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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세 전원주 “미리 다 주면 효도 못 받아”…재산 절반만 증여했다

    87세 전원주 “미리 다 주면 효도 못 받아”…재산 절반만 증여했다

    배우 전원주(87)가 두 아들의 상속 다툼을 우려해 재산의 절반을 미리 증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리 다 주면 효도를 못 받는다”며 나머지 재산은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6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의 ‘2026 상속 전쟁: 남겨진 가족의 시간’에서는 전원주의 생전 증여 사례와 함께 부모가 남긴 재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원주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두 아들이 재산 문제로 다투는 것을 막기 위해 재산의 절반을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사후 분쟁에 대비해 재산을 미리 나누면서도 전부를 넘겨주지는 않은 것이다. 상속에 대한 고민은 앞서 다른 방송에서도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전원주는 변호사에게 “내가 떠나면 아들 둘이 재산을 갖고 싸울까 걱정”이라며 상속 문제를 상담했다. 변호사는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재산을 어떻게 남길지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방송은 전원주의 생전 증여 사례와 함께 상속 문제가 소송으로 번지면서 가족 관계까지 무너진 사례들을 조명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분할 청구는 361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약 5배로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재산의 가치가 커지면서 부모가 남긴 집과 땅을 둘러싼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북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아버지가 남긴 2558평 규모의 땅을 두고 9남매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장남 박동우(가명)씨는 부모와 함께 살며 병간호를 맡았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땅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32년 만에 동생 박재경(가명)씨가 상속재산의 법적 분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방송 소개에 따르면 소송에서 이길 경우 장남을 제외한 8남매에게 돌아갈 몫은 1인당 약 2000만원이다. 재산을 둘러싼 다툼 끝에 남매들은 서로 말조차 섞지 않는 사이가 됐다. 이혼소송 도중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상속 갈등이 발생한 사례도 소개된다. 70대 정수연(가명)씨는 20여년 동안 홀로 두 자녀를 키운 뒤 재혼했다. 이후 남편의 반복된 외도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폐암 진단을 받아 수년간 투병했다. 자녀들은 이 기간 남편이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혼소송 1심에서는 정씨가 남편에게 재산분할 명목으로 115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정씨는 항소했지만 판결이 나오기 전 세상을 떠났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혼이 확정되지 않아 법적 배우자로 남은 남편은 정씨가 재혼 전에 마련한 부동산 두 채를 포함해 상속재산의 70% 이상을 요구했다. 자녀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에 나섰다. 고인이 남긴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도 다룬다. 경기도에 사는 김상훈(가명)씨와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망한 지 두 달여 만에 집을 비우라는 유언 집행 통지서를 받았다. 아버지의 전처 소생인 세 딸이 3층 건물을 물려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모자는 생전에 유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들 측은 고인이 알코올성 치매를 앓았다는 점을 근거로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문제를 제기하며 유언 무효 소송에 나섰다. 이처럼 상속 분쟁에서는 고인의 뜻을 확인하기 어려워 가족들의 기억과 주장이 엇갈리기도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한 해 사망자 약 35만명 가운데 공증을 통해 유언을 남기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고령화로 인지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의 자산 관리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에서 제시한 전망에 따르면 인지 기능 저하로 소유자가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자산인 이른바 ‘치매 머니’ 규모는 2023년 154조원에서 2050년 488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피자 위에서 두피 ‘벅벅’ 긁은 직원…中 이번엔 ‘비듬 피자’ 파문 [월드픽]

    피자 위에서 두피 ‘벅벅’ 긁은 직원…中 이번엔 ‘비듬 피자’ 파문 [월드픽]

    식품 안전 관련 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중국에서 이번에는 ‘비듬 피자’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5일 펑몐신문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비듬 피자’ 사건은 지난 12일 저장성 항저우시의 한 프랜차이즈 피자 전문점 매장에서 발생했다. 매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 촬영된 모습을 보면 매장 직원 A씨는 주방에서 완성된 피자 위에서 모자를 벗은 뒤 머리카락을 휘젓고 두피를 손으로 긁었다. 이어 두피를 긁은 손을 피자 위에 가져가 소금을 뿌리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주방에는 다른 직원 두 명이 있었지만 A씨를 제지하기는커녕 함께 웃으며 대화했으며, 이 모습도 CCTV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 배달 플랫폼에 공개된 CCTV 영상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CCTV가 촬영 중인데도 저런 행동을 하다니”, “배달음식을 어떻게 믿고 주문하나” 등의 댓글을 달며 매장의 위생 상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매장 측은 자체 조사 결과 A씨가 한 고객과 갈등을 빚은 뒤 앙심을 품고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피자가 고객에게 제공되지는 않았다고 매장 측은 덧붙였다. 매장 측은 A씨를 해고하는 한편 경찰에 신고했다. 또 매장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진행했으며, 관할 당국의 조사 및 행정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알몸 배추’, ‘소변 맥주’, ‘포름알데히드 배추’ 등 식품 안전 문제가 잇따라 터진 중국에서는 요식업 종사자들이 손님에게 제공할 식품 및 식재료, 식품 용기 등을 비위생적으로 다루는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해 물의를 빚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지난 1월에는 국내에도 진출한 중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중국 내 매장 직원이 맨손으로 음료를 제조하는 과정을 촬영해 SNS에 공개했다 본사 측이 사과에 나섰다. 해당 직원은 맨손으로 얼음을 집어 용기에 넣고 과일즙을 착즙하는가 하면, 차 원액을 손 위에 붓고 손으로 음료를 섞었다. 이에 본사 측은 “해당 직원의 행동이 회사의 원칙과 브랜드 가치를 위반했다”면서 직원을 해고하고 매장을 무기한 폐쇄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의 한 밀크티 전문점에서 직원이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타피오카펄이 담긴 통 안에 넣었다 빼는 등의 행동을 하는 영상을 촬영해 SNS에 올려 매장 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 與 “이진숙, 국회를 극우 세력 준동의 장으로 변질시켜”

    與 “이진숙, 국회를 극우 세력 준동의 장으로 변질시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본관 앞에서 개최한 집회와 관련해 “이 의원이 또다시 국회를 극우 세력 준동의 장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이 의원 제명안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충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집회를 두고 “선거 음모론뿐만이 아니라 유공자 명단 공개와 북한군 개입설을 들먹이며 5·18을 모독하는 망언들이 또다시 난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심지어는 이재명 대통령의 영정 사진까지 등장했다”며 “현직 대통령의 영정을 집회에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 안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안무치한 사람을 이대로 두지 않겠다”며 “국민의힘은 선택하시라. 국민의 편에 서겠느냐, 이 의원 편에 서겠느냐”라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산 사람의 얼굴을 영정에 넣어 저주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용납할 수 없는 패륜”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헌법과 역사를 부정하며 5·18 망언을 일삼는 이진숙은 이미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반성을 해도 모자랄 시간에 패륜적 집회를 개최하며 인간으로서 자격까지 상실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를 향해서는 “헌법과 역사를 부정하고 패륜까지 저지른 이진숙을 언제까지 감싸고돌 것이냐”며 “지금이라도 즉각 이진숙 제명안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아울러 “5·18 폄훼 행사에 국회 도서관을 열어준 데 이어 어제의 사태도 방치한 국회사무처에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회사무처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행사에서 5·18에 대한 역사 왜곡과 명예훼손이 반복되고, 국회가 극단적 혐오와 갈등의 공간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국민의 대표가 대화와 토론을 통해 뜻을 모으는 공간인 만큼 국회 경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사 역시 국민의 눈높이와 국회의 품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국회는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 의원은 전날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국민이 심판한다!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집회 현장에는 이 대통령의 영정 형태 인쇄물을 담은 입간판도 등장했다. 이 의원은 집회에서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토론회를 주최해 논란이 됐던 것과 관련, “광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에서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들은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유공자가 선발되는지, 어떤 금액이 들어가는지 등을 파악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천년NHK 김민석 아웃’, ‘이재명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정점식, ‘박근혜 연찬회 참석’ 與 비판에 “부러우면 지는 것”

    정점식, ‘박근혜 연찬회 참석’ 與 비판에 “부러우면 지는 것”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연찬회 참석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부러우면 지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진행된 1박 2일의 연찬회 폐회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박 전 대통령 연찬회 참석을 두고 자꾸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도 모자라 과도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남의 당 연찬회에 왜 그렇게 오지랖 부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민주당 연찬회에서 전·현직 당대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것을 언급하며 “아직도 전당대회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당내 분열이 계속되다 보니까 우리 당 연찬회에 박 전 대통령이 와서 원팀 단합을 강조하는 걸 보니까 부러웠나 보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에도 전직 대통령이 있지 않느냐”며 “우리 전직 대통령이 연찬회에 온 것을 비판할 시간이 있으면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을 연찬회에 부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당 어른에게 예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테니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에게 ‘문조털래유’ (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같은 멸칭보다는 당의 어른으로서 예우를 갖춰달라”며 “그게 여당다운 모습이고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연찬회에서 보수 통합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적 대원칙,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과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 대상이 누구인지 언론에서 추정해 말씀하는 부분이 있는데, 보수 대통합 문제는 당원들과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일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비롯해 최근 중앙윤리위에서 징계가 결정된 비당권파 의원들의 연찬회 불참에 대해서는 “징계를 받고 아직 재심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참석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해외에 참석한 몇 분을 제외하고 101명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연찬회 직후 제주로 향했다. 그는 실종 허위종결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제주경찰청장을 면담할 계획이다. 정 원내대표는 3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원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당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할 예정이다.
  • 베트남 20대 女유학생, 부산 20대男 자택서 숨진 채…경산 살해범은 여장 CCTV 확인

    베트남 20대 女유학생, 부산 20대男 자택서 숨진 채…경산 살해범은 여장 CCTV 확인

    동포 여학생을 살해하고 달아난 베트남 국적 유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살인 등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6일 오전 1시 15분 부산 중구에 있는 20대 여성 B씨 집에 몰래 들어가 B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테이프로 입과 손을 묶고 현금을 빼앗는 과정에서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B씨 지인이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사건 당일 점심시간을 전후로 B씨 집에 방문했다가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B씨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범행 당일 오후 6시 15분 부산 사상구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다쳐 병원을 찾아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하는 한편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中유학생 살해한 중국인 강사 구속한편 앞서 경북 경산에서는 자신의 수업을 수강한 대학원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전국 각지에 유기한 중국인 시간 강사가 구속됐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자신의 원룸에서 중국인 여성 유학생 C(25)씨를 살해하고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살인·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정모(31)씨를 27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일 새벽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주거지에서 C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경기도 군포와 경주 안강·불국사 일대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경찰에 C씨가 실종됐다고 허위로 신고한 혐의도 받는다. 조사 결과 그는 지역 모 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도내 한 병원에서 일하면서 해당 대학에서 2023년부터 시간 강사로도 근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과거 정씨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날 오전 대구지법 황인준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황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C씨 시신을 최대한 수습해 부검을 실시한 뒤 사체훼손·시신유기 등 혐의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여장한 채 피해자 흉내…CCTV 포착범행 당시 정씨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피해자를 흉내 내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주거지 인근 쓰레기장에 무언가 담긴 비닐봉지를 버리는 등 평온한 모습이었다. 27일 연합뉴스가 피의자 정씨 주거지 인근 주민의 동의를 얻어 확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정씨와 피해자 C씨의 모습이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20일 오전 2시쯤이다. 당시 C씨는 캐리어를 끌며 정씨의 주거지로 향했다. 이후 C씨는 정씨와 만나 함께 주거지로 들어갔다. 당시 정씨가 건물로 들어간 뒤 C씨가 곧바로 따라 들어가는 등 강압적인 모습은 없어 보였다. 정씨의 모습이 CCTV에 다시 포착된 건 이날 오후 10시 30분쯤이다. 정씨가 경찰에서 C씨를 살해한 시간이라고 실토한 것보다 20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 C씨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치마를 입고 모자·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그는 캐리어를 끌며 주거지를 빠져나온 뒤 동대구역으로 이동해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이후 약 2시간이 지난 자정쯤 정씨는 후드티 등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채 주거지로 다시 돌아왔다. 집을 나설 때는 여성복 차림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완전한 남성복 차림이었다. 귀가한 정씨가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태연히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모습도 영상에 생생히 담겼다. 정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20분쯤 다시 한번 주거지를 빠져나왔다. 해당 시각은 정씨가 C씨를 자신의 주거지 내에서 살해했다고 진술한 시간대로부터 하루 뒤이자 경찰에 허위 실종신고를 하기 수 시간 전이었다. CCTV에 포착된 정씨는 검은색 상·하의에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주거지에서 나오는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축구공 2개 크기의 물체가 담긴 검정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었다. 이후 해당 비닐봉지를 주거지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쓰레기장에 버렸으며 다시 주거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당 지역의 쓰레기는 청소업체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수거해 지역 소각장에서 처리한다. 이 때문에 정씨가 버린 비닐봉지는 청소업체가 수거해갔을 가능성이 크다. 정씨는 C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여기저기에 유기했다고 밝힌 점 등으로 미뤄 범행 도구가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경찰은 정씨가 범행과 관련된 물적 증거를 버렸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소각장 등에서 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러한 정씨의 상식을 벗어난 여러 정황을 고려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검토 중이다. 정씨는 조사 과정에서 범행동기로 연인관계였던 C씨와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숨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휴대전화 포렌식 등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입주청소 불렀더니 오물 뿌리고 가네요”…업체 측 반박은 [이슈픽]

    “입주청소 불렀더니 오물 뿌리고 가네요”…업체 측 반박은 [이슈픽]

    김포의 한 아파트 입주청소 과정에서 고객과 갈등을 빚은 청소업체 측이 오물을 뿌린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추가금 50만원’ 등 고객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1일 SNS 스레드에는 김포의 한 아파트 입주청소를 의뢰했다가 업체 측과 마찰을 빚었다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오물폭탄 서비스까지 주시고 최고, 감동”이라고 비꼬면서 청소업체 직원이 청소기 속 오물을 거실 바닥에 쏟아붓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직원의 얼굴은 모자이크 없이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였다. A씨는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재청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추가금 50만원까지 드렸다”고 했다. 또한 “청소가 끝난 직후 사진”이라는 주장과 함께 청소가 이뤄지지 않은 듯한 현장 사진을 공유했다. 이후 경찰에 업체 측의 퇴거를 요청했고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고 밝혔다. 업체 직원의 얼굴과 오물 투척 순간이 담긴 동영상 등 A씨 게시물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일파만파 확산했다. 논란이 일자 업체 측은 22일 별도의 해명문을 내고 당시 상황과 비용 산정 경위를 설명했다. 업체 측은 청소기 안의 내용물을 바닥에 쏟은 행동에 대해 사실은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고객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업체에 따르면 애초 21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청소 작업은 전 세입자의 이사가 늦어지면서 낮 12시 30분쯤에야 시작됐다. 오후 2시부터는 고객의 이삿짐이 들어오기로 예정돼 있었기에 시간이 촉박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업체 측은 고객의 남편에게 대기 비용을 지급하고 이삿짐 반입을 미루는 방안과, 남은 시간 동안 가능한 구역을 우선 청소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협의 끝에 후자를 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의뢰자인 아내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화장실 2곳과 전체 바닥, 거실 큰 창문 등 주어진 시간 안에 가능한 구역을 우선 청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 과정에서 예약 때 고객이 설명한 면적과 실제 공급면적에 차이가 있음을 인지했다고 업체 측은 주장했다. A씨는 “추가금 50만원까지 드렸다”고 주장했지만 업체 측은 별도의 추가금으로 50만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전체 청소비가 50만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업체 측 설명에 따르면 최초 청소비는 25평 기준 41만원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공급면적은 34평이어서 9만원의 추가 비용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약금 10만원과 잔금 31만원, 평수 추가금 9만원을 합쳐 최종 결제액이 50만원이 됐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업체 측은 “대기비용이나 오염 관련 추가금은 1원도 받지 않았다”며 관련 이체 내역 등 증빙자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현장 검수 과정에서 미청소 구역과 잔금 지급 문제를 두고 양측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했다. 업체 측은 “고객의 남편과 합의한 대로 낮 12시 30분부터 이삿짐이 들어오기로 한 오후 2시까지 화장실 2곳과 34평 전체 바닥, 거실 큰 창문 청소를 마쳤다. 그런데 A씨가 서랍장, 드레스룸, 알파룸, 베란다, 나머지 창틀 등 합의되지 않은 구역의 청소가 안 돼 있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돈을 다 못 주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은 A씨에게 “청소한 곳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말한 뒤 청소기 안의 내용물을 바닥에 쏟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제가 감정적으로 청소기 안의 내용물을 바닥에 쏟은 것은 분명히 잘못했고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다만 업체 측은 경찰 개입으로 아파트에서 퇴거한 뒤 고객의 남편과 다시 대화해 서로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삿짐센터 측에 약 1시간의 양해를 구하고 아파트로 돌아가 자신이 쏟은 내용물을 치운 뒤 남은 부분을 다시 청소하고 검수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집 전체 살균 서비스도 해줬다고 주장했다. 잔금 40만원은 이때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사실과 다른 고객의 주장, 본인 얼굴이 그대로 찍힌 동영상 유포는 허위사실 유포 및 개인정보·초상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A씨와 업체 측 모두 서로를 상대로 법적 절차에 들어가면서 사건은 고소·고발전으로까지 확대되고 말았다.
  • [사설] 불공정 논란 얼룩진 與 전당대회, 청년 마음 움직이겠나

    [사설] 불공정 논란 얼룩진 與 전당대회, 청년 마음 움직이겠나

    최근 잇따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 불공정 논란은 집권당의 ‘청년 감수성’이 얼마나 빈약한 수준인지를 새삼 일깨운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 출마 기탁금을 종전보다 2배 이상 크게 올렸다. 대표 후보는 최대 1억원, 최고위원 후보는 5000만원을 각각 내야 한다. 만 39세 이하 청년은 절반을 감면받지만 그래도 종전에 비하면 대표 후보는 3000만원, 최고위원 후보는 175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사정이 이렇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년들의 어려움도 있다”며 기탁금 인상 재고를 요청했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라는 일부 누리꾼들과 야당의 비판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당권 주자인 정청래 의원이 이 대통령의 입장에 호응하면서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는 모양새이나, 집권당에서 이런 논란이 빚어진 것 자체가 문제다.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기탁금은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청년에게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2030의 민심 이반을 생생히 겪은 민주당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청년에게는 기탁금을 아예 없애 줘도 모자란데 되레 끌어올렸으니 대체 무슨 심산인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이 이번에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을 검토했다가 무산시킨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내란당’이라고 폄훼하는 국민의힘에도 청년 최고위원직이 있다. 무슨 변명을 할 수 있나. 지난 17일 송영길 의원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는 각각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 자격을 줬다. 당적 취득 기간과 당비 납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4년 전 26세인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당적 취득 기간 부족을 이유로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집권당의 경선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수준이다. 선거 때는 “청년”을 목이 아프게 섬겼다가 정작 이해관계가 걸린 현실정치에서는 기득권의 장벽을 높이 치고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진보 정당의 지지층은 주로 젊은층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왜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지 자명해진다. 아버지뻘의 686 주류 세력이 자기들 잇속을 챙기느라 체면도 염치도 뒷전이다. 청년세대의 눈에 ‘꼰대 정당’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러면서 자신들의 정당과 정치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극우화, 보수화됐다”고 함부로 몰아세운다. 청년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2년 뒤 총선, 4년 뒤 대선은 어떻게 치를 요량인지 민주당은 답답하지 않은 모양이다.
  • ‘노’ 붙이면 “일베” 정치공방…영남 사람은 답답 “말도 맘대로 못 하나”

    ‘노’ 붙이면 “일베” 정치공방…영남 사람은 답답 “말도 맘대로 못 하나”

    경남 창원 출신인 이모(26)씨는 최근 정치권에서 화두가 된 영남 방언 ‘-노’를 입안에서 삼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이용자들이 그간 말끝마다 ‘노’를 붙이는 게 언짢았어도 고향에서만큼은 별문제 없이 써 왔던 말인데, 이달 들어 정치 싸움의 소재가 되자 자신이 하는 말을 스스로 검열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씨는 9일 “일베 탓에 눈치를 보는 것도 모자라 내가 하는 말이 정치 싸움의 소재가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한 영남 출신 연예인의 사투리를 두고 정치권에서 때아닌 ‘일베 공방’이 벌어지자 영남 출신 시민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 데이’ 마케팅과 6월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등 연이은 논란으로 혐오 표현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와중이지만, 사회 통합에 힘써야 할 정치권 인사들이 엉뚱하게도 연예인의 말투를 문제 삼으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을 제기하는 쪽에선 경상도 지역에서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 쓰는 ‘-노’ 어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룹 리센느 소속 멤버인 원이(22)가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이 발단이다. 경남 거제 출신인 원이는 영상 속 으슥한 분위기의 방에서 “무섭노”라고 반응했다. 이를 두고 영화 ‘어른 김장하’(2023)를 연출한 김현지 MBC 경남 PD가 지난 1일 소셜미디어(SNS)에서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가세하면서 사안이 정치화됐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5일 SNS에서 “내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어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면서 ‘사투리 용례’까지 공유했다. 이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해당 표현을 의도적으로 섞으며 “사투리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검열사회, 남조선이 돼 가노. 무섭노”라고 SNS에 썼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7일 당내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의 조사를 인용해 “(해당 표현을) 지역 사투리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55.8%로 ‘일베식 표현’(16.7%)의 3배 이상이었다”고 맞받았다. 정작 당사자인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혐오 표현을 정쟁의 소재로 삼고, 평소 자주 쓰는 사투리까지 옳고 그름을 판단해 보겠다는 시도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울산 출신인 김모(25)씨는 “옆 도시만 가도 달라지는 게 사투리”라면서 “경멸의 뜻이 담긴 게 아니라면 용인할 수 있는 것인데 왜 정치적 싸움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대구 출신 오모(23)씨도 “문제로 삼든 이를 받아치든, 정치인들이 오히려 시민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사회 통합’이라는 제 기능을 내던진 채 일상의 언어 습관까지 정쟁화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젊은 연예인의 일상적 방언을 편한 대로만 해석해서 정치적 도구로 쓰는 셈”이라면서 “정치가 사회 통합을 포기한 채 시민의 갈등 구조를 오히려 악용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번 논란은 정치권이 사안을 의도적으로 진영화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시도의 전형”이라며 “우리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데 정치권이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설] 훈육은 없고 정치 공방만 도를 넘는 배재고 사태

    [사설] 훈육은 없고 정치 공방만 도를 넘는 배재고 사태

    지난달 29일 고교야구대회에서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가 오늘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사과한다. 5·18민주묘지도 함께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배재고 야구부는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비하했다는 비판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로부터 6개월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광주일고 측은 “배재고 선수들이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사과를 수용하기로 했다. 부적절한 구호를 선창한 학생이 비록 두 명뿐이었다고 해도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지역 비하는 묵과할 일이 아니다. 특히 5·18이라는 현대사의 아픔을 조롱한 행동에는 엄한 질책이 있어야 마땅하다. 다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토대로 교육과 훈육으로 해결할 문제를 학생들의 장래를 막는 중징계로 대응해야 하느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도를 넘는 개입과 공방이 국민의 상식과 공감대를 교란시켜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사건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각각 “일베선수 야구부 해체”, “정부·여당의 분열 정치가 빚어낸 촌극” 등으로 맞서며 공방을 키우는 모습만 보였다. 여기에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 같다”며 기름을 부었다. 다음날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맞습니다. 민주주의 성역”이라고 반박하자 이 부위원장은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고 맞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청와대까지 이 부위원장을 향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갑론을박에 가세했다. 참 볼썽사납다. 정치·이념적 갈등을 풀어도 모자란데 정치권은 되레 편승하거나 부추긴다. 이런 풍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통합은 요원하다. 국민의 불편한 심정을 헤아린다면 정치권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인 소모적 공방을 멈춰야 한다.
  • [사설] 선 넘은 與 당권 싸움,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것

    [사설] 선 넘은 與 당권 싸움,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것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앞둔 여권 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6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불씨를 보탰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보수 확장과 관련해 지지자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인데 이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뉴이재명’ 인사에 대해 “지적 책임성을 묻기 어려운 촉법 평론가들”이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유 전 이사장을 향해 ‘본인이 건물주이고 이 대통령이 세입자냐’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당대표 출마를 앞둔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촉법 평론가’로 지목된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의 5·18 관련 글을 소셜미디어에 공유, 유 전 이사장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집권 1년 남짓에 여권 핵심 인사가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고 대통령이 직접 반응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여권의 권력 다툼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생결단식 충돌은 이번에 뽑히는 당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기 때문이다. ‘문·조·털·래·유’라는 멸칭까지 불러온 친문(친문재인)과 친명 간 뿌리 깊은 알력이 당권 다툼의 바닥에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정가에 파다하다. 권력 경쟁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민생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척이라도 하면서 싸워야 도리다. 그런데 지금 여권은 대놓고 권력 투쟁에만 골몰해 있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치솟는 집값, 고환율, 고물가에 국민은 신음하고 있다. 집권세력으로서 민생고 해결에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당권다툼으로 날을 지새운다. 범죄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보완수사권마저 당권 경쟁의 희생양이 돼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당장은 큰 선거가 없다고 이러고 있다면 오산이다. 국민은 회초리를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다.
  • “누구든 보이면 죽이려 했다”… 무차별 살인마 잡은 ‘한정판 운동화’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누구든 보이면 죽이려 했다”… 무차별 살인마 잡은 ‘한정판 운동화’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2010년 12월 5일 오전 6시 30분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26세 청년 김모씨가 신원 미상의 남성에게 기습적인 흉기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김씨는 사망하기 불과 두 달 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사업을 창업한 건실한 청년이었다. 사건 발생 당일에도 사무실에서 밤샘 작업을 마친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사무실에서 자택까지 약 40분이 소요되는 거리를 홀로 걸어서 이동하고 있던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었다. 당시 그의 품에는 신춘문예 접수처 주소가 적힌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틈틈이 시를 쓰며 훗날 65세가 되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집을 출간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집을 불과 100m 앞둔 아파트 입구 골목에서 참변이 발생했다. 흉기를 든 남성이 기척 없이 다가와 무방비 상태였던 김씨의 등과 허벅지, 옆구리 등을 마구잡이로 찔렀다. 치명상을 입은 김씨는 피를 흘리며 도주했고 범행 장소에서 약 200m 떨어진 성당 앞 대로변까지 필사적으로 달렸다. 쓰러진 그는 새벽 일찍 주일 미사를 준비하러 나온 성당 관계자에게 발견되자 신고를 요청했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흉기가 갈비뼈 사이를 뚫고 들어가 폐를 직접 손상시킨 탓에 결국 과다 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1770개의 렌즈와 한정판 운동화관할서는 강력팀을 총동원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범죄에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김씨의 휴대전화, 동업자의 SNS 기록 및 주변 지인들을 샅샅이 조사한 결과 그는 누구와도 갈등이나 시비에 휩싸인 적이 없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였음이 확인됐다. 금융 거래 내역상의 금전 문제도 전혀 없었다. 수사팀에 남겨진 유일한 단서는 범행 장소 인근 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뿐이었다. 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범인이 김씨를 공격하고 뒤쫓아가다 포기하고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4초에 불과했다. 범인은 김씨를 놓친 후 범행 장소로 돌아와 흉기를 들고 씩씩거리며 배회하는 등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범행 시각이 어두운 새벽이었고 겨울철이라 카메라 렌즈에 성에가 끼어 화질이 불량해 범인의 안면 식별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영상 속에서 결정적인 흔적을 찾아냈다. 범인이 피해자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티 모자가 한 번 벗겨졌는데 이때 그의 헤어스타일이 삭발 형태라는 사실이 포착됐다. 또한 탐문 수사 과정에서 한 운동화 마니아 주민의 제보를 통해 범인이 신고 있던 신발이 고가에 거래되는 N사의 한정판 운동화라는 점이 파악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이동 경로와 인근의 CCTV 총 1770개를 확보하여 정밀 분석을 실시하고 6개 노선의 시내버스와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까지 전부 조사했으나 범인의 도주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흔적이 없다는 것은 곧 그가 범행 현장 인근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는 주민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치밀한 전수 조사로 드러난 범인의 실체범인이 현장 주변 사각지대로 잠적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수사팀은 이른바 ‘막고 푸기 수사’에 돌입했다. 형사들을 2인 1조로 편성하여 범인이 사라진 주변 아파트 단지의 모든 가구를 일일이 방문하며 전수 조사하는 고된 탐문 수사가 이어졌다. 수많은 가구를 확인하던 중 한 세대를 방문했을 때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문을 열어준 할머니에게 20대 손자의 유무를 묻자 할머니는 “손자는 한 명뿐이고 지금 집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문을 닫으려 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시도하던 형사들은 현관문 옆 신발장에서 CCTV 영상으로 확인했던 N사의 한정판 운동화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즉각 해당 세대의 주민등록등본을 조회했고 할머니의 방어적인 진술과 달리 해당 가구에는 20대 남성 2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 날 강력팀장과 함께 다시 해당 가구를 방문한 형사들은 동생의 양해를 구하고 집 안으로 진입했다.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열었을 때 방 안에는 CCTV 속 인상착의와 동일한 삭발 머리의 23세 남성 박모씨가 책상에 앉아 벽면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응시하던 방 안의 벽과 노트에는 커다란 회오리 모양의 그림과 칼을 들고 있는 캐릭터의 낙서가 잔뜩 그려져 있었다. 체포 후 조사 과정 중 박씨는 이 회오리 그림에 대해 “자신이 회오리 가운데에 있고 자신을 둘러싼 원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끈 뒤 외부에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사건 발생 11일 만인 12월 16일 그를 정식으로 체포했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띄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겠다”박씨는 강남 8학군의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의 한 주립대학교 심리학과로 유학을 떠났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3학년에 중퇴한 뒤 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 그는 두문불출하며 하루 종일 격투 게임에만 몰두하는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새벽 온라인으로 격투 게임을 하던 박씨는 자신이 평소 싫어하던 캐릭터를 상대로 게임을 하다가 패배하자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그는 “가장 먼저 내 눈에 띄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겠다”고 결심한 뒤 부엌에 있던 식칼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청년을 표적으로 삼아 무차별적인 살인 행각을 벌인 것이다. 살인 직후 박씨가 보인 기이한 태도는 경악스러웠다. 도주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박씨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피 묻은 흉기를 물로 씻어내다가 잘 지워지지 않자 주방 싱크대로 이동해 주방 세제로 칼을 깨끗이 씻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가족들은 참혹한 살인에 쓰인 사실을 모른 채 해당 흉기를 일상적인 요리에 사용했다. 심지어 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죽이고 나서 마음이 더 편해졌다”, “피해자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더 찔렀을 것이다”라고 진술하며 일말의 반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종 25년형 확정…26세에 멈춰버린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재판 과정에서 박씨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을 범죄자로 만든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도 참작해 달라”며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려 애썼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 본인은 이러한 변론이 무색할 만큼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박씨는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당당히 밝히며 “미국 유학에 실패하고 한국에 오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게임 중독자가 되었을 뿐”이라며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했다. 사법부는 사회로부터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행위의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하여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되어 최종 25년형이 확정됐다.
  • 정청래·장동혁, 지선 성적표보다 숙제 먼저 받아들었다[윤태곤의 판]

    정청래·장동혁, 지선 성적표보다 숙제 먼저 받아들었다[윤태곤의 판]

    전망보다는 경합 늘어 접전 양상 與 선거판 확장성·실용성 안 보여여의도 밖에서 정청래 약점 노출오빠 논란·전북 공천 논란 등 시끌여권 내 ‘反정청래’ 소구력 드러내‘장동혁에도 불구하고’ 추격한 野당권과 연계는 후보들에게 제약 장 대표 장수 역할 제대로 못 해윤어게인 모자라 박어게인까지실질적 도움 여부는 눈앞의 문제사전투표도 종료됐고 이제 이틀 뒤 본투표만 남았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이 지면을 통해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의 여러 논점들을 짚어봤다. 4월 6일자 지면에선 “전화면접 정례 여론조사 기준으로 60%대 중반에서 후반대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 더블스코어 이상인 여야 지지율 격차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여당의 단단한 기반을 들여다봤다. 5월 4일자 지면에선 “그럼에도 전국 선거답게 긴장감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소속 현역 자치단체장들이 여당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면서 접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점검했다. 그러면서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여와 야의 승패 가르기라는 성격도 크지만, 이재명 정부 임기가 중반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각 진영 내부의 역학 관계는 물론이고 차기 총선 주도권, 대선의 포석과도 연결된다”고 내다봤다. 선거를 이틀 앞둔 지금은 두 달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민주당에서조차 총 16개 자리의 광역단체장 중 여섯 곳을 경합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부자 몸조심 격의 전략적 엄살이라 볼 수도 있지만 영남권은 물론 서울 그리고 전북은 끝까지 가서 투표함을 열어 봐야 아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경합 지역에서 야당 후보들이 여당 후보들을 따라잡아서 역전에 성공할지, 여당 후보들이 그 추격을 뿌리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여 동안을 복기해 보면 여당의 실점이 야당의 실점보다 더 많았다. 득점 경쟁은 빈약했지만 실점 경쟁은 치열했다. 먼저 당대표 리스크.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한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그래도 정 대표가 앞서 있다. 여당 지지율이 야당을 훌쩍 뛰어넘고 계파 내지 노선 갈등도 야당이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고, 유튜버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래도 정 대표 형편이 장 대표보다는 낫다. 여의도에서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 놓고 보면 여당 대표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 밖에서, 장동혁과 떨어져 있으니 정청래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지층을 흥겹게 하고 친여 유튜브 구독자들을 격동시키던 정청래의 순발력과 재치는 넓은 민심의 바다에선 통하지 않았다. 최고 격전지이자 요충지인 부산 북구갑 재보궐 선거 현장의 ‘오빠’ 논란이 대표적 예다. 정 대표 옆에서 함께 오빠 타령을 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하정우 후보는 나중에 “대표가 시킨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영남권 다른 곳에서도 정 대표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냉담했다. 민주당 기준 험지에서만 정 대표의 약점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선 경선 컷오프도 아니고 아예 당에서 제명당한 김관영 지사가 무소속으로 등판해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혈투를 벌이고 있다. 김 후보에겐 본인의 인물경쟁력이 가장 강력한 무기겠지만 정치적 명분은 ‘정청래 사당화 저지’다. 호남의 치열한 민주당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 중 상당수가 무소속으로 나서는 것은 상례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같이 정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여권 내에서 ‘반정청래’라는 깃발이 꽤 소구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오른손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주식 시장 상황 등의 무기를 들고 ‘뉴이재명’을 공략하고 왼손에는 ‘내란 심판’이라는 창을 들고 장 대표를 찔렀으면 선거는 손쉽게 진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그 전략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정 대표의 활동 공간이 위축된 반면 이 대통령은 격전지인 부산, 울산, 경남에서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이런저런 발전 계획을 제시하며 여당 후보들을 측면 지원했다. 앞으로의 과제도 첩첩산중이지만 삼성전자 파업 위기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아래 무사히 넘겼고 주식시장은 코스피 8000선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이 대통령 역시 최근에 통합, 실용적 이미지만큼이나 갈등, 정파적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켰다. 공소취소 이슈가 잦아든 이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검토 지시, 스타벅스 논란에 대한 과도할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와 그 후 정부 기관들의 잇단 압박 등은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에겐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방향성이 아니라 톤과 강도가 문제였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까지도 “스타벅스가 잘못했지만 이제 그만하자”고 만류하고 나섰을 정도다. 개헌 이슈 역시 긍정적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정파적으로 소비되고 말았다. 결국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여당은 자신의 강점이자 국민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 ‘실용성’과 ‘확장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고질적 ‘야당 정서’를 상당히 드러냈다. 지역 통합 이슈 이후엔 임팩트 있는 통합적이고 실용적 의제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러 후보군 가운데선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와 김용남 평택을 후보 정도만이 확장적, 통합적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결과적으로 당선 여부와 별개로) 성공적인 캠페인을 전개하지 못했다. 이런 까닭인지 민주당은 다시 ‘김어준’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29일 아침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는 정 후보를 시작으로 추미애(경기지사)·김상욱(울산시장)·신용한(충북지사)·전재수(부산시장)·김경수(경남지사)·박수현(충남지사)·이원택(전북지사)·오중기(경북지사) 후보 등 무려 9명이 차례로 등장했다. 이들은 김씨의 요청에 따라 선거로고송을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후원계좌번호를 낭독했다. 높은 지지율과 압도적 의석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첫 전국선거를 맞이한 여당은 변화하지 못하고 확장하지 못했다. 그러니 성적표보다 숙제가 먼저 온 셈이 됐다. 지방선거 이후엔 전당대회가 열리고 이 대통령 집권 1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숙제에 대한 답을 모색할 시기다. 어떤 면에선 선거 때보다 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 같다. 국민의힘이런 여권의 문제점들로 인해 야당은 지난 한 달간 많이 추격했다. 하지만 야당 상황을 돌아보면 자체 득점보다 실점이 더 눈에 띈다. 여당은 잘하다가 못해서, 못한 점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만 야당은 계속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눈에 덜 띈다고나 할까.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천 단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확장의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대구에서는 가장 중도적인 후보인 주호영을 컷오프했고 부산에서도 현역 시장이자 중도적 이미지를 지닌 박형준을 컷오프하려 했다. 그 이후 박형준의 캠페인에선 보수 집토끼를 다독거리는 기류가 강해졌다. 광역단체장 후보군보다 당의 영향력이 강한 재보궐 선거 후보 라인업도 경기 평택을의 유의동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강성보수 일색이다. “승리 자체가 목적일 순 없다”는 장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의 정 대표보다도 장 대표의 활동폭은 제약됐다. 서울의 오세훈 후보와 강원의 김진태 후보는 공천 확정 직후 일찌감치 장 대표와 강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 대표와 당권파는 확장적 표심 공략을 통한 민주당과의 승부보다는 집토끼 단속을 통한 한동훈과의 승부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장 대표와 당권파가 부산 북구갑 박민식 후보 개소식에 참석해 힘을 싣자 오히려 한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장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 유튜버들의 이념적 강성 발언은 오히려 한동훈의 확장성을 강화시켰다. 여당은 내부 상황이 미묘하지만, 계파 갈등이 야당보다는 덜하고 당대표가 위축되자 대통령이 얼굴을 많이 내비쳤다. 장 대표가 장수 역할을 제대로 못 하자 야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호출했다.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할 전현직 대통령이 앞다퉈 선거판에 등장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본질적 의문은 차치하고,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건 눈앞의 문제다. 게다가 신동욱 최고위원이 “과연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박민식 후보는 상대인 한동훈 후보에게 박 전 대통령 구형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윤 어게인’으로 골머리를 앓는 판에 ‘박 어게인’까지 등장하는 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지금은 장 대표와 거리를 두고 독자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실 박 전 대통령을 먼저 불러낸 사람은 장 대표다. 지난 1월 쌍특검 도입을 촉구하던 장 대표의 단식은 별 반향을 못 일으키다가 박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중단됐었다. 선거 막판, 전국적으로 야당이 여당을 추격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경북 한 군데 빼고는 민주당이 모두 석권할 것이라는 애초 전망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선거 기간 각개 전투에 나선 일부 후보들의 분투와 별개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략적인 모습도, 확장적인 모습도 전혀 보여 주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선거 결과가 장 대표의 당권 유지 여부와 결부된다는 인식은 국힘 후보들에게 제약 요인으로 작동했다. 여당도 그렇지만 야당도 성적표보다 숙제를 먼저 받아 든 셈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당을 현재 지도부로, 이런 노선으로 운영할 것이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국힘이 나쁜 결과를 얻는다면 ‘장동혁 때문에’가 큰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다.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장동혁에도 불구하고’와 ‘장동혁 덕에’ 중에 어느 쪽이 힘을 얻을까? 윤태곤 공공전략컨설턴트
  • 호치민 시내 한복판서 호주 갱단 핵심 인물 총격 피살 [여기는 동남아]

    호치민 시내 한복판서 호주 갱단 핵심 인물 총격 피살 [여기는 동남아]

    베트남 호치민 중심가의 한 야외 식당 앞에서 호주 조직범죄 조직의 핵심 인물이 총격으로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이 용의자 2명을 체포하면서 사건 배경으로 지목된 호주 갱단 간 세력 다툼의 실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 공안부는 26일 호치민시 벤탄 지역 총격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 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현재 사건 경위와 공범 여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 21일 밤 호치민시의 한 해산물 식당 앞에서 발생했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피해자 일행에게 접근한 뒤 근거리에서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담겼다. 무장 괴한은 피해자들이 식당 안으로 피신하자 내부까지 뒤쫓아가 추가 사격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 이 사건으로 호주 시드니 기반 조직범죄 인물로 알려진 로렌조 레말루(24)가 숨지고, 또 다른 남성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레말루는 호주 범죄조직 코코넛 카르텔(Coconut Cartel)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경찰은 사건 직후 베트남계 호주인 1명과 호주 국적 남성 1명을 공개 수배했다. 다만 현재 체포된 인물들이 이들과 동일인인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수사당국은 범인들이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캄보디아 접경 지역인 떠이닌성 짱방 지역까지 이동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공안부와 호치민 경찰의 공조 수사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호주 시드니 서부 지역에서 격화되고 있는 조직범죄 갈등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주 경찰은 최근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 배후에 코코넛 카르텔과 알라메딘 범죄 조직 간 세력 다툼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사건 이틀 전인 19일 밤 시드니 캔리하이츠의 한 주택에서는 괴한 2명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총격으로 28세 남성 알라이 아히오가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숨진 아히오는 코코넛 카르텔과 연관된 인물로 알려졌다. 호주 언론은 두 조직 간 충돌이 올해 들어 시드니 전역의 총격·방화 사건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베트남 당국은 외국 조직범죄가 자국 내로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사건 배후와 국제 범죄 연계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호주연방경찰(AFP) 역시 베트남 측과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설] 한미 의회 서한 공방… 안보·통상 현안 출구 찾아야

    [사설] 한미 의회 서한 공방… 안보·통상 현안 출구 찾아야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는 항의 서한을 보내자 여당이 맞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90명은 ‘사법주권 침해’라며 주한 미국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최근 미 의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고위급 협의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선을 넘었다는 것이 항의 내용이다. 맞는 말이다. 개별 기업인의 사법 리스크를 외교 현안에 결부시키는 것은 동맹의 태도라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그대로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교 라인을 통해 갈등을 물밑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자회견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 더욱이 쿠팡 사태는 한미 간 통상 마찰과 더 깊이 연계되는 조짐을 보이는 문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7일(현지시간) X에 “세계 어떤 나라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의 인터넷 트래픽 전송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면서 한국만 예외라고 콕 집어 공격했다. 미측이 한국의 대표적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꼽아 온 망 사용료 문제를 꺼내들며 공개 압박한 것이다. 지난해 한미 간 통상안보 협상 타결 이후 지연된 후속 협의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한 결과다. 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 한미 간 안보 현안의 조율 필요성도 더 커진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군사동맹조약에 이어 2027~2031년 상호군사협력 계획을 체결하겠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우려까지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 이후 미국이 한 달째 일부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부터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드론을 포함한 첨단 방위장비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민관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케미’를 과시하고 있다. 통상·안보 면에서 동맹 간 결속을 강화해도 모자란 현실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금 한미 간에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서부터 전작권 전환 시기 등 조율이 시급한 현안이 첩첩이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권한 등 후속 협상도 하세월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동맹 간 현안 해결이 지체되면 불필요한 불신이 커진다. 국익 우선 원칙을 견지하되 서둘러 출구를 찾아야 한다.
  • ‘전문의·병상 부족’ 대구서 성남까지… 끝내 쌍둥이 한 명 잃은 미군 가족

    ‘전문의·병상 부족’ 대구서 성남까지… 끝내 쌍둥이 한 명 잃은 미군 가족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미국인 쌍둥이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 아이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졌다. 임신부는 대구에서 4시간 떨어진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까지 이동했으나 아이를 잃었다. 7일 대구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오후 10시 16분쯤 대구 동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차 미국인 A(26)씨가 복통을 느끼며 조산 증세를 보였다. 이에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 B씨가 인근 산부인과에 진료를 문의했으나 “진료 이력이 없는 데다, 고위험 산모라 대학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A씨는 쌍둥이를 임신한 데다 조산을 예방하고자 자궁경부 봉합술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튿날 새벽 1시 39분 A씨의 복통이 심해지자, 미군인 B씨는 대구 지역 미군 부대 관계자를 통해 “임신부가 복통으로 4시간째 휠체어에 대기 중”이라며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대구 지역 대형 병원 7곳에 연락을 돌렸으나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거나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병원을 찾지 못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B씨는 직접 아내를 태우고 평소 다니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하겠다고 구급대에 알렸다. 이에 대구소방본부는 서울소방본부의 협조를 받아 분당서울대병원에 수용 여부를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대구소방 관계자는 “B씨가 자차 이동을 희망했다”며 “야간인 데다, A씨의 수술 부위가 기압 차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헬기 이송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B씨가 이동하던 중 그의 어머니도 경북과 충북 소방에 구급차 이송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이송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결국 A씨는 경기 성남에 있는 분당서울대병원과 70㎞ 떨어진 충북 음성에서야 구급차를 탔고 오전 5시 35분 병원에 도착했다.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태어나자마자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 손상이 추정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대구소방본부는 기자설명회를 열고 “A씨가 출산을 하더라도 28주 만에 태어난 쌍둥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이 모두 갖춰진 곳이 필요했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이 다 찼거나 전문 의료진이 없어 소방의 직권 이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모자의료센터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가 부족한 상태고 지역 상급종합병원도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이번 주 내로 상급종합병원장 등과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주재 간담회를 열고 미수용 사례 재발 방지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 내부 갈등 딛고 딴 銅… 스노보드 크로스 매력 널리 알리는게 새 목표[스포츠 라운지]

    내부 갈등 딛고 딴 銅… 스노보드 크로스 매력 널리 알리는게 새 목표[스포츠 라운지]

    초등때 야구, 구타 심해 중학때 관둬부친 지인의 권유로 스노보드 입문중3때 발목 부상… 근육 복구 불능‘평창’ 계기로 마음에 ‘재기’ 불 지펴‘베이징’선 경쟁자와 충돌, 결선 좌절이번엔 메달 후보 안 꼽혔어도 ‘기적’ 2008년 8월 23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 3-2로 앞서긴 했지만 9회말 1사 만루라는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건 당시 ‘국내 최고의 싱커볼 투수’ 정대현이었다. 2스트라이크 노볼 카운트에 몰린 쿠바 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은 정대현의 3구째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은 유격수 박진만 앞으로 굴러갔다. 이어 2루수 고영민과 1루수 이승엽으로 연결,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됐다. 당시 해설자로 이를 중계했던 허구연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벅차오르는 기쁨에 환호성만 질러댔다. 이 모습을 TV로 지켜봤던 초등학교 5학년 이제혁은 그 순간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애 첫 꿈이 생겼다. 곧바로 부모님을 졸라 지역 리틀야구부에 가입해 야구를 시작했다. 전 국민이 환호성을 토해냈던 그 짜릿한 기억에 중학교도 야구부가 있는 곳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꿈을 좇아 온 학교에서 인생 첫 시련을 맛봤다. “그땐 중학생인데도 너무 많이 맞았어요. 감독이며 코치며 심지어 야구부 선배들까지 ‘기합’이라는 명목으로 구타가 너무 심해서 바로 그만뒀죠.” 어느덧 ‘아재’ 반열에 올랐다고 소개한 이제혁(29·CJ대한통운)의 유년기는 오르막과 내리막 장애물이 반복되는 길 위를 달리는 스노보드를 탄 것만 같았다. ‘무명’이던 스노보더 이제혁의 이름을 대중에 널리 알린 건 지난 8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렸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결선 무대였다. 대회 전 메달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그는 레이스 중 앞서 달리던 선수와 부딪히는 위기마저 극복하고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 대한민국 장애인 스노보드 역사상 첫 패럴림픽 메달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3일 경기 용인아르피아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이제혁은 “이렇게 일정이 잡힐 줄도 모르고 병원 치료부터 받는 바람에 복장이 불량하다”며 인터뷰에 털모자를 쓰고 온 것에 양해부터 구했다. 지난 17일 입국한 그는 곧바로 머리에 자라난 혹을 절제하는 치료를 받았다. 지난 3년간 대표팀 내부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머리에 원인 모를 혹이 생겨 계속 커졌고, 대회가 끝나자마자 병원부터 찾았다고 했다. 이제혁은 “대회가 끝나고 한국에서 이렇게 큰 환대를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치료부터 받는 바람에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 오찬에도 이 모자를 쓰고 가는 ‘불충’을 저질렀다”고 웃었다. 어쩌면 이제혁에게 패럴림픽 동메달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전 대표팀 감독 A씨의 횡령 등 비위 의혹을 동료들과 함께 고발했던 2025년 7월 이후부터는 운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A씨가 ‘선수들이 주거지(감독실)를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선수들을 고발해 관련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이제혁은 그간의 고충을 토로한 뒤 “어쩌면 제 목소리에 힘을 더하기 위해서라도 메달이 간절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야구를 포기하고 방황하던 시절 그를 다시 잡아준 건 스노보드였다. 아버지 지인의 권유로 처음 접한 스노보드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여전히 국내에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속도와 점프 경쟁이 혼합된 스노보드 크로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여름 스케이트보드로 훈련을 하다 왼쪽 발목을 크게 다쳤고, 치료 과정에서 2차 감염으로 주변 근육이 복구 불능 상태로 손상됐다. 그는 장애 진단에도 이를 악물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했지만, 비장애 선수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 기량에 벽을 느끼고 결국 스키장을 떠나야 했다. 이제혁은 “그때는 스키장과 스노보드를 쳐다보기도 싫었다”고 했다. 스노보드를 향한 열정이 식었던 그에게 2018 평창올림픽은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마음속 불을 지폈다. 선수가 아닌 심판으로 평창대회 스노보드 크로스에 참여한 이제혁은 현장에서 느낀 희열에 힘입어 다시 설원 위에 섰고 패럴림픽 도전이라는 새로운 꿈을 품었다. 첫 패럴림픽이었던 2022 베이징 대회에서는 레이싱 도중 경쟁 상대와 충돌해 넘어져 준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채 차가운 설원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출전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이번 대회에서는 “모든 잡념은 떨치고 오직 나 자신만 믿고 달렸다”고 했다. 그는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르면서 눈을 감고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는데, 어떠한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내가 3등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은 없었고 그게 현실이 됐다”고 결선 출발 신호를 기다리던 당시를 떠올렸다. ‘메달을 따고 인터뷰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는 “저는 제가 유명해지고 더 알려지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딱 하나 욕심이 있다면 이번 성과를 계기로 스노보드 크로스라는 종목이 더 널리 알려지고, 저변이 확대되는 것. 그래서 한국 스노보드 크로스가 성장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열린세상] 수명 다한 87체제, 구조 개혁 시급

    [열린세상] 수명 다한 87체제, 구조 개혁 시급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정치 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이미 최정상급인 K컬처는 물론 경제와 사회 각 분야에서도 톱10을 넘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정치만은 그렇지 않다. 1987년 국민 직선제 개헌 이후 어찌 보면 날이 갈수록 망가져 가는 느낌이 든다. 정치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우리 국민들은 지혜롭고 성숙한 민주 시민답게 이를 잘 극복해 왔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의 40~50%를 교체했다. 여야 정권 교체 또한 잘 이뤄 왔다. 그런데도 정치 수준은 왜 이런 걸까. 이제는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사람만 바꾼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람의 문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에 못지않게 제도와 구조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 정치는 여야가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고, 선거의 승자는 전리품을 챙기듯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 패자는 내내 다음 선거를 위한 투쟁에 나선다. 정치학자 후안 린츠가 논문 ‘대통령제와 민주주의는 차이가 있는가?’에서 지적했듯이 대통령제가 끼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승자 독식’의 결과를 지향하는 통치와 더불어 ‘제로섬게임’ 같은 강력한 요소가 도입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현행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 당선자가 스스로를 마치 ‘선출된 군주’인 양 착각하면서 승자 독식 구조와 맞물려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한 이상의 초월적 권력을 행사한다. 이런 속성 때문에 각종 이권이 모이고 결국 권력형 부정부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비교법적 측면으로 살펴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 미국, 칠레 등 대여섯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분권형(이원집정제) 또는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통령제를 취하는 나라 중 연방국가로 권력 분산이 철저한 미국을 제외하면 성공한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미국도 요즘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갈등 국가라는 점이다. 남북 분단도 모자라 보수·진보, 여야, 동서, 노사 등 곳곳에서 진영 싸움이 죽기 살기로 일어나고 있다. 화합과 포용, 통합은 요원하기만 하다.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갈등이 많은 나라의 권력 구조에 대해서는 아런트 레이파르트라는 학자가 ‘분열된 사회를 위한 헌법 구조’라는 논문에서 다수자(Majority)에 의한 소수자(Minority) 배제가 오히려 더 큰 갈등과 불안정을 야기하기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협의민주주의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필자는 20여년을 국회와 정당에서 일하며 줄곧 이 문제에 천착해 왔다. 정치 일선 현장에서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나라 정치제도 구조의 심각성에 대한 몇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그에 따른 승자 독식 구조는 물론 지역, 노사, 남녀 세대 간 끝없는 경쟁과 갈등이었다. 이 밖에도 87년 이후 30여년 동안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그리고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기본권 분야에서도 정보기술(IT) 혁명,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 정보접근권·정보보호권 등 새로운 형태의 기본권 보장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권도 마찬가지다. 이제야말로 낡고 낡은 87년 헌정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의 정치 경험과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에 걸맞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때다. 우윤근 법무법인(유)광장 고문·전 러시아 대사
  • 늘어나는 육아휴직에 업무 독박… ‘노·노 갈등’ 우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마다 업무 공백과 ‘독박 업무’로 조직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체 인력이 적기에 보충되지 않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비휴직자들의 불만이 높은 실정이다. 19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육아휴직 사용자가 전체 정원의 5%를 넘어서는 지자체가 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도청은 지난해 77명이던 육아휴직자가 올해 126명으로 63.6% 증가했다. 올해 육아휴직자 비율은 도청 전체 정원 2081명의 6%에 이른다. 남자 공무원의 육아휴직은 같은 기간 29명에서 54명으로 86.2% 급증했다. 기초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북 순창군은 지난해 육아휴직 공무원이 남성 10명, 여성 42명 등 52명으로 전체 직원 644명의 8%를 기록했다. 전북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장수군도 2024년 32명이던 육아휴직자가 지난해 36명으로 전체 정원 561명의 5.6%를 차지했다. 전주시는 육아휴직자가 108명으로 전체 정원 2330명의 4.6%였다. 게다가 질병 휴직 등을 고려하면 지자체 실과마다 1명 이상의 결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전북도는 시군에서 95명을 전입 받을 예정이나 기초지자체도 인력이 모자라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해는 신규채용 확대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휴직자와 비휴직자 간 형평성 시비와 갈등도 우려된다. 휴직자가 발생해도 신규 채용이나 전보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아, 남은 동료들이 휴직자 업무를 나눠 맡는 ‘독박 구조’가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현실인 이유에서다. 지자체 규모에 따라 인건비 상한선을 묶어놓은 기준인건비 제도도 원활한 인력 수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전북도 A 팀장은 “휴직자 업무까지 떠맡으면서 과도한 업무량을 견디지 못한 저연차 공무원들의 퇴사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조직 운영을 위해 예비인력 확보 등 실질적인 운용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나래 “뭐라도 해야죠”…막걸리 수업 듣는 근황 ‘포착’

    박나래 “뭐라도 해야죠”…막걸리 수업 듣는 근황 ‘포착’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박나래의 근황이 전해졌다. 전 매니저와의 갈등 이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박나래는 지난 21일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 전통주 양조 교육기관 앞에서 박나래가 포착됐다. 당시 박나래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양털 코트와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조용히 이동했다. 그의 곁에는 지인으로 알려진 한 남성이 동행했다. 박나래는 취재진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수업이 있어서 왔다. 곧 시작해서 바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배우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뭐라도 해야죠”라고 답했다. 다만 전 매니저를 상대로 제기한 횡령 고소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나래가 찾은 이 학원은 막걸리와 동동주 등 전통주를 비롯해 다양한 주류의 양조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입문부터 심화 과정까지 단계별 수업이 운영된다. 박나래는 이곳에서 막걸리 제조 강의를 수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행한 지인은 “박나래가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 공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경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나래는 이날 약 1시간 30분가량 수업을 마친 뒤 지인과 함께 조용히 귀가했다.
  • “분노와 폭력뿐” “마가가 맞았다” 분열의 골 더 키운 美 [트럼프 2기 1년]

    “분노와 폭력뿐” “마가가 맞았다” 분열의 골 더 키운 美 [트럼프 2기 1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우리 이웃을 죽인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위험한 사람이에요. 그는 이런 일들을 즐기는 것 같지만, 우리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래선 안 됩니다.” 40%에 그친 트럼프 지지율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위험한 사람”“첫 임기 4년보다 지난 1년 더 심각”ICE 이민 단속 등 미국 내 반감 확산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라파예트 광장에서 만난 로빈 갤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재임 첫 1년을 평가해 달라는 서울신문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미국을 구하자. ICE를 폐지하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백악관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라파예트 광장은 미국인들이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이날 라파예트 광장에서는 트럼프 찬반 여론이 분출하고 있었다. 갤버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라파예트 광장을 찾는다고 했다. 자신을 샐리라고 밝힌 한 여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4년보다 지난 1년이 더 심각했다. 폭탄이 터지듯 많은 일이 벌어졌다”며 “분노와 폭력만 표출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다른 한편에서는 빨간색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남성은 ‘트럼프, 미국 45~47대 대통령’이라는 깃발을 내건 채 마가 모자 등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라며 인정하지 않고 46대 대통령도 트럼프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20일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1주년을 맞는 미국은 이처럼 정치적 분열과 갈등이 한층 심화된 모습이다. AP통신이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 공동으로 진행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에 그쳤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층의 80%가 그에게 지지를 보내는 등 정치 성향에 따른 양극화가 심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 76%가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ICE 총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찬성했다. 다만 이런 미국 내 상황과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기 임기 첫해 한미 관계는 한층 공고해졌다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이 미중 간 패권 경쟁 중간에 놓여 있는 등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며 면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걷잡을 수 없는 정치 양극화“2020년 대선은 바이든의 부정선거”공화당 지지층 트럼프 지지율 80%ICE 총격사건에도 반이민 76% 찬성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한미가 21세기 도전 과제에 대비하고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유망한 해”라며 “한반도 방위 체제를 강화하고 주요 군수품의 공동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조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한국에선 강대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중시하는 ‘동맹 진영’과 독자 노선을 추진하는 ‘자주파’ 간 논쟁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분열은 한국의 안보와 외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주파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룬 성과와 동맹을 활용해 한국의 이익을 증진한 외교적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 전문가인 테런스 라우 시러큐스대 로스쿨 학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무역 정책은 다자 간 규칙 기반 접근 방식에서 양자 간 거래 협상으로 근본적으로 전환됐다”며 “미국이 중국과 맞서는 상황에서 한국은 반도체 분야 핵심 기술과 안보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톰 래미지 한미경제연구소(KEI) 정책분석가는 “한국은 이미 미중 경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고, 중국이 미국과 거래하는 한국 조선소(한화) 계열사 일부에 제재를 가했다가 해제한 사례가 이를 보여 준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인허가, 예외 조치가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북미 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미국 내 전문가들의 한반도 전망李대통령 ‘실용주의 외교’ 효과 발휘조선 협력 등 한미 관계 더 공고해져미중 패권경쟁 영향… 불확실성 여전스팀슨센터 산하 ‘38노스’의 제니 타운 국장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은 북한에 큰 유인 요인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린란드 등 다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위협은 김정은의 ‘계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기다리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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