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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미술가들, 튀르키예 지진 현장 어린이 대상 미술치유 봉사

    한국 미술가들, 튀르키예 지진 현장 어린이 대상 미술치유 봉사

    한국 미술가들이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 현지의 어린이들과 미술수업을 진행하며 예술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술나눔 아트플랫폼 아이프칠드런은 대한적십자사(회장 김철수) 후원을 받아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의 ‘한국 친선 컨테이너 마을’에서 국제구호 예술나눔 현장 수업 ‘희망의 색을 그리다’를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부터 진행했다고 밝혔다.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미술가는 김남표, 남지형, 두민, 박성수, 아트놈, 윤종석 등으로 국내 미술계 스타 작가들이다. 작가들은 300여명의 현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튀르키예는 지난 2월 시리아 접경의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초유의 지진 사태가 일어나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크고 작은 도시들이 무너지고 수십 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해 현재까지도 지진피해 후유증을 겪고 있다. 아이프칠드런에 따르면 김남표 작가는 음악에 맞춰 아이들이 함께 춤추고 자유롭게 드로잉을 하도록 하며 긴 시간을 지치지 않고 음악과 미술을 즐기는 경험을 가졌다.두민과 남지형 작가는 아이들이 직접 색칠한 종이로 집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두민 작가는 “아이들이 하나같이 2층으로 집을 올리는 걸 꺼리는 모습에서 지진피해의 트라우마가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윤종석과 박성수는 스케치북에 튀르키예의 문화명소나 전통 문양을 그리며 아이들에게 나라와 자신들의 삶에 자존감을 되찾도록 유도해주는 수업을 진행했다.아트놈 작가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는 의미로 일일이 캐릭터를 그려 배지로 만들어 선물했다. 첫 수업에 이후에도 VR 드로잉 경험이나 활동성 놀이 등 확장형 미술놀이의 경험을 전해줄 예정이다. 김윤섭 아이프칠드런 이사장은 “우리 미술가들이 예술을 통해 어떤 긍정적 역할과 미래지향적인 실천을 선보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도 한국 미술가들의 감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가치와 감성적 교감을 만들어가는 기회들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재율 대한적십자사 지원단장은 “아이프칠드런의 미술구호 활동은 일상생활의 감성적 회복을 돕는 ‘심리사회적 지지’의 실천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상대적으로 약자인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되살린다는 면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적 가치를 전해져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대단히 ‘미량스러운’ 미량의 시를 읽다

    [최보기의 책보기] 대단히 ‘미량스러운’ 미량의 시를 읽다

    1950년대 신춘문예 당선작 중 박봉우 시인(1934~1990)의 <휴전선>이란 ‘전설’이 있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 …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나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물었다. 아름다운 길, 시란 아름다움만 추적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비극의 휴전선을 써야 하는 시인은 가슴이 아린다. 지난달 김영숙 미술평론가의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을 소개할 때 시인 존 키츠의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아야만 할 모든 것이다.”라는 명제와 함께 저자 김영숙의 “화가의 그림에는 개인, 사회, 역사에 쌓인 사고와 철학이 들어 있다. 그림이나 조각을 본다는 것은 그것들에 대한 맹렬한 추적”이라는 해설도 인용했다. 화가를 시인으로 바꿔보자. ‘시인의 시에는 개인, 사회, 역사에 쌓인 사고와 철학이 들어 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것들에 대한 맹렬한 추적’이라 해도 들어맞는 것은 ‘시가 예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전후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예술은 개념적 언어가 포착하지 못한 궁극에 다가갈 수 있는 문, 시는 예술의 본질이다. 시의 힘은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시는 시인의 삶, 존재가 고스란히 담긴 집. 시인은 인간과 존재 사이에서 존재의 소리를 듣고 그 울림을 전하는 역할. 인간의 소명은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하는 것’이다. 세상을 시인의 눈으로 보고, 시인의 피부로 느끼고, 시인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살 때 비로소 인간 존재의 본질에 맞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 아니겠는가! 김미량 시집 『신의 무릎에 앉은 기억이 있다』는 등단 14년 만에 내는 첫 시집이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나는 신의 무릎에 앉을 수 있었다’는 시인은 ‘신의 부탁으로/ 사람들에게 꽃을 알리러 왔다’고 한다. 시인의 이름이 시에 녹아든 「미량」에서 시작해 「다시, 미량」으로 돌아오는 시인은 ‘어젯밤 꿈에/ 신의 무릎에 앉아 그날처럼 제비꽃 오백 장을 접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전생은/ 믿거나 말거나 다 끝난 이야기/… … 꽃과 나와/ 신의 거리가 분간되지 않는다’며 신의 무릎을 파고든다. 시인의 시계(詩界)가 대단히 ‘미량스러운’ 것은 달아실이 ‘시를 짓는 시민(詩民)과 시를 읽는 시민(詩民)의 마음을 함께 헤아리’는 출판사이기 때문이리라.
  • [최보기의 책보기] 가성비 풀컨디션 이탈리아 미술 기행

    [최보기의 책보기] 가성비 풀컨디션 이탈리아 미술 기행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아야만 할 모든 것이다”라고 말 한 사람은 영국 시인 존 키츠다. 김영숙 미술 작가의 신간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은 키츠의 명언으로 첫 장을 연다. 문제는 아름다움이 매우 추상적인 데다 상대적 가치라는 점이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 누군가가 아름답다고 느낄 때 다른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과 외설 사이가 특히 그렇다. 거의 모든 미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결국 작품마다 상대적 호불호(好不好)가 따르게 마련인데 괴로운 일은 남들은 다 아름답다고 감격하는데 나만 대체 뭐가 아름다운지를 몰라 우두커니 서 있을 때다. 어떻게 하면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까? 훈련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눈으로 어떤 그림을 보는 순간 미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미안에 그림이 담고 있는 내용을 판단하는 지식이 결합해야 온전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화가의 그림에는 개인, 사회, 역사에 쌓인 사고와 철학이 들어 있다. 그림이나 조각을 본다는 것은 그것들에 대한 맹렬한 추적’이라는 저자 김영숙의 말이 그 말이다.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은 ‘일주일간의 이탈리아 미술 그랜드 투어’이다. 그러니까 일곱 번의 강의나 일주일 동안 읽는 7일이 아니라 이탈리아를 찾는 사람이면 돌기 마련인 바티칸,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 도시마다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그림과 조각의 ‘정보’를 맹렬히 추적해 놓은 책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중세까지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어지간한 명작들이 다 나온다. 심지어 그토록 유명한 예수와 열두 제자를 그린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은 물론 야코포 바사노,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틴토레토, 파올로 베로네세 (레위가의 향연)까지 여섯 작품을 비교해 설명한다. 예수께서 “그러나 보라. 나를 파는 자의 손이 나와 함께 상 위에 있도다”(누가복음 22:21)라고 했던 그 장면인데 화가마다 손의 주인 유다에 대한 표현이 다르다. <최후의 만찬>을 다빈치만 그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된 사람은 더욱 맹렬한 추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굳이 이탈리아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이탈리아 미술이 궁금한 사람이면 가성비는 충분히 넘친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다비드상 보여줬다고 쫓겨난 美 교장, 피렌체 찾아 실물 아래에서

    다비드상 보여줬다고 쫓겨난 美 교장, 피렌체 찾아 실물 아래에서

    미술 수업 도중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압력을 받아 사임했던 미국 초등학교 교장이 가족과 함께 피렌체를 찾아 실물을 영접했다. 지난달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클래식 학교 미술수업 도중 11~12세 초등학생들에게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줘 쫓겨난 호프 캐러스킬라 전 교장이 28일(현지시간)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아카데미아 갤러리아를 찾아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을 관람했다. 이 미술관의 세실리에 홀베르그 관장이 초청해 성사된 일이었다. 캐러스킬라 전 교장은 다음날 영국 BBC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갤러리 측에 감명받았다며 “석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이 갤러리 전체가 그를 위해 지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교회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물론 많은 나라들의 언론을 놀라게 했던 학교에서의 파문과 관련해 “인간의 몸과 그 자체로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미켈란젤로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조각했더라면 망쳤을지 모른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캐러스킬라는 교장으로 일한 지 일 년도 안돼 지난달 사임 요구를 받고 물러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사임 압력을 받은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믿었다고 털어놓았다. 5.17m 높이의 석상은 성서에도 블레셋 거인 골리앗과 맞서 죽이는 인물인 다비드의 나신을 표현한 것이다. 당시 캐러스킬라 전 교장은 다비드상 사진과 함께 미켈란젤로의 그림 ‘아담 창조’와 보티첼리의 ‘비너스 탄생’을 보여줬다. 물론 두 그림 역시 나신을 표현했다. 한 학부모는 르네상스 시대 걸작이 포르노 같다고 불만을 제기했고, 다른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전에 수업 내용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장은 의외로 컸다. 세계 각국에서도 상당히 놀라워했고, 클래식 예술 커뮤니티에서도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플로리다주 교육부는 성명을 발표해 다비드 석상은 “예술적이며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홀베르그 관장은 캐러스킬라 전 교장 같은 교육자에게 조각을 개인적으로 소개할 수 있어 기뻤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다비드상이 순수함과 무결함, 권선징악을 상징하는 걸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의 절반 이상이 미국인이라고 했다. 다비드상은 1501년에 시작해 1504년 완성했는데 곧바로 명작이란 찬사를 들었다. 르네상스 화가 조지오 바사리는 이전에 존재했던 조각들을 모두 앞지른 대단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캐러스킬라 전 교장은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에서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안사(ANSA) 통신은 지난 24일 보도했다. 나르델라 시장은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모욕적인 일”이라며 “누드는 예술의 일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검열이 아니라 예술의 역사가 무엇이며 문명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는 진지한 교육”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딸의 ‘전쟁 반대’ 그림에 아빠가 징역형…“러군 명예훼손”

    딸의 ‘전쟁 반대’ 그림에 아빠가 징역형…“러군 명예훼손”

    러시아에서 여자아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그림을 그리자 아이의 아버지가 수사 표적이 돼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이날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인정해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4)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소장에는 “모스칼료프가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러시아군의 신뢰를 저해하는 문자와 그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페이지에 게시했다”는 혐의 사실이 기재됐다. 모스칼료프가 수사당국의 표적이 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12세이던 딸 마리야 모스칼료바는 학교 미술수업에서 우크라이나 가족에게 날아가는 러시아 미사일을 그리고 ‘전쟁 반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말을 적어 넣었다. 이를 본 교사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경찰은 마리야를 신문했다. 이후 아버지 모스칼료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모스칼료프의 자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압수수색 당했다. 그는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시아 군 불신에 관한 게시물을 게시했다고 의심받았다. 그는 SNS가 반복적으로 해킹됐으며 해킹한 자가 게시한 글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는 올해 3월부터 가택연금에 들어갔다. 아버지와 둘이 살던 딸은 국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검열을 피해 운영되는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SOTA는 마리야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큰 하트와 함께 ‘아빠는 나의 영웅’이라는 말이 적혀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당국의 처분을 비판하며 가족의 재결합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에 들어갔다. 러시아 복지당국에 따르면 모스칼료프와 마리야의 2인 가정은 지난해 5월부터 ‘보호해야 할 취약한 가정’ 목록에 등재돼 있었다. 푸틴 대통령의 자문기관인 러시아 인권위원회 알렉산데르 브로드 위원은 관영통신 리아노보스티를 통해 “모스칼료프가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모스칼료프는 구속을 피해 달아난 상태로 전해진다. 러시아 법원 대변인 올가 댜츄크는 모스칼료프가 법정에서 구속돼야 했지만, 가택연금을 뚫고 달아나 재판에 출두하지 않아 궐석판결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마리야는 다른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고아원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한편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군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정당화하고 비판을 억압하려고 사용하는 대표적 검열 수단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는 수많은 정치인과 활동가가 가택연금이나 사법처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모스칼료프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는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당국에 비판적인 이들의 시민사회 활동을 비자발적으로 중단시키고 사회 전체를 겁주려는 게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 “다비드상은 포르노물”...학부모들 ‘부적절 수업’ 항의에 美초등 교장 쫓겨나

    “다비드상은 포르노물”...학부모들 ‘부적절 수업’ 항의에 美초등 교장 쫓겨나

    미국의 한 여성 초등학교 교장이 서양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상 ‘다비드상’ 사진을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포르노’를 가르쳤다고 비난받은 뒤 학교에서 쫓겨났다. 플로리다주의 주도 탤러해시에 있는 자율형 공립초등학교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의 호프 카라스키야 교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6학년 대상의 ‘르네상스 미술’ 시간에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 주며 강의했다. 이 수업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도 다뤄졌다. 그러나 전신 나체의 다비드상을 교재로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몇몇 학부모들은 “우리 자녀가 이런 작품을 봐서는 안 된다”며 학교 측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지역신문 탤러해시 데모크라트는 “일부 학부모들은 다윗상을 ‘포르노’라고 부르며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카라스키야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충분한 사전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카라스키야는 “다비드상과 같은 고전예술 작품을 보여줄 때는 사전에 학부모에게 알려주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전달이 잘못돼 메일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이에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년간 고전을 가르쳤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예술에 대해 (선정적이라며) 화를 내는 부모들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이사회는 지난 20일 카라스키야 교장에게 사임 또는 해고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결국 그는 해고됐다.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 왕을 소재로 한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가 1501년부터 1504년까지 제작한 것으로 서양 미술사에 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카라스키야는 “많은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나를 해고한 학교 이사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주변의 도움을 청하고 있다. 강력한 보수 정책을 펴고 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23일 공립학교에서 성교육과 성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확대했다. 법을 위반한 교사는 정직되거나 교단에서 퇴출될 수 있다.
  • “고객만의 색상 무궁무진… 360가지로는 아직 부족”

    “고객만의 색상 무궁무진… 360가지로는 아직 부족”

    삼성디지털프라자 서울 강남본점 6층에 마련된 ‘비스포크 아틀리에’는 ‘색의 향연’을 주제로 한 전시회장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냉장고 외관 패널 색상의 선택 범위를 360가지로 늘린 ‘프리즘 컬러’가 적용된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전에 ‘세상의 모든 색상’을 담겠다는 발상의 전환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지난 9일 서울 양재동 삼성전자 R&D캠퍼스에서 생활가전사업부 감성디자인그룹의 김소희 그룹장을 만나 비스포크 프리즘 컬러의 탄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객의 취향이 이렇게까지 섬세할 줄은 몰랐어요. 특정 브랜드의 특정한 색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원하는 색상을 말씀하더군요.” 지난해 새로운 디자인 기획 구상에 들어간 김 그룹장은 다양한 소비자와 전문가 그룹,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을 두루 만난 뒤 가장 먼저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전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이 웬만한 전문가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전 디자인 분야에 20년째 몸담는 동안 고객의 취향은 다양함을 넘어 섬세함과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김 그룹장은 “‘이거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색상을 보여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기획 회의는 학창 시절 채도와 명도를 공부하는 미술수업을 떠올리게 했다. 가전 패널 색깔이 300개가 넘는다고 놀랄 수 있지만 첫 기획 단계에서 준비한 색상은 천 단위가 넘었다. 각각의 색이 갖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며 김 그룹장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소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이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였다. “‘컬러의 개수에 종속되지 말고 자유로워져라’,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꾸자’는 격려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당초 우려와 달리 프리즘 컬러를 본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이 사장 등 임원들의 격려에 힘을 얻은 감성디자인그룹의 작업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김 그룹장은 “주문·배송부터 애프터서비스(AS)까지 제품을 운영하는 시스템과 규모가 완전히 달라지는 시도인데, 회사에서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기존 대기업 물류시스템에서 이러한 선택지를 만든 것은 엄청난 혁신”이라고 자평했다. 올해 출시한 비스포크 냉장고는 22가지 종류의 패널을 기본 옵션으로 360가지 색상을 골라 조합할 수 있다. 이들 색상은 글로벌 페인트 기업인 ‘벤저민 무어’와의 협업으로 개발됐다. 벤저민 무어는 매년 ‘트렌드 색상’을 제안하며 전 세계 인테리어 업계에 영향을 주는 기업이다. 앞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포커스그룹인터뷰(FGI)에서도 벤저민 무어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앤디 리멘터 등 유명 작가들의 톡톡 튀는 작품도 제품 패널로 선택할 수 있다. 김 그룹장은 “벤저민 무어도 비스포크 가전과 어울리는 도료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던 상황에서 우리의 제안을 받게 돼 순조롭게 협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제 비스포크 제품을 전문적으로 설치해 주는 가구업체까지 생겼다”면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고객은 색상을 보면서 온도와 촉각까지 느낍니다. 시각만이 아닌 공감각적으로 제품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김 그룹장은 현재 선보인 색상으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말했다. 각각의 색상에 고유의 이야기를 담아 더 다양한 색상을 선보이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소재와 마감까지 고려하면 선택지는 더 많아진다. “같은 흰색, 회색을 선택할 때도 고객은 어느 정도 톤을 원하는지 정확히 얘기합니다. 더 많은 색이 필요하고, 매칭할 수 있는 색상도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 다른 질감의 색상을 요구하는 고객은 언제든 다시 나올 겁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식사·청소 직접 꾸리고 가끔 방문 지원만, 방통고 강의 들으며 열공… 대학 가고 싶어

    식사·청소 직접 꾸리고 가끔 방문 지원만, 방통고 강의 들으며 열공… 대학 가고 싶어

    지난 16일 오후 7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자립생활주택 초인종을 누르자 한참을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린 뒤에야 문이 열렸다. 목발을 짚고 현관에 나온 김진석(52)씨는 실내화를 살뜰히 챙겨 주면서 “급히 집 안을 정리하던 중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씨가 동갑내기 동료 장애인 유호경씨와 둘이서 사는 18평 남짓한 집은 방 2개와 화장실, 부엌 등을 갖췄고, 거실에는 소파 대신 두 대의 전동휠체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주택에서 지내다 2년 전 이곳으로 터전을 옮겼다. 가사활동과 외출보조 등 매달 150시간씩 장애인 활동보조사의 방문 지원을 받는 것 외에는 집 정리, 식사 준비 등을 전부 직접 꾸려 나가고 있다. 두 살에 소아마비로 지체장애인이 된 김씨는 휠체어나 목발에 의지해야 이동할 수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학교에 다니는 걸 단념한 김씨는 만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꼬박 28년을 장애인보호시설에서 지냈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장래를 위해 기술도 배우고 공부도 할 생각”으로 입소했지만 반복되는 단순 노동은 김씨가 꿈꾸던 미래를 자꾸만 희미하게 만들었다. 김씨는 20여년 동안 장애인시설 내 보호작업장에서 자물쇠를 만드는 일을 했다.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했다. 잔업이 없는 날이면 그대로 방에 돌아와 TV를 보다 잠드는 생활이 이어졌다. 방에서는 김씨 외에도 장애인 20여명이 공동생활을 했다. 사생활을 보호받기는커녕 때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마음대로 맥주 한잔 들이켜기도 어려운 날들이었다. 16살 무렵 누나가 선물해 준 책 ‘톰아저씨의 오두막’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김씨는 매일 밤 ‘한쪽 벽면을 책으로 가득 채운 내 방에서 언제든지 보고 싶은 책을 꺼내 보고,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는 삶’을 상상하며 잠이 들었다. 2011년 서울복지재단의 방문 설명회를 통해 처음으로 자립생활에 대해 알게 된 김씨는 그해 7월 국립재활원에서 한 달 동안 자립특성화교육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2013년 누림홈에서 운영하는 주택에서 2년 동안 자립훈련을 거친 뒤 2015년 3월 2일 탈시설에 도전했다. 자립생활 4년차에 접어든 김씨는 요즘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탈시설 장애인들과의 자조 모임을 비롯해 가죽공방, 미술수업, 동료 상담 등을 하는 틈틈이 경복고 방송통신고등학교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매주 수요일에는 방문 학습지 수학 공부를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수영장에도 다닌다. 김씨는 “너무 바빠서 숙제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어제와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는 게 설렌다”며 웃었다. 김씨는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라고 했다. 숫자에는 장애가 상관없기 때문이란다. “집중해서 문제를 풀고 있으면 다른 어려움을 모두 잊어버리게 되는 것”도 수학의 매력이다. 하지만 가장 큰 소망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다. “면허를 따면 제일 먼저 가족들과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에 가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교실에 서면 창문 너머로 저 멀리 바다랑 섬, 배가 보이던 기억이 나요. 돌아돌아 가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따르는 여정이 제 꿈이에요.” 글 사진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요즘 뭐 시켜요”… 불안한 엄마들 파고드는 ‘영유아 사교육’

    “요즘 뭐 시켜요”… 불안한 엄마들 파고드는 ‘영유아 사교육’

    “아기의 뇌는 3세 이전에 80%가 완성된다고 해요. 어머님, 모르셨죠?” 아이를 낳기 전 산모교실에서, 산후조리원에서, 백화점 유아동 매장에서 지겹도록 들은 이 말은 아기를 돌보느라 지친 몸과 마음에 자꾸만 돌덩이를 얹었다. 유아동 전문 출판사 직원은 “인지, 정서, 언어, 신체 등 아기 뇌의 모든 영역을 자극하려면 골고루 갖춰진 전집을 사야 한다”면서 그림책 단행본을 찾던 나에게 수십만원짜리 전집을 소개하는 리플릿을 들이밀었다. “장난감 샘플을 드리겠다”고 해서 집으로 초대한 영유아 교구 업체 직원은 내 눈앞에 수십 종의 교구를 펼쳐 놓고 아기에게 시연했다. “아기가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말이 단호했던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인터넷 맘카페에 “○○전집 어때요?” 같은 글도 올려 보고 다른 육아맘들의 후기 글도 찾아보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수십만원짜리 고가의 패키지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비싼 전집이나 교구 없이도 우리 아기는 똑똑하게 잘 클 것이라며 우쭐해지려 했다. 하지만 ‘조동’(조리원 동기)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가 고민했던 전집과 교구들이 떡하니 모습을 드러낼 때면 마음이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워킹맘이 되니 다른 육아맘들이 아이에게 해주는 것들이 부럽기만 하다. 같은 동네의 한 엄마는 아기와 ‘문센’(문화센터) 두 곳을 다니고 있다. 엄마표 영어, 방문 미술수업, 유아 학습지…. 그저 그림책 읽어 주고 소꿉놀이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지금 이 시기에 해줘야 할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오늘도 잠 못 이루고 맘카페를 검색한다. ●“아이 생활습관·정서·감각도 사교육 세상” 첫아이 육아 3년차, 아이의 뇌가 이미 70%는 완성됐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난 기자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노워리카페를 찾았다.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와글와글 작당회’가 열린 날이었다. 결혼 1개월차 새댁부터 손주가 눈에 아른거리는 할머니까지 열세 명이 모였다. 처지도, 고민도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영유아 자녀에게 사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었다. 다섯 살 막내를 키우는 윤정희(가명)씨가 입을 열었다. “영유아 시기에 과도한 학습을 시키면 안 된다는 걸 요즘 엄마들은 잘 압니다. 이 시기의 사교육은 미술이든 음악이든 체육이든 ‘아이가 뭘 잘할까’ 하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사교육이에요.” 고1과 초3 두 자녀를 둔 남형은씨도 맞장구를 쳤다.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은 심리도 있어요. 엄마들끼리 만나면 ‘요즘 뭐 시켜요?’라고 물어보면서 아이의 사교육을 탐색하죠. 영유아기부터 이미 경쟁 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는 거예요.” 참가자들은 ‘요즘 아기엄마’들이 이전 세대보다 자녀의 입시에 대한 집착이 덜하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유아기 자녀가 당장 한글을 떼는 것보다 다양한 체험을 하고 책과 친해지기를, 올바른 정서를 갖기를 원한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입시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사교육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은 아이러니였다. 기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유아 전집 회사들은 아기의 ‘신체 지능’도 책으로 키워 줄 수 있다고 해요. 촉감놀이 같은 다양한 감각 놀이도 집에서 엄마가 해주려면 힘에 부쳐 문센에서 하죠. 아이의 생활습관과 정서, 감각 등 모든 것을 사교육으로 키우는 세상 같아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보육 공백’이었다. 막내가 일곱 살인 용은중씨는 “어린이집에서는 오후 3시 30분이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으로 간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만 덩그러니 남게 되니 학원 차에 태워 보내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형은씨는 “하원이 늦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알차면 학원으로 보내지 않겠지만, 교사들이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아이들이 바깥 놀이는커녕 TV로 뽀로로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엄마 역할·엄마표’ 강조에 부담감 커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혈 엄마’였다는 홍보라씨는 엄마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아이를 품은 순간부터 아이의 모든 삶을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떠안게 됩니다. 엄마표 놀이, 엄마표 영어 같은 책과 교재들, ‘아이의 생활습관은 엄마가 이렇게 잡아 줘야 한다’는 육아책의 지침들이 엄마들을 힘들게 하죠.” 홍씨는 요즘 엄마들이 자녀의 영유아 시기부터 ‘엄마의 로드맵’을 만들어 놓는다고 말했다. “아이가 ‘나 영어 배우고 싶어’라고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엄마가 먼저 영어 사교육을 시켜요. 미리 시켜 놓지 않으면 나중에 아이가 자신을 원망할 것 같은, 멀리 있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에요.” 1980년대생들이 주축인 요즘 아기 엄마들은 이전 세대보다 교육을 많이 받은 고학력 엄마들이다. “똑똑한 엄마들이 왜 아이를 방치하느냐”는 따가운 시선도 괴롭다. 경쟁 교육 체제 속에서 사교육의 힘으로 살아남은 엄마들일수록 자녀의 사교육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두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이선화(가명)씨는 사교육의 힘으로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뒤늦게 발견하면서 ‘멘붕’에 빠졌다. “사교육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도 인생 별게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내가 이때 이런 사교육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제 결핍을 돌아보고 아이를 대하곤 하죠.”●사교육 업계, 영유아 시장 적극 공략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사교육은 실태도 불확실하고,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매년 사교육 통계를 발표하는 교육부도 영유아 사교육은 조사하지 않고 있다. 통상 ‘부모가 직접 비용을 들여 아이에게 시키는 프로그램’을 영유아 사교육으로 규정하지만, 사교육 업계는 ‘놀이식 학습’이나 ‘엄마표 영어’를 앞세워 ‘학습이 아닌 놀이’라며 엄마들을 부추기기도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정책의 변화로 타격을 입은 사교육 업계는 영유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은 영어유치원을 넘어 ‘영어 태권도’ ‘영어 발레’ 학원을 낳았다. 0세 유아, 심지어 태아까지 대상으로 하는 영유아 사교육의 초저연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조사 결과 최근 영유아 대상 학습지 업체들은 유아들의 발달 수준을 뛰어넘는 최소 1.5년 이상의 선행학습 상품을 판매하거나, 태교 시기에 활용하는 단계를 포함한 상품도 내놓았다.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우리 아이가 남들에게 뒤처지지만 말라는 부모들의 방어적 심리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는 보육 공백 등이 영유아를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면서도 “육아에 지친 부모들이 영유아 사교육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당회에 참석한 엄마들은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현명하게 시키고 싶다”면서 “사교육 업체의 불안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는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 사교육을 둘러싸고 부모들의 의견을 모아 갈수록 과열되는 영유아 사교육 문제의 해법을 찾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지식 담는 생각 놀이터 ‘책읽는미술관’

    지식 담는 생각 놀이터 ‘책읽는미술관’

    아이들이 미술을 통해 논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학원이 있다. ‘책읽는미술관’은 동화책과 함께 하는 미술수업으로 책 읽는 습관뿐만 아니라 창의력 발달까지 고려한 통합 교육을 한다. 책읽는미술관 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한 이 교육 프로그램은 동화책을 읽고 관련 워크시트를 하며 스토리텔링으로 미술 수업이 진행된다. 한국사는 동화책을 가지고 수업해 역사 흐름을 흥미 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읽는미술관의 교육과정은 ‘4성(性)교육’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다. 책을 통해 ‘지성(intelligence)’과 ‘인성(personality)’을 발달시키고, 창의적인 미술활동을 통해 ‘감성(sensitivity)’과 ‘창의성(creativity)’을 발달시켜 아이들의 자존감·자신감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학생과 그림으로 대화하면 부족한 마음을 알게 되죠”

    “학생과 그림으로 대화하면 부족한 마음을 알게 되죠”

    20년간 미술 치료… 농어촌서 교직 생활 스승의 날 227명 정부 포상·2740명 표창“학생들과 대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저는 그 방법으로 그림을 택한 것일 뿐이고 학생들이 잘 따라준 덕분이죠.” 15일 제38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옥조근정훈장(5등급)을 받는 김선도 전남 정남진산업고 교감은 제자들 덕분에 큰 훈장을 받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1987년 교직 생활을 시작한 김 교감은 1999년 미술치료연수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20년 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해 오고 있다. 그는 미술치료 연수 뒤 미술수업에서 처음 만났던 중2 제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화를 거부한 ‘선택적 함구증’을 보인 학생이었다. 김 교감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도록 한 뒤에 그 그림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가족 그림을 통해 아이가 가정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대화를 통해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갔다. 결국 학교에 등교해 한마디도 하지 않던 제자는 미술치료를 받고 1년 뒤 선생님과 친구들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 대답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다. 김 교감은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개 그림을 그려 보도록 하면 그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면서 “그림을 매개로 대화하다 보면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학교에 더 적극적으로 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돌이켰다. 김 교감은 대부분의 교직 생활을 농어촌 지역에서 보내며 미술치료를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는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김 교감을 포함한 227명에게 정부포상, 2740명에게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홍조근정훈장(3등급)을 받는 박다예 대구산격초 교장은 대구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를 경영하며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학생들의 조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행복나눔콘서트’를 꾸준히 개최해 학교와 가족 간 소통의 문을 넓혔다. 녹조근정훈장(4등급) 수상자인 최성식 세종 보람고 교장은 학교 부적응 학생과 취약계층 학생들의 개별지도를 적극 지원한 공을 인정받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교권 침해와 관련한 교원들의 치료비 부담과 구상권 행사 지원,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등이 포함된 교원지위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을 마련 중”이라면서 “선생님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경찰,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자 영장 신청

    경찰,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자 영장 신청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나체사진 유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된 20대 여성 모델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서울 마포경찰서는 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여성모델 안모씨(25)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1일 홍익대학교 회화과 인체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 자격으로 참여했다가 쉬는 시간을 틈타 피해 남성모델의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전날(10일) 안씨를 소환해 조사하던 경찰은 안씨가 ‘(나체사진이 찍힌)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이미 휴대전화를 모처에 버린 점을 고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안씨를 긴급체포했다. 안씨는 지난 1일 피해 남성모델 A씨와 함께 홍익대 수업에 참여한 누드모델 4명 중 한 명이었다. 앞서 경찰은 홍익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과 교수 등 20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한편 강의실 주변 폐쇄회로(CC)TV, 피해자 진술,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과학적 증거분석기법)을 병행하면서 용의선상을 좁혀갔다. 현장에 있었던 안씨도 참고인 대상에 포함됐지만,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분실했다“고 속이고 공기계를 제출해 수사망을 빠져나가려고 시도했다. 안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지난 9일과 10일 안씨를 잇달아 소환해 조사했다. 결국 안씨는 수업 쉬는 시간에 A씨가 혼자 탁자에 누워있자 ‘자리가 좁으니 나오라’며 말다툼을 벌였고, A씨가 대꾸조차 하지 않자 앙심을 품고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로 A씨의 나체를 찍어 워마드에 유포했다고 자백했다. 또 워마드를 탈퇴한 안씨는 워마드 측에 자신의 IP주소와 로그기록, 활동내역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안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진술했다가, ‘휴대전화를 포맷한 뒤 한강에 버렸다’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씨가 평소 음악을 듣는 용도로 사용하던 다른 휴대전화(공기계)에 연락처를 옮긴 뒤,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모처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안씨는 과거 다음카페를 통해 워마드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워마드를 탈퇴하고 활동을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씨는 ”A씨의 나체를 촬영해 워마드에 유포했지만, 일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씨를 구속해 신병을 확보한 뒤, 안씨가 증거를 인멸한 경위와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위치, 워마드 활동내역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할 방침이다. 경찰과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1일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미술수업 남누드모델 조신하지가 못하네요’라는 유출사진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당일 회화과 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물 작성자는 남성 누드모델의 성기와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게시물과 함께 ‘어디 쉬는 시간에 저런 식으로 ’2.9‘(크기가 작다는 비유) 까면서 덜렁덜렁거리냐’, ‘어휴 누워 있는 꼴이 말세다’ 등 성적으로 조롱하는 글을 적었다. 워마드 이용자들도 ‘남누드모델은 정신병이 있다’, ‘(성기가 너무 작아서) 안보인다’ 등 댓글을 남기며 조롱에 동참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튿날(2일) 홍익대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자 3일 오전 삭제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호회 엿보기] ‘좋은 벗’ 붓 삼아…매주 월요일 그녀들은 꿈을 색칠한다

    [동호회 엿보기] ‘좋은 벗’ 붓 삼아…매주 월요일 그녀들은 꿈을 색칠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팔레트에 짜 놓은 물감들을 보면 녀석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나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어떤 색깔일까? 아무것도 없는 하얀 캔버스에 스케치하고 붓을 들어 색칠할 때면 벅차오르는 기분에 심장 소리가 바깥까지 들리진 않을까 걱정도 해 봅니다.”# 가락지처럼… 15년간 女공무원들 끈끈한 우정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기계발과 힐링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경기 이천시청 그림 동호회 ‘가락지’다. 가락지는 여성들이 장식으로 손가락에 끼는 두 짝의 고리를 말한다. 이름 그대로 회원들 간의 영원한 우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천시청의 여성공무원만으로 출발했다. 가락지회의 역사는 2003년 시작돼 15년 전통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모든 공직자에게 문이 열려 있다. 근래에 신입회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동호회의 인기를 보여 주고 있다. # 퇴직 기념전시회 ‘전통’… 낙후지역 벽화 동참도 15명이 활동하고 있는 가락지회는 매주 월요일 퇴근 후 데생·수채화·유화 등 그림을 그린다. 학교에서 받던 미술수업이 아니라 자유로운 창작 활동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처음 시작하는 회원이나 그림 그리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회원들은 지도 선생님의 도움도 받기도 한다. 그냥 그림이 좋다는 이유로 10여년 세월을 넘기면서 그림 작업으로 친목과 정을 나눈다. 전시관, 미술관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림의 소재를 얻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회원 모두가 저마다 꿈을 그려 가는 곳이다. 박경미(여성가족과) 회장은 “직장을 인연으로 만난 좋은 벗들과 그림 그리는 여유로움으로 행복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작업한다. 지친 일상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뿌듯한 성취감도 느낀다”며 “자기계발에 한몫하고 있다는 게 이 동호회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한다. # “취미로 시작했다 출품… 화가 꿈 이룬 회원도”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퇴직하는 회원들을 위해 후배들이 퇴임기념 전시회를 열어 주는 게 전통이 됐다. 2012년 서광자(전 상수도사업소장) 회원과 지난 6월 말 박회자(전 예산공보담당관) 회원의 퇴임기념 전시회를 했다. 2010년 이천시청직장동호회전시회, 여성문화대학 전시전 등 수차례 초청돼 작품전을 갖기도 했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어르신들의 고충의 소리를 귀에 담기도 하며, 낙후된 요꼴마을 담벽에 벽화 그리기에 동참하는 등 재능 기부로 행복한 동행을 실천하기도 한다. 이미연(민주화공원사무소) 총무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매년 작품전과 공무원 미술대전, 기예경진대회에 출품도 하고 달력을 제작하는 등 전문가의 반열에 들어 퇴직 후 예술가의 길을 걷는 분도 있다”고 귀띔한다. 어릴 적 화가의 꿈을 꿨던 이들에게 잃어버렸던 꿈을 찾아 주는 동심의 공간인 가락지회 방에는 매주 월요일 저녁 회원 모두가 각자의 꿈에 색칠을 하는 열기가 가득 찬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품위녀’ 김희선, 불륜녀 이태임에 “넌 이미 쓰레기야” 사이다 한방

    ‘품위녀’ 김희선, 불륜녀 이태임에 “넌 이미 쓰레기야” 사이다 한방

    ‘품위있는 그녀’에겐 따귀도, 물세례도 필요 없었다. 우아진 역할의 배우 김희선은 자신의 남편과 바람이 난 내연녀 앞에서 품위 넘치는 독설로 차분하지만 차갑게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 8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연출 김윤철) 7회에서는 우아진(김희선 분)이 남편 안재석(정상훈 분)의 외도를 알게 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우아진은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러 가는 안재석의 뒤를 밟았고 안재석이 윤성희(이태임 분)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우아진은 개인 비서 허진희(최윤소 분)를 찾아가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해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고 허진희는 “형부(안재석)가 미술수업 끝나면 자기가 픽업하겠다고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선생님과 형부가 서로 사귀는 남녀 사이에서나 할 법한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우아진은 안재석, 윤성희와 삼자대면 했다. 우아진은 윤성희에게 “내 남편이랑 사적으로 만났다면서요? 새벽에 그집 가서 뭐해요?”라고 물었다. 이에 윤성희는 “잤어요”라며 “죄송해요. 당신 남편과 나 서로 사랑해요. 운명이에요”라고 뻔뻔하게 답했다. 우아진은 남편에게 “안재석,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당신이 나, 딸 지우와 남남이 되느냐 가족으로 남느냐는 당신이 결정해야 한다. 다시 만날 거냐”고 물었고 안재석은 “다신 안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눈물을 흘리는 윤성희에게 우아진은 “남의 것 뺏으려고 하지 말고 네건 네가 사”라며 “내 말 알아는 들어?”라고 사이다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네 부모한테 가서 물어봐. 당신 딸이 유부남 만나러 다니는 거 허락해달라고. 너 이미 쓰레기야. 내가 지금 말만 지나치지, 내 남편 한번만 더 만나면 그때는 말로만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살벌하게 경고했다. 사진=JTBC ‘품위있는 그녀’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창의적 괴짜들, 꿈 찾는 ‘자유학기 항해’ 시작됐다

    창의적 괴짜들, 꿈 찾는 ‘자유학기 항해’ 시작됐다

    오전만 교과 공부… 지필고사 안 쳐 주 12시간 예체능·진로 등 교육 “손에다 별을 그리고 배경을 우주로 하면 ‘별을 따는 우주인’처럼 보일 거예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던 김수빈(14)양이 씩 웃었다. 7일 오후 대전 서구 괴정중학교 자유학기제 미술수업에서 진행된 ‘명화 차용하기’ 시간. 중학교 1학년 학생 30명이 수빈양처럼 그림 그리기에 흠뻑 빠졌다. 학생들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그림에서 허리를 숙인 두 명의 여인만 따로 떼어 한쪽에 배치한 A4 종이를 한 장씩 받았다. 그림에 배경을 넣고 색칠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 배경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내용이 확 달라진다. 추수가 끝난 황금빛 들판에서 이삭을 줍던 농촌 여인들의 손에 새우깡을 그리고 배경에 배와 갈매기를 그리자 배에서 갈매기한테 과자를 주는 관광객이 됐다. 빙상 경기장을 그려 넣고 발에 스케이트를 그려 넣자 여인들은 쇼트트랙 선수가 돼 빙상을 달린다. 미술을 좋아해 이 수업을 택했다는 이상현(14)군은 “1학기 미술 수업은 교과서로 배우고 정해진 그림을 그린 뒤 시험을 쳤는데 이번 미술 수업에서는 자유롭게 내 생각대로 그릴 수 있어 아주 재미있다”고 했다. 이 체험수업은 그저 재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수업을 지도한 유지연 교사는 “이런 체험을 해보고 나서 밀레의 그림을 보여 주면 학생들이 더 쉽게 이해한다. 나아가 현대화의 흐름이라든가 각종 기법 등에 대해서 설명해 주면 학생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공부한다”고 했다. 이날 수업은 다른 날과 달리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관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들이 그린 여러 그림을 본 뒤 “우리 사회는 이제 동그란 원보다 ‘울퉁불퉁한 못난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괴짜가 없다고들 하는데 자유학기제를 통해 여러분이 괴짜가 됐으면 좋겠다. 나아가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꿈을 찾아가라”고 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올해 2학기부터 본격 시작됐다. 전국 3213개 중학교 가운데 96%인 3090개교 중학교 1학년생 47만여명이 2학기부터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대폭 늘어난 체험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오전에는 교과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각종 체험활동과 진로탐색 등의 ‘비(非)교과’ 활동을 한다. 대전 괴정중의 경우 기존 1학년 2학기 주당 34시간의 교과수업을 22시간으로 줄이고 대신 1주일에 10시간의 자유학기제 활동 시간을 추가했다. 나머지 2시간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배정했다. 주당 10시간의 자유학기제는 ▲농구 ▲탁구 ▲댄스 ▲미술 ▲사진 ▲합창 등 ‘예술·체육’이 4시간 ▲자신만의 포토에세이집 만들기 ▲고사성어 공부하고 만화 그리기 ▲3D 프린팅 배우기 등 한 가지 주제를 잡아 한 학기 동안 배우는 ‘주제선택’ 2시간, 교내 동아리를 골라 활동하는 ‘동아리’ 2시간, 대전서부소방서나 대전일보 탐방 등을 진행하는 ‘진로체험’ 2시간으로 구성됐다. 예술·체육 활동 프로그램은 17개, 주제선택과 동아리는 각각 8개, 진로탐색은 4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학생들은 월~금요일 요일별로 자신이 택한 자유학기제 활동을 한다. 오전만 교과 공부를 하고 오후에 비교과 활동을 하는 데 대해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학교 1학년 김홍경(14)군의 어머니 임수연(41)씨는 “처음에는 홍경이가 학교에서 놀기만 하는 건 아닐까 걱정한 게 사실”이라면서 “자유학기제를 시작한 뒤 홍경이의 태도가 달라져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집에 오면 공부하기 싫다고 짜증을 내곤 했던 홍경이가 “요즘엔 학교 가는 게 즐겁다”고 한 것이다. 임씨는 “자유학기제 활동이 교과와 연계가 잘 돼 있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중1 때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 만족한다”면서 “교과 수업을 줄이고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고 학생들이 공부를 적게 한다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지난달까지 진행한 ‘자유학기제 전국 순회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67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해 보니 ‘긍정’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92.0%였다. “학생의 적성·소질 계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94.3%에 달했다. 교과수업을 줄이면서 선행학습 등 학원가를 중심으로 관련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사교육비도 되레 줄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중학생 68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중학생의 국·영·수 사교육비는 월평균 45만 4630원으로 조사됐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은 47만 7140원이었다. 학업 성취도는 자유학기제를 경험했던 학생이 국어 1.2점, 수학 1.4점, 영어는 0.8점 더 높았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은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전체로 차츰 확산될 예정이다. 예혜란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때 했던 진로탐색을 2학년과 3학년 때에도 연계, 확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다음달 80개 연구학교의 의견을 토대로 한 관련 조사와 계획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내여행 | 부산 금정구- 길을 걷고 싶은 날①회동 수원지길

    국내여행 | 부산 금정구- 길을 걷고 싶은 날①회동 수원지길

    깊은 고민이 생기면 나는 걷는다.걷다 보면 신기하게도 몇 시간 뒤엔 엉킨 생각들이 말끔히 정리가 된다. 그건 부산에서 걸었던 두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회동 수원지길 자연학습 관찰로는 걷기 좋은 나무 데크로 조성됐다 45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회동 수원지는 이제 걷기 좋은 길로 새롭게 탄생했다●길에도 운명이 있다 회동 수원지길 부산이 처음일 리가 없었다. 고향도 아니고 어떤 애틋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곳도 아니지만 ‘부산’이라는 두 글자는 언제나 마음에 피어 있는 꽃이다.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읽는 것처럼 부산을 오갔다. 그런데 불현듯 깨달은 사실은 부산에서의 행동반경이 언제나 해운대와 남포동 인근으로 국한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책을 한 챕터만 읽고 완독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 마침 그날은 코에 흙내음을 잔뜩 묻히고 눈에는 빨갛든 파랗든 자연의 색을 가득 담고 싶었다. 천천히 마냥 걷고만 싶은 날이었달까. 다행히도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여럿이다. 도심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스물 네 개의 갈맷길이 두루 포진해 있고 그 사이로 제각각 이름을 가진 둘레길들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그중에서도 회동 수원지길은 다양한 자연 테마가 있는, 숲과 호수를 끼고 걷는 차분한 길이다. 상현마을에서부터 오륜동, 회동댐까지 이어지는 6.8km 구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유가 있다. 회동 수원지는 식수가 부족했던 시절, 수영강의 흐름을 막아 1942년에 조성됐다. 이후 1964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던 것.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니 자연이 훼손당할 일은 당연히 없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나서야 회동 수원지는 사람을 마주할 운명과 맞닥뜨린다. 2010년, 금정구는 자연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45km의 ‘웰빙그린웨이’를 개발했는데 금정산길, 범어사길, 실버로드, 온천천길, 윤산길, 수영강길에 이어 수영강상류길과 회동 수원지길이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완성됐다. 굳게 잠겼던 문이 열리자 소문은 금세 퍼졌다. 회동 수원지길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사람의 손에 의해 잘 다독여졌다. 전망 좋은 곳에는 전망대가 세워졌고 편편한 데크 길, 부드러운 황토를 곱게 깔아 놓은 황토길 등 누구라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조성됐다. 수원지를 따라 바람에 우아하게 흩날리는 갈대며 부들이 운치를 더하고 호수 건너에는 아홉산이 병풍처럼 길을 감싸고 있는 풍광이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예부터 선비들이 사색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많단다. 회동 수원지는 금정구와 해운대구, 동래구 일대 약 20만 세대에 식수를 공급한다. 최대 저수량은 1,850만톤, 하루 생산되는 식수량만 10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길이 개방되면서부터 회동 수원지는 남모르게 속을 앓고 있다. 방문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가 늘면서 식수 공급의 기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회동 수원지길의 개방은 고맙다. 다만,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 대신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잊지 말아야겠다. 사람들의 안전과 수원지 보호를 위해 개방시간을 일부 지정하고 언론 보도에도 힘쓰는 등 지자체들의 노력이 있지만 어느 곳보다 더 여행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길 중간중간에는 쉬어 가기 좋은 정자가 마련돼 있다. 이 길에서 사색을 즐겼던 선비처럼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 보자김민정 갤러리 & 카페 여림에서 바라본 회동 수원지길. 아홉산을 마주하고 있다 ▶Inside 회동 수원지길, 어디에서 시작할지 고민이라면?6.8km의 회동 수원지길을 완주하려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회동 수원지길 안에도 각 구간별로 예쁜 이름이 붙은 길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륜동에 있는 편백나무숲길, 땅뫼산 황토길, 자연학습 관찰로가 인기 구간이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자연학습 관찰로는 길목마다 자연스레 뿌리내린 식물에 대한 명칭과 설명이 담긴 표지판이 설치되어 아이들 야외수업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땅뫼산 황토길은 질 좋은 황토를 공수해 조성한 길이다. 계족산 황토길의 경우 비탈길인 탓에 비에 쓸려 내려가기 쉬운 반면, 땅뫼산 황토길은 이를 고려해 평지로 조성한 길. 약 1km 가량 이어진다. 황토길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니 잠시 신발을 벗고 맨발 걷기를 해보자. 한 걸을 내딛을 때마다 가볍게 발을 지압하면서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정화시켜 주는 기분. 이어지는 편백나무 숲길에서 피톤치드를 한 숨 가득 깊게 들이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김민정 갤러리 & 카페 여림 오륜동에 위치한 갤러리 겸 카페다. 1층에서는 도자기 체험, 소묘 및 드로잉 미술수업, 악기 연주 등 다양한 범주의 문화예술 수업이 이루어지며 2층은 갤러리 및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갤러리는 주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해 준다. 때문에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의 모든 수익금은 갤러리 운영 및 유지에 사용된다. 야외 테라스를 지나 3층 옥상 전망대는 예쁜 화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작은 정원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홉산을 마주하며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는 필수다. 부산 금정구 오륜대로 245 051 514 6007 모든 음료 5,000원 글 손고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노중훈 취재협조 금정구청 www.geumjeong.go.kr
  • [백문이불여일행] 미술 문외한의 눈으로 본 앤디 워홀

    [백문이불여일행] 미술 문외한의 눈으로 본 앤디 워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느낀다. 언제부턴가 예술작품을 보고 느낄 때, 배경지식이 작가에 대한 일종의 예의처럼 여겨졌다. 색으로만 채워진 커다란 캔버스화. ‘이런 식(색면화)이면 나도 그릴 수 있겠다.’ 지나치게 심플하고, 그래서 더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을 가진 그림이었다. 슬픔과 절망의 세상을 숭고한 추상으로 물들인다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작품. 「로스코는 유명한 색면화가다. 현대의 추상 미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정식 미술수업을 거의 받지 않은 로스코는 신화 이야기, 렘브란트, 모짜르트, 니체에 영향을 받았다. 1970년 뉴욕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나니 감상평은 풍성해진다. ‘이런 건 나도 그릴 수 있겠다’는 첫 느낌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꼬깃하게 접어두었다. 나의 감상은 대체로 모든 이의 감상이다. 生눈으로 본 앤디 워홀 라이브 알록달록 색감이 예쁘다. 톡톡 튀는 색이 한데 모여있는데 촌스럽다는 생각이 안드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형광, 야광색의 컬러가 채도를 달리해 쓰인다.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이 그림의 소재다. 바나나, 통조림, 코카콜라병, 입술, 달러 표시…. 같은 그림에 색만 달리한 작품이 연속적으로 모여 있다. 이 소재의 어떤 점에 꽂혀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걸까. 그는 스스로를 보여주고 싶으면서 동시에 숨기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을 그린 그림과 사진이 유독 많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삐죽삐죽 은색 가발, 주근깨가 빼곡하게 박혀있는 창백한 피부, 무슨 옷을 걸쳐도 헐렁할 것 같은 깡그리 마른 몸매에 무심하게 걸친 선글라스와 검은 상의. 마릴린 먼로 그림으로 드리워진 그림자 위에서 찍은 독사진과 카모플라주로 칠해진 그림을 보며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상상해본다. 그림은 화려하고 영화는 단순하다. 평범한 사물을 화려하게 칠했으며, 섹스와 파티를 별다른 연출없이 평범하게 찍었다. 양면적인 부분이 늘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명인들을 더 유명하게 만든 초상화도 그렇다. 하나쯤 벽에 걸려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위트가 묻어있다. 워홀의 손을 거치면 누가 보아도 마릴린 먼로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먼로가 된다. 워홀이 그린 유명인 초상화들의 공통점이다. 미술, 음악, 영화, 패션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한 것은 알았지만, 요리책과 어린이책(아이들이 가지고 놀기 좋게 속지를 빳빳한 재질로 만들만큼 세심하게)까지 만들었다. 동물보호문제와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답은 보여줄 생각이 없다. 그 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미지를 그릴 뿐이다.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그저 표면만 보면 된다” ① 워홀은 왜, 통조림을 그렸을까 1960년대 워홀은 소비자로서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코카콜라병이나 달러 지폐, 그 유명한 캠벨 수프캔 시리즈를 그린 것도 이 때부터다. “지루한 것을 좋아한다. 똑같은 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좋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내가 돈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다.” 대량생산되는 대상에 호감을 느끼고, 기계화 과정과 유사한 테크닉을 사용해 만화와 광고에 기반한 팝 회화를 그렸다. “그저 일상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것들을 그릴 때 특별하게 그리려고 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것으로 그리려 할 뿐이다.” 유명세를 타게 된 워홀은 이후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영화배우 초상화 시리즈에 착수했다. ② 세즈윅은 아니지만, 스크린테스트 약 500여편 정도 되는 워홀의 영화 ‘스크린테스트’. 흑백필름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초상화처럼 기록돼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카메라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앤디 워홀 라이브展 기념품숍 한 켠, 검은색 커튼을 걷으면 스크린테스트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돼있다. 오래된 카메라 앞에 앉아 흑백 필름이 타다닥 돌아가는 4분의 시간을 기다린다. 에디 세즈윅처럼 예쁘지는 않겠지만, 카메라가 담은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메일주소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갈 곳을 잃어가는 눈동자와 무표정의 얼굴이 재미있다. ③ 어른들만 볼 수 있는, 19금 워홀 작업실 팩토리에서 배우들이 관계를 가지는 장면, 그의 동성연인이 자는 모습, 미국 남창, 드라큘라, 카우‘보이’들이 나누는 사랑,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은 누드…. “세상에는 본인이 직접 참여해야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섹스와 파티.” 1950년대부터 누드와 남성 성기를 그리기 시작한 워홀은 트루먼 카포티처럼 동성애자 예술가 문화를 선망했다. 동성애자, 남창, 성전환자, 복장 도착자, 구강 성교, 집단 성행위 등이 영화와 드로잉, 사진 안에 빼곡히 담겨있다. 상업 미술로 시작해 비즈니스 미술가로 마감하고 싶었다는 워홀, 그의 바람은 사후에도 충실하게 실현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열광한다.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 유명인사와 아름다움, 그리고 죽음에 집착했던 사람. 미디어가 곧 예술이라고 믿는 워홀.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데 정답은 없어보인다. 솔직하고 허례허식 없는 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고 나니 문득,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한 대 사고 싶어진다. “그림을 어떻게 보면 될까요? 그러면 난 대답한다. 제 경우에는 내 방에 걸고 싶은가 아닌가를 생각합니다.” - 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어느 불량 큐레이터의 고백 中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양천 주민 34명, 방과 후 선생님 ‘특훈’

    양천구의 마을방과후학교 특공대가 훈련을 마쳤다. 구는 이들이 지역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문학과 예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천구는 7일 해누리타운 아트홀에서 ‘양천 마을방과후학교 강사양성과정’ 수료식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양천 마을방과후학교 강사양성과정은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과 지역의 교육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주민들의 공교육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교육은 40명을 대상으로 총 120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구 관계자는 “당초 40명이 시작을 했지만 프로그램이 엄격하게 진행되다 보니 34명의 주민만 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교육콘텐츠 강의 시연이다. 강의 시연에서는 그동안 열정적으로 강의에 참여해 온 수료자 전원이 ‘교과연계 콘텐츠’ 6개팀과 ‘마을교육 콘텐츠’ 4개팀으로 나뉘어 향후 마을교사로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발표한다. 발표 내용도 다양하다. 먼저 교과 연계 콘텐츠 6개팀은 ▲양천 해설사와 함께하는 ‘우리고장 탐방’ ▲그림책을 활용해 한국사, 영화, 목공예, 음악, 수학 등의 수업을 진행하는 ‘세상의 모든 그림책’ ▲다양한 손 놀이 활동을 통해 문학, 미술, 수학 등을 배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손 놀이’ ▲토론, 강의, 스스로 학습법 등을 통해 인격 형성의 기회를 함께하는 ‘누구든지 모여라’ ▲창의적인 발명 교구들을 직접 만들며 외국어를 배우는 ‘아인슈타인’ 등의 내용을 발표한다. 또 마을교육 콘텐츠 4개팀은 자연학습, 마을탐방, 미술수업 등의 다양한 기법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수영 구청장은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 마을강사들이 동 자치회관에서 운영하는 여름방학 특별 마을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예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프로그램 등에 전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개인별 교육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마을 강사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시각 장애아동에게 석굴암 보여 주고 싶었어요”

    “시각 장애아동에게 석굴암 보여 주고 싶었어요”

    19일 서양화가이자 전시기획자인 엄정순(53·여)씨는 서울 종로구 화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열리는 입체 촉각 교구 작품전시회 ‘석굴암과 피에타’를 직접 기획했다. 시각장애인들의 미술교육과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석굴암, 첨성대 등 우리 유물·유적을 비롯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밀로의 ‘비너스’ 등 세계 명작 30여점이 3D프린터로 재탄생돼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만지며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1996년부터 시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수업을 진행해 온 ‘우리들의 눈’이 3D프린터로 점자책을 만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다원물질융합연구소 문병운 박사팀에 “아이들 교육을 위한 작품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엄씨는 “미술관 등에 가더라도 직접 만져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시각장애 아이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엄씨가 시각장애인 미술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6년 한 독지가가 추진했던 ‘시각장애인 아동들을 위한 성당 짓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해 엄씨는 뜻을 같이하는 예술가들과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을 만들었다. 그 이후 19년째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열려라! 얍! 미술영재 상상력의 문

    열려라! 얍! 미술영재 상상력의 문

    유럽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작가들과 한국의 어린이들이 공동협업 전시를 진행한다. 어린이들의 예술재능 계발에 초점을 맞춘 연례기획 ‘얍(YIAP)!’을 5년째 진행하고 있는 갤러리 이마주(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어린이들의 감성과 예술적 재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북유럽 아티스트 4명을 특별 초청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끄집어 내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한국 고유의 기합소리에서 따온 ‘얍’(YIAP)은 ‘Young Imazoo Artist Project’의 줄인 말로 갤러리 이마주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선발해 전시회를 열어 주는 것으로 2010년 이후 매년 열고 있다. 올해 전시는 2개 파트로 나눠 열린다. 1부는 5월 2~22일 ‘노스 라이트’라는 제목으로 열리며 독일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하는 중견화가 노은님과 드로잉 작가 게르하르트 바치, 설치작가 얀 코허만(이상 독일), 게르트 팅글럼(노르웨이)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3일 오후 갤러리가 특별히 선발한 어린 작가 16명과 함께 놀이하듯이 설치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갤러리 측은 “모두 세계 대학과 화단에서 인정받는 현대미술 작가인 동시에 세계 미술 영재들과 전문적이고 다양한 수업과 전시를 해 온 작가들”이라며 “세계적인 작가와 어린이들의 공동 협업전시는 참여 어린이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부(5월 24~31일)에서는 공동협업 결과물과 어린이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노은님은 어린아이의 그림과 같은 천진함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자연을 동양적 감성으로 표현해 독일 평단으로부터 ‘동양의 명상과 독일 표현주의의 만남’이라는 극찬을 듣는 작가다.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간 뒤 미술 수업을 받고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국립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국제 서머 아카데미 ‘펜티멘트’ 학장을 겸임했다. 펜티멘트는 함부르크대학의 국제적인 여름 아카데미로 세계 각국의 지원자들에게 3주간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미술수업 과정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노은님의 남편으로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 예술사 교수를 지낸 바치는 펜티멘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발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겪은 정신적 체험을 유연하고 생명력 있는 선으로 표현한 드로잉을 선보인다. 사진, 설치, 축소 모형으로 익숙한 도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가 얀 코허만은 노은님과 바치의 제자이자 함부르크대학 교수이며 현재 서머 국제 아카데미 펜티멘트의 학장을 겸하고 있다. 노르웨이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팅글럼은 오슬로 예술 아카데미 교수를 거쳐 현재 바겐조형예술아카데미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술 영재 발굴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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