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환 저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 싱크탱크’
◎최대강국 미국의 두뇌집단 실체/전략문제연구소·JFK스쿨 등 20곳 소개/다인종·토론문화가 싱크탱크발전의 모태
미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두뇌집단들의 탄생과 성장,시련과 변신의 과정을 생생하게 파헤친 싱크탱크 보고서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 싱크탱크’(도서출판 모색)가 나왔다..지은이는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정서환씨(현 부산일보 경제부장).그는 이 책에서 ‘상상이 가능한 모든 것을 현실로 옮긴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주요 활동상황과 미래의 비전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와 현실사회와의 관계는 흔히 회전문에 비유된다.이는 행정부나 의회 인사들이 회전문을 통해 건물 안팎으로 드나드는 것처럼 임기를 마친 뒤 싱크탱크로 자리를 옮겨 연구하다가 기회가 오면 다시 행정부에 들어가 일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그러한 회전문으로서의 대표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전략문제연구소(CSIS)이다.워싱턴 D.C.K가 1800번지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지난 62년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낸 데이비드 앱시러가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를 본떠 만든 것.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브레진스키 전 카터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제임스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윌리엄 브로크 전 노동장관 등이 CSIS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이 연구소는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인에 대한 미국입국 비자 면제를 주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싱크탱크가 가장 많이 들어서 있는 곳은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지역이다.특히 수도인 워싱턴 D.C.지역에는 495벨트웨이 안쪽에만 연방정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정치·경제·외교·군사문제 등을 전담하는 싱크탱크들이 200여개나 몰려 있다.이 책에서는 전략문제연구소를 포함,20개의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들을 소개한다.세계 컨설팅계의 산 증인인 ADL연구소,‘보수파의 브루킹스’로 불리는 미국기업연구소(AEI),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여피(yuppies)세대 싱크탱크로 불리는 카토연구소,‘자유시장 환경주의’를 주장하는 기업경쟁력향상연구소(CEI),세계 유일의 쌍방형 뉴스박물관을 설립한 프리덤 포럼,유엔과 아시아에 대한 보수정책의산실 헤리티지 재단,환경정책 전문 싱크탱크 월드워치연구소,공공부문의 지도자를 집중 양성하는 JFK스쿨,주 정부의 정책연구 전문집단인 매디슨 그룹 연구소들,미국 최대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친유태적 파워그룹인 외교협회(CFR),전쟁과 평화에 관한 전문 연구기관인 후버연구소 등을 우선 꼽을수 있다.
이 책은 미국 입법기관의 싱크탱크에 대해서도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미국 연방의회의 전문 싱크탱크로는 연방의회 산하에 4대 보조기관이 있다.의회의 행정부 감시업무를 지원하는 회계감사원(GAO),각종 입법정보와 자료 등의 제공과 미래예측기능·의원에 대한 지속적인 자문활동을 담당하는 입법조사국(CRS),경제전망과 예산상의 정보제공 등을 통해 의회 예산과 입법과정을 돕는 의회예산처(CBO),국가의 중대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과학적 분석평가를 담당하는 기술평가처(OTA)가 그것이다.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연구기관이 거의 없다시피한 우리의 현실과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문적 두뇌집단의 출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심지어 전문적인 공부를 한 존경받는 대통령들도 당대의 국민들로부터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미국의 제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그의 지나친 철학적 자세에 대해 공격을 받았다.퇴근뒤 저택에서 추상적인 이론을 떠벌리고 평범한 사실에 대해서도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현실적 감각을 갖추지 못한 점 등이 늘 비난의 대상이 됐다.또 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달걀머리(egghead)라고 불렸으며,헨리 월리스와 스피로 에그뉴 부통령은 포인티 헤드(pointyhead,아류 지식인)라고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어떻게 싱크탱크 문화가 견고한 뿌리를 내릴수 있었을까.이와 관련,지은이는 뉴욕시에만 98개 인종이 모여 살 정도로 다인종 국가인 미국 사회의 특수성에 주목한다.이같은 다원사회적 현실에서 미국이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토론문화를 활성화시킬수 밖에 없었으며,이러한 토론문화가 싱크탱크의 발전을 앞당겼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