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세바스토폴은 우리땅”/의회서 결의… 영토분쟁 악화
◎54년 할양… 소련붕괴후 반환 요구/우크라,스타트 비준 거부 새명분
러시아의회가 9일 크림반도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령 세바스토폴시를 러시아영토라고 선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양국간 영토분쟁이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이날 의회는 「러시아흑해 함대의 모항인 세바스토폴시가 러시아연방 영토임을 확인하는 결의안」을 찬성 1백66,기권 1의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대통령은 즉각 이 결의안을 『중대한 내정간섭행위며 헬싱키협정등 국제규약을 위반한 불법』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이 결의안은 현재 논의중인 새헌법에 세바스토폴시를 러시아영토로 명시해넣도록 하고 이 문제에 대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일체 배제한다는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바스토폴시는 1783년 러시아영토로 편입된뒤 지난 1954년 모스크바당국이 「선물」형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넘겨주었던 곳이다.그러나 91년말 소연방해체이후 러시아내 일각에서 과거의 영토이양절차에 법적근거가 없음을 들어 영토반환요구가 계속돼왔고 주민 대부분이 러시아계이다.
러시아의회는 이와함께 『지난달 17일 옐친크라프추크 양자간 합의한 흑해 함대 50대50 분할합의에 반대한다』는 결의안도 채택했다.이 결의안은 『흑해함대는 단일통합함대로 유지돼야 하며 함대의 지위변경은 국민의 의사에 의해 결정돼야지 양국 대통령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한편 러시아의회의 이번 결의안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에 대한 영유권은 물론 자국에 배치된 핵무기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긴장의 도를 더하고 있다.우크라이나의회는 지난 2일 당초의 비핵국가선언을 번복하고 자국영토에 배치된 구소련의 전략핵미사일 1백76기의 소유권이 자국에 있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러시아의회의 이번 결의는 일차적으로 우크라이나의회에 상정돼 있는 STARTⅠ(전략핵무기감축협정)의 비준과 우크라이나의 NPT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점을 감안,이번 의회결의에 대해 러시아 국내에서도 다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우선 10일 모스크바에서 양국과 벨로루시등 3국간 경협,관계증진을 위한 총리회담이 개최되고 있는등 양국간 화해노력이 진행되는 시점에 급격히 채택됐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스베르들로프스크,연해주등 자치지역들의 공화국승격선언과 지방공화국들의 권한 확대요구로 헌법채택작업이 가뜩이나 답보상태에 있는데 세바스토폴시의 귀속문제까지 헌법내용에 포함시킬 경우 결과적으로 새헌법채택만 지연된다는 우려도 있다.옐친 지지세력인 개혁파 일각에서는 이런 점들을 들어 결의안을 채택한 의회의 「숨은 의도」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