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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금융硏 “1거래소-다은행, 독과점 심화 우려”… 전면 도입 더 멀어지나

    [단독] 금융硏 “1거래소-다은행, 독과점 심화 우려”… 전면 도입 더 멀어지나

    투자자 선택권 확대 명분…다은행 요구 확산업비트 긍정·빗썸도 최근 전향 기류거래 분산 땐 자금세탁 감시 약화 우려대형거래소 쏠림에 단계적 도입론 부상투자자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가 요구해온 ‘1거래소-다은행’ 전면 도입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제정에 맞춰 맡긴 연구용역에서 여러 은행과의 제휴를 허용하면 대형 거래소 쏠림이 심해지고 자금세탁 감시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1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 및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금세탁방지(AML) 제도 보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복수 은행 제휴를 전면 허용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자금세탁 감시가 약해지고 대형 거래소의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대신 단계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은행 한 곳과만 제휴한다. 특정 거래소가 A은행과 제휴했다면 이용자는 A은행 계좌가 있어야 원화를 입출금할 수 있다. 연구원은 이런 ‘1거래소-1은행’ 체제가 이용자의 은행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명계좌 사용 의무와 달리 거래소가 은행 한 곳과만 제휴해야 한다는 규정도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업계는 거래소가 A은행뿐 아니라 B·C은행과도 제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시장 점유율 1위 업비트는 이전부터 다은행 체제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위 빗썸도 과거에는 반대 입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전보다 전향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자금세탁 감시다. 지금은 한 은행이 특정 거래소 이용자의 금융거래와 고객정보를 모아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살펴본다. 제휴 은행이 여러 곳으로 늘어나면 거래정보도 흩어져 한 은행이 전체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은행을 골라 제휴하면서 업계 전체의 감시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대형 거래소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용자가 많은 대형 거래소는 은행과 제휴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여러 은행과 손잡으면 이용자 입장에서도 접근하기 편해져 고객이 더 몰릴 수 있다. 반면 중소 거래소는 제휴 은행을 늘리지 못하면 경쟁에서 더 밀릴 수 있다. 연구원은 이에 복수 은행 제휴를 한꺼번에 전면 허용하기보다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거래소는 여러 은행과 제휴하되 이용자는 그중 한 은행만 선택해 거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1거래소 2은행’처럼 제휴 은행 수를 제한하거나 중소 거래소부터 일정 기간 먼저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반려견 플랫폼 개발 빙자 노인들 속여 1600억 쓸어모은 일당 검거

    반려견 플랫폼 개발 빙자 노인들 속여 1600억 쓸어모은 일당 검거

    반려견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반려견 종합 플랫폼 업체를 개발하겠다며 노인들을 속여 16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가로챈 불법 다단계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반려견 플랫폼 개발사업을 빙자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 1664억원을 모은 일당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일당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투자 시 100일간 원금을 포함해 120~150% 수익을 가상화폐 코인으로 보장하는 등 투자자를 현혹해 투자금을 모은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2만2000여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려견 신원확인이 가능한 비문(코 주름)리더기 개발, 특정 가상화폐 코인의 대형거래소 상장하고 서울과 경기 화성, 충북 천안 등지에 반려견 테마파크 조성, PB상품 개발 및 판매 등 주요 사업을 홍보했다.그러나 이들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소개한 주요사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비문리더기는 비문 식별 기능이 없어 상품 가치가 없고, 테마파크는 부지확보를 못 하거나, 일부 확보한 부지는 수영장 등 영구건축물 시공이 불가능한 국가소유 임대 토지로 확인된 것이다. 1년간 16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집한 조직은 전국 62개 지점을 두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붙잡힌 피의자만 67명에 달했다. 경찰은 업체 대표 A씨(50대 초반) 등 주요 관련자 3명을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난달 구속했다. 특히 대표 A씨는 범행기간 전국 62개 다단계 판매 지점을 만들어 영업하며 1~199단계 판매원을 두고 총 5만여개의 계정을 모집했다. A씨는 투자금 일부를 회사 운영비와 고급 외제 승용차 구매 대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60대 이상 노인이나 전업주부가 많았다. 일부 피해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들 일당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단계 판매 조직과 수익률 확인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는 등 범행에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시민들의 반려견에 대한 관심도 증가와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악용한 사례”라며 “가상자산 이용 등 범죄뿐만 아니라 기타 불법 투자업체, 불법사금융 등 민생 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지속적인 단속과 불법 다단계 조직 수사를 강화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단독] ‘300% 수익’에 낚였다…코인 리딩방 검은 유혹

    [단독] ‘300% 수익’에 낚였다…코인 리딩방 검은 유혹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전 국민이 암호화폐 투자로 들썩였던 2017년과는 차원이 다른 열기다. 글로벌 기준 당시 1만 9783달러(약 2300만원)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6만 달러(약 6717만원)를 넘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품이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액이 코스피를 추월할 정도로 유동 자금이 몰리면서 범죄 표적의 위험도 높아졌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7월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기획 보도 이후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암호화폐 범죄 수익을 추적하는 공공플랫폼 ‘코인 셜록’(coinsherlock.seoul.co.kr)을 개설해 무료로 피해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하고 있다. 12일 기준 접수 건수는 150건(중복포함)으로, 이 중 51건의 암호화폐 범죄 피해 추적 보고서를 제공했다. 서울신문은 2회에 걸친 ‘추적! 코인 셜록’ 기획을 통해 범죄 피해 실상을 전한다. “상장만 되면 300% 이상 수익 보장합니다. 1달러일 때 담아 두세요!” ●알짜 정보·고수익 미끼… 투자금 공중분해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 박영미(50·여·가명)씨를 울린 코인 리딩방의 광고 문구다. 이 리딩방은 보안을 이유로 텔레그램에 개설됐다. 박씨는 암호화폐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 있는 ‘알짜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는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박씨는 가입비로 당시 약 100만원 상당의 2이더리움(ETH)을 내고 텔레그램 리딩방에서 운영자가 콕 찍어준 D코인 1500만원어치를 해외 장외거래소에서 매수했다. 그러나 해당 코인은 끝내 상장되지 않았다. 이후 시세마저 급락해 투자금 전체가 공중 분해됐다. 그가 가입한 리딩방도 폭파돼 사라졌다. ●불법 채굴 사이트까지… ‘코인 개미’ 피눈물 박씨는 지난해 8월 암호화폐 범죄피해 신고 플랫폼 ‘코인 셜록’에 피해 상황을 접수했다. 그가 가입비로 낸 이더리움을 추적한 결과 국내 대형거래소의 한 지갑으로 흘러갔고, 이를 단서로 리딩방 운영자를 고발했다. 코인 셜록은 지난해 7월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시리즈를 보도하며 암호화폐·다크웹 범죄 피해자들을 법률 지원하기 위해 블록체인 보안업체 웁살라시큐리티와 만든 공공 온라인 플랫폼이다. 박씨는 코인 셜록의 추적보고서를 경기도 A경찰서에 제출하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는 “어떻게 피해 내용을 증명할지 몰라 막막했지만 코인 셜록 지원을 통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며 “불법 리딩방 운영자가 꼭 처벌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암호화폐 시장은 주부·대학생들까지 투자에 뛰어들 정도로 ‘불장’이다.‘코인 개미’를 노린 리딩방, 지갑 해킹, 불법 채굴사이트 등 암호화폐 범죄도 다시 기승이다. 특히 개미 투자자를 노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리딩방 피해가 커지는 추세다. 리딩방은 운영자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특정 암호화폐의 매도·매수 타이밍을 추천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액의 가입비나 대리 투자, 투자금 탈취 등이 빈번해 사기 피해가 종종 발생한다. 리딩방은 암호화폐 투자의 변동성이 큰 반면 공시 정보는 많지 않은 비대칭성에 기생한다. 국내 4대 거래소 기준으로 상장된 암호화폐는 500여개에 달하지만 신뢰할 만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초보 투자자를 일컫는 ‘코린이’들은 리딩방의 현혹에 쉽게 빠진다. 암호화폐 시장은 등락폭 제한이 없어 최근 불장에서는 하루 수십~수백 퍼센트씩 등락한다. 정체불명의 리딩방마다 ‘하루 300% 수익률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배경이다. 불법 채굴사이트와 지갑 해킹 피해도 늘고 있다. 황진우(32·가명)씨는 암호화폐 채굴사이트에 가입했다가 1비트(BTC)를 절취당했다. 일정 금액을 내면 계정 등급에 따라 비트코인 채굴 수익을 지급한다는 불법 사이트를 믿고 가입비로 비트코인을 건넸지만, 입금 직후 사이트가 폐쇄됐다. 황씨는 “처음에 150만원을 내고 가입한 낮은 등급에서도 실제 30만원씩 수익이 발생해 믿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균(53·가명)씨도 거래소 지갑 해킹으로 470만원가량의 E코인을 도난당했다. 박정섭 웁살라시큐리티 연구원은 “개인 휴대전화가 해킹당해 거래소 지갑까지 뚫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2일 기준 코인 셜록의 피해 접수자는 20대와 30대가 전체의 63.0%로 가장 많았다. 평균 피해 금액은 약 6346만원이다. 60대의 평균 피해금액이 3억 2420만원으로 가장 컸다. 피해 유형으로는 금융피라미드 사기와 피싱 등이 절반이 넘는 67.6%에 달했다. 코인 셜록은 금융피라미드 사기와 거래소 불법행위, 다크웹 성착취물 범죄 수익금 추적 등 다양한 암호화폐 범죄 피해를 지원하고 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암호화폐 범죄 추적 보고서 제공합니다

    암호화폐 범죄 추적 보고서 제공합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지난 5일 해외 아동 성착취물(CP) 사이트에 국내 아동 음란물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크웹 거래자를 검거하기 위한 국제 공조수사에 착수했다. 2018년 8월 해외 CP 사이트에서 국내 대형거래소 지갑으로 0.01198BTC(비트코인 단위·약 13만원)가 송금된 사례가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서울신문 6월 29일자 9면> 서울신문은 지난달 8일부터 암호화폐를 악용한 다양한 디지털 범죄, 법·제도적 허점과 기술 생태계를 다룬 탐사 시리즈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본지 보도 이후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수사 요청이 이뤄졌습니다. 본지는 취재와 보도로 완결되는 기존의 저널리즘에서 나아가 암호화폐·다크웹 범죄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을 적극 환기하고자 합니다. 이 같은 취지로 서울신문과 블록체인 보안기업 웁살라시큐리티가 21일 출범한 공공 플랫폼이 ‘코인 셜록’(coinsherlock.seoul.co.kr)입니다. 코인 셜록은 디지털 자산 추적 전문가들이 참여해 금융 사기, 해킹·거래소 불법행위, 다크웹의 성착취물 범죄 수익 등에 대한 추적 보고서를 피해자에게 제공합니다. ‘암호화폐 범죄’와 ‘다크웹(성착취물) 범죄’의 피해자 본인이나 피해를 목격한 제3자도 코인 셜록에 제보할 수 있습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코인 셜록 플랫폼은 시민을 공론장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시민 저널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언론이 있는 사실을 발견해 보도하는 것을 넘어서 공공성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한국으로 코인 쏘는 성착취 사이트… ‘제2의 손정우’가 숨어 있다

    한국으로 코인 쏘는 성착취 사이트… ‘제2의 손정우’가 숨어 있다

    2018년 8월 해외 아동 성착취물(CP) 사이트에서 국내 한 대형거래소의 개인 지갑으로 0.01198BTC(비트코인 단위·약 13만원)가 유입된 사례가 포착됐다. 개인이 해외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로 암호화폐를 보낸 게 아니라 반대로 송금받은 정황으로 볼 때 국내 아동 성착취물 제공자가 대가로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블록체인 보안업체 S2W랩이 다크웹 범죄와 연관된 전자지갑 주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흘러들어 온 암호화폐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중 이 같은 사례가 발견됐다. 이 지갑에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외에도 400여건의 다른 주소에서 2.88BTC(약 3157만원)가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규모로 볼 때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거물급일 가능성도 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에서 국내의 개인 지갑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미뤄 단순 서비스 이용자보다는 (음란물) 제공자로 봐야 한다”며 “400곳에서 한 계좌로 모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됐을 가능성이 크고, 거래소 지갑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현금화한 주체가 국내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와 같은 CP 제공자일 가능성이 큰 만큼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와 S2W랩의 다크웹 범죄자금 분석 결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처음 개설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다크웹 범죄와 연관된 전자지갑 주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흘러들어 온 암호화폐 규모는 2918BTC로 335억원(이날 기준)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범죄와 연계된 800만개의 블랙리스트 지갑 주소 가운데 현재 거래가 활발하게 발생한 30만개 주소의 자금 이동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대부분 아동 성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 유통, 마약 거래, 카드 복제 등 범죄에 암호화폐를 악용한 경우였다.이번 분석을 위해 사용된 범죄 연관 지갑 블랙리스트는 한국과 미국 정부기관이 공유하고 있는 주소와 S2W랩의 자체 사이버 위협 분석 엔진인 ‘아이즈’로 수집한 주소들을 합친 것이다. 범죄자금 이동 경로도 다크웹 범죄자금 집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에 한해 3단계 거래까지만 분석했다. 이지원 S2W랩 상무는 “100단계 이상의 거래를 거쳐 국내 거래소로 유입된 사례도 봤다”면서 “범죄자금들은 수십회에 걸쳐 이동하고 비트코인 외 다양한 암호화폐를 거래에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범죄자금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자금으로 쓰인 암호화폐가 국내 거래소로 들어왔다는 건 범죄자가 국내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이들이 다크웹 범죄수익을 국내 거래소에서 실제 현금화했는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해 자금세탁을 위한 경로로 활용했는지는 파악이 어렵다. 이 상무는 “현재 거래자에 대한 정보는 거래소별로 단절돼 거래소와 거래소로 암호화폐가 이동하면 추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떠오른 조치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룰’ 제도화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AML) 방안의 일환으로, 쉽게 말해 여행을 하면서 돈을 어디서 얼마나 썼는지 기록하는 것처럼 특정 암호화폐가 어디를 거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범죄·테러자금의 이동 차단과 암호화폐 시장의 정화 작업을 위해서는 트래블룰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국내외 거래소를 수시로 오가는 암호화폐의 특성을 반영한 거래 내역과 정보가 유기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 이승현 S2W랩 수석연구원은 “내년에 시행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계기로 거래소와 수사기관 등의 기술적 공조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고도화된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할 방안도 정부가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 강화에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백남정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 기술 자문위원은 “다크웹에서 불법적으로 쓰이는 암호화폐는 추적을 피하고자 개인 간 거래나 브로커를 통한 장외거래(OTC) 등 우회로를 이용하기도 한다”면서 “거래소 규제를 강화해도 현금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국내 거래소가 고객확인의무(KYC)를 엄격하게 이행하고 거래소끼리 정보를 공유하더라도 해외 거래소나 중앙 관리 주체가 없는 작은 거래소까지는 공조가 어려울 수 있다”며 “물리적 제약이 없고 익명성이 강한 암호화폐에 대한 관리·감독에는 더 많은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코인 브로커 강남팀·홍대팀, 오늘도 청춘의 지갑 노린다

    코인 브로커 강남팀·홍대팀, 오늘도 청춘의 지갑 노린다

    강남팀·홍대팀으로 불리는 숨은 기획자카톡·인스타 등 통해 20~30대에 접근 신규 코인 언급하며 수십배 수익 약속 15억 피해 A씨 “이름 바꿔 활발 영업”“자신들을 홍대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역마다 강남팀, 강북팀도 따로 움직인다고 했어요.” 암호화폐 투자금 모집책으로 활동했던 A(33)씨는 2017년 그들을 처음 만나 1년여간 코인 사기 작업을 했다. 20~30대 남녀 각 2명으로 구성된 홍대팀은 A씨에게도 거래소 상장을 앞둔 신규 코인(암호화폐)을 대량 확보해 주겠다고 자신했다. ‘불장’(코인 시세 급등기)이 절정을 달리던 시점으로 최대 수십배 이상의 수익을 장담했다. 하지만 신규 코인은 약속한 물량의 4분의1밖에 받지 못했다. 지인들 돈까지 모아 홍대팀에 차용증 없이 넘긴 15억원은 휴지 조각이 됐다. A씨는 사기로 형사고소했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결별한 후 지금까지도 홍대팀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암호화폐 금융사기 사건에는 현재도 여러 개의 ‘홍대팀’이 활동하고 있다. 주 표적은 20~30대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벤처캐피탈(VC)사’ 혹은 ‘총판’으로 부른다. 홍대팀, 강남팀은 VC끼리 부르는 명칭이다. VC들은 현재도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홍대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에서 2030을 코인판에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400여개로 난립 중이다. A씨가 계약서나 차용증 없이 15억원을 건넬 수 있었던 건 홍대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A씨는 “불장기에 상장된 코인들마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 데다 홍대팀과 작업하면서 이들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 어치의 코인 수익을 나도 챙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비트코인을 필두로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VC의 영업 양상도 바뀌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촉이 체계화됐다고 말한다. 다단계 암호화폐 투자 업체인 ‘T사’의 VC들은 주로 텔레그램 방 운영자로 코인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청년들을 접촉한다.서울신문이 블록체인 보안전문업체 S2WLAB과 피해자들이 제보한 T사 관련자들의 전자지갑 주소 3개를 추적한 결과 투자금 일부가 국내 대형거래소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갑 3개의 거래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발생했다. 3개 지갑에 이더리움(암호화폐)으로 분산된 거래자금 규모는 현 시세로 118억원어치였다. 그러나 VC들이 암호화폐를 현금화했는지의 여부는 거래소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금융사기 피해자들의 투자 금액이 국내 거래소에 남아 있다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판결 결과에 따라 일부라도 피해 금액을 환수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수익 유혹에 전자지갑으로 코인 전송 “이거 다른 데 새나가면 우리 프로젝트 망하는건데, 진훈씨니까 믿고 알려 주는 거야. 절대 다른 곳에 이야기하면 안 돼.” 대기업 해외 영업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팀장으로 이직한 김진훈(38·가명)씨는 거래소의 공동대표였던 최모(30)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시세 조작을 준비 중인 신규 코인을 미리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최씨가 말한 대로라면 최소 두 배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김씨는 지난해 6월 1500만원어치의 이더리움 40개를 최씨가 알려준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그러나 김씨가 받은 코인은 상장 이후 폭락해 큰 손해만 봤다. 김씨는 “대표라는 사람이 설마 직원에게까지 사기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돈도 잃고 결국 직장도 퇴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는 업계에서 소문난 ‘VC’ 출신이다. 김씨는 최씨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인당 5만~10만원에 달하는 음식값을 척척 계산하면서 돈이 많다는 사실을 넌지시 노출했다. 김씨가 회식 자리에서 2차로 초대된 대표의 강남 아파트에는 명품백 10여개가 놓인 진열장이 있었다. 김씨는 “수천만원이 넘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고급차인 포르셰를 타고 다녔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의식 중에 ‘너도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세조작 투자는 피해 보상받기 어려워 대표 최씨는 그동안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을 자랑하곤 했다. 김씨는 “정보만 있으면 대표처럼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에 빠진 순간 최씨가 투자 정보를 흘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표가 한 말을 토씨 하나까지 기억한다. “나도 친구들도 수천만원씩 투자했어요. 오늘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김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현재도 거래소 대표인 최씨에 대한 고소(사기 혐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사건 이후 만나게 된 피해자들이 모두 최씨로부터 ‘너에게만 주는 정보’라는 똑같은 말을 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VC들의 먹잇감은 20~30대 젊은층이다. 오히려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 습득이 빠르고 그만큼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강렬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VC들은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미래를 앞세워 청년층을 현혹한다. 구태언 변호사는 “암호화폐 투자사나 거래소의 시세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투자하는 것은 투기나 도박과 마찬가지”라며 “피해를 입어도 법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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