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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처드 프린스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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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현존은, 무한한 복제와 영원한 과거의 반복일지도[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우리의 현존은, 무한한 복제와 영원한 과거의 반복일지도[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그대로 베낀삐에르 메나르 글은 같은 작품일까인스타 무단 캡처해 모아서 인쇄한프린스의 차용은 단순한 궤변일까창조는 베끼기로부터 시작된 허상맥락이 달라지면 다른 무한성 얻어“세르반테스의 텍스트와 삐에르 메나르의 텍스트는 언어상으로는 단 한 자도 다른 게 없이 똑같다. 그러나 삐에르 메나르의 것은 전자보다 거의 무한정할 정도로 풍요롭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중에서) 원본과 복제품 사이에 무한한 거리가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원본에 ‘고유성’이 있다고 보고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원본과 복제품은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둘 사이에 어떠한 질적 차이도 없다면 혹은 복제품이 원본보다 더 뛰어나다면, 우리는 어느 것을 더 우선해야 하는가? 원작자의 손으로 ‘직접’ 완성된 작품인가? 만약 작가가 똑같은 작품을 두 번 만들어 냈다면 어떠한가? 복제의 기술이 갈수록 탁월해지고 있는 오늘날, 원본만이 지닌 것으로 생각됐던 고유성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이러한 속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로처럼 얽힌 복잡한 구조로 ‘현대성’의 본질을 따지고 드는 그의 걸작 ‘픽션들’에는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라는 제목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삐에르 메나르는 소설 ‘돈키호테’의 저자다. 많이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분명 ‘돈키호테’의 저자가 누군지 알고 있다.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대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창조했다. 삐에르 메나르는 세르반테스의 텍스트를 그대로 베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가 ‘돈키호테’의 저자라니. 잘 쳐봐야 ‘필사’에 불과한 행위를 창조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세르반테스가 이를 알았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영감을 받아 재창조한 것도, 이야기의 구조를 비튼 것도 아니다. 삐에르 메나르의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한 자도 다른 게 없이” 똑같다. 삐에르 메나르의 손에서 태어난 것을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삐에르 메나르의 것은 전자보다 거의 무한정할 정도로 풍요롭다”고 말하며 독자를 기만하는, 보르헤스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아이폰은 나의 붓이자 나의 스튜디오다.”(리처드 프린스 측이 법원에 제출한 약식 판결 신청서에서) 동시대 개념미술 작가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차용’이다. 프린스는 기존의 사진을 ‘다시’ 찍는다. 그리고 ‘새로운’ 맥락 속에 배치한다. 그렇게 작품이 새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프린스는 2014년 ‘새로운 초상화’ 시리즈로 예술계에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37명의 얼굴 사진을 2m 높이 캔버스에 인쇄해 미국의 한 미술관에 전시했다. 그중에는 1억원 넘는 가격에 팔린 작품도 있었다. 사진들은 프린스가 직접 찍은 게 아니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임의로 캡처하고 잘라낸 것이었다. 초상의 모델은 일반인부터 유명인까지 다채로웠다. 사진의 주인이나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 원본에서 무언가 더해진 게 있다면 그것은 프린스가 게시물에 단 댓글 정도였다. 프린스는 거액의 소송에 휘말렸고 결국 2024년 법원으로부터 65만 달러(약 9억 200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법적으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미학적으로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새로운 초상화’는 과연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사진과 완전히 같은 것일까. 프린스의 댓글이 달리기 전과 후, 사진을 둘러싼 맥락이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일까. 프린스가 캡처하기 전과 후, 사진은 과연 감상자에게 똑같은 느낌을 주는가. 사진을 커다란 캔버스에 인쇄해 근사한 미술관에 전시했을 때는 또 어떤가. 사진이 갖는 아우라는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존재할 때보다 프린스의 손을 거친 다음에 더 커졌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폰이 나의 붓”이라는 프린스의 주장을 마냥 궤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이념은 ‘생산’이다.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온갖 상품을 무수히 ‘찍어내지’ 않으면 세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생산이란, 필연적으로 ‘재생산’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대개 비슷한 것을 욕망하니까. 자크 라캉의 말마따나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이니까. 달라지는 것은 오직 ‘맥락’이다. 인간이라는 종(種) 안에서 우리는 서로 비슷하지만, 서로 달리 처한 역사와 위치 때문에 ‘나’와 ‘너’는 비로소 구별되기 시작한다. 다시 보르헤스로 돌아가 보자. 세르반테스가 처음 ‘돈키호테’를 썼을 때. 그리고 그것을 삐에르 메나르가 다시 썼을 때. 둘 사이에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차이가 존재한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두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서 있는 세르반테스와 삐에르 메나르 두 사람의 ‘돈키호테’는 영원히 같아질 수 없다. 삐에르 메나르의 ‘돈키호테’는 무수한 차이 속에서 무수히 많은 맥락과 관계하며, 세르반테스의 그것과는 다른 무한성을 획득한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창세기 1장 27절) ‘최초의 창조’ 역시 그랬듯 모든 창조는 ‘베끼기’에서 시작된다. 그리하여 세계의 역사는 원본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역사가 된다. 이쯤에서 슬슬 의심되기 시작한다. 애초에 원본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창조는 허상이고, 미래와 진보라고 부르는 것도 어쩌면 과거가 영원히 반복되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현존은 무수한 과거의 연속 가운데서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 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서 “양국 관계, 제3국에 휘둘리지 말아야”…英 “대만 분쟁시 싸울 준비 돼”

    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서 “양국 관계, 제3국에 휘둘리지 말아야”…英 “대만 분쟁시 싸울 준비 돼”

    베이징 연일 폭우로 대규모 재난…3만 명 긴급 대피 [대만 연합보·중국 CCTV] 베이징시에 연일 잦은 강우가 쏟아져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으며 약 3만명 주민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베이징시는 28일 시 전체에 홍수 대비 1급 긴급 대응 조치를 발동하고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기업 및 기관에도 도시 운영과 민생 서비스 보장을 제외하고는 직원 출근을 요구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EU, 미국과 무역 협정 체결…‘종속적’ 평가도 [홍콩 아시아타임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기본 무역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이 협정으로 EU는 대부분의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받고 미 에너지 수출품 7500억 달러 구매 및 미국 경제에 6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군사 구매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반면 미국은 EU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에 대한 관세를 50%로 유지하고, EU는 미국에 대한 관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협정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복원하는 데 기여하며, EU가 스스로를 미 역사상 최대의 ‘속국’으로 전락하는데 기여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EU 거시경제 강점은 지난 3년여간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 때문에 크게 약화됐으며, 이는 EU가 어떤 잠재적 무역전쟁에서도 심각한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미·EU 무역 협정, 중국에 미칠 영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분석가들은 미국-EU 협정이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협정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며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베이징은 두 주요 무역 파트너 간 잠재적 동맹 관계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베이징외국어대 EU 연구소장인 취홍쥔은 유럽의 약속(투자, 에너지 거래, 국방 지출 등)이 후반부에 집중돼 있으며 추가로 연장될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미세 수준에서는 유럽 제품에 대한 미국의 15% 관세가 중국 수출업체에 일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협정이 중국에 심각한 피해는 입히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경제무역 회담 스톡홀름서 개시 [중국 신화망·일본 요미우리·러시아 모스크바타임즈] 미국과 중국의 경제무역 회담이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됐습니다. 29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장관급 협의에서는 상호 관세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문제도 의제에 올랐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부총리가 참석했습니다. 회담 시작 전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을 일시 중단했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삼성, 테슬라 AI 칩 생산 계약…23조원 규모 [미국 블룸버그통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위해 165억 달러(약 22조 8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계약을 통해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2033년 말까지 진행되는 이 반도체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엑스(X)를 통해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될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은 현재 AI4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 “양국 관계, 제3국 제한 받지 않아야” [중국 인민망·일본 산케이·러시아 РИА Новости] 28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가 한국의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왕 부장은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고 중한 관계가 좋은 출발을 보였다며, 한국이 중국에 대한 정책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예측 가능한 것으로 유지하고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중 관계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제3국의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는 데 한국이 동참하는 것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 장관은 한국 측이 한중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양국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미래를 향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평화 경제’와 ‘평화 안보’ 개념 실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뿐만 아니라 중국 및 러시아와도 균형 잡힌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교 양무진 총장이 언급했습니다. 英 국방부 장관 “대만 분쟁시 싸울 준비 돼” [프랑스 rfi]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이 영국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 탑승한 리처드 말레스 호주 부총리를 만나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영국은 태평양에서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힐리 장관은 인도 태평양 지역의 모든 분쟁이 “평화적”이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일반적인”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일본인 9명, 中서 간첩 혐의 실형…日 정보기관 협력 인정 [일본 니케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인 9명이 재판에서 일본 정보기관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11월 반간첩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17명의 일본인을 구금했으며, 이 가운데 9명이 중국 내 정보를 제공하고 금전적 보수를 받았다고 판결했습니다. 중국 측은 이들이 협력한 일본 정보기관을 ‘경찰청 수사국’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서 “양국 관계, 제3국에 휘둘리지 말아야”…英 “대만 분쟁시 싸울 준비 돼” [한눈에 보는 중국]

    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서 “양국 관계, 제3국에 휘둘리지 말아야”…英 “대만 분쟁시 싸울 준비 돼” [한눈에 보는 중국]

    베이징 연일 폭우로 대규모 재난…3만 명 긴급 대피 [대만 연합보·중국 CCTV] 베이징시에 연일 잦은 강우가 쏟아져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으며 약 3만명 주민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베이징시는 28일 시 전체에 홍수 대비 1급 긴급 대응 조치를 발동하고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기업 및 기관에도 도시 운영과 민생 서비스 보장을 제외하고는 직원 출근을 요구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EU, 미국과 무역 협정 체결…‘종속적’ 평가도 [홍콩 아시아타임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기본 무역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이 협정으로 EU는 대부분의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받고 미 에너지 수출품 7500억 달러 구매 및 미국 경제에 6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군사 구매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반면 미국은 EU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에 대한 관세를 50%로 유지하고, EU는 미국에 대한 관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협정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복원하는 데 기여하며, EU가 스스로를 미 역사상 최대의 ‘속국’으로 전락하는데 기여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EU 거시경제 강점은 지난 3년여간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 때문에 크게 약화됐으며, 이는 EU가 어떤 잠재적 무역전쟁에서도 심각한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미·EU 무역 협정, 중국에 미칠 영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분석가들은 미국-EU 협정이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협정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며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베이징은 두 주요 무역 파트너 간 잠재적 동맹 관계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베이징외국어대 EU 연구소장인 취홍쥔은 유럽의 약속(투자, 에너지 거래, 국방 지출 등)이 후반부에 집중돼 있으며 추가로 연장될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미세 수준에서는 유럽 제품에 대한 미국의 15% 관세가 중국 수출업체에 일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협정이 중국에 심각한 피해는 입히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경제무역 회담 스톡홀름서 개시 [중국 신화망·일본 요미우리·러시아 모스크바타임즈] 미국과 중국의 경제무역 회담이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됐습니다. 29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장관급 협의에서는 상호 관세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문제도 의제에 올랐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부총리가 참석했습니다. 회담 시작 전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을 일시 중단했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삼성, 테슬라 AI 칩 생산 계약…23조원 규모 [미국 블룸버그통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위해 165억 달러(약 22조 8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계약을 통해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2033년 말까지 진행되는 이 반도체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엑스(X)를 통해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될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은 현재 AI4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 “양국 관계, 제3국 제한 받지 않아야” [중국 인민망·일본 산케이·러시아 РИА Новости] 28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가 한국의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왕 부장은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고 중한 관계가 좋은 출발을 보였다며, 한국이 중국에 대한 정책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예측 가능한 것으로 유지하고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중 관계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제3국의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는 데 한국이 동참하는 것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 장관은 한국 측이 한중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양국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미래를 향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평화 경제’와 ‘평화 안보’ 개념 실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뿐만 아니라 중국 및 러시아와도 균형 잡힌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교 양무진 총장이 언급했습니다. 英 국방부 장관 “대만 분쟁시 싸울 준비 돼” [프랑스 rfi]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이 영국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 탑승한 리처드 말레스 호주 부총리를 만나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영국은 태평양에서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힐리 장관은 인도 태평양 지역의 모든 분쟁이 “평화적”이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일반적인”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일본인 9명, 中서 간첩 혐의 실형…日 정보기관 협력 인정 [일본 니케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인 9명이 재판에서 일본 정보기관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11월 반간첩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17명의 일본인을 구금했으며, 이 가운데 9명이 중국 내 정보를 제공하고 금전적 보수를 받았다고 판결했습니다. 중국 측은 이들이 협력한 일본 정보기관을 ‘경찰청 수사국’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62세’ 손범수, 아들 美 ‘아이비리그’ 졸업…“두 아들 명문대 보낸 비결은”

    ‘62세’ 손범수, 아들 美 ‘아이비리그’ 졸업…“두 아들 명문대 보낸 비결은”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손범수(62)·진양혜(56) 부부가 둘째 아들의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학교 졸업 소식을 전했다. 27일(현지 시각) 진양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오늘은 날이 좋네요. 축하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프린스턴대 졸업식 현장과 이날 졸업을 맞이한 둘째 아들 찬유(25) 군 등의 모습이 담겼다. 이날 졸업식에는 손범수·진양혜 부부와 첫째 아들 찬호(30) 군까지 참석해 찬유 군의 새 시작을 응원했다. 진양혜는 해당 게시글 끝에 “넌 정말 대단해”(You are so awesome)라고 남겨 찬유 군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린스턴대는 미국 동부에 있는 명문 대학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8곳 중 한 곳이다. 제임스 매디슨·우드로 윌슨·존 F. 케네디 등 미국 대통령과 수학자 앨런 튜링,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등이 프린스턴대에 몸담았다. 한국인 최초의 박사인 이승만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앞서 손범수·진양혜 부부는 과거 방송에서 두 아들이 진학한 대학과 부모로서의 교육관을 밝혔던 바 있다. 손범수는 2023년 KBS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첫째(찬호)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해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 중이고 둘째(찬유)는 프린스턴대 재학 중”이라고 밝혔다. 진양혜는 같은 방송에서 자녀 교육에 대해 “아이의 자질과 성향에 맞춰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라고 말해 공감을 받았다. 손범수는 1990년 KBS에 17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가요톱10’, ‘연예가중계’, ‘아침마당’, ‘1 대 100’ 등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인기 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렸다. 동료 아나운서인 진양혜와는 1994년에 결혼했다. 진양혜는 2000년 KBS에서 퇴사한 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루이비통, 예술로 ‘회춘’하다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루이비통, 예술로 ‘회춘’하다

    1854년 프랑스 파리에 첫 매장을 연 루이비통. 170여 년이 된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는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중반부터 여행용 가방을 주력 상품으로 삼았던 브랜드를 상징해 온 것은 브라운 바탕에 모노그램이 새겨진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루이비통은 좋게 말하면 클래식하고 어찌 보면 고루하기 짝이 없었던 오랜 외관을 탈피하고 ‘회춘’하기 시작한다. 가볍고 산뜻한 새 옷을 입고 세계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루이비통.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1년 루이비통은 젊은 디자이너였던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협업해 형광색으로 루이비통의 철자를 써 넣은 ‘그라피티백’을 발매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 디자인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무엇보다 젊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아트 컬래버의 맛을 본 루이비통은 그로부터 2년 뒤 일본의 현대미술 작가인 무라카미 다카시와 대대적인 협업을 진행, 이번에는 ‘컬러 모노그램백’을 출시한다. 아시아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무라카미는 만화 캐릭터를 차용하는 등 대중문화 코드를 녹여낸 작품으로 유명한데, 특유의 가볍고 발랄한 스타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요인이다. 무라카미와의 협업을 통해 루이비통은 이제 오래된 명품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이삼십대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 딱 맞는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당시 루이비통의 이런 시도가 과감하고 신선했던 것은 고급 브랜드의 ‘저급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무라카미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고객층을 견고히 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을 향한 대중의 심리적 벽을 허물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고자 했다. 루이비통은 ‘쉬워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물론 이런 아트 컬래버 상품은 대부분 한정판으로 발매돼 가격 면에서는 전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애초 예술에서 진지함과 가벼움, 고급과 저급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선언한 무라카미야말로 협업 작가로 탁월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루이비통은 지금도 동시대 작가들과 꾸준한 협업을 진행한다. 도쿄, 뮌헨, 베네치아, 베이징 그리고 서울에 에스파르 루이비통을 개관해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하는 것도 루이비통의 주요 문화예술 활동 중 하나다. 루이비통과 협업하는 작가군은 점점 더 다채로워져 구사마 야요이, 제프 쿤스, 리처드 프린스, 아이웨이웨이와 함께 강력한 반중 메시지를 담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자오자오까지 아우른다. 2019년부터는 루이비통 내에서도 고급 라인으로 꼽히는 카퓌신백을 동시대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하는 아티카퓌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2022년에는 고 박서보 화백이 참여해 브랜드 역사상 한국 작가와의 최초 협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아트를 통해 새 삶을 얻은 전력이 있는 루이비통의 아트 컬래버 행보가 앞으로 또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이세라 작가·아츠인유 대표
  • 행동경제학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 별세

    행동경제학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 별세

    행동경제학의 뿌리가 된 ‘의사결정 이론’을 확립한 천재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카너먼 교수가 죽기 직전까지 강의에 나섰던 프린스턴대학교는 27일(현지시간) 그가 별세했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알렸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카너먼 교수의 의붓딸이자 미국 잡지 뉴요커의 소설 부문 에디터로 재직중인 데보라 트라이즈먼에게 그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애덤 스미스가 확립한 고전경제학은 ‘이성을 가진 인간은 자기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행위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카너먼 교수는 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고, 불확실한 상황과 제한된 정보를 가진 인간이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에 대해 경제학이 논리적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카너먼 교수는 오랜 연구 파트너인 인지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가 1996년 59세를 일기로 작고하자 공저자로 헌정한 기념비적 저작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을 출간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각인된 고전경제학의 오래된 통념을 깨부쉈다. 두 사람은 저서에서 인간이 흔히 저지르는 11가지 인지 왜곡 유형을 소개하면서, 인간은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히고 이성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본능과 ‘확증편향’, ‘사후편향’, ‘휴리스틱’ 등 편향적 사고에 매몰돼 비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그는 저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신하고 자신의 직관을 너무 많이 믿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인지적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 약간은 불쾌하게 여기고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썼다. 카너먼 교수는 사람의 뇌를 두 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했다. 시스템 1은 즉각적인 인상, 감정적 반응 등에 의존해 빠르게 행동하는 직관, 시스템 2는 1에 비해 느리게 반응하지만 보다 이성적이고 분석적 사고를 통해 시스템 1에서 발생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사람의 인지적 편향을 보여주는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예를 들어, 15달러짜리 계산기를 5달러를 더 싸게 사기 위해 20분 동안 이동하는 것보다 125달러짜리 계산기를 살 때 5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20분 동안 이동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프레임 효과를 설명할 때 널리 알려진 예시다. 또 다른 ‘카너먼-트버스키’가 수행한 실험은 ‘은행원-페미니스트 질문’이다. 대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대학 시절 여성단체 활동가였고, 차별과 사회 정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반핵 시위에도 참여했던 가상의 인물 린다(31)가 있다”고 소개한 다음 학생들에게 ‘현재 린다의 직업이 은행원일 가능성과, 현재 린다의 직업이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둘 중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를 물었다. 대다수가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에 적극적이라는 조건을 선택했지만, 이는 틀린 대답이다. 양쪽 모두 동일한 사건(린다가 은행원일 확률)이 일어난다는 전제 하에 수학적으로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오직 하나의 사건만 일어날 확률보다 반드시 낮기 때문에 학생들은 린다가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일 가능성을 더 낮게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대답한 것이다. 사람들은 통계적, 수학적 확률에 상관없이 구체적 정보가 제공되는 쪽일수록 더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느낀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종종 저지르는 또 다른 논리적 오류인 ‘결합의 오류’(conjunction fallacy)를 설명한다. 이 위대한 발견은 경제학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과학, 스포츠, 보건·의료 등 사회 전분야에 엄청난 연쇄 파장을 불렀다. ‘데이터 볼’, ‘머니 볼’을 통해 야구 스카우터가 유망주, 자유계약(FA) 선수의 기량을 평가하는 방식, 정부가 공공 정책을 수립하고 거버넌스를 수행하는 방식, 의사가 의학적 진단을 내리는 방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카너먼 교수가 말년에 집중했던 심리적 인지 왜곡의 한 유형은 사람들이 ‘경험한 행복’과 ‘기억된 행복’, 그리고 ‘경험한 행복’과 ‘기억된 행복 또는 불행’ 간의 차이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휴가가 끝날 때 즐거운 경험을 했다면, 휴가 전체를 좋게 기억하는 경향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의료 시술이 끝날 때 통증을 덜 느끼면 전체 경험을 덜 고통스러운 것으로 기억한다. 때로는 경험 자체보다 기억된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카너먼 교수는 기억되는 경험은 주로 가장 극단적인 순간, 즉 정점과 그 끝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 오류의 이름을 ‘정점-끝의 법칙’(peak end rule)이라고 붙였다. 두 사람의 사고에 영향을 받은 리처드 탈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자유주의적 가부장주의’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탈러와 선스타인의 2008년 저서 ‘넛지’는 정부가 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사람들이 은퇴를 위해 저축하고 건강을 관리하며 다른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장려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영국이 지금의 이스라엘 영토를 통치하던 시절인 1934년 3월 5일 카너먼 교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자 주부였던 어머니와 화장품 회사의 연구 책임자였던 아버지는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나치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한 뒤 카너먼 교수는 ‘다윗의 별’을 달아야 했다. 그는 “1941년 혹은 1942년 어느 날 밤, 독일군이 유대인에게 부과한 통금 시간을 지나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스웨터를 뒤집어 별을 숨기고 몇 블록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고 나중에 회상했다. 그러던 중 나치 친위대 병사와 마주쳤고, 그는 그를 불러 일으켜 안아주었다. 카너먼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시상식 전기 에세이에서 “그가 내 스웨터 안에 있는 별을 알아차릴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독일인은 지갑을 꺼내 소년의 사진을 보여주며 돈을 건네주고는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저는 ‘사람은 끝없이 복잡하고 흥미롭다’는 어머니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하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독일군과 프랑스 나치에 부역자들은 숨은 유대인을 색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당뇨병 환자였던 카너먼 교수의 아버지는 약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고, 연합군의 디데이 침공 6주 전에 질병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정말 화가 났어요. 그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강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썼다. 전쟁이 끝난 후 카너먼 교수는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건국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15세에 그는 직업 적성 시험을 치렀는데, 그 결과, 심리학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1954년 히브리대학교에서 심리학 및 수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병들을 위한 인성 평가 테스트를 고안해 군 복무 요건의 일부를 충족했다. 1961년 카너먼 교수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 학위를 받고 히브리 대학교에 강사로 복귀했다. 그곳에서 그는 당대 가장 뛰어난 인지심리학자로 이름을 떨치던 트버스키를 만났다. 카너먼 교수의 첫 번째 결혼인 아이라 칸과의 결혼은 이혼으로 끝났다. 1978년 그는 지각과 주의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인지 심리학자인 앤 트레이즈먼과 재혼했다. 두 사람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와 버클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993년 프린스턴 대학교에 합류했다. 그 사이 트버스키는 스탠퍼드대에 자리를 잡았다. 물리적 이별은 카너먼 교수와의 협력을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어렵게 만들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졌다. 1980년대 후반이 되자 카너먼 교수는 트버스키가 자신의 연구에 대한 기여를 충분히 평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고, 트버스키도 카너먼 교수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되었다. 카너먼 교수는 나중에 “나는 그와 이혼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96년 트버스키가 흑색종으로 사망하기 몇 달 전 우정을 다시 회복했다. 그의 부인 트레이즈만은 2018년에 숨졌다. 카너먼 교수는 이후 오랜 협력자의 미망인인 바바라 트버스키와 함께 살았다. 4년간의 파트너였던 트버스키 외에도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자녀 마이클 카너만과 레노어 쇼함, 의붓자녀 제시카, 다니엘, 스티븐, 데보라 트레이즈먼과 7명의 손자녀가 유족이다.
  •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 인간성, 철학이 답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 인간성, 철학이 답하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이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후세에 남기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고 주장한다. 전쟁 직후 출생아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이유도 유전자가 설정한 프로그램에 의한 본능적 행동 때문이란다. 그의 말마따나 인간은 유전자가 창조해 낸 생존 기계일 뿐일까. 인간을 생물학적 개체로 바라보는 과학적 시선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인간 고유 특성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하진 못한다. 사람들이 묵묵히 지켜오던 도덕적 의무감과 타인을 향한 애정과 관심 등은 여전히 과학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책은 과학, 윤리학, 사회학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성을 철학으로 해명한다.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이 프린스턴대에서 진행한 특강을 담았다. 저자는 인간이 동물의 일종이긴 하지만 분명한 간극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주체성이다. 인격이라는 개념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한다. 인격체들의 만남 속에서 피어나는 도덕 감정이 우리 세계의 근간을 어떻게 이루는지 밝힌다. 피터 싱어로 대변되는 현대의 윤리 철학에 대한 승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트롤리를 굴려 한 명을 죽일지 다섯 명을 죽일지 고민하는 이른바 ‘트롤리 딜레마’처럼 선택을 강요하는 이들에게 “도덕은 결코 계산의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나아가 계약으로 사회가 형성된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회철학자들과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가 미덕을 지키려 노력하는 이유는 국가 등에 보호받으려는 계약과 무관한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인간을 단순하게 해석하려는 과학에 속지 말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도덕을 회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200쪽 남짓하지만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철학에 대한 개념이 이어지는 데다 과학적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춰야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고민은, 천천히 음미해도 좋을 듯하다.
  • 양자역학보다 더 돋보이지…괴짜천재 유쾌한 파인먼씨

    양자역학보다 더 돋보이지…괴짜천재 유쾌한 파인먼씨

    노벨상 받은 세기의 물리학자위대한 이론보다 인간미 유명누드화 그리고 마야문자 해독핵 연구하다 금고털이 마스터절절한 첫사랑 이야기도 감동 보통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은 과학자들은 대체로 그들의 이름 못지않게 그들이 주창했거나 일궈 낸 학문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상대성이론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학의 아이작 뉴턴, 진화론의 찰스 다윈처럼 말이다. 한데 이름으로 더 잘 기억되는 과학자가 있다.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이 그런 예다. 너무 찬란해 하얗게 타 버린 천재 과학자. 그를 ‘학자’보다 ‘한 인간’으로 더 자주 떠올리는 건 아마 노벨상을 받은 세기적 물리학자라는 것 못지않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여유와 농담을 잃지 않으며 사람을 사랑했던 따스한 인간미 때문이지 싶다.‘파인먼 평전’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 핵폭탄 제조, 핵보다 더 작은 입자의 발견, 베타 붕괴 등 현대 과학이 거쳐 온 모든 이정표마다 빠짐없이 이름을 새긴 파인먼의 생애를 그린다. 미국 뉴욕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린스턴대, 코넬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등에서 후학들을 길러 낸 그의 학문과 삶의 이야기들을 연대기 형식으로 버무렸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뉴욕타임스 기자 생활을 거친 쟁쟁한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파인먼의 삶과 난해한 그의 이론들을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전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확정됐을 때의 일화가 책의 성격을 설명하는 좋은 예가 될 듯하다. 한 신문사의 사진기자가 파인먼에게 이론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기자 양반, 내 이론을 1분 이내로 설명할 수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가치도 없었을 거요.”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학문적 영역에서 그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거꾸로 그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보며 그가 남긴 공적의 얼개를 복기하는 것이 책을 소화하는 빠른 길일 수 있겠다. 파인먼이 선연한 발자취를 남긴 분야는 양자역학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물리학을 지탱하는 두 기둥 중 하나다. 그는 반도체 기술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받는 양자전기역학으로 1965년 동료 두 명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고전물리학과 현대 양자역학을 모순 없이 통합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입자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알기 쉽게(물론 전문가 수준에서) 표현한 ‘파인먼 다이어그램(도형)’도 그가 고안한 것이다. ‘나노 기술’이라는 용어도 그가 최초로 썼다. 훗날 현재의 슈퍼컴퓨터를 계산기 수준으로 격하시킨 양자컴퓨터가 본격 상용화된다면 최초 발견자의 자리에 파인먼의 이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걸출한 학문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장삼이사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건 그의 인생 이야기다. 라디오를 수리하고, 누드화를 그리고, 마야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그의 모습에서 괴짜 천재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타악기 봉고를 연주할 때는 ‘거장’ 소리를 들었고, 핵폭탄 연구에 몰두하던 미국의 비밀연구소 로스앨러모스에 근무했던 시절엔 난데없이 금고털이 전문가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저릿한 건 사랑 이야기다. 그는 한때 과학계의 카사노바로 불리며 방탕한 삶을 살았는데, 그 이면엔 고교 시절 첫사랑의 순애보가 묻혀 있다. 시한부의 삶이란 걸 알면서도, 결혼식장에서조차 감염이 우려돼 입에 키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첫사랑과의 결혼을 강행한 그의 이야기가 영화처럼 그려진다.
  • J P모건 사서가 백인인척 살았던 아픈 이유

    J P모건 사서가 백인인척 살았던 아픈 이유

    1900년 전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미국의 금융황제 존 피어폰트(J P) 모건은 개인 도서관을 두고 여러 고서적 희귀본과 각종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이런 도서관을 꾸민 주역은 그의 개인 사서 벨 다 코스타 그린이다. 벨은 도서관 자료를 백방으로 모으고 대중한테 공개하도록 이끌었다. 벨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부분이 꽤 많다. 벨은 22세에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모건의 개인 사서가 됐으며, 뉴욕 사교계에서도 유명인이었다. 많은 남자들, 심지어 70대 모건과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다. 그가 평생을 백인인 척했다는 건 다소 충격적이다. 소설은 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프린스턴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벨이 새로 설립한 모건 도서관의 사서가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유색 인종치고는 유달리 피부가 하얀 편이었던 벨은 있지도 않은 포르투갈 할머니를 내세워 자신의 혈통을 숨긴다. 그리고 모건의 조카인 주니어스의 추천으로 모건의 개인 사서로 고용된다. 이후 희귀 필사본과 고서적 그리고 예술품 등을 수집하는 일도 맡게 된다.1900년 초반은 여성이 공개적인 무대에 나서서 활동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그러나 벨은 탁월한 예술적 안목을 모건에게 인정받고, 모건의 경제력을 무기 삼아 백인과 남성 중심 큐레이터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경매 전 소유자에게 접근해 약점을 이야기하고 물건을 사는 등 대담하고 주도면밀한 협상 능력으로 예술품을 수집한다. 인종을 구분할 수 없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외모와 과감한 패션을 내세워 단번에 뉴욕 사교계의 별로 떠오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실제 이름은 벨 마리온 그리너. 흑인 최초 하버드대 졸업생이자 유명한 흑인 평등 주창자인 리처드 그리너의 딸이다. 벨과 모건을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실존 인물인데도, 소설로서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가 컸던 미국사회에서 아버지는 흑인 평등 운동을 펼쳤고, 어머니는 딸의 성공을 위해 백인인 척하라며 이혼까지 불사한다. 모건의 막내딸인 앤은 시종일관 벨의 혈통을 의심하고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벨은 르네상스 미술 전문가 버나드 베런슨과 불륜 관계를 유지하면서 모건과 아슬아슬한 지경까지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모건이 간절하게 갖고 싶어 했던 토머스 맬러리의 ‘아서왕의 죽음’ 캑스턴 버전을 수집하는 데도 성공한다. 모건의 사후 개인 도서관을 대중에게 공개하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이다. 벨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 낸 데는 작가들의 부단한 노력이 숨어 있다. 모건 도서관 애용자였던 저자 마리 베네딕트는 지나가는 도슨트에게 우연히 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흥미가 생겨 자료를 모으고 소설을 구상했다. 그러나 백인으로서 1900년대 흑인들 마음마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백인 경찰관을 쏜 흑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의 책을 읽은 뒤 그에게 연락해 함께 소설을 완성했다. 벨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녀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건 백인 역사소설 작가와 흑인 현대소설 작가의 협업 결과인 셈이다. 파란만장한 벨의 인생에 감탄하고, 섬세한 내면 묘사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이라크의 위험 과장해 전쟁 몰아간 럼즈펠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이라크의 위험 과장해 전쟁 몰아간 럼즈펠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내며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끈 도널드 럼즈펠드가 세상을 등졌다. 향년 88.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족들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럼즈펠드 전 장관이 세상을 떠났다면서 “우리는 그의 아내,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그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삶의 진실함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뉴멕시코주 타오스에 있는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부음을 접한 뒤 고인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 했으며 “모범적인 공직자였으며 진짜 좋은 남자였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럼즈펠드는 1975~1977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 2001~2006년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일했다. 2004년 미군의 이라크 수감자 학대가 드러나 사의를 표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신임했다. 그러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2006년 11월 부시는 럼즈펠드의 사의를 받아들였고 다음달 퇴임했다.  미국 국방장관을 두 차례 역임한 것은 그가 유일했다. 첫 재임 때는 43세로 역대 최연소였고, 두 번째 재임 때는 최고령 장관이었다. 198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해 나서기도 했다. 백악관 비서실장, 대통령 고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중동 특사 등 다양한 역할을 다해봤다.  성격이 많이 다른 두 대통령을 무리 없이 보좌하며 워싱턴 정가에서 오래 살아 남았다. 일부에서는 반대파를 속여먹기도 잘하고 더할 나위 없는 워싱턴 인사이더이며 “생존능력 슈퍼 갑”이란 평판을 들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끌었다. 로이터 통신은 럼즈펠드가 이라크 전쟁의 주요 설계자였다고 전했다.  BBC는 그의 장관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2년 기자회견장에서의 발언을 꼽았다. 그는 대량살상무기와 사담 후세인을 연결하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질문에 “뭔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보고는 항상 내 관심을 끈다”며 “왜냐면 (정보에는) ‘안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knows),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unknowns),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9·11 테러로 미국이 준비되지 않은 전쟁으로 끌려들어간 점을 받아들이더라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미국은 9·11과 아무런 상관 없는 이라크로 눈을 돌린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에 앞서 그는 행정부 안에서 가장 앞장 서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세계평화에 위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막상 이라크를 침공한 뒤 보니 그런 살상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이 쓸데없이 이라크전쟁을 벌여 자원과 관심을 낭비하는 동안,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다시 힘을 추스렸고, 그 결과 미군은 현재 아프간 완전 철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가 매파이며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얼굴’이었으며 가차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조차 마키아벨리 같은 면모, 전쟁 기획 능력 만큼은 높이 샀다.  럼즈펠드는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1974년 포드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하고 두 번째 국방장관 임기 중인 2003년과 2005년에도 한국을 찾았다. 퇴임 후 회고록에서 외교적, 경제적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내 군부가 김정일 체제를 전복하도록 나서게 유도하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32년 7월 9일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에 해군으로 자원했으며 부동산 영업사원으로 일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 레슬링을 무척 좋아했으며 이글 스카우트에 가입했다. 프린스턴대학에서 해양학을 전공한 뒤 부친처럼 자원해 1954년부터 1957년까지 항공대 교관으로 일했다. 전역한 뒤 워싱턴 DC로 와처음에는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 1962년 직접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에 선출됐다.  1969년에 의원 직을 그만 두고 리처드 닉슨이 만든 경제기회청을 이끈 뒤 1973~74년 NATO 미국 대사 등 행정부 내 여러 요직을 경험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물러나자 포드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장을 맡은 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다. 그는 핵잠수함 트라이던트 건조 과정을 총괄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 피스키퍼 MX 개발을 주도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전략무기감축협상(SALT II)을 놓고 옛 소련과 마주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장관 직에서 물러나 일이 있을 때만 행정부 일을 거들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중동 특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제약사 GD Searle & Co의 임원을 지낸 뒤 전자업체 제너럴 인스트루먼트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거쳐 다시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취직했다.  1998년 의회의 초당파 위원회를 이끌어 미국에 닥친 유도미사일 위협을 평가하는 일을 맡았는데 옛 소련 붕괴로 북미 대륙이 직접 위협을 당할 여지가 없다는 빌 클린턴 행정부 정보기관들의 평가와 충돌하는 보고서로 갈등을 빚었다. 이란과 이라크, 북한 등 잠재적인 적국들의 미사일 제조 능력을 5년이면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본 반면 정보기관들은 1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불러 국방장관을 다시 맡은 그에겐 콜린 파월 국무장관, 딕 체니 부통령이란 만만찮은 인물들이 포진해 있었다. 둘은 민간이 조금 더 펜타곤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럼즈펠드는 오히려 군이 더 일사불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9개월도 안돼 9·11 테러가 발생해 논쟁은 무의미해졌다.  그는 그날 아침 하원의원들과 미사일 방어망 예산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펜타곤이 항공기 테러의 타깃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항공기 추락 지점을 찾았다. 그가 들것에 누군가를 눕히는 것을 돕는 모습이 CNN 카메라에 잡혔다. 그 뒤 청사 안에 들어가 공동 대응을 지휘했다.  나중에 기밀 해제된 메모에 따르면 벌써 그는 이 무렵에 오사마 빈 라덴 뿐만 아니라 후세인의 이라크를 공습으로 보복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도 안된 10월 7일 미군은 알카에다와 탈레반 공습에 나섰다. 곧이어 지상 작전이 개시됐다. 그리고 이 전쟁을 채 마무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 역시 당시 메모에 “길고 어려운 진창”이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는데 현재 아프간이나 이라크 상황은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두 차례나 사의를 표했는데도 변함없이 지지하던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된 뒤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럼즈펠드를 “버릇없는 녀석”이라고 표현하며 그가 아들의 대통령 직을 망친다고 말하더라며 사의를 받아들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고인은 2011년 회고록에서 전쟁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몇 가지 발언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라크에 더 많은 병력을 파병했어야 했다는 점을 실책으로 인정했다.  2013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에롤 모리스가 그를 소재로 다큐멘터리 영화 ‘The Unknown Known’을 만들었다. 모리스는 로버트 S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처럼 냉전의 환상에 찌든 사람으로 생각하고 제작에 임했는데 럼즈펠드와 33시간 인터뷰를 한 결과 이라크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더욱 모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루이스 캐럴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중에 체셔 캣이란 등장인물을 만난 것처럼 혼란스러웠다고 비유했다.  모리스는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할배가 뭔가를 숨기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의심스러웠다. 이 할배는 완전 자기만족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갈파했다.
  • 냉전 끝낸 신뢰외교 대가… 88올림픽 직전 3金 회동

    냉전 끝낸 신뢰외교 대가… 88올림픽 직전 3金 회동

    소련과 INF 협상 주도… 군비경쟁 종식88올림픽 안전 개최 중·소련 협조 구해인류화합 큰 기여… 서울평화상 수상 1986년 ‘전두환 정권 양심수 석방’ 압력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에게 요청받기도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 캠퍼스에 있는 자택에서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미 싱크탱크 후버연구소가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 왔다. 1920년 뉴욕에서 출생한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경제학·국제학을 공부한 뒤 2차 세계대전 기간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 생활을 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와 시카고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벡텔그룹 대표를 지내는 등 정부 기관과 재계, 학계 등에서도 성공한 인사로 평가된다. 슐츠는 62세이던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국무장관으로 발탁돼 1989년까지 7년간 재임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무장관으로 최장수를 기록했다. 앞서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도 노동장관과 재무장관, 예산관리국장을 역임했다. AP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의 대부분을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중동 평화 로드맵 구축에 보낸 인사”다. 1987년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협상을 주도하고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INF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협상으로 꼽힌다. 이 조약으로 두 나라는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면서 2019년 INF에서 탈퇴했다.그는 ‘신뢰’를 중시했다. “슐츠는 ‘신뢰는 나라의 법정통화’라는 말의 가치를 알았고, 그것을 원칙으로 고수했다”고 후버연구소는 회고했다. 국무장관 재직 시절 6차례 방한했으며, 1980년대 한국 민주화에 힘써 달라는 요구도 많이 받았다. 1986년 11월 20일 조 바이든 등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31명이 “전두환 정권이 ‘양심수’로 불리는 정치범을 석방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슐츠 전 국무장관에게 부탁한 사실도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서한을 통해 확인됐다. 1988년 7월 방한 때는 ‘3김(金)’을 동시에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중국, 소련 지도자들로부터 서울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적극 협력할 것이란 다짐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92년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이 이룩한 놀라운 업적은 유능하고 정력적인 국민에게 자유, 격동 그리고 지도력이 주어진다면 어떠한 일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잘 보여 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양자론’ 우주의 궁극적인 철학인가?

    [이광식의 천문학+] ‘양자론’ 우주의 궁극적인 철학인가?

    아인슈타인 이후 20세기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 평가되는 미국의 리처드 파인만은 1965년 양자전기역학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양자역학을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선언은 곧, 인간의 지능으로는 양자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고백에 다름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양자란 과연 무엇이며, 양자의 세계란 대체 어떤 곳일까? 양자(量子·Quantum)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로 ‘단위’라는 뜻이다. 양자론에 따르면, 에너지와 물질들은 연속적인 양이 아니라 모두 띄엄띄엄한 최소 단위의 덩어리인 양자로 이루어져 있다. 빛 역시 양자의 묶음이며, 광자(光子)는 전자기장의 양자이다. 요컨대, 세계는 우리가 눈으로 보듯이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이라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화를 버리고 우주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추구한 이래로 가장 의미심장한 관점의 변화이자 20세기 과학의 위대한 발견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있는 ‘양자이론’은 실제 우리 생활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 현대문명을 거의 떠받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먼저 현대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컴퓨터는 양자역학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컴퓨터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가 바로 양자역학의 산물이며, 스마트폰, 전자레인지, 원자력, MRI 장치 등이 모두 양자역학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처럼 양자역학은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기둥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 등 여러 분야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이론으로 꼽힌다. 세계는 ‘확률’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같은 아원자 입자들은 한순간에 여기 있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저기에서 발견되는 등 정해진 자리가 없다. 심지어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어느 영역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뿐이다. 이 확률이란 전자의 위치나 이동경로가 관찰하기 전까지 어느 한곳에 결정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므로, 하나의 전자는 우주 어느 곳에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우주 어느 곳으로나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나타날 확률도 0는 아니다. 이는 우리의 인식이 불완전한 것이라 전자의 위치나 이동경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 세계가 ‘확률’로 이루어져 있다는 새로운 20세기 과학철학이다. 뉴턴은 자연을 하나의 거대한 기계, 즉 인과적이고 결정론적인 관계들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와 같다고 생각했다. 뉴턴이 보기에 이 우주는 신의 완벽한 창조물로서 규칙적이고 조화로운 존재자이며, 따라서 자연법칙에 의해 언제나 정확하고 완벽하게 예측될 수 있는 것이다. 곧, 뉴턴 역학은 핵심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을 견지한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새로이 등장한 양자 이론은 이러한 믿음들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았다.양자론의 개척자 닐스 보어에 의하면, 전자의 ‘실재’가 무엇인가 묻는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 ‘실재’가 과연 무엇인지 물리학이 설명해주지 못하지만, 자연에 대한 우리의 견해만은 제공해준다고 믿는 보어는 하나의 원자가 두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으며, 결과가 원인보다 먼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 양자의 세계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우리가 그것을 관측했을 때 비로소 존재한다”면서 심지어 달까지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자신의 광양자(光量子) 가설을 통해, 빛이 실재하는 입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증명하여 양자론에 주춧돌 하나를 놓았던 아인슈타인은 그러나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양자 이론 자체를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양자 이론에 따르면 우연 또는 확률, 곧 예측 불가능성이 이 우주를 지배하게 된다. 즉, 양자 이론은 비록 우리가 우주의 현재 상태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 하더라도, 미래의 상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오직 확률적 예측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정론적 사고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 또한 올바른 과학 이론이라면 우주를 실재하는 그대로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어야 하는데, 양자 이론은 그러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 상태를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미래의 상태에 대해서는 오직 확률적인 예측만이 가능하다는 양자론의 비결정론적 주장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에 강하게 반발했으며, 보어는 “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라며 반박했다. ‘숲속 큰 나무는 쓰러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18세기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 조지 버클리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고 말했는데, 이는 곧 ‘지각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과 같은 말이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큰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말 역시 ‘아무도 보지 않으면 큰 나무는 쓰러진 것이 아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어는 이 버클리의 관점을 양자론에 적용해, “어떠한 사물도 관측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특성이란 것도 없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양자론의 특성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 주장했다. 이 같은 보어의 주장에 철학자들은 분개하며 물리학자들이 사물에 대해 너무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반면, 양자론자들은 철학자들이 물리적인 세계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고 생각했다. 보어에게 배웠던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는 심지어 “철학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에게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보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 50년대 초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시절, 아인슈타인은 가까운 젊은 후배 물리학자 에이브러햄 파이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정말 자기가 달을 쳐다봤기 때문에 달이 거기 존재한다고 믿는가?” 아인슈타인은 후배에게 위안이 되는 답을 기대했겠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오랜 시간 후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쓴 파이스의 글에 나와 있다. “나는 아인슈타인이 왜 그토록 과거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현대 물리학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19세기식 인과율을 끝까지 고집했다.”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결정론이 아니라 우연이며 확률인 것이다. 우리를 포함한 세계는 결국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닌가. “관측하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는 양자론의 교의는 어떤 면에서는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은 우리 마음이 지어내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이 말은 ‘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는 양자론과 일맥 상통한다. 그래서 양자론자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불행한 것은 불행에 초점을 맞추고 보기 때문이다. 당신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라. 그러면 당신은 행복해질 것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큰 나무가 쓰러져도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아슬아슬한 미·중·일, 그 위험한 삼각관계

    아슬아슬한 미·중·일, 그 위험한 삼각관계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리처드 맥그레거 지음/송예슬 옮김/메디치미디어/568쪽/2만 9000원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제관계에서 변함없이 통용되는 명언으로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1971년 적대국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 이유를 일본 억제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미국 정부는 그 목적이 중국·북한에 맞서기 위해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동아시아가 요동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종료,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모두 세계를 들썩들썩하게 만들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새판 짜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리처드 맥그레거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지국장은 최근 펴낸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를 통해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 중인 사건들의 역사적 맥락을 파헤쳐 눈길을 끈다. 그것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전후 체제의 산물임을 콕 짚는다. 미중일 정부의 중요 문건과 인터뷰를 엮은 책은 동아시아속 한중일 3국의 패권 경쟁을 큰 축으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그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종속 변수쯤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해제대로 행간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귀한 자료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린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도력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미래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진행 중인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 정서 부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책을 읽다 보면 25년 전 ‘아시아의 미래는 유럽의 과거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의 일갈이 떠오른다. 아시아의 미래가 유럽의 과거처럼 대립과 반목, 그리고 전쟁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주장 말이다. 그렇다면 미중일 3국 간 불안정이 구조화되고 비관론이 팽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주저없이 지정학과 경제 경합,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역사의 망령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을 복판에 놓아 주목된다. 전후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중국·한국에 충분히 사과했다고 믿었고 양국은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이를 표면적으로는 받아들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오쩌둥·덩샤오핑은 일본에 과거사를 잊고 양국의 미래만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그와는 달리 장쩌민과 후진타오·시진핑은 애국주의를 표방, 과거사 문제에 불을 지폈다. 물론 과거사와 관련한 중국의 반일 감정은 일방적인 게 아니다. 저자는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개정, 센카쿠열도 국유화 논쟁이 중국을 자극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우려도 깊다고 주장한다. 아베 내각이 유독 미국에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저변엔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베가 언제든 역사수정주의 어젠다를 정치 쟁점화할 수 있다고 본다.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는 정치지도자들의 신념과 개인적 배경이 국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도자 중심론’이다. 이를테면 하토야마 유키오의 동아시아중심주의와 친중 노선이 조부와 부친의 영향을 받았고,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와 반중·친미 정책도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영향이 큼을 밝힌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를 미국 국내의 정치적 변수와 연동시킨 점도 흥미롭다. 나아가 고립주의 정책이 ‘팍스아메리카나’의 쇠퇴를 재촉하고 ‘팍스시니카’라는 중국 중심의 질서 출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모두 전쟁에 휘말리는 삼각 치킨게임.’ 지금의 형세를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으로 묘사하면서도 저자는 미국이 아시아를 조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는 머리말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 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미국의 선택과 상관없이 중국이 기존의 역내 질서를 영원히 뒤바꿀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미국 역대 대통령 보니, 트럼프 인종차별은 양반

    미국 역대 대통령 보니, 트럼프 인종차별은 양반

    제퍼슨 “흑인 나쁜 냄새로 저주”女노예에 지속적 성관계 강요도잭슨 “도망노예 매질하면 보상”윌슨 백악관서 KKK 찬양 영화닉슨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레이건 “원숭이들 신발 불편해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주의회 설립 400주년을 맞아 제임스타운을 방문하기 직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흑인이 많은 선거구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칭하는 등 잇단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하지만 이날 AP통신이 소개한 역대 미 대통령들의 인종주의 흑역사를 살펴보면, 트럼프보다 인종차별적인 대통령이 수두룩했다는 걸 알게 된다. 버지니아주는 미국에 유럽 이주민과 함께 아프리카 노예도 처음 도착하며 노예제 역사가 시작된 땅이다. AP통신은 이런 버지니아 주의회 설립 기념일을 맞아,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전후 논평과 정책결정에서 보여준 공적·사적 행동 중 당시에나 지금이나 인종주의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례를 소개했다. 조지 워싱턴(초대)부터 재커리 테일러(12대)까지 초기 대통령 대부분은 흑인 노예를 소유했으며, 원주민(인디언)과 아프리카계, 라틴계 사람들이 투표권이나 배심원 자격을 갖지 못하던 시절 권력을 장악했다. 학자나 인권 지도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대에 흔했던 인종차별적 견해는 되풀이됐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문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저서에는 흑인이 “매우 강하고 기분나쁜 냄새로” 저주 받았으며, 예술이나 시를 창작할 능력이 없다고 썼다. 그는 노예제가 부도덕하다면서도 노예를 소유했고, 역사가들에 따르면 흑인 노예 중 한 명과 성관계를 지속하기도 했다. 제퍼슨은 저서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면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썼다. 노예를 해방하면 흑인과 백인이 평화롭게 함께 살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도 남부 출신 노예 소유주였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인 1804년엔 도망친 노예 한 명 당 50달러를 줄 것이며, 노예에게 매질을 하면 300대까지 100대 당 10달러씩 더 준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노예 150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어느 누구도 해방시키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조지아주에서 체로키 원주민을 강제로 제거하며 수천명을 죽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체국장이 수정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노예제 반대 출판물을 압수한 것을 묵인하기도 했으며 출판물들을 “반 헌법적이며 사악한 것”이라고 했다. 우드로 윌슨(28대) 대통령은 버지니아 태생으로 프린스턴대 총장 재직 당시 흑인의 입학을 금지했다. 그는 일부 흑인의 지지 덕분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집권 뒤 그와 민주당은 공무원 조직의 인종분리 정책을 뒤집는 것을 거부했다. 윌슨은 1915년 백악관에서 KKK를 영웅시하는 인종차별 영화 ‘국가의 탄생’을 상영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백인 폭도들이 흑인을 무차별 공격한 1919년 ‘붉은 여름’ 당시에도 폭력에 반대하는 논평을 하긴 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 연방정부의 자원을 사용하진 않았다.존 F 케네디 암살 뒤 대통령직을 맡은 린든 존슨(36대)은 전임자가 추진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민권 법안을 이어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사적인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엔 존슨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자신이 요직에 임명한 흑인을 묘사하며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다.존슨의 후임자 리처드 닉슨 역시 사적인 대화 중 인종차별적 비방을 자주 했다. 그는 “우리는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little Negro bastards)을 가구 당 2400달러에 달하는 복지 대상자 명부에 더 많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종종 유대계, 멕시코계, 이탈리아계,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에게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 닉슨의 이런 발언은 존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십년 뒤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40대) 전 대통령이 197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닉슨과 통화 중에 “아프리카에서 온 원숭이들을 보기 위해, 빌어먹을”이라면서 “그들은 아직도 신발을 신는 걸 불펴해한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엔 그가 아프리카 유엔 대표부를 “식인종”이라고 부르는 것도 녹음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트럼프만 그런 것 아님, 레이건도 탄자니아 대표단에 “원숭이들”

    트럼프만 그런 것 아님, 레이건도 탄자니아 대표단에 “원숭이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71년 유엔 본부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 대표단을 가리켜 “원숭이들”이라고 표현했다고 미국 잡지가 최근 폭로했다. 레이건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중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대만을 축출하는 안건에 대한 표결 때 아프리카 대표단들이 미국을 따돌리고 찬성 표를 던지는 데 격분했다. 특히 탄자니아 대표단 멤버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대만을 응원했던 레이건은 다음날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람들 좀 봐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온 원숭이들 말이요. 빌어먹을 놈들, 그들은 아직도 신발 신는 것을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1974년 하야한 닉슨은 웃음을 터뜨렸다고 영국 BBC가 지난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론 공석에서 의도적으로 인종차별적 언사를 남발하는 트럼프와 당시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를 통해 흉을 본 레이건은 많이 다르다. 녹취록을 발굴한 이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닉슨 대통령 박물관 관장을 지낸 뉴욕 대학 역사학과의 팀 나프탈리 부교수로 잡지 ‘더 애틀랜틱’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이같은 발언 내용을 밝혀냈다. 이들 테이프는 레이건이 살아 있던 2000년 국립문서보관소에 의해 전체가 공개됐다가 2004년 레이건이 사망하자 법원 명령을 좇아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문제가 된 대목들이 제거됐다. 나프탈리 부교수는 “로널드 레이건과 관련된 대화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2주 전 국립문서보관소는 완벽한 버전을 배포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레이건은 원래 유엔 탈퇴를 압박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나중에 닉슨 대통령은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이 전화를 건 목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닉슨은 레이건이 탄자니아 대표단을 신발도 신지 않고 카니발을 즐겼다고 말했다고 국무장관에게 전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또 1970년 로데지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격리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을 새로 발굴된 녹음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나프탈리 부교수는 덧붙였다. 레이건은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집권했는데 냉전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렀고 소비에트 공산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는 치매와 오래 투병하다 93세를 일기로 2004년 세상을 떠났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초대)부터 재커리 테일러(12대)까지 미국의 초기 대통령 대다수는 흑인 노예를 소유했으며, 원주민(인디언)과 아프리카계, 라틴계 사람들이 투표권이나 배심원 자격을 갖지 못하던 시절 권력을 장악했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문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서에는 흑인이 “매우 강하고 기분 나쁜 냄새로” 저주받았으며, 예술이나 시를 창작할 능력이 없다고 썼다. 또 저서에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면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적었다.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도 남부의 노예 소유주였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인 1804년엔 도망친 노예 한 명당 50달러를 줄 것이며, 노예에게 매질을 하면 300대까지 100대당 10달러씩 더 준다는 광고를 냈다. 그는 노예 150명 가운데 누구도 해방시키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우드로 윌슨(28대) 대통령은 버지니아 태생으로 프린스턴대학 총장 재직 당시 흑인의 입학을 금지했다. 윌슨은 1915년 백악관에서 KKK를 영웅시하는 인종차별 영화 ‘국가의 탄생’을 상영해 논란을 빚었다. 닉슨(37대)은 재임 중 사적인 대화에서 인종차별적 비방을 자주 했다. 그는 “우리는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little Negro bastards)을 가구당 2400달러에 달하는 복지 대상자 명부에 더 많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난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떠벌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가장 덜 인종차별”이라는데, 역대 美 대통령은

    윌슨, 대학 총장 당시 흑인입학 금지 닉슨 “검둥이 녀석들”잦은 비하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주의회 설립 400주년을 맞아 제임스타운을 방문하기 직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흑인이 많은 선거구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칭하는 등 잇단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날 AP통신이 소개한 역대 미 대통령들의 ‘인종주의 흑역사’를 살펴보면 트럼프가 가장 인종차별적인 대통령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조지 워싱턴(초대)부터 재커리 테일러(12대)까지 초기 대통령 대부분은 흑인 노예를 소유했으며, 원주민(인디언)과 아프리카계, 라틴계 사람들이 투표권이나 배심원 자격을 갖지 못하던 시절 권력을 장악했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문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저서엔 흑인이 “매우 강하고 기분 나쁜 냄새로” 저주받았으며, 예술이나 시를 창작할 능력이 없다고 썼다. 또 저서에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면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적었다.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도 남부 출신 노예 소유주였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인 1804년엔 도망친 노예 한 명당 50달러를 줄 것이며, 노예에게 매질을 하면 300대까지 100대당 10달러씩 더 준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노예 150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어느 누구도 해방시키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우드로 윌슨(28대) 대통령은 버지니아 태생으로 프린스턴대 총장 재직 당시 흑인의 입학을 금지했다. 윌슨은 1915년 백악관에서 KKK를 영웅시하는 인종차별 영화 ‘국가의 탄생’을 상영해 논란을 빚었다. 리처드 닉슨(37대)은 재임 중 사적인 대화에서 인종차별적 비방을 자주 했다. 그는 “우리는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little Negro bastards)을 가구당 2400달러에 달하는 복지 대상자 명부에 더 많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역대 美 대통령 보니, 트럼프 “난 덜 인종차별” 할만

    역대 美 대통령 보니, 트럼프 “난 덜 인종차별” 할만

    제퍼슨 “흑인 나쁜 냄새 나는 저주”흑인 노예와 지속적 성관계 강요도잭슨 “도망친 노예 때리면 보상금”윌슨 백악관서 KKK 찬양 영화 상영닉슨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 녹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주의회 설립 400주년을 맞아 제임스타운을 방문하기 직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흑인이 많은 선거구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칭하는 등 잇단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날 AP통신이 소개한 역대 미 대통령들의 인종주의 흑역사를 살펴보면, 트럼프보다 더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알게 된다. 버지니아주는 미국에 유럽 이주민과 함께 아프리카 노예도 처음 도착하며 노예제 역사가 시작된 땅이다. AP통신은 이같은 버지니아 주의회 설립 기념일을 맞아,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전후 논평과 정책결정에서 보여준 공적·사적 행동 중 당시에나 지금이나 인종주의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례를 소개했다. 조지 워싱턴(초대)부터 재커리 테일러(12대)까지 초기 대통령 대부분은 흑인 노예를 소유했으며, 원주민(인디언)과 아프리카계, 라틴계 사람들이 투표권이나 배심원 자격을 갖지 못하던 시절 권력을 장악했다. 학자나 인권 지도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대에 흔했던 인종차별적 견해는 되풀이됐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문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썼다. 하지만 저서에는 흑인이 “매우 강하고 기분나쁜 냄새로” 저주 받았으며, 예술이나 시를 창작할 능력이 없다고 썼다. 그는 노예제가 부도덕하다면서도 노예를 소유했고, 역사가들에 따르면 흑인 노예 중 한 명과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하기도 했다. 제퍼슨은 저서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면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썼다. 노예를 해방하면 흑인과 백인이 평화롭게 함께 살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도 남부 출신 노예 소유주였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인 1804년엔 도망친 노예 한 명 당 50달러를 줄 것이며, 노예에게 매질을 하면 300대까지 100대 당 10달러씩 더 준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노예 150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어느 누구도 해방시키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조지아주에서 체로키 원주민을 강제로 제거하며 수천명을 죽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체국장이 수정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노예제 반대 출판물을 압수한 것을 묵인하기도 했으며 출판물들을 “반 헌법적이며 사악한 것”이라고 했다.우드로 윌슨(28대) 대통령은 버지니아 태생으로 프린스턴대 총장 재직 당시 흑인의 입학을 금지했다. 그는 일부 흑인의 지지 덕분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집권 뒤 그와 민주당은 공무원 조직의 인종분리 정책을 뒤집는 것을 거부했다. 윌슨은 1915년 백악관에서 KKK를 영웅시하는 인종차별 영화 ‘국가의 탄생’을 상영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백인 폭도들이 흑인을 무차별 공격한 1919년 ‘붉은 여름’ 당시에도 폭력에 반대하는 논평을 하긴 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 연방정부의 자원을 사용하진 않았다.존 F 케네디 암살 뒤 대통령직을 맡은 린든 존슨(36대)은 전임자가 추진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민권 법안을 이어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사적인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엔 존슨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자신이 요직에 임명한 흑인을 묘사하며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적 비방을 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다.존슨의 후임자 리처드 닉슨 역시 재임 중 사적인 대화에서 인종차별적 비방을 자주 했다. 그는 “우리는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little Negro bastards)을 가구 당 2400달러에 달하는 복지 대상자 명부에 더 많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종종 유대계, 멕시코계, 이탈리아계,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에게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 닉슨의 이런 발언은 존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십년 뒤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부실 저축銀 보유 미술품 경매

    예금보험공사가 과거 부실 저축은행이 대출 담보로 갖고 있던 국내외 미술품 314점을 온라인 경매를 통해 매각한다고 9일 밝혔다. 경매에 나오는 작품 중에서는 미국 사진작가이자 화가인 리처드 프린스의 ‘파이어맨 앤드 더 드렁크’·추정가 1억 8000만원),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젤름 키퍼의 ‘양치식물의 비밀’(추정가 1억5000만원), 중국 현대미술가 위에민준의 ‘라이프-10’(추정가 1억 30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온라인 경매는 오는 18∼19일 서울옥션 홈페이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여자친구 임신소식에 ‘감성 폭발’한 남자친구

    여자친구 임신소식에 ‘감성 폭발’한 남자친구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를 간절히 기다려온 부부에게 ‘임신 소식’ 만큼 감격적인 순간은 없는 것 같다.  여자 친구인 데스티니 프린스(22)가 아파트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후 남자 친구 반응을 찍은 영상을 외신 케이터스 뉴스 에이전시가 소개했다. 그녀의 남자 친구인 리처드 데이비스(23)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오자 데스티니가 다가가 원피스에 적혀 있는 글씨를 읽으라고 요청한다. ‘나 임신했어’(I‘m pregnant)란 글귀에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스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여자친구에게 매달리며 흐느낀다. 지난 1월부터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 해 온 이 커플은 올해가 가기 전에 그랜서 케이드 데이비스(Granger Kade Davis)라 불릴 남자아이를 맞이할 것이다. 미국 테네시 출신인 리처드는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제게 말할 줄 꿈에도 몰랐고 심지어 될 가능성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녀는 그날 아침에 ’우리가 다음 달에 다시 시도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처드는 데스티니의 ’의도된 깜짝 소식‘에 “기쁨, 사랑 그리고 흥분으로 완전히 압도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사진·영상=Caters Clip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열린세상] 편견과 착각 그리고 과신/유효상 차의과학대학 융합경영대학원장

    [열린세상] 편견과 착각 그리고 과신/유효상 차의과학대학 융합경영대학원장

    윗사람에게 보고할 중요한 자료를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신경을 써서 작성하고, 혹시 오타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 해서 몇 번이나 확인을 했는데도 막상 보고할 때 오타나 오류가 있어서 난감한 경우가 있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자기 집 강아지는 절대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2111건의 개물림 사고가 보고됐다.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뉴욕의 유니언 칼리지 심리학 교수로 있는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멍청해서, 오만해서, 무지해서, 부주의해서가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일상의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주의력 사용은 제로섬게임과 같아서 무언가에 몰두하면 다른 사물이 나 환경에 부주의하게 돼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주의력 착각, 자신의 편리성에 의해 쉽게 기억이 왜곡되는 기억력 착각, 특히 실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부풀려 생각하는 자신감 착각,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지식 착각,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고 해서 발생하는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원인 착각, 간단한 방법으로 쉽게 성공을 쟁취하고 전문가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을 거란 잠재력 착각 등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발표된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공로’로 행동경제학자인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에게 돌아갔다. 행동경제학은 2002년 프린스턴대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게 된 학문이다. 최근 40여년 동안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논문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세일러 교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합리적이라는 ‘제한적 합리성’(limited rationality), 정의로움, 공평함 같은 집단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사회적 선호’(social preference), 단기적 의사 결정과 장기적 의사 결정의 각각 다른 기준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 ‘자기절제 결여’(self-control)로 보이는 비합리적 행동을 취한다는 연구 결과로 노벨상의 영예를 얻었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모든 인간을 대단히 합리적이고, 자기 통제가 매우 뛰어나며,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인 ‘이콘’(econ)으로 보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humans)은 극히 제한된 합리성에 의존해 의사 결정을 내리며, 결코 이콘처럼 완벽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지식과 인지적 능력의 한계 때문에 일관성이 없고, 비합리적이어서 의사 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 편견이 심하고 주먹구구식(heuristic)의 접근 방법을 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믿는다. 기업의 인수합병(M&A) 때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사들여 시너지 효과는 달성하지 못한 채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상황을 ‘승자의 저주’라고 한다. 승자의 저주 또한 낙관주의적 편향으로 인한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인수 기업의 경영자가 피인수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이유는 ‘저 기업을 내가 경영하면 훨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과신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으로 비관주의보다 낙관주의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불확실성보다 자신감이 더욱 인정받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기 과신의 오류이며, 각종 편견과 일상의 착각, 그리고 과신으로 인해 왜곡된 신념은 단순한 잘못을 넘어 우리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최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더이상 ‘인간의 지식은 필요 없다’며 스스로 익힌 엄청난 바둑 실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어떠한 편견도 없고, 일상의 착각도 없으며, 자신을 과대포장하지 않고 오로지 진정한 실력으로 무장한 강력한 인공지능이 재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편견과 착각 그리고 과신으로 가득 찬 인간의 피조물이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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