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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야구장 가면 다 ‘이것’ 먹어요”…‘치맥’보다 잘 팔린다는데

    “요즘 야구장 가면 다 ‘이것’ 먹어요”…‘치맥’보다 잘 팔린다는데

    국내 프로야구가 3년 연속 관중 10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야구장 먹거리의 인기 순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장의 대표 메뉴인 ‘치맥’(치킨·맥주)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줄고 육회·물회 등이 새로운 인기 음식으로 떠올랐다. 6일 배달 플랫폼 요기요에 따르면 올해 야구장 포장·배달 메뉴 주문 점유율 1위는 ‘물회·육회세트’(26.9%)가 차지했다. 이어 ‘고추튀김’(11.2%)이 2위를 차지했고, 야구장 먹거리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던 ‘치킨’(10.5%)은 3위로 밀려났다. 요기요가 올해 야구장 음식 관련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였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야구장 음식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메뉴는 치킨이 아닌 ‘육회·육회바른연어’였다. 무더운 성수기 시즌 야구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요기요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야구장 관람 문화의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며 “기름진 음식 대신, 야외에서도 깔끔하게 즐길 수 있고 인증사진을 남기기 좋은 신선 식품이나 고품질 미식이 야구장 인기 메뉴로 급부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천편일률적인 치맥 공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에 맞게 다채로운 ‘야푸’(야구푸드)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는 모습”이라며 “응원의 열기와 고급화한 미식을 동시에 만끽하는 새 관람 문화가 한국 야구의 역대급 흥행을 이끄는 주요 동력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 프로야구는 유난히 더웠던 폭염을 뚫고 역대 최소 경기 10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지난달 26일 잠실, 문학, 광주, 수원, 고척 경기에 7만 3816명이 입장해 565경기 만에 1000만명을 돌파(1002만 4140명)했다. 종전 기록인 지난해의 587경기를 경신했다. 이로써 프로야구는 3년 연속 1000만 관중에 성공하며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를 입증했다. 상위 팀들의 순위 경쟁이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올 프로야구는 지난해 수립한 역대 관중 기록인 1231만 2519명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봉황새 이불감’ 짜던 선경, 석유까지 꿈꾸다…‘SK 성장사’ 첫 장 쓴 최종건 [창업주의 비밀노트]

    ‘봉황새 이불감’ 짜던 선경, 석유까지 꿈꾸다…‘SK 성장사’ 첫 장 쓴 최종건 [창업주의 비밀노트]

    1953년 봄, 최종건(1926~1973) SK그룹 창업회장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기 수원시 평동의 선경직물 공장에 섰습니다. 건물은 폭격으로 무너졌고 직기는 뒤틀린 채 잿더미에 묻혀 있었습니다. 폐허 속에서 할 일은 분명했습니다.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 일이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잿더미 속에서 쓸 만한 벽돌과 못, 직기 부속품부터 골라냈습니다. 흩어진 부품을 맞춰 직기를 다시 조립하고, 옛 동료들과 인근 광교천에서 자갈과 모래를 날라 건물도 고쳤습니다. 그렇게 처음 되살린 직기가 4대였습니다. 복구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석 달 뒤인 그해 7월에는 직기 20대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반도체, 바이오를 주요 사업으로 둔 오늘날 SK의 출발점은 이 작은 직물공장이었습니다. 선경은 이후 원사와 석유로 생산 영역을 넓히고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하이닉스를 차례로 인수하며 사업의 경계를 확장했습니다. 그 성장사의 첫머리에는 폐허 속 기계를 다시 돌린 최 창업회장이 있습니다. 열여덟 살 직공, 옛 일터를 인수하다 최 창업회장은 1926년 1월 30일 수원 평동에서 최학배·이동대 부부의 4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한 1944년 일본계 기업 선경직물에 견습기사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나이 18세였습니다. 기계를 잘 다룬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 현장의 조장을 맡았습니다. 해방으로 일본인들이 떠난 뒤에도 공장에 남았고, 전기가 끊겨 기계를 돌리지 못하는 날에는 직원들에게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선경직물은 첫 직장이자 기계와 생산 현장을 몸으로 익힌 곳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은 그 일터를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별도로 하던 직물 장사를 접고 옛 공장을 되살리기로 했습니다.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 자신뿐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수원의 젊은이들도 일터를 얻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부친이 종잣돈을 보탰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은 자신의 유학비를 형의 사업에 먼저 쓰자며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1953년 4월 8일 당시 국가가 관리하던 공장 부지 일부를 사들였습니다. SK가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삼는 이유입니다. 공장 매수 절차는 9월 30일 마무리됐고 이튿날 선경직물 창립을 공식 선포했습니다. 일본 업체인 선만주단과 경도직물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선경’에는 ‘빛날 선(鮮)’과 ‘클 경(京)’, 크게 빛나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새로 붙였습니다. ‘닭표 안감’에서 ‘봉황새 이불감’까지공장을 계속 돌리려면 기계를 늘리는 것만큼 소비자가 찾을 만한 제품을 만드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사장실보다 생산 현장에 오래 머물며 공사와 설비 설치, 제품 생산을 직접 챙겼습니다. 훗날 그는 당시를 두고 “공글이(공구리·콘크리트 작업)도 내가 했고, 기계도 내가 놓고, 거기서 잠도 잤다”고 회고했습니다. 선경직물은 1954년 직기 80대를 사들였고 이듬해 제2·3공장을 세웠습니다. 1958년에는 보유 직기가 1000대로 늘었습니다. 생산 규모가 커지자 경쟁력의 초점도 단순한 물량에서 품질과 상품성으로 옮겨갔습니다. 대표 제품은 ‘닭표 안감’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업체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생략하던 열처리 공정을 제대로 거친 덕분에 세탁해도 잘 줄지 않았고, 별도의 손질 없이 바로 재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1955년 해방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서 상공부 장관상까지 받았습니다. 1958년에는 넓은 원단 양쪽에 색동을 붙이고 봉황 무늬를 넣은 ‘봉황새 이불감’을 내놨습니다. 혼수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선경의 이름도 빠르게 알려졌습니다. 이듬해 직물업계가 어려움에 빠지자 기존 제품의 가격 경쟁에 매달리기보다 폴리에스터 등 새로운 소재와 제품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나일론 직물과 당시 유행하던 주름 가공 직물, 앙고라 소재, 조제트 직물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국내 주요 직물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산 이름 대신 새긴 ‘메이드 인 코리아’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뒤에는 판로를 해외로 넓혔습니다. 제품을 더 만들어도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1961년 9월 선경직물을 방문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도 공장을 둘러본 뒤 “수출을 해보시오”라고 주문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해외에서 알게 된 인사들에게 견본을 보내며 홍콩 직물상과 거래를 추진했습니다. 일본산 표시를 붙이면 현지에서 더 쉽게 팔 수 있다는 제안도 받았지만, 한국산 제품을 일본산으로 속여 첫 거래를 시작할 수는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선경직물은 결국 1962년 4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새긴 인견직물 10만 마를 홍콩에 수출했습니다. SK는 이를 국산 인견직물의 첫 수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출이 일회성 거래에 그치지 않도록 넉 달 뒤에는 무역을 전담할 선경산업도 세웠습니다. 내수 판매 뒤 남은 물량을 해외에 처분하는 수준을 넘어 제품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수출기업으로 방향을 튼 것입니다. 성과는 곧 뒤따랐습니다. 선경직물은 1963년 수출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건국 후 처음 수여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당시 “우리 제품이 외국에 나가 한국의 이름을 빛내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는 취지로 소감을 밝히며, 수출을 통해 선경직물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직물에서 원사·석유로…넓어진 사업판 수출이 늘자 원사 부족이 선경의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주문이 들어와도 원사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직기를 세워야 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남이 만든 실을 사서 천만 짜는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원사부터 직접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1966년 ‘선경 5개년 사업계획’을 세운 뒤 완제품 생산업체인 해외통상을 인수하고 선경화섬을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최종현 선대회장은 공장 건설 실무를 맡았습니다. 아세테이트 원사공장은 1968년 12월, 폴리에스터 원사공장은 이듬해 2월 완공됐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일본 데이진과 합작해 선경합섬을 세웠습니다. 선경은 이로써 원사를 외부에서 사들이던 직물업체에서 원사와 직물을 함께 생산하는 종합섬유기업으로 성장했고, 최 창업회장은 1970년 선경그룹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원사 생산에 들어가자 사업의 범위는 다시 넓어졌습니다. 폴리에스터 같은 화학섬유를 만들려면 석유화학 원료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원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던 수직계열화 구상이 원료와 에너지 사업으로 이어진 배경입니다. 최 창업회장은 1973년 일본 이토추·데이진과 정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울산에는 폴리에스터 원면공장을 착공했습니다. 선경석유도 세워 석유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같은 해 워커힐호텔을 인수하며 서비스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직물회사로 출발한 선경이 섬유 생산의 앞단까지 사업을 넓히는 동시에 기업집단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사업 현장사업 확장이 본격화되던 1973년 3월, 최 창업회장은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치료를 받다가 석유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귀국했지만 병세는 빠르게 악화됐습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 현장을 놓지 않았습니다. 수원 정자동 원사공장과 평동 직물공장을 둘러본 뒤에는 토목공사가 80%가량 진행된 울산 폴리에스터 원면공장 건설 현장까지 찾았습니다. 병문안을 온 회사 관계자와 지인들에게는 “종현이를 잘 보살피고 도와 달라”고 거듭 부탁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그해 11월 15일 향년 48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끝내 완공을 보지 못한 울산 공장은 이듬해 7월 문을 열었습니다. 최 선대회장은 형이 시작한 사업을 이어 1980년 대한석유공사, 유공을 인수했고 1991년에는 석유에서 화학섬유까지 이어지는 생산체계를 완성했습니다. 선경은 이후 1994년 한국이동통신,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정보통신과 반도체로 다시 사업의 경계를 넓혔습니다. 올해는 최 창업회장 탄생 100주년입니다. SK는 지난 4월 창립 73주년을 맞아 최 창업회장과 최 선대회장의 생전 어록과 경영 일화를 재현한 영상을 만들어 구성원들과 공유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서 2023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두 선대 경영자의 삶과 철학이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향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창업회장은 생전 “기업의 목표는 더불어 사는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스물일곱 살에 선경직물을 인수해 마흔여덟 살로 생을 마칠 때까지 그가 지켜온 경영의 기준이자, 오늘날 SK가 되새기는 창업 정신입니다.
  • 한반도의 숨은 품, 여름날의 남원 큰엉해안경승지 [두시기행문]

    한반도의 숨은 품, 여름날의 남원 큰엉해안경승지 [두시기행문]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해안가를 따라 길게 펼쳐진 큰엉해안경승지는 바위 그늘을 뜻하는 제주 방언 ‘큰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친 파도가 빚어낸 웅장한 해식애와 짙푸른 태고의 숲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비경을 뽐내는 해안 산책로다. 남해의 쪽빛 바다가 세차게 부딪히는 벼랑 끝에서 완벽하게 다듬어진 초록빛 산책로는, 널리 알려진 대형 관광지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제주의 순수한 바다 호흡을 오롯이 마주하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짙은 녹음이 절정에 달하고 시원한 갯바람이 그리워지는 계절,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마주하는 큰엉의 여정은 일상의 무게를 가볍게 덜어내고 자연과 깊이 교감하는 묵직한 서사를 건네준다. 큰엉 탐방의 묘미는 남원포구 인근의 아늑한 들머리에서 출발하여 바다를 품은 낭만적인 숲길과 아찔한 해안 절벽을 거쳐 산책로를 따라 걷는 여정에 있다. 초입의 오붓한 숲길을 지나 바다 쪽으로 접어들면, 흙길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해안 산책로가 탐방객들에게 기분 좋은 해풍과 땀방울을 선사한다. 특히 걷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가장 압도적인 풍경은, 빽빽하게 자란 아름드리 넝쿨과 나뭇가지들이 양쪽에서 자연스럽게 아치를 그리며 빚어낸 ‘한반도 지도 모양의 숲 터널’이다. 이 초록빛 터널 사이로 파란 바다가 살짝 얼굴을 내미는 순간은, 자연이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숨겨둔 가장 감동적인 예술품과 마주하는 짜릿한 희열을 안겨준다. 특히 큰엉 산책로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기묘한 바위 절벽과 바다 풍경은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별한 볼거리다. 깎아지른 해식애 아래로 거친 파도가 부딪히며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과, 시원하게 탁 트인 수평선 너머로 아스라이 펼쳐지는 남해의 파노라마는 걷는 이의 마음속까지 청량한 기운으로 가득 채워준다. 땀 흘려 걷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길 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제주의 거친 바다와 온화한 숲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잊지 못할 여운을 마음에 품게 된다. 산책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큰엉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인근의 고즈넉한 남원포구 주변을 거닐거나,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반기는 인근의 조용한 해안가 마을을 찾아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물길을 따라 넌지시 이어지는 잔잔한 풍경들은 여행의 긴장감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바다의 거친 바람을 누비느라 허기진 몸을 달래줄 먹거리는 남원 자락의 담백하고 정직한 손맛이 책임진다. 탐방을 마치고 인근 포구의 식당가로 내려오면, 청정 제주의 맑은 물과 넉넉한 인심으로 빚어낸 고소한 각재기국이나 매콤칼칼한 갈치조림, 혹은 시원한 한치물회 한 그릇이 여행객을 반긴다. 푹 끓여낸 진하고 담백한 국물이나 신선한 해산물 요리들은, 거친 해안 길에서 지친 몸을 속 깊이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정성스러운 위로다. 자연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 풍성한 밥상 앞에서, 큰엉의 푸른 바다와 한반도 숲 터널의 풍경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차분히 하루를 매듭짓는 시간은 여행의 가장 완벽한 마침표가 된다.
  • 홀로 바다를 지키는 거대한 바위, 서귀포 외돌개 [두시기행문]

    홀로 바다를 지키는 거대한 바위, 서귀포 외돌개 [두시기행문]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의젓하게 솟아 있는 외돌개는, 세찬 파도와 오랜 세월이 빚어낸 웅장한 화산암 기암절벽으로 남녘 바다의 독보적인 비경을 품은 명소다. 바다 위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바위라 하여 이름 붙여진 이곳은, 짙푸른 녹음이 절정에 달하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날이면 더욱 찬란한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거친 해풍과 시원한 파도 소리를 마주하며 걷는 외돌개의 여정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태고의 자연이 건네는 묵직한 위로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외돌개 탐방의 묘미는 올레길 7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늑한 들머리에서 출발하여, 바다를 품은 낭만적인 숲길과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 데 있다. 초입의 오붓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 바다 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수평선과 함께 당당하게 바다를 지키고 선 외돌개의 자태가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친 파도가 바위 아랫부분을 세차게 두드리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풍경은, 여름날의 뜨거운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는 청량한 스릴과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외돌개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주변의 풍경들은 발걸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 건너 아스라이 조망되는 범섬의 웅장한 실루엣과, 기암괴석이 층층이 쌓인 해안 절벽의 파노라마는 걷는 이의 마음속까지 탁 트인 시원함으로 채워준다. 땀 흘려 걷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길 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제주의 거친 바다와 눈부신 햇살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잊지 못할 여름날의 서사가 완성된다. 산책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외돌개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탐방을 마친 후에는 인근의 고즈넉한 황우지해안의 에메랄드빛 천연 수영장 풍경을 감상하거나, 시원한 바다를 조망하며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를 찾아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물길을 따라 넌지시 이어지는 잔잔한 풍경들은 여행의 흥분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여름 바다의 뜨거운 햇살과 거친 바람을 누비느라 허기진 몸을 달래줄 먹거리는 서귀포 자락의 넉넉한 인심이 빚어낸 고유의 별미가 책임진다. 탐방을 마치고 인근의 포구나 식당가로 내려오면, 청정 제주의 맑은 물과 신선함으로 빚어낸 시원하고 매콤새콤한 한치물회, 혹은 든든하고 고소한 몸국이나 고기국수 한 그릇이 여행객을 반긴다. 푹 끓여낸 진한 국물이나 갓 잡아 올려 싱싱한 해산물 요리들은, 여름날의 해안 길에서 지친 몸을 속 깊이 짜릿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정성스러운 위로다.
  • 형제섬과 마라도를 품은 다도해의 파노라마, 제주 송악산 [두시기행문]

    형제섬과 마라도를 품은 다도해의 파노라마, 제주 송악산 [두시기행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남쪽 바닷가에 묵직하고도 아늑한 품으로 솟아 있는 송악산(104m)은 태고의 화산 활동이 빚어낸 신비로운 지형과 남해안의 찬란한 풍광을 동시에 품고 있는 명소다. 해발 고도는 비록 높지 않으나 크고 작은 99개의 작은 외륜산이 어우러져 독특한 능선을 형성하고 있어 ‘구십구봉’이라는 부드러운 별칭으로도 불린다. 짙푸른 녹음이 절정에 달하고 시원한 해풍이 그리워지는 여름날,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하며 걷는 송악산의 여정은 일상의 번잡함을 씻어 내고 마음까지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 송악산의 명포인트는 해안 절벽을 따라 유유히 이어지는 명품 순환 산책로인 ‘송악산 둘레길’에 있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조성된 길을 걸으며 초입을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짙푸른 제주 바다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길을 걷는 내내 귓가를 스치는 청량한 파도 소리와 시원하게 불어오는 여름 바람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능선 위 초원 지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의 풍경은 남쪽 바다의 이국적인 정취를 한층 더 깊게 더해 준다. 특히 둘레길을 거니는 동안 눈을 들면 마주하게 되는 주변의 풍경들은 어떠한 예술품보다 강렬한 감동을 안겨준다. 바다 한가운데 조각처럼 떠 있는 형제섬과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는 가파도, 대한민국 최남단의 마라도가 아스라이 조망되며, 그 뒤로 웅장하게 대지를 감싸 안은 한라산의 실루엣이 거대한 파노라마를 완성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이중 분화구의 신비로운 지형적 흔적과 해안 절벽 곳곳에 깊게 파인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적 동굴 진지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묵직한 시대의 서사를 되새기게 만드는 다크투어의 현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여행의 여운을 차분히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송악산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이끈다. 하산 후에는 인근의 신비로운 지질 트레일 명소인 ‘용머리해안’의 층층이 쌓인 사암층을 거닐거나, 웅장한 기세로 솟아 있는 ‘산방산’ 자락의 고즈넉한 풍경을 찾아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파도가 다듬어 낸 해안의 비경과 고요한 숲길은 여행의 흥분을 부드럽게 가라앉혀 준다. 푸른 바다와 거친 바람을 누비느라 허기진 몸을 달래줄 먹거리는 제주 서남쪽 자락의 넉넉한 인심이 빚어낸 고유의 별미가 책임진다. 여행을 마치고 인근 마을이나 포구로 내려오면, 청정 제주의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자리물회나 한치물회, 혹은 든든한 해물뚝배기가 여행객을 반긴다.
  • ‘물의 즐거움에 K 컬처 더해’···장흥 물축제 45만명 북적

    ‘물의 즐거움에 K 컬처 더해’···장흥 물축제 45만명 북적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빠삐용Zip 일원에서 열린 ‘제19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9일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막을 내렸다. 이 기간 44만 8000명의 관광객이 찾아 축제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번 물축제는 물놀이 중심의 체험 프로그램을 넘어 치유와 문화, K-컬처를 결합한 새로운 축제 모델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제의 시작을 알린 ‘살수대첩 거리퍼레이드’ 는 장흥읍 시가지를 가득 메운 관광객과 군민이 함께 어우러지며 화려한 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국가별 전통문화 퍼포먼스와 물을 활용한 퍼레이드는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참여형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으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나타냈다. 축제 기간 탐진강에서는 지상 최대의 물싸움, 황금물고기를 잡아라, 우든보트와 바나나보트, 수상자전거 등 다양한 물놀이 프로그램이 연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시원한 탐진강을 무대로 펼쳐진 다채로운 체험은 무더위를 식히는 동시에 장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MyK FESTA’ 와의 연계였다. K-POP 콘서트와 장흥 Rock 페스티벌, Water Beat 공연은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의 참여를 확대하며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빠삐용Zip은 올해 축제의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를 활용한 K-드라마 콘텐츠와 AR 미션투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관광객과 청년층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도 성과를 거뒀다. 별빛달빛 청년존, 장흥 물빛야장, 짱! 흥나는 장흥 캠핑 스테이 등 낮과 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축제장 내 향토음식관 대신 정남진 장흥토요시장과 지역 음식점을 연계해 장흥한우삼합과 된장물회 등 지역 대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거뒀다. 축제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장흥군은 탐진강 물놀이장(수영장)을 오는 11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사순문 장흥군수는 “제19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군민과 관광객, 자원봉사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축제였다”며 “물축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름축제를 넘어 K-컬처와 치유관광이 결합된 글로벌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올해도 축제의 성과를 지역사회와 나누기 위해 수익금 중 5000만원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 [열린세상] 물회는 누구의 것인가

    [열린세상] 물회는 누구의 것인가

    요사이 물회가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물회는 1980년대 초반 어업이 활성화되면서 어부들이 만들어 낸 음식으로, 여러 어촌 구술 채록에서도 뱃일 나간 어부들이 허기를 달래려 즉석에서 회를 찬물에 말아 먹던 데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 조리법은 지역마다 뚜렷하게 다르다. 속초는 초고추장 베이스에 살얼음 육수를 부어 오징어와 한치, 광어 등을 푸짐하게 얹어 먹고, 포항은 오징어와 흰살생선을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다가 나중에 물을 붓는 비빔회에 가까운 방식을 고수한다. 제주는 자리돔이나 소라를 된장 푼 냉국에 말아 국처럼 먹는다. 이 지역별 변주는 최근 바닷가 횟집을 넘어 도시의 횟집, 심지어 미국 뉴욕의 한식당 메뉴판에까지 올랐다. 그렇다면 물회는 누구의 것인가. 누군가 이 조리법을 저작권으로 등록하겠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요리법은 저작권 등록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는 저작권법의 오래된 원칙, 곧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해 표현만 보호한다는 원칙과 맞닿아 있다. 1710년 세계 최초의 성문 저작권법인 앤 여왕법은 ‘표현’을 보호하고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미국 저작권법 제102조(b)는 아이디어·절차·공정을 저작권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데, 재료와 조리 순서로 이루어진 레시피는 이 조항이 배제하는 전형적 사례로 다뤄져 왔다. 1996년 미국 제7 순회항소법원은 “재료 목록에 표현적 서술이 없다면 저작권을 받지 못한다”라고 판시했고, 우리 대법원도 2023년 판결에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사상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창작적 형식”이라고 확인했다. 조리법은 발견의 산물이지 창작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물회라는 이름 자체를 상표로 등록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흔한 통로는 상표법이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오랜 영업으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아 2022년 상표 등록에 성공했지만, 경기 광주 초월읍에서는 한 개인이 ‘초월’이라는 읍 이름을 상표로 등록해 두었다가 2024년 지역 음식점·카페 16곳에 상호 사용을 중단하라며 합의금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최근 한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원조’ 공방에서도 보듯이 이름을 먼저 등록한 자가 그 이름의 사용을 독점하게 되는 순간 “물회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물음은 더는 한가한 질문이 아니게 된다. 이 물음은 국경을 넘어서도 반복된다. 1997년 9월 미국 텍사스주의 농업기업 라이스테크가 미국 특허상표청으로부터 바스마티 쌀 품종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라이스테크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수백 년간 재배되어 온 전통 품종 바스마티 쌀의 고유한 특성이 자신들의 발명이라고 주장하며 품종, 재배 방법, 명칭에 대한 광범위한 독점권을 요구했다. 인도 정부와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바스마티는 펀자브 등 고유한 기후와 토양에서 자라는 지리적 특산물이다. 라이스테크의 특허는 전통 지식을 도용한 ‘생물 해적행위’로 규정되었다. 인도 정부는 방대한 학술 자료를 미국 특허상표청에 제출했고, 오랜 법정 공방 끝에 특허 청구 항목 대부분이 철회되었다. 조리법과 품종은 법적 범주가 다르지만, 공동체가 오랜 세월 쌓아 온 지식이 외부 자본에 뒤늦게 사유화될 위험에 놓인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 물회 역시 마찬가지다. 어부들의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갈라져 나온 지역별 조리법에는 애초에 저자가 없었다. 그러니 다시 묻는다. 물회는 누구의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이름 없는 어부와 조리인들, 그리고 그 맛을 지키고 변주해 온 모든 이들의 것이다. 요리법과 음식 이름 대부분은 공유재다. 특정 개인에게 음식 이름의 상표권을 부여할 때 한국 특허청은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맛있는 음식을 두고 국민적 공분만 커질 뿐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음식인문학자
  • 뱀의 등줄기를 닮은 섬, 통영 사량도 [두시기행문]

    뱀의 등줄기를 닮은 섬, 통영 사량도 [두시기행문]

    푸른 통영의 바다 위에 뱀처럼 길게 누운 섬, 사량도는 뭍사람들의 발길을 쉼 없이 유혹하는 마법 같은 곳이다.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는 사량도는 크게 윗섬인 상도와 아랫섬인 하도, 그리고 수우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섬 사이를 흐르는 해협이 마치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연간 20만 명의 여행객이 찾는 이곳은 산과 바다, 그리고 넉넉한 섬 인심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활기가 넘친다. 봄부터 가을까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단연 윗섬의 지리산이다. 본래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라는 뜻에서 지리망산이라 불리던 이곳은 2002년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 만큼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한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아랫섬이 천국이다. 1년 내내 볼락과 도미, 감성돔이 입질을 기다리는 갯바위 포인트가 즐비해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찾아든다. 사량도의 매력은 험준한 바위 봉우리 끝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있다. 돈지리를 기점으로 지리산과 불모산을 거쳐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코스는 약 6.5km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산행길이다. 특히 통영 8경 중 하나인 옥녀봉에 오르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절경에 누구나 이 섬을 사랑하게 된다. 산행 후에는 사량도 유일의 대항해수욕장에서 흘린 땀을 씻어내기 좋다. 고운 모래와 푸른 물빛을 자랑하는 이곳은 샤워장과 야영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름날의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섬의 정취를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사량대교를 따라 이어지는 상도와 하도의 일주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좋다. 드라이브를 하다 운이 좋으면 산자락을 따라 이동하는 산양 무리를 마주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고, 덕동항 근처 포토존에서 사량대교를 배경으로 여행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아울러 진촌마을 뒤편에 자리한 통영 최영장군사당은 왜구를 무찌른 장군을 기리는 유서 깊은 장소로, 섬 주민들의 오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량도를 찾는 방법은 통영의 사량도여객선터미널인 가오치항에서 배를 타고 진촌마을로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섬에 발을 들이면 식당과 카페, 관광안내소 등이 밀집해 있어 여행의 시작을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섬답게 이곳 식당가에서 맛보는 해산물 물회는 그 신선함이 남다르다. 섬 곳곳에 자리한 마을마다 민박집과 음식점이 따뜻하게 여행자를 맞이하며,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소나무 숲길과 주민들이 정성껏 가꾼 고구마, 양파밭은 도보 여행객들에게 더없이 평화로운 여정을 선사한다. 사량도 여행을 마친 후 뭍으로 나오는 길에는 통영의 매력을 알뜰하게 더 챙겨보는 것도 좋다. 남망산조각공원에 위치한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인 디피랑은 동피랑과 서피랑의 사라진 벽화들을 아름다운 야간 경관으로 재탄생시켜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더할 나위 없다. 수국이 만발하는 이순신공원은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산책하기 좋고, 산양읍의 나폴리농원에서는 편백 숲을 맨발로 거니는 힐링 체험을 통해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털어낼 수 있다. 편백 효소길을 걷고 족욕으로 마무리하는 시간은 사량도에서 보낸 역동적인 여정을 차분하게 갈무리해 준다.
  • 경북 포항 매력 중국 현지에 알린다…“대학생 인플루언서 초청”

    경북 포항 매력 중국 현지에 알린다…“대학생 인플루언서 초청”

    경북 포항시가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와 현지 소셜미디어(SNS) 홍보 강화를 위해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홍보에 나선다. 시는 오는 10일까지 3박 4일간 절강미디어대학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포항 관광 팸투어를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팸투어는 현지 대학생 인플루언서들이 포항의 관광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중국 주요 SNS를 통해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절강미디어대학은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대표적인 미디어 특화 대학으로 방송·영상·뉴미디어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시는 이번 팸투어를 계기로 현지 SNS 홍보와 함께 관광·문화 콘텐츠 분야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 팸투어에 참가한 인플루언서들은 드라마 촬영지부터 해양 레저까지 포항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며 홍보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들은 포항의 대표 랜드마크인 스페이스워크와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해 호미곶, 청하 공진시장, 이가리 닻 전망대 등을 방문한다. 특히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인 청하 공진시장을 찾아 한류 콘텐츠와 연계된 포항 관광의 매력을 직접 경험한다. 또한 요트 체험과 물회, 조개구이 등 포항 대표 먹거리를 맛보고,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치맥 체험을 통해 포항의 야간 관광과 미식 문화를 함께 즐길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중국 현지 미디어 특화 대학과 협업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지 SNS 홍보와 관광 상품 모객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여수시, 7월 3일부터 ‘국동항 한밤의 피크닉’ 상설 운영

    여수시, 7월 3일부터 ‘국동항 한밤의 피크닉’ 상설 운영

    전남 여수시가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국동항 한밤의 피크닉’을 7월 3일부터 상설 운영한다. ‘국동항 한밤의 피크닉’은 지난 6월 13일부터 28일까지 매주 금·토·일 시범 운영한 결과 개장 첫 주말에만 3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이에 여수시는 운영 기간 수렴한 방문객 의견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시설과 운영 체계를 보완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피크닉 존’에서는 여수 특산물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활어 컵물회와 여수섬섬어묵, 돌산갓김치떡볶이, 해풍쑥붕어빵, 여수동백꽃차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고 ‘여수엔’ 앱 가입자는 돗자리 무료 대여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여름밤의 감성을 더할 ‘국동항 버스킹’ 공연이 진행되며 라이브 공연과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인플루언서 특별 공연 등 총 42회의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방문해 여수의 새로운 야간 관광 명소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 ‘국동항 한밤의 피크닉’을 통해 여수 밤바다의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운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석 달 만에 4.3조 번 증권사들…코스피 불장에 사상 최대

    석 달 만에 4.3조 번 증권사들…코스피 불장에 사상 최대

    올해 1분기 증권사가 4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스피 상승과 변동성 확대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증권사 61곳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 327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4428억원)보다 77.1% 증가했다. 직전 분기(1조 8606억원)와 비교하면 3개월 새 132.6%(2조 4665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1분기 순이익은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당기순이익(9조 6455억원)의 44.9%에 달한다. 한 분기 만에 작년 연간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벌어들인 셈이다. 수수료 수익은 6조 692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 3646억원) 대비 3조 3283억원(98.9%) 늘었다.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늘면서 수탁 수수료(4조 3020억원)가 전년 동기보다 2조 6835억원(165.8%) 급증해 실적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제 대체거래소(ATS)를 포함한 유가증권시장 분기 거래대금은 2775조원으로 전년 동기(641조원) 대비 333.1% 급증했다. 자산관리 부문 수수료는 펀드판매·투자일임 수수료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89.4% 늘어난 672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업금융(IB) 부문 수수료는 9445억원으로 전년 동기(9437억원)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사의 자기매매 손익은 4조 102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 1368억원)보다 30.8% 증가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주식·펀드 손익은 국내 지수 상승 등으로 7조 2046억원 늘었다. 반면 파생관련 손익이 3조 9396억원 감소했고, 채권 손익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2조 2993억원 감소했다. 기타자산 손익은 1조 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9억원(-15.6%) 감소했다. 신용공여 이자수익 확대로 대출 관련 손익은 5749억원 증가했으나, 원·달러 환율이 오르며 외환 관련 손익은 7678억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증권사 자산총액은 1098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4조원(16.3%) 증가하며 1000조원을 넘어섰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은 평균 999.5%로 지난해 말(914.6%) 대비 84.9% 포인트 상승했다. 모든 증권사의 순자본비율은 규제 비율(100% 이상)을 웃돌았다. 평균 레버리지비율은 같은 기간 24.6% 포인트 상승한 718.3%로 모든 증권사가 규제 비율(1100% 이내)을 충족했다. 금감원은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 환율과 시장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유동성 규제 체계 개편 등 리스크 관리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 “동해와 설악 품에서 움튼 시… 누군가에겐 위로로 피어나길” [제34회 공초문학상]

    “동해와 설악 품에서 움튼 시… 누군가에겐 위로로 피어나길” [제34회 공초문학상]

    농사짓는 부모님이 내 시의 뿌리‘콩을 고르며’는 꾸밈 없이 절로평생 시와 싸우며 진적 없지만보상과 응답도 없는 두드림그럼에도 늘지 않는 시를 쓴다애초 늘 수 없는 인생과 닮은 시를 콩을 고르며 어머니는 소반의 콩을 고르고나는 바람벽의 그림자와 놀았다 콩 속에는 담배밭을 두들기며 지나가던 소내기와마을에 살던 벌거지들이 들어 있다 양양에서 여량까지 친정길 삼백리 날이 저물어나는 남폿불 심지를 돋우었다 더러는 내 모르는 소리 하며어머니가 콩을 고르는 일은 당신의 설움이며 수심을 골라내는 일이었는데오늘은 나 혼자 콩을 고른다 떠나온 마을에는 누가 사는지콩 속의 우리 집 불이 환하다 동해(東海)는 어머니다. 너른 품으로 우리의 잘못을 품어준다. 설악(雪嶽)은 아버지다. 높은 준엄함으로 우리를 언제나 깨어있게끔 한다. 노(老)시인에게 강원도는 단순한 삶의 현장으로 그치지 않는다. 시상(詩想)을 끊임없이 피워 올릴 수 있도록 한 유구한 긴장의 세계이자, 존재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무구한 언어의 세계다. 제34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상국(80) 시인을 만나러 지난 1일 강원 속초시로 향했다. 평생 동해와 설악을 눈에 담았던 탓일까. 팔순의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정정함이었다. 시인은 활력 넘치는 미소를 띠고 껄껄 웃으며 서울에서 온 손님을 맞았다. 속초의 명물 물회를 한 접시씩 올려놓고 도란도란 시와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 시에 기조가 있다면 그것은 농경문화에 기반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서일 것입니다. 나의 저 깊숙한 곳엔 농사짓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습니다. 또 그들과 함께 살던 마을 공동체가 있지요. 그런 정서에 기반한 시는 힘들게 꾸미거나 애를 쓸 필요가 없어요. 저절로 나오죠. ‘콩을 고르며’가 그렇습니다.” 수상작은 지난해 출간된 시집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창비)에 실린 ‘콩을 고르며’다. 시인은 어렸을 적 툇마루에 앉아 소반에 콩을 쏟아놓고 벌레 먹거나 찌그러진 것들을 골라내던 어머니를 추억한다. 어머니에 관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겠다고 덤볐어요. 그렇게 어른이 되고 지금은 나이가 들었는데 평생 시와 싸운 것이죠. 절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싸움에서 시한테 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애초에 이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게 있을까 싶어요. 시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시가 저한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게 ‘패배’도 ‘용서’도 없이 살아온 것이죠. 원래 ‘너에게’라는 시에서 ‘너’는 원래 시였어요. 그런데 쓰다 보니 다양한 대상이 들어가도 좋겠더군요.”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문장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는 수록작 ‘너에게’의 마지막 문장이다. “나는 패배도 없이 살았다/ 그렇지만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나무 속의 이파리처럼, 일생의 실연처럼/ 너는 내 안의 무엇이었다”로 시작되는 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네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쏟고도/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무언가에 시간을 쏟는 누구나 삶에서 응답과 보상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시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시를 써도 부귀영화는 오지 않는다. 도톰한 시집 한 권이 만족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시를 읽지 않는 이에게 그것은 한낱 불쏘시개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시인은 시를 쓴다. 단순히 시를 쓰는 것을 넘어 ‘더 잘’ 쓰고자 한다. 시집의 첫 번째 시 ‘나의 시’에서 시인은 “시가 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시가 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노력하면 나쁜 성적이 좋아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시를 봅시다. 시는 인간의 삶을 다루는 거잖아요. 시가 는다는 것은 인생이 는다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인생이 과연 ‘늘’ 수 있는 건가요? 그런 말은 애초에 쓰지도 않죠. 돈을 벌려고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참된 인간,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은 부단히 노력해도 쉽지 않죠. ‘시가 늘지 않는다’는 건 거기에 대한 한탄입니다.” 이상국은 1976년 ‘심상’을 통해 시단에 나왔다. ‘동해별곡’, ‘집은 아직 따뜻하다’, ‘뿔을 적시며’, ‘달은 아직 그 달이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강원 양양군에서 태어나 속초에서 살았다. 동해와 설악을 벗 삼은 평생이었다. 물론 시인은 대단한 일도 크게 영광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이상국은 “이런 삶도 괜찮다”며 지난날을 긍정했다. 시인은 “동해는 어머니였고 설악은 아버지였다”고 정리했다. 무슨 말일까. 시인에게 강원도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물었다. “어려서 가출했던 적이 있어요. 서울에서 뭘 좀 해보려는 마음이었죠. 헤매다가 결국 침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죠. 진부령 꼭대기에 올라서니 동해가 보이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동해가 나를 안아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시에서 동해나 설악을 바로 노래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없어요. 그것을 인간 삶에 비유하는 것이죠. 그렇게 큰 것들이 나의 삶에 들어와서 나와 충돌하면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보탬이 됐던 것 같아요.” ■이상국 시인은 ▲1946년 강원 양양군 출생 ▲1976년 ‘심상’에 ‘겨울 추상화’ 등을 발표하며 등단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강원대 철학과 석·박사 ▲백석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권태응문학상 ▲구상선생기념사업회 대표
  • 강릉을 맛있게 즐기는 법…‘대표음식 10선’ 선정

    강릉을 맛있게 즐기는 법…‘대표음식 10선’ 선정

    강원 강릉의 대표 음식 10선이 선정됐다. 강릉시가 정한 대표 음식은 ▲초당순두부 ▲감자옹심이 ▲장칼국수 ▲감자전 ▲커피 ▲물회 ▲한과 ▲막국수 ▲짬뽕순두부 ▲짬뽕이다. 바닷물을 간수로 쓴 초당순두부는 콩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부드럽고 고소하다. 감자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만든 향토 음식으로 쫀득한 식감과 구수한 맛이 일품이고, 장칼국수는 고추장과 된장으로 국물을 내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감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강릉에서는 ‘감자적’으로 부른다. 강릉 커피는 안목해변에 카페가 줄지어 들어서고, 커피축제도 열리면서 유명해졌다. 2009년 처음 시작된 커피축제는 매년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었다. 물회는 신선한 해산물과 새콤달콤한 육수가 조화를 이뤄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고, 강릉 한과는 100년 넘게 이어온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명절 선물로 인기가 높다. 막국수와 짬뽕순두부, 짬뽕도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가 즐겨 찾는 메뉴다. 대표 음식 10선은 객관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미식 전문가 평가와 시민·관광객 설문 결과를 반영해 선정됐다. 먼저 시가 외식업계와 학계 등 전문가 평가를 통해 후보군 20선을 추렸고, 이어 지난달 11~25일 시 홈페이지와 QR코드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선을 확정했다. 설문에는 시민 436명, 관광객 281명 등 총 717명이 참여했다. 시는 대표 음식을 관광 자원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앞선 2023년 강릉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운데 ‘미식 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홍삼녀 시 문화예술과장은 “전문가 식견과 대중의 입맛을 반영해 공정하게 선정한 만큼 강릉을 찾는 관광객에게 가장 확실하고 훌륭한 미식 가이드가 될 것”이라며 “강릉의 고유한 식문화 자원을 글로벌 관광 콘텐츠로 육성해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전했다.
  • 시니어 모델이 경북 포항 매력 알린다…‘퐝퐝곡곡 프로젝트’ 출발

    시니어 모델이 경북 포항 매력 알린다…‘퐝퐝곡곡 프로젝트’ 출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합심해 경북 포항을 알리는 모델로 활동한다. 포항시는 평생학습원 어르신들로 구성된 ‘퐝퐝곡곡 시니어 모델 동아리’가 창단을 시작으로 도전과 지역 홍보를 결합한 이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동아리는 평생학습원 정규강좌를 수료한 60세 이상 시니어 모델 수강생 15명으로 구성됐다. 단순 취미 활동을 넘어 전문 모델 교육을 기반으로 사회 참여 확대와 자아실현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이들은 ‘퐝퐝곡곡 프로젝트’를 통해 6개월간 포항의 관광자원과 지역 특산물을 연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전문 강사를 초빙한 자세 교정, 워킹, 포징, 무대 매너 등 단계별 모델 교육이 진행된다. 스페이스워크와 영일대해수욕장 등 포항 대표 명소를 배경으로 한 야외 런웨이 행사 ‘퐝퐝곡곡 런웨이’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지역 축제와 주요 행사에 공식 공연팀으로 참여하고, 요양원과 복지관 등을 찾아가는 미니 패션쇼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과메기와 물회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화보 촬영과 SNS 숏폼 콘텐츠 제작도 추진한다. 시니어 모델들의 개성과 경험을 담아내는 동시에 지역 브랜드 홍보 효과도 높일 방침이다. 젊은 세대의 SNS 감성과 시니어 세대의 연륜을 결합해 세대 간 소통을 이끄는 새로운 지역 문화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진숙 평생교육과장은 “시니어 모델들이 포항 곳곳을 누비며 지역을 널리 알리는 대표 홍보 아이콘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절개,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두시기행문]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절개,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두시기행문]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의 끝자락, 푸른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추암해수욕장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비경이 서 있다. 수중의 기암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관, 바로 추암 촛대바위다. 고생대 초기 캄브리아기의 석회암층이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이 거대한 시스텍(Sea Stack)은, 그 이름처럼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촛대의 형상을 하고 있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조선 시대의 석학 우암 송시열조차 이곳의 절경에 매료되어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촛대바위가 지닌 매력을 짐작게 한다. 촛대바위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 화면으로 자주 등장하며, 그 꼿꼿한 자태는 대한민국 일출의 상징이 되었다. 파도가 거친 날이면 하얀 포말 사이로 승천하는 용의 기개를 보여주고, 바다가 잔잔한 날이면 깊은 호수처럼 고요한 신비로움을 머금는다. 촛대바위 주변으로는 형제바위를 비롯한 기암괴석군이 호위하듯 서 있어, 마치 바다 위에 피어난 석림(石林)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곳의 진면목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에 드러난다. 촛대바위와 형제바위 사이로 붉은 해가 고개를 내미는 순간, 동해의 온 바다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일렁인다. 수많은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이 이 찰나의 장엄함을 담기 위해 추암을 찾는다. 하지만 해가 진 뒤의 풍경 또한 일출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최근 정비된 야간 조명이 기암괴석을 비추면, 낮의 웅장함은 사라지고 신비롭고 몽환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달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촛대바위의 실루엣은 밤바다의 파도 소리와 함께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촛대바위에는 애달픈 전설 한 자락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이곳에 살던 한 남자가 소실을 얻자 본처와 소실 사이에 심한 투기가 벌어졌고, 이에 노한 하늘이 벼락을 내려 두 여인을 데려가고 홀로 남은 남자의 형상이 지금의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전설 때문인지 거친 파도 속에서도 홀로 우뚝 솟은 바위의 모습이 때로는 고독하게, 때로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으로 다가온다. 지질학적으로는 해안 카르스트 지형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연유산이기도 하여, 최근에는 균열과 풍화로부터 이 비경을 지키기 위한 정밀한 보존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해변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하는 것 또한 추천한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해식동굴과 시스텍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인근에는 동해의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며, 특히 시원한 물회 한 그릇은 동해 바다의 풍미를 온전히 전해준다. 촛대바위에서 시작해 해암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가벼운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촛대바위는, 오늘도 변함없이 동해의 아침을 열며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찰나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 구름을 딛고 이어온 시간, 포항 운제산과 오어사 [두시기행문]

    구름을 딛고 이어온 시간, 포항 운제산과 오어사 [두시기행문]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과 대송면 경계에 자리한 운제산은 해발 482m의 높이를 지닌 산이다. 이곳은 단순한 등산지가 아닌 오랜 신앙과 수행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산업도시 포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운제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신라의 고승 원효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계곡을 사이에 둔 절벽 위 암자를 오가며 수행을 이어갔는데, 그 길이 험해 구름을 사다리 삼아 넘나들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구름 운(雲)’과 ‘사다리 제(梯)’가 합쳐져 운제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제산의 산행은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숲길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과 간간이 열리는 조망은 포항의 바다와 내륙을 함께 품는다. 운제산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영일만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며 장쾌한 풍경과, 산과 바다가 맞닿은 이 지역의 그윽한 능선을 관망할 수 있다. 운제산의 기슭에는 천년의 시간을 지나온 사찰 오어사가 자리하고 있다.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사찰로, 처음에는 ‘항사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게 된 데에는 흥미로운 설화가 전해진다.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법력으로 개천의 물고기를 살리는 내기를 벌였는데, 한 마리는 끝내 살아 움직였고 다른 한 마리는 그렇지 못했다. 두 수행자가 서로 자신이 살린 물고기라고 주장하며 ‘나 오(吾)’, ‘물고기 어(魚)’를 써 ‘오어사’라 불렀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일화 같지만, 수행자의 깨달음과 자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찰 경내에는 조선 영조 17년에 중건된 대웅전을 중심으로 나한전과 설선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으로,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방문객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느리게 만든다. 산을 오르기 전 혹은 하산 후 잠시 머무르며 호흡을 가다듬기 좋은 장소다. 운제산과 오어사는 높이나 규모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이 더 깊은 장소다. 구름을 사다리 삼았다는 전설에서부터 가뭄에 비를 기원하던 신앙, 그리고 수행자들의 발자취까지. 이곳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 속을 천천히 지나가는 경험에 가깝다. 운제산 일대는 휴양시설과 온천이 가까워 산행 이후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호미곶의 일출 풍경이나, 경주로 이어지는 토함산 자락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여행의 폭이 넓어진다. 포항을 찾았다면 먹거리 역시 빠질 수 없다. 죽도시장과 인근 식당가에서는 신선한 회와 물회, 계절에 따라 과메기까지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바다에서 바로 올라온 재료들이 여행의 여운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 수수료만 16조 떼돈… 증권사 순익 40% 뛰었다

    수수료만 16조 떼돈… 증권사 순익 40% 뛰었다

    증시 호황으로 지난해 증권사들이 수수료로만 16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에 힘입어 당기순이익도 1년 새 40% 가까이 뛰며 역대 최대 수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장사를 잘해서’라기보다 거래 급증에 기대 돈을 번 측면이 컸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선물회사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61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9조 6455억원으로 전년보다 38.9% 급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업계 최초로 한국투자증권이 순이익 2조원을 넘기는 등 개별 증권사들도 줄줄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로 올라 ‘두 자릿수 수익률’을 회복했다. 특히 수수료 수익 증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16조 6159억원으로 2024년(12조 9517억원)보다 28.3% 증가했다. ‘동학개미운동’이 일었던 2021년(16조 8049억원) 이후 4년 만에 다시 16조원대로 올라섰다. 투자자들로부터 매매 주문 대가로 받는 수탁 수수료는 8조 6021억원을 기록해 1년 사이 37.3% 늘었다. 이 기간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이 4669조원에서 6348조 2000억원으로 1679조 2000억원 증가하면서다. 해외주식 결제금액도 5301억달러(약 797조 9600억원)에서 24.3% 증가했다. 보통 증권사들이 매기는 국내·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는 회사에 따라 0.1~0.2%대 수준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수수료 이익도 늘어난 것이다. 기업금융(IB)부문 수수료는 지난해 4조 864억원으로 인수·주선 및 채무보증 수수료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9.2% 증가했다. 자산관리부문 수수료는 1조 6333억원으로 펀드판매·투자일임 수수료 증가 등에 따라 전년 대비 26.4% 늘었다. 지난해 증권사 자산총액은 943조 9000억원으로 전년 말대비 25.0% 증가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은 평균 915.1%로 전년 말(801.2%) 대비 113.9% 포인트 상승했다. 겉으로 보면 ‘체력’은 좋아졌다. 하지만 레버리지비율이 693.7%까지 올라간 점은 눈에 띈다. 자산 확대 과정에서 빚을 활용한 투자도 함께 늘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중동 전쟁으로 주가가 급등락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증권사의 손실 흡수 능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

    동해를 마주한 철의 도시 포항은 빠르게 성장한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발전 뒤편에는 오래된 골목과 시간이 머문 공간도 함께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다. 바쁜 도심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만날 수 있는 이 거리는 포항이 걸어온 근현대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일본인 가옥 거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형성된 상권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오래된 상점 건물과 일본식 가옥, 낡은 간판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다. 지금은 조용한 골목처럼 보이지만 한때 이곳은 포항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던 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이 시장으로 들어오고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모여들던 곳,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뒤섞이던 생활의 중심지였다.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당시의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세월이 묻어 있는 창문과 문틀은 이곳이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카페나 작은 상점으로 다시 문을 연 곳도 있지만, 건물 곳곳에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전 이 거리에는 포항에서 꽤 유명했던 다방이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 다방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어부들은 바다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상인들은 장사를 논했으며, 젊은이들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작은 문화 공간 같은 역할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거리는 즐거운 기억만을 품고 있는 곳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상인들이 이 일대에 상점과 주택을 지으면서 거리의 모습이 형성됐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건물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화려해 보였던 거리의 풍경 뒤에는 식민지 시대라는 아픈 역사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시간을 증언하는 기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포항의 중심 상권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이 거리는 점차 잊혀 가는 듯했지만, 이곳을 ‘근대문화 역사 거리’로 정비하면서 다시 천천히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화려한 관광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골목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일본인 가옥 거리를 둘러본 뒤에는 포항의 바다 풍경도 함께 즐겨보는 것이 좋다.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을 대표하는 해변으로, 바다 위에 세워진 영일대 누각과 함께 시원한 동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숙소는 영일대해수욕장 주변에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이 이용하기 편하다. 바다 전망을 갖춘 숙소들도 많아 포항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먹거리 역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죽도시장과 영일대 일대에서는 포항의 대표 음식인 물회와 대게, 과메기 등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두시기행문]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두시기행문]

    동해를 마주한 철의 도시 포항은 빠르게 성장한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발전 뒤편에는 오래된 골목과 시간이 머문 공간도 함께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다. 바쁜 도심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만날 수 있는 이 거리는 포항이 걸어온 근현대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일본인 가옥 거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형성된 상권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오래된 상점 건물과 일본식 가옥, 낡은 간판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다. 지금은 조용한 골목처럼 보이지만 한때 이곳은 포항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던 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이 시장으로 들어오고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모여들던 곳,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뒤섞이던 생활의 중심지였다.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당시의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세월이 묻어 있는 창문과 문틀은 이곳이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카페나 작은 상점으로 다시 문을 연 곳도 있지만, 건물 곳곳에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전 이 거리에는 포항에서 꽤 유명했던 다방이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 다방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어부들은 바다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상인들은 장사를 논했으며, 젊은이들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작은 문화 공간 같은 역할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거리는 즐거운 기억만을 품고 있는 곳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상인들이 이 일대에 상점과 주택을 지으면서 거리의 모습이 형성됐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건물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화려해 보였던 거리의 풍경 뒤에는 식민지 시대라는 아픈 역사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시간을 증언하는 기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포항의 중심 상권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이 거리는 점차 잊혀 가는 듯했지만, 이곳을 ‘근대문화 역사 거리’로 정비하면서 다시 천천히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화려한 관광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골목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일본인 가옥 거리를 둘러본 뒤에는 포항의 바다 풍경도 함께 즐겨보는 것이 좋다.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을 대표하는 해변으로, 바다 위에 세워진 영일대 누각과 함께 시원한 동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숙소는 영일대해수욕장 주변에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이 이용하기 편하다. 바다 전망을 갖춘 숙소들도 많아 포항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먹거리 역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죽도시장과 영일대 일대에서는 포항의 대표 음식인 물회와 대게, 과메기 등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신선이 숨은 골짜기, 12폭포 품은 내연산을 걷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영덕군 남정면, 죽장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內延山)은 동해안을 향해 뻗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이다. 최고봉은 해발 930m의 향로봉으로, 문수산(622m)·삼지봉(710m)·삿갓봉·천령산(우척봉) 등 준봉들이 길게 능선을 이루며 이어진다. 행정상 내연산 정상으로 불리는 삼지봉의 높이는 710m이지만, 산세의 중심과 상징은 깊은 청하골 끝에 숨어 있는 향로봉에 있다. 내연산이라는 이름은 본래 ‘종남산’에서 비롯됐다.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이 산으로 몸을 숨긴 뒤, 산세가 깊고 안으로 길게 이어진다 하여 ‘안으로 뻗은 산’이라는 뜻의 내연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이 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한 육산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만 들어서면 20리 넘게 이어지는 골짜기와 절벽, 폭포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맞은편 천령산 줄기가 향로봉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어, 정상은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연산은 예부터 ‘신선의 산’으로 불려왔다. 내연산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청하골에 숨 쉬는 12폭포와 소금강전망대를 꼽는다. 보경사 아래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봉폭포를 지나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에 이르면 계곡미는 절정에 이른다. 특히 제6폭포인 관음폭포는 쌍폭 형태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이를 둘러싼 선일대·신선대·관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 옆 관음굴 안쪽에서는 폭포수가 한쪽 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독특한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약 30m, 길이 40m에 달하는 연산폭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학소대 절벽 아래로 쏟아지는 물기둥은 청하골에서 가장 웅장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일대는 영화 ‘가을로’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소금강전망대 또한 반드시 들러야 할 지점이다. 소금강전망대 일대는 화산암 지형이 만들어낸 내연산 특유의 암릉 경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풍화에 강한 암반이 오랜 세월 침식을 견디며 남아,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과 굴곡진 능선을 형성했다. 계절에 따라 풍경도 크게 달라지는데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계곡 물안개가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청하골을 가득 메운다. 겨울에는 잎을 떨군 숲 사이로 능선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져 내연산의 지형미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등산 코스는 다양하지만 초보자와 가족 산행객에게 가장 추천되는 길은 보경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 회귀 코스다. 보경사에서 보현암과 소금강전망대를 거쳐 은폭포 삼거리, 선일대, 연산폭포를 지나 다시 보경사로 돌아오는 약 7.5km 구간으로, 소요 시간은 4시간 30~40분 정도다. 길은 잘 정비돼 있고 안내판도 촘촘해 길 찾기 부담이 적다. 산행 후에는 보경사 인근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보경사는 팔면경 설화와 함께 원진국사비, 승탑 등 보물급 문화재를 품고 있다. 숙소는 송라면과 청하면 일대에 펜션과 민박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여름철에는 옥계계곡 야영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먹거리는 포항답게 물회와 과메기, 대게 요리를 비롯해 산채정식을 내는 식당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깊은 골짜기와 폭포, 그리고 숲길이 어우러진 내연산은 사계절 내내 걷는 이에게 다른 얼굴을 내어주는 동해안 최고의 계곡 산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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