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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즈 부르주아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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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 프라다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 프라다

    프라다는 그저 값비싸고 예쁜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프라다는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다. 프라다는 고급 패션의 문법 속에 산업 소재인 나일론을 끌어들이고 익숙한 비율에 미묘한 어긋남을 더하는 방식으로 기존 관습을 흔들어 왔다. 그리고 이 태도의 중심에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있다. 프라다 가문 출신인 그녀는 정치학 박사로 1970년대 후반 가업에 합류한 이후 프라다를 명품 브랜드에서 지적 담론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전환시켰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패션을 사회 구조와 권력, 젠더와 계급을 읽는 하나의 언어로 다룬다. 특히 1990년대 중반 그녀는 이른바 ‘어글리 시크’(ugly chic)로 불린 미학을 통해 곡선과 섹시함을 강조하던 이전의 방식 대신 일부러 투박하고 절제된 실루엣을 제시해 여성성과 미의 기준을 재정의했다. 패션으로 시대를 질문하고 사유해 온 프라다는 예술 전반으로 영역을 넓힌다. 1993년 미우치아 프라다는 ‘폰다치오네 프라다’를 설립했다. 폰다치오네 프라다는 현대미술과 건축, 철학, 영화, 연구를 아우르는 종합 문화 기관이다. 2015년 개관한 밀라노 본관은 1910년대 증류 공장을 개조한 기존 건물 사이에 외벽을 금빛 금속 패널로 마감한 현대식 타워를 추가한 구조다. 옛 산업 시설의 거친 질감과 현대적 건축이 한 공간에 배치되면서 과거와 현재,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동시에 상충한다. 재단이 선택한 작가들 역시 아름답고 보기 좋은 예술을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루이즈 부르주아, 모나 하툼 등은 신체와 권력, 제도 등을 탐구해 온 이들로 미술을 통해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프라다가 어떤 지향점을 가진 브랜드인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프라다에 예술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사고 체계를 외부로 확장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프라다를 입는다는 것은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세계관을 선택하는 일에 가깝다. 그것은 예쁨보다 의미를, 장식보다 질문을 택하는 태도다.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작가·방송인
  • [장신정의 예술과 일상] 덧없고 영원한

    [장신정의 예술과 일상] 덧없고 영원한

    새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소풍 오듯 찾아온 호암미술관. 고즈넉한 전통정원 희원에서의 산책은 자연 속 힐링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뜨거운 여름. 이글이글 타오르는 생명력으로 아우성치던 초록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다. 결실의 계절답게 싱그러운 열매가 송이송이 달려 있다. 노랗게 변해 가는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진다. 머지않아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의 향연을 펼치리라. 그렇게 자신의 일부를 미련 없이 떨구고 벌거벗은 앙상한 가지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낼 테다. 그 잎과 열매를 자양분으로 다시 봄에 피어오르겠지. 순리에 자신을 내맡기고 그대로 고요한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새삼 무엇 하나 가벼이 내려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나는 무엇을 내려놓고 삶의 황혼기를 품을 것인가. 아니짜(anicca·무상). 위파사나 명상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생겼다가 사라지고 또 생겨난다. 미술관에서는 ‘덧없고 영원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세기 미술계에 독보적 영향력을 미친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 회고전이다. 양가적 사유를 담고 있는 전시 제목은 작가가 기억에 대해 노트에 적어 둔 글이다. 부르주아는 어린 시절의 원초적 트라우마와 무의식을 예술로 승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치료를 위해 정신분석에 몰입하면서 40여년 동안 엄청난 양의 글을 남긴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입주 가정교사의 불륜,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판도라 상자 깊이 가둬 놓았던 기억을 꺼내고 대면하는 것은 살을 찢는 고통이었으리라. 집어삼킬 듯 섬뜩하고 위협적인 동시에 위태롭게 가녀린 긴 다리를 지닌 거대한 거미 ‘마망’은 부르주아가 88세에 제작한 대표작이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공격성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 연약한 여인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 공포와 상실, 공격성이 그로테스크하게 뒤섞여 있다. 99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왕성하게 작품을 창작한 그는 후기 직물 작업으로 그 절정에 이른다. 인공지능(AI)과 함께하는 고령화사회를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고정관념과 사회적 시선에 굴하지 않고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서사에 집중한 부르주아는 마지막까지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다. 무의식 세계를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치유하고 이를 통해 불안, 억압, 양가성, 분노, 단절, 상실 등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세상에 던졌다. 문득 신라시대 물계자가 무술과 거문고 수련 전에 제자들에게 “살려지이다”라고 말하며 호흡을 가다듬게 했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숨을 찾아 고르고, 가장 자기다운 고유한 빛깔을 찾는 것이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원에 드문드문 수줍게 자리한 벅수들도 제각각 다른 얼굴이어서 아름답다. 장신정 화가·전 MoMA PS1 전시선임
  • 장외에서도 밤에도… 서울, 미술로 들썩인다

    장외에서도 밤에도… 서울, 미술로 들썩인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 서울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가운데 장외(場外) 전쟁도 뜨겁다. 전 세계 미술계 관계자, 애호가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미술관, 갤러리에서는 한 해 가장 힘을 준 전시를 개막하고 늦은 밤까지 관람과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야간 행사를 이어 간다. ①리움 ‘이불:1998년 이후’ 대규모 전시 서울 전역에서는 미술 거장들의 전시가 펼쳐진다. 리움미술관은 4일부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불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 ‘이불: 1998년 이후’를 선보인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작가의 주요 작업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며 조각, 대형 설치, 평면, 드로잉과 모형 등 150여점을 전시한다. 그동안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은 주로 해외 미술관에서 열렸지만 이번에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갤러리현대는 ‘김민정 카드’를 내밀었다. 김민정은 동아시아의 서예와 수묵화 전통 그리고 동양 철학을 탐구하며 현대 추상화의 구성 어휘를 확장하는 작업을 30여년 동안 지속해 오고 있다. 다음달 1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불에 태워진 한지를 지그재그로 쌓아 올리며 두 개별적인 요소의 결합과 조화를 선보이는 ‘집’(Zip) 연작 6점과 스위스 아트바젤 2024의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대형 작업 ‘트레이시스’(Traces)를 만날 수 있다. ②가고시안,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 세계 최정상 갤러리로 꼽히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2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일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을 개막했다. 무라카미의 작품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꽃 모티프를 집중 탐구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글래드스톤 서울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을 열고 있다. 네 개의 선으로 산악호수를 묘사한 다양한 크기의 신작 풍경화 13점이 전시됐다. 강남구 화이트 큐브 서울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 역시 세계적인 조각가인 앤터니 곰리를 내세웠다.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공동 기획해 각 갤러리 공간에서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다음달 26일까지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애 후반 20여년에 걸쳐 작업한 조각과 드로잉들을 엄선해 조명한다. 특히 한옥 공간에선 커피 필터 위에 그린 드로잉이 소개된다. 1994년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공개된 작품이다.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협력해 함께 야간 개장을 하며 전시 관람과 더불어 예술 토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나잇 행사’들도 눈길을 끈다. 키아프리즈 개막일인 3일에는 ‘청담나잇’이, 4일에는 ‘삼청나잇’이 진행된다. ③내일 오후 10시 ‘삼청나잇’ 굿판 선보여 특히 삼청나잇에는 굿판이 벌어진다. 갤러리현대는 4일 오후 10시 국가무형유산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승 교육사인 만신 김혜경의 ‘대동굿 비수거리(작두굿)’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갤러리현대 앞마당에서는 1990년 백남준이 동해안별신굿 세습 무당과 함께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의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를 선보인 바 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이번 퍼포먼스는 백남준의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계승하는 것과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현실과 영적 세계 속 모든 존재의 안녕과 번영을 빌고, 회화 예술의 기원과 긴밀한 관계에 놓인 샤먼, 한국 전통의 굿을 전 세계 예술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 위태로운 기억의 편린을 엮다

    위태로운 기억의 편린을 엮다

    현대미술의 거장, 25년 만에 국내전회화·조각·설치 등 총 106점 선보여거대한 거미 ‘마망’·나선형의 ‘커플’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된 공간 연출 거미는 ‘잇기’를 반복한다. 제 몸에서 뽑아낸 것으로 틈을 채우며 사이를 이어 붙여 집을 짓는다. 현대미술의 거장, 프랑스계 미국인인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는 평생 자신을 괴롭힌 내면의 균열을 메우는 방법으로 거미를 소환한다. 그리고 9~10m 높이의 거대한 청동 거미 조각에 ‘마망’(엄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한국에서 미술관급으로는 25년 만인 부르주아 회고전이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순회전의 하나로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를 거쳤으며 이번이 투어의 마지막 여정이다. 전시 제목은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으로 앞선 아시아 투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 소장품 13점을 포함해 회화·조각·설치 등 모두 106점의 작품을 아우른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균열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사랑, 두려움, 버려짐 등 가족 내 긴장과 갈등, 거기서 출발한 트라우마가 작품 곳곳에 녹아든다. 때로는 뾰족하고 때로는 부드러웠던 기억의 편린을 자신만의 실로 엮어 내는 것이다. 부르주아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세계적 명성과 대중적 인정을 동시에 안긴 ‘마망’은 호암미술관을 비롯해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일본 롯폰기 힐스 모리 미술관 등에 설치돼 있다. 거대한 거미 청동 조각은 겉에서 보면 위압적으로 보이지만, 활짝 펼쳐진 가늘고 긴 다리 안에 들어서면 머리 위의 거미 배가 하얀 대리석 알을 품고 있어 마치 엄마 품과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마망’은 부르주아가 자신의 어머니 조제핀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투영한 작품이다. 조제핀은 태피스트리(직물 공예) 작업장에서 일하며 부르주아를 양육하고 보호했다. 반면 아버지 루이는 불륜을 저지르며 가족을 배신했다. 아버지의 불륜을 묵인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부르주아는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이중성은 그의 예술 언어를 통해 지속 구현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두 개의 신체가 하나의 나선형으로 겹친 거대한 조각 ‘커플’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작가는 사랑, 성적 끌림, 유혹, 불안, 의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버림받음의 공포와 같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나선으로 엮어 낸다. 나선은 감정의 소용돌이이자 내면의 균형을 잡으려는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모습과 같다. 이번 전시는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구조로 연출된 게 특징이다. 1층은 의식을 상징하는 밝은 공간으로, 2층은 무의식을 상징하는 어두운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아 큐레이터는 “1층은 이성과 질서의 세계를 드러내며 선형적인 내러티브로 전개되고 2층은 취약함, 우울, 질투, 공격성과 같은 주제로 구성됐다”면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하는 것처럼 전시 작품도 일정 부분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부장적 아버지에 대한 상상적 복수를 연출한 설치 작품 ‘아버지의 파괴’를 비롯해 남성과 여성의 형상을 결합한 청동 조각 ‘개화하는 야누스’도 만날 수 있다. 사각 모형의 구조에서 한쪽 면만 열려 있는 ‘아버지의 파괴’는 일종의 극장 무대처럼 보인다. 붉은 조명 아래 놓인 직사각형의 식탁 위에는 고깃덩어리들이 놓여 있다. ‘밀실’ 연작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붉은 방’(부모)은 문으로 둘러싸인 방을 관람객이 거울이나 틈으로 훔쳐보게끔 구성됐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은밀한 순간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부르주아는 이 작품에서 기억과 욕망, 트라우마를 한데 엮어 사랑뿐 아니라 불안이 교차하는 가정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전시는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 겸재 정선부터 물방울 화가까지… 올해 ‘보는 눈’이 깊어진다

    겸재 정선부터 물방울 화가까지… 올해 ‘보는 눈’이 깊어진다

    8월 김창열 9월 도자공예 신상호 등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대표 작가전11월엔 ‘故이건희 기증품’ 국외 순회호암, 정선 산수화·‘거장’ 부르주아리움 ‘인류 탐구’ 작가 이불 개인전 겸재 정선, 김창열, 루이즈 부르주아, 이불까지 올해 미술계가 풍성한 전시를 예고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7일 김창열, 신상호, 이대원 등 독보적인 한국 작가를 재조명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5년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물방울 화가’로 널리 알려진 김창열의 전시를 오는 8월 서울관에서 선보인다. 그는 1973년 물방울을 주제로 한 개인전의 성공 이후 평생 한 가지 주제에 천착했다. 전시는 초기 작업부터 뉴욕 시기, 프랑스 초기를 거쳐 2021년 세상을 뜰 때까지 그의 삶을 물방울로 이끈 창작 여정을 집대성할 계획이다. 9월 과천관에서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을 주도한 대표 작가 신상호전이 열린다. 12월 덕수궁관에서는 작고 20주년을 맞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이대원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또 한국 미술의 세계 확산을 위해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대대적인 상설전을 선보이고 세계 유수 미술관과의 협력 전시를 대륙별로 펼칠 것이라고 알렸다. 대표적인 것이 오는 11월부터 미국 스미스소니언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유수의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과 청주관 분관 체계를 도입, 올해부터 각 운영부장이 학예·행정·시설 업무를 총괄하는 자율 운영 체계를 강화한다.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삼성문화재단은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에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먼저 호암미술관에서는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진경산수화의 대가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겸재 정선’전이 오는 4월 열린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공동주최하는 이 전시는 정선의 회화 세계 전모를 살펴볼 수 있는 매우 드물고 귀한 기회다. 진경산수화는 물론 인물, 꽃과 새, 동물을 그린 화조영모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12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8월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도 열린다. 한국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부르주아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거대한 거미 조각인 ‘엄마’와 ‘밀실 XI(초상)’ 등 호암 소장품과 한국에서 최초 전시되는 초기 회화 등 주요 작품이 관람객과 만난다. 리움미술관은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인류의 진보주의적 열망과 실패에 대한 탐구를 이어 온 이불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개인전을 9월 개최한다. 1970년 서울 인사동에서 ‘현대화랑’으로 첫발을 내디딘 갤러리현대는 오는 4월 개관 55주년 기념 특별전을 연다. 갤러리현대는 국내 미술계에 단색화 열풍이 일기 이전부터 김환기, 유영국,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등과 함께 추상미술의 지평을 넓혀 왔으며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등 한국 실험미술을 주도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왔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함께한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며 한국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흐름을 살피는 한편 다가올 반세기를 상상해 보는 자리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갤러리는 3월 설치미술가 최재은 개인전을 필두로 정연두(4월), 부르주아(9월), 장파(12월) 개인전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 모래바람 뚫고 피어난 ‘공공 예술’… 카타르, 글로벌 문화 강국 꿈꾼다

    모래바람 뚫고 피어난 ‘공공 예술’… 카타르, 글로벌 문화 강국 꿈꾼다

    사막부터 시장까지‘지붕 없는 미술관’ 변신 중카타르 뮤지엄, 세계 기자 초대타 중동국과 달리 ‘자원 의존’ 탈피 해가 지평선과 가까워진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약 60㎞ 떨어진 서부 사막 지역 제크리트에 차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멈추자 낮은 협곡 사이 우뚝 선 거대한 철판이 눈에 들어왔다. 해수면에 맞춰 서로 수평을 이루는 14.7~16.7m 높이의 철판 4개는 브루크 자연보호구역부터 걸프(만)까지 1㎞가량 이어졌다. 10년 전 미국 조각가 리처드 세라(1938~2024)가 공개한 작품 ‘동-서/서-동’으로, 설치에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독일에서 제작해 들여온 강판은 사막의 뜨거움과 바다의 짠바람에 조련된 듯 석양에 붉게 빛났다. 18~19세기 진주를 채취하며 연명하던 나라에서 1950년대 석유 채굴을 시작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 나라. 중동에서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카타르가 글로벌 문화 강국을 꿈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사막부터 시장까지 공공 예술을 심으며 국토 전체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들고 있는 셰이카 알마야사 알사니 카타르 뮤지엄스 이사회 의장이 있다. 그는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알사니 의장이 이끄는 카타르 뮤지엄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자들을 초대해 100여개의 공공 예술품을 소개했다. 카타르 뮤지엄스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하고 이를 관리하며 대중의 창의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다른 중동 국가들이 석유, 천연가스 의존형 산업구조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카타르의 첫 얼굴인 하마드 국제공항은 수장고라고 할 정도로 많은 공공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스위스 출신 설치 미술가 우르스 피셔(51)의 ‘램프/베어’다. 7m 높이의 노란 테디 베어는 공항에 온기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조각가인 톰 클라센(60)은 카타르 국조인 매를 형상화한 작품 ‘팔콘’을 출국장을 마주 보고 있는 난간에 설치했다. 프랑스 예술계 거장 장미셸 오토니엘(64)은 이슬람 ‘아스트롤라베’(고대에서 중세까지 사용한 천체 관측 기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코스모스’를 선보였다. 또 카타르 국립 컨벤션센터에서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한국 호암미술관 등에 설치된 프랑스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거대한 강철 거미 조각 ‘마망’을, 카타르 최북단 지역인 아인 모하메드 외곽의 사막에서는 덴마크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57)의 ‘그날의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3-2-1 카타르 올림픽·스포츠 박물관에는 미국 작가 대니얼 아샴(44)의 ‘스포츠볼 갤럭시’가, 전통시장인 수크 와키프에는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1921~1998)의 ‘엄지손가락’이 설치돼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돌, 철 등으로 ‘아트 퍼니처’를 만들어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된 최병훈(72)은 올해 2월 카타르 국립 박물관 중앙 광장에 ‘아트 벤치’를 설치해 화제가 됐다. 앞서 2022년에는 강서경(47), 최정화(63)가 각각 알 다프나 공원과 에듀케이션 시티에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카타르의 공공 예술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다. 전 세계적인 ‘K컬처’ 열풍에 도취해 미래를 등한시하는 한국 문화계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카타르 뮤지엄스는 새로운 공공 예술 작품인 미국의 설치 미술가 라시드 존슨(47)의 ‘태양의 마을’을 최근 공개했다. 그가 자란 시카고는 파블로 피카소가 1967년 설치한 ‘더 피카소’ 등 공공 미술로 유명한 도시다. 작품 앞에서 만난 존슨은 “어릴 때 시카고에서 미끄럼틀인 줄 알고 놀았던 것이 나중에야 공공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 역시 이 작품을 만들면서 대중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미래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들의 행운을 빈다”고 힘줘 말했다.
  • 도시를 바꾼 곡선, 인간 삶까지 바꾸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도시를 바꾼 곡선, 인간 삶까지 바꾸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인간은 건물을 만들어 내지만, 그 이후에는 건물이 인간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다. 과연 그렇다. 건물을 짓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건물에 영향받고, 동선을 바꾸고, 공간의 분위기에 길드는 것도 인간이다. 작게는 방이나 부엌, 서재, 집에서부터 크게는 학교, 병원, 카페, 식당, 도서관,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건물들에 얽힌 기억 하나하나가 ‘나’를 만들어 왔다.좁은 원룸에 살 때의 나는 끊임없이 ‘탈출’을 생각하는 외로운 청년이었고,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 외의 다른 목표를 생각하기 어려웠으며, ‘언제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당신은 어떤 곳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가. 당신이 지닌 잠재력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장소는 어디인가. 당신은 어느 장소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미래의 살 집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평생 마음 둘 곳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개인에게 딱 맞는 장소를 찾는 일도 어려운데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생활하는 거대한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어떨까.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수천, 수만명을 위한 공간을 기획하고 창조하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다. 때로는 건축가 한 사람이 도시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잿빛 공업도시 스페인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야말로 그런 사람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기 전 빌바오는 철강산업으로 유명했지만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했다. 관광지가 되려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적인 장소가 필요한데, 빌바오에는 특색 있는 장소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게리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기존의 미술관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구겐하임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는 왜 그토록 네모반듯한 건물들 속에서 평생 살아왔는가’ 하고 한탄하게 된다. 과감한 곡선만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건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을 자아낸다. 중력의 법칙에서 자유로운 듯한 매끄럽고 활기찬 곡선들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것 같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각도에 따라 꽃이 피어나는 거대한 꽃밭 같기도 하고, 물속을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무거운 재료들로 이렇게 가벼운 곡선의 느낌을 살려 낼 수 있다니. 유리, 티타늄,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이 독특한 미술관은 건물 바로 앞 거리보다 네르비온강 쪽에서 바라보면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분명 고체로 만들었는데 액체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 변화무쌍한 건물은 재즈처럼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자유분방한 음악을 닮았다. 게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건축은 시간과 장소에 대해 말해야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것을 갈망해야 한다고. 구겐하임 미술관은 과연 시대를 뛰어넘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공간의 예술이자 시간의 예술이기도 한 건축이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 줬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1997년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그 경이로운 규모와 과감한 설계는 즉각 선풍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기 전인 1995년 연간 2만 5000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은 2018년 무려 93만 2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 당시 미국 잡지 ‘뉴요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20세기의 걸작’이라 예찬했고, 전설적인 건축가 필립 존슨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건축’이라고 호평했다. 빌바오는 일약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면서 관광 인구뿐 아니라 도시 인구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빌바오’ 하면 저절로 ‘구겐하임 미술관’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미술관은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비평가 캘빈 톰킨스는 ‘뉴요커’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일컬어 “티타늄 망토를 두른 물결 모양의 환상적인 꿈의 배”라고 묘사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눈부시게 반사되는 패널이 정말 물고기 비늘처럼 보인다. 처칠의 명언처럼 우리는 장소의 영향을 받는다. 층고가 높고 여백이 많은 공간에 가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좁고 더러운 공간에 가면 의욕과 열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한때 건축이 너무 눈에 띄고 거대해 정작 안에 있는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과감하고 풍요로운 전시 기획이 넘쳐나 오히려 다른 미술관에서 쉽게 시도할 수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 제프 쿤스의 ‘퍼피’와 ‘튤립’, 리처드 세라의 ‘시간의 문제’ 등 구겐하임 미술관의 영구 소장 작품들은 이제 미술관뿐 아니라 빌바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특히 ‘시간의 문제’는 거대한 철강 구조물로 빌바오의 정체성, 즉 철강산업의 중심지라는 지역적 특징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예술적인 아름다움도 유감없이 펼친다. ‘시간의 문제’ 속으로 들어가 걸어 보면 설치미술 작품이 또 하나의 새로운 건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시간의 터널로 들어서서 도시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느낌도 들어 그 자체가 감미로운 타임머신 같다. 보통 미술관에 가면 작품 가까이 가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 작품을 자세히 감상하려고 조금만 다가가도 ‘삑’ 소리가 나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구겐하임 미술관은 넓다 못해 광활한 느낌을 주는 장소이기에 그런 민망한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의 문제’처럼 그 속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고 규모가 큰 작품이 많아 웬만하면 거리를 두고 봐야 작품의 전모가 드러난다. 거대한 거미를 형상화한 ‘마망’ 앞에 서면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고, 우리는 거미 왕국에 초대된 릴리퍼트 왕국 사람(‘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 사람들)으로 변신한 것처럼 앙증맞은 존재가 된다. 부르주아는 왜 거대한 거미에게 ‘엄마’(마망)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부르주아는 이렇게 말한다. 이 거미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찬가라고. 어머니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거미가 거미줄을 자아내듯 어머니는 쉼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부지런하고 총명한 존재였다. 질병을 퍼뜨리는 모기를 잡아먹는 거미처럼 어머니는 자식들을 세상의 숱한 위협으로부터 구해 주는 사람, 끊임없이 자식들을 걱정하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부르주아의 거미가 친근하고 푸근해 보이는 까닭은 ‘마망’이라는 제목에 담긴 따스한 모성의 추억 때문이다. 드넓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천천히 관람하다 보면 미술관은 단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아름답고 풍요로운 산책의 공간처럼 다가온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관람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 ‘사람이 많아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생각(흔히 오르세 미술관이나 우피치 미술관처럼 늘 인파로 북적이는 장소에 가면 느끼는 안타까움)이 끼어들 틈이 없다.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적이고 조화로우며 생동감 넘치는 건축물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시적인 신호다.” 작품을 넘어 건축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을 관람하면서 우리는 이토록 호방하고 기백 넘치는 공간을 통해 사유의 반경이 넓어지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빌바오의 운명을 바꾼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눈부신 건축들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발견됐으면 좋겠다. 사람을 노동하고 거주하게 하는 기능적인 건축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건축, 사람과 자연을 눈부시게 이어 주는 건축을 꿈꿔 본다. 사람을 돌보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감성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적인 건축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지친 도시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문학평론가·작가
  • 더 깊어진 프리즈 × 더 새로운 키아프… 서울, 미술의 마술 펼쳐진다

    더 깊어진 프리즈 × 더 새로운 키아프… 서울, 미술의 마술 펼쳐진다

    9월 서울은 ‘세계 미술의 수도’가 된다. 지난해 7만명 이상이 몰려들며 한국 미술 시장 규모를 처음 1조원대로 키운 ‘프리즈 서울’과 22회째를 맞은 국내 대표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9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열리는 프리즈·키아프 서울에는 세계 정상급 화랑을 포함, 국내외 화랑 330여곳이 집결해 간판 작가를 내세운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처음 서울에서 개최된 지난해보다 56곳 더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특히 중국 큰손 컬렉터들이 대거 참여할 거란 관측이 나오며 흥행에 대한 기대가 지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싱가포르, 일본 도쿄가 국제 아트페어를 연이어 열며 미술 시장 패권을 둘러싼 아시아 주요 도시 간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서울이 홍콩의 위세를 위협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는 세계 4대 갤러리인 거고지언,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위너 등을 위시해 세계 120여개 갤러리가 참전해 미술계 거장부터 급부상하는 신진 작가를 아우른다. 하우저앤워스는 필립 거스턴·루이즈 부르주아·폴 매카시 등의 작품을, 페이스 갤러리는 나라 요시토모·로버트 나바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다.지난해 600억원이 넘는 피카소 작품이 나와 시선을 집중시킨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은 올해도 고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아우르는 미술사의 명작들을 포진시켰다. 영국의 스티븐 옹핀 파인 아트는 폴 세잔,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에곤 실레 등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이 종이에 그린 수채화와 드로잉을 내놓는다. 미국 그레이 갤러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앨릭스 카츠의 작품을, 벨기에의 악셀 베르보르트는 루초 폰타나의 작품과 자야바르만 7세 시대의 크메르 신상 유물 등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갤러리 현대는 추상화가 이성자의 작업들로 부스를 꾸민다. “올해 행사에 한국과 아시아, 전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를 한자리에 모으겠다”고 천명한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오지 못했던 중국 컬렉터들이 올해 많이 참여할 걸로 기대된다. 아시아에서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참가 갤러리들의 수준도 높은 만큼 올해도 흥행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프리즈 쏠림’으로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키아프는 올해 210개 갤러리와 함께 ‘역습’에 나선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프리즈 서울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젊고 역동적인 기획’에 무게를 뒀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급적 신작을 중심으로 행사를 꾸렸다. 젊은 작가들을 찾아내려면 서울, 키아프로 올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했다. 조현화랑은 최근 뉴욕 록펠러센터 야외 전시로 주목받은 ‘숯의 작가’ 이배의 작품을, PKM갤러리는 추상작가 서승원의 작품을 들고나온다. 표갤러리는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 리안갤러리는 한국 실험미술 선구자 이건용의 작품을 선보인다.해외 갤러리 가운데 이번 행사에 맞춰 서울 지점을 여는 일본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영국 신진 작가 서배스천 쇼머턴의 신작을, 독일 디 갤러리는 초현실주의 화가 앙드레 마송의 작품을 소개한다.특별전으로는 동시대를 기민하게 반영하는 뉴미디어 아트전을 마련해 미래 지향적이고 역동적인 키아프의 지향점을 보여 준다. 이이남의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문준용의 ‘별을 쫓는 그림자들’ 등 10개 팀이 참여한다. 한국 채색화가인 박생광·박래현의 대표작 40여점을 모은 특별전 ‘그대로의 색깔 고향’에서는 우리 전통 채색화의 미감을 세계 미술계에 알린다. 단군 이래 최대 미술 장터를 맞아 갤러리들은 야간 개장으로 미술의 밤을 더 뜨겁게 밝힌다. 9월 6일에는 청담동 일대 갤러리들이 ‘청담 나잇’을, 이튿날에는 삼청동 갤러리들이 ‘삼청 나잇’을 연다. 도슨트 투어, 디제잉 파티, 작가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과 활발히 교류한다. 9월 7~9일에는 키아프, 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이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아시아의 아트페어’, ‘한국의 실험미술’ 등을 주제로 정도련 홍콩 엠플러스 부관장, 버지니아 문 미국 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 노엄 시걸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부큐레이터 등이 통찰을 공유한다.
  • 다시 설렌다… 거장들의 위로

    다시 설렌다… 거장들의 위로

    미술관이 문을 닫고 전시가 취소되는 등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혼란과 고통을 겪은 미술계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아무 제약 없이 전시장 나들이를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기원하며 예술이 지닌 성찰과 치유의 힘으로 관람객을 위로할 다양한 전시가 대기 중이다. 우선 전 지구적 재난인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기획전이 돋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팬데믹과 사회, 개인의 삶을 고찰하는 ‘코로나19 재난과 치유’(가제)전을 개최한다. 팬데믹을 바라보는 미술가들의 시각을 표출하고, 예술적 차원에서 재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모색하는 자리다. 무진형제, 에이샤 리사 아틸라 등 국내외 동시대 미술작가들이 함께한다. 아트선재센터는 팬데믹으로 인류가 함께 겪은 불안의 감각이 개인과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형 언어를 통해 살펴보는 기획전 ‘겹쳐진 표면의 틈’(가제)을 5월에 연다. 익숙한 도시 풍경을 낯설게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 3명이 참여한다. 10월에는 지역과 환경에 따른 불균형이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차이, 질병과 보건 및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도 전염병 확산을 계기로 인간의 몸과 세상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획전 ‘38℃’를 1월 6일부터 펼친다. 박미란 큐레이터는 “체온 38도는 공공장소 출입이 제한되는 고열의 기준점이자 사람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목욕물 온도”라며 “몸과 정신, 물질과 자연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눠 갤러리 소장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강요배, 이우성, 장재민, 팀 아이텔, 애니시 커푸어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미술과 다른 분야의 활발한 만남도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 흐름 속에서 미술과 문학의 관계를 조명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2월)를 진행한다. 이상, 구본웅, 박태원, 김환기, 이중섭 등 문인·미술가 50여명의 작품 130여점과 각종 원본 자료 150여점이 전시된다.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과 미술의 결합을 보여 주는 ‘융복합 프로젝트’(가제),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한국미술의 전통과 현대’(가제)도 준비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디오아트의 도입으로 미술의 확장성을 모색하는 융복합 콘텐츠 공모 기획전 ‘Data Composition’(데이터 콤퍼지션·3월)과 영국의 팝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필립 콜버트의 내한 전시 ‘넥스트 아트: 팝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5월)을 라인업에 올렸다. 국내외 대표 작가들의 개인전도 풍성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불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를 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민 화가 박수근(11월), 한국 모더니즘 회화 대표 작가 정상화(5월) 개인전을 개최한다. 국제갤러리는 2월 현대사진의 새 지평을 연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국내 첫 회고전을 시작으로 줄리언 오피, 루이즈 부르주아, 박서보의 작품을 선보인다. 10월 부산점에서 열릴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전도 눈길을 끈다. 갤러리현대는 한국실험미술의 거장 이강소와 이건용을 비롯해 김민정, 이강승 개인전을 마련했다. 올해 연기됐던 주요 비엔날레도 잇따라 열린다. 국내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2월에,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하루하루 탈출한다’라는 제목으로 9월에 개막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In&Out] 예술품 물납, 보편적 문화 복지국가의 초석/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In&Out] 예술품 물납, 보편적 문화 복지국가의 초석/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소장 예산이 15억원에 지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어떤 이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거나 너무 많다고 놀랄지 모르겠지만 이 돈으론 당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같은 뛰어난 작가들의 변변한 작품 한 점 소장할 수 없었다. 설혹 소장 가능한 작품이 있더라도 1년 예산으로 달랑 1점을 살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미술관 전시로는 처음 열렸던 루이즈 부르주아나 한국 근대기를 대표하는 이인성의 ‘경주산곡’(1935) 같은 금쪽같은 작품을 돌려보내거나 다른 미술관에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던 시절이다. 생각 끝에 외국의 사례를 조사한 뒤 예산부처를 설득해 작품 소장 예산 증액에 나서기로 했다. 학예직들 모두가 덤벼들어 외국의 주요 미술관 작품 구입 예산을 조사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나 휘트니, 구겐하임 등 미국은 물론 프랑스·영국의 주요 미술관 작품 소장 예산이 우리보다 적거나 비슷한 것 아닌가. 환율을 잘못 계산한 건지 살폈지만 아니었다. 부랴부랴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미술사에 빛나는 수작을 그리 많이 소장할 수 있었는지 다시 알아봤다. 방법은 단 하나였다. 정부가 조세제도를 이용해 각종 세금을 예술품으로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영국은 이미 100여년 전인 1910년 문화재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할 수 있는 ‘물납제도’를 시행했다. 1984년부터는 미술품도 물납 품목에 포함시켰다. 영국은 이 제도로 감히 예산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소장품들을 확보했고, 이렇게 많은 문화재와 미술품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세금 감면액보다 실제 물납 예술품 가격이 높아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적 소유물을 국민과 국가가 소유해 공공재로서 기능해 희박해진 국민국가와 민족이란 개념 대신 문화를 기반으로 기억을 공유하는 공동체 의식을 제고시켜 ‘국민통합’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순기능 때문에 프랑스도 1983년 ‘물납제도’를 도입했다. 후발주자 프랑스는 상속세는 물론 재산세와 토지세도 예술품으로 내도록 했다. 또 200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혜택을 주는 일명 ‘아야공법’, 즉 ‘메세나와 재단 그리고 협회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이 제도는 현금 또는 예술품을 국가에 기부하면 기부액의 90%까지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적극적인 방식이다. 이에 영국도 뒤질세라 2013년부터 ‘문화기증제도’를 도입했다. 한마디로 예술품을 기부해 후일 내야 할 세금을 감면받는 방식이다. 미국은 물납제도는 없지만 예술품을 국가가 아닌 법인화된 미술관·박물관에 기증하면 세금 감면을 확실하게 보장한다. 외국의 사례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왜 생계형 복지국가를 넘어 국민 모두 풍요롭게 문화를 누리는 보편적 문화국가로 가는 방법은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세금은 많이 거둬들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공익적 세제’를 위해 우선 예술품의 물납제 도입을 서둘러야겠다.
  • 배우 추천 등 49편의 영화

    ‘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오는 12일부터 2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이 영화제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고자 열리는 행사다. 영화인들이 영화 자료 보관소인 시네마테크의 친구로 참여해 관객과 함께 보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이창동·이준익·이명세·류승완·김태용·장준환·변영주·이해영·정지우·전계수·김종관·민규동·오승욱 등 감독 13명과 공효진·김민희·박중훈·신하균·안성기·유지태·윤진서 등 배우 7명이 참여해 상영작을 추천했다. 개막작은 채플린 스스로 가장 사랑한 영화라고 말한 ‘황금광 시대’가 선정됐다. 1925년 제작된 무성 영화로, 1942년 채플린이 직접 해설과 음악을 넣어 재개봉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영화제에서는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라울 루이즈 감독의 ‘리스본 미스터리’ 특별 상영 외에 영화인 22명이 추천한 19편과 시네마테크가 선정한 고전 걸작 8편 등 30여 편이 상영된다. 상영작은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 존 포드의 ‘기병대’,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 프랑수아 트뤼포의 ‘줄 앤 짐’,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구로사와 아키라의 ‘붉은 수염’, 루이스 부뉘엘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제리 샤츠버그의 ‘허수아비’,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등이다. 변영주 감독은 “시네마테크의 차별성으로 영화를 보고 토론할 수 있는 살롱이나 라이브러리(자료관)가 있어야 하는데, 이곳엔 아직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서울시에서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의 트레일러(예고편)를 만든 김종관 감독은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의 평가가 중요하긴 하지만, 영화의 수명을 오래 지켜주는 것은 바로 이런 시네마테크 같은 공간”이라면서 “영화를 시작하면서 여기서 많은 영화를 보고 배웠고 요즘은 지난 영화들을 보며 위로받는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12) 리움 미술관 ‘엄마’

    결혼하고 나서 깨달은 것은 친정엄마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엄마에게도 꿈많은 소녀, 아름다운 처녀 시절이 있었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로 살아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범한 진리지만,30년 만에, 엄마의 일상과 닮은 삶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깊이 체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야외조각 공원에 설치된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엄마(Maman,1999)’는 가슴에 소중한 알을 품은 암거미다. 첫 느낌은 공포다. 다리 8개를 사방으로 뻗은 거대한 몸집(9.27×8.91×10.23m) 때문에 가까이 가기에도 겁난다. 청동빛 근육을 흔들며 성큼성큼 다가와 덮칠 것만 같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다.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그녀는 가늘고 긴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있다. 다리 끝이 뾰족해 바닥에 간신이 뿌리를 내린 듯하다. 강풍이라도 불면 ‘휙’ 쓰러질 것만 같다. 안쓰럽다. 그녀는 자식을 처음 품은 새내기 엄마다. 흰색 알을 강철 우리(cage)에 품고, 자신의 몸처럼 보호하는데도 불안 속에서 떨고 있다. 새끼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려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엄마의 길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걸어간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조각가다.90세가 넘은 고령에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여성의 삶에, 인간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일명 ‘거미 조각상’은 2000년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개관전에 출품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총 6개 작품 중에서 삼성미술관이 4번째 엄마와 4번째 거미(Spider·1996)를 지난해 6월부터 전시하고 있다. 거미의 크기는 3.38×6.68×6.32m로 엄마보다 작다. 작가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내성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유년시절의 기억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통과 불안, 연민이 쉼없이 교차한다. 강해 보이지만 상처받기 쉽고, 자식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암거미의 모습에서 친정엄마를 떠올린 이유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예술작품 소비 ‘권리 아니면 모순’?

    예술작품이 집에 걸린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최근 성격은 다르지만 집이라는 공간과 미술품을 소재로 열리고 있는 두 전시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지난 29일 시작된 전시 ‘리빙룸:컬렉션1’은 유명 컬렉터 6인의 거실이나 오피스룸을 미술관에 그대로 옮겨놓은 전시다. 공공적 전시공간이 아닌 집안, 즉 주거공간에서 미술품이 어떻게 향유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예술과 일상의 간격을 좁혀보자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다. 유통과 미술사업 등 다방면에서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사업가 김창일의 오피스룸은 현대미술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사진조각’이라는 독특한 작업을 하고 있는 권오상을 비롯해 이동욱, 정수진 등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김씨는 데미안 허스트, 마크 퀸 등 세계적 젊은 작가에서부터 남농 허건, 청전 이상범 등의 작품 등 그 수준과 내용면에서 손꼽히는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갤러리스트 홍송원씨는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의 디자인을 선호하고, 특히 오브제를 좋아한다. 칼 안드레, 히로시 스기모토와 같은 20세기 후반 현대 작가들 작품과 20세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가구 컬렉션을 보여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지영씨는 칸디다 회퍼, 알렉스 케츠 등의 작품과 스칸디나비아의 빈티지 가구로 심플하게 거실을 꾸며놓았다.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컬렉션을 하며, 최근엔 개념미술 작가들의 텍스트 작품과 비디오 작업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이밖에도 유럽 디자인 가구와 현대 미술작가들의 사진이나 조각, 설치작품들로 꾸민 개인 컬렉터 L씨, 도상봉의 유화와 루이즈 부르주아의 드로잉과 같은 유명작가의 컬렉션을 선보인 C씨 등 이름을 밝히지 않은 컬렉터들의 거실 모습도 재현됐다. 유명 컬렉터들이 각각의 미적 가치나 취향에 따라 어떻게 작품을 수집하고 설치하는지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전시다.(02)720-0667. 반면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가 마련한 변선영의 ‘그림 속의 집 집 속의 그림’전(5.3∼21)은 집 속의 예술에 대한 독특한 작가의 시각이 돋보이는 전시다. 작가에게 있어 집 속 예술작품은 하나의 모순적 오브제다. 예술작품을 집에 걸어놓으면 이 또한 일상적인 사물이 되어서 그 가치가 퇴색하게 된다는 것. 작가는 강렬한 색채와 섬세한 터치로 집 내부 모습을 그렸는데, 작품 속 벽면엔 모네, 미켈란젤로, 샤갈, 세라 등 명화가 그려져 있다. 이러한 명화들이 일상화되고 가치가 퇴색하는 과정을 작가는 보여주려고 한다. 변 작가는 “예술작품이 소유되는 것과 관람행위 자체가 모순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02)733-8500.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주말엔 뭘 보러갈까]

    ●뮤지컬 ■ 틱틱붐 22일부터 5월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구 폴리미디어씨어터)(02)741-9120.조나단 라스 작·심재찬 연출,이석준 배혜선 문혜영 성기윤 출연.신시뮤지컬컴퍼니가 기획한 ‘뮤지컬 즐겨찾기’의 첫 주자.뉴욕에 사는 젊은 예술가의 사랑과 희망을 그린 작품으로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다.3명의 배우가 10가지 배역을 맡아 보여주는 능청스러운 연기도 감상 포인트.(02)577-1987. ■ 달고나 22일부터 5월31일까지.PMC자유극장(02)739-8288.오은희 작·이현규 연출,정의욱 임진아 이장훈 출연.추억의 가요로 엮은 엣이야기,그러나 낡지 않았다.(02)739-8288. ■ 더플레이 엑스 6월26일까지 발렌타인극장2관(02)741-9120.박재민 작·연출,김영민 이동수 조은별 출연.세상을 향한 개들의 유쾌한 풍자. ■ 아이 러브 유 6월19일까지 연강홀(02)501-7888.한진섭 연출,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출연.이 땅의 모든 커플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 넌센스 아멘 5월2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556-8556.고선웅 연출,김성기 서영주 김수용 출연.여장 남자 수녀들의 신나는 버라이어티쇼. ■ 빨래 5월1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02)762-9190.추민주 작·연출,김영옥 김현정 오미영 민준호 출연.고달픈 서울살이 빨래처럼 깨끗이 털어버리자. ●연극 ■ 농업소녀/5월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노다 히데키 작·이병훈 번역·연출, 조영진 정동숙 김경익 박유밀 출연. 표면적 내용은 농촌소녀 백미의 도시 가출기. 그러나 이 것이 다가 아니다. 백미의 주변인을 통해 교양인이라고 자처하는 도시인들의 천박함이 낱낱이 드러난다. 일본 작가의 고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도 칼날을 피할 수 없다.(02)763-1268. ■ 안녕, 모스크바5월 8일까지 아롱구지극장.(02)762-0810. 김태훈 번역·연출, 이원희 신서진 백향수 김선영 신지훈 출연. 모스크바 올림픽이 열린 198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암울한 인권 상황을 그린 작품. ■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5월22일까지 소극장 축제(02)741-3934. 위성신 작·연출, 오주석 김재환 민충석 전형숙 출연. 은밀한 공간인 여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 ■ 관객모독 6월19일까지 창조콘서트홀(02)764-3076. 페터 한트케 작·기국서 연출, 전수환 윤상화 서은경 양동근 출연. 힙합과 욕, 환상의 결합. 양동근도 관객도 그래서 더 신난다. ■ 부부 쿨하게 살기 5월22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02)762-9190. 손기호 작·연출, 임학순 우미화 출연. 행복한 부부로 살기 위한 지침서. ●미술 ■ 세계 거장 판화대전/5월7일까지 서울갤러리 1,2전시실. 호안 미로·파블로 피카소·마르크 샤갈·안토니 타피에스 등 31명의 대표작 60여점. (02)2000-9752 호안 미로 ‘고추를 든 광녀’. 석판화. 232x122cm. 1975. ■ 김점선 개인전 5월31일까지 갤러리 Lee&Park(031)957-7521. 선명한 색상과 간결한 선, 동화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가의 대표적 판화작품. ■ ’2005 아트 서울’ 전28일까지 한가람 미술관(02)514-9292. 강영길, 공선아, 문미란 둥 신진·중진작가들의 군집개인전. ■ 루이즈 부르주아 작품전 5월13일까지 국제갤러리(02)735-8449. 프랑스 출신 페미니스트 여성작가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등. ■ 바이런 킴 작품전 5월8일까지 로댕갤러리 (02)2259-7781, ‘피부그림’, ‘고려청자유약’ 시리즈, 풍경화 ‘일요일 그림’ 연작 등 모더니즘 계열의 추상회화. ●클래식 ■ 국립오페라단 카르멘 대전 공연/28∼29일 오후 7시30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정은숙(예술감독),김덕기(지휘),유희문(연출) 등 내로라는 제작스탭과 추희명(카르멘),박현재,하석배(돈호세) 등의 출연진에서 보듯 연륜과 전통이 배어나는 무대가 될 듯.(042)610-2222.1544-1555. ■ 김금희 챔발로 독주회 24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02)545-2078. ■ 가족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성주공연 23일 오후 7시 30분 성주문화예술회관 (054)933-6912. ■ 남수지 바이올린독주회 24일 오후 7시30분 영산아트홀 (02)780-5054. ■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7회 정기연주회 26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415-2599. ■ 도니젯티오페라 루치아 22∼23일 오후 7시30분 부산 문화회관 대강당(051)809-8445. ■ 독일 프랑크푸르트 실내 오케스트라 연주회 29일 오후 7시30분 덕양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1544-1559. ■ 부암아트홀의 두번째 유아음악회 25∼27일 오후 3시 부암아트홀 1544-1555. ●어린이 ■ 우당탕탕,할머니의 방 15일부터 5월15일까지 정동극장(02)751-1500.박정자 주연의 첫 아동극. ■ 넌 특별하단다 5월8일까지 인켈아트홀2관(02)745-0308.맥스 루카도의 세계적인 그림동화가 뮤지컬로. ■ 헤라클래스 24일부터 5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68-1515.제우스신을 구하기 위해 생명수를 찾아 떠나는 영웅 헤라클래스의 모험을 그린 뮤지컬. ■ 개구리 왕자 5월1일까지 하늘땅 소극장(02)3672-8276.그림형제의 동화 ‘개구리 왕자’를 아이들 상상력에 맞게 풀어낸 뮤지컬. ■ 노노 이야기 6월19일까지 상상나눔 씨어터(02)741-2323.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뮤지컬. ■ 하륵이야기 26일부터 5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525-6929.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소품,악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콘서트 ■ 엠씨 더 맥스 콘서트 23일 오후 4·7시30분 세종대학교 대양홀(02)702-0810. ■ 풍경 콘서트 24일 오후 7시30분,24일 오후 3·6시30분.롤링홀(02)325-6071. ■ 박화요비·바이브·KCM 대구 콘서트 24일 오후 4·7시30분 대구시민회관 대강당(053)628-5007. ●국악/무용 ■ 등불패와 함께하는 빅3국악콘서트-대구 29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민회관 대강당 (053)256-2228. ■ 명가 강선영 불멸의 춤 22일 오후4시·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2263-4680.춤 인생 70년을 기리는 제자들의 헌정무대. ■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 21·22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2263-4680.안무가 김효진의 신작.
  • 영혼을 깁는 바느질 한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여자들은 모두 바늘을 사용했다. 나는 항상 바늘의 매력과 마술적인 힘에 끌려 있었다. 바늘은 손상을 치유하는 데 쓰인다. 그것은 관대하다. 결코 호전적이지 않다. 그것은 핀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작가 루이즈 부르주아(94). 그에게 바늘이나 드로잉 펜은 손에 익은 작업도구다. 그는 조각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바늘을 들었고 드로잉 펜을 잡았다. 그렇다면 그의 아픔의 정체는?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배신감과 무기력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부르주아 예술의 지속적인 동력이 됐다. 부르주아는 이같은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의 갈등, 나아가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조각작품에 담아냈다. 신체와 성이 미술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으면서 그는 마침내 60대의 나이에 최고의 인기 페미니즘 작가가 됐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작품들은 이같은 그의 정신적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엔 ‘그는 침묵했지만 내가 그를 세상으로 불러냈다’ 등의 제목이 붙은 드로잉과 ‘사팔뜨기 여인 Ⅲ(메두사)’ 등 드라이포인트 작품, 천조각에 석판으로 이미지를 찍고 손바느질을 곁들여 만든 책 형식의 작품 ‘용서’,‘사제관’을 비롯한 조각 등이 나와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영혼의 자서전 같은 작품들이다.1938년 미국인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한 뒤 뉴욕에 정착한 부르주아는 미국과 유럽, 남미와 일본 등지에서 수차례 회고전을 가졌으며 한국에서도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억의 공간’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연 적이 있다.5월13일까지.(02)735-844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클라시커 50 여성예술가

    크리스티나 하베를리크 등 지음 / 정미희 옮김 해냄 펴냄 탁월한 지식이나 천재적인 재능은 오직 남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여성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이 책은 조르조 바사리와 미켈란젤로도 재능을 인정했다는 이탈리아 화가 소포니스바 안구이솔라에서부터 ‘현대미술의 대모’ 루이즈 부르주아에 이르기까지 여성예술가 50명의 발자취를 다뤘다.최초의 성공한 여성 조각가로 인정받는 르네 진테니스,유일한 여성 초현실주의자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메레트 오펜하임,잭슨 폴록의 재능을 꽃피게 한 추상표현주의 화가 리 크레이즈너 등 여성예술가들의 감춰진 예술사가 펼쳐진다.1만 5000원.
  • 문화광장 - 미술

    ●권여현 개인전-부유자아= 5∼22일 국민대학교 예술관 국민아트갤러리(02)910-4465,국민대 미술학과 교수인 작가가 현대인들의 유동성과 분열된 자아를 회화,입체,사진,설치,퍼포먼스,드로잉,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 60여점.명화를 혼성모조한 위트가 볼만하다. ●박서보 에스키스 드로잉전= 7월31일까지 갤러리 세줄(02)391-9171,한국 현대미술가인 작가의 1996∼2001년까지의 작품.엄격하고 섬세한 설계도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작품. ●신미술회= 9일까지 서울갤러리(02)2000-9737,제44회 그룹전.산을 즐겨그리는 화가 김영재씨를 비롯한 80여명 화가의 다양한 작품 감상 기회. ●루이즈 부르주아전= 30일까지 국제갤러리(02)735-8449,세계적인 조각가(90세)의 최신작 위주로 조각 14점,드로잉 8점 전시.천을 손바늘로 기워 제작한 작품들로 욕망,쾌락,사랑과 소외를 상징적으로 표출. ●리얼 인터페이스-눈을 가로질러 헤엄치기= 30일까지 동아일보 문화센터 스페이스 아이앰(011-493-3510),부제 ‘눈을∼’는 들뢰즈의 표현으로 권력을 의식하지않는 개인적 삶에 대해 표현한 것.미술 전시에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실시간 생방송을 접목.설치,영상,멀티미디어,인터넷 TV스테이션을 볼수 있다. ●거리조각전 ‘안녕하세요’= 30일까지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앞 등 주변(02)723-6277,월드컵 기간중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젊은 조각가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주제는 샐러리맨들의 하루와 삶.거리 전시회인만큼 큼직큼직한 작품들이 주. ●한·중회화-2002 새로운 표정전= 30일까지 예술의전당 미술관 제1전시실(02)580-1514,월드컵 기간중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기획.한국·중국 작가 각 15명의 70여점 전시.문화혁명의 후유증으로 나온 중국 현대미술의 ‘상흔미술’이 국내에 선보인다.광주 비엔날레의 설치작업까지 보면 중국 현대미술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 전통문화와 페니니즘의 만남 17일까지 마로니에미술관 제1전시관(02)7604-500 ,전통문화와 대면한 여성학을 회화적 방법으로 조화롭게 풀어냈다. ●한국의 멋-미국순회전 출품작가 국내전= 11일까지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지하갤러리(02)733-9040, 전통목가구,매듭,자수 등 주요 무형문화재 작가들의 혼이 담긴 작품전.
  • ‘종이로 읽는 거장들의 세계’전

    70년대 이후 10여년간 미국의 미술계에는 ‘종이 르네상스’라 할만큼 종이가 미술표현수단으로 각광받았다.대학의 미술과에는 제지(papermaking) 프로그램이 생겼고 수제 종이공방이 세워졌으며 새로운제지 장인들이 미술계에 등장했다.탁월한 표현매체로서의 종이의 가능성에 눈을 돌린 것이다.현대 미술가들은 왜 종이작업에 몰두할까.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이 개관 17주년을 맞아 기획한 ‘종이로 읽는거장들의 세계’전(18일부터 28일까지)은 종이와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독특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양 현대미술의거장 7명의 종이작업을 모아 소개한다.루이즈 부르주아,헬렌 프랑 켄탈러,케네스 놀랜드,루피노 타마요,조지 시걸,리처드 마이어,귄터웨커가 그들.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마친 루이즈 부르주아(90)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1930년대 후반 미국에 진출,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선구적인 페미니즘 작가다.그는 종이의섬유를 꿰매고 꼬아 만든 종이작품 ‘크로셰(crochet,코바늘 뜨개질)’시리즈를 내놓는다.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센터,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을 설계한 미국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67)의 종이 오려붙이기 작품 ‘게티’시리즈도 눈길을 끌 만하다. 독일을 대표하는 조각가 가운데 한 명인 귄터 웨커(71)는 못자욱 판화라는 색다른 작품을 선보인다.물에 젖은 종이 위에 작업판을 대고망치로 두들겨 못자욱이 생기게 한 뒤 압착기로 눌러 만든 작품이다. 웨커의 작업은 ‘그리는’ 행위 못지않게 ‘만들기’ 혹은 ‘작업하기’ 방식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표현언어임을 웅변해준다. 멕시코 출신의 루피노 타마요(1899∼1991)는 현대 라틴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그는 현대 유럽미술의 양식과 멕시코 민속미술을 혼합한이젤화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인디언인 자신의 뿌리와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묻는 종이천작업이 소개된다.타마요는 말년엔 직접 종이를 만들면서까지 종이작업에 몰두했다. 국내에서 종이를 매체로 하는 작품이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80년대 초 ‘현대·지(紙)의 조형-한국과 일본’전과 ‘새로운 종이조형-미국’전 등 두차례 종이 국제전이 열리면서부터다.특히 미국 해외공보처에서 주관한 ‘새로운 종이조형-미국’전은 종이 자체의 물성을다양하게 드러낸 전시로 국내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이번 전시또한 ‘종이’를 통해 나타난 대가급 현대미술가들의 예술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종이는 이제 단순한 바탕재의 역할을 넘어 대안적인 매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플로베르/허버트 로트먼 지음(화제의 책)

    ◎불 사실주의문학의 대가 일생 그려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문예사조인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의 삶을 다룬 전기집.플로베르의 연인 루이즈 콜레,그의 ‘제2의 자아’와도 같은 친구 루이 부이에,플로베르가 말년에 후임자로 생각하며 아들처럼 아꼈던 기 드 모파상,사회주의자이자 공화주의자임을 자처했던 조르주 상드와의 관계 등이 가감없이 소개된다. 이 책은 플로베르의 대표작인 ‘보바리 부인’을 비롯 ‘감정교육’‘단순한 마음’ 등의 작품이 쓰여진 과정과 함께 당시 부르주아계급의 삶을 상세히 다룬다.플로베르의 작품생성 배경이나 소재선택이 단순히 그의 소견이나 좁은 생활공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에 대항하는 냉소주의와 경험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배려에서다.플로베르가 살았던 시대는 혁명의 세기였다.그런 역사적 격변의 공간 속에서 플로베르는 어떠한 주의주장을 지켰을까.역사상 최초의 노동자 정부로 평가되는 파리코뮌이 ‘피의 주일’로 기록될 만큼 무자비하게 진행되는 동안에도 플로베르 자신은 그것을 옹호하지 않았다.그의 정치사상의 일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진인혜 옮김,책세상,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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