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두 국가 해법
    2026-10-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총 2,061 건
  • “대규모 해상풍력, 혼자선 불가능… 한국·덴마크 함께 세계로” [서울, 대사를 만나다]

    “대규모 해상풍력, 혼자선 불가능… 한국·덴마크 함께 세계로” [서울, 대사를 만나다]

    주요국 대사들에게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들어봅니다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 이란 전쟁 등 안보 위협,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인공지능 고도화와 통제불능에 대한 우려까지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습니다. 기술은 물리적 거리를 좁혔지만, 역설적으로 상호 이해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전쟁과 경쟁, 동맹과 협력이 교차하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 서울에 주재하며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주요국 대사들을 만나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물었습니다. 덴마크 전력 소비 절반 이상 ‘풍력’에너지 전환 ‘민간 참여·투자’ 장려신뢰할 만한 국가·기업과 협력해야한국, 우월한 해상풍력 공급망 갖춰‘수도권 송전’ 전력망 구축에 힘써야“거대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홀로 완수할 수 있는 국가는 없습니다.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덴마크와 한국이 함께해야 합니다.” 미카엘 헴니티 빈터(66) 주한덴마크대사는 지난달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한 덴마크의 경험과 한국의 혁신 기술이 힘을 합쳐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덴마크가 1960년대 석유 의존도 90%에서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을 약 80%까지 끌어올린 배경으로 정파를 초월한 정치권의 단합과 사회적 합의를 꼽았다. 정부가 민간 기업을 ‘육성하기’(foster)보다 기업에 유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 기업을 ‘초대하는’(invite) 방식이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인터뷰는 서울 중구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약 80분간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덴마크는 에너지 전환에 성공했다. “1973년 오일쇼크가 계기였다. 극심한 유가 변동성과 공급난에 새 에너지원이 절실했다. 석유로 인한 환경 피해도 고민했다. 그때 주목한 것이 ‘바람’이다. 덴마크는 바람이 많아 1980년대에 약 20개의 풍력 터빈 제조업체가 있었다. 육상 풍력의 성과는 해상 기술 진전으로 이어졌고, 1991년에 세계 최초로 상업용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했다. 약 8700㎞에 달하는 해안선과 얕은 수심 등 지리적 여건도 한몫했다. 현재 풍력으로 국가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충당한다. 반면 소비자의 정전 경험 시간은 평균 17초(2024년 기준)뿐이다.” -50년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권 부침은 없었나. “오일쇼크는 개인 생계와 산업·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이어서 여야를 불문하고 에너지 전환 계획 수립에 동의했다. 선거로 정부(당파색)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었다. 운도 좋았지만, 전문가 분석에 기반한 정부 계획안이 나올 때마다 정계가 화합해 지원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이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 줄 수 있었다.” -주민 반발은 없었나. “모든 과정에서 주민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정부가 해상풍력 부지를 선정하고 환경·해저 조사를 마친 뒤 입찰하기 전에 어민 등 해양 이용자들과 협의해 지역 보상 체계부터 마련했다. 1980~1990년대 조성한 대부분의 풍력 발전 단지들은 지역 주민과 기업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소유로 운영됐다. 육상 풍력·태양광 사업의 경우 인접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보상했고, 주민이 개발사에 부동산을 매각할 권리를 가졌다. 터빈 발전량과 연동한 주민 지급금, 지자체에 납부하는 개발사 녹색기금 등도 법으로 규정했다.” -덴마크에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이 많은데 어떻게 육성했나. “덴마크는 (북유럽이지만) 자본주의 성격이 강하다. 에너지 개발 사업을 공영으로 한정하지 않고, 민간 참여와 투자를 장려했다. 정부가 기업을 직접 육성하기보다 끌어들였다. 기업의 수익 활동은 사업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였고, 수익 분배의 효과도 키웠다. 정책은 민간 영역에서 안착하고 집행돼야 공공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적어도 덴마크에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 덴마크 풍력 산업계에 약 500개 기업이 있다.” -정부는 규제와 통제를 중시하기 쉬운데. “덴마크 정부에 경각심을 불러온 귀중한 경험이 있었다. 2024년 말 북해에서 추진한 3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찰에 한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례적인 유찰이었다. 경험 많은 덴마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 않고 물가 및 금리 인상 등도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다.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설계했다. 올해 5월에 이 사업의 신규 입찰에 여러 개발사가 지원했고, 지난 8월에 사업자를 최종 선정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조성 환경은. “한국은 우월한 해상풍력 공급망을 이미 갖췄다. 조선, 철강, 전력 케이블, 중공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기초 구조물과 해저 케이블을 공급하고 있다. 풍력 자원을 갖춘 서해와 남해가 있고, 동해는 수심이 깊어 부유식 풍력 조성에 적합하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됐다. 이제 수도권으로 생산 전력을 송전할 전력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또 해상 구역을 어업 공동체와 공정하게 공유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해상풍력 발전 초기 단계에 맞는 과제다.”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홀로 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덴마크도 그렇다. 올해 1GW 규모의 북해 프로젝트, 800MW 규모 헤셀뢰 프로젝트를 스웨덴 에너지 기업인 바텐팔이 수주했다. 주요 사업을 해외 기업이 맡는 데 대해 이의는 없다. 덴마크 기업들은 한국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부품·기자재 등을 사용하며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대로 한국 기업들은 덴마크 회사가 주도하는 해외 사업에 동참해 경험을 쌓고 있다. 해외 사업 진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에너지 산업은 안보와 직결된다.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기업 및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 덴마크와 한국은 상호 신뢰하는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싶다.” -해상풍력 분야에서 덴마크가 한국에 어떤 도움을 줄까. “덴마크 기업은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 지역사회와의 투명한 소통 등 그간 쌓아 온 덴마크의 경험도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덴마크는 국내총생산(GDP)이 꾸준히 증가하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은 역으로 줄었다. 에너지 소비량과 경제 활동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이룬 흔치 않은 국가다.” -에너지 외에 양국 간 협력 가능한 분야는. “덴마크는 원자력 발전은 안 하지만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있다. 한국은 SMR 기술·개발·실험이 가능한 설비를 갖췄다. 양국 간 기술 협력 가능성이 큰 분야다. 또 덴마크는 전통적인 해운 강국이다. 조선업 강국인 한국과 이미 다수의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 측면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유지 중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대한국 수출 비중도 높다. 이는 노인 돌봄, 환자 중심 치료 등 보건 체계에 대한 긴밀한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이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사회적 과제도 있을까. “고령화다. 덴마크는 세계적으로 진일보한 한국의 관련 정책에 관심이 있다. 우리 대사관도 올해 출범한 헬스케어 얼라이언스를 통해 한국 정부, 병원, 연구기관, 기업 등을 초청해 노인 돌봄 관련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다. 덴마크가 한국 등 전 세계 8개국에만 설치한 ‘이노베이션 센터 덴마크’(ICDK)는 바이오헬스·테크 등의 분야에서 양국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부족도 세계적인 사회 문제다. 덴마크의 접근법은. “덴마크 국영 송전운영사 에너기넷(Energinet)은 최근 전력망 연결 대기 물량이 상당해지자 정부(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를 통해 전력망과 관련한 긴급 입법 계획을 수립했다. 덴마크 의회는 이 법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력망 확장 지역을 선정한 뒤 어떤 부문을 전력망 연결에 최우선으로 둘지를 명시한 것으로 신규 데이터센터는 계통 연계 우선순위에서 비교적 낮은 순위에 두었다.”(법안은 ‘신청 순서 순’ 전력망 연결을 ‘우선 순위 순’으로 바꾸었다. 사회 필수 기능이 없는 일반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가장 낮은 4순위다) ■ 미카엘 헴니티 빈터 대사는 요즘 한국말 배우기에 푹 빠진 빈터 대사는 지난해 9월 부임한 정통 외교관이다. 2022년 주상하이 총영사를 지냈고 2018년 덴마크 외교부에서 개발 협력국장을 역임했다. 앞서 2001년 주베트남대사관 공관차석을 시작으로 2008년 주이라크 대사, 2011년 주태국대사(미얀마·캄보디아 겸임), 2016년 주방글라데시 대사 등을 지냈다. 북유럽에서 손꼽히는 아시아 전문가로, 코펜하겐대학교 정치학과와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국제경제학과 부교수 등도 역임했다.
  •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어져야” [이순녀의 이사람]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어져야” [이순녀의 이사람]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추진2030년까지 1억 4900만t 더 줄여야재생에너지 확대·전력망 투자 필요신규 원전 건설은 사회적 합의 우선저탄소 전환 따른 산업계 지원정부, 한국형 녹색대전환 전략 마련790조 기후금융 등 재정·세제 혜택탄소차액계약제로 기업 투자 유도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함께 해법 찾는 기후시민회의 운영기후과학위 내년 3월 새롭게 출범인력·예산·전문성 부족은 보완돼야지난 8월 말 대홍수와 빙하 붕괴로 1400여명이 숨진 네팔에서 한 달여 만에 또 폭우와 산사태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가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네팔만의 비극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경고”라고 지적했듯 이제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없다. 우리도 올여름 경남 양산의 극한 폭염, 거제의 기록적 폭우 등 전례 없는 기상 이변을 경험했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기후 재난의 피해를 줄이는 위기 대응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후위)의 공동 수장인 이창훈(59) 민간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기후정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이 위원장을 만나 기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기후위는 기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서 명칭이 변경된 기구다. 어떤 의미가 있나. “국내외 사례에서 보듯 기후 위기는 이미 현실로 닥쳤다.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산업 육성에 중점을 뒀다면 기후위는 탄소중립 이행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기후변화 예측과 기후 재난 대응까지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후위의 전신은 2009년 설립된 녹색성장위원회다. 2018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설치됐는데 2021년 5월 두 기구를 통합해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출범했다. 그해 9월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탄녹위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올해 1월부터 기후위로 변경됐다. -기후위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범국가적 기후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국가의 주요 기후정책이나 계획을 사전에 심의하고, 실제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사후에 점검하는 민관 합동 심의 의결 기구다. 지난 4월 탄소중립법 개정을 통해 정책 조정 기능과 국가 기본계획 예산을 심의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다만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과 예산, 전문성이 보완돼야 한다. 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민간위원들이 비상임이고 사무처에 자체 채용 직원보다 부처 파견 공무원들이 더 많은 점은 아쉽다.” -지난 4월 임기 2년의 공동위원장에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기후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 당면한 과제다.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많은 힘을 쏟았다. 2025년까지의 실적을 놓고 보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이행 계획상 목표는 달성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뒤로 갈수록 감축률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로는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렵다. 연도별 계획을 다시 설정해 목표 이행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 추계량에 따르면 지난해 총배출량은 6억 8571만t으로 전년보다 610만t 줄었다.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기로 한 ‘2030 NDC’를 달성하려면 1억 4900만t을 더 줄여야 한다. 2018~2025년 동안 줄인 배출량이 8400만t인데 앞으로 5년간 이보다 1.7배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 8월 26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2040년까지 69~80%, 2045년까지 84~90%를 줄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NDC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떤 해결 방안이 필요한가. “재생에너지 설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력망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 2035년까지 발전 비중의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수립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태양광이나 풍력단지, 그리고 전력망 건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전력 다소비 기업들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기후정책이 상충되지는 않나. “기후부가 최근 제시한 전망치에 따르면 2040년 최대 전력 수요는 158.4~ 165.0GW다. 지난 4월 전망보다 27GW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24.3~24.6GW, AI 데이터센터에서 11.9GW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력 공급 확대가 2035 NDC의 차질 없는 이행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기후위가 사업 실현 가능성과 효율 개선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라는 기본 원칙에 비춰 보면 하루라도 빨리 쓸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 원전도 이런 관점에서 따져 봐야 한다. 소형원자로를 짓더라도 10년 이상 걸린다.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100년 동안 대기권에 머물면서 온난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당장 탄소 감축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은 즉시 건설이 가능하고 육상 풍력은 3년, 해상 풍력은 5년이 소요된다. 기후정책의 관점에선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주어진 시한 내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최선의 선택지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면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검토하는 방안은 고려할 만하다.” -기후부가 최근 신규 원전 건설에 관한 공론화 추진 계획을 밝혔는데. “다양한 사회계층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넓혀 가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일정을 서둘지 말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여론을 취합했으면 한다.” -저탄소 전환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로 탄소규제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탄소규제가 무역·공급망과 긴밀히 연계되는 상황에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은 선택이 아닌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다. 정부도 저탄소 전환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은. “올해 들어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생산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전환을 위한 재정·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확대하고 있는데, 포스코·현대제철 등이 생산하는 저탄소 철강제품의 공공구매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내년부터 도입되는 탄소차액계약제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을 보장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지원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및 재난관리 체계는 어떤가. “5년마다 국가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해 운영 중이고 지난 8월에는 기후적응법도 제정됐다. 법적·제도적 기반은 상당 부분 갖춰졌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발하는 복합기후재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사전 예방 역량을 제고하고 기후위험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보호대책과 기관 간 협업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기후위 산하에 기후시민회의가 상설 법정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기후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보다는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는 감축 부담, 산업 경쟁력, 에너지 전환, 기후취약계층 보호 등 다양한 이해와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기후정책일수록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토론하며, 사회가 함께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숙의 과정이 필수다.” -기존의 시민 참여 기구와 차이점은. “시민이 단순한 정책 수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정책의 의제 발굴부터 숙의·토론, 권고안 도출까지 참여하는 한국형 기후 공론장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기후 위기의 경험과 현장의 목소리는 정부 정책을 보다 현실적이고 생활밀착형으로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다. 기후시민회의를 통해 도출된 권고안은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책 과정과 연계되도록 하고, 관계기관의 검토와 이행 상황도 꾸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일회용품 안 쓰기 등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시민과 기후친화적 정책을 요구하는 주권자로서의 기후시민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기후과학위원회도 신설된다. “기후위 산하에 전문가 자문기구인 기후과학위원회가 내년 3월 새롭게 출범한다. 기후과학, 경제학, 법학, 보건학 분야의 전문가 15명을 초빙해 위원회가 심의하는 내용의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과학센터도 설립된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민간위원들이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부의 기후정책에 독립적인 의견을 낼 것이다.” -한국환경연구원장,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장 등을 지내며 오랜 기간 기후환경 의제를 이끌어 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은. “늘 수요자 관점의 정책 수립과 집행을 강조해 왔다. 대상자 및 이해관계자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맞춰 갈 때 정책 계획도 훨씬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다. 기후위도 다양한 직역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소통의 강점을 잘 활용해 기후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특히 새로 시작하는 두 조직인 기후시민회의와 기후과학위원회가 정부의 기후정책을 견인하고 조정하는 양대 축으로 잘 안착되도록 노력하겠다.” ■이창훈 공동위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한국환경연구원장,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순녀 논설위원
  • 이슬람국 모로코, 첫 여성총리 탄생

    이슬람국 모로코, 첫 여성총리 탄생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모로코 일간 헤스프레스는 29일(현지시간)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신뢰현대당(PAM) 소속 파티마 에자흐라 엘만수리(50) 국토계획 담당 장관 겸 마라케시 시장을 이날 총리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모로코 역사상 첫 여성 총리 지명이자, 2021년 취임한 나즐라 부덴 롬단 튀니지 총리에 이은 아랍권의 두 번째 여성 총리 사례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모로코에서는 국왕이 최대 다수당에서 정부 수반인 총리를 임명한다. 지난달 23일 총선에서 PAM은 전체 395석 가운데 97석을 얻어 제1당이 됐지만, 두번째로 많은 66석을 차지한 독립국민연합(RNI) 등과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엘만수리 지명자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정부 수장의 책임을 맡은 역사적 순간이며 모든 모로코 여성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청년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로코에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신임 총리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당장 지난 7월 수만 명의 모로코 젊은이들이 높은 실업률에 분노하며 스페인령 세우타로 몰려들어 국제 난민 문제를 낳았다. 엘만수리 지명자는 5년 임기 동안 경제성장률 5%, 물가상승률 2%, 최소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는데, 이를 통해 젊은 층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대회 100주년을 맞아 아프리카와 유럽이 공동 개최하는 2030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것도 총리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월드컵을 여는데, 11만석 규모의 세계 최대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이번 대회를 국가 현대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 모로코 첫 여성 총리, 100주년 월드컵 성공 개최할까[월드핫피플]

    모로코 첫 여성 총리, 100주년 월드컵 성공 개최할까[월드핫피플]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모로코 일간 헤스프레스는 29일(현지시간)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신뢰현대당(PAM) 소속 파티마 에자흐라 엘만수리(50) 국토계획 담당 장관 겸 마라케시 시장을 이날 총리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엘만수리 총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정부 수장의 책임을 맡은 역사적 순간이며 모든 모로코 여성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청년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21년 지명된 나즐라 부덴 롬단 튀니지 총리에 이은 아랍권의 두 번째 여성 총리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모로코에서는 국왕이 최대 다수당의 대표를 총리로 지명한다. 지난달 23일 총선에서 PAM은 전체 395석 가운데 97석을 얻어 제1당이 됐지만, 두번째로 많은 66석을 차지한 독립국민연합(RNI) 등과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난 7월 수만 명의 모로코 젊은이들이 높은 실업률에 분노하며 스페인령 세우타로 몰려들어 국제 난민 문제를 낳았다. 엘만수리 총리는 5년 임기 동안 경제성장률 5%, 물가상승률 2%, 최소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는데, 이를 통해 젊은 층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대회 100주년을 맞아 아프리카와 유럽이 공동 개최하는 2030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것도 신임 총리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월드컵을 여는데, 11만석 규모의 세계 최대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이번 대회를 국가 현대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엘만수리 총리는 2009년 마라케시의 첫 여성 시장이 된 뒤 2021년 재선에 성공했다. 아버지도 저명한 변호사인 명문가 출신으로 프랑스와 미국에서 유학했다. 모로코의 수도는 라바트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핵심 도시인 마라케시 시장직은 그의 총리 임명에 강력한 발판이 됐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일했던 엘만수리는 공직자로 재직하며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이해 충돌 논란과 함께 부정 선거 의혹에도 시달렸다. 마라케시 인근의 대규모 토지 매각과 부동산 거래로 가족이 막대한 부를 쌓았으며, 2009년 처음 마라케시 시장에 당선됐을 때는 부정 선거로 1심에서 선거 무효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총리 임명을 두고 국왕의 여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했지만, 기득권 출신이란 배경 탓에 대다수 모로코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 빛바랜 ‘평화 중재자’… 차기 유엔 수장 누가 되든 ‘가시밭길’ [글로벌 인사이트]

    빛바랜 ‘평화 중재자’… 차기 유엔 수장 누가 되든 ‘가시밭길’ [글로벌 인사이트]

    81년 만에 첫 여성 리더 나오나3차 예비 투표 결과 1·2위 모두 여성순환 관례상 중남미 출신 후보 유력최대 과제는 세계 평화 유지러우·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속타 협의체들에 안보리 역할 빼앗겨텅 빈 곳간도 발등의 불예산 7% 줄고 직원 수는 19% 감축분담금 미납도 193개국 중 72개국 오는 12월 3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수장 선출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1945년 유엔 창설 이후 81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재 등록된 공식 후보 7명 중 확실한 유력 주자가 없는 가운데, 누가 수장이 되든 정치·재정적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유엔을 개혁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점차 심화하는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변화, 글로벌 보건 위기, 인공지능(AI)의 위협 속에서 국가 간 갈등을 중재하고 협력을 끌어낼 뛰어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비공개 예비 투표를 거쳐 단일 후보를 추천하면 총회가 최종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안보리의 3차 예비 투표에서 코스타리카 부통령 출신인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이 찬성 9표, 반대 5표, 의견 없음 1표로 선두에 올랐다. 캐럴린 로드리게스 버케트 주유엔 가이아나 대사는 찬성 8표, 반대 6표, 의견 없음 1표로 뒤를 이었다. 두 후보는 1·2차 투표에서 번갈아 1위를 차지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듯했으나, 3차 투표에서 모두 반대표가 늘며 대세를 확정 짓지는 못했다. 이 외에도 올라라 오투누 전 우간다 외무장관, 아르헨티나 출신의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등 총 7명이 경합 중이다. 후보 지명 절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막판에 새로운 인물이 참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종 후보로 추천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없어야 한다. 지역 순환 관례상 1991년 이후 수장을 배출하지 않은 중남미 출신 후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 후보들이 ‘유리천장’을 깰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차기 수장이 맞닥뜨린 최대 과제는 유엔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세계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다. 가자지구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제 평화와 안전 보장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안보리가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며 방관자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상임이사국 5개국이 수시로 거부권을 행사해 안보리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침략국인 러시아가 해당 사안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인도와 아프리카,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상임이사국에 권한이 집중된 안보리 구조가 21세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유엔 개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190여개국의 의지가 5개국의 변덕에 좌우되는 체제는 공정하지도 않고 신뢰를 구축할 수도 없다”며 “안보리는 ‘세계는 5개국보다 크다’는 원칙에 따라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요 7개국(G7),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른 다자 협의체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신임 총장은 유엔을 중립적이고 실질적인 국제 협력의 장으로 다져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다자주의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가자지구 재건을 명분으로 ‘평화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조직의 역할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엔의 안보·평화 유지 임무가 유명무실해지고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외교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텅 빈 곳간도 발등의 불이다. 올해 유엔 정규 예산은 34억 5000만 달러(약 4조 6900억원)로 지난해보다 약 7% 줄었고, 직원 수도 19% 감축됐다. 올해 7월 기준 분담금을 미납한 회원국은 193개국 중 72개국으로, 지난해 42개국에서 대폭 늘었다. 특히 정규 예산의 22%, 평화 유지 예산의 26%를 책임지는 최대 기여국 미국의 체납이 유엔의 재정 위기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유엔과 산하 기구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미국은 지난 15일 체납액 일부인 7억 2500만 달러를 납부했으나 여전히 정규 예산에서만 13억 1200만 달러가 밀려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 ‘유엔 80’ 개혁 전담 조직을 가동했지만, 긴축 모델만으로는 회원국의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유엔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설] 수장 공백, 인력 부족… 쉬쉬 하며 문 여는 공소청·중수청

    [사설] 수장 공백, 인력 부족… 쉬쉬 하며 문 여는 공소청·중수청

    72년 만의 형사사법 대전환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2일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요체다. 그런데 법안 심의 과정에서 반복되던 우려 그대로 첫 단추부터 심각하게 어긋난 모양새로 꿰어지고 있다. 새 기관들의 수장은 공석이고 수사관 등 내부 인력은 태부족이다. 과연 중수청, 공소청이 제기능을 하며 굴러갈지 우려를 접기 어렵다. 공소청은 비공개 내부 행사로 개청식을 치르고, 중수청도 간소하게 문을 열 모양이다. 중수청이 입주할 서울 시내의 건물은 리모델링이 12월에 끝날 예정이어서 3개층에서만 업무를 시작한다. 두 차례 특례 임용을 거치고도 정원 2874명 중 지원자는 68%에 그쳤다. 개청식을 제대로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준비 부족은 중수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은 어제 3단계 ‘현장 상담·지원 전담팀(TF)’을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른 수사 실무 지침이 일선 수사관들에게 전달되기는 했다지만, 메가톤급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무 지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안은 다시 내부 상담을 해주겠다는 궁여지책이다. 이 TF가 십분 가동되더라도 문제는 첩첩이다. 수사 난이도에 따라 경찰서에서 시도청으로, 시도청에서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다시 국수본에서 공소청으로 사건이 뺑뺑이를 돌 공산이 크다. 이래도 되겠나 싶게 사건 이관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 중이던 기소중지 사건 2168건이 경찰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으로 넘어가고 있다. 기존 수배를 해제하고 새 영장을 발부받기까지 공백이 생기는 잠깐의 위험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후의 처리 과정이 더 문제다. 수배, 체포, 수사, 기소까지 검찰이 지휘하던 흐름이 끊어진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난맥상을 수습할 사령탑조차 없다. 여권 강경파의 반발로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인 김지용 전 검사장에 대한 임명 절차는 멈춰 있다. 장관 후보자였던 김승원 의원이 지명 20일 만에 낙마하면서 법무장관도 공석이다. 공소청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꾸려지지 않았고 대한변협만 자체 후보 접수에 나섰다. 경찰청장까지 21개월째 공석이다. 사흘 뒤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사실 말고는 분명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관들이 이렇게 대책 없이 개문발차해도 되는가. 불안하고 두렵다.
  • [기고] 2036 올림픽 유치전 난맥상 해법은

    [기고] 2036 올림픽 유치전 난맥상 해법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주하계올림픽 유치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애초 전북 전주가 단독 개최를 추진하다가 경기장, 숙박시설, 미디어촌 등 핵심 인프라 부족의 현실적 벽에 부딪혀 단독 개최를 사실상 접고 서울시에 ‘공동 개최 SOS’를 보내며 계획을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후보지 선정 당시 객관적인 준비 상황과 글로벌 경쟁력보다는 정치적 셈법이 앞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초대형 메가 이벤트를 감당하기 힘든 상태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가 결국 심의 보류와 국론 분열로 되돌아왔다. 이제 와서 개회식과 폐회식을 나눠 맡자거나 대회 명칭을 섞자는 식의 공동 개최 구상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개최 계획 변경으로 대한체육회의 승인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할 수도 있다. 내년 3월 예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후보 압축 단계인 ‘전략 대화’(Strategic Dialogue) 일정마저 코앞이라 자칫 대한민국의 올림픽 유치 기회 자체가 허공으로 날아갈 판이다. 국제 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는 인도, 카타르 등 막강한 자본력과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 강력한 후보들이 포진해 있다. IOC가 개최지 평가에서 가장 엄격하게 요구하는 잣대는 분명하다. 과도한 신규 건설을 배제한 기존 시설의 재활용, 완벽한 교통망과 숙박 인프라, 그리고 재정 건전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하고 경제적인 올림픽’이다. 200㎞ 넘게 떨어진 두 도시를 억지로 묶어 동선을 낭비하고 경기장 분산 투자를 유발하는 공동 개최안으로는 IOC의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통과하기는커녕 다른 국가 후보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공동 개최라는 미봉책과 허상을 벗어던져야 한다. 다른 국가와의 유치전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고 국민 세금 낭비 없는 성공적인 ‘흑자 올림픽’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준비된 글로벌 메가시티인 ‘서울 단독 개최’뿐이다. 서울은 잠실 종합운동장 등 세계적 수준의 체육 인프라와 광역 대중교통망, 최고 수준의 컨벤션·숙박 시설을 이미 완벽히 갖추고 있다. 대규모 신규 건설 없이 기존 자원의 리모델링과 스마트 운영 체계만으로도 전 세계 200여개국 선수단과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된 도시다. 2036 서울올림픽 유치 추진 시민위원회는 더이상의 행정력 낭비와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 모든 시민적 역량을 결집해 대국민 서명운동 등 전방위적 시민 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다. 당국은 정치적 눈치 보기를 멈추고 공정하고 엄정한 재심의를 통해 서울 단독 개최 추진 체제를 즉각 확립해야 한다. 국익과 국가 브랜드보다 앞서는 정치적 명분은 없다. 서울 단독 개최라는 명확하고 경쟁력 있는 단 하나의 길로 결단을 내릴 때 2036년 우리는 1988년의 환희를 넘어 전 세계에 가장 품격 있고 모범적인 흑자 올림픽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승현 2036 서울올림픽 유치추진 시민위원회 위원장
  • 최지원 경기도의원,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 평화경제특구 연계한 ‘평화국제예술고’로 대전환해야

    최지원 경기도의원,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 평화경제특구 연계한 ‘평화국제예술고’로 대전환해야

    단순 대관 시설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옛 파주 영어마을)’를 경기도가 추진 중인 평화경제특구와 연계해 ‘평화국제예술고등학교’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기도의회에서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최지원 의원(국민의힘, 비례)은 18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의 고유 교육 기능을 회복하고, 파주의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집약할 거점으로 평화국제예술고 전환을 공식 촉구했다. 파주시는 관내 전체 면적의 87.6%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에 묶여 지난 70년간 국가 안보를 위한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왔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 보상이 부족했던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최지원 의원은 “경기도가 추진 중인 1조 9천억원 규모의 평화경제특구 조성을 환영하며, 「평화경제특구법」상 개발계획에 포함된 ‘교육시설 설치계획’과 파주의 문화·관광 인프라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남북관계 개선 시 북한의 우수한 문화예술 자원까지 아우르는 남북 예술교류의 활성화 기반을 닦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상징하는 거점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 의원은 지역 내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미흡했던 현실을 짚으며, 해법으로 ‘평화국제예술고등학교 중심의 DMZ 평화 브랜드 및 K-컬처 융합 세계문화교류 허브 구축’을 제안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유수 예술 인재를 유치하고 지역 문화자원과의 업무협약(MOU)을 추진해, 파주캠퍼스 일대를 오픈형 학교이자 복합 문화관광 명소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 의원은 대전환을 실행할 핵심 공간 자산으로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를 지목하며 운영 실태를 강하게 꼬집었다. 최 의원이 공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주캠퍼스는 경기도 출연금이 2023년 32억원에서 2025년 4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으나, 정작 본래 목적인 교육 참가자는 같은 기간 16만 7천명에서 9만 2천명으로 45% 급감했다. 반면 일반 대관 이용객은 15만 8천명에서 35만명으로 2.2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출연금은 늘어나는데 교육의 본래 기능은 잃고 단순 ‘대관 시설’로 전락한 실정”이라며, “설립 당시인 2006년에는 영어 교육이 시대적 요구였다면, 현재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예술이 세계적 화두다. 8만 4천평의 완비된 부지와 인프라를 본래의 교육 목적에 맞게 ‘평화국제예술고’로 전환하는 것이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재정 고민을 해소할 최선의 대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해 두 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공식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소통과 타당성 검토를 위한 도와 도교육청 간 ‘공동 실무 TF’ 즉각 가동 ▲이달 말 통일부와 국토교통부에 제출 예정인 ‘평화경제특구 지정 신청서’ 내 교육시설 설치계획에 파주캠퍼스를 활용한 평화국제예술고 설립 반영 등이다. 최지원 의원은 “추미애 도지사의 ‘경기 북부 대전환’ 의지와 안민석 교육감의 ‘행정 장벽을 허무는 벽 깨기’ 공약이 상생 협력으로 결실을 맺을 적기는 바로 지금”이라며, 양 기관장의 대승적 결단을 거듭 당부했다. 이어 최 의원은 “경기도와 도교육청은 주민 소통과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동 실무 TF’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며, “이달 말 정부에 제출할 평화경제특구 지정 신청서의 교육시설 설치계획에 파주캠퍼스를 활용한 예술고 설립을 반드시 반영해 경기 북부 대전환의 결단을 보여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 “집값만 보다간 집값 못 잡는다…도시 공간 늘려 주거 안정부터” [월요인터뷰]

    “집값만 보다간 집값 못 잡는다…도시 공간 늘려 주거 안정부터” [월요인터뷰]

    주택 새 공급 경로 확보품질 좋은 도시 공간 공급 늘리면주거 안정돼 불안한 집값도 진정소규모 정비·인허가 허들 낮춰야인재 중심의 도시 조성인재 네트워크, 일자리 창출 핵심국가 전략으로 지식 생태계 조성지방 소멸 막는 프로젝트 필수적청년 주거 사다리 복원강남·분당 같은 새로운 공간 필요청년들 활동할 선택지 많아져야임대·비아파트 공급이 우선 순위안정적 월세 주택 확대무주택 청년 영끌 감당 못 할 수도전세 대출은 유동성 과잉 이어져이자보다 싼 월세 주택 많이 공급역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번번이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가 시장을 이긴다’는 강한 의지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 역시 공급 부족에 따른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과 전월세난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주택시장 통계와 공급 지원을 담당하는 이헌욱(58) 한국부동산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신문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존 부동산 정책이 한계를 만났다면서도 “인간이 만든 문제이니 해결할 수 있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집값 자체보다 주거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새로운 주택 공급 경로 확보, 인재 중심의 도시 조성, 청년 주거 사다리 복원, 안정적인 월세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일문일답.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반복되는 원인은. “핵심은 수도권 주택 문제다. 불안의 원인은 한마디로 압축 성장의 부작용 때문이다. 단기간에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동안 양질의 도시 공간을 제공하는 데 치밀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도시 공간의 구조적 희소성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으면서 도시 불균형이 심해졌다.” -이런 구조적인 격차에도 집값 안정이 가능한가. “집값에 매몰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목표는 주거 안정이어야 한다. 품질이 좋은 주거 공간, 도시 공간을 충분하게 많이 공급하면 사람들의 선택이 더 수월해지고 이런 과정으로 주거 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 주거 안정을 보장한 결과로 집값이 조금 하향 안정화하는 것은 감수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시장 안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경쟁력을 가진 도시 공간을 늘리려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할 텐데. “중요한 것은 인재 네트워크다. 인재들이 모여 지식산업 네트워크를 꾸려야 일자리가 생긴다.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핵심 인재 풀을 30만명 정도 구성하면 종합적인 인재 허브로 작동할 수 있다. 호남의 메가 프로젝트도 그런 노력이다. 인재 생태계 없이는 기업이 갈 수 없다. 그건 기업한테 망하라는 얘기다. 대만의 신주과학단지와 같은 거점을 우리도 30년 전에 만들었어야 한다. 대전의 대덕 연구단지조차 인재 밀도가 낮다. 국가 전략으로 인재 네트워크를 통한 지식 생태계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 -도시 공간 조성에는 시간이 걸리고, 공급 부족은 현재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도시 정비를 통해 좋은 공간으로의 전환을 지속하고 있지만 당장 집이 부족하고 고통받는 이들도 있으니 단기적 방안도 찾아야 한다. 기존 방식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과거에는 빈 땅이 있었다. 아니면 단독주택을 다가구 주택으로 바꾸는 방식을 많이 했는데 이제 쉽지 않다. 500가구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지식산업센터 등 기존 건물의 주거 전환, 준공업 용지 활용 등 새로운 길을 열고 작게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실행해야 한다. 또 인허가 허들을 낮춰 병목을 풀고 경기도 3기 신도시 등 유휴 부지에 시급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당장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여론도 좋지 않다. “역시 오랫동안 주택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공사비 급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전세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부문 공급도 사실상 끊겼다. 서울 아파트 공급도 20% 이상 줄고 도심 정비사업도 지난 5년간 정체됐다. 이런 복합적인 영향들로 공급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과 고민이 크다. “청년들에게 아주 미안하다. 우리(기성세대)는 직장을 얻고 열심히 노력하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성장의 시대라서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성장이 거의 끝난 데다 불균형 성장의 결과로 기회가 골고루 가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정말 미안한 것은 그동안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윗세대의 강남이나 우리 세대의 분당처럼 새로 개발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지금도 강남 같은 곳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남과 서울, 수도권 외에도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져야 한다. 과감한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 -청년 주택 정책으로 임대주택이나 비아파트를 중시하면서 젊은 세대의 박탈감이 화두로 부상했다. “비아파트가 강조되는 것은 그동안 비아파트 공급이 너무 무너져 있어서 이를 재건해야 주거 사다리가 복원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아파트에 살면 좋지만 다 그러기는 쉽지 않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임대주택과 비아파트에서 시작했다가 돈을 모아서 더 원하는 곳에 살 기회를 정부가 계속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평생 거기서 살라는 게 아니다.” -추격 매수를 고민하는 무주택 청년이나 서민에게 집을 사라고 권하겠나, 기다리라고 하겠나. “형편에 맞춰서 해야지 절대 ‘영끌’하고 무리하면 안 된다. 금리도 오르고 거시 환경의 변동성이 커 자칫 감당할 수 없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정부가 신도시 분양, 청년들을 위한 임대 물량 및 청약 우대 등 실질적인 기회를 넓히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100% 만족은 안 되어도 살 만하다는 집을 마련할 수 있을 테니 무리는 하지 마시길 바란다.”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 문턱이 높아 주저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출 규제를 완화할까. “대출을 풀기는 굉장히 어렵다. 외환위기와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증한 가계부채를 아직 줄이지 못한 데다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고 있다. 반도체 호황 등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유입되는 자금도 유동성 관리에는 큰 부담이다. 대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전세는 결국 사라질 제도라고 보나. “전세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 아래에서 생긴 사금융인데, 여기에 전세 대출까지 뒤를 받쳐주니 유동성 과잉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전세 대출은 좀 엄격하게 다루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더 좋은 것은 전세 대출받아 내는 이자보다 더 저렴한 수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정적인 월세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충분히 좋은 집이 많이 공급되면 전세 수요가 줄고, 결국 전세는 없어지지 않겠나.” -취임 후 부동산원에 주택공급지원본부를 신설했다. “(조직개편으로) 정비지원기구 역할을 통해 도시정비사업의 병목을 풀고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큰 틀에선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관으로서 체계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어떤 도시가 높은 삶의 질과 혁신성을 가졌는지 데이터로 밝히고 도시마다 강점과 약점을 구체적으로 짚어 ‘좋은 도시’의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서울을 넘어 각지에 ‘위대한 도시’가 생기기를 바란다. 각 도시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도시 온톨로지’ 플랫폼(주택·교통·일자리·교육 등 도시의 다양한 정보를 연결해 AI가 도시의 구조와 문제를 분석하도록 하는 지식 체계)을 구축하고 싶다.” -부동산원에서 매주 공표하는 아파트가격 통계가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주간 통계는 표본을 갖고 기하평균을 산출해서 낸다. 모든 표본이 매주 거래가 되지 않으니 유사 사례의 거래를 비교·보정하기도 한다. 전문적인 역량으로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정교한 통계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매주 국가가 승인한 주택 가격 통계를 내는 나라가 없다. 과연 이게 맞는지 고민은 된다. 충분히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면 그에 따른 역할을 하겠다.” -정부가 개입할수록 부동산 시장이 왜곡된다는 비판도 있다. “시장에만 맡겨두면 편하겠지만, 주택 문제에 대해선 국민도 정부에 많은 요구를 한다. 지당한 요구이고 국가는 노력할 의무가 있다.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고 책임감도 크다. 시장 정상화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지키는 일은 결코 회피해선 안 되는 (정부의) 책무다.” ■ 이헌욱 원장은 경남 의령 태생. 서울대 공대 졸업 후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주거·금융·가계 부담 문제 등을 다루는 민생 운동을 했다. 제11대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2019~2021년)으로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부동산 및 주거·도시정책 분야에서 호흡을 맞추며 기본주택(장기공공임대), 기본대출 등을 주도했다. 지난 2월 제17대 한국부동산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 중국은 미국 비난 안했는데, 사우디 왕자·이란 장성 ‘공방’

    중국은 미국 비난 안했는데, 사우디 왕자·이란 장성 ‘공방’

    중국 베이징에서 17일 폐막한 연례 안보 행사인 샹산 포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에 미국을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다음 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해와 달리 미국에 대한 비난을 한마디도 안 했지만, 사우디 왕자와 이란 군 장성이 이란 전쟁의 책임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 분위기를 긴장시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6일 올해 20주년을 맞은 중국의 군사외교 무대인 샹산 포럼 도중 사우디 싱크탱크 대표인 투르키 알 파이살 왕자가 “이란은 아랍 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설전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투르키 왕자는 이란이 사우디를 포함한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을 공격한 사실을 지적하며 “최근 전쟁에서 동맹국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이 절정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란군 총사령부 작전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타기 오산루 준장은 “이란의 공격은 미국의 자산을 겨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산루 준장은 “어떤 아랍 국가도 공격하지 않았으며 단지 미군 기지만을 겨냥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미국으로 사우디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에 있는 미군 기지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평화는 없을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 역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산루 준장이 미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동안 수백 명의 청중들은 침묵만을 지켰다. 앞서 투르키 왕자는 2023년 중국이 중재한 사우디와 이란 간의 국교 정상화 합의를 언급하며, 이란이 이 사우디를 공격한 것은 중국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둥 부장은 “분쟁의 근본 원인은 무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대화와 협력을 내세웠지만, 안방에서 중동 분쟁의 축소판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방중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17일 “시진핑 주석이 주권 존중 등 중동 평화를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이 해법”이라며 중국 방문이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 공공기관 나눠먹기 끝내자… 울산이 에너지자원공사 최적지 [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공공기관 나눠먹기 끝내자… 울산이 에너지자원공사 최적지 [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공공기관을 표 계산이나 지역 안배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쪼개놓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울산 하나 잘살자고 떼쓰는 게 아닙니다. 정치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보아주십시오.” 민선 9기 김상욱(46) 울산시장의 일성은 단호하고 파격적이었다. 김 시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대면 인터뷰에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중앙 정치권의 낡은 ‘나눠먹기식 관행’에 정면으로 돌직구를 날렸다. 다른 지역(대구)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와 울산의 한국석유공사를 통합한 매머드급 컨트롤타워,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울산에 유치하겠다는 강력한 선언이다. 이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치전 차원을 넘어섰다. 에너지 인프라가 완벽히 깔린 ‘현장’에 지휘부를 두는 것만이 국가 에너지 안보와 국익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논리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부터 구태 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한 김 시장은 시정 운영에서도 기득권 카르텔 타파, 수십 년 묵은 시내버스 사태의 ‘공영제’ 정면 돌파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행정가를 넘어, 대한민국의 산업과 에너지 백년지대계를 그리는 김 시장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완결형 에너지 생태계 박차압도적 에너지 인프라 품은 울산항통합본사 유치로 장점 극대화해야차세대 항만 육성엔 정부 도움 필요 -전국 지자체가 2차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왜 하필 울산에 통합 ‘에너지자원공사’가 와야만 하는가. “울산 하나 잘살자고 떼쓰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먹고살고,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가장 상식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을 표 계산이나 지역 안배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감자 나누듯 쪼개놓던 시대는 끝내야 한다. 부산은 해양, 대전은 연구개발(R&D), 광주는 반도체로 각자 강점을 극대화해야 나라가 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에너지는 어디에 있어야 하겠나. 답은 이미 현장에 있다.” -‘현장’이 의미하는 울산만의 압도적 인프라는 무엇인가. “에너지는 종이 위에서 서류로 다루는 게 아니다. 거대한 탱크가 있고, 배관이 흐르며, 공장이 24시간 돌아가는 현장에서 다뤄져야 한다. 울산항은 세계 4위의 액체 물동량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에너지 관문이다. 석유공사의 1680만 배럴 비축기지, 초대형 LNG 터미널, 여기에 에쓰-오일과 SK를 비롯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단지가 이미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전통 화석연료부터 미래 청정에너지까지 ‘완결형 에너지 생태계’를 가진 도시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울산밖에 없다.” -동북아 에너지 허브 조성을 위해 중앙정부에 건의한 사항도 있다고 들었다. “울산 남신항을 북극항로 시대의 친환경 에너지 공급 거점항으로 키우는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하부 기반시설 구축에 드는 약 4000억원마저 전액 민간투자로 되어 있어 초기 부담과 사업 장기화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에 해양수산부에 하부 기반시설은 국가재정사업으로 전환하고 상부 시설을 민간투자로 추진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 정부의 재정 투입이 마중물이 된다면 투자 유치에 물꼬가 트이고 에너지 허브 조성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대 국비를 확보하며 울산을 ‘산업 AX(인공지능 전환) 실증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앞으로의 3년이 울산 산업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기초 인공지능(AI)에 강한 광주·전남, 피지컬 AI에 강한 대구·경북,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과 연대하는 ‘울산 산업 AX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울산의 압도적 제조 현장을 시험대로 삼아 대한민국 제조업의 AI 혁신을 선도하는 넥서스(중심) 역할을 해내겠다.” -과거의 우려를 딛고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산·경남과의 상생 협력으로 도시 규모의 한계를 극복할 복안은. “당장 ‘행정통합이냐, 특별연합이냐’ 하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핵심은 부울경의 역량을 합쳐 지역 경쟁력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리’다. 해양수도 부산, 우주항공·방산의 경남, 에너지 수도 울산이 각자 강점을 살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 피지컬AI, AI데이터센터) 등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산업, 광역교통, 인재 양성 등 실효성 있는 초광역 사업을 함께 추진하며 신뢰를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 된 부울경, 나아가 행정통합의 길도 열릴 것이다.” 산업 재도약 ‘골든타임’빅테크 연대 울산 AX 협의체 출범제조업 AI 혁신 선도하는 중심추로실리 최우선으로 부울경 힘 합칠 것-거시적 현안을 이끌어가는 시정 철학도 궁금하다. 취임 두 달이 지났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행정은 거대한 사업 이전에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가 내건 비전은 ‘시민이 주인 되는 민주도시 울산’이다. 이를 위해선 공정하고 청렴한 행정 시스템이 필수다. 지난 선거에서 돈, 비방, 조직, 유세차가 없는 ‘4무(無)선거운동’을 치렀다. 선거 조직을 두면 이권과 자리를 약속하게 되고 이는 곧 불공정한 기득권 카르텔로 이어진다. 인재를 채용하거나 대규모 조직을 운영할 때 실력 대신 인맥과 정치색이 개입되는 친소 관계의 적폐를 완전히 끊어낼 것이다. 공정 회복을 위해서라면 시장의 권한을 내려놓고 견제받는 구조를 만들 각오가 되어 있다.” -라이브 방송과 주요 회의 생중계 등 파격적인 소통 행보가 화제다. 이런 열정의 원동력은. “시정의 주인은 시민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행정의 면면을 알아야 제대로 평가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 회의 생중계 이후 시민들께서 직접 시정에 의견을 개진하며 행정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직자들에게 강력한 책임감을 부여한다.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일정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트램 도입, 2028 국제정원박람회 등 굵직한 현안이 많다. 시의회와의 갈등을 풀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해법은. “이런 대형 프로젝트들은 시민의 피 같은 혈세인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실제로 시민의 안전과 편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가 시의회에 공론화 조례 제정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도, 시의회도 결국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당리당략에 얽매인 갈등은 울산의 미래에 백해무익하다. 오직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아 시의회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력하겠다.” -만성적인 시내버스 파업과 적자 문제에 대해 ‘교통공사 설립’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현재 울산 시내버스는 민영제 한계에 부딪혀 미적립 퇴직금과 통상임금 소송 부담만 1600억원에 달한다. 매년 시에서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면서도 법적 협상 주체로 나설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다. 결국 돌파구는 ‘공영제’뿐이다. 재정 지원 책임과 운영 권한을 일치시키기 위해 2029년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울산교통공사’ 설립을 추진한다. 당장 내년 하반기 도시공사 내 교통팀 신설을 시작으로 단계적 확장을 밟아 나갈 것이다.” -‘산업수도’ 위상에 비해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규모 시설 건립을 넘어선 ‘체감형 문화도시’ 구상은 무엇인가. “문화도시의 경쟁력은 번듯한 건물이나 행사 숫자에 있지 않다.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애주기별로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고 지역 예술인이 안정적으로 창작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반구천 암각화, 처용 설화 등 7000년 역사를 지닌 울산 고유의 자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대표 콘텐츠로 키우겠다. 산업수도의 자부심 위에 역사와 문화를 덧입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시민 삶의 기본 지키는 울산회의 생중계 통해 시민 의견 수렴만성적 버스 파업 해법은 ‘공영제’상수도 교체 같은 기본기부터 시작-보여주기식 행정을 탈피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기 동안 울산 시민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대표적인 변화나 성과는. “가장 바라는 것은 4년 뒤 ‘김상욱이 시장이 되더니 울산이 참 살기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행정은 거대하고 화려한 사업보다 ‘시민 삶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먼저다. 예컨대 520억원을 투입해 40년 넘게 방치된 노후 상수도관 24㎞를 교체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눈에 띄진 않지만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행정이다. 대중교통, 의료, 안전, 돌봄 등 시민의 일상을 탄탄하게 받치는 기본기 강한 시정을 펼치겠다.”
  • ‘수출 1조 달러’ 눈앞인데 왜 마음 놓고 웃지 못할까 [강 기자의 세종실록]

    ‘수출 1조 달러’ 눈앞인데 왜 마음 놓고 웃지 못할까 [강 기자의 세종실록]

    수출 7094억 달러, 작년 연간 수출 추월 117일 앞당겨…6월 첫 월 1000억弗 돌파 반도체 수출 8개월째 세 자릿수 상승 대미흑자 작년 두 배…美 AI 인프라 수요↑ 반도체 투자 압박 등 美 ‘새 청구서’ 될라 오는 18일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 공개 한국 수출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7094억 달러(약 957조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7093억 달러)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을 117일이나 앞당긴 것으로 추세대로라면 세계 4번째로 ‘꿈의 연간 수출 1조 달러’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수출은 중동 전쟁 등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등 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역대 동월 대비 최대 실적들이 쏟아졌습니다. 6월에는 사상 처음 월간 수출액 10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의 견조한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전망된다”는 이종욱 관세청장의 보고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로 공개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정작 수출·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는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8월 수출입 동향’에 이어 5일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올해 화려한 수출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참고로 산업부는 매월 1일이 되면 전달 수출입 결과를 발표합니다. 핵심 주역은 역시 ‘슈퍼 사이클’을 탄 반도체였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1~8월 누적 2812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9.6%로 급증하며 전체 수출 비중의 40.6%를 차지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209% 증가한 지난달에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8%까지 올랐습니다. 거의 절반 가까운 실적을 반도체 한 품목에서 올린 셈입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올해 8월까지 컴퓨터 주변기기(262.2%), 석유제품(40.7%), 무선통신기기(28.1%), 선박(12.4%) 등 다른 주요 품목들도 고루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중동 전쟁으로 인해 수출이 9.8% 급감한 중동 지역 수출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중국(76.1%), 미국(57.0%) 등 주요국에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년보다 전체 수출이 50% 이상 늘었고 베트남(57.7%), 말레이시아(95.4%), 대만(61.3%) 등에서도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산업부는 ‘1조 달러’ 달성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무역법 301조 ‘과잉 생산 관세’ 부과가 남아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하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준을 겨냥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의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은 어리석고 값비싼 관세 판결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강력히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대미 흑자국과의 교역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든 것이죠.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불만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산 제품에 25%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하고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반이라며 무효화했습니다. 헌법상 관세 부과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고,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를 매길 권한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국가를 겨냥해 미 무역법 232조로 임시 10%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어 다시 301조를 활용해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301조로 관세율이 더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대미 흑자폭은 지난해 약 490억 달러에서 지난달 25일 기준 누적 647억 달러를 넘어 연말 두 배인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미 흑자가 줄어야 관세를 내릴 명분이 생기는데 되레 호수출이 협상에 부담이 되는 역설이 생긴 셈입니다. 지난달에도 대미 수출은 165억 달러로 89% 증가했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아마존·구글 등 초대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확대로 AI 인프라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300% 상승하는 등 8개월째 세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컴퓨터 수출도 기업용 SSD 핵심 부품인 낸드 가격이 상승과 수출 물량이 늘면서 1040%가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미국이 관세 장벽을 쳤던 철강마저 109% 대미 수출이 늘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끌어올렸습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대미 수출 흑자가 이미 지난해 흑자 수준을 넘어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때문”이라며 “특히 유럽연합(EU) 수출 규제로 인한 철강 감소분도 미국의 AI 데이터센터용 강재료 등으로 메우면서 수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EU 철강 쿼터로 인한 수출 하락분을 미국 AI ·전력 수요로 인한 철강 수입 증가가 완충해주는 모양새라는 거죠. 문제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에 대미 반도체 투자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추가 투자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월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의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팹) 착공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두 회사와 투자 확대를 논의 중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미국 기업의 반도체 수요 증가로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과 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면, 미국에서 필요한 반도체는 아예 생산시설을 미국에 지어 현지에서 공급하라는 논리인 셈입니다. 한국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8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내 투자를 추진할 여력이 있다면 그만큼 미국에도 추가 투자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 이상(약 51조원)을 들여 첨단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2곳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기존 오스틴 공장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출은 기업의 영역인 만큼 대미 흑자를 둘러싼 미국의 요구는 ‘투자’ 등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출은 기업 문제이고 대미흑자는 정부가 ‘투자’ 측면에서 풀면 될 일”이라며 “상호이익 관점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에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원한 우방’이라 믿었던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연일 관세 압박을 벌이는 데 대해 정부는 상황을 타파할 해법으로 미국과 ‘미국이 경계하는’ 중국이 가입해 있지 않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공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중 양국이 없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급 다자간 공동경제협력체는 CPTPP가 유일하다는 이유에서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을 검토해 나가겠다”, 같은 달 6일 관훈토론회에서는 “한국 같은 통상 국가가 CPTPP에 가입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농수산 분야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산업부는 지난 4일 농어업계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분야별·업종별 의견 수렴에 착수했습니다. 오는 18일에는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233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1200억 달러(약 161조원) 규모의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프로젝트가 막바지 조율 중입니다. 전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의 약 7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는 수출 호조의 성적표인 ‘대미 무역흑자 1000억 달러 시대’가 역설적으로 미국의 또 다른 ‘투자 청구서’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수출 호조의 성과는 지키면서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은 막아야 하는 딜레마를 정부가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됩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동맹마저 네타냐후와 거리 두나… 서방 12개국 “서안 정착촌 제재”

    英 “테러범들이 인종청소 자행”‘두 국가 해법’ 가능성 훼손 지적이스라엘 “총선 개입” 즉각 반발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서방 12개국이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의 상품·서비스에 대한 교역 제한 조치를 단행하자,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 폐쇄로 즉각 맞대응하면서 전통적 우방국 간 외교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등 12개국이 국제법상 불법인 정착촌과의 상품 교역을 차단하는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과 극단주의 정착민들의 전례 없는 폭력이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를 주도한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서안지구에서 정착민 테러리스트들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은 앤디 버넘 총리 취임 후 이스라엘에 좀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버넘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별도 공동성명을 내고 “두 국가 해법을 지키는 것이 우리 세 나라의 근본적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역사의 그른 편에 서는 중대한 오판”이라며 “오는 10월 총선을 앞둔 주권 국가의 민주적 선거에 대한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전쟁과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 사태가 겹치며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직후 들어서기 시작한 정착촌은 국제사회의 위법성 지적에도 70만명 규모로 확대됐다. 군의 방관 속에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이 확산하자, 든든한 방어막이었던 서방 동맹국들마저 압박 카드를 꺼내며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와 거리 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 손훈모 순천시장 “방산 육성, 청년 일자리·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 만들 것”

    손훈모 순천시장 “방산 육성, 청년 일자리·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 만들 것”

    손훈모 전남광주 순천시장은 취임 첫날부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까지 듣겠다’는 원칙을 시정의 중심에 두고 있다. 민선 9기 비전인 ‘시민주권시대, 소통하는 열린 순천’ 역시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주요 현안이 있는 곳을 직접 찾는 손 시장은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동시에, 이를 순천의 미래 발전 방향과 연결해 나가고 있다. 손 시장은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생태도시라는 순천의 강점에 미래 신산업을 결합하는 등 생태에 경제를 더한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순천이 가진 세계적인 생태 환경과 뛰어난 정주 여건에 미래산업을 더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어가겠다”고 부연했다. 손 시장은 산업대전환의 핵심 축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방위산업을 제시했다. 그는 “방산 육성이 단순히 기업 유치나 산업 규모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기업의 투자와 성장이 지역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시장은 2028년까지 방산 분야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해룡산단과 광양 세풍산단을 축으로 삼아 첨단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남광주 동부권 상생협력 중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인구 70만명인 순천, 여수, 광양은 행정구역만 다를 뿐 산업과 생활권이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경제공동체”라며 “각 도시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공동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동부권 7개 시군 상생협의체를 통해 산업, 교통, 관광, 의료, 교육’을 아우르는 공동 성장 전략을 구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손 시장은 “방산을 비롯한 산업대전환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동부권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힘줘 말했다.
  • (사)상생과평화, ‘AI 시대의 인간다움과 상생’ 제1차 학술포럼 성료

    (사)상생과평화, ‘AI 시대의 인간다움과 상생’ 제1차 학술포럼 성료

    사단법인 상생과평화(이사장 송석구)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아미드호텔에서 ‘2026 제1차 상생·평화 학술포럼’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AI 인공지능시대, 인간다움과 상생의 철학’을 대주제로 삼아, 기술 대전환 국면 속에서 한국 사회가 정립해야 할 윤리적 기준과 상생의 방향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발표에 나선 박광수 K-전통문화학술원 이사장은 ‘AI 인공지능시대, 인간다움과 상생의 철학-물질만능에서 도덕만능으로’를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 박 이사장은 고도화된 기술과 데이터 중심의 ‘물질만능’ 시대로 변모하는 현 상황을 진단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과 판단을 대신하는 국면일수록 기계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와 상생의 윤리를 ‘도덕만능’의 정신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광철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AI와 인류의 상생은 가능한가?: 2편의 영화를 경유한 해법 찾기’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신 교수는 대중에게 친숙한 두 편의 영화를 흥미롭게 분석하여 AI와 인류가 맺게 될 다양한 미래 관계 양상을 조명했다. 또한,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배척이나 종속을 넘어, 상생과 평화의 가치를 담아내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상생의 실천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한재훈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정원훈 텐에이아이 경영총괄이사와 최종성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가 참여하여 AI 시대의 철학적·종교적 인간관 및 실천 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종합토론을 펼쳤다. (사)상생과평화 김동규 사무총장은 이번 포럼에 대해 “산업과 기술 발전에만 치우쳐 있던 국가적 논의 속에서 ‘어떤 인간을 만들 것인가’라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뜻깊은 자리”라고 평가하며, “우리 사회가 기술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간다움과 상생의 문화를 토대로 다가오는 AI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공론의 장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 서인하 경기도의원, 재정위기 이유로 AI·미래세대 투자 줄이면 안 돼

    서인하 경기도의원, 재정위기 이유로 AI·미래세대 투자 줄이면 안 돼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청소년 대상 인공지능(AI) 지원 사업을 전액 삭감하고 관련 산업 예산을 축소하자, 도의회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위축을 우려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서인하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3일 제39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AI 시대 경기도의 미래투자 확대와 건전하고 책임 있는 재정운영 방향 정립을 촉구했다. 서인하 의원은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격차 해소 사업의 예산 전액 삭감 문제를 전면에 제기했다. 서 의원은 “청소년들에게 AI 구독료를 지원하는 ‘청소년 AI 성장 바우처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업은 기존 사업이 아니라 AI 시대를 맞아 청소년들에게 폭넓은 AI 활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을 준비했던 사업”이라며 “그러나 재정난을 이유로 시작조차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청소년 바우처뿐 아니라 AI 기업 육성, 기술 실증, 인재 양성 등 미래 산업 전반의 예산이 줄줄이 삭감된 점을 짚으며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대비를 강조했다. 서 의원은 “지금 다른 지방정부들은 오히려 AI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며 “서울과 울산은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청소년과 청년의 생성형 AI 활용을 지원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부산과 대전 등에서도 AI 교육과 활용 기회를 넓히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이 AI 시대를 준비하며 나아가고 있는데, 대한민국 최대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이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 재정 위기 소통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서 의원은 “재정의 어려움을 알리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도민께서 경기도정에 바라는 것은 재정난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법을 만들어갈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와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속에서 민생경제와 내수가 위축됐던 시기에, 경기도가 부채를 감수하면서까지 도민의 삶과 지역경제를 지탱했던 이유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만한 사업이 있었다면 정확히 따져 바로잡으면 될 일이지, 어려운 시기에 적극적 재정을 위해 늘렸던 부채를 오늘의 재정난과 한데 묶어 평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앙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비교하며 경기도의 소극적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국가예산안을 올해보다 크게 늘린 821조 원 규모로 편성해 메가 프로젝트를 앞세운 투자와 확장재정으로 대한민국의 큰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런데 대한민국 최대 지방정부인 경기도에서 ‘돈이 없다’, ‘곳간이 비었다’는 이야기만 계속된다면 도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서 의원은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두 가지 실질적 대안을 정식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AI 기업 지원, 기술 실증, 인재 양성 등 AI 산업 육성 예산의 지속적 투자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국비 확보 및 재정 여건이 개선된 시·군과의 합리적 역할 분담 등이다. 끝으로 서인하 의원은 “재정이 어려울수록 도정은 재정난의 ‘해설자’가 아니라 재정문제의 ‘해결자’가 되어야 한다”며 “경기도가 AI 시대를 뒤따라가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장 먼저 준비하는 지방정부가 될 수 있도록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지켜달라”고 거듭 당부하며 발언을 마쳤다.
  • [세종로의 아침] 여름을 보내며 드는 단상들

    [세종로의 아침] 여름을 보내며 드는 단상들

    “올여름이 당신의 남은 인생에서 겪을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기후과학자들의 경고처럼 지난여름 폭염은 무시무시했다.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이 추석과 10월 초 연휴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잡문을 쓰고 지낸 지 26년, 그중 과학 분야만 20년을 넘게 담당하다 보니 가을이 가까워 오면 선선해진 날씨나 울긋불긋 변하는 풍경보다 다른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한 달 뒤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다. 올해는 10월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수상자 발표가 예정돼 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 마지막 날을 축하라도 하듯 7일은 누리호의 5차 발사까지 잡혀 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과학기자들의 대목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묘한 긴장감,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분노, 짜증 등 복잡한 감정이 느껴진다. 평소 눈곱만큼도 과학에 관심이 없다가 노벨 과학상 발표, 로켓 발사 같은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만 호떡집에 불난 듯 호들갑 떨면서 훈계질도 모자라 전문가 의견조차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배고프면 밥 먹어야 한다’는 식의 뻔한 해법을 제시하는 언론, 정치권, 호사가들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과학과 기술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와 ‘그게 그거 아니냐’는 뻔뻔스러움까지 마주하면 울화가 치민다. 한국 과학기술의 백년대계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르지만 우리는 과학기술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쓰면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됐다. 과학은 자연 현상의 근본 원리와 ‘왜’를 탐구하는 행위라면 기술은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쓸모를 찾는 ‘어떻게’의 영역이다. 이런 상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 보니 과학을 기술발전의 수단이나 경제성장의 도구쯤으로 취급한다. 돈이 되는 연구,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기초과학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다. ‘이공계 위기’ 담론만 봐도 우리 사회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언론이나 정치권은 툭하면 ‘이공계 위기’, ‘의대 블랙홀’을 주장하며 한국 과학기술 기반이 금세 무너질 것처럼 떠들어댔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전기·전자, 반도체 분야 지원자가 의대 못지않게 늘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사실 취업 잘 되고 돈 잘 버는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공계 위기가 진짜 구조적 위기였다면 아무런 정책 없이 고작 몇 달 만에 사라질 수는 없다. 현상의 한 부분만 붙잡고 위기라 목청을 높이다가 슬그머니 입을 닫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수시로 배출하는 미국이나 독일, 아시아 노벨상 강국 일본 같은 과학 선진국들은 좀 다르다. 과학을 단순히 국가 경쟁력 제고나 경제 발전의 수단이 아니라 일상 속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인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가 “‘도움이 된다’는 말이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문화로서 과학을 강조하는 것이다. 과학 선진국들에서는 언론, 정치인, 시민들도 과학을 성패나 손익으로만 취급하지 않는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장려하고 인내심을 갖고 긴 호흡으로 기초연구를 지켜보며 실패를 새로운 발견으로 가는 당연한 과정이자 자산으로 여기는가 하면 모르는 것은 솔직히 드러내고 배우려고 한다.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 사회도 이제 과학을 이런 식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됐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이제는 철 지난 농담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번 가을에는 아는 척하며 되도 않는 훈수 두기에 앞서 차분히 과학책 한 권을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노벨 과학상 발표와 누리호 발사를 지켜보며 과학책을 보는 일이야말로 과학을 문화로 바꾸는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유용하 산업부 과학전문기자
  • 돈 못 내 천궁-II 놓칠라…이라크 재무장관·軍수장까지 나섰다 [밀리터리+]

    돈 못 내 천궁-II 놓칠라…이라크 재무장관·軍수장까지 나섰다 [밀리터리+]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도입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이라크가 계약 이행을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무장관은 물론 군 서열 1위인 참모총장까지 한국 측과 만나 자금조달 방안을 논의하면서 약 3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이라크 재무부에 따르면 팔리흐 사리 재무장관은 이날 바그다드에서 이준일 주이라크 한국대사와 만나 양국이 체결한 방공체계 계약의 자금조달 문제를 논의했다. 회동에는 압둘 아미르 라시드 야랄라 이라크군 참모총장과 한국 측 무관도 참석했다. 양측은 계약과 관련한 재정 절차와 요건, 자금조달 방식 등을 점검했다. 이라크 재무부는 법적·재정적 절차에 따라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도 양국 간 협의를 계속하고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해 합의된 틀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사리 장관은 천궁-II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영공을 지키고 국가 주권과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라크의 방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외교 면담이 아니라 재정을 담당하는 장관과 군 수뇌부가 함께 계약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이라크 정부가 천궁-II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도금 못 냈다는 이라크…계약 차질 우려 커지자 직접 나서 이번 회동은 최근 이라크에서 천궁-II 대금 지급 지연 논란이 잇따른 상황에서 열렸다. 이라크는 2024년 9월 LIG넥스원과 천궁-II 8개 포대를 도입하는 약 3조7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천궁-II는 항공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중거리 방공체계로, 이라크는 이를 수도 바그다드와 주요 군사시설, 석유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 방어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이라크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계약에 따른 후속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라크 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소속 디야르 무프티 의원은 선급금은 지급됐지만 2차 중도금이 나오지 않아 천궁-II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방공사령관도 의회에서 첫 지급 이후 두 번째 대금이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 알카잘리 의원도 지난달 현지 매체 샤파크뉴스에 이라크가 초기 5억 달러를 지급했지만 재원 부족과 예산 배정 문제로 후속 대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가 계속 대금을 내지 못하면 계약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는 이라크 정치권에서 제기한 주장으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물량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기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LIG넥스원 측은 그동안 “이라크 수출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계약에 따른 선급금도 정상적으로 지급됐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이라크로서는 천궁-II 도입을 마냥 늦추기 어렵다. 이란과 가까운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에서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졌고, 현지에서는 방공망의 허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장거리 방공 전력이 충분하지 않은 이라크가 천궁-II를 국가 핵심시설을 지킬 주요 전력으로 선택한 이유다. 중동서 천궁-II 수요 급증…이라크도 납기 지연 부담 이라크가 자금 문제 해결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천궁-II를 둘러싼 중동의 수요 증가도 있다. 천궁-II는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도 대규모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올해 중동에서 실제 요격 임무에 투입된 뒤 한국산 방공체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3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천궁-II의 납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급증하는 수요가 LIG넥스원의 생산능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IISS는 2교대 생산체계를 도입할 경우 향후 9~12개월 안에 생산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쿠웨이트도 천궁-II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등 중동에서 신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입장에서는 자금 문제가 장기화할수록 당초 계획한 시기에 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고위급 회동이 곧바로 2차 중도금 지급 완료나 납품 일정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재무부 역시 구체적인 지급 액수나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대금 지급 지연 논란이 이어진 직후 재무장관과 군 참모총장이 직접 한국 측과 자금조달 및 계약 이행 절차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이라크 정부의 의지는 한층 분명해졌다. 천궁-II는 LIG넥스원이 체계종합과 유도탄 생산을 맡고 한화시스템이 다기능레이더(MFR),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을 공급한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까지 예정대로 전력화할 경우 한국산 방공체계의 중동 시장 입지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 “생계급여 깎이고 의료급여 끊길라”…기초연금 포기 노인 4년 새 3.3배

    “생계급여 깎이고 의료급여 끊길라”…기초연금 포기 노인 4년 새 3.3배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으면서도 기초연금은 받지 않는 노인이 4년 새 3.3배로 급증했다. 기초연금을 받아도 생계급여가 그만큼 깎이고 자칫 의료급여마저 끊길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취약층을 더 두껍게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하후상박’ 개편이 실효를 거두려면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국민연금연구원의 ‘기초연금 미수급자 현황 및 특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기초연금을 받지 않은 노인은 6만 9776명으로 추산됐다. 2020년 2만 968명에서 4년 만에 3.3배가 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 중 기초연금 미수급자 비율도 같은 기간 3.0%에서 6.5%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연구진은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에서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이음’으로 확인한 기초연금 동시수급자를 빼 미수급자 규모를 추산했다. 개인별 신청 여부를 직접 집계한 것은 아니지만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기초수급 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추세는 뚜렷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초연금을 받아도 실제 소득이 거의 늘지 않는 제도 구조 때문이다. 현행 생계급여는 국가가 정한 선정기준액에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뺀 부족분만 지급한다. 이때 기초연금은 소득으로 전액 잡힌다. 기초연금을 받은 만큼 생계급여가 줄어 노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늘지 않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함께 받은 노인 78만 3222명 가운데 99.8%인 78만 1561명이 생계급여를 감액당했다. 월평균 감액액은 33만 2610원으로 지난해 기초연금 최고액 34만 2510원의 97.1%에 달했다. 기초연금을 받아도 대부분이 생계급여에서 고스란히 빠져나간 셈이다. 생계급여 수급자인 차재설((69)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이날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이번 달 기초연금을 입금받고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하면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주지 말라”고 말했다. 소득이 수급 기준선에 가까운 노인은 의료급여 자격까지 잃을 수 있다. 올해 1인 가구 의료급여 기준은 월 소득인정액 102만 5695원 이하다. 소득인정액이 70만 원인 노인이 올해 기초연금 최고액인 34만 9700원을 받기 시작하면 소득인정액은 104만 9700원으로 올라간다. 의료급여 기준을 2만 4005원 넘기 때문에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어도 수급 자격을 잃을 수 있다. 기초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이 ‘안 받거나, 받아도 남지 않는 연금’이 된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기초연금을 받아도 생계급여가 깎이고 의료급여까지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예 신청하지 않는 노인이 늘고 있다”며 “현장 사회복지사들도 적극적으로 신청을 권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해법은 이미 여러 차례 제시됐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기초연금을 기초생활보장 소득에 포함해 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재정 부담과 다른 수급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2024년 9월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함께 받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추가 지급하고 추가 지급액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현행 틀을 유지하면서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주는 ‘하후상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이 오르는 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가장 가난한 노인은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없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대표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알려진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해결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번 하후상박 개편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빈곤 노인의 박탈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북미 대화 기류속 ‘北 군비통제론’ 재부상… “현실적” vs “역효과” [외안대전]

    북미 대화 기류속 ‘北 군비통제론’ 재부상… “현실적” vs “역효과” [외안대전]

    외교·안보는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합니다. 겉으로 나타난 결과 뒤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치열한 협상과 복잡한 선택들이 국가의 생존을 결정합니다. ‘외안대전’(외교안보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는 매주 생생한 외교·안보 현장을 쫒아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 전하겠습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전제로 핵·미사일 위협부터 줄여나가자는 ‘군비통제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고도화된 북한의 핵능력을 당장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핵·미사일 생산을 우선 동결하고 점진적인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현실론입니다. 반면 이 같은 접근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한국의 안보태세를 약화시키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군비통제가 비핵화로 가기 위한 현실적인 ‘과정’이 될지,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하는 ‘종착점’이 될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습니다. 美 내부서 감지되는 북핵 군비통제론25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전날 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북핵 문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다소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통화 결과 보도자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미 국무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해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졌습니다. 국무부는 “동맹에 필수적인 사안들에 대해 양국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때문에 최근 비핵화 문제를 회피하려는 미측의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57개로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또 북미 대화의 목표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인지 묻는 질문에는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를 당장 모두 없애는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기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현실을 인정하고 우선 위협부터 줄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점차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입니다. 차 석좌는 지난 4월 미 정부의 역대 비핵화 정책을 “실패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북한 비핵화가 단시일 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며 북한과의 ‘차가운 평화’(cold peace) 전략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차 석좌는 지난 19일 인터뷰에서도 “비핵화는 중요하지만 향후 협상에서 당장의 목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57개’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경우 ‘완전한 비핵화’를 처음부터 요구하기보다 북한의 핵능력을 동결하고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있습니다. ‘파키스탄 모델’…핵 보유한 채 제재 완화·관계 정상화이 과정에서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이른바 ‘파키스탄 모델’일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NPT가 인정하는 공식 핵보유국은 아닙니다. 1998년 핵실험 이후 미국의 제재를 받았지만 2001년 9·11 테러 등 미국이 파키스탄을 필요로 하는 안보 이슈가 터지면서 제재가 흐지부지됐습니다. 결국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받고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정상화한 셈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비슷합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핵무기 일부를 동결하거나 감축하는 대가로 제재 완화와 관계 개선을 얻어낸다면 북한은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북한의 핵 역량을 일부 축소시키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제공하는 정도의 틀을 마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며 “북한은 군축 협상 자체를 ‘미국이 우리의 핵 지위를 인정했다’고 내부적으로 포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인도나 파키스탄 모델처럼 제재를 완화하고, 핵무기 일부를 보유한 상태에서 군축 협상에 나설 경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도 북한에는 제재 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비슷한 현실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정하고 명명할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실을 말한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건 현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확장억제 약화”…군비통제론 우려도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24일 발표한 ‘북미 군비통제 협상론의 한계와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군비통제 협상도 상호 간에 수용 가능한 합의점을 도출해 내야 하고,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확장억제 약화 조치가 교환돼야 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비핵화 협상보다 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군축 협상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 전략자산 전개 중단·축소 등과 같은 것들을 북한에 내주어야 하는데, 한국의 안보 측면에서는 더 나은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 위원은 이어 “군비통제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러시아와 연대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미 군비통제 협상론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 또는 역효과 위험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군축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지,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하는 ‘종착점’이 될지에 대한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