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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린스키발레단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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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발레리노의 어제·오늘·내일을 만난다…김용걸 신작 ‘에세’

    韓발레리노의 어제·오늘·내일을 만난다…김용걸 신작 ‘에세’

    서울 노원구에 처음 생긴 발레 축제는 주민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총예술감독을 맡은 김용걸(53)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노원구는 학구열도, 문화 열망도 높고, 발레하는 인구가 많다더라”면서 “구청에 우리 구에도 발레 행사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쌓였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지난 21일 막을 올린 ‘2026 NBF:B 노원발레페스티벌’은 그렇게 첫판을 벌였다. 김용걸 전 교수는 축제의 초기 설계자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발레 축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고, 예술감독이 한 명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그 몫이 그에게 몰렸다. 지난 6월 김용걸댄스시어터, 서울시티발레단, 댄스시어터샤하르 등 발레 단체 등과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혼자서는 못 하니 함께 도와 달라”는 조건을 달고 수락한 뒤 기획공연과 전시를 회의 테이블에서 같이 채워 넣었다. 이번 축제의 화두는 ‘경계’(Boundary)다. 서울시티발레단이 클래식 발레 ‘지젤’로 축제의 문을 열었고, 김용걸댄스시어터가 25~26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컨템포러리 발레작 ‘에세’(ESSAI)를 춘다. 댄스시어터샤하르가 창작발레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28~29일)을 올리며 발레의 시대와 형식의 경계를 넘어선다. 프랑스어로 ‘시도하다’라는 뜻을 가진 ‘에세’에 대해 그는 “고심 끝에 만든 대작이 아니라 일기 쓰듯 만들어 온 작품들”이라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편하게 오시라는 뜻으로 붙인 제목”이라고 덧붙였다. 김용걸이라는 이름은 한국 발레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였고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동양인 최초로 쉬제(세 번째 등급)까지 오르며 한국 발레리노가 해외에 진출할 길을 확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제자들을 키워냈고, 무용수들에게 더 많은 무대를 주기 위해 학교를 나와 현장으로 나와 댄스시어터를 만들었다. 군무와 솔로, 2인무 등 소품 여덟 편을 묶은 ‘에세’는 발레리노의 삶뿐 아니라 “발레리노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겪고 생각한 것들”을 풀었다. “한두 편씩 묶어 내가 무대에 올라 안무 의도를 설명할 예정”이라면서 “관객들이 컨템퍼러리를 훨씬 접근하기 쉽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무대에 서는 두 무용수는 오랜 인연이다. 안재용 몬테카를로발레단 수석무용수는 4년간 가르친 제자로, 모나코로 떠나기 전 추었던 듀엣 작품 ‘망각’을 11년 만에 다시 춘다. ‘망각’에는 영화 ‘햄넷’으로도 유명한 막스 리히터의 ‘온 더 네이처 오브 데이라이트’가 깔린다. 박윤재는 지난해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그랑프리를 받은 뒤 곧장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스튜디오 컴퍼니에 입단한 신예다. 김용걸이 올해 처음 안무한 ‘볼레로’ 솔로 버전과 2인무를 선보인다. “한국 나이로 고3인데 그 나이 치고는 깊이 있게 표현하는 축”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용걸 예술감독은 공연 이외의 전시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너무 잘 조성해 놔서 솔직히 놀랐다”면서 감탄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 수석무용수와 전민철 퍼스트 솔리스트 등 무용수들의 슈즈를 전시하고, 고 이상만 선생이 남긴 그림과 발레 조각도 함께 걸렸다. 공연 한 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강예나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가 연출한 영화도 모두 볼 수 있다. 그는 “첫해라 홍보가 덜 돼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발레가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이번 시도의 목표입니다. 올해 겪은 아쉬움이 약이 돼서 다음 회에는 더 많은 분들이 오시겠죠. 올해 모자랐던 걸 다들 알았으니 내년에는 더 단단하게 준비하겠죠.”
  • K무용수 활약하는데 무용과는 반토박…범무용계 1만 서명 돌입한 이유

    K무용수 활약하는데 무용과는 반토박…범무용계 1만 서명 돌입한 이유

    범무용계 호소문…무용진흥법 등 정책 요구원로부터 청년까지 무용인 5000여 명 참여“더 물러설 곳 없다” 무용계 동참 더 늘어나 대한민국 무용계가 벼랑 끝에서 목소리를 키웠다. 장르와 세대, 지역과 단체의 경계를 지운 무용인 연대체 ‘범무용계 생존연대’(생존연대)는 18일 ‘대한민국 무용계 생존과 미래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 지자체와 문화예술지원기관을 향해 무용진흥법의 조속한 제정을 비롯한 4대 핵심 정책을 촉구했다. 지난 8월 9일 시작한 전국 단위 서명운동에는 오전 9시 현재 5562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명부에 적힌 이름들은 이번 움직임의 무게를 대변한다. 조흥동, 최청자, 배정혜, 양성옥 등 한국 무용의 기반을 쌓은 원로들과 청년 무용가 3257명이 나란히 섰다. 대한무용협회(이사장 조남규)와 한국발레협회(회장 김동곤), 한국현대무용협회(이사장 김형남),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이해준) 등 20여개 협회와 단체가 섰다. 김보람(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김재덕(모던테이블)·김보라(아트프로젝트 보라)·안남근(KAN컴퍼니) 등 창작 현장의 얼굴들, 전국 200여개 독립무용단이 포함됐다. 대한무용학회, 무용역사기록학회, 한국무용학회, 무용예술학회, 한국무용과학회 등 5개 학회가 가세한 것은 이번 사안을 현장의 민원이 아닌 정책 의제로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생존연대라는 이름으로 무용계가 뭉친 바탕에는 김기민(마린스키발레단)·박세은(파리오페라발레) 등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활약하는 이때 국내 무용 생태계는 붕괴 직전에 몰려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한때 52개에 달했던 대학 무용 관련 학과는 30여개로 줄었고, 전문교육을 마친 무용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계를 이유로 무대를 등진다. 창작과 공연의 기회가 줄면서 안무가와 무용수, 교육자를 잇는 순환 구조 자체가 헐거워졌다는 게 생존연대의 판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 인력지원사업으로 전국 무용가 1400여명에게 130억원, 서울시 뉴딜일자리로 청년 및 전문 무용가 390명에게 92억원 등을 지원했다. 지난해 국내 첫 무용 전용 공공 공연장인 252석 규모의 ‘서울무용창작센터’를 개관하고, 무용인의 직업전환이나 부상 예방 등 생애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무용계 자체로도 노력을 이어왔다. 생존연대는 “이런 성과가 국가 차원의 법적 기반과 지속가능한 정책 지원체계가 아니라 개별 단체의 헌신 위에 가능했고, 현장 위기는 더 깊어지고 있다”면서 “무용인이 창작하고 활동할 수 있는 법·제도적 발판을 마련할 시간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생존연대는 이를 위해 무용진흥법 제정, 전국무용제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지원 확대, 국공립 무용단 확충과 초·중·고 무용교과 독립, 대관료 감면 등 창작지원 현실화를 요구했다. 지원금 상당수가 대관료와 시설·기술 용역비로 소진되는 기형적 구조를 손봐 달라는 주문이다. 무용진흥법은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지난해 다시 발의됐으나 여태 표류 중이다. 생존연대는 눈부신 성과와 절박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위기의 본질이라며, 1만명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에 직접 전달하고 실제 정책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생존연대 측은 호소문이 공개된 뒤 서명에 동참하겠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어 곧 목표를 채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서른, 이제 청년의 피크” 한예종 무용원… 다음 30년을 묻다

    “서른, 이제 청년의 피크” 한예종 무용원… 다음 30년을 묻다

    한예종 무용원 개원 30주년 ‘리:무브 에라’21~23일, 무용원 현재와 미래를 공연으로“무용원, 세계적인 무용수 활동시대 열어”다음 30년의 화두는 장르 넘어선 네트워크 “2000년대 이전에는 꿈꿀 수 없었던 국제 수준의 무용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시대가 열렸고, 무용원이 그 국제화 분위기를 이끌어 왔습니다.”(나경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 “지난 30년의 과정은 앞으로의 20년, 30년 후를 계획하는 그런 단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장르를 넘어서 어떻게 교류하고 서로 수용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갈지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듯합니다.”(신창호 교수·무용원 1기) “어디를 가든 한예종 교육 수준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채로 예술은 나오지 않아요. 이제는 그 기본기의 끝에서 다양성, 예술성, 개성을 펼칠 수 있는 그런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김기민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무용원 13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개원 30주년을 맞아 11일 서울 서초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경아 원장은 “겨우 30년, 청년의 피크를 지나는 시기”라는 표현을 꺼냈다. 결산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아직 자라는 중인 조직으로 규정한 셈이다. 1996년 3월 문을 연 무용원은 당시 실기 일변도이던 국내 무용 교육을 실기·창작·이론으로 나누고 전공을 세분화했다. 신체의 기량과 표현성을 키우는 실기, 독창적인 안무가를 길러내는 창작, 춤을 연구하는 이론을 세 축으로 삼은 구조다. 교수진의 진단도 같은 쪽을 향했다. 조주현 교수(무용원 4기)는 “고전 발레의 엄격한 기본기와 동시대 무용수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함께 확장하는 교육이 한예종의 방향성이자 우리의 정체성으로 쌓였다”고 말했다. 신창호 교수는 “학교의 전략이 2030에서 이제 3040, 4050을 내다보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현대무용 전공의 특성상 예술이 어떻게 변할지 늘 예측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고민은 21~2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30주년 기념공연 ‘리: 무브 에라(RE: MOVE ERA)’에 그대로 얹힌다. 21일 무대는 ‘케이아츠 발레: 어 리빙 트래디션(K-ARTS BALLET: A Living Tradition)’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조주현 교수는 “20주년을 갈라로 치렀으니 30주년은 화려한 결과보다 그 결과를 가능하게 한 교육의 본질을 올리고 싶었다”며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것도 그 전통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였다”고 소개했다. 1부 ‘K-ARTS Conservatory 2026’(조주현 재구성·안무, 김현웅·유회웅 조안무)은 19~20세기 초 발레의 상징적 레퍼토리를 다시 짜 축적된 훈련의 시간을 드러낸다. 2부 ‘돈키호테 스위트’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재구성·연출했다. 김기민은 ‘돈키호테 스위트’를 설명하며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의 안무와 알렉산드르 고르스키(1871~1924)의 재안무를 80%가량 그대로 두었다고 했다. “후배들이 좋은 안무를 공부하고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자신의 재학 시절을 “해외로 나가는 무용수가 없어 기본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던 성장기”로 회고했다. 김선희 명예교수가 러시아 바가노바 출신의 블라디미르 킴·마르가리타 쿨릭을 초빙하면서 기본기의 틀이 잡혔고, 그 영향이 전국의 학교와 학원으로 번졌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정작 지금의 후배들에게 그가 주문한 것은 반대편이었다. 연습 중 “조금 지저분하게 춰 보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기본기가 몸에 밴 탓에 언제 턴을 돌지, 언제 손가락을 펼칠지가 첫날부터 사흘째까지 똑같이 읽혔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에서는 똑같이 할 수가 없다. 각자의 개성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현웅 교수(무용원 5기)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저 역시 오래 학교에서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면서 “또 이렇게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후배가 돌아와서 우리 학생들을 독려하고 이끌어가는 에너지를 보면서 여러 모로 경의를 표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22일에는 신창호 교수의 ‘시메트리(Symmetry)’, 안성수 교수의 ‘스윙 어게인(Swing Again)’, 전성재 교수의 ‘되돌아본 내일’이 오른다. ‘시메트리’는 인간과 포스트휴먼의 관계를 다루며 학생들이 리서치 단계부터 참여해 생성형 AI(인공지능) 도구를 실제 창작에 적용했다. 최근 제2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그랑프리를 받은 무용수 정건세(28기)는 ‘시메트리’를 연습하면서 “인공적인 것과 인간의 자연적인 것을 결합하다 보니 오히려 투박하지만 솔직한 몸의 언어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성재 교수(무용원 2기)의 ‘되돌아본 내일’은 자본도 장치도 없이 훈련된 몸만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1996년 입시를 치른 뒤 학생과 교육자로 이 학교에 머문 그 자신의 시간이 겹쳐 있다. 그는 무용원의 강점으로 ‘창의적 선행 수업’을 꼽았다. 전공별로 갈라져 있던 수업을 열어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 학생이 함께 배우게 하고, 음악원·연극원·영상원 학생들과 부딪히게 하는 과정이다. 신창호 교수의 말처럼 “다음 30년에는 네트워킹과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중요해진다”는 게 이유다. 23일에는 안덕기 교수(무용원 1기)의 ‘몸으로 100년’과 정재혁 교수의 ‘놀음 Hang-Out(행아웃)’을 선보인다. ‘몸으로 100년’은 신무용부터 오늘의 춤까지 우리춤 100년을 몸의 언어로 훑는다. 출연하는 무용수 김규년(24기)은 “무당춤, 부채춤 같은 장면을 익히며 내가 아직 무용을 잘 몰랐구나 싶었던 연습 기간”이라고 했다. ‘놀음 Hang-Out’은 동래학춤과 바로크 음악의 즉흥성을 포개 놓는다. 초연 멤버인 교수들과 함께 서는 무용수 윤형서(27기)는 “선생님 세대와 우리 세대 중 누가 더 잘 노는지 봐 달라”고 했다. 공연 기간 극장 로비에서는 기념 전시 ‘RE: MOVE ERA 움직임의 시간들’이 열리고, 12월에는 30년의 기록을 담은 디지털 갤러리가 공개된다. 무용원은 그간 무용수와 안무가뿐 아니라 교육자와 연구자, 예술 행정가를 길러 왔다며 앞으로 창작과 리서치, 기술 융합, 국내외 협업을 넓히겠다고 했다. 지난 30년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전문성을 기른 시간이었다면, 다음 30년은 시대를 스스로 읽고 방향을 제시할 예술가를 기르는 시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나경아 원장은 “우리 무용계에는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독립 예술가(무용수·안무가)들이 존재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다”면서 “그들을 기억해 주시고 유심히 살펴보시면 그들이 앞으로 남은 30년 동안 또 꽃을 피울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와 기대를 곁들여 말을 맺었다.
  • 마린스키 전민철, ‘백조의 호수’로 한국 무대 선다

    마린스키 전민철, ‘백조의 호수’로 한국 무대 선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사이에 한국 발레가 정말 우뚝 섰구나 싶습니다.” 문훈숙(63)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기자간담회에서 벅찬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1984년 창단 당시만 해도 한국은 발레에 대한 이해조차 없던 불모지였다. 그런 시절을 통과한 문 단장은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4)과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7)에 이어 마린스키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22)까지 언급하며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 입단해 주역 무용수가 되고 세계적인 스타로 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문 단장 자신이 그 길의 첫 이정표였다. 1989년 동양인 최초로 마린스키(당시 키로프) 무대에 초청돼 ‘지젤’을 췄고, 일곱 차례 커튼콜에 30분간 이어지는 박수를 받으며 ‘영원한 지젤’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선화예고 시절부터 그가 눈여겨보던 제자는 그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가 되어 돌아왔다. 유니버설발레단과 예술의전당이 오는 14~23일 오페라극장에 올리는 ‘백조의 호수’에서 전민철은 지그프리드로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호흡을 맞춘다. 이날 함께한 전민철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린스키 첫 시즌을 보낸 지난 1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으로 삶 자체를 꼽았다. 연습실에 매달리던 예전과 달리 사유하고 영감을 채우는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이 춤에 스몄다고 했다. 마린스키에서 ‘지젤’과 ‘라 바야데르’ 주역을 맡은 그에게 이번은 첫 전막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드라는 의미도 있다. “마린스키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는 그는 “재해석된 무대가 아무리 많아도 정통 클래식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했다. 백조를 향한 지그프리드의 연민과 사랑, 백조를 잃는 슬픔을 “어떤 손동작으로 설득력 있게 전할지 가장 집중하고 있다”는 전민철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새긴다”며 첫 시즌의 결과물을 고국 관객 앞에 온전히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 ‘한국의 지젤’이 선 그곳에서 온 왕자…전민철, 전막 ‘백조의 호수’ 데뷔

    ‘한국의 지젤’이 선 그곳에서 온 왕자…전민철, 전막 ‘백조의 호수’ 데뷔

    유니버설발레단·예술의전당, 8월 ‘백조의 호수’ 무대 유니버설발레단이 예술의전당과 손잡고 여름 무대에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를 다시 올린다.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김성진)의 라이브 연주로 총 11회 공연한다. ‘백조의 호수’는 지난해 회당 평균 객석 점유율 95.6%를 기록한 흥행작으로, 올해는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을 게스트 주역으로 초청했다. 6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문훈숙(63) 단장은 ‘백조의 호수’를 “클래식 발레의 정수이자 발레단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유니버설발레단에도 의미 있는 레퍼토리다. 1992년 당시 마린스키 예술감독이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89)와의 첫 협업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 작품이었고, 발레단이 러시아 정통 레퍼토리를 쌓아 올린 출발점이 됐다. 현재 마린스키는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1895년 정립한 판본을 콘스탄틴 세르게예프(1910~1992)가 1950년에 개정한 버전을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하는 비노그라도프 버전은 호숫가 백조 장면과 무도회 장면은 정통 버전과 같고 1막 왕자의 생일 잔치와 결말 부분이 다르다. 문훈숙 “클래식 정수…세계 속 한국 무용수들 뿌듯”문 단장은 두 판본의 뿌리인 마린스키의 색을 또 다른 러시아 명문 발레단 볼쇼이와 비교하며 이해를 도왔다. “볼쇼이가 굵은 붓으로 웅장하게 그린다면, 마린스키는 그에 못지않게 장대하되 가는 붓으로 우아함과 섬세한 디테일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1989년 동양인 최초로 마린스키(당시 명칭은 키로프) 무대에서 ‘지젤’을 췄던 문 단장은, 제자였던 전민철이 그 발레단의 정단원이 되어 돌아온 상황에 감회를 감추지 못했다. “1984년 발레단 창단 때만 해도 한국은 발레 불모지였다”는 그는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사이 한국 발레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말끝을 흐렸다. 이어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4)과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7)에 이어 마린스키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22)까지 언급하며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 입단해 주역 무용수가 되고 세계적인 스타로 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전민철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선화예고 시절부터 눈여겨봤다는 그는 마린스키행을 앞둔 전민철에게 ‘라 바야데르’와 ‘지젤’ 전막 주역을 맡겨 큰 무대의 경험을 먼저 쌓게 했다. 무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였다. 전민철은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기다린다”고 했다. 지난 1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으로는 삶 자체를 꼽았다. 연습실에 살다시피 하던 예전과 달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사유하고 영감을 채울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이 춤에 스몄다고 부연했다. 무대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연기였다. “가만히 서 있는 역할조차 감정을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면서 동작이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백조의 호수’는 어릴 때부터 마린스키에서까지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백조의 동작에 담긴 말과 왕자의 이야기가 해설 없이도 또렷이 읽힌다”는 그는 “재해석된 무대가 아무리 많아도 정통 클래식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민철 “어떤 손동작으로 왕자를 전할까 가장 고민”첫 전막 지그프리드로 나서는 그는 자신의 역할을 “결혼을 할 나이가 됐지만 아직 그 변화를 낯설어하는 왕자”로 읽었다. 파티 한가운데서도 홀로 쓸쓸함에 잠기고 백조를 향한 마음도 사랑이기 이전에 연민에서 출발한다는 해석이다. 마린스키 버전이 백조를 구해내는 해피엔딩이라면, 이번 유니버설발레단 무대는 왕자가 백조를 잃는 비극으로 맺어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어떤 손동작으로 설득력 있게 전할지 가장 집중하고 있다”면서 “마린스키에서 첫 시즌을 보내면서 습득한 경험들을 이번 한국 관객들에게 잘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백조의 호수’는 여섯 커플이 오데트·오딜과 지그프리드를 나눠 맡는다. 홍향기는 전민철과 16·19일에, 이동탁과는 22일에 호흡을 맞춘다.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현준, 이유림-임선우, 전여진-이승민, 서혜원-유주형이 다양한 무대를 만든다.
  • 세계의 K별들 돌아온다… 8월 발레 극장 설렘 경보

    세계의 K별들 돌아온다… 8월 발레 극장 설렘 경보

    한 무용수를 위해 맞춤 제작한 작품에는 각별함이 있다. 몸의 쓰임과 감정 연기까지 살핀 안무가가 애정으로 빚어낸 결과라 그렇다. 지난주말 서울 예술의전당과 나루아트센터에서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를 위한 세계 초연작이 나란히 무대를 채웠다.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내린 ‘우리 시대 에투알 2026’은 파리오페라발레(POB)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의 큐레이션에 이탈리아 라스칼라발레단 에투알 니콜레타 마니, 미국 뉴욕시티발레 수석무용수 타일러 펙 등이 합류한 무대다. 문을 연 ‘달빛’은 POB 전 에투알이자 안무가인 장 기욤 바르가 박세은에게 헌정한 솔로 무용작으로, 클로드 드뷔시의 음악에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라이브로 함께했다. 박세은이 “숨을 쉬면서 편안하게 출 수 있는 춤”이라 소개한 대로, 테크닉 대신 음악의 결을 따라간 솔로는 뒤이은 화려한 파드되들과 온도 차를 선명하게 만들었다.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 호수’, ‘춤 모음곡’에 ‘라바야데르’로 이어지면서 정교하면서도 우아한 발놀림의 프랑스, 테크닉의 기준이자 드라마의 정석인 이탈리아, 속도와 음악성을 앞세운 미국 신고전주의라는 세계 발레의 세 축을 한 무대에서 견줄 수 있었다.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에선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세컨드 솔리스트 정서현이 ‘원 플러스 원’을 초연했다. 그를 가장 잘 아는 같은 발레단 리허설 디렉터 겸 안무가 허용순은 토슈즈를 벗은 정서현의 표현력이 어디까지 뻗는지를 경쾌하게 드러냈다. 두 공연으로 시작한 8월, 발레의 밀도는 한층 높아진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선 서울시발레단 창단 2주년 기념작 ‘죽음과 소녀’(14~16일)가 오른다. 한 주제로 두 작품을 묶은 더블빌로, 올해 초연 200주년을 맞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공통분모 삼아 크리스티안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아시아 초연)과 알렉산더 에크만의 ‘선인장’을 교차한다. 젬퍼오퍼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이 주역을, 취리히발레단 솔리스트 임수정이 특별 출연을 맡는다. 같은 날 유니버설발레단과 예술의전당이 공동 기획한 ‘백조의 호수’가 막을 올린다.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마리우스 프티파·레프 이바노프의 안무를 얹은 정통 판본으로, 11회에 여섯 커플이 오페라극장을 장식한다.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16·19일 객원 주역으로 홍향기와 짝을 이룬다. 21~23일엔 한예종 무용원 개원 30주년 기념 공연 ‘리: 무브 에라(RE : MOVE ERA)’가 해오름극장에서 이어진다. ‘백조의 호수’를 마친 전민철이 마린스키 선배이자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나란히 선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수석무용수 안재용, 워싱턴발레단 이은원,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솔리스트 한성우·박선미도 재학생과 함께한다. 현대무용과 한국 창작춤으로 채운 22~23일 무대까지, 예약 서버를 마비시킬 만큼 관심이 쏠렸다. 안재용은 앞서 8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 선다. 개관 15주년 기획 ‘최태지의 발레 오픈 리허설-를르베: 다시, 무대 위로’에서 국립발레단을 거쳐 같은 발레단에서 뛴 윤혜진과 몬테카를로의 대표 레퍼토리 ‘도베 라 루나’를 춘다. 한국발레협회 ‘K발레월드’는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25~3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다.
  • 발레리노 성재승, 헬싱키 콩쿠르 그랑프리…인지영도 입상

    발레리노 성재승, 헬싱키 콩쿠르 그랑프리…인지영도 입상

    한국 발레리노 성재승(21·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이 핀란드 헬싱키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헬싱키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영 프로페셔널 부문)를 수상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인지영(18)은 주니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하며 한국 발레의 미래와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984년 창설된 이래 4~6년마다 열리는 헬싱키 국제 발레 콩쿠르는 세계 발레 무용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무대로, 한국 무용수가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은 2016년 고 김희선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10회를 맞이 한 이번 대회에는 230명이 지원했고, 14개국에서 주니어 부문 26명, 시니어 부문 50명 등이 본선에 올랐다. 올해 대회는 처음으로 남녀 무용수의 구분을 없앤 젠더리스(Genderless)로 진행돼 주목받았다. 성별을 넘어 기량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성재승은 앞서 2023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남자 주니어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고, 2025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서 1등, 시니어 남자 부문에서 2등에 올랐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미국 휴스턴발레단과 보스턴발레단, 핀란드 국립발레단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다. 성재승은 오는 7월 11~12일 경기도 화성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창작발레 ‘인어공주’에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솔리스트인 전민철과 함께 왕자 역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함께 입상한 인지영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하고 올해 한예종에 입학해 기량을 높이고 있다.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동아무용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한국 발레 유망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 애쓰지 않아도 스며드는 몸짓… 전민철의 꿈, 멈추지 않는 춤

    애쓰지 않아도 스며드는 몸짓… 전민철의 꿈, 멈추지 않는 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에 선 발레리노 전민철(22)에게는 행복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일본무대예술진흥회(NBS)가 주최한 갈라 공연 ‘제니스 오브 발레’엔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질 로망을 비롯해 마리아넬라 누네즈(영국 로열발레단), 위고 마르샹(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디아나 비슈네바(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등 세계적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들이 출연했다. 전민철과 나가히사 메이는 마린스키의 퍼스트 솔리스트로서 한무대에 섰다. 둘째 날 공연 후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전민철은 ‘차이콥스키’ 파드되(2인무)에서 착지할 때 살짝 흔들렸던 걸 두고 “아쉬운 마음이 공연 끝까지 가더라”고 했다. “대단한 캐스팅 속에서 부담을 가졌던 듯하다”고 돌이킨 그는 “그들의 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야를 많이 넓혔다”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찾았다. 지난해 그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전체 최고상(4월),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주역 데뷔(7월), 마린스키 정식 입단(10월) 등 이력을 쌓으며 세계 발레계에 이름을 알렸다. 마린스키는 김기민(34) 수석무용수 이후 두 번째로 입단한 한국인 발레리노에게 두 번째 등급인 퍼스트 솔리스트 자격을 주었다. 그는 마린스키에서 훈련한 지난 석 달 사이 체력이 훨씬 좋아졌고 점프가 더 나아진 듯하다고 자평했다. 작품 수와 공연 횟수가 많은 마린스키는 일주일간 작품을 준비하고 공연한 뒤 바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간다. 이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파트너의 중심축과 점프 타이밍을 빠르게 파악하는 감각도 키웠다. 지도위원인 유리 파테예프 전 마린스키 예술감독의 조언으로 점프 방식도 고쳤다. 장점으로 꼽히는 ‘가볍게 뛰고 사뿐히 내려앉는 점프’에 힘있게 높이 올라가는 방법을 얹어 체공 시간이 더 길고 우아해졌다. “준비 단계의 움직임, 허벅지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바꾼 게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파테예프의 지도를 받는다는 건 그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파테예프는 ‘우아하고 귀족적인’ 마린스키의 정수를 가장 잘 계승하는 인물로 ‘음악과 춤의 일치’, ‘대사를 하듯 보여주는 춤’을 지향한다. 전민철은 “손짓 하나에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하고, 흘러가는 멜로디 안에 숨어 있는 특정 음까지 표현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28일 레오니트 라브롭스키 안무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 오르는 그에게는 파테예프의 지도와 자신의 해석을 몸으로 풀어내는 게 숙제다. “‘나만의 무엇’을 찾으려고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것보다 그 캐릭터 안에 완전히 들어가고 싶다”는 그는 “누가 봐도 이질감 없이 ‘로미오 그 자체’라는 말이 나오도록 연기하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특별하다거나 성공했다는 표현 대신 “내 삶을 살고 있고 꿈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을 꺼냈다. 한예종 영재원 때부터 은사이자 멘토인 조주현 한예종 무용과 교수의 조언을 되새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왕관을 스스로 쓰려고 하지 마라’, ‘풍선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자주 하시는데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댔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음 목표를 설정하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계속 춤을 추는 것, 그게 다음 꿈입니다.”
  • 제철 돌아온 ‘호두까기’… 어떤 맛으로 즐겨볼까

    제철 돌아온 ‘호두까기’… 어떤 맛으로 즐겨볼까

    공연을 좋아하고 발레를 사랑하는 이들은 마치 의식처럼, 또는 아이들을 위한 연말 선물로, 12월이면 ‘호두까기인형’을 찾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다른 매력의 ‘호두까기인형’을 들고 왔다. 발레리노 김용걸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새롭게 안무한 ‘호두까기인형’이 가세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2막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했다. 독일의 대문호 에른스트 테어도어 빌헬름 호프만의 단편 ‘호두까기인형과 쥐의 왕’(1816)을 재해석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1844)을 바탕으로 한다. 호두까기인형을 선물받은 마리(또는 클라라)가 왕자로 변한 인형과 환상적인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안무는 차이콥스키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1890)로 성공을 거뒀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맡다가 레프 이바노프가 바통을 넘겨받아 완성했다. 이후 게오르게 발란친의 뉴욕시티발레단, 루돌프 누레예프의 로열발레단,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볼쇼이발레단,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등 세계적인 안무가 버전들이 태어났지만 아름다운 장면은 그대로다. 1막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그려내고 2막은 테크닉으로 무장해 발레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러시아, 스페인, 아라비아, 중국, 프랑스 등 각국의 특징을 담은 2막 디베르티스망(무용 모음)은 흥미로운 볼거리다. ●국립발레단, 그리고로비치의 원전 국립발레단은 13~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안무가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2000년 처음 선보인 뒤 꾸준히 이 버전을 유지하고 있다. 국립발레단만의 특징은 호두까기인형을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한다는 점이다. 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 학생들이 오디션을 보고 연말 무대에 오른다. 인형처럼 움직이는 귀여운 무용수는 커튼콜에서 주역만큼 큰 박수를 받으며 이날의 스타로 떠오른다. 극의 화자 역할을 하는 드로셀마이어 역시 그리고로비치 버전의 특별함이다. 24명의 무용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꽃송이를 표현하며 춤추는 1막 피날레 ‘눈송이 왈츠’,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리와 왕자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2인무)는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마리 역은 박슬기·조연재 등 수석무용수부터 김별·엄나윤·안수연 등 코드르발레(군무 담당 무용수)까지 폭넓게 캐스팅됐다. 엄나윤과 안수연은 이 작품으로 주역 데뷔를 한다. ●유니버설발레단, 마린스키 버전의 각색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17~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에 각색을 더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재미는 ‘생쥐군단’과 ‘양치기 소녀의 춤’이다. 1막에선 생쥐들이 익살스러운 애드리브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다. 2막 ‘양치기 소녀의 춤’에서는 어린 무용수들이 양 의상을 입고 등장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퍼포먼스로 무대를 채운다. 완성도 높은 군무로 인정받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강점은 1막 ‘눈송이 왈츠’와 2막 ‘로즈 왈츠’에서 빛을 발한다.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현준 등 베테랑 조합부터 이유림·이고르 콘타레프, 전여진·임선우 등 신예 커플까지 다양하게 꾸렸다. 장지윤은 이 작품으로 주역 데뷔를 한다. 서울 공연에 앞서 익산예술의전당(11월 22일), 천안예술의전당(11월 28~29일), 이천아트홀(12월 5~6일), 인천문화예술회관(12~13일)에서도 공연을 올린다. ●김용걸, 춤에 집중한 ‘해설 있는 발레’ 아트앤아티스트는 ‘호두까기 인형: 해설이 있는 명품 발레’를 5~13일 서울 이화여대 ECC삼성홀에서 공연한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한 스타 발레리노 김용걸 전 교수가 안무와 연출을 맡아 작품의 흐름과 무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김 전 교수는 “이야기의 맥락과 감정은 드로셀마이어가 전달하고, 작품의 핵심인 춤에 집중해 새롭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무대 장치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만든 미디어아트를 적극 활용해 환상적인 겨울 왕국을 펼친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준우승한 발레리노 강경호가 5일 무대에서 2막 그랑 파드되를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과 뉴질랜드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한 리앙 시후아이, 런던시티발레단 단원 김지민 등 특별출연진도 눈에 띈다.
  • 역동적 동작의 순수 안무 즐겨볼까…무대 효과의 동화적 분위기는 어때

    역동적 동작의 순수 안무 즐겨볼까…무대 효과의 동화적 분위기는 어때

    발레계의 크리스마스 전쟁이 돌아왔다. 국내 간판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도 나란히 성탄절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연말 시즌 아이콘인 ‘호두까기인형’은 두 발레단뿐 아니라 올해 첫 내한 공연에 나선 독일 로열 클래식 발레단과 서울시발레시어터, 와이즈발레단 등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표트르 차이콥스키가 곡을 쓰고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탄생시킨 고전 발레의 대표작으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3대 명작으로 꼽힌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4~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이 작품을 올린다. 1966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이 초연한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 버전이다. 제임스 터글과 이병욱의 지휘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닮은 듯 다른 국립·유니버설발레단 무대 창단 4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은 19~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광현이 지휘하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리틀엔젤스예술단의 합창을 더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안무가인 바실리 바이노넨의 개정판을 선보인다. 똑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만 두 발레단의 공연은 안무가에 따라 설정이 다르고 지향하는 발레의 포인트도 달라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비교해 보는 재미가 크다. 국립발레단은 주인공 이름이 마리이고 어린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을 연기한다. 유니버설발레단 무대의 주인공은 클라라이고 실제 목각인형이 나온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이 마임을 최소화해 역동적인 동작이 돋보이는 순수 발레에 집중한 정통 발레 공연이라면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은 마임과 다채로운 무대 효과에 동화적 느낌이 돋보인다. 두 무대 모두 주역 발레리나의 기교와 군무, 화려한 무대 디자인, 역동적이고 짜임새 있는 전개로 호평받는다. 예매 전쟁도 뜨겁다. 국립발레단은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20년 넘게 전석 매진 기록을 이어 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까지 4년 연속 세종문화회관과 공동 주최하는데 지난 3년간 11만명이 넘는 관객 동원으로 막강한 흥행 보증수표 역할을 해 왔다. ●흥겨운 커튼콜…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호두까기인형’의 숨은 재미는 ‘커튼콜’이다. 다른 발레 공연과 달리 크리스마스 축제다운 흥겨움을 선사한다. 국립발레단은 전 출연진이 객석과 교감하며 오케스트라의 캐럴 연주에 맞춰 함께 노래하고 박수 치는 꽤 긴 커튼콜로 유명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커튼콜도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 이어’를 적은 표지판 앞에서 관객들과 함께 캐럴을 부르고 출연진이 왈츠를 추는 재미난 무대를 선보인다.
  • 보고 또 봐도 남는 명작의 여운…가을의 깊이 더한 ‘라 바야데르’

    보고 또 봐도 남는 명작의 여운…가을의 깊이 더한 ‘라 바야데르’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재채기와 사랑 그리고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줬을 때의 박수와 함성 같은 것들이 그렇다. 국립발레단이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 ‘라 바야데르’는 관객들이 박수와 함성을 참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아이돌 콘서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열광적인 탄성이 절로 나오는 무용수들의 춤은 보고 또 봐도 남을 여운과 함께 가을의 깊이를 더했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힌두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와 니키아를 향해 욕망을 품는 최고 승려 ‘브라만’까지 엄격한 신분제도 속 주인공들의 사랑과 배신, 복수와 용서를 그린 대서사시다. 마리우스 페티파의 안무가 원전이지만 국립발레단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2013년 창작한 새로운 버전의 안무를 선보였다.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라 바야데르’는 이국적인 색채가 가득한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은 무용수들의 분장과 의상, 무대 연출 등을 통해 눈앞에 인도를 생생하게 펼쳐냈다. 남녀 모두 노출이 많은 분장이었음에도 무용수들이 뽐낸 선명한 복근 역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였다. 국립발레단은 막과 막 사이에 음악만 흐르던 장면과 마임으로만 구성됐던 장면에 춤을 채워 넣었다. 발레 움직임이 풍성하게 추가되면서 단조로운 극 구성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막이 끝날 때마다 무용수들이 나와 인사하면서 관객들에게 사진과 영상으로 공연을 추억할 기회를 준 것도 의미가 있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에는 무용수들을 태그해 사진과 영상을 올린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특히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최고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의 동반 출연으로 엄청난 화제가 됐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무용수가 2009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 이후 15년 만에 한 무대에 서서 보여준 완벽한 호흡은 왜 두 사람이 세계적인 무용수인지를 증명했다. 솔로르로 출연한 김기민이 1막 시작과 함께 그랑주테(뛰는 동시에 다리를 앞뒤로 크게 벌리는 동작)로 등장하자마자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고 동작을 멈추자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 김기민이 한쪽에서 튀어나와 무대를 휘어잡는 짧은 찰나에는 초원을 달려가는 야생동물 혹은 트랙을 뛰어가는 육상 선수가 폭발시키는 에너지 같은 것이 있어서 그저 넋을 놓고 지켜보게 했다. 감탄한 관객들의 박수가 길어져 김기민도 멋쩍게 웃고 오케스트라가 다음 연주를 기다리는 일까지 생길 정도였다. 니키아를 맡은 박세은도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관록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흠뻑 반하게 만들었다. 발레리나의 움직임이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지 박세은은 그 최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김기민과 호흡을 맞춘 2인무는 발레의 교본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완벽함을 자랑했다. 두 사람이 후끈 달군 분위기에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3막 ‘망령들의 군무’까지 아름답게 펼쳐지면서 감동이 배가 됐다. 두 사람이 출연한 회차 이외에도 무용수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 처연하고도 화려한 춤으로 1막부터 하나도 버릴 것 없고 놓칠 수 없는 명작의 여운을 남겼다. 국립발레단의 어엿한 간판이 된 조연재(29)와 떠오르는 신예 안수연(21)도 아름답고도 슬픈 니키아를 표현해내며 왜 주역을 꿰찼는지 증명했다. 각자의 매력으로 완성한 니키아를 통해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든 두 사람은 감자티로도 출연하며 국립발레단의 현재와 미래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 “완벽한 ‘파드되’ 상상하니 설레”… 발레계 두 스타, 14년 만의 해후

    “완벽한 ‘파드되’ 상상하니 설레”… 발레계 두 스타, 14년 만의 해후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주연役내일부터 예술의전당 무대 올라시즌 중에도 국내 무대 향한 열정 “우주 대스타와 같이 공연한다고 발레단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왔어요. 기민이를 존경하는 무용수들이 주변에 정말 많아요. 완벽한 파드되(2인무)를 상상하니 저도 오랜만에 설렙니다. ” 세 살 위 누나의 칭찬 세례에 옆에 앉은 동생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곧바로 말을 이어받았다.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같이 춤추자고 따라다닌 누나예요.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로 처음 누나와 한 무대에 섰을 때 또래 남자 무용수들이 질투를 많이 했었죠. 이번 공연도 누나 춤에 방해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 2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최고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은 친남매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두 사람은 30일부터 새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출연차 한국에 왔다. 이들이 파트너로 함께 춤추는 것은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이후 14년 만이다. 두 사람은 이듬해 세계 최고 명문 발레단에 나란히 입단해 무용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는 등 스타 무용수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둘의 듀엣 무대를 볼 기회는 없었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황금 제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박세은은 니키아를, 김기민은 솔로르를 연기한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가 원전이지만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각각 마린스키발레단 버전과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색깔이 다소 다르다. “마린스키 버전은 2막에서 니키아가 죽을 때 솔로르가 포옹하면서 끝나는데 그리고로비치 버전은 솔로르가 감자티를 따라서 도망가요. 기민이에게 전화해서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물어봤더니 무대에서 느낌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자기만의 해석이 있구나 싶어서 참 멋있다고 생각했어요.”(박세은) “정해진 안무는 있지만 무용수들에게 열려 있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작품마다 항상 캐릭터를 새롭게 연구합니다. 춤을 많이 출수록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김기민) 김기민은 “니키아는 내면의 연기와 함께 테크닉이 정말 뛰어나야 한다”며 “점프력과 긴 팔다리 등 무용수가 바라는 모든 장점을 갖춘 세은 누나는 타고난 니키아”라고 했다. 이에 박세은은 “기민이의 솔로르는 객석에서 보면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상상 그 이상이다. 시험 답안지를 아는 후배랑 춤추는 느낌이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소속 발레단의 시즌 공연이 한창인 바쁜 시기이지만 “이 공연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열정으로 짬을 냈다는 두 사람은 앞으로 기회 닿는 대로 국내 전막 발레 무대에 자주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 [인터뷰]‘라 바야데르’로 14년 만에 해후…세계 발레 스타 박세은·김기민

    [인터뷰]‘라 바야데르’로 14년 만에 해후…세계 발레 스타 박세은·김기민

    “우주 대스타와 같이 공연한다고 발레단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왔어요. 기민이를 존경하는 무용수들이 주변에 정말 많아요. 완벽한 파드되(2인무)를 상상하니 저도 오랜만에 설렙니다. ” 세 살 위 누나의 칭찬 세례에 옆에 앉은 동생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곧바로 말을 이어받았다.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같이 춤추자고 따라다닌 누나예요.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로 처음 누나와 한 무대에 섰을 때 또래 남자 무용수들이 질투를 많이 했었죠. 이번 공연도 누나 춤에 방해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 27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최고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은 친남매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는 30일부터 새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출연차 한국에 왔다. 이들이 파트너로 함께 춤추는 것은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이후 14년 만이다. 두 사람은 이듬해 세계 최고 명문 발레단에 나란히 입단해 무용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는 등 스타 무용수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둘의 듀엣 무대를 볼 기회는 없었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황금 제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박세은은 니키아를, 김기민은 솔로르를 연기한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가 원전이지만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각각 마린스키발레단 버전과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색깔이 다소 다르다. “마린스키 버전은 2막에서 니키아가 죽을 때 솔로르가 포옹하면서 끝나는데 그리고로비치 버전은 솔로르가 감자티를 따라서 도망가요. 기민이에게 전화해서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물어봤더니 무대에서 느낌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자기만의 해석이 있구나 싶어서 참 멋있다고 생각했어요.”(박세은) “정해진 안무는 있지만 무용수들에게 열려 있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작품마다 항상 캐릭터를 새롭게 연구합니다. 춤을 많이 출수록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김기민) 김기민은 “니키아는 내면의 연기와 함께 테크닉이 정말 뛰어나야 한다”면서 “점프력과 긴 팔다리 등 무용수가 바라는 모든 장점을 갖춘 세은 누나는 타고난 니키아”라고 했다. 이에 박세은은 “기민이의 솔로르는 객석에서 보면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상상 그 이상이다. 시험 답안지를 아는 후배랑 춤추는 느낌이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 소속 발레단의 시즌 공연이 한창인 바쁜 시기이지만 “이 공연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열정으로 짬을 냈다는 두 사람은 앞으로 기회 닿는 대로 국내 전막 발레 무대에 자주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 5분 매진 ‘발레 아이돌’… “세계적 명성? 관객에게 좋은 영향 주는 게 중요”

    5분 매진 ‘발레 아이돌’… “세계적 명성? 관객에게 좋은 영향 주는 게 중요”

    춤이 가장 행복하다며 울던 소년유니버설 40주년 공연 주연 맡아“발레의 의미? 인생의 숙제 같아”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예술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스무 살 발레리노 전민철. 7년 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무용을 말리는 아버지 앞에서 “춤출 때 가장 행복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던 소년은 이제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차세대 발레 유망주가 돼 당찬 소망을 밝혔다. 선화예중·고를 거쳐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 입학한 그는 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서 우승한 데 이어 내년 봄 세계 최고 명문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대한민국발레축제와 이달 초 한예종 스승인 1세대 스타 발레리노 김용걸과 함께한 프로젝트 공연 ‘피아노 파드되’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찬사를 받았던 전민철이 처음으로 전막 무대에 선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단 40주년 기념 대작 발레 ‘라 바야데르’(오는 2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남자 주인공 솔로르 역의 다섯 무용수 중 한 명으로 발탁됐다. 184㎝의 큰 키와 긴 팔다리 등 타고난 신체 조건과 탁월한 실력을 겸비해 ‘발레 아이돌’로 불리는 인기를 입증하듯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공연에 앞서 최근 만난 전민철은 “저에 관한 관심이 부담스럽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전막 출연은 처음이기 때문에 작품의 한 인물로서 1막부터 3막까지 어떻게 극을 이끌어 갈지가 가장 고민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황금 제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1막에서 니키야와 솔로르가 추는 2인무(파드되)가 제일 어려워요. 상대역인 이유림 누나가 워낙 잘하고, 서로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제가 아직 사랑의 감정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다 보니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감정 표현하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공교롭게도 국립발레단이 다음달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에는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솔로르 역으로 출연한다. 전민철이 마린스키발레단에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든든한 지원군이자 닮고 싶은 롤모델이 김기민이다. 전민철은 “기민 형이 얼마 전 한국에 왔을 때 솔로르 역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 줬다”며 “어떤 동작을 하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는 얘기를 듣고 난 뒤부터 작품을 풀어 가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발레의 의미요? 인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100% 완벽하기 어려운 예술인 만큼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살리면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죠.”
  • 5분 매진 ‘발레 아이돌’…“세계적 명성? 관객에게 좋은 영향 주는 게 중요”

    5분 매진 ‘발레 아이돌’…“세계적 명성? 관객에게 좋은 영향 주는 게 중요”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예술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스무 살 발레리노 전민철. 7년 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무용을 말리는 아버지 앞에서 “춤출 때 가장 행복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던 소년은 이제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차세대 발레 유망주가 돼 당찬 소망을 밝혔다. 선화예중·고를 거쳐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 입학한 그는 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 시니어 파드되 부문에서 우승한 데 이어 내년 봄 세계 최고 명문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대한민국발레축제와 이달 초 한예종 스승인 1세대 스타 발레리노 김용걸과 함께한 프로젝트 공연 ‘피아노 파드되’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찬사를 받았던 전민철이 처음으로 전막 무대에 선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단 40주년 기념 대작 발레 ‘라 바야데르’(오는 2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남자 주인공 솔로르 역의 다섯 무용수 중 한 명으로 발탁됐다. 184㎝의 큰 키와 긴 팔다리 등 타고난 신체 조건과 탁월한 실력을 겸비해 ‘발레 아이돌’로 불리는 인기를 입증하듯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공연에 앞서 최근 만난 전민철은 “저에 관한 관심이 부담스럽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전막 출연은 처음이기 때문에 작품의 한 인물로서 1막부터 3막까지 어떻게 극을 이끌어 갈지가 가장 고민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황금 제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1막에서 니키야와 솔로르가 추는 2인무(파드되)가 제일 어려워요. 상대역인 이유림 누나가 워낙 잘하고, 서로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제가 아직 사랑의 감정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다 보니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감정 표현하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공교롭게도 국립발레단이 다음달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에는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솔로르 역으로 출연한다. 전민철이 마린스키발레단에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든든한 지원군이자 닮고 싶은 롤모델이 김기민이다. 전민철은 “기민 형이 얼마 전 한국에 왔을 때 솔로르 역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 줬다”며 “어떤 동작을 하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는 얘기를 듣고 난 뒤부터 작품을 풀어 가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발레의 의미요? 인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100% 완벽하기 어려운 예술인 만큼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살리면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죠.”
  • 음악 무대서 춤판이 펼쳐진다

    음악 무대서 춤판이 펼쳐진다

    춤과 음악이 만나는 특별한 무대가 오는 7~8일 나란히 열린다. 피아노 연주와 발레가 결합한 ‘피아노 파드되’(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와 바흐의 음악과 현대무용이 조화를 이루는 ‘바흐×무브먼트’(서울 대학로극장 쿼드)다. ‘피아노 파드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오은철과 한국 1세대 스타 발레리노 김용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예정인 신성 전민철, 발레리나 이윤주가 함께하는 무대다. ‘파드되’는 2인무를 뜻하는 발레 용어. 오은철이 작곡한 연주곡에 김용걸의 안무, 발레리노 전민철의 몸짓이 더해진 피아노와 발레의 2인무가 어떤 무대를 선사할지 기대를 모은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더하우스콘서트가 개최하는 ‘바흐×무브먼트’는 2022년, 2023년에 이어 세 번째 프로젝트 공연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춤곡으로 구성됐다는 것에서 착안한 기획으로,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6곡)과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 전곡(6곡) 연주를 무용과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첼리스트 김민지 서울대 교수와 일본 현대무용수 구지라이 겐타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안무가 서연수 한양대 교수의 협업 무대를 비롯해 첼리스트 이정란·요나단 루제만,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크리스텔 리 등 현악 주자들과 무용수 금배섭·강요찬, 아트프로젝트보라 김희준,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의 리 엔 시 등 국내외 예술가들이 12개의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 ‘푸틴의 발레리나’ 자하로바 ‘모댄스’ 국내 초연 무산

    ‘푸틴의 발레리나’ 자하로바 ‘모댄스’ 국내 초연 무산

    러시아의 최정상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의 내한 공연이 무산됐다. 공연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은 15일 자하로바가 출연하는 ‘모댄스’ 국내 초연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기획사 측은 “최근 아티스트와 관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 및 예술의전당의 요청으로 합의하여 취소를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자하로바는 다음 달 17~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모댄스’에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 20명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모댄스’는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삶을 조명한 발레이다. 볼쇼이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자하로바는 무용계 최고권위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차례 수상한 세계 최정상 발레리나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계 최측근 인사라는 정치색이 짙었다.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 연방의원을 지냈고, 러시아 국가예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푸틴과 친분이 두터운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 극장 총감독과 함께 2013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찬성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라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은 예술과 정치를 별개의 사안으로 볼지 논란이 됐다. ‘모댄스’는 볼쇼이발레단의 공식 공연은 아니다. 자하로바를 위해 만들어진 별개의 작품이다. 개인의 예술 활동을 정치적 차원에서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 속에서 친푸틴 예술인의 공연이 용인될 수 없다는 인식이 맞섰다. 자하로바 공연의 전격적인 취소가 국내 러시아 발레단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으로 불똥이 튈 지 주목된다. 다음 달 16~18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이 주축인 ‘볼쇼이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이 열린다. 5월에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마린스키발레단, 볼쇼이발레단 등 6개 발레단 무용수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 [문화마당] 발끝으로 세상을 빛나게 할 운세/장인주 무용평론가

    [문화마당] 발끝으로 세상을 빛나게 할 운세/장인주 무용평론가

    문화예술 공간은 겨울철이면 비수기를 맞는다. 사람들이 추운 날씨 탓에 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몇 년간은 최악의 비수기를 보냈다. 다행히 새해 풍경은 좀 달라졌다. 승천을 기다리는 푸른 용의 기운이라도 깃든 걸까. 코로나19 때문에 움츠러들었던 관람 욕구가 폭발하면서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024년 새해, 예술계는 ‘보복관람’의 바람을 타고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 연말 한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새해에 소비량이 증가할 콘텐츠는 대중음악 콘서트와 뮤지컬 두 분야뿐이라고 한다. 오프라인 기반 콘텐츠 중에서 클래식 음악·국악·무용·연극 등 순수예술 분야는 회복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무용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시립발레단 창단 계획을 발표했는데 최근 창단과 공연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왔다. 오는 8월 창단 공연을 포함해 4월과 10월 세 차례의 공연을 계획 중이며 이를 위해 1월 한 달 동안 무용수를 모집·선발한다는 소식이다. 발레는 무용 중에서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에 비해 대중과 친근한 편이다. 전공하지 않더라도 체격 교정을 위해 배우는 아동이 많고 성인 중에서도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아마추어 무용수가 늘어난 만큼 프로 무용수도 절대적으로 많이 늘어나,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 숫자가 200여명에 이를 정도다. 체격조건이 우수한 서양인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현재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강수진 단장이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활약하던 시절만 보더라도 해외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지금은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서희,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 등이 세계 톱3의 수석무용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한국의 발레 위상도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겠다. 이렇듯 높아질 대로 높아진 위상에 비하면 국내 무대는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발레단 등 국공립발레단 두 개와 사립인 유니버설발레단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발레단 창단 소식은 가뭄에 단비 내리듯 국내 무용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조직체제와 운영방향이 혁신적이어서 큰 기대를 걸게 된다. 이번 무용수 오디션 계획만 보더라도 상주 단원 대신 2024년 시즌과 프로젝트 단원을 나누어 모집한다. 안무가의 성향과 작품의 성격에 맞는 무용수를 선발하는 선진적인 모델을 지향하는데 이는 대중의 동시대적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는 현대적인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본다. 또한 이를 책임지는 한 명의 예술감독 대신 예술단이 속해 있는 세종문화회관 제작시스템으로 운영한다고 하니 다양한 성향의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대거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에 맞춰 그간 거론돼 왔던 발레단 창단을 적극 추진 중이다. 새해에는 아무래도 발끝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발레가 예술계 운세를 이끌지 않을까 싶다.
  • 한 번만 보기 아까운 연말 최고의 선물 ‘호두까기인형’

    한 번만 보기 아까운 연말 최고의 선물 ‘호두까기인형’

    연말을 맞은 요즘 세종문화회관 일대는 그야말로 ‘호두까기인형’ 세상이다. 안 그래도 연말이면 단골 레퍼토리인데 올해 광화문 광장에 조형물로도 등장했고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북적북적하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러 가면 마치 그 일대만 다른 세계가 펼쳐진 듯한 기분이 든다. 유니버설발레단이 해마다 연말이면 선보이는 ‘호두까기인형’은 12월 수많은 연말 공연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단연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가장 잘 살렸다는 평을 받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 버전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마린스키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연출과 유니버설발레단 3대 예술감독을 했던 로이 토비아스와 현 6대 유병헌 예술감독의 각색이 더해졌다. ‘호두까기인형’은 배경이 크리스마스인 데다 관람 연령도 48개월 이상이라 가족 단위 관객이 대거 찾는다. 공연을 보러 가면 실제로 다른 공연보다 월등하게 어린이 관객이 많은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동심을 위해 문훈숙 단장이 더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다른 버전의 ‘호두까기인형’보다 더 환상적인 매력을 자랑한다.연말인 31일까지 꽉 채워 선보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주인공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꿈에서 호두 왕자를 만나 크리스마스 랜드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원래 호두까기인형은 독일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액운과 위험으로부터 가정을 지켜주는 존재였다고 한다. 입안에 견과류를 넣고 뒤의 레버를 누르면 껍질을 까주는 도구를 병정 모양 인형으로 만든 것이 오늘날 익숙한 호두까기인형이 됐다. 발레 작품은 1816년 출판된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이 원작. 이후 차이콥스키가 작곡해 1892년 초연하면서 널리 사랑받게 됐다.무용수들의 춤도 춤이지만 유니버설발레단 작품은 곳곳에 볼거리가 넘쳐난다. 절대 지켜야 하는 영업비밀인 드로셀마이어의 환상적인 마술은 ‘호두까기인형’을 발레 작품이 아닌 마술쇼처럼 느끼게 한다. 설정상의 마술쇼로만 두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발레단에서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문 단장은 “마술쇼는 우리 작품에만 있다”고 설명했다. 어른들이 눈을 부릅뜨고 비밀을 파헤쳐보려 하지만 결국 비결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대로 동화 속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명장면이다. 중간 반투명막을 잘 활용한 연출 역시 작품성을 돋보이게 한다. 보통의 발레 작품에서 막을 아예 내리고 장면전환을 하는 것과 달리 유니버설발레단 작품은 소리 없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배경을 바꾼다. 초반에 눈이 오는 거리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파티를 위해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바뀌는 식이다. 부드러운 장면 전환은 라이브 공연이 아니라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1막 마지막에 클라라와 호두 왕자가 함께 춤을 출 땐 오로라가 비치는 것 같은 장면까지 연출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북유럽에 가면 볼 수 있는 눈 덮인 숲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두 사람을 비추는 조명이 뒤에 반사되면서 마치 실제 오로라가 움직이는 듯하다.생쥐군단의 애드리브는 그야말로 ‘킬러 콘텐츠’다. 징그럽고 악당 같아야 하는 생쥐군단은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매 덕분에 치명적인 귀여움을 자랑한다. 아이들이 보는 공연이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문 단장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인데 이런 생쥐군단이 매 공연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여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두까기인형들과 대결은 뒷전이고 아이돌 댄스부터 발레 ‘오네긴’, ‘춘향’, ‘파가니니 랩소디’ 등을 커버해 재미난 동작을 보여주는 게 우선인 생쥐군단의 매력은 공연을 한 번만 보기 아쉽게 만드는 요소다. 해당 장면은 생쥐군단을 맡은 무용수들이 그날그날 자기들끼리 정해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예측불가함이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준비한 선물 같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만이 가진 특별함이다. 1막이 다양한 재미 요소로 가득했다면 2막은 무용수들의 실력을 제대로 감상하는 무대다. 클라라와 호두 왕자의 환상적인 호흡을 비롯해 스페인춤, 아라비아춤, 중국춤, 러시아춤 등 다양한 춤이 등장한다. 어린 무용수들이 양으로 분장하고 늑대가 호시탐탐 노리는 장면은 자칫 어른들의 고난도 춤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다.이렇듯 아이들을 위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세심한 배려는 함께 보는 어른들마저 나이를 잊고 동심의 세계로 푹 빠지게 한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어울리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 발레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무대 연출, 개그맨 못지않은 유머감각을 뽐내는 무용수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절로 회전문 관객이 되게 만든다. 내년이면 창단 40주년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은 ‘호두까기인형’이 끝나면 새해 다양한 작품으로 돌아온다. 내년 2월에는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지난 6월 세계 최고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미리내길’이 포함된 ‘코리아이모션’이 먼저 팬들과 만난다. 5월에는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8년 만에 돌아와 명품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6월에는 그간 숱한 화제에도 서울에서는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던 ‘더 발레리나’가 드디어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발레리나의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색다른 매력이 있다. 9월에는 고전 발레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대작 라 바야데르가 6년 만에 찾아와 관객들에게 고품격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리고 12월이면 어김없이 잊지 않고 ‘호두까기인형’으로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 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 세계 최고 무용수 오를까

    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 세계 최고 무용수 오를까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 후보에 선정됐다고 12일 유니버설발레단이 전했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부터 매해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작품을 심사해 최고의 남녀 무용수, 안무가, 작곡가 등을 선정한다. 올해는 오는 20~21일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김기민(2016년), 박세은(2018년)이 있다. 강미선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인 도로시 질베르,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등 5명의 쟁쟁한 후보와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만 21년 활동하며 한국 발레 역사상 최장기 근속 무용수 기록을 써나가는 강미선은 탄탄한 테크닉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백조의 호수’, ‘지젤’, ‘오네긴’ 등 발레단의 모든 레퍼토리를 섭렵한 발레단 간판 무용수다.2년 전 아들을 낳고 다시 발레단으로 돌아온 그는 한국 발레계를 대표하는 엄마 무용수 중 하나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주연을 맡아 남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미선은 시상식과 함께 진행되는 갈라 콘서트에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함께 ‘미리내길’, ‘춘향’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지도위원 겸 성신여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유지연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유지연은 예원학교와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995년 마린스키발레단 최초 외국인 단원으로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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