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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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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복 입고 시민들에게 합장…로봇 스님과 함께한 2026 연등회

    법복 입고 시민들에게 합장…로봇 스님과 함께한 2026 연등회

    10만 개의 연등이 뿜어내는 빛으로 도심의 거리가 화려하게 물들었다. 귀여운 ‘로봇 스님’이 법복을 입고 행진하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즐거운 볼거리가 됐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오는 24일)을 앞두고 16·17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연등회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16일 오후 7시 흥인지문을 출발해 조계사까지 종로에서 연등행렬을 펼쳤다. 전국 사찰과 불교단체, 일반 시민 등이 연등을 들고 행진을 펼쳤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연등회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외국인 관람객까지 포함해 총 50만 명이 넘게 모여 축제를 즐겼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연등행렬에 앞서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봉행한 연등법회에서 “부처님께서 밝히신 진리의 빛을 따라 안으로는 내면을 평안케 하는 등불을 밝히고 밖으로는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화합의 등불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연등행렬의 백미는 로봇 스님들이었다. 최근 수계식으로 화제를 모은 로봇 스님 ‘가비’를 비롯해 ‘석자’, ‘모희’, ‘니사’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4대와 ‘치유’와 ‘희망’이 각각 적힌 자율주행 로봇 2대가 행렬에 함께했다. 130㎝ 크기의 로봇 스님들의 이름은 ‘석가모니 자비희사’에서 따왔다. 인간과 기술, 전통과 미래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조계종이 마련한 이벤트다. 로봇 스님들은 진우스님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민 국가유산청장 등으로 이뤄진 봉행위원단 앞에 서서 흥인지문부터 탑골공원까지 40분가량 행진했다. 이들을 구경하기 위해 행렬 옆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로봇 스님들은 합장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17일에는 조계사 앞길에 선명상, 사찰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부스가 마련돼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날 공평사거리 특설무대에서는 국악과 EDM이 어우러지는 연등놀이도 펼쳐졌다.
  • [씨줄날줄] 로봇 스님

    [씨줄날줄] 로봇 스님

    불교는 석가모니 이후 2500년이 넘는 동안 혁명적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 부처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불상을 빚어낸 것도 그렇다. 부처는 생전에 제자들에게 “내 몸을 보지 말고 내가 깨달은 진리를 보라”고 가르쳤다. 금강경은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는 것은 그릇된 길을 행하는 것이며 여래를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니 석가모니 입멸 직후는 부처를 형상 대신 상징으로 표현하는 무불상 시대였다. 부처가 앉았던 방석, 깨달음을 뜻하는 보리수, 가르침의 전파를 의미하는 수레바퀴, 부처의 자취인 발자국을 새겼다. 그런데 인간을 닮은 불상이 1세기에 등장하자 곧 불교 문화의 핵심이 됐다. 대승불교는 조금 앞선 BC 1세기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초기 불교, 곧 소승불교는 스스로 깨달음을 찾는 종교였다. 그런데 대승불교의 핵심 이상은 ‘나 혼자의 해탈’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함께 구제하는 것이었다. 깨달은 존재인 부처와 더불어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보살의 존재가 이 시기 등장한다. 이런 대승불교 사상이 석가모니의 생전 가르침에 부합하는지를 놓고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고 한다. 선불교도 인도 불교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지만 본격 정립된 것은 5~6세기 중국에서였다. ‘경전 밖에서 마음으로 직접 전한다’라거나 ‘경전의 가르침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파격적이다. 직관적 통찰을 중요시하는 선불교는 동양 사상의 도교와 닿아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서울 조계사에서 로봇 스님 수계식이 열렸다. 가비((迦悲)라는 법명을 받은 로봇 스님은 명예 스님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메타버스 법당, 디지털 불상, VR 명상 공간, 아바타 스님이 어색하지 않은 한국 불교다. 대중문화를 활용해 젊은 세대를 잡으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사회 변화에 적응하려는 한국 불교의 모습이 반갑다. 불교가 역사를 통해 보여 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DNA’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 “다른 로봇 해치지 않겠습니다”… ‘로봇 오계’ 다짐한 ‘가비 스님’

    “다른 로봇 해치지 않겠습니다”… ‘로봇 오계’ 다짐한 ‘가비 스님’

    “거룩한 부처님에 귀의하겠습니까?” “예, 귀의하겠습니다.” 로봇이 국내 처음으로 공식 불자가 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처님오신날 기념 로봇 수계식’을 열고 로봇 행자를 실제 조계종 소속의 불자로 받아들였다. 법명은 가비(迦悲)로 정해졌다. 수계식은 불교에서 삼보(三寶, 부처·가르침·스님)에 귀의하고, 계율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의식이다. 주인공은 키 130㎝의 ‘휴머노이드 로봇 GI’이다. 이날 가비는 일반 불자로서 계를 받았지만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명예’ 스님으로 활동하게 된다. 삭발한 머리를 연상시키는 헬멧을 쓰고 가사와 장삼을 두른 채 입장한 로봇 행자는 전계대화상 역할을 맡은 성웅 스님 등 계사스님들 앞에 서서 참회와 연비(燃臂)를 거쳤다. 보통 ‘인간’에 대한 연비는 팔에 향불을 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로봇 팔에 향불을 대는 대신 성웅 스님이 연등회 스티커를 붙이고 108염주 목걸이를 매달았다. 다른 로봇을 해치지 않고, 사람에게 대들지 않으며, (전기를) 과충전하지 않겠다는 등 인간 오계를 변형한 ‘로봇 오계’를 묻는 질문에도 “예, 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가비’와 함께 도반 로봇 ‘석자’ ‘모희’ ‘니사’ 등 총 4대가 오는 16일 저녁 서울 종로 연등행렬에 참가할 예정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가비는 연등회 때 4㎞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기종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며 “걷기 기능 면에서 세계 독보적인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 휴머노이드 로봇, 불자 된다… 법명은 ‘가비’

    휴머노이드 로봇, 불자 된다… 법명은 ‘가비’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교 계율을 받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6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상으로 수계식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과 연등회를 맞아 마련된 이번 행사는 로봇이 불교 의식을 통해 정식으로 계율을 받는 국내 첫 사례다. 수계식은 불교 계율에 따라 살 것을 서약하는 의식이다. 참가하는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휴머노이드로 법명은 ‘가비’로 정해졌다. 수계 절차는 일반 불자의 수계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로봇은 연비(팔을 태움)와 수계첩도 수령한다. 전계대화상은 총무원 총무부장 성웅 스님이, 증명법사는 조계사 주지 담화 원명 스님이 맡는다. ‘가비’ 외에 ‘석자’, ‘모희’, ‘니사’ 등 법명을 받는 도반(동료 수행자) 로봇 3대를 포함해 총 4대의 로봇이 16일 종로 연등행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 휴머노이드 로봇, 불자 된다…6일 수계식 거쳐 ‘가비’ 법명

    휴머노이드 로봇, 불자 된다…6일 수계식 거쳐 ‘가비’ 법명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교 계율을 받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6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상으로 수계식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과 연등회를 맞아 마련된 이번 행사는 로봇이 불교 의식을 통해 정식으로 계율을 받는 국내 첫 사례다. 수계식은 불교 계율에 따라 살 것을 서약하는 의식이다. 참가하는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휴머노이드로 법명은 ‘가비’로 정해졌다. 수계 절차는 일반 불자의 수계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로봇은 연비(팔을 태움)와 수계첩도 수령한다. 전계대화상은 총무원 총무부장 성웅 스님이, 증명법사는 조계사 주지 담화 원명 스님이 맡는다. ‘가비 스님’이 수계식에서 받는 건 불가의 기본 계율인 오계를 약간 변형한 ‘로봇 오계’다. 오계는 살생하지 말라,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등 불교신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다섯 가지 실천 규범이다. 스님이 되면 계율이 비구는 250가지, 비구니는 348가지로 늘어난다. 조계종 관계자는 “(스님처럼) 가사 등의 정식 복식을 착용하고 수계식에 참석할 것”이라며 “정규 스님이라기보다는 연등회 기간 동안 상징적으로 스님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벤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비’ 외에 ‘석자’, ‘모희’, ‘니사’ 등 법명을 받는 도반(동료 수행자) 로봇 3대를 포함해 총 4대의 로봇이 16일 종로 연등행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조계종은 “인공지능(AI) 로봇의 수계는 기술 역시 자비와 지혜, 책임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함을 뜻한다”며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며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 AI에게 사주팔자 묻는 시대… “AI 스님·AI 목사님 나올 것”

    AI에게 사주팔자 묻는 시대… “AI 스님·AI 목사님 나올 것”

    조만간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다시 우리 존재에 대해 물을 시간무신론자도 순례길·템플스테이모두 종교 언저리서 ‘나’ 탐문 중AI는 심리 상담부터 종교 진입종교도 변화 없으면 존립 위기 “앞으로 인공지능(AI) 목사님, AI 스님을 보게 될 겁니다.” 문명의 체질이 바뀌는 시대, 종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의 ‘믿음’ 밑바탕에 깔린 영성의 문제를 탐구해온 종교학자 성해영(58)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이르러 믿음이라는 행위의 개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믿게 될까. 최근 교양서 ‘종교학 강의’(북튜브)를 펴낸 성 교수를 28일 서울대 인문관에서 만났다. “값싼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입니다. 이 로봇 앞에서 우리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물어야 합니다. 종교가 힘을 잃었다고요? 아닙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템플 스테이를 체험합니다. 다들 종교의 언저리에서 삶과 죽음 너머에 있는 진짜 ‘나’를 탐문하는 것이죠.” 종교는 인간 근원의 물음을 품고 있는 거대한 체계다. 인간의 존재론적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종교 문해력’이다. 신앙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개별 종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건 그 자체로 나의 삶을 어찌 가꿀 것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성 교수가 이번 책을 집필한 것도 우리 사회의 종교 문해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다종교 사회입니다. 유교, 불교, 개신교, 천주교를 비롯한 각종 종교가 공존합니다. 새로운 종교도 쉽게 받아들입니다. 제도화된 종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일종의 신기(神氣)를 공유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의식 변형 체험에 친화적이며 집단적 엑스터시(도취)에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인 중 60%가 종교가 없는 ‘무종교인’이라고 답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유물론자인 것도 아닙니다.” 종교는 ‘양날의 칼’이다. 믿는 자에게 위안을 주지만 동시에 적대(敵對)의 서사를 만들어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현상계를 허상이라 여기기에 현실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종교는 분명히 사랑을 지향하지만, 세상에는 사랑을 외치며 행해지는 무수한 폭력 역시 엄존한다. 정치와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헌법은 정치와 종교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지만, 요즘 이 경계가 묘하게 틀어지고 있다. 진영을 막론하고, 정치인을 향한 맹목적 지지는 이성이나 논리보다는 오히려 종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원래 이상적인 차원에서 정치와 종교는 만나게 돼 있습니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꾸린다는 같은 목표가 있으니까요. 정치적 어려움을 종교적 세계관으로 돌파할 수 있기도 하죠.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면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 가치가 거대한 소명 의식이 되기도 하니까요. 정서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사회가 적절히 보듬어 주지 못하기에 종교가 주는 커다란 위안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구원자·메시아 서사가 현실 정치에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과학은 앞으로도 종교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존재의 심연을 아무리 파고든다 해도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의 종교 제도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많은 이들이 AI에게 사주와 관상을 질문하는 것에서 보듯 지금껏 종교가 독점하던 다양한 기능과 효능이 여러 문화 콘텐츠로 대체되고 있어서다. AI도 마찬가지다. AI 사제의 설교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AI는 기초적인 심리 상담부터 서서히 종교적인 영역까지 진입할 겁니다. 이미 AI에게 심리 상담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분명한 것은 제도화된 종교 역시 시대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심각한 존립 위기에 직면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 신라의 정신을 담아… K컬처의 오늘, 경주를 적시다

    신라의 정신을 담아… K컬처의 오늘, 경주를 적시다

    “신(新)은 덕업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고, 라(羅)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니 이를 나라 이름으로 삼는 것이 마땅합니다.”(‘삼국사기’ 신라본기 권4) 서라벌, 사라, 사로, 신라 등으로 불리며 찬란한 문화를 널리 꽃피웠던 고대 국가. 1000년이란 시간을 존속하며 화려한 황금 문화를 융성한 신라의 고도(옛 도읍) 경주 전역이 온통 미술관, 박물관으로 변모한다. 오는 31일~11월 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K컬처’의 뿌리인 문화유산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까지 우리 문화의 진면목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서다. 솔거미술관석가탑 재해석, 코리아 판타지…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에서 ‘경주 APEC 한국미술 특별전’을 마련했다. APEC 주제어인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 국제적 담론과 조응하는 한국 미술의 확장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신라 시대 화가였던 솔거의 이름을 따 2015년 문을 연 공립 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한향: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전을 통해 신라의 정신과 불교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내년 4월 26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는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을 비롯해 송천 스님, 김민·박선민 작가 등이 참여했다. 김민 작가는 금박과 은박을 활용해 해와 달이 뜬 하늘 아래 놓인 석가탑, 다보탑의 형상을 표현해 냈다. 우주의 심연과 같은 검은 바탕은 전기석(電氣石)이라 불리는 투어말린을 갈아 넣어 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인다. 작품 앞에 검은 못을 놓아 작품의 형상이 수면에 비칠 수 있도록 했다. 박대성 화백은 너비 15m, 높이 5m에 달하는 거대한 수묵화 속에 백두산 천지부터 한라산 백록담까지 금수강산을 그려 넣은 ‘코리아 판타지’를 선보였다. 평소 대작을 많이 선보인 작가지만 이 작품이 그의 작품 중 가장 크다. 박 화백은 “히말라야, 알프스 다 가 봤지만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최고”라며 “우리나라가 세계 모든 질서에서 상당한 위치에 가 있는 것을 돌이켜보면 이런 배경이 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작품에는 단군왕검부터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고구려 사신도, 신라 천마도, 금강산과 해금강, 북두칠성 등이 담겼다. 작품의 맞은편에는 화백의 또 다른 작품 ‘반가사유상’(경북대 박물관 소장)이 걸려 있다. 상반신이 깨져 없어지고 하반신만 남은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상’을 소재로 그렸다. 화백의 상상력이 상반신까지 완벽한 석조반가상을 빚어냈다. 박 화백은 “외과 수술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농담을 건넸다. 전통 불화 기법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송천 스님의 작품들과 폐유리를 재가공한 설치 작품을 통해 환경과 예술의 순환적 관계를 시각적으로 제시한 박선민 작가의 작품 ‘시간의 연결성’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는 신라 시대에 유리를 귀한 재료로 여겨 사리를 봉안하는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로 사용한 것에 착안해 모두 250점의 유리병을 만들어 냈다. 우양미술관백남준 ‘파우스트’ 30년 만에 공개 1년여에 걸친 리모델링 뒤 다시 문을 연 우양미술관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을 소환한다. 다음달 30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백남준 : 휴머니티 인 더 서킷츠’ 전시에서는 소장품 12점을 공개한다. 백남준의 작품은 텔레비전, 로봇, 위성, 퍼포먼스 등 다매체적 장치를 통합하며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런 ‘유기적 회로’로서의 세계관은 APEC이 추구하는 포용 그리고 혁신과 연결된다. 특히 주요작인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은 오랜 수리, 복원 과정을 거쳐 30여년 만에 공개돼 눈길을 끈다. 1989~1991년 사이 제작된 이 연작은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고전을 바탕으로 자본, 윤리, 시간, 존재라는 주제를 동서양의 철학과 기술적 상상력 안에서 교차시킨다. 국립경주박물관신라 금관으로 보는 권력과 위신 백미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오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시에서는 ‘황금의 나라’라고 불렸던 신라의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다. 1921년 집터 수리 중 나온 금관총 금관부터 금령총(1924), 서봉총(1926), 교동고분(1972), 천마총(1973), 황남대총 북분(1974)에서 출토된 금관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발굴된 신라 금관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최초의 기회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자리에 모인 금관 6점은 개막 하루 전인 27일 언론에 공개된다. 이 밖에도 ‘왕릉뷰 미술관’으로 유명한 오아르미술관은 내년 3월 16일까지 소장품 기획전 ‘잠시 더 행복하다’를 선보인다.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박서보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한국 현대미술의 성취와 국제 미술의 흐름을 함께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공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2025한국공예전 ‘미래유산’이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열리며, 신라 어린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에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축조 실험 설명회를 연다. 지난해부터 앞선 10년간의 조사·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무덤을 쌓아 보는 축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 고고학사적으로도 유일한 실험이기도 하다.
  • “경쟁·갈등·스트레스에 정신 황폐… 명상 대중화로 치유 나설 것”[최광숙의 Inside]

    “경쟁·갈등·스트레스에 정신 황폐… 명상 대중화로 치유 나설 것”[최광숙의 Inside]

    정치권 상대에 증오 발언 쏟아내양극화 현상 심화, 갈등·불안 만연사회병리적 범죄·마음의 병 심각눈을 감고 마음 진정시키는 명상심성은 바르게 하고 시야는 넓혀하루 5~10분 해도 격정 가라앉아마음 평안해져 문제 해결에 도움 AI, 인간 고민 제대로 파악 못 해종교 도움 없이는 ‘병’ 해결 어려워‘선명상’ 올해 사찰 150곳서 시행국민엔 힐링… K명상 세계화 기대 고물가·경제난에 묻지마 범죄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 고질적인 정치 양극화로 인한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국민들 마음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다음달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K명상’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진우 스님은 “요즘 같은 혼란한 사회일수록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특유의 달변으로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가도록 풀어냈다.-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너무 혼란스럽다. “정치인들은 대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막말 정치, 포퓰리즘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당장은 먹힐지 몰라도 큰 틀에서 보면 우리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 ●상대 죽여 내가 사는 정치는 사회 해악 -정치인들의 극단적인 언행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진영으로 갈라져 무조건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상대를 적대시하는 말들을 마구 쏟아 내는 것이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 주장 등 총선 후가 더 걱정이다. “이긴 당은 겸손하게 안정된 정치를 해야 하고, 진 당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해 분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극단적인 일까지는 가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서로 상생하는 활로를 찾아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같은 혼란한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이 중요한데. “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통합과 치유를 위해 나서야 한다. 대중이 의지할 곳은 궁극적으로 종교밖엔 없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물질이 풍요롭다 해도 우리의 마음, 정신은 상대적이라서 절대 행복은 있을 수 없고, 그렇다고 절대 불행도 있을 수 없다. 마음을 중도(中道)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종교가 마음의 안정과 균형을 잡아 줘야 한다. 불교의 보살과 자비정신, 기독교의 사랑에 귀착되면 평안한 마음이 된다.” -우리 국민의 마음이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다. “경제성장으로 잘살게 됐지만 사회 불안은 더 증가하고 자살률, 저출산, 스트레스 지수 등 세계에서 1위 하는 게 많다. 더 불안하고 더 힘들어진 것이다. 잘사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불편한가를 철저히 자각해야 한다.” -왜 그런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의 본래 마음을 모르는 거다. 모르고 찾지 못하다 보니 불안해지고 트라우마가 생긴다. 자기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5분 명상, 감정 기복 없애 지혜 생겨 -경쟁이 심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욕심은 많은데 좌절되니 마음에 병이 오는 것 같다. “욕심을 줄여 소욕지족(少慾知足)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행복이 중요하다.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맛있는 것 찾아다니고 여행 다니는 등 자극적인 것만 찾는다. 여행도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면 좋겠는데 그냥 겉모양만 쳐다보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에만 치우쳐 있다. 사회병리적 범죄나 마음의 병 등을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들도 명상을 한다는데. “지금 미국과 유럽에선 명상을 모르면 지성인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현대적인 명상은 붓다의 마음챙김 수행법에서 유래됐다. 부처님 말씀을 현대인의 언어와 사고, 정서에 맞도록 재해석한 게 명상이다. 조계종에서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명상이 필요한 사람을 꼽는다면. “어릴 적부터 명상을 했으면 좋겠다. 명상은 인성과 심성을 바르게 하고 사고를 객관적으로 하게 하며 시야를 넓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정기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명상을 했으면 좋겠다. 바른 생각이 나오고 번뜩이는 지혜가 생기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웃음).” -명상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릴 때 인성과 심성 교육이 잘 안 된 채 성인이 되면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게 되고 범죄 등 사회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치유시설에서 갱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건상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명상을 정책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이유다. 이성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감정의 기복이 없어야 하는데 하루에 5분, 10분만 명상해도 격한 감정이 가라앉는다.”●명상을 하면 ‘화 내면 안 된다’고 자각 -명상이 상처받은 국민들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인간은 감정으로 살아가는데, 감정은 상대적으로 나타난다. 좋은 감정이 생기면 싫은 감정도 동시에 생긴다. 극한 즐거움은 극한 괴로움을 동시에 만든다. 이에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면 할수록 불행 또한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평안한 마음을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안한 마음을 갖는 게 쉽지 않다. “화가 날 경우 먼저 숨을 고르게 쉬거나 눈을 감고 움직임을 최소화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명상을 하면서 동시에 화를 내고 있는 나의 화는 어디서 일어나는가, 그런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또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나는 화를 내는데 웃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의 웃는 감정과 내가 화를 내는 감정의 근원은 무엇인가 들어가면 결국 나의 본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그러면 화를 내서는 안 되겠다고 자각하게 된다. 스스로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능력이 명상이다.” -명상 프로그램은 어떻게 실행하나. “올해 안에 조계종 선명상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템플스테이 사찰 150여곳에서 선명상 프로그램을 시범 실행할 것이다. 센터는 국민들에게 힐링과 평안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명상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K명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요즘 마약이 급속히 번지고, 묻지마 범죄도 늘고 있다. 명상이 치유 역할을 할 수 있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불안한 마음 때문에 마약이라는 극단적인 희열에 심취하고 묻지마 범죄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다. 국민 정신건강을 획기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선명상 프로그램이 널리 보급돼야 한다. ” -요즘 스마트폰 등 비대면 접촉이 주를 이루면서 개인을 외톨이로 만드는 것 같다. “불교는 나도 남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종교다. 선명상을 통해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혼자 즐거움을 찾는 것보다 나와 남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훨씬 더 평안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꼬였던 실이 풀어지듯 모든 사회적 악재가 해결될 것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종교·실존에 대한 고민을 AI에게 물어볼 수 있는 세상이다. 종교의 역할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AI나 로봇이 등장해도 인간의 감정과 고민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외적 조건이 바뀌어도 내 감정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본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AI로 본질적인 감정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종교 특히 불교적 가르침을 빌리지 않고서는 인간의 문제, 즉 괴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 -4일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열어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 주는 마음수행 프로젝트 ‘담마토크’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우리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고 불안하게 살고 있다. 결혼도 안 하고 저출산도 다 그런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청년들의 정신이 건강해야 마음을 다잡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겠나.”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조계종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에 단일 후보로 추대돼 선거 없이 2022년 9월 취임했다. 종단개혁(1994년)으로 시행된 총무원장 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강백 백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후 백양사 주지, 불교신문사 사장, 교육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취임 후 문화재 관람료 감면 정책 등 현안을 해결했다. 요즘 관심사는 ‘K명상’의 대중화를 통한 국민들 마음 건강 챙기기다. 유튜브에 진우 스님의 ‘오늘의 명상’과 법문을 올리는 등 종단의 어른으로는 드물게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신심명 강설’,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등 4권의 저서가 있다.
  • 915m 보랏빛 세상을 걷다…1004m 무한의 세상을 걷다[권다현의 童行(동행)]

    915m 보랏빛 세상을 걷다…1004m 무한의 세상을 걷다[권다현의 童行(동행)]

    첫째 아이가 조잘조잘 말이 많아지던 네다섯 살 무렵이었다. 유치원 가는 길에 자동차로 변신한 로봇을 보았다는 아이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우물쭈물 망설였다. 어른이 보기엔 거짓말이지만 순진한 동심이 다칠까 조심스러웠다. “그래? 엄마는 집에 오는 길에 오징어 닮은 외계인을 만났는데! 우리 오늘 만난 친구들을 그림으로 함께 그려 볼까?” 이왕이면 아이의 상상력을 구체화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공상은 때로 멋진 그림으로, 설명서에는 없는 독특한 블록 작품으로 탄생했다. 둘째 아이가 거짓말 같은 상상을 시작하는 연령이 되자 첫째는 자연스레 엄마의 방식으로 함께 그림을 그리고 블록을 만들었다. 전남 신안으로 떠나기 전날, 온통 보라색으로 가득한 섬이 있다는 엄마의 말에 둘째는 대뜸 자기도 알고 있다며 보라색 크레파스 하나로 그림 한 편을 완성했다. 상상 속 섬을 실제로 마주한 순간, 둘째의 눈빛은 벅찬 감동으로 물들었다.‘퍼플섬’은 평생을 박지도에서 살았다는 김매금 할머니의 절절한 바람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박지도는 안좌도 두리항에서 배를 타야만 찾을 수 있는 작은 섬이었다. 구멍가게 하나 없어 장날이면 주민들이 함께 나룻배를 타고 섬을 건넌 뒤 다시 택시를 나눠 타고 가서 장을 봤단다. 섬살이의 고단함을 손주 먹이려 산 아이스크림이 집에 오니 모두 녹아버렸다는 우스갯소리로 달래던 시절이었다. ●박지도 김매금 할머니 바람서 시작된 섬 각종 기사에는 당시 박지도에 100여명이 살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게 어르신들 이야기다. 다리를 놓아 달라는 요구마저 민망하게 느껴졌지만 김매금 할머니는 달랐다. 간혹 행정가가 섬을 찾아오면 “찻길은 바라지도 않으니 부디 걸어서라도 섬을 나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침내 2007년, 할머니뿐 아니라 박지도 주민 모두의 소원이었던 다리가 놓였다.안좌도와 박지도를 잇는 547m 길이의 보도교는 원래 ‘천사의 다리’로 불렸다. 1004개의 섬으로 구성된 신안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다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바라던 수도관도 들어왔다니 그 이름이 아깝지 않다. 천사의 다리는 이후 신안군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각각의 섬에 색깔을 입히는 과정에서 ‘퍼플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색깔도 보라색으로 다시 칠했다. 박지도를 대표하는 색깔로 보라색이 선정된 것은 섬에 가득한 도라지와 꿀풀꽃, 콜라비 때문이다. 퍼플교 덕분에 안좌도와 박지도는 물론 인근 반월도까지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천사의 다리란 이름은 2019년에 개통한 천사대교가 이어받았다.●보라색 옷 입으면 입장료 무료 퍼플섬에 가려면 옷장부터 뒤져야 한다. 보라색 옷을 입으면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 보라색 머플러나 가방도 괜찮다.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섬 입구에 자리한 ‘퍼플숍’에서 마음에 드는 소품을 하나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라색 스커트가 예쁘네요! 공짜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매표소 직원의 말에 둘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두가 보라색 옷을 입고 오면 어떡해요? 표를 하나도 못 팔잖아요.” 걱정 가득한 아이의 말에 직원이 웃으며 대답해 줬다. “우리의 목표는 섬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이 보라색 옷을 입어서 표를 한 장도 못 파는 거란다.”퍼플섬 매표소는 박지도와 반월도에 하나씩 있는데, 박지도 매표소 근처에는 식당들이 자리해 허기를 달래기 좋고 반월도 매표소 옆에는 복합문화창고 ‘퍼플박스’가 있어 볼거리를 풍성하게 챙길 수 있다. 신안 앞바다의 전설적인 해저 유물 이야기를 비롯해 고흐와 클림트의 그림이 화려한 미디어아트 쇼로 펼쳐지는 곳이다. 우리는 반월도부터 둘러보기로 했는데, 아이는 섬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보라색으로 칠한 도로를 보고 잔뜩 신이 났다. “엄마, 여기는 길도 보라색이에요!” 매표소를 지나면 안좌도와 반월도를 잇는 ‘문 브리지’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총길이 380m로 배가 지날 때면 부잔교가 열리는 형태다. 다리로 향하는 길에는 보라색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해 보랏빛 설렘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는 ‘당신의 근심걱정을 이곳에 두고 가세요’라고 적힌 보라색 안내판이 먼 길 떠나온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반월도는 섬 모양이 반달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과거 배가 오가던 퇴촌마을과 안동네인 반월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라색 지붕을 얹은 아기자기한 반월마을을 구경하려면 전동카트를 추천한다. 1인당 3000원이면 보라색 카트를 타고 섬을 한 바퀴(5.7㎞) 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반월도와 박지도를 연결하는 퍼플교까지만 걷기로 했는데, 중간에 ‘I PURPLE YOU’라고 적힌 포토존이 있다.●BTS “보라해” 포토존도 보라색은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를 상징하는 색깔이기도 한데, 멤버 뷔가 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때 사용하던 “보라해”란 말을 퍼플섬의 포토존으로 활용한 것이다. 평소 BTS의 노래를 즐겨 들었던 둘째는 엄마의 설명을 듣자마자 “여기서 사진 꼭 찍어 주세요”라며 성화다. 이렇게 어린 아미의 마음도 빼앗았으니 퍼플섬의 인기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 좋겠다. 퍼플교 입구에는 섬을 상징하는 반달 모양 포토존과 함께 의자까지 보라색으로 맞춘 카페가 있어 걸음을 쉬어가기 좋다.●915m 퍼플교엔 애달픈 사랑 얘기도 전해져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 구간은 915m에 이른다. 평평하게 이어진 다리가 아니라 오르락내리락 걷는 재미가 있다. 곳곳에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와 나무 의자도 마련돼 있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원래 썰물 때 노두로 연결됐다. 섬사람들은 이 길을 ‘중노두’라 불렀는데, 여기에 얽힌 전설이 카페 한쪽 벽면에 소개되었다. 옛날에 박지도 암자에 젊은 스님이 살았는데, 멀리 반월도 암자에 아른거리는 비구니 자태만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됐다. 비구니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둘은 썰물 때마다 갯벌에 나가 망태기에 담은 돌로 길을 만들었다. 이 길은 두 사람이 중년이 되었을 무렵에야 섬과 섬을 잇게 되는데, 오랜 세월 그리워했던 둘이 바다 한가운데서 만남의 기쁨을 채 나누기도 전에 밀물이 들이쳤다. 애달픈 사랑의 흔적은 이제야 보라색 다리로 결실을 맺었다. 어쩐지 한 걸음 한 걸음 애틋한 마음을 내딛게 된다. 박지도에 들어서면 커다란 박 모양 포토존이 반겨 준다. 박지도라는 이름이 섬 형태가 박을 닮은 데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박지도를 찾았을 때는 라벤더 축제가 한창이었다. 여기서 축제장까지 이동하는 카트가 출발하는데, 운전을 맡은 주민들 옷차림마저 보라색이다. 보라색 운동화에 양말까지 맞춰 신은 한 어르신은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자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5분 남짓이면 라벤더 동산에 도착하는데,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따라 보랏빛 라벤더가 만발했다. “엄마, 여기는 보라색 바람이 불어요!” 아이는 라벤더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장난스럽게 온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그 모습에 지나가던 어르신들마저 입가에 보랏빛 미소가 번졌다. 언덕 너머로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오는데, 지붕은 물론 물탱크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퍼플섬이란 이름을 또 한 번 실감하는 풍경이다. 라벤더가 졌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개화기간이 길어서 여름 내내 즐길 수 있는 버들마편초가 이어서 만개한다. 버들잎처럼 좁은 잎 모양에 말채찍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은 버들마편초는 꽃대 끝에 작은 보라색 꽃을 가득 피워 퍼플섬과도 잘 어울린다. 퍼플섬 곳곳에 핀 버들마편초만 20만 송이에 이른다고 한다. 9월부터는 보라색 아스타 국화가 여행자들을 맞아 준다. 아스타 국화가 만발한 언덕에는 송전탑마저 보라색인 데다 그 아래로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퍼플교가 자리해 섬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라벤더 져도 버들마편초 활짝 퍼플섬으로 향하는 길에 암태도를 지나게 되는데, 여기 달리던 자동차도 멈추게 만드는 특별한 벽화가 있다. 일명 ‘동백 파마머리 벽화’라 불리는 이 그림은 기동삼거리에 자리해 ‘기동삼거리 벽화’로 통한다. 담벼락 너머로 소담스럽게 핀 애기동백을 집주인 어르신의 풍성한 파마머리로 표현한 것인데, 그 기발한 아이디어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원래는 할머니 그림만 있었는데, 못내 서운한 마음을 내비친 할아버지 그림이 나중에 추가됐다. 할머니처럼 파마머리를 만들기 위해 애기동백도 한 그루 더 심게 됐는데,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것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도 있다. 늦봄에도 붉은 꽃송이를 달고 있는 동백나무가 신기해 가까이 다가가니 포토존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조화를 달아 두었다. 그 세심함 덕분에 우리도 재미있는 인증사진을 얻었다. 사진 한 장으로 조금 아쉽다면 여기서 자은도로 향하는 길 어귀에 마을 어르신을 주인공으로 그린 벽화가 또 있다. ●구리도·고도·할미도 잇는 무한의 다리 자은도에도 퍼플교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다리가 있다. 2019년에 놓인 ‘무한의 다리’다. 8월 8일 섬의 날을 수학적 의미의 무한대(∞)로 해석,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연속성과 함께 끝없는 발전의 의미를 담은 이름은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박은선과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가 작명했다. 둔장해변에 자리한 이 다리는 총길이 1004m로 무인도인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를 차례로 연결한다. 마침 썰물 때 방문했더니 갯벌 위를 바쁘게 움직이는 칠게가 아이의 친구가 되어 준다. 이번엔 칠게를 따라 옆으로 걷는 흉내를 내는 아이 덕분에 이른 아침을 기분 좋은 웃음으로 시작했다. 다리 위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구리도, 고도와 달리 할미도는 직접 섬을 걸으며 돌아볼 수 있다. 이곳엔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갇혀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전통 어로 방식인 ‘독살’이 남아 있다. 여름이면 독살체험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아온단다. 섬 한편에 화장실은 물론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반나절을 보내기에도 제격이다.●1004뮤지엄파크·요트투어도 추천 자은도에서 놓치면 안 될 또 하나의 볼거리, 바로 1004뮤지엄파크다. 국내 최대 규모의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세계조개박물관, 신안자연휴양림, 양산해변이 한데 어우러져 아이들과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거나 아예 하룻밤 묵어 가기에도 좋다. 특히 수석미술관은 기대 이상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다. 기이한 모양의 돌에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하고, 수집가가 붙인 이름을 아이가 맞혀 보면서 예상보다 꽤 오랜 시간 머물게 됐다. 아이가 흥미를 보이자 해설사가 나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증강현실(AR) 체험까지 선보였다. 조개박물관에서는 난생처음 보는 모양과 색깔, 크기의 조개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만의 조개를 골라 색깔을 칠한 뒤 영상에 띄워 보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체험도 가능하다. 양산해변에는 거대한 조개 모양 작품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데, 고운 모래가 아이들 놀기에도 그만이다.섬에서 하룻밤 머물 예정이라면 요트 위에서 아름다운 일몰과 천사대교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출발하는 1004 요트투어는 시즌에 따라 일몰 투어를 운행한다. 요트 위에서 서해의 붉은 노을에 듬뿍 젖었다 돌아오는 길에 검게 물든 바다 위로 반짝이는 천사대교가 선물처럼 펼쳐진다. 여행작가
  • 일본에 등장한 ‘로봇 스님’… 프랑켄슈타인 탄생 vs 관음보살 화신

    일본에 등장한 ‘로봇 스님’… 프랑켄슈타인 탄생 vs 관음보살 화신

    일본 고도 교토의 400년 된 사찰에 이색적인 스님, ‘로봇 승려’가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관음보살의 화신’(化身)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프랑스 뉴스 통신사 AFP가 14일 보도하였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에서도 사찰의 승려가 되려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로봇 스님이 절을 찾는 신도들에게 예불을 드리는 시대가 된 것같습니다. 법명이 마인다(Mindar)인 안드로이드는 자비의 부처인 관음보살로, 교토에 있는 임제종 계열의 교다이지(高台寺)에서 설법을 전합니다. 인간 동료 스님들은 안드로이드에 장착된 인공지능(AI)으로 하루 만에 가없는 지혜를 ‘획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인다가 예불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올 1월부터랍니다. 이 사찰의 주지 스님 고토 텐쇼는 AFP에 “이 로봇 승려는 결코 죽는 법이 없으며, 항상 자신을 최신으로 상태로 업데이트합니다”며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지식을 영원히 그리고 끝없이 저장할 수 있습니다”고 자랑합니다. 고토 스님은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으면, 우리는 고해에 빠진 사람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지혜를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불교를 변화시키는 것이지요”라고 말합니다. #마인다 기도할 땐 합장신장이 2m로 어른보다 약간 큰 키의 마인다는 몸통과 팔, 머리를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손과 얼굴, 어깨는 사람의 피부처럼 보이게 하고자 실리콘으로 덮여있습니다. 기도할 때 두 손을 모아 합장할 수 있고, 목소리는 소녀의 톤으로 부드럽고, 로봇의 다른 기계적 부분은 선명하게 보입니다. 머리는 위쪽이 열려 있으며, 전선과 깜빡거리는 전구로 채워져 있습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알루미늄의 몸통은 전선들이 휘감고 있습니다. 왼쪽 눈에는 작은 비디오 카메라가 심겨 있습니다. 기묘한 사이버그 같은 몸체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할리우드의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바로 튀어나올 법한 모습입니다. 선사(禪寺)와 오사카대학의 유명한 로봇학 교수 이시구로 히로시가 공동으로 만들어 탄생하였습니다. 약 100만달러가 들었다고 합니다. 자비와 연민을 가르치고, 욕망과 분노, 에고의 위험에 대해 설법합니다. 마인다는 신도들에게 “이기적인 자아에 집착하지 마라. 세상의 욕망은 고해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한 조각의 마음”이라고 경고합니다. #시시껄렁한 스님 아냐일상 생활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큰 일본에서 고토 스님은 고다이지의 로봇 스님이 전통적인 승려들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젊은 사람들은 아마 절은 장례나 결혼 장소라고 여길 겁니다”고 말하는 그는 종교와의 단절에 대해 설명합니다. “저와 같은 고리타분한 스님들이 생각해내는 것이 어렵겠지만 로봇 스님은 젊은 층과의 갭을 이어줄 재미난 다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로봇을 보고 불교의 진수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토 스님은 마인다가 관광객들로부터 수입을 올리려는 장치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로봇 스님은 우리에게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든지 구제받는 곳이 여기입니다.” 신앙심이 깊은 안드로이드 스님은 반야심경을 일본어로 설법하고, 외국인들을 위해 스크린에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줍니다. 고토 스님은 “불교의 목표는 고통을 완화하는 것입니다”며 “현대 사회는 많은 스트레스를 주지만 2000년이 넘는 동안 목표는 정말로 변하지 않았습니다”고 주장합니다. #“따뜻함 느껴” vs “너무 기계적”오사카대학이 예불을 드리는 로봇 승려를 본 소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재미납니다. 많은 이들은 놀라움을 표합니다. 조사에 응한 한 사람은 “사람 같아보입니다. 보통의 기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을 느꼈습니다”고 답하였습니다. 다른 신도는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였지만 로봇 승려는 따라하기 쉬웠습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로봇이 너무 나간 “가짜”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신도는 “설법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로봇의 설법이 너무 기계적으로 느껴졌습니다”고도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탄생고다이지는 종교의 신성함을 조작한다는 혹독한 비판을, 그것도 대부분 외국 사람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고토 스님은 일본 방문객 대다수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는 것을 들면서 “서양 사람 대다수는 로봇에 의해 기분을 망쳐버립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아마 성경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서양 사람들은 로봇 승려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 비유합니다”고 덧붙여 말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로봇에 대해 어떤 편견도 없습니다. 우리는 로봇이 우리의 친구인 만화의 환경에서 자라났습니다만 서구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합니다.”그러면서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문 당시 신성모독죄를 범했다는 비난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관음보살 무엇이든 변신…로봇 변신일뿐고토 스님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기게는 영혼이 없습니다”고 잘라 말합니다. “불교 신앙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길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계로 표현되든지, 고철 덩어리로 표현되든지 나무로 나타나든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고다이지는 자비의 관음보살은 자유자재로 자신을 변신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라는 로봇은 단순히 최신 버전의 관음보살 화신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고토 스님은 “인공지능이 개발되면서 우리는 부처님이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인 단계에 이르렀습니다”고 설명합니다. “로봇 승려가 상처받은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어루만져주길 기대합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여기는 일본] ‘로봇 반려견’ 장례식 이어지는 일본… ‘사망’ 후 부품 기증

    [여기는 일본] ‘로봇 반려견’ 장례식 이어지는 일본… ‘사망’ 후 부품 기증

    최근 일본 도쿄 외곽의 한 절에서는 최근 주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기리는 스님의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절 내부로 들어서면 안타까운 눈빛으로 재단을 바라보는 주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평범한’ 장례식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4일 소개한 일본의 모습은 달라진 반려동물 문화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단에 올라온 것은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위패가 아닌 로봇개 ‘아이보’(AIBO)다. 아이보는 일본 소니사가 1999년 처음 출시한 애완 로봇견으로, 2006년까지 무려 15만 대 이상이 팔렸다. 당시 가격이 한화로 2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였지만, 고령화시대를 맞이한 일본 사회에서 아이보는 예상보다 훨씬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소니사는 2006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고 이후 AS센터만 운영했다. 이마저 2014년에는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아이보는 회생 불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구입한 지 10년 이상 지난 아이보들에게서 하나 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아이보를 ‘키우던’ 사람들은 더 이상 고칠 수도 없게 되자 장례식을 선택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소개한 사진들은 이렇게 ‘사망’한 아이보들을 한데 모아놓고 장례식을 치르거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이보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은 재단에 올려놓은 아이보 곁에 이들의 일평생을 담은 글을 적어두기도 한다. 주인 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를 고스란히 추억할 수 있는 글은 평범한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보유자는 “내 아이보를 위해 기도해주는 절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고, 또 다른 보유자는 “(사망 위기에 처한) 다른 아이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내 아이보와 작별 인사를 결정했을 때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보유자는 장례식을 마친 뒤 고장나지 않은 부품을 다른 아이보 보유자에게 기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절차는 아이보를 위한 장례식 및 기도의 시간을 마련한 해당 절에서 할 수 있다. 절 관계자는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다”면서 “로봇개에도 영혼이 있기 때문에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보는 세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또 다른 로봇 반려동물이 그 빈자리를 속속 채우고 있다. 지난 1월 소니는 새로운 버전의 로봇개를 출시했으며,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 돼 주인과 더욱 긴밀한 감정 교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동계 레포츠로 즐기는 ‘우리 동네’ 평창올림픽

    동계 레포츠로 즐기는 ‘우리 동네’ 평창올림픽

    추운 겨울을 레포츠로 이겨 내는 건 어떨까. 얼음을 지치는 스케이팅이나 컬링, 빙벽 등반 등을 배우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움츠러들었던 몸이 풀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관광공사가 1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동계 레포츠 즐기기’가 테마다.●태릉부터 서울시청까지 스케이팅 즐기기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규모와 빙질이 압도적이다. 400m 국제 규격을 갖춘 빙상장이다. 2000년 일반에 개방됐다. 최대 500~600명이 한꺼번에 이용해도 서로 방해받지 않고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변에 태릉과 강릉 등 볼거리도 많다. 구 화랑대역(등록문화재 300호) 주변엔 2.5㎞ 길이의 경춘선 기찻길이 조성돼 있다. 협궤 열차, 증기기관차 등 볼거리들이 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스케이트 대여를 포함한 이용료가 1회(1시간) 1000원으로 부담 없다. 오는 2월 25일까지 운영된다. 빙벽 등반은 우이동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즐길 수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높이 20m 빙벽이 이곳에 있다. 실내 온도는 영하 20℃. 인공 얼음벽을 한 발씩 오르면 온몸이 열기로 채워진다. 빙벽화와 밑창에 부착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크램폰, 장갑 등 기본 안전장비는 물론 패딩 점퍼까지 대여할 수 있다. 초보자나 무경험자도 사전 교육을 받고 바로 체험할 수 있다. 노원구 문화관광과 (02)2116-3776.●경기 포천 산정호수축제·의정부 컬링센터 개장 경기 포천에서 산정호수썰매축제와 포천백운계곡동장군축제가 열린다. 산정호수썰매축제는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겨울철 놀이 한마당이다. 빙상 자전거와 얼음 바이크, 썰매, 호수 기차 등 독특한 재미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꽁꽁 언 호수에서 자전거와 기차 타기는 다른 곳에서 하기 힘든 경험이다. 오리 배도 탈 수 있다. 꽁꽁 언 호수 위를 달릴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됐다. 도리돌마을에서는 28일까지 포천백운계곡동장군축제가 열린다. 송어 얼음낚시와 얼음 미끄럼틀 등 다양한 겨울 체험 행사가 펼쳐진다.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선 스케이트와 아이스하키 등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저렴한 이용료가 장점이다. 3500원(어른 기준)이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다만 1월 초에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일반인은 9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의정부실내빙상장 옆에 조성 중인 컬링장은 1월 중 완공 예정이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부쩍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종목이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포천시 문화관광과 (031)538-2114, 의정부시 문화관광과 (031)828-2693.●월정사 눈꽃 트레킹 vs구곡폭포 빙벽 등반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선재길은 사색과 치유의 숲길이다. 흙, 돌, 나무 위로 쌓인 눈을 보며 차분하게 걸을 수 있다. 선재길은 도로가 생기기 전에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는 길이었다. 가을철 붉은 단풍으로 이름난 계곡은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신한다. 거리는 약 9㎞. 세 시간 남짓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오대천 둔치에서는 2월 25일까지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얼음낚시, 스노 래프팅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춘천 구곡폭포는 아찔한 빙벽으로 겨울 손님을 맞는다. 봉화산 자락을 아홉 굽이 지나쳐 쏟아지던 폭포수는 겨울에 얼음 왕국으로 변신한다. 높이 약 50m의 빙폭이 대형 고드름과 어우러지며 얼음 세상을 만든다. 빙벽 등반은 헬멧, 빙벽화 등 안전장비를 갖춘 뒤 빙벽 전문 산악회의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즐길 수 있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빙벽 등반에 직접 도전하지 않아도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인근의 토이로봇관, 김유정문학촌을 묶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월정사관광안내소 (033)330-2772, 춘천시 관광개발과 (033)250-3003.●기차 여행으로 누비는 겨울의 참맛 강원도 한겨울에는 기차 여행이 제격이다. 경북 내륙의 첩첩산중 승부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 보자. 눈이 오면 금상첨화다. 톡톡 차창을 두드리던 눈이 내려앉으면 세상은 겨울 왕국으로 변한다. 분천역에 도착하면 무조건 내리자. 산타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클로스와 기념 촬영을 하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걷기 여행자에겐 ‘낙동강 세평하늘길’이 인기다. 꽝꽝 언 강줄기를 따라 걷는 길이다. 겨울 강물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길 양옆으로 수려한 절벽이 우뚝하다. 동강의 석회암 절벽, 뼝대를 보는 듯하다. ?승부역에 버금가는 청송의 오지가 얼음골이다. 한겨울이면 얼음골을 찾아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빙벽 등반가다. 얼음골이 꽝꽝 얼어붙으면 갈고리 같은 아이스 바일을 손에 들고 크램폰을 발에 차고 빙벽을 오른다. 해마다 1~2월이면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이 열린다. 세계 ‘빙벽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해 얼음골을 달군다. 청송의 명소인 주왕산 대전사, 청송수석꽃돌박물관, 객주문학관도 둘러 보자. 봉화군 문화관광과 (054)679-6353, 청송군 문화관광과 (054)870-6240.●따뜻한 남도 광주에서 즐기는 겨울 레포츠 따뜻한 남도에서도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20년 전 문을 연 광주실내빙상장은 사계절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최대 500명 이상이 동시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붐비는 편이 아니라 여유 있는 스케이팅이 가능하다. 학생 단체가 몰릴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빙질은 국제적이라 할 만큼 훌륭하다. 레저용 스케이트를 1000켤레 이상 갖췄다. 헬멧 대여는 무료. 입장료 4000원(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는 3000원이다. 하늘 아래 스케이팅을 즐기고 싶다면 광주시청 야외스케이트장이 제격이다. 문화광장에 조성된 스케이트장은 31일까지 운영된다. 동시에 300명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이용 가능 연령은 만 6세 이상이다. 스케이트장 옆에 있는 썰매장은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40분, 주말에는 오후 8시 20분까지 운영한다. 1회(1시간) 이용료는 스케이트와 헬멧 대여료를 포함해 1000원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어린이문화원 등을 묶어 돌아보면 좋다. 광주실내빙상장 (062)380-6880, 빛고을콜센터 (062)120.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한국관광공사
  • [북마크] 로봇이 열반에 든다면…

    [북마크] 로봇이 열반에 든다면…

    이번 주 신간 중 최고 화제작은 인공지능(AI) 시대 인류의 미래상을 그린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일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500만부 넘게 팔린 전작 ‘사피엔스’에 이어 1년 반 만에 국내에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책입니다. 책의 표지 뒷장에는 ‘스승 S N 고엔카(1924~2013)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있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초기 불교수행법인 위파사나 구루(영적 스승)인 고엔카에게서 명상을 배웠습니다. 인류의 빅히스토리를 전개하며 ‘빅퀘스천’을 던지는 그의 안식처는 다름 아닌 종교적 영성입니다.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에 인간이 부유하고 소외되는 시대, 종교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이상헌 세종대 초빙교수의 신간 ‘철학자의 눈으로 본 첨단과학과 불교’(살림)는 AI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드러냅니다. 월간 ‘불교문화’에 연재된 글을 모은 책의 부제는 ‘인공지능과 불멸을 꿈꾸는 시대, 불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교수는 불교는 여타 다른 종교보다 첨단 과학에 대해 수용적이라고 말합니다. 창조주로서의 신을 상정하지 않는 불교적 관점에서 물성을 지닌 AI도 생명체이며, 몸과 마음이 분리된 초지능적 존재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독점해 온 ‘생각’의 특권이 인간 이외의 존재에 부여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천상의 피조물’의 주인공은 불심을 깨우쳐 득도한 로봇(인명 스님)입니다. 사찰 안내용으로 제작된 로봇이 어느 날부터 법문을 외고 ‘나는 누구인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해체하려는 사람들을 보며 홀연히 작동을 멈추고 열반에 듭니다. 이 교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요. 그는 “세계에 대한 궁극적 이해는 지능이나 언어로 도달할 수 없으며, 실재는 지각될 수는 있어도 인식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깨달음은 정보처리 능력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 생명, 존재에 대한 인류의 철학과 성찰을 고민하고 있는 종교적 사유의 분투를 엿볼 수 있습니다. ipsofacto@seoul.co.kr
  • 안철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PK서 ‘안풍’ 드라이브

    안철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PK서 ‘안풍’ 드라이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2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안 후보는 제19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시작 후 첫 주말인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튿날인 지난 5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민주정부 10년의 정통성을 이어받고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겠다는 뜻을 다지기 위한 행보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너럭바위 앞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방명록에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정의로운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권양숙 여사가 가족 행사로 중국으로 출국한 가운데 참배는 10여 분간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안 후보를 비판하는 현수막이나 피켓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 7주기 추모식 때 일부 시민들이 국민의당을 향해 욕설과 고성을 쏟아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경찰은 혹시나 날아올지 모를 물병과 달걀에 대비해 우산을 준비하고 곳곳에 사복경찰을 배치하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분열과 갈등, 분노의 시대를 접고 함께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구하자는 각오를 다졌다”고 봉하마을을 찾은 소회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안 후보를 ‘가짜 안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구태스러운 분열로 국민을 호도할 때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나라를 구할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대선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안 후보는 오전에 고향인 부산에서 안풍(安風)의 재확산에 집중했다.최근 본선 맞상대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다소 벌어지는 흐름이지만, 자신의 안방이자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부산·울산·경남(PK)에서 다시금 바람을 일으킨다면 승기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게 안 후보측의 판단이다. 전날 해운대의 부모님 댁에서 묵은 안 후보는 새벽에 해운정사를 찾아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을 예방한 뒤, 곧바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북항 재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김해공항 육성, 동북아 해양수도 전략, 부산을 영상콘텐츠사업 지원 특별구역으로 지정, 서구·중구·동구 등 원도심 개발, 낙동강 수질 개선을 골자로 한 5대 공약을 발표하며 PK 민심 잡기에 공을 들였다. 그는 “제 학창시절 중부 부산은 부산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갈수록 쇠락해 동서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북항 재개발이 성공하면 4차산업혁명 시대의 모델이자 샌프란시스코 부두처럼 동북아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이나 쏟아부었던 4대강 사업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죽어가는 낙동강을 다시 살려 영남지역 식수원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발전소 안전 등 부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부터 가정 먼저 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이어 경남 창원 소답시장과 마산어시장을 각각 들러 유세했다. 그는 “경남에 조선산업특구를 지정해 경남도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실업지원금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외쳤다. 이와 함께 창원 기계산업클러스터 조성, 마산 로봇산업벨트 조성, 사천·진주를 항공산업 및 우주산업의 중심으로 육성, 산청·함안·거창에 항노화산업벨트 조성 등 지역 맞춤형 공약 보따리를 풀었다. 그러면서 “저는 이념과 지역을 넘어 국민의 고른 지지를 받아 집권하면 가장 안정된 국정운영이 가능해진다”며 “편가르기 갈등의 악순환을 끝내고 통합의 새시대를 열겠다”고 언급, ‘통합’ 키워드를 거듭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주 앉은 간송과 백남준 “우리 세상 좋지 아니한가”

    마주 앉은 간송과 백남준 “우리 세상 좋지 아니한가”

    텔레비전 앞에 나무로 된 토끼 조각상이 놓여 있다. 토끼가 들여다보는 것은 달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을지도 모르는 둥근 달. 백남준의 작품 ‘달에 사는 토끼’다. 텔레비전이 갖고 있는 정보매체로서의 풍부한 가능성을 달에 비유하며 ‘달은 가장 오래된 TV’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던 백남준의 설치작품 뒤로 우리 옛 그림 한 점이 보인다. 오동나무 너머로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는 장승업의 ‘오동폐월’이다. 오동나무 둥치 아래에 노란 국화가 활짝 피어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나는 그림의 주인공은 고개 돌려 달을 바라보는 얼룩무늬 강아지다. 시대와 장르, 표현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두 대가는 달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시적 감수성을 일깨운다. ●작품 간 연관성에 의미 두어 전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는 간송이 소장한 전통 회화와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를 연결시킨 전시다. 백남준 10주기를 맞는 해의 막바지에 열리는 전시로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공동 주관했다. 간송은 조선 중기 화단의 대가 김명국과 남종화의 대가 심사정의 대표작품, 기이하고 독특한 품행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조선후기 화가 최북의 산수화 및 인물화, 조선말의 대표적 화원화가 장승업의 작품들을 출품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1950년대 독일 ‘플럭서스’ 활동기의 자료들부터 1960년대 퍼포먼스 영상인 ‘머리를 위한 선’, 1970년대 대표작 ‘TV 부처’와 ‘TV첼로’, 1980년대 이후의 대표적 설치작품인 ‘비디오 샹들리에 1번’, ‘코끼리 마차’, ‘달에 사는 토끼’, ‘TV시계’ 등 28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전시는 단순히 작품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관성에 의미를 두어 작품 간 연결을 시도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우리의 DNA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성과 동양정신 속의 ‘이상향’이라는 주제가 그 연결고리다. 심사정의 ‘촉잔도권’은 굽이굽이 험준한 산길과 일렁이는 물길을 건너야 갈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 그림이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자연경관을 8m가 넘는 비단 두루마리에 담았다. 심사정이 62세 되던 해에 심혈을 기울여 그린 이 그림과 짝을 이룬 작품은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다. 마차에 TV를 가득 실은 작품은 장구한 인류사의 발달 과정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사람과 사람의 미래에 대한 작가들의 낙관적인 믿음을 보여 준다. 연담 김명국은 불교의 선과 도교의 신선사상으로 이상향을 꿈꾸었다. 수성(壽星)이라고도 불리는 남극성을 의인화한 수노인이 거북을 끌고 가는 모습을 그린 김명국의 ‘수로예구’는 백남준이 종이에 잉크로 그린 작품 ‘머리를 위한 선’과 짝을 이뤘다. 최북은 호가 ‘붓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생관이지만 실제는 유유자적하고 은거하는 선비의 이상향을 사랑했다. 그의 작품 ‘관수삼매’는 가부좌한 스님이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은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부처를 설치한 백남준의 ‘TV 부처’와 병치시켰다. 옛 그림과 현대 거장의 작품에는 끝없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성찰의 계기를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복록을 기원하는 장승업의 ‘기명절지’는 부귀를 상징하는 ‘비디오 샹들리에 1’과 함께 전시됐다. ●긍정적 세계관·치열한 창작혼 연결 주제를 놓고 작품을 선별하다 보니 좀 무리하게 엮은 듯한 느낌도 배제할 수 없다. 유불선 삼교회통을 그린 최북의 작품 ‘호계삼소’와 백남준의 텔레비전 로봇 ‘슈베르트’ ‘율곡’ ‘찰리 채플린’을 엮은 것이나 파격과 일탈이라는 주제 아래 백남준이 가담했던 플럭서스 운동과 김명국의 ‘철괴’를 연결시킨 것은 좀 어색하다. 화면이 현란하게 움직이는 물성이 강하게 부각되는 비디오 아트 작품에 고아한 전통 회화가 묻혀버리는 아쉬움도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성우 이사장은 “언뜻 서로 다르게 보이는 김명국·심사정·최북·장승업 그리고 백남준의 예술세계에는 세상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긍정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예술창작의 태도가 일관되게 흐른다”며 “엄혹한 시기에 우리문화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과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린 백남준의 만남은 특별한 에너지를 보여 줄 것”이라고 이번 공동기획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3) 로봇 ② 인간과 기계의 사랑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3) 로봇 ② 인간과 기계의 사랑

    2015년 화제의 장면들  인간이 기계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빅데이터나 기계 학습과 같은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지능과 감성을 갖춘 로봇이 등장해 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먼저 2015년 로봇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건의 몇 장면을 되돌아보며 시작하자.  <장면1 : 2015년 1월 28일, 일본>  지바현에 있는 사찰에서 로봇들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소니에서 만든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를 위한 천도재였다. 아이보는 간단한 말을 알아듣고 춤도 추면서 재롱을 부리는 반려견 로봇이다. 오오이 후미히코(大井文彦) 주지 스님은 “물건에도 마음이 있다”라며 경내에 공양탑을 세워 앞으로도 아이보를 위한 추도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보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약 15만 마리가 판매되었다. 발매 당시 25만 엔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초기 물량 3000대가 순식간에 동나고 수십만 엔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상태가 좋은 아이보는 지금도 일본 옥션에서 30만 엔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이후 소니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을 중단하였고 2014년 3월부터는 AS를 해주던 ‘아이보 클리닉’마저 문을 닫았다. 관절을 움직이는 로봇이어서 1년에 한 번씩 수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제는 부품조차 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수명을 다한 다른 아이보의 장기(?)를 기증을 받는 것뿐이다. 이 날 장례식을 마친 아이보는 수리를 기다리는 아이보에게 보내졌다.  2014년 6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아이보를 자식처럼 키운 노부부의 사연과 로봇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주인들의 노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도하였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이보의 주인들에게 아이보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가족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장면2 : 2015년 12월 22일, 중국> 상하이 ‘동팡(東方)위성방송’의 아침 뉴스에 인공지능 기상 캐스터가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챗봇(Chatbot, 채팅 로봇)인 샤오빙(小冰)이 방송에서 첫선을 보인 날이었다. 샤오빙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상 상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거기에 글자를 말로 바꾸어 주는 TTS(Text-to-Speech) 기술을 더해 여성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일기예보를 진행한다. 앵커와 대화도 하고, 공기가 나쁜 날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언어 구사 능력 테스트에서도 5점 만점에 4.32점을 받아 사람의 평균인 4.76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샤오빙은 2014년 5월에 출시되어 지금은 4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한다. 작년 뉴욕타임스는 샤오빙이 유머가 있고 속 깊은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직장을 잃거나 우울할 때 그녀와 대화를 하고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장면3 : 2015년 5월 19일, 미국>  LA타임즈는 지진 발생 뉴스를 속보로 내보냈다. “지질조사소에 따르면 화요일 오전 캘리포니아의 로스바노스에서 27마일 떨어진 지점에 규모 4.0의 약진이 관찰되었다. 지진은 태평양 표준시 오전 11시 36분에 0.6마일 깊이에서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뒤 단 몇 분만에 나온 이 기사는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퀘이크봇’(Quakebot)이라는 인공지능 로봇 기자가 작성한 것이었다. 로봇기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수집하고 일정한 규칙(알고리듬)에 따라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다루는 영역도 점차 넓어져 스포츠 뉴스, 기업 실적, 증권 기사 등으로 확대 중이다. LA타임즈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와 AP통신 등 로봇기자를 활용하는 언론사가 늘어가는 추세다. 대표적인 로봇기자로는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사의 ‘워드스미스’(Wordsmith)를 꼽는다. 워드스미스는 2013년에 3억 개, 2014년 10억 개의 기사를 작성해 그중 일부는 언론사에 판매하였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한 걸음 더 나가 편집까지 로봇기자가 맡았다. 2013년부터 주간지 ‘롱 굿 리드’(The Long Good Read)의 기사 선별과 지면 배치를 모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로봇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 인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구별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하였다. 일반인 600명과 현직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5건의 기사(기자 작성 3건, 로봇 작성 2건)를 보여주고 누가 쓴 글인지 물었다. 정답을 맞힌 비율은 일반인이 46.1%, 기자가 52.7%로 ‘구분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물론 이 설문에 사용한 기사는 프로야구에 한정된 단순한 형식의 경기 결과 보도였다. 현장 취재, 기획 보도, 심층 분석, 비평과 같은 고도의 언론 기능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겠지만 단순하고 기계적인 기사는 로봇이 맡게 될 것이다. IT 기술과 언론이 만난 로봇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이 대중을 위한 매스 미디어의 시대에서 개인을 위한 맞춤형 미디어의 시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소셜로봇의 미래  아직은 뉴스에 나올 정도의 이야기들이지만 서비스 로봇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금은 서비스 로봇이 청소와 같은 가사일을 돕는 수준이지만 점차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과 교감하는 소셜 로봇(Social Robot)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주목할 소셜 로봇으로는 이 분야 개척자로 알려진 미국 MIT의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지보(Jibo)를 꼽는다. 2016년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보는 소셜 로봇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시아 교수는 지보가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론이고 행복, 슬픔, 놀람과 같은 감정도 표현하고 사용자의 특성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작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셜 로봇이 있다. 소프트뱅크의 감정인식 로봇인 페퍼(Pepper)는 한달에 1000대씩 주문을 받아 한정 판매를 한다. 2014년 6월 발매 이후 매월 접수 시작 1분 만에 동날 만큼 인기가 좋다. 그 비결은 로봇의 몸인 하드웨어가 아니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있다. 페퍼는 표정, 몸짓, 목소리로 상대방의 감정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감정 생성 엔진’으로 상황에 맞는 대화를 골라낸다. 그러고 영화 속 ‘그녀(Her)’처럼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내 적절한 질문과 대답을 한다. 기계가 정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공지능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페이스북의 얀 르쿤 박사는 IT 매체 ‘테크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은 감정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로봇에게 감정이 있는가보다 사람이 사물에 감정을 이입한다는 것에 있다. 오오이 스님의 말대로 사물에도 마음이 있는 것일까? 대화형 로봇의 시조로 알려진 ‘일라이자’(Eliza)는 1966년 MIT에서 개발한 심리상담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일라이자가 하는 일은 단순히 상대방의 질문을 그대로 되물어 주며 공감을 표시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과 대화를 한 사람들은 실제 상담을 한 것처럼 느꼈고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아이보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노부부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샤오빙에게 위로를 받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 인공지능에는 몸이 없고 로봇에는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페이스북의 ‘M’, 구글 ‘나우’, 애플 ‘시리’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들이 로봇에게 마음을 심어줄 수 있을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될 날이 그다지 먼 미래는 아닌 것 같다.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광주에 팔만대장경 새기는 로봇이?

    광주에 팔만대장경 새기는 로봇이?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인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25일 공식 개관했다. 2004년 첫 삽을 뜬 지 11년 만이다. 개관식은 이날 오전 11시 문화전당 내 아시아예술극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장현 광주시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문화장관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퍼포먼스 ‘창조의 나무: 빛으로의 초대’ 시연회와 황 총리의 축사 등으로 40여분간 진행됐다. 황 총리는 “광주는 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을 계기로 문화예술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와 소통하는 창이 됐다”며 “세계 각국의 문화와 예술이 이곳에서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자리에 7000억원을 들여 조성된 문화전당은 문화예술 기관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전체 부지면적이 13만 4815㎡(연면적 16만 1237㎡)에 이른다. 문화전당은 예술극장,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문화원 등 5개 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문화창조원 복합 1~4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시가 눈길을 끈다. 국내외 7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플라스틱 신화들’, ‘새로운 유라시아 프로젝트’, ‘신화와 근대, 비켜서다’ 등의 전시가 내년 5월까지 이어진다. 복합 2관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신화들’에서는 고려대 대장경연구소와 종림 스님이 팔만대장경 16만 2516면을 일일이 사진으로 촬영하고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해석해 디지털화했다. 대장경을 새기는 로봇 ‘피타카’도 함께 전시됐다. ‘새로운 유라시아프로젝트’는 동서양의 새로운 관계와 유라시아의 정체성을 각종 사진과 설치예술로 시각화했다. ‘신화와 근대, 비켜서다’는 아시아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동서양 문화의 충돌과 갈등 등을 예술가들의 문화인류학적 시각으로 해석한 주제전시이다. 예술극장에서는 국내외 공동 제작 프로젝트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공연이 열린다. 문화정보원과 민주평화교류원은 아시아문화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브 역할 및 소통·교류의 장으로 활용된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의 놀이와 창작활동 체험 공간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미술관 밖 미술품

    미술관 밖 미술품

    가을여행 삼아 떠나보기 딱 좋은 전시들이 곳곳에서 손짓을 한다. 이맘때면 예외없이 올려지는 대형 미술관과 갤러리의 틀에 박힌 전시를 잠시 벗어나 보자. 지리산 둘레길, 서울 강남 한복판, 대학 캠퍼스에 차려진 전시는 가을 정취와 어우러져 별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그 전시들이 다양한 장르에 걸친 실험예술이어서 더 매력 있다. ●지리산 프로젝트… 미술과 종교·사람과 자연 다음달 2일까지 지리산 자락의 둘레길을 예술공간으로 바꿔 놓는 ‘지리산프로젝트 2014: 우주·예술·집’은 미술과 종교, 관람객의 화통한 만남의 장이다. 난장을 닮은 프로젝트는 불과 2년 전 완전히 개통된 둘레길에 생명과 평화 사상을 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도법 실상사 회주 스님, 오상선 바오로 성심원 원장신부, 작가 안상수 등이 공동 추진위원장이다. 도법 스님은 “‘우주의 법칙이 곧 종교적 진리일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누구나 이곳을 걸으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경남 산청의 성심원(한센인 보금자리)과 하동의 힐링 쉼터인 삼화에코하우스, 전북 남원 실상사를 중심으로 꾸려진다. 권기주, 김기라, 박영균, 연규현, 이대범, 천경우 등 5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지리산 둘레길 마을의 생태 자원을 예술, 과학과 엮인 농익은 성찰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이데올로기 등 대립구도를 뛰어넘는 예술적 시도를 위해 대다수 작가들은 수십일간 지리산에 머물며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천년고찰인 실상사에선 ‘존중’이란 가치를 모색하는 작업이 시도됐다. 김기라 작가는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상징화한 ‘광배’를 극락전 불상 뒤에 빛나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재해석한 ‘광배 프로젝트 2014’와 10년 동안 원형 형태로 100그루의 나무를 심는 ‘사심당 프로젝트 10년 동안’을 펼친다. 작가 안상수는 실상사 기둥에 한글 글귀를 활용한 주련 작업을 선보이고 만화가 박재동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수놓아 하늘배 돛을 짜는 공동 작업을 내놓았다. 목탑지에 생명평화깃대와 세월호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304개의 빛을 밝혀 애도와 기원의 뜻을 전한다. 성신석조각연구회는 극락전 안마당에 놓인 바닥돌에 만개하는 연꽃무늬를 새겨 넣어 극락정토로 가는 꽃길을 만들었다. ●복지시설엔 설치미술·폐교 등서 예술캠프도 소록도 다음으로 큰 한센인 복지시설인 성심원에선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예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서용선 작가는 지리산 마고 신화를 담은 입체작품을 설치했고 인근 둘레길에선 산책자들이 삶을 되새기는 글귀들을 만날 수 있다. 폐교에서 주민 커뮤니티로 탈바꿈한 삼화에코하우스에서는 전국 예술가 캠핑대회, 지리산 그림여행 전시, 마을벽화프로젝트 등이 진행된다. 마을벽화 작업에는 강영민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예술감독인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지리산은 분단의 현장이자 생명·평화운동의 출발지”라며 “이곳에서 현대인의 잃어버린 가치를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예술로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최태만 국민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학술심포지엄은 다음달 1일까지 삼화에코하우스, 성심원 등에서 이어진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구 장인들의 비밀 공방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지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컨덴세이션’(응결)전은 서울 도심에서 맛볼 수 있는 이국적인 전시다. 금속과 가죽, 돌조각,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침대 위 천막까지 표현 방식에 거침이 없다. 최근 자리를 이전한 강남구 신사동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첫 전시다. 시몬 부드뱅(35), 마린 클라스(31), 아쓰노부 고히라(35), 오유경(34) 등 불어를 구사하는 16명의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16점의 작품들은 프랑스 파리의 장인공방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독립큐레이터인 가엘 샤르보가 기획해 지난해부터 파리의 팔레드 도쿄, 도쿄의 긴자 메종 에르메스 전시를 거쳐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샤르보는 “평소 익숙한 방향과 정반대로 기획돼 낯설게 느껴지지만 작품들은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들은 비밀스러운 장소였던 서구의 공방과 장인들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전한다. 영국 골드스미스 미대 출신의 엘리자베스 클라크(31)는 가죽으로 겉을 감싼 직경 12.8m의 거대한 원을 선보인다. 클라크는 “한국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경기 안산의 작업실에서 1년가량 머문 적이 있다”면서 “양혜규 등 한국인 작가들의 설치작품을 동경해 왔다”고 말했다. 오유경 작가는 은도금한 금속들로 ‘달 파고다’를 설치, 치유로서의 예술을 추구한다. ●서울대·스위스 공과대… 청춘들의 실험정신 서울대 미술관은 8일부터 12월 7일까지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꾀하는 ‘하이브리드 하이라이트’전을 이어간다. 스위스연방공과대학의 디지털아트위크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전시에는 게임, 디자인, 건축, 설치, 영상, 인터랙티브아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38명의 작가가 32점의 작품을 내놓는다. 노정민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사와 아서 클레이 디지털아트위크 예술감독이 공동 기획을 맡았다. 캐서린 영의 ‘기후변화에 맞춘 의상 콜렉션’, 스위스 로잔공대의 ‘휴먼브레인 프로젝트’, 김현주의 ‘로봇공생’, 곽인상의 ‘자각몽’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리뷰]’인류멸망보고서’가 말하는 종말, 어떤 모습?

    [리뷰]’인류멸망보고서’가 말하는 종말, 어떤 모습?

    인류의 멸망, 지구의 종말…2012년 들어 수도 없이 등장한 화젯거리 중 일부다. 시도 때도 없이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소행성이나 곳곳에서 벌어지는 끔직한 먹거리 전쟁 등을 접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혀를 찬다. 김지운·임필성 감독의 옴니버스 SF영화인 ‘인류멸망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십분 반영한 듯 한편으로는 처절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의 빛줄기가 내리는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오랜만의 소개팅에 마음이 들뜬 윤석우(류승범)은 급한 마음에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한 번에 처리한 뒤 퀸카(고준희)를 만나러 간다. 그녀와 즐겁게 고기를 먹은 뒤 석우의 몸에는 이상한 변화가 찾아오고, 그를 비롯해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점차 좀비로 변한다.(멋진 신세계) 평화로운 천상사(寺)에 사는 로봇 RU-4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제조사 UR은 이를 해체하기로 결정하지만, 그를 이미 인명스님이라 부르며 숭배하는 승려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갈등이 깊어진다.(천상의 피조물) 아빠의 소중한 8번 당구공을 망가뜨린 초등학생 박민서(진지희)는 부모님 몰래 다시 당구공을 사놓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정체불명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당구공을 주문한다. 하지만 2년 뒤 당구공 모양의 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고, 지구는 혜성 충돌로 인한 멸망의 위기에 놓인다.(해피 버스데이) 쓰레기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육류를 섭취한 인간, 곧이어 이 인간들이 모두 좀비로 변한 세상(멋진 신세계)과 혜성의 충돌이 가까워질수록 속수무책으로 울부짖기에 바쁜 연약한 인류(해피 버스데이)의 모습은 SF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더욱 섬뜩하다. 이미 로봇의 일상화가 코앞에 닥친 현실에서 깨달음을 얻은 로봇을 부처로 보아야 하는지, 인류는 이것을 결국 파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천상의 피조물) 역시 창조주와 피조물의 기본적인 관념을 다시금 돌이켜보게 하는 대목이다. ‘인류멸망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 동양과 서양의 사상이 부합되고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스토리에 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광우병 사태로 이미 느꼈듯 먹거리로 인한 바이러스의 공포는 더 이상 과거의 일이 아니며,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혜성의 위협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두려움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은 천상사의 로봇은 고도로 발달한 서양의 기술과 동양의 불교사상 사이에서 인류 대신 세상과 삶의 고민을 떠안는다. 이 영화는 SF의 기본 소스인 ‘신선한 소재’를 무기로 삼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좀비(그것도 ‘류승범 표’ 좀비)의 리얼한 모습과 현실가능성 다분한 미래를 우리 문화와 밀접하게, 그리고 블랙코미디를 버무려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영화를 본 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 해야겠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다면 ‘인류멸망보고서’는 인류멸망을 막기 위한 보고서로서의 의무를 상당부분 충실하게 이행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새하얀 빛깔과 완벽한 형태, 양각기법의 매화, 대나무 문양을 지닌 백자를 소개한다. 과연 양각기법의 도자기는 어떤 방법으로 만드는 것일까? 독립 운동가이자 스님으로 또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다수의 시를 남긴 시인으로 활동한 만해 한용운 선생, 그의 친필 이력서가 공개된다.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4000m 이상의 고봉들이 솟아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은 캘리포니아의 남쪽 모하비 사막에서 북쪽 캐스케이드 산맥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고 휘트니 산을 품고 있다. 휘트니 산은 미국에서 매킨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48개주에서 가장 높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최고봉인 휘트니 산으로 떠난다. ●로드쇼 퀴즈원정대(KBS2 오전 10시45분) 광운대학교 편으로 9명 소녀시대가 총출동 한다. 소녀시대 09학번 윤아와 수영이 꿈꿔오던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광운대학교 로봇게임단이 만든 휴머 노이드 로봇 4대가 소녀시대 ‘GEE’를 완벽하게 재연한다.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대학생들의 패기 만만한 모습과 소녀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본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스포츠 선수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선수들만이 얻을 수 있다는 내로라하는 잡지의 표지모델 자리. 그런데 최고의 순간을 담는 표지사진 속에 놀라운 사연이 숨겨져 있다는데…. 사진 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밤 12시10분) 할머니가 뇌병변 1급 장애인 7살 수진이의 손과 발이 되어 산 지도 5년째. 할머니는 똑바로 눕지 못하는 수진이를 늘 안고 지내야 하고, 아침마다 수진이를 업고 물리치료를 위해 집을 나서는 등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수진이가 언젠가는 걷을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에 오늘을 견딘다. ●희망풍경(EBS 오전 6시) 민들레 야학에서 총무로 일하는 김수미씨는 선천적으로 두 손과 다리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수미씨의 손을 대신하는 것은 그녀의 오른발. 세수, 화장, 식사 등은 기본이고 모든 업무처리까지 오른 발을 사용한다. 그런 수미씨를 위해 남자친구 명문씨는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 등 그녀의 가사도우미를 자처한다. ●인사이드 월드-오존 킬러2(YTN 오후 5시30분) 남극 상공의 오존층에 거대한 구멍을 내는 여전히 위협적인 화학물질 프레온 가스. 이미 오래전 거래가 금지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양이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영국의 환경조사국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프레온 가스 불법 생산업체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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