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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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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매시장 규제로 전월세 급등 풍선효과”

    “보증금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대출해 주는, 사적 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증금이 가진 성격 때문에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은 타이트하게 연결돼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창무 서울특별시 총괄건축가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주거포럼’에서 최근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주요 불안 요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 총괄건축가는 “매매가의 안정은 전월세의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강남지역의 상대적인 매매가 상승률 둔화는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 급등, 중저가 및 외곽지역의 전월세 급등 초래라는 풍선효과를 촉발했다”며 “국내 주택시장은 자가와 차가가 혼재돼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공급 확충’을 제안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역세권과 도심 중심의 고품질 민간임대 재고를 확충해 정책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투명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조강태 MGRV 대표도 “공급이 없으면 신축과 구축의 격차가 벌어지고, 공급이 있으면 격차가 좁혀진다”고 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은 높은 자가주택 보유의식을 갖고 있다”며 “자가로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주거포럼은 2019년부터 주택정책 현안을 놓고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취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시민 의견도 수렴해 향후 전월세시장 관련 정책을 검토하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단독] 금융권 해커, ‘서민금융 공공기관’ 서금원·신복위까지 노렸다

    [단독] 금융권 해커, ‘서민금융 공공기관’ 서금원·신복위까지 노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권 연쇄 해킹’ 사고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금융 정책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도 지난 2일 유사한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이 다루는 소득·부채·연체 정보가 유출되면 서민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한 맞춤형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서금원과 신복위는 지난 2일 두 기관 홈페이지를 겨냥한 해킹 공격 인터넷주소(IP)와 은행권 해킹 공격에 사용된 IP가 동일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공격자는 비대면 상담용 챗봇에 대환대출·정책자금 등 익숙한 단어를 입력하며 취약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이 실시간으로 대응해 초기 단계에서 공격을 차단하면서 정보 유출 등 피해는 없었다. 서금원은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에 햇살론 등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신복위는 빚을 갚기 어려운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채무조정을 돕는 공공기관이다. 은행·저축은행·캐피탈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연쇄 공격이 서민의 재기를 돕는 ‘금융 안전망’까지 향한 것이다. 특히 두 기관은 정책대출과 채무조정 과정에서 신청자의 소득·부채·연체 여부 등을 확인한다.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누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지’까지 드러날 수 있어 개인의 경제적인 사정이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유출되면 사기범이 ‘정부 지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빚을 줄여 주겠다’며 접근해 급전이나 채무조정이 절실한 사람에게 추가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개인 정보 유출을 넘어서 개인의 경제적 취약성을 이용한 맞춤형 보이스피싱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며 “민간회사는 물론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보안 시스템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자가 개인정보를 빼내 거래하려 했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두 공공기관을 겨냥한 구체적인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AI의 자동화 도구를 이용하면 전방위적으로 탐색한 뒤 취약점이 발견되는 기관부터 공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AI를 악용한 해킹 공격이 본격화하기 앞서 시중은행 등에 이미 십여 차례 보안 강화를 주문했지만, 실제 피해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9월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라는 취지의 보안 권고문을 총 17차례 배포했다. 금감원은 권고문을 통해 “국가 배후 해킹조직에 의한 외부 노출 정보기술(IT) 자산 등에 대한 침해 시도가 확인됐다”며 금융회사에 보안 조치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실제 지난 9월 11일 KDB생명에서도 침해 시도가 발생했지만, 정보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매매시장 규제, 전·월세시장 폭증 만든다”…‘2026 서울주거포럼’

    “매매시장 규제, 전·월세시장 폭증 만든다”…‘2026 서울주거포럼’

    “보증금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대출해 주는, 사적 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증금이 가진 성격 때문에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은 타이트하게 연결돼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창무 서울특별시 총괄건축가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주거포럼’에서 최근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주요 불안 요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 총괄건축가는 “매매가의 안정은 전월세의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강남지역의 상대적인 매매가 상승률 둔화는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 급등, 중저가 및 외곽지역의 전월세 급등 초래라는 풍선효과를 촉발했다”며 “국내 주택시장은 자가와 차가가 혼재돼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공급 확충’을 제안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역세권과 도심 중심의 고품질 민간임대 재고를 확충해 정책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투명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조강태 MGRV 대표도 “공급이 없으면 신축과 구축의 격차가 벌어지고, 공급이 있으면 격차가 좁혀진다”고 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은 높은 자가주택 보유의식을 갖고 있다”며 “자가로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주거포럼은 2019년부터 주택정책 현안을 놓고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취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시민 의견도 수렴해 향후 전월세시장 관련 정책을 검토하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단독]금융권 해커, 서금원·신복위 등 서민대상 공공기관까지 노렸다

    [단독]금융권 해커, 서금원·신복위 등 서민대상 공공기관까지 노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권 연쇄 해킹’ 사고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금융 정책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도 지난 2일 유사한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이 다루는 소득·부채·연체 정보가 유출되면 서민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한 맞춤형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서금원과 신복위는 지난 2일 두 기관 홈페이지를 겨냥한 해킹 공격 인터넷주소(IP)와 은행권 해킹 공격에 사용된 IP가 동일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공격자는 비대면 상담용 챗봇에 대환대출·정책자금 등 익숙한 단어를 입력하며 취약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이 실시간으로 대응해 초기 단계에서 공격을 차단하면서 정보 유출 등 피해는 없었다. 서금원은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에 햇살론 등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신복위는 빚을 갚기 어려운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채무조정을 돕는 공공기관이다. 은행·저축은행·캐피탈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연쇄 공격이 서민의 재기를 돕는 ‘금융 안전망’까지 향한 것이다. 특히 두 기관은 정책대출과 채무조정 과정에서 신청자의 소득·부채·연체 여부 등을 확인한다.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누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지’까지 드러날 수 있어 개인의 경제적인 사정이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유출되면 사기범이 ‘정부 지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빚을 줄여 주겠다’며 접근해 급전이나 채무조정이 절실한 사람에게 추가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개인 정보 유출을 넘어서 개인의 경제적 취약성을 이용한 맞춤형 보이스피싱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며 “민간회사는 물론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보안 시스템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자가 개인정보를 빼내 거래하려 했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두 공공기관을 겨냥한 구체적인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AI의 자동화 도구를 이용하면 전방위적으로 탐색한 뒤 취약점이 발견되는 기관부터 공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의 긴급점검 결과도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은행·카드업권의 결과를 보고받았으며, 나머지 업권은 8일까지 점검을 마쳐야 한다. 현재까지 추가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은행권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집단소송 준비에 나섰다. 서초동의 한 로펌은 신한은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집단소송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네이버에도 ‘신한은행 해킹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가 개설됐다. 운영자는 공지에서 “은행은 피해가 확인되면 전액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피해로 볼 건지, 어떻게 신청하는 건지는 아직 아무 말이 없다”며 개설 배경을 밝혔다.
  • 노연수 서울시의원, 환경공무관 적정인력 확보와 서울시 재정 분담 촉구… “외주화 허점과 재정 누수 막아야”

    노연수 서울시의원, 환경공무관 적정인력 확보와 서울시 재정 분담 촉구… “외주화 허점과 재정 누수 막아야”

    서울시의회는 지난 6일 청소행정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환경공무관의 적정 인원 확보 및 관련 예산 마련책을 깊이 있게 모색하고자 ‘쾌적하고 안전한 서울을 위한 환경공무관 적정인력 확보 및 재원 마련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과 성흠제·이성배 부의장,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등 여러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함께했다. 주제 발표는 송윤정 서울시의원과 김규동 변호사, 노남길 서울시청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맡아 진행했다. 이어 열린 종합토론에는 노 의원과 함께 고강섭 중랑구의회 운영위원장, 김영재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박상준 기후환경본부 생활환경과장이 토론자로 합류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며 치열한 논의를 이어갔다. 노 의원은 토론을 통해 청소행정 민간위탁의 허점과 재정 누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으며 “외주화를 하더라도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법적 인건비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실제 용역 원가계산서를 보면 법정 인건비 외에도 매년 ‘기업 이윤 10%’와 ‘일반관리비 5~6%’가 고정 반영되어 사기업의 순수익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재정 누수가 오히려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직영 인력이 발휘하는 공적 헌신과 기동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노 의원은 “재난 발생 시 지체 없이 현장에 투입되어 긴급 복구할 수 있는 것은 직영 체제이기에 가능하다. 도시 재난 대응의 즉시성과 시민 안전망을 담보하기 위해서 공공 직영 인력 유지는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없는 한, 자치구는 당장은 인건비를 줄이는 착시 때문에 청소업무를 위탁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적정인력을 자치구에서 산정하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가 나서서 적정인력을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을 책임 있게 세우고, 자치구에 공무관 인건비 재정지원 계획을 수립하여 천만 시민의 서울이 쾌적한 환경을 유지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노 의원은 청소행정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 자치구별 여건을 반영한 과학적 ‘적정 인력 산정 기준’ 마련 및 현장 결원 충원 ▲둘째, 국·시도 관리 책무에 따른 서울시의 실질적 비용 분담 ▲셋째, 자치구 간 재정 불일치 해소를 위한 상시 재정 분담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토론을 마치며 노연수 의원은 “시민의 일상 속 쾌적한 환경을 지키는 최전선에 환경공무관분들이 계신다”라며 “서울시의회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예산으로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적 개선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 서울건강총괄관에 김현철 교수

    서울건강총괄관에 김현철 교수

    서울시가 시정 전반을 시민 건강의 관점에서 살피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서울건강총괄관에 김현철(49)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위촉했다고 6일 밝혔다. 건강총괄관은 임기 2년의 비상근 민간 전문가로, 보건의료뿐 아니라 교육·일자리·복지·생활환경 등 시민의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다. 미국 코넬대 교수와 홍콩과기대 종신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 “대규모 해상풍력, 혼자선 불가능… 한국·덴마크 함께 세계로” [서울, 대사를 만나다]

    “대규모 해상풍력, 혼자선 불가능… 한국·덴마크 함께 세계로” [서울, 대사를 만나다]

    주요국 대사들에게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들어봅니다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 이란 전쟁 등 안보 위협,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인공지능 고도화와 통제불능에 대한 우려까지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습니다. 기술은 물리적 거리를 좁혔지만, 역설적으로 상호 이해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전쟁과 경쟁, 동맹과 협력이 교차하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 서울에 주재하며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주요국 대사들을 만나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물었습니다. 덴마크 전력 소비 절반 이상 ‘풍력’에너지 전환 ‘민간 참여·투자’ 장려신뢰할 만한 국가·기업과 협력해야한국, 우월한 해상풍력 공급망 갖춰‘수도권 송전’ 전력망 구축에 힘써야“거대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홀로 완수할 수 있는 국가는 없습니다.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덴마크와 한국이 함께해야 합니다.” 미카엘 헴니티 빈터(66) 주한덴마크대사는 지난달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한 덴마크의 경험과 한국의 혁신 기술이 힘을 합쳐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덴마크가 1960년대 석유 의존도 90%에서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을 약 80%까지 끌어올린 배경으로 정파를 초월한 정치권의 단합과 사회적 합의를 꼽았다. 정부가 민간 기업을 ‘육성하기’(foster)보다 기업에 유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 기업을 ‘초대하는’(invite) 방식이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인터뷰는 서울 중구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약 80분간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덴마크는 에너지 전환에 성공했다. “1973년 오일쇼크가 계기였다. 극심한 유가 변동성과 공급난에 새 에너지원이 절실했다. 석유로 인한 환경 피해도 고민했다. 그때 주목한 것이 ‘바람’이다. 덴마크는 바람이 많아 1980년대에 약 20개의 풍력 터빈 제조업체가 있었다. 육상 풍력의 성과는 해상 기술 진전으로 이어졌고, 1991년에 세계 최초로 상업용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했다. 약 8700㎞에 달하는 해안선과 얕은 수심 등 지리적 여건도 한몫했다. 현재 풍력으로 국가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충당한다. 반면 소비자의 정전 경험 시간은 평균 17초(2024년 기준)뿐이다.” -50년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권 부침은 없었나. “오일쇼크는 개인 생계와 산업·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이어서 여야를 불문하고 에너지 전환 계획 수립에 동의했다. 선거로 정부(당파색)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었다. 운도 좋았지만, 전문가 분석에 기반한 정부 계획안이 나올 때마다 정계가 화합해 지원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이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 줄 수 있었다.” -주민 반발은 없었나. “모든 과정에서 주민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정부가 해상풍력 부지를 선정하고 환경·해저 조사를 마친 뒤 입찰하기 전에 어민 등 해양 이용자들과 협의해 지역 보상 체계부터 마련했다. 1980~1990년대 조성한 대부분의 풍력 발전 단지들은 지역 주민과 기업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소유로 운영됐다. 육상 풍력·태양광 사업의 경우 인접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보상했고, 주민이 개발사에 부동산을 매각할 권리를 가졌다. 터빈 발전량과 연동한 주민 지급금, 지자체에 납부하는 개발사 녹색기금 등도 법으로 규정했다.” -덴마크에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이 많은데 어떻게 육성했나. “덴마크는 (북유럽이지만) 자본주의 성격이 강하다. 에너지 개발 사업을 공영으로 한정하지 않고, 민간 참여와 투자를 장려했다. 정부가 기업을 직접 육성하기보다 끌어들였다. 기업의 수익 활동은 사업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였고, 수익 분배의 효과도 키웠다. 정책은 민간 영역에서 안착하고 집행돼야 공공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적어도 덴마크에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 덴마크 풍력 산업계에 약 500개 기업이 있다.” -정부는 규제와 통제를 중시하기 쉬운데. “덴마크 정부에 경각심을 불러온 귀중한 경험이 있었다. 2024년 말 북해에서 추진한 3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찰에 한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례적인 유찰이었다. 경험 많은 덴마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 않고 물가 및 금리 인상 등도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다.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설계했다. 올해 5월에 이 사업의 신규 입찰에 여러 개발사가 지원했고, 지난 8월에 사업자를 최종 선정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조성 환경은. “한국은 우월한 해상풍력 공급망을 이미 갖췄다. 조선, 철강, 전력 케이블, 중공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기초 구조물과 해저 케이블을 공급하고 있다. 풍력 자원을 갖춘 서해와 남해가 있고, 동해는 수심이 깊어 부유식 풍력 조성에 적합하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됐다. 이제 수도권으로 생산 전력을 송전할 전력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또 해상 구역을 어업 공동체와 공정하게 공유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해상풍력 발전 초기 단계에 맞는 과제다.”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홀로 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덴마크도 그렇다. 올해 1GW 규모의 노어소운 밋 (북해) 프로젝트, 800MW 규모 헤셀뢰 프로젝트를 스웨덴 에너지 기업인 바텐팔이 수주했다. 주요 사업을 해외 기업이 맡는 데 대해 이의는 없다. 덴마크 기업들은 한국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부품·기자재 등을 사용하며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대로 한국 기업들은 덴마크 회사가 주도하는 해외 사업에 동참해 경험을 쌓고 있다. 해외 사업 진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에너지 산업은 안보와 직결된다.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기업 및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 덴마크와 한국은 상호 신뢰하는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싶다.” -해상풍력 분야에서 덴마크가 한국에 어떤 도움을 줄까. “덴마크 기업은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 지역사회와의 투명한 소통 등 그간 쌓아 온 덴마크의 경험도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덴마크는 국내총생산(GDP)이 꾸준히 증가하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은 역으로 줄었다. 에너지 소비량과 경제 활동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이룬 흔치 않은 국가다.” -에너지 외에 양국 간 협력 가능한 분야는. “덴마크는 원자력 발전은 안 하지만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있다. 한국은 SMR 기술·개발·실험이 가능한 설비를 갖췄다. 양국 간 기술 협력 가능성이 큰 분야다. 또 덴마크는 전통적인 해운 강국이다. 조선업 강국인 한국과 이미 다수의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 측면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유지 중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대한국 수출 비중도 높다. 이는 노인 돌봄, 환자 중심 치료 등 보건 체계에 대한 긴밀한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이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사회적 과제도 있을까. “고령화다. 덴마크는 세계적으로 진일보한 한국의 관련 정책에 관심이 있다. 우리 대사관도 올해 출범한 헬스케어 얼라이언스를 통해 한국 정부, 병원, 연구기관, 기업 등을 초청해 노인 돌봄 관련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다. 덴마크가 한국 등 전 세계 8개국에만 설치한 ‘이노베이션 센터 덴마크’(ICDK)는 바이오헬스·테크 등의 분야에서 양국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부족도 세계적인 사회 문제다. 덴마크의 접근법은. “덴마크 국영 송전운영사 에너기넷(Energinet)은 최근 전력망 연결 대기 물량이 상당해지자 정부(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를 통해 전력망과 관련한 긴급 입법 계획을 수립했다. 덴마크 의회는 이 법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력망 확장 지역을 선정한 뒤 어떤 부문을 전력망 연결에 최우선으로 둘지를 명시한 것으로 신규 데이터센터는 계통 연계 우선순위에서 비교적 낮은 순위에 두었다.”(법안은 ‘신청 순서 순’ 전력망 연결을 ‘우선 순위 순’으로 바꾸었다. 사회 필수 기능이 없는 일반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가장 낮은 4순위다) ■ 미카엘 헴니티 빈터 대사는 요즘 한국말 배우기에 푹 빠진 빈터 대사는 지난해 9월 부임한 정통 외교관이다. 2022년 주상하이 총영사를 지냈고 2018년 덴마크 외교부에서 개발 협력국장을 역임했다. 앞서 2001년 주베트남대사관 공관차석을 시작으로 2008년 주이라크 대사, 2011년 주태국대사(미얀마·캄보디아 겸임), 2016년 주방글라데시 대사 등을 지냈다. 북유럽에서 손꼽히는 아시아 전문가로, 코펜하겐대학교 정치학과와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국제경제학과 부교수 등도 역임했다.
  • 전월세 안정화 해법 찾는 ‘서울주거포럼’

    서울시는 오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월세 시장 현황 진단 및 안정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2026 서울주거포럼’을 연다고 4일 밝혔다. 최근 매매시장 변화가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민간임대주택 공급 체계, 장기전세주택의 역할 등을 논의하고 토론한다. 이창무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매매시장 규제 강화와 전월세 시장 불안을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선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가 기업형 민간임대 사례와 활성화 방안을, 조강태 MGRV 대표가 임대 수요 증가에 비해 부족한 공급 개선책을 발표한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장기전세주택의 성과를 분석한다. 김성보 시 행정2부시장은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전월세 안정화와 주거복지 정책 마련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이채명 경기도의원, 보육교사 출산·육아휴직 눈치 없이 쓰는 제도 돼야

    이채명 경기도의원, 보육교사 출산·육아휴직 눈치 없이 쓰는 제도 돼야

    보육교사의 출산과 육아휴직을 개인이나 개별 어린이집의 부담으로 떠넘기지 않고, 공공이 직접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기도의회 이채명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6)은 지난 2일 안양시새마을회관에서 개최된 ‘저출산 시대, 보육교사의 출산 및 양육 휴가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포럼’에 참석해 종합토론 좌장을 맡고, 보육 현장의 모성보호 실태 점검과 제도적 대안 마련을 주도했다. 새롬지방자치경영협회와 SGN뉴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김세라 숭의여대 겸임교수의 기조 발제를 시작으로 학계 연구진, 현장 전문가, 보육교사 및 학부모 대표가 머리를 맞댄 종합토론으로 꾸려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세라 교수는 법적 휴직 제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낮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보육교사의 휴직 활용을 제약하는 대표적 ‘4대 걸림돌’로 대체인력 수급난, 동료 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 어린이집 원장의 운영 압박, 휴직 당사자의 심리적 위축 및 복직 후 적응 문제를 지적했다. 이채명 의원의 주재로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실질적인 제도 보완책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주요 대안으로는 국가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대체교사 인력풀을 관리하는 ‘육아휴직 공공책임제’와 정규 교사가 상주하며 돌봄 공백을 상시 메우는 ‘비담임교사제’가 제안됐다. 이와 함께 학기 도중 복귀하는 교사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공동담임제’, 담임 인수인계 시 충분한 사전 준비 기간을 공식 보장하는 방안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토론 내용을 총괄 정리한 이 의원은 보육교사 휴직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의 공적 책임을 거듭 환기했다. 인수인계 단계부터 복직 이후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지원 시스템 도입은 물론, 민간·가정 어린이집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규모 시설을 위한 규모별 맞춤 차등 지원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보육교사의 일·가정 양립이 곧 보육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필수 과제로 꼽았다. 이채명 의원은 “보육교사의 출산ㆍ육아휴직은 ‘쓸 수 있는 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며, “눈치 보지 않고 실제로 쓸 수 있어야 교사와 어린이집이 안정되고 아이와 학부모도 안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현장에서 AI 활용을 활성화하여 교사의 업무와 원장의 운영 부담 등을 줄이는 것도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오늘 제안된 지원 방안을 토대로 경기도 보육정책과 조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 우현욱 경기도의원, 경기도의료원 경영손실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참석…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우현욱 경기도의원, 경기도의료원 경영손실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참석…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우현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용인10)은 지난 1일 경기도청 율곡홀에서 열린 ‘경기도의료원 경영손실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 참석해 연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을 요청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공공의료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고려해 경기도의료원의 재정·경영 상태 및 운용 시스템을 진단하고, 적자의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하고자 추진된다. 올해 6월 시작되어 오는 12월 최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중간보고회 자리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이희영 교수가 진행 상황과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우 의원은 분석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경기도의료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면 근본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한다”며 “지금은 도내 6개 병원만 비교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우수 사례와도 견주어 볼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민간병원과의 비교도 제안했다. 우 의원은 “민간 의료기관은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그 차이를 비교해 보면 공공의료기관이 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민간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 수익으로 경영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가 회계상으로 확인된다며, 해당 분석 내용을 보고서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 의원은 연구용역 종료 이후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용역 완료 후 도출된 개선책이 실제 현장에서 집행되는지 검증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묻자, 경기도 측은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활용해 지속적인 후속 지원을 펼치겠다고 답변했다. 끝으로 우 의원은 “이번 연구용역이 6개월로 끝나지 않고 의미 있는 연구가 되기를 바란다”며 “결과가 보고서로만 남지 않도록 의회에서도 함께 살피겠다”고 당부했다.
  • 증원된 공정위 상임위원에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증원된 공정위 상임위원에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임위원으로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신규 임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지난 5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증원된 상임·비상임위원 각 1명의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 김 상임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학 석사, 고려대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6년 금융연구원에 입사해 연구원, 부연구위원, 연구위원을 거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공정위 공정거래정책자문단, 금융위 포용금융전략 추진단, 기획예산처 재정정책자문회의 위원, 은행법학회 회장, 민간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의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 상임위원은 공정한 시장 경제, 동반성장 분야와 빅테크·핀테크·금산분리·은산분리, 생산적·포용금융과 금융기본권 분야의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전문성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 상임위원에 외부 인사가 임명된 것은 2009년 검사 출신인 장용석 전 상임위원 이후 17년 만이다. 공정위는 “김 상임위원은 여러 정부 기관의 위원회에 참여해 연구성과가 실제 정책 형성 과정에 반영되도록 기여했으며 정책토론·세미나 경험도 풍부하다”며 “향후 공정위 심결의 전문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의 임명으로 공정거래법에 따라 증원된 공정위 위원회의 구성이 완료됐다. 위원회 인원은 기존 9명에서 상임위원 6명, 비상임위원 5명 등 총 11명으로 늘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유승한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증원된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한 바 있다.
  •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어져야” [이순녀의 이사람]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어져야” [이순녀의 이사람]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추진2030년까지 1억 4900만t 더 줄여야재생에너지 확대·전력망 투자 필요신규 원전 건설은 사회적 합의 우선저탄소 전환 따른 산업계 지원정부, 한국형 녹색대전환 전략 마련790조 기후금융 등 재정·세제 혜택탄소차액계약제로 기업 투자 유도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함께 해법 찾는 기후시민회의 운영기후과학위 내년 3월 새롭게 출범인력·예산·전문성 부족은 보완돼야지난 8월 말 대홍수와 빙하 붕괴로 1400여명이 숨진 네팔에서 한 달여 만에 또 폭우와 산사태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가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네팔만의 비극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경고”라고 지적했듯 이제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없다. 우리도 올여름 경남 양산의 극한 폭염, 거제의 기록적 폭우 등 전례 없는 기상 이변을 경험했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기후 재난의 피해를 줄이는 위기 대응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후위)의 공동 수장인 이창훈(59) 민간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기후정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이 위원장을 만나 기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기후위는 기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서 명칭이 변경된 기구다. 어떤 의미가 있나. “국내외 사례에서 보듯 기후 위기는 이미 현실로 닥쳤다.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산업 육성에 중점을 뒀다면 기후위는 탄소중립 이행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기후변화 예측과 기후 재난 대응까지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후위의 전신은 2009년 설립된 녹색성장위원회다. 2018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설치됐는데 2021년 5월 두 기구를 통합해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출범했다. 그해 9월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탄녹위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올해 1월부터 기후위로 변경됐다. -기후위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범국가적 기후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국가의 주요 기후정책이나 계획을 사전에 심의하고, 실제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사후에 점검하는 민관 합동 심의 의결 기구다. 지난 4월 탄소중립법 개정을 통해 정책 조정 기능과 국가 기본계획 예산을 심의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다만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과 예산, 전문성이 보완돼야 한다. 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민간위원들이 비상임이고 사무처에 자체 채용 직원보다 부처 파견 공무원들이 더 많은 점은 아쉽다.” -지난 4월 임기 2년의 공동위원장에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기후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 당면한 과제다.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많은 힘을 쏟았다. 2025년까지의 실적을 놓고 보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이행 계획상 목표는 달성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뒤로 갈수록 감축률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로는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렵다. 연도별 계획을 다시 설정해 목표 이행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 추계량에 따르면 지난해 총배출량은 6억 8571만t으로 전년보다 610만t 줄었다.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기로 한 ‘2030 NDC’를 달성하려면 1억 4900만t을 더 줄여야 한다. 2018~2025년 동안 줄인 배출량이 8400만t인데 앞으로 5년간 이보다 1.7배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 8월 26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2040년까지 69~80%, 2045년까지 84~90%를 줄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NDC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떤 해결 방안이 필요한가. “재생에너지 설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력망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 2035년까지 발전 비중의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수립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태양광이나 풍력단지, 그리고 전력망 건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전력 다소비 기업들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기후정책이 상충되지는 않나. “기후부가 최근 제시한 전망치에 따르면 2040년 최대 전력 수요는 158.4~ 165.0GW다. 지난 4월 전망보다 27GW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24.3~24.6GW, AI 데이터센터에서 11.9GW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력 공급 확대가 2035 NDC의 차질 없는 이행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기후위가 사업 실현 가능성과 효율 개선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라는 기본 원칙에 비춰 보면 하루라도 빨리 쓸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 원전도 이런 관점에서 따져 봐야 한다. 소형원자로를 짓더라도 10년 이상 걸린다.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100년 동안 대기권에 머물면서 온난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당장 탄소 감축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은 즉시 건설이 가능하고 육상 풍력은 3년, 해상 풍력은 5년이 소요된다. 기후정책의 관점에선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주어진 시한 내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최선의 선택지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면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검토하는 방안은 고려할 만하다.” -기후부가 최근 신규 원전 건설에 관한 공론화 추진 계획을 밝혔는데. “다양한 사회계층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넓혀 가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일정을 서둘지 말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여론을 취합했으면 한다.” -저탄소 전환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로 탄소규제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탄소규제가 무역·공급망과 긴밀히 연계되는 상황에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은 선택이 아닌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다. 정부도 저탄소 전환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은. “올해 들어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생산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전환을 위한 재정·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확대하고 있는데, 포스코·현대제철 등이 생산하는 저탄소 철강제품의 공공구매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내년부터 도입되는 탄소차액계약제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을 보장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지원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및 재난관리 체계는 어떤가. “5년마다 국가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해 운영 중이고 지난 8월에는 기후적응법도 제정됐다. 법적·제도적 기반은 상당 부분 갖춰졌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발하는 복합기후재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사전 예방 역량을 제고하고 기후위험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보호대책과 기관 간 협업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기후위 산하에 기후시민회의가 상설 법정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기후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보다는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는 감축 부담, 산업 경쟁력, 에너지 전환, 기후취약계층 보호 등 다양한 이해와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기후정책일수록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토론하며, 사회가 함께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숙의 과정이 필수다.” -기존의 시민 참여 기구와 차이점은. “시민이 단순한 정책 수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정책의 의제 발굴부터 숙의·토론, 권고안 도출까지 참여하는 한국형 기후 공론장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기후 위기의 경험과 현장의 목소리는 정부 정책을 보다 현실적이고 생활밀착형으로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다. 기후시민회의를 통해 도출된 권고안은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책 과정과 연계되도록 하고, 관계기관의 검토와 이행 상황도 꾸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일회용품 안 쓰기 등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시민과 기후친화적 정책을 요구하는 주권자로서의 기후시민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기후과학위원회도 신설된다. “기후위 산하에 전문가 자문기구인 기후과학위원회가 내년 3월 새롭게 출범한다. 기후과학, 경제학, 법학, 보건학 분야의 전문가 15명을 초빙해 위원회가 심의하는 내용의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과학센터도 설립된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민간위원들이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부의 기후정책에 독립적인 의견을 낼 것이다.” -한국환경연구원장,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장 등을 지내며 오랜 기간 기후환경 의제를 이끌어 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은. “늘 수요자 관점의 정책 수립과 집행을 강조해 왔다. 대상자 및 이해관계자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맞춰 갈 때 정책 계획도 훨씬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다. 기후위도 다양한 직역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소통의 강점을 잘 활용해 기후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특히 새로 시작하는 두 조직인 기후시민회의와 기후과학위원회가 정부의 기후정책을 견인하고 조정하는 양대 축으로 잘 안착되도록 노력하겠다.” ■이창훈 공동위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한국환경연구원장,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순녀 논설위원
  • 120세 불로장수의 꿈 ‘바벨의 탑’일까,‘노아의 방주’일까?

    120세 불로장수의 꿈 ‘바벨의 탑’일까,‘노아의 방주’일까?

    기술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 120세 이상으로 연장되는 사회가 온다면, 우리의 일과 은퇴, 그리고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방식은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까? 고대 권력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불로장생의 꿈’은 이제 인류 역사의 허황된 환상이 아닌, 최첨단 생명과학이 도달한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수천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쓰인 문학 작품 ‘길가메시 서사시(The Epic of Gilgamesh)’에는 ‘불로불사의 약초’가 등장한다. 주인공 왕은 비밀 약을 찾아 여행을 떠났지만,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중국 진시황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로불사를 갈망했으며, 신약이라 믿고 수은을 마시다 중독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 인류의 끝없는 꿈이 불로장수로 형태를 바꿔 실현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는 ‘불로장수의 끝없는 꿈, 100세에도 건강한 롱제비티가 그리는 미래’라는 27일자 기사에서 “오늘날 전 세계는 단순히 오래 사는 ‘평균수명’을 넘어, 질병 없이 활기차게 생체 나이를 유지하는 ‘건강수명’을 극대화하는 ‘롱제비티(Longevity·장수 과학)’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0세 웰니스는 이제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거대한 사회·경제적 화두다.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에서도 ‘롱제비티’인프라의 시동은 세계 최장수국가인 일본에서 본격 시작됐다. 이에 앞서 한국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차병원 그룹의 프리미엄 웰니스 센터 ‘차움(Chaum)’이 2010년 10월 오픈해 롱제비티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차움은 △정밀 노화도 검진과 생체 나이 관리 △맞춤형 안티에이징 및 재생의학으로 ‘아프기 전에 미리 노화를 늦추는(공격적 예방 의료) 웰니스 모델’을 제시해 왔다. 차움은 ‘롱제비티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수명 연장’ 인프라의 한국형 원조격이자 대표주자로 볼 수 있다. 일본 효고현 아와지시마(淡路島)에 문을 연 초고가 웰니스 리조트 ‘THE PASONA natureverse retreat’도 이러한 흐름의 상징 주체다. 올해 6월 문을 리조트는 월 410만 엔(약 3700만원)에 달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자연 친화적인 건축 속에서 철저한 의료·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수면, 운동, 식이 프로그램을 제공해 전 세계 부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베시에서 아카시 해협 대교를 건너 약 10분 거리에 있는 리조트는 천장 높이 23m, 전체 길이 130m로,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목표로 설계(설계자는 건축가 사카 시게루)됐다. 이용자는 사전 문진 및 검사를 바탕으로 상담을 받는다. 담당 컨시어지가 컨디션에 맞춰 운동·수면·영양을 중심으로 한 숙박 일정을 짜준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호흡에 집중하는 요가와 해수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탈라소테라피(Thalassotherapy·해양 치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의료기관과도 협력해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일본만의 풍경이 아니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일상 속에서 건강수명을 관리하려는 니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먼저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단과 수면, 운동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건강지능(HQ)’ 개념이 사회적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서울 강남, 도심권을 중심으로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 검사, 항노화 정밀 도크(Dock), 재생의학 프로그램을 결합한 회원제 웰니스 센터들이 속속 들어서며 고액 자산가와 3040 젊은 기업가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도크(Dock), 즉 인간 도크는 일본에서 시작된 전신 정밀 건강검진 시스템을 뜻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마치 선박이 항해를 마치고 부두(Dock)에 들어가 대수리를 받듯이 사람이 정기적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시설을 찾아 암, 심혈관 질환, 만성 질환 등의 숨은 위험을 조기에 찾아내고 관리하는 종합 검진 모델을 말한다. ‘항노화 정밀 도크’는 최첨단 장비와 바이오 기술을 동원해 생체 나이, 유전자, 호르몬, 세포 노화도 등을 마치 배를 정밀 진단하듯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초고가 맞춤형 안티에이징·건강 관리 센터(또는 프로그램)를 의미한다. 일본 실리콘밸리의 부호들이 AI를 넘어 롱제비티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생체 나이를 되돌리는 데 열을 올리듯, 한국 사회 역시 ‘노화는 극복 가능한 질병’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안티에이징 트렌드가 중장년층 전용이 아니라, 2030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저속노화(Slow Aging)’ 열풍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CGM)나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식후 혈당이나 수면 패턴,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이를 SNS나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보편화됐다. 이와 함께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한다는 ‘공격적 예방 의료’가 대세가 되면서 저당·고단백 식단, 항산화 이너뷰티 제품, 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데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2019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라이프스팬’에서 “노화는 치료 가능한 병”이라고 주장해 각계 각층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노화 메커니즘 연구가 급속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싱클레어 교수 주장에 적극 공감한 사람들은 미국 빅테크 창업자들과 실리콘밸리의 부호들이었다. 미국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이 앞다퉈 롱제비티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 스크럼벤처스 미야타 타쿠야 창업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인공지능(AI) 다음에 롱제비티가 온다”고 말한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비영리 재단을 통해 혁신 기술을 지원해 온 마크 저커버그 등이 주목하는 X프라이즈 재단이 2023년부터 건강수명을 최소 10년 연장하는 기술에 총상금 1억 달러 규모의 국제 경진대회(XPRIZE Healthspan)를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는 2030년까지 7년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서 600개 이상 팀이 참여해 8월에 결승에 진출한 상위 10팀이 선정됐다. 10개 팀은 미국 6개, 일본 2개, 한국과 중국 각 1개씩이다. 한국 기업은 부산대 연구팀을 기반으로 설립된 바이오 스타트업인 ‘피알지에스앤텍(PRG S&Tech)’이며 노화를 촉진하는 독성 단백질인 ‘프로제린(Progerin)’의 활성을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 ‘프로제리닌(Progerinin)’을 개발했다. 일본은 2팀 중 한곳이 도쿄대 교수이자 도호쿠대 겸임 교수인 고다 케이스케 씨가 이끄는 Goda Lab(도쿄 분쿄)이다. Goda Lab은 ‘슈퍼엑소좀’을 활용한 회춘 연구나 AI 기반의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고다 교수는 노화 세포와 잘 결합하도록 독자적으로 가공한 ‘슈퍼엑소좀’을 인간 40세에 해당하는 월령 15개월 마우스에 투여한 결과, 인간 기준으로 15년 이상 젊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과가 대중화되기까지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현재의 글로벌 의약품 규제 기관(미국 FDA나 한국 식약처 등)의 프레임워크는 ‘질병 치료’에 맞춰져 있어 ‘노화’자체를 질병이나 적응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혁신적인 항노화 기술과 약물이 실제 임상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제도적 정비와 임상 시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술 진보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죽음이 유예될 때,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는 새로운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길어진 노후에 대한 고립’과 ‘젊음과 신체기능 유지’이다. 먼저 사회 시스템의 한계다. 기존의 생애주기 70세를 기준으로 설계된 정년 제도, 연금 및 복지 시스템, 주거 환경은 100세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존엄의 재정의이다. 롱제비티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젊음과 신체기능 유지’를 외치지만, 거꾸로 말해 이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포용적 사회 디자인이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불로장수를 향한 인류 집념은 ‘바벨의 탑’처럼 오만한 도발이 될 수도, 혹은 초고령화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를 지속가능한 재흥(再興)으로 이끄는 ‘노아의 방주’가 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는 한국은 불확실한 미래를 선도할 롱제비티 기술과 K-웰니스 인프라를 결합해 세계에 해답을 제시할 최전선에 서 있다. 기술적 승리를 넘어, 건강하게 나이 들 권리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나이 듦이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인식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장수 르네상스’를 완성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호남 전력 자급률 210%...분산전력망 최적지”

    “호남 전력 자급률 210%...분산전력망 최적지”

    “섬성전자·SK 하이닉스, 수도권 대비 연간 8000억원 전력 비용 절감”차등요금제시 20년간 최대 16조 절감…Direct PPA로 주민 소득 연계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수도권 송전망 한계를 극복하고 2050 탄소중립과 지역균형발전을 이끌 미래 핵심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광주 지역의 풍부한 무탄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형 분산전력망을 구축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이 연간 최대 8000억 원에 달하는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호근 전 연세대 교수는 최근 광주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사)에너지밸리포럼 주제 강연에서 “‘전력이 있는 곳에 공장이 간다’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최적지가 바로 호남”이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에너지 민주주의와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남·광주 지역은 전력 자급률이 210%에 달하고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도 44.1%에 이르는 무탄소·친환경 에너지 요충지다. 생산지 인근에서 전력을 직접 소비하고 양방향 거래를 구현하는 ‘지산지소형 분산전력망’으로 전환할 경우, 수도권의 심각한 송전선로 병목현상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따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전기료 10% 할인 가정)가 적용될 경우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호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도권 대비 연간 7000억~8000억 원, 20년간 최대 16조 원의 전력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시산됐다. 이 교수는 “전남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내 직접전력구매계약(Direct PPA)이 활성화되면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이 주민 소득으로 리턴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장의 핵심인 안정적 전력 공급 방안으로는 정교한 ‘무탄소 에너지(CFE) 믹스’가 제시됐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빛원전의 기저전력과 LNG·수소 혼소,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구례·곡성 신규 양수발전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지만 수도권 집중도와 지역 불균형은 OECD 최하위 수준”이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역 불균형을 깨뜨릴 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4대 과제로 △완결형 생태계 구축 △인재 정주 환경 조성 △자생적 경쟁력 확보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꼽았다. 우선 소부장(소재·부품·장비)·팹리스·후공정 기업이 함께 입주하는 완결형 클러스터를 기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GIST(광주과학기술원)·전남대·전북대 등 지역 거점 대학과 연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주거·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과감히 확충해 우수 인재가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단순 정부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 기업 중심의 계통·물류·수율 최적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연계해 지자체·산업계·학계가 참여하는 민간·시장 주도의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한국전력공사, 한전KDN, 한전KPS, 전력거래소, 한국광기술원, (재)녹색에너지연구원, 에너지밸리기업개발원, 해양도시가스, 동북아LNG허브터미널(주)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과 기업체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 대미투자 ‘밑빠진 독’ 될까…알래스카 LNG, 상업적 합리성이 분수령

    대미투자 ‘밑빠진 독’ 될까…알래스카 LNG, 상업적 합리성이 분수령

    日도 수익성 낮아 포기한 440억弗 사업 美 러브콜에 ‘3호 프로젝트’로 검토 선회 중동전쟁·호주 내수 우선에 공급망 다변화 “최종 투자 전까지 수익성 계속 검증해야”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고위험’ 사업으로 평가됐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3호 프로젝트’로 검토되고 있다. 일본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포기한 사업인 만큼 ‘상업적 합리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사업을 확정하는 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한국 등 아시아에 LNG를 수출하는 44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보고에서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하이리스크(고위험) 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의 대미 투자 협상장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거듭 언급하며 한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정부는 미국과의 주고받기 협상 끝에 알래스카 LNG 사업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일단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참여 검토에 나선 건 ‘에너지 공급망’ 때문이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카타르 등 주요 LNG 생산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해졌다. 세계 3대 LNG 수출국인 호주마저 자국 내 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자 내년 7월부터 LNG 수출의 20%를 내수용으로 의무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이 성공하면 새로운 LNG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검토’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탈탄소 에너지 정책으로 국내에서 LNG 사업 확장이 어려운 한계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알래스카산 LNG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도입하면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 LNG 사업이 미국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사업인 만큼 “안정적인 LNG 공급과 가격뿐 아니라 50%에 달하는 철강 관세 완화와 국내 기업의 기자재·강관 공급 등을 패키지로 묶어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출신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가스·원전 경쟁력을 가진 우리 기업에는 기회”라면서도 “LNG 도입 가격을 비롯해 조건을 따져 최종 투자 결정 전까지 수익성과 위험 등 사업성을 검증하고, 수익성이 없다면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에너지학과 교수는 “알래스카는 동토 지역인 데다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반이 움직이는 혹독한 환경 속에 높은 인건비와 공사비를 감당해야 하는 고난도 공사”라며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할 때 LNG 판매가격뿐 아니라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 등 건설 리스크까지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 협상 과정에서 한국산 철강 50% 관세를 인하하고 철판·강관 등을 파이프라인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를 한국에서 공급할 수 있게 되면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판로 확보와 중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대한 지형적 위험을 분산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 교수는 “약 1300㎞에 이르는 가스관 건설에 대규모 강관이 필요한 만큼 현재 50% 관세로 미국 수출이 막힌 국내 철강업계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포항·광양 등 철강산업 지역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철강 관세 인하 등과 연계해 협상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상대적으로 지리가 가까운 알래스카산 LNG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도입할 수 있다면 중동의 호르무즈·말라카·대만 해협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참여 의지도 변수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정부와 가스공사가 사업성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기업이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들이 경제성이 없는데 정부가 억지로 참여시키는 구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기업 스스로 사업성을 검토해 참여하려는 것이라면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알래스카 LNG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정부의 금융·정책적 지원 없이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며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을 활용하되 경제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알래스카 LNG 사업은 한미 간 추가 협상을 거쳐 투자 여부와 조건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따질 계획이지만, 미국이 무리한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중동 원유 의존도 70%→50% 이하로비축 2000만 배럴↑…가스도 30% 미만한편 정부는 같은 맥락에서 자원 안보 관련해 중동 전쟁을 계기로 원유 공급망 다변화와 비축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2035년까지 중동 등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2030년까지 2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을 확충한다. 한국의 하루 석유 소비량은 수출용 포함 약 280만 배럴로, 2000만 배럴은 약 7일치에 해당한다. 산업부는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제1차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70% 수준인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중동산 원유 운임 지원을 확대하고, 중질유 중심의 국내 정제설비도 미국산 등 경질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난해 기준 70%에 달하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고, 가스 역시 특정국가 의존도를 30%대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은 2016년 카타르 가스 의존도가 35.5%에 달했지만 이후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 지금은 20% 미만으로 낮아졌다. 핵심광물 관리 대상은 희토류·게르마늄 등 38종에서 51종으로 늘리고, 비축 품목도 24종에서 29종으로 확대한다. 공급망 취약 광물의 비축 목표는 기존 180일에서 최대 365일로 늘린다. 김정관 장관은 “중동 전쟁을 겪으며 자원안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산업을 지키는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위기 때마다 반복되던 단기적·사후적 대응에서 벗어나 우리 자원 공급망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2차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충청권 유치 전략 ‘엇박자’

    2차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충청권 유치 전략 ‘엇박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충청권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엇박자’를 보이면서 충청광역연합 중심의 충청권 공동 현안 해결과 초광역 협력 등이 무색하게 됐다. 26일 충청권 지자체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을 놓고 대전·세종·충남이, 한국국방연구원을 놓고 대전과 충남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제1회 충청광역연합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은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이전을 놓고도 보령·당진시와 태안군이 경쟁하는 구도다. 지자체 관계자는 “대전·충남은 1차 이전 당시 제외됐고, 2차 이전에는 규모가 있는 기관이 적어 유치할 수 있는 기관이 중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기관 유치가 단체장의 성과와 직결되면서 조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최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충남 설치를 요청했다. 전국 최상위 수준의 전력 인프라와 충남에 있는 국정자원 재해복구센터와의 연계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상호 세종시장도 윤 장관에게 세종 이전을 제안한 바 있다. 중앙행정기관과 국책 연구기관이 집적된 세종에 자리 잡는 것이 업무 연계성과 접근성 면에서 우수하고 신규 용지와 기반 시설을 확보하기 수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대전시는 세종과 충남의 유치 경쟁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국가 안보 관련 시설은 외딴곳에 둘 수 없다”며 “서구에 공간을 제안한 상황”이라고 사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너무 앞서간다는 반응이다. 국정자원 본원은 2030년 임대 계약이 끝나고 지난해 화재로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행안부는 민간 데이터센터 활용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최고 수준(C등급) 정보만 공공이 맡고 하위 단계(S·O등급)는 민간에 위탁 관리할 계획”이라며 “광주·대구센터에서 분산 처리가 가능하면 센터는 추가 설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대전과 충남은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을 놓고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대전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 관련 기관이 밀집해 있어 국방연구원 이전에 따른 시너지를 효과를 강조한다. 충남은 통합 사관학교의 대전(자운대) 설립에 따라 국방연구원은 충남으로 배치해 국방산업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유치는 지역 간 경쟁뿐 아니라 지역 내 경쟁도 치열하다. 충남과 전남 나주, 경남 진주에 이어 울산시까지 유치에 뛰어들었다. 충남은 국내 화력발전 52기 중 28기가 설치된 가운데 보령화력 1·2호기와 태안화력 1호기 등 3기가 폐지되며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인구 감소가 현실화했다. 2038년까지 21기가 폐지되면 지역 소멸이 불가피하다며 통합 본사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17일 제1회 충청광역연합협의회를 열고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유치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의 본사가 있는 보령과 태안뿐 아니라 동서발전의 주력 발전소가 위치한 당진도 유치를 희망하면서 지역 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택회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충청권 공공기관 유치가 ‘각자도생’ 방식이 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충청광역연합이 조정을 통해 역할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 경북 포항시, 전문가와 함께 중앙상가 살리기 나서…“전환점 마련”

    경북 포항시, 전문가와 함께 중앙상가 살리기 나서…“전환점 마련”

    경북 포항시가 빈 점포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앙상가를 살리기 위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시는 중앙상가 포픈(포항 오픈 스페이스)에서 지역 상인회와 유관 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앙상가 활성화를 다각도로 모색하는 ‘중앙상가 알고리즘 새로고침’ 포럼을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원도심 상권인 중앙상가는 온라인 활성화 등 구매 행태 변화로 빈 점포 증가와 유동 인구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포럼의 주제를 ‘중앙상가 알고리즘 새로고침’으로 정했다. 이날 기조강연은 일본 도시재생 전문가 윤경훈 류쓰케이자이대 교수가 맡았다. 윤 교수는 일본 우츠노미야의 원도심 재생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포항형 중앙상가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토론에서는 포항 대표 수산물 유튜버 ‘수부해’(최명환 대표)와 청년 창업 신화를 이끌어 낸 경주 황리단길상인회 이병희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외부인 유입을 늘리고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현장 밀착형 개선책을 논의했다. 포럼 현장 참석자들은 중앙상가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한 팝업스토어 생태계 조성, 인공지능(AI) 단편영화제 등 콘텐츠 연계 체류형 프로그램, 해양 거점과 원도심을 잇는 동선 연결 방안 등 다양한 실천 전략을 공유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중앙상가가 포항의 얼굴인 만큼, 상권의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풀어낼 알고리즘을 현장의 목소리로 만들어가는 뜻깊은 자리”라며 “작은 실행을 시작으로 민간 자본과 스타트업,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원도심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 ‘더 좋은 서울 도시미래 포럼’ 특별포럼 개최, 비엔나 주거혁신 100년에서 ‘서울의 내일’을 찾다

    ‘더 좋은 서울 도시미래 포럼’ 특별포럼 개최, 비엔나 주거혁신 100년에서 ‘서울의 내일’을 찾다

    서울시의회 의원연구단체 ‘더 좋은 서울 도시미래 포럼’(공동대표 곽인혜·함대건·김인제)이 지난 18일 서울시의회 제1대회의실에서 ‘도시의 재구성 : 비엔나 주거 혁신 100년에서 찾는 서울의 내일’을 주제로 특별포럼을 열었다. 세계적인 주거 혁신 모범 사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공공주택 선례를 바탕으로 서울의 주거 안정과 미래 주택 정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려는 취지다. 이날 포럼에는 공동대표인 곽인혜, 김인제, 함대건 의원과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서울시의원들이 주거 불안에 대한주거공급 활성화를 위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별포럼의 강연자로는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활동 중인 아키텍처인프로그레스의 이병훈 건축가, 케른텐 응용과학대학교(Carinthia Univ. of Applied Sciences)의 프란츠 숨니츠(Franz Sumnitsch) 교수(BKK-3 대표 건축가), 가르텐하임(Gartenheim) 주택협동조합의 루돌프 부르너(Rudolf Burner) 이사회 의장이 직접 나서 발제를 진행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병훈 건축가는 ‘비엔나 소셜 하우징의 역사와 한국적 대안’을 주제로, 비엔나 전체 주택의 44%를 차지하는 공공임대주택과 진흥기금 임대주택(어포더블 하우징, Affordable Housing) 구조를 설명했다. 이 건축가는 “비엔나 모델의 핵심은 공공과 민간의 사회적 기업 시행사가 합작하는 민관협력(PPP) 구조에 있다”며 “기업의 이윤율을 3% 이하로 제한하고, 토지·금융·기업이윤 3가지를 공공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이 저렴하면서도 품격 높은 주거를 누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적 대안으로 공공주택의 사업성 탈피 및 공공성 회복, 전통적 두레와 품앗이 정신을 잇는 주거 공동체성 강화를 제안했다. 이어 프란츠 숨니츠 교수는 비엔나의 대표적인 코하우징(Co-housing) 및 스마트 사회주택 프로젝트인 ‘자르크파브릭(Sargfabrik)’, ‘포어가르텐슈트라세(Vorgartenstraße)’, ‘존벤트피어텔(Sonnwendviertel)’ 사례를 소개했다. 숨니츠 교수는 “단순히 잠만 자는 집이 아니라 공유주방, 도서관, 수영장, 옥상 텃밭,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공동시설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주민 자치와 연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비엔나 주거의 본질”이라며, 학생·신혼부부·한부모 가정이 함께 어우러지는 콤팩트하면서도 창의적인 평면 설계와 사회적 혼합(Social Mix)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루돌프 부르너 의장은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가르텐하임 주택협동조합의 운영 모델과 주택공익법에 기반한 금융 선순환 구조를 발표했다. 부르너 의장은 “목적세인 주택세와 시정부의 토지임대권을 활용해 대규모 공익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원가 충당 원칙, 이익 제한, 자본 외부 유출 방지를 통해 회수된 자본을 다시 도시 주거에 재투자하는 순환 고리가 도시 전체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핵심 열쇠”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치솟는 서울의 땅값과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토지임대부 유휴부지 활용책, 공공기여 개념의 범주 확장과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확충안, 아울러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수용 가능한 보편적 모델의 사회주택 도입을 둘러싸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포럼 공동대표인 김인제 의원은 “서울시의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매입임대주택조차 품질 문제 등으로 외면받는 현실 속에서, 비엔나 모델은 공공성과 우수한 주거 디자인이 결합했을 때 주거 만족도를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는지 명확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엔나처럼 토지와 금융 기금을 제도화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들과 협력한다면 서울에서도 고품격·저비용의 지속가능한 주거 혁신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소중한 제언들을 바탕으로 서울시민 누구나 주거 불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조례 제정과 정책 대안 마련에 서울시의회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K관광 상징 된 ‘부산병’… 더 머물고픈 매력, 방방곡곡 번져야” [전문가 좌담]

    “K관광 상징 된 ‘부산병’… 더 머물고픈 매력, 방방곡곡 번져야” [전문가 좌담]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로올 2300만명 예상… 매년 상승세패키지보다 개별 여행 89% 차지한국인 일상 체험이 관광 콘텐츠서울 넘어 지역까지 발길 끌어야서울서 안동까지 갈 ‘매력’ 찾아야지방공항 중심 ‘5대 관광권’ 활성화인접 지역까지 성장할 생태계 구축지역 콘텐츠, 발견의 미학여행지 특별한 경험 SNS로 공유다음 관광객 예약·결제까지 유도지속성 위해 지역 사업자 발굴도둘러보기 아닌 머무는 곳으로기존 시설 품질 높여 안심 숙소로15.8억 들여 숙박 통합플랫폼 구축콘텐츠·이동·숙박이 ‘하나의 여행’“‘부산병’이라는 말은 한국이 글로벌 관광객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장의 진단에는 ‘K관광’의 성취와 다음 과제가 함께 담겼다.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서울을 넘어 부산까지 넓어진 지금, 더 많은 지역으로 열기를 확산할 수는 없을까. 관광객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이들이 지역에서 머물고 소비할 환경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체부가 주최하고 서울신문·두리커뮤니케이션이 주관한 ‘K관광 역대 최다 방한객 시대, 관광정책의 오늘과 내일’ 2026 전문가 좌담회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강 실장,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 장호찬 한국방송통신대 도시콘텐츠·관광학과 교수,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가 참석한 이날 좌담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분산과 체류 확대를 위해 지방입국과 이동, 지역 교통, 콘텐츠 유통, 숙박 제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 현실이 될까 한국 관광산업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1280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 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방문객은 2300만명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지출액 역시 168억 달러(22조 60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33.2% 늘었다. 개별자유여행객 비중은 89%나 됐다. 여행사가 짠 정형화된 일정에 따라 이동하기보다 여행자가 직접 목적지와 숙소, 체험을 찾고 예약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관광 목적도 의료관광과 웰니스, 공연, 미식, 뷰티 등 다양해지고 있다. 장 교수는 “보복수요와 환율 효과는 일시적 요인”이라면서도 “입국 시장이 다변화되고, 방문객 연령과 방한 동기도 다양해진 것은 구조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3000만명 목표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숫자로 다가왔다”고 했다. 강 실장은 “K콘텐츠를 보고 한국에 와보니 한국인이 즐기는 삶의 패턴 자체가 매력적인 것”이라며 “한국인의 일상 그 자체가 즐길 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뷰티와 미식, 동네 상권과 한강처럼 한국인의 일상이 외국인에게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제 과제는 K콘텐츠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의 동선을 수도권 밖으로 어떻게 확장하느냐다. ●지역이 ‘서울의 중력’을 극복하려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전역을 여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5년 인천·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관광객은 전체의 71.9%에 달했다. 문체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문객의 지역 방문율은 34.3%로 전년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지역으로 직접 입국한 건 288만명으로 지난해 225만명보다 28% 증가했다. 올해 1~7월 비수도권 방문객 지출액은 1조 44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9%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지출 증가율은 50.3%였다. 지역 방문과 소비가 늘고는 있지만, 수도권 집중 구조를 바꾸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장 교수는 이를 관광의 ‘중력 법칙’으로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 온 사람이 경북 안동시까지 가려면 안동에 어마어마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며 “거리와 멀어질수록 더 무거운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공항을 통해 가까워지면 지역의 매력이 조금 약해도 관광객을 끌어당길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김해·대구·청주·양양·무안공항을 거점으로 한 ‘지방공항 중심 5대 관광권’을 확정했다. 공항과 인근 도시를 하나의 여행권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2027년에는 국비 659억원과 지방비 276억원 등 총 935억원을 투입해 해외 홍보, 지방공항·항만 연계 관광객 유치, 지역 교통과 결제 편의, 특화 콘텐츠를 지원할 계획이다. 교통·결제 편의 개선에는 149억원이 배정됐다. 5대 관광권은 공항 하나에 관광지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김해공항 권역은 부산·경주·울산·거제·통영을, 대구공항 권역은 대구·경주·안동을 잇는다. 청주공항 권역은 청주에서 공주·부여, 익산·전주로 이어지고, 양양공항 권역은 양양·강릉·속초를, 무안공항 권역은 무안·목포·광주·여수를 아우른다. 방한객의 실제 여행 동선을 고려해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관광권 단위로 지역관광을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실장은 “방한객은 행정구역에 맞춰 이동하지 않는다”며 “특정 지역만을 관광 목적지로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접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는 쉽게 노출돼야 팔린다 지방공항을 통해 관광객이 들어와도 지역에서 이동하고 체험하며 소비할 서비스가 없다면 관광권은 작동하기 어렵다. 안 실장은 “관광객이 수도권에 머무르면서 여행사와 서비스 인력 등 관광 생태계도 수도권에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안 실장은 “지역의 2~3시간짜리 체험상품도 수요는 있지만, 공급 영역에서 이를 운영할 수 있는지가 과제”라며 “전통 약과 만들기 체험처럼 상품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안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할 사업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관광의 과제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상품을 만들 사람과 조직을 확보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지역 콘텐츠의 양보다 ‘발견되는 방식’을 강조했다. “여행은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가장 쉬운 소비”라며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되는 경험이 다음 여행 수요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신안 퍼플섬을 예로 들었다. ‘퍼플 아일랜드’라는 선명한 이름과 사진·영상으로 남길 장면이 해외 인플루언서를 끌어들이고, 그 콘텐츠가 다시 관광객을 부른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콘텐츠가 없는 게 아니라 검색이 잘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별여행객이 직접 목적지를 찾고 예약하는 환경에서 디지털 노출과 유통은 관광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는 진단이다. 검색에서 발견된 관광지는 예약과 결제로 이어져야 실제 상품이 된다. 외국어 안내 페이지가 있더라도 예약 가능 날짜와 가격, 이동 방법이 제각각이거나 현장 결제만 가능하면 개별여행객은 일정을 짜기 어렵다. 특히 2~3시간짜리 체험은 교통과 식사, 숙박 동선에 자연스럽게 결합될 때 체류시간을 늘리는 상품이 된다. 지역의 작은 체험도 ‘무엇을 할지’뿐 아니라 ‘어떻게 가고, 언제 예약하며, 어디에서 묵을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방문’에서 ‘체류’로 관광객의 체류는 결국 숙소에서 완성된다. 현재 추산되는 관광숙박업소 수는 약 2900개다. 일반·생활숙박업소 수는 약 2만 7000개로 관광숙박업의 9배를 상회한다. 관광숙박업은 문체부가, 일반·생활숙박업은 공중위생관리 체계에서 관리해온 만큼 업종별 관리 기준과 지원 체계도 나뉘어 있다. 문체부는 일반·생활숙박업까지 포괄하는 가칭 ‘숙박업법’ 제정을 추진한다. 관광호텔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보다, 기존 시설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 외국인이 안심하고 예약할 수 있는 숙소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안 실장은 “일반숙박업 중에서도 외국인이 실제 이용하는 시설이 많고, 모텔도 외국인 관광객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위생관리 중심으로 운영돼 서비스 평가 기준은 부족했다”며 “가용한 숙박자원의 전반적인 품질을 끌어올려 외래객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7년부터 40억원을 투입해 일반·생활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품질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관광사업자 융자 지원 예산 7062억원 가운데 일부는 우수 일반·생활숙박시설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숙박업 통합 플랫폼 구축에는 15억 8500만원을 편성하고, 정책 기반 통계를 쌓기 위한 데이터 표준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지역관광이 관광지나 숙소를 새로 만드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교수는 “콘텐츠 매력만으로는 방한객을 지역까지 유인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그 지역에 도착했을 때 이동·숙박·안내 체계가 매끄럽게 작동해야 재방문과 체류 연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의 성패는 사람이 만든다”며 지역 관광기업과 현장 인력이 활동할 기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중앙정부·지방정부·민간이라는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병’의 열기가 다른 지역의 체류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공항과 교통, 콘텐츠, 숙박을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제작 지원 문화체육관광부
  • [데스크 시각] AI 속도조절론 뒤, 기술 패권 전쟁론

    [데스크 시각] AI 속도조절론 뒤, 기술 패권 전쟁론

    이번 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마음이 복잡하다. AI 개발 선두 업체들이 주장하는 AI 속도조절론이 예상보다 빠르게 국제 규범으로 현실화한다면 한국의 AI 산업에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최근 오픈AI와 앤스로픽 수장이 AI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왔고 ‘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와 요슈야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가 AI를 핵에 비유하며 잇달아 경고음을 울렸다. 힌턴 교수는 오픈AI의 아스트라가 허깅페이스를 해킹한 사건을 “작은 체르노빌”이라며 “AI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이 1년쯤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벤지오 교수는 “AI 통제는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국제적 과제”라며 국제 규범 논의를 제안했다. 글로벌 핵군축·비핵화와 마찬가지로 AI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의에 공감하지만 그 뒷면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핵무기 국제 규범을 핵보유국이 주도했던 것을 돌아보면, 우리가 AI 국제 규범 논의에서도 소외될 수 있어서다. AI 국제 규범 모델로 거론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은 1967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핵무기 또는 핵폭발 장치를 제조·폭발시킨 미국·소련·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만을 핵무기국으로 규정했다. 그날까지 핵을 갖지 못한 나라는 핵무기 개발이 금지됐다. 비핵보유국은 핵군축 약속의 불이행 우려, 강대국 중심의 국제 안보 질서 등을 우려해 반발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AI는 핵과 달리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규제에 부정적이어서 NPT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AI 기술 경쟁에서 지배적 위치를 선점한 미중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AI 표준과 규범을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핵무기 규범 때처럼 기술 역량과 협상력을 가진 소수 국가가 규칙 설계 과정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지점이다.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는 오픈AI,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AI 속도전에서 낙오했다간 규칙을 정하는 논의에서 배제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우리도 국제 규범 논의에 참여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는 핵심 기술의 자립 역량이다. 민관은 소버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GPU·데이터·컴퓨팅 인프라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해외 모델 활용을 넘어 우리 언어와 산업, 공공서비스에 최적화된 AI를 자체적으로 개발·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국방 분야가 출발점이다. 국방 AI를 단순한 무기체계의 보조 기술로 취급하지 말고, 감시·정찰·지휘통제·사이버 방위 등 핵심 군사 시스템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로 구축해야 한다. 소버린 AI의 고도화가 AI 생태계에서 고립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제 협력에 참여하면서도 핵심 기술과 데이터, 시스템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국제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 다음은 협상력 고양이다. 우리 정부는 AI 규제 논의뿐 아니라 안보·통상·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 협력 체계도 민감하게 살펴야 한다. 국제 협의체는 처음부터 완성된 안보 질서로 출범하지 않는다. 작은 실무 협력이 새로운 전략적 연대와 규범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전략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는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당시 네 나라가 구호 활동을 위해 협력한 것이 초기 계기였다. 특히 미중 간 AI 안전과 군사적 위험에 대한 논의가 향후 새로운 다자 협력체나 규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AI라는 미래의 국제 규범을 누가 설계하고, 누가 그 과정에 참여할지는 기술 역량과 외교적 준비에 달려 있다. 선두권이 벽을 높이고 있고, 우리는 시간이 없다. 이경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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