라이나 출신 세계적인 지휘자인 옥사나 리니우가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은 푸틴의 것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리니우는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아람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밤의 기도’는 지난 3월 리니우가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으로 고국의 평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작곡가의 고향인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을 활용한 곡으로 2000년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이 협연한다. ‘교향곡 제2번’은 정밀함과 감수성을 겸비한 리니우의 무대로 관심을 끈다. 이번에 선택한 곡이 모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음악가라는 점이 흥미롭다. 리니우는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흐마니노프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면서 “인류 안에 있는 신적인 것을 발현시켜 구원받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르킨의 작품에 대해서는 “제가 같이 작업해 이번에 유럽 작곡가상을 받았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음악을 한국에 처음 소개해서 영광”이라고 했다.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 음악에 대한 보이콧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리니우는 “그런 움직임에 반대한다”면서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은 한 나라에 속한 게 아니라 세계가 공유하는 인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주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서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작곡가의 음악을 국가별로 나눠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라흐마니노프가 살아 있었다면 푸틴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발발 이후엔 우크라이나에 못 가봤다는 리니우는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없다”면서 “버스나 기차로 30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그를 만나러 독일이나 체코에 오고, 그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의 연습도 외국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리니우는 지난해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역사상 최초로 259년 역사의 볼로냐 시립 극장 음악총감독에 오르고 2021년에는 독일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에서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하며 축제 14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이름을 남기는 등 지휘계 여풍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꼽힌다. 인기가 남달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이스라엘, 스웨덴 등 앞으로 조만간 가야 할 나라도 수두룩하다. 바쁜 활동 중에도 그가 놓지 않고 잊지 않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세상에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예술가의 책무에 대해 강조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14살인 새 단원이 왔는데 뭐가 좋으냐 했더니 안전한 곳에 있어서 좋다고 했어요. 이 친구가 키이우에서 왔는데 방공호에 숨어있거나 공습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친구들 만나고 지원받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세계에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게 해요.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힘과 정신적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어요.”
  • 바렌보임, 450년 역사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이끌고 11월 내한공연

    바렌보임, 450년 역사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이끌고 11월 내한공연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80)이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11월에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바렌보임은 11년 만의 한국 방문이고, 4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첫 내한 공연이다. 19일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에 따르면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오는 11월 28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과 11월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선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레퍼토리로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완주할 예정이다. 28일엔 1번과 2번, 30일엔 3번과 4번을 각각 연주한다. 바렌보임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쌓아온 ‘브람스 사운드’를 제대로 들어볼 기회다. 바렌보임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지난 2018년 베를린의 피에르 불레즈 홀에서 녹음한 브람스 교향곡 전곡 음반을 발매해, 독일 전통의 고전적인 사운드로 호평받은 바 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1570년 궁정악단으로 창단돼 지난 450년간 멘델스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등 클래식 음악사의 핵심 인물들이 이끌어 온 유서 깊은 악단이다. 독일의 분단 기간 문화생활이 한정된 가운데에도, 동독 시민들의 자긍심과 자유의 상징이 돼왔던 오케스트라다. 지난 1992년부터 30년간 바렌보임이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명장의 지휘 아래 또 한 번 진화했다. 바렌보임은 80세 평생을 피아노와 지휘 양 분야에서 최고의 음악성을 발휘해 온 천재적인 음악인이다. 14년간 파리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약했고, 18년간 독일 대표 음악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이끌었다. 15년간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도 맡았다. 그의 평생의 주요 업적으로 남을 베를린 슈타츠오퍼(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직을 1992년 시작해 지금은 ‘베를린을 상징하는 예술가’로 통한다. 특히 바렌보임은 신념과 믿음에 따라 행동해왔다. 1999년부터 세계적인 음악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년 음악가들의 하모니를 전 세계에 들려줬다. 그의 마지막 내한이었던 2011년 공연 역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평화 콘서트’였다. 그는 UN 평화대사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인물이다. 현재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종신 악장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최연소 악장이 됐고 이듬해 종신 악장에 임명됐다. 이 악단 동양인이자 여성 최초의 종신 악장이다.
  • 바그너 팬 메르켈, 군 환송 사열에 쓰일 음악으로 펑크 골라

    바그너 팬 메르켈, 군 환송 사열에 쓰일 음악으로 펑크 골라

    다음주 16년의 총리 직에서 물러나는 앙겔라 메르켈이 매년 빠뜨리지 않고 참석한 행사 가운데 하나가 바이로이트 음악축제다. 클래식 팬으로 널리 알려진 그녀는 위대한 음악가이자 나치를 찬양했던 리하르트 바그너를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그너의 작품들만 연주되는 이 축제를 찾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그런데 독일 정치권에는 하나의 전통이 있다. 총리나 각료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긴 지도자가 물러나면 연방군(분데스베어)의 사열을 받게 하는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Grosser Zapfenstreich)’다. 16세기 말에 맥주통의 꼭지를 두드리며 취침을 알린 것에서 유래한 세레나데(소야곡)다. 주인공은 군악대가 행진하며 연주할 음악 셋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관례를 좇아 메르켈 총리도 2일(현지시간) 행사에 앞서 세 곡을 선정했다. 독일 가수 겸 배우 힐데가르드 크네프의 1968년 팝송 ‘내겐 붉은장미가 비처럼 내려야 해요(For Me It Should Rain Red Roses, Fuer mich soll‘s rote Rosen regnen)’와 18세기 찬송가 ‘하느님 당신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옛동독 출신의 펑크 가수 니나 하겐이 부른 ‘너 컬러 필름을 깜빡했구나(You Forgot The Colour Film- Du hast den Farbfilm vergessen)’를 골랐다. 앞의 두 곡은 그런대로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루터교 목회자의 딸로 태어났으니 찬송가를 고른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펑크 음악은 클래식 팬으로 알려진 메르켈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독일인들도 적지 않이 놀라웠던 모양이다. 영국 BBC는 메르켈의 선택이 결코 뜻밖이 아니라고 봤다. 그녀가 이날 참석자들에게 “항상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라”고 주문했던 것과도 맥락이 닿아 보인다. 1974년에 히트한 이 노래는 미카엘이란 이름의 남자친구가 휴가를 함께 보내자면서 흑백 필름을 덜렁 갖고와 실망이란 내용이다. 가사를 뜯어보면 공산당이 막무가내로 통치하던 옛동독 체제를 비아냥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제 아무도 우리를 믿으려 하지 않아/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고/ 하하”란 대목도 있다. 둘 다 60대 중반이지만 공유하는 것은 많지 않다. 심지어 둘은 1992년 TV 토크쇼에서 마약에 관해 격하게 논쟁한 일도 있다. 하겐은 영어로도 노래를 불러 1980년 BBC의 올드 그레이 휘슬 테스트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의 징징거리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독일인 중에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는 메르켈의 유머 감각이 발휘된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옛동독 출신들이야말로 가사의 의미를 가슴으로 음미할 것이라고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지적했다. 메르켈의 연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제 곧 있으면 16년의 임기 끝에 여러분과 작별하게 된다. 그 동안 보내준 신뢰에 진심으로 고맙다. 신뢰는 정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지난 16년은 정치적, 인간적 도전인 동시에 나를 채우기도 했다. 지난 2년의 팬데믹은 정치와 학문, 사회적 담론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보여준 동시에, 얼마나 연약한지도 보여줬다. 팬데믹뿐만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2015년 유럽 난민 위기까지 국경을 넘어선 협력에 우리가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알게 됐다. 기후변화와 디지털화, 난민 문제에 대응하려면 국제기구와 다자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세상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그녀가 의외의 노래를 선택한 첫 지도자도 아니다. 바로 전임이었으며 한국 여성과 재혼해 화제를 낳은 게르하르트 슈뢰더도 2005년 11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를 골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국방장관을 지낸 토마스 드마이지에레는 2014년 행사에 1980년대 유럽 전체에서 큰 인기를 끈 노래 ‘라이프 이즈 라이프’를 선택했다. 독일 장관 중에는 더 놀라운 선택을 한 이도 있었다. 2011년 국방장관 직에서 물러난 카를테오도어 주 구텐베르크가 한 바를 빌려 헤비메탈 밴드 딥 퍼플의 히트곡 ‘스모크 온 더 워터’를 크게 틀어놓고 자축했다.
  •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에 핀란드 잉키넨… “한국 관객들 가장 열정적”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에 핀란드 잉키넨… “한국 관객들 가장 열정적”

    KBS교향악단이 차기 음악감독에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41·사진)을 선임했다. 지난 2019년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된 요엘 레비 전 음악감독 이후 2년 만에 공석을 채우게 됐다. 잉키넨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끈다. KBS교향악단 박정옥 사장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음악감독 선임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면서 “뜻하지 않은 팬데믹으로 인해 지켜야 하는 절차들이 순연되고 어려워지면서 (음악감독이 공석이 된 지) 1년 5개월이 걸린 것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잉키넨은 최근 클래식 강국으로 꼽히는 핀란드 태생으로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배출한 헬싱키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전공했다. 15세에 처음 포디움에 설 만큼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그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함부르크필하모닉, 슈투트가르트심포니, BBC 필하모닉 등 세계 무대를 누볐고 체코 프라하 오케스트라, 뉴질랜드 심포니 음악감독 등을 지냈다. 현재 도이치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재팬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기도 하다. 뉴질랜드 심포니와 재팬 필하모닉을 통해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음반을 두 차례나 발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피에르 불레즈,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발탁됐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겐’ 지휘도 맡을 예정이다.KBS교향악단과는 20대였던 2006년과 2008년 정기공연 연주를 통해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10월 다시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다. 잉키넨은 “최근 연주에서 단원들의 헌신과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상당한 교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관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따뜻한 관객들이었고, 항상 한국에서 매우 환영받는다고 느꼈다”면서 “국내 대표 교향악단으로서의 명성을 더욱 굳히고 싶고 서울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멋진 음악을 들려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교향악단 남철우 사무국장은 “평균 연령 42세인 단원들과 젊은 감각의 차세대 지휘자가 65년 전통의 교향악단이 좀더 새롭고 진취적인 오케스트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고, 특히 잉키넨은 젊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신성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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