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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정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美 우선주의, 中 다자주의 사이 한국

    [이혜정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美 우선주의, 中 다자주의 사이 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 침공과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 쿠바 봉쇄 및 가자 평화협정을 국제 평화에 대한 기여로 정당화했다. 인공지능(AI) 규제 요구는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사기’로 일축했고, 유엔 예산 삭감을 개혁으로 내세우며 국제형사재판소 등은 주권을 침해하는 ‘불량’ 국제기구로 맹비난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유엔의 국제적 리더십을 폐기하는 미 우선주의를 시행하고 있다면 러시아와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축으로 진영 대결을 시도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행보 및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서구 소수’ 제국주의 지배의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키며 비판했다. 또 글로벌 사우스와 이스트의 부상과 연대에 따른 다극화 국제질서의 도래를 주장하며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의 유럽 안보 질서 파괴와 우크라이나 ‘나치 정권’의 친러시아 지역 인권 탄압에 대한 대응으로 정당화했다. 아울러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독일과 일본이 군비 증강에 나선 점을 비판하면서 이들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에 반대하고 중국의 AI 관련 국제기구 창설 제안을 지지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와 국제법,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특히 정보(인지)전과 사이버 공격 등으로 영국 선거에 개입하는 위협 세력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강력한 반러시아 기조는 국내적으로 정보전 대응 강화, 국제적으로 러시아에 침공 비용을 강제하자는 호소 및 그 주도적 역할에 대한 천명으로 이어졌다. 프랑스와 중국은 보편적인 차원에서 지구적 문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해법을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문명과 야만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하며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반에서 힘이 정의가 되는 ‘숙명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전쟁과 주권 등에 대한 서구의 ‘이중 기준’을 비판하는 동시에 지구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글로벌 노스·사우스의 분열된 국제사회관 역시 거부했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 역시 2차대전 이후 유엔과 국제법 중심의 전후 질서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와 이란, 가자, 쿠바 문제 등의 해결을 촉구하면서 냉전적 인식과 진영 대결을 거부하고 문명 간 대화 및 다자주의를 국제질서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양국 간 차이도 존재한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 중심의 규칙 기반 무역 질서를 강조하고, 프랑스는 미중이 AI 관련 기술과 규범을 독점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미국이 국제질서 파괴의 주범으로 영국과 프랑스와 불화하고, 중국은 러시아의 반서구 진영 건설을 거부하고 다자주의와 경제적 세계화를 주창하며 AI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세상인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대외정책 전반의 최우선 기조로, 그리고 ‘서구’를 발전 모델이자 규범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중국은 부차적인 전략적 고려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외교로 과연 한국의 생존과 발전, 규범적 위상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빛바랜 ‘평화 중재자’… 차기 유엔 수장 누가 되든 ‘가시밭길’ [글로벌 인사이트]

    빛바랜 ‘평화 중재자’… 차기 유엔 수장 누가 되든 ‘가시밭길’ [글로벌 인사이트]

    81년 만에 첫 여성 리더 나오나3차 예비 투표 결과 1·2위 모두 여성순환 관례상 중남미 출신 후보 유력최대 과제는 세계 평화 유지러우·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속타 협의체들에 안보리 역할 빼앗겨텅 빈 곳간도 발등의 불예산 7% 줄고 직원 수는 19% 감축분담금 미납도 193개국 중 72개국 오는 12월 3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수장 선출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1945년 유엔 창설 이후 81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재 등록된 공식 후보 7명 중 확실한 유력 주자가 없는 가운데, 누가 수장이 되든 정치·재정적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유엔을 개혁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점차 심화하는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변화, 글로벌 보건 위기, 인공지능(AI)의 위협 속에서 국가 간 갈등을 중재하고 협력을 끌어낼 뛰어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비공개 예비 투표를 거쳐 단일 후보를 추천하면 총회가 최종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안보리의 3차 예비 투표에서 코스타리카 부통령 출신인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이 찬성 9표, 반대 5표, 의견 없음 1표로 선두에 올랐다. 캐럴린 로드리게스 버케트 주유엔 가이아나 대사는 찬성 8표, 반대 6표, 의견 없음 1표로 뒤를 이었다. 두 후보는 1·2차 투표에서 번갈아 1위를 차지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듯했으나, 3차 투표에서 모두 반대표가 늘며 대세를 확정 짓지는 못했다. 이 외에도 올라라 오투누 전 우간다 외무장관, 아르헨티나 출신의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등 총 7명이 경합 중이다. 후보 지명 절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막판에 새로운 인물이 참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종 후보로 추천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없어야 한다. 지역 순환 관례상 1991년 이후 수장을 배출하지 않은 중남미 출신 후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 후보들이 ‘유리천장’을 깰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차기 수장이 맞닥뜨린 최대 과제는 유엔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세계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다. 가자지구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제 평화와 안전 보장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안보리가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며 방관자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상임이사국 5개국이 수시로 거부권을 행사해 안보리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침략국인 러시아가 해당 사안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인도와 아프리카,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상임이사국에 권한이 집중된 안보리 구조가 21세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유엔 개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190여개국의 의지가 5개국의 변덕에 좌우되는 체제는 공정하지도 않고 신뢰를 구축할 수도 없다”며 “안보리는 ‘세계는 5개국보다 크다’는 원칙에 따라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요 7개국(G7),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른 다자 협의체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신임 총장은 유엔을 중립적이고 실질적인 국제 협력의 장으로 다져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다자주의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가자지구 재건을 명분으로 ‘평화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조직의 역할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엔의 안보·평화 유지 임무가 유명무실해지고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외교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텅 빈 곳간도 발등의 불이다. 올해 유엔 정규 예산은 34억 5000만 달러(약 4조 6900억원)로 지난해보다 약 7% 줄었고, 직원 수도 19% 감축됐다. 올해 7월 기준 분담금을 미납한 회원국은 193개국 중 72개국으로, 지난해 42개국에서 대폭 늘었다. 특히 정규 예산의 22%, 평화 유지 예산의 26%를 책임지는 최대 기여국 미국의 체납이 유엔의 재정 위기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유엔과 산하 기구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미국은 지난 15일 체납액 일부인 7억 2500만 달러를 납부했으나 여전히 정규 예산에서만 13억 1200만 달러가 밀려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 ‘유엔 80’ 개혁 전담 조직을 가동했지만, 긴축 모델만으로는 회원국의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유엔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엔 사무총장 만난 李대통령 “남북 평화롭게 공존 한반도 만들려 노력”

    유엔 사무총장 만난 李대통령 “남북 평화롭게 공존 한반도 만들려 노력”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한·유엔 협력 및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통령이 구테레쉬 사무총장을 면담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구테레쉬 사무총장은 “국제 평화와 안보, 지속 가능 개발, 기후 위기 대응 등 제반 분야에서 한국이 건설적으로 기여해오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다고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또 국제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유엔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수호하고 다자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구테레쉬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유엔의 지원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은 올해 유엔총회 주제인 ‘모두를 위한 성과를 내는 유엔’이 현실에서 가능함을 보여주는 산 증거”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유엔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국 정부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는 인식 아래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이 과정에서 유엔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구테레쉬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제반 외교정책,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유엔도 가능한 역할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 李대통령 “2027년부터 영화·영상산업에 8000억원 투자한다”

    李대통령 “2027년부터 영화·영상산업에 8000억원 투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대한민국과 프랑스가 영화, 영상산업 분야에 각각 5억 유로, 한화로 약 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약속을 담았다”며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인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선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세계 각국 문화 장관 및 국제기구 인사, 영화·영상계 전문가, 감독·배우 등 창작자 200여명이 참석하는 ‘뤼미에르 서밋’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의장으로 참석해 이같이 연설했다. 이 대통령은 개막식 연설에서 이번 이니셔티브에 대해 “영화·영상 산업의 번영과 상생을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제안하고 프랑스가 호응한 이 파트너십은 자국 영화, 영상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함께 양국의 공동투자와 공동제작으로 이어진다”며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파트너십이 양자 간의 관계를 넘고 세계로 확장돼 전 세계 영화, 영상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환히 비추는 빛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나운규의 ‘아리랑’이 개봉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바뀐 미디어 환경과 관객들의 행동 방식,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확산은 영화, 영상 제작과 소비 방식의 대변환을 촉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분명한 위기”라며 “그러나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분명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현재 극장 관람 횟수의 감소, AI 기술 발전, 독립영화의 다양성 등이 현재 영화·영상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이 영화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인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서 인간과 AI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독립영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더 많은 독립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새로운 실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창작 인재들이 쉼 없이 발굴되어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원천이 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과 다자주의적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도 독립영화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글로벌 영화·영상 생태계의 성장을 이끄는 데에 함께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도 연설에서 “오늘날 이러한(동영상) 콘텐츠가 창작되고, 제작되며, 소비되는 방식은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변화 중 그 어느 것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그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와 대한민국이 영화 및 동영상에 관한 최초의 국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자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미중 패권경쟁, 100년전과 닮은꼴‘군함·석유’ 대신 ‘반도체·AI’로 맞서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위기 불러극단주의·문화 충돌 ‘반작용’까지대공황·세계대전 필연적 역사 아냐‘불안한 번영’의 경고 외면한 대가중산층 경제·다자주의 질서 재정립‘자유주의 복원’으로 파국 막아야역사가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과 노동시장의 지형을 재편하며 화이트칼라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무역과 기술을 넘어 군사와 이념의 영역으로 확산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대상으로 부상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극우 정당과 포퓰리즘 세력이 주류 정치로 복귀하는 반면 미국 Z세대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과 기술 권력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변화들이 이제는 하나의 시대적 위기 속에서 얽히며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책 하나, 정치인 한 명을 탓하는 진단으로는 이 복잡한 국면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흐름의 끝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적 극단화, 패권 충돌이라는 낯설지 않은 궤적이 어른거린다. 낯선 시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닮은 시대를 찾아야 한다. 미래는 반복되지 않지만 구조는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이해하는 데 특히 유용한 시대적 나침반이 바로 1920년대다. ●美서 주목한 1910년대론·1930년대론 현재 미국 학계는 1920년대보다 1910년대와 1930년대에 더 주목한다. 예일대 교수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지금을 1차 세계대전 전야에 견준다. 강대국의 세력균형이 흔들리고 민족주의와 경제적·인종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다. 그는 지금의 다극화가 1914년 이전의 불안정한 세력균형과 닮았다고 본다. 존스홉킨스대 교수 할 브랜즈는 대공황과 파시즘이 부상한 1930년대를 지목한다. 그는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지금을 그 도전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읽는다. 두 견해는 서로 다른 시대를 호출하지만 국제질서의 불안정을 강대국 간 힘의 이동과 수정주의 세력의 도전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국제정치라는 단일 축만으로는 불평등과 독점, 금융 불안정, 문화적 충돌 같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위기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브랜즈의 1930년대론은 파시즘의 부상을 강조하지만 그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공황이라는 경제위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국제정치학은 강대국 간 힘의 재편을 설명하는 정교한 이론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부의 균열을 분석하는 축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 빠진 축을 채워 줄 역사적 참조점이 1920년대다. 미국에서 1920년대는 흔히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린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시대를 ‘재즈 시대(Jazz Age)’라고 명명하고 대중화했다. 유럽도 비슷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그린 파리와 드라마 ‘바빌론 베를린’이 재현한 베를린에서는 예술과 대중문화가 도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쟁 뒤 경제적 번영과 대량소비가 확산되고 도시문화는 새로운 해방감을 누렸다. 그러나 그 화려함 아래에서는 국제질서의 재편과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의 패권이 저물고 미국의 힘이 부상했지만 권력의 이양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워싱턴 해군군축조약과 국제연맹이 상징하듯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힘의 재배분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되고도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하며 패권국으로서의 책임을 주저했다. 지금의 미중 경쟁 역시 기존 패권국의 우위가 흔들리지만 신흥국이 기존 질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과도기라는 점에서 닮았다. 1920년대 군함과 석유를 둘러싼 경쟁의 자리에는 오늘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와 배터리가 놓여 있다.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유사성도 뚜렷하다.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20년대 말 다시 1차 세계대전 이전의 18~19% 수준에 이르렀다. 포드의 대량생산 체제 아래 ‘모델 T’가 대중 자동차로 자리잡으면서 소수의 거대 기업이 다수의 소비를 조직하는 산업 구조가 확립됐다. 할부 구매와 신용을 동원한 주식 투자가 확대됐고 과도한 부채와 투기는 금융 붕괴의 파괴력을 증폭시켰다. 피츠제럴드의 1925년작 ‘위대한 개츠비’가 화려함 아래 감춰진 공허를 그렸다면, ‘바빌론 베를린’은 그 이면의 정치를 보여 준다. 1929년 베를린의 재즈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동안 거리에서는 공산주의자와 극우 세력이 충돌했다. 미국에서도 재즈 시대의 열기는 이민 배척주의, KKK의 재부흥, 적색공포와 나란히 존재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로 모습을 드러낸 극우 세력도 전쟁의 상처와 경제 불안, 불평등, 민족주의가 결합하며 성장했다. 지금도 플랫폼과 AI 붐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 기업가치와 부의 집중은 1920년대를 연상시킨다. 동시에 예술과 문화는 인간의 정체성과 새로운 생활양식을 둘러싼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주의가 중산층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문화적 진보주의가 이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공동체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의 극우 정당 약진과 미국의 포퓰리즘 부상 속에서 인종과 이민, 젠더와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두 번의 전환이 겹친 시대 1920년대와 지금의 유사성을 관통하는 첫 번째 개념은 ‘패권전이’다. 강대국 간 힘의 배분이 재편될 때 기존 패권국은 쇠퇴하고 신흥국은 부상한다. 어느 쪽도 질서를 온전히 주도하지 못하는 과도기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두 시기는 모두 미완의 전환 국면에 서 있다. 국제질서에 패권전이가 있다면 자본주의 내부에도 정치와 경제의 국면 전환이 존재한다.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의 정치순환론은 1920년대가 미국 정치의 어떤 국면이었는지를 보여 주고, 피터 터친의 구조인구학 이론은 그 국면에 축적된 불평등과 엘리트 경쟁이 어떻게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다. 역사학자 슐레진저는 미국 정치가 ‘공적 목적’과 ‘사적 이익’ 사이를 한 세대 안팎의 주기로 오간다고 보았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1920년대는 진보주의 시대의 개혁이 후퇴하고 방임과 사적 이익이 지배한 국면이었다. 그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가 대공황을 거치며 뉴딜이라는 새로운 공적 목적을 불러냈다. 터친이 ‘종말의 시대(End Times)’에서 제시한 구조인구학 이론(Structural-Demographic Theory)으로 보면, 1920년대 미국은 기존 질서의 균열이 정치적 불안과 폭력으로 분출한 전환기였다. 진화생물학자 출신으로 역사동역학을 연구해 온 터친에 따르면 대중의 생활수준이 정체되는 가운데 엘리트 지망자가 늘어나고 한정된 지위와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 사회의 구조적 압력도 높아진다. 두 이론을 함께 읽으면 지금의 불안은 구조적 패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국제정치체제의 패권전이와 자본주의체제의 국면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며 임계점에 가까워지던 시대가 1920년대였다. 지금 그 두 전환이 다시 겹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1920년대가 주는 시대적 교훈 1920년대가 주는 진짜 교훈은 파국이 예정된 운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무솔리니의 1922년 로마 진군과 히틀러의 1923년 뮌헨 폭동은 파시즘의 부상을 알렸지만 아직 독재의 완성은 아니었다. 무솔리니의 일당독재는 1926년에야 확립됐고 히틀러의 뮌헨 폭동은 실패로 끝났다. 파시즘의 부상과 독재의 완성 사이에는 경로를 바꿀 시간이 있었다. 대공황도 필연은 아니었다. 1929년 주식시장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미국의 긴축적 대응은 경기침체를 악화시켰다. 이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높이면서 위기는 세계적 대공황으로 확산됐다. 세계대전의 발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38년 뮌헨협정에서 히틀러를 저지하는 대신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병합을 허용했다. 그러나 유화정책은 전쟁을 막지 못했고, 히틀러는 이듬해 체코슬로바키아를 해체한 뒤 폴란드를 침공했다. 1930년대의 파국은 경고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고를 거듭 외면하고 대응을 미룬 결과였다. 2020년대가 1920년대와 닮았다면 이 역사는 예언이 아니라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미리 바꾸라는 경고다. 현재와 같은 혼란 속에서 완성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자유주의의 복원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와 규범을 지켜야 한다. 경제에서는 자유주의를 시장방임과 동일시하지 않고 부의 집중을 완화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 사회적 이동성을 뒷받침하는 중산층 경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국제 정치에서는 강대국의 일방주의와 충돌을 완충할 국제기구의 조정 기능과 중견국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적 자유, 중산층 경제, 다자주의 국제질서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자유주의 질서다. 개츠비가 밤마다 바라보던 초록빛은 희망인 동시에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신기루였다. 1920년대의 사람들은 그 불빛을 좇느라 발밑에서 커지던 균열을 보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초록빛을 좇는 일이 아니다. 이미 도착한 역사의 경고 신호를 읽고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바꾸는 일이다. 1920년대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도 바로 그곳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DMUN 파운데이션, 유엔 국제조세협력 기본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참가

    DMUN 파운데이션, 유엔 국제조세협력 기본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참가

    DMUN 파운데이션이 지난 8월 3일부터 13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국제조세협력 기본협약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제5차 회기에 참석했다. DMUN 파운데이션은 청년 주도 국제 비정부기구(NGO)로, 2021년 설립 이후 162개국 이상 2만 7000여 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다자주의와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교육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유엔(UN)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수 국제기구의 참관인(옵서버) 또는 협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INC 제5차 회기에서 참가 자격을 공인받은 기구 중 대한민국에 등록된 단체로는 DMUN 파운데이션이 유일하다. 발언은 최재원 DMUN 파운데이션 의장이 맡았다. 최 의장은 유엔 아동ㆍ청소년 주요 그룹(UN MGCY)에서 국제조세협력 주제별 담당 대표(Thematic Focal Point)를 맡고 있다. 그는 “이 협약이 잘 만들어졌는지는 결국 협약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참여할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며 “초안을 보면 당사국총회와 보조 기관은 만들어 놓았는데, 정작 누가 그 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회기는 각국 대표단이 실제 조문을 놓고 협상한 첫 회기였다. 기본협약과 함께 국경 간 용역 소득 과세, 조세분쟁 예방ㆍ해결에 관한 두 조기 의정서까지 모두 문안이 올라왔다. 협상은 아프리카 그룹이 제안해 2025년에 시작됐고 2027년까지 이어진다.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 지속가능발전재원실(FSDO)이 사무국을 맡고 있다. DMUN이 가장 길게 발언한 대목은 이행 보조 기관을 두도록 한 제14조였다. 최 의장은 참관인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를 조문에 직접 써 넣을 것과 당사국과 참관인이 대표단을 구성할 때 성별 균형과 세대 간 연대,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도록 권고하는 문구를 넣을 것을 요구했다. 뒤의 요구는 청년 대표를 이해관계자 자리에만 두지 말고 각국 정부 대표단 안에 넣자는 제안이었다. 첫 종합 보고를 2035년으로 잡은 일정도 문제 삼아 매년 또는 2년마다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첫 검토 시점은 협약이 발효되는 때에 맞추자고 제안했다. 조세 정의를 위한 글로벌 연대(GATJ)가 조율한 시민사회 그룹도 같은 지적을 했다. 이어 제15조 논의에서는 국가별·산업군별·기업 규모별·소득 구간별·연령별·성별로 통계를 세분화해야 국제 조세 규범이 중소기업, 청년 창업가, 고용 및 국가 세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17조 사무국 운영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회의 안건과 문서를 사전에 충분히 배포하고, 유엔 공용어 사용 및 공개 아카이브 구축을 의무화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제2의정서 협상 과정에서는 분쟁 해결 절차의 중복이나 지연으로 인한 납세자 권익 침해를 방지할 안전장치 마련을 제안했다. 한편 기본협약 초안 및 2개 의정서에 대한 회원국과 공식 이해관계자의 서면 의견 접수는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6차 회기를 개최할 예정이며, DMUN 파운데이션 역시 참가 자격을 유지해 협상에 지속 참여할 방침이다.
  • [책꽂이]

    [책꽂이]

    중립은 힘이 세다(김성해 지음/개마고원)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와 일극체제 붕괴의 격랑 속에서, 막연한 이상이 아닌 절박한 현실로서 ‘중립’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책이다. 구한말부터 이어져 온 한반도 중립화 논의의 역사적 궤적을 살핀다. 저자는 미국의 패권이 저물고 다자주의가 등장하는 과정이라고 현재를 진단한다. 중립에 가장 큰 장애물인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남북이 각자의 주권을 행사하면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연합국 형태를 제시한다. 340쪽. 2만 2000원.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줄리아 리 지음/강예은·문지영 옮김/후마니타스) 하버드대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1992년 LA봉기 당시 사춘기 경험, 유색인 여성으로 미국 백인 사회에서 살아오며 겪은 인종주의의 상처와 해악을 되돌아본다. 흑백의 갈등과 계급 구조 속에서 겪은 자기혐오를 넘어,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진정한 인간 회복의 길을 모색한다. 320쪽. 1만 9000원. 한일 대중음악사(김성민 지음/글항아리) 1960년대 왜색 금지 검열의 시대부터 오늘날 K팝 아이돌이 도쿄돔에서 일본 대중가요를 열창하는 시대까지, 지난 70년에 걸친 한일 대중음악의 초국가적 교류사를 심도 있게 조명했다. 유사하면서도 이질적인 두 음악 세계가 상호 참조하고 갈등하며 변화해 온 과정을 ‘인식이 범주를 정한다’는 개념으로 파악한다.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대중의 욕망과 복잡한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을 면밀히 엮어내며 대중사와 음악 연구의 지평을 넓힌다. 368쪽. 2만 2000원.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이봉렬 지음/메디치미디어) 36년 차 현장 엔지니어이자 시민기자로 활동해 온 저자가 기초 원리부터 최신 쟁점까지 K-반도체 산업의 현장을 풀어낸 교양 입문서다. 웨이퍼 제작부터 테스트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8대 공정과 복잡한 글로벌 산업 지형도를 친근한 비유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수도권 일극체제의 구조적 리스크를 짚고, 호남권 산단 분산 배치 등 실효성 있는 국가적 대안을 제시하며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의 행간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384쪽. 2만 2000원.
  • 냉혹한 진영 갈등의 시대…한반도 영구 평화로 가는 제3의 길

    냉혹한 진영 갈등의 시대…한반도 영구 평화로 가는 제3의 길

    중립은 힘이 세다/김성해 지음/개마고원/340쪽/2만 2000원 세계는 동맹과 적의 냉혹한 진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 또한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시류 속에서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의 길을 대담하게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 패권 중심의 일극체제는 이미 저물고 국제사회는 다자주의가 대두하는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고 말한다. 이어 현시점에서의 막연한 이상론을 경계하며 가장 절박한 현실로서 ‘중립’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책은 과거의 역사부터 차분히 짚어가며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냉소와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허문다. 구한말 조선의 중립화 시도를 살피고 한국전쟁 직후 미소 양국에서 제기된 논의의 실상까지 면밀히 조명한다. 나아가 저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우호적 조건인 천시와 지리 및 인화를 기반으로 삼아 실천적 구상인 ‘평화의 계단’ 5단계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첫째 계단인 중립 캠페인을 시작으로 중립 외교와 DMZ 중립화 및 다자간 안보체제를 거치게 된다. 최종 단계에서는 남북이 당장 통일국가를 이루지 않고 각자의 주권을 온전히 행사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코리아연합국’이라는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은 분단과 갈등의 오랜 상처를 안은 채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책은 과거의 상처를 넘어 영구적인 평화를 이루어낼 가장 명쾌하고 실효성 있는 미래의 처방전을 과감히 펼친다.
  • 이 대통령 “한·브라질, 차세대 민항기 공동 개발·공급망 협력·K뷰티서 성과낼 것”

    이 대통령 “한·브라질, 차세대 민항기 공동 개발·공급망 협력·K뷰티서 성과낼 것”

    이재명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국과 브라질 간 경제 협력과 관련해 “앞으로 차세대 민항기 공동 개발을 포함해 핵심 광물 분야의 공급망 협력,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까지 이 세 가지 분야에서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양국의 기업인들이 힘을 모아준다면 한국과 브라질은 글로벌 항공 시장을 주도할 항공기 제조 강국이자 공급망 협력에 중요한 파트너, 그리고 나아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선도자로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에 대해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철광석 등 핵심 광물의 보고이자 수력·풍력·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바이오 에탄올 시장까지 선도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중소형 민항기 생산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의 독보적인 혁신 기술과 제조 역량,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 양국은 안정적인 공급망과 미래 산업을 함께 이끄는 최적의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한국과 브라질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것과 관련해 “양국이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발굴해 나가야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차세대 민항기 공동 개발과 공급망 협력, K뷰티라는 세 가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류재철 LG전자 대표,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문재영 HD건설기계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제라우두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은 환영사에서 “양국은 반도체와 조선, 바이오테크놀로지,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며 “메르코수르(남미 공동시장)와 대한민국의 관계도 앞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며 브라질은 이를 위한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라우두 부통령은 제조업 인프라 분야, 첨단산업, 소비재와 유통 분야 등 세 가지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공급망 협력을 앞으로 더욱 진전시키고 기술 이전과 엔지니어 교류도 더욱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일방적인 (미국의) 관세 조치와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브라질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공고한 두 국가로서 다자주의를 수호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전략적 협력 관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 한·브라질 정상회담…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국방 비밀정보 교환 공감대

    한·브라질 정상회담…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국방 비밀정보 교환 공감대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자원·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등 에너지 분야 협력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양국 정상은 올해를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저와 룰라 대통령님은 오늘 회담을 통해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난 2월 ‘4개년 행동계획’에 이어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양국 협력의 미래 비전을 더욱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경제와 안보 분야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뜻을 모았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에너지 협력 등 모두 7건의 MOU를 체결했다.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망,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효율 등 ‘에너지 협력 MOU’는 우리 기업의 브라질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기술 협력 MOU’는 공급망 기초요소, 바이오경제, 지속가능연료, 산업 탈탄소화, 저탄소·지속가능 소재, 첨단 전략산업(인공지능·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등 7개 분야 기술 협력을 촉진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양 정상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자원·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세계적인 핵심 광물 보유국”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저와 룰라 대통령님은 양국 기업과 기관 간 핵심 광물 공급망의 전 주기에 걸친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관계 기관 간 후속 협의를 통해 양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호혜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기반을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양 정상은 첨단·미래 산업 분야 협력 확대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 출범에 합의했고 ‘군사·국방 비밀정보 보호 및 교환에 관한 협정’을 추진해 국방과 방산 분야의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하반기 대한민국 공군이 도입하게 될 브라질의 C-390 수송기에 우리 기업들의 부품이 탑재된 것은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며 “이러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미래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상호 강점을 활용한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체결한 ‘우주 협력 MOU’는 민간 발사체 발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성 데이터 공유와 우주 탐사 등 우주 분야 전반의 협력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양국 정상은 한국 기업의 반도체 협력이 브라질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뒷받침하는 모범적인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양 정상은 ‘영화 협력 MOU’, ‘체육 협력 MOU’, ‘교육 분야 협력 각서’를 맺고 문화·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특히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안보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든든한 안보라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철학을 대통령님께 다시 한번 설명드렸으며 대통령님께서도 깊이 공감해 줬다”고 했다. 이어 “브라질은 중남미 비핵화를 선도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와 평화적 분쟁 해결을 일관되게 지지해 온 나라”라며 “오늘 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준 대통령님과 브라질 정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한국과 메르코수르(남미 공동시장) 간 무역협정 추진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에도 뜻을 모았다. 실제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 기업의 메르코수르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교역을 넘어 첨단 산업, 공급망, 디지털·그린 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며 양국이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로 함께 나아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룰라 대통령은 “오는 9월 알칸타라 발사 기지에서 양국이 새로운 발사체를 공동으로 발사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시면 좋겠다”며 깜짝 초청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제가 여기 와서 직접 보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어려우면 영상으로라도 직접 확인하겠다”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대통령님과 저 모두 굉장히 어렵게 자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학생 하나하나 또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님과 저희는 극단적인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을 이겨내기도 했고 또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는 대화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자주의와 평화, 개발이라는 이러한 것들은 협력에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그와 같은 정신 때문에 브라질과 대한민국은 손을 잡고 있다. 같이 갑시다”라며 한국과 이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 대통령 역시 소년공 경험을 언급하며 “내일 상파울루에서 대통령께서 젊은 시절 일했던 금속노조 사무실을 방문할 생각”이라며 “그곳에서 노동자의 현실을 잊지 않고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했던 룰라 대통령의 꿈을 한 번 더 생각해볼 것”이라고 화답했다.
  • ‘소년공’ 출신 두 대통령의 포옹과 손가락 하트…李대통령·룰라 정상회담

    ‘소년공’ 출신 두 대통령의 포옹과 손가락 하트…李대통령·룰라 정상회담

    브라질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140분간 정상회담하며 전례 없는 우의를 다졌다. 빨간색과 흰색·파란색 사선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과 연분홍 투피스를 입은 김혜경 여사가 이날 오전 대통령궁에 도착하자 중절모를 쓴 룰라 대통령과 호잔젤라 여사가 이들을 맞이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 포옹한 뒤 웃으며 대화했다. 이어 양 정상은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대화하며 관저로 이동했다. 양 정상은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포옹을 나누며 인사를 나눈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19세 때 금속 공장에서 일하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은 경험이 있다. 이 대통령도 소년공 시절 팔을 다친 바 있어 양 정상은 소년공 출신으로 각 국가의 정상에 올랐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친분을 쌓은 바 있다. 양국 정상 부부는 브라질 측에서 준비한 합창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영원한 우정, 그리고 공동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길 기원한다”고 썼다.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룰라 대통령은 “오는 9월 알칸타라 발사 기지에서 양국이 새로운 발사체를 공동으로 발사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시면 좋겠다”며 깜짝 초청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제가 여기 와서 직접 보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어려우면 영상으로라도 직접 확인하겠다”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대통령님과 저 모두 굉장히 어렵게 자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학생 하나하나 또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님과 저희는 극단적인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을 이겨내기도 했고 또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는 대화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자주의와 평화, 개발이라는 이러한 것들은 협력에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그와 같은 정신 때문에 브라질과 대한민국은 손을 잡고 있다. 같이 갑시다”라며 한국과 이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 대통령 역시 소년공 경험을 언급하며 “내일 상파울루에서 대통령께서 젊은 시절 일했던 금속노조 사무실을 방문할 생각”이라며 “그곳에서 노동자의 현실을 잊지 않고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했던 룰라 대통령의 꿈을 한 번 더 생각해볼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또다시 포옹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의 제안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미소 지으며 정상회담 일정을 마쳤다.
  • 250년 민주주의 뒤흔든 ‘트럼프 스톰’

    250년 민주주의 뒤흔든 ‘트럼프 스톰’

    견제·균형 잃은 ‘위기의 미국’ 직면폭우 속 건국기념 행사마저 ‘쇼’ 전락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4일(현지시간) 돌풍과 뇌우가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 열린 미 건국 250주년 행사는 냉전 종식 후 세계 유일 강국으로 군림해 왔던 미국이 스스로 만든 ‘위기의 폭풍’ 앞에 놓인 오늘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했다. 영국 절대 군주제를 거부하며 행정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추구했던 미국 민주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2기를 겪으며 심각한 형해화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250년 전 건국자들은 ‘군주 없는 나라’를 꿈꿨지만, 지금 미국의 모습은 정반대다. 칼럼니스트 마이클 허시는 지난 3일 미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국가적 단합의 장이어야 할 건국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위한 쇼로 변질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정 민주주의 국가를 전체주의적 개인숭배 국가로 전락시킨 것만이 아니다. 그는 건국자들이라면 수없이 탄핵 사유로 삼았을 법한 부패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견제와 균형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은 대외 정책에서는 ‘강압적 패권’으로 발현됐다.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직접 체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2월 말 중동전쟁을 전격 단행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폭사시키며 더 큰 충격을 줬다.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중동전쟁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패착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전쟁의 목적이었던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는 여전히 요원하고, 오히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막강한 전략적 지렛대를 선물로 준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을 통해 이란 정권이 더욱 강경하게 재편됐다며 테헤란에서 시작한 하메네이 장례식은 “더욱 공고해진 강경파 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대외 정책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다른 핵심 정책들도 하나둘 벽에 부딪히며 미국 사회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내린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위법·위헌으로 판단하며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양대 정책인 관세와 반이민 정책이 사법부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2기 행정부는 또 한 번 법적·절차적 난맥상을 드러내게 됐다. 이들 정책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마가의 실망’이 중간선거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는 ‘USA 250’ 조명이 켜지고,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이 성조기색 조명으로 물들며 전 세계가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축하하고 있지만, 세계인의 실제 속마음은 트럼프 체제 미국을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5월 36개국 성인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3%에 그쳤고,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응답도 57%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한국 응답자 가운데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고 답한 경우는 2022년 83%에서 올해 57%로 26% 포인트나 줄었다. 동맹국에는 위협을 서슴지 않는 약탈적 패권을, 국제사회에서는 다자주의 체제 탈퇴로 기존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계속하는 한 이 같은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는 “트럼프는 1기 때 공화당을 장악하지 못했고, 당시 공화당 지도층은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했다”며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2기 트럼프는 충성파가 함께 국정을 운영하고, 공화당은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묵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마감 후] 거장의 퇴장, 한 시대가 저물었다

    [마감 후] 거장의 퇴장, 한 시대가 저물었다

    지난 4월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타계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바젤리츠는 거꾸로 뒤집힌 그림으로, 호크니는 찬란한 수영장 그림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두 거장의 잇따른 부고에 한 지인은 “시대가 바뀌는 기분”이라며 “이제야 정말 21세기가 시작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두 사람 모두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의 정점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38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바젤리츠는 일곱 살이던 1945년, 연합국의 대공습으로 고향이 초토화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전쟁의 상흔은 그의 예술 세계를 지배했다. 모든 가치와 질서가 무너진 세상에서 세상을 똑바로 그릴 수는 없었을 터. 그는 캔버스를 180도 뒤집어 그리는 파격을 택했다. 바젤리츠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모든 독일 화가는 과거라는 노이로제를 앓고 있다. 전쟁과 전후 상황, 무엇보다 동독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나를 극심한 우울과 압박으로 몰아넣었고, 내 그림은 말하자면 일종의 전투와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전후 독일의 상실감과 무기력함을 군인과 부랑자의 형상으로 그려낸 ‘영웅’ 시리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왜곡된 신체를 거칠게 캔버스에 쏟아내는 것, 그것이 비극과 마주한 그만의 방식이었다. 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호크니 역시 전쟁의 어둠 속에서 자랐다. 그는 나치 독일의 무차별적인 공습을 받던 유년 시절의 공포가 “평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의 가장 오래된 기억 또한 밤마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방공호로 대피하고, 어머니와 함께 숨죽여 떨던 순간이다. 이후 잿빛 도시 브래드퍼드를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그는 눈부신 햇살과 자연의 강렬한 색채를 캔버스, 그리고 아이패드에 담아냈다. 평론가들은 그가 이토록 찬란한 색채에 집착한 이유를 유년 시절의 결핍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하곤 한다. 바젤리츠가 뒤집힌 세계를 통해 폭력성을 폭로했다면, 호크니는 캔버스에 빛을 가득 채워 그 어둠을 몰아냈다. 지인의 말대로 두 사람의 퇴장은 한 시대의 거대한 막이 내렸음을 실감케 한다. 미술가 박보나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어느 날 장미가 사라졌다’에서 상실의 시대에 감각을 깨우는 것은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름다운 가치와 감각의 회복을 이야기하기에 예술은 더없이 적합하다. 예술을 통한 사유와 상상이 실제의 얄팍한 균열을 찾아내고 지금과는 다른 질서를 꿈꾸도록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단극화에서 다극화로, 미국 중심주의에서 다자주의로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혼돈의 시대다. 그럼에도 예술은,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들은 분명 어디선가 또 다른 질서를 꿈꾸고 있다고 믿는다. 비극의 잿빛 속에서 예술을 길어 올렸던 두 거장처럼 곧 새로운 막을 열고 등장할 그들을 기대해 본다. 윤수경 문화체육부 기자(차장급)
  •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 “유엔이 뭔지 몰라… 청년에 문 열고 개혁해야”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 “유엔이 뭔지 몰라… 청년에 문 열고 개혁해야”

    “유엔이 뭐야, 유엔이 한게 뭐야.” 25일 제주포럼에서 열린 차기 유엔사무총장 대담은 후보들의 비전을 검증하는 실험대가 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유엔의 현주소를 묻는 자조섞인 목소리와 함께 청년세대들을 위한 유엔의 역할을 고민하는 토론의 장이 돼 관심을 끌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유엔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전쟁과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불평등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제주 서귀포 표선해비치호텔에서 열린 특별세션 ‘다자주의 재구상(Reinventing Multilateralism)’ 주제로 열린 대담에는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전 유엔총회 의장,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캐롤린 로드리게스 버케트 주유엔(UN) 가이아나 대사,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등이 참석해 유엔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후보들은 현재 유엔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국제사회의 분열과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 약화를 꼽았다. 레베카 그린스판 후보는 “오늘날 문제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대응은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다”며 “기후위기와 AI, 보건, 경제 문제는 따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국가와 국제기구,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5년 유엔 창설 당시와 달리 오늘날에는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가 막대한 역량을 갖고 있다”며 “유엔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들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개혁과 재정 위기 해법도 주요 화두였다. 캐롤린 로드리게스 버케트 후보는 “80년 된 조직인 유엔은 일회성 개혁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과 적응이 필요하다”며 “모든 개혁은 정치적 판단이 아닌 증거와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는 유엔의 본질적 역할인 분쟁 예방과 중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후보는 “어떤 분쟁도 다른 분쟁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며 “민간인이 고통받는 곳이라면 어디든 유엔이 조기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무력 충돌을 겪고 있다”며 “유엔은 예방 중심의 접근으로 더 일찍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그로시 후보는 핵 확산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80년 전 유엔이 탄생한 이유 중 하나가 핵무기의 참혹함 때문이었지만 오늘날 핵 위협은 다시 커지고 있다”며 “북한 문제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핵확산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청년과 미래 세대의 역할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버케트 후보는 AI 거버넌스와 관련해 “청년들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라며 “유엔 조직 내부에 더 많은 청년들이 진출해야 하고, 유엔이 추진하는 모든 정책 과정에도 청년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청년사무국 설립 당시 전 세계 350명의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제도 설계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소개하며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대는 청년들”이라며 “청년들을 상징적으로 참여시키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의 중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유엔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자문도 이어졌다. 버케트 후보는 “유엔은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역할과 성과를 제대로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 항공 규칙과 식품 안전 기준, 교육과 인도주의 지원 등 우리의 일상 곳곳에 유엔이 존재하지만 이를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며 “유엔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키 살 전 대통령 역시 “청년들이 유엔을 신뢰하려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엔은 더욱 투명해지고 미래 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은 한결같이 전쟁과 기후위기,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유엔이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면 더 개방적이고 더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해야 하고 그 중심에는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청년들에게 문을 열지 않는 유엔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담에 앞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내년 1월 새 지도부는 역사적인 규모의 도전에 직면한 유엔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며 “유엔은 심각한 재정 위기와 신뢰 위기,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 분쟁과 미국·이란 간 긴장, 기후위기, 인공지능(AI) 확산 등을 대표적 글로벌 현안으로 꼽으며 “차기 사무총장은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유엔이 여전히 세계 시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사에 나선 조현 외교부 장관은 “20년 전에도 중동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있었지만 오늘날 국제사회는 더욱 복잡하고 분열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가 갈라질수록 유엔은 오히려 점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기 사무총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유엔을 다시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유엔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다시 체감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이 대통령 “서로 싸울 필요 없는 ‘진정한 평화’ 위해 ‘적극적 평화’ 이야기해야”

    이 대통령 “서로 싸울 필요 없는 ‘진정한 평화’ 위해 ‘적극적 평화’ 이야기해야”

    세계 평화와 국제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제21회 제주포럼이 25일 표선 해비치호텔에서 개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무역, 기후위기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과제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섬 제주는 역사의 깊은 상처를 화해와 상생의 가치로 승화시키며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제주도민들은 냉전시대 이념 갈등으로 엄청난 희생을 겪었음에도 서로 간의 신뢰를 잃지 않았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공동체 복원과 치유의 전 과정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에서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온 제주포럼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충돌이 이어지는 오늘날,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AI), 무역, 기후위기 등 지금 세계가 직면한 도전들은 결코 한두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 해결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서로 연대하고 유연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기존 국제질서의 공백을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가 간 연대는 분야별로 유엔과의 건설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이 제주포럼에서 제시할 국제평화와 안보 비전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갈등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을 선도하며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역할과 기여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제주포럼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Reinventing Cooperation in the Age of Fragmentation)’을 주제로 27일까지 열린다. 전·현직 국가 지도자와 국제기구 관계자, 석학들이 참석해 세계 질서 변화와 다자주의의 미래를 논의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지난 21년간 제주가 걸어온 평화의 여정은 이제 더 넓은 협력의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외교부와 처음 공동 개최하는 올해 제주포럼은 국가와 지방,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대한민국 대표 평화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히 연결돼 있지만 역설적으로 더 깊은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며 “장기화된 전쟁과 지역 분쟁, 기후위기, AI 기술 발전은 새로운 협력의 틀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형식적인 협력이 아닌 국경과 이념, 세대와 지역을 넘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포용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바로 올해 제주포럼이 말하는 협력의 재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또 “4·3의 아픔을 극복해 온 제주는 언제나 대립보다 상생을, 갈등보다 협력의 길을 선택해 왔다”며 “세계가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 제주는 협력의 시대를 열고, 세계가 갈등의 언어에 익숙해진다면 제주는 공존의 언어를 먼저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 5명이 참여하는 특별대담이 마련돼 다자주의의 미래와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또한 경제·보건·에너지·관광 분야 국제협력, 기후변화 대응, 평화·인권 의제 등을 다루는 다양한 세션도 진행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분쟁과 분열이 심화되면서 국제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다자주의를 재건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도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자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만으로는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세계의 분열과 파편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다”라며 “더 많은 국가가 국제질서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민주화의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 발전과 인적 교류 확대, 팬데믹과 기후위기 같은 초국경적 위협은 국제협력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며 “분열과 통합이 공존하는 시대에 새로운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협력 재구상’ 제주포럼 개막…李 대통령 “국제협력 선도할 것”

    ‘협력 재구상’ 제주포럼 개막…李 대통령 “국제협력 선도할 것”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이 25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렸다.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는 올해 포럼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대주제로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세계 각국 및 국제기구 전·현직 지도자와 고위 인사, 학계·시민사회 전문가 등 4500여명이 참석해 68개 세션에서 국제 현안을 논의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축사에서 “지금 세계가 직면한 도전들은 결코 한두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 해결 역량이 있는 국가들이 유연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때 기존 국제질서의 공백을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제주포럼과 같은 계기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을 선도하는 등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역할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개회사에서 “세계가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 제주는 협력의 시대를 열고, 세계가 갈등의 언어에 익숙해진다면 제주는 공존의 언어를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축사에서 오늘날의 다자주의는 더 연결되고 포용적이며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한국과 슬로베니아 같은 중견국이 다자주의 수호와 소다자주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거버넌스에서 역할을 확대해 분절화되는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분절화된 국제질서가 구조적 현실로 자리 잡았다며 공급망 다변화, 국제법과 규범 수호, 글로벌 사우스 역량 강화, 다자주의 개혁 등을 새로운 협력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 지도자 세션,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 다자주의 재구상 세션, 이란 전쟁 이후 중동 평화 구축 세션 등이 진행된다.
  • [단독] UN사무총장 후보, 김포공항에 장시간 대기… 제주포럼 귀빈 영접 ‘외교 결례’ 도마에

    [단독] UN사무총장 후보, 김포공항에 장시간 대기… 제주포럼 귀빈 영접 ‘외교 결례’ 도마에

    제주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캐롤린 로드리게스 버케트 주유엔(UN) 가이아나 대사(차기 유엔사무총장 후보)가 김포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가 도마에 올랐다. 24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포럼 참석차 입국한 가이아나 주UN대사는 이날 오전 6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했지만 제주행 항공편이 오후 1시 10분으로 예정돼 있어 약 7시간 동안 공항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버케트 대사는 5명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와 달리 뒤늦게 후보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귀빈 영접 업무를 맡은 대행사 측이 대사와 수행원 등 일행 3명이 항공기에 탑승할 때까지 의전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는 점이다. 익명의 제보자 A씨는 “국제적 행사에 귀빈을 모셨으면 비행기를 타는 것까지 꼼꼼히 챙겼어야 했다”며 “외국 귀빈이 장시간 공항에 머무는데 누가 곁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식사나 이동 등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대사는 공항 내를 오가며 시간을 보냈고, 식사는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직접 빵을 구매해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보자는 “제주 도착 이후 영접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제주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의 이동 동선까지 꼼꼼히 챙겼어야 했다”며 “이런 세부적인 부분까지 챙길 때 국제행사의 품격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포럼에는 가이아나 대사 외에도 전·현직 각국 장관급 인사와 국제기구 관계자, 고위 외교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전 전문가들은 “귀빈이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행 인력이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국제 의전”이라며 “내년 행사부터는 공항 영접부터 출국까지 전 과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사 일행은 항공편을 앞당기기 위해 항공권 변경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성수기 항공편 만석 등으로 쉽지 않아 예정대로 오후 1시 15분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5일 공식 개막하는 제주포럼에는 버케트 대사 외에도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전 유엔총회의장 등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 5명이 참석해 ‘다자주의 재구상’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진행한다.
  • 李대통령, 유럽 순방 마치고 귀국… 외교 지평 확대·글로벌 위상 강화 성과

    李대통령, 유럽 순방 마치고 귀국… 외교 지평 확대·글로벌 위상 강화 성과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8박 10일간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정부 출범 2년 차 첫 정상 외교를 마무리했다. 출범 1년 차에 한국의 국제사회 복귀를 알리고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정상 외교를 재가동하는 데 주력했던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국가 위상을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 환영 행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이 자리했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할 당시 환송 행사에 김 총리는 참석했으나 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불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 G7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공급망, 균형 성장,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관련 의제를 주도할 의지를 표명했다. 국제 사회가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함으로써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 등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태 지역 내 에너지 수입국이 정보 공유, 조기 경보, 비상 시 협력, 공급망 안정화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금년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받아 참석한 것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벨기에, 이탈리아와 정상회담을 통해 대유럽 외교와 경제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EU와는 안보·방위·교역·투자·과학기술·인적교류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디지털 통상 협정도 체결했다. 이탈리아와는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으며, 벨기에와는 중소기업·벤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G7 정상회의 계기에는 캐나다·독일·케냐와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인도·브라질 등의 정상과는 환담을 나누면서 정상 간 친분과 신뢰를 다지고 양국 간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 사회의 지지와 역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첫 교황청 방문을 계기로 한 특별 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의 선순환’을 강조했고,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며 대화와 화해·협력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G7 참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중동 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고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자주의·자유무역 질서의 퇴조,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 등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제 사회의 지지를 토대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전망이다. 오 차장은 “정부는 작년 APEC 의장국 수임에 이어 G7 정상회의 2년 연속 참여, 그리고 2028년 G20 의장 수임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외교 일정을 통해 G7 플러스를 지향하는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李대통령 “이탈리아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났어야…새로운 협력 틀 필요”

    李대통령 “이탈리아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났어야…새로운 협력 틀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한국과 이탈리아 관계에 대해 “새로운 협력의 틀 마련이 필요한 것 같으며 그래서 양자 관계 발전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로마에 위치한 총리 영빈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오찬 확대회담에서 “우리는 서로 보완적 관계이고 우리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범 기반 국제 질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난번에도 서로 논의했는데 자유무역, 다자주의 등 분야에서 협력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국방, 인공위성·우주, 첨단산업 분야 등과 관련 세부적인 논의를 했는데 이를 통해 서로에게 더 힘이 되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와 한국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유사하고 서로 잘 어울린다”고 했다. 멜로니 총리가 모두 발언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 승리를 축하한 데 대해 “이탈리아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났어야 했는데 아쉽다”고도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을 환영한다”며 “올해 1월 방한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이 5개월 만에 이탈리아를 첫 국빈으로 방문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 작동을 멈춘 패권 질서… 한국 외교가 가야 할 길

    작동을 멈춘 패권 질서… 한국 외교가 가야 할 길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이에 맞서 급부상하는 중국, 브릭스(BRICS) 등의 거대한 격돌 속에서 과거의 외교 공식은 이미 작동을 멈췄다. 한 세기 넘게 공고하게 작동하던 외교 공식들이 무력화한 각자도생의 ‘정글’ 속에서 한국에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해 화제가 됐던 책 ‘짱깨주의의 탄생’ 저자이자 미중관계사 전문가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국제질서의 거대한 격변기 속 한국의 생존 조건과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한다. 김 교수는 위기 속 ‘틈’을 발견한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뻗쳤던 힘이 예전에 비해 조금씩 빠져가고, 중국은 미국의 폭력적 행동에 함께 대응할 친구를 구하고 있는 현 상황을 주시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함으로써 만들어진 무질서의 시대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며 “결국 배의 방향은 유럽과 아세안,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합종연횡하며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무질서 시대는 주권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이 극대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발 빠른 나라들은 이 전략적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해 국익을 극대화하고 국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 실제로 캐나다는 경제와 안보 주권을 다시 세우고 있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 극대화, 싱가포르는 금융 국가 위상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다음 미래 먹거리 준비를 해나간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의 오지’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세계는 단극에서 다극화로, 미국 중심주의에서 다자주의로 변하고, 글로벌 공급망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며 10가지 핵심 어젠다를 제시한다. 10가지 키워드는 관세, 국내 경기와 물가, 탈달러, 희토류, 교통로, 혁신, 군사력, 유럽의 선택, 국가 간 민주주의, 핵우산 등이다. 이어 낡은 진영 논리와 이데올로기 차원의 편견을 걷어내고 이 10가지를 따라가다 보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안개 속에서 진정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어 “무질서의 시대는 국제정치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다수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유능한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 국가가 효율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가 책의 제목을 윤석열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둔 국회 앞 도로에서 울려 퍼졌던 소녀시대의 곡 ‘다시 만난 세계’로 정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교의 방향을 국민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중심으로 전환하는 ‘외교의 국민주권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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