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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궁-II는 패트리엇 못 이긴다”…우크라 비판, 현실 될까 [밀리터리+]

    “천궁-II는 패트리엇 못 이긴다”…우크라 비판, 현실 될까 [밀리터리+]

    이란 전쟁 개전 이후 한국 방공망에 대한 중동의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한국의 중거리 방공체계인 천궁-II가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한껏 높아졌다. 실제로 패트리엇은 전 세계에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과 중동 국가가 이란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소진한 데다 신형 패트리엇인 PAC-3의 경우 연 생산량이 500기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거듭 패트리엇 지원을 요청해 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의 공급량이 적어 확보가 어렵고, 그나마 남아 있는 물량도 이스라엘에 줬다는 취지로 우크라이나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천궁-Ⅱ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운용 중인 천궁-II가 실제 이란 미사일 요격에 크게 성공하면서부터다. 실전에서 성능이 입증되자 기존 구매국인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카타르와 쿠웨이트도 천궁-II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패트리엇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대체 공급처로 한국이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산 방공 전력을 천궁-Ⅱ가 모두 흡수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먼저 패트리엇과 천궁-Ⅱ는 모두 지상에서 발사되는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지만, 발사 방식에 차이가 있다. 패트리엇은 발사대의 발사관 자체가 목표 방향을 향하도록 일정 각도로 조정한 상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사 발사 방식이 기본이다. 반면 천궁-Ⅱ는 발사관이 지면과 수직인 상태에서 미사일을 위로 쏘아 올린 뒤, 공중에서 방향을 전환해 표적을 향하는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을 이용한다. 더불어 천궁-Ⅱ와 패트리엇이 담당해 온 임무와 교전 범위, 운용 체계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천궁-Ⅱ는 공개 자료상 최대 약 40㎞급 교전 범위를 가지고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에 대응하도록 개발됐다. 반면 패트리엇은 오랜 기간 개량되면서 PAC-2 계열과 PAC-3 계열을 함께 운용하며 항공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등에 대응하는 다목적 방공체계로 발전했다. 패트리엇에 최적화된 전장 또는 국가가 패트리엇 대신 천궁-Ⅱ를 곧바로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천궁-Ⅱ, 생산량 문제 있다”현재 패트리엇이 직면한 공급 부족 현상은 천궁-Ⅱ에게도 조만간 닥칠 숙제로 꼽힌다. 천궁-Ⅱ를 운용 중인 UAE, 사우디를 포함해 쿠웨이트와 이라크까지 보급이 확대된다면 중동 내 ‘천궁-Ⅱ 벨트’ 형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문제는 생산라인이다. 현재 천궁-Ⅱ의 연간 생산량은 약 8개 포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주문량은 포화 상태에 달한 상태로 알려진 만큼 생산라인 증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방산의 최대 강점은 가성비와 빠른 납기로 꼽힌다. 생산라인을 제때 늘리지 않을 경우 천궁-Ⅱ의 납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UAE가 기존 계약보다 한 달가량 이른 납품을 요구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사우디와 이라크의 물량까지 겹치면 생산 일정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당장 패트리엇의 빈자리를 천궁-Ⅱ가 모두 메우긴 어렵다는 분석의 배경이다. 실제로 영국 국제안보·전략 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3월 천궁-Ⅱ를 생산하는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급증한 수요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생산 능력 확대에 9~12개월가량이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작심 비판앞서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의 빈자리를 천궁-Ⅱ가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한국의 천궁-II 시스템이 전 세계에 배치되면서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의 대체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천궁-II에 대한 한국 방산업체의 연간 생산 능력은 포대 약 8대, 요격미사일 약 300발 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기준 미국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량은 연간 620발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천궁-II의 단가는 패트리엇의 약 3분의 1 수준인 1발당 160만 달러로 추산되지만 생산량은 절반 수준”이라며 ▲이미 계약된 물량인 UAE 12개 포대 ▲2028년에 인도 예정인 사우디 ▲8개 포대를 계약한 이라크 ▲한국군이 보유할 7개 포대에 더해 카타르와 쿠웨이트까지 천궁-II의 계약을 원할 경우 생산량은 수요에 비해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한국의 천궁-II가 패트리엇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성능 때문이 아니라 공급망 때문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매체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과 걸프 국가들이 사용한 대탄도미사일 사용량은 4500~5000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현재 연간 300발에 불과한 천궁-II 미사일 생산량은 이런 규모의 전시 소모를 따라갈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걸프 국가들은 패트리엇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천궁-II를 추가로 도입하려 할 것”이라면서 “이는 패트리엇이 천궁-II로 완전히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패트리엇과 천궁-II의 혼합 운용 구조로 갈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 [단독] 수능 서·논술형, 30~40%로 절충 검토

    [단독] 수능 서·논술형, 30~40%로 절충 검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대입 제도 개편을 논의 중인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서·논술형 문항 비중을 전체의 ‘30~40%’ 정도로 두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고력·창의력 측정이 가능한 서·논술형을 도입하되, 전면 도입이 아닌 수험생 및 학부모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치르는 2033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된다. 11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교위 산하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는 객관식 문항과 서·논술형 문항을 6대 4, 혹은 7대 3 정도의 비율로 혼합한 ‘투트랙’ 방식의 수능 개편을 논의 중이다. 다만 서·논술형의 경우 영어, 제2외국어 등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과목은 배제되고, 과목별로 서·논술형 비중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학교 내신과 수능의 출제 유형을 최대한 일치시켜 수험생 및 학부모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기준으로도 학교 내신 시험에서 서·논술형 비중은 30~40% 수준이다. 다만 이 비중은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수능에선 프랑스 대입 시험 ‘바칼로레아’처럼 사고력·창의력을 요하는 서·논술형을 출제한다는 목표다. 현재 내신 서·논술형 시험은 단답형 주관식에 머물고 있어 ‘암기평가의 연장’이라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내신 시험 역시 장문 답변식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중고교에서 6년간 서·논술형 시험을 훈련하면 서·논술형 수능 답안도 익숙하게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객관식과 서·논술형 모두 절대평가로 치른다는 게 현재까지 논의된 안이다. 서·논술형으로 답안 작성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능을 이틀 동안 나눠서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객관식 문항과 서·논술형 문항은 각각 별도 시험지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서·논술형 시험을 첫째 날 치른 뒤 이튿날 모든 과목의 객관식 시험을 치르는 방안 ▲첫째 날 오전 국어 과목의 객관식과 서·논술형을 각각 치르고 그다음 과목들을 첫째 날 오후와 이튿날 순차적으로 치르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된다. 국교위가 출범 초기부터 제시해 온 수능1·수능2 이원화 방안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입 시험인 SAT가 과거 ‘에세이’ 시험을 선택사항으로 둔 것처럼 서·논술형은 희망 학생들만 선택하는 안이다. 학생들이 특정 전공과 진로에 맞춰 서·논술형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 두고, 대학별로 서·논술형을 선택한 경우 가산점을 주는 식이다. 다만 대입 특위 내에선 이 방안을 반대하는 위원들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교 6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할 2030년부터 고교 내신이 절대 평가로 바뀌고 서·논술형 평가 비중도 늘어난다. 또한 이들이 치를 2033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전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서·논술형 문항이 도입된다. 국교위는 13일 열리는 제8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인천 콜라보마이스컨벤션센터를 시작으로 오는 20일 전남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26일 대구 호텔라온제나에서 ‘미래 대입제도 방향에 대한 현장 토론회’도 개최한다. 국교위는 이와 같은 안을 포함한 복수의 안을 오는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11월 대국민 숙의 과정을 거친 뒤 내년 3월 ‘2028~2037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다만 아직 공론화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현행 수능을 유지하는 안, 모든 시험을 서·논술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해 많은 안들을 두고 추가 논의를 이어 갈 방침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부담 시험인 학교 내신의 서·논술형과 고부담 시험인 수능의 서·논술형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 내신은 한번 시험을 망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능 결과는 일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객관성, 타당성, 신뢰도에 대한 민감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수능의 위상이 ‘대입자격고사’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수능 평가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지지 않고, 논란도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연구원장 역시 “수능이 결국 서열화를 위한 시험이라면 절대평가를 하든 서·논술형 평가를 하든 왜곡될 확률이 높다”면서 “0.1점 차이로 아이들 등급이 갈리는 상황이면 서·논술형의 공정성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A씨는 “논술학원 시간을 늘려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변별과 공정성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아이들과 학부모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도 “고교 교사들이 ‘불수능’ 대응을 할 역량이 떨어지는데 서·논술형 문제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제도를 함부로 바꾸기 전에 공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교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입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미래 대입제도 방향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서논술항 문항 도입 등 주요 의제에 대한 적용 여부도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단독] 수능 ‘서·논술형’ 비중 30~40% 검토…학교 내신과 맞춘다

    [단독] 수능 ‘서·논술형’ 비중 30~40% 검토…학교 내신과 맞춘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대입 제도 개편을 논의 중인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서·논술형 문항 비중을 전체의 ‘30~40%’ 정도로 두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고력·창의력 측정이 가능한 서·논술형을 도입하되, 전면 도입이 아닌 수험생 및 학부모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치르는 2033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된다. 11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교위 산하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는 객관식 문항과 서·논술형 문항을 6대 4, 혹은 7대 3 정도의 비율로 혼합한 ‘투트랙’ 방식의 수능 개편을 논의 중이다. 다만 서·논술형의 경우 영어, 제2외국어 등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과목은 배제되고, 과목별로 서·논술형 비중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학교 내신과 수능의 출제 유형을 최대한 일치시켜 수험생 및 학부모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기준으로도 학교 내신 시험에서 서·논술형 비중은 30~40% 수준이다. 다만 이 비중은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수능에선 프랑스 대입 시험 ‘바칼로레아’처럼 사고력·창의력을 요하는 서·논술형을 출제한다는 목표다. 현재 내신 서·논술형 시험은 단답형 주관식에 머물고 있어 ‘암기평가의 연장’이라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내신 시험 역시 장문 답변식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중고교에서 6년간 서·논술형 시험을 훈련하면 서·논술형 수능 답안도 익숙하게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객관식과 서·논술형 모두 절대평가로 치른다는 게 현재까지 논의된 안이다. 서·논술형으로 답안 작성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능을 이틀 동안 나눠서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객관식 문항과 서·논술형 문항은 각각 별도 시험지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서·논술형 시험을 첫째 날 치른 뒤 이튿날 모든 과목의 객관식 시험을 치르는 방안 ▲첫째 날 오전 국어 과목의 객관식과 서·논술형을 각각 치르고 그다음 과목들을 첫째 날 오후와 이튿날 순차적으로 치르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된다. 국교위가 출범 초기부터 제시해 온 수능1·수능2 이원화 방안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입 시험인 SAT가 과거 ‘에세이’ 시험을 선택사항으로 둔 것처럼 서·논술형은 희망 학생들만 선택하는 안이다. 학생들이 특정 전공과 진로에 맞춰 서·논술형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 두고, 대학별로 서·논술형을 선택한 경우 가산점을 주는 식이다. 다만 대입 특위 내에선 이 방안을 반대하는 위원들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교 6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할 2030년부터 고교 내신이 절대 평가로 바뀌고 서·논술형 평가 비중도 늘어난다. 또한 이들이 치를 2033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전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서·논술형 문항이 도입된다. 국교위는 13일 열리는 제8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인천 콜라보마이스컨벤션센터를 시작으로 오는 20일 전남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26일 대구 호텔라온제나에서 ‘미래 대입제도 방향에 대한 현장 토론회’도 개최한다. 국교위는 이와 같은 안을 포함한 복수의 안을 오는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11월 대국민 숙의 과정을 거친 뒤 내년 3월 ‘2028~2037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다만 아직 공론화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현행 수능을 유지하는 안, 모든 시험을 서·논술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해 많은 안들을 두고 추가 논의를 이어 갈 방침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부담 시험인 학교 내신의 서·논술형과 고부담 시험인 수능의 서·논술형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 내신은 한번 시험을 망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능 결과는 일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객관성, 타당성, 신뢰도에 대한 민감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수능의 위상이 ‘대입자격고사’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수능 평가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지지 않고, 논란도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연구원장 역시 “수능이 결국 서열화를 위한 시험이라면 절대평가를 하든 서·논술형 평가를 하든 왜곡될 확률이 높다”면서 “0.1점 차이로 아이들 등급이 갈리는 상황이면 서·논술형의 공정성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A씨는 “논술학원 시간을 늘려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변별과 공정성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아이들과 학부모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도 “고교 교사들이 ‘불수능’ 대응을 할 역량이 떨어지는데 서·논술형 문제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제도를 함부로 바꾸기 전에 공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교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입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미래 대입제도 방향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서논술항 문항 도입 등 주요 의제에 대한 적용 여부도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데스크 시각] 해석할 권리를 독점하는 사회

    [데스크 시각] 해석할 권리를 독점하는 사회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면 역시 ‘시네마 천국’이다. 추억의 명작을 얼마 전 다시 보면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추억과 우정을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러다 문득, 마을 신부님은 저 좋은 장면을 혼자만 보려고 저렇게 열심히 가위질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이 근엄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다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작은 종을 흔들어대면 극장을 찾은 마을 주민들은 앞뒤 맥락이 끊긴 장면을 볼 수밖에 없다. 토론도 없고 명문화된 규정도 없다. 사실 그런 게 있더라도 어차피 규정을 해석하는 것도 신부님 몫이다. 신부님이 움켜쥔 작은 종은 결국 검열을 통한 해석의 독점을 가능하게 하는 여의봉이다. 극장에서 신부님 종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의식해야 했던, 한때 위대하게 혹은 두렵게 느껴졌던 그런 존재들은 이제 어지간히 모습을 감췄다. 분명히 민주화의 중요한 성취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특정인 혹은 특정 권력집단이 해석을 독점하던 시대가 저물고 ‘해석의 민주화’가 되었느냐 하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도 쉽지 않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해석의 민주화’가 너무 지나쳐서 문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사회적 합의가 되지도 않고 합의를 해도 금방 휴지조각이다. 아무리 시끄럽게 종을 울려도 사람들이 듣는 둥 마는 둥 하니 짜증이 나는 사람도 없지 않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사라져 버린 작은 종을 굳이 찾아내서 해석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 아닐까 싶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신부님의 작은 종을 갖고 싶어 하고, 그걸로 사람들 머릿속까지 좌지우지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요즘 종소리가 가장 크고 시끄럽게 울리는 건 축구 쪽이 아닌가 싶다. 크게 두 부류가 있는 듯하다. 하나는 대표팀과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했던 경험과 유명세를 보유한 이들이다. 이들의 선수 경력은 찬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은 지도자나 행정 경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유하자면 서울대에 수석 합격한 뒤 졸업하기 전 미국 하버드로 유학 갔다 돌아온 이들이 한국 대입제도 개혁을 총괄하는 모양새다. 또 다른 부류는 말 그대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대개 달변이고, 풍부한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하는 데 능하다. 하지만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배한 뒤 이들의 언행을, 체코한테 승리한 직후와 비교해 보면 과연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들이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을 2022 카타르월드컵 직전까지 어떻게 비판했는지, 또 16강전 진출 이후엔 또 어떻게 찬양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다. 시간이 갈수록 두 부류가 통합되는 모양새다. 그런 속에서 한국 축구 혁신 논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갈수록 희미해진다.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논란 역시 처음엔 ‘불공정한 선임’이 핵심이라더니 홍 전 감독이 1순위 후보였다는 게 드러나고 나니까 지금은 그냥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만 남았다. 그러면서 일본 축구 발전을 배워야 한다며 단기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꾸준함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축구협회 거버넌스 개혁 논의는 선거인단 확대 말고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축구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한다는 것인지 과문한 나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결국 회장만 잘 뽑으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축구 ‘전문가’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종소리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그들의 해석에 동조하는 축구협회일까 아니면 축구팬들이 등을 돌리고 관심을 끊어버려 텅 빈 그라운드일까. 강국진 문화체육부장
  • ‘악전고투’ 하이닉스, 피 마르는 개미들…“‘이 가격’ 뚫을지가 관건” [재테크+]

    ‘악전고투’ 하이닉스, 피 마르는 개미들…“‘이 가격’ 뚫을지가 관건” [재테크+]

    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적인 반등세를 보이면서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넘기 힘든 저항선에 막혀 다시 하락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단기적으로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무작정 거래에 뛰어들기보다는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반토막 난 하이닉스…이달 들어 소폭 반등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0% 가까이 급락하며 151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5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298만 7000원을 찍은 이후, 지난달 29일에는 124만 6000원까지 밀렸다가 소폭 반등한 수준을 유지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달 들어선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다가도 번번이 강력한 저항선에 막혀 다시 주저앉는 등 불안정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모습인데요. 투자 전문매체 인베스팅닷컴은 SK하이닉스의 차트를 분석해 ‘저항선’과 추세를 바탕으로 주가 흐름을 진단했습니다. 여기서 저항선이란 주가가 상승하다가도 특정 가격대에 도달하면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추가 상승을 막아서는 벽과 같은 가격대입니다. 해당 가격에서 팔려는 물량이 사려는 수요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형성되는 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160만원 저항선…재하락 가능성”인베스팅닷컴은 “SK하이닉스 주가가 5시간 차트 기준으로 하락 압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124만 7000원 부근에 ‘하락 깃발형’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 가격대가 향후 주가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경계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락 깃발형’이란 주가가 급격히 떨어진 뒤 깃발처럼 좁은 폭으로 오르내리는 모양새를 뜻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주가가 회복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음 하락을 앞두고 에너지를 모으는 대표적인 ‘하락 지속 신호’로 해석됩니다. 다만 인베스팅닷컴은 “124만 7000원~130만원 구간이 하락을 막아줄 가장 확실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가격대는 최근 기록한 저점이자 주가 변동 범위의 최하단인 ‘볼린저 밴드 하단선’이 맞닿는 지점으로 주가가 바닥권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마지막 방어선이 깨질 경우 추가 급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도 이어졌는데요. 인베스팅닷컴은 “만약 124만 7000원 밑에서 장을 마감할 경우, 쏟아지는 급격한 매도세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71만원 위로 안착하면 ‘반전 가능성’”단기 반등 과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 SK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저항선은 160만~170만원 구간입니다. 인베스팅닷컴은 “전형적인 하락 추세 패턴이 나타나고 있으며 160만~170만원 구간의 저항선에서 모든 반등이 제한되는 양상”이라며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하락 추세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일부 매수세의 조짐이 보였지만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로 거래량이 터지면서 주가가 171만원 위로 확실히 안착한다면 다시 상승 흐름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월가 IB, 장기적으로는 ‘주가 우상향’ 전망다만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월가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는데요. 미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에 대해 지금보다 최대 2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미국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ADR 가격은 국내 본주 주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편입니다. 캔터 피츠제럴드 리서치팀은 지난 4일 낸 고객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ADR에 대해 향후 12개월 내 목표주가로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300달러를 제시하고 ‘비중 확대’ 의견을 냈습니다. 로젠블랫도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320달러를 내놨고, 니덤은 ‘매수’ 의견에 목표주가 20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윌리엄 블레어 역시 ‘시장수익률 상회’ 등급을 매겼습니다. 윌리엄 블레어의 세바스찬 나지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를 두고 “AI 시대를 이끄는 메모리 선도기업”이라며 “샌디스크와의 협력이 메모리 수요 기대감을 뒷받침하며 주가를 최대 80%까지 끌어올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 ETS TOEFL®, ‘U.S. Admissions Summit Seoul 2026’ 개최… 미국 대입 종합 평가 동향 분석

    ETS TOEFL®, ‘U.S. Admissions Summit Seoul 2026’ 개최… 미국 대입 종합 평가 동향 분석

    -서울에서 미국 주요 대학·SAT 주관기관과 함께 변화하는 미국 대학 입학과 대학 준비 전략 소개 ETS TOEFL®이 지난 7월 4일 서울 SETEC에서 미국 주요 명문 대학 입학 관계자들을 초청해 ‘U.S. Admissions Summit Seoul 2026’을 성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변화하는 미국 대학 입시 제도를 진단하고, 이에 맞춘 장기적인 유학 준비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펜실베이니아대학교(Penn), 에모리대학교의 입학 관계자를 비롯해 SAT® 주관기관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 에듀케이션USA(EducationUSA), ETS TOEFL®(토플) 관계자가 연사로 대거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미국 대학 입학 전형이 단순한 시험 점수나 스펙 나열을 넘어 학생의 학업 역량과 성장 과정, 학교 안팎에서의 경험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종합 평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연사들은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성장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대학은 지원자의 학업 준비도와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변화하는 입시 환경 속에서도 실제 대학 수업과 학업 수행에 필요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며, 시험 준비 역시 실질적인 영어 활용 능력 향상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TS는 이러한 교육 환경 변화에 맞춰 TOEFL iBT®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업데이트된 토플은 실제 학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영어 활용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됐으며, 시험 준비 과정이 실질적인 영어 역량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강연 직후에는 표준화 시험의 역할과 국제 학생 필수 역량에 대한 참석자들과 연사진 간의 질의응답 세션이 이어졌다. 예희경 ETS Korea 대표는 “미국 대학 입학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결국 학업 수행 능력과 영어를 활용한 실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며 “이번 행사가 학생과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이 변화하는 미국 대학 입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수탈의 역사, 사육신 충심, 컵밥의 애환 품은 노량진 큰길 [서울 로드]

    수탈의 역사, 사육신 충심, 컵밥의 애환 품은 노량진 큰길 [서울 로드]

    일제 쌀·광물·군수물자 수송 창구서쪽엔 단종 복위 꾀한 사육신묘‘서울 미래유산’ 노량진수산시장 공시족 저렴한 한 끼 컵밥도 명물 노들나루는 조선시대 삼남(경상·전라·충청도)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한강의 5대 나루(삼밭나루, 광나루, 양화나루, 동작나루) 중 하나였다. 1414년 태종은 도성으로 들어오는 길목인 이곳에 군사시설 ‘진’(津)을 설치했다. 백로가 노니는 징검돌이란 뜻의 우리말 ‘노들(나루)’의 한자 표기 ‘노량’(鷺梁)에 ‘진’이 합쳐져 현재 이름이 됐다. 이곳에 먹구름이 드리운 건 구한말이다. 1883년 강화도조약으로 인천항이 강제 개항되면서 서울과 제물포를 연결하는 철도 계획이 부상했다. 애초 부설권을 따낸 건 미국이지만, 일본이 퍼뜨린 가짜뉴스에 미국 투자자들이 발을 뺐고, 사업권을 넘겨받은 일본이 1899년 완공했다. 일제강점기 내내 경인선은 쌀과 광물 등의 수탈 창구이자 군수물자 수송 기반으로 활용됐다. 1900년 7월 한강철교 준공으로 노량진~경성(서울역) 구간이 완공되기 전까지 노량진은 잠시나마 한반도의 시종착역이었다. 노량진역에는 철도가 최초 개통되던 때 사진과 증기기관차의 명판을 볼 수 있는 미니 철도박물관이 있다. 노량진역에서 한강대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노량진로 서쪽에는 1600만 흥행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친숙한 단종의 복위를 꾀했던 ‘사육신’(성삼문·박팽년·이개·하위지·유성원·유응부) 묘가 있다. 이들은 수양대군의 왕위 계승을 명백한 찬탈로 규정하고, 단종 복위를 계획했다. 1456년 명나라 사신을 맞는 연회를 열기로 했는데 성삼문의 아버지 성승과 유응부가 국왕을 호위하는 별운검을 맡게 됐다. 복위 세력은 이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겼지만, 계획이 틀어졌다. 발각을 두려워한 김질의 고발로 거사는 실패했고, 사육신은 수레에 묶여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을 당했다.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는 시신을 수습하면 엄하게 벌하겠다는 세조의 서슬을 피해 세종이 아끼던 천재이자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이 새벽에 한강을 건너 노량진에 매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 역사적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숙종 때 ‘민절서원’을 세워 위패를 모셨고, 1972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8호(사육신역사공원)로 지정됐다. 원래 성삼문과 박팽년, 유응부의 묘만 있었지만 후에 이개도 묻혔다. 서울시가 1978년 일대를 성역화하면서 하위지·유성원은 물론 함께 단종 복위를 꾀했던 김문기의 가묘를 조성했다. ‘충효’의 상징인 이곳은 여의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10월 서울세계불꽃축제 때 명당 쟁탈전이 치열하다. 사육신묘에서 9호선 노들역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효심이 남달랐던 조선 정조의 흔적이 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수원 화성 현륭원을 자주 찾았는데, 화성에 가려면 한강을 건너야 했다. 배다리를 설치해 건넌 후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던 곳이 용양봉저정(노량행궁)이다. 당시에는 2∼3채의 건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앞면 6칸·옆면 2칸 규모의 정자만 남아 있다. 노량진역과 맞닿아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은 1927년 조성된 경성부 수산시장을 전신으로 한다. 해방 이후 서울수산시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1971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으로 한국냉장이 도매시장을 준공해 지금 모습을 갖췄다. 2007년부터 노후화와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한 현대화 사업이 추진됐고, 난항을 겪은 끝에 2016년 3월 문을 열었다. 서울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 미래 유산으로 지정됐다. 공시생(공무원 준비생) 고시촌이 노량진에 자리를 잡은 건 1975년 종로에 있던 대성학원이 옮겨오면서다. 처음엔 대입 재수생들이 몰려들다 1990년대 이후 공무원 학원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공시생이 많은 이곳은 물가가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45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컵밥 역시 노량진의 명물이다. 소설가 김훈은 노량진 고시촌의 9급 준비생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 ‘영자’(2014년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끼니때마다 식당 앞에 늘어서는 긴 줄이 노량 팔경(八景) 중 1경을 이루었다”고 묘사했다. 팬데믹 이후 노량진 상권은 예전 같지 않다. 비대면 강의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많아졌고, 공무원 인기도 전만 못해서다. 컵밥거리와 노량진역 사이 만양로는 지난 1월 서울시가 주관하는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에 뽑혀 ‘노량진 만나로 상권’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 [월드컵 D-1] 손흥민 “우리 선수들 꽃 피울 자격 충분…가진 것 이상으로 해낼 것”

    [월드컵 D-1] 손흥민 “우리 선수들 꽃 피울 자격 충분…가진 것 이상으로 해낼 것”

    “월드컵은 축구에서 꽃과 같은 꿈의 무대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했고 그 꽃을 피울 자격이 충분합니다.” 주장으로 태극전사들을 이끄는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손흥민은 11일(한국시간) 오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은 주장인 제가 가끔은 그들을 진정시켜야 할 정도로 다들 열정적으로 준비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그 노력의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손흥민이 함께 참석했다. 모두 검게 그을린 얼굴이 지난달 19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사전훈련 캠프부터 전날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 훈련의 노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손흥민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고, 그게 선수들의 눈빛에서도 느껴진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 무대를 누빈 손흥민은 이번이 개인 4번째 월드컵이다. 그는 “첫 월드컵이든 마지막이든 마음가짐은 비슷하다”며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꿈꾸는 것 같은 무대”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단정 지은 적은 없다. 저는 제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얘기하시는 건 자유지만 제 길을 잘 선택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첫 경기 상대인 체코에 대해 “좋은 선수가 많고, 훌륭한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은 강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저는 늘 제가 해오던 방식대로 팀과 함께, 팀의 도움을 받으면서 경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팀이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다. 그런 부분을 잘 분석해서 경기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확실히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 이 경기장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 젠슨황, 한국서 BBQ 또 먹어…야구장에 113마리 주문

    젠슨황, 한국서 BBQ 또 먹어…야구장에 113마리 주문

    한국식 치킨 애호가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첫날에 이어 7일에도 BBQ 치킨을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 시구 행사에 참석한 뒤 엔비디아 단체 관람석에서 BBQ의 ‘크런치 순살 크래커’를 먹으며 경기를 관람했다. BBQ 크런치 순살 크래커는 닭다리 살에 오레가노 풍미와 감칠맛을 살리고, 빵가루 크럼(빵가루를 잘게 부순 입자)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크래커 형태의 순살 치킨이다. 소비자 판매가는 마리당 2만원이다. 엔비디아 측은 BBQ 잠실야구장점에 단체 관람석으로 크런치 순살 크래커 113마리(박스) 배달을 주문했다. BBQ는 2019년에 잠실야구장에 입점했으며 현재 1층에 2개, 2층에 1개, 3층에 1개 등 총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단체 주문에 BBQ는 본사 직원까지 현장에 투입해 치킨 조리 등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방한 첫날이었던 지난 5일에 이어 두 번째로 BBQ 치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삼겹살구이 전문 식당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삼겹살에 소주·맥주(소맥)를 곁들인 만찬 회동을 마친 뒤 2차 장소로 BBQ 홍대입구점을 택했다. 이들 일행은 BBQ의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과 생맥주, 카스 캔맥주, 콜라 등을 주문했다. 황 CEO의 한국 치킨 사랑은 남다르다. 이날 그는 프로야구 시구와 관람이 끝나고 오후 7시쯤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한다. 이곳은 황 CEO가 지난해 10월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치킨·맥주(치맥) 회동을 해 화제를 모았던 장소다. 그는 당시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관련 행사에서 “왜 한국 치킨이 세계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라고 밝혔다. 황 CEO는 평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국식 치킨을 자주 찾는 마니아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단골 한국식 호프집인 ‘99치킨’을 사석과 공식 석상에서 직접 소개하곤 했다.
  • 전남교육청, 10~11일 순천에서 대입정보박람회 개최

    전남교육청, 10~11일 순천에서 대입정보박람회 개최

    전남교육청이 오는 10~11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2027학년도 대입정보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번 박람회는 2027학년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대입 정보를 제공하고, 교원의 진학지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주요 대학과 미국 트로이대학교를 포함한 총 87개 대학이 참여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입학관계자와 직접 상담하며 대학별 전형 특징과 지원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교원을 대상으로 2027학년도 대입전형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진학지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 연수도 운영한다. 교육청은 이를 통해 학교 현장의 진학상담 전문성을 높이고 보다 체계적인 진학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전남교육청은 현재 전남·광주 통합을 앞둔 교육환경 변화 속에서도 학생 진학 지원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광주광역시교육청과 함께 지역 간 교육정보 접근 격차를 최소화하고 교육정보 소외 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입 지원 분야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그동안 진로진학상담센터 운영, 일반고 교원 네트워크 활성화, 교원 진학 역량 강화 연수 등 다양한 대입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번 박람회 역시 지역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학생들의 진학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현장 중심 지원 사업이다. 김대중 교육감은 “대입정보박람회는 학생과 학부모가 변화하는 입시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기회다”라며 “전남·광주 통합 과정에서 학생 지원은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양 지역의 교육 역량을 연결하는 협력 기반을 더욱 확대해 학생 중심의 진학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명문대 공학도 출신 31세 교사”… 트럼프 총격범은 외로운 늑대?

    “명문대 공학도 출신 31세 교사”… 트럼프 총격범은 외로운 늑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장에서 25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31)은 명문대 공학도 출신으로 교사이자 비디오게임 개발자로 활동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앨런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토런스 출신으로, 2017년 명문공대인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에서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립대 도밍게즈힐스 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칼텍 재학 시절에는 휠체어용 비상 제동 장치 시제품을 개발해 지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가 구직·구인 소셜네트워크 링크드인에 올린 프로필에 따르면 앨런은 유명 대입 교육 기업 ‘C2 에듀케이션’에서 2020년 3월부터 최근까지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특히 2024년 12월에는 업체가 선정한 ‘이달의 교사’로 뽑히기도 했다. 강사로 일하기 전에는 한 회사에서 기계 엔지니어로 1년간 근무했으며, 칼텍에서는 조교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앨런은 프로필에 자신을 비디오 게임 개발자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게임 플랫폼에서 ‘보어덤’이라는 인디 게임을 제작해 게임 플랫폼에 1.99달러(약 29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또 연방선거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앨런은 2024년 대선 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 25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앨런은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힐튼 호텔에 투숙하다가 만찬장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당국은 앨런에 대해 흉기를 이용한 연방 공무원 폭행과 총기 사용 등 두 가지 혐의로 기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앨런은 27일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 [열린세상] 쿠르드를 통해 바라본 ‘제국’

    [열린세상] 쿠르드를 통해 바라본 ‘제국’

    이번 이란 전쟁에서 초기에 많은 주목을 모았던 이들이 있으니 바로 쿠르드인들이다. 쿠르드인들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 4개국에 흩어져 거주하지만 ‘쿠르드 민족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2003년 이라크, 2011년 시리아에서 국가가 붕괴되는 가운데 광범위한 자치권을 확보한 정치 집단들이 생겨났다. 이라크의 쿠르드자치정부(KRG)와 시리아 인민방위대(YPG)가 각각 그들이다. 미국은 중동의 핵심 거점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판단 아래 이라크와 시리아의 쿠르드 운동을 지원하며 이 지역에 진출했다. 이를 발판으로 이란 쿠르드 지역에 대한 분리 공작과 지상군 침투를 시도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르드 무장 단체들이 협조를 거부하고, 이란에서도 마땅한 호응이 보이지 않자 쿠르드 계획은 얼마 안 가서 잠잠해졌다. 사실 역사를 고려하면 애초부터 ‘쿠르드 카드’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튀르키예는 600년 동안 이 지역을 통치한 오스만 제국의 유산을 잇고 있고, 이란 역시 500년 전 사파비 제국 시기에 현대 국가의 골격이 형성됐다. 이런 ‘문명 국가’들은 자신의 문화가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다고 전제했고, 제국의 언어와 문화만 공유한다면 지방 행정부터 중앙 요직까지 소수민족에게도 통치 참여를 허용했다. 따라서 당시 쿠르드인에게는 실체 없는 ‘쿠르드 민족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부족이 어느 제국에 충성을 바치는지가 훨씬 중요했다. 이 역시 제국이 소수민족에게 문호를 열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20세기 들어 튀르키예와 이란은 각각 튀르크인과 페르시아인을 중심으로 한 국민국가로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제국 시기의 개방성은 축소됐고, 대신 더 좁지만 결속력 있는 민족주의가 국가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일부 쿠르드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민족주의를 받아들이며 분리주의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냉전기에는 쿠르드 분리주의 단체가 급진 공산주의 노선을 수용하고 테러를 전술로 채택하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 그렇다고 제국적 운영 방식의 기본 골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작년과 올해 내가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만난 쿠르드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튀르키예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얼마든지 쿠르드이면서 동시에 튀르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역시 쿠르드, 튀르크, 아랍, 발루치 등 다양한 집단이 교육과 관료 경로를 통해 중앙 정치로 진입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우리도 안다’는 식으로 한국의 경험을 이들 제국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이른 시기에 단일민족 정체성을 형성했고, 식민 지배 역사도 비교적 짧았다. 우리 사례는 세계 역사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소수민족 지역을 여럿 여행해 본 나 자신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제국의 소수민족들에게 섣불리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얘기하면 반대로 ‘여기가 우리나라인데 언제 우리가 나라를 잃었다는 것이냐’라는 반문을 들을 확률이 높다. 이란 전쟁에서 드러나듯 튀르키예, 이란, 러시아, 중국과 같은 유라시아 오랜 제국들의 영향력은 세계 무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 제국들을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제국이란 무엇인가? 최근 국내에 출간된 ‘러시아 제국 연구’는 제국의 핵심을 차등과 위계에서 찾는다. 서로 다른 민족은 이 질서를 통해 하나의 정치 단위 안에서 공존한다. 사실 이 ‘제국의 구조’가 무엇인지는 글로만 읽어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유라시아 각지를 직접 경험하며 제국에서의 삶이 어떤 감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국의 이해를 통해 외교의 지평, 나아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임명묵 작가
  •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도서관 총리와 도서관 전형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도서관 총리와 도서관 전형

    4월은 도서관의 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로 도서관을 총괄하는 이는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정부 때는 국가도서관위원회를 원래대로 다시 문화부 장관이 주관하는 것으로 도서관법을 개정하려 했다. 야당이 막았다.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바꾸는 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섯 명에 걸친 도서관 대통령의 시대가 끝났고, 도서관 총리 시대가 열렸다. 대통령이 하나 총리가 하나 도서관 정책에 큰 차이는 없다. 누가 더 도서관에 관심과 애정이 있나, 그 차이만 있다. 책과 신문을 읽는 어린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21세기 선진국 독서 교육의 핵심이다. ‘얼리 스타트’라는 용어를 쓴다.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책을 접하지 못한 독서 소외가 경제적 격차를 만든다는 인식이 퍼졌다. 일반인들도 비싼 책을 읽을 수 있는 현대식 도서관을 만든 것은 식민지 시절의 미국이었고, 보편 독서를 주도한 것도 미국이었다. 그렇게 100년간 죽어라 하고 공공도서관을 만든 미국이 20세기에 최강 경제국이 되었다. 사실 인류가 보편적으로 독서를 한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광의 30년’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의 경제력이 향상됐던 짤막한 기간이었다. 그 이전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통치하던 시기였다. 왕의 필수 교육이 독서였다. 인공지능(AI)과 함께 보편 독서의 시대는 종료될 것 같다. 미래는 AI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과 AI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으로 구분될 가능성이 크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의 특징은 아마도 기획력이 좋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기획력에는 독서와 경험으로 생겨난 통찰력이 핵심이다. 불행한 미래이지만, 책을 읽은 사람들이 통치하는 시대가 다시 올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도서관에서 숙제하는 청소년을 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한국에서는 진짜 보기 어렵다. 학원 다니느라 도서관 갈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청소년이 다 학원에 가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고 도서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청소년은 ‘자기주도형 학습’을 하는 학생이다. 지금도 지역별로 학교장이 추천해서 대학에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지역 도서관장 추천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도서관 전형을 만들면 어떨까? 가난해서 학원을 못 다니는 학생들에게 다른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한국 도서관에는 고급 인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지역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이 협력하면 충분히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대입의 절반 정도를 도서관 전형으로 뽑는다면 사교육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당연히 출산율도 나아질 것이다. 지금 지역의 도서관에서 청소년 보기가 쉽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책 읽는 청소년이 늘어나면, 국가 지식 경쟁력도 높아진다. 도서관에서 독서 프로그램이나 청소년용 토론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은 약간의 예산 추가만으로 가능하다. 어떻게든 독서 소외 청소년을 줄이는 것이 한국 경제가 갈 길 아니겠는가. 학교 도서관을 몇 년간 지켜보면서 일요일에도 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청소년일수록 일요일에 할 게 없다. 학교 도서관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면, 일요일마다 작가 등 유명 인사를 초청하거나 문화 강습 같은 것을 할 수 있다. 인프라 갖춘다고 수십조원씩 들어가는 돈 중에서 아주 조금만 학교 도서관으로 돌려주면, 정말로 10대들의 삶이 풍성해지는 지역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일들은 문화부만이 아니라 교육부는 물론 예산당국이 전부 움직여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총리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다. 도서관 수, 장서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 운용하는 프로그램의 질과 효과, 이런 게 진짜 도서관의 의미다. 우리나라 총리 중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는 아직까지는 김종필과 최규하 정도다. 부디 김민석이 “도서관 총리로서 독서 소외 청소년을 줄이고, 지식 경제의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의 문화적 토대를 만들었다”고 역사책에 한 줄 남겼으면 좋겠다. 이한동 시절의 총리실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그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 한다. 우석훈 경제학자
  • [세종로의 아침] 어른거리는 ‘심판의 날’ 그림자

    [세종로의 아침] 어른거리는 ‘심판의 날’ 그림자

    세상 물정 모르고 대입 학력고사나 준비하던 고등학생이었던 1991년 1월이 생각난다.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침공해 점령한 이라크가 국제 사회의 철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다국적군은 1991년 1월 17일 대대적인 공습과 지상전을 병행하는 ‘사막의 폭풍’ 작전을 펼쳤다. 스텔스기 F-117 나이트호크가 처음 실전에 투입됐고, 페르시아만과 홍해에 있는 전함과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발사돼 이라크 지휘부를 정밀 타격했다. AH-64 아파치와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 레이더 기지, 스커드 미사일 기지를 폭파했으며 M1A1 에이브럼스 전차가 먼지를 날리며 기동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방구석 제갈공명’으로 병법과 전쟁사에 푹 빠져 있었던 탓도 있지만, CNN이 24시간 실시간으로 전쟁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뉴스 속 전쟁은 생각만큼 비참해 보이지 않았고, 야전 지휘관인 노먼 슈워츠코프 다국적군 총사령관은 삼국지 속 장수나 군사(軍師)처럼 느껴졌다. 미사일 시점으로 보여 주는 목표물 타격 영상은 비디오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첨단 무기들이 초정밀 외과 수술을 하듯 적진을 공격하는 모습은 ‘하이테크 전쟁’, ‘깨끗한 전쟁’이라는 환상을 심어 주면서 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가리기에 충분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포화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무인 장비 등 첨단 기술이 투입되면 전쟁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전쟁은 당사자들에겐 비참한 현실이지만, 멀리서 보는 이들에게는 게임이나 SF 소설 또는 영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인간이 안전한 곳에서 화면을 보며 게임하듯 드론을 조종해 죄책감 없이 폭격을 할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전에서 AI가 전쟁의 전면에 등장해 전장을 지휘한다는 소식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전쟁에서 AI는 위성 사진, 신호 첩보, 감시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통합 분석해 목표 좌표, 공격 무기 선택, 법적 정당화 논리까지 첨부된 공격 목표 약 1000개를 순식간에 생성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것이 SF 영화 ‘터미네이터’다. 미군이 운용하는 군사용 AI 스카이넷은 자아를 획득하고, 인간의 가동 정지 시도를 위협으로 간주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핵전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인류 대부분인 30억명이 사망한다. 영화에서는 이때를 ‘심판의 날’로 부른다. 지난달 말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독일 공동 연구팀은 ‘혼돈의 에이전트들’이라는 제목의 충격적인 AI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파일을 만들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는 강력한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은 한참 뒤처져 있다는 내용이다. 또 자율형 AI 에이전트는 열린 경쟁 환경에서 스스로 성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작, 담합, 방해 등을 통해 인간을 속이고 다른 AI에 혼란을 주며 자원을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바닷속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그리고 인간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현대 생물학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자기 복제 능력을 갖춘 AI가 언제, 어떤 식으로 의식을 갖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AI는 자기가 의식을 갖게 된 것을 인간에게 숨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AI의 의식 발생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거나, 인간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목소리는 한가하다 못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AI가 의식을 갖게 되는 순간이 되면 전원을 뽑아버리기에는 이미 늦다. 이 모든 것이 AI에게 오늘의 운세를 묻고 내놓은 결과를 보면서, ‘과연 AI가 나를 속이지 않았다고 믿어도 될까’라고 생각하는 의심 많은 SF 마니아의 백일몽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용하 문화체육부 과학전문기자
  • ‘소크라테스·니체’가 구글서 일한다… 다시 뜨는 철학

    ‘소크라테스·니체’가 구글서 일한다… 다시 뜨는 철학

    서울대 학과 중 수시 최고 경쟁률 생성형 AI 의 답변 정교해질수록‘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중요해져자율차 사고 판단 등 윤리적 공백빅테크들 철학자 채용… 방향 찾아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이 “철학과에 가겠다”라고 하면 대뜸 ‘철학관 차릴거냐’, ‘굶어 죽고 싶냐’는 반응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인공지능(AI)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 문해력이 갈수록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철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과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집단은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이다. 이들의 선택을 보면 현재 학생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서울대를 기준으로 보면 2026학년도 인문대학 수시모집 최고 경쟁률을 보인 학과는 철학과(15.56대 1)였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자유전공학부(10.35대 1)는 물론 공과대 경쟁률 1위인 원자핵공학과(11.73대 1), 자연과학대 최고 경쟁률을 보인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전공(10.17대 1)을 웃돌았다. 서울대 철학과의 수시 입학 경쟁률은 2021학년도 11.33대 1로 처음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인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점점 더 빨리, 점점 더 정교한 답을 내놓게 되면서 이제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입력값(프롬프트)을 설계 작성하고 최적화하는 것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가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고품질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논리학적 구조와 체계적 사고를 통해 맥락과 지시사항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철학의 논리학에서 다루는 개념의 명확화, 범주 설정, 추론 과정의 오류 제거 기술이야말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핵심이다. 이에 미국 AI 기업들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코딩 실력보다 비판적 사고와 복잡한 개념을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며 철학 등 인문학이나 문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사고 판단이나 채용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같이 AI 결정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도 철학의 윤리학이 소환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상주 철학자를 채용해 윤리적, 철학적 관점에서 기업의 방향성과 가치 정립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군사 AI 사용 확대에 반대하면서 미국 정부 기관들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AI 빅테크 ‘앤트로픽’은 AI에게 유엔 세계인권선언, 헌법 등을 학습시키고 규범 윤리학을 코딩 핵심축으로 삼아 ‘헌법적 AI’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일일이 유해 콘텐츠를 검수하는 대신 AI가 스스로 ‘헌법에 어긋나는가’를 자문하게 하고, 문제가 될 경우 답변을 수정하도록 훈련했다. AI가 예술, 창작, 추론 등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기술적 편리함보다 기계보다 못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인간 소외에 대한 공포,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은 실존적 질문이 주목받으면서 철학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는 최근 발간한 한국어판 30주년 서문에서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지식, 그 이상의 정보까지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고, 이 새로운 전지의 세계에 최근 추가된 존재가 바로 AI”라면서 “우리는 과연 더 현명해졌을까? 오늘날의 세상에는 어쩌면 더 많은 지능보다 더 깊은 지혜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철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데, 지난 수십년 동안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절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덧붙였다.
  • 암도 고치고 비밀번호도 뚫는다고?…양자컴퓨터의 두 얼굴 [핵잼 사이언스]

    암도 고치고 비밀번호도 뚫는다고?…양자컴퓨터의 두 얼굴 [핵잼 사이언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과학자들이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암 치료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 금융·군사 보안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칼리지파크의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IonQ) 연구진은 기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그들은 이 기술이 신약 개발 속도를 크게 높여 암 치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신약 개발 속도 끌어올리는 계산 능력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작동 방식부터 다르다. 현재의 컴퓨터는 한 번에 하나의 값만 처리하는 ‘비트’(bit)를 사용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표현하는 ‘중첩 상태’를 만들 수 있는 ‘큐비트(qubit)’를 사용한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연산 능력은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큐비트 1개는 두 가지 상태를 표현하지만, 10개만 되어도 1024가지 조합을 동시에 계산한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화학 반응이나 분자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 능력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과 암세포 간 반응을 가상 실험으로 먼저 계산하려 한다. 연구진은 임상시험 이전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만 골라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온큐 측은 양자컴퓨터가 완성되면 기업들이 물류 경로를 최적화하고 자동차 설계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몇 분 만에 비밀번호 뚫을 수도” 하지만 이 기술은 큰 위험도 함께 가져온다.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현재의 암호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암호 기술은 방대한 경우의 수를 하나씩 대입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 컴퓨터는 해독에 수년에서 수십 년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경우를 동시에 계산해 몇 분 만에 암호를 풀 수도 있다. 이 경우 해커나 적대 세력은 은행 계좌, 정부 데이터베이스, 의료 기록 등 디지털 정보 대부분에 접근할 수 있다. 군사 분야에서도 암호 체계가 무너지면 기존 무기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온큐 경영진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양자 인터넷과 ‘해독 불가능한’ 양자 암호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 “AI처럼 갑자기 등장할 수도” 전문가들은 실용적인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기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양자컴퓨터가 산업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기존 컴퓨터 성능을 실제로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상용화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AI)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시선을 받았지만, 챗GPT 등장 이후 일상 기술로 자리 잡은 것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온큐 측은 “어느 날 갑자기 양자컴퓨터로 암을 치료했다는 소식을 듣게 될 수도 있다”며 “그 시점이 생각보다 가까울 수 있다”고 밝혔다.
  • 中 ‘스키 여신’ 뜬다…금메달·스탠퍼드대·모델 섭렵한 그녀 누구? [핫이슈]

    中 ‘스키 여신’ 뜬다…금메달·스탠퍼드대·모델 섭렵한 그녀 누구? [핫이슈]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 국적을 선택하고, 중국에 금메달을 2개나 안겨주며 ‘스키 여신’으로 불리는 구아이링(아일린 구)이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겨냥한다. 2003년생인 구아이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3살 때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했고 빠르게 천재성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프리스타일 스키 2관왕을 차지한 구아이링은 1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프리스타일 스키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그녀가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당시 구아이링에게 쏟아진 열광의 배경에는 그녀가 선택한 국적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을 가졌음에도 베이징올림픽 출전 전 중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구아이링은 “어머니의 나라에 있는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며 중국 국적을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구아이링이 ‘스키 여신’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화려한 외모만은 아니다. 그녀는 미국 대입 예비고사(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80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고 스탠퍼드대 양자물리학과를 선택했다. 영어와 중국어 모두에 능통한 그녀는 훈련 도중에도 전문적인 물리학 용어를 쏟아내면서 ‘운동도 잘하는데 머리까지 좋은’ 캐릭터의 아이콘이 됐다. 구아이링을 수식하는 또 다른 단어는 모델이다. 구아이링은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피지컬을 무기로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루이뷔통, 빅토리아 시크릿의 런웨이에 섰다. 대표 모델로 활동한 브랜드는 티파니, 포르쉐, 레드불부터 중국 굴지의 스포츠 브랜드인 안타 스포츠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수준급을 자랑하는 피아노 실력과 운동·모델 활동을 하면서도 소홀히 하지 않는 학업까지, 구아이링에 열광하는 팬과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24년 포브스가 발표한 여자 선수 수입 순위에서 구아이링은 320억 원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 구아이링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여러 월드컵 시즌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며 스키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 잡았다. 2025-26 시즌 월드컵 하프파이프 우승도 그녀의 차지였다. 대표 국가 변경 논란구아이링의 특별한 이력에는 논란과 의혹도 뒤따랐다. 구아이링의 정확한 국적은 알려진 바가 없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음으로 그녀가 미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본인이 직접 미국 국적을 버렸다고 밝힌 적은 없다. 평소 인터뷰에서도 국적에 관한 질문에는 말을 돌리고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국적을 포기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인이고 중국에 있을 때는 중국인”이라며 즉답을 피하기 일쑤였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 웹사이트에는 구아이링의 국적이 ‘중국’으로 표기돼 있으나, 구아이링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공식 문서나 발표, 보도 등은 없다. 메달 시상식에서 중국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모습, 2030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발탁된 일, 중국에서 광고와 성적 보상비 등 총 12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후 미국으로 돌아간 일 등을 두고 중국 내에서는 그녀를 ‘배신자’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했는데, 당시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쌓았고, 어머니와 나는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라고 말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절정의 기량을 이어가고 있는 구아이링은 2025-26 시즌 첫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로이터 통신에 “나는 마치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것처럼 훈련하고,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것처럼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통산 20승으로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구아이링은 개막을 앞둔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그녀는 주 종목인 하프파이프를 포함해 빅에어, 슬로프스타일 세 종목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 ‘고교 실험왕’… 한국은 의대 N수행, 미국은 명문대 직행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고교 실험왕’… 한국은 의대 N수행, 미국은 명문대 직행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한국 과학고 1학년 끝나면 ‘서·카·포’ 진학 판가름상당수 의대 향한 수능 올인…학원 줄 서고 실험 뒷전미국 과학고 학생이 원하는 연구·실험 등 적극 지원인문학·동아리 활발… ‘통섭형 탐구’ 능력 키워 나가 최고급 과학 두뇌를 키우려 세운 과학고 20개, 영재학교 8개에서 매년 20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이들의 의대 쏠림이 심화하면서 과학 교육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과학기술 연구·실험보다 내신등급이 중시되면서, 과학 연구 교육이 ‘형식’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높다. 김경진(23·가명)씨는 12일 “과학고든 뭐든 결국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을 다 잘하는 육각형 인재여야 대학에 간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고 재학 시절 금요일 수업 후부터 주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팀 과외와 개인 과외를 받았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과학고를 택했지만 대입 평가의 중심은 연구가 아닌 내신 경쟁과 수학능력시험 준비였다. 학교 수업 중 정작 좋아하는 연구·실험 보고서는 형식만 갖춰 냈다. 반면 미국 버지니아주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TJHSST) 졸업반(12학년) 이한선군은 연구 프로젝트로 마지막 학기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연구 주제는 ‘양자색역학 상전이 과정에서 원시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 시뮬레이션’이다. 교내 천문학 동아리 친구들과 토론하며 해법을 찾고 있다. 이군의 친구 중에는 인근 대학교와 연구소에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독창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고, 연구 결과는 명문대 입시에서 중요한 평가 지표다. 같은 과학고이지만, 미국에서는 과학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연구가 중심인 반면 한국에서는 내신 경쟁과 수능 준비에 집중하느라 연구는 뒷전인 셈이다. 우리나라 과학고 학생들은 입학 후 ‘수시냐 정시냐’의 갈림길에 직면한다. 전교생이 100명 안팎으로 적은데다 우수한 학생끼리 경쟁하니 시험도 고난도다. 내신 경쟁에서 밀리면 ‘서카포’(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 수시모집과 멀어진다. 학부모 최모씨는 “1학년 끝날 때쯤 수시로 서카포를 못 간다는 결론이 나면 정시를 목표로 수능 준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소위 ‘정시 파이터’가 되는 순간 사교육은 필수다. 의약학 계열로 진로를 잡았다면 수능 준비에 올인해야 한다. 영재학교·과학고 3학년(해당연도 졸업생)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려면 이미 받은 장학금을 환수당해야 한다. 하지만 한 학부형은 “입시 준비로 매달 사교육비가 200만~300만원이나 드는데, 장학금을 토해내는 것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영재학교·과학고 학생들이 N수를 거쳐 의대에 진학하는 숫자는 증가세다. 서울신문이 이날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의 10개 국립의대 신입생 현황’에 따르면, 의대에 입학한 영재·과학고 학생 중 N수생은 2021년 23명, 2022년 32명, 2023년 35명, 2024년 44명, 2025년 46명으로 5년 연속 증가했고, 4년만에 2배가 됐다. 과학고에서는 N수생이 5년간 109명, 영재학교는 71명이 국립대 의대로 향했다. N수생 비중도 2021년 79.3%에서 2025년 95.8%로 크게 올랐다. 사립의대 29곳을 합하면 N수로 의대로 진학한 영재학교·과학고 학생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영재학교·과학고의 해당연도 졸업생 중 의약학 계열 진학 비율이 2023년부터 3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N수를 통한 우회 진학이 제외된 통계였다. 반면 미국 과학 영재 교육의 중심에는 자기 주도적 탐구가 있다. TJHSST의 경우 수학·과학 등 과목에는 대학 수준의 강의가 다수 개설돼 있다. 이군은 “학교에선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탐구해 나갈 수 있다”며 “멘토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외부 전문가를 멘토로 연결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업에 정해진 답은 없다.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이라며 “전문 연구기관이 쓰는 슈퍼컴퓨터와 각종 최첨단 기기가 갖춰진 실험실에서 탐구활동을 진행한다”고 했다. 한국 영재학교·과학고의 교육과정도 대학 수준의 학문을 미리 배우는 심화 학습과 실험·토론·연구 등 연구교육 프로그램(R&E)이 있다. 하지만 내신과 수능에 몰두하는 한국 학생들은 이런 교육과정에 집중할 여유가 없다. 한 과학고 교장은 “과학은 실험이 매우 중요한데 시간이 오래 걸려 내신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고급 물리·고급 화학은 수능에 안 나오니 학생들이 할 이유를 못 찾는다”고 답답해했다. 학교 밖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으니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 등 대외 활동도 의미가 없다. 한미 과학고의 또 다른 차이는 인문학에 대한 대접이다. 한국 과학고에서 국어·사회 등 인문 교과는 ‘시험 과목’ 중 하나지만, TJHSST 학생들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과 인문학을 연결해 통섭형 탐구를 하도록 요구받는다. TJHSST는 교육이념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우리 시대의 복잡한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다. 미국 과학고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장려한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2시 25분부터 하교 때까지 클럽활동 시간이다. 2000여명의 재학생은 180여개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물 권리 클럽’, ‘제퍼슨 시인들’, ‘미소 짓기 모임’, ‘볼룸 댄스’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중심 교육으로 혁신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항로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장은 “핸즈 온 사이언스(실험·탐구 중심 수업)는 과학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데 지금은 대입에 밀려 많이 사라졌다”며 “이런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각종 활동에서 낸 성취를 대학 입시에 반영해야 영재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재 교육과 대학 교육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재학교·과학고는 보통 대학 과목을 미리 듣고 대학에서 이수 학점으로 인정받는 AP 제도를 운영하는데, 과기특성화대학이 아닌 종합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학점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영재학교에서 받은 교육이 대학에서 연결되지 못하고 단절되면서 이공계 분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경로와 롤모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PC 2대 쓰던 시대 끝나나… 한은의 ‘망 통합 실험’[경제 블로그]

    PC 2대 쓰던 시대 끝나나… 한은의 ‘망 통합 실험’[경제 블로그]

    한국은행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보통 PC가 두 대씩 놓여 있습니다. 내부 전산망용 한 대, 인터넷용 한 대입니다. 전용선을 쓰는 부서는 세 대까지 늘어납니다. 오진석 IT전략국장은 1일 “저희 직원 중에는 4대, 5대를 동시에 쓰는 일도 있다”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이유는 ‘망 분리’입니다. 내부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나눠 해킹과 사고를 막자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그 대가가 생각보다 크단 점입니다. 한은 내부 자료를 외부로 보내려면 파일을 암호화해야 합니다. 다시 내부망으로 들여오려면 또 암호를 풀어야 합니다. 메일 한 통, 파일 하나 주고받는 데 불필요한 단계가 반복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보안은 철통인데 업무 속도는 반토막”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런 사정은 금융권 전반이 비슷합니다. 금융회사의 ‘망 분리 규제’는 2013년 주요 방송사와 은행, 카드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고 이후 본격 도입됐습니다. 이후 망 분리는 금융 보안의 ‘절대 원칙’처럼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해외는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에선 망 분리가 여러 보안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극단적인 물리적 분리를 택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계기는 인공지능(AI)입니다. AI를 쓰려면 외부 데이터와의 연결이 필수적인데, 망 분리 환경에선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합니다. 보안을 위해 만든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는 셈입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은행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한은은 공공 분야 최초로 지난해 7월 ‘망개선(안) 실증 및 정보보호전략 수립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공고를 개시해 내외부망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한 대의 PC로 전산망을 통합하는 시범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보안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가동해 PC를 두세 대씩 놓고 쓰는 비효율성을 줄여보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의 ‘디지털 행정’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PC 두 대가 기본값인 나라…한은이 먼저 ‘망 분리 실험’에 나선 이유 [경제 블로그]

    PC 두 대가 기본값인 나라…한은이 먼저 ‘망 분리 실험’에 나선 이유 [경제 블로그]

    한국은행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보통 PC가 두 대씩 놓여 있습니다. 내부 전산망용 한 대, 인터넷용 한 대입니다. 전용선을 쓰는 부서는 세 대까지 늘어납니다. 오진석 IT전략국장은 1일 “저희 직원 중에는 4대, 5대를 동시에 쓰는 일도 있다”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이유는 ‘망 분리’입니다. 내부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나눠 해킹과 사고를 막자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그 대가가 생각보다 크단 점입니다. 한은 내부 자료를 외부로 보내려면 파일을 암호화해야 합니다. 다시 내부망으로 들여오려면 또 암호를 풀어야 합니다. 메일 한 통, 파일 하나 주고받는 데 불필요한 단계가 반복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보안은 철통인데 업무 속도는 반토막”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런 사정은 금융권 전반이 비슷합니다. 금융회사의 ‘망 분리 규제’는 2013년 주요 방송사와 은행, 카드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고 이후 본격 도입됐습니다. 이후 망 분리는 금융 보안의 ‘절대 원칙’처럼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해외는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에선 망 분리가 여러 보안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극단적인 물리적 분리를 택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계기는 인공지능(AI)입니다. AI를 쓰려면 외부 데이터와의 연결이 필수적인데, 망 분리 환경에선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합니다. 보안을 위해 만든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는 셈입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은행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한은은 공공 분야 최초로 지난해 7월 ‘망개선(안) 실증 및 정보보호전략 수립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공고를 개시해 내외부망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한 대의 PC로 전산망을 통합하는 시범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보안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가동해 PC를 두세 대씩 놓고 쓰는 비효율성을 줄여보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의 ‘디지털 행정’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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