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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벨룽의 반지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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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AI 연출과 콘서트 오페라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AI 연출과 콘서트 오페라

    올해는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전막 초연된 지 150년이 되는 해다. 전체 4부작으로 총 연주 시간이 15시간에 달하는 이 음악극은 종합예술작품을 지향한 바그너의 예술적 정수라고 불린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바그너가 건립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페스티벌로 바그너의 오페라만을 무대에 올린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여느 오페라극장과는 다르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무대 앞의 피트는 깊숙이 파여있고 일부가 덮여있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무대와 객석의 독특한 구조를 거쳐 신비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바그너는 귀족들이 오페라는 보지 않고 잡담을 나누거나 이성을 훔쳐보던 박스석을 없애고 모든 관객이 무대를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대의 관객들에겐 어려움도 있다. 딱딱한 의자나 좁은 좌석 간 거리는 여전히 개선이 어렵고, 에어컨도 없으니 요즘처럼 폭염이 닥치기라도 하면 관람환경은 끔찍해진다. 바그너 작품의 매력, 아니 마력이 아니면 이 페스티벌의 인기는 설명이 어렵다. 올해 ‘반지’ 프로덕션의 정식 제목은 ‘니벨룽의 반지 10010110’였다. 이 숫자는 150을 이진수로 표현한 것으로, 전 세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를 연출에 활용한 것을 의미했다. 원래는 한 차례만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삭감으로 일부 오페라가 취소되면서 두 사이클이 추가돼 결과적으로 세 차례 공연되었다. 연출자는 따로 없이 큐레이터와 비주얼 아티스트가 150년간 바이로이트의 ‘반지’ 공연 이미지와 역사적 사건들을 AI에게 활용하도록 했고, AI는 이를 바탕으로 공연 중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영상을 생성해 무대 전면의 거대한 스크린에 투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에서 보러 간 애호가들이나 해외의 비평가들 모두 혹평을 보냈다. 영상들은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훌륭한 음악과 뒤섞이지 못하고 따로 놀았으며, 관객이 음악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한다. 공연 후 기립박수를 받은 음악가와 달리 무대 위에 오른 제작진은 야유를 받았다. 오페라 연출에서 AI 도입이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술이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이 더한다고 더 풍부한 예술 경험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이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콘서트 오페라의 의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콘서트 오페라는 무대를 덜어내고 연기와 의상은 최소화하고 음악에 최대한 집중한다. 관객은 음악과 언어에 몰입하며 자신의 상상력으로 시각적 무대 너머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콘서트 오페라는 세트 제작이나 인건비를 아끼고 연습 기간을 단축시키며 한두 번만의 공연도 가능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국공립 콘서트홀이나 오케스트라라면 음악의 다양성 확보 면에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콘서트 오페라를 시도하면 어떨까. 콘서트 오페라도 오페라다.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 사무엘 윤·최인식·김기훈의 힘… ‘니벨룽의 반지’ 압축한 완벽한 요약본

    사무엘 윤·최인식·김기훈의 힘… ‘니벨룽의 반지’ 압축한 완벽한 요약본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니벨룽의 반지’는 무대에 올리는 일 자체가 사건이다. 26년에 걸쳐 완성한 4부작을 다 듣는 데만 16시간이 걸린다. 1876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전막이 초연된 지 150년이 흘렀지만 국내에서 전막을 온전히 만나기란 여전히 어렵다.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1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하이라이트 콘서트는 그 간극을 파고들었다. 각 부를 50분 안팎으로 압축해 3시간 45분(인터미션 20분 포함)에 담았다. 신들이 황금 반지를 손에 넣는 1부 ‘라인의 황금’부터 그 반지가 신들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4부 ‘신들의 황혼’까지, 인과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게 서사의 뼈대를 잘 살렸다.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왔다. 기획자인 바리톤 사무엘 윤(알베리히·하겐)을 비롯해 바리톤 최인식(보탄·방랑자)·김기훈(도너·군터), 테너 김재형(지그프리트), 소프라노 이명주(브륀힐데)·김은희(지글린데) 등 성악가 14명은 무대 장식 없는 2D형 공연에 생생한 연기를 가미해 3D로 만들었다. 99인조 오케스트라를 이끈 아드리앙 페뤼송은 공연 내내 서서 지휘하면서도 입 모양으로 노래를 따라 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사무엘 윤은 ‘명불허전’이었다. 1부에서 알베리히 역할을 할 때는 재킷을 벗어 머리에 뒤집어쓰고 쪼그려 앉아 두꺼비 흉내를 내며 객석에서 웃음을 끌어냈다. 4부의 하겐은 정반대였다. 무대 좌우를 오가며 지그프리트와 군터, 브륀힐데, 구트루네(김지원)를 파멸로 몰아넣는 교활함, 그 자체였다. 알베리히와 하겐은 부자지간이다. 아버지가 반지에 건 저주가 아들의 몸을 빌려 실현되는 과정을 같은 목소리로 풀어내며 탄탄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최인식과 김기훈은 엄청난 성량과 또렷한 발성으로 유럽 극장들이 아끼는 바리톤이라는 그들의 명성을 입증했다. “관악기 소리가 워낙 커서 성악가의 성량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던 김기훈의 소리는 대편성 오케스트라 앞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4부 마지막 지그프리트를 화장(火葬)하는 장면은 공연장 전체에 붉은 조명이 켜지며 분위기를 최대치로 올렸다. 오케스트라가 불안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부 ‘발퀴레’에 등장해 4부까지 이어지는 ‘발퀴레의 기행’ 선율은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유도 동기여서 정확한 재현이 필수인데, 관 파트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발퀴레의 기행’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지옥의 묵시록’(1979)에서 활용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가장 유명한 곡에서 생긴 균열은 성악이 제 몫을 다했기에 더욱 아쉽다. 최인식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두고 “가수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모든 조건이 블렌딩돼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의 결과는 그 말의 정확한 증명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은 것은 분명하다. 바이로이트에서 알베리히를 불러온 사무엘 윤, 쾰른에서 ‘반지’ 전편을 소화한 최인식, 올해 베를린 필하모닉과 ‘라인의 황금’을 부른 김기훈, 김재형과 이명주까지 각자 유럽에서 쌓은 이력이 한자리에 모여 대작을 완성한 것은 초연 15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이었다고 할 만하다. 완벽한 요약본을 읽었으니 남은 것은 원본을 감상하는 일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1부 ‘라인의 황금’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공연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 두 남자, 바그너의 ‘반지’를 깨우다

    두 남자, 바그너의 ‘반지’를 깨우다

    보탄·방랑자 역 맡은 최인식바그너 오페라에 동양인 캐스팅노래로 문제없다는 것 인정받아도너·군터 역 맡은 김기훈같은 스승에 배운 연세대 선후배 다음엔 함께 주연으로 서고 싶어 “처음에는 솔직히 지루했거든요. 음악을 접해 보니 웅장함에 매료됐어요. 이러니 사람들이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에 가는구나 싶었습니다.”(바리톤 김기훈) “가수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모든 조건이 잘 섞여야 시너지가 납니다. 독일 쾰른에서 한 시리즈를 한국에서 다시 해볼 수 있어 감사하죠.”(바리톤 최인식) 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반지) 전막 초연 150주년 기념 하이라이트 콘서트가 8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1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반지’는 신들과 니벨룽족, 인간 영웅이 뒤엉켜 신들이 몰락하고 인간 시대가 열리는 과정을 그렸다. 15시간 4부작을 235분에 담은 이번 공연은 무대와 연출을 덜어낸 연주회 형식으로, 지휘자 아드리앵 페뤼숑과 부천필하모닉에 ‘바이로이트의 영웅’ 바리톤 사무엘 윤(알베리히·하겐), 소프라노 이명주(브륀힐데) 등 믿고 들을 성악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최인식(37)과 김기훈(35)이 가세한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최인식은 자신이 연기하는 보탄과 방랑자에 대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발퀴레’(2부) 3막 ‘보탄의 고별’을 가장 좋아한다며 “서른 해쯤 뒤 나이 들어도 노래하는 게 꿈인데 그때 꼭 다시 부르고 싶은 곡”이라고 덧붙였다. 도너와 군터를 연기하는 김기훈은 두 배역을 ‘어리석음’으로 묶었다. “천둥의 신 도너는 힘으로만 해결하려니 우둔해 보이고, 군터는 이복형제 하겐에게 이용당한다”며 “지크프리트의 배신을 알고 복수심에 불타는 삼중창을 봐달라”고 했다. 김기훈은 올해 초 키릴 페트렌코의 베를린 필하모닉과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8번 ‘천인’을,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라인의 황금’(1부)을 협연했다. 최인식은 2015년부터 쾰른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2017년부터 매년 ‘반지’ 축약판으로 전편을 공연한 경험이 있다.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에선 보탄, ‘지크프리트’(3부)에선 방랑자, ‘신들의 황혼’(4부)에선 알베리히를 맡았다. 동양인이 바그너의 신을 노래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독일인의 자존심 같은 바그너의 인물을 동양인에게 맡기는 건 큰 결정”(김기훈)이라면서 “그림이 안 맞을 순 있지만 노래로는 문제없다는 뜻”(최인식)이다. 극장 전속과 프리랜서로 걸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의 연은 누구보다 끈끈하다. 연세대 성악과 09·10학번으로 김관동 교수를 사사했고, 학교 오페라 ‘라보엠’에선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했다. 최인식이 쾰른에서 이력을 쌓는 사이 김기훈은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오디션 없이 캐스팅되는’ 가수가 됐다. 앞으로도 둘은 바그너와 베르디를 오간다. “악기(목소리)가 준비되지 않아 베르디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최인식은 다음 시즌 ‘리골레토’와 ‘맥베스’ 무대에 오르며 레퍼토리를 넓혀간다. “베르디에 특화한 바리톤”인 김기훈은 내년 도르트문트 ‘탄호이저’ 볼프람으로 바그너 주역에 데뷔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보엠’, 덴마크 왕립오페라 ‘팔스타프’도 준비한다. 인터뷰 전부터 음악에 대한 얘기를 끊임없이 나누던 이들은 서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기훈은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 나도 저래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분”이라 했고, 최인식은 “성량은 물론 섬세하고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는 가수”라고 화답했다. 레퍼토리가 겹쳐 주역으로 함께 서기 힘든 둘의 꿈은 같다. “둘 다 주연으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마음 맞으면 눈빛만 봐도 알거든요.”(김기훈) “같이 서면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최인식)
  • 이 가을, 놓치면 후회할 오페라가 몰려온다

    이 가을, 놓치면 후회할 오페라가 몰려온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진귀한 오페라 공연이 10월의 가을밤을 풍성하게 수놓는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오페라 축제인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가 처음으로 내한하고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가 국내 초연 45년 만에 전막 공연된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한강 노들섬 야외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기존 오페라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다채로운 오페라의 향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피렐리 버전 ‘투란도트’ 첫 내한 오는 12~19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역작을 거장 영화감독이자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1923~ 2019)가 198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의뢰로 화려한 무대 장치와 시각적 효과 등을 극대화해 만든 작품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제피렐리 버전의 ‘투란도트’를 대표 레퍼토리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내한 공연은 지난 6월 축제 개막작으로 올렸던 무대를 그대로 옮겨 오는 것이다. 축제 부예술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가 재연출을 맡고 축제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한다. 투란도트 역에는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출연하고 칼라프 역으로는 테너 마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45년 만에 바그너 ‘탄호이저’ 전막 국립오페라단은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공연한다.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대본을 직접 쓰고 ‘낭만적인 오페라’라는 부제를 붙일 정도로 애정을 쏟았던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이 1979년 한국어로 초연한 이후 전막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이며, 독일어 원어로는 처음 선보인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과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니벨룽의 반지’를 일주일간 선보였던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 등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뭉쳤다. 탄호이저 역은 테너 하이코 뵈르너와 다니엘 프랑크, 연인 엘리자베트 역은 소프라노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이 연기한다. 중간 휴식 포함해 공연 시간이 4시간을 넘어 주중에는 평소보다 이른 오후 6시 30분에 공연을 시작한다. ●한강 노들섬 야외서 즐기는 ‘카르멘’ 한강노들섬오페라 ‘카르멘’은 19~ 20일 노들섬에서 공연된다. 서울문화재단이 제작하는 야외 클래식 공연축제의 하나로 신예 메조소프라노 정주연과 테너 존노가 각각 카르멘과 돈호세로 열연한다.
  • 스타 성악가 목소리, 명품 오페라 채운다

    스타 성악가 목소리, 명품 오페라 채운다

    오페라 거장 베르디, 푸치니, 바그너의 대표작을 이용훈과 안젤라 게오르기우 등 세계적인 스타 성악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대형 공연 3편이 다음달 중순부터 10월까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서울시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들이 기획한 야심작으로 오페라 애호가라면 어느 하나 놓치기 아쉬운 명작의 향연에 클래식계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테너 이용훈, 베르디의 ‘오텔로’ 출연 예술의전당이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협업한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8월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오페라 대전의 포문을 연다. 로열오페라하우스가 2017년 초연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공연이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노르마’에 이어 이번 ‘오텔로’도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무대 세트와 의상, 소품들을 그대로 한국 무대에 옮겨 온다.셰익스피어 희곡을 토대로 베르디가 73세 되던 1887년 발표한 ‘오텔로’는 비극적인 드라마에 어울리는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으로 베르디 오페라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 카를로 리치가 지휘봉을 쥔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테너 이용훈(왼쪽)과 루마니아 출신 테오도르 일린카이가 오텔로 역을 맡았다. ●세계적 디바 안젤라 게오르기우 ‘토스카’ 역 맡아 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토스카’(9월 5~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선보인다. 1900년 초연 이래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푸치니 3대 걸작 중 가장 드라마틱한 오페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지난해 ‘투란도트’ 무대에 이용훈을 세워 매진 기록을 썼던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에도 세계적인 디바 안젤라 게오르기우를 토스카 역으로 섭외하는 역량을 발휘했다. 게오르기우는 “토스카 역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할 중 하나”라며 “토스카 전막 공연을 통해 사랑하는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인 성악가 최초로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에서 ‘아이다’ 주역을 맡았던 임세경이 토스카 역을 나눠 맡고,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주역 사무엘 윤이 스카르피아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바그너 ‘탄호이저’ 45년 만에 전막 공연 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의 ‘탄호이저’(10월 17~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1979년 한국 초연 이후 45년 만에 전막 공연한다. ‘탄호이저’를 시작으로 내년 ‘트리스탄과 이졸데’, 2027년 ‘니벨룽의 반지’로 이어지는 ‘바그너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탄호이저’는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직접 대본까지 쓴 작품으로 스스로 부제를 ‘낭만적인 오페라’로 붙일 만큼 애정을 쏟았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이 지휘를 맡는다. 탄호이저 역에는 테너 하이코 뵈르너와 애런 코울리가 출연한다.
  • 교향악·소리꾼 불러낸 ‘봄’

    교향악·소리꾼 불러낸 ‘봄’

    오는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2024 봄날음악회’는 출발부터 힘차고 경쾌하다. 1부 막을 여는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은 축제를 대표하는 클래식 레퍼토리다. ‘카니발 서곡’에선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이 절정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며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전한다. 마치 축제의 한가운데 있는 듯 생동하는 음악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이다. 올해는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보르자크(1841~1904)가 타계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 19세기 국민악파의 거두인 드보르자크가 숨진 1904년 서울신문은 양기탁과 배설의 항일 의지를 새긴 대한매일신보로 탄생했다.●최영선과 군포 프라임필, 1부 문 열어 1부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전속 지휘자인 최영선(40)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춘다. 프라임필은 국립오페라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국내외 공연 단체들과 협연하며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을 국내 초연한 전문 교향악단이다. 최 지휘자는 14일 서울신문에 “창간 12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너무 무겁게 다가가기보다는 음악회에 온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다”며 “드보르자크가 자연, 삶, 사랑을 주제로 작곡한 3부작 서곡 가운데 삶이 주제인 이번 곡이야말로 봄을 깨우기에 최고의 곡”이라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카니발 서곡’에 이어 러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40)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 곡은 차이콥스키가 쓴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동시에 피아니스트들이 애정하는 명곡이다.3악장 전곡이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강렬한 첫 도입부에 비해 이후 흐르는 선율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다. 세련된 테크닉과 풍부한 감성 표현을 통해 ‘러시아 피아니즘’의 매력을 드러내는 일리야의 묵직한 타건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 지휘자도 이 곡을 일리야와 가장 잘 어울리면서 탁월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으로 꼽았다. 차이콥스키·스크랴빈·쇼팽 등을 담은 다섯 장의 음반을 낸 그는 8세에 데뷔했다.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 2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마스터 콩쿠르 3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4위 등 세계 유수 콩쿠르를 석권한 피아니스트다. 최 지휘자는 “올 한 해 힘찬 에너지를 전할 1악장에 이어 마치 봄꽃이 수줍게 수놓은 듯 현악 파트의 피치카토와 목관 악기군의 선율이 스케르초 풍의 춤곡으로 변주하는 2악장에서 일리야의 초절기교를 드러낼 수 있게 오케스트라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송소희·장사익의 소리 선물도 2부에서는 국악과 우리의 소리로 마음을 적시는 무대가 펼쳐진다. 경기민요 소리가로 단단한 음악적 활동을 이어 온 국악인 송소희(27)가 ‘뱃노래’와 ‘잦은 뱃노래’로 흥을 일으킨다. 송소희는 안예은이 작사·작곡한 ‘달무리’와 경쾌하고 아름다운 가사로 국가적 행사에서 연주되는 ‘아름다운 나라’를 선사한다.봄날음악회의 피날레는 소리꾼 장사익(76)이 장식한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장사익은 대표곡 ‘찔레꽃’부터 ‘반달’, 불후의 명곡 ‘봄날은 간다’를 통해 봄의 선율과 감동을 전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걸쭉하고 애잔한 소리로 토해 내는 장사익의 노래는 우리에게 인생의 따스함과 희망을 환기한다.
  • 오페라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 파격적으로, 더 처절하게

    오페라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 파격적으로, 더 처절하게

    개막작 ‘살로메’ 대구서 초연선보이는 작품 5편 모두 비극 올해 20회를 맞은 대구 국제오페라 축제가 좀처럼 보기 어려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오페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다음달 6~7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축제 개막작으로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무대에 오른다.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희곡이 원작으로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공연이 금지됐던 문제작이면서 오페라의 지평을 넓힌 수작으로 꼽힌다. 오페라의 도시 대구에서 ‘살로메’가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지난해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올리며 바그너 작품까지 취급하다 보니 이제는 그 이후의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강했다”면서 “바그너 이후 이구동성으로 슈트라우스가 꼽혀 가장 걸작으로 이야기하는 ‘살로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살로메’ 지휘를 맡은 로렌츠 아이히너는 “드디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지휘한다”면서 “슈트라우스는 주인공들이 처한 장면과 상황, 심리를 음악적으로 묘하게 섞어 묘사한다. 이 오페라를 관람할 때 전체적인 하모니에 더 집중하면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고 했다. 슈트라우스의 또 다른 작품 ‘엘렉트라’는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기원전 497~406)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복수를 다루고 있다. 작곡가가 ‘살로메’에 이어 가장 독보적이라 자신했던 작품이다. 슈트라우스의 작품이 실험적인 오페라라면 주세페 베르디(1813~ 1901)의 ‘리골레토’, ‘맥베스’, ‘오텔로’는 대중성을 위해 준비된 작품이다. ‘리골레토’는 서울시오페라단, ‘맥베스’는 국립오페라단, ‘오텔로’는 영남오페라단이 맡았다. 정 관장은 “다섯 작품이 공교롭게도 모두 비극이고 펼쳐지는 각도가 현대적인 스타일이다. 오페라 역사상 엄청난 카테고리를 가진 비극의 모임”이라며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통한 감동과 예술적인 승화를 노렸다”고 말했다. 11월 10일까지 하는 축제 기간 대구 곳곳에서 ‘프린지 콘서트’도 열리고 실력파 성악가 50명이 출연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50스타즈Ⅲ’, ‘글로벌 오페라 심포지움’ 등 특별행사들도 준비됐다. 행사의 대미는 올해 처음 신설된 ‘대구·사야 오페라 어워즈’로 대구 국제오페라 축제를 빛낸 성악가와 연출자, 지휘자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며 시상식 직후에는 성대한 갈라 콘서트도 연다.
  • 열아홉번째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3일 개막

    열아홉번째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3일 개막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23일부터 11월19일까지 총 58일간 대구오페라하우스 등지에서 펼쳐진다. ‘연대와 다양성’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에서는 이탈리아와 독일, 오스트리아와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준비한 것을 시작으로, 음악적인, 지역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축제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아홉 편의 메인오페라를 비롯한 콘서트?부대행사들로 가득 채워질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화려하게 열어줄 개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한 오페라 ‘투란도트(9.23-24)’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포디움에 서는 이번 작품에서는 지난해 개막작 ‘토스카’에 이어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참여해 대구의 음악적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줄 예정이다. 이어 이탈리아 페라라극장과 합작한 오페라 ‘돈 조반니(10.7-8)’, 독일 만하임국립극장 최신 프로덕션을 초청한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라인의 황금(10.16)>, <발퀴레(10.17)>, <지크프리트(10.19)>, <신들의 황혼(10.23)>,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베르디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10.28-29)>, 영남오페라단이 제작한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11.4-5)>가 공연될 예정이며, 통영 출신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11.18-19)> 등 총 메인오페라와 콘서트들로 이어질 예정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예술감독은 “축제와 고품격 오페라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열망이 느껴진다”며, “쉽게 감상할 수 없는 작품과 대중적인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했으니 현장에서 축제를 꼭 즐겨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그라모폰 ‘올해의 오케스트라’ 홍콩필하모닉, 3월 내한 전국투어

    그라모폰 ‘올해의 오케스트라’ 홍콩필하모닉, 3월 내한 전국투어

    세계 최고 권위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2019년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선정한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3월 한국을 방문, 주요 도시 투어 공연을 한다.베토벤 탄생 250주년에 맞춰,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클래식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청중을 압도하는 대곡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으로 레퍼토리를 꾸민 이번 투어는 3월 10일 대전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12일 춘천 문화예술회관, 13일 광주 문화예술회관에서 이어진다. 그라모폰 ‘올해의 오케스트라’에서 아시아 악단이 선정된 것은 홍콩필하모닉이 처음으로, 1957년 창단한 홍콩필의 성장 배경으로는 2012년부터 악단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얍 판 즈베덴의 감각적인 조율이 손꼽힌다.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 지휘자인 즈베덴은 홍콩필의 상임 지휘를 맡으며 ‘니벨룽의 반지’ 4부작(20시간)의 공연 실황을 녹음하는 등 출중한 음반을 여러 차례 냈다.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권유로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그는 2018시즌부터는 뉴욕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관람료는 3만~10만원으로, 인터파크티켓 사이트와 각 공연장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첫 국내 제작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올해 공연 무산

    첫 국내 제작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올해 공연 무산

    독일의 유명 미술가 겸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로 국내 제작으로 처음 추진된 바그너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의 올해 공연이 무산됐다. 공연제작사인 월드아트오페라는 당초 공연을 내년 3월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아트오페라는 최근 당초 대관이 예정됐던 성남아트센터에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2부인 ‘발퀴레’의 공연 취소 의사를 전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월드아트오페라 측은 “공연시간이 4시간 30분을 넘겨 종료시 서울에서 온 관객의 귀가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문제 등이 있었다”며 “여러가지 이유로 공연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퀴레의 기행’,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사랑의 2중창’ 등이 유명한 ‘발퀴레’는 전체 4부의 본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3막 오페라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획과 제작을 맡아 진행된 ‘니벨룽의 반지’ 공연은 지난해 11월 4부작 가운데 1부인 ‘라인의 황금’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후 ‘발퀴레’는 오는 5월, 3부인 ‘지그프리트’는 12월, 마지막 4부인 ‘신들의 황혼’은 2020년 공연할 계획이었다. BMW코리아와 주한독일문화원 등의 후원으로 총 1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3년간 ‘반지 사이클’을 완성하겠다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날 밤, 즉 ‘서야’(序夜)를 다룬 ‘라인의 황금’ 이후 서울에서 공연장을 대관하지 못해 다른 경기권 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겨 프로덕션이 추진됐다. 한편 ‘지그프리트’는 2021년, ‘신들의 황혼’은 2022년으로 각각 미뤄질 전망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주말의 커튼콜]‘반지’에 대하여…‘작은 거인’ 연광철의 조언

    [주말의 커튼콜]‘반지’에 대하여…‘작은 거인’ 연광철의 조언

    1일 종로 JCC아트센터에서 독주회국내 제작 ‘바그너 반지’ 대해 “클래식한 연출 선행됐어야” 조언“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하우스 갖고 있도록 해야” 강조 ※‘주말의 커튼콜’은 최근 화제가 됐거나 내한을 앞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유럽의 명문 오페라 극장 밀라노 라 스칼라와 베를린 슈트츠오퍼 공동제작의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에서 거인 ‘파졸트’ 역으로 열연한 베이스 연광철(54). 171cm의 작은 키인 그의 뒤로 거인을 의미하는 거대한 그림자가 연출된다. 그의 파트너로 함께 나오는 2미터 가까운 키의 거인 형제 ‘파프너’에 비해 머리 하나 작은 그이지만, 거대한 그림자 실루엣과 묵직한 그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저게 바로 작은 거인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최근 호평과 악평의 극단적 평가가 오간 국내 자체 제작 ‘라인의 황금’으로 바그너와 ‘반지 사이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조금 높아졌지만, 사실 한국에서 연광철을 빼고는 바그너를 얘기할 수 없다. 1996년부터 ‘바그너의 성지’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세계 무대를 오간 그는 내년에도 베를린필과의 협연 등 바쁜 일정이 예고돼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결국 음악이 먼저  “지금 우리나라 관객들이 바그너를 감상하는 현 시점에서는 좀더 클래식하고 좀더 전통적인 연출이 선행된 다음 이같은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다면 훨씬 더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 ‘라인의황금’의 제작사 월드아트오페라는 연광철에게 몇차례 출연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를 제집 드나들듯 올랐던 그가 자국 제작의 첫 ‘반지’ 무대에 오르는 것만큼 좋은 뉴스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2부인 ‘발퀴레’부터 무대에 출연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는 선을 그었다. 2~3년의 스케줄이 이미 짜여진 상태에서 그런 대형작품에 출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연광철은 이번 작품을 총괄한 독일 출신 거장 예술가 아힘 프라이어에 대해 “훌륭한 연출가이자 미술가”라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예술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미술가답게 시각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성악과 오케스트라 등 음악적인 면이 오히려 방해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연광철은 “개량한복을 보더라도 옛날 한복이 어땠고,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모던’한 개량한복을 본 것”이라고 비유하며 “우리 관객들에게 클래식한 바그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10~20년 있었다면 더욱 성공적인 작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연광철은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한 차이콥스키 ‘예브게니 오네긴’과 바그너 ‘파르지팔’ 등의 작품을 함께 한 적이 있다. 함부르크에서 ‘파르지팔’에 출연할 당시 그 역시 이번 ‘라인의 황금’ 출연가수들처럼 얼굴에 가득 화장을 하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연광철은 과거 경험을 소개하며 바그너 작품을 국내 무대에 올리는 프로덕션이 고려해야할 점도 조언했다. 그는 “2013년과 2016년 국립오페라단에서 ‘파르지팔’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무대에 올릴 때 당시 연출가에게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는 흔들리는 배가 나와야하는 등 반드시 보여줘야 할 장면들을 설명했다”면서 “우리나라 관객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관객들이 납득할수 있는 이유를 무대 위에서 충분히 보여주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롱런 위해서는 테크닉과 기교만 중요한 게 아냐”  ‘농부의 아들’이라는 성장스토리, 청주대 음악교육과 출신으로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세계적 성악가가 된 그의 성공스토리, 무대에 더 서기 위해 서울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야기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등 후보에도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그는 아직은 무대에 더 있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음악가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구조인데, 좀더 좋은 작품이 엄선돼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극장이 없는 국립오페라단은 없다. 예술의전당도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하우스를 갖도록 해야한다.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광철은 올해 8월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슈타츠오퍼)에서 독일어권 성악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칭호인 ‘카머젱거(궁정가수)’를 수여 받으며 다시한번 유럽이 인정하는 성악가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보통 극장에 전속돼 있고 정년이 보장된 경우 칭호를 받게 되는데, 저는 이제 극장 전속 가수가 아닌데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놀랐다”며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극장이 길러낸 가수가 세계에서 활동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광철은 1일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갖고 10~14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전남대 음악학과 박은식 교수가 피아노 연주로 함께하는 독주회의 레퍼토리는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 ‘봄의 믿음’, 슈만의 ‘그대는 한송이 꽃처럼’, ‘연꽃’ 등 독일 레퍼토리와 ‘그대 있음에’, ‘사월의 노래’ 등 한국 유명 가곡이다.  연광철은 후배 성악가들에게 전할 조언에 대해 “테크닉이나 기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한 시대에 외국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한정된 울타리 안에서 사는 것 같다”며 “똑같은 노래가 외국에서 어떻게 불려지고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가수로서 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한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내년 8월말 새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를 맞이한 베를린 필하모닉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투어를 진행하는 등 새해에도 해외 무대에 잇따라 설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음악부터 듣고 가라 인물 감정 보일테니

    음악부터 듣고 가라 인물 감정 보일테니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이 11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05년 러시아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페라단의 초연이 있었지만 국내 제작은 처음이다. 총 공연시간만 16~17시간에 이르는 장대한 이야기, 덩치 큰 바그너 전문 가수들의 아리오소(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중간 형태 노래), 박수 한 번 칠 틈을 주지 않는 무한선율 등 명성만 듣고 공연장에 갔다가 지레 감상을 포기하는 것이 대체적인 관객의 모습이다. 한국 제작 초연을 앞두고 이른바 ‘반지 사이클’(‘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보는 법을 바그너 애호가(바그네리안)와 음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1 줄거리·인물을 알고 가라 당연한 말이지만 대략적인 줄거리와 인물을 알고 가는 게 좋다. 천계의 신과 거인족, 난쟁이족이 절대권력의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이야기는 언뜻 소설 ‘반지의 제왕’을 연상하게 한다. ‘라인의 황금’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날 밤, 즉 ‘서야’(序夜)에 해당한다. 각각의 인물에 관심을 갖는 것도 감상법이 될 수 있다. 대부분 신들의 우두머리 ‘보탄’에 주목하지만, 북유럽 신화 속 ‘불의 신’ 로키에서 유래한 인물인 ‘로게’를 유심히 볼 수도 있다. 극에서 협잡꾼으로 묘사되는데, 마블영화 ‘토르’의 동생 ‘로키’가 연상되기도 한다. 조연이지만 로게의 대사 안에는 향후 전개를 예상할 수 있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정우 한국바그너협회장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오페라와 비교하면 ‘반지’의 등장인물은 오히려 적다”며 “어렵다는 선입견을 굳이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바그너는 젊었을 때 ‘나사렛 예수’라는 오페라를 구상했었는데, 이 작품에 담긴 ‘사랑’이라는 테마가 성경에서 신화로 옮겨진 것”이라며 “‘라인의 황금’은 단막이지만 4장으로 구성돼 하늘과 땅, 지하세계가 모두 그려진다”고 말했다. 2 ‘알베리히’는 어떻게 두꺼비로 변할까 북유럽과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이야기는 사실 무대로 재연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번 공연은 4부작의 총 제작비가 120억원에 이르지만, 자칫 어설프게 연출하면 이 같은 물량 투입이 웃음거리로 남기도 한다. 특히 ‘라인의 황금’에서는 지하세계의 황금이 어떻게 표현될지, 보탄과 로게가 두꺼비로 변한 난쟁이 ‘알베리히’를 포박하는 장면이 어떻게 연출될지 등에 대체로 관심이 쏠린다. 이번 연출은 2011년 판소리 ‘수궁가’를 연출하기도 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미술가인 아힘 프라이어가 맡았다. 유 협회장은 “신으로 대변되는 귀족세력의 몰락, 황금을 매개로 한 자본가 계급의 등장 등 바그너가 작품에서 투영하려 한 19세기의 문제를 프라이어 같은 독일 연출가가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3 라이트 모티프에 귀 기울여라 사실 전문가들은 줄거리보다는 음악을 먼저 듣고 가라고 조언한다. 특히 바그너의 작품에서는 ‘음악적 코드’인 라이트 모티프(유도 동기·주요 인물이나 감정을 암시하는 악구)가 사용된다. 이제는 할리우드 영화음악에서도 사용되는 작곡 기법이 됐지만, 그 시작인 바그너의 작품에서는 더욱 복잡하게 다뤄진다. 학자에 따라 작품에 사용되는 라이트 모티프가 120여개에 이른다고도 분석된다. 특히 ‘자연의 동기’ 등 ‘라인의 황금’에서 제시된 라이트 모티프는 전 작품에 걸쳐 변주되고 새롭게 조합된다. 라이트 모티프가 귀에 들리면 들릴수록 ‘반지 사이클’의 매력은 더욱 커진다는 게 바그너 애호가들의 설명이다. 서정원 전 한국바그너협회 실행위원은 “라이트 모티프는 형식적인 꼬리표가 아닌 드라마 전체를 조직하는 설계도”라며 “그것을 인지한 청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가이드”라고 비유했다. 김원철 음악칼럼니스트는 “독일어 특정 단어가 나올 때 나오는 음악이 있는데, 그것이 작품에서 굉장한 효과를 낸다”면서 “라이트 모티프에는 논리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라인의 황금’의 뒤를 잇는 ‘발퀴레’와 ‘지그프리트’는 2019년에, ‘신들의 황혼’은 2020년에 각각 공연될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니벨룽의 반지’ 北 성악가 섭외 추진

    오는 11월 한국에서 초연되는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에 북한 성악가가 출연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에스더 리 월드아트오페라 단장은 “독일 외무성이 올해 한·독 수교 135주년을 기념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한의 박남영 주독일대사를 만나 (북한 성악가 섭외에)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무대는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총연출로 11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리 단장은 “프라이어는 실제 동·서독을 모두 경험한 분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을 반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황금’은 총 공연 시간이 16~17시간에 이르는 ‘니벨룽의 반지’ 4편 가운데 첫 작품으로 1869년 초연됐다. 장대한 ‘반지 사이클’의 프롤로그에 해당하지만, 바그너의 주요한 작곡 기법이 담겨 있고, 특히 이후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음악적 코드’인 유도동기(주요 인물이나 감정을 암시하는 악구)가 차례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바그너 ‘반지 사이클’ 한국 초연- “北 성악가 초청 논의중”

    바그너 ‘반지 사이클’ 한국 초연- “北 성악가 초청 논의중”

    오는 11월 한국에서 초연되는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에 북한 성악가가 출연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에스더 리 월드아트오페라 단장은 “독일 외무성이 올해 한독 수교 135주년을 기념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한의 박남영 주독일대사를 만나 (북한 성악가 섭외에)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무대는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총연출로 11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리 단장은 “프라이어는 실제 동서독을 모두 경험한 분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을 반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황금’은 총 공연시간이 16~17시간에 이르는 ‘니벨룽의 반지’ 4편 가운데 첫 작품으로, 1869년 초연됐다. 장대한 ‘반지 사이클’의 프롤로그에 해당하지만, 바그너의 주요한 작곡기법이 담겨 있고, 특히 이후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음악적 코드’인 유도동기(주요 인물이나 감정을 암시하는 악구)가 차례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게르만 민족의 신화에 기초했다는 설이 있지만 지금은 북유럽 ‘에다’ 신화를 단초로 했다는 설이 대체적이다. 이때문에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1950년대 쓰여진 소설 ‘반지의 제왕’이 바그너 ‘반지’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음악과 시, 미술, 무대미술을 망라한 종합예술의 총체인 바그너의 ‘반지’는 관현악 버전으로 무대에 올려진 적은 있지만 오페라로 연출돼 한국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라이어는 “‘니벨룽의 반지’는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고,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모든 것을 나타낼 수 있다”며 “한국의 발전이 전통에 바탕을 둔 것인지, 아니면 급하게 서구화된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그런 고민도 작품 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한국판 니벨룽의 반지, 남북 분단 그릴 것”

    “한국판 니벨룽의 반지, 남북 분단 그릴 것”

    “한국에서 만드는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한국의 분단 상황을 보여 줄 겁니다. 종국에는 화해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바그너의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선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17시간짜리 대작, 국내서 첫 제작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84)가 한국과 독일이 공동 제작하는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연출을 맡아 오는 11월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다. 공연 시간만 총 17시간(4부작)에 이르는 대작이기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2005년 러시아 마린스키오페라단이 국내에서 초연한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제작되기는 처음이다. 프라이어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40여년 전 완성된 바그너의 작품에는 현재 우리의 삶을 예견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면서 “인간의 욕심으로 환경은 점점 파괴돼 가고, 권력욕으로 인한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는 지금 전 세계는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때임을 바그너의 작품은 알려 준다”고 설명했다. 2011년 판소리 ‘수궁가’를 오페라로 만들며 한국 문화에도 큰 관심을 보여 온 프라이어는 화가, 연출가, 무대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150여편의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한 거장이다.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수제자로, 독일이 분단된 상황에서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위해 1972년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했다. 바그너가 26년에 걸쳐 완성한 ‘니벨룽의 반지’는 오페라를 시와 음악, 춤, 무대 미술을 망라한 종합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약탈과 복수, 영웅의 무용담을 담은 중세 독일의 민중 서사시를 토대로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북핵 도발 담겠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이미 두 번이나 ‘니벨룽의 반지’를 연출한 적이 있는 프라이어는 이번 작품에 남북 분단 상황과 북한 핵도발 등 현시대 한반도의 모습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인 메시지나 특정 사건을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볼 때 분단은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 세계가 어떤 의미로든 분단돼 살아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역할은 이 분단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이에 대한 답변은 관객들에게 달렸다”고 설명했다. ●연합 공연 형식… 합 맞추기 어려울 수도 주요 배역에는 2009년 독일 할레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보탄 역을 맡았던 베이스바리톤 김동섭을 비롯해 전승현(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베이스바리톤), 연광철(베이스), 에스더 리(소프라노)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1편인 ‘라인의 황금’ 지휘는 취리히오페라 음악감독을 역임한 랄프 바이커트가 맡는다. 오케스트라는 한국 음악가 50명과 유럽 음악가 30명으로 구성한다. 11월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2020년 5월까지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을 차례로 올린 뒤 본고장인 독일로 ‘역수출’해 본극장에서 공연한다. 그러나 워낙 규모가 큰 작품인 데다 출연진과 오케스트라가 연합 형식으로 구성돼 합을 맞추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 예술의전당 등은 공동 주최 제안을 고사했으며 대관 절차 과정에서도 협찬 계획 등을 상세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16시간 연주…70분의 압축

    16시간 연주…70분의 압축

    연주 시간만 장장 16시간에 달하는 대서사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를 70분으로 압축한 관현악곡으로 접해 보는 것은 어떨까.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7~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그너의 반지:관현악 모험’ 공연을 연다. 게르만 민족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니벨룽의 반지’는 독일 리하르트 바그너의 걸작 음악극이다. 완성하는 데 26년이 걸렸다.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4부작으로 구성된 음악극으로 전작을 모두 감상하려면 16시간 안팎이 걸린다. 세계적 바그너 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는 나흘에 걸쳐 연주할 정도다. 이 걸작을 압축한 관현악곡은 여러 개가 있는데 이번에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버전은 1991년 네덜란드의 헨크 데 블리거가 70분 분량으로 압축한 작품이다. ‘라인의 황금’에서 네 곡, ‘발퀴레’에서 두 곡, ‘지크프리트’에서 세 곡, ‘신들의 황혼’에서 다섯 곡을 담아 극의 전개 순서에 따라 유려하게 연결한 블리거 버전은 음악극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다. 이번 공연이 특히 주목되는 까닭은 네덜란드 거장 에도 데 바르트(76)가 지휘봉을 잡기 때문이다. 바르트가 한국을 찾는 것도, 한국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도 처음이다. 오보에 연주자 출신으로 레너드 번스타인을 사사한 바르트는 바그너 관현악 음반만 9장이나 녹음했을 만큼 바그너 해석에 정통한 대가로 이름이 높다. 그는 1992년 블리거 버전 세계 초연을 지휘하기도 했다. 바르트는 일흔 중반의 나이에도 뉴질랜드 심포니와 밀워키 심포니의 음악감독,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의 명예지휘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서울시향도 2012년부터 바그너 작품을 꾸준히 연주해 오고 있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 한편 공연 전반부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피아노 스타 베조드 압두라이모브(27)가 ‘러시아 3대 피아노 협주곡’으로 꼽히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으로 함께한다. 1만~7만원. 1588-1210.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베토벤 듣는 2시간, 우린 하나입니다”

    “베토벤 듣는 2시간, 우린 하나입니다”

    인도 출신 명지휘자 주빈 메타(77)가 한국을 방문했다. 40여년간 호흡을 맞춘 그의 분신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5~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신년 갈라콘서트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남달리 애써온 메타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음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음악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생각이 다른 두 사람조차도 베토벤 연주를 듣는 약 두 시간 동안만큼은 하모니와 화합의 장 안에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매우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수백년의 역사가 있는 걸작을 연주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열심히 기도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주변 지역의 평화다. 이것만이 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메타는 1968년 음악고문으로 이스라엘 필과 첫 인연을 맺었고, 1981년 종신 음악감독을 맡았다. 40여년을 함께하면서 3000회의 공연을 소화했다. 걸프전 때는 리허설마다 방독면을 들고 다녔고, 미사일 경보로 공연이 중단되는 것도 다반사였다. 예루살렘 YMCA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어린이 500명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2001년에는 두 민족 어린이들의 공동연주와 학교 방문을 위한 ‘키노트’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1990년 텔아비브에서 앙숙이었던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과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역사적인 합동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누구보다 음악의 힘을 현실에서 입증해 온 그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9월 카슈미르 분쟁지역에서 힌두교인과 무슬림을 한자리에 초청해 공연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타는 음악에 정치가 개입하는 걸 반대한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1981년 10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은 지금껏 일화로 남아있다. 게르만 민족 우월주의자이자 히틀러가 숭배했던 탓에 바그너를 연주하는 건 이스라엘에서는 금기시됐다. 하지만, 그는 관객의 야유에 맞서 “이곳은 민주주의 국가다.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유가 허용돼야 한다. 바그너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분들은 지금 공연장을 떠나도 좋다”면서 끝까지 지휘했다. 하지만, 메타는 이날 “올해 베르디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와 베르디의 ‘오텔로’, ‘팔스타프’ 등도 연주할 계획”이라면서도 “바그너 음악을 이스라엘 필과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나치 정권 아래 희생된 수많은 사람의 기억을 존중하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연주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바그너 다시 보니 순수예술의 거장

    독일 철학자 니체는 책 ‘바그너의 경우’에서 음악가 바그너를 두고 “바그너가 도대체 인간이란 말인가. 그는 오히려 질병이 아닌가. 그는 음악을 병들게 했다.”면서 독설을 쏴댔다. 20대 청년 니체가 50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와의 첫 만남 이후 “그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탁월하고 신성한 존재”라 추앙했던 것을 생각하면 니체의 변심은 엄청난 반전이다. 명확하지 않은 신의 존재와 가치판단의 혼동을 겪으며 급기야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 등 신화적 요소가 가득 담긴 오페라를 내놓는 바그너가 체질에 맞았을 리 없다. 새로운 독일의 시대정신을 만들려는 이상에 젖은 니체에게 바그너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반유대주의 사상은 실망스러운 행보였다. 니체는 “내가 혐오하는 모든 것을 향해 바그너는 한 발짝씩 내려가고 있다. 반유대주의까지도.”(‘니체 대 바그너’ 중)라면서 바그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후 새롭게 바그너를 숭배한 인물, 히틀러가 등장했다.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자였던 배경도 작용했겠지만, 민중들이 열렬히 신봉하는 바그너의 음악은 히틀러가 지향하는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데 더없이 적절했다. 히틀러가 가두행진을 할 때 경건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틀어 히틀러가 순례자이며 선지자라고 믿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철학자와 예술가 사이에서 바그너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다. 위대한 거장이거나 파시즘의 화신인 것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군이 베트남 해안마을을 폭격할 때 울려 퍼지는 ‘발퀴레의 기행’과 같은 파괴적인 제국주의적 음악이거나,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결혼행진곡’처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바그너의 음악 성향과도 비슷하다. 모로코 출신으로 프랑스 철학계를 이끄는 알랭 바디우가 내놓은 ‘바그너는 위험한가’(Five Lessons on Wagner, 슬라보예 지젝 발문, 김성호 옮김, 북인더갭 펴냄)는 새로운 바그너를 꺼내든다. 바그너에게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바그너는 동일성의 원리에 빠진 전형적 음악가이고, 음악적 통일성과 총체성을 강제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인식이다. 하지만 바디우는 바그너의 작품 속에서 총체성에 저항하는 표지, 완벽한 결말의 회피, 다수의 해석 가능성을 여는 경향 등이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또 바그너를 순수예술의 종말이라고 표현하지만, 오히려 총체성에서 분리된 순수예술로서 바그너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바디우는 키치와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 지배하는 시대에 맞서 니체, 하이데거, 아도르노, 라쿠라바르트에 이르는 서구 사상의 이론을 살피면서 바그너 상(象)을 재정립한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한 해 앞둔 시점에서 바그너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좋다. 1만 6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56만원짜리 오페라 3만원에 보는 법

    56만원짜리 오페라 3만원에 보는 법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코벤트가든),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과 더불어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뉴욕 링컨센터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을 보는 건 클래식 팬이라면 한 번쯤 꿈꿨을 로망이다. 최고 495달러(약 56만원)에 이르지만, 그나마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공연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메트 오페라를 한국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복합 상영관 메가박스에서 진행하는 ‘더 메트: 라이브 인 HD’(The Met: Live in HD)를 통해서다. 메트 오페라가 직접 제작한 공연 실황 영상인데, 지난해 전 세계 56개국 800여개 영화관에서 280만명이 관람했다. 현장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끼더라도 보기 어려운 오페라 가수의 눈짓과 숨소리, 땀방울을 포착한 것은 물론 카메라가 무대 뒤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주연 배우나 연출자, 지휘자와의 인터뷰 등을 담아냈다. 메가박스의 음향 시스템과 일반 HD화질보다 4배 이상 뛰어난 4K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공연장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2011~2012 시즌 진용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2065명을 유혹한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의 이야기를 그린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2월 29일 개봉)를 시작으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3번째 이야기인 ‘지크프리트’(4월 4일),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이야기인 글래스의 ‘사티아그라하’(4월 18일),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주연을 맡은 헨델의 ‘로델린다’(5월 9일), 구노의 ‘파우스트’(5월 30일)를 선보인다. 한 달의 휴식 기간을 둔 뒤 헨델의 ‘마법의 섬’(7월 4일)과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8월 1일), 베르디의 ‘에르나니’(8월 15일), 마스네의 ‘마농’(9월 12일)이 이어지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10월 10일)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더 메트: 라이브 인 HD’는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일요일 오후 4시에 상영된다. 반포4동 센트럴점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금요일 오후 8시에 볼 수 있다. 일반 3만원, 청소년 2만 5000원. 1544-007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게르만 영웅’ 지크프리트와 떠나는 모험여행

    ‘게르만 영웅’ 지크프리트와 떠나는 모험여행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4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는 17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공연시간으로 유명하다. 본래 독일 바이로이트 음악축제에서 나흘 연속 공연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북유럽 신화에서 비롯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시각적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오페라다. 그렇더라도 4부작을 잇달아 보는 것은 웬만한 골수팬이라도 쉽지 않을 터. 당연히 꼬마손님에게는 역부족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한 편으로 압축한 어린이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을 10일(4일 제외)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린다. 지난해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이 평균 객석점유율 80%를 기록할 만큼 성공을 거둔 데 고무된 국립오페라단이 내놓은 두 번째 어린이 오페라다. 관전 포인트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바그너의 대작을 재해석했다는 점. 40여년 동안 30여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원작과 달리 지크프리트(테너 이승묵)와 브륀힐데(소프라노 노정애), 보탄(베이스 바리톤 조규희), 파프너(바리톤 김경천) 등 17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꾸몄다. 세상을 지배하는 신(神) 보탄의 피를 이어받은 영웅 지크프리트가 사악한 큰 뱀을 물리치고 절대반지를 되찾는 한편, 아름다운 브륀힐데와 사랑에 빠진다는 모험담이다. 절대반지를 놓고 신과 거인족, 난쟁이족이 벌이는 쟁탈전은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과 겹쳐진다. 지크프리트가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마법 모자와 절대반지를 ‘쟁취해’ 역경을 딛는 서사구조는 주인공이 ‘득템’(아이템을 얻는 것)을 통해 모험을 이어가는 온라인게임의 스토리텔링과 다르지 않다. 집중력이 부족한 꼬마들을 의자에 붙잡아둘 만큼 친근한 형식을 갖춘 셈이다. 자막을 보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쉽게 풀어쓴 한글 대사를 새로 만들었다. 10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화~금 오후 4시, 토~일 오후 3시. 2만~5만원. (02)580-130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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