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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고향서… 6년째 제주살이 하는 문태준 시인에게 제주를 묻다

    아내의 고향서… 6년째 제주살이 하는 문태준 시인에게 제주를 묻다

    “노동하는 시간은 사유의 시간입니다. 생각을 비우는 일도 삶의 공부입니다.” 지난 2일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에서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 ‘오롬마르’(산마루 제주어)에서 만난 문태준(56)시인은 풀을 뽑다가 잠시 쉼표를 찍고 앉아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농부였다. 제주바다를 닮은 푸른 모자에 수건을 걸친 목에는 땀이 송송 맺혀 있었다. 멀구슬나무에 시선이 머문 채 상념에 빠져 있는 그를 차마 부르는게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문 시인은 1994년 등단한 이후 30여 년 동안 9권의 시집을 내고 500여편의 시를 발표했다. 2020년 8월 아내의 고향 제주 애월읍 장전리에 정착한 그는 어느덧 6년째 제주의 느린 삶에 스며들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4년 가장 좋은 시로 뽑혔던 ‘가재미’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큰어머니의 이야기-지난달 31일 제주시 육필문학관에서 열린 북토크때 가장 먼저 대표작 ‘가재미’를 낭송해줬는데.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큰어머니의 이야기다. 암으로 세상을 떠나시기 전 마지막으로 뵌 기억이 오래 남았고, 그 기억이 결국 한 편의 시가 됐다. 큰어머니는 늘 조용하고 자상한 분이었다. 저희 집은 너무 가난했는데 큰어머니는 항상 먹을거리를 챙겨주시고 부모님이 안 계시면 형제들을 돌봐주시던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다.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뵌 뒤 그 기억이 오래 남아 시가 됐다. 시 속의 ‘가재미’는 물속에서 좌우로 흔들리며 살아온 큰어머니의 삶을 겹쳐 표현했다.” (‘가재미’는 시인과 문학평론가들로부터 2004년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에서 가장 좋은 작품으로 뽑혔던 대표작이면서 ‘맨발의 가수’ 이은미가 힘든 시절 냉장고에 붙여놓고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끈 시이기도 하다.) -유년시절 가난했던 시절을 담담하게 회상했는데. “제 고향은 경북 김천이다. 가난했던 시절 아버지를 따라 산에서 나무를 하고 지냈다. ‘가재미’ 속 오솔길과 대낮의 뻐꾸기 소리,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은 실제 경험들이다. 당시엔 라면이 귀해 국수와 함께 삶아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유년시절인데도 당시 ‘나는 누구지’ 라는 철학적인 자문을 했다 들었는데. “한여름 산길을 혼자 내려오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을 처음 품었던 순간이 지금도 선명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질문이 제 삶과 시를 계속 이끌어온 힘이 된 것 같다. 가난했지만 그 풍경들이 모두 제 시의 바탕이 됐다.” # 중학교 2학년때 원인모를 병에 가매장 의식 치러…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경험했다-중학교땐 원인모를 큰 병을 앓았다고 들었다. “중학교 2학년 무렵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병을 앓았다. 심방(무당)은 아버지가 나무하러 갔다가 어떤 나무를 잘못 잘라서 그런 것 같으니 의식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알몸으로 마당에 누운 나를 가마니로 덮었고 아버지는 내 몸에 흙을 덮어주며 눈물을 흘렸다. 일종의 가매장 의식을 치르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한 번 넘어온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 뒤부터 존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절을 자주 찾게 됐다.” -불교 사상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경험이 종교적인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절을 자주 찾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불교와 가까워졌고, 생명과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럽게 깊어진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뒤 우연처럼 불교방송(BBS)에 입사하게 됐고 30년 가까이 불교방송에서 일하며 수많은 스님을 만난 경험이 문학에도 스며들게 된 것 같다. 불교방송 면접때 대학 시절 배웠던 불교 경전인 ‘육조단경’의 내용을 설명하는 문제가 출제됐고, 운좋게 그 경험이 합격으로 이어진 걸 보면 불교와 인연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 500여편의 시와 9권의 시집 낸 문 시인 “시를 많이 읽을때 좋은 시가 나오는 것 같다”-북토크에서 좋은 시를 쓰려면 시를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좋은 시를 많이 읽어야 한다. 시를 읽으면서 ‘이 시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시인은 무엇 때문에 이 작품을 쓰게 됐을까’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시를 알아보는 눈이다. 문장을 잘 만드는 것보다 무엇이 시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안목이 먼저다. 그 눈이 생기면 표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는 특별한 영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삶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시는 결국 삶을 기억하는 일이다.” -‘시대를 반영하는 시선’에 대한 질문을 한 독자도 있는데. “예전에는 시대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참여시가 활발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시대의 문제를 문학으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시대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부채의식 같은게 여전히 남아 있다. 4·3에 대한 시도 썼지만, 내게는 너무 무겁고 버겁다. 생명과 생태, 불교 생태학 같은 문제에 더 관심이 많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대에 응답하고 싶다. 문학이 감당해야 할 몫을 고민하면서도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그동안 500여편의 시를 썼다고 했는데. “시를 쓰고 시를 잊어버리려 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내가 쓴 시, 생각의 짐들을 정리하고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호승 선생님이 ‘시를 많이 쓸 때다’ 라며 조언해주기도 했다.” # 아내의 고향이 애월읍 장전리… ‘오롬마르’ 카페 앞 집은 아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어떻게 제주에 정착하게 됐나. “제주는 아내의 고향이다. ‘오롬마르(산마루 제주어·아내가 운영하는 카페) 바로 앞이 아내가 태어난 곳이다. 2020년 불교방송 제주총국장으로 부임하며 제주에 눌러앉게 됐다.” -애월읍 장전리에서 탑동(원도심) 불교방송까지 장거리 출퇴근이 힘들지 않나. “약 14~15㎞에 불과한데 출퇴근 시간에 많이 막힌다. 그래도 탑동, 도두동을 거쳐 외도, 하귀를 지나는 해안도로로 퇴근할 때가 좋다. 50분 정도 소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잡한 시내를 관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2년 전 ‘측백나무 위에, 칸나 위에, 다시 붉은 꽃 주변을 어정거리는 흰나비 위에, 저르렁 울려오는 소읍의 유희와 소음 위에’ 떠 있는 ‘무지개’란 시도 그렇게 탄생했다. ‘어느날 아침에는 산까치 한마리가 항아리에 앉아 있다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훨씬 전날에는 일어난 구름, 사랑, 실바람과 풍설, 질긴 장마, 무서리, 그리고 동백꽃이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라고 한 ‘항아리’ 시도 제주에 스며든 4년 전에 쓴 시다.” -제주살이에 만족하는가. “집 앞에는 바다가 있고, 주변에는 나무와 밭이 있다. 이웃들이 복숭아를 따가라고 하면 바구니에 담아 나눠 먹기도 하고, 풀을 뽑거나 마당을 가꾸는 노동도 제게는 잘 맞는 것 같다. 다만 여름철 풀모기와 무더위는 쉽지 않다.(웃음)” # 느리고 천천히 살아가기 좋은 곳이 제주다… 그 제주의 풍경과 시간을 시에 담고 싶다-방금전에도 풀을 뽑다가 잠시 그늘에서 쉬며 상념에 빠져 있던 것 같던데. “노동하는 시간은 사유의 시간이다. 풀을 뽑다 보면 오래전 기억들이 계속 떠오른다. 서울에서 있었던 일, 어린 시절의 풍경, 누군가의 말들이 차례로 생각난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더 하려고 애썼다면 요즘은 하지 않는 연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비우는 것도 삶의 공부다.” -제주 어디가 특히 좋은가. “제주는 걷기 좋은 곳이고,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기 좋은 곳이다. 족은노꼬메오름, 한라생태숲도 좋다. 아직 제주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제주에 오래 살며 제주의 풍경과 시간을 시에 담고 싶다.”
  • 한여름 밤에 만나는 서정의 울림… ‘가재미’ 시인 문태준, 제주 온다

    한여름 밤에 만나는 서정의 울림… ‘가재미’ 시인 문태준, 제주 온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문태준 시인의 대표 서정시 ‘가재미’가 한여름 밤 제주에서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육필문학관 제주는 오는 31일 오후 7시 문태준 시인을 초청해 ‘낭독 북토크’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문학이 주는 위로와 사유의 시간을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인의 육성으로 작품을 듣고, 창작의 배경과 문학 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다. 문 시인은 이날 대표작인 ‘맨발’, ‘항아리’, ‘가재미’, ‘무지개’를 비롯해 여름의 정취를 담은 ‘잎사귀에 여름비가 올 때’ 등을 직접 낭독한다. 절제된 언어와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로 사랑받아 온 그의 시 세계를 생생한 목소리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낭독이 끝난 뒤에는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창작 과정, 문학과 삶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과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독자들은 시인과 가까이 호흡하며 작품에 담긴 의미를 함께 풀어가는 시간을 갖게 된다. 육필문학관 제주 관계자는 “문태준 시의 가장 큰 힘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데 있다”며 “여름비처럼 잔잔하게 스며드는 시 낭독을 통해 문학이 전하는 위로를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는 깊이 있는 소통을 위해 선착순 30명만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신청과 자세한 안내는 국립한국문학관 홈페이지 ‘지역 문학 소식’ 게시판과 육필문학관 제주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하면 된다.
  • 가만히 다가가 풍경에 닿는다… 나도 너도 없는

    가만히 다가가 풍경에 닿는다… 나도 너도 없는

    ‘서정시 수사’ 문태준 아홉 번째 시집느릿하고 평화로운 언어 눌러 담아“틈날 때마다 아무 편 펼쳐 읽으면서힘들어하고 가쁜 숨도 고르길 바라” 흩날리는 눈발, 밀려드는 해무…. 나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저 무언가에 우리는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라고 여겼던 풍경이 어느 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주 작고 낮은 목소리로. 고요하고 융융(融融)한 시인의 목소리가 그것과 조응한다. 그럴 때 풍경은 비로소 제 속살을 우리에게 내준다. 시인 문태준(55)의 아홉 번째 시집 ‘풀의 탄생’은 아주 느릿하고도 평화로운 언어로 풍경의 본질에 다가간다. 어지러운 횡설수설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싶은 마음이 시인에게는 없는 것 같다. 풍경의 말을 듣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느긋하게 기다릴 뿐이다. 이번 시집은 그 기다림의 기록이다. “눈송이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네//안간힘을 쓰지 않고//숨이 참 고르네//손쓸 필요가 없지//여파(餘波)도 없지//누구도 무너지지 않아//저 아래,//벙싯벙싯 웃고 있는 겨울 허공 좀 봐”(‘안간힘을 쓰지 않고’·26쪽) 낙하하는 눈송이는 무심하다. 천천히, 제 속도에 맞춰 떨어진다. 땅에 빨리 도달할 필요가 없기에. 그 누구도 눈송이를 재촉하지 않는다. 요컨대 눈송이는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누구도 무너뜨리지 않고 사뿐히 내려앉는다. 인간은 어떤가. 단 하루라도 안간힘을 쓰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는가.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죽상을 짓는다. ‘벙싯벙싯’ 웃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눈 내리는 풍경을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얻어 갈 것이 있다. 시인은 오랜 기다림 속에서 그것을 포착했으리라. “대지가 가물어 사람도 가물어요/나는 대지의 작은 풀꽃/흥얼거리는 실개천/대지에게 먹을 물이 모자라니/나는 암석 같아요”(‘동근’·17쪽) 근원을 생각한다. 대지에게 실개천이 없으면 풀꽃은 암석이 되고 사람 역시 가문다. 앞서 풍경을 ‘나의 바깥에 있는 저 무언가’로 규정했으나 과연 그런가. 나와 풍경의 근원은 같은 것이 아닌가. 이처럼 시인은 인간의 오랜 습관이었던 ‘나’와 ‘자연’의 이분법을 지우고자 애쓴다. 시인은 이런 상상도 한다. “반딧불이가 모두 사라진다면/반딧불이의 불빛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꺼진다면/싱싱한 수풀은 곧 시들시들해지고/이슬은 쌀쌀맞은 모래알이 되어 내리리/… 여름밤의 하늘은 찢어진 우산이 되리/어둠은 결코 깨어나지 못하리”(‘그러할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77쪽) 풍경의 일은 풍경만의 일이 아니다. 나의 일이 되고, 모두의 일이 된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문태준은 ‘수런거리는 뒤란’, ‘가재미’, ‘아침은 생각한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30년 넘는 시력(詩歷)에서 자기만의 또렷한 서정시의 세계를 구축하며 ‘서정시의 수사(修士)’라고도 불린다. 불교방송의 프로듀서(PD)로 일하며 최근에는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도 했다. 이번 시집에는 ‘귤꽃’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제주의 풍경에 시인이 감화된 탓일 터다. ‘수희’(隨喜)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남의 일을 나의 일처럼 기뻐한다는 의미의 불교 용어다. 시인은 거기서 서정시가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나’와 ‘너’의 구분이 사라지는 곳에서 모든 존재는 ‘인연’(因緣)으로 연결된다. 시인에게 독자와의 인연만큼 중한 게 있을까. 5일 문태준에게 ‘이번 시집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닿았으면 하는지’ 물었다. “틈이 날 때마다 시집의 아무 데나 펼쳐서 한 편씩 읽어 주신다면 좋겠어요. 하얀 귤꽃 핀 것, 푸른 잎사귀에 여름비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무지개가 춤곡처럼 뜬 하늘 등등 이런 풍경이 시집에 들어 있어요. 힘들어하고 가쁜 숨을 좀 고르길 바라요.”
  • ‘한강의 물결’ 다시 한 번… 새해는 풍성한 ‘문학의 해’

    ‘한강의 물결’ 다시 한 번… 새해는 풍성한 ‘문학의 해’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 시장이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일렁이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 문학계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젓기 위해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덕분에 새해는 읽을거리로 풍성한 ‘문학의 해’가 될 전망이다. 한강 ‘겨울 3부작’ 마지막 단편한강이 온다. 정확히 언제쯤 출간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강의 신작이 문학동네에서 올해 나올 예정이다.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았던 단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작별’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작가와 출판사는 이 세 작품을 엮어 ‘겨울 3부작’으로 칭하고 있다. 마지막 단편의 제목은 미정이다. 한강은 원래 ‘작별하지 않는다’를 앞선 두 작품에 이어 ‘눈 3부작’으로 구상했다. 그러나 집필 과정에서 장편으로 분량이 늘었다. 올해 발표할 단편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내놓는 첫 작품이다. 폭력과 아름다움의 공존을 역설한 한강의 문학은 노벨상 이후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부커상 후보 황석영 장편 ‘할매’한강만 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철도원 삼대’로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던 소설가 황석영은 장편 ‘할매’(가제·창비)를 오는 4월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부커상 발표 전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은 “군산에서 600년짜리 잘생긴 나무를 만났는데 이 이야기로 노벨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을 밝히기도 했다. ‘할매’는 이 이야기다. 간척지에 솟아 미군기지의 확장을 막아 내고 있는 600살 팽나무로 한반도의 역사를 톺아본다. 지난해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사랑받은 김애란은 신작 소설집(문학동네)을 상반기 내놓는다. 편혜영은 2000년 등단한 뒤 처음으로 짧은 소설집(문학동네)을 출간한다. 평단의 주목을 받는 김멜라의 장편 ‘리듬 난바다’(문학동네)도 하반기에 예고됐다. 몇 차례 미뤄진 황정은의 장편(문학과지성사)은 올해 독자를 만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의 신작 소설집(창비)을 비롯해 김숨(민음사), 정세랑(문학동네), 함윤이(문학과지성사), 성해나(창비), 예소연(현대문학) 등 젊은 소설가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5월 민중시인 신경림 유고 시집젊은 세대 ‘텍스트힙’ 열풍을 이끈 시에서도 다채로운 세계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민중시인 신경림의 유고 시집(창비)이 1주기인 5월 출간된다. ‘사진관집 이층’(2014) 이후 쓴 시를 모은 원고다. 이 밖에도 안도현, 나희덕, 문태준(이상 문학동네), 정호승, 박준(이상 창비), 남진우, 이문재(이상 문학과지성사) 등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들이 독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쿤데라 유작 ‘여든아홉 개의 말’세계문학에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유작 ‘여든아홉 개의 말’(민음사)이 4월 출간을 앞뒀다. 1980년에 발표한 ‘프라하, 사라져가는 시’ 등의 작품과 함께 엮어 2023년 세상을 떠난 쿤데라의 문학세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동시에 그에게 입문하려는 독자를 위한 안내서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제5도살장’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보인 커트 보니것의 ‘챔피언의 아침식사’(문학동네), 한국계 미국 작가 최윤의 소설 ‘스킨십’(문학과지성사) 등이 예정됐다. 세계적 작가인 동시에 음악 애호가이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데이비드 스턴 마틴의 멋진 세계’(문학동네)도 하반기에 나온다. 비평·이론 분야 번역 서적 눈길문학을 한 차원 깊이 있게 읽기 위한 비평과 이론 분야의 서적도 눈에 띈다. ‘랭스로 되돌아가다’로 잘 알려진 퀴어 이론가 디디에 에리봉의 ‘민중의 어머니, 삶과 늙음, 죽음’(문학과지성사)을 비롯해 페미니즘 고전 ‘젠더 트러블’의 저자 주디스 버틀러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신간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문학동네)가 번역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적 관점에서 문학사를 새로 기술하려는 마틴 푸크너의 ‘지구를 위한 문학’(문학과지성사)도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미학의 정점 혹은 기회주의자, ‘미당’ 톺아보기… 용기를 내다

    미학의 정점 혹은 기회주의자, ‘미당’ 톺아보기… 용기를 내다

    서정주라는 문학적 사건최현식 교수의 서정주 연구 논문집역사적 현실과 문학의 양면성 규명나만의 미당시동시대 시인 30명 새로 읽은 서정주마종기·이병률·안희연 등 의기투합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자화상’ 부분) 한국어로 도달할 수 있는 미학의 정점 혹은 부당한 권력에 아첨한 기회주의자.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를 바라보는 문단의 시선은 언제나 혼란스럽다. 내년이면 탄생 110주년을 맞는 그의 문학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아직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두 가지 면모를 모두 들여다볼 때 비로소 ‘서정주라는 문학적 사건’의 실체가 오롯이 우리 앞에 드러날 것이다. 다음달 24일 서정주의 기일을 앞두고 그의 문학을 새롭게 감각할 수 있는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은행나무에서 출간한 ‘나만의 미당시’는 동시대 시인 30명이 서정주를 어떻게 읽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도서출판b에서 펴낸 ‘서정주라는 문학적 사건’은 서정주 연구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현식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논문집이다. ‘나만의 미당시’에 참여한 시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이제하, 마종기, 정현종, 문정희, 김승희, 김혜순 등 문단 원로부터 이병률, 문태준, 김언, 김민정 등 중견을 거쳐 안희연, 한백양, 고명재, 이혜미, 양안다 등 신예까지 의기투합했다. 시깨나 읽은 독자라면 이 중에서 이름을 모르는 시인은 없을 터다. 서정주는 ‘우리 시의 정부’로 불린다. 서정주를 통과하지 않고 한국 현대시를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어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완성한 서정주 이후의 문인 가운데 그에게 젖줄을 대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진정으로 시인 같았던 시인”(마종기), “한국어의 연금술사가 있다면 미당이 바로 그 사람”(황인숙), “시력(詩歷)만으로 시대를 호령했던 호랑이, 미당은 혈(穴)”(이병률) 등의 찬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대사에서 그가 보인 행적은 이런 상찬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 문학인이었고 해방 이후에는 군부 독재를 찬양하는 시를 썼다. 그에게는 ‘정치적 무뇌아’라는 별명도 있다. ‘징병 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1943), ‘마쓰이 오장 송가’(1944)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이 아름다운 언어의 외피를 둘러 독자에게 다가올 때 발생하는 미학적 충격은 서정주의 시를 있는 그대로 읽지 못하게 만든다. 2001년 제정된 뒤 문단 내 권위를 지녔던 미당문학상은 2017년 송경동 시인이 미당의 행적 등을 이유로 후보에 오르기를 거부했고 결국 관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2018년 폐지됐다. (원 기사의 문장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를 ‘관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로 수정했음을 밝힙니다. 이는 동국대 미당연구소의 기사 정정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미당연구소 관계자는 19일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자님의 글은 사실과 다릅니다. 미당문학상은 2001년 황순원문학상과 함께 제정되었고 2018년 황순원문학상과 함께 폐지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종이신문 쇠퇴기에 따른 구독자수 감소와 재정적 부담 때문이라는 것이 이 상을 주관한 중앙일보의 공식적인 의견입니다. 같은 이유로 중앙일보는 2020년 ‘중앙신인문학상’도 폐지했습니다. 만약 미당의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되었다면 굳이 황순원문학상까지 폐지할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요.”라고 밝혔습니다. 원문에서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라는 표현이 마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그것을 끊어내고자 ‘가운데’라는 표현을 집어넣었습니다.) 과거 독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나치에 부역했던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와 유대인 철학자 발터 베냐민이 나눴던 서신이 후대에 베냐민 전집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슈미트가 베냐민에게 준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서신이었으나 당시 전집을 편집하던 베냐민의 동료이자 유대인 당사자였던 철학자 게르숌 숄렘과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듯하다. 훗날 빈 태생의 유대인 철학자 야코프 타우베스가 이를 비판한다. 이는 서정주를 둘러싼 우리 문단의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최 교수의 책은 이런 분위기에 도전한다. 서정주라는 ‘불편한 사건’을 용기 있게, 있는 그대로 독해하고자 애쓴다. 서정주가 처했던 역사적 현실을 꼼꼼하게 톺아보고 그의 문학에 드리운 양면성을 동시에 규명코자 한다. 훌륭한 것은 칭찬하되 기회주의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최 교수는 서문에서 책 제목을 ‘문학적 사건’으로 정한 까닭을 “미당의 한국 시에 대한 숱한 긍정적 기여와 몇몇 부정적 국면을 함께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라고 적었다.
  • 제주살이 2년째 문태준 시인, 김광협문학상 수상

    제주살이 2년째 문태준 시인, 김광협문학상 수상

    제7회 김광협문학상 수상자로 제주살이 2년째를 맞는 문태준(52) 시인이 선정됐다. 계간 ‘발견’이 주관하는 김광협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제7회 김광협문학상 수상자로 문태준 시인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수상작은 올해 나온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 심사위원회는 “시인의 투명하고 긍정적인 언어가 동시대 인간들의 소중한 꿈을 밝은 쪽으로 조금씩 밀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는 “소박한 일상과 사소한 기척을 투명한 이미지로 드러내는 문 시인의 생태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집으로, 특히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우며 공감과 연대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문단의 평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물을 한 컵 마시고 숨을 돌리고 있을 때에 종소리가 왔습니다 종소리는 내 앞에 하얀 바탕을 펼쳐 보입니다 종소리는 수산리(水山里)에서 생겨나 내 사는 장전리(長田里)로 오는 것 같으나…’ 문 시인은 ‘아침은 생각한다’ 시집 ‘종소리’에서 처럼 2년전인 2020년 아내의 고향인 제주 애월읍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현재는 제주불교방송 총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돌담 사이로 바다가 보이네/소라고둥의 집을 짓고 사는 이여/바다는 앞마당에 와서/아무 말 없이/둘러만 보고/다시 돌아가네/어부의 집은 고깃배처럼/미끄러지네/좀더 기우네’ 시인은 ‘어부의 집’처럼 그렇게 제주살이에 익숙해져가나 보다. 수상 소식을 들은 문 시인은 “제주살이에 큰 뿌리가 생겨난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고 소감을 밝혔다. ‘김광협문학상’은 진지한 현실인식을 견고한 서정으로 노래한 제주 출신의 김광협 시인을 기리기 위해 ‘발견’(발행인 황학주 시인)에서 제정한 상이다. 김광협 시인은 중앙문단에서 상이 제정된 최초의 제주 출신 시인이 됐다. 한편 올해는 문학과 미술의 교류 및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제주 출신 화백 변시지 공익재단인 ‘아트시지’에서 후원해 더욱 그 의미가 깊어지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5시 충무로 붐박스에서 열린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문태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문태준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문태준 당신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네요를 깔고 아주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있네한층의 재가 당신의 몸을 덮은 듯하네눈도 입도 코도 가늘어지고 작아지고 낮아졌네당신은 아무런 표정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네서리가 빛에 차차 마르듯이 숨결이 마르고 있네당신은 평범해지고 희미해지네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의 몸이 된 당신을 보네오래 잊지 말자는 말은 못하겠네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을 보네 당신이 혼자 가서 울고 싶은 장소는 어디입니까. 당신은 언제 가장 큰 소리로 웃었고, 언제 회한으로 얼룩진 가슴을 문지르며 발길을 돌렸나요. 오늘 본 얼굴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예감 때문에 무섭고 아파서 눈물 흘린 적 있었나요. 팔순이 다 되어 가는 어머니는 제 얼굴을 알아볼 때도 있고,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누워 지내는 탓에 볕을 자주 쬐지 못한 피부가 순두부처럼 흽니다. 어머니는 자꾸만 이불을 만지작거리며, 입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나뭇가지처럼 마르는 몸, 가느다란 숨을 쉴 때마다 당신을 덮은 요가 조금 올라갔다 내려갑니다. ‘슬픔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기대어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삶은 재위에 세운 비석처럼 쓰러지기 쉬운 것임을. 언젠가 내 얼굴도 마지막이 되어 ‘평범해지고 희미해’져 흙으로 돌아갈 거란 사실을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애도의 얼굴은 개별적이어서 각기 다른 무게와 온도로 옵니다. 충분히 슬퍼하려면 먼저 슬픔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엎드려 울 때 우리의 얼굴은 낮아집니다. 바닥과 수평이 됩니다. 신미나 시인
  • 서율의 <플로우 × 오페라>, 팝·클래식·스트리트 댄스의 컬래버레이션

    서율의 <플로우 × 오페라>, 팝·클래식·스트리트 댄스의 컬래버레이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많은 오프라인 공연들이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 또한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예술인들은 창작열을 올리며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찾는다.우리 시(詩)를 모티프로 한 음악을 선보이는 서율 밴드는 최근 정규 3집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았다. <각자의 공간, 하나의 공연>이라는 제목처럼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 문화,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된 상황에 맞춘 온라인 공연들이 눈에 띈다. 단순히 기존의 레퍼토리를 영상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주제에서부터 내용, 연출에 이르기까지 팬데믹의 극복과 희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20년도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의 아트 체인지업 아트플랫폼 선정 작품을 통해 나왔다.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플로우 × 오페라> 시리즈. 플로우(Flow)는 힙합에서 라임과 리듬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흐름을, 긍정심리학에서는 몰입을 의미한다. 장르적 특성과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의 오페라발레와 비슷한 구성으로 보이지만, 온택트 공연으로 만들어지면서 내용과 형식은 파격적일 정도로 새로워졌다. 먼저, 괴테의 시를 바탕으로 한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가곡 <마왕>은 웅장하고 현대적인 댄스오페라로 탈바꿈했다. 특히 팝핀과 힙합, 락킹, 브레이크 댄스로 연출한 안무는 노래 속 아버지와 아들의 극적 순간을 보다 현실감 있고 역동적으로 보여주며, 21세기 팬더믹의 엄습을 떠올리게 한다. <역신의 노래>에서는 향가 <처용가>에 등장하는 역신을 화자로 등장시킨다. 코로나를 상징하는 역신은 자신을 향해 벽사진경(사귀를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함)으로 노래하고 춤추면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국악 창법을 결합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처용이다>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역신이 처용의 아내를 역병에 걸리게 했지만 처용이 역병을 물리친 수단은 ‘춤과 노래’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맞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처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쉬우면서도 중독성 있는 후렴구의 반복은 모니터 앞의 관객들과 함께 교감하며 처용이 되자는 구호로 들린다. 반면 연주는 단순한 반복 없이 바이올린, 첼로, 바순, 플루트 등의 다채로운 연주들로 채워진다. 이처럼 서율의 <플로우 × 오페라>는 ‘팬데믹’을 주제로 각각의 공연을 하나의 장으로 연결했다. 비대면 무대 작품으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두 번째 시리즈는 <각자의 방, 하나의 춤과 음악>. 뮤지션과 댄서들이 길거리나 작업실, 방 등 각자만의 공간에서 연주와 춤을 선보이며 하나의 공연을 완성한다. 현재 김용택 시인의 동명 시노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와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해 새로 편곡한 ‘월광 소나타’가 업로드되어 있다.마지막 시리즈는 <오후의 시음회>이다. 메마른 감성을 시와 음악(詩音)으로 적셔준다는 타이틀이 보여주듯 서율이 오프라인에서 무대로 보여주던 공연의 온택트 버전이다. 세 명의 시인(오은‧이현승‧김언)이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는 한편, 그들의 시로 만든 노래를 미니 콘서트 형식으로 들려준다. 최근 <밤의 여행자>들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한 윤고은 소설가와의 편안하면서도 심도 있는 토크 또한 인상적이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3집 <흐린 날>에는 서율 밴드의 음악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동명시를 가사로 한 타이틀 <흐린 날>은 제목과 달리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겨 있다. 바순의 진중한 음색,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진 목가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곡이다. 이밖에도 <오늘 치 기분>(오은), <양말>(이현승), <지금>(김언),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문태준) 같은 시노래와 더불어 <우리는 처용이다>와 <함께할 날에>의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돼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광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문인들의 축제

    광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문인들의 축제

    아시아 각국의 걸출한 문인들이 광주에 집결한다.‘아시아에서 평화를 노래하자’라는 주제로 ‘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새달 6~9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은 문학을 매개로 아시아 각국의 문화적 소통과 연대를 구축하고, 한국 문학이 아시아 문화의 소통 기지로 역할해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몽골문학의 거장이자 세계적 인문학자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중국 현대 문학사에서 논쟁적인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 아시아 10개국 작가 11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문학평론가 백낙청 조직위원장을 필두로 염무웅 부위원장 등 조직위·자문위원회 참여 작가 31명과 한강·나희덕·고진하·문태준 등 문인 12명이 함께한다. 공식 일정은 6일 5·18민주묘지 방문으로부터 시작된다. 7일 오전에는 개막식이 열리고, 오후 2시부터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주제로 평화포럼이 이어진다. 오후 6시에 열리는 문학난장에서는 아시아와 국내의 여러 작가들과 시민들이 시장에서 함께 음식을 사먹고 작품을 낭송한다. 9일에는 옌렌커와 심윤경 시인, 미얀마 시인 팃사 니와 이영진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와 이영산 작가가 ‘평화를 향한 여러 갈래 길’이라는 주제로 팟캐스트를 녹화한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자카리아 무함마드, 신용목, 한강 등이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를 비롯해 ‘심야책방’, 독일 예술사가인 마트 아우푸더 호스트 초청강연 ‘베를린이 바라본 광주’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페스티벌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ACC 홈페이지(www.acc.go.kr)를 참고하면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공유 경제(마화텅·텐센트 연구원 지음, 양성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중국의 3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의 마화텅 최고경영자가 세계적인 경제 현상인 공유 경제의 의미부터 관련 기업의 발전 과정과 미래 가능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현황 등을 고루 살핀다. 448쪽. 2만 2000원. 우리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정병규 지음, 보리 펴냄) 어린이서점 ‘동화나라’ 대표인 정병규 작가가 3년간 그림책 작가 37명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 들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림책 70년 역사를 돌아본다. 304쪽. 1만 8000원. 미래 연표(가와이 마사시 지음, 최미숙 옮김, 한국경제신문 한경BP 펴냄) 저널리스트이자 인구·사회보장정책 전문가인 저자가 2017년부터 앞으로 약 100년간 벌어질 일을 연대순으로 살피며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지방 소멸, 사회 파탄, 국가 소멸이라는 파국을 경고한다. 244쪽. 1만 5000원.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쓰기 교육(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비영리 사단법인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이 다양한 책쓰기 지도 사례를 통해 ‘점수 따기용 글쓰기’가 아닌 학생 스스로 저자가 돼 자기만의 주제로 한 권의 책을 쓰는 교육의 놀라운 효과를 소개한다. 388쪽. 1만 5000원.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태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 ‘문학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문태준이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후 3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 63편의 시에는 돌멩이, 달, 바람, 연꽃 등 자연에서 포착한 삶의 정수가 담겨 있다. 108쪽. 8000원. 혼자서 본 영화(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여성학자이자 영화광인 정희진이 ‘내 인생의 영화들’로 꼽은 28편의 영화를 특유의 전복적인 시각으로 읽고 해석했다. 236쪽. 1만 3000원.
  • [이재무의 오솔길] 죽음에 대한 예의

    [이재무의 오솔길] 죽음에 대한 예의

    김천의료원 5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엔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문태준, 시 ‘가재미’)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게 남은 나이를 살다 보니 건강을 화제로 올리는 일이 많아지고 부음을 알리는 소식도 잦게 날아온다. 그러다 보니 자연 죽음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밥을 짓기 위해 쌀 푸러 갈 때마다 눈에 띄게 줄어 있는 쌀자루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달에 한 번 비우는 자루처럼 삶과 죽음은 심상한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의식 속에서 기계적 일상의 굴레에 갇혀 살다 보면 부지불식간 시간의 낱알이 한 알 두 알 시나브로 새어 나가 어느 날 불쑥 홀쭉해진 자루처럼 생이 바닥을 보일지 모른다. 운이 나쁘면 한꺼번에 낱알을 쏟아 버린 밑 터진 자루처럼 불시에 죽음이 찾아올는지 어찌 알겠는가. ‘생활은 촛불이다’라는 비유처럼 멀쩡하게 잘 타고 있는 생이 언제 꺼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 삶에는 전문가가 없다. 날마다 쌀알이 줄고, 빈 쌀자루가 늘어 가지만 아무도 신이 정해 놓은 길을 바꿀 수는 없다. 인간은 살기 위해 인간 외의 다른 생물들의 죽음을 편식(遍食)한다. 냉장고가 생겨난 이래 다국적 죽음들이 심심찮게 식탁에 올라오고 있다. 목소리에 과장을 실어 말하면 우리는 세계인으로서 다국적 죽음을 먹으며 살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아침은 중국산으로 해장을 하고, 점심은 북유럽산으로 배를 채운 뒤 후식으로 동아시아산을 챙겨 먹고, 저녁에는 호주산 안주로 술을 마시고 내일은 일본산과 칠레산이 식탁에 오를 것이다. 다국적 죽음은 어느새 일용할 양식이 돼 버렸다. 이렇듯 남의 살(肉), 남의 죽음을 탐하여 ‘편식’(偏食)하지 않고 ‘편식’(遍食)하는 동안 사람들은 죽음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 죽음이 너무도 흔한 시대가 돼서인지 우리는 죽음에 대한 예의를 잊고 산 지 오래됐다. 무자비한 자본의 횡포는 어찌나 철면피하고 파렴치한지 죽음을 서열화하고 상품화할 뿐 아니라 신성시해야 할 죽음조차 추문화하는 경향이 있다. 죽음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죽음은 때로 환금성의 가치로 돌변하기도 한다. 유명인이 유명을 달리할 때마다 언론에서 호들갑스런 과장의 논조를 보이곤 하는 태도 이면에는 추도를 넘어선 불순한 의도(상업성)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죽음조차도 교환 가치 아래 놓여 있는 세상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물론 모든 죽음이 같은 층위에 놓일 수는 없다. 혈연이나 배우자의 경우와 생판 모르는 타인의 처지를 동일선상에 놓고 같은 이해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나 처지라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가 아닐까 해서 하는 말이다. 위의 시는 시인의 큰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바탕이 되었다 한다. 시에서 가자미의 한쪽으로 몰린 눈은 죽음 바깥의 세상을 볼 수 없게 된, 말기 암 환자의 상태를 뜻하고 아들 가재미가 큰어머니 가재미 옆에 누워 있는 것은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사랑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적 화자는 그녀 옆에 나란히 누워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떠올린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 물속의 삶과 그녀의 오솔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국수를 삶던 저녁과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리고 있는데 시적 화자의 태도와 숨결이 가슴 먹먹하도록 절절하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뻐꾸기의 발음대로 읽고 적는 초여름 이처럼 초여름 가까이에 뻐꾸기는 떠서 밭둑에도 풀이 계속 자라는 무덤길에도 깊은 계곡에도 뻐꾸기의 솥 같은 발음 뻐꾸기의 돌확 같은 발음 한낮의 소리 없는 눈웃음 위에도 오동나무 넓고 푸른 잎사귀에도 산동백에도 높은 산마루에도 바위에도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 바다를 단번에 만들 수는 없다. 우선 작은 냇물 100개를 만들자. 세상 사람 모두를 선량하게 바꿀 방법은 없다. 우선 교도소 벽이라도 분홍색으로 칠해 보자. 탈세를 하고 부정한 뒷돈 받아 챙기며 쩨쩨하게 살던 자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신선(神仙)이 될 수는 없다. 악인들을 교도소에 보내는 대신 산중에 모아 두고 아무 일 시키지 말고 초여름 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나 한가롭게 경청하게 하자. 한 석 달 밤이나 낮이나 뻐꾸기 소리나 귀 기울이게 하자. 혹시 그의 마음이 미적 황홀경에 들어 작은 물결이 일고, 그가 손꼽만큼씩 착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장석주 시인
  • 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울고 싶을 때… 詩 한편이 내게로 왔다

    출판사 창비의 詩 앱 ‘시요일’ 원하는 소재·주제 따라 검색 “종이책 살리는 플랫폼 될 것” ‘혼술’을 할 때, 울고 싶을 때,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어떤 시를 읽으면 좋을까.지금까지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시집을 한참 뒤적여야 얻을 답이었다. 분위기, 감정, 날씨, 기념일, 원하는 소재와 주제 등에 따라 맞춤한 시를 찾아 즐길 수 있는 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독자들과 만난다. 출판사 창비가 11일 첫선을 보인 ‘시요일’이다.‘세상의 모든 시, 당신을 위한 시 한 편.’ 앱에 들어가면 가장 첫 화면에 뜨는 이 문구대로 ‘시요일’은 독자들이 어떻게 원하는 시를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현재 406번까지 출간된 창비시선, 창비 단행본 시집, 동시집, 청소년 시집 등 3만 3000여편의 시가 포진해 있다.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정지용, 이상, 오장환, 김영랑, 김수영 등 국내 대표 근대 시인뿐 아니라 고은, 신경림, 정희성, 천양희, 김사인,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문태준, 김선우, 박연준, 오은, 안희연 등 현재 활동하는 원로부터 중견·신진 시인들의 작품과 손쉽게 교감할 수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는 “한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인 시가 여러 매체 환경의 변화로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라는 좋은 콘텐츠와 모바일 기기를 결합한 새로운 문학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으로 시를 소비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다고 하지만 최고의 문자 예술이자 단문 콘텐츠인 시가 외려 모바일, SNS에 최적화된 장르라는 역발상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키워드, 태그를 통한 시 검색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운 시요일에서는 오늘의 시, 테마별 추천시, 낭송시 등도 취향대로 감상할 수 있다.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 공유하기, 스크랩하기 등의 소셜네트워크 기능도 갖추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로 마음을 전할 수도, 내가 애송하는 시를 따로 스크랩해 주문형 출판(POD)으로 ‘나만의 시집’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초판만 찍고 숨을 이어 가지 못하는 책이 전체의 80~90%에 이르고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신간이 유통되는 기간이 3~6개월 정도로 짧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 앱은 ‘종이책의 위기’를 부추기는 촉진제가 되진 않을까. ‘시요일’ 출시를 주도한 박신규 창비 편집위원은 “앱을 통해 시를 향유하는 독자들이 늘면 책의 물성을 포기할 수 없는 독자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앱이 종이책을 죽이는 게 아니라 종이책 시장을 살리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앱은 4월 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월 이용료 3900원 등 유료로 전환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내 귓가에/문태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내 귓가에/문태준

    내 귓가에/문태준 귓가에 조릿대 잎새 서걱대는 소리 들린다 이 소리를 언제 들었던가 찬 건넛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자매가 가끔 소곤대고 있다 부엌에는 한알 전구가 켜져 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어머니는 조리로 아침쌀을 일고 있다 겨울바람은 가난한 가족을 맴돌며 핥고 있다 눈밭에 젖어 밤새 언 운동화를 부뚜막에 올려놓고 군불을 때던 어머니가 있었다. 밥이 익을 즈음이면 그도 뽀송하게 다 말라서, 신으면 꼭 고두밥을 한 숟갈 떠 넣은 것 같았다. 세밑 찬바람에 자주 볼이 트고 입술이 갈라졌지만 누이의 얼굴만 보면 이상하게 배가 고파도 서럽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밥이었고 옷이었던 때, 부엌에 켜 놓은 알전구 같았던 때, 조릿대에게도 함께 서걱이는 가족이 있었다. 문태준의 시는 옛일을 그리는 듯하지만 언제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실패와 좌절과 고통이 속절없이 우리 삶을 방문할 때, 말없이 시린 손을 이끌어 군불 도는 아랫목에 누이고 풀 먹인 마음처럼 이불을 덮어 준다. 한숨 푹 자렴. 귓가에 소곤댄다. 혼자 한 해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지만 어디에서든 마음만은 우글거리고 있을 줄 안다. 그들을 하나하나 다 부르느라 그리움이 더 바빠졌겠다. 신용목 시인
  • 천명관과 데이비드 밴… 김숨과 금희… 국내외 작가 ‘수다 한마당’

    천명관과 데이비드 밴… 김숨과 금희… 국내외 작가 ‘수다 한마당’

    정유정, 천명관, 김숨, 김경욱 등 우리 문단의 주역들과 해외 작가들의 ‘문학 수다’ 한판이 벌어진다. 국내 작가들이 평소 좋아하던 해외 작가와 짝을 이뤄 이뤄지는 축제인 만큼 소소한 개인사부터 문학관까지 문학 바깥과 안을 아우르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들이 예고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격년으로 개최하는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다.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릴 이번 행사의 주제는 ‘잊혀진, 잊히지 않는 기억과 망각 사이를 횡단하는 문학’이다. 이에 따라 작가들은 각자의 작품에서 기억과 망각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공유할 예정이다. 기획위원인 박상순 시인은 20일 “기억과 망각은 삶과 세상의 사소한 흔적은 물론, 시대가 담고 있는 역사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므로 폭넓게 문학으로 다룰 수 있는 주제”라며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애환 등 사소하고 가벼운 이야기부터 작품세계까지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6회째인 올해는 국내 작가 14명과 외국 작가 14명이 짝을 이뤄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김경욱, 김숨, 배수아, 정유정, 천명관, 함정임, 해이수 등 소설가 7명과 김선우, 문태준, 박상순, 박정대, 안현미, 이수명, 하재연 등 시인 7명이 참석한다. 주요 행사인 ‘작가들의 수다’(26~30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1층)에서는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가 함께 짝을 이뤄 서로의 작품과 행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김숨은 최근 백신애문학상에 이어 신동엽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조선족 작가 금희와 곁을 나눈다. 미국 문단에서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데이비드 밴은 천명관 작가와 동행한다. 정유정은 콜롬비아의 작가이자 언어학자, 외교관, 칼럼니스트인 산티아고 감보아와, 김경욱은 대만의 향토 문학을 계승하는 퉁 웨이거와 마주 앉는다. 같은 기간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는 작가 작품을 소재로 한 그림자극, 인형극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참가를 원하면 예스24,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서 신청하면 된다. 당일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02)6919-7721~22.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수요 종로, 문학이 가득

    수요 종로, 문학이 가득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문학의 향기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서울 종로구는 27일부터 오는 10월까지 ‘원데이 종로 문학산책’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하고 종로문화재단 등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펼쳐진다. 이날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문학 탐방 ▲시인들의 릴레이 문학 강연 ▲야외 공연 등을 연다. 문학탐방은 현대 문인들의 활동지였던 종로 서부지역 곳곳을 시민들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종로 모더니즘의 발견’과 ‘종로 문학로드’ 2개의 코스로 나뉜다. 릴레이 문학 강연은 청운 문학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추천하는 시인들의 강연으로 첫 만남에서는 김용택 시인이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정호승, 백승수, 나희덕, 장석남, 안도현, 문태준 등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강연이 기다리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진행되는 야외 공연에는 서영은, 안치환 등 가수들이 아름다운 노래로 문학의 밤을 장식한다. 동시에 구와 종로문화재단은 오는 6월까지 청운 문학도서관과 윤동주 문학관에서 ‘마음의 시 한 편’ 코너를 진행한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 창작과 낭송교육 프로그램이다. 올 하반기에는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윤동주 문학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많은 시민들이 메마른 삶을 문학과 예술의 향기로 적시길 바란다”면서 “‘지붕 없는 박물관’인 종로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종로, 문학의 향기가 감싸다

    종로, 문학의 향기가 감싸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문학의 향기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서울 종로구는 27일부터 오는 10월까지 ‘원데이 종로 문학산책’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하고 종로문화재단 등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펼쳐진다. 이날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문학 탐방 ?시인들의 릴레이 문학 강연 ?야외 공연 등을 연다. 문학탐방은 현대 문인들의 활동지였던 종로 서부지역 곳곳을 시민들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종로 모더니즘의 발견’과 ‘종로 문학로드’ 2개의 코스로 나뉜다. 릴레이 문학 강연은 청운 문학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추천하는 시인들의 강연으로 첫 만남에는 김용택 시인이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정호승, 백승수, 나희덕, 장석남, 안도현, 문태준 등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강연이 기다리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진행되는 야외 공연에는 서영은, 안치환 등 가수들이 아름다운 노래로 문학의 밤을 장식한다. 동시에 구와 종로문화재단은 오는 6월까지 청운 문학도서관과 윤동주 문학관에서 ‘마음의 시 한편’ 코너를 진행한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 창작과 낭송교육 프로그램이다. 올 하반기에는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윤동주 문학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많은 시민들이 메마른 삶을 문학과 예술의 향기로 적시길 바란다”면서 “‘지붕 없는 박물관’인 종로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숨은 지역 작가 찾아 나선 전북 문인 20명

    숨은 지역 작가 찾아 나선 전북 문인 20명

    ‘큰 어른’ 정양 시인의 ‘헛디디며… ’ 출간 중앙 집중화 문제는 문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 출판사는 시장 진입이 어려워 사라지기 일쑤고 지역 문인들은 작품을 내고 싶어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전북 출신 문인 20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문학의 다양성’, ‘지역 출판의 지속성’을 기치로 내건 출판사를 세운 이유다. 김용택·안도현·유강희 시인, 이병천 소설가 등이 500만원씩 1억원을 만들어 지난 1일 설립한 전북 전주의 모악출판사다. 모악은 첫 책으로 정양(오른쪽 74·우석대 명예교수) 시인의 새 시집 ‘헛디디며 헛짚으며’(아래)를 펴냈다. 손택수·박성우 시인과 함께 모악시인선 기획위원을 맡은 문태준 시인은 “지역 문학인들이 나서 출판사를 세워 잠재력 있는 작가를 발굴한다는 것 자체가 새롭고 특별한 시도”라며 “좋은 작품을 갖고 있지만 기존 출판사와 관계를 맺지 못해 책을 내지 못했던 문인들과 독자들을 가까이 이어 주는 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모악시인선의 첫 주인공인 정양 시인은 전북 지역 문인들에겐 ‘큰 어른’ 같은 존재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한국작가회의의 후배 작가들이 마련한 ‘아름다운 작가상’(2002년), 창비가 제정한 백석문학상(2005년) 등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은 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정 시인은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요즘 후배들이 시 쓰는 거 보면 제가 굳이 시를 안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시란 게 참 그렇다. 어려운 시는 쓰기가 쉽고, 쉬운 시는 쓰기가 어렵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이없고 황당한 역주행의 시절이 어서 마감되기를 빈다”는 시인의 말에서도 읽히듯 그의 시편들은 ‘못된 짓만 못된 짓만 풀어먹는 일들이/나날이 늘어가는 세상’(잃어버린 이름)에 대한 쓸쓸한 성찰이자 뼈아픈 일침이다. ‘사실 나는 이제껏 외눈으로 살지 않았나/핏발 선 눈을 안대로 가리고 거리에 나선다/남은 눈알에 헛힘이 쏠리고/발이 헛디뎌지고 손잡이가 헛짚인다/시력이 형편없어도 무슨 구실은 했던지/외눈으로 세상을 가늠하기가 만만찮다/핏발 선 눈을 끝내 가리고/헛디디며 헛짚으며 갈 데까지 가봐야겠다’(핏발 선 눈을 가리고) 이날 자리에 참석한 안도현 시인은 “작년 문학권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국문학판 안에서도 자기반성이 있었다”며 “오로지 상업적인 목표만을 위해 출간하는 출판사 행태에 대한 반성,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시인도 “수호지에서 의로운 호걸들이 양산박에 모여들었듯 좋은 글쟁이들이 모악출판사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모악은 시, 소설은 물론 인문서도 꾸준히 펴낼 계획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목마른 혀에 닿은 샘물처럼… 신달자 감성포토 에세이 출간

    목마른 혀에 닿은 샘물처럼… 신달자 감성포토 에세이 출간

    소담한 눈꽃의 언어로 삶을 노래하는 신달자(72) 시인이 인생에서 한 번쯤 겪게 되는 상처와 아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잔잔한 시선으로 풀어낸 산문집을 냈다. ‘신달자 감성 포토 에세이’(문학사상)다. 시인은 “그때그때의 생각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쓴 우리네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작은 동네를 산책하듯 찬란하지 않지만 소소하게 빛나는 우리의 일상들과 그 일상에서 마주한 이야기 15편이 64장의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지”,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등 쉼표 없이 살아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특히 “너 혼자인 시간이 언제더라. 너 혼자 있어 본 적 있어. 너에게 그런 시간이 있기는 있었던 것일까”라고 물으며 우리에게 혼자 있어 보라고 권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혼자 마주하게 될 시간 속에서 풍요로운 일상의 풍경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모습이, 그리고 진정한 자신만의 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휴대폰도, 귀에 걸린 이어폰도 다 버리고, 아니 잠시 서랍에 넣어 두고 단지 혼자 있으면 어떨까. 어쩌면 그렇게 혼자 있는 일이 갑작스럽고 어렵겠지만, 그러한 시간을 통해서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다.’(57쪽) 시인은 “이 책의 어떤 페이지를 펴도 목마른 혀에 한 방울의 샘물 같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호승 시인은 “이 에세이는 사랑의 순간 그리고 인생을 향한 깨달음들이 봄의 실내악처럼 따뜻하게 기록돼 있다”고 평했다. 문태준 시인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실감했다. 마음이 재기하는 것을 봤다. 나만 외롭고 고통받고 실패하고 이별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거듭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색채 추상에 담다 우리네 남쪽 바다

    색채 추상에 담다 우리네 남쪽 바다

    코발트블루색 바다가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난다. 새벽 바다에서 돌아와 옹기종기 모여서 쉬고 있는 고기잡이 배들을 섬들이 푸근한 미소로 감싸고 있다. 전혁림(1915~2010) 화백이 화폭에 담은 통영 앞바다의 모습이다. 아흔여섯의 나이로 떠날 때까지 전 화백은 고향 통영의 향토적 이미지를 오방색을 기조로 한 동양적 우주관으로 담아냈다. ‘색채 추상의 마술사’, ‘한국의 피카소’, ‘바다의 화가’로 불리는 전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회고전이 경기도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백년의 꿈’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독특한 색감의 추상으로 통영의 바다풍경을 담은 대형 작품을 비롯해 목기, 보자기, 나무오리 등의 기물에 그린 색면 추상작품 등 70여년간 작업한 작품 300여점이 선보인다. 전 화백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으며 통영과 부산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회갑을 맞은 1975년에야 서울에서 ‘데뷔’한 그는 2002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의 주인공이 됐으며 2010년에는 아들 전영근 화가와 전시를 열었다. 그의 작품은 바다와 고기잡이배, 기러기 등 향토색이 짙은 소재를 청, 적, 황, 백, 흑 등 오방색을 자유롭게 활용해 대담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1970년대에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짜인 구상 작품을 주로 그리던 그는 1980~1990년대 과감한 색채의 추상작품을 발표했다. 2000년대 초반 그의 작품은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아 다양한 색면에 달과 해, 파도 등의 이미지가 코발트블루와 핑크, 베이지 등 밝은 화면에 나타난다. 이영미술관의 김이환(80) 관장은 “자유로운 예술혼이 발휘된 추상적인 작품에서도 완벽한 구성력을 보일 정도로 천재성이 있는 화가였다. 추상적 구성에 나타나는 향토성과 풍부한 색채감은 통영을 넘어 가장 보편적인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전 화백과 생전에 20년 넘게 교류하며 후원한 인연으로 그의 작품을 대량 소장하고 있는 김 관장은 2001년 개관한 미술관에서 2002년 88세, 2003년 미수 기념전에 이어 2005년 ‘90, 아직은 젊다‘ 전을 열었다. 김 관장은 “2004년 박생광 화백 100주년 기념전을 연데 이어 올해 전혁림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열게 됐다”며 기념전시 외에도 종합화집과 자료집, 작품세계에 대한 세미나, 어린이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전시장 1층에선 전 화백의 작품 중 ‘기둥사이로 보이는 한려수도’(2005), ‘통영항’(2005) 등 1000호 이상의 대작 3점과 1050개 목기에 유화로 표현한 대표작 ‘새만다라’를 선보인다. 화백은 생전에 “내 그림 속에는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이영도 시인의 시상이 들어 있고 그들의 시 속에 내 그림이 살아 있다”고 되뇌이곤 했다. 문인을 포함해 문화예술인과 교류한 전 화백의 인연을 기리는 ‘화시전’(畵詩展)이 2층에 마련됐다. 김후란, 정진규, 정현종, 이근배, 송수권, 유안진, 오세영, 신달자, 나태주, 강은교, 윤후명, 곽효환, 문태준 등 그와 생전에 인연을 맺었던 시인 30명이 화백의 작품을 보고 쓴 시를 자필로 적어 그림 사진 옆에 걸었고, 화시집도 출간됐다. 전시장 3층은 한국식 색면 추상회화, 반추상회화 작품으로 구성됐다. 화백의 작품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기, 도자 회화는 이영미술관 내 신영숙컬렉션 박물관에서 공개한다. 미공개 작품을 포함해 170여점이 넘는 목기과 도자 회화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는 올 연말까지. (031)213-8223.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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