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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북한은 러에 무기 주는데, 한국은 거절”…‘기대 격차’ 어쩌나 [배틀라인]

    우크라 “북한은 러에 무기 주는데, 한국은 거절”…‘기대 격차’ 어쩌나 [배틀라인]

    우크라이나 주요 매체들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와 방공체계 지원을 ‘거부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 우크린포름은 ‘한국,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 거부’(South Korea refuses to supply weapons to Ukraine)​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앞서 11일 키이우포스트는 기사에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데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거부한다’(North Korea Arms Russia, South Korea Says No to Ukraine Weapons)’고 제목을 달았다. 같은 날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도 ‘한국, 우크라이나에 무기·방공체계 공급 배제’(South Korea rules out supplying Ukraine with weapons and air defence systems)​라고 보도했다. 우크린포름과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코리아타임스를 출처로 밝혔고 키이우포스트도 같은 보도를 인용했다. 코리아타임스에 실린 기사는 연합뉴스 보도였다. 같은 외교부 답변이 우크라이나 매체에서 refuse(거부), Says No(거절), rules out(지원 배제)이라는 한층 단호한 제목으로 옮겨졌다. 외교부는 ‘거부’라 안 했다…원보도도 “기존 입장 재확인”우크라이나 매체들이 인용한 외교부의 실제 답변은 이보다 신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의 방공체계 지원을 희망하며 양국 외교관들이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의 각국에 대한 방산물자 제공은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외교채널 협의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인프라·보건의료·교육 등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고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적·비군사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살상무기 직접지원은 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서는 “우리의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군의 참전을 한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으로 연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기존 입장 유지’가 우크라선 왜 ‘No’가 됐을까 그러나 우크라이나 매체는 북한군의 참전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로 상정하고 있다. 키이우포스트는 제목에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지원과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자제를 직접 대비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미사일을 제공하고 전쟁을 통해 현대전 경험까지 쌓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한국은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지원을 비난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논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자포리자 야간 공습에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사용돼 6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고 주장한 뒤 불거졌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공개 요청한 뒤에도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는 점을 ‘거부’로 확대해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부족이 영향을 미쳤다. 키이우포스트의 경우 이번 보도에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이 늘어나는 가운데 패트리엇 요격탄이 부족한 점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에는 한국 정부가 어떤 외교적 표현을 썼는지보다 실제 방공체계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무기 지원’ 커지는 기대 격차, 한·우크라 협력 변수로정부가 내놓은 답변은 새로운 ‘거부 선언’이 아닌 기존 정책의 재확인이었다. 정부는 향후 방공체계 지원 가능성까지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았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러 군사협력 대응과 재건·안보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등 접촉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한국과 인도·재건을 넘어 안보협력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무기지원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대와 한국의 신중론 사이 간극이 계속될 경우, 양국 간 협력 확대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 젤렌스키 “한국도 위험”…그럼 ‘천궁’ 주면 안전해지나? [권윤희의 월드뷰]

    젤렌스키 “한국도 위험”…그럼 ‘천궁’ 주면 안전해지나?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우크라이나 방공을 강화하면 북한산 미사일의 공격 효과를 낮추고 북한이 실전에서 얻는 군사적 이익을 줄일 수 있지만, 천궁-Ⅱ 등 한국군 현역 방공전력을 빼내면 한반도 대비태세가 약화돼 오히려 한국 안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딜’은 완제품 드론보다 북한군의 실전 전술과 북한산 미사일 운용자료, 대드론·전자전 교전 데이터와 공동개발·생산 경험까지 확보할 수 있을 때 한국의 대북 방어에 더 큰 가치가 있다.● 한국은 현역 핵심 방공전력의 직접 차출을 피하고 신규·증산 물량이나 대드론·전자전 분야부터 협력을 검토하되, 북한 특화 정보의 정례 공유와 공동개발을 지원에 상응하는 실익으로 확보하고 러시아의 추가 대북 군사협력 가능성까지 따져 범위를 정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과 병력이 더 많이 사용되고, 그들이 결함과 허점을 더 많이 보완할수록 일본과 한국, 필리핀 등 역내 국가들이 앞으로 마주할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참전과 북한산 무기의 실전 투입을 한국 안보 문제와 다시 연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증원 없이는 전쟁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군 추가 배치를 준비하고 북한에서 탄도미사일도 추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 병력과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더 많이 사용될수록 전투 경험이 쌓이고 무기의 약점도 보완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그는 지난 8일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하면서 ‘드론 딜’ 등 다른 국방 분야에서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방공체계 지원과 드론 협력을 맞바꾸는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11일에는 우크라이나가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동원한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의 방공을 지원하면 북한이 얻는 군사적 이익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지, 우크라이나가 축적한 드론 기술과 전장 경험이 한국의 방공자산 지원에 상응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① “北이 한국 위협”…젤렌스키, 다시 방공망 요구 - 3만~5만명 추가 파병 주장…요격탄 부족한 우크라, 한국 지원도 절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3만~5만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보 출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2024년부터 약 1만 4000~1만 5000명의 병력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보냈고 탄도미사일과 포탄도 공급해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 미사일 부대가 러시아 서부 보로네시에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의 실전 경험을 한국 안보와 연결하며 거듭 지원을 요청하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부족이 있다. 그는 올해 동맹국에서 받은 방공 요격미사일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북한 위협에 대한 경고에는 한국의 지원을 끌어내야 하는 우크라이나의 이해관계도 담겨 있다. 그러나 북한군과 북한산 무기가 전장에서 실제로 무엇을 얻고 있는지를 보면 이를 지원 요청용 수사로만 보기도 어렵다. ② 北은 뭘 배우나…한반도 전쟁도 달라질 수 있다 - 드론·포병·전자전·분산은폐 실전 경험…장사정포·미사일 운용에도 영향 한미 군 당국도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을 새로운 안보 변수로 보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실시되는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앞두고 주한미군 측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얻어 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연습에도 드론과 GPS 교란, 사이버 등 최근 전장에서 나타난 위협이 반영된다. 북한군은 드론이 상시 감시하는 상황에서 병력을 분산·은폐하고 정찰자산과 포병을 연결하며, 전자전 환경에서 지휘·통신을 유지하는 방법을 실전에서 익힐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북한군 전술에 반영되면 한반도에서의 위협도 달라질 수 있다. 드론 정찰과 포병 운용이 정교해질 경우 장사정포·방사포의 표적 획득과 피해평가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 FPV(1인칭시점)·자폭드론과 전자전 경험은 지휘소·레이더·방공진지 같은 고가치 표적에 대한 저비용 공격과 GPS·통신 교란을 결합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분산·은폐 전술은 한미 감시정찰과 정밀타격에 대한 북한군의 생존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산 탄도미사일도 실전에서 반복 사용되고 있다. 실전 운용 결과는 비행 신뢰성과 오차, 실패 원인, 방공망과의 교전 성능을 점검할 자료가 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과거 북한산 미사일의 정확도가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구성과 작전환경이 다르다. 우크라이나의 경험을 그대로 한반도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북한군이 현대전 전술을 익히고 북한산 무기가 실전 데이터를 쌓는 것은 한국에도 새로운 군사적 부담이다. ③ 그럼 우크라를 지키면 한국도 안전해질까 - 北 전장학습 막자는 우크라…한국은 같은 위협 때문에 방공전력 더 필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해 북한산 미사일의 공격 효과를 낮추면 북한이 실전에서 얻는 군사적 이익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무기를 시험하고 전쟁 경험을 쌓으려는 유인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계산은 다를 수 있다. 북한군의 전투력이 높아지고 북한산 미사일의 성능과 운용능력이 개선된다면 한국은 오히려 더 많은 방공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방공무기를 지원한다고 북한군의 전장학습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북한산 미사일의 공격 성공률을 얼마나 낮추고 러시아군의 소모와 비용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가 지원 효과를 판단할 기준이다. 한국 방공자산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패트리엇 요격탄 수요가 동시에 늘었고, 주한미군 패트리엇 일부를 이란전 지원에 재배치하는 문제까지 한미 군 당국이 논의했다. 미국의 방공 여력이 줄면 한국군 자체 방공전력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지원할 무기의 종류에 따라 부담도 다르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상대하는 고성능 요격체계·요격탄과 저고도 드론 대응수단은 한반도에서의 희소성과 대체 가능성이 다르다. 한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줄일 수 있는 북한의 미래 위협과 그 과정에서 생길 전력 공백을 함께 따져야 한다. ④ ‘드론 딜’, 방공망 내줄 만큼 값어치 있나 - 드론 몇 대론 부족…北군 전술·미사일 실전자료가 한국엔 더 큰 자산 우크라이나는 4년 넘게 드론전을 치르며 생산·운용과 대드론 대응 경험을 쌓았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와 완제품 구매를 넘어 드론 공동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따져야 할 것은 지원할 방공자산에 상응하는 정보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완제품 드론 몇 종만 받는다면 반대급부는 제한적이다. 기술 변화도 빠르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평시 훈련으로 얻기 어려운 전술·기법·절차(TTP)와 실전 교전자료, 특히 북한군과 북한산 무기를 실제로 상대하며 확보한 정보다. 우크라이나가 파악한 북한군의 지휘·통제와 소부대 전술, 북한산 탄도미사일의 잔해·실패·운용자료가 대표적이다.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운용하거나 상대해본 드론·전자전 전술과 대드론 교전결과도 활용 가치가 있다. 어떤 탐지·재밍·요격수단이 효과를 냈는지와 비용·실패율을 파악하면 한국군의 대드론 방어체계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저가형 드론은 전자전·기관포·요격드론 등 상대적으로 값싼 수단으로 막고 고성능 요격탄은 탄도미사일 같은 고위협 표적에 집중하는 다층방공 체계를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나토 정보자산에서 나온 기밀은 별도의 정보공유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드론 몇 대가 아니라 북한군과 북한산 무기의 ‘전장 사용설명서’에 가까운 실전자료다. 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핵심 방공자산을 지원해 얻을 실익도 낮아진다. ⑤ 법이 막나, 정책이 막나…러시아 대응도 변수 - 법보다 정부 정책이 큰 문턱…러 대북 군사협력 확대 가능성도 부담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쟁 중인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법은 없어, 가장 큰 문턱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한반도 전력 소요다. 정책을 바꾸더라도 방공체계를 바로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 생산품은 방위사업법에 따른 수출허가와 최종사용자·전용 위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외국 기술·부품이 들어간 장비는 원천국의 재수출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 한국군이 운용 중인 장비를 넘길 경우에는 별도의 군수품 양도 절차와 전력 공백 문제도 따져야 한다. 러시아 변수도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제공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다. 한국 정부는 2024년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대가로 대공미사일과 방공장비를 제공하고 경제·기술 지원도 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직접 무기지원에 대응해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한 군사기술 지원을 더 확대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의 안보상 편익이 상쇄될 수 있다. 한국에는 지원 효과뿐 아니라 러시아의 대응까지 함께 계산해야 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⑥ 지원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올 것인가 - 현역 핵심 방공망은 지키고 증산·백필…北 특화정보·공동개발 받아야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확대하더라도 현재 KAMD 임무에 필요한 고성능 방공포대와 핵심 요격탄을 먼저 차출하는 방식은 피할 필요가 있다. 북한 위협이 커지고 미국의 방공 여력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군 방어능력을 먼저 낮추는 것은 부담이 크다. 가능한 지원 방식은 한반도 전력 공백 수준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대드론 탐지·전자전·저고도 대응장비와 정비·훈련 등 한국군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분야가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성능 방공체계는 한국군 소요와 비축량을 충족한 뒤 신규·증산 물량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제3국이 보유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한국이 신규 생산품으로 해당 국가의 전력을 보충하는 ‘백필’(backfill) 방식도 가능한 선택지다. 방공체계는 장비를 넘긴 뒤에도 교육·정비·부품과 지속적인 요격탄 공급이 필요하다. 한국군의 전력화 일정과 비축량을 지키면서 수년간 후속군수지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반대급부로는 앞서 언급한 북한군·북한산 무기 실전자료의 정례 공유와 대드론·전자전 공동시험, 관련 장비의 공동개발·생산을 묶을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실전을 배우는 만큼 한국도 우크라이나가 확보한 북한군·북한산 무기 자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역 방공망의 공백을 만들지 않으면서 이런 정보와 공동개발 기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협력 범위를 정할 기준이 된다.
  • 젤렌스키 “한국, 거래하자…북한인 5만명 몰려온다” 원하는 게 뭘까? 이제 한국은? [권윤희의 월드뷰]

    젤렌스키 “한국, 거래하자…북한인 5만명 몰려온다” 원하는 게 뭘까? 이제 한국은?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러시아가 북한군 3만명 추가 파병을 원한다”던 젤렌스키는 “북한인 최대 5만명 배치 결정”으로 표현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드론전 경험을 대가로 한국에 방공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발언은 국내에서는 경쟁자 부상 속 전시 결집 효과를 내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위협을 부각해 한국의 방공체계 지원을 끌어내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기여 압박이 커지면서, 남북관계와 한러관계, K방산과 유럽 시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한국의 전략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인 3만∼5만명의 러시아 영토 배치가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국 공동 뉴스방송 ‘유나이티드 뉴스’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수백명, 이후에는 수천명을 이야기했지만 이제 북한인 3만∼5만명이 러시아 영토에 있도록 하기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지난번 “병력”(Troops)이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인”(North Koreans) 표현을 썼으며, 배치 인원 성격이 전투병인지 지원인력인지,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그는 지난달 “러시아가 북한에서 추가 병력 3만명을 받기를 원한다”며 “6월부터 러시아 보로네시주에서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북한 미사일 운용인력 약 90명이 보로네시주에 배치되기 시작했으며 북한산 탄도미사일 40발이 반입됐다고 주장했다. 최종적으로 발사대 6기와 미사일 최대 120발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경쟁자 약진 조사 다음 날 방송…전시 결집북러 군사협력에 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내적으로는 전시 결집과 대항마 견제,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서방의 방공 지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나이티드 뉴스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방송사들이 공동 운영하는 국내용 전시 뉴스 플랫폼이다. 이번 인터뷰는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와 키릴로 부다노우 전 국방정보총국장 등 잠재적 경쟁자들의 약진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가 공개된 다음 날 방송됐다. 레이팅 그룹에 따르면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예상 후보별 신뢰도는 잘루즈니 68%, 부다노우 62%, 젤렌스키 59%,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 58%로 나타났다. 별도 조사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세 사람과의 가상 결선에서 모두 뒤졌다. 외부 위협을 부각하면 그를 잠재적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이 아닌 전시 최고지도자로 다시 부각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그가 지난달 북한군 3만명 추가 파병 가능성을 거론한 이후 페도로우 장관 해임에 반대하는 시위는 헤드라인에서 한 단계 내려왔다. “드론 경험 공유할테니, 한국 방공 지원해달라”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 카드를 지속해 내미는 것은 한국과 서방의 무기·제재 결정을 압박하는 정보외교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쌓은 현대전 경험과 각종 군사적 수단이 태평양 위기 때 아시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드론 실전 경험과 기술 공유, 공동생산 등을 포괄하는 장기 방산협력 구상인 ‘드론 딜’을 제안했다. 한국의 방공 지원에 맞춰 우크라이나도 드론 분야의 기술·전장 경험·생산 역량을 제공하는 상호 방산협력 패키지를 추진할 준비가 있다는 뜻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외교당국이 접촉하고 있다고도 했는데, 구체적인 의제와 논의 단계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법·제도적 제약으로 무기 지원 확대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에는 헌법상 법적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유예 조치(모라토리엄) 등을 검토해 줄 것을 제안했다. 북한군 포로·DMZ·1억달러 이어 방공·드론 거론최근 우크라이나는 방공망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일과 8일에는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30발을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 올해 동맹국에서 받은 요격미사일도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패트리엇용 방공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일본과의 협력도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미국의 승인 아래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 역량을 보유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과의 협력을 모색했지만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 등으로 관련 논의가 불확실해졌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한국과의 방산 협력 확대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 북한군 포로 문제에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6월 방한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DMZ와 우크라이나 전선이 연결됐다고 주장하며 한국에 드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호혜적 안보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7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1억 달러(약 1500억원) 규모 비군사 지원과 북한군 포로 문제가 함께 논의됐다. 우크라이나의 대한국 의제가 포로·재건에서 방공·드론 등 안보·방산 분야로 넓어진 흐름이 읽힌다. 러, 북한서 병력·무기 받고 한국엔 불개입 요구러시아의 요구는 정반대다. 러시아는 북한에서 병력과 포탄, 탄도미사일을 받으면서 한국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말라고 압박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과 관계 회복을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한국의 대러 제재 동참과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불개입을 원하고, 우크라이나는 북한의 참전을 근거로 한국의 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북러 협력 심화, 커지는 한국의 전략적 부담북러 군사협력 심화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기여와 책임 요구가 커지면서, 우리가 치러야 할 전략적 비용의 성격과 규모는 점차 확대돼왔다. 정부는 그동안 시간을 버는 전략을 택해왔다. 미국을 경유한 포탄 간접 지원을 줄이고, 북한군 포로 이송 문제도 신중하게 다뤄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방산·안보 전략이 바뀌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은 인도적 책임을 넘어 외교·안보·방산 협력이 복합적으로 얽힌 선택지가 됐다. 특히 K-방산의 유럽 시장 진출과 함께 나토·EU·우크라는 더 많은 기여와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주장과 지원 요구는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인도·재건 지원, 군사정보·드론 협력, 무기지원을 분리하고 북러 군사협력이 확인된 수준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정해야 한다. 한국, 북한 인력 이동·KN-23 실전자료 검증해야우선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북한 인력의 수송경로와 배치지역, 임무와 러시아 지휘체계 편입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제공하는 원자료와 정보당국의 분석, 젤렌스키 정부의 정책적 주장을 구분해 한국이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 확보해야 할 핵심은 북한산 KN-23·24의 비행·탄착 자료와 유도장치, 북한군의 드론·전자전·포병 연계 전술이다. 양국 군·정보당국이 관련 자료를 상시 공유하고 교차검증하는 체계도 검토할 수 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은 본인의 자유의사와 국제인도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하고 인도지원이나 정보협력의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드론 딜’, 실전자료 공유·공동생산 조건 명시해야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드론 딜도 한국군 전력 강화로 이어질지 점검해야 한다. 완성품 구매보다 러시아의 전자전 환경에서 드론 통신을 유지하는 방법과 대량 운용 경험, 드론·포병·정찰자산 연계 및 대드론 대응 자료를 공유받는 것이 우선이다. 공동생산과 시험자료 공유, 지식재산권과 제3국 수출 조건도 명확히 해야 한다. 방공무기 지원, 패트리엇 재고·북러 기술이전 따져야방공무기 지원은 한국의 대비태세와 북러 협력 수준을 함께 따져야 한다. 한국도 북한 탄도미사일을 직접 상대하는 만큼 패트리엇·PAC-3 재고와 대체전력, 한미 간 이전 절차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직접 지원을 약속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군 추가 투입이나 북한 미사일 부대의 공격 참여, 러시아의 대북 전략기술 이전이 확인되면 방어무기 지원까지 단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러시아에도 알리고 한러 대화 채널은 대북 기술이전 억제와 충돌 관리에 활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전장정보를 확보할지, 우리의 방어태세를 해치지 않는 지원선은 어디인지 먼저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한국, 푸틴 보러 9월 러시아 갑시다”…친러·반러 넘어 ‘국익’ 따져보니 [권윤희의 월드뷰]

    “한국, 푸틴 보러 9월 러시아 갑시다”…친러·반러 넘어 ‘국익’ 따져보니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아직 구체적 검토 단계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대러 제재와 K방산의 유럽 진출은 부담이지만, 북러 밀착으로 커진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과 북극항로 등을 고려하면 한러관계를 장기간 동결하는 데도 비용이 따른다.● 관건은 EEF 참석 여부보다 대표단의 급이며, 이는 이재명 정부의 대러관계 복원 의지와 속도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 참석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정부 차원에서 EEF 참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은 한국의 참여에 부정적이지만 그것은 북한 입장이고, 우리에게는 한러관계의 독자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러 외교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아직 구체적인 검토 단계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 대통령 업무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참여 검토는) 사실 외교부의 몫”이라며 “북한과 연계를 시키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보고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대표단 파견 여부도, 참석자의 급도 모두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EEF는 9월 1~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도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EEF 본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러시아 측은 올해 행사도 푸틴 대통령의 지도 아래 열리는 극동 개발·국제협력의 핵심 무대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총리 가던 EEF…우크라전 뒤 참석자 급 낮춰한국은 2016~2019년 대통령·총리·경제부총리급을 EEF에 보냈다. 2016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2018년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2019년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22년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한국은 대러 수출통제와 국제 금융제재에 동참했고,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이후 한러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EEF 참석자의 급도 대사관 관계자 수준으로 낮아졌다. 북한의 대러 무기지원과 파병까지 본격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악화됐다. 올해 장관급 이상 대표단이 파견될 경우 우크라이나전 이후 낮아졌던 한러 간 고위급 접촉이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EF가 다자 경제포럼이라는 점은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양자 회담보다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한러 간 고위급 대화 재개의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 美 추가제재·K방산 유럽행…러시아 접근엔 부담물론 대러관계 개선을 추진하기에는 부담도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 환경은 2022년 우크라이나전 발발 직후와 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중국·러시아 문제도 동시에 다뤄야 한다. 이란전 장기화로 미국의 군사자원과 외교적 관심도 중동에 상당 부분 투입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대러 외교 여지가 크게 넓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추가 대러 제재 논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원은 지난달 말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 등을 겨냥한 추가 대러 제재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주요 구매국 등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관세 권한과 물가 영향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 처리 여부는 남아 있지만 미국의 대러 압박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이 유럽·나토와 안보·방산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무기 판매 중심의 협력을 공동연구·공동생산·공동운용으로 확대하는 ‘한·나토 방산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한국과 나토는 공동조달시장 진출의 기반이 될 조달 기본협정 협상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재무장에 나선 유럽이 K방산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른 만큼, 대러관계 복원의 속도에 따라 안보·방산 협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EEF 참석 자체가 대러 제재와 충돌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단의 급과 러시아 측 인사와의 접촉 수준에 따라 정치적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北·북극항로 얽힌 이해…러시아와 대화 끊기도 어려워반대로 러시아와의 정치적 소통을 장기간 중단하는 데도 부담이 따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국의 대러 제재 동참으로 한러관계가 멀어진 데 이어 북한의 무기지원과 파병까지 겹치면서 북남 관계도 더 악화됐다. 그러나 북러 군사협력이 깊어질수록 러시아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전보다 커졌다. 남북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는 러시아와의 정치채널까지 닫아둘 경우 대북 문제를 논의할 통로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한국이 곧바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전에서 북한의 포탄·무기·병력 지원을 받고 있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북러 협력을 축소하거나 평양을 압박할 유인은 제한적이다. 대러 소통 재개는 북한을 당장 협상장으로 끌어내기보다 막힌 대북 외교의 통로를 유지하는 데 의미가 있다. 러시아도 한국과의 관계 복원 의사를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이석배 주러 한국대사의 신임장을 받으면서 양국이 과거 실용적 접근을 통해 무역·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며 관계 복원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해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극 연안을 지나 실제 운항 과정에서 러시아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도 지난 2월 한국의 북극항로 구상은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실행하기 어렵다며 관련 협의에 응할 뜻을 밝혔다. 정부로서는 대러 제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 문제와 북극항로 등 필요한 현안에서는 러시아와의 소통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방러 여부도 변수…결국 관건은 대표단 급정부가 EEF 참석을 검토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움직임도 변수다. 푸틴 대통령은 2024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고, 지난달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에서도 고위급 교류 문제가 논의됐다. 김 위원장의 올해 EEF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을 경우 한국 대표단의 급과 일정, 러시아 측 인사와의 접촉 수준을 정하는 과정도 복잡해질 수 있다. 결국 정부가 EEF 참석을 결정한다면 관건은 대표단의 급이다. 주러대사급을 보내면 최근 수년보다 접촉 수준을 높이면서도 정치적 의미는 제한할 수 있다. 장관급이면 한러 고위급 정치대화 재개라는 의미가 커지고, 대통령 특사나 총리급 이상이면 우크라이나전 이후 대러관계 복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대러 제재 공조와 한미·한유럽 협력, 대북 소통과 북극항로 등 한러 현안에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까지 고려해 EEF 참석 여부와 대표단의 급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 “경고했지?” 격분한 러, ‘젤렌스키 고향’ 불바다로…인명피해 속출 [배틀라인]

    “경고했지?” 격분한 러, ‘젤렌스키 고향’ 불바다로…인명피해 속출 [배틀라인]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과 드론 350여개를 동원한 대규모 복합공습을 감행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공습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으로 알려진 크리비리흐,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서부 르비우까지 겨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키이우와 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7개 지역의 군 비행장과 통신시설, 물류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민가와 공동주택, 시장 등 민간시설 피해가 잇따랐다.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각 지역 당국의 발표를 종합해 러시아의 공습으로 어린이 3명 최소 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군 “미사일 74발·드론 284대 날아와”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순항·탄도미사일 등 74발과 샤헤드형을 포함한 드론 284대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사일 55발을 요격하고 드론 265대를 격추하거나 전자전으로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키이우에서는 오전 1시 18분쯤부터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오전 3시 50분쯤 두 번째 폭발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서비스에 따르면 키이우에서는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스뱌토신스키 지역의 차고와 오볼론 지역 시장에는 미사일 잔해가 떨어져 불이 났다. 키이우 외곽 브로바리에서도 주택 3채가 파손돼 어린이 1명을 포함한 5명이 다쳤다. 대규모 공격이 예고되면서 키이우 시민 수천명은 지하철역과 방공호로 대피했다. 이스칸데르-M, 크리비리흐 외곽 민가 직격가장 큰 인명피해가 확인된 곳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중부 크리비리흐다. 올렉산드르 빌쿨 크리비리흐 방위위원장은 러시아군의 탄도미사일이 크리비리흐 외곽 노보필스카 공동체의 한 마을에 있는 민가를 직격했다고 밝혔다. 공격으로 6세 소녀와 11세·17세 소년 등 어린이 3명과 성인 3명이 숨졌으며 6세와 15세 소년을 포함한 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민가 2채가 완전히 무너지고 5채가 추가로 파손됐다. 여러 곳에서 발생한 불은 진화됐지만 구조대는 잔해 아래에 주민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폴타바주에서는 창고가 공격받아 1명이 숨졌다. 물류업체 노바포슈타의 폴타바 터미널도 타격받았으나 이곳에서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폴란드 국경에서 약 70㎞ 떨어진 르비우에서는 고층 주거건물 2채가 미사일에 맞았다. 로이터는 최소 26명이 다쳤다고 전했으며, 현지 당국과 AP는 부상자가 30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구조대는 잔해에 매몰된 주민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미사일 여러 발이 서부 지역으로 향하면서 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도시들에도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러 “응분의 대가” 경고 후 우크라 공습앞서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8일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드론)가 러시아 접경지역과 러시아 점령지의 여객버스를 잇달아 공격해 민간인 24명이 다쳤다며 “응분의 대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튿날 젤렌스키 대통령은“러시아가 며칠 전부터 대규모 공격을 준비했다”며 야간 공습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하루 만에 실제 공습이 이뤄졌다. 이번 공습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우방국들에 방공체계와 요격미사일을 공급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번 공습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지원 문제를 논의한 지 이틀 만에 벌어졌다. 패트리엇은 우크라이나가 실전 운용 사실을 공개한 방공체계 가운데 이스칸데르-M 등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한 핵심 수단이다. 생산면허를 받더라도 상당한 물량을 양산하기까지 1∼5년이 걸릴 것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상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과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장기적인 생산면허와 별도로 당장 사용할 요격탄을 확보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크라 드론, 러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 타격 우크라이나도 같은 날 러시아 본토의 물류·에너지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서부 펜자에 있는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가 드론 공격을 받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1명이 다치고 직원 등 약 200명이 대피했다. 우드무르티야공화국 사라풀의 와일드베리스 물류시설에서도 드론 공격 이후 불이 났다. 러시아 국방부는 본토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 상공에서 드론 258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군수공장, 물류망을 겨냥한 종심타격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도시와 후방 기반시설을 공격하면서 양측의 장거리 미사일·드론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폴란드 F-16 출격…6분 만에 미확인 물체 놓쳐한편 폴란드군은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대응해 전투기와 조기경보기를 출격시켰다. 지상 방공체계와 레이더 정찰망도 가동 태세에 들어갔다. 군은 러시아의 공습 당시 자국 영공을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여러 발을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군과 경찰 발표에 따르면 군 당국은 오전 3시 40분 자국 영공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미확인 물체를 포착하고 F-16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물체는 6분 뒤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폴란드군은 마지막으로 포착된 지점에 Mi-24 공격헬기를 보내 루블린주 타르나바콜로니아 인근에서 추정 추락지를 찾아냈다. 경찰은 민가에서 약 2㎞ 떨어진 밭에서 지름 10m가량의 구덩이와 금속 잔해를 발견했다. 군과 경찰은 잔해를 수거해 물체의 종류와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잇단 통화 후 ‘우크라 무기지원’ 재개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잇단 통화 후 ‘우크라 무기지원’ 재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약 30발155㎜ 포탄 8500발헬파이어 미사일 142발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수십발F-16 전투기용 공대공 미사일 수십발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한다. 미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방어용 무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국가 방위 기관은 설명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주 무기 비축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었던 패트리엇 미사일 약 30발을 포함해 155㎜ 포탄 8500발과 헬파이어 미사일 142발,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및 F-16 전투기용 공대공 미사일 각각 수십발의 지원이 중단됐다. 미 국방부는 성명서에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무기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부정적이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무기 지원 재개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3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면서 “매우 불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방어를 위해서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필요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볼로디미르 젤레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 핵 시설 공격 후 무기 비축량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긴 했으나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엑스(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방공 분야에서의 기회(투자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의 영공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양 팀 간 회의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위 산업 역량과 공동 생산에 대해 자세히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는 미국과의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으며, 특히 드론과 관련 기술과 관련해 이것이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상호 구매 및 투자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미국과 다른 파트너국들과의 외교 상황 및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대폭 강화했다. 우크라이나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는 드론 약 1270대와 미사일 39발을 발사했고 폭탄 1000개를 투하했다.
  •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잇단 통화 후 ‘우크라 무기지원’ 재개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잇단 통화 후 ‘우크라 무기지원’ 재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약 30발155㎜ 포탄 8500발헬파이어 미사일 142발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수십발F-16 전투기용 공대공 미사일 수십발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한다. 미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방어용 무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국가 방위 기관은 설명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주 무기 비축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었던 패트리엇 미사일 약 30발을 포함해 155㎜ 포탄 8500발과 헬파이어 미사일 142발,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및 F-16 전투기용 공대공 미사일 각각 수십발의 지원이 중단됐다. 미 국방부는 성명서에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무기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부정적이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무기 지원 재개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3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면서 “매우 불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방어를 위해서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필요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볼로디미르 젤레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 핵 시설 공격 후 무기 비축량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긴 했으나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엑스(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방공 분야에서의 기회(투자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의 영공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양 팀 간 회의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위 산업 역량과 공동 생산에 대해 자세히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는 미국과의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으며, 특히 드론과 관련 기술과 관련해 이것이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상호 구매 및 투자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미국과 다른 파트너국들과의 외교 상황 및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대폭 강화했다. 우크라이나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는 드론 약 1270대와 미사일 39발을 발사했고 폭탄 1000개를 투하했다.
  • 푸틴 “전쟁 계속” 트럼프 “실망! 젤렌스키, 다시 지켜줄게”

    푸틴 “전쟁 계속” 트럼프 “실망! 젤렌스키, 다시 지켜줄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대공방어(방공) 지원 재개 의사를 피력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악시오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방공 지원을 하고 싶다. 보류된 부분이 있다면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국 당국자들이 만나 방공과 다른 무기 제공 문제를 논의토록 하는 데 동의했다. 해당 보도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 지원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방공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그는 밝혔다. 앞서 1일 미 국방부는 미군 무기 재고 감소 우려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속했던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목록에는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해 6번째 전화 통화에서 별다른 진전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푸틴 “전쟁목표 달성전엔 종전 안돼”트럼프, 푸틴과 통화 후 “매우 실망”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푸틴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 매우 실망했다. 그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며 “정말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올해 들어 6번째였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애초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서방의 전진기지화이자, 대러시아 안보 위협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탈군사화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퇴짜 놓자,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우크라이나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트럼프 통화 후 드론·미사일 550대 발사수도 키이우 집중 공격…폴란드 대사관도 피해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전화 통화 몇 시간 만인 3일 밤, 드론 550대와 미사일을 동원해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퍼부었다. 3일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이날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사헤드형 539대 등 드론 550대와, 탄도·순항 미사일 11기를 동원해 수도 키이우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번 러시아의 야간 공습이 2022년 전쟁 시작 후 가장 큰 규모였다고 밝혔다. 직전 최대 규모는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2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537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다. 이번 공격으로 4일 현재까지 키이우에서만 24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주우크라이나 폴란드 대사관 일부도 피해를 봤다. 젤렌스키 “러, 전쟁 지속 의지…제재 촉구”러 “정치·외교적 해결 불가능…작전 계속”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테러’를 규탄하며 대러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간 전화 통화 관련 보도와 거의 동시에 공습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다시 한번 전쟁과 테러를 끝낼 의도가 없음을 보였다. 진정한 대규모 압력(제재)이 없으면 러시아가 어리석고 파괴적인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 지속 의지를 피력했다. 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별군사작전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 트럼프·푸틴 ‘90분 담판’…부분 휴전, 젤렌스키의 선택은?

    트럼프·푸틴 ‘90분 담판’…부분 휴전, 젤렌스키의 선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약 90분간 전화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단계적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양측이 합의한 것은 ‘전면 휴전’이 아닌 ‘에너지·인프라 휴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동의를 얻어 30일간 조건 없는 전면 휴전을 제안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부분적 휴전’에는 동의했다. 이에 따라 공은 다시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즉시 군에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전면 휴전은 우크라이나의 동원과 재무장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흑해에서의 휴전 이행 및 전면 휴전에 대한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에너지 인프라 휴전’이라는 러시아의 표현과 ‘에너지 및 인프라 휴전’이라는 미국의 표현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정보 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잠시 중단했다가 재개한 지원을 다시 끊으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175명씩 포로를 교환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두 정상은 전략 무기 확산 방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백악관은 “전략 무기 확산을 최대한 넓게 통제하기 위해 다른 당사자들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을 포함한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나아지고 있는 미·러 관계 개선 문제도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에서 양국 아이스하키 선수 간 친선 경기를 개최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두 정상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한편, 이번 대화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 문제가 논의됐는지는 양측 발표문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크렘린궁도 “상세하고 솔직한 논의가 오갔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 통화는 지난달 12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성사됐다. 미국은 11일 미국-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동의를 확보한 뒤 러시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번 통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면 휴전’이 아닌 ‘부분적 휴전’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우크라이나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젤렌스키 “미국은 확실한 보증인이 돼야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에너지·인프라 휴전안에 일단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및 인프라 공격 중단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안정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로 가는 모든 제안은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이 휴전 합의를 지킨다면 우리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은 확실한 보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합의가 전면 휴전이 아닌 부분 휴전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최대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 하고 있으며, 이미 중남부 자포리자와 북동부 수미·하르키우 등지에서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러 정상 간 논의에 우크라이나가 배제돼선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없는 협상은 아무런 결과도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무엇을 제안했는지 상세히 파악한 뒤 우리의 답을 내놓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의 파트너들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군사 지원 중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두 나라는 중요한 유럽 파트너들”이라며 서방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 “美, 대우크라 정보제공 중단…기회잡은 러軍 춘계대공세 관측”

    “美, 대우크라 정보제공 중단…기회잡은 러軍 춘계대공세 관측”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이어 정보 제공까지 중단하면서 러시아군은 재정비 시간을 갖고 춘계 대공세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8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후, 미국이 군사 영역뿐만 아니라 정보 영역에 대한 지원도 중단했다고 확인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공유가 중단된 정보에는 미국산 미사일과 우크라이나산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 내부 목표물을 타격할 때 필요한 ‘표적 데이터’도 포함됐다. 미국의 정보 협력은 무기, 병력, 전술 등 모든 측면에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군에게는 필수적이었다. 미국의 정보는 ‘공격의 질’을 높여 군사 자원을 비축할 수 있게 했고, 우크라이나군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에 적응하도록 도왔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하는 표적 데이터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자리 잡은 군수시설 등을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미국산 첨단무기로 공격해왔다. 러시아는 이를 피해 군수 시설을 전선에서 수백㎞ 뒤로 옮겨야 했는데, 이는 군의 보급 흐름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최근 봄을 앞두고 러시아 본토 공격에 활용할 미국의 좌표 정보가 끊기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기세도 꺾이는 모양새다. 미국발 정보가 사라지면 러시아군의 위장, 유인, 전파방해 공작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어 공격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무기도 낭비할 수밖에 없다. CNN 방송은 조만간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백만 명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는 미국산 패트리어트 방공망인데,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이 방공망을 유지해 줄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몇주 안에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군은 이를 틈 타 공격의 고삐를 조일 수 있다. 한 우크라이나 장교는 미국의 이런 정보 제한은 “군수시설을 전선 가까이 이동하게 해 러시아의 공격 작전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롭 리 역시 “병력 강화 중인 러시아가 공격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활공폭탄 및 보병 공격을 강화할 수 있는 봄이 되면 러시아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유럽의회 “韓에 우크라 무기지원 요청해야” 결의안 채택

    유럽의회 “韓에 우크라 무기지원 요청해야” 결의안 채택

    유럽의회(EP)가 28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규탄하면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우회 촉구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본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변함없는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결의안’을 찬성 390표, 반대 135표, 기권 52표로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결의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과, 규범 기반 국제질서 내에서의 한국의 건설적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EU 및 회원국들에 “한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입장을 바꾸도록 요청(seek·공식적이고 진지한 요청)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 이후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 지원을 포함한 ‘단계적 대응’을 역설했다. 하지만 한국의 무기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의 대응 기류는 급선회 했다. “한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자”는 유럽의회 결의안은 외교안보정세 변화로 지원을 망설이는 한국의 전향적 결정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의안에는 “2024년 11월 4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1차 한·EU 전략대화와 그에 따른 EU-한국 간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환영한다. EU와 한국 간 관계 심화와 안보 및 방위에 대한 양자협력 강화를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EU 및 회원국에 ▲우크라이나 및 한국과 협력하여, 북한군의 잠재적 탈북을 장려하고 대비할 것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관해 한국과의 협력을 심화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국제형사재판소(ICC) 및 다른 사법기관과 강화된 협력을 통해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그들의 동맹국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국제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U와 국제적 파트너들이 모든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결의안이지만 EU가 공식 문건에 북한 파병의 법적 책임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조태열 외교장관도 “북한도 파병 부대의 구체 행위에 따라 국제형법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의안은 북한군 파병과 러시아의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최근의 이러한 긴장 확대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 국면이자 EU 전체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또 EU 회원국들을 향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한 이란, 벨라루스,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대한 모든 군사적 및 이중용도 지원을 중단하라”면서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EU-중국 양자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결의안은 또 북한 내 자행되는 인권 침해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 정부가 탈북 난민 강제 송환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특히 김철옥 씨를 포함한 북송 탈북 난민과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북한 내 억류자의 인권상황, 구금 조건 등을 판단하기 위한 유엔 인권 기구의 접근 보장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결의안에 포함됐다.
  • 푸틴·숄츠 2년만에 전격 통화, 협상 군불…젤렌스키 “판도라 상자 연 것”

    푸틴·숄츠 2년만에 전격 통화, 협상 군불…젤렌스키 “판도라 상자 연 것”

    ‘트럼프 귀환’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 오후(현지시간) 통화했다고 독일·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두 정상은 2022년 12월 2일 이후 2년만에 통화했지만 우크라이나 상황과 해법에 이견을 노출했다. 다만 서방 주요 국가 지도자가 전쟁 이후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며 협상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협상 군불때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주도로 통화 성사…러독 관계·에너지 문제도 논의”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한 시간가량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규탄하며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북한군 파병과 전장 투입이 분쟁을 심각하게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오후 공개된 쥐트도이체차이퉁(SZ) 인터뷰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실패했다. 전쟁 전에 말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영토를 전부 손에 넣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한편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가 독일 측 주도로 성사됐다고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상세하고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향후 합의에 대해 “러시아 안보 이익을 고려하고, 새로운 영토 현실에 기반해야 하며 무엇보다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크렘린궁은 설명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새로운 국경으로 협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크렘린궁은 러시아의 제안은 푸틴 대통령의 지난 6월 러시아 외무부 연설을 통해 이미 잘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철수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 ▲서방의 제재 해제 등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다. 크렘린궁은 이어 푸틴 대통령이 “현재 위기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반러시아 기반을 만들고 러시아의 안보 이익을 무시하며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격적인 정책을 펼친 직접적인 결과라는 점을 상기했다”고 덧붙였다. 또 협상을 중단한 쪽은 우크라이나 정권이며, 러시아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고 협상 재개에 개방적이라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와 에너지 문제, 중동 상황도 논의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독일의 비우호적인 조치로 양국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했다고 비판하고, 독일 측이 관심을 보인다면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고 크렘린궁이 설명했다. 크렘린궁은 두 정상의 보좌관들이 향후 연락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2년 전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무기지원을,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민간시설 공격을 서로 비난한 바 있다. 독일, 미국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대우크라 지원숄츠, 전쟁 후 푸틴 직접 접촉한 첫 서방지도자젤렌스키 “무의미한 협상, 푸틴이 원하던 상황”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과 연락을 거의 끊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전개한 이후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접촉한 서방 주요 국가 지도자다. 그는 러시아가 공세에 나서기 약 일주일 전에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났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대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약 2m 거리에서 대화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현실을 바로 보도록 할 기회라며 직접 접촉하겠다는 의사를 수 차례 밝혀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독일이 이번 통화를 주도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입장을 비교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 입장을 직접 알려고 하는 정치적 의지가 있었다”며 “당연히 만족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 정상의 대화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의견 차이가 꽤 컸다”면서도 “대화 사실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통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신속한 우크라이나 종전을 추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군사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국가다. 숄츠 총리는 지난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며 유럽 평화 등 현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와 트럼프 당선인도 서로 통화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상태여서 숄츠 총리와 통화로 서방 지도자와 대화에 물꼬를 튼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전격 논의할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지난 7일 전화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크렘린궁은 이를 부인했다. 숄츠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과 통화 계획을 미리 알렸으며,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다시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독일 측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두 정상의 통화에 반발했다. 서로 의견이 엇갈렸다고는 하나 푸틴 대통령의 고립만 완화하는 결과를 낳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에서 이 통화에 대해 “내 생각에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이제 (푸틴 대통령이) 다른 대화나 통화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푸틴이 오랫동안 원해온 바로 그 상황이다. 고립을 약화시키고 아무런 결과 없는 협상을 진행하는 건 (러시아로선)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중동 핵전쟁 코앞으로?…“이란 핵시설 공격” 거침없는 이스라엘 [송현서의 디테일]

    중동 핵전쟁 코앞으로?…“이란 핵시설 공격” 거침없는 이스라엘 [송현서의 디테일]

    이스라엘 내에서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차 나오면서 중동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AFP 통신의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신임 국방장관은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이란의 핵 시설이 어느 때보다 더 공격에 노출돼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무력화하고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달 초 이란이 자국 영토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달 26일 이란 군사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미국 및 국제사회의 만류에 핵 시설 공습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베냐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5일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친이스라엘 인사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란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미 대선 종료 직후 레바논과 가자지구 공세 강화온건파로 분류돼 온 요아브 전임 국방장관과 달리 카츠 신임 국방장관은 안보 사안에 있어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카츠 국방장관은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페르소나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거나, 하마스를 옹호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과거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비난한 바 있다. 강경파인 카츠 국방장관이 네타냐후 내각에 합류한 다음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 자신을 “역사상 가장 친(親)이스라엘 대통령”이라고 말했으며, 실제로 2018년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2019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 공식 인정 등 이스라엘을 위한 행보를 보였다. 국방장관이 교체되고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 강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6일 “레바논에서 전투를 계속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중이며, 여기에는 (지상) 작전의 확대와 심화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스라엘 당국은 트럼프 당선 후 가자지구 북부에 구호품 공급을 완전히 끊겠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중동 전역에서 고강도 군사 행동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일 하루 동안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 등지에 동시다발적인 폭격을 퍼부었고, 이 과정에서 약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지난 9월 30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냈던 레바논 ‘무선호출기(삐삐) 연쇄 폭발’ 공격과 관련해 2개월 가까이 침묵을 지키다 미국 대선 직후 자국의 소행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자전쟁 이후 인질 협상에 소극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네타냐후 총리의 국내 정치적 입지가 온건파 국방장관 경질 및 미국 정권교체와 맞물려 다시 탄탄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친이스라엘 대통령’ 트럼프의 입장은?현재 이스라엘의 행보로 보아 트럼프의 재선 성공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트럼프 집권 2기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당시 이스라엘에 보여준 우호적인 행보들은 ‘미국의 지출 또는 희생’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레바논에 이어 이란까지 전선을 확장한다면, ‘친이스라엘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위해 무기지원 등 상당한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꾸준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온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네타냐후의 ‘마이웨이’가 달갑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고립주의적 반전(反戰)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미군 병력 해외 투입이나 외국에 대한 무기지원을 계속하길 꺼릴 수 있다”면서 “이 점이 이스라엘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네타냐후에게는 위험요인”이라고 내다봤다. 예루살렘 소재 유대민족정책연구소의 슈무엘 로스너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2기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은 1기와는 다르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이 적들에게 힘을 마구 휘두르도록 허용할 뜻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고립주의 성향이 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자신의 개인 별장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나의 재집권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종전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트럼프 2기의 중동정책이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11일 가자 중부에 있는 누세이라트 난민촌에 공습을 퍼부었다. 누세이라트의 알-아우다 병원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20명이 사망했다”며 “일부는 난민촌 텐트 안에 있었다”고 전했다.
  • 젤렌스키의 남자, ‘무기요청서’ 들고 한국 온다…우크라 특사 우메로우 국방장관은 누구?

    젤렌스키의 남자, ‘무기요청서’ 들고 한국 온다…우크라 특사 우메로우 국방장관은 누구?

    북한군 파병 대응책 모색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파견하는 특사단 대표는 루스템 우메로우(42) 국방장관이 맡을 예정이다. 5일 KBS와 국방 관계자에 따르면 우메로우 장관은 특사 자격으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만난 KBS 취재진에 “다양한 부처와 전문가들이 특사단에 포함될 예정”이라며 “한국 측과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북 불법 군사협력 공동대응을 위한 전략적 협의를 위해 한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특사단 편에 ‘무기 요청서’를 보낼 것이며, 특히 한국의 방공망을 원한다고 한국 언론에 전한 바 있다. 중거리 방어용인 천궁(M-SAM)과 대전차 방어용인 현궁(AT-1K), 저고도 방어용인 비호복합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그는 포와 포탄을 요청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에 대해선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155㎜ 포탄 부족을 꾸준히 호소해왔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하는 우메로우 장관은 한국 모니터링단 또는 참관단 파견 협의와 함께 구체적인 무기 요청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우메로우 우크라 국방장관은 누구?젤렌스키 “추가 설명 필요 없는 인물”투자사 출신 경제통…“주요 협상가”대러 저항 앞장선 크림 타타르인 출신우크라의 ‘크림 탈환 의지’ 상징적 인물 젤렌스키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우메로우 장관은 개전 1년 6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신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인물이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국이 지원한 구호물자 배분, 징병과 조달 부문 등에서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올렉시 레즈니코우 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후임으로는 야당인 홀로스당 소속 신인 정치인 우메로우를 발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를 지명하며 “추가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라고 말하는 등 두터운 신임을 드러냈다. 우메로우는 개전 직후 전쟁포로·정치범 맞교환 협상과 점령지 민간인 대피 등에 관여했으며, 러시아와의 흑해 곡물 협상을 논의하는 대표단에도 참가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야당 의원이어도 전임 투자은행가로서 젤렌스키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그를 ‘주요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우메로우는 대러시아 저항운동에 앞장서 온 크림 타타르인 출신 첫 장관이기도 하다. 크림 타타르인은 크림반도의 원주민 격인 우크라이나 소수민족으로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이다. 13세기 전후부터 크림반도에 정착한 튀르크계 민족으로 15∼18세기 우크라이나 남부와 크림반도 일대를 지배한 크림칸국의 후예들이다. 한때 크림반도 인구 대부분이 크림 타타르인이었으나 18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에 크림칸국이 멸망한 뒤 러시아와 옛 소련 치하에서 추방과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등 탄압을 받으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옛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크림 타타르인은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된 1980년대 후반에서야 크림반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메로우 장관의 부모 역시 강제 이주에 내몰렸으며, 1982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난 우메로우 장관은 1989년에야 가족과 함께 크림반도로 귀환했다. 크림 타타르인들이 러시아에 강한 반감을 가지게 된 배경이다. 이들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도 대대적인 항의 시위를 벌이며 관련 주민투표도 보이콧했다. 이 때문에 우메로우 국방장관 지명은 크림반도를 되찾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우크라 갔던 정부대표단 귀국참관단·무기지원 논의 본격화 한편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우크라이나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정부 대표단이 4일 귀국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이끈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28∼29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와 유럽연합(EU)을 방문한 뒤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북한군 파병 상황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대표단은 우크라 측과 북한군 동향 파악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참관단 혹은 모니터링단 등을 파견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표단이 보고하는 내용을 토대로 모니터링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북러 군사협력에 관한 정보수집 및 전훈 분석, 북한군 포로 합동 신문 참여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우메로우 장관은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며, 한국 측이 준비되면 방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 시기는 최소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가 될 전망이다.
  •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 수업시간에 “부지런한 유대인, 게으른 아랍인” 이야기를 듣는 건 흔한 일이었다. 유대인은 똑똑하고 단결력이 좋다, 아랍인들의 탄압과 침입을 막아내고 있다, 우리도 유대인들을 배워야 한다. 그런 게 말 그대로 상식이었다. 전쟁이 났을 때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세계에서 이스라엘로 몰려드는 반면 아랍 국가들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공항으로 몰려들었다는 ‘어디선가 누군가가 했다는 이야기’는 약방에 감초로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서 사는데, 유대인들은 ‘키부츠’라는 협동농장에서 힘을 합쳐 사막을 옥토로 바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글이 중학교 교재에 실려 있었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이스라엘은 부지런해서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아랍인들은 게을러서 황무지에서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읽은 어떤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이스라엘 농부들이 활짝 웃으며 농사짓는 사진에 등장하는 키부츠는 원래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았던 곳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막 먼지 날리는 황무지에서 사는 건 올리브나무를 가꾸고 농사를 짓던 고향에서 쫓겨났기 때문이었다. 그 얘기가 그렇게나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최대도시인 헤브론 검문소에 ‘붉은 늑대’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를 ‘자동화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문소에 설치한 카메라 수십대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얼굴을 스캔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통과시킬지 여부를 통보해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가자지구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됐다. 게다가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투에선 CCTV, 드론, 위성으로 수집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공습표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이런 방식 덕분에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서 자라난 군수산업<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킨 방위산업과 보안산업을 이용해 돈벌이를 해온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홀로코스트 산업>을 비롯해 <만들어진 유대인>, <이스라엘에 대한 열가지 신화> 등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벌이는 악행을 비판하는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두 저자가 유대인이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을 쓴 앤터니 로엔스턴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자유로운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란 “무신론자 유대인(15~16쪽)”이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1939년 나치를 피해 난민 신세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했다고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이스라엘을 조국으로 느끼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점차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공공연한 인종주의와 이스라엘의 모든 행동에 대한 반사적인 지지가 불편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를 “광신적 종교집단 같았다”고 표현했다(15쪽). 저자는 이스라엘 점령체제의 본질이란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베첼렘이 2021년에 낸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아파르트헤이트”에 다름아니라고 규정한다(17쪽). 이런 주장을 들으면 이스라엘 정부는 십중팔구 ‘반유대주의’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실험실>에는 이스라엘의 솔직한 속내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현재 이스라엘 집권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정치인인 이스라엘 카츠는 2022년 5월 의회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나는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나부끼는 아랍 학생들에게 경고했습니다. 1948년을 기억하라. 우리의 독립전쟁과 너희의 나크바를 기억하라. 밧줄을 너무 팽팽히 잡아당기지 마라(290~291쪽).” 리쿠드당과 함께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독실한 시온주의당’ 지도자이자 네타냐후 총리의 협력자인 국회의원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2021년 10월 아랍계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야. (이스라엘 건국 총리) 벤구리온이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1948년에 당신들을 몰아내지 않았기 때문이지(106쪽).” 두 사람은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켰다. 나크바란 아랍어로 재앙이라는 뜻이다. 1948년에 일어났다. 이스라엘 민병대 등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인구 190만명 가운데 75만명이 강제로 쫓겨나 난민이 되었고, 531개 마을이 파괴되고 1만5000명이 살해됐다. 그러므로 두 정치인의 발언은 마치 일본 국회의원이 재일동포들에게 ‘관동대지진 같은 꼴 다시 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는 게 신상에 좋을거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 이스라엘이 건국됐다. 그런 바탕 위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추방하고 총을 겨누고 있다고 지적한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감시하고 추방하고 탄압하는 기법이 발전하다 못해 어느덧 이스라엘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한 산업이 돼 버렸다고 폭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뿌리는이스라엘 감시산업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안면인식기술, 드론을 활용하고 휴대전화를 감청하는 등 각종 첨단 감시장비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살해 논란이 계속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10번째로 방위산업 수출로 많은 돈을 버는 국가라는 것도 중요하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뉴욕타임스 예루살렘 지국장으로 일했던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스라엘 경제는 어떻게 해외 무기 판매에 중독되었는가’라는 특집 기사에서 밝혔듯이, “이스라엘 사업가들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기상이다(49쪽).” 방위산업과 감시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현장 실습장이 팔레스타인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실전에서 시험을 거쳤다고 홍보하는 무기란 결국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저항을 차단하고, 사위를 진압하며,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공격하는 데 사용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의 독보적인 홍보 포인트(21쪽)”가 돼 버렸다.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국가’이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고 치켜세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의 군복무 경험이 사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정보부대 8200에서 제대한 43명이 2014년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참모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군사 통치를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과 감시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 수집, 저장되는 정보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칩니다. 정치적 박해를 위해, 그리고 협력자를 선별하고 팔레스타인 사회의 집단끼리 대립하게 함으로써 사회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정보가 사용됩니다(130~131쪽).” 이스라엘 정보부대 8200 소속 한 내부고발자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의 모든 전화 통화를 들을 수 있다며 이렇게 증언했다. “동성애자를 찾아내어 친척들에게 알리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고, 바람피우는 남자를 발견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한테 접촉해서 협력의 댓가로 빚을 갚을 돈을 주겠다고 하면 됩니다(132쪽).”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이 고발하는 ‘추악한 거래’칠레에서 살다가 1973년 군부 쿠데타 이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망명한 다니엘 실버만이란 사람이 있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불법체포돼 감옥에 끌려갔다. 결국 아버지는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고통받는 유대인들을 받아준 고마운 조국이었을까. 실버만은 어른이 되어서야 이스라엘이 칠레 군부에 상당한 무기지원을 하고 군경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등 긴밀한 교류를 했음을 알게 됐다. 이스라엘이 가르친 고문기법으로 아버지가 죽은 셈이다. 저자는 칠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파나마, 스리랑카, 미얀마, 르완다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추악한 거래’ 사례를 상세히 들려준다. 악명높은 독재자들이 이스라엘의 주요 고객 명단으로 등장한다. 피노체트(칠레), 차우셰스쿠(루마니아) 뿐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5년에 이스라엘 의회 대외관계위원장을 지냈던 요하나 라마티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털어놓은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도우려 하지 않는 유일한 정부 체제가 있다면 그건 반미 국가일 것입니다(65쪽).”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워싱턴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종종 미국이 공개적인 지원보다는 은밀한 지지를 선호한 지역에서 활동했다. 가령 이스라엘은 냉전 시기에 미국 의회가 미국 기관들의 공식적인 활동을 봉쇄한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의 경찰을 지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까지도 콜롬비아의 암살대를 훈련 무장시켰다(52쪽).”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거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옛날 신문을 조금만 찾아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나 서안지구에 군대를 보내고 폭격을 하는 뉴스는 수십년간 되풀이된 연례행사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때마다 이스라엘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테러리스트에 맞서 고향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어쨌든 꽤 잘 먹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덧 시대는 변하고 있다. 국제사회 여론은 갈수록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여론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 정부 정책까지 바꾸진 못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가진 ‘신뢰자본’이 갈수록 고갈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수십년 전 한국 사회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유대인’ 신화가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이스라엘과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사람들이 대체로 괴랄하다는 취급을 받는 것만 봐도 변화는 분명해 보인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히 격리시키고 이스라엘을 유대인 순혈주의 국가로 바꿔 버리는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하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함께 사는 ‘한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악행이 자칫 홀로코스트 피해자라는 역사적 정당성마저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많은 나라에서 유대 국가에 대한 여론이 꾸준히 돌어서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행동과 방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불가촉천민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296쪽).”
  • 이참에 탈북? “北, ‘처형조’ 저격수 딸려보냈다”…포섭 난관 예상

    이참에 탈북? “北, ‘처형조’ 저격수 딸려보냈다”…포섭 난관 예상

    북한이 러시아 파견 병력에 ‘처형조’도 딸려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 익명의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파견 병력 단위별로 처형조를 편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식통은 “처형조는 탈영, 투항, 망명 시도 병력을 즉시 제거하는 임무를 띠고 러시아로 향했으며, 여기에는 이탈 병력을 사살할 저격수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파견 병력 내에서 탈출 조짐 발견 시 그 싹을 즉각 제거, 내부 동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열수 한국군사연구원 안보전략실장도 YTN에서 처형조와 관련해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러시아 쿠르스크 주둔 여단 장병들이 내부 교신에서 “북한군 30명당 러시아 고위 장교 3명, 통역 1명을 투입한다”고 불평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비효율적 편제도 탈북 저지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소대급 30~40명을 위관급 장교 1명이 지휘하는데, 북한군 소대에 장교 3명을 편성한 것은 밀착 감시로 탈북을 막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러시아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미숙한 북한 장병을 촘촘하게 통제하며 전장의 ‘총알받이’로 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처럼 북한의 살벌한 처형조 편성과 러시아의 계산적 편제 운영 정황이 나오면서, 북한군을 회유·포섭하려는 우크라이나와 우리 정부의 협력에도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크라, 북한군 회유·포섭 밑작업 완료정부, 우크라에 모니터링단 파견 검토“귀순 요청시 당연히 우리가 받아줘야”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를 공식 언급함과 동시에 그들을 회유하고 포로로 포섭하기 위한 밑 작업에도 발 빠르게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을 거론한 지 일주일 만에 북한 장병을 위한 ‘핫라인’ 개설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한국어로 제작한 관련 선전 영상에서 우크라이나는 “타국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을 필요가 없다”며 안락한 포로수용소를 소개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독재체제의 압력 아래 있는 북한군에게 파견은 모국으로부터 도망칠 좋은 기회가 된다”며 한국어 전단 배포로 투항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군인의 전투 중 전쟁범죄 여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지만, 러시아와 전쟁이 끝난 후 탈북자로 보호할 여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모니터링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정보원과 군 당국의 정보·대북 요원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모니터링단은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탈영하게 되면 이들을 신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링단에 대북 심리전 분야 요원도 참여해 북한군의 탈영을 유도하는 작전을 수행·조언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이날 서초구 내곡동 청사에서 국회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도 북한군과 소통할 우리 측 요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귀순 요청 시 정부 대응에 대해서도 국정원 측은 “국제법·국내법적으로 당연히 우리나라가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북한 권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부분도 존재하기에 고민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귀순 요청을 검토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은 현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EU(유럽연합)에 대한 브리핑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고 있는데, 곧 우크라이나로 넘어가 모니터링단 파견 및 무기지원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일본 반핵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히로시마에서 봤던 원폭돔과 평화공원이었다. 히로시마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각종 상징물, 전시자료들은 핵폭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자와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을 지나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가 있다.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2005년 1월에 품었던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해소가 안되고 있다. 히로시마 어디에서도 메이지유신부터 제2차세계대전 패전까지 일본의 중요 군사기지이자 군수공업지대가 밀집한 군국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지역이었던 히로시마는 없었다. 오로지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일본 근대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평화롭던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히로시마 전체 피폭자 가운데 10% 가량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원폭희생자들은 과연 온전히 ‘피해자’로 호명되고 있는 것을까. ‘피해자’라는 의식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다함께 피해를 입었다는 집단의식은 ‘우리’의 동질감과 단결심은 물론이고 가해자인 ‘저들’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린다. 어두운 측면 역시 존재한다. 극단으로 흐르면 피해자 의식만큼 위험한 물건도 드물다. 자신들의 ‘가해’는 잊어버리고 ‘피해’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며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기 십상이다. 한때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지금 가해자가 되는 데 면죄부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공격했고 1200여명(군인 381명 포함)이 죽고 250여명이 인질이 되자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딱 1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4만 1870명이 죽었고 9만 7166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8월 발표했을 때는 사망자가 3만 4344명이라고 했는데 두 달도 안돼 7000명 넘게 더 죽었다. 3만 4344명 가운데 710명은 첫돐도 안 된 갓난아기였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 사망자가 347명이었다. 가자지구는 1년 동안 상업시설의 80%와 주거 건물의 60%, 학교 건물의 87%, 도로망의 68%, 경작지의 68%가 파괴됐다.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생지옥으로1년 전에는 이스라엘이 만든 고립장벽에 갇힌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제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 돼 버렸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 예멘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주변국에 발신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너희가 이러고도 나랑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어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확한 낱말이 존재한다. 깡패. 국어대사전에는 깡패를 이렇게 정의한다.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는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제대로 된 조치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들 참아라 참아’하며 공허한 휴전촉구만 이어갈 뿐이다. 부조리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던 ‘피해자’라는 일종의 ‘신뢰자본’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과거 유대인학살에 책임이 있고 현재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지하고 있는 독일에선 설문조사 결과 60%가 이스라엘에 무기지원하는 걸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독일 시사매체 슈테른이 최근 보도했다. 한국에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은 곧 수천년을 쫓기고 핍박받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수천년을 고통받은 끝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건 신성한 권리 아니냐고 본다. 신이 ‘선택받은 민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설교까지 더해지면 이스라엘은 이교도들의 침략에 맞서 성지를 지키는 성전기사단 같은 존재처럼 돼 버린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스라엘의 국가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겐 구약성경이 팔레스타인 땅문서나 다름없다. 홀로코스트라는 기억과 결합한 이런 ‘피해자 담론’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이웃나라를 공격하거나 암살하는 속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강력한 논거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하는 ‘유대인’ 슐로모 산드가 쓴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 2022)은 한마디로 말해 ‘유대인 피해자 담론’에 주목하는 책이다. 2008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제목이 ‘유대인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인 것에서 보듯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젊은 시절 군대에 입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의 기원과 실체, 모순을 통해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유대인’이라는 상식을 깨부순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유대인의 기원과 변천에 관해 새롭게 밝혀낸 수많은 최신 연구성과 가운데 상당수가 이스라엘이 1976년 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고고학자들이 대규모 발굴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란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학자들은 십중팔구 솔로몬이 세웠다는 거대한 성전과 황금으로 가득찬 왕궁 유적을 기대했겠지만 실제 발굴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고고학자들 및 성서학자들 대부분이 받아들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다윗과 솔로몬이 다스렸다는) 거대한 통일 군주국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솔로몬 왕이 아내 7백명, 첩 3백명과 함께 거주한 장엄한 궁전도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성서가 그 거대 제국의 이름을 따로 명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결론을 강화한다. 유일신의 은총으로 수립된 강력한 통일왕국을 인위적으로 발명하고 영광스럽게 만든 것은 후대 저자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계 창조, 대홍수, 선조들의 유랑, 야곱과 천사의 씨름, 이집트 탈출과 홍해 기적, 가나안 정복과 기브온 전투에서 해가 멈춘 기적 등과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236쪽).” 유대인의 피해자 정체성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이주와 유랑은 어떨까. 먼저 출애굽을 보자. 출애굽이 있었다고 하는 기원전 13세기에 가나안 지역은 이집트 파라오가 확고히 지배하는 이집트 영토였다. “그렇다면 모세는 자유를 얻은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와서... 역시 이집트로 갔다는 말인가?(229쪽).” 성경에서 핵심 모티프인 바빌론유수 역시 사실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인들과 유다왕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인들 역시 그들의 정복지로부터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덧붙일 수 있다(249쪽).” 1세기 유대 반란 이후 로마가 유대인들을 강제이주시켰다는 ‘상식’ 역시 저자의 동심파괴를 피해가지 못한다. “유다 지역에서 추방이 있었다는 언급은 로마의 풍부한 기록 어디에도 없다. 반란 후 유다지역 경계선 부근에서 대량의 피난민이 있었던 흔적도 전혀 발견된 적도 없다(251쪽).” 강제이주가 없었다면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소 놀랍게도 저자는 유대인의 확산을 이끈 건 특정 혈통집단의 이주가 아니라 대규모 전도와 개종이었고, 이런 방식을 계승하며 경쟁자로 등장한 그리스도교와 경쟁에서 패하면서 ‘유대인 인구 확산’이 멈췄다고 밝힌다. “장차 그리스도교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승리에 기여하게 되는 모든 관념적이고 지적인 요소들이 당시 유대교의 이 일시적 성공 안에 이미 들어있었다(316쪽).” 유대인 혈통이라는 함정과 자기모순저자가 길게 논증한 것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유대교 신자들 사이의 세속적인 민족지적 공통분모는 결코 없다(451쪽).” 역사 속에서 ‘유대인’이란 특정한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특정한 종교를 믿는 공동체(148~149쪽)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대인이란 한민족이나 일본민족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나 불교 신자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인이란 누구인가.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걸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에서도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는 논란꺼리였다. 이스라엘 내무부 장관으로 시오니스트 좌파를 대표하던 이스라엘 바르 예후다는 1958년 3월 내무부에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진실하게 선언하는 사람은 유대인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그 밖에 증거는 필요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조치는 즉각 논란이 됐고, 총리 벤구리온은 이 조치를 뒤집어 버렸다. 이후 내무부를 장악한 유대교 정통파들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유대인 등록 기준으로 삼았다. 1970년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은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 혹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다른 종교에 속하지 않은 자(519~521쪽)”라고 결정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이스라엘은 국민 4분의1이 아랍계를 비롯한 비유대계다. 심지어 동구권 몰락 이후 이스라엘로 대규모 이주한 옛 소련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운데 30%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신분증에 자신의 민족명을 기재해야 하는데 옛 동독 출신 중에는 민족명을 ‘동독’으로 쓴 사람도 있다. 왜 이런 모순이 벌어지는가. 19세기나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모든 유대인은 자신들만의 기원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논리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을 반대한다고 하면 반유대주의자 아니냐는 공격을 받는다. 전세계 유대인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라는 근대의 발명품, 신화가 역사가 되고 현실을 재구성하고 규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현실에 존재할리 없는 ‘유대인’ 혈통을 찾고, 국가 차원에서 유대인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유대인 혈통이 아닌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배제와 차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가 국민의 민족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군대에 입대할 ‘권리’를 박탈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는 게 현재 이스라엘이다. 그런 차별과 배제의 극단적인 대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제대로 된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을 공식 합병하면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외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민으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20세기에 경험해봤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야 했던 일제식민지 시기였다. 이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스라엘 정치체제를 ‘종족정치’(Ethnocracy)라고 규정한다(552쪽). 이스라엘에서는 인사말이 ‘샬롬’이라고 한다. 평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고 50만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땅을 피와 눈물로 물들인 뒤 세운나라였다. 1948년 아인슈타인과 한나 아렌트 등 유대계 지식인들은 메나햄 베긴을 비롯한 시오니스트 우익이 인종주의적 파시스트 국가론을 신봉한다며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캐나다 국적 의사 가보 마테가 캐나다 일간 ‘토론토 스타’에 기고한 글에서 아프게 지적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보 마테는 1944년 헝가리에서 태어났고 외조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강제노역으로 동원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것이 팔레스타인인 사람들을 학살할 명분이 될 순 없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대량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마스의 로켓이나 민간인 테러 공격은 가자지구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맥락은 근세와 현재에 걸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인종 청소 작전, 즉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정의로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점진적으로 합병하기, 비인도적인 봉쇄, 올리브숲을 파괴하기, 수천명을 임의로 투옥하고 고문하기, 민간인을 모욕하기, 주택 파괴. 이런 정책들은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는 어떤 열망과도 함께할 수 없다.”
  • “한국, 분단 끝낼 기회” 우크라 군인, 北 파병에 한글로 경고장

    “한국, 분단 끝낼 기회” 우크라 군인, 北 파병에 한글로 경고장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두고 우크라이나 내의 소셜미디어(SNS)에서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민병대 조직이었던 아조우 여단을 이끄는 보흐단 크로테비치(왼쪽) 참모장(중령)은 20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한글로 “북한은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냈다”(오른쪽)며 “이는 1945년부터 소련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분단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회”라고 썼다. 그는 북한군 파병을 두고 “핵 버튼을 가진 이웃(북한)으로부터 동아시아 전체가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제12특수부대 아조우 여단은 지난 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친러시아 반군에 맞서는 민병대로 조직됐다가 정규군에 편입됐다. 한때 아조우 여단은 ‘신나치’ 성향으로 극우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국 정부의 무기지원 금지 등의 제재를 받았지만 지난 6월 이 조치가 해제됐다. ‘비나치화’를 전쟁 명분으로 제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조우 여단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빌미로 삼았다. 아조우 여단 측은 자신들이 인권 침해를 저지른 극우세력이란 주장은 러시아가 퍼뜨린 거짓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승리를 주장하는 또 다른 엑스 계정에는 19일 한글로 “한국 군인이여, 우리가 당신을 참수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올라와 논란을 낳았다. 우크라이나 네티즌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하여 저지른 오류에 지적이 잇따르자 “북한 군인이여, 우리가 당신을 참수하겠습니다”로 게시물이 수정됐다. 한편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군사 진지에서 무단 이탈한 북한군 18명이 체포됐다고 21일 전했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약 7㎞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와 쿠르스크 진지에서 북한군 18명이 사라져 러시아군이 수색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약 40명의 북한 군인이 러시아에 도착해 보병 전투 수행법 등을 교육받았지만, 식량과 작전 지시 없이 쿠르스크 지역에 방치됐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북한군 18명이 러시아 지휘부를 찾기 위해 근무지에서 벗어났고 16일 탈영 장소에서 60㎞ 떨어진 지역에서 구금됐다고 전했다. 쿠르스크 지역은 지난 8월 6일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 이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 영토다. 3개월간 우크라이나 병사 2만 5000명 이상이 사망한 ‘쿠르스크 수복 작전’에 북한군이 참여할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전망했다.
  • “해리스가 대통령되면 이스라엘 사라진다”…무슬림은 누구 편?[송현서의 디테일]

    “해리스가 대통령되면 이스라엘 사라진다”…무슬림은 누구 편?[송현서의 디테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언급하며 유대계 표심을 얻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CNN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1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전미 이스라엘협의회(IAC)가 주최한 ‘미국 내 반유대주의 퇴치’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미국 대선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Israel great again)”고 공언했다. 이어 “만약 내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이스라엘은 2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내가 승리한다면 이스라엘은 안전할 것이며, 반유대주의 독성을 막을 수 있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신과 당신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대계 미국인을 “바보”라고 폄하했으며,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던질 의향이 있는 유대계 미국인을 향해 “머리를 검사해봐야 한다”며 비꼬기도 했다. 앞서 그는 지난 5일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유대인연합’ 연례 총회에서도 화상 연설을 했다. 공화당유대인연합은 유대인 단체가 집행한 광고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0만 달러(한화 약 133억 1100만 원)를 투입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진보 성향의 유대인들은 인종 평등,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권리, 낙태권 등 미국 좌파의 ‘대의’를 지지하며 민주당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왔다. 미국 유대인 유권자의 평균 70%는 굵직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왔다. 실제로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1936년 재선 당시 유대인 95%의 지지를 얻었고,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1964년 대선에서 유대인 유효 투표의 91%를 득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당선과 2012년 재선 때 모두 75~78%의 유대인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을 지지해 온 유대인 층도 상당히 두터운 만큼, 유대계 표심의 향방은 확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해리스도, 트럼프도 싫다”…미국계 무슬림 표심은 어디에?미국계 무슬림의 표심도 유대인 만큼이나 엇갈리고 있다. 1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랍계 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미시간주의 무슬림 유권자 40%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제3당(녹색당) 후보 질 스타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8%, 해리스 부통령은 12%에 불과했다. 또 전국 무슬림 유권자 1155명을 대상으로 한 CAIR 조사에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히는 애리조나와 위스콘신에서는 제3당 후보인 스타인이 해리스보다 ‘무슬림 표심’을 더 많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언커미티드 내셔널 무브먼트’(중립적 전국운동, 이하 UNM)도 19일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선 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뜻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UNM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 UNM대표들은 해리스 후보에게 미시간주의 가자 학살 피해자 미국 가족들을 만나달라고 요구했으며 미국이 제공한 폭탄들이 가자 지구의 이스라엘군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영구 종전을 실현시켜 달라는 요구도 전달한 뒤 9월 15까지 답변을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무기지원 정책을 변경하거나 또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해리스를 지지하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트럼프 역시 반전 단체나 평화운동에 대한 억압, 가자지구의 학살 증폭을 포함한 반 인권적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선 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투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1%의 미국계 중동인 유권자가 중요한 이유이 단체는 미시간주의 무슬림 유권자 상당수처럼 제3당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제3당 후보를 지지할 경우 경합주의 표가 어김없이 트럼프에게 몰리게 돼 있고,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UNM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UNM은 미시간주에서 올해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 선거 중에 결성된 유권자단체로, 이 단체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회원은 전국적으로 70만 명이 넘는다. 특히 미시간주가 경합주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 단체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020년 미국 인구조사에서 약 350만 명의 미국인이 중동계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 3억 3500만 명의 약 1%에 불과하다”면서도 “해리스와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들 유권자의 수가 (대선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NSC “살상 여부 떠나 무기 지원 여러 옵션 있다”

    NSC “살상 여부 떠나 무기 지원 여러 옵션 있다”

    정부는 20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러시아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면서 한러 관계는 최악을 향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선 방공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되 러시아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살상무기까지도 지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NSC 회의는 이날 3시간가량 진행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이런 조약을 맺는다는 것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데, 그걸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상이냐, 비살상이냐를 떠나서 무기 지원에는 여러 옵션이 있다”고 했다. 일반 살상무기가 아닌 정밀무기, 비살상무기가 아니더라도 러시아가 꺼리는 무기 체계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게 된다면 1단계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방공무기나 지뢰 제거용 장애물개척전차 등이 대상일 것”이라며 “그래도 러시아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또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약이 원칙적으로 1961년 조소동맹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자동 군사 개입은 아니지만, 동맹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는 북러 조약의 수위를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TV에서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이달 다양한 영역에서 강도 높은 합동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을 실시하고, 다음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불법적인 북러 밀착에 대해 제재 공조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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