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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멍도, 낭독도, 음악감상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멍도, 낭독도, 음악감상도 괜찮아… 도서관이니까 [박상준의 書行(서행)]

    예술도, 낭만도, 커피향도 흐른다… 책덕의 성지니까 충북 청주 문화제조창은 불과 20년 전까지 연초제조창이었다. 해마다 약 100억 개비의 담배를 만들었다. 현재는 청주 문화예술의 심장으로 변신했다. 청주열린도서관은 문화제조창의 제일 높은 층을 차지한다. 구조는 전형적인 도서관과 거리가 있다. 백화점 고층의 서점 같기도 하다. 정숙을 강조하는 도서관도 아니다. 적당한 백색소음이 긴장과 경계를 허문다. 물론 더는 담뱃잎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당연히 금연 공간이다. 단 커피 등 음료 반입은 제한하지 않는다.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서는 ‘몰링’(쇼핑몰에서 시간 보내기)하듯 돌아다니다 자리를 잡는다. 봄날의 청주는 커피와 담배 대신 책과 커피지 하며.●소리 내 읽는 도서관 영국 런던에 테이트모던이 있다면 청주는 문화제조창이다. 역사가 뒤질 뿐 시설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중추인 본관과 수장고형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시민예술놀이터 동부창고 등은 한나절 내내 봄날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만큼 콘텐츠가 다채롭다. 오늘 소개할 청주열린도서관은 문화제조창 본관 5층 전체를 아우른다. 공연장, 키즈 카페 등이 공존하는데, 구석구석 책의 띠가 선처럼 번진다. 대출은 불가하지만 원하는 신작 도서가 항상 비치돼 있다. 또한 도서관 책을 들고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당당히 입장할 때는 내 집 서재인 양하다(그래도 책은 조심히 아껴 봐 주시길).본관의 강렬한 첫인상은 아트리움이다. 천창에서 1층까지 내리는 봄빛이 깊고 눈부시다. 1층만 얼핏 봐서는 음식점, 카페, 뮤지엄숍이 입점한 쇼핑몰 같다. 칠이 벗겨진 벽과 기둥은 옛 연초제조창의 흔적으로, 자연스레 레트로 감성을 연출한다. 공기는 2층부터 달라진다. 청주시청의 제2임시청사, 한국공예관 전시실, 공예스튜디오 등이 층층이다. 문화와 예술이 점점 목소리를 높인다. 그 끝에서 5층 청주열린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텐트 두 채와 캠핑 소품으로 꾸민 캠핑존 ‘책멍’이 기다린다. 이미 만원이다. 한쪽에서는 아빠와 딸이 마주 앉아 색칠 공부 중이고, 건너편에는 어린 자매가 나란히 책을 읽는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는 책 속 글자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맹렬하다. 이번 달 책멍의 주제는 ‘그럴 때도 있지’다. 실수에 관대한, 이해받을 수 있는 주제라 좋다. 주제 큐레이션 도서 중 ‘지각’(허정윤 글·이명애 그림·위즈덤하우스)은 제목만으로 공감 백배다. 도서관 이용 안내문도 눈길을 끈다. 열린도서관의 개념을 가볍게 정의한다. 소리가 있는 도서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란다.●음악 속으로 쏙! 책 속으로 폭! 보통 도서관 중앙 서가가 있을 법한 위치에는 직선의 긴 서가가 있다. 박물관처럼 은은한 조명이 내리고 통로 가운데는 전시대가 놓여 있다. 청주공예문화협동조합과 도서관이 협력해 지역 공예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달 주제는 ‘영광의 꽃 어사화’다. 전시 주제와 연계한 책 큐레이션은 그림 에세이 ‘꽃 그리고 초록’(김소라·EJONG) 등이다. 역시 봄은 꽃이지, 하며 한 권 한 권을 살핀다. 서가의 중심은 안내데스크 앞이다. 동선이 갈라지는 지점으로 긴 독서 테이블이 뿌리내렸다. 서가 사이사이 홈을 파듯 열람석을 만든 것도 재미난다. 몇몇 좌석은 CD플레이어를 갖췄다. ‘이곳은 열린도서관이라 얼마간 시끄러울 수 있어, 그러니 이 자리는 어때?’ 하고, 도서관이 조용한 독서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열람석이다.서가 사이로 쏙 들어가 음악에 폭 안긴다. 한 권의 책처럼 앉아 CD플레이어를 재생한다. 살짝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린다. 영화 ‘라붐’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 헤드셋을 씌워 주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 나만 홀로 멈춰 선다. 오늘의 선곡은 ‘그래스’(Grass)라는 단어에 끌려 택한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다. ‘life is moving oh so fast.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삶은 너무 빠르니 천천히 살아 보자는 가사가 귓가에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핑크 마티니는 느린 삶을 지향하는 매거진 ‘킨포크’의 고향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결성된 12인조 재즈 밴드다. 그들의 노래는 음표로 쓴 시집을 읽는 듯하다. 왠지 도서관과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다음은 이어지는 부분이다.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and listen to it grow’(잔디에 머리를 기대고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뜻). 박웅현 작가는 ‘책은 도끼다’에서 이 곡의 이 노랫말에 귀 기울여 보라고 했다.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 시간이라니. 3월이 우리에게 음악을 빌려 권하는 독서법이다. 그 여유는 짧게 타는 담배보다는 길게 남는 책에 가깝다. 일과 생활도 그리해 낼 수 있다면 좋겠다. 헤드셋은 안내데스크에서 대여한다. CD장은 서가 가장 안쪽에 있어 공연이 있는 날엔 접수대에 가려지는데, 가장자리 틈새로 진입하거나 안내데스크에 문의하면 된다.●‘라붐’ 다음은 ‘러브레터’ 흥미로운 게시판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안내데스크 옆 완독을 목표로 하는 ‘나의독서기록’이다. 영화 ‘러브레터’에도 등장하는 옛날 독서카드를 활용했다. 독서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읽은 쪽수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확인 도장은 직접 찍는다. ‘기죽지마그럴수있음’, ‘이걸해냄’, ‘찢었다!’ 같은 재미난 응원과 위로의 문구를 새겼다. 또 카드 뒷면에는 마음에 드는 책 속 문장을 적을 수 있는 칸을 마련했다. 도서관에서 내키는 분량만큼만 읽는 걸 좋아해 전국 도서관에 읽다 만 책이 넘치는 나 같은 이에게는 제법 흥미로운 도전이다. 웹존(웹툰과 웹소설)과 초등학습만화 서가도 존재한다. 각각 키즈카페의 좌우 복도에 자리잡았다. 5층에서도 다소 외진 곳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적합하다. 그에 앞서서는 카페 분위기의 너른 휴게실이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편하게 독서를 할 수 있고 주말에는 보드게임을 무료로 대여해 즐길 수도 있다. 물론 5층에는 아직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공간들이 더 있다. 카페나 서점 등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독서와 책이라는 행위는 구석구석에 번져 있다. 도서관은 잠시 머물며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기에 카페보다 좋은 곳인데, 청주열린도서관의 이 같은 특징은 그 장점을 극대화한다. 문화제조창 이곳저곳을 관람하다 여행의 쉼터로 머물기에 최적이다. ●크루아상· 맥주·욕조가 있는 봄날 그래도 도서관은 독서다.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되는 이를 위해서는 추천 도서 목록 책장이 있다. 2020년 개관부터 지금까지 청주열린도서관 큐레이션과 사서들이 추천한 책 목록을 스크랩해 비치한다. 청주열린도서관 사람들은 봄날에 어떤 책을 권하고 읽었을까? 매해 3월의 추천 목록을 차례로 넘겨 본다. 그중 지난해 3월 이주리 사서가 추천한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필리프 들레름)을 고른다. 단순히 크루아상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으로! 이 사서는 “우리의 평범한 삶에 깃들어 있는 작지만 보편적인 기쁨을 담은 책”이라 소개했다. 이미 제목부터 크루아상의 고소한 버터 냄새가 바스락댄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다 ‘일요일 저녁에서’라는 글에 꽂힌다. 마침 청주열린도서관을 찾은 날이 일요일 오후라서. 작가는 일요일 저녁 ‘푸르스름한 거품이 바글대는 욕조에서 뽀얗게 낀 수증기와 보드라운 솜 같은 사소한 것들 사이로 둥실 몸을 내맡기’는 목욕의 기쁨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다음 글은 ‘첫 맥주 한 모금.’ 맥주의 첫 모금만이 줄 수 있는 찌릿한 행복을 누군들 거부할까. 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최고의 기쁨을 벌써 맛보아 버렸다는 것’이라고 쓰며, 그 상실감을 얄밉게 애통해한다. 욕조의 나른한 휴식과 시원한 맥주의 전율이 있는 일요일. 핑크 마티니의 노랫말이 맞다. life is moving oh so fast! 특히 일요일 오후의 시간은 ‘마시면 마실수록 기쁨은 점점 더 줄어’드는 맥주와 닮았다. ‘우리는 첫 모금을 잊기 위해 계속 마신다’라는 들레름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그래도 다행이라면 내가 청주열린도서관을 찾은 오늘은 일요일 오후지만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오늘은 금요일이라는 사실. 작은 위안이 되려나?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봄날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플라타너스 터널을 지나면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를 듣고 있으면 청주는 이 곡과 어울리는 여행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진입하는 가로의 드라마 같은 플라타너스 고목들, 번화한 중앙로 한가운데 버티고 선 국보 당간지주, 옛 도지사 관사로 쓰던 언덕 위 충북문화관으로 가는 정겨운 오솔길,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휘게문고 같은 책 공간, 대통령의 옛 별장 청남대 등 굳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 도시는 온전히 발산하지 않았을 뿐 아름다운 여행지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도시와 자연 어느 쪽을 좋아하는 여행자든 만족할 만하다.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문화제조창은 현시점에서 제일 반짝이는 장소다. 청주열린도서관 외에 한국공예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꼭 들러 보라 말하는 이유다. 도서관 아래 4층 한국공예관엔 예스튜디오, 아카이브실, 윈도우갤러리 등이 모여 있다. 중앙홀에는 2023년 출품작인 ‘우리 서로 다리가 되어’를 전시 중인데, 17인이 6개월 동안 작업한 대형 옻칠 의자가 공간을 장식한다. 3층은 6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상설전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청주공예비엔날레 아카이브 전시로, 지난 20여년간 비엔날레를 빛낸 대표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으로’는 옛 연초제조창의 모습과 우리나라 담배의 변천사가 관심을 끈다.●비밀스러운 미술관, 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 본관 남쪽에 이웃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청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장이다. 하물며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다. 비밀스러운 공간의 문을 여는 설렘은 이곳만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뒷걸음질치다 ‘툭’ 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훼손하는 염려부터 할 까닭은 없다. 전시 방식은 다르지만 관람법은 여느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개방 수장고는 1층과 3층에 위치한다. 1층은 조각, 3층은 회화가 주다. 1층 수장고는 작품을 보관하는 여러 개의 철제 선반이 관람 동선을 형성한다. 가장자리는 주로 대형 작품들이다. 현재는 기획전 형식으로 전뢰진 작가의 조각 10점과 드로잉 7점을 전면에 배치했다. 평소 미술관 전시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많다. 3층 개방 수장고는 ‘디지털 스토리 : 이야기가 필요해’라는 제목으로 사진, 영상, 설치 작품을 집중 전시 중이다. 3층 안쪽에는 ‘보이는 보존과학실’이 있다. 유화작품보전처리실과 유기분석실, 무기분석실 등을 평일 오후 1~3시(화~금요일)에 하루 한 차례 개방한다. 2층 보이는 수장고는 꼭 들러야 한다. 대형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장고 안의 작품을 감상하는 형식이다. 오는 6월 30일까지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명작전을 전시한다.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호안 미로의 일곱 작품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두고 소파에 앉아서 감상한다. 웬 호사인가 싶다.●책 덕후들의 성지, 또 하나의 도서관 청주에는 책 ‘덕후’들이 주목하는 사설 ‘도서관’이 하나 더 있다. 건축과 책 그리고 커피가 어우러진 인문 아카이브 양림(養林)&카페 후마니타스다. 출입구는 북쪽에서 지하층으로 난 통로다. 콘크리트 벽 사이로 걷는데 바로 앞에 3층 한옥이 웅장하다. 통로 벽에 전시한 잡상은 김창대 제와장(국가무형문화재)의 솜씨다.인문 아카이브 양림&카페 후마니타스는 한 장소에 있지만 그 이름처럼 크게 두 곳으로 나뉘며 서로 넘나든다. 두 공간의 갈림길 뜨락정원(sunken garden)에는 우리 전통 한옥의 귓기둥(모서리에 있는 기둥) 목구조를 상징화한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곁에는 독서토론이나 소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위치한다. 폴딩 도어를 열면 봄바람이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인문 아카이브 양림은 뜨락정원 오른쪽에 있다. 밖에서 볼 때 3층 한옥의 지하 1층에 해당한다. 목가구와 노출 콘크리트 벽이 조화로운 북카페다. 반면 2층과 3층은 전형적인 도서관의 서가다. 이무희 성익건설 대표의 소장 도서와 기증자료 3만여권으로 꾸민 서가는, 십진분류법에 따라 청구기호를 붙여 구분했다. 그 가운데 문화재 관련 분류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문화재 보수 건설회사의 정체성이 엿보인다. 서가 사이 테이블이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이때 남쪽으로는 주봉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지하 1층 카페 후마니타스는 테라스를 사이에 두고 저수지를 마주한다. 여름에는 연꽃이 코앞에서 아른댄다. 공립도서관에 비하면 책 권수가 많지 않은 편이라 도서관 대신 인문 아카이브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여행수첩] ●청주열린도서관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8시, 연중무휴, 설, 추석 당일 휴관 www.cj-openlibrary.co.kr, (043)241-0651.
  • ‘푸른 기와’에도 가을이 깃드네…미술관 품은 한옥, 운치를 더하네[권다현의 童行(동행)]

    ‘푸른 기와’에도 가을이 깃드네…미술관 품은 한옥, 운치를 더하네[권다현의 童行(동행)]

    덥다는 말이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더웠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한참 뛰어노는 게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햇빛에 잔뜩 달궈진 놀이기구에 아이마저 두 손을 들었다.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아스팔트 위에서 자라는 아이를 위해 한두 시간쯤 흙길을 함께 걷곤 했는데, 그 애틋한 마음마저 잊게 할 만큼 올여름은 무더웠다. 그래도 절기의 힘은 여전하다. 더위의 끝을 알리는 처서(處暑)가 지나고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곧이다. 기세가 한풀 꺾인 더위에 이제는 좀 덤벼볼 만하다. 이맘때 아이와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숲은 상쾌하고 흙은 부드러우며 호수는 청량하다. 이름도 장대한 충북 청주의 청남대 ‘대통령길’이다.청남대는 역대 가장 많은 대통령이, 가장 자주 이용했던 별장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다섯 명의 대통령이 여름휴가와 명절 휴가 등을 이곳에서 보냈다. 개방 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다. 이곳을 별장으로 사용한 다섯 대통령은 1년에 4~5회, 많게는 7~8회 찾아와 20여년간 총 88회, 471일을 청남대에서 지냈다. 횟수로 따지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28회로 가장 많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일수로 가장 오랜 128일을 머물렀다. 앞서 강원도 고성의 이승만 별장과 경남 거제 저도 해상별장을 다녀왔던 아이는 그와 비슷한 규모를 예상했던 모양이다. “엄마 여기 별장 맞아요? 궁궐보다 큰 것 같은데요?” 그도 그럴 것이 청남대는 총면적 1.8㎢, 약 55만평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의 3분의2에 해당하는 규모다. 청남대로 진입하는 데도 수분이 소요된다. 우뚝 솟은 나무들이 늘어선 도로는 공간이 지닌 위엄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통령이 머물던 곳이었으니 국가 1급 경호시설이었고, 우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 사중의 경계 철책이 설치돼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고 한다.●궁궐 같은 면적·도로마저 ‘위엄’ 가득 청남대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제일 먼저 본관을 만나게 된다. 지상 2층, 지하 1층 건물로 1층에는 회의실과 접견실, 거실 등이 마련돼 있다. 손님을 맞거나 업무를 보고할 때 사용했던 접견실에는 등받이에 봉황과 무궁화가 그려진 의자가 있다. 봉황은 대통령, 무궁화는 영부인 전용이었다고 한다. 하얀 대리석 바닥이 고급스러운 거실에선 통유리 너머 정원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빼어난 전망 때문인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곳을 만찬 장소로 즐겨 사용했단다. 제5·6공화국 시절 거실 모습을 담은 사진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사진 한쪽에 KBS1, KBS2, MBC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된 텔레비전이 인상적이다.●대통령 침실·접견실까지 호기심 충족 2층은 대통령과 가족들 전용공간이다. 아이도 이전에 방문했던 대통령 별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내밀한 공간을 흥미롭게 들여다보았다. 청남대 개방 초기, 이곳 침실에 딸린 욕실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 당시 한 국회의원이 “청남대 대통령 목욕탕이 금으로 돼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직접 방문한 것이 당시 큰 화제였기 때문이다. 침실 옆에는 커다란 집무용 책상이 마련돼 있는데, 그 유명한 ‘청남대 구상’의 배경이 이곳 아니었을까 싶다. 청남대 구상은 대통령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새로운 정국을 구상하거나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잦아서 생긴 정치용어다. “별장에서도 일을 해야 하다니 꼭 여행 갔을 때 엄마 같아요.” 여행을 업으로 하다 보니 나 역시 숙소에서 원고를 쓰거나 감상을 다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의 눈에는 그런 엄마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그 마음이 고마워 슬쩍 녀석을 품에 안았다. 이어 대통령과 가족들이 식사와 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던 식당이 나타났다. 안내판에는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기서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고 적혀 있다. 이날은 청남대 소유권을 충북도로 이관한 날이다. 청남대 본관에 걸린 모든 달력이 2003년 4월에, 모든 시계가 10시에 맞춰져 있는 것도 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청남대 개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고, 지역민들의 오랜 바람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큰 별장이 생기는 거예요?” 부러워했던 아이도 “혼자 멋진 별장을 쓰고 싶었을 텐데 우리도 구경할 수 있게 해 주다니 참 고마운 일이네요”라며 제법 의젓하게 평을 전한다. 식당 건너에는 대통령 전용 이발소와 영부인 전용 미용실, 가족 거실, 자녀들을 위한 침실 등이 자리한다.●울창한 숲·야생화 만발한 대통령길 본관을 빠져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마치고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위원들을 초대해 오찬 연회를 가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정원 규모에 비해 분수대가 낮고 위치 또한 본관 쪽에 치우쳐 있는데, 이는 로비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원 왼쪽에 심어진 모과나무는 청남대에 있는 나무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수령이 230여년에 이른다. 앞서 언급했던 5공 청문회에서 1억원짜리 나무로 오해받았던 주인공이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길로 접어들었다. 원래 이 길은 2011년 청남대를 거쳐 간 대통령들의 이름을 딴 5개 코스, 총 8㎞의 산책길로 조성됐고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길이 추가됐다. 그러나 일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이에 최근 개별 코스명을 ‘오각정길’, ‘호반길’, ‘솔바람길’, ‘민주화의 길’, ‘화합의 길’, ‘통일의 길’로 바꾸고 이들을 묶어서 대통령길로 명명했다. 아이와 함께 걷기에는 오각정길이 적당하다. 본관 정원에서 바로 이어지고 총길이도 1.5㎞로 부담이 없다. 울창한 숲과 야생화가 만발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남대 제1경으로 꼽히는 오각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104m에 위치한 무궁화 모양의 오각형 정자로 낮에는 평화로운 호수와 푸른 숲을, 밤에는 휘영청 밝은 달을 감상하던 장소다. 안내판에는 오각정에 오른 역대 대통령 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소개돼 있다. 정자에서 내려오면 보행 약자를 위해 계단과 경사를 없앤 무장애나눔길이 설치돼 있다. 덕분에 아이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청량한 숲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켠다. 내내 대청호를 곁에 두고 걷던 길은 양어장까지 이어진다. 겨울이면 대통령 가족을 위한 전용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했던 곳이다. 지금은 아름다운 연못으로 바뀌어 시시때때로 화려한 음악분수도 선보인다. 여기서 바라보는 대통령기념관도 멋스럽다. 한눈에 봐도 청와대와 꼭 닮은 이 건물은 실제 청와대 본관의 60% 크기로 재현된 것이다. 1층에는 역대 대통령 기록화가 전시돼 있고 지하에 위치한 대통령체험장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아이도 들어서자마자 “어? 이거 뉴스에서 봤던 곳인데!” 단번에 알아본다. 미술관 품은 한옥, 운치를 더하네 대국민연설체험장에선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입니다” 제법 진지한 흉내도 낸다. “우와, 정말 대통령 같은데?” 호들갑스레 반응했더니 “내가 대통령이 되면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는 나라를 만들 거예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아이 눈에 비친 정치는 어떤 모습이었던 걸까, 문득 생각이 깊어졌다.●보물찾기 같은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 요즘 청주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할 곳,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마침 이건희 회장의 기증 작품전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도 열리고 있어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18년 12월에 개관한 이곳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첫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장형 미술관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일반 미술관에서는 접근이 불가했던 수장고를 이곳에선 일부 개방해 관람객들과 공유한다. 게다가 옛 연초제조창 창고를 활용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주차장 방향에서 들어서면 하늘 높이 솟은 굴뚝이 제일 먼저 반겨 주는데, 역시 연초제조창의 흔적이다. 미술관 1층에는 개방형 수장고가 자리한다. 작품과 작품 사이가 비좁고 심지어 선반에 일렬로 늘어선 형태가 엄마의 눈에도 낯설기만 하다. 마침 어린이용으로 제작된 개방형 수장고 안내서가 있기에 챙겨 줬더니, 아이는 여기 소개된 작품들을 찾느라 분주하다. 마치 보물찾기처럼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자연스레 자신이 찾은 예술작품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미술관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다. “엄마, 나는 미술관이 그림 전시하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작품들을 보관하고 지키는 곳이었네요!” ●관람객·보존과학자 소통 공간도 조성 2층과 3층에는 보이는 수장고도 있다. 유리창 너머로 소장품의 수장, 보관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것. 3층에 자리한 보존과학실도 흥미로웠다. 유화작품보존처리실과 유기, 무기분석실을 개방해 관람객과 보존과학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진입로에는 미술작품의 재료, 보존 처리 방법 등을 설명한 전시 공간이 따로 마련돼 보존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도서관과 아카이브, 뮤지엄의 역할을 함께 하는 라키비움은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책도 꽤 갖추고 있어 잠시 걸음을 쉬어가기 좋다.●대담하고 감성적인 공간 ‘운보의 집’ 운보의 집도 청주에서 예술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대표적인 근현대 한국 화가인 운보 김기창은 산수화의 전통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바보산수’ 연작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완성했다. 1984년 자신의 어머니 고향에 지은 운보의 집은 자연을 벗 삼아 작품 활동에 매진하며 노후를 보냈던 곳이다. 전통 한옥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이 그러하듯 대담하고 감성적인 공간들이 엿보인다. 특히 조형미가 특징적인 정원과 비단잉어가 유영하는 연못은 한옥의 화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운보의 집 뒤편에 미술관도 있다. 운보의 작품들뿐 아니라 아내인 우향 박래현 화백, 동생인 김기만 화백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우향은 당대 여성 화가로서는 매우 선구적인 예술세계를 펼쳤는데,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에도 그녀의 작품 ‘피리’가 포함돼 있다.아이와 함께 운보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꼭 해 두어야 할 말이 있었다. 지울 수 없는 그의 친일 행적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비호 아래 화가로 입지를 굳힌 그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작품을 여러 점 발표했다. “엄마는 그런 나쁜 사람의 그림을 왜 보는 거예요?” 아이의 질문이 날카롭다. 한국화에서 운보가 이룬 성취는 분명하다. 친일을 이유로 그 모든 기록을 없던 일처럼 지우는 것 또한 다른 이름의 폭력일 테다. 그렇다고 예술가 운보와 민족을 배반한 비열한 인간 운보를 분리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기억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의 아름다운 작품을 바라보며 그의 비겁함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엄마의 이유였다는 걸 아이는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여행작가
  • [인사]

    ■식품의약품안전처 ◇파견복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식품위해평가부 잔류물질과장 윤혜정 ◇전보 △소비자위해예방국 통합식품정보서비스과장 김일수△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운영지원과장 박남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화학바이오표준본부장 이상일△소재융합측정연구소장 송재용△경영지원부장 김진열△길이표준그룹장 이재용△광도표준그룹장 황지수△음향진동초음파표준그룹장 조완호△시간표준그룹장 허명선△역학표준그룹장 최재혁△열유체표준그룹장 권수용△전자파표준그룹장 권재용△전기자기표준그룹장 이형규△가스분석표준그룹장 정진상△바이오분석표준그룹장 이지연△방사선표준그룹장 김정호△무기분석표준그룹장 이경석△유기분석표준그룹장 최기환△기술이전그룹장 홍석환△중소기업협력그룹장 정진완△측정표준서비스그룹장 박주근△사업관리실장 유희겸△재무실장 박진선 ■목원대 △총무처장 겸 생활관장 최재필
  • [인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경남신문, 교육부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 화학바이오표준본부장 이상일 △ 소재융합측정연구소장 송재용 △ 경영지원부장 김진열 △ 길이표준그룹장 이재용 △ 광도표준그룹장 황지수 △ 음향진동초음파표준그룹장 조완호 △ 시간표준그룹장 허명선 △ 역학표준그룹장 최재혁 △ 열유체표준그룹장 권수용 △ 전자파표준그룹장 권재용 △ 전기자기표준그룹장 이형규 △ 가스분석표준그룹장 정진상 △ 바이오분석표준그룹장 이지연 △ 방사선표준그룹장 김정호 △ 무기분석표준그룹장 이경석 △ 유기분석표준그룹장 최기환 △ 기술이전그룹장 홍석환 △ 중소기업협력그룹장 정진완 △ 측정표준서비스그룹장 박주근 △ 사업관리실장 유희겸 △ 재무실장 박진선 ■ 식품의약품안전처 ◇ 파견복귀 △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식품위해평가부 잔류물질과장 윤혜정 ◇ 전보 △ 소비자위해예방국 통합식품정보서비스과장 김일수 △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운영지원과장 박남수 ◇ 휴직복직 △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식품위해평가부 오염물질과장 구용의 ■ 경남신문 △ 편집위원 김재익 △ 사천·남해·하동본부장 허충호 △ 전략기획실 총괄팀장 및 수석편집위원 심강보 △ 출판팀장 김명현 △ 문화생활팀장 정오복 △ 취재2국장 허철호 △ 사진위원 겸 출판팀 부국장 전강용 △ 취재1국장 이상규 △ 의령·함안본부장 이명용 △ 정치팀장 이종훈 △ 경제팀장 조윤제 △ 사회2팀장 이준희 △ 출판팀 부장 김진호 △ 사진팀장 김승권 △ 편집위원 김병희 △ 체육팀장 이현근 △ 편집팀장 강지현 △ 사회팀장 김호철 △ 뉴미디어팀장 차상호 △ 통영·거제·고성본부장 김성호 ■ 교육부 △ 고등교육정책과장 송근현 △ 국립대학정책과장 이강국 △ 교육복지정책과장 장미란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사무국장 김보엽 △ 한밭대학교 사무국장 이용학 △ 대입정책과장 조훈희 △ 교수학습평가과장 신진용 △ 사회정책조정지원팀장 이지선 △ 장애학생진로평생교육팀장 차영아 △ 경북대학교 이진영 △ 충남대학교 이홍열 △ 충북대학교 박재성 △ 충북대학교 김선화 △ 한국해양대학교 이은선 △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송은주
  • “죽은 김정남 얼굴서 치사량 1.4배 VX 검출” 증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2월 암살될 당시 얼굴에서 치사량의 1.4배에 달하는 농도의 VX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화학청 산하 화학무기분석센터의 라자 수브라마니암 소장은 10일 쿠알라룸푸르 외곽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관련 공판에서 “김정남의 얼굴 피부에서 검출된 VX 신경작용제의 농도는 체중 1㎏당 0.2㎎ 수준이며 이는 치사량의 1.4배에 달한다”고 증언했다고 현지 매체 말레이메일 등이 전했다.  맹독성 화학무기인 VX의 치사량은 사람의 체중 1㎏당 0.142㎎ 수준이며, 이는 노출 대상자의 50%가 사망하는 용량을 의미한다.  라자 소장은 이밖에 김정남의 눈에서 검출된 VX 신경작용제의 농도는 체중 1㎏당 0.03㎎으로 상대적으로 옅었지만, 이는 피부보다 안구를 통한 흡수가 빨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남의 상의 옷깃과 소매에서도 VX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면서 공격을 받은 직후 얼굴을 닦는 과정에서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바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의 변호인들은 이날 공판에서도 피고인들이 리얼리티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았을 뿐 사람을 살해할 의사가 없었다고 역설했다. 살해를 지시한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당일 북한으롤 도주했다.  변호인들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3월 말 김정남의 시신과 소지품을 북한에 인도해 추가적인 증거물을 확보할 길이 막혔다는 점을 거론하며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굴복하는 바람에 ‘깃털’에 불과한 여성 피고인들만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후지TV가 공개한 김정남 살해 당시 동영상···택시 티켓도 건네는 장면이

    후지TV가 공개한 김정남 살해 당시 동영상···택시 티켓도 건네는 장면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남 등의 여성들에게 북한 공작원이 범행 현장에서 ‘작전’을 지시하며 택시 티켓을 건네는 장면의 영상이 공개됐다.지금까지 암살 현장을 지켜보던 북한 국적 남성들의 모습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들이 암살 가담 여성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본 후지TV는 지난 8일 방송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김정남에게 신경작용제 VX를 바른 베트남 국적의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시티 아이샤가 암살 직전 북한 공작원을 만나는 장면을 공개했다. 그러나 후지TV가 공개한 영상이 검찰이 제출할 영상의 일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암살 현장에서 10m쯤 떨어져 있는 커피숍 ‘비빅 헤리티지’ 천장 폐쇄회로(CC)TV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따르면 한 남성이 시티 아이샤에게 택시 티켓을 건넨다. 후지TV는 이 남성이 북한 공작원 홍송학이라고 주장했다. 후지TV는 이와 함께 한 남성이 암살에 가담한 도안 티 흐엉에게 다가가 지시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그가 북한 공작원 리재남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같은 커피숍에서 범행 장면을 지켜 보다가 범행 성공을 확인하자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운 뒤 사라졌다. 리재남은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의 간부로, 김정남 암살을 총지휘한 인물로 추정되어 왔다.후지TV는 또 김정남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 온 북한 출신 애인이 암살 6개월 전 싱가포르에서 리재남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 여성이 리재남에게 동선 등 관련 정보를 제공, 김정남의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정남의 일거수일투족을 북한 당국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이 여성은 2001년 김정남이 가족과 동행해 일본에 입국하려다가 가짜 여권이 적발됐을 때도 함께 있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한편 김정남의 얼굴에서 치사량의 1.4배에 달하는 농도의 VX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0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말레이시아 화학무기분석센터 라자 수브라마니암 소장은 김정남의 안구와 혈장에서 순수한 VX가 검출됐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맹독성 화학무기인 VX의 치사량은 사람 체중 1㎏당 0.142㎎ 수준이며, 이는 노출 대상자의 50%가 사망하는 용량을 의미한다. 라자 소장은 김정남의 얼굴 피부에서 검출된 VX 신경작용제의 농도를 체중 1㎏당 0.2㎎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는 치사량의 1.4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성남시 먹는물 수질검사기관 분석력 ‘10점 만점에 10점’

    성남시 먹는물 수질검사기관 분석력 ‘10점 만점에 10점’

    경기 성남시는 복정동 소재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이 국립환경과학원 시행 숙련도 평가에서 19개 항목 모두 ‘만족’ 점수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로써 9년 연속 숙련도 평가를 통과한 최고의 수질 분석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74곳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에 무작위로 미지의 표준물질을 시료로 준 뒤 암모니아 질소, 중금속, 농약, 미생물 등 19개 항목을 분석하고, 각 항목 농도 값을 90점 이상에 맞추도록 하는 방식으로 각 기관을 평가했다. 시는 작년 12월 5일 미국 ERA의 평가에서 벤젠 등 11개 항목 분석을 이미 통과해 나머지 8개 항목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이 결과에서도 모두 ‘만족’ 평가를 받았다. 점수로 따지면 백점 만점에 100점이다. 이외에도 일반 수도꼭지, 먹는물 공동시설, 옥내급수관, 저수조, 지하수, 약수터 등의 수질을 검사해 마시는 물의 보건 위생과 안전 유지 관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시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은 지난해에만 무료 또는 유료로 5200건 수질을 검사했다. 이곳엔 이화학분석실, 무기분석실, 유기분석실, 미생물실 등 수질검사실과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 등 최고급 검사 장비가 있고, 6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화장품 독성 측정물질 개발

    화장품 독성 측정물질 개발

    화장품 속의 독성물질인 납·비소·수은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물질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센터 김숙현 박사 연구팀은 21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독성물질을 검출해 낼 수 있는 인증표준물질 3종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증표준물질을 분석 대상 화장품에 넣으면 반응 여부에 따라 유해원소의 함량을 알 수 있다. 납·비소·수은은 독성이 강해 화장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중추신경계·간·신장 등이 치명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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