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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카페 마오’와 ‘푸틴 바’

    [씨줄날줄] ‘카페 마오’와 ‘푸틴 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1997년 ‘카페 마오’라는 이름의 체인 식당이 문을 열었다. 입구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마오쩌둥 실크스크린을 걸어 놓았다. 이 모습이 화제를 부르자 일간지 아일리시타임스는 현장탐방 기사에 ‘마오 주석이 손님을 맞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논란도 없지 않았다. 같은 신문 독자투고에는 ‘먹기 어려운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카페 마오라는 이름이 불쾌하고 불미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나뿐인가’라는 글이 실렸다. 카페 마오는 제법 인기를 끌었음에도 무리한 해외 진출 등의 여파로 2024년 문을 닫았다. 러시아의 첼랴빈스크에선 2002년 ‘푸틴 바’가 개업했다가 불과 3주일 만에 이름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 21세의 두 여성이 이스라엘 여행길에 같은 이름의 음식점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푸틴 초상화와 러시아 국기, 푸틴이 좋아하는 유도복으로 내부를 꾸몄다. 메뉴 이름도 꼬치구이 샤슬릭은 러시아 정치를 상징하는 ‘권력의 수직구조’, 밀크셰이크는 푸틴의 애칭으로 ‘보바가 어렸을 때’라고 지었다. 운영자들은 당시 푸틴 집권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지만 당사자인 ‘지도자’의 생각은 달랐던 듯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1기 대통령 임기 초반이었다.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내 이름을 붙인 바가 있다”면서 “절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지역 공무원과 경찰 관계자가 주인들을 찾아가 압력을 가했고 ‘푸틴 바’는 ‘펩시 바’가 됐다. 경기 성남 분당의 중식당 ‘시진핑’을 래커와 페인트로 훼손한 4인조는 중국인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이 식당은 지역에서 친절하고 맛있는 집으로 알려졌다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미지를 높였으면 높였지 훼손한 것도 아니다.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집을 찾아도 좋을 뻔했다. 곳곳에 미친 중국 문화의 영향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고 지도자의 서민적 풍모도 과시할 기회를 엄숙주의에 빠져 제 손으로 날려 버렸다.
  • 시진핑 연설에 대만 반박 “80년 전 미국과 함께 싸운건 우리”

    시진핑 연설에 대만 반박 “80년 전 미국과 함께 싸운건 우리”

    “용감한 미국 조종사들이 중국의 존립을 위해 자원해 중국으로 갔다” “80여년 전 양국 국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며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들에 맞섰다. 피와 불로 단련된 이 우정은 반드시 대대로 이어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협력의 상징으로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s·중국명 비호대)’를 언급하자 대만이 반발했다. 날카로운 이빨과 번뜩이는 눈알이 그려진 전투기 ‘비호대(플라잉 타이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중일전쟁에서 일본군을 벌벌 떨게 만든 중국인들의 수호신이었다. 1941년 후반부터 1942년 중반까지 중국과 동남아시아 상공에서 일본 공군과 싸웠던 ‘비호대’는 미국 의용대로 출발했다가 이후 공식적으로 미 공군에 편입됐다. 문제는 마오쩌둥 주석이 신중국을 건국한 해는 1949년으로 플라잉 타이거가 활약할 당시의 중국은 지금의 대만이란 것이다. 지난 23~25일 사흘간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한층 강하게 압박했다. 시 주석은 지난 2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do not support)’는 입장이었는데 시 주석은 공식적으로 ‘반대(oppose)’하는 입장을 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취재진에게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시 주석에게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대만은 시 주석의 ‘대만 독립 반대’ 요구와 관련해 미국의 대만 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외교부 천밍치 정무차장(차관)은 27일 취재진과 만나 이번 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차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의 인터뷰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볼 때 미국의 대만 정책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경제 둔화 속에서도 군비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대만이 국방 개혁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듀 대사는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미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만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의 우즈중 정무차장은 전날 “대만에는 ‘독립’ 문제가 없다. 우리는 하나의 주권 독립국”이라며 “대만은 이미 주권국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우리가 왜 독립을 선포하는가”라고 주장했다.
  • 북러 밀착에 중국 ‘혈맹 외교’…6·25 참전 사망 마오쩌둥 아들 참배

    북러 밀착에 중국 ‘혈맹 외교’…6·25 참전 사망 마오쩌둥 아들 참배

    지난 7일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자동차 다리가 완공되자 북한과 중국 간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움직임이 바빠진 가운데 주북한 중국 대사의 활발한 대북 교류가 눈길을 끈다.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23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를 방문해 박명호 도 인민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왕 대사는 “시진핑 총서기와 김정은 총서기가 일년도 채 안 되는 동안 두 차례의 역사적 만남을 통해 북중 관계 발전의 방향과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함경북도는 다수의 국경 검문소를 갖추고 있어 지린성 등 중국 여러 도시와의 교류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화답했다. 왕 대사는 함경북도 방문에 앞서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성의 옌볜(연변)을 방문해 북중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서 발전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린성이 북한과의 교류 및 협력을 심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대사는 22일에는 함경북도 온성군에 있는 중국군 묘지를 참배해 북측과 함께 삼나무를 심은 뒤 “북중이 피로 맺은 우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희망했다. 온성군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묘지에는 모두 7명의 중국인이 묻혀있으며, 두만강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다. 지난 15일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마오쩌둥 중국 주석의 아들 마오안잉의 동상을 중국 대표단이 참배했다. 특히 마오 주석의 증손자인 마오둥둥(23)이 중국 대표단으로 큰할아버지인 마오안잉의 동상에 고향에서 가져온 술과 월병을 바치며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모두 당신을 너무나 그리워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추석을 앞두고 북한을 방문한 중국 대표단은 모두 48명의 청년으로 마오둥둥은 현재 국방과학기술대 학생이다. 마오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은 한국전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으며 마오둥둥은 차남 마오인칭의 손자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대거 참전하면서 북러가 혈맹 관계를 형성하자 한국전쟁을 통해 맺어진 북중 혈맹 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새롭게 개통한 북한의 라선과 러시아의 하산을 잇는 자동차 다리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전쟁을 지원하는 비밀 군사통로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이 다리는 중국의 오랜 숙원이었던 두만강을 통한 동해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장벽 구실을 하게 된다. 중국 동북3성 가운데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바다와는 가깝지만 항구가 없어 두만강을 통해 바다에 접근하는 것을 염원하지만, 동해로 가는 마지막 구간을 뚫으려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2년간 공사 끝에 북러 자동차 교량이 열리자 2014년 완공됐으나 12년째 미완 상태인 북중 접경지대의 신압록강대교도 개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중이 수교를 맺은 오는 10월 6일 수교 77주년을 기념해 신압록강대교가 정식 개통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화물트럭이 이 다리를 통해 세관건물에 필요한 공조장치를 운송하기도 했다. 신압록강대교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왕복 4차선 다리로 기존 일차선의 조중우의교를 대신해 북중간 활발한 교역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 7개 물길 인류의 욕망이 흘렀다

    7개 물길 인류의 욕망이 흘렀다

    인류사에서 강은 길·부·권력 의미나일 등 일곱 강과 흥망성쇠 통해인간이 치른 대가와 미래를 물어 지구가 품은 물 가운데 강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0.000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강은 인류 문명에서 길이었고, 부였으며, 권력이었다. 인간은 강가에 도시를 세우고 물길을 따라 교역했고 둑·댐·운하·관개수로를 만들어 흐름을 바꾸려 했다. 저자인 영국의 역사학자 버네사 테일러는 “인간이 강을 바꾸는 일은 비버가 둑을 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자연스러운 개입이 어떻게 제국의 야망과 도시의 성장, 삶의 변화로 이어졌는지 느끼게 된다. 이집트 문명을 만든 나일강, 중부유럽을 지나 흑해까지 이어지는 다뉴브강, 인도의 젖줄이 된 갠지스강, 영국 런던을 관통하는 템스강, 미국에 풍요를 선사한 미시시피강, 서아프리카에 생명의 젖줄이 되는 나이저강, 중국문명의 중심 양쯔강. 책은 일곱 강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오늘까지 이어진 인류사를 읽는다. 책에서 강은 문명의 배경으로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선택과 권력의 움직임을 이끈 역사의 주인공으로 놓는다. 신화와 종교, 전쟁과 교역, 식민 지배와 산업화, 댐 건설과 생태위기를 강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관통한다. 이 책은 거대한 세계사를 연대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강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내리며 권력과 교역, 신앙과 기술이 만나는 장면을 포착한다. 독자는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서로 멀어 보였던 문명들이 강을 매개로 어떻게 연결됐는지 보게 된다. 19세기 이집트의 메흐메드 알리는 나일강을 근대국가 건설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는 500마일이던 운하망을 1200마일까지 넓혀 농업과 산업을 키우려 했다. 그 목표를 위해 농민들을 해마다 60일씩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 나일강 로제타 지류와 알렉산드리아를 잇는 마흐무디야 운하 재건에는 10만명이 숨졌다는 추정도 나왔다. 저자는 물길을 통제하려는 근대화가 산업과 국가의 성장만이 아니라 노동의 희생, 유럽 열강의 개입, 나일강 생태계의 변화를 함께 불러왔음을 짚는다. 나이저강(책에서는 니제르강으로 표기)에서는 강이 만든 부가 세계를 움직였다. 젠네와 팀북투는 사하라를 넘어온 소금과 서아프리카 금이 만나는 교역의 결절점이었다. 14세기 말리 제국의 지배자 만사 무사는 메카로 성지순례를 가면서 8만명의 수행원과 500마리의 낙타를 대동했다. 그가 뿌려대는 금 때문에 이집트 카이로 물가가 순식간에 20% 뛰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유럽의 지도 제작자들이 황금 왕관과 금화를 든 그를 지도에 그려 넣은 까닭이다. 저자는 그 찬란한 교역로에 노예무역의 그림자까지 함께 비춘다. 미시시피강에서는 물 관리가 미국식 근대화의 청사진이 됐다. 특히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는 미시시피강 최대 지류인 오하이오강으로 흘러드는 테네시강 유역을 종합개발하는 대규모 실험이었다. 1953년 TVA 보고서에는 이 모델이 전 세계 36개국으로 뻗어 나가는 지도가 실렸다. 저자는 TVA를 지역 개발의 성공 사례에만 머물지 않고, 전시 산업의 전력망이자 냉전기 미국의 경제·외교적 영향력이 강을 따라 확장된 사례로 읽는다. 1966년 7월 16일 중국 우한의 양쯔강에서는 5000명이 참가한 횡단 수영 행사가 열렸다. 당시 73세였던 마오쩌둥도 물에 들어갔다. 보란 듯이 양쯔강을 헤엄쳐 건넜다. 이는 지도자의 건재를 과시한 선전이면서, 거대한 강마저 국가의 의지로 다스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이었다. 저자는 양쯔강을 중국의 통일과 성장의 동맥으로 살피면서도, 댐·운하·수력발전의 거대 개발 계획이 ‘바이지’로 불린 양쯔강 돌고래를 멸종시킨 과정까지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강을 따라 문명의 흥망을 훑으며 결국 인간이 자연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는지를 묻는다. 강은 제국과 도시를 키운 자원이었으나, 통제와 개발의 대상이 된 뒤에는 노동의 희생과 생태계의 붕괴를 떠안았다. 일곱 강의 이야기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하나의 질문으로 합쳐진다. 문명을 만든 강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할 것인가.
  • ‘장쩌민’ 띄우는 시진핑… 4연임 앞두고 내부 결속 노림수

    ‘장쩌민’ 띄우는 시진핑… 4연임 앞두고 내부 결속 노림수

    기념 연설서 “비범한 용기 배워야”‘톈안먼 사건’ 진압 업적 치켜세우고홍콩 반환·대만 독립 반대 공로 평가당대회 앞두고 주석 중심 단결 촉구 사실상 4연임 수순을 밟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의 업적을 띄우며 내부 결속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17일 장 전 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대회에서 “장쩌민 동지의 비범한 용기와 결단력을 배워야 한다”면서 “거친 바람과 폭풍우에 적극적으로 맞서 빠른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가지 기적의 새로운 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장 전 주석의 정치 파벌 ‘상하이방’ 인사들을 숙청하며 ‘일인천하’의 권력을 굳혔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장 전 주석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자고 촉구했다. 이같은 ‘장쩌민 띄우기’는 내년 가을 열리는 제21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4연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 주석이 자신을 중심으로 당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20기 5중전회)를 앞두고 한층 더 권력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장 전 주석은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인 톈안먼 사건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직후 공산당 총서기직에 올라 2002년까지 당 1인자로 군림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톈안먼 사건을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중국 내에 엄중한 정치적 풍파가 발생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중대한 시험기’라고 에둘러 표현하며 “장 전 주석이 (중국공산당) 당 중앙의 정확한 정책 결정을 결연하게 지지하고 집행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당의 강경 대응 방침을 충실히 따른 장 전 주석을 통해 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장 전 주석이 퇴임 후에도 당 중앙의 업무와 반부패 투쟁을 결연히 지지했다고 소개했다. 시 주석은 이어 “반분열, ‘대만 독립’ 반대라는 중대한 투쟁을 힘있게 전개했다”면서 홍콩과 마카오 반환, 대만 독립 반대에 대한 장 전 주석의 공로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장 전 주석의 대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두고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가 정확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원자바오 전 총리, 왕치산 전 부주석, 장가오리 전 부총리 등 국가급 지도자들이 참석했으나 후진타오 전 주석은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중국이 역대 지도자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것은 마오쩌둥·저우언라이·류사오치·주더·덩샤오핑·천윈에 이어 장 전 주석이 7번째다.
  • 장쩌민 100주년 우표·12부 다큐까지…中, 왜 대대적 기념하나

    장쩌민 100주년 우표·12부 다큐까지…中, 왜 대대적 기념하나

    “장쩌민 동지의 삶은 영광스럽고 투쟁적이었다…그는 사회주의 물질적·정치적·정신적 문명과 당 건설을 이끌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장쩌민 전 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열고 40분간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 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장쩌민 동지의 비범한 용기와 결단력을 배워야 한다”면서 “거친 바람과 폭풍우에 적극적으로 맞서 빠른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가지 기적의 새로운 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내년 가을 5년마다 열리는 제21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4연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신을 중심으로 당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20기 5중전회)를 앞두고 장 전 주석 100주년을 계기로 시 주석의 권력을 다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장쩌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주화와 우표를 각각 발행해 대대적 기념사업에 나섰다.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한 우표에는 상하이 시장으로 일하던 모습과 1997년 열린 15차 당대회 기간에 톈안먼 망루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장면이 담겼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12부작 다큐멘터리 ‘장쩌민’을 제작해 전날 12화 ‘대도행가(大道行歌)’를 내보내며 그의 발자취를 기렸다. 장 전 주석은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인 톈안먼 사건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직후 공산당 총서기직에 올라 2002년까지 당 일인자로 군림했다. 국가주석직은 2003년 후임 후진타오에게 넘겼으며 군권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2004년까지 유지했다. 이날 시 주석은 그의 업적을 열거하면서 톈안먼 사건에 대해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중국 내에 엄중한 정치적 풍파가 발생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중대한 시험기에 장 전 주석이 흔들림 없이 경제 건설의 중심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반분열, ‘대만 독립’ 반대라는 중대한 투쟁을 힘있게 전개했다”면서 홍콩과 마카오 반환, 대만 독립 반대에 대한 장 전 주석의 공로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장 전 주석의 대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두고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가 정확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진했다”면서 칭찬했다.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원자바오 전 총리, 왕치산 전 부주석, 장가오리 전 부총리 등 국가급 지도자들이 참석했으나 후진타오 전 주석은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중국이 역대 지도자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것은 마오쩌둥·저우언라이·류사오치·주더·덩샤오핑·천윈에 이어 장 전 주석이 일곱 번째다. 생전 다혈질이었던 장 전 주석은 큰 안경때문에 ‘두꺼비’로 불리며 중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 ‘두꺼비 숭배운동’이란 밈(인터넷 유행)을 낳았다. 2000년 홍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너무 어리고(too young) 유치하다(sometimes naive)”며 기자를 몰아붙이고 “조용히 돈이나 벌자(悶聲大發财)”고 하면서 두꺼비 밈이 생겨났다. 장 전 주석을 두꺼비나 개구리에 비유하는 게시물은 중국 내에서는 인터넷 검열 대상으로 알려졌다.
  • [사설] 국민 눈높이보다 개인 소신 중요한 안보 장관들, 불안하다

    [사설] 국민 눈높이보다 개인 소신 중요한 안보 장관들, 불안하다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의 언행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그제 권오을 장관이 북한을 ‘인민공화국’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해명이나 유감 표명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앞서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북한을 “인민공화국”이라 불렀다. 앞서 지난 5일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부처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조선’으로, 남북 관계를 ‘한조(한국·조선) 관계’로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남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북한·북측’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호칭만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권·정 장관의 발언은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 3,4조에 위배된다. 북한의 전략에 말려 자칫 분단을 영구화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남북간 평화적 공존을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라면서 “표현 하나로 정쟁에 휘말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정 장관에게 주의를 줬겠는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복무 시절 탈영 의혹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6월에는 공군사관학교 생도들 앞에서 6·25전쟁 침략군 총사령관인 ‘마오쩌둥의 좌우명’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본분을 망각한 논란들로 비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고,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며, 적의 위협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부처의 수장들 아닌가. 국민 상식이나 국가정체성과 거리가 있는 개인적 신념을 공공연히 고집한다면 문제가 작지 않다.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북한, 중국, 러시아 등에도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전방부대의 빈총 경계, 보고 누락에 따른 미군 드론 격추 위기 등 잇따른 안보 기강 해이도 이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개인적 견해와 국무위원으로서의 직분을 부디 분간하기 바란다.
  • 주룽지 중국 전 총리 별세

    주룽지 중국 전 총리 별세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며 ‘경제 개혁의 설계자’로 불린 주룽지 전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98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주 전 총리가 12일 오전 11시쯤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한 주 전 총리는 강한 추진력과 과감한 개혁 조치로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국유기업에 대한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성공시키며 중국이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1928년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성에서 태어난 그는 1957년 우파로 몰려 시련을 겪고 문화대혁명 기간 시골로 쫓겨나 노역하는 등 22년간 야인 생활을 했다. 그러나 1979년 복권된 이후 승승장구하며 상하이시 시장을 거쳐 1991년 국무원 부총리, 1998년 총리 자리에 올랐다. 주 전 총리는 특유의 직설적인 어법과 과감한 부패 척결 의지를 내세워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1998년 총리 취임 당시에는 “부패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해 관 100개를 준비했다. 99개는 부패 관료의 것이고, 마지막 1개는 내 몫이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1998년 국유기업 소유 아파트를 개인에게 분양하는 정책을 도입해 주택 사유화 열풍을 일으켰으며, 과감한 세제 개편으로 중앙정부의 재정을 확충하는 등 중국 경제 전반에 족적을 남겼다. 2003년 퇴임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노후를 보냈다.
  • “마오쩌둥도 이렇진 않았다, 독재자 수순”…고삐 풀린 트럼프에 걱정 터진 美상황

    “마오쩌둥도 이렇진 않았다, 독재자 수순”…고삐 풀린 트럼프에 걱정 터진 美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판 세력을 압박하고 권력 견제 장치를 약화시키면서 미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국가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전직 정보·안보 당국자들의 성토가 나왔다. 백악관은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에게서 권력을 회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라며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 정보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통치 방식이 권위주의 정권에서 나타나는 권력 장악 방식과 닮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옛소련과 발칸 지역에서 CIA 지국장을 지낸 폴 콜베는 “독재자들이 권력을 잡고 휘두르는 방식에는 공통된 수순이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이러한 과거의 역사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과정에서 첫 임기 당시 자신의 권력을 제약했다고 주장해온 이른바 ‘딥 스테이트’와의 전쟁을 공언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비판 세력을 침묵시키려 하고 주변 인사들에게 충성을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 마크 자이드는 지난해 백악관으로부터 기밀정보 접근권을 박탈당한 뒤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는 “견제 장치가 모두 제거됐다”며 “우리가 맞닥뜨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직 정보·안보 당국자 400명 결집…“기관 약화”콜베는 미국 내 권위주의 확산을 우려해 2016년 결성된 전직 정보·안보 당국자 네트워크 ‘스테디 스테이트’ 회원이다. 이 단체에는 현재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회원이 크게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상당수는 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창립자인 스티븐 캐시는 “회원의 절반은 공개적으로 활동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전쟁 지역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직 CIA 분석관 줄리아 컬리는 “말을 아껴야 할 이유는 많지만 모두가 침묵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국민들은 이 중요한 기관들이 얼마나 무력화되고 약화했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대만 담당 CIA 분석관 출신 게일 헬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개인 숭배’ 현상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권과 지폐에 자신의 얼굴을 넣고 싶어 한다”며 “마오쩌둥조차 화폐에 자신의 얼굴을 넣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中 대선 개입 정보 놓고 충돌…CIA “기밀해제 절차 참여”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보기관과 선거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초당파 연구기관 ‘예외상태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States of Exception)는 미 당국자들이 비상권한을 이용해 선거를 방해할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논란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TV 생중계 연설에서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기밀 해제한 정보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2021년 미 정보공동체는 중국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바꾸기 위한 개입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직 정보 당국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존 정보기관의 판단과 배치되는 정보를 공개해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컬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 자체의 판단에 반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CIA를 이용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간 정보기관의 역량과 권한을 이처럼 악용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CIA는 정치적 목적의 정보 공개였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CIA는 정부 투명성 태스크포스와 긴밀히 협력해 관련 정보를 공개했으며 고위 정보당국자들이 기밀해제 과정의 모든 단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비판 인사 보안인가 잇단 박탈…“매카시즘 이후 최대”전직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자들의 보안인가를 잇달아 박탈한 것도 권력 남용 사례로 들었다. 보안인가는 정부 밖에서 일하는 전직 당국자 등이 국가안보 기관과 계약·자문 업무 등을 할 때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첫날인 지난해 1월 헌터 바이든 전 대통령 아들의 노트북 보도가 러시아 정보작전의 특징을 보인다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던 전직 정보 당국자 50명의 보안인가를 취소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다른 주요 비판자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자이드는 비판자들을 겨냥한 보안인가 제한이 “1950년대 매카시즘 이후 본 적이 없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비판을 전면 반박했다. 백악관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권력 남용을 바로잡고 미 정계의 기득권을 청산하며 미국인을 우선하라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당선됐다”며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의 손에서 권력을 회수해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제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견딜 것이라는 전망은 나왔다. 헬트는 “우려해야 할 사안의 목록은 길다”면서도 “미국인들에게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는 그 차가운 어둠 속으로 순순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공산당 105주년…시진핑 “대만독립 세력 타격”

    중국 공산당 105주년…시진핑 “대만독립 세력 타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공산당 창당 105주년을 맞아 대만 통일 의지를 강조하며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창당 기념식에서 시 주석은 약 40분간의 연설을 통해 당원 1억 128만여명인 세계 최대 정당의 탄생을 축하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우리 당이 흔들림 없이 추구해온 역사적 과제”라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반대하며, 조국 통일의 대업을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란 현재 집권 중인 대만 민주진보당 정부를 가리킨다. 그는 또 “강한 국가는 강한 군대를 가져야 하며, 강한 군대만이 국가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면서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 목표를 예정대로 달성해 빠르게 세계 일류 군대가 되어야 한다”며 대만 무력 통일과 연계되는 강군 목표를 내세웠다. 내년이면 창설 100년이 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100주년 목표는 현대화를 완료하여 미국 등 강대국에 맞서는 전투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군대를 통치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정당으로 100주년 목표는 대만 공격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월 ‘군부 2인자’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숙청한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도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부패 척결 전쟁을 단호히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당 기념사에서 ‘분투’와 ‘투쟁’이라는 단어를 10여 차례 반복하며, 내년 당대회에서 4연임 확정을 앞두고 장기 집권을 위한 내부 단속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921년 마오쩌둥 등이 창당한 공산당 당원이 중국 인구의 7.2%라며 ‘세계 최대 정당’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평가받는 시 주석은 수십 년간 당에 헌신한 노병 등 8명에게 ‘7·1’ 훈장을 수여했다. 이 훈장은 소박한 혁명 전통을 계승한다는 시 주석의 제안에 따라 금속이 아닌 천띠로 제작됐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시 주석에게 창당 105주년 축전을 보내 긴밀한 북중 관계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공산당이 없으면 새 중국도 없다는 것은 진리”라며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 [사설] ‘호국보훈의 달’에 부끄럽고 참담한 ‘항미원조’ 논란

    [사설] ‘호국보훈의 달’에 부끄럽고 참담한 ‘항미원조’ 논란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초중고 교사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중국 항미원조(抗美援朝) 기념관 탐방 일정을 넣었다가 논란이 감지되자 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념관은 북한의 6·25 남침을 부정하고 중공군의 불법 참전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것’이라고 선전하는 곳이다. 지난주 전쟁기념사업회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 대상의 강의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에 중공군의 참전을 ‘항미원조’라고 표현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이번 항미원조 논란은 어쩌다 생긴 해프닝이 아니라 정교하게 준비된 각본에 따른 사건이라는 의심이 든다. 항미원조는 마오쩌둥의 중국이 6·25에 참전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국공내전과 태평양전쟁으로 지친 중국 국민들이 또 다른 참전에 불만을 품을까 우려해 전쟁의 성격을 왜곡한 표현이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을 피해자로, 피해자인 한국을 돕는 미국을 침략자로 비치게 한다. 이런 왜곡된 개념을 중국에 항의해도 모자랄 한국 정부의 산하 기관이 되레 학생과 교사에게 교육을 하려 나섰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1993년 소련 외교문서 공개로 북한의 남침이 정설이 되기 전까지는 6·25가 북침이라는 거짓말이 국내 좌파 진영에 횡행했다. 그랬던 6·25 관련 논란이 30여년 만에 항미원조로 부활한 것은 팩트(fact)로는 안 되니 관점(perspective)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용산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가 호국보훈의 달에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어불성설이다. 북한의 남침과 중공군의 불법 참전으로 희생된 한국과 유엔 참전국의 호국영령들을 심각하게 모독한다. 국방부는 지난주 포스터 논란에 “중대한 과오”라며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하루면 파악될 진상을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어제 항미원조 기념관 논란에도 진상규명 약속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 중국 화웨이가 제시한 단 한글자 τ, 반도체 산업 뒤흔들어

    중국 화웨이가 제시한 단 한글자 τ, 반도체 산업 뒤흔들어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화웨이가 기존 산업계 통념을 뒤엎는 ‘타우(τ)의 법칙’을 제시하자 베이징대는 이를 뒷받침할 설계 소프트웨어 기술 진전을 이뤄냈다. 화웨이는 지난 25일 기존의 ‘무어의 법칙’을 대체할 새로운 개념으로 ‘타우의 법칙’을 제시했다. ‘타우’는 회로 내에서 신호가 안정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가리킨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도가 약 1~2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지만, 화웨이는 미세공정 경쟁 대신 신호 최적화를 통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반도체 개발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첨단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상황에서 나온 중국 측의 돌파구로 평가된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칩의 미세 회로 패턴을 실리콘 웨이퍼에 새겨 넣는 핵심 장비다. 베이징대는 27일 마이크로칩 설계 소프트웨어인 전자설계자동화(EDA)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화웨이가 오는 2031년까지 1.4나노미터 공정 칩 생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베이징대의 EDA 소프트웨어가 지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는 노광장비 없이 3나노미터 이하 칩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는데 화웨이는 반도체 크기를 줄이는 대신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 저항을 줄이고 내부 배선을 더욱 긴밀하게 하여 칩을 통과하는 전기 신호의 전달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개선한 것이다. ‘타우의 법칙’을 발표한 허팅보 화웨이 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타우의 법칙’을 구현하면 더 이상 노광장비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칩의 속도 개선을 위해서는 엔지니어들이 설계도를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EDA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는데 베이징대의 혁신이 다층 칩의 수직 구조를 최적화할 전망이다. 베이징대는 새로운 EDA는 칩 내부의 총 배선 길이를 30% 줄였을 뿐만 아니라 성능과 열 관리 측면에서도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EDA 소프트웨어에도 판매 제한 조치를 부과했으나 중국의 자급자족 추진에 수출 금지를 풀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화웨이의 ‘타우 법칙’을 두고 공산당 혁명 당시 마오쩌둥 주석의 대장정에 빗대 ‘용감한 장정’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의 획기적인 진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수출 금지를 풀어줬음에도 H200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엔비디아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일부 우려에도 엔비디아 칩을 중국 10개 회사가 구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중국 당국은 자국산 칩을 권장하며 엔비디아 칩 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화웨이가 기존 60년간 반도체 업계를 지배해온 통념을 깨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역시 이 같은 접근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병철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첨단 노광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칩을 계속 미세화하는 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중국이 방대한 엔지니어 풀을 투입하면 타우의 법칙을 구현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AI 시대에는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무어의 법칙’에서 벗어나 전력 효율과 데이터 전송 최적화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화웨이의 ‘타우의 법칙’도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 [김상연 칼럼] 어느 강철 사나이의 소심한 외교

    [김상연 칼럼] 어느 강철 사나이의 소심한 외교

    스탈린은 폭압적인 독재자로 보통 인식되지만 외교에 있어서만큼은 소심했다. 강한 사나이가 되고 싶어 이름까지 ‘강철 같은 사람’이란 뜻의 ‘스탈린’으로 바꾼 남자가 국제관계에서는 이름값을 하지 못한 건 아이러니다. 그런데 이 아이러니가 결과적으로 소련을 러시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로 끌어올렸다. 스탈린은 소련의 국력에 대해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맞서는 일만큼은 철저히 삼갔고, 국력이 허용하는 한도에서만 국익을 최대한 챙겼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그의 외교는 비굴했고 쩨쩨했으며 치사했다. 스탈린은 그리스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자 공산 반군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렸다. 미국과의 전면전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동유럽에서의 지분을 다지는 쪽을 택한 것이다. 결국 스탈린의 ‘배신’으로 그리스 좌익은 참패한다. 스탈린이 서독을 공산화하려는 욕심으로 베를린을 봉쇄하자 미국은 ‘공중 보급’으로 강하게 맞섰다. 이에 스탈린이 미군 항공기를 격추해 전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스탈린은 조용히 봉쇄를 푸는 길을 택한다. 스탈린은 일본의 패망이 임박했을 때 홋카이도를 남북으로 나눠 점령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 그러나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일축하자 하릴없이 물러났다. 대신 소련은 러일전쟁 때 잃었던 사할린 남부와 쿠릴 열도를 다시 손에 넣었고, 만주를 차지했다. 스탈린의 ‘하남자’ 기질이 여지없이 드러난 건 한국전쟁이었다. 스탈린은 처음엔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후 ‘애치슨 라인’ 발표 등으로 미국의 개입 의지가 낮다고 판단된 뒤에야 전쟁을 승인했다. 대신 중국의 마오쩌둥과 상의하라며 자신은 뒤로 빠졌다. 결국 소련은 무기와 공군 전력만 몰래 지원키로 했는데, 그마저도 미군에게 들킬까 걱정돼 조종사들에게 북한군과 중공군 군복을 입혔다. 수많은 국민을 숙청한 스탈린은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지녔다. 하지만 외교에 있어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판단력을 발휘했다.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미국의 루스벨트나 영국의 처칠보다도 허세가 없었고 정신이 멀쩡했다. 스탈린이 세상을 떠난 지 40년 뒤인 1993년 모스크바로부터 6600㎞ 떨어진 서울에서 ‘강철 멘털’을 가진 남자가 권력을 잡는다.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상남자’였다. 그의 테스토스테론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으로 분출됐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와 싸웠으며, 대통령이 돼서는 군의 사조직을 척결하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 ‘테토남’ YS가 아니었다면 감히 밀어붙이기 힘든 일이었다. 검찰 소환에 대놓고 불응하며 경남 합천으로 내려간 또다른 테토남 전두환 전 대통령을 새벽에 체포해 서울로 압송했을 때 YS의 테스토스테론은 혈관을 뚫고 나올 기세였다. 문제는 스탈린과 달리 YS는 외교에 있어서도 테토남이었다는 것이다. 1995년 일본 정부 각료가 과거사 관련 망언을 하자 YS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이번엔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고 일갈했다. 과거 어느 한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직설적 발언은 국민들에게 통쾌하게 들렸다. 그로부터 2년 뒤 한국은 외환위기에 직면한다. YS 정부는 일본에 일본 금융기관들의 만기 연장과 통화스와프 등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거절했다. 한일 관계가 좋았다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분석이 맞다면 YS로서는 땅을 치고 후회할 만하다. ‘버르장머리’ 발언만 아니었다면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기록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인권 침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비판한 것은 과거 어떤 한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 변화가 장래에 우리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국가지도자의 발언을 듣고 속이 후련해진다면 거기에는 어떤 위험성이 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데스크 시각] 지켜야 할 유산, 지워야 할 흔적

    [데스크 시각] 지켜야 할 유산, 지워야 할 흔적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사후인 1981년 11기 6중전회(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문화대혁명과 마오의 공과에 대해 두고두고 회자될 ‘공칠과삼’(功七過三·잘못이 셋이면 공이 일곱)이라는 말을 남겼다. 문화대혁명과 마오의 직접적 피해자인 덩샤오핑이 주도한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로써 마오 사후의 정치적 균열은 일단 봉합됐다. 이후 마오의 고향 후난성 사오산에 있는 기념관은 문화대혁명 기간의 기록을 공백으로 뒀다고 한다. 때로는 ‘회색지대’에 놓아 두는 편이 낫다는 중국인 특유의 전략적 사고방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칠과삼’은 국내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주장하는 측에 의해 인용되곤 한다. 이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탄핵에 이른 정도가 아니라면 선출직 공직자의 재임 중 공과 과는 뒤섞여 있을 때가 많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지켜야 할 유산(遺産)과 지워야 할 흔적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많은 선출직 공직자는 전임자가 남긴 것을 지우는 데서 임기를 시작한다. 대통령부터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 군수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에는 더하다. 취임 첫날부터 수십 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모조리 뒤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새로 뽑힌 선출직은 전임자가 추진했던 역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중단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라는 의미의 말 ‘적폐’(積弊)도 종종 등장한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과정이 열혈 지지층에게는 정서적 쾌감과 정치적 효능감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공공복리와 무관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의 단절은 보통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미래를 위해 더는 미뤄서는 안 될 사업조차 ‘아무개 예산’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멈춰 서기도 한다. 서울 도시브랜드도 곡절이 많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이명박 시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하이 서울’(Hi Seoul)이 14년간 이어지다가 박원순 시장 때인 2015년 ‘아이·서울·유’(I·SEOUL·U)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던 ‘아이·서울·유’는 2022년 오세훈 시장 복귀 이후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로 대체됐다. 1977년 만들어진 ‘아이 러브 뉴욕’(I♥NY)이나 2002년 첫선을 보인 ‘아이 암스테르담’(I amsterdam)이 롱런하며 도시 이미지를 구축한 것과 대비된다. 전임자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의도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록을 남길 필요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판단과 셈법에 기반한 맹목적 흔적 지우기와 오로지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정책 궤도 수정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세금 낭비를 비롯한 온갖 부작용을 초래한다. 분열과 갈등을 낳을 뿐이다. 흥미롭게도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두 달이 지나면 ‘○○도 흔적 지우기 논란’이라는 기사들이 4년마다 반복된다. 지역과 단체장의 이름만 바뀔 뿐 행태와 양상은 비슷하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울지, 아니면 유산으로 이어받을지 선택할 때는 원칙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버릴 때의 기회비용과 남길 때의 이익을 따져야 한다. 그때 저울 위에 올려야 할 가치는 정파나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다수의 삶이어야 한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고 있다. 다가오는 7월 1일에 새로(혹은 다시) 취임할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유산’의 의미를 곱씹어 보길 기대한다. 유권자들이 앞으로의 4년을 예측할 수 있도록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선명하게 제시하면 더 좋겠다. 임일영 사회2부장
  • [김상연 칼럼] 윤어게인을 얕보지 마라

    [김상연 칼럼] 윤어게인을 얕보지 마라

    볼셰비키는 러시아어로 다수파라는 뜻이지만 러시아 전체로 봤을 때는 마이너리티였다. 차르의 몰락 이후 벌어진 내전에서 우파, 즉 백군(白軍)은 무기와 군사기술 면에서 볼셰비키, 즉 적군(赤軍)을 압도했다. 적군 중엔 총이 없어 곡괭이를 든 병사도 있었다. 하지만 레닌이 이끄는 적군은 공산주의라는 강력한 이념으로 무장돼 있었고, 사분오열한 백군에 승리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나치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는 실업자와 농민 등에 인기가 있던 나치를 대충 써먹고 버릴 요량으로 히틀러에게 총리 자리를 주며 연정을 폈다. 그러나 극우 이념으로 뭉친 나치는 테러와 합법을 교묘하게 버무리며 정권을 차지했다.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 군은 마오쩌둥이 이끄는 홍군(紅軍)을 대장정 시기 빈사 상태까지 몰아넣었을 만큼 전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공산주의 이념으로 단결한 홍군은 분열과 부패에 찌든 백군을 끝내 제압한다. 이들 승자의 공통점은 강한 이념적 결속력과 불굴의 리더가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측면을 걷어내고 순전히 권력투쟁적 시각으로 보면 지금 대한민국 보수 정당을 들었다 놨다 하는 ‘윤(석열)어게인’ 세력의 정치적 다이내믹은 위의 사례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윤어게인이라는 강력한 목표로 뭉쳤고, 감옥에 있는 전직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꺾은 것은 윤어게인의 위세를 만천하에 공표한 ‘사건’이었다. 당대표 선거에서 직전 대선 후보가 불과 1·5선의 정치 신인에게 진 것은 국내 유력 정당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내 다수를 점한 윤어게인 성향의 당원들이 보다 선명한 윤어게인을 외친 장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장 대표는 당선 이후로도 윤어게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고,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의 1심 유죄 선고에 대해 장 대표가 “무죄 추정의 원칙” 운운했을 때 윤어게인은 절정에 달했다. 국민의힘에서 쫓겨난 한동훈 전 대표 쪽 사람들과 이른바 ‘합리적 보수’ 인사들은 이런 국민의힘에 망조가 들었다고 개탄한다. 이대로 가면 6월 지방선거 참패는 명약관화하고, 그러면 장 대표의 정치생명도 끝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여태까지의 정치 문법으로 보면 그게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문법은 해체될 수 있고 상식은 파괴될 수 있다. 장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가. 실제로 당권파인 장예찬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질 경우 장 대표의 거취에 대해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할지…”라고 했다. 윤어게인이 다수인 당원들에게 물으면 장 대표는 재신임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가 일단 사퇴한 뒤 얼마 후 있을 당대표 선거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역시 윤어게인 당원들의 지지로 다시 당선돼 ‘장어게인’이 될 수 있다. 혹시 장 대표의 이미지가 너무 망가졌다고 판단되면 윤어게인이 ‘제2의 장동혁’을 골라 대표로 밀 가능성도 있다. 얘기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합리적 보수들은 윤어게인을 가리켜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혀를 찬다. 과연 그럴까. 윤어게인은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북풍한설 몰아치던 한겨울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며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국민의힘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해 다수가 된 사람들이다. 지금 안락한 의자에 앉아 혀를 차고 있는 합리적 보수들 중 이들만큼 열의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국민의힘에서 윤어게인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친한동훈이든 합리적 보수든 사돈의 팔촌까지 당원으로 가입해 다수가 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보수층 유권자 가운데 10%만 국민의힘 당원이 돼도 윤어게인을 ‘석기시대’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은 안 하면서 ‘누군가 하겠지’라며 고도(Godot)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식의 마인드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서울광장] “집권했다고 맘대로 다 못 하는” 사법·검찰개혁

    [서울광장] “집권했다고 맘대로 다 못 하는” 사법·검찰개혁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SNS에 올린 ‘책임과 권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도 없다”고 썼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법과 공소청법 수정안도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한다”며 반발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틀 뒤에는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국민통합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라 볼 수 있다. 여당 초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소리 없는 개혁’을 주문하며 “과유불급”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권이 힘으로 밀어붙여 지난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등 ‘사법개편 3법’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가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장을 위한 형사사법 제도 개편이라는 목적과는 배치되는 듯한 혼란상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왜곡죄로 고발된 1호 수사 대상은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민주당으로부터 사퇴·탄핵의 압박을 받아 온 조희대 대법원장이 됐다. 법왜곡죄가 판검사를 겨냥한 고소·고발 남발과 사법부 옥죄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 아닌가 싶다. 경찰이 대법원장을 앉혀 놓고 법의 왜곡 적용 여부를 조사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게 생겼다. 법왜곡죄를 수사하는 경찰도 법 적용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거꾸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물고 물리는 사슬 속에 수사와 재판이 위축·왜곡되면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재판소원제도 시행 첫날부터 사기대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재판소원 검토의 뜻을 밝히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변호사도 재판소원을 내겠다고 한다. 형이 확정된 성추행범도, 협박범도 ‘4심’을 받겠다고 나선다. 힘 있고 돈 있는 범죄자들에겐 버티기와 판결 뒤집기의 기회를, 힘 없고 돈 없는 피해자들에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소송 지옥의 고통을 안겨 줄 조짐이다. 전국법원장들도 지난 12일 모임에서 “국민생활과 사법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개정법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되지 않아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의원 105명이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모임(공취모)을 결성하고, 민주당이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해 이 대통령과 여권 관련 7개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를 규명하는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한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 기소에 조작이 있다면 구체적 물증을 재판에서 제시해 무죄 선고를 끌어내는 사법 절차로 해결할 일이다. 대통령 관련 수사나 재판을 공소취소 압박 등 힘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결국 ‘이 대통령 무죄 만들기’를 위한 도구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우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마오쩌둥은 1966년 문화대혁명 때 ‘대란대치’(大亂大治·세상을 크게 흔들어 크게 다스림)를 내세웠다. 문화대혁명은 기존 틀을 깨고 반대파를 제거해 권력 탈환에는 성공했지만, 혼돈과 재난만 초래하고 경제를 침체시켜 인민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등 오류와 역사적 퇴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사법고시 제도를 로스쿨 체제로 전환하고 변호사를 대폭 증원하는 사법개혁만 해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제기돼 14년간의 논의·검토·준비 과정을 거친 뒤 2009년에야 실행될 수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일방적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다가 막대한 후유증만 남긴 채 좌절된 의료개혁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검찰개혁이든 사법개혁이든 진정성을 입증하고 성공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과욕이 불러올 수 있는 오류와 부작용을 경계하는 집권자의 책임의식이 일관되게 관철돼야 할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 법률가의 美, 공학자의 中… ‘패권의 문법’

    법률가의 美, 공학자의 中… ‘패권의 문법’

    美, 절차·설계 중시… IT 산업 선호제조업 부진에 핵 부품 생산 못 해中, 이공계 권력자 과감함에 발전자유 통제·강제 방역에 이민 열풍 21세기 최후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갈수록 심화되는 미중 갈등으로 세계 질서도 급변하는 모양새다. 초강대국인 두 국가는 권력 구조에서 산업, 기술, 사회 정책까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된다. 책은 ‘법률가의 나라’ 미국, ‘공학자의 나라’ 중국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두 나라의 본질적 차이와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거침없이 파헤친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중국 분석가인 저자는 “법률가들이 사회 지도층에 포진한 미국은 규제와 절차에 갇혀 역동성을 잃어버린 반면 중국은 이공계 출신 들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억압과 통제의 대가를 뒤늦게 치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2017년부터 중국의 기술 야망과 산업 전략을 심층적으로 연구해왔고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 역사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책의 원제인 ‘브레이크넥’은 중국의 발전 양상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고 정신없이 달려간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혼란했던 마오쩌둥의 시대가 저물고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1980년대부터 공학자와 기술자들을 권력의 중심부로 끌어들였다. 이는 중국 특유의 ‘공학 국가 정신’으로 이어졌고 국가 주도의 기술 발전 하에 압도적 규모의 공공 기반 시설이 중국 전역에 세워졌다. 1984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민주당 출신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는 예외 없이 법학을 전공했다. 순수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하원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사법적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새로운 일을 가로막고 방어하는 데 법적 권한이 사용됐다. 저자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첨단 기술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수많은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는 ‘절차적 지식’이 무섭게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자본이 적게 드는 플랫폼이나 설계에 집중하는 반도체 산업을 선호하며 제조업을 경시했다. 때문에 전통적인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며 제조 가능 인력과 절차적 지식을 보존하지 못했다. 미국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기밀 부품마저 직접 만들지 못하게 된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중국의 공학 국가 정신은 한계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1978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을 위해 강압적인 임신 중절 수술과 불임 수술을 강행하는 바람에 엄청난 고통과 후폭풍에 시달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2020년 한창 성장 중이던 자국 플랫폼 기업들을 탄압한 사건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무모한 개입과 경제 정책, 엄격한 방역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은 숫자와 효율의 논리에 매몰된 공학적 사고의 폐해를 보여준다. 이로 인해 팬데믹 이후 중국 청년과 엘리트, 부유층 사이에서는 중국을 떠나는 ‘룬’(潤)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 주도의 성장을 목격하고 지지했던 이들이 극단적 행정을 경험한 뒤 탈(脫) 중국에 나선 것이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중국을 더 잘 알수록, 중국인들이 미국을 더 잘 알수록 불필요한 갈등에 휘말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극명한 차이점이야말로 21세기를 정의하는 경쟁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 [세종로의 아침] 시다다에서 시황제까지

    [세종로의 아침] 시다다에서 시황제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4억 인구를 통치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큰아저씨란 뜻의 ‘시다다’로 불렸다. 2018년 시 주석은 헌법을 개정해 주석직을 2연임(10년)까지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이때부터 ‘시다다’란 표현은 점점 사라졌고, 대신 시황제란 별칭이 등장했다. 종신집권의 길을 연 시 주석은 2023년 3연임에 이어 2027년 당대회에서 4연임을 확정 짓겠다는 기세다. 최근 군부 2인자이자 시 주석과 의형제로 ‘친형’처럼 여겼던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가차 없이 숙청한 것도 종신집권을 위한 작업으로 여겨진다. 시 주석의 종신집권 야심은 지난해 9월 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드러났다. 세계열강 지도자들 가운데 둘도 없는 ‘절친’ 사이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영생에 관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우연히 마이크에 잡힌 것이다. 시 주석이 “과거에는 일흔 이상 살기 어려웠지만, 오늘날 70살은 젊다”고 이야기하자 푸틴 대통령은 “신체 장기를 계속 교체하면 오래 살수록 더 젊어지고, 영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화답한다. 이어 시 주석은 “이번 세기에 인류는 150살까지 살 것”이라고 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웃으며 이 대화를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총리직으로 이동해 권력을 유지했다가 헌법 수정으로 임기를 계속 연장해 최장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수명 연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한 두 사람은 임기 연장을 두고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을 것이다. 시 주석에 앞서 중국의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꿈꿨던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였던 진시황의 신하 서복이 불로초를 찾아 한국 지리산 등지를 찾은 흔적이 있다. 신중국 건국 이후 현재 시 주석의 권력은 마오쩌둥 이후 최대로 평가된다. 특히 그가 장 부주석을 내친 것은 마오가 쿠데타 혐의로 당시 군부 이인자였던 린뱌오를 사실상 암살한 것에 비견된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71년 쿠데타에 실패한 린뱌오는 소련으로 도주하다 의문의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용병 그룹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항공기 추락으로 2023년 사망한 것과 똑 닮았다. 프리고진 역시 반란을 주도하다 실패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장 부주석도 쿠데타를 모의했다 실패했다는 루머가 있다. 지난달 18일 베이징의 징시 호텔에서 장유샤 측 병력이 시 주석 체포를 시도하다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시 주석 호위 인력이 9명, 쿠데타 세력이 12명 사망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가 뉴스위크 등 영미 매체에 보도됐다. 그만큼 장 부주석의 숙청은 충격적이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한중 관계의 절정기와 최악의 시기를 모두 이끌었다. 2015년 한중 정상이 열병식 망루에 올랐을 때가 절정이었다면,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코로나19까지 기나긴 암흑의 시기가 지속됐다. 한중 관계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항상 북핵 문제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한 달 가까이 통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배신감을 느꼈고 결국 사드 배치로 이어졌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중국은 한반도의 조기 평화 통일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중국은 6자회담을 주도하고 ‘쌍중단’(북핵실험과 한미훈련 중단)을 제안하는 등 일정 역할을 했다. 오는 4월 중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수많은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오르겠지만, 북핵 문제도 빠지지 않길 바란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제 시 주석이 황제에 걸맞은 위상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줄 차례다. 윤창수 국제부 전문기자
  • ‘전광석화’ 장유샤 中 숙청 뒤엔… “핵 정보 美 유출 혐의”

    ‘전광석화’ 장유샤 中 숙청 뒤엔… “핵 정보 美 유출 혐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형’처럼 여겼던 군부 2인자 장유샤(75)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숙청한 배경에 핵무기 정보 유출 혐의와 공무상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중국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인용해 장 부주석이 핵무기에 대한 핵심 기술 자료를 미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장 부주석과 류전리(61) 연합참모부 참모장의 실각 사실을 전하며 ‘심각한 기율 위반 및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WSJ는 국방부가 장 부주석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기 앞서 최고위 장교들이 참석한 브리핑이 열렸는데, 여기서 핵무기 핵심 기술 정보를 미국에 유출한 혐의가 알려졌다고 전했다. 당국은 중국 핵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국유기업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전 총경리 구쥔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장 부주석과 관련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브리핑에서는 장 부주석이 군수·무기 조달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를 장악하고, 인사 비리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2023년 실각한 리상푸 전 국방부장(장관)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고 승진을 도왔다는 것이다. 장 부주석과 리 전 국방부장은 중국군 부패 의혹의 근원지로 지목되는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 출신이다. WSJ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숙청 조치는 마오쩌둥 시대 이후 중국 군부 지도부를 해체하는 가장 공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앙군사위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26일 1면 기사에서 “신분에는 면책특권이 없다”며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해방군보는 과거 중국의 부패 척결 사례를 소개하며 “당 기율과 국가 법률 앞에서 신분에 면책 특권이 없고, 공로가 (죄를 상쇄하는) 속죄권이 아니며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국 군부 2인자 숙청 사유는…핵기밀 미국에 넘기고, 부패

    중국 군부 2인자 숙청 사유는…핵기밀 미국에 넘기고, 부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형’처럼 여겼던 군부 2인자 장유샤(75)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숙청한 이유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통 실종에서 실각까지 수개월 이상 걸리는 관행과 달리 장 부주석은 지난 20일 당간부 학습 세미나에 불참한 뒤 나흘 만에 시 주석 집중 체제 훼손이란 혐의가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장 부주석을 해임해 중앙군사위를 사실상 와해시킨 것은 그가 정치적 파벌을 형성해 권한을 남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장 부주석을 24일 체포하기에 앞서 군 최고위 장교들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 승진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고, 핵무기 핵심 기술 정보를 미국에 유출한 혐의가 알려졌다고 WSJ는 전했다. 장 부주석은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출신으로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의형제 사이였다. 이 때문에 2023년 핵전력을 담당하는 중국 로켓군의 1차 숙청이 있을 때 장 부주석은 살아남았다. 당시 시 주석이 직접 창설한 로켓군의 자세한 핵미사일 작전 체계가 미국 국방부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에 그대로 넘어갔다. 순위안둥 로켓군 부사령관의 미국 유학 중이던 아들이 석사 논문 작성을 위해 아버지의 집무실에 있던 기밀을 유출한 것이었다. 미국 앨라배마주 맥스웰 공군기지에 위치한 미 공군대학 산하의 전문 연구 기관인 중국우주항공연구소는 중국군 내부의 작은 인사 공고나 기념사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분석하기로 유명하다. 연료 대신 물로 채워진 핵미사일과 같은 로켓군의 부패상이 드러나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50명 이상의 고위 군 장교와 방산업계 임원들이 숙청됐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의 ‘마두로 참수작전’ 당시 부패한 베네수엘라군이 무너진 모습에 충격을 받고 장 부주석 숙청을 결단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장 부주석은 장성으로 승진하기 위해 2000만 위안(약 40억원)을 냈을 뿐 아니라 거액의 뇌물을 받고 리상푸의 국방부장 승진 등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주석 휘하에서 승진한 수천 명의 장교들이 숙청 대상이란 불안에 떨고 있으며, 전 부대에서 휴대전화가 압수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2027년 제21차 당대회와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앞두고 시 주석은 군의 집단 영도체제인 중앙군사위를 해체하고 1인 권력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내년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4연임은 물론 마오쩌둥 이후 사라졌던 당 주석직이 부활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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